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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2015년 12월호 70 삼치하면 떠오르는 건 무엇일까? 30~50cm 정도의 것으로 만든 삼치구이일 터. 하지만 전남 남해안으로 내려가면 삼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난다. 1m를 전후한 거대한 삼치가 경매되는 모습부터 얼음에 재워 잘 숙성시킨 뒤 내는 삼치회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로도항의 삼치를 따라 전남 고흥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글·사진 | 문일식(여행전문칼럼니스트) 겨울을 기다렸다 제철 맞은 나로도 삼치 그 곳에 가고 싶다

겨울을 기다렸다 제철 맞은 나로도 삼치·¸곳에가고싶다.pdf · 해맞이길, 용바위길, 해돋이해수욕장길 등 6.1km의 미르마루길이 이어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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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2015년 12월호70

삼치하면 떠오르는 건 무엇일까? 30~50cm 정도의 것으로 만든 삼치구이일 터. 하지만 전남 남해안으로 내려가면 삼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난다. 1m를 전후한 거대한 삼치가 경매되는 모습부터 얼음에 재워 잘 숙성시킨 뒤 내는 삼치회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로도항의 삼치를 따라 전남 고흥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글·사진 | 문일식(여행전문칼럼니스트)

겨울을 기다렸다제철 맞은 나로도 삼치

그 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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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KLCA Monthly Journal Vol.492

삼치로 흥청거렸던 나로도항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도항은 예로부터 삼치로 유명했다. 일

제강점기 때부터 삼치파시가 열렸고, 참치만큼이나 삼치를 좋

아하는 일본인들조차 나로도 삼치하면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

도로 삼치의 본향이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때 삼치의 어업전진

기지로 삼았고, 전기와 수도설비 등도 그 당시에 들어오는 등

나로도항은 크게 번성했다.

삼치 호황은 1980년대 초까지 이어졌는데, 1960~70년대는 최

고의 전성기였다. 삼치가 1kg에 5천원이나 할 정도로 가격이

좋아 청산도 등에서 오는 삼치배들이 200여 척이 넘었다. 당

시 대한전선에서 생산되는 작은 TV 한 대가 3만 5천원 정도,

광주광역시의 40평대 집값이 5백만원 정도였다 하니 얼마나

호황을 이뤘는지 짐작할 만하다. 수 천 상자씩 수북이 쌓인 삼

치는 ‘대일무역선’이라 부르던 삼치수출선에 실려 일본에 전

량 수출됐다.

지금의 나로도항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삼치의 본향답게

삼치의 명성은 그대로다. 흔히 시장이나 마트에서 만나는 삼치

는 30~50cm 정도이고 일본어로 ‘고시’라 부르는 삼치새끼인

데, 이 고시는 삼치 축에도 끼지 못한다. 적어도 1kg이 넘어야

삼치라 불리고, 3kg이 넘어야 제대로 된 삼치 대접을 받는다.

5kg 정도 되는 삼치도 ‘중치’ 정도고, 큰 삼치는 1m가 훨씬 넘

는 것도 있다.

나로도항에서는 매일 오전 8시, 오후 2시에 경매가 열린다. 삼

치를 비롯해 자연산 광어, 문어, 적새우 등 다양한 어종의 경매

가 열린다. 특히 삼치경매는 매우 치열하다. 경매사와 중개인

이 삼치를 사이에 두고 수화로 경매를 하는데, 경매인의 눈빛

과 중개인의 몸짓이 서로 하나가 되면 삼치의 주인이 가려진다.

입에서 살살 녹는 삼치회

삼치는 겨울철이 제철이다. 4∼6월까지 산란기를 보낸 삼치는

가을부터 월동준비를 위해 살을 찌우기 때문이다. 나로도 등 전

남 남해안에서는 삼치를 회로 즐긴다. 잡히자마자 죽는 삼치의

특성 때문에 활어회가 아닌 선어회로 즐긴다. 삼치의 살은 무른

편이어서 실온에 두면 삼치의 성질만큼이나 쉽게 상하고, 냉동

을 하면 살이 물러서 씹을 게 없기 때문에 삼치는 경매가 끝나

자마자 바로 얼음에 채워져 냉장 숙성에 들어간다. 2~3시간 정

도 숙성을 하면 제대로 된 삼치회를 즐길 수 있다.

나로도항 일대에는 삼치회를 내는 횟집이 많다. 삼치회는 두툼

하게 썰어 김이나 묵은지에 싸서 먹는다. 삼치회는 흔히 ‘입 안

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엄지를 치켜세우는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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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2015년 12월호72

다. 활어회에 비해 쫄깃한 맛은 적지만, 씹을수록 고소하면서

도 담백하다. 삼치초밥도 추천할 만하다. 삼치회 특유의 고소

한 맛이 씹을수록 오래간다.

