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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공학교육 공학기술특집 하늘문이 열리다. 2013130. 겨울 날씨 답지 않게 포근했다. 하늘 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나로호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 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가득했다. 발사 전에는 항상 주 변 날씨와 함께 우주 상태를 점검하게 되는데, 마침 우주 물체의 근접도 전혀 없었다. 정말 발사하기에 딱 좋은 날, 좋은 시간이었다. 드디어 오후 4, 나로호는 온 국민들 의 기대와 바람을 한 몸에 받고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이미 1, 2차 실패를 겪었고, 3차 발사 때도 두 차 례의 발사 연기가 있었던 터라 나로우주센터는 연구원 들의 긴장된 숨소리만 가득했다. 발사 후 540, 나로과 학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다소 긴장을 늦출 수 있었다. 성공이었다. 10노력이 10분 만에 판가름 나는 순간이었다. 나로호 개발과정 우리나라의 우주로켓 개발은 19901단형 과학로켓 개발과 함께 시작되었다. 1단형 과학로켓(KSR-I)의개 발 성공 및 2단형 과학로켓(KSR-II)과 액체추진과학로 (KSR-III)개발에 성공하면서 우주발사체를 향한 기반 을 다져나갔다. 소형위성발사체(KSLV-I)(이하 “ 나로 호”)개발사업은 이와 같은 기술적 토대를 바탕으로 2002 8월에 착수되었다. 나로호는 100kg급 인공위성을 지 구저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우주발사체로 1단의 액체 엔진과 2단의 고체 킥모터로 구성되었다. 러시아의 흐루 니체프사와 협력계약을 맺고 1단은 러시아가 개발했으 2단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되었다. 나로호는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있다. 1단은 산화제(액체산소), 연료(케로신), 엔진으로 구성 되었고, 2단은 페이로드 페어링, 나로과학위성, 킥모터 로 구성되어있다. 나로호의 총 중량은 140톤 정도인데 어려움을 딛고 우주로 간 한국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홍 일 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기술경영팀장 [email protected] 나로호발사추진단 나로호기술경영팀장 관심분야: 항공공학, 기술경영

어려움을 딛고 우주로 간 한국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 1단계 : 나로호 및나로과학위성을 우주센터로 운반 2단계 : 2단을 위성시험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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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어려움을 딛고 우주로 간 한국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 1단계 : 나로호 및나로과학위성을 우주센터로 운반 2단계 : 2단을 위성시험동과

28·공학교육

공학기술특집

하늘문이열리다.

2013년 1월 30일. 겨울날씨답지않게포근했다. 하늘

은구름한점없이맑아나로호가힘차게날아오르는모

습을볼수있다는기대가가득했다. 발사전에는항상주

변날씨와함께우주상태를점검하게되는데, 마침우주

물체의근접도전혀없었다. 정말발사하기에딱좋은날,

좋은시간이었다. 드디어오후 4시, 나로호는온국민들

의기대와바람을한몸에받고땅을박차고하늘로날아

올랐다. 이미 1, 2차실패를겪었고, 3차발사때도두차

례의발사연기가있었던터라나로우주센터는연구원

들의긴장된숨소리만가득했다. 발사후 540초, 나로과

학위성이성공적으로궤도에진입했다는것을확인한

후에야다소긴장을늦출수있었다. 성공이었다. 10년

노력이 10분만에판가름나는순간이었다.

나로호개발과정

우리나라의우주로켓개발은 1990년 1단형과학로켓

개발과함께시작되었다. 1단형과학로켓(KSR-I)의개

발성공및 2단형과학로켓(KSR-II)과액체추진과학로

켓(KSR-III)개발에성공하면서우주발사체를향한기반

을 다져나갔다. 소형위성발사체(KSLV-I)(이하 “나로

호”)개발사업은이와같은기술적토대를바탕으로 2002

년 8월에착수되었다. 나로호는 100kg급인공위성을지

구저궤도에진입시키기위한우주발사체로 1단의액체

엔진과 2단의고체킥모터로구성되었다. 러시아의흐루

니체프사와협력계약을맺고 1단은러시아가개발했으

며 2단은순수국내기술로개발되었다. 나로호는아래와

같이구성되어있다.

