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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瞭望中国 2012.11 第43China Insight 现场专家 : 중국 경제 大토론‘개혁과 성장’ 우징롄 : 개혁 어젠다를 재가동하라 3 린이푸 : 성장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17 사오닝 : 산업과 기업의 업그레이드가 관건이다 34 Trend (47) 요즘 중국인들은 우울하다 48 关注数字 65 Graphic 信息 제18차 당대회에 즈음한 중국의 민의(民意) 外 66

China Insight 제43호 (2012.11)€¦ · 으며, 린이푸 교수는 중국 경제 및 글로벌 경제의 개혁과 성장에 대한 나름의 몇 가지 창의적 발상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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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瞭望中国

    2012.11 第43号

    China Insight

    ■ 现场专家 : 중국 경제 大토론‘개혁과 성장’우징롄 : 개혁 어젠다를 재가동하라 3린이푸 : 성장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17사오닝 : 산업과 기업의 업그레이드가 관건이다 34

    ■ Trend (47) 요즘 중국인들은 우울하다 48

    ■ 关注数字 65

    ■ Graphic 信息 제18차 당대회에 즈음한 중국의 민의(民意) 外 66

  • LG 瞭望中國 2012. 11 1LG 瞭望中國 2012. 11 1

    现场专家

    요즘 중국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다. 개혁개방 30여년

    간 누적되어온 구조적 문제들이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당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데다, 정치일

    정 상으로도 바야흐로 제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 교체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의 주제는 ‘개혁과 성장’으로 압축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의 논의과정에서 형성된 예비

    적 컨센서스는 ‘개혁을 통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요약된다. 경제가 저성장 단계로 진

    입하고 있고 사회 불안정 요인들이 표면화되고 있는 만큼 경제와 정치 방면의 개혁을 통해 성장활

    력의 훼손을 극소화하고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개혁의 속도와 구체적인 개혁방안들

    을 둘러싸고 몇 가지 서로 다른 입장들이 제시되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본란에서는 최근 진행된 대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논의들 가운데 크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세 가지 논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 경제학계의 두 거장인 우징롄(吴敬琏)과 린이푸(林

    毅夫), 그리고 중국 국유기업들의 경영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실물경제의 큰

    손’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공식입장을 대변하는 사오닝(邵宁) 부주임 등 3명이다.

    이들의 논의는 커버리지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우징롄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은

    경제개혁 및 정치개혁의 원칙과 방향이라는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이슈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고 있

    으며, 린이푸 교수는 중국 경제 및 글로벌 경제의 개혁과 성장에 대한 나름의 몇 가지 창의적 발상

    들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샤오닝 부주임은 좀더 실무적인 시각에서 중국의 산업과 기업들이 직면

    하고 있는 대내외 환경을 점검한 뒤 산업 및 기업 구조 업그레이드를 위한 과제들을 제시한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논조를 차이를 구분해 본다면, 우징롄 연구원은 시장주의적 개혁

    우파, 린이푸는 ‘중국 모델론’과 친화성이 있는 수정 케인즈주의자에 가까운 듯하며, 샤오닝 부주

    임은 이념보다는 중국 정부 내 정통 경제관료들의 시각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세 논자들의 커

    리어와 주장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우징롄 선생은 ‘중국 경제학계의 태두’로 존경받는 원로 경제학자이다. 장쩌민(江泽民)

    전 국가주석 집권 시기 이래로 중국 시장화 경제개혁의 설계자로 활약해 왔다. 특히 1992년 열린

    제14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채택된 ‘우리나라 경제체제 개혁의 목적은 사회주의 시장경

    제 체제를 건립하는 것이다’는 공식결정의 초안 마련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로 국가자본주의가 강화되어 정경유착의

    중국 경제 大토론 : 개혁과 성장

  • 2 LG 瞭望中國 2012. 11

    정실자본주의의 궁지에 이를 위험을 지목하고, 경제개혁에 대한 중국 내부의 논의를 자신을 포함

    한 ‘법치적 시장경제론’과 ‘반통제-반시장’ 체제 옹호론으로 분류한다.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개혁이 정체되면서 인민의 불만이 점점 커져 포퓰리즘이나 민족주의의 가면을 쓴 마오쩌둥(毛泽

    东)주의식 급진좌파가 득세해 그 간의 개혁개방 성과를 수포로 돌리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경제개혁의 요체는 경제운영에 있어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국유경제 부문

    의 역할을 줄이는 대신 법치제도와 민영경제 부문의 역할과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

    개혁을 위해서는 법치 확립, 민주화 추진, 헌정 실행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이 필수불가결하

    다고 주장한다.

    린이푸 교수는 2008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부총재로 일하

    다 중국 학계로 돌아온 중국이 낳은 세계적 석학이다. 발전경제학과 제도경제학에 대한 오랜 천

    착과 세계은행에서 저개발국 경제개발을 설계하고 지원해왔던 경험을 토대로 그는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제안들을 정력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중국에 돌아오자 마자 ‘중국 경제가 앞으

    로 20년간 8%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신

    마샬플랜’, ‘신구조조주의 경제학’ 등 자신의 아이디어를 한데 묶은 책을 출간해, 파이낸셜타임즈

    의 유명 컬럼니스트 마틴 울프로부터 ‘강력 추천’을 받기도 했다. 린 교수의 입장은 대체로 지금까

    지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성장 모델, 즉 ‘베이징 컨센서스’와 상통하는 측면이 많다. 그는 투

    자, 특히 인프라 투자가 여전히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산업정책

    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지방정부의 경제적 역할도 폐단

    보다 기여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외생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확실히 하고, 소득분배 개혁, 자

    원 가격 합리화, 도농격차 해소 등 불요불급한 개혁을 실시하고, 비교우위에 입각한 산업 업그레

    이드를 실행해 간다면, 중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

    이라고 그는 낙관한다.

    샤오닝 국자위 부주임의 글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대단한 학자적 통찰을 담고 있

    어서가 아니라, 중국 경제의 3/4을 움직이는 국유기업들의 미래 경영의 전략 방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현 시기 국제경제 환경을 점검하고 과거 중국 산업과 기업의 발전과

    정과 그 논리를 되짚어본 뒤 중국 산업 및 기업의 구조 전환, 업그레이드가 왜 사활적인 관건이

    되고 있는지를 논증한다. 노동비용, 시장, 기술 등 비즈니스의 모든 측면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을

    좇아서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주도적인 혁신을 통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

    다는 것이 그의 주문이다.

    본란에서 소개되는 세 가지 글이 향후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을 전망하고 중국 경제의 미래 성

    장잠재력을 가늠하는데 유용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 LG 瞭望中國 2012. 11 3

    우징롄 : 개혁 어젠다를 재가동하라1

    1. 중국의 경제적 및 사회적 모순이 한계에 다다랐다

    - 지난 30년간 중국의 양면성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긍정적인 측

    면에서 보면 중국 경제는 30년간 고속성장을 유지해 왔다. 2010년

    중국의 GDP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로 도약했다. 동시에 1인당

    가처분소득이 크게 증가해 1억이 넘는 인구가 극빈상황에서 벗어났

    다. 다른 한편, 중국은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렀

    다. 13억의 인구를 갖고 있는 대국의 경우 GDP 성장 하나로는 얘

    기가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이 자원 부족과 환경 파

    괴가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 곳곳의 부패 만연, 현격한

    빈부격차 등 현상이 사회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양면성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21세기 초 제기되기 시작한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

    식이 첨예해지고, 이에 대해 몇 가지 대립적인 주장들이 제출되고 있다.

    “‘반(半)통제경제’와 '반(半)시장경제’의 이중체제 하에서 중국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가’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나는 지난 세기 말부터 여러 차례 지적해 왔다. 현재 우리

    앞에는 두 개의 험로가 놓여 있다. 하나는 시장경제 개혁을 완수하여 행정권력을 제한하

    고 법치에 기반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국가자

    본주의 노선을 따라감으로써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궁지에 이르는 길이

    다. 중국 경제의 발전과정은 두 가지 추세의 레이스로 이해할 수 있다.

    20세기와 21세기의 교차기에 사회경제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이 형성되었다. 첫 번째 관점

    은 시장화, 법치화, 민주화의 개혁방안을 견지하고, 구체제의 유산을 점진적으로 제거함

    으로써 규칙에 기반한 시장경제 체제를 건설하는, ‘법치적 시장경제’ 관점이다. 두 번째

    관점은 ‘반통제-반시장’ 체제를 하나의 실현가능한 체제 목표로 삼는다. 2008년 이래 시

    끄럽게 이야기되어 온 ‘중국모델’이 대표적인 시각이다. 이 시각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지난 20~30년간 전세계가 공인하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은 강한 정부와 강력한 통제

    1 《财经》2012年 第22期에 수록된 ‘吴敬琏:重启改革议程’ 제하의 글을 발췌, 번역한 것임.

