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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전시2016년 3월 14일 월요일 1514호
빌딩 숲의 야경과 동양화가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괴리감이 있어 보이는 이 둘을 조화로운 작품으로 만들
어낸 작가가 있다. 차가운 도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
라본 김민정 작가(동양화·96년졸)의 전시 ‘강남도원(江
南桃園) 2016, 서울’이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갤러리
조은에서 4월2일(토)까지 열린다.
김 작가는 본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개최하고 성남아트센
터와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수상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산수화처럼 보이는 작품 약 20개
가 전시장 곳곳에 걸려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일반
적인 산수화와 다르다. 이들의 진짜 모습은 작품에 가
까이 다가서야 보인다. 가까이서 본 작품은 무수히 많은
조그만 정사각형과 정사각형 안에 있는 색색의 점들로
채워져 있다.
전시장 왼쪽 벽에 가장 크게 걸려있는 작품 ‘Building
Forest 15_21’(2015)은 초록색, 노란색, 주황색과 파란
색 등의 점들로 채워졌다. 이처럼 각 작품은 조그만 정
사각형 안에는 약 7개의 색이, 그리고 작품 전체에는 수
없이 많은 색의 점들로 이뤄져 있다.
김 작가는 찍은 점의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작
품에 병치혼합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은 점묘화에서
도 사용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색들을 가까이 배치해
색을 섞지 않고서도 배치된 색들이 섞여 보이도록 하는
기법이다. 가까이서 보던 작품을 다시 멀리서 바라보면
색색의 정사각형 속 점들이 모여 마치 빌딩 숲의 야경을
보는 듯하다.
이 작품을 옆에서 보면 작품의 더욱 특별한 점을 발
견할 수 있다. 정면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았던 하얀색의
한지가 바로 작품을 이루고 있는 정사각형의 칸마다 붙
어있는 것이다. 작품에 사용된 한지는 현대적인 주제와
전통적인 동양화의 조화뿐만 아니라 작가가 표현하고
자 하는 도시 야경의 불빛을 따뜻하게 나타내준다. 김
작가는 한지를 손으로 찢을 때, 미세한 섬유질이 노출되
는 점을 작품에 활용했다. 섬유질이 드러나게 찢은 한지
조각들을 화폭에 붙임으로써 어둠을 뒤덮고 있는 인공
의 불빛에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도시에 대해 삭막하다는 부정
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도시 안에서 또
다른 이상을 꿈꾼다. 작가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
런 모순에 주목해 작품 속에 모순을 담아냈다. 현대적
주제인 도시의 야경과 전통적 재료인 한지의 대치를 통
해 현대인들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표현하
고자 했다.
김 작가가 도시의 야경을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따
뜻한 시선으로 표현한 이유는 그의 삶에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도시에서 약 20년을 산 그에게는 도시 야
경의 불빛이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이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
고자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
전시회의 제목인 ‘강남도원’에서도 이런 의도가 반영
돼있다. 강남도원은 무릉도원과 강남을 합성해 만든 제
목으로 자신의 모든 일상이 이뤄지는 도시의 풍경을 무
릉도원처럼 그려 도시의 일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려는
의도에서 지은 제목이다.
김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도시 생활을 하는 데 있
어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느
낀 이런 감정이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져
그들이 작품을 볼 때 도시생활의 낭만과 따뜻함, 편안
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갤러리 조은의 조은주 큐레이터는 “도시의 다양한 빛
의 울림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만나볼 수 있
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보경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이명진 기자 [email protected]
강남도원(江南桃園) 2016, 서울전시를 연 김민정 작가
사진=본인제공
서울시 용산구에서 열리는 김민정 작가의 개인전 ‘강남도원 병치혼합 기법을 사용한 ‘Building Forest 15_21’
작품을 가까이서 볼 때 선명하게 드러나는 한지의 섬유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