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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우수리포트 공모대회 우수상 수상작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플라톤의 관점에서 최은광 (인문대학 인문계열2) * 이 글은 2008년 1학기 음악사론(담당교수: 김정진) 강좌의 리포트이다.

제8회 우수리포트 공모대회 우수상 수상작 - Seoul National University · 2020. 6. 25. · Donald Jay Grout, Claude V. Palisca, 서양음악사 , 개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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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회 우수리포트 공모대회 우수상 수상작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플라톤의 관점에서

    최은광

    (인문대학 인문계열2)

    * 이 글은 2008년 1학기 ‘음악사론’ (담당교수: 김정진) 강좌의 리포트이다.

  • 차 례

    Ⅰ. 들어가며

    Ⅱ. 고대희랍의 선법체계

    1. 하르모니아 : 희랍 선법의 이해

    2. 에토스론 : 플라톤의 선법분석

    Ⅲ. 현대서양의 조성체계

    1. 조성체계의 이해

    2. 조성이 유발하는 정서 분석: 형용사적 묘사를 중심으로

    Ⅳ. 고대 선법과 현대 조성의 비교

    1. 음의 배열에 의한 비교

    2. 감정 분석에 의한 비교

    3. 소결론: 고대 선법과 현대 조성의 대응관계

    Ⅴ. 플라톤의 관점에서 본 (고전적) 근현대음악

    1. 플라톤의 음악비평관점

    2. 플라톤의 관점에서 평가한 (고전적) 근현대음악

    Ⅵ. 나가며: 논의의 한계 및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

    * 참고문헌

  • 12

    Ⅰ. 들어가며

    고대 희랍의 음악은 약 일곱 가지로 대표되는 선법(옥타브족, octave species)

    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플라톤은 각 선법이 표현할 수 있는 특정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실제로 음의 배열이 어떤 식으로 일정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

    었는지는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견해는 현재까

    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즉, 현대의 서양 음악체계는 선법이 아니라 조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 조성은 특이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 남아있는

    것이다. 한 조성이 반드시 특정한 감정을 유발한다는 식으로 여러 학자가 의견을

    통일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음악이 정서를 유발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

    들이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대 서양의 음악이 인간에게 감정을 유도

    하는 것과 같이, 고대 희랍의 음악도 비슷한 방식으로 당대의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유추를 해 볼 수 있다.

    물론 과거의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인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 또는 현대

    인이 느끼는 감정과 과거의 그것은 얼마나 비슷하며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추적해

    보려는 노력이 반드시 무의미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통해 예술이란

    시대나 상황에 관계없이 절대적인 것인가, 그리고 인간의 감정은 시대에 따라 변화

    하는 것인가 또는 그렇지 않은가 하는, 보다 확장된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고대 희랍의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의 조성 체계를 차례대로 분석하고,

    ‘음의 배열(음계)’과 ‘감정을 표현한 단어(형용사)’를 이용한 두 가지 방법의 비교를

    통해, 고대와 현대 음악체계의 상호연관성을 찾아볼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는 고대인의 눈으로 현대를 바라보는 방법과 그 반대의 방법이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전자를 채용하려 한다. 그리하여 플라톤의 관점을 따라 현대의 음정체계

    를 바라보았을 때 어떠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인지, 나아가 플라톤이 (고전적

    양식에 따라 작곡된) 현대의 대표적인 음악 작품 중 어떠한 것을 높이 평가했을 것

    인지 살펴볼 것이다.

    플라톤은 고대 희랍, 그 중에서도 특정한 시기의 입장만을 대변한다. 이러한 이

    유 때문에 플라톤의 잣대로 음악을 가른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13

    다. 그러나 여기서는 단순히 고대인과 현대인의 시각 차이를 살펴보기 위한 의도

    로, 과거 인물의 대표 격인 플라톤을 내세운 것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플라톤의

    입장을 옹호하여, 그의 기준에 맞지 않는 현대 음악을 모조리 비판하기 위한 의도

    가 아닌 것이다. 여기서 플라톤은 단지 과거의 대표로서 우리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이러한 선법 혹은 조성체계가 ‘왜’ 우리에게 일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문제 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 알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더불

    어 이런 문제는 생물학을 비롯한 범과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 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이

    런 식의 확장된 연구를 위한 초보적인 단서를 마련하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Ⅱ. 고대 희랍의 선법체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희랍의 선법체계에 관해 적지 않은 논평을 남

    겼다. 이들의 ‘에토스론’은 후대의 학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우리가

    논의하고자 하는 바도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단지 음악과 음악론

    을 ‘평가’했을 뿐, 음악 그 자체, 즉 음악이 어떠한 구조 하에서 어떠한 구성요소들

    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플라톤과 아리스

    토텔레스의 서술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자료의 망실 때문인지, 혹은 정말

    이들이 음악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무지했거나 무관심했기 때문인지는 확실히

    알기 어렵다. 어떠한 이유이든, 결과적으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했

    던 바로 그 ‘희랍 음악’에 대해 우리가 정확히 파악하기란 어렵게 된 것이다.

    고대 희랍의 음악체계에 관한 저술은 그 이후로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등

    장하기 시작한다. 클레오니데스(Cleonides)의 �하르모니아론 입문�(Harmonia

    Introductio)이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희랍 음악에 대한 최초의 저서이다. 이

    책이 기원후 2세기에서 4세기 사이에 작성되었다는 가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망한 뒤 약 오백여 년이나 지난 시기의 글인 셈이다. 따

    라서 클레오니데스의 이론이 플라톤 및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존 시의 음악체계와

    어느 정도 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다. 클레오니

  • 14

    데스 외에 아리스티데스 퀸틸리아누스(Aristides Quintilianus)와 가우덴티우스

    (Gaudentius)를 통해서도 고대 희랍의 음악체계를 살펴볼 수 있는데, 이들 저자

    의 활동시기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일치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클레오니데스가 �하르모니아론 입문�

    을 저술했을 당시는 현재 남아있지 않은, 보다 과거의 문헌을 참고해 완벽한 재구

    성을 이루어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백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완전히 무시해 버

    리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희랍의 음악체계를 논한 저술로 현존하는 것은 앞서 말

    한 세 저자의 것이 거의 유일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이론을 좇아 플라톤 당시

    의 음악체계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클레오니데스와 퀸틸리아누스, 그리고

    가우덴티우스가 저술 당시의 이론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보다 고대의 이론을 기준

    으로 논지를 개진하려 했다는 믿을만한 근거가 있으므로,1) 이러한 시도가 전혀 무

    의미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세 저자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당시의 음악이

    론에 천착했던 것은, 이들 철학자의 권위와 더불어, 보다 전통적인(오래된) 음악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믿음에 영향을 받았던 탓으로 짐

    작된다. 부분적인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세 저자의 저술은 근본적인 내

    용면에서 거의 완전히 동일하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고대희랍의 선법체계를 살

    펴본 후, 이어서 선법에 대한 플라톤의 견해를 검토할 것이다. 세 저자의 서술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는 경우는, 보다 앞선 시기의 저자인 클레오니데스의 견해에

    비중을 둘 것이다.

    1. 하르모니아 : 희랍 선법의 이해

    고대의 음악체계인 하르모니아(ἁρμονὶα)는 음, 음정, 제누스(γεʹνος), 음계, 토

    노스(τοʹνος), 변화, 선율 등 일곱 가지 요소로 이루어졌다. 이 중 우리가 논의하고

    자 하는 선법은 음계 및 토노스의 영역이다.2)

    1) Oliver Strunk 편, �서양음악사원전�, 서울대학교 서양음악연구소 역, 서울대학교 서양음악연구

    소, 2002의 각 저자와 관련된 부분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2) 이 문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앞으로 설명할 것이지만, ‘토노스’는 중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

    문에 사람들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

    스가 ‘선법(하르모니아)’이라 지칭한 것이 ‘토노스’였는지, 아니면 단순한 의미의 ‘음계’였는지 문헌

    상으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Donald Jay Grout, Claude V. Palisca, �서양음악사�, 개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15

    하르모니아의 일곱 주제 중에서도 토노스는 눈에 띄게 난해하다. 무엇보다도 토

    노스라는 단어는 다른 여섯 단어와 달리 명확한 개념이나 상태를 지칭하고 있지 않

    다. 더불어 이 단어의 중의적인 성격이 혼란스러움을 더한다. 이 때문에 중세에 이

    를 연구한 학자들조차 그 의미를 서로 다르게 파악하여 혼란에 빠지곤 하였다. 비

    슷한 시대의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클레오니데스는 토노스가 음, 음정, 음역, 음