    우징롄(吴敬琏)국무원발전연구중심 연구원

  • 4 LG 瞭望中國 2012. 11

    능력을 지닌 국유경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국가전략을 정확히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함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체제에서 기득권을 확보한 세력들은 이 체제를 유지하

    려고 할 뿐만 아니라 각급 정부에 속박되지 않는 권력을 통해 렌트 추구의 제도적 기반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상 두 개의 사회세력이 대립하고 현실사회에서 정실자본주의의 영향이 점점 커지는 와

    중에 제3의 세력이 개혁개방 이전의 옛 노선과 구체제로 돌아갈 것을 공개적으로 주장하

    고 있다. 그들은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부패 만연, 분배 불공정은 물론 의료난, 취학난,

    나아가 국유자산 유실, 광산 사고 등등이 모두 시장화 개혁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정부 권력을 강화하고 경제활동에 대한 행정기

    관의 개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즉 공업과 상업에서 ‘국진민퇴(國進民退)’를 추진하고, 재

    국유화와 농촌집단화를 단행하라는 요구이다. 심지어 ‘프롤레타리아 독재 하의 계속혁명’

    을 기치로 내걸고 “무산계급의 문화대혁명을 다시 한 번 일으키자”라든가 “자산계급에 대

    한 전면적 독재를 실현하자”고 외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온갖 추악한 현상들은 근본적으로는 경제개혁이 완성되지 않

    고 정치개혁이 정체되어 있으며 행정권력이 민간의 정당한 경제활동을 억누르고 간섭하

    여 광범위한 렌트 추구 활동을 조장한 것에서 기인한다. 이런 추악한 현상들에 대한 대중

    의 정당한 불만은 개혁을 진전시키고 부패를 제거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하지만 여론이

    갈라지고 이성적 토론이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개혁개방 이전의 구체제를 옹호하는 자들

    은 만연한 부패와 소외계층들의 피해의식을 이용해 대중을 기만하고 미혹하여 비판의 칼

    날을 정실자본주의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빗겨나게 함으로써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

    - 현재 중국사회에 존재하는 갖가지 정실자본주의 현상의 근원이 통제되지 않은 권력의 경

    제활동에 대한 간섭과 경제자원에 대한 지배인데, 옛 노선과 옛 체제의 지지자들이 정부

    와 관료들의 독재권력 강화와 국유기업의 독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부패와 빈부

    격차 문제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될 것이다. 옛 노선과 구체제의 지지자들은 부패

    와 추악한 현상에 대해 대중과 함께 규탄하고 있지만, 그릇된 진단과 처방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선동에 편승해 그들의 시각도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 LG 瞭望中國 2012. 11 5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에 편승한다면 중국 사회주의는 극단으로 치

    달아 현대화 과정이 중단되고 새로운 혼란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지난 세기 약 100년간의

    인류의 사회개조 실험을 돌이켜 보면, 중국 사상가 구준(顾准·1915~1974) 선생이 말했던

    것처럼, 초기의 구상이 얼마나 진실했는지와 무관하게 1789년 프랑스혁명, 1871년 파리코

    뮌, 1917년 러시아 10월혁명의 진행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이 결국 획득한 것은 당초

    약속했던 지상천국이 아니라 대재난과 대전복이었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알 수 있다.

    중국의 수천년 역사는 ‘봉기-신왕조-새로운 폭정-재봉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윤회를

    거듭해왔다. 근대에 이르러 “10월혁명의 대포 소리가 우리에게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져

    다줬다.” 더 정확히 말해 우리에게 구준 선생이 말한 ‘1789-1870-1917 이념’을 가져다줬

    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될 때 많은 이들은 이제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었으

    니 역사의 ‘주기율’은 더 이상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

    지 않았고, 혁명이 승리를 거둔 지 18년 만에 중국은 다시 ‘문화대혁명’의 내란에 휩쓸려

    들어갔다.

    왜 급진적 혁명노선이 인민들에게 복지와 사회진보를 가져다주지 못한 채 자코뱅주의나

    스탈린주의의 독재주의로 전락했는가? 구준 선생의 대답은 혁명이념의 지도자들이 지상

    천국 건설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세우고, 자신을 ‘인민’ 혹은 ‘민의’의 화신으로 자부하고

    합법성의 외양을 확보한 뒤 독재정치와 살육을 통해 목표를 실현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좌’든 ‘우’든 모든 극단주의는 사회에 재난을 가져온다는 점을 보여준

    다. 중국의 개혁은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부유하고 민주적인 문명국

    가 창조’라는 목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특히 최근 경제와 정치 영역의 중요한 개혁들이

    지연되면서 사회모순은 더욱 첨예해졌다. 사람들은 사회배경이나 가치관의 차이로 말미

    암아 이 같은 모순의 원인을 다르게 보고 다른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처럼 사회모순들이

    대두되고 정파간 논란이 고조되는 시기에 어떻게 하면 각종 극단주의 사상이 사회분열과

    극단적 대립을 야기해 우리 사회를 사생결단의 지경에 빠뜨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는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커다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일부 사람들은 폭군과 폭민(暴民)의 양자택일, 치세와 난세의 반복이 중국 역사의 숙명이

    라고 한다. 개혁 지체되면서 이 같은 비관론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 6 LG 瞭望中國 2012. 11

    “그 같은 결론은 성립될 수 없다. 왜냐하면 중국 역사의 윤회는 전통 사회구조의 산물이

    기 때문이다. 근대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는 중간계층이 주도하는 사회발전 모델을 가능하

    게 했다. 새로운 중간계층은 자유, 평등과 사회통합의 중추적 역량이다. 전문직 종사자들

    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는 신중간계층은 현재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계층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중국 역사의 주기율에서 벗어나 현대중국 건설의 길로 나아가는 것

    은 완전히 가능한 일이다.”

    - 하지만 심히 우려되는 대목은, 다른 사상관점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성적인 사고와 냉정

    한 연구 및 토론 결과가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유언비어로 치부되고, 언어폭력이 곧잘 승

    리를 거두는 상황에서 제각각의 주장이 극단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사회에 누적되어 있는 수많은 사회모순 때문이다. 중국이 30년간

    고속성장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은 새로 탄생한 시장경제제도가 사람들의 창업정신을 해

    방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정부와 국유기업의 장악력이 강해지고, 중국 경제

    사회의 모순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만약 온건하고 질서 있는 개혁을 통해 이 같은 모

    순들의 근원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각종 극단적 해결방안들이 더욱더 사람들의 지지를 얻

    게 될 것이다.

    중국이 사회폐단을 극복하고 역사의 비극을 피할 수 있는 열쇠는 시장경제 체제를 완비하

    는데 있다. 특수 이익집단의 방해를 극복하고 시장화 경제개혁과 법치화 및 민주화 정치

    개혁을 추진하여 정실자본주의의 기초를 뿌리뽑고, 공권력 행사가 헌법의 제약과 민중의

    감독 하에 놓이도록 해야 한다.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근래 중국의 개혁이 정체

    상태에 있기 때문에 가장 급한 일은 개혁 어젠다를 재가동하고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을 확

    실히 추진하는 일이다.”

    2. 건전하고 경쟁에 기반한 시장시스템 확립

    - 만약 시장화, 법치화, 민주화의 개혁 어젠다를 재가동한다면, 개혁의 큰 방향 혹은 개혁

    로드맵을 확정한 뒤 각 방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가?

    “경제체제 방면에서 진일보 개혁의 핵심 문제는 건전하고 경쟁에 기반한 시장시스템을 확

    립하여 시장이 자원배분에서 기초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의 현실에서 공평

  • LG 瞭望中國 2012. 11 7

    한 경쟁시장에 대한 주된 위협요인은 첫째, 중요한 산업들에 대한 국유경제의 독점이며,

    둘째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다. 개혁은 이 두 가지 방면으로부터 착수되어

    야 한다.”

    - 국유경제의 독점은 정부의 특혜정책으로 지탱되는 국유기업으로 구성된 거대한 경제세력

    이 경쟁상대를 억압하는 경제적 독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또한 정부가 행정권력을

    이용해 자기 이익과 관련이 있는 국유기업들(관할지역의 일부 非국유기업 포함)을 보호하

    고 경쟁상대를 배제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행정적 독점으로도 표현되고 있다.