1단은산화제(액체산소), 연료(케로신), 엔진으로구성

되었고, 2단은페이로드페어링, 나로과학위성, 킥모터

로구성되어있다. 나로호의총중량은 140톤정도인데

어려움을 딛고 우주로 간 한국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홍 일 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기술경영팀장[email protected]

나로호발사추진단 나로호기술경영팀장관심분야: 항공공학, 기술경영

Page 2: 어려움을 딛고 우주로 간 한국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 1단계 : 나로호 및나로과학위성을 우주센터로 운반 2단계 : 2단을 위성시험동과

제 20권 제 1호·29

어려움을 딛고 우주로 간 한국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이중에서 1단과 2단의추진제중량만 130톤규모에달한

다. 따라서나로호를개발하는데있어서중요하게요구

된것이바로경량화였다. 가벼운재료로최대한얇게, 그

러면서도발사환경에견딜수있게만드는것이핵심기

술중하나였다. 개발초기에우리나라가 2단을순수국

산화하겠다고했을때, 러시아는 ‘할수있을까?’ 라는

회의적인반응을보였다. 그만큼 2단을독자적으로개발

하는일도만만치않은일이었다.

나로호 2단개발에는우리나라의여러산업체들이참

여하였다. 대표적으로나로호총조립업체인대한항공,

킥모터와추력기를개발한한화, 탱크를개발한두원중

공업, 전자탑재분야를담당했던단암시스템즈, 관성항

법시스템을개발한두산인프라코어등이있다. 우리가

흔히들어알고있는대기업뿐만아니라여러중소기업

들도많이참여하였다.

발사체의주요시험은기능을수행하는최소단위인

‘단품(밸브, 안테나등) 레벨’ , 단품이조합되어복합적

기능을수행하는‘서브시스템(탑재컴퓨터, 자세제어시

스템, 킥모터등) 레벨’, 그리고단품및서브시스템이총

조립되어상단부, 1단부와같은‘시스템레벨’로이루어

졌다. 대표적인서브시스템시험으로는페이로드페어링

분리시험, 전자파시험, 킥모터고공환경모사시험등이

수행됐다.

비행시험준비

우주센터에구축된모든시스템은독립성능시험및인

증시험을거친다. 독립성능시험이란 1단및 2단지상검

증용목업(Mock-up)을이용해조립장및발사장장비들

의정상작동여부를확인하고운용과정을검증하는시

험이다. 독립성능시험을마친후인증시험을거치는데,

인증시험이란지상인증용발사체를이용해발사체의입

고, 점검, 총조립을수행하는과정에서소요되는조립장

및발사장설비를최종인증하기위한시험이다. 이를마

치면비행모델을총조립/시험하여발사준비를하게된다.

발사준비

발사준비는 6단계로구성된다.

1단계: 나로호및나로과학위성을우주센터로운반

2단계: 2단을위성시험동과고체모터동에서조립완료하면기능

시험을거쳐종합조립동에서나로호 1단과최종조립

페이로드페어링 분리시험 전자파시험 킥모터 고공환경 모사시험

나로호 지상검증용 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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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공학교육

공학기술특집

3단계: 조립동에서최종조립된나로호를발사대에설치

4단계: 연료와전기계통을중점적으로점검하는등종합점검및

추진제주입. 추진제주입이완료되면모든발사준비완료

5단계: 발사예정시간까지모든기기가정상상태를유지하고

기상상태등을고려하여발사15분전부터발사카운트다운

6단계: 발사및위성투입

아래그림은나로호의발사시퀀스를그림으로설명한

것이다. 발사대에서이륙후, 위성을궤도에투입하기까

지정해진순서에따라진행된다.

두번의실패, 그리고성공

1차발사및개선과정

2009년 8월 25일오후 5시, 나로호 1차발사가이루어

졌다. 나로호는힘차게하늘로올라가우리의시야에서

서서히사라졌다. 모두들성공인줄알았다. 그러나잠시

후, 환호와기쁨은탄식으로바뀌었다. 이륙후 216초에

페어링이정상적으로분리되었어야하는데, 한쪽페어

링이분리되지않아위성을제궤도에올리지못했던것

이다. 실패확인후, 원인조사를통해페어링비정상작

동의원인이될수있는모든잠재적문

제점에대한개선방안을도출하였다.

