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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목회할 때 들은 선배 목사 님의 말씀이다. 어느 날 교회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놀고 있었단다. 아이들이 하는 인사를 반갑게 받은 목사님이 그중 한 아이를 보면서 “얘, 너는 운동 좀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목사님 에게 달려들면서 “목사님, 왜 목사님은 남의 약점을 찌르세요?”라고 말했다. 아 이들이지만 그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 앞에서도 말 한마디 조심해야 한다. 쏘아놓은 화살, 흘러간 물,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성희롱 발언이 한국사회의 여 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절대 있 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총신대 강의실에 서도 모 교수가 그런 부류의 성희롱 발 언을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을 향하 여 쏟아놓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 영방송의 보도를 의심했었다. 총신대학교는 누가 뭐래도 일반대학 과는 달리 하나님의 나라의 일꾼을 길 러내는 교단의 신학대학이다. 이런 성 희롱적 발언이 목사이자 교수 입에 서 나왔다. 이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교단 내 지 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성도들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줬다. 한 교수의 말실수 이자 일회성 해프닝이라고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해당 교수의 발언이 처음이 냐는 것과 이런 부류의 막말이나 성희 롱 발언이 과연 총신대 교수 중에서 유 일하게 그 교수에게만 해당한 문제라고 안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과거에도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 심심찮게 교수들 의 막말 발언을 들어온 적이 있기 때문 이다. 잊을 만하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는 것이 성희롱 발언이고 교수 막 말이다. 학교 측은 이번에 해당 교수 외에 교 내 성폭력 또는 성희롱적 발언이 있었 는지에 대해 전수 조사에 나서기로 했 다. 해당 조치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 과 개혁주의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건전하고 든든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사건은 학내는 물론 교단과 교 계, 더 나아가서 공영방송 매체를 통해 서 즉각 보도되는 까닭에 그 여파는 상 상을 초월한다. 이런 일로 교계의 힘을 낭비하게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 다행히 해당 교수가 자신의 허물임을 인정하고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다고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총신대 측에서도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인정하고 총장의 “사과의 글”을 비롯해서 해당 교수의 징 계에 착수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했다. 하지만 한번 받은 충격이나 트라우마는 이런 조치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젠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자세에서 벗어나 더욱 멀리 보고 사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총신대 는 교직원의 영적, 도덕적 기강이 풀 리지 않도록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내부를 점검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교권은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할 권리 를 포함한다. 교육을 수행하는 교수님 한 분 한 분 다 귀한 분들이다. 이에 못지않게 교육받을 권리의 소유자이자 미래의 한국교회를 이끌 학생들도 소중 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교원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가 충돌하지 않도록 건강한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끝으로 이해인 수녀의 시 < 고운 말 > 부를 소개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 어야 보배라지요/ 언어가 그리 많아도/ 잘 골라 써야만 보석이 됩니다/ 우리 오늘도 고운 말로/ 새롭게 하루를 시작 해요” 26 2019년 10월 22일 화요일 제2219호 열린광장 우리 교단이 1959년 WCC 문제로 분 열하게 된 것은 오로지 신학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WCC 반대측은 신학의 순 수성을 지키려 했고 WCC 찬성측은 에 큐메니칼 정신을 추구한 것이다. 