    “첫 번째 유형의 독점에 대한 해결책은 국유경제가 꼭 필요한 분야에만 들어가는 전략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각급 정부와 국유기업들은 토지와 자본자원과 같은 경제자원

    을 과도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원들을 영리성 기업들에 투자하여 민간과 경쟁하

    고 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1997년 중국공산당 15차 전국대표대회의 방침을 견지하여

    국유경제는 일반적인 경쟁성 사업영역으로부터 점진적으로 퇴출되어야 한다.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수많은 공공재들이 매우 심

    각한 공급부족 상태에 처해 있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기금이나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커다

    란 빈틈이 존재한다. 이러한 부문이야말로 ‘전인민의 소유’인 국유자본이 마땅히 쓰여야 할

    곳이다. 수년 전에 나왔던 건의대로, 수조 위안에 상당하는 국유기업 지분을 전국 사회보장

    기금 이사회에 넘겨 이를 근로자 사회보장기금의 결손을 보충하는데 이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경제학자들이 좋은 제안을 많이 내놨는데, 예를 들어, 천칭타이(陈清泰) 교수는 국

    유자산을 자본화한 뒤, 일반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국유자본의 30% 혹은 50%를 사회보장

    기금이나 공익성 기금에 넘김으로써 당초 취지대로 국유자산을 전인민이 소유하고 전인

    민이 그 혜택을 누리도록 하자는 건의를 한 바 있는데, 이에 찬성한다. 이 건의를 실행하

    려면 특수한 법정 기구를 설립하여 국유자본을 배분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 기구는 기금

    의 운영규칙을 제정하고 기금 운영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

    - 러시아 등 체제이행경제들과 중국 일부 지역들의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중국이 대대적인

    국유기업 개혁을 단행할 경우 국유자산의 대규모 유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근거가 있는 우려다. 하지만 과거 국유기업 개혁 사례가 다 그처럼 실패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나 지역들의 경우 법제가 비교적 건전하고 사회적 감독이 실효성이 있었고, 채택

  • 8 LG 瞭望中國 2012. 11

    한 방법 역시 적합했기 때문에 국유경제 개혁이 성공적이었다. 소극적으로 개혁을 회피하

    다 보면 정실자본주의 세력들이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인민의 재산을 가로챌 위험이 있다.

    정부가 책임을 지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여 일부 사람들이 권력을 이용해 국유경제

    개혁 과정에서 인민의 재산을 가로채지 못하도록 막고 초기 재산배분이 양극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 국유경제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일부 국유자본들은 영리성

    사업영역에 종사한 바 있다.

    “특수한 산업에 속하는 극소수 기업들이 특별법인으로서 국가 독점기업으로 운영되는 경

    우를 제외하고 절대다수의 기업들은 주주가 다원화된 기업으로 개혁되어야 마땅하다. 그

    들 역시 하나의 기업으로서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경쟁기

    업들과 공평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특수한 권력을 향유하거나 정책상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 집권정당은 다원화된 소유제의 경제부문이 공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공산당 집권

    의 기초로 삼고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

    - 이 문제는 2007년에 열린 중국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결정된 ‘공평한 물권 보호’

    와 ‘각종 소유제 경제의 공평한 경쟁을 통한 상호발전의 새로운 구조 촉진’ 과제를 어떻게

    실현하느냐하는 과제와도 연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국유기업들이나 정부 관료들과 결탁한 비국유기업들의 행정

    독점 특권을 제거해야 하고, 둘째 시장 진입에 있어 ‘네거티브 원칙’을 실현하여 민영기업

    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또한 민영기업들을 교육하고 지원하여 일부 세력이 행정

    기관과 결탁하거나 권력 또는 국유기업에 의존해 렌트를 추구하는 불공정 행위를 스스로

    막아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 자연적으로 형성된 시장경제와 달리 중국의 현행 체제는 계획경제가 변하여 형성된 것이

    기 때문에 ‘국가 신디케이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일부 국유기업들과 정부의 특별보

    호를 받는 일부 비국유기업들은 정부가 부여한 독점적 권력을 갖고 있다. 경쟁 부재와 경

    쟁 제한은 시장질서를 파괴해왔다. 어느 학자가 말한 것처럼 “행정독점은 중국 경제 제1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법학계와 경제계 지식인들은 중국 경제의 행정독점 현상과 ‘반독점

  • LG 瞭望中國 2012. 11 9

    법’의 유명무실에 대해 심층연구를 진행하여 행정독점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건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건의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독점법을 개선하고 강력히 집행하는 것은 중국의 시장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해

    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이다. 공정한 경쟁질서가 행정적 독점에 부딪혀 훼손되는 것은

    현단계 중국 시장경제가 직면한 엄중한 도전과제다. 이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하게 악화

    한 것은 현존 시스템의 중대한 결함에서 비롯하는데, 이는 반독점 시행이 지지부진한 원

    인이기도 하다. 2007년의 ‘중화인민공화국 반독점법’은 제5장에서 ‘행정권력을 남용한 경

    쟁 제거 및 제한’과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동 조항은 위법 행위의 범위를 ‘행정권력

    남용’으로 한정하고, ‘남용’을 ‘상품의 지역 간 자유유통을 방해하는 행위’로 정의함으로

    써, 지역 보호적 행정독점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행위를 합법화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아울러, 반독점법에 저촉되는 경제성 행정독점 행위에 대해 상무부, 공상행정관리총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반독점법 집행기구에서 조사 및 처리하도록 되어 있고, “행정기관

    과 법률 및 법규에 따라 공공사무를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 행정권력을 남용하

    여 저지르는 경쟁 제거 및 제한” 등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상급기관이 책임을 묻고 시정

    하도록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에서 유관 행정기관과 조직(기업 포함)의 행정독점은 통상 모두가 당

    정 주무기관의 법규나 명령에 의거하여 이루어진다. 이러한 행정기관들이 자신이 관할하

    는 기업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자신이 제정한 법규나 규칙 혹은 자신이 하달한 명령에

    의거한 위법행위를 시정하도록 하는 것은 호랑이한테 제 가죽을 벗기도록 시키는 것과 무

    엇이 다르겠는가? 그러니 중국에서 행정독점이 범람하여 지금과 같은 재난 상태가 초래

    된 것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 그래서 정부의 행위를 감독하고 정부부문의 행정권력 남용을 통한 시장경쟁 제한 및 훼손

    을 방지하는 것이 반독점법의 주된 내용이 돼야 한다고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독점이 사회주의시장경제의 원활한 운행을 저해하는 것을 막으려면 국유자본의 국민경

    제 내 역할 및 비중 조정과 국유기업 개혁을 흔들림 없이 밀고나가는 것 이외에 반독점

    개혁을 확고히 추진해야 한다. 첫째, 반독점법을 수정하거나 행정독점을 저지르는 당정기

    관들을 대상으로 한 반행정독점법을 별도로 입법화해야 한다. 둘째, 당정기관의 상위에

    반독점법 집행기관을 설립하여 경제적 독점 사안과 더불어 행정적 독점 사안까지 책임지

  • 10 LG 瞭望中國 2012. 11

    고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행정독점은 통상 행정기관의 부당행위와 관련이 있기 때

    문에 마땅히 행정법을 개정하여 법원에 정부 행위 감독권과 부당행위 시정 요구권을 부여

    해야 한다.”

    - 요즘 경제활동이 날로 복잡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장질서를

    세우고 유지하는데 법원의 법 집행 이외에 다른 형식의 법 집행 형식이 나타나고 있다. 일

    례로 행정감독 관리 같은 준사법적인 법 집행 형식을 들 수 있다. 이 방면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에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개별적인 행정명령이 합법적 감독관리를 대체하여

    렌트 추구 행위를 손쉽게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증권시장 감독관리에 있어 사실상의

    심사승인이 의무적 정보공개제도의 집행을 대체하여 각종 폐단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것

    들도 적극적이고 온당한 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3. 법치 확립, 민주와 헌정 추진

    - 경제적 독점이나 행정적 독점 모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관계가 있다. 경제

    개혁과 정치개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지만 경제체제 개혁에 비해 정치체제 개혁은

    더욱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정치체제 개혁 없이는 경제체제 개혁도 성과를 거

    두기 어렵고 사회적 모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 가고 있다. 정치체제 개혁 방

    면에서 중국은 무엇을 할 수 있나?

    “먼저 정치체제 개혁의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어떤 정치체제를 세워야

    할것인가? 법치 확립, 민주화 추진, 헌법정치 실행 등 세 가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법치(the rule of law)란 ‘법의 통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고대에 유래하여 근대에 들어와

    점진적으로 완비된 통치이념이자 통치제도을 말한다. 기본 내용은 (1)법률은 처벌의 유일

    한 근거다 (2)그 누구도 법률 위에 군림할 수 없다 (3)법정의 결정은 개인의 권리를 보호

    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법치는 중국인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법제(法制)나 고대 법가에

    서 이야기하던 ‘법을 활용한 지배’(rule by law)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중국 전통사

    회의 통치자들은 법률을 자기의지의 체현이자 신민을 통치하는 도구로 이용하는데 그쳤

    다. 반면, 현대사회의 법치는 공공의 기본정의 체현을 근거로 한 법의 통치, 즉 법률 앞에

  • LG 瞭望中國 2012. 11 11

    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이념을 실현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법치는 민주에 앞서는 경향이

    있다. 영국을 예로 들면 1216년의 대헌장이 법치의 시작이었고 1688년의 명예혁명은 민

    주제도의 서막을 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양자의 상호의존성이다. 민주제도가 확립되어야

    만 법치의 실행이 근본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 민주제도는 두 가지 기본유형이 있다. 하나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후 자코뱅 독재 시기

    에 실행된 ‘급진적 인민민주주의’ 혹은 ‘직접 민주주의’ 제도이며, 다른 하나는 1668년 영

    국의 ‘명예혁명’ 후 점진적으로 완성된 헌정 민주주의제도이다. ‘문화대혁명’이 실행한 것

    은 자코뱅 식의 민주주의였다.

