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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JUNE 2015 31 범물리학과장 포럼: 물리학 연구와 교육의 발전방안 송 종 현 저자약력 송종현 교수는 포스텍 이학박사로서,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원, 동경대학 교 연구원을 거쳐 현재 충남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mail protected]) 개최 배경 현 시대에 물리학자로서 산다는 것, 이러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우리 물리학자들은 씁쓸함과 더불어 우려의 마음을 피 할 길이 없다 . 비단 물리학뿐만 아니라 기초과학을 하고 있는 학자 들은 대부분 비슷한 심경일 것이다. 날로 어려워지는 기초과학 연 구지원 실태와 날로 감소하는 물리학과 학생지원자, 과거 교육부 의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과학교육의 불균형, 이에 따른 해마다 떨어지는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 그리고 물리학과 또는 관련 학과의 생존 자체에 대한 위협 등 , 우리 물리학자들은 날마다 살얼 음판 위를 얼음이 꺼질세라 매우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듯한 좌면 우고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 큰 건물을 세우려면 땅을 파고 지반을 다지는 기초토목공사가 필요하고 또 나무가 모진 비바람에 견디려 면 땅속깊이 뿌리가 튼튼하게 내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거 ... 모든 학문의 근간이 되는 우리의 물리학이 현 시대에는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특히 지역의 대학은 인력과 지원의 부족 으로 연구와 교육에 더더욱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듯 날로 척박하여지는 물리학의 환경과 가중되어지는 어려움 을 타파 ,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로 지난 4 월의 봄 학술대회에 처음으 로 개최한 것이 바로 범물리학과장 포럼이다. 특히 지역 대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배려하고자 전국의 78개 물리학과 및 물리 관련학과 학과장들 모두를 대상으로 포럼을 개최하였다 . 처음 개최 된 포럼인데도 불구하고 대략 50여 분의 물리학 또는 관련학과 학과장들과 지부협의회장들께서 참석하여 주셨으며 이토록 활발한 참여와 관심은 현재 물리학이 직면한 위기의식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다 할 수 있다 . 이번 포럼에서는 1) 물리학과 정책의 문제점과 대처방 , 2) 지부활성화, 3) 물리교육의 문제점과 방안, 4) 중소 물리학과 경쟁력 확보 정책 등의 내용을 화두로 한 주제 강연이 이루어졌다 . 또한 강연 후에는 전국적이면서도 보다 조직적인 활동을 위한 범물 리학과장 협의회를 구성하였으며 초대 협의회장을 추대하였다. 포럼 강연내용 1. 물리학 정책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 첫 번째 강연은 현재 물리학 정책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에 대한 주제로서 물리학과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어떻 게 대처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남순건 회원께서 수고해 주셨다. 특히 현재의 물리학 정책에 대한 긍 정적인 조짐과 부정적인 조짐을 정리하여 주셨으며 자세한 내 용으로는 정부의 구조개혁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현재의 20대 실업률과 인구의 변화 등에 대한 현실, 그리고 이에 따 른 물리학과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과 경쟁력 확보에 대한 일 목요연한 정리가 그 골자를 이루었다. 2. 지부활성화 각 지역대학 물리학과의 왕성한 연구활동을 위하여 현재 한 국물리학회는 지부협의회라는 조직을 두고 있다. 각 지부협은 지역 내의 물리학자들을 위한 자체 학회 개최와 주로 중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물리학 홍보를 골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지부의 활성화를 위하여 울산대 물리학과의 조성래 회 원께서 지부활성화를 위한 생각; 일본 응용물리학회 큐수 지 부 참가기의 제목으로 지부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한 일본 큐 수의 응용물리학 지부 학회 현황을 자세히 설명하여 주셨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일본 지부학회에서는 142편의 논문이 전부 구두로 발표되었으며 총 6개의 세션이 진행되었 . 이렇듯 매우 활발히 진행되는 일본의 지부협 활동에 비하 여 한국물리학회 홈페이지의 전무한 지부학회 활동 소식과 지 부학회 활동에 대한 무관심 등을 지적하였으며 이로써 차후 활발한 지부활성화를 자극하였다. 3. 물리교육의 문제점과 방안 포럼의 개최 배경에서 잠깐 언급하였듯이 모든 학문의 근간 이 되는 물리학의 현장교육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강조가 아 깝지 않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물리교육 및 교육과 정의 문제점과 방안을 주제로 충북대 정진수 회원께서 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과정과 수능 변화란 제목으로 강연하여 주셨으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는 원활한 대학교육을 위한 수험 생의 능력 수준을 파악하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최근 교육부 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창의・ 융합 인재 양성, 학습경험의 질 개선, 학교의 자율권과 학생의 선택권 확대라는 명분으로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개정은 1) 자연과학자의 참여를 거의 무시한 시안개발 정책연구팀에 의하여 이루어진 점; 정책연구

범물리학과장 포럼: 물리학 연구와 교육의 발전방안webzine.kps.or.kr/contents/data/webzine/webzine/14762087729.pdf · 송종현 교수는 포스텍 이학박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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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범물리학과장 포럼: 물리학 연구와 교육의 발전방안webzine.kps.or.kr/contents/data/webzine/webzine/14762087729.pdf · 송종현 교수는 포스텍 이학박사로서,