그리고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이러한

개선방안을적극수용하여많은부분

을지상시험에적용하여그효과를검

증하였다.

2차발사및개선과정

2010년 6월 10일오후 5시 1분에발

사. 이륙후 1단연소구간에서비행중

폭발하였다. 실패원인을두고한국과

러시아의공방이계속되었다. 양측이

제기한실패가설을검증하기에는지

상에서비행환경을정확하게모사하지

못하는제약이존재했다. 결국에는많

은논의끝에양측은가능한실패가설

에대한모든개선·보완조치를수행

하였다.

3차발사

2012년 10월의 1차시도에서는발사

대와 1단부연결부위의이상, 11월의 2

차시도에서는 2단의추력방향제어기

의신호이상으로발사자동카운트다나로호 발사장면

나로호의 발사 시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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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직전에연기되었다. 그리고 2013년 1월 30일, 나로호

가다시발사대에섰다. 3차시도였다. 연구원들은반드

시성공한다며마음을다잡았다. 2013년1월30일오후4

시, 나로호는온국민의염원을담아다시한번힘차게

도약했다. 발사 540초후, 나로과학위성은정상적으로

분리됐고, 약 12시간후카이스트인공위성연구센터와

교신에성공했다. 나로과학위성은하루에 14바퀴씩지

구를돌면서맡은바임무를열심히수행하고있다.

나로호개발을마치며...

나로호개발에참여했던연구원들은모두들책한권은

써도될만큼고생했던기억들을갖고있다. 나로호개발

과발사기간동안연구원들이대전과고흥의나로우주

센터를오간거리만해도엄청난거리에달하고, 더구나

나로우주센터의발사대를구축하던개발초기에는대전

에서우주센터까지승용차로 5시간 30분정도가걸렸다.

대중교통을이용할경우아침 7시고속버스를타고몇

개의버스를갈아타서센터의사무실에도착하니오후 3

시 30분이었다는연구원도있었다. 이후고속도로가뚫

리고울퉁불퉁하던길들이포장되긴했지만요즘도 3시

간 30분은걸리는먼거리이다. 그런여정을오랜기간

동안많은연구원들이오가면서사고한번나지않았다

는것이다들기적이라고말한다.

연구진들이나로호개발중가장어려웠던점중의하

나는, 최초라는것이었다. 즉국내에서개발해본적이없

는부품및재료제작, 시험시설구축, 시험수행등많은

것이최초였기때문이다. 그리고비교할대상이없으니

지금까지달성한기술상태가도대체어느정도에와있

는지가늠할수없었다는것이다. 발사체기술은국제적

으로기술이전이금지된품목중하나이다. 러시아연구

진들이당연하다고생각하고있었던시험방법을우리

는두달밤낮으로고민하면서터득한경우도있다. 많은

구성품들이해외구매가어렵기도했지만, 해외에서구

매가가능하더라도우리의요구조건을만족하지못한

경우도많았다.

발사과정에서겪어야했던마음고생은이루말할수

없다. 선진국들의사례를보더라도우주개발과정에서

실패는하나의과정일뿐이라는것을알고있었지만실

패와연기때마다마치죄인이된기분이었다. 그러나모

든국민이끝까지희망을버리지않고관심과성원을보

내주신덕에드디어성공적으로나로호발사를마무리

할수있었다. 1차, 2차실패, 그리고수차례의발사연기

를반복하면서연구원들은겸손해졌고, 실패를통해서

배운다는것을몸과마음으로깨달았다. 실패의경험은

이후우리나라가독자적으로발사체를개발하는데소중

한자산이될것이라믿는다.

우리독자발사체인한국형발사체개발을수행하며...

한국형발사체개발은2010년3월부터본격적으로시작

되었다. 한국형발사체는 1.5톤급인공위성을지구저궤

도에올릴수있는우주발사체로서탑재물운반능력으

로보면나로호의 15배의규모이다. 총 3단계의사업중

현재 1단계를진행하고있다. 나로호를개발하면서얻

은기술과경험이한국형발사체개발에직접적으로적

용될것으로기대한다. 우리독자기술로개발한한국형

발사체가우주로비상할그날을그리며한국항공우주연구

원의연구원들은오늘도연구과시험에매진하고있다.

어려움을 딛고 우주로 간 한국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제 20권 제 1호·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