    “중국이 선택해야 할 민주주의는 헌정 민주주의일 수밖에 없다. 헌법은 국가권력의 기본

    틀이며, 헌정의 요체는 권력 행사의 주체는 모두 일정한 제약을 받으며, 구속을 받지 않

    는 권력 주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겉보기에 주권은 대중들에게 있지만 실질적 주

    권은 소수의 ‘카리스마’(개인적인 매력이 있는 지도자)에게 있는 ‘급진적 인민민주제도’와

    달리 헌정 민주주의는 권력의 상호견제를 필요로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이 공공권력 찬탈

    을 예방하고 주권재민을 진정으로 실현시킨다.”

    - 법치, 민주와 헌정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다른 것들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관

    계에 있다. 하지만 세 가지의 확립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중국의 현실을 고려

    했을 때 어디서부터 정치개혁을 하는 것이 가장 실현가능한 방법인가?

    “세계 각국의 헌정 민주주의 실현과정과 중국의 실제 상황을 결합해 볼 때, 법치에서 시

    작해 중국의 현대 민주제도를 건설하는 것이 가장 용이한 방법인 것 같다. 또한 법치국가

    건설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도 매우 급박하다.

    중국의 시장은 이미 ‘인격화 교환’ 위주의 ‘아는 사람 시장’에서 ‘비(非)인격화 교환’ 위주

    의 ‘낯선 사람 시장’으로 발전함에 따라 쌍방간 혹은 다자간 명성과 처벌 기제는 잘 통하

    지 않게 되었다. 법정이 주축이 되어 제3자가 법을 집행하는 체제를 통해 계약의 시행을

    보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체계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사법 지방화’가 계약 집행의 중요한 문제로 떠

    오르고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국가별 법치지수 순위에서 중국은 항상 낮은 순위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갈수록 점수가 떨어져 1998년의 52.4점에서 2004년의 40.6점으로

  • 12 LG 瞭望中國 2012. 11

    하락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기업가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없다.

    그들 중 일부는 간혹 부당한 수단을 사용하거나 관련 공무원들과 결탁하여 자신을 보호하

    거나 경쟁우위를 확보하려고 한다.”

    - 그러한 방법은 시장경제 규칙을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가들의 창의력을 저해하고 중

    국 경제의 발전 잠재력을 약화시켰다. 또한 행정 부패를 악화시키고 사회계층의 소득격차

    를 확대해 중국 경제와 사회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법치국가 건설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전체 국민, 특히 공무원들에게 법치 관념을 심어줘야 한다. 법치 관념은 선진 정치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며 현대사회의 핵심가치 중 하나이다. 이는 중국의 전제군주 사상과

    대립할 뿐만 아니라 ‘전제정치는 어떠한 법률 제약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혁명의식’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법치 관념은 법률에 지고무상한 지위를 부여하며, 집

    권당과 그 지도자들을 포함한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도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활동해

    야지 법률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철저한 사상 계몽운동이 필요하다.

    둘째, 공인된 기본적 정의에 부합하는 법률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먼저, 법률과 행정기구의

    정책이나 명령은 헌법정신에 부합해야 한다. 헌법의 주요내용과 기능은 권력 분배다. 헌법

    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확립함과 동시에 이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한다. 또한 법치 아

    래서 법률은 투명성을 지녀야 한다. 투명성을 담보하려면 첫째, 입법과정에 국민들의 광범

    위한 참여가 필요하다. 둘째, 법률은 국민들이 주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대 법치 관념에

    따르면 국민들이 주지하지 못하는 법률은 효력이 없다. 현재 일부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민중의 이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법률과 행정법규를 정당기관의 ‘내부

    문서’로 규정하고 ‘기밀’에 부치거나 내부적으로 처리방법을 모색한다. 셋째, 법률은 전체

    사회 구성원들에게 적용되어야 하고, 안정성이 있어야 하며 소급적용해선 안 된다. 그래야

    만 국민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법적 결과를 안정적으로 예상하고 자기 사업에 매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꽌시나 뇌물을 통해 부당한 자유

    재량권을 가진 관료들에게 잘 봐줄 것을 청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셋째, 법관의 판결의 독립성과 공정한 법 집행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법치국가 수립의

    기본사항인데, 사법부 종사자들의 부패와 행정적 간섭은 이의 실행에 가장 큰 장애물이

    다. 이런 장애물을 없애려면 제도 개선 이외에 법관들의 자질 제고와 국민의 감독 강화가

  • LG 瞭望中國 2012. 11 13

    필요하다. 공산당은 집권정당으로서 당 조직의 엄격한 법 준수와 사법 업무의 합헌성과

    합법성을 감독하고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감독과 보장은 유관 인원들의 임명 절차와 재

    판 절차의 공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직접 관료를 임명하거나 재판에 간섭하

    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 법치가 정치체제 개혁의 돌파구라면 정부개혁은 정치개혁의 관건이다. 목하 중국 정부는

    여전히 ‘만능정부’ 체제다. 비록 일부 관료들은 ‘인민의 공복’이라는 구호를 입에 달고 다

    니지만 실제로는 ‘사회의 주인’이며 ‘군중의 우두머리’ 지위에 있다. ‘국가 목표’와 ‘공공이

    익’을 명분으로 자신의 의지를 사회에 강요하고, 국민들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들을 ‘치하’

    의 ‘백성’을 대신하여 처리한다. 중국처럼 오랫동안 전제주의 전통이 유지되어온 나라에서

    는 이처럼 완전히 전도된 관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중의 인정을 받기도 한다.

    지방 공무원들이 ‘부모 같은 공무원’이라고 불리고 청렴한 공무원들이 ‘백성의 부모’라고

    칭송받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현대 정치문명과 어울리지 않는 케케묵은

    관습 때문에 일부 공무원들은 대중의 이익과 관련된 일을 처리할 때 매우 무책임한 태도

    를 갖게 되고, 투표자와 납세자들을 위해 복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권세를 이용

    해 그들의 이익을 침범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많은 지방에서 불법철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들이 국민의 이익을 자의적으로 침범한 전형적인 케이스다.

    “130년 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파리코뮌을 평가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가

    기관이 사회의 심부름꾼에서 사회의 주인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

    한 바 있다. 레닌의 국가 신디케이트가 발전된 ‘만능정부’ 체제의 가장 큰 병폐는 정부와

    인민의 주종관계를 뒤집는다는 데 있다.

    정부개혁은 이렇게 전도된 주종관계를 다시 뒤집어 현대 정치문명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

    부체제를 세우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중국 공산당 집정 이래의 역사적 교훈에 근거하여

    이런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과거에 발생한 각종 잘못은 어떤 지도자의 사상, 풍조와 연관

    이 있다. 하지만 조직제도, 업무제도가 더욱 중요하다. 이런 제도들이 좋으면 나쁜 사람

    이 임의로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되며, 제도가 좋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 좋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 반대로 나아가게 된다.” “스탈린은 사회주의 법과 제도를 파괴했다.

    마오쩌둥 동지는 이에 대해 이러한 사건이 영국, 프랑스, 미국과 같은 서방국가에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인식했지만 사실상 지도자제도의 문제와 기타 원

  • 14 LG 瞭望中國 2012. 11

    인들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화대혁명’이라는 10년의 대재앙을 초래했다.”

    정부는 정치개혁의 대상이자 정치개혁의 주요 추진역량이기 때문에, 정부 자신의 개혁은

    정치개혁의 관건이다.”

    - 비록 현재 많은 사람들이 정부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동감하지만, 정부개혁의 목표

    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어떤 이는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고 주장하고, 다

    른 이는 정부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가지 모두 편향된 면이 있다. 정부개혁의 목표는 ‘유한(有限)정부’, ‘효율적인 정부’가

    되어야 한다. ‘유한정부’란 계획경제 하의 만능정부(무한정부)와 상반되는 정부형태다. 경

    제 측면에서 보면, 시장경제 조건 하에서 정부 기능의 범위는 한정적이다. 정부가 장악하

    는 자원은 공공재 제공과 관련된 자원에 한정되어 있으며, 마음대로 자원을 확장할 수 없

    다. 희소 자원의 배분 역할은 기본적으로 시장이 맡아서 한다. 이른바 ‘효율적인 정부’란

    정부가 납세자의 감독 하에 정부의 관리를 개선하고 횡령과 낭비를 근절하여 적은 비용과

    높은 효율로 대중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 ‘유한정부는 정부의 권력을 한정하는 것이고, 유효정부(有效政府)는 정부가 고효율의 공

    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나?

