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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JANUARY/FEBRUARY 2015 51 고려대학교 나노광학연구실 박 규 환 저자약력 박규환 교수는 미국 Brandeis 대학 입자 물리학 전공 이학박사(1987)로서 동 대학교와 매릴랜드 대, 캠브리지 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1992부터는 경희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email protected]) 그림 1. 나노광학 연구실 구성원 (연구실 홈페이지: http://nol.korea.ac.kr). 연구실 개요 나노광학(Nano-Optics)은 나노미터 스케일에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원자물리학이 단위원자 와 빛과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에 기반하여 다루는 반면, 나노 광학은 금속 나노 입자처럼 수나노에서 수백 나노미터 크기에 이르는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을 주로 고전 전자기학을 기반으 로 연구한다. 양자역학과 달리 맥스웰 전자기방정식은 길이 파 장의 크기에 상관없는 규모가변적(scalable) 특성을 지니고 있 어 다른 파장대의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 THz, 적외선 분야의 연구와 나노광학 연구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속과 같이 전자의 플라즈마 진동수로 인해 규모가변성이 깨 지는 매질의 분산특성, 높은 광자의 에너지에 따른 비선형성의 증가, 나노 스케일 구조체 전자의 양자적 현상 등은 나노광학 만이 고려해야 하는 항목으로 향후 새로운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현재 나노광학 연구는 근접장 현미경, 광결정, 나노 레이저, 플라즈모닉스, 메타물질 등 다양한 연구주제들을 통해 진행되어 왔고 기초연구에서 산업적 응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 게 연구되고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나노광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론과 시뮬 레이션 그리고 실험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매질 의 분산 및 분포에 따른 시공간적인 특성을 활용한 광대역 완 전 반사/무반사 및 흡수에 대한 연구, 에너지 최대 전달 원리 규명, 사중극자 기반 새로운 메타물질 이론 및 설계, 나노 광 학을 활용한 광학 이성질체 센서 개발, GPU 기반 전자기 및 나노광학 시뮬레이션 시스템 개발, LED 및 태양전지 응용 기 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노광학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 . 주요 연구 분야 1. 완전 무반사 및 파동 에너지 최대 전달 원리 서로 다른 매질의 경계 면에서 발생하는 파동의 반사와 산 란은 매질의 임피던스(impedance, 전기장과 자기장의 진폭비)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임피던스 차이를 제거하는 무반사막 이 론은 단일 파장의 경우는 잘 알려져 있으나, 넓은 파장 대역의 무반사를 위한 다층 무반사막 구조는 해석적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아 실제적인 설계는 시행착오(trial-and-error)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나아가 평면 이외 구조의 불균일 매질이나 무 작위하게 분포된 복잡 매질에서의 임피던스 매칭 개념은 아직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 본 연구실은 최근 모든 파장대역에서 반사를 완전히 제거하 는 조건을 맥스웰 방정식부터 유도하여 결과를 발표한 바 있 .[그림 2 참조] 광대역 무반사 목적으로 기존에 알려진 나방 눈 구조(Linear AR)는 나방눈 두께보다 작은 단파장의 빛만 반사를 없애는데 반해 매질의 분산과 공간적 분포를 정하는 본 연구 결과는 모든 파장대역에서 반사를 완벽하게 없앨 수 있다. 그림 2는 컴퓨터 계산을 통해 주파수에 상관없이 임피던 스 매칭을 구현하고 실제로 다양한 주파수의 조합으로 이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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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JANUARY/FEBRUARY 2015 51

고려대학교

나노광학연구실박 규 환

저자약력

박규환 교수는 미국 Brandeis 대학 입자 물리학 전공 이학박사(1987)로서 동 대학교와 매릴랜드 대, 캠브리지 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1992년부터는 경희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email protected])

그림 1. 나노광학 연구실 구성원 (연구실 홈페이지: http://nol.korea.ac.kr).

연구실 개요

나노광학(Nano-Optics)은 나노미터 스케일에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원자물리학이 단위원자

와 빛과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에 기반하여 다루는 반면, 나노

광학은 금속 나노 입자처럼 수나노에서 수백 나노미터 크기에

이르는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을 주로 고전 전자기학을 기반으

로 연구한다. 양자역학과 달리 맥스웰 전자기방정식은 길이 파

장의 크기에 상관없는 규모가변적(scalable) 특성을 지니고 있

어 다른 파장대의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 THz, 적외선 분야의

연구와 나노광학 연구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속과 같이 전자의 플라즈마 진동수로 인해 규모가변성이 깨

지는 매질의 분산특성, 높은 광자의 에너지에 따른 비선형성의

증가, 나노 스케일 구조체 전자의 양자적 현상 등은 나노광학

만이 고려해야 하는 항목으로 향후 새로운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현재 나노광학 연구는 근접장 현미경, 광결정, 나노

레이저, 플라즈모닉스, 메타물질 등 다양한 연구주제들을 통해

진행되어 왔고 기초연구에서 산업적 응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

게 연구되고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나노광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론과 시뮬

레이션 그리고 실험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매질

의 분산 및 분포에 따른 시공간적인 특성을 활용한 광대역 완

전 반사/무반사 및 흡수에 대한 연구, 에너지 최대 전달 원리

규명, 사중극자 기반 새로운 메타물질 이론 및 설계, 나노 광

학을 활용한 광학 이성질체 센서 개발, GPU 기반 전자기 및

나노광학 시뮬레이션 시스템 개발, LED 및 태양전지 응용 기

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노광학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

다.