물리학과 첨단기술 JUNE 2015 31

범물리학과장 포럼: 물리학 연구와 교육의 발전방안

송 종 현

저자약력

송종현 교수는 포스텍 이학박사로서,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원, 동경대학

교 연구원을 거쳐 현재 충남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mail protected])

개최 배경

현 시대에 물리학자로서 산다는 것, 이러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우리 물리학자들은 씁쓸함과 더불어 우려의 마음을 피

할 길이 없다. 비단 물리학뿐만 아니라 기초과학을 하고 있는 학자

들은 대부분 비슷한 심경일 것이다. 날로 어려워지는 기초과학 연

구지원 실태와 날로 감소하는 물리학과 학생지원자, 과거 교육부

의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과학교육의 불균형, 이에 따른 해마다

떨어지는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 그리고 물리학과 또는 관련

학과의 생존 자체에 대한 위협 등, 우리 물리학자들은 날마다 살얼

음판 위를 얼음이 꺼질세라 매우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듯한 좌면

우고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큰 건물을 세우려면 땅을 파고 지반을

다지는 기초토목공사가 필요하고 또 나무가 모진 비바람에 견디려

면 땅속깊이 뿌리가 튼튼하게 내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거

늘... 모든 학문의 근간이 되는 우리의 물리학이 현 시대에는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역의 대학은 인력과 지원의 부족

으로 연구와 교육에 더더욱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듯 날로 척박하여지는 물리학의 환경과 가중되어지는 어려움

을 타파,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로 지난 4월의 봄 학술대회에 처음으

로 개최한 것이 바로 ‘범물리학과장 포럼’이다. 특히 지역 대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배려하고자 전국의 78개 물리학과 및 물리

관련학과 학과장들 모두를 대상으로 포럼을 개최하였다. 처음 개최

된 포럼인데도 불구하고 대략 50여 분의 물리학 또는 관련학과

학과장들과 지부협의회장들께서 참석하여 주셨으며 이토록 활발한

참여와 관심은 현재 물리학이 직면한 위기의식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다 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1)물리학과 정책의 문제점과 대처방

안, 2) 지부활성화, 3) 물리교육의 문제점과 방안, 4) 중소 물리학과

경쟁력 확보 정책 등의 내용을 화두로 한 주제 강연이 이루어졌다.

또한 강연 후에는 전국적이면서도 보다 조직적인 활동을 위한 ‘범물

리학과장 협의회’를 구성하였으며 초대 협의회장을 추대하였다.

포럼 강연내용

1. 물리학 정책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

첫 번째 강연은 현재 물리학 정책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에

대한 주제로서 ‘물리학과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어떻

게 대처할 것인가?’란 제목으로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남순건

회원께서 수고해 주셨다. 특히 현재의 물리학 정책에 대한 긍

정적인 조짐과 부정적인 조짐을 정리하여 주셨으며 자세한 내

용으로는 정부의 구조개혁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현재의

20대 실업률과 인구의 변화 등에 대한 현실, 그리고 이에 따

른 물리학과의 문제점과 대처 방안과 경쟁력 확보에 대한 일

목요연한 정리가 그 골자를 이루었다.

2. 지부활성화

각 지역대학 물리학과의 왕성한 연구활동을 위하여 현재 한

국물리학회는 ‘지부협의회’라는 조직을 두고 있다. 각 지부협은

지역 내의 물리학자들을 위한 자체 학회 개최와 주로 중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물리학 홍보를 골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지부의 활성화를 위하여 울산대 물리학과의 조성래 회

원께서 ‘지부활성화를 위한 생각; 일본 응용물리학회 큐수 지

부 참가기’의 제목으로 지부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한 일본 큐

수의 응용물리학 지부 학회 현황을 자세히 설명하여 주셨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일본 지부학회에서는 142편의

논문이 전부 구두로 발표되었으며 총 6개의 세션이 진행되었

다. 이렇듯 매우 활발히 진행되는 일본의 지부협 활동에 비하

여 한국물리학회 홈페이지의 전무한 지부학회 활동 소식과 지

부학회 활동에 대한 무관심 등을 지적하였으며 이로써 차후

활발한 지부활성화를 자극하였다.

3. 물리교육의 문제점과 방안

포럼의 개최 배경에서 잠깐 언급하였듯이 모든 학문의 근간

이 되는 물리학의 현장교육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강조가 아

깝지 않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물리교육 및 교육과

정의 문제점과 방안을 주제로 충북대 정진수 회원께서 ‘문 ‧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과정과 수능 변화’란 제목으로

강연하여 주셨으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는 원활한 대학교육을 위한 수험

생의 능력 수준을 파악하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최근 교육부

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창의・

융합 인재 양성, 학습경험의 질 개선, 학교의 자율권과 학생의

선택권 확대라는 명분으로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

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개정은 1) 자연과학자의 참여를 거의

무시한 ‘시안개발 정책연구팀’에 의하여 이루어진 점; 정책연구

Page 2: 범물리학과장 포럼: 물리학 연구와 교육의 발전방안webzine.kps.or.kr/contents/data/webzine/webzine/14762087729.pdf · 송종현 교수는 포스텍 이학박사로서,