    “맞다. 좋은 정부는 자기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민중에게 우수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다.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정부개혁을 위

    해서는 다음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첫째, 국민의 기본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을 것을 보장해야 한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과

    중국 정부가 서명한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의 기본권리를 명확히 규정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시위, 종교 등의 자유, 신체에 대한 권리와 선거, 피선거 등의 권리는 확실한

    보호를 받아야 하며, 어떠한 침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정부의 공공활동에 대해 알 권리 역시 기본적인 인권이다. 그러므로 현대 국가는

    모두 정보공개를 입법화한다. 국가안보와 관련 있고 합법적 절차를 거쳐 공개의무가 면제

    된 정보 이외에는 모두 대중에 공개되어야 한다. 정보의 투명화가 이루어져야만 국민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정부와 공무원을 자신의 감독 아래에 놓을 수 있다. 그래

    서 잡지, TV, 인터넷 등 매스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각급 정부는 헌법이 국민에

  • LG 瞭望中國 2012. 11 15

    게 부여한 알 권리와 감독권 행사를 지지하는 것을 기본 기능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정부는 헌법과 법률을 엄격히 준수하고, 법에 의거한 행정을 구현해야 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각급 정부가 토지, 자금 등 자원을 분배할 때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정부활동의 경계선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보니 공무원들이 과도한 자유재량권과 렌트 추

    구 기회를 향유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각급정부가 행사하는 경제자

    원 권력을 줄임과 동시에 공무원들이 직무를 수행할 때 법을 준수하도록 하고, 그들이 국

    가 명의로 국민의 기본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와 국

    무원은 정부 행정권력을 제한하는 일련의 법규를 제정했는데, 문제는 이들을 제대로 집행

    할 수 있느냐이다.

    법에 의거한 행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집권당인 공산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공

    산당 당장’은 “당은 반드시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활동해야 한다”, 당원은 반드시 “국가

    의 법률과 법규를 모범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덩샤오핑은 수십 년 간의 국

    가영도 경험과 과거 ‘좌파’ 노선 아래 당정 미분리, 정기(政企) 미분리 상황을 돌아본 뒤 당정

    분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출한 바 있

    다. 그 중 일부는 1987년 중국공산당 13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일정기간 실제로 시행되기도

    했다. 당시의 시행 경험을 진지하게 결산하고 온고지신하여 확대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층선거제도를 개선하여 민주주의를 점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중국의 민주주

    의 정치 건설은 기층선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중국공산당 제11기 3중전회 이후 ‘기층

    정권과 기층 사회생활에서 인민의 직접선거를 점진적 실현’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1980

    년대 초 농촌에서 ‘농가 세대별 생산 책임제’가 실시된 이후 촌민위원회 자치조직이 설치

    되었으며, 1982년의 헌법에서는 이러한 기층 자치제도에 대해 명확하게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1987년 제정한 ‘중화인민공화국 촌민위원회 조직법(시범실시)’에서는 ‘촌민위

    원회 주임, 부주임과 위원은 촌민들의 직접선거로 선출한다’고 규정되었다. 1998년 정식

    시행된 ‘중화인민공화국 촌민위원회 조직법’에서는 직접선거 절차가 개정되었다.

    2010년까지 전국 농촌위원회는 대다수 지역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선거를 진행했는데,

    이에 따라 수백만 명의 ‘촌관’ 선출이 임명제에서 직접선거로 전환되었다. 일부 지역에서

    는 촌보다 더 큰 행정단위인 향전(乡镇) 수준에서 직접선거가 시범실시되기도 했다. 하지

    만 기층의 선거문화가 아직 성숙하지 않아 선거 조작이나 뇌물선거 횡행 등의 현상이 나

    타나고 있다.

  • 16 LG 瞭望中國 2012. 11

    넷째, 공민사회 양성과 사회의 조직능력 제고가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이익다원화와 다채

    로운 사회활동은 공공행정이 당정기관과 행정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민간사회의 발전과

    각종 사회조직의 자치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전통적인 ‘큰 정부,

    작은 사회’ 체제가 가진 중요한 특징은 국가권력의 극대화와 사회활동 공간의 극소화였

    다. 그 결과 1956년 실시된 사회주의 개조, 특히 1958년 인민공사화(人民公社化) 이후에

    가정 이외의 사회조직들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업종과 영역을 불문하고 모든

    사회가 공무원 관직을 위주로 한 통일된 행정체계로 묶여버리게 된 것이다.

    이것이 생명력과 활력이 결핍된 ‘사회가 없는 국가’다. 정부 지도자가 정책을 하달하면 이

    러한 조직체계는 국가의 권위를 등에 업고 모든 이용가능한 자원을 동원하여 국가적 목표

    를 실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체계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곧 사회조

    직이 자발적 조직능력 없이 공무원들의 명령에만 의존하게 되고, 국가가 규정하지 않았거

    나 공무원의 허락을 받지 못한 경제활동은 모두 정체되는 문제점이다. 인민이 주인이 되

    는 국가가 되려면 민간사회의 자체 조직 역량이 강화되어 사회조직이 각종 공공사무를 자

    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풍부하고 다채로운 사회생활과 활발하고 생동적인 정

    치국면이 나타나 경제, 정치, 문화의 번영을 실현할 수 있다.

    - 정치체제의 진일보된 개혁은 각급정부가 자기혁명을 하고, 부분적 권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회서비스 기능을 증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신의 권력을 줄이고 자기혁명을 진

    행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 때문에 어떤 정부 공무원들은 정치개혁을 방해하고 개혁

    과정에서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등 개혁을 새로운 렌트 추구의 기회로 왜곡하려고 한다.

    “확실히 그렇다. 봉건전제 전통이 강하고 민주법치 전통이 약한 중국이 헌정을 실현하고

    민주와 법치의 시장경제를 이룬다는 것은 위대하지만 매우 어려운 임무가 될 것이다. 100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중국인들은 몇 세대에 걸쳐 현대화 국가 건설을 위한 노력을 기울

    여 왔으나, 번번히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최근 30년간 중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역사적

    진보를 거듭해 왔으나 개혁은 완성되지 못했고, 미래의 길도 평탄치 못하다. 시장경제 개

    혁 임무를 계속 추진해 완성하는 동시에 적극적이고 신중하게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중국 개혁의 주제일 뿐 아니라, 중화민족의 흥망과 모든 국민의 기본적 이익에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는 일말의 주저도 있어서는 안 된다. 방해물을 제거하고

    난관을 극복해야만 누대에 걸친 중국인의 꿈, 즉 중국을 부유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이 있

    는 현대국가로 변혁시킬 수 있다.”

  • LG 瞭望中國 2012. 11 17

    린이푸 : 성장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2

    1. 중국 경제 지속발전의 조건

    투자는 미래의 소비

    - 린 교수는 이번에 귀국 후 한 모임에서 중국이 여전히 소비주도가

    아닌 투자주도로 가야 하며, ‘4조 위안’ 부양책은 폐단보다 이익이

    크다고 말해 논쟁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먼저, ‘4조 위안’ 부양책은 이익이 더 크다. 가장 큰 이익은 일자

    리를 보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폐단은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

    정책 위주였다는 것이다. 그 뒤 자산거품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

    다. 하지만 이것들을 모두 ‘4조 위안’ 부양책 탓으로 돌리기는 어

    렵다. 중국의 신용대출 관리시스템과 내재적인 관련이 있다.

    다음으로, 소비는 현재의 수요다. 그러나 소비를 다 하면 없어진

    다. 지속할 수가 없다. 투자 역시 당시로서는 수요다. 하지만 다

    음 시기에는 생산력으로 변화하여 소득을 창출하고 소비수요와 투자수요를 포함한 새로

    운 수요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중등소득 국가이다. 하지만 고소득 국가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고속철 건

    설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케인즈주의의 병목을 뛰어넘는 프로젝트다. 농

    촌은 전반적으로 인프라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도시 인프라 역시 완비될 필요가

    있다. 지하철을 좀더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신구조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 산업은 고도화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또한 많은

    인프라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만약 투자를 포기한다면 어떻게 생산력을 제고하고, 선진

    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겠는가? 투자가 없다면 인프라 완비를 통해 경제성장을 저해하

    는 높은 거래비용이라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기야 하겠는가?”

    2 《财经》十四年纪念版(2012年10月15日)에 실린 ‘林毅夫谈全球增长与中国发展’ 제하의 글을 발췌, 번역한 것임.

