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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BJ 대도서관이 아프리카TV를 떠났다. 수많은 BJ의 아프리카TV 이탈을 부른 이 사건은 콘텐츠 창작자와 플랫폼의 역학 관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아프리카TV가 좋아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콘텐츠 창작자가 있는 곳이라면 플랫폼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동안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아프리카TV의 플랫폼 권력은 사실상 와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원석 IT 칼럼니스트 변화하는 콘텐츠 창작자와 플랫폼의 역학 관계 아프리카TV 탈출 사건 2016년 10월 17일 ‘대도서관’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BJ 나 동현이 카메라 앞에 앉았다. 말쑥한 차림에 익숙한 얼굴로 실시 간 방송을 통해 팬들과 만났지만, 한 가지 어색한 것은 그곳이 그가 꾸준히 방송을 진행하던 아프리카TV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날 대도서관의 게임 방송은 구글의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전 달됐다. 대도서관은 10월 중순 아프리카TV와의 다툼을 끝으로 아 프리카TV BJ 생활을 마감했다. 앞으로는 유튜브를 통해서만 생방송을 진행할 것이라 선언하기도 했다. 대도서관의 선언이 널리 알려지자 아프리카TV에 둥지를 튼 인기 BJ들이 하나둘 다른 플랫폼으로의 전향을 발표했다. 역시 게임 방송으로 얼굴을 알린 인기 BJ 똘킹과 빅헤드 등도 유튜브나 미국의 개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TV로 떠났다. 대도서관을 시작으로 벌어진 이른바 ‘대도서관 발 아프리카TV 엑소더스’였다. 이 사건은 개인 방송 창작자와 플랫폼의 주도권 싸움이 국내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대도서관, 아프리카TV를 떠나다 대도서관의 아프리카TV 탈출 결심은 아프리카TV와의 다툼 에서 시작됐다. 대도서관과 그의 아내 BJ 윰댕(본명 이유미) 이 함께 진행한 방송에서 특정 모바일 게임을 홍보한 일이 문 제가 됐다. 아프리카TV의 약관에 위배되는 광고 행위라는 점 에서다. 아프리카TV는 광고를 내보내려면 일종의 송출료를 지 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도서관을 비롯한 BJ들은 이 같은 송출료 정산이 부당하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아프리카 TV가 배정해준 광고가 아니라 BJ 스스로 유치한 광고라는 이 유에서다. 아프리카TV가 BJ들에게 광고 송출을 미리 고지하고 협 의하도록 강제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남녀노소가 시 청하는 방송 서비스인 만큼, 시청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다. 아프리카TV는 사전에 광고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BJ로부 터 광고료의 일정 부분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아프리카TV로 서는이같은사전협의가또다른수익모델인셈이다. BJ들의 생각은 다르다. 문제가 된 대도서관과 윰댕의 모 바일 게임 광고는 아프리카TV가 집행한 것이 아니다. BJ 스 스로 집행한 광고조차 아프리카TV에 수수료, 혹은 송출료를 지불하며내보내야할이유가없다는주장이다. 결국 아프리카TV는 대도서관과 윰댕의 방송이 약관을 위배했다는 결정을 뒤집지 않았다. 급기야 두 BJ는 아프리카 TV로부터 일주일 방송 정지 처분을 받기에 이른다. 대도서관 의 말을 빌리면, “아프리카TV 쪽과 미팅을 끝내고 집으로 돌 아가는 사이에 내려진 정지 결정”이었다고 한다. 즉, 팬들에 게 방송 정지 처분이 어떤 맥락에서 발생한 일인지, 해명할 기 회도시간도주지않았다는뜻이다. 아프리카TV의 일방적인 처분에 분노한 대도서관은 정 지 처분을 받은 직후 유튜브에서 새로운 방송을 시작했다. 대 도서관이 아프리카TV의 처분을 ‘갑질’이라고 수위를 높여 비 판했음은물론이다. 대도서관의 발표와 첫 번째 유튜브 생방송 송출이 시작 된 이후 아프리카TV에는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수십 만 명 의 팬을 거느린 많은 아프리카TV BJ가 해당 사건에 관한 의 견을 피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프리카TV의 약관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이도 많았지만, 아프리카TV의 일관성 없 고,다소억압적인정책에불만을토로하는이가더많았다. 이런 분위기는 곧 대규모의 아프리카TV 이탈로 이어졌 다. 대도서관의 발언 이후 이틀 사이 아프리카TV의 주가가 10%가량 떨어졌고, 인기 BJ 똘킹과 빅헤드, 인기 먹방 BJ 밴 쯔 등도 아프리카TV 방송 비중을 줄이거나 완전히 떠나겠다 고밝혔다.아프리카TV에는엎친데덮친격이다. 플랫폼 권력의 붕괴 대도서관을 비롯한 아프리카TV의 BJ들이 목소리를 높인 부 0:02 / 0:30 아프리카TV이탈로이슈를만든BJ대도서관 플랫폼홍수의시대 44 45 2017 01 02 Focus In Focus