    고 등 네 가지 의미로 쓰인다고 하였으며,3) 퀸틸리아누스는 이를 가리켜 음고, 음

    의 넓이,4) 그리고 음계의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하였다. 같은 단어가 가우덴티

    우스로 오면 음정과 음계의 두 가지 의미만을 지칭하게 된다. 토노스 역시 여러 다

    른 희랍어 단어와 같이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구체적인 대상을 가리키게 된 것으로 보인다.5) 이렇듯 토노스의 의미는 학자들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있으며, 따라서 명쾌하게 정의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토노스가 선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각 학자들의 저술을 통해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개념을 통해 선법을 설

    명하려 했는지도 파악할 수 있는데, 클레오니데스의 ‘음역’, 그리고 퀸틸리아누스와

    가우덴티우스의 ‘음계’가 바로 선법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하르모니아를 구성하는 음계와 토노스에서의 ‘음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두 단어가 같은 개념을 뜻한다면 왜 구태여 둘을 구분해 놓았

    는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그리고 토노스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하

    르모니아의 전반 세 영역인 음, 음정, 제누스부터 간단히 살펴볼 것이다. 하르모니

    아의 일곱 요소는 아무렇게나 나열된 것이 아니라, 고대인들이 생각하기에 타당한

    정4판, 세광음악출판사 편집국 역, 세광음악출판사, 1996, 30쪽에서도 비슷한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는 ‘음계’ 쪽으로 기울지만, 사실을 서술할 때는 어느 쪽에도

    치중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두 가지, 즉 토노스와 음계를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었다.

    3) 클레오니데스, �하르모니아론 입문�, 김지철 역, Oliver Strunk 편, 앞의 책, 44쪽.

    4) 퀸틸리아누스, �“음악에 관하여”에서 발췌�, 이은진 역, 앞의 책, 58쪽에서는 이 부분을 ‘음향의 특

    정한 크기’로 번역하였으나, 필자는 Aristides Quintilianus, On Music in Three Books,

    trans. by Thomas j. Mathiesen, New Heaven and London: Yale Univ. Press, 1983,

    86쪽의 같은 부분 ‘magnitude of sound’를 클레오니데스가 언급한 ‘음정’으로 이해하였다. 퀸틸

    리아누스가 이에 대한 설명으로 ‘5도는 4도보다 크다’는 점을 제시한 것을 보면, 이것이 음정에 대

    한 설명임을 알 수 있다.

    5) 예컨대 서구 미학의 기본개념인 테크네, 칼론, 테오리아 등은 처음에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로 사

    용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구체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오병남, �미학강의�,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6, 8-13쪽 참조.

  • 16

    순서에 따라 배열되었다. 앞의 영역은 뒤의 영역을 이루는 하나의 부속 또는 연결

    고리로 작용한다. 즉, 음이 모여 음정을 이루고, 음정이 모여 제누스를 형성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토노스를 고찰하기 위해 이전의 세 요소를 검토하는 일

    이 필수불가결함을 알 수 있다. 그 이후 하르모니아의 음계와 토노스의 ‘음계’는 어

    떠한 관계인지 살펴볼 것이다. 한편, 전조 및 선율 구성은 토노스를 응용한 결과물

    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음은 일정한 높이, 즉 음고에 위치한 하나의 소리이다. 음정은 음고가 다른 두

    음으로 이루어진다. 다시 음정이 결합하여 음계를 구성하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

    진 음계 중 네 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테트라코드(τετραχορδη, 4음 음계)가 중요하

    게 여겨졌다. 테트라코드의 네 음은 4도 내에 펼쳐졌는데, 4도란 전통적으로 협화

    음의 하나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테트라코드에서 가장 바깥쪽, 즉 맨 위와 아래의

    두 음만 고정되어 있고, 나머지 두 음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음고에 위치한 테트라코드는 여러 개가 생성될 수 있으며, 이러한 테트라코드

    의 개별 종을 가리켜 제누스라 한다. 말하자면 제누스는 음계의 일종이라 볼 수도

    있지만, 고대 희랍인들은 음계를 구성하기 위한 과정에 제누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하르모니아의 구성요소인 음계와 토노스를 이루는 ‘음계’ 사

    이의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음계의 구성방식에는 4도로 이루어지는 테트라코드 외에도 5도 구성의 펜타코드

    (πενταχορδη), 8도 구성의 옥타코드(οκτακορδη) 등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다

    루려하는 선법의 음계들은 어디까지나 협화적으로 이루어진 테트라코드로부터 비

    롯되었다. 테트라코드의 결합 방식에 따라 확장된 음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

    중 옥타브를 가리켜 디아파손(δι α‵ πασωʹν)이라 하였다.6) 디아파손으로 이루어진

    고대 희랍의 음계는 적게는 12종류에서 많게는 15종류까지 있었으며, 플라톤 시기

    에는 12종의 음계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쯤에서 아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토노스의 ‘음계’는 하르모니아를 구성하는

    음계와 어떻게 다른가? 간단히 대답하여 하르모니아의 음계를 배열하는 방식이 토

    노스를 결정한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아래의 도표는 퀸틸리아누스가 정리한 15종

    6) 디아파손은 ‘모든 현을 거쳐’라는 의미이다. 고대인들은 이를 가리켜 ‘하르모니아’라 부르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선법을 지칭하는 용어로 ‘하르모니아’를 사용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17

    류의 음계를 현대 기보법과 함께 표기해 놓은 것이다.7)

    퀸틸리아누스의 15음계

    각 음계를 결정하는 방식은 정형화되어 있다. 예컨대 히포도리아는 온음-온음-

    반음-온음-온음-반음-온음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8) 이렇듯 정형화된 구성방식이

    하르모니아를 이루는 구성요소로서의 음계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성을 지닌 음계

    는 여러 음고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 히페르리디아와 같은 경우는 낮은 음고, 중

    간 음고, 높은 음고에서 모두 표현될 수 있다. 이렇듯 음계의 상대적인 음고와 그

    집합을 통틀어 토노스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선법’이라 지칭한 것이 토노스였는지, 아니면 단순

    한 의미에서의 음계였는지 문헌상으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특정한 감

    정을 유도하는 것이 음계의 특정한 음고인지, 또는 음의 배열인지도 의문으로 남는

    다.9) 그러나 추측컨대 그들은 기술적으로 복잡한 면에 천착한 것이 아니라, 음의

    단순한 배열을 통해 드러나는 성질에만 주목했던 것 같다. 이는 플라톤과 아리스토

    텔레스가 12개의 토노스를 모두 나열하지 않고, 기본적인 6개의 음계만을 언급했

    다는 점으로도 뒷받침된다. 이어지는 절에서는 그들이 언급한 기본 음계를 살펴보

    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에 대한 플라톤의 평가까지 알아볼 것이다.

    7) Aristides Quintilianus, 앞의 책, 23쪽의 표를 한글로 수정하였다.

    8) 이와 비슷한 구성방식을 현대 조성체계에서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조성체계의 이러한 구

    조는 명백히 희랍 음악의 산물로, 이는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시대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근거로

    볼 수 있다.

    9) Donald Jay Grout, Claude V. Palisca, �서양음악사� 개정4판, 세광음악출판사 편집국 역,

    세광음악출판사, 1996, 30쪽 참조.

  • 18

    2. 에토스론 : 플라톤의 선법분석

    테트라코드는 분할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아리스토크세누스는 테트

    라코드를 30개의 단위로 나누었고, 퀸틸리아누스는 60개의 단위로 구분했다. 테

    트라코드를 분할하거나 결합하여 6음, 옥타브, 혹은 그 이상으로 구성된 음계를 만

    들어낼 수 있다.10) 그러나 고대 희랍인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음계를 모두 사용하

    지는 않았다. 그들이 사용한 대표적인 음계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 종

    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들의 저서에서 언급한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고대희랍의 대표적 음계와, 이를 구성하는 음은 다음과 같다.11)

    ㈀ 리디아 (Lydisti) 마≠, 바, 가, 나, 나≠, 다′, 마′, 마′≠

    ㈁ 도리아 (Doristi) 사, 가, 가≠, 가#, 라, 마′, 마′≠, 바′, 가′

    ㈂ 프리기아 (Phrygisti) 사, 가, 가≠, 가#, 라′, 마′, 마′≠, 바′, 사′

    ㈃ 이오니아 (Iasti) 마, 마≠, 바, 가, 다′, 라′

    ㈄ 혼성리디아 (Mixolydisti) 마, 마≠, 바, 사, 가, 가≠, 가#, 마′

    ㈅ 고음리디아 (Syntonolydisti) 마, 마≠, 바, 가, 다′

    (≠는 4분의 1음을, 다′는 가온 다를 의미한다)

    10) 클레오니데스, �하르모니아 입문�, 김지철 역, Oliver Strunk 편, 앞의 책, 39-40쪽.

