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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 신경세포 신경세포의 구조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방식 신경전달물질, 약물, 독물 신경계와 내분비계 중추신경계 말초신경계 내분비계 정서와 자율신경계 뇌줄기의 위쪽 대뇌피질에서의 정보처리 좌반구와 우반구의 특화 의식과 잠든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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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

● 신경세포신경세포의 구조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방식

신경전달물질, 약물, 독물

● 신경계와 내분비계중추신경계

말초신경계

내분비계

정서와 자율신경계

● 뇌뇌줄기의 위쪽

대뇌피질에서의 정보처리

좌반구와 우반구의 특화

의식과 잠든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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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우리가 행하는 거의 모든 일을 통제한다.

뇌는 지각, 의식, 기억, 언어, 지능 등 우리를 인간답

게 만드는 모든 일을 책임지고 있다. 약 1.3kg에 불

과한 구조물이 이런 엄청난 일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

닐 수 없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neuron)는 약 1,000억 개

로 추정된다(Thompson, 2000). 각 신경세포는 수천 개의 다

른 신경세포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뇌 속 신

경세포 간 연결 개수는 실로 천문학적 수치(수조 개 이상)로 추

정된다. 많게는 1x1015개로 추정되기도 한다(Sweeney, 2009).

우리가 가진 DNA 속 뉴클레오티드의 전체 배열을 우리의 유

전체(genome)라 하듯, 우리 신경계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들 간

연결의 총체는 신경체(conntectome)라 부르기도 한다(Seung,

2012). 그러나 유전체는 수태 시 결정되는데 반해, 신경체는 전

생에 걸쳐 변한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신경체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 때문에 인간의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내에서 가장 복잡한 장치로 간주되기도 한다(Buonomano, 2011). 그 복잡성 때문에 우

리는 우리의 뇌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그 자체의 작동방식을 구명하

려 한다. 놀랍지 않은가?

이 장은 신경과학, 즉 뇌와 신경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다룬다. 먼저, 신경계를 구성하는 단위 요소

인 신경세포부터 살펴볼 것이다.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하고 통합하는 방식 그리고 약물과 독물이 이들

과정을 방해하는 방식 및 우리의 행동과 정신작용을 변화시키는 방식을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신호전달

문제와 관련된 질병과 장애에 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먼저, 신경세포의 작동방식을 소개한 후 신경계의 위계적 구조를 살펴보고, 신경계의 하위구조인 중추

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논의할 것이다. 아울러 신체의 또 다른 신호전달 시스템인 내분비계도 고려할 것

이다. 또한 정서에 관해서도 논의될 것이다. 정서적 경험이 야기되는 과정을 고려할 때는 말초신경계의

일부인 자율신경계의 역할을 논할 것이다.

그런 다음 뇌의 주요 부위와 그 기능을 자세히 소개할 것이다. 인간의 고등 정신기능을 책임지고 있는

대뇌피질을 집중적으로 살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식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잠잘 때(의식이 쉬는 동

안) 전개되는 뇌의 활동을 수면의 5단계 및 꿈과 관련지어 살펴볼 것이다.

신경세포

심리학자들이 신경세포의 작동방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경세포에 관

한 문제는 생물학의 문제이지 심리학의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그렇지만도 않다. 인

간은 생물성 유기체이다. 인간의 행동 및 정신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 및 정

신활동의 생물적 기반을 이해해야 하고, 이 이해는 신경세포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

Tom

Sw

ick/

Cart

oons

tock

“우리 몸은 수천억 개의 빵가루로 이루어져 있어요.”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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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심리학과의 만남

다. 신경세포의 활동이 없다면, 우리는 느낄 수도 없고 학습할 수도 없으며 기억할 수

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신경세포의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행

동 및 정신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밑천이 된다.

신경세포의 작동방식을 설명할 때는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방식이 소개될 것이다.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방식에 관해서는 상당히 많은 것이 밝혀져 있다. 그러나 이들 신

경세포를 기초로 만들어진 대규모 신경연결망인 뇌가 우리가 하는 일을 관리하는 방식

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방식에 관해서는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이들 더욱 복잡한

문제는 앞으로 해결돼야 할 핵심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절에서는 뇌의 작동방식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 즉 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요소인 신경세

포의 작동방식을 주로 다룰 것이다. 신경세포의 구조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신경세포의 구조

뇌와 신경계는 신경세포와 교세포라는 두 가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신경세포

(neuron)는 신경계 내에서 벌어지는 정보전달을 관장한다. 뇌와 신경계 내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통합하고 내보내는 일을 하는 것이 신경세포이다. 교세포(glial cells)는 신

경세포를 지지하는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교세포는 신경세포의 부산물을

청소하고, 신경세포를 둘러싼 환경을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며, 신경세포의 보호막을

형성하고, 신경세포가 하는 일을 돕는다. 우리의 뇌와 신경계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의

수도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교세포의 수는 신경세포의 수보다 10배나 더 많다. 따라

서 뇌 속에 있는 세포 중 약 90%가 교세포인 셈이다. 그런데 교세포의 크기는 신경세

포보다 10배 정도 작기 때문에 신경계 내에서 교세포가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는 신경

세포가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와 비슷하다(Kalat, 2007).

최근의 연구자들은 교세포가 신경세포를 지지하는 시스템으로만 작용한다는 생각

을 의심하고 있다(Fields, 2004, 2009, 2011; Koop, 2009). 신경세포와 교세포는 서로 정

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또 교세포는 신경망과 대등한 망을 구성하여 자기들끼리만 신

호를 주고받음으로써 뇌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교세포는 시냅스 형

성에도 영향을 미치며, 신경세포들 간 연결 중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

화시킬 것과 약화시킬 것을 선택하는 일을 돕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

다. 신경세포 간 연결을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키는 작업은 학습과 기

억에 필수 과정이다. 또한 교세포는 조현병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장

▶ 신경세포 신경계 내에서 정보전달을 담당하는 신경세포

▶ 교세포 신경계 내에서 신경세포 지지 시스템을 구성하는 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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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경과학 49

애에도 그리고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가능성과 지금까지 거의 무시되어 온 교세포에 대

한 연구 가능성을 두고 크게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신경계에서 벌어지는 신호

전달에서 가장 중요한 세포는 아직도 신경세포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아래의 논의

도 그 초점은 신경세포에 둘 것이다.