아프리카TV 탈출 사건 - KOCCA WEBSITE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22/vol22_10.pdf · 2017-01-09 · 탈출 사건 2016년 10월 17일 ‘대도서관’이라는 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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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아프리카TV 탈출 사건 - KOCCA WEBSITE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22/vol22_10.pdf · 2017-01-09 · 탈출 사건 2016년 10월 17일 ‘대도서관’이라는 별명을

인기 BJ 대도서관이 아프리카TV를 떠났다. 수많은 BJ의

아프리카TV 이탈을 부른 이 사건은 콘텐츠 창작자와 플랫폼의

역학 관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아프리카TV가 좋아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콘텐츠 창작자가 있는 곳이라면 플랫폼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동안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아프리카TV의

플랫폼 권력은 사실상 와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글오원석 IT칼럼니스트

변화하는 콘텐츠 창작자와

플랫폼의 역학 관계

아프리카TV 탈출 사건

2016년 10월 17일 ‘대도서관’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BJ 나

동현이 카메라 앞에 앉았다. 말쑥한 차림에 익숙한 얼굴로 실시

간 방송을 통해 팬들과 만났지만, 한 가지 어색한 것은 그곳이

그가 꾸준히 방송을 진행하던 아프리카TV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날 대도서관의 게임 방송은 구글의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전

달됐다.

대도서관은 10월 중순 아프리카TV와의 다툼을 끝으로 아

프리카TV BJ 생활을 마감했다. 앞으로는 유튜브를 통해서만

생방송을 진행할 것이라 선언하기도 했다. 대도서관의 선언이

널리 알려지자 아프리카TV에 둥지를 튼 인기 BJ들이 하나둘

다른 플랫폼으로의 전향을 발표했다.

역시 게임 방송으로 얼굴을 알린 인기 BJ 똘킹과 빅헤드

등도 유튜브나 미국의 개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TV로 떠났다.

대도서관을 시작으로 벌어진 이른바 ‘대도서관 발 아프리카TV

엑소더스’였다. 이 사건은 개인 방송 창작자와 플랫폼의 주도권

싸움이 국내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대도서관, 아프리카TV를 떠나다

대도서관의아프리카TV탈출결심은아프리카TV와의다툼

에서시작됐다.대도서관과그의아내BJ윰댕(본명이유미)

이함께진행한방송에서특정모바일게임을홍보한일이문

제가됐다.아프리카TV의약관에위배되는광고행위라는점

에서다.

아프리카TV는광고를내보내려면일종의송출료를지

불해야한다고주장했다.반면,대도서관을비롯한BJ들은이

같은송출료정산이부당하다며정면으로맞섰다.아프리카

TV가배정해준광고가아니라BJ스스로유치한광고라는이

유에서다.

아프리카TV가BJ들에게광고송출을미리고지하고협

의하도록강제하는데는나름의이유가있다.남녀노소가시

청하는방송서비스인만큼,시청자를보호해야한다는것이

다.아프리카TV는사전에광고를협의하는과정에서BJ로부

터광고료의일정부분을거둬들이고있었다.아프리카TV로

서는이같은사전협의가또다른수익모델인셈이다.