    퀸틸리아누스, �“음악에 관하여”에서 발췌�, 이은진 옯김, 앞의 책, 56-57쪽.

    가우덴티우스, �하르모니아 입문�, 김지철 역, 앞의 책, 67쪽 참고.

    11) 희랍음계(선법)를 재구성하는 데는 Aristides Quintilianus, 앞의 책, 20쪽 및 Giovanni

    Comotti, Music in Greek and Roman Culture, trans. by Rosaria V. Munson,

    Baltimore and London: The Johns Hopkins Univ. Press, 1989, 78쪽을 참고하였다.

    이는 원래 희랍어 글자꼴을 이용한 기호로 표기되어 있었으며, 그 기호는 다음과 같다.

    Aristides Quintilianus, 앞의 책, 86쪽의 자료를 한글로 나타낸 것이다.

    이는 다음의 표를 참고하여 본문에 사용한 것과 같은 현대적 표기법으로 변형할 수 있다.

    Giovanni Comotti, 앞의 책, 101쪽.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19

    이들 선법에 대한 플라톤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혼성리디아와 ㈅고음리디아

    는 비탄이나 한탄조의 선법이고, ㈀리디아와 ㈃이오니아는 유약하고 느슨한(게으

    른) 것으로 주연(酒宴)에 어울리는 것이다. ㈁도리아와 ㈂프리기아 선법은 전사들

    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투 행위나 모든 강제적인 업무에 있어서 용감한

    사람의 어조와 억양을, 그리고 또 좌절하더라도, 말하자면 부상이나 죽음에 당면하

    게 되거나 또는 다른 어떤 불행에 떨어지더라도, 이런 모든 사태에서도 자신의 불

    운을 꿋꿋하게 그리고 참을성 있게 막아내는 사람의 어조와 억양을 적절하게 모방

    하게 될 선법”12)이다. 더불어 “평화적이며 강제적이지 않고 자발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득하며 요구를 할 때에는, 신께는 기도로써 하되

    12) Plato, �플라톤의 국가(正體)�, 개정증보판, 박종현 역, 서광사, 2005, 213-14쪽.

  • 20

    사람에게는 가르침과 충고로써 하고, 반대로 남이 자신에게 요구를 해오며 가르쳐

    주거나 변화하도록 설득을 해오면 귀를 기울이는, 그래서 이런 까닭으로 그의 마음

    에 들게 행동하며, 거만하게 굴지 않고, 이 모든 경우에 절제 있고 절도 있게 행동

    하여 결과에 만족하는 그런 사람의 어조와 억양을 적절하게 모방하게 될 선법”13)

    이다. 도리아와 프리기아에 대한 플라톤의 평가를 요약하자면 절제, 용기, 중용,

    (비극적인) 영웅상 정도가 될 수 있겠다.14)

    Ⅲ. 현대 서양의 조성체계

    고대 희랍의 음악이론이 비록 겉으로는 현대의 음악이론과 크게 다른 것처럼 보

    이지만, 실제로 현대의 음악은 어디까지나 고대의 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발달해

    왔다. 여기서 그러한 변화 과정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15) 그러나 이제부터

    살펴볼 현대의 음악체계에 대한 요약에서도 고대의 유산이 적지 않게 남아있는 것

    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단절시키지 말고 하나의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는 것이다.

    1. 조성체계의 이해16)

    서양의 음계 중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은 7음 음계이다. 음계는 이 7

    음 사이의 음정 구조에 따라 크게 장음계와 단음계로 나뉜다. 장음계는 다 음에서

    13) 같은 곳.

    14) 플라톤은 ‘국가’에서 선법의 에토스에 관해 이 정도로만 간략히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에토스의

    기원에 관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은 아테나이오스의 저술에서 찾을 수 있다. 각 선법은 각 종족

    의 이름을 따온 것인데, 아테나이오스는 이러한 종족들의 생활환경이나 문화를 바탕으로 그들 선

    법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오니아인들은 뛰어난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어 싸

    움을 좋아하고 친절한 태도가 전혀 없다. 결국 그들의 에토스에는 애정과 견고함이 결핍되어 있

    는 것이다. 각 선법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아테나이오스, �“만찬 중의 소피스트들”에서 발

    췌�, 심은섭 역, Oliver Strunk 편, 앞의 책, 83-88쪽 참조.

    15) 다음 논문에 이 과정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져 있다. 최정희, 「Neume부터 16세기까지의 서양음

    악 기보법의 발전과정 고찰 : Guillaume Dufay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15세기 기보법의 연

    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4.

    16) 이 절(節)의 서술에는 백병동, �화성학� 11판, 수문당, 2008, 16-21쪽 및 29-33쪽을 참고하

    였다. 이 절에 삽입된 그림 및 표는 모두 상기 저서에서 인용된 것이다.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21

    시작하여 원음만으로 구성한 음계이고, 단음계는 다 음에서 단 3도17) 아래인 가

    음에서 시작하여 원음만으로 구성한 음계이다. 다 음에서 시작하는 장음계의 구조

    는 다음과 같다.18)

    이상에서 (a)와 (b)의 구조가 동일함을 알 수 있는데, 여기서 고대희랍의 음악

    체계에서 중요시되었던 테트라코드가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한편 가 음에서 시작하는 단음계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이를 장음계와 비교하기 위해 장음계와 같은 으뜸음인 다 음에서 시작한 악보로

    나타낸 것이 아래의 악보이다.

    장음계와 단음계는 반음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단음계의

    기본형으로, 자연 단음계(natural minor scale)라 한다.

    단음계에는 자연단음계뿐만 아니라 화성 단음계(harmonic minor scale)와 선

    율 단음계(melodic minor scale)도 있다. 장음계에서는 으뜸음의 반음 아래에 이

    끈음이 위치하여 으뜸음을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자연 단음계에서 으뜸

    음 아래에 있는 음은 으뜸음과의 간격이 온음으로서 이러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

    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화성 단음계 및 선율 단음계를 이용하게 된다. 화성 단음계

    는 자연 단음계에서 임시표를 이용해 이끈음을 만들어준 음계이다.

    17) 반음을 포함하는 3도. 음정에 관해서는 백병동, 앞의 책, 5-10쪽 및 松田昌, �경음악 편곡법�,

    길옥윤 역, 세광음악출판사, 1988, 17-27쪽을 참고하라.

    18) 장 2도는 반음을 포함하지 않는 2도이며, 단 2도는 반음을 포함하는 2도이다. 따라서 장 2도 관

    계에 있는 두 음의 간격은 온음이며, 단 2도 관계에 있는 두 음의 간격은 반음이다.

  • 22

    그러나 이러한 조치로 화성 단음계에서는 여섯 번째 음과 일곱 번째 음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지게 된다. 이는 불협화음정일 뿐만 아니라 비선율적이므로

    여섯 번째 음 역시 반음을 올려주어 선율 단음계를 만들어 준다.

    이 때 (a)는 단음계의 기본형과, (b)는 장음계와 형태가 같다.

    한편 이끈음은 음의 상행할 때만 사용될 뿐 하행할 때는 불필요하다. 따라서 음

    이 하행할 때는 기본형인 자연단음계를 그대로 사용한다.