모든 신경세포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구성 요소와 구조를 가지며, 작동방식 또한 동

일하다. 그림 2.1은 주요 구성 요소를 모두 가진 신경세포를 보여준다. 신경세포의 주

요 구성 요소 세 가지는 수상돌기와 세포체 그리고 축삭이다. 먼저, 이 세 가지 구성

요소의 주된 기능 및 서로 간의 관계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세포체에서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온 섬유가 수상돌기(dendrites)이

다. 수상돌기의 주된 기능은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수상돌기는 받아들인 정보를 세포체로 전달한다. 세포체(cell

body)는 세포의 핵과 세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물성 기계장치를

담고 있다. 세포체는 수상돌기로부터 받아들인 정보를 다른 신경세포

로 전달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전달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

▶ 수상돌기 신경세포의 세포체에서 뻗어 나온 섬유로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는 일을 함

▶ 세포체 세포의 핵과 그 세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물성 기계장치를 담고 있는 부분. 세포체는 수상돌기로부터 받아들인 정보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결정함

▲ 그림 2.1 신경세포의 구조

신경세포에는 수상돌기, 세포체, 축삭이라는 세 부분이 있다. 수상돌기는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여 세포체로 보낸다. 세포체는 받아들인 정보를 또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전달해야 할 것으로 결정되면, 전기적 자극을 만들어 축삭을 따라 그 정보를 전달한다. 그림 속의 축삭은 수초로 둘러싸여 있다. 수초 사이에 간격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라. 축삭을 따라 전도되는 전기적 자극은 한 간격에서 다음 간격으로 뛰어넘는 식으로 전도된다. 반응이 축삭의 종말단추에 도달하면, 다음 신경세포와의 화학적 신호전달을 촉발한다.

세포체

수상돌기

축삭

종말단추

수초

전기적 반응(축삭을 따라 전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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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심리학과의 만남

되면, 축삭을 따라 그 정보를 전달한다. 축삭(axon)은 세포체에서 기

다랗게 뻗어 나온 섬유를 일컫는다. 축삭의 끝은 여러 개의 종말단추

로 나뉜다. 축삭의 주된 기능은 정보를 세포체로부터 축삭종말까지

전송함으로써, 정보가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되도록 돕는 일이다. 축

삭은 아주 짧은 것에서부터 척수에서 발가락 끝까지 가는 아주 긴 것

까지 길이가 천차만별이다. 신경세포의 일반적 구조를 알았으므로, 이제 신경세포의

주된 기능인 정보전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방식

신경세포 간(때로는 신경세포와 근육 간 그리고 신경세포와 내분비샘 간) 신호전달 방

식에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사항은 그 과정의 일부는 전기적이며 일부는 화학적이라

는 사실이다. 신경세포 내의 신호전달은 전기적이다. 실제로 전기적 반응이 생성되어

축삭을 따라 전도된다. 그러나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은 화학적으로 이루어진다. 신경

세포와 신경세포는 서로 붙어 있지 않고 아주 미세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이 공

간을 뛰어넘는 신호전달은 화학물질의 이동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전기적 신호전달

과정을 살펴본 다음, 화학적 신호전달 방식을 살펴보기로 하자.

전기적 신호전달 전기적 신호전달은 수상돌기에서 다른 신경세포의 신호를 받아들이

는 데서 시작된다. 수상돌기에서 받아들인 신호는 흥분성(전기반응을 생성하라는 신

호)이거나, 억제성(전기반응을 생성하지 말라는 신호)이다. 세포체는 이들 신호를 종

합하여 신경반응을 생성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흥분성 신호가 억제성 신호

보다 충분히 강하면 세포체는 전기적 신경반응을 생성한다. 생성된 반응은 축삭을 따

라 축삭종말까지 전도된다. 전도방식은 실무율을 따른다. 반응은 존재하거나 존재하

지 않을 뿐이며, 일단 반응이 생성되면 그 반응은 자극의 강도에 관계없이 축삭종말까

지 일정한 속도로 전도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회초리로 맞는 것과 몽둥이로 맞는 것

처럼 신체에 가해지는 자극의 강약은 어떻게 부호화되는 것일까? 이 의문의 답은 간단

하다. 자극의 강약에 따라 반응하는 신경세포의 개수와 각 신경세포에 의해 생성되는

반응의 비율(초당 반응 횟수)이 달라진다. 자극이 강할수록 반응을 생성하는 신경세

포의 수가 많아지며, 각 신경세포의 반응 또한 잦아진다. 즉, 몽둥이로 맞았을 때에 더

많은 신경세포가 반응을 하고 또 더 자주 반응한다는 뜻이다.

▶ 축삭 세포체에서 기다랗게 뻗어나온 섬유. 축삭의 끝은 여러 개의 종말단추로 나뉜다. 축삭의 주된 기능은 정보를 세포체로부터 종말단추까지 전송함으로써, 정보가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되도록 돕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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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경과학 51

신경반응이 전도되는 속도는 신경세포에 따라 다르지만 최고 속도

는 시속 32km에 이른다(Dowling, 1998). 빠른 것 같지만 전류의 속도

와 컴퓨터의 처리 속도에 비하면 턱없이 느린 편이다. 신경반응의 전

도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는 축삭이 수초(myelin sheath)로 덮

여 있느냐는 것이다. 수초로 덮여 있지 않은 축삭의 신경반응은, 폭죽

의 도화선이 타들어 가듯, 고정된 속도로 느리게 전도된다. 수초로 덮

여 있는 축삭의 신경반응은 빠르게 전도되는데, 그 이유는 반응이 수

초와 수초 사이에 있는 작은 간격에서만 다시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림 2.1을 보면, 수

초로 덮여 있는 축삭은 소시지를 한 줄로 이어 놓은 것 같고, 각 소시지 사이에 작은 간

격이 존재한다. 신경반응은 간격이 있는 곳에서만 다시 생성되기 때문에, 축삭을 따라

쭉 전도되는 것이 아니고 소시지를 하나씩 건너뛰는 식으로 전도된다. 이 두 경우의

전도 속도에서 나는 차이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앞뒤 발꿈치를 맞추며 걸어가는

것과 풀쩍풀쩍 뛰어가는 것 사이의 차이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수초가 손상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질환의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이 질병은 수초를 퇴화시키기 때문에, 이 병에 걸리면 신경반응이

축삭을 따라 전도되는 속도가 느려진다. 그 결과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몸을 자유자재로 놀릴 수 없게 된다. 아직까지 이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

수초는 흰색이기 때문에 뇌에서 회질과 백질을 구분하는 기초가 되기도 한다. 수초

로 둘러싸인 축삭의 군집은 ‘백질’을 이루고, 수초가 없는 세포체와 수상돌기의 군집

은 ‘회질’을 이룬다. 수초로 덮여 있는 축삭의 군집이 백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축삭의

색깔이 흰색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대뇌피질을 육안으로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그 색깔은 회색일 것이다. 대뇌피질의 바깥층은 거의가 수초가 없는 세포체로 구성되

어 있기 때문이다.