BJ들의생각은다르다.문제가된대도서관과윰댕의모

바일게임광고는아프리카TV가집행한것이아니다.BJ스

스로집행한광고조차아프리카TV에수수료,혹은송출료를

지불하며내보내야할이유가없다는주장이다.

결국아프리카TV는대도서관과윰댕의방송이약관을

위배했다는결정을뒤집지않았다.급기야두BJ는아프리카

TV로부터일주일방송정지처분을받기에이른다.대도서관

의말을빌리면,“아프리카TV쪽과미팅을끝내고집으로돌

아가는사이에내려진정지결정”이었다고한다.즉,팬들에

게방송정지처분이어떤맥락에서발생한일인지,해명할기

회도시간도주지않았다는뜻이다.

아프리카TV의일방적인처분에분노한대도서관은정

지처분을받은직후유튜브에서새로운방송을시작했다.대

도서관이아프리카TV의처분을‘갑질’이라고수위를높여비

판했음은물론이다.

대도서관의발표와첫번째유튜브생방송송출이시작

된이후아프리카TV에는묘한긴장감이맴돌았다.수십만명

의팬을거느린많은아프리카TVBJ가해당사건에관한의

견을피력하기시작한것이다.아프리카TV의약관에따라야

한다는의견을밝힌이도많았지만,아프리카TV의일관성없

고,다소억압적인정책에불만을토로하는이가더많았다.

이런분위기는곧대규모의아프리카TV이탈로이어졌

다.대도서관의발언이후이틀사이아프리카TV의주가가

10%가량떨어졌고,인기BJ똘킹과빅헤드,인기먹방BJ밴

쯔등도아프리카TV방송비중을줄이거나완전히떠나겠다

고밝혔다.아프리카TV에는엎친데덮친격이다.

플랫폼 권력의 붕괴

대도서관을비롯한아프리카TV의BJ들이목소리를높인부

0:02 / 0:30

아프리카TV이탈로이슈를만든BJ대도서관

플랫폼홍수의시대

44 45

2017 01 02Focus In Focus

Page 2: 아프리카TV 탈출 사건 - KOCCA WEBSITE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22/vol22_10.pdf · 2017-01-09 · 탈출 사건 2016년 10월 17일 ‘대도서관’이라는 별명을

대도서관의이탈과다른BJ들의불만은아프리카TV가미디

어와플랫폼사이에서역할을혼동한데서비롯됐다.유튜브

와트위치TV등은자신의역할을매우제한적인플랫폼으로

명확하게인지하고콘텐츠생산자와상생의기회를만들기

위해노력하고있다.

가장대표적인사례가유튜브다.유튜브는2016년에미

국의신생업체페임비트를인수했다.페임비트는유튜브BJ

와광고주를연결하는역할을한다.유튜브BJ들은광고집행

을원하는이들을쉽게만날수있고,광고주들은콘텐츠를생

산하고이를널리알릴줄아는BJ와더쉽게가까워질수있다.

유튜브가페임비트를인수한것은해외콘텐츠생산시장에브

랜디드콘텐츠가명확하게존재한다는사실을증명한다.유튜

브와같은대형플랫폼도명망있는BJ들이플랫폼을떠나지

않도록안정적인수익구조를만들기위해노력하고있다.

중국에서는이같은콘텐츠생산자의안정적인수익모

델이이미대형콘텐츠시장을만들어가고있다.이른바‘왕홍

경제’다.왕홍이란우리말로인터넷스타를말한다.아프리카

TVBJ와비슷한이들이다.이들왕홍이만들어내는경제적

효과가약1,000억위안(약18조원)에이른다고하니인터

분은대부분비슷하다.아프리카TV는지금까지별다른경쟁

자없이BJ들의노력으로성장해왔다는주장이다.사실이그

렇다.아프리카TV는국내유일무이한인터넷방송플랫폼으

로기능하면서거대한창작자생태계를독식해왔다.최근들

어미국의트위치TV와유튜브라이브플랫폼등이국내에도

도입됐지만,창작자들의라이브방송을소비하는이들은대

부분아프리카TV에머문것이현실이다.말하자면,아프리카

TV는경쟁자없는양식장속최상위포식자인상어와같았다

는뜻이다.