그런 데 WCC 찬성측은 훗날 중도 및 잔류 파와 연합을 하였다고 해서 통합 교단 이라고 하였다. 신학의 순수성을 지킨 WCC 반대파는 과거 신사참배를 하지 않았던 고려측과 합쳤다고 해서 합동이 라고 하였다. 그러면 우리는 믿음의 선진들이 왜 분열의 아픔을 겪으면서까지 WCC를 끝까지 반대하였는가에 대한 신학적, 신앙적, 사상적 뿌리를 알아야 한다. 그 신학 사수의 근원은 미국 장로교회 의 보수신학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실 제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규오 목사를 중심으로 한 51인 신앙동지회 사건을 알아야 한다. 한국 장로교회는 신사참배를 가결한 1938년(36회 총회)을 기점으로 교회의 순결성이 짓밟히고 정치적, 신학적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신사참배 가결로 인 해 평양신학교는 문을 닫게 되었고 어 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조선신학교가 서 울에서 개교를 하였다. 이때의 신학적 토대는 김재준 박사를 중심으로 한 자 유주의 신학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김재준 박사는 문서설을 비롯하여 자 유주의 신학을 가르쳤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조선신학교는 1946년 6월 10일 남부총회의 직영신학교가 된다. 신학생 정규오는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 신앙난제 해설 > 이라는 책을 달 달달 외우고 들어갔다. 그런데 조선신 학교 교수들이 강의하는 것을 보니 완 전히 자유주의 신학이었다. 그래서 정 규오는 ‘51인 신앙동지회’를 결성한다. 그때 나의 신앙의 아버지요, 평생 잊을 수 없는 은사이신 박종삼 목사님께서도 경북노회를 대표하여 신앙동지회 일원 이 되었다. 51인 신앙동지회는 방위량 선교사를 초청하여 특별집회를 가지며 뜨겁게 기 도하는 영성운동까지 펼쳤다. 마침내 51인 신앙동지회는 1947년 4월 18일 대구제일교회에서 열린 33회 총회 때 조선신학교 교수들의 신학 사상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그러자 총회는 조선신학교 신학에 대한 조사 처리위 원회를 조직한다. 그러자 조선신학교는 진정서를 낸 주모자 정규오를 비롯하여 6인을 퇴학시킨다. 그런데 1947년에 보 수신학을 공부한 박형용 박사가 만주에 서 귀국하여 10월 1일 고려신학교 교장 으로 취임을 한다. 그러자 정규오를 비 롯한 51인 전원이 자퇴하고 고려신학교 로 전학한다. 고려신학교가 총회 직영신학교는 아 니었지만 신사참배를 거부한 교계 지 도자들이 모여 설립한 학교이고 평양 신학교의 원래 정신을 계승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고려신학교를 졸 업한 이후에도 보수신학의 정신을 이 어가고 기도와 영성훈련을 펼쳐가면서 총회의 신앙적, 신학적, 정치적 버팀목 이 되었다. 이런 51인 신앙동지회의 정신과 신학 사상의 영향을 받은 교단의 지도자들이 WCC를 반대 한 것이다. 그래서 황무 지 같은 곳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총 신대를 비롯해서 총회회관을 세우고 세 계 최대 장로교단으로 부흥하는 눈물겨 운 교단사를 기록하였다. 어느 단체이 든 설립자의 초심, 정신과 가치가 정말 중요하다. 교단의 경우는 그런 초심의 가치가 신학적 정신과 영성을 만들어내 고 그 신학과 영성이 교단을 지키게 되 는 것이다. 오늘 우리 교단도 신학부터 점검해 야 한다. “과연 우리의 신학은 정말 개 혁신학의 정체성을 지키며 개혁주의 노 선을 걷고 있는가. 신학이 우리 교단 을 이끌어가는가, 정치가 신학을 이끌 어가는가.” 교단 100년을 다시 설계하 기 위해서는 신학이 정치를 이끌어가야 지, 정치가 신학을 이끌어 가면 안 된 다. 물론 이후에 이영수 목사라는 혜성 같은 정치적 지도자가 등장하여 눈부신 교단 발전의 신화를 이루게 된다. 그러 나 신학보다 정치가 앞서는 순간 교단 안에는 회오리바람이 불고 만다. 결국 신학과 영성이 교회를 지킨다. 우리는 지금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얼마나 소유 하고 있는가. 우리의 영성은 과연 개혁 주의적 영성인가. 신학과 영성이 교단을 지킨다 죽고 사는 힘, 언어 진영논리에 빠진 교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탄핵정국만큼 안타까 운 사회 현상을 지켜봐야 했다. 광화문과 서 초동으로 상징되는, 양 진영의 세대결 집회는 극단적 대립이라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 이 분명하다. ‘조국 지지’와 ‘조국 반대’로 갈 린 양 진영의 충돌로 인해 우리가 얻은 유익 은 무엇일까? 광화문과 서초동, 도대체 무엇이 우리 사회 를 이렇게 나눠 놓은 것일까? 또 경쟁하듯 사 람을 모으는 능력은 어떻게 키운 것인지도 궁금하다. 물론 ‘조국 사퇴’로 인해 소강상태 가 될지 모르겠지만 여전한 불씨는 언제든지 다시 활활 타오를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남북간의 끔찍한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안 고 산지 벌써 70년이다. 아직도 통일이 요원 한 데 더하여 진영간 극단적 이념 충돌이 나 라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든다. 교회는 이런 상황에서 조화로운 세상을 위 해 힘써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교회까지 이 진영논리에 뛰어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절대적으로 옳은 정치란 없다. 