신경세포 간 화학적 신호전달 전기적 반응이 축삭종말에 도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까? 이 질문의 답은 그림 2.2에 제시되어 있다. 축삭종말에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

학물질을 싸고 있는 작은 보따리(시냅스 낭)가 들어 있다. 시냅스 낭 속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이 신경전달물질인데,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은 우리 몸이 신경계의

신호전달에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해 놓은 천연 화학물질이다. 축삭을 따라 축삭

종말에 도착한 신경반응은 시냅스 낭을 시냅스 간극(synaptic gap) 쪽으로 밀어붙인 다

▶ 수초 신경세포 내 신호전달을 빠르게 하기 위해 축삭을 덮어 분리시킨 막

▶ 신경전달물질 신경계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위해 특화된 화학물질

▶ 시냅스 간극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미세간격으로, 신경전달물질에 의한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이 이루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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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심리학과의 만남

음, 그 낭을 터뜨려 속에 들어 있는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 간극에 방출시킨다. 시냅

스 간극의 두께(너비)는 인간의 가장 가는 머리카락 굵기의 1/2,000밖에 되지 않는다

(Lynch & Granger, 2008).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간극을 건너 그다음 신경세

포의 수상돌기에 있는 수용체 부위(receptor site)로 들어간다[마치 열쇠(신경전달물질)

가 자물쇠(수용체)에 들어가듯]. 이런 과정을 거쳐 신호전달이라는 임무를 완수한 신

경전달물질은 다시 시냅스 간극으로 빠져나와 효소에 의해 분해되거나 방출되었던 축

삭종말로 재흡수된다. 시냅스는 신경세포들 간 신호전달의 통로이고, 뇌가 제 할 일의

거의 모두를 성취하는 수단이다. 때문에 인간의 강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의

마음과 행동은 시냅스에 의해 통제된다. 이러한 사실을 신경과학자 Joseph LeDoux는

보내는 신경세포

보내는 신경세포

신경전달물질이 담긴 낭

시냅스 간극

받는 신경세포의 수용기 부위

신경전달물질

재흡수

종말단추

전기적 반응

받는 신경세포

전기적 반응

1. 전기적 신경반응이 축삭을 따라 종말단추로 전도된다.

2. 전기적 신경반응이 종말단추에 도달하면 스냅스 낭을 파열시켜 그 속의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 간극으로 방출시킨다.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간극을 건너 받는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에 위치한 수용기로 들어간다.

3. 신호를 전달한 후 시냅스 간극으로 되돌아 온 신경전달물질 중 일부는 그 물질을 방출한 뉴런으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이 공간에서 분해된다.

▲ 그림 2.2 시냅스에서 벌어지는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은 화학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림에서 설명되었듯이, 화학적 신호전달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1) 종말단추에 도달한 전기적 신경반응은 시냅스 낭 속의 신경전달물질을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 있는 시냅스 간극에 방출시킨다. (2)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간극을 건너 그 다음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와 세포체에 널려 있는 수용기에 부착되어 신호를 전달한다. (3) 신경전달물질은 다시 시냅스 간극으로 돌아와 효소에 의해 분해되거나 종말단추로 재흡수되어 재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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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경과학 53

자신의 저서 Synaptic Self(2002, p. ix)에서 “우리는 우리의 시냅스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존재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시냅스를 발견한 사람은 누

구일까? 시냅스에 관한 기록을 처음 남긴 사람은 19C 스페인 해부학

자 Santiago Ramón y Cajal이었다(Rapport, 2005). 신경과학의 창시자로 불리기도 하는

Ramón y Cajal은 신경계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킨 공로로 1906년 노벨 생리학

또는 의학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Ramón y Cajal은 신경세포들 간 간극을

가리킬 때 시냅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Synapse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사람은

Charles Scott Sherrington이라는 1932년 노벨상 수상자였다. Rapport(2005)에 의하면,

synapse라는 용어는 Sherrington이 Michael Foster’s A Textbook of Physiology의 개정판을

집필하는 동안 신경반응이 좁은 괴리를 건너 수상돌기로 전도되는 일을 묘사하기 위

해 만들어냈고, 1897년 출판된 Foster’s A Textbook of Physiology 7판에 처음 등장했다.

뇌 영상기법 신경세포가 신호전달이라는 필수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영양분

(예:혈당)과 산소를 필요로 한다. 아마 이 때문에 우리 몸속 혈액의 20%가 뇌로 흘러

가며(Gazzaniga, Ivry, & Mangun, 2002), 산소의 25%가 뇌에서 소비되는 것(Ackerman,

2004)일 것이다. 산소가 없으면 신경세포는 수분 내에 죽고 만다. 일을 많이 하는 신경

세포일수록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데, 뇌 영상을 만들어내는 여러 기법은 바로 이 사

실을 기초로 개발되었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법(posit ron emiss ion

tomography, PET 스캔)에서는 먼저, 몸에 해가 되

지 않을 정도로 소량의 방사성 포도당을 혈관에 주

입한다. 이 포도당은 뇌 속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신경세포가 모인 부위로 더 많이 흘러들어 간다.

신경세포 속으로 들어간 포도당이 그 세포 속에서

대사활동에 의해 변형되면 양전자(방사성 물질에

서 방출된 입자)가 방출된다. 이때 컴퓨터를 이용

하여 방출된 양전자를 찾아내어 그 양을 측정한다.