    린이푸(林毅夫)베이징대 경제발전연구원 명예원장

  • 18 LG 瞭望中國 2012. 11

    - 린 교수는 “현재 중국정부의 부채율이 GDP의 40%를 넘지 않고, 국제적 경계선인 60%와

    거리가 있으므로 여전히 투자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양로금과 같은 미래

    의 부채를 부채 통계에 포함시킨다면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중국에는 여전히 대규모의 국유자산이 존재한다. 그 중 상당부분이 응당 사회보

    장기금으로 넘겨져야 할 것이다. 이 부분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중국정부의 부채율은

    GDP의 40%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다. 투자 능력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득분배 개혁에 대한 근본적 접근 필요

    - 현재 소비율이 너무 낮고 내수가 부진하다는 것이 주류의 시각인데…

    “문제는 ‘눈에 보이는 것만 고치느냐, 아니면 근본을 개혁하느냐’이다. ‘보이는 것만 고친

    다’는 것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

    는 1차 분배가 불공평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2차 분배로서, ‘머리가 아프면 머리를 치료

    하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를 치료하는’ 격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을 개혁한다’는 것은, 1차 분배의 불공평을 철저하게 해결하고, 장기간의 체제 왜곡

    을 바로잡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소득 계층은 높은 저축성향을 보이고, 저소득계층은

    소비성향이 높다. 만약 1차 분배에서 소득이 후자로 더 많이 가게 되면, 국민소득에서 소

    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게 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半)시장-반(半)계획’의

    쌍궤제(双轨制) 개혁이 남긴 불공정한 소득분배의 왜곡을 바로잡는 일이다.

    먼저, 금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중소은행을 발전시키고, 중소기업의 융자난을 해결해야

    한다. 덩치 큰 은행들이 부자와 대기업들에 치우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

    다. 다음으로, 자원세를 개혁해야 한다. 자원산업을 리스크에 대응하는 정상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산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독점산업을 경쟁에 개방해야 한

    다. 일부 자연독점 산업의 경우 존재의 이유가 있지만, 행정적 독점은 바람직하지 못하

    다. 개혁개방 30여 년 동안 보호를 통해 생존을 이어나갔던 중화학공업이 최근에는 이미

    비교우위를 갖추었다. 그렇다면 기존의 쌍궤제는 이미 사명을 다한 셈이다. 국유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왜곡은 사라져야 하며, 이런 영역들은 민간자본에 개방되어야 한

    다. ‘민영 36조’(국유기업이 독점하던 영역에 민간기업 진입장벽을 낮춘 36개 항목의 조

    치로, 2005년과 2010년에 각각 반포)는 하루빨리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 LG 瞭望中國 2012. 11 19

    이상의 세 가지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소득분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고 내

    수가 진작될 수 있겠는가?”

    - 중소은행을 발전시킨다 해도 여전히 간접금융 위주로 가는 것 아닌가? 최근 중앙은행은

    12.5 규획 기간에 자본시장을 다층적으로 발전시켜 기업의 자금 마련 루트를 다양화하려 하

    고 있다.

    “신구조주의 경제학에서는 한 나라의 비교우위는 요소 부존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

    다. 자원배분은 이에 따라 내생적으로 이루어진다. 직접금융 루트를 확대할 경우 최종적

    수혜자는 여전히 대기업과 부자들이다. 채권을 발행하려면 투자은행 같은 중개기관들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든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기

    업에 적합하고,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렵다.

    금융구조든 기타 유무형의 인프라든 모두 그 나라의 실물경제 수요에서 내생적으로 결정

    된다. 실물경제는 물론 부단히 변화한다. 만약 구미 국가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다차원적

    인 자본시장은 자연히 생겨나기 마련이다.”

    - 린 교수는 여러 차례 “향후 20년 중국경제가 여전히 연평균 8%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고 주장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어떤 개혁조치가 있어야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되는 것인가?

    “만약 중장기 발전의 병목요인들을 해소하고 비교우위에 근거하여 산업을 발전시키고, 후

    발자 이득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8% 성장은 실현가능하다. 구매력 평가에 기초한 1인당

    소득은 일국의 경제발전 수준을 가늠케 하는 척도다. 이 기준에 의거할 때 2008년 중국

    의 1인당 소득은 미국의 21%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의 1인당 소득 대비 각국의 1인당 소

    득의 비율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의 1951년, 싱가포르의 1967년, 타이완의 1975년, 한국의

    1977년 수준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이들 4개국은 이후 20년 동안 각각 8% 가량의 성장

    을 유지한 결과 1인당 소득이 미국의 절반 이상으로 올라갔다. 이들 국가는 모두 중국이

    향후 20년간 8%의 성장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의 참고모델이 될 수 있다.

    ‘8% 성장잠재력’이 그대로 현실의 ‘8% 성장’으로 실현될지 여부는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

    지느냐, 산업구조 전환 및 고도화 과정에서 비교우위에 의거하고 후발자 이득을 충분히

    활용하느냐 등의 여부에 달려 있다. 그간의 논란은 많은 사람들이 ‘잠재력’이라는 글자를

    떼어내고 내 말을 이해하려고 해서 생긴 것이다.”

  • 20 LG 瞭望中國 2012. 11

    ‘정부의 손’은 어디까지 펼쳐야 마땅한가

    - 현재 미시경제 영역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부패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회 불공정 등 문제까지 더해져 많은 학자들은 정부의 손이 과도하게 경제에 개입하

    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린 교수가 말하는 신구조주의 경제학이나 신

    마샬플랜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다. 먼저, 소득분배 개혁의 세가지 근본적인 처방에

    서 근본적인 해결 과제는 곧 ‘부패’이다. 두 번째로, 선진국들의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도

    행정적 관여는 매우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특허,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 정

    부구매, 행정명령 등이 그 같은 예다. 기초연구에 있어 선진국의 재정 역시 무한정일 수

    는 없다. 이렇게 예산제약이 있다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기준은 물론 ‘어떤 과

    제가 경제사회의 발전에 더 많이 기여할 것인가’이다.

    정부가 왜 B가 아닌 A를 구매하는가 역시 선택의 문제다. 선진국 정부들 역시 행정명령

    을 내린다. 예를 들어, ‘10년 후 신에너지의 비중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같은

    것들이다. 본질적으로는 이것 역시 일종의 산업정책이다.

    세 번째, 후발국가가 비교우위 산업을 선택할 때는 선진국들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정보

    면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정부가 산업 추세에 대한 판단에 입각해 자국기업들을 유도

    해 나간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개도국 정부가 이런 유도 및 지원 역할을 포기

    한다면 유용한 무기를 썩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 국내 일부 학자들은 정부가 산업정책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면서, 산업단지 조성 같은

    조치가 가격 신호 체계를 왜곡하고, 경제성 없는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추진하게 한다고 비판한다.

    “정부 판단에 하자가 있더라도, 예컨대 어느 지방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모종의 산업정

    책에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벌이는 사업은 예산법의

    구속을 받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데다 중앙정부

    보조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 장기간 추진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개혁개방 30여 년간 중국의 산업정책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비교우위 산업을 제대로

    선택했고, 수출 주도 전략으로 후발자 이득을 많이 활용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난 30년

    간 연평균 9.9% 성장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 LG 瞭望中國 2012. 11 21

    중국이 직면한 세 가지 함정

    - 중등소득 국가 대열에 진입한 중국이 피해가야 할 함정은 무엇인가?

    “대략 세 가지의 함정을 피해가야 한다.

    먼저, 불안정한 국제 통화체제와 위안화 국제화에 잠재되어 있는 커다란 위험을 피해가야

    한다. 현재 단기 투자자본이 전세계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화자산이 충분한 선진국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안화 국제화를 너무 성급히 추진할 경우 중국 경

    제가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문제는 환율 개혁과 금리 개혁이 지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자본시장 자체가 아직

    완비된 상태가 아니며, 채권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이다. 큰 파도가 몰려오면, 거대

    한 바다로 쓸려나가 가라앉을 우려가 있고, 작은 강에 내동댕이쳐진다 해도 배가 뒤집힐

    수 있다.

    나는 2009년에 쓴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의 대책’이라는 논문에서, 우리는 지금 “담을

    높이 쌓고, 식량을 비축하고, 왕(王)을 자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담을 높이 쌓는다’는 것은, 외국인직접투자(FDI)는 환영해야 하지만, 위안화의 완전 자유

    태환은 시기상조이며, 단기자본의 유동과 주식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외자 투자는 제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을 비축한다’는 것은, 위기가 발생하면 현금이 왕이기 때문에 계속하여 대량의 외환

    보유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위안화 환율은 절상 기대가 유지되는 것이 절하 압력

    이 발생하는 것보다 낫다.