    조(key)는 이러한 체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음계를 만들 때에는, 으

    뜸음을 기준으로 하여 완전 5도 위의 음이나 완전 5도 아래의 음을 새 으뜸음으로

    삼아 음계를 구성한다. 여기서 다 장조와 가 단조를 제외한 모든 조에는 하나 이상

    의 임시표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는 악보에서 계속 사용하게 되는 영구적인 임시표

    이므로 대신 악보의 앞부분에 조표를 기입한다. 한편 각 조의 명칭은 으뜸음에 의

    해 결정된다. 다음 두 개의 표 중 위의 표는 올림표 계통의 조이고, 아래의 표는 내

    림표 계통의 조이다.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23

    2. 조성이 유발하는 정서 분석: 형용사적 묘사를 중심으로

    음악이 유발하는 정서에 대한 연구가 고대에는 몇몇 철학자들에 의해서만 이루

    어졌다. 다행히 현대에는 좀 더 많은 분야의 학자들이 고대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현대의 연구는 많은 부분에서 고대와 다른 양상을 띤다. 현대의 연구에서도

    과거와 같이 선율, 리듬, 템포, 전조 등 여러 부분에서의 연구가 행해지지만, 이 중

    선율에 대한 연구, 즉 우리 논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연구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의 논의도 그만큼 한계가 있음

    을 미리 전제해 둔다. 고대의 연구와 비교해 현대의 연구가 지닌 가장 큰 차이점은

    생리적 반응과 정서적 반응을 구분해 놓은 것이다.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러한 변화를 단순히 ‘정

    서적인’ 것이라고 애매하게 표현했으나, 현대 과학은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마음

    의 변화를 같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들 철학자가 정서적이라 판단했던 것은, 현

    대과학에 의하면 마음의 변화라기보다 몸의 변화에 가깝다. 안타깝게도 ‘마음의 변

    화’는 현대과학으로서도 아직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음악이 생리적 반응과는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

    되었다. 어떤 종류의 음악이라도 청취자의 혈액순환이나 심장박동, 그리고 호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 더불어, 급격한 조 변화가 없는 음악은 체온과 맥

    박을 상승시키고 히스테리를 진정시켜준다는 보고 사례도 있다.19) 문제는 이러한

    생리적 반응이 정서와 어느 정도의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 반응

    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데까지는 대부분의 학자가 동의하고 있지만, 구체적

    인 연결고리의 모습이 어떠한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20)

    이는 심리학의 방법론이 안고 있는 한계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음악에 대한 정서적 반응 연구는, 따라서 간접적인 방법에 의해 여러 각도에서

    이루어진다. 전통적으로 세 가지 접근 방법이 있는데, 생리학적 측정, 형용사적인

    19) Rudolf E. Radocy, J. David Boyle, �음악심리학�, 최병철․방금주 역, 학지사, 2001,

    321-22쪽 참조.

    20)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장 박동수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킨 후 이성과 대면케 했을 때 그렇지 않

    은 경우보다 이성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했다고 한다. 정서(호감도)가 생리(박동수)를 변하게 한

    다는 일반적인 믿음이,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인 것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이 역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뿐, 생리적 반응과 정서적 반응 간의 관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24

    묘사, 철학적 탐구가 그것이다.21) 여기서는 그 중 우리의 논의에 가장 부합하는

    수단으로 두 번째 방법, 즉 형용사적 묘사에 주목해볼 것이다.

    헤브너(K. Hevner)가 자신의 ‘형용사검사표’를 이용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장조 선율에서는 “행복한, 우아한, 쾌활한”, 단조 선율에서는 “슬픈, 어렴풋한, 감상

    적인” 등의 형용사에 대한 응답률이 높았다. 더불어 복잡한 불협화성은 “흥분되는,

    동요되는, 활발한, (슬퍼지려고 하는)”, 단순한 협화적 화성은 “행복한, 우아한, 평

    온한, 서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표를 이용한 다른 학자의 검사에서도 비슷

    한 반응이 나타난다.22) 한편, 또 다른 연구23)에 따르면 장조 선율에서는 “기쁜,

    쾌활한” 등의 응답이, 단조 선율에서는 “슬픈, 꿈꾸는 듯한, 센티멘털한” 등의 응답

    이 두드러졌다.24) 더불어 독일 이론가 하우프트만(Moritz Hauptman,

    1792-1868)은 장성은 상행적이며 향도적인 힘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남성적이라

    하였고, 단성은 하행적이며 중성과 의거성을 가져 보다 소극적이고 여성적이라 했

    다.25) 이로써 선행되는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장조 선율에서 비교적 ‘밝은’ 분위

    기를, 단조 선율에서 비교적 ‘어두운’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26)

    그런데 이러한 연구에 앞서, 프랑스의 음악 이론가인 라비냑(Alexandre Jean

    Lavignac, 1846~1916)이 조성의 특색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

    한 바 있다.27)

    장조

    다 단순, 소박, 단명, 단조 올림 다 단아, 막연

    내림 라 매혹적, 유화, 고요 라 호려, 사치스러움, 활발

    내림 마 힘참, 기사적, 음향적 마 온화, 기쁨, 빛남

    바 목가적, 소박 올림 바 조잡

    내림 사 유화, 조용 사 시골풍, 유쾌

    내림 가 유화, 추종적, 장려 가 단명, 음향적

    내림 나 고귀, 단아, 우아 나 정력적, 환함

    내림 다 고귀, 비음향적

    21) Rudolf E. Radocy 외, 앞의 책, 320쪽.

    22) 보일(Boyle)의 1982년 연구. 앞의 책, 50쪽 및 김수나, 「음악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는

    요인들 : 장⋅단조성과 템포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3쪽.

    23) 쉐러(Scherer)와 오신스키(Oshinsky)의 1977년 연구.

    24) 권윤주, 「음악과 정서」, �음악의 지각과 인지 Ⅰ�, 음악세계, 2005, 306쪽.

    25) 김형주, �음악감상법� 3판, 세광음악출판사, 1994, 49쪽.

    26) 앞선 문헌들과 더불어 김수나, 앞의 논문, 14쪽 및 46쪽을 참고할 것.

    27) 아래의 표는 김형주, 앞의 책, 48쪽을 참조하였다.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25

    단조

    다 극적, 어두움, 격렬함 올림 다 잔인, 음산, 야유

    라 열중, 진지 올림 라 완만

    내림 마 슬픔, 비애 마 슬픔, 감격

    바 우울, 정력적 올림 바 조잡, 경쾌

    사 우울, 애수, 수줍음 올림 사 어두움, 비애

    내림 가 애절, 걱정스러움 가 단순, 소박, 슬픔

    올림 가 완만, 진지, 음산

    나 야만적, 음산, 힘참 내림 나 장례식적, 신비스러움

    라비냑의 주장은, 해당 조의 음악을 일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그리고 후대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론에 모든 학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같은 조성이라도 다른 분위

    기의 곡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한 곡 역시 해석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라비냑의 이론은 다른 여러 이론과 더불어

    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주장은 후

    에 전개된 여러 연구 결과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논의에

    서는 따라서 라비냑의 분류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Ⅳ. 고대 선법과 현대 조성의 비교

    고대와 현대의 음악체계는 살펴보았듯 한편으로는 비슷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이렇듯 상이한 두 체계를 비교하기 위하여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하려 한다. 하나는 음의 배열 방식, 즉 음계 내에 배치된 음의

    구조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특정 음계가 주는 느낌을 표현한

    단어를 상호 고찰해 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대와 현대의 음계 중 일치하는,

    또는 적어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쪽을 기준점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겠다. 그러

    나 실상 둘 중 어느 하나를 결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제부

    터 살펴보겠지만, 두 가지 방식 모두 어느 정도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

    다. 따라서 결론 도출에 있어서는 두 방식을 상호적으로 참조하기로 한다.

  • 26

    1. 음의 배열에 의한 비교

    고대 음악 체계에서의 음의 배열을 현대 체계의 잣대로 비교하려 하는 순간, 세

    가지 근원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하나는 고대 체계의 음계 내에서 각 음의 음

    고가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4분의 1음의 존재이다. 그리고 마지막

    (또한 결정적인) 하나는 고대의 체계가 ‘5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조성체계 내

    에 완벽하게 포섭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대 음악체계에서 음이 상대적이라는 점은, 이미 이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그러

    한 한계가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과 같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이 상대성이란 것이 고대 음악을 이루는 결정적인 특징이

    아니라,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당시의 기보 체계 등 일종의 기술적인 문제들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4분의 1음이란 확실히 성가신 존재이다. 더불

    어 선법 자체를 현대의 체계로 재구성하기 어렵다는 점은, 두 체계를 비교하는 데

    있어 치명적인 난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볼 것이지만, 어떠

    한 방식을 취하든 결국은 주어진 선법을 어느 정도 인위적이고 강제적으로 변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전제되어 있는 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

    에, 두 체계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한 체계를 다른 체계에 맞도록 고치는 외에 별 도

    리가 없는 것이다. 두 체계가 실상 같은 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를 전

    적으로 무리한 것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정 체계를 지나치게

    심하게 왜곡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의미 없는 작업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 작