측정 결과를 이미지로 바꾸면 활동이 왕성한 부분 T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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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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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전자방출단층촬영법 방사성 포도당이 대사활동을 통해 변형되어 방출되는 양전자의 양을 측정하여 뇌 속 각 영역이 활동했던 정도를 시각화한 영상

싸구려

스캔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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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심리학과의 만남

일수록 밝은색을 띤다. 따라서 PET 스캔을 이용하면 사람들이 특정

과제(예:읽기나 말하기)를 수행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가장 활발하

게 활동하는지를 찾아낼 수 있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법(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으로 알려진 또 다른 뇌 영상기법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뇌에 주입하지 않고, 뇌

의 각 부위에서 산소가 모이는 양을 측정한다. 활동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산소를 필

요로 할 것이고, 더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혈액이 그쪽으

로 흘러들어야 한다. fMRI는 바로 이 부위를 찾아내어 이미지를 만든다. 따라서 fMRI

는 뇌의 각 부위에서 벌어지는 혈류의 변화를 이미지 속 색깔의 차이로 나타낸다. PET

스캔처럼 fMRI도 뇌의 각 부위가 담당하는 기능을 밝혀내는 데 자주 이용된다. 그러

나 fMRI가 PET보다 선호되는 이유는 방사능 물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고 또 이미지

가 PET 이미지보다 선명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뇌의 각 부위가 담당하는 기능을 밝혀내기 위해 뇌가 손상된 환자들의 행

동을 관찰하거나, 뇌 손상 환자가 죽은 후에 그 뇌를 수습하여 정상인의 뇌와 비교하

는 방법을 이용하였다. 이에 비해 현대의 뇌 영상기법은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 뇌의 구조와 기능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뇌 영상기법을 통해 뇌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이들 기법이 뇌 연구에 극히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뇌 영상기법을 이용한 연구의 설명력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들도 많다(Legrenzi & Umiltà, 2011; Satel & Lilienfeld, 2013). 뇌 영상기법의 한

계점과 그 기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에 관한 논의는 Shermer(2008)와

Uttal(2003)이 제공하고 있다.

신경전달물질, 약물, 독물

우리의 신경계에서는 50~100개 정도의 화학물질이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Valenstein, 2005). 이 단락에서는 이들 중 널리 알려진 7가지, 즉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GABA(gamma-aminobutyric acid), 글루탐산, 엔도르핀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이들 신경전달물질이 깊이 관여하는 행동 및 정신과정을 소개

할 것이다. 그런 후, 특정 신경전달물질에 의한 신호전달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독물

및 약물을 예시하고,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이 지나치거나 부족하여 생기는 질병

및 장애를 설명할 것이다. 약물과 독물의 효과를 논의할 때는 작용제와 대항제를 구분

▶ 기능성자기공명영상법 뇌 내 여러 영역의 활동 정도를 이들 각 영역에 모인 산소의 양을 측정하여 시각화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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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경과학 55

할 것이다. 작용제(agonist)는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약

물이나 독물을 일컫고 대항제(antagonist)는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감소시키는 약물이나 독물을 일컫는다. 이들 약물 및 독물이 그 효과

를 발휘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라는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아세틸콜린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ACh)은 학습, 기억, 그리고 근

육 움직임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로, 뇌에서는 학습과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뇌 속 ACh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향이 있다. 신

체의 근육 속에 있는 ACh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신체의

여러 부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ACh이 근육을 수축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에, 우리는 독물이 작용제나 대항제로 작용하여 신경전달물질의 정상적인 활동에 영향

을 미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되었다. 독물 중에는 ACh이 유발하는 근육 수축작용을 방

해함으로써 우리의 몸을 마비시키는 것도 더러 있다. 이들 독물 중 세 가지를 골라 각각

어떻게 작용하기에 상이한 방식으로 동일한 효과를 유발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식중독을 유발하는 보튤리눔(botulinum) 독소를 고려해보자. 이 균은 대항제

로 ACh이 신경종말에서 근육으로 방출되는 일을 방해한다. 그 결과는 근육 마비로 이

어진다. 따라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른다. 가슴과 횡격막이 마비되어 숨을

못 쉬게 되기 때문이다. 얼굴의 주름살을 펴는 데 이용되는 ‘보톡스’ 치료에는 이 독물

을 극소량 이용하여 얼굴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킴으로써 주름이 생기지 않게 한

다. 다음, 쿠라레(curare)는 남미 인디언들이 창끝과 화살촉에 발랐던 독물이다. 보튤

리눔과 마찬가지로 쿠라레도 ACh 대항제이다. 이 독물은 ACh을 받아들여야 할 수용

체 부위를 차지해버리기 때문에 ACh이 갈 곳이 없어지고 신호전달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주요 근육이 마비되며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독물인

‘검은 과부 거미’의 독물은 ACh 작용제로 작용하여 근육을 마비시켜 죽음을 유발하기

도 한다. 검은 과부 거미의 독은 ACh이 계속 방출되게 하여 시냅스에 넘치게 만든다.

이때는 작용제로 활동하여 주체할 수 없는 발작성 몸놀림을 유발한다. 그러다가 ACh

이 고갈되어 더 이상 방출되지 않으면 몸이 마비되어 죽음에 이른다. 그러나 이 거미의

독은 다른 곤충을 잡는 데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물려 죽는 일은 드물다.

도파민 도파민(dopamine)은 각성 및 기분, 사고과정, 그리고 몸놀림에 영향을 미치는

▶ 작용제 신경전달물질의 효과를 증가시키는 약물이나 독물

▶ 대항제 신경전달물질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약물이나 독물

▶ 아세틸콜린 기억과 근육 움직임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 도파민 주의, 사고과정, 보상중추 및 몸놀림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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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심리학과의 만남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러나 그 작용방식은 ACh의 작용방식과 판이하

게 다르다. 뇌의 기저핵(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의할 것임)에 도파민

수준이 낮아지면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을 앓게 된다. 이 병은

근육이 떨리고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워지고 몸놀림 자체가 굳어지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와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

리도 이 병으로 고생했다. 의사들은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도파민을

혈관으로 주입해 보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치료를 할 수가 없었

다. 도파민이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이

란 위험한 물질이 미세혈관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일을 예방하는 기제를 일컫는다. 그

러나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는 도파민과 같은 유용한 물질도 통과시키지 않는 단점

도 있다. 다행히 도파민 합성에 필요한 L-도파는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물질이 파킨슨병 치료제로 이용되었다. 도파민 선구물질을 가진 L-도파가 혈뇌장벽을

통과한 후에는 도파민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하여 도파민 생성이 증가한다. 그러니까

L-도파는 도파민 작용제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L-도파가 파킨슨병을 앓는 모든 환

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효과가 있는 환자들도 오래 사용하면 그 약효가 떨어

진다는 데 있다.

또한 L-도파는 조현병과 유사한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조현병이란 현실감

상실, 환상이나 망상, 주의결핍 같은 지각 및 인지기능의 결손을 그 대표적 증상으로

하는 정신장애이다. 조현병은 도파민 활동이 지나쳐서 발생하는 병이며, 도파민은 우

리의 사고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부작

용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사실 종래의 조현병 치료제는 도파민 수용기를 모

두 차단하여 도파민의 활동을 줄여주는 도파민 대항제로 작용하였다. 역으로 조현병

치료제의 부작용은 파킨슨병과 같은 몸놀림의 어눌함을 초래하였다. 물론 그 이유는

이 약물의 효과가 강력하여 기저핵에 있는 도파민 수용기까지 차단했기 때문으로 풀

이된다.