그런 정권이란 더욱 없다. 그럼에도 어느 한 편에서 대립에 한 몫을 한다면 과연 교회다운 것일까? 단체 로 광장으로 가는 것이 과연 권장할 일인가. 더욱이 구역모임이나 전도회에서도 진영논 리 때문에 갈등하는 일들이 발생한다고 하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와 그리스도 인이라면 사회통합에 힘써야 한다. 함께 손잡 을 수 없는 절대 악이라면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 그러나 특정 사안에 대한 크고 작은 견 해 차라면 뛰어넘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절 대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면 대립이 아닌 조화와 이해를 추구해야 한다. ‘나’만 정의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상대에게 도 진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좀 기다리 자. 어느 광장이든 나가서 의사 표시를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갈등만 키우는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서로의 다름을 마음껏 주장하 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누리기보다, 나와 다른 상대와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세 워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합의된 정 의를 위한 양보와 타협으로 소비적이고 파괴 적인 대립을 멈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단 내에서도 진영논리 들이 자리 잡곤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인가 보다 누가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 다. ‘그’가 하면 무조건 반대 또는 무조건 찬 성하는 것은 진영논리에 다름이 아니다. 진리 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그 다름을 이해하 는 넉넉한 마음으로 화평할 때 비로소 하나 님의 자녀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총신대 전 재단이사들이 교육부장관을 상대 ‘임원(이사)취임승인취소처분’을 취소해 달 라는 소송을 지금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 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총회임원회 는 10월 18일 회의를 열고, 10월 29일에 총회 실행위원회를 긴급히 소집하여 대책을 강구 키로 했다. 지난 9월 충현교회에서 열린 제104회 총회 에서 총신조사처리 및 정상화특별위원회는 총신대 전 재단이사와 감사에게 사과문을 받 고, 일부 이사들은 천서위원회에 천서제한을 청원했으며, 총회 지시에 반한 총신 교수들 처리는 총장에게 맡겨 지도키로 했다고 보고 했다. 그 자리에서 고영기 목사는 총신대를 어지 럽게 만든 건 총신 재단이사, 전 총장, 일부 교수 및 직원들의 크나큰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으나 우리가 총신을 위해 기도하지 못했던 허물도 있다며 전 재단이사들을 용서 해 주자고 요청했다. 반대도 있었으나 총대들 은 전 재단이사들의 사과를 받고 모든 제약 을 풀어 주었다. 그러나 전 재단이사들이 신청한 임원취임승 인취소 소송이 최근 계속 진행 중인 것이 알 려지면서 총회 산하 전국 교회가 들끓고 있 다. 전 재단이사장 박재선 목사 외 15명은 2018년 8월 교육부가 이사 전원 해임 결정을 내리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받 아들이지 않아 패소했다. 반면 함께 제기한 본안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제104회 총회에서 총신조사처리 및 정상화특별위원회가 이 사실을 모르고 전 재단이사들에게 면죄부를 주자고 했는지 의 문이다. 만일 알았다면 총회를 기만한 행위 이다. 총신대 정상화특별위원회는 당연히 임 원취소처분 소송이 진행 중임을 명백히 밝히 고, 전 재단이사들의 소송 취하를 전제로 면 죄부를 줬어야 했다. 전국 교회는 총회현장에 서 사과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본안소송은 진 행 중이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총신대 전 재단이사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제 기한 소송의 조정기일이 11월 12일로 잡혀 있다. 전 재단이사들은 본인들의 명예를 회복 하기 위해 취하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제104 회 총회현장에서 사과 인사를 한 것으로 이 ‘정리’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유 불문하고 전 재단이사들은 임원취임 승인취소 소송을 취하하길 바란다. 그게 대의 다. 비록 승소한다 해도 명예가 회복되는 것 은 결코 아니다. 이미 총회석상에서 사과할 때 소송 취하도 함께 사장되었기 때문이다. 총회 100년을 설계하다 (2) 오피니언 사설 총신 전 재단이사 소송 취하가 정답이다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부총회장 신학과 영성이 교회를 지킨다. 우리는 지금 개혁신학의 정체 성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 우리의 영성은 과연 개혁주의 적 영성인가. 권성묵 목사 청암교회