물리학과 첨단기술 JUNE 201532

팀 55명 중 자연과학자는 단 9명뿐이며 이마저도 3명은 사범

대 소속, 2) 5개월 만의 졸속 개정으로 과학적 오류가 심각하다

는 점, 3) 단순 통합을 지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초과학이

설 자리를 없애는 매우 심각한 개악이다. 특히 현재의 시안은

현대 과학교육의 역량중심 교육을 포기하고 학생들의 장래와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앞뒤가 다른 미완성 작품인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부실

한 교육과정 개편을 연이어 지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9월에 새 교육과정을 고시 예정 중이다. 이러한 문・이과 통합

형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심각한 혼란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가뜩이나 어려운 물리학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결과를 초

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한 역주행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이 주제 강연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부의 미

래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교육정책 개정 내용에 그 초점

을 맞추었으며 또한 이러한 결과로 야기될 수 있는 수많은 부

작용에 대하여 지적하였다.

4. 중소 물리학과의 경쟁력 확보

지역대학의 중소 물리학과는 현재 학과 자체의 존폐에 대해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실제로 근간에 들

어 상당한 지역대학의 물리학과가 폐과되었다. 이에 대한 방안

으로서 ‘중소물리학과 경쟁력 확보 정책; To 물리 or not to

물리’라는 제목으로 고려대학교 디스플레이 반도체물리학과의

이긍원 회원께서 강연해 주셨다. 이 강연에서는 현재 물리학과

가 맞고 있는 주변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힘든 지방 사립대의

어려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학과의 경쟁력 제고 방안

으로서 학과장의 리더십과 특성화, 국제화를 언급하였다. 또한

생존을 위한 특성화의 예로서 고려대 세종캠퍼스 디스플레이

반도체 물리학과의 성공사례를 SWOT 분석 방법으로 설명하였

다. 고려대 디스플레이 반도체 물리학과는 최근 기업맞춤형 산

학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입학생들의 입시 성적과 취업률을 매

우 크게 향상시킨 바가 있어 타대학 물리학과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의견수렴

위와 같이 4분의 주제 강연에 이어 참석한 전국 학과장님들의

열띤 의견발의가 이루어졌다. 의견발의 내용으로는 아래와 같다.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구조조정이 되었으나 아직도 물리학과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있음. 따라서 일반물리는 이공계에서

거쳐 가는 과목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과목이라는 인식의 전

환이 필요됨.

물리학과의 고충을 공과대학에 전달할 필요가 있음.

기초과목이라고 볼 수 없는 암기력이 필요한 과목이 오히려

인기과목이 되고 있는 현실임 (예; 지구과학). 이는 올바른 교

육이 아니며 생각의 전환이 필요함.

공과대학과의 깊은 연계 필요.

왜 물리가 그리 어려운가? 현재 너무 어려움. 따라서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교육을 할 필요가 있음.

물리학과의 집단과제 수주가 절실히 필요하나 현실적으로 매

우 어려움(예; BRL 수도권 물리 1팀). 따라서 범물리학과장

협의회가 현장에서의 의견수렴 모임으로 발전하여야 함.

물리학과의 발전을 위하여서는 전국의 물리학과 학과장들이

의견을 모으고 토론할 수 있는 토론장이 있어야 할 것이나

현재 마땅한 토론장이 없음. 따라서 한국물리학회 홈페이지에

학과장들의 토론장을 만들어 줄 것.

등이다. 위와 같은 의견에 대해 포럼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수

긍하였으며 동감을 자아내었다.

범물리학과장 협의회 발족

마지막으로 전국 물리학과 및 관련학과 학과장들의 보다 조

직적이고 구체적이며 원활한 활동을 위하여 ‘전국 범물리학과장

협의회’라는 명칭으로 전국 물리학과장 협의체가 출범하였으며

구성에 대한 의견수렴이 이루어졌다. 초대회장으로는 부산대학

교 물리학과의 정윤철 회원께서 맡아주기로 했다. 현재 정윤철

초대회장에 의하여 임원단과 실무단의 구성이 진행 중이며 이

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는 가을 학술대회에서 주제강연과 더불

어 공개되어질 예정이다.

향후 활동계획

현재 범물리학과장 협의회는 세부조직을 구성 중에 있다. 앞

으로의 계획으로는 우선 임원단 및 고문단을 구성하는 것이며

차후 협의회 구성을 완료하고 회원들에게 이를 공개해 알릴 것

이다. 구체적인 활동으로 회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을

완성하며 협의회 회칙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한 여러 정보, 의

견교환 및 홍보를 위하여 매달 News letter를 회원들에게 이메

일로 발송할 계획이다. 더불어 지속적인 협의회의 발전을 위하

여 8월 중 임원 및 고문이 모이는 실무회의를 개최하고 가을

물리학회의 포럼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아무쪼록 현

재 전국의 물리학과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 구성된 범물리학과장 협의회가 본래의 취지를 유지하며 지

속적으로 발전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