암페타민(amphetamine)이나 코카인 같은 중독성 자극제의 효과는 도파민이 각성 및

기분상태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암페타민은 축삭종말에서 도

파민 방출을 자극하여 시냅스에 도파민 수준이 높아지도록 작용한다. 그리고 코카인

은 시냅스에 방출된 도파민이 재흡수되는 일을 방해함으로써 시냅스에서의 도파민 활

동을 증가시킨다. 코카인은 시냅스에 방출된 도파민의 활동을 정상보다 더 오래 지속

▶ 파킨슨병 몸놀림의 어려움이 주된 증상으로 기저핵에 도파민의 활동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질환

▶ 혈뇌장벽 위험한 물질이 미세혈관을 통해 뇌에 잠입하는 것을 예방하는 기제

▶ L-도파 파킨슨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도파민 선구물질을 포함하는 약물로, 뇌에 들어간 후 도파민으로 변화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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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경과학 57

되게 한다. 문제는 이처럼 도파민이 많아져 야기된 기분 좋은 상태가

잠시 지속되고 나면 도파민 고갈이 발생해 갑작스러운 기분의 ‘추락’

이 뒤따른다는 데 있다. 이들 중독성 자극제가 기분에 미치는 효과는

뇌의 보상중추에 도파민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해

석된다. 진통제나 카페인, 니코틴 등 다른 중독성 약물도 바로 이 보

상중추의 도파민 수준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코카인은 도파민 외에 세로토닌과 노르

에피네프린이 재흡수되는 일도 차단한다. 세로토닌(serotonin)과 노

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은 각성수준과 기분, 수면 및 섭식행동

에 관여한다. 이 두 신경전달물질은 우울과 같은 기분장애에 주된 역

할을 담당한다.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가장 널리 처방되는 항우울제인 프로작(Prozac),

팍실(Paxil), 졸로프트(Zoloft)는 선별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로 작용한다. 이들 약물은 말 그대로 세로토닌의 재흡수만

을 억제함으로써 세로토닌 작용제 효과를 발휘한다. SSRI는 코카인과는 달리, 재흡수

를 부분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세로토닌 고갈을 유발하지 않으며, 따라서 급작스러

운 기분의 ‘추락’도 발생하지 않는다. 심볼타(Cymbalta), 프리스틱(Pristiq), 이펙소어

(Effexor) 같은 항우울제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둘 다의 재흡수를 차단한다. 따

라서 이들 약물을 선별적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and 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SNRI)라 한다. SSRI, SSNRI, 그리고 다른 항우

울제에 관한 더 자세한 논의는 제10장에서 전개될 것이다.

GABA와 글루탐산 GABA(gamma-aminobutyric acid)는 신경계에서 주된 억제성 신경

전달물질이다. 그 일차적 기능은 뇌의 각성수준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일이

다. GABA는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이 정신활동이나 행동이 점검되지 않은 채 진행

되는 일을 예방한다. 예를 들어, 각성 및 불안수준을 낮추어 주며, 몸놀림의 조절을 돕

는다. 항불안제(진정제)는 GABA 작용제로 GABA의 활동을 높임으로써 불안을 감소

시킨다. GABA의 활동이 없어지면 간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간질이란 주체할 수 없는

몸놀림이나 발작을 유발하는 뇌장애의 일종이다. 발륨(Valium)과 리브륨(Librium) 같

은 진정제가 간질발작을 차단하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들 진정제가 간질병 치료

▶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각성/흥분 수준과 기분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 선별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차단함으로써 세로토닌 작용제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

▶ 선별적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작용제 효과를 나타내는 항우울제

▶ GABA 각성 및 불안수준을 낮추고 몸놀림 조절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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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심리학과의 만남

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글루탐산(glutamate)은 신경계에서 주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작

용한다. 글루탐산은 기억과 통증 지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

다. 그러나 글루탐산의 활동이 지나치면 신경세포가 죽어버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뇌졸중은 글루탐산 시냅스에 과도한 자극을

유발하여 결국에는 신경세포 자체를 죽게 만든다. 글루탐산 활동의 결함도 문제를 유

발한다. 글루탐산의 수준이 너무 낮아지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글루탐산 활동

수준의 비정상이 조현병의 신경화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Goff &

Coyle, 2001; Javitt & Coyle, 2007). 따라서 제약회사에서는 글루탐산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병 치료제가 조현병에 미치는 효과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Stone, 2011).

엔도르핀 엔도르핀(endorphin)은 쾌감 및 통증 감소에 관여하는 일군의 신경전달물질

을 일컫는다. 이들은 신경계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통증 제거제로 알려져 있다. 엔도

르핀이 방출되면 우리는 고통을 적게 느끼고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마라톤을

한 후에는 핏속의 엔도르핀 수준이 평상시보다 높아진다는 점(Mahler, Cunningham,

Skrinar, Kraemer, & Colice, 1989)을 감안하면, 마라톤을 한 후 고통이 아닌 즐거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쉽게 이해된다. 모르핀(morphine)과 헤로인(heroin) 같은 통증 제

거제는 엔도르핀 수용기에 부착되어 엔도르핀의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그 효과를 발휘

한다(Pert & Snyder, 1973). (영어에서 ‘엔도르핀’은 ‘내생적 모르핀’을 뜻한다.) 이들 통

증 제거제는 뇌의 보상중추를 자극함으로써 도파민 방출을 조장하기도 한다.

통증을 줄이는 위약효과의 생물학적 설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엔도르핀이다. 우

리는 위약이란 약물의 효력이 없는 불활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위약

복용에서 창출되는 호전 기대가 엔도르핀을 방출하게 했고, 그 결과 실제로 통증이 감

소하게 되었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와 비슷한 논리를 이용하면, 침술로 통증이 제

거되는 현상도 설명된다(Pert, 1999).