신학과 영성이 교단을 지킨다pdf.kidok.com/2219/221926.pdf열하게 된 것은 오로지 신학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WCC 반대측은 신학의 순 수성을 지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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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신학과 영성이 교단을 지킨다pdf.kidok.com/2219/221926.pdf열하게 된 것은 오로지 신학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WCC 반대측은 신학의 순 수성을 지키려

부산에서 목회할 때 들은 선배 목사

님의 말씀이다. 어느 날 교회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놀고 있었단다. 아이들이 하는 인사를

반갑게 받은 목사님이 그중 한 아이를

보면서 “얘, 너는 운동 좀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목사님

에게 달려들면서 “목사님, 왜 목사님은

남의 약점을 찌르세요?”라고 말했다. 아

이들이지만 그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 앞에서도 말 한마디 조심해야

한다. 쏘아놓은 화살, 흘러간 물,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성희롱 발언이 한국사회의 여

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절대 있

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총신대 강의실에

서도 모 교수가 그런 부류의 성희롱 발

언을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을 향하

여 쏟아놓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

영방송의 보도를 의심했었다.

총신대학교는 누가 뭐래도 일반대학

과는 달리 하나님의 나라의 일꾼을 길

러내는 교단의 신학대학이다. 이런 성

희롱적 발언이 목사이자 교수 입에

서 나왔다. 이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교단 내 지

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성도들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줬다. 한 교수의 말실수

이자 일회성 해프닝이라고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해당 교수의 발언이 처음이

냐는 것과 이런 부류의 막말이나 성희

롱 발언이 과연 총신대 교수 중에서 유

일하게 그 교수에게만 해당한 문제라고

안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과거에도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 심심찮게 교수들

의 막말 발언을 들어온 적이 있기 때문

이다. 잊을 만하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는 것이 성희롱 발언이고 교수 막

말이다.

학교 측은 이번에 해당 교수 외에 교

내 성폭력 또는 성희롱적 발언이 있었

는지에 대해 전수 조사에 나서기로 했

다. 해당 조치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

과 개혁주의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건전하고 든든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사건은 학내는 물론 교단과 교

계, 더 나아가서 공영방송 매체를 통해

서 즉각 보도되는 까닭에 그 여파는 상

상을 초월한다. 이런 일로 교계의 힘을

낭비하게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

다행히 해당 교수가 자신의 허물임을

인정하고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다고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총신대 측에서도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인정하고 총장의

“사과의 글”을 비롯해서 해당 교수의 징

계에 착수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했다.

하지만 한번 받은 충격이나 트라우마는

이런 조치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젠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자세에서

벗어나 더욱 멀리 보고 사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총신대

는 교직원의 영적, 도덕적 기강이 풀

리지 않도록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내부를 점검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교권은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할 권리

를 포함한다. 교육을 수행하는 교수님

한 분 한 분 다 귀한 분들이다. 이에

못지않게 교육받을 권리의 소유자이자

미래의 한국교회를 이끌 학생들도 소중

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교원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가 충돌하지 않도록 건강한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끝으로 이해인 수녀의 시 <고운 말> 일

부를 소개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

어야 보배라지요/ 언어가 그리 많아도/

잘 골라 써야만 보석이 됩니다/ 우리

오늘도 고운 말로/ 새롭게 하루를 시작

해요”

26 2019년 10월 22일 화요일 제2219호열린광장

우리 교단이 1959년 WCC 문제로 분

열하게 된 것은 오로지 신학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WCC 반대측은 신학의 순

수성을 지키려 했고 WCC 찬성측은 에

큐메니칼 정신을 추구한 것이다. 그런

데 WCC 찬성측은 훗날 중도 및 잔류

파와 연합을 하였다고 해서 통합 교단

이라고 하였다. 신학의 순수성을 지킨

WCC 반대파는 과거 신사참배를 하지

않았던 고려측과 합쳤다고 해서 합동이

라고 하였다.

그러면 우리는 믿음의 선진들이 왜

분열의 아픔을 겪으면서까지 WCC를

끝까지 반대하였는가에 대한 신학적,

신앙적, 사상적 뿌리를 알아야 한다.

그 신학 사수의 근원은 미국 장로교회

의 보수신학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실

제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규오

목사를 중심으로 한 51인 신앙동지회

사건을 알아야 한다.