    업은 최대한 손질을 적게 하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4분의 1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특정 음의 음고를 조정하는 방법

    을 생각할 수 있다. 4분의 1음을 다시 4분의 1음만큼 높이거나 낮추면 반음 또는

    원음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전체 음계의 음고를 조정하는 것이 원래 선법에 가

    장 가깝도록 변형하는 방식이겠지만, 실상 이런 식으로는 다시 다수의 4분의 1음

    이 생성되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게 된다. 따라서 원래 선법체계의 희생을 감수하

    는 한에서, 4분의 1음만을 이동하여 원음 또는 반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편, 4분

    의 1음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무시한 채 생각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실

    상 4분의 1음이란 현재의 음악체계에서는 쓰이지 않는 음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그리고 지금의 논의는 ‘현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러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27

    한 방식이 크게 극단적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살펴볼 터이지만,

    대부분의 선법에서 4분의 1음을 삭제한 결과와 그 음고를 조정한 결과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즉, 4분의 1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에서는 세 가지 방식을 도입

    할 것이다. 하나는 4분의 1음의 음고를 4분의 1음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4

    분의 1음 낮추는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4분의 1음 자체를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음계가 온음과 반음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여 이를 바로 현대의 조성

    체계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 조성 체계에는 장조와 단조를 모두 고려

    하면 32개의 조성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중 어느 하나 고대의 선법과 일치하는

    것이 없다. 현대 조성은 모두 동일한 원리 - 예컨대 장조의 경우 장2도-장2도-단2

    도의 체계 - 에 의해 구성되어 있는 반면, 고대 선법의 경우 그들을 하나로 통일할

    만한 체계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28) 고대 선법은 분명 옥타브 체계이지만, 적

    어도 현재와 같은 의미에서는 완전한 옥타브를 이루지도 않는다. 따라서 현대의 체

    계와 비교했을 때 약간씩 어긋나는 고대의 선법을, 무엇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아

    판단할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여기서 사용할 기준으로, 음 사이의 상호관계, 조표, 그리고 기준음, 이렇게 세

    가지 정도를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음 사이의 상호관계를 기준으로 삼는 방

    법을 살펴보자. 현대적인 음계가 장2도-장2도-단2도와 같은 구조를 갖듯이, 고대

    선법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리디아 선법은 3도-2도-2도-3도

    의 구조를, 이오니아 선법은 2도-3도-3도-2도의 구조를 갖는다. 이를 적절히 배치

    하여 현재의 체계와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선법 자체를 지나

    치게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대 체계에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

    들기 위해서는 선법 내의 특정 음을 이동하거나, 심한 경우 음계 자체를 전조해야

    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원래의 선법이 아닌, 전혀 다른 선법이 만들어지고 마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조정 자체가 무의미한 선법도 존재한다. 도리아 선법의 경

    우 2도-2도-4도-2도-2도-3도의 형태를, 혼성 리디아 선법의 경우 2도-2도-2도

    -2도-5도의 형태를 보이는데, 이는 모두 조정이 곤란하거나 조정의 의미가 없는

    불규칙한 형태이다.

    기준음을 중심으로 삼는 방법은, 이렇듯 음 사이의 상호관계를 따지는 것보다는

    28) 고대의 선법은, 현대의 조성과는 달리 각 선법에 따라 적용되는 구조가 따로 존재한다.

  • 28

    선법의 왜곡 가능성이 덜하다. 현대의 조성 체계는 기준음이 완전 5도씩 상승하거

    나 하강하는 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고대의 선법 체계에서도 ‘프로스람

    바노메노스(προσλαμβανομενος)’라 불리는 기준음이 음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다시 말해 고대의 선법과 현재의 조성 모두 기준음을 바탕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기준음 하나만으로는 비교를 하기에 충분하지 않

    다. 기준음이 일치한다 하더라도, 음의 배열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면 이 방식은 아

    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대 선법의 기준음은 현대의 음계보다 현저히

    낮은 위치, 혹은 높은 위치에 정해져 있다. 기준음의 위치는 바꿀 수 없다. 그렇게

    할 경우 선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마지막 방법, 즉 조표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과 연계한다면 보

    다 신빙성 있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조표를 기준으로 삼을 때는 또 하나 편리한

    전제를 둘 수 있는데, 현대 조성체계에서 조표로 나타난 부분을 고대 선법에서 생

    략된 음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4분의 1음을 수정하고 난 뒤의 고대 선

    법이 대부분 원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고대 선법에서 나타나

    지 않는 음들이란 말하자면 반음을 피하기 위해 그러하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결론을 낼 수 있다. 고대 선법은 기준음을 중심으로 현재의 조성체

    계와 최대한 일치하는 것을 찾아내되, 이 과정에서 조표까지 함께 고려하여 결과를

    찾아내도록 할 것이다. 만약 언급한바 어떤 방식으로도 유사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면, 음계 전체의 음고를 반음씩 조정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것이다.

    앞서 말한 방법으로 고대 선법의 음 체계와 대략적으로 일치하는 현대의 조성을

    탐색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리디아

    원음 마≠, 바, 가, 나, 나≠, 다′, 마′, 마′≠

    1/4음 제거 바, 가, 나, 다′, 마′

    1/4음 상승 바, 가, 나, 다′, 마′

    1/4음 하강 마, 바, 가, 나, 다′, 마′

    마 단조 마, (바#), (사), 가, 나, 다, (라)

    바 장조 바, (사), 가, (가#), 다, (라), 마

    올림 라 단조 라#, 마#, (바#), 사#, 가#, 나, (다#) ☞ 전체를 반음 내린 경우

    올림 바 장조 바#, (사#), 가#, (나), 다#, (라#), 마# ☞ 전체를 반음 올린 경우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29

    도리아

    원음 사, 가, 가≠, 가#, 라, 마′, 마′≠, 바′, 가′

    1/4음 제거 사, 가, 가#, 라, 마′, 바′, 가′

    1/4음 상승 사, 가, 가#, 라, 마′, 바′, 가′

    1/4음 하강 사, 가, 가#, 라, 마′, 바′, 가′

    사 단조 사, 가, 가#, (다), 라, (라#), 바

    사 단조´ 사, 가, 가#, (다), 라, 마, (바#) ☞ 화성 단음계

    바 장조 바, 사, 가, 가#, (다), 라, 마 ☞ 기본음 유사

    라 단조 라, 마, 바, 사, 가, 가#, (다) ☞ 기본음 무시

    내림 나 장조 가#, (다), 라, (라#), 바, 사, 가 ☞ 기본음 무시

    프리기아

    원음 사, 가, 가≠, 가#, 라′, 마′, 마′≠, 바′, 사′

    1/4음 제거 사, 가, 가#, 라, 마′, 바′, 사′

    1/4음 상승 사, 가, 가#, 라, 마′, 바′, 사′

    1/4음 하강 사, 가, 가#, 라, 마′, 바′, 사′

    사 단조 사, 가, 가#, (다), 라, (라#), 바

    사 단조´ 사, 가, 가#, (다), 라, 마, (바#) ☞ 화성 단음계

    바 장조 바, 사, 가, 가#, (다), 라, 마 ☞ 기본음 유사

    라 단조 라, 마, 바, 사, 가, 가#, (다) ☞ 기본음 무시

    내림 나 장조 가#, (다), 라, (라#), 바, 사, 가 ☞ 기본음 무시

    이오니아

    원음 마, 마≠, 바, 가, 다′, 라′

    1/4음 제거 마, 바, 가, 다′, 라′

    1/4음 상승 마, 바, 가, 다′, 라′

    1/4음 하강 마, 바, 가, 다′, 라′

    올림 라 단조 라#, (바), 바#, 사#, (가#), 나, 다# ☞ 전체를 반음 내린 경우

    혼성 리디아

    원음 마, 마≠, 바, 사, 가, 가≠, 가#, 마′

    1/4음 제거 마, 바, 사, 가, 가#, 마′

    1/4음 상승 마, 바, 사, 가, 가#, 마′

    1/4음 하강 마, 바, 사, 가, 가#, 마′

    바 장조 바, 사, 가, 가#, (다), (라), 마 ☞ 기본음 유사

    라 단조 (라), 마, 바, 사, 가, 가#, (다) ☞ 기본음 유사

  • 30

    고음 리디아

    원음 마, 마≠, 바, 가, 다′

    1/4음 제거 마, 바, 가, 다′

    1/4음 상승 마, 바, 가, 다′

    1/4음 하강 마, 바, 가, 다′

    ☞ 구성음 부족으로 관계 파악이 어려움

    2. 감정 분석에 의한 비교

    이제 앞서 살펴 본 라비냑의 이론을 참고하여, 플라톤이 언급한 선법의 정서와

    부합하는 현대 음계의 정서를 찾아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는 몇 가지 전

    제해야 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 어떤 정서가 특정한 단어로, 또는 하나의 명제로서