표 2.1은 이상에서 소개한 신경전달물질에 관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들 물질이

주된 역할을 수행하는 행동 및 정신활동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 글루탐산 신경계에 있는 주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기억 저장, 통증 지각, 뇌졸중, 그리고 조현병(정신분열증)과 연관되어 있음

▶ 엔도르핀 통증 지각 및 안정감에 관여하는 일군의 신경전달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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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경과학 59

이 절에서는 신경계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신경세포가 작동하는 방식과 그들 간 신호전달 방식을 논하

였다. 신호전달에는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와 세포체 그리고 축삭이 모두 관여한다. 수상돌기는 다른 신경

세포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여 세포체로 보내고, 세포체는 받아들인 신호를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할 것인

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전달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면, 전기적 반응이 생성되고 반응은 축삭을 따라 축

삭종말로 전도된다. 이 신호가 축삭종말에 도달하면, 거기에 있던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간극으로 방출

되어 다음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한다. 신호전달 임무를 완수한 신경전달물질은 분해되거나 방출되었던

축삭종말로 흡수되어 재활용된다. 이러한 화학적 신호전달은 신경계 내에서의 신호전달 및 통합을 가능

하게 하여 우리로 하여금 지각, 기억, 사고는 물론 몸놀림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한다. 교세포는 이러

한 정보전달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우리의 행동 및 정신과정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7가지 주요 신경전달물질로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GABA, 글루탐산, 그리고 엔도르핀이 소개되었다. 우리를 괴롭히는 장애나

질환 중 일부는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수준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서 발생한다. 그리고 약물이나 독

물은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제나 대항제로 작용함으로써 그 효력을 발휘한다. 작용제는 신경전달물질

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대항제는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감소시킨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동과 정신활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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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즐겨요

세포식당

신경전달물질 관여하는 일

아세틸콜린(ACh) 학습, 기억, 근육 놀림

도파민(DA) 각성/흥분 및 기분상태, 사고과정, 신체 움직임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각성/흥분 및 기분상태, 수면, 섭식행동

GABA(주요 억제성 물질) 각성/흥분 및 불안 감소

글루탐산(주요 흥분성 물질) 기억 저장, 통증 지각, 뇌졸중, 조현병(정신분열증)

엔도르핀 통증 완화 및 쾌감 유발

표 2.1 신경전달물질과 그 기능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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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심리학과의 만남

동은 이러한 신경화학적 작용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세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화학적 활동은 의식하지 못하고 다만 그 결과(행동 및 정신과정)만을 의식할 뿐이다. 다음 절에서는 보다

거시적인 수준에서 신경계를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누어 검토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신체 내에

있는 또 다른 신호전달 장치인 내분비 시스템도 소개할 것이다.

개념점검┃1

신경세포를 미시적 결정 장치로 간주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라.

왜 유수축삭의 신경반응이 무수축삭의 신경반응보다 빠르게 전도되는지를 설명하라.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차단하는 약물이 작용제로 간주되는 이유를 설명하라.

파킨슨병의 치료제인 L-도파의 부작용이 조현병 증상으로 나타나는 이유와 종래의 정신병 치료제의 부작용이 파킨슨병 증상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라.

신경계와 내분비계

이 절에서는 신경계와 신체 내의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인 내분비계를 소개하

기로 한다. 신경계의 구성 단위인 신경세포의 세 가지 유형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이

다. 그림 2.3은 신경계를 주요 부위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NS)는 뇌와 척수로 구성되며, 말초신경계(peripheral nervous system, PNS)는

뇌와 척수 이외의 온몸에 퍼져 있는 신경계로 구성된다. 말초신경계는 감각 수용기,

근육, 내분비샘을 중추신경계와 연결시키는 일을 맡고 있다. 말초신경계를 구성하는

자율신경계는 정서경험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 역할에 대한 보다 자세한 것은

신경계와 그 구성 요소, 그리고 내분비계의 일반적 특성을 소개한 다음에 설명하기로

한다.

신경계에는 세 가지 신경세포가 있다. 중추신경계 내에만 존재하는

사이신경세포(interneuron)는 신경세포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통

해 중추신경계 내의 정보를 통합하는 일을 한다. 척수에서는 감각신

경과 운동신경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개입하기도 한다. 감각신경세

포(sensory neuron)는 감각 수용기(예:눈에 있는 간상체와 추상체)와

근육 그리고 내분비샘의 정보를 중추신경계로 전달하며, 운동신경세

포(motor neuron)는 중추신경계의 운동명령을 체내의 곳곳으로 전달

한다. 감각신경세포의 다발을 통틀어 감각신경이라 하는데, 대부분의

▶ 중추신경계 뇌와 척수

▶ 말초신경계 중추신경계를 신체의 수용기와 근육 및 분비샘과 연결하는 신경계

▶ 사이신경세포 중추신경계 내에서 정보를 통합하는 신경세포

▶ 감각신경세포 감각수용기, 근육 및 분비샘에서 중추신경계로 정보를 전달하는 말초신경계의 신경세포

▶ 운동신경세포 중추신경계의 운동명령을 신체로 전달하는 말초신경계의 신경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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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경과학 61

감각신경은 척수를 거쳐 중추신경계로 들어오지만, 일부는 두개골을 통해 직접 들어

오기도 한다. 그리고 운동신경세포의 다발을 통틀어 운동신경이라 하며, 대부분의 운

동신경은 척수를 거쳐서 중추신경계를 빠져나가지만, 일부는 두개골에서 바로 빠져나

가기도 한다. 이제, 이들 신경세포가 수행하는 역할을 살펴보기로 하자. 중추신경계와

척수의 역할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중추신경계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뇌와 척수는 둘 다 뼈의 보호를 받고 있다. 뇌는 두개골 속에

들어 있고, 척수는 척추로 둘러싸여 있다. 이 둘은 뇌수액에 둘러싸여 또 한 번의 보호

를 받는다. 여기서는 척수의 역할만 논의하고 뇌의 역할은 이 장의 마

지막 부분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뇌 자락에서 목을 통해 엉덩이까지 뻗어 있는 척수(spinal cord)는

▶ 척수 뇌와 말초신경계 사이에서 들어오는 감각정보와 나가는 몸놀림 명령을 전달하는 경로

부교감신경계‘휴식 및 소화’

시스템으로 휴식상태의 신체를 통제함

교감신경계‘투쟁 또는 도피’

시스템으로 흥분상태의 신체를 통제함

신경계

중추신경계(CNS)

말초신경계(PNS)

자율신경계체내 환경

(예 : 심장이나 위)의 기능을 조절함

척수뇌와 PNS를 연결하며

척수반사에 관여

체성신경계감각정보를 받아들이고뇌의 명령을 골격근으로

내보냄

뇌신경계

전체를 통제

▲ 그림 2.3 신경계와 신경계의 주요 하위 시스템

신경계는 우선 중추신경계(뇌와 척수)와 말초신경계(뇌와 척수를 제외한 모든 신경계)로 분류된다. 말초신경계는 다시 체성신경계와 자율신경계로 나뉘며, 자율신경계는 다시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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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심리학과의 만남