한국 장로교회는 신사참배를 가결한

1938년(36회 총회)을 기점으로 교회의

순결성이 짓밟히고 정치적, 신학적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신사참배 가결로 인

해 평양신학교는 문을 닫게 되었고 어

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조선신학교가 서

울에서 개교를 하였다. 이때의 신학적

토대는 김재준 박사를 중심으로 한 자

유주의 신학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김재준 박사는 문서설을 비롯하여 자

유주의 신학을 가르쳤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조선신학교는 1946년 6월 10일

남부총회의 직영신학교가 된다.

신학생 정규오는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신앙난제 해설>이라는 책을 달

달달 외우고 들어갔다. 그런데 조선신

학교 교수들이 강의하는 것을 보니 완

전히 자유주의 신학이었다. 그래서 정

규오는 ‘51인 신앙동지회’를 결성한다.

그때 나의 신앙의 아버지요, 평생 잊을

수 없는 은사이신 박종삼 목사님께서도

경북노회를 대표하여 신앙동지회 일원

이 되었다.

51인 신앙동지회는 방위량 선교사를

초청하여 특별집회를 가지며 뜨겁게 기

도하는 영성운동까지 펼쳤다. 마침내

51인 신앙동지회는 1947년 4월 18일

대구제일교회에서 열린 33회 총회 때

조선신학교 교수들의 신학 사상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그러자 총회는

조선신학교 신학에 대한 조사 처리위

원회를 조직한다. 그러자 조선신학교는

진정서를 낸 주모자 정규오를 비롯하여

6인을 퇴학시킨다. 그런데 1947년에 보

수신학을 공부한 박형용 박사가 만주에

서 귀국하여 10월 1일 고려신학교 교장

으로 취임을 한다. 그러자 정규오를 비

롯한 51인 전원이 자퇴하고 고려신학교

로 전학한다.

고려신학교가 총회 직영신학교는 아

니었지만 신사참배를 거부한 교계 지

도자들이 모여 설립한 학교이고 평양

신학교의 원래 정신을 계승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고려신학교를 졸

업한 이후에도 보수신학의 정신을 이

어가고 기도와 영성훈련을 펼쳐가면서

총회의 신앙적, 신학적, 정치적 버팀목

이 되었다.

이런 51인 신앙동지회의 정신과 신학

사상의 영향을 받은 교단의 지도자들이

WCC를 반대 한 것이다. 그래서 황무

지 같은 곳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총

신대를 비롯해서 총회회관을 세우고 세

계 최대 장로교단으로 부흥하는 눈물겨

운 교단사를 기록하였다. 어느 단체이

든 설립자의 초심, 정신과 가치가 정말

중요하다. 교단의 경우는 그런 초심의

가치가 신학적 정신과 영성을 만들어내

고 그 신학과 영성이 교단을 지키게 되

는 것이다.

오늘 우리 교단도 신학부터 점검해

야 한다. “과연 우리의 신학은 정말 개

혁신학의 정체성을 지키며 개혁주의 노

선을 걷고 있는가. 신학이 우리 교단

을 이끌어가는가, 정치가 신학을 이끌

어가는가.” 교단 100년을 다시 설계하

기 위해서는 신학이 정치를 이끌어가야

지, 정치가 신학을 이끌어 가면 안 된

다. 물론 이후에 이영수 목사라는 혜성

같은 정치적 지도자가 등장하여 눈부신

교단 발전의 신화를 이루게 된다. 그러

나 신학보다 정치가 앞서는 순간 교단

안에는 회오리바람이 불고 만다. 결국

신학과 영성이 교회를 지킨다. 우리는

지금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얼마나 소유

하고 있는가. 우리의 영성은 과연 개혁

주의적 영성인가.

신학과 영성이 교단을 지킨다

죽고 사는 힘, 언어

진영논리에 빠진 교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탄핵정국만큼 안타까

운 사회 현상을 지켜봐야 했다. 광화문과 서

초동으로 상징되는, 양 진영의 세대결 집회는

극단적 대립이라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

이 분명하다. ‘조국 지지’와 ‘조국 반대’로 갈

린 양 진영의 충돌로 인해 우리가 얻은 유익

은 무엇일까?

광화문과 서초동, 도대체 무엇이 우리 사회

를 이렇게 나눠 놓은 것일까? 또 경쟁하듯 사

람을 모으는 능력은 어떻게 키운 것인지도

궁금하다. 물론 ‘조국 사퇴’로 인해 소강상태

가 될지 모르겠지만 여전한 불씨는 언제든지

다시 활활 타오를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남북간의 끔찍한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안

고 산지 벌써 70년이다. 아직도 통일이 요원

한 데 더하여 진영간 극단적 이념 충돌이 나

라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든다.