    완벽히 서술될 수 없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런 점을 차치하더라

    도, 정서를 표현한 형용사를 살필 때 과거에 쓰인 단어가 현재에 쓰이는 상황과 동

    일한 맥락에서 기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역시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비롯되는 오류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이미 살펴보았던, 플라톤의 �국

    가� 중 선법의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을 원전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이

    를 통해 플라톤이 정서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던 단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맥락

    에서 사용되었는지 파악해볼 것이다. 이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오해를 방지함과 동

    시에, 번역된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살피기 위한 작업이다. 사실 개

    별 단어에 집착하다보면 논의의 흐름과는 무관한, 지엽적인 방향으로 향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단어의 의미를 탐색하는 것

    은 시간적 간극이 큰 두 시대의 언어표현을 좀 더 정확히 살피려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간단히 살피는 정도로 그쳐서, 논의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플라톤은 혼성 리디아 선법과 고음 리디아 선법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다.29)

    29) 여기서 희랍어 원문은 Plato, The Republic of Plato, 2, ed. James Adam, Cambridge

    Univ. Press, 1963의 자료를 이용하였다. 번역은 Plato, �플라톤의 국가(正體)�, 개정증보판,

    박종현 역, 서광사, 2005를 참조하되, 대부분의 번역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앞으로 주석에는 원

    전의 페이지만을 제시할 것이다.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31

    Ἀλλὰ μέντοι θρήνων τε καὶ ὀδυρμῶν ἔιραμεν ἐν λόγοις οὐδεν προσδεῖσται.30)

    한데, 우리의 이야기에서는 비탄도 한탄도 필요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었네.

    이어 이오니아 선법과 리디아 선법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Ἀλλὰ μὴν μέθη γε φύλαξιν ἀπρεπέστατον καὶ μαλακία καὶ ἀργία[…]Τίνες οὖν μαλακαί τ

    ε καὶ συμποτικαὶ τῶν ἁρμονιῶν;31)

    더 나아가 술취함과 유약함 그리고 게으름도 수호자들에겐 가장 부적절하다네[…]그러면 선

    법들 중에서 유약하고 주연(酒宴)에 맞는 것들은 무엇 무엇인가?

    도리아 선법과 프리기아 선법에 관한 플라톤의 설명은 상당히 장황한데, 그 중

    중요한 몇 대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ἣ ἔν τε πολεμικῇ πράξει ὄντος ἀνδρείου καὶ ἐν πάσῃ βιαίῳ ἐργασίᾳ πρεπόντως ἃν

    μιμήσαιτο φθόγγους τε καὶ προσῳδίας,32)

    즉 전투행위나 모든 강제적인 업무에 있어서 용감한 사람의 어조와 억양을,

    […]ἀλλὰ σωρρόνως τε καὶ μετρίως ἐν πᾶσι τούτοις πράττοντά τε καὶ τὰ αποβαίνοντα ἀγα

    πῶντα33)

    이 모든 경우에 절제 있고 절도 있게 행동하며 결과에 만족하는 (그런 사람의 어조와 억양을

    적절하게 모방하게 될 선법)

    이상을 앞 장의 내용과 연계하여 살펴볼 때, 도리아와 프리기아 선법은 현대 조

    성에서의 장조 선율의 정서와,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네 선법은 단조 선율의 선법

    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감정의

    분류가 이러한 도식에 맞아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조성에서도 전혀

    다른 느낌의 여러 가지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장조와 단조를

    모두 참고할 것이다. 물론 우선적으로는 각 선법에 맞는 조성을 고려할 것이다. 예

    컨대 도리아 선법의 경우 장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단조는 그 다음으로 분류하

    30) 앞의 책, 398D

    31) 앞의 책, 398E

    32) 앞의 책, 399A

    33) 앞의 책, 399B-C

  • 32

    려 한다.

    한편 라비냑이 정리한 감정 체계와 플라톤이 언급한 정서에서 약간의 유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어의 성격을 고려하였을 때 전체적으로 다른 분위기가 나는

    것으로 판단되는 조성은 제2군으로 따로 분류하였다. 예컨대 사 단조의 경우, 라비

    냑이 나열한 ‘우울함’이라는 단어가 혼성 리디아와 고음 리디아의 성격과 비슷한 것

    으로 볼 수 있으나, 이와 더불어 라비냑이 사 단조에 나열한 또 다른 단어, 즉 ‘애

    수’와 ‘수줍음’은 전체적인 느낌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여 따로 정리하였다. 마지

    막으로, 단어로만 볼 때는 무관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연

    관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조성 역시 제3군으로서 따로 분류하였다.34)

    혼성 리디아 및 고음 리디아

    θρηνωδία

    ὁδυρμός

    비탄

    한탄

    grief or great sorrow

    a complaning, lamentation

    단조장조

    제1군 제2군 제3군

    내림 마

    내림 가

    올림 사

    내림 나

    사-

    이오니아 및 리디아

    ἀπρέπεια

    μᾶλᾶκία

    ἀργία

    συμποτικός

    술취함

    유약함

    게으름

    주연(酒宴)

    적인

    unseemly conduct,

    indency, improperty

    softness, delicacy,

    effeminacy, weakness,

    want of patience

    idleness, laziness,

    (in good sense) rest

    convivial, jolly,

    airs suited for drinking

    songs

    단조장조

    제1군 제2군 제3군

    올림 라

    올림 바올림 가 - -

    34) 올림 조와 내림 조 간에는 서로 일치하는 음계, 즉 이명동음의 조가 있다. 예컨대 내림 가 단조는

    올림 사 단조와 같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명동음조의 존재를 무시한 채, 가능한 모든 음계를 나

    열하였다.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33

    도리아 및 프리기아

    πρεπόντως

    σωρρονέω

    μέτριος

    용감한

    절제 있는

    절도 있는

    in fit manner, meetly,

    beseemingly, gracefully

    to be sound of mind

    to be temperate, discreet,

    show self-control

    to come to one's senses

    within measure, moderate,

    tolerable, temperate,

    virtuous, fairly

    장조단조

    제1군 제2군 제3군

    내림 마

    내림 가

    내림 나

    내림 다

    올림 다

    가라

    3. 소결론: 고대 선법과 현대 조성의 대응관계

    음의 배열과 형용사 분석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음조 체계를 비교해 보았을 때,

    두 결과 사이에 어느 정도의 일치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선

    법과 비슷한 현재의 음계를 찾으려는 본 논의의 목표에 한걸음 다가간 셈이다. 그

    러나 여기에서, 두 분석 결과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전

    혀 일치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 같다. 이는 분석의 틀로 사용

    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분석의 방법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

    어야 함을 시사한다.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일치 음의 배열 분석 형용사 분석

    혼성 리디아

    고음 리디아

    - 바 장조

    라 단조

    내림 가 단조

    내림 나 단조

    내림 마 단조

    올림 사 단조

    마 단조

    가 단조

    바 단조

    사 단조

    리디아

    이오니아

    올림 바 장조

    올림 라 단조

    마 단조

    바 장조올림 가 단조

    도리아

    프리기아

    라 단조

    내림 나 장조

    바 장조

    사 단조

    내림 가 장조

    내림 다 장조

    내림 마 장조

    올림 가 장조

    올림 다 장조

    나 장조

    다 장조

  • 34

    Ⅴ. 플라톤의 관점에서 본 (고전적) 근현대음악

    지금까지 다루어 온 내용으로 고대희랍의 선법체계와 현대의 조성체계 간의 관

    계를 간략하게나마 정리를 해볼 수 있다. 이쯤에서 논의를 매듭지어도 무리가 없을

    것이나, 여기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에서 이론적으로 도출한 결과를 좀 더 구

    체적으로 적용해 보려 한다. 즉 플라톤의 음악 평가 방식을 현대의 고전적인 음악

    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플라톤의 견해는 문헌으로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평가한 음악도 지금으로서는 남아있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로서는 플라톤이

    실제로 특정한 평가를 어떠한 음악에 내렸는지, 또 어떠한 맥락에서 내렸는지 판단

    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작업을 통해 다분히 추상적인 이론을 구체적으로 받아들