두 가지 주요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감

각정보를 받아들이고 체내의 근육으로 내려가는 운동명령을 내보내

는 통로의 기능이다. 이 때문에 척수가 손상되면 사지가 마비되며 호

흡곤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척수의 두 번째 기능은 척수반사이다. 척

수반사(spinal reflex)는 뇌의 관여 없이 일어나는 자동활동으로 무릎반

사를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무릎을 가볍게 두드리면 정강이가 앞으로

들리는 이 반사활동에는 감각신경과 운동신경만 관여한다. 무릎반사

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를 바로잡을 때와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중요

한 역할을 수행하는 뻗침반사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척수반사는 사이신경세포의 개입으로 이루어진다. 감각신경세포는 척수

에서 사이신경세포와 연결되고, 다시 운동신경세포와도 연결된다. 감각정보는 사이신

경세포를 통해 뇌에까지 전달되지만, 보통 뇌는 반사행동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러한

척수반사의 대표적 예로 움츠림반사를 들 수 있다. 우리 몸은 몹시 뜨거운 또는 고통

스러운 것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어 그 대상에서 떨어진다. 이런 반사행동이

즉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뇌가 개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뇌가 개입하여 척수

반사를 중지시킬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뇌는 그런 간섭을 하지 않는다.

뇌는 모든 신경계를 관장하는 통제센터로 작용한다. 그러나 바깥세상과 신체활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과 뇌가 내리는 명령을 이행할 기관이 없다면 뇌도 그 역할

을 수행할 수가 없다. 뇌의 기능을 보조하는 말초신경계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말초신경계

말초신경계는 신체 내외의 환경변화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뿐 아니라 뇌에서

내리는 명령을 신체의 곳곳으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도 한다. 물론 정보 수집은 감각신

경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명령 전달은 운동신경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과제는 말초신

경계를 구성하는 체성/골격신경계와 자율신경계의 협력으로 수행된다.

체성/골격신경계(somatic/skeletal nervous system)는 수용기에서 수집한 감각정보를

뇌로 전달하며, 뇌가 몸놀림을 통제하기 위해 골격근으로 하달하는 명령을 전달하기도

한다. 골격근이란 팔과 다리의 근육 등 뼈에 부착된 근육을 일컫는다. 이들 근육 움직

임에 주로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아세틸콜린(ACh)이라는 점은 이미 언급한 바 있

다.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는 신체의 내부 환경(위, 폐, 심장 같은 기관

▶ 척수반사 무릎반사와 같이 뇌의 관여 없이 척수에서만 벌어지는 자동활동

▶ 체성/골격신경계 감각입력을 중추신경계로 전달하고 중추신경계로부터 근육 움직임 명령을 골격근으로 내보내는 말초신경계의 일부

▶ 자율신경계 신체 내부 환경 조절을 담당하는 말초신경계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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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경과학 63

및 내분비샘)을 조절한다. 체성/골격신경계의 활동은 수의적인데 반해,

자율신경계의 활동은 불수의적이다. 심장박동이나 호흡 그리고 소화와

같은 기능은 자율신경계에 의해 자동으로 조절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

에 대개의 경우 우리는 자율신경계가 하는 일을 의식하지 못한다.

자율신경계는 다시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정상적으

로는 이 두 신경계가 협력하여 신체의 내적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긴급상

황에서처럼 흥분된 상태에서 방어행동을 해야 하는 조건에서는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가 통제권을 잡는다. 그리고 긴급상황이 해제되어 신체를 흥분이 가라

앉은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 놓을 때는 부교감신경계(parasympathetic nervous system)

가 통제권을 잡는다. 표 2.2는 이 두 자율신경계가 내분비샘과 근육에 미치는 영향 중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감신경계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쪽으로 작동하며

부교감신경계는 에너지를 비축하는 쪽으로 작동한다. 각각의 내분비샘과 체내기관에

는 이 두 신경계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들 두 신경계는 서로 반

대되는 효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교감신경계는 동공을 확장시키고 심장박동률을 높이

고 소화를 억제하는데 반해, 부교감신경계는 동공을 수축시키고 심장박동률을 낮추며

소화를 촉진시킨다. 이러한 활동을 기초로 사람들은 교감신경계를 일컬어 ‘투쟁 또는

도피’ 시스템(fight or flight system)이라고 한다. 긴급상황에 놓였을 때 싸움 또는 도망에

필요한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교감신경계라는 뜻이다. 이에 반해 부교감신경계는 ‘휴

식 및 소화’ 시스템(rest and digest system)이라고 한다(Dowling, 1998).

교감신경계 부교감신경계

동공 확대 동공 수축

혈관 수축 혈관 확대

심장박동률 증가 심장박동률 감소

호흡률 증가 호흡률 감소

타액분비 억제 타액분비 활성화

소화 억제 소화 촉진

땀샘 활성화 땀샘 억압

표 2.2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기능 중 일부

자율신경계를 구성하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는 서로 협력하여 심장이나 위 그리고 내분비샘의 활동 같은 신체 내적 기능을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교감신경계는 몸의 각성수준을 높여 에너지를 소비하는 작용을 하고, 부교감신경계는 몸의 흥분상태를 가라앉힘으로써 에너지를 비축하는 작용을 한다.

▶ 교감신경계 위급한 방어행동이 필요한 상태에서의 통제 주도권을 행사하는 자율신경계의 일부

▶ 부교감신경계 위급상황이 종료된 후 우리의 몸을 정상상태로 되돌리는 일을 맡은 자율신경계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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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심리학과의 만남

내분비계

신체 내부의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인 내분비계(endocrine glandular system)는

신경계가 아니지만, 신경계와의 협력을 통해 제 기능을 수행한다. 내분비계는 자율신

경계와 함께 스트레스에 반응하며, 성행동 및 섭식행동 같은 원초적 행동 그리고 신진

대사, 생식 및 성장과 같은 정상적 신체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내분비계의 커뮤니케이션은 혈류 속 전령(messenger)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분비샘

은 체내의 혈류에다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이에 반해 외분비샘은 땀이나 눈물 같은 물

질을 신체 밖으로 분비한다. 내분비샘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을 호르몬이라 한다. 따

라서 호르몬(hormone)은 내분비샘에서 방출되어 혈관을 따라 체내의 표적 위치로 흘

러가는 화학적 전령인 셈이다. 부신에서 방출되는 아드레날린이나 노르아드레날린 같

은 호르몬은 각각 에피네프린이나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흡사하다. 그

러나 신경전달물질은 표적 신경세포가 있는 곳에서 방출되는데 반해, 호르몬은 피 속

에 방출되고 혈류를 따라 표적 위치로 흘러간다. 예를 들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

테론은 남성 성샘에서 분비되어 혈관을 따라 그 표적이 있는 얼굴로 올라가 수염이 자

라도록 한다.