편하게 횟집에서 맛볼 수 있지만, 나로도항의 회센터에서 삼

치를 구입해 횟집으로 가져가 일정비용을 내면 삼치회는 물

론 삼치구이와 삼치탕까지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자릿세와

밑반찬 값에 회를 떠주는 비용이 포함되며, 삼치구이 비용은

별도다. 삼치를 따로 구입해 갈 경우 횟집에 미리 문의해 보

는 것이 좋다.

고흥의 삼색 숲을 만나다

고흥은 기름진 땅과 그리 높지 않은 올망졸망한 산이 많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팔영산을 포함해 대체로

400~600m 정도다. 고흥을 대표하는 산으로는 팔영산, 마복

산, 천등산, 봉래산 등이 있는데, 각 산에는 아름다운 숲이 하

나씩 조성되어 있다.

팔영산에는 편백 숲이 조성되어 있다. 팔영산 능가사에서 옆으

로 난 길을 따라 팔영저수지까지 올라가면 편백 숲 입구가 보

인다. 입구에서 숲을 한 바퀴 돌아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는데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거리는 3.5km로 대부분 평탄한 길이

어서 산책하기 좋다.

천등산 아래 자리 잡은 금탑사 주변에는 비자나무 숲이 있다.

금탑사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지만, 금탑사 입구에서 약 1km

되는 숲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도 좋다. 금탑사 주변으로 3천 여

주의 비자나무가 식재되어 있는데, 울울하면서도 팔을 활짝 편

듯 한 모습의 비자나무의 자태가 매우 아름답다. 원효대사가 창

건한 것으로 알려진 금탑사도 함께 둘러보자.

나로도항에서 가까운 외나로도의 봉래산에는 편백 숲과 삼나

무 숲이 산재해 있다. 봉래면 소재지에서 나로우주센터로 넘어

가는 길에 무선기지국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무선기지국 왼편

으로 등산로가 하나 나 있는데,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봉래산

정상과 숲길로 가는 두 갈래 길로 나뉜다. 편백 숲과 삼나무 숲

은 무선기지국에서 약 1.9.km 떨어져 있는데, 1920년대 봉래

면의 산림계원들이 황폐해진 산을 가꾸기 위해 편백나무와 삼

나무를 심은게 지금까지 전한다. 몇 년 뒤에는 100년의 역사를

꼬박 채운다. 이 숲은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특별히 관리를 하

지 않아 나무 자체가 우람하면서도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숲

속으로 작고 푹신한 오솔길이 나 있는데,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가거나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봉래산 편백

숲과 삼나무 숲은 나로우주과학관과 함께 다녀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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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없는 미술관’ 고흥의 아름다운 해안드라이브

팔영산 남쪽에 자리 잡은 영남면 소재지에서 남열해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용

바위에 이르는 10km의 해안도로는 ‘지붕없는 미술관’이라 부르는 고흥의 아름다

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해돋이로 유명한 남열해변과 멀리 나로도가 바

라다 보이는 고흥우주발사전망대, 해안절벽이 아름다운 용바위까지 만나볼 수 있

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특히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지상 7층 높이의 규모의 전

망대에 오르면 고흥과 여수 사이의 바다에 떠 있는 여러 섬과 멀리 내·외나로도

의 장관이 펼쳐진다.

전망대 바로 아래로는 일출로 잘 알려진 남열해변이 이어져 있고, 동쪽으로는 손

에 잡힐 듯 가까운 여수의 낭도와 그 뒤로 섬과 육지의 산세가 차례로 이어진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목재데크길이 이어져 있다. 전망대를 중심으로 다랭이논길,

해맞이길, 용바위길, 해돋이해수욕장길 등 6.1km의 미르마루길이 이어져 있어

걷기 좋은 트래킹코스다. 또한 전망대 주차장 건너편의 우미산에 조성된 천년의

오솔길은 우미산 중턱의 곤내재에서 시작하는 평탄한 길이어서 가족단위의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다. 천년의 오솔길 중간 중간 전망대도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고흥여행을 마치고 올라가는 길, 해거름 녘이라면 중산일몰전망대에 잠시 들러볼

일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우도와 고흥과 보성의 육지사이의 바다 사이로 해가 떨

어지는 장관을 만난다. 상장

남해고속도로 고흥IC로 나와 고흥IC교차

로에서 고흥방면 우측방향, 한천교차로

에서 고흥방면 15번국도로 우회전한다.

고흥 읍내와 포두면 소재지를 지나 세동

삼거리에서 좌회전, 옥강삼거리에서 우

회전해 15번 국도로 계속 직진한다. 나로

1,2대교를 지나 봉래교차로에서 우회전하

면 나로도항을 만난다.

찾.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