    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는, 고대의 이론을 현대적으

    로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실상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다루었던 범위를 뛰어넘어야

    한다. 선법이란 음악을 이루고 있는 다수의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음

    악을 정당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선법 외의 다른 요소들도 감안을 해야만 할 것이

    다. 앞에서 인용한 플라톤의 견해 역시 어디까지나 선법에만 관련되어 있는 것이었

    고, 이것만을 통해 음악에 대한 플라톤의 일반적인 견해를 도출해 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선법 이외 음악의 다른 요소, 즉 리듬, 템포 등에 대한 플라톤의 입장 역시

    개략적인 수준에서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선법 외의 다른 요소를 심도 있게 고찰하기는 어려운 일이

    다. 더군다나 이런 식의 고찰은 우리 논의의 목적에도 적합하지 않다. 이 소논문은

    어디까지나 고대의 선법이 현대의 조성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살피려

    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입장에 따라 근현대음악을 평가할 때

    는 앞에서 살핀 선법과 조성의 관계와 함께, 지금부터 살펴볼 음악의 다른 요소들

    의 성질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어디까지나 참고적으로만 이용할 것이며,

    따라서 최종적인 결론을 도출할 때는 선법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느슨하게 적

    용될 것이다.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35

    1. 플라톤의 음악비평관점

    플라톤은 �국가�에서, 선법에 대한 평가에 이어 음악을 이루는 다른 요소들에 대

    한 평가를 시도한다. 그러나 실상 이들 선법 외의 요소에 대한 설명은 그리 충분하

    다고 볼 수 없다. 선법에 대한 설명 역시 크게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외

    다른 요소에 대한 설명은 그보다 훨씬 소략하며, 다분히 피상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플라톤의 다른 저작에서도 역시 이들 요소에 대한 설명을

    명시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플라톤의 여러 저작 및 후세의 플라톤에 대한

    문헌을 바탕으로 하여, 음악에 대한 플라톤의 입장을 대략적으로 재구성해낼 수는

    있다.

    선법 이외의 음악요소에 대한 플라톤의 평가 중 두드러지는 부분은 악기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플라톤이 현악기인 리라(λυρη)를 선호하며 관악기

    인 아울로스(ἀυλος)를 비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렇게 알려진 설에

    따르면, 리라는 지성의 상징인 아폴론의 악기이며, 아울로스는 쾌락과 유흥의 상징

    인 디오니소스의 악기이기 때문에 앞서와 같은 평가가 나온다. 호머의 서사시에서

    영웅들은 아울로스가 아닌 리라 또는 키타라(κιταρα)를 연주한다. 더불어 아울로

    스는 본래 아프로디테의 악기였으나, 그것을 다룰 때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것

    을 싫어한 아프로디테가 아울로스를 내다버렸다는 구전 역시 이 설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이런 설은 부분적으로만 맞다. 플라톤이 리라를 긍정적으로, 아울로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리라가 현악기이기 때문

    에 선호하고 아울로스가 관악기이기 때문에 기피했던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삼

    각 현악기(τριγῶιον)나 펙티스(πῆκτις)35)를 현악기임에도 불구하고 비판했던 것

    이다. 악기에 대한 플라톤의 평가는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음역’과 관련되어 있었

    다. 플라톤에게는 모든 선법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 다시 말해 음역이 넓은 악기

    가 불필요했다. 이는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절대적이고 악기는 단지 그 보조를 담

    당할 뿐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음역은 인간의 목소리가 미치

    는 범위로 한정되어 있다. 사람의 목소리란 아주 높은 음도 아주 낮은 음도 내지 못

    하며, 오로지 중간 정도의 음역만을 소화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플라톤은 모든

    음역을 연주해내는 아울로스를 못마땅하게 보았던 것이다. 플라톤이 선호했던 선법,

    35) 리디아인이 이용했던 하프형 현악기

  • 36

    도리아와 프리기아도 인간의 목소리가 낼 수 있는 중간 음역에 속해있는 것이다.

    중세의 기로라모 메이(Girolamo Mei)는 이러한 플라톤의(더 정확히는 고대 희

    랍의) 음악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36) 그가 요약한 고대음악의 가치는 전반적

    으로 ‘중용’의 형태를 띤다. 이러한 가치를 음고, 템포 및 토노스, 박자, 리듬 등에

    대한 평가에서 살필 수 있다. 우선 음고를 살펴보면, 아주 높은 음고란 매우 흥분

    되고 고조된 마음을 표시하고, 아주 낮은 음고는 절망적이고 초라한 마음을 드러내

    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간 정도의 음고는 평온하고 온건한 성향의 감정을 표현한

    다. 음고의 높고 낮음이란 템포와도 관련되어 있다. 즉 목소리의 움직임이 빠르면

    높은 음고를, 느리면 낮은 음고를 이룬다. 빠른 템포는 흥분된 마음을, 느린 템포

    는 나태하고 게으른 마음을 나타내는 반면에, 중간 템포는 평온한 마음을 나타낸

    다. 한편, 극도로 높은 토노스는 슬픔을 자아내고, 극도로 낮은 토노스는 우울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어떠한 요소에 대해서도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성질이 높

    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희랍인들은 박자와 리듬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다루었

    다. 이러한 내용은 후대의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37)

    앞서 말했듯 고대의 음악에서는 합창단의 노래가 주된 역할을 했던 반면, 악기는

    합창단의 하인과 같이 그들에게 반주를 해 주는 데 그쳤다. 인간의 노래만이 어디

    까지나 실재적이며, 반주는 그것의 환영에 불과했던 것이다. 따라서 악기 연주에

    다양한 음고가 도입되어 인간의 음성을 부수적인 것으로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플라톤의 시대에도 이러한 일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었고, 플라톤은

    이를 ‘음악의 타락’으로 여겨 적지 않게 우려하였던 것이다.

    2. 플라톤의 관점에서 평가한 (고전적) 근현대음악

    플라톤의 견해를 종합해보자. 우선 선법의 측면에서, 도리아 선법과 프리기아 선

    법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제외되어야 한다. 앞선 분석에 의해 고대의 이 두 선법

    과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 현대적 음계는 ‘내림 나 장조’와 ‘라 단조’이다. 그

    36) 기로라모 메이, �빈센초 갈릴레이에게 보내는 편지�, 심은섭 역, Oliver Strunk 편, 앞의 책,

    469-80쪽.

    37)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전쟁과 사랑의 마드리갈”의 서문�, 심은섭 역, Oliver Strunk 편,

    660-62쪽 참조.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37

    러나 이 음악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가

    곡’ 또는 ‘합창곡’으로 범위가 좁혀지게 된다.38) 한편 이는 지나치게 빠르지도, 또

    느리지도 않은 음악이어야 한다. 고대의 템포가 어떤 식으로 측정되었는지는 정확

    히 알 수 없으나, 표현상으로는 중간 정도의 템포라 하였으므로 ‘모데라토

    (Moderato, 보통 빠르기) 정도의 빠르기’를 생각하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약간

    의 여유를 두어 안단테(Andante, 느리게)부터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까지로

    가정하자.

    여기서 음역 및 악기의 문제는 고려하지 않았다. 플라톤의 시대에는 넓은 음역을

    갖는 악기를 제작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현재의 악기는 대부

    분 결코 좁지 않은 음역대를 갖는다. 한편 관현악단의 경우 가장 낮은 것으로부터

    높은 것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고유한 음역을 가진 악기들이 모여 있으므로, 실상

    이 관혁악단이란 구현할 수 있는 모든 음역대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

    다. 더불어 이는 단순히 관현악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내악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악기를 생각해 보더라도 대부분 관현악에 못지않은 음역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

    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플라톤이 이렇듯 넓은 음역의 음악 형식을 과연 어떻게 평

    가 내릴지는 미지수다. 역시 그의 표현대로 ‘타락한 음악’으로 판단할 것인가? 그러

    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대음악에 대한 평가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친 플라톤적 견해를 좀 더 극단적으로 펴면, 현대에는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플라톤의 견해 중 음역에 대한 부분

    은 배제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으나, 보다 구체적인 접근을 위해서 몇몇 개별

    작품을 제시해 보려 한다. 여기서는 라 단조의 음악 중에서 몇 가지를 거론해 볼 것

    이다. 작품의 선정에 있어, 앞서 열거한 플라톤의 평가 관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특

    별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라 단조의 곡 중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중 제4악장이 플라톤

    의 평가기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현악곡임에도 불구하고 합창

    단이 부르는 는 음악의 전체 흐름을 주도한다. 만약

    이 곡의 템포가 프레스토-알레그로 아사이(Presto-Allegro assai)39)로 조금 빠

    38) 오페라가 이 범위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9) 매우 빠르게. 아사이(assai)는 ‘더욱’의 의미를 지님.