내분비계는 그와 연결된 시상하부(뇌의 일부인데 나중에 소개됨)의 통제를 받는다.

시상하부는 내분비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뇌하수체를 통제한다. 뇌하수체(pituitary

gland)는 성장에 필수적인 성장 호르몬을 분비하며, 다른 내분비샘을 자극하는 호르몬

도 분비한다. 예를 들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방출케 하기 위해 남성 성샘

을 자극하는 것도 뇌하수체이다. 뇌의 기저에 위치한 뇌하수체는 내분비계의 수장 역

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주샘(master gland)’이라고도 일컫는다. 이처럼 시상하부는 뇌

하수체를 통제함으로써 내분비계를 조절한다.

갑상샘이나 부신, 췌장, 성샘/생식샘 등 다른 내분비샘은 체내의 이

곳저곳에 위치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성장 및 성숙에 영향을 미치

는 갑상샘은 목에 위치한다. 신진대사에 관여하며 자율신경계의 명령

에 따라 ‘투쟁 또는 도피’ 반응 촉발을 돕는 부신은 신장/콩팥 위에 위

치한다. 신장 사이에 위치한 췌장은 소화 및 혈당량 유지에 관여한다.

고환과 난소는 성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림 2.4는 주요 내분비샘과 그

들의 기능을 보여준다.

▶ 내분비계 호르몬을 혈관에 방출시켜 목적을 달성하는 신체 내의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 호르몬 내분비샘에서 분비되어 혈관을 따라 이동하는 전령 역할을 수행하는 화학물질

▶ 뇌하수체 내분비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내분비샘으로 성장 호르몬과 다른 내분비샘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주로 방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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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신경과학 65

정서와 자율신경계

사람들은 누구나 화를 내고, 두려워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등 많은 정서

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정서가 우리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

다. 이러한 정서의 경험 및 표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자율신경계 중에서도

특히 교감신경계이다.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 그리고 다양한 정서와 함께 생겨나는 신체

적 느낌을 상상해보자. 혈압이 높아지는 것, 심장이 뛰는 것, 몸이 떨리는 것, 또는 숨이

차는 것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체적 변화와 느낌은 자율신경계의 활동에

서 비롯된다. 우리의 몸은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통해 정서적으로 반응할 태세를 갖추게

된다. 정서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유발되는 것일까?

정서의 세 가지 요소 심리학자들은 정서(emotion)를 다음 세 가지 요

시상하부뇌하수체를 통제하는

뇌의 구조물

뇌하수체성장 호르몬 등 많은 호르몬을 분비하여 다른 내분비샘으로 하여금 호르몬을 방출케 함

부신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여 투쟁 또는 도피 반응 촉발

췌장소화 및 혈당량 유지에 관여

난소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분비

갑상샘신진대사를 조절

고환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

▲ 그림 2.4 내분비계

내분비계는 자율신경계와 더불어 스트레스에 반응한다. 또한 성행동, 섭식행동 등 원초적 행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신진대사, 생식행동 그리고 성장 등의 주요 신체기능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 정서 생리적 각성, 행동적 표현, 상황에 대한 인지적 평가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마음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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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심리학과의 만남

소로 구성된 복합적인 마음상태라고 정의한다. (1) 신체적 요소-자율신경계에 의해

고조된 생리적 상태, (2) 행동적 요소-몸놀림과 얼굴표정 등의 외현적 표현, (3) 인지

적 요소-경험하는 정서의 종류와 그 강도를 결정하는 장면에 대한 평가.

먼저, 정서의 신체적 요소부터 고려해보자. 정서를 야기하는 상황에 처하면 자율신

경계의 작용에 의해 생리적인 흥분이 일어난다. 교감신경계는 ‘투쟁 또는 도피’ 상태

에 돌입하며, 그에 따라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땀을 흘리게

되고, 동공이 커지며, 사지가 떨리고, 소화활동이 중단되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이런

흥분상태는 그 장면에 적절한 정서적 반응(예:위협으로부터의 도망, 연인과의 포옹,

친구의 농담에 박장대소)을 일으킬 채비인 셈이다. 정서가 달라짐에 따라 자율신경계

의 각성 양상도 조금씩 달라진다(Levenson, 1992). 상이한 정서상태를 묘사할 때 이용

되는 말이 다른 것은 이들 정서에 해당하는 자율신경계의 흥분 양상이 다르다는 사실

을 반영한다(Oatley & Duncan, 1994). 예를 들어, 화가 나면 ‘속에 불이 난다’고 말하

고, 두려우면 ‘발이 저린다’고도 하는데, 이런 표현은 이들 정서를 경험할 때 나타나는

체내의 온도변화와 일치한다. 즉, 화가 날 때는 체온이 평상시보다 높아지며, 두려울

때는 평상시보다 낮아진다.

정서의 행동적 요소는 체성신경계의 산물이다. 체성신경계는 정서의 비언어적 표현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미소나 찡그림 같은 얼굴표정, 제스처 같은 몸놀림, 주먹을 불

끈 쥐는 등의 행동이 이런 표현행동에 속한다. 어떤 정서학자는 우리의 뇌는 얼굴근육

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호를 기초로 우리가 경험하는 정서가 어떤 정서인지를 알아차

린다고 주장한다(Izard, 1990; Soussignan, 2002). 구체적으로 가슴 깊이 사랑하면서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자동으로 미소를 머금게 되고, 이때

일어나는 얼굴근육의 변화가 뇌로 전달되면, 뇌에서는 우리가 어떤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얼굴표정을 보면, 우리 자신의

얼굴근육이 그 표정에 맞추어 변하기도 한다(Dinberg & Thunberg, 1998). 웃는 얼굴을

보면 우리도 웃게 된다는 뜻이다. 얼굴근육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신경계에서 뇌로 신

호를 보내기 때문에, 정서에 대한 인지적 평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인지적 요소는 우리가 처한 장면을 평가함으로써 우리가 경험하는 정서가 어떤 정

서인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 또는 맥락 속에서

신체의 생리적 흥분과 행동반응을 지각하고는, 정서에 관한 기억(지식)을 이용하여 현

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정서가 어떤 정서인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손에 땀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