교회는 이런 상황에서 조화로운 세상을 위

해 힘써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교회까지

이 진영논리에 뛰어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절대적으로 옳은 정치란 없다. 그런 정권이란

더욱 없다. 그럼에도 어느 한 편에서 대립에

한 몫을 한다면 과연 교회다운 것일까? 단체

로 광장으로 가는 것이 과연 권장할 일인가.

더욱이 구역모임이나 전도회에서도 진영논

리 때문에 갈등하는 일들이 발생한다고 하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와 그리스도

인이라면 사회통합에 힘써야 한다. 함께 손잡

을 수 없는 절대 악이라면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 그러나 특정 사안에 대한 크고 작은 견

해 차라면 뛰어넘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절

대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면 대립이

아닌 조화와 이해를 추구해야 한다.

‘나’만 정의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상대에게

도 진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좀 기다리

자. 어느 광장이든 나가서 의사 표시를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갈등만 키우는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서로의 다름을 마음껏 주장하

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누리기보다, 나와 다른

상대와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세

워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합의된 정

의를 위한 양보와 타협으로 소비적이고 파괴

적인 대립을 멈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단 내에서도 진영논리

들이 자리 잡곤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인가

보다 누가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

다. ‘그’가 하면 무조건 반대 또는 무조건 찬

성하는 것은 진영논리에 다름이 아니다. 진리

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그 다름을 이해하

는 넉넉한 마음으로 화평할 때 비로소 하나

님의 자녀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총신대 전 재단이사들이 교육부장관을 상대

로 ‘임원(이사)취임승인취소처분’을 취소해 달

라는 소송을 지금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

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총회임원회

는 10월 18일 회의를 열고, 10월 29일에 총회

실행위원회를 긴급히 소집하여 대책을 강구

키로 했다.

지난 9월 충현교회에서 열린 제104회 총회

에서 총신조사처리 및 정상화특별위원회는

총신대 전 재단이사와 감사에게 사과문을 받

고, 일부 이사들은 천서위원회에 천서제한을

청원했으며, 총회 지시에 반한 총신 교수들

처리는 총장에게 맡겨 지도키로 했다고 보고

했다.

그 자리에서 고영기 목사는 총신대를 어지

럽게 만든 건 총신 재단이사, 전 총장, 일부

교수 및 직원들의 크나큰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으나 우리가 총신을 위해 기도하지

못했던 허물도 있다며 전 재단이사들을 용서

해 주자고 요청했다. 반대도 있었으나 총대들

은 전 재단이사들의 사과를 받고 모든 제약

을 풀어 주었다.

그러나 전 재단이사들이 신청한 임원취임승

인취소 소송이 최근 계속 진행 중인 것이 알

려지면서 총회 산하 전국 교회가 들끓고 있

다. 전 재단이사장 박재선 목사 외 15명은

2018년 8월 교육부가 이사 전원 해임 결정을

내리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받

아들이지 않아 패소했다. 반면 함께 제기한

본안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제104회 총회에서 총신조사처리

및 정상화특별위원회가 이 사실을 모르고 전

재단이사들에게 면죄부를 주자고 했는지 의

문이다. 만일 알았다면 총회를 기만한 행위

이다. 총신대 정상화특별위원회는 당연히 임

원취소처분 소송이 진행 중임을 명백히 밝히

고, 전 재단이사들의 소송 취하를 전제로 면

죄부를 줬어야 했다. 전국 교회는 총회현장에

서 사과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본안소송은 진

행 중이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총신대 전 재단이사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제

기한 소송의 조정기일이 11월 12일로 잡혀

있다. 전 재단이사들은 본인들의 명예를 회복

하기 위해 취하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제104

회 총회현장에서 사과 인사를 한 것으로 이

미 ‘정리’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유 불문하고 전 재단이사들은 임원취임

승인취소 소송을 취하하길 바란다. 그게 대의

다. 비록 승소한다 해도 명예가 회복되는 것

은 결코 아니다. 이미 총회석상에서 사과할

때 소송 취하도 함께 사장되었기 때문이다.

총회 100년을 설계하다(2)

오피니언

사설

총신 전 재단이사 소송 취하가 정답이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부총회장

신학과 영성이 교회를 지킨다.

우리는 지금 개혁신학의 정체

성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

우리의 영성은 과연 개혁주의

적 영성인가.

권성묵 목사청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