주요 연구 분야

1. 완전 무반사 및 파동 에너지 최대 전달 원리

서로 다른 매질의 경계 면에서 발생하는 파동의 반사와 산

란은 매질의 임피던스(impedance, 전기장과 자기장의 진폭비)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임피던스 차이를 제거하는 무반사막 이

론은 단일 파장의 경우는 잘 알려져 있으나, 넓은 파장 대역의

무반사를 위한 다층 무반사막 구조는 해석적 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아 실제적인 설계는 시행착오(trial-and-error)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나아가 평면 이외 구조의 불균일 매질이나 무

작위하게 분포된 복잡 매질에서의 임피던스 매칭 개념은 아직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

본 연구실은 최근 모든 파장대역에서 반사를 완전히 제거하

는 조건을 맥스웰 방정식부터 유도하여 결과를 발표한 바 있

다.[그림 2 참조] 광대역 무반사 목적으로 기존에 알려진 나방

눈 구조(Linear AR)는 나방눈 두께보다 작은 단파장의 빛만

반사를 없애는데 반해 매질의 분산과 공간적 분포를 정하는

본 연구 결과는 모든 파장대역에서 반사를 완벽하게 없앨 수

있다. 그림 2는 컴퓨터 계산을 통해 주파수에 상관없이 임피던

스 매칭을 구현하고 실제로 다양한 주파수의 조합으로 이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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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JANUARY/FEBRUARY 201552

그림 2.[왼쪽] 완전무반사막(IMAR), 선형 무반사막(Linear AR) 및 무반사막

이 없을 때의 펄스의 투과와 반사 (출처: Kim et al., Scientific Reports 3,

1062 (2013)). [오른쪽] 역전 나방눈구조(inverted moth eye)와 메타물질

을 이용한 초박막 무반사 구조.

그림 3. 가시광 영역에서의 초박막 무반사막 구조 및 제작된 박막 샘플 (출처: Kim

et al., Optics Express 22, 1963 (2014)).

그림 4. 음굴절 메타물질을 이용한 광학 이성질체 분자 검출 민감도 증강 개념

도 (출처: Yoo et al., Physical Review B 89, 161405(R) (2014)).

그림 5. [왼쪽] Dark-field microscope으로 본 금나노 입자(직경 ~ 100 nm)

가시광 산란 이미지. (inset) Dark-field microscope 및 광투과도 실험을 위한

현미경-스펙트로미터 시스템 [오른쪽] 마이크로파 Free-space 실험 환경

진 펄스가 반사 없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

다. 기존의 무반사막에 비하여 새로운 이론에 의한 무반사막의

또 다른 장점은 반사막의 두께를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무반사막 이론의 경우 반사 저감 대상 파장의

1/4 두께 이하로 얇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새 이론의

경우 훨씬 얇은 두께의 무반사막이 가능하다. 그림 2의 역전

나방눈 구조나 메타물질을 이용한 1/25-파장 두께 무반사막은

이 이론을 토대로 실제 제작 및 성능 시연을 한 것이고 그림

3은 이 구조를 투명 전극에 활용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현

재 이 이론을 발전시켜 다양한 복합 매질 상황하에서의 임피

던스 매칭 및 에너지 최대전달 원리 규명을 목표로 연구를 진

행하고 있다.

2. 나노 광학을 활용한 광학 이성질체 센서 개발

광학 이성질체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 대칭을 이루지만

서로 포개질 수 없는 분자를 말하며 화학 및 생물 분야에서

널리 연구되고 있다. 광학 이성질체 분리 검출은 보통 원형

편광된 빛의 좌편광 빛과 우편광 빛의 투과도 차이인 CD

(Circular Dichroism)을 이용하여 측정한다. 그러나 일반적으

로 CD 신호가 매우 약해 이를 증폭 검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

한 문제로 남아 있다. 최근 본 연구실에선 음굴절률 메타물질

을 이용하여 분자 주변에 강한 전기장과 자기장을 유도하고

이를 활용하면 CD 신호를 크게 증폭시킬 수 있음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림 4] 이는 메타물질을 이루는 나노 공진기의 강한

전자기장이 광 카이랄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인데 현재 공진기와

CD 신호 증폭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완성하고 실험 검증을

시도하고 있다. 향후 광학 이성질 단원자 검출을 가능하게 하

는 메타물질 구조를 얻고 제작 검증하고자 한다.