이처럼아프리카TV에쏠린역학관계는최근아프리

카TV엑소더스사건을통해급격한변화의바람을만났다.

2016년12월15일,아프리카TV는‘KT와함께하는2016아

프리카TVBJ대상’행사를개최하면서새로운동영상광고

수익정책을내놨다.새정책의핵심은다음과같다.기존‘파

트너BJ’에게만배분하던동영상광고수익60%를모든BJ

에게배분하며,2017년1월부터는매월홈페이지를통해BJ

들에게수익및환전절차를알린다는계획이다.2017년에는

이미촬영과편집이끝난다시보기(VOD콘텐츠)에대해서도

BJ는물론편집자에게까지수익을배분하는정책을내놓겠

넷방송과콘텐츠를생산하는이들의중국내위상이어느정

도인지쉽게가늠할수있다.

중국에서왕홍은브랜디드콘텐츠생산으로큰수익을

얻고있다.중국의대표적인플랫폼시나웨이보와웨이신,텐

센트QQ,유쿠,런런왕등을통해실시간으로제품을홍보・판

매하거나자신의브랜드를직접만들어팬들과소통하는식

이다.미용과패션,게임,여행,육아등다양한분야에서활동

하는왕홍이늘어나는추세다.

한국과중국의콘텐츠생산자를중심으로한합종연

횡도볼만하다.중국최대화장품유통업체릴리앤뷰티와

중국투자사DT캐피탈이한국뷰티MCN(MultiChannel

Network)업체레페리뷰티엔터테인먼트에투자했다.릴리

앤뷰티는중국최대유통커머스그룹알리바바가주요주주

인중국최대화장품유통업체다.한국브랜드화장품을포함

해70여개이상의대형브랜드총판을운영하고있다.몰을

운영해직접판로도개척한업체다.국내콘텐츠생산자네트

워크에대한릴리앤뷰티의투자는국내화장품업체와콘텐

츠생산자의중국진출에청신호가될것으로전망된다.

이미콘텐츠생산자를네트워크의중심에둔중국.콘텐

츠생산자가플랫폼을이탈하지않도록제도적인장치를마

련한미국.한국의플랫폼사업자가이런해외사례를통해배

워야할점은명확하다.콘텐츠생산자는플랫폼을위해존재

하지않는다는점,플랫폼은콘텐츠생산자가있어야만존재

할수있다는점이다.아프리카TV에서시작된작은변화가국

내콘텐츠생산자와플랫폼영역에어떠한변화를가져올지

계속지켜볼일이다.

다는게아프리카TV의결정이다.

방송을진행하는BJ누구나광고수익을받을수있는정

책이며,BJ의방송콘텐츠개발을장려하는아프리카TV의계

획인것이다.하지만겉으로는BJ들과광고수익을나누겠다

는이정책은,사실상최근일어난일련의사건에대한아프리

카TV의뒷수습인셈이다.

아프리카TV가콘텐츠창작자와시청자모두에게마치

‘갑’처럼행동하던때와지금은사정이많이다르다.콘텐츠

창작자들은게임전문방송플랫폼인트위치TV나구글의유

튜브와같은플랫폼으로얼마든지원할때떠날수있게됐다.

시청자들도마찬가지다.그동안시청자들은아프리카TV가

좋아서아프리카TV의창작자들이만든콘텐츠를소비한것

이아니다.이들은콘텐츠창작자가있는곳이라면플랫폼은

상관하지않는다.그동안국내에서독점적지위를누려온아

프리카TV의플랫폼권력은사실상와해한것이나다름없다.

상생의 미래를 위해

아프리카TV는BJ관리의의무가있는미디어인가,아니면

BJ들이자유롭게활동할수있도록판을만드는플랫폼인가.

먹방으로유명한BJ밴쯔

최근유투브에인수된페임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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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In 2017 01 02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