  • 38

    른 것이 문제가 된다면, 말러(Gustav Mahler, 1860-1911)의

    을 좀 더 이상적인 작품으로 제안할 수 있을 것 같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레퀴엠(Requiem)’[K.626] 역시 성악곡으

    로 연주되는 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은 플라톤의 평가 기준에 어

    느 정도 엄격하게 부합하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만약 합창곡일 필요가 없고, 단순

    히 선법만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좀 더 많은 작품들이 제시될 수 있다. 예컨대 ‘혁

    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쇼스타코비치(Dmitrii Dmitrievich Shostakovich,

    1906- 1975)의 교향곡 제5번 역시 라 단조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1악장이 모데

    라토로, 플라톤의 기준에 적합한 템포이다. 그러나 이 곡 역시도, 급격하게 음이

    변하는 점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지 못할 수 있다.

    Ⅵ. 나가며 : 논의의 한계 및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

    본 논의는 플라톤의 �국가� 3권 후반부에 나오는 선법에 대한 언급에서부터 출

    발하였다. 따라서 논의의 전체적인 흐름 역시 플라톤의 논조에 맞추어 이루어졌다.

    선법에 대한 플라톤의 평가가 적지 않게 흥미를 유발하기는 하지만, 기록만으로 남

    겨진 그의 견해가 실제로 어떠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

    다. 따라서 여기서는 플라톤의 견해를 구성하는 배경을 자세히 추적하고, 이를 바

    탕으로 그의 견해를 현재 알려져 있는 음악에 적용해 보았다. 이를 통해 플라톤이

    언급한 맥락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나아가 고대와 현대 사이에 놓인 벽을 허물어

    보고자 하였다.

    음악의 체계만으로 보았을 때, 분명 현대의 음악은 고대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는 양자를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

    거와 현재 사이에 실제로 놓여 있는 벽은 높고도 두텁다. 현대의 음악과 한 가족임

    이 틀림없는 고대의 음악체계를 재구성해 내는 데 각고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

    은, 이 벽을 극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과거의 문헌과 그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

    은 데 기인한다. 고대의 적지 않은 선각자들이 음악에 관한 저술을 남겼지만, 현재

    의 사람들이 이를 통해 그 체계를 완벽히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우선 각 저술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39

    간의 시대적 간격이 크며, 다른 한편으로는 똑같은 내용조차 서로 다른 맥락에서

    서술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같은 저자의 견해가 저술에 따라, 혹은

    글의 문맥에 따라 심각하게 달라지는 일도 일어난다. 이는 비단 음악 연구에서 뿐

    만 아니라, 고대와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에 해당되는 문제라 할 수 있겠다.

    결국 본 논의는 출발지점에서부터 어느 정도 한계를 안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

    는 것이다. 자료가 단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를 응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 논의 중 고대의 선법과 현대의 조성을 비

    교하는 과정에서, 고대의 선법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면 보다

    안정적이고 설득력 있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었으리라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고

    대 선법의 음 배열에 대한 연구는 아직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많다. 음악에 대한 플

    라톤의 견해 역시, 플라톤의 문헌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전제된 하에서야 비로소 이

    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를 과거에 비추어 판단해 보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인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 또는 현

    대인이 느끼는 감정과 과거의 그것은 얼마나 비슷하며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추적

    해보려는 노력이 반드시 무의미했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본 논의를 통해, 논

    의를 시작하면서 서술했던 것과 같은 확장된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이 전제되는 하에서, 이러한 논의는 계

    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논의 중에도 살폈듯이 과거와 현재는 결코 단절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전 및 번역본]

    Plato. The Republic of Plato. 2. ed. James Adam. Cambridge Univ. Press, 1963.

    Quintilianus, Aristides. On Music in Three Books. trans. by Thomas j.

    Mathiesen. New Heaven and London: Yale Univ. Press, 1983.

    Aristoteles. �니코마코스 윤리학/정치학/시학� 2판. 손명현 역. 동서문화사, 2007.

    Plato. �플라톤의 국가(正體)� 개정증보판, 박종현 역. 서광사. 2005.

    Plato.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박종현․김영균 역. 서광사. 2000.

    Strunk, Oliver. �서양음악사원전�. 서울대학교 서양음악연구소 역. 서울대학교 서양음악연

    구소, 2002.

  • 40

    [논문]

    Solomon, Jon. “Towards a History of Tonoi”. The Journal of Musicology. 3. 1984.

    pp.242-51.

    권윤주. 「음악과 정서」. �음악의 지각과 인지 Ⅰ�. 음악세계, 2005. 299-318쪽.

    김수나. 「음악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는 요인들 : 장⋅단조성과 템포를 중심으로」. 서

    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정현진. 「고대그리스음악과 미메시스에 관한 연구 : 새 음악(B.C. 5C)의 표현적 모방기법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7.

    최정희. 「Neume부터 16세기까지의 서양음악 기보법의 발전과정 고찰 : Guillaume Dufay

    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15세기 기보법의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4.

    [단행본]

    Bowman, Wayne D. Philosophical Perspectives on Music. New York: Oxford

    Univ. Pres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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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ver Publications, Inc., 2002.

    Comotti, Giovanni. Music in Greek and Roman Culture. trans. Rosaria V.

    Munson. Baltimore and London: The Johns Hopkins Univ. Press, 1989.

    Grout, Donald Jay, Claude V. Palisca. �서양음악사� 개정4판. 세광음악출판사 편집국

    역. 세광음악출판사, 1996.

    Hoppin, Richard H. �중세음악�. 김광휘 역. 삼호출판사, 1991.

    Radocy, Rudolf E., J. David Boyle. �음악심리학�. 최병철․방금주 역. 학지사, 2001.

    松田昌. �경음악 편곡법�. 길옥윤 역. 세광음악출판사, 1988.

    김춘미. �원전 연구를 통해 본 음악학의 시원�. 음악춘추사, 1995.

    김형주. �음악감상법� 3판. 세광음악출판사, 1994.

    백병동. �화성학� 11판. 수문당, 2008.

    오병남. �미학강의�. 서울대학교출판부, 2006.

    [기타자료]

    An International Greek-English Lexicon founded upon the Seventh Edition of

    Liddell and Scott’s Greek-English Lexicon. New York: Oxford Univ. Press,

    1889.

  •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최은광 • 41

    심사평

    최 은 광 (인문대학 인문계열2)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 조성체계의 비교

    - 플라톤의 관점에서

    고대 희랍 선법체계와 현대 서양의 조성체계를 플라톤의 에토스(Ethos) 관점에

    서 시도했다는 점에서 매우 창의적인 접근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음악계에서는 고

    대선법체계로부터 현대 조성이 생성되기까지 역사적으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최은광은 이들의 연관성을 다룸과 동시에 고대 철학자인 플라톤의 선법과 감

    정에 대한 연관성을 이에 접목시켜 전개했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라고 생각된

    다. 각각의 종목은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고대희랍의 선법체계와 조성

    체계를 음의 배열과 인간의 감정분석을 통해 논리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 논문에서 매우 인상적인 부분은 5장에서의 플라톤의 관점에서 본 (고전적)

    근현대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도리아와 프리기아 선법에 대한 플라톤의 선호

    와 그에 상응하는 현대의 내림 나 장조와 라 단조에 대한 언급이다. 여기서 최은광

    은 더 나아가 실제 여기에 잘 부합할 수 있는 음악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즉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환희의 찬가), 모차르트의 등을 소개한다.

    이러한 논의에 대한 한계성과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이라는 마지막 장을 장식하

    는 저자의 섬세한 배려는 높이 살 만하다.

    하나의 페이퍼라고 하기에는 너무 광대하고 엄청난 주제를 다룬 논문에 더 가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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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 전문 음악도들이 생각해 내지 못할 인문학 전공 학생만

    이 생각할 수 있는 테마를 선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20페

    이지 넘는 페이퍼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주제에 대해 저자가 깊은 관심을 가지

    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 논문은 더욱 발전,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고대에 대한 연구가 그리 활발하게 그리고 적극적으

    로 이루어지지 않은 음악계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리라 생각된다.

    김정진(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