3. 마이크로파 및 광학 실험

앞서 언급한 맥스웰 전자기학의 규모가변성은 나노광학의 연

구의 실험적 검증을 마이크로파를 이용해서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실은 나노광학과 메타물질에 대한 실험적 연

구를 위해 가시광선 및 적외선 영역의 광 실험과 마이크로파

실험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광 실험은 우리가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많은 응용

가능성을 가지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마

이크로파 영역에서는 대부분의 금속이 완전도체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빛 에너지의 손실이 없는 메타물질을 구현하기 용이하

다는 장점이 있으며, 무선 통신 주파수와 대응되기 때문에 해

당 분야에 바로 활용될 수 있는 메타물질 소자의 개발이 가능

하다.

광 실험을 위해서 본 연구실은 외부 fab을 활용한 샘플제작

및 측정을 주로 하고 있으며 연구실에는 단일 나노구조의 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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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JANUARY/FEBRUARY 2015 53

그림 6. 광학 시뮬레이션을 위한 44 Tflops급 병렬컴퓨터.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다크필드 현미경 장비를 구축해서 사용

하고 있고 [그림 5] 현재 광학 이성질체 검출을 위한 광학 시스

템을 구축 중에 있다. 마이크로파 실험은 도파관을 이용한 투과

/반사 실험, 나팔형 안테나를 이용한 원거리장 측정, 그리고 팁

(tip) 안테나를 이용한 고해상도 근접장 측정 등의 세 가지 형태

로 진행하고 있다. 도파관 실험은 메타물질의 설계 및 그 특성

파악에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앞서 소개한 완전 무반사 이론의

검증과 그에 필요한 음 및 양의 유전율을 가지는 메타물질 설

계를 수행한 바 있다. 마이크로파의 산란 패턴은 나팔형 안테나

로 원거리장에서 측정하고, 나팔형 안테나로 측정이 어려운 근

접장은 팁 안테나를 통해 측정하고 있다. 특히 본 연구실이 제

작한 마이크로파 팁 안테나는 파장의 0.04배보다 작은 크기로

근접장 구분이 가능할 만큼 높은 공간해상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전자기장의 편광에 따른 선택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따

라서 메타물질 주변에 형성되는 근접장의 정밀한 측정을 통한

초소형 메타물질 설계와 그 특성분석이 가능하여 최근 연구실에

서 제안한 분수공명 현상의 실험적 검증에 활용된 바 있다.

4. 나노광학 시뮬레이션 시스템 개발

나노광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이론과 실험의 중간다리 역할

을 하는 광학 시뮬레이션은 필수적이다. 광학 시뮬레이션은 연

구 과정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험

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나노 구조의 광학적 원리를 밝히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본 연구실은 연구에 필요한 광학 시뮬레

이션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직접 수행하고 있다. 맥스

웰 방정식을 시간과 공간차분을 통하여 수치해석적으로 풀어나

가는 Finite-Difference Time-Domain(FDTD) 알고리즘을 효율

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에 특성화된 병렬컴퓨터를 구축하여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본 연구진의 병렬컴퓨터는 모두 70대

의 컴퓨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44 Tflops급, GPU: 24개, RAM:

1.2 TB), 리눅스를 이용하여 구동 중이다. 특히, CPU와 GPU

같은 서로 다른 이종연산자간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알고리

즘을 직접 개발하고 적용하였다. (출처: Kim et al., Computer

Physics Communications 182, 1201 (2011)). 그리고 다양한

광학구조체 설계를 위하여 금속, 반도체, 유전체 등의 물질 등을

적외선부터 마이크로파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Drude, Lorentz,

Critical-Point 모델을 FDTD 프로그램 내에 구현하고 물질에

따라 필요한 파라미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나

노구조에서 나오는 빛 에너지의 방사형태 및 총량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도입함으로써, LED 시뮬레이션과 같은 광학소자

설계가 가능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타 연구진 및 기업체와

LED 설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연구실에서 개발된

시뮬레이션 시스템인 KEMP(Korea University ElectroMagnetic

Propagator)을 일반에 공개하여 국내외 광학 시뮬레이션의 엔

진 및 툴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향후 전망

본 연구진은 이론 모델링, 시뮬레이션 및 실험 등, 다양한

방법들을 이용하여 나노광학의 세부분야들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빛 에너지의 전달과 손실에 대한 이해

를 근본적으로 넓혀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흡수/방출

소자(태양 전지, LED), 의학 장비, 군사용 스텔스 등과 같은

많은 광학 소자에 실질적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

다. 본 연구진이 제안한 무반사 및 에너지 최대전달에 대한 이

론은 전자기파 전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음파와 같은

모든 파동 전달의 경우로 확장될 수 있으며, 향후 임피던스 매

칭 개념이 적용 가능한 역학계나 전자회로, 금융 분야에 이르

기까지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광학 이성질체의

검출 연구는 화학 생물 분야에의 중요성과 더불어 나노광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