    ‘왕을 자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여전히 ‘도광양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내외적으로 유

    리한 현 시기의 조건을 이용하여 개혁을 단행하고 각종 체제를 완비하여 경쟁력을 제고하

    고, 위안화를 성급하게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 8~9년 전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500억 달러였다. 린 교수는 한 강연에서 “이 정도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면 충분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당시의 9배 수준이

    다. 그런데도 많은 외화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말인가?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국제 통화체제에서는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몇몇 주요 기

    축통화국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펴지도 않았다. 위험이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다.

  • 22 LG 瞭望中國 2012. 11

    ‘대규모의 외환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은 정부가 죽어라고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비

    교우위에 순응하고 추세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 중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피해가야 할 두 번째 함정은 무엇인가?

    “개혁하지 않는 것이 곧 함정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식량 비축’에는 소득분배 개혁, 자

    원 가격 개혁, 도농격차 개혁 등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과 경쟁력을 개선하는 개혁들이 당

    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조금 전에 말했듯이 채권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은데, 더욱 발전시

    켜 지방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 예산법에 의해 지방정부의 직접 채권 발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산업을 잘못

    선택하더라도 크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만약 지방정부가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되면 위험이 커지지 않을까?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최근 “지방정부에 채

    권 발행 권한을 부여”할 것을 주장했는데, 이런 주장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방정부는 경제활동의 주된 주체이고, 비교우위 산업이 무언지 더 잘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지방정부의 경제활동에 대한 직권과 재정권이 맞물리지 못했다. ‘4조 위

    안’ 재정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대부분 융자 플랫폼을 매개로 하여 프로젝

    트 만기와 융자 만기가 불일치하는 방식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이는 직권과 재정권

    의 부조화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지방정부에 채권 발행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문제는 지방정부에

    채권 발행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지방 인대(인민대표대회)에도 실질적인 예산 관리 권

    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지방정부와 인대의 수평적 관계에 질적인 변화가 생기고, 중앙과 지방의 수직

    적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것이 개혁에 있어 노력해야 할 방향이다. 이 개혁이 제대로 실현되기 전에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허가와 규제를 받아야 할 것이다.”

    - 세번째 함정은 무엇인가?

    “그것은 희망과 실제조건 사이의 격차에서 발생한다. 즉 구조주의 기치 하의 추월의 함정

  • LG 瞭望中國 2012. 11 23

    이다. 지금도 이 사고방식은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정부도 학자도 너나없이 ‘고지를 점할

    것’을 강조한다. 이 희망은 번번이 실현되지 않았고, 그 때마다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 그 사고방식이 비교우위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예를 들어보겠다. 소련은 우주항공 산업에서 줄곧 미국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우주 개발

    경쟁은 한 산업분야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화학공업, 재료공업, 통신공업 등 일련의 산업

    을 포괄하는 경쟁이었다.”

    - 옛 소련은 몸집이 크고 자연자원도 풍부하여 미국과 최첨단 산업에서 경쟁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구 소련이 우주산업에서 미국과 경쟁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소련은 중등소득 국가였고, 이러한 산업은 소련의 비교우위 산업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우주산업과 관련된 모든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야 했다. 비교우위를 갖추지 못한 산업에

    자원이 집중되면서 비교우위 산업들은 자원 투입 부족으로 지속발전이 불가능했다.”

    - 그것이 옛 소련과 러시아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근본원인이었나?

    “주요원인이었다.”

    - 그렇다면 이런 산업은 발전시키면 안 되는 것인가?

    “물론, 안보상 발전시키지 않을 수 없는 산업도 있다. 그런 산업 외에 경제발전은 여전히

    경제법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일국의 산업구조의 전체적인 수준은 요소 부존구조의 수

    준, 즉 1인당 자본의 풍부한 정도에 달려 있다. 일국 산업구조의 전체적인 수준을 제고하

    는 것의 전제는 요소 부존구조 수준의 제고이다. 자본은 잉여의 누적에서 나온다. 비교우

    위에 따른 발전이 최대의 잉여를 창출할 수 있고, 투자수익률도 가장 높다.

    따라서 자본 집적과 요소 부존구조의 업그레이드가 가장 빠르게 이루어져 요소 부존 상황

    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도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에서 동등한 비

    교우위를 갖추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호 조치나 보조금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그

    들과 시장에서 직접 경쟁할 수 있다. 급하게 이루려고 무리를 하다가는 도리어 일을 그르

  • 24 LG 瞭望中國 2012. 11

    치고 만다. 비교우위에 따라 순서대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더 빠르고 더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2. 글로벌 경제성장의 신동력 탐색

    신(新) 마샬플랜

    - 글로벌 경제가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의 곤경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없나?

    “있다. 위기가 선진국에서 동시적으로 발생한 만큼, 전세계적으로 경기주기를 거스르는

    ‘슈퍼케인즈주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즉, 전세계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 성장의 병

    목을 해소하고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교통, 에너지인프라, 환경 등 분야에 투자하여 수요를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만

    약 규모가 충분히 크다면 과거 단일 국가가 위기 때 취한 통화절하에 맞먹는 효과를 가져

    와 위기 발생 국가에 구조 개혁의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다.”

    -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듬해 식량을 앞당겨 먹는 격’이라서 길게 보면 실질적인 효과가 없

    다고 보던데….

    “서양 경제학계는 전통적인 케인즈주의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실업률이 높을

    때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

    는 것을 ‘케인즈주의적 적극적 재정정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정부 채무가 증

    가하게 되고, 결국은 세수를 늘려 현재의 빚을 갚아야 한다. 국민들은 향후 세금을 많이

    낼 것을 예상하여 현재 일자리가 있고 소득이 있더라도 현재와 미래에 소비를 비슷한 수

    준으로 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게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인해 공공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사회의 총수요는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제기하는 ‘슈퍼케인즈주의’ 정책의 관건은 어떻게 하면 공공채무를 잘 이용하고 그

    질을 높여서 단기적으로는 수요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병목을 해소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효투자는 단기

    적으로 일자리와 수요를 창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산력과 생산성, 성장률

  • LG 瞭望中國 2012. 11 25

    역시 높이므로 정부의 세수 역시 늘릴 수 있다. 생산력, 생산성, 성장률 제고를 통해 늘어

    난 세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은 가중되지 않으므로 정부는 일자리와

    가구소득을 창출할 수 있으며, 국민들은 마음 놓고 소비를 함으로써 각종 수요가 증가하

    게 되는 것이다.”

    - 아프리카 지역까지 대상에 포함한 기초시설 투자가 글로벌 경제성장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겠나?

    “EU위원회는 향후 10년 동안 유럽의 인프라투자가 2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

    했다. 미국 토목기술자협회는 미국이 향후 5년 동안 2조2,000억 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하

    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기초시설 투자수요가 매년 약 1조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더 높은 추정치도 있다. 인도만 해도 향후 5년 인

    프라 투자수요가 1조 달러, 남미는 2030년까지 전력수요가 약 4,300억 달러로 전망된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아시아의 인프라 투자수요가 매년 약 7,5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

    했다.

    맥킨지는 인구증가로 인한 수요 확대, 도시화,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향후 10년간 인프라 투자가 8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개발도상국의 인프

    라 부문이 바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잉여자본의 유력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947년, 미 국무장관을 맡았던 마샬은 유럽 부흥을 위한 계획을 제출했다. 2차 대전 후

    유럽의 인프라 투자에 물질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유럽 부흥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만약

    지금 ‘신마샬플랜’을 가동한다면 개도국 GDP는 7%, 전세계 GDP는 2% 가량 증가할 것으

    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는 ‘뉴 노멀’에서 벗어나 ‘뉴 뉴 노멀(new new

    normal)’로 나아감으로써, 개도국은 성장률 높이고 선진국 경제는 안정적으로 회복함으

    로써 구조조정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신마샬플랜’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다함께 성장을 위한 서울 개발 컨센

    서스’의 9개 조치 중 첫 번째가 바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투자다. 그러나 당시 주류

    의견은 글로벌 경제가 곧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행동은 없었

    다. 그 해 10월 IMF 연례회의에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부터의 엑시트가 주류를 이뤘

  • 26 LG 瞭望中國 2012. 11

    다. 나는 당시 적극적 재정정책의 출구를 찾을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시

    기가 너무 이르면 회복 중인 경제가 다시 쇠퇴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재

    정정책 지출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2011년 IMF 연례회의에서 내가 2010년에 했던 주

    장과 동일한 건의를 듣게 되어 기뻤다.”

    - 그렇다면 자금은 어디서 나오나. 특히나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의 경우 자금 부족이 큰 문제

    가 될 것 같은데….

    “선진국은 화폐 발행 증가를 통해 재정적자를 메울 수도 있고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늘릴

    수 있다. 후자의 효과가 전자보다 훨씬 크다. 또한 대규모 국부펀드, 연기금 등은 수익률

    이 높은 투자처를 필요로 한다. 각국 국부펀드가 2008년 말 관리하고 있는 금융자산 규

    모가 약 3.2조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미 개도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되기 시작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부펀드 포트폴리오의 18%가 본국 이외의 신흥시장에 투자되고 있으

    며, 그 중 일부가 인프라에 투자된다.

    경제위기 와중에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투자처가 매력을 잃고 있다. 과거 연기금은

    일반적으로 정부채권과 자본시장에 투자됐다. 지금과 같은 ‘뉴 노멀’ 상황에서, 정부채권

    과 자본시장은 모두 안전하지 못하다. 정부 채권은 리스크가 높아졌고, 자본시장은 유동

    성 과잉과 금리 하락으로 인해 투자수익률이 매우 낮고 리스크는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개

    도국 인프라 투자는 장기투자자들에게 훨씬 큰 매력을 갖게 되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각국의 IMF에 대한 증자 금액은 약 1조5,000억 달러다. 거기에 인

    프라 투자은행인 유럽투자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미주개발은행, 세계은행까지 가세한다

    면 전세계 차원의 신마샬플랜은 충분히 실행가능하다.”

    빈곤국의 새로운 기회

    - ‘신마샬플랜’은 ‘신농촌 건설’을 상기시킨다. 중국에서 시장경제를 운영하고 얼마 안 되어

    1990년대에 경기과열에 따라 생산력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린 교수는 “대규모 농촌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 양자의 논리는 완전히 같으며, 다만 구조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프리카나

    기타 개도국에 투자하면 단기적으로 투자에 따른 수요 창출 이외에 장기적으로는 현지 소

  • LG 瞭望中國 2012. 11 27

    득 증가에 따라 소비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과 기타 국가의 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

    하면서 이들 국가의 산업 구조 고도화에 기여할 것이다.

    - 산업이전이 예의 그 ‘기러기 모델’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전개된다는 말인가?

    “이번 산업이전은 ‘길잡이 용(龍) 모델’이라 부르고 싶다. ‘기러기 모델’과 논리는 같지만,

    그 규모에 차이가 있다.

    과거 20년간 중국의 수출제품 구성에는 작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1990년 중국의 수출품

    에는 초급제품과 화공제품이 33.7%를 차지했으며, 완제품의 점유율은 66.3%였다. 2009

    년 그 비율이 전자는 11.5%로 감소했고 후자는 88.5%로 늘어났다. 산업이 고도화되었다

    는 증거다. 2011년 중국의 1인당 GDP는 5,400달러에 달해 이미 중상등 소득 국가가 되

    었다. 이는 일본의 60년대 초, 아시아 네 마리 용의 80년대 초에 해당하는데, 그 시기에

    이들 국가에서는 산업이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본은 60년대에 제조업 인구가 970만 명이었고, 80년대 한국은 230만 명, 중국 타이완

    지역은 200만 명이었으며, 싱가포르는 50만 명에 불과했다. 최근 중국의 제조업 규모는

    세계 최대로서, 산업 근로자가 8,500만~1억 명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당시의 일본, 한국

    등이 ‘기러기’라면 우리는 ‘용’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총인구는 약 10억 명인데 제조업 종사자 수는 총 1,000만 명에 불과하다. 만

    약 중국 제조업 일자리의 10%만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으로 이전될 수 있다면, ‘길

    잡이 용’ 현상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제조업 취업 인구는 몇 배 증가할 것이다. 마찬가지

    로 브라질과 인도에서도 산업 고도화가 이루어지면 임금 수준이 비교적 낮은 기타 국가들

    로 일자리가 이전될 것이다.”

    - 제조업이 노동비용이 더 낮은 지역으로 이전되는 것이 ‘기러기 모델’의 핵심이다. 그런데 중

    국대륙을 예로 들면, 개혁개방 이전에도 노동비용이 낮았으나 산업이전 효과는 발생하지 않

    았고 경제발전이 매우 더뎠다.

    “좋은 질문이다. 구조 변화는 성공이 쉽지 않고 실패 사례가 많다. 나의 연구에 따르면

    1950~2008년 58년 동안 28개국 만이 미국과의 1인당 소득 격차가 10% 이상 줄어들었

    다. 그 중 12개국은 유럽 국가들이 아니었고, 석유나 또는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작은

    나라도 아니었다. 그 12개 나라는 대부분 동아시아 국가였다.

  • 28 LG 瞭望中國 2012. 11

    지난 50~60년대에는 구조주의 경제학이 성행했다. 대부분 농업에 기초를 둔 경제력이

    낙후한 개도국들은 공업화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선진적인 산업을 발전시키려 했다. 즉 수

    입대체전략 또는 캐치업전략을 채택했다. 목표는 원대하지만 비교우위 원리를 거스르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 같은 선진산업의 제품들은 비용 우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었다. 그러자 이들 나라의 정부는 대규모 적자를 입은 기업들을 지원했고, 국내시장 독

    점권부여, 금리 인하, 자국 통화 고평가를 통한 원자재 가격 상승 방지 등을 통해 비용 부

    담을 덜어 주었다. 이러한 정부 간섭은 자금과 외화자산, 원자재 등의 부족을 초래했다.

    그 결과 정부는 부득이하게 행정적인 방법을 통해 이들 기업에게 직접 자원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가계획, 개도국들이 시행하는 신용할당, 투자

    및 산업 진입에 대한 허가제 등이다. 정책 추진의 편의를 위해 많은 국가들이 국유기업을

    앞세워 목표 산업을 발전시켰다.

    보호정책은 또다른 비용을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자국 내 소비 제품 조합의 효율적 선택

    을 저해한다. 즉 자국 내 생산 규모가 규모의 경제가 발휘되지 않는 소량생산에 그치기

    때문에 시장이 분할되고 효율이 감소한다. 보호정책은 또한 본국 기업을 외국기업과의 경

    쟁에 노출시키지 않고 정치적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 독점적 렌트를 추구하도록 함으로써,

    전반적인 투자 및 교역 비용을 밀어올린다.

    나는 1998년 출판한 ‘중국의 기적’이라는 책에서 이 같은 발전전략의 형성과 그 후 나타나

    는 왜곡 현상을 상세히 묘사했다. 중공업 우선 발전전략은 가격이 왜곡된 거시경제 환경

    을 조성했고, 계획을 기본수단으로 하는 자원 배분과 자주권 없는 미시 경영제도는 삼위

    일체의 전통적 경제체제를 만들었다. 이것이 발전경제학 ‘1.0 버전’이다.”

    - 시장과 제도가 해법이란 말인가?

    “시장 주도는 맞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만능은 아니다. 그렇게 간단히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발전경제학 ‘1.0 버전’이 쇠퇴한 뒤 ‘워싱턴 컨센서스’가 주목을 받았다. 이것이

    발전경제학의 ‘2.0 버전’인데, 선진국 시장제도를 모델로 한 쇼크요법으로 충격을 치료하

    고자 했고 정부의 시장 간섭에 반대했다.

    재미난 예가 있다. 칠레는 일찍이 오랫동안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던 적이 있었다. 당시 1

    인당 소득은 미국의 30~50%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피노체트의 집권 이후 ‘워싱턴 컨센

  • LG 瞭望中國 2012. 11 29

    서스’를 추진했지만, 그 후에도 새로운 산업은 발전하지 못했다. 칠레 사람들이 자랑스럽

    게 여기는 양조산업, 연어산업 등은 기실 ‘워싱턴 컨센서스’가 도입되기 전인 70년대 이전

    에 정부가 육성한 산업이었다.

    1990년대 이전 인텔의 PC 메모리칩은 대부분 타이완에서 생산됐다. 인텔은 생산의 분산

    화를 목적으로 남미에 공장을 짓기로 하고 칠레를 선택했다. 그러나 칠레정부는 ‘올려면

    오든가’ 하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인텔은 수십억, 수백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인프라와 항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칠레의 산업은 농업과 광업 위주였기 때문에

    인력자원 구조가 달라 협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칠레 정부는 “그건 곤란하다. 시장은

    공평한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 산업만 지원해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코스타리카가

    인텔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인텔은 거기에 투자했다.

    개도국이 자국의 비교우위 산업이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하고 그 산업의 특성에 맞는 인프

    라가 무엇인지를 모른다면 발전의 기회는 사라진다. 오늘날 발전경제학 1.0 버전과 2.0

    버전의 실패를 돌이켜 보면 ‘귤이 회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중국 속담이 떠오른다.”

    - 그렇다면 그 후 동아시아의 성공은 비교우위 이론을 견지한 결과로 볼 수 있나?

    “18세기 이전 서방 국가들이 1인당 소득을 배로 늘리는데 1,400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19

    세기에는 약 70년, 20세기엔 35년이 걸렸다. 경제성장이 이처럼 빨라진 것은 산업혁명

    이후 기술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