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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방송 240 1. 머리말 저널리즘의 위기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드러나왔다. 1987년 6월 항쟁이 격화됐을 때, 일단의 시위대는 서울역 앞에 서 한 신문의 배달트럭을 세우고 신문을 내려 불태운 일이 있다. 80년대 초중반 대부분 주요 방송사는 전투 경찰에 보호를 의뢰해야 했다. 그리고 광범위한 시청거부운동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 이 같은 사례들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 은 우리 과거에 독자와 시청자들이 언론을 신뢰하기는커녕 언론에 대한 강렬한 거부의지를 폭력적으로까지 표현하 기도 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런가 하면 1970년대 초 워싱턴 포스트는 워터게이트를 취재하며 당시 닉슨 행정부로 부터 가해지는 세무조사를 포함한 다양한 압력 때문에 회사의 존망을 위협받았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제이슨 블래 어(Jason Blair) 기자의 기사표절과 왜곡사건으로 150년 역사상 처음으로 편집이사와 국장을 한꺼번에 퇴진시키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저널리즘의 위기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여러 가지 현상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1990년대 이후만 해도 우리 언론계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친 촌지문제의 노출, 문일현∙이도준 기자가 관련된 언론문건 사건, 주요 신 문사 사주들이 구속된 세무조사 사건 등 실로 충격적인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보면 한국 언론은 위기 가 일상화된 구조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가는 매우 불안정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1997년 말에 발생한 외환 위기는 특히 산업측면에서의 위기가 뿌리 깊은 문제임을 드러내 보였다. 한국 언론의 위기에 관해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언론재단이 몇 차례 종합적인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며 문제 신문과방송 40년, 한국언론 40년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제1주제 한국 저널리즘의 3가지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이재경∙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 40주년 기념 세미나 일시: 3월 18일(목) 15:00~18:00 장소: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한국저널리즘의3가지download.kpf.or.kr/MediaPds/200511151432163.pdf하버마스(1973)는“정당성의위기(Legitimation Crisis)”라는 책에서시스템이론을활용해위기를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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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한국저널리즘의3가지download.kpf.or.kr/MediaPds/200511151432163.pdf하버마스(1973)는“정당성의위기(Legitimation Crisis)”라는 책에서시스템이론을활용해위기를정의한다

신 문 과 방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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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저널리즘의 위기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드러나왔다. 1987년 6월 항쟁이 격화됐을 때, 일단의 시위 는 서울역 앞에

서 한 신문의 배달트럭을 세우고 신문을 내려 불태운 일이 있다. 80년 초중반 부분 주요 방송사는 전투 경찰에

보호를의뢰해야했다. 그리고광범위한시청거부운동때문에고통을받았다. 이같은사례들은그리오래지나지않

은 우리 과거에 독자와 시청자들이 언론을 신뢰하기는커녕 언론에 한 강렬한 거부의지를 폭력적으로까지 표현하

기도 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런가 하면 1970년 초 워싱턴 포스트는 워터게이트를 취재하며 당시 닉슨 행정부로

부터가해지는세무조사를포함한다양한압력때문에회사의존망을위협받았다. 지난해뉴욕타임스는제이슨블래

어(Jason Blair) 기자의 기사표절과 왜곡사건으로 150년 역사상 처음으로 편집이사와 국장을 한꺼번에 퇴진시키는

부끄러운기록을남기기도했다.

이처럼 저널리즘의 위기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여러 가지 현상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1990년 이후만

해도 우리 언론계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친 촌지문제의 노출, 문일현∙이도준 기자가 관련된 언론문건 사건, 주요 신

문사 사주들이 구속된 세무조사 사건 등 실로 충격적인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보면 한국 언론은 위기

가 일상화된 구조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가는 매우 불안정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1997년말에발생한외환위기는특히산업측면에서의위기가뿌리깊은문제임을드러내보 다.

한국 언론의 위기에 관해서는 1990년 중반 이후 한국언론재단이 몇 차례 종합적인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며 문제

신 문 과 방 송 4 0 년 , 한 국 언 론 4 0 년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40주년기념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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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주 제

한국저널리즘의3가지

저 널 리 즘 의 위 기 와 언 론 의 미 래

이재경∙이화여 언론홍보 상학부 교수

저널리즘의 위기와 언론의 미래

창간40주년기념세미나

일 시 : 3 월 1 8 일 ( 목 ) 1 5 : 0 0 ~ 1 8 : 0 0

장 소 : 한 국 프 레 스 센 터 1 9 층 기 자 회 견 장

Page 2: 한국저널리즘의3가지download.kpf.or.kr/MediaPds/200511151432163.pdf하버마스(1973)는“정당성의위기(Legitimation Crisis)”라는 책에서시스템이론을활용해위기를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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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심각성과 원인들을 분석하고 안을 제시해 왔다(UR보고서 1995; 신문의 위기, 2003).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은

기사의문제나취재의관점, 기자윤리, 언론의사회적역할등저널리즘적쟁점들이아니라시장개방에따른국내언

론 산업의 경쟁력 약화나 구독자 감소, 광고이탈, 경쟁격화 등에 의한 언론사의 존립기반 붕괴 등 비즈니스 또는 산

업혹은정책적고려사항들에초점을맞추어진행됐다.

이 은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의 언론재단의 분석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이 의 주요 관심사는 한국 언론의 산업적

흥망이나몇몇특정언론사의기업적실패, 또는광고시장의축소등경제문제가아니라는뜻이다. 이 은민주사회

를 지탱하는 주요 사회제도 가운데 하나로서 신문과 방송이 수행하는 저널리즘적 기능이 어떠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드러내는데 1차적 목적을 둔다. 이 에서는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를 크게 세 가지로 진단하고, 이러한 위

기상황을극복하려면어떠한노력이필요한지, 그러한노력에는누가중심이돼야하는지도제안해보고자한다.

2. 위기의정의

이 에서 위기는 하버마스의 정의를 빌려 사용한다. 하버마스(1973)는“정당성의 위기(Legitimation Crisis)”라는

책에서 시스템 이론을 활용해 위기를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위기는 한 시스템이 한 시 를 지탱해오던 정체성

(identity)을 상실하고 다음 시 에 활용할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해내지 못한 상황을 의미한다. 기존에 존재하던 정

체성이 소멸또는상실되고 새로운 정체성은 형성되지 않은상태가 계속되면 해당시스템은 혼란에 빠질수밖에 없

다. 또그러한상황이개선의희망이없이지속되면시스템으로서의존재자체가불가능할수도있게된다.

많은민주주의이론서들은언론을민주주의정치과정(democratic political process)을형성하는핵심하부시스템

(sub-system)으로 주목한다(Dahl, 1989).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도 구체적으로 입증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1980년 후반까지 계속되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해체하고, 민주적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언론 또한 비교할 수 없이 자유로워진 환경에서 민주적 질서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있도록다각적인노력을기울여왔다. 그러나오늘날드러나는심각한구조적문제들은지난10여년의변화노력이

얼마나성공적이었는가를되묻게한다.

이 의결론은한국저널리즘이아직민주적정치과정에적합한하위시스템으로서의 정체성을형성하지못했거

나잘못된정체성을고착시켜가고있다는것이다. 이는언론사나언론인들모두에게매우불행한일일뿐만아니라,

한국 사회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커다란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언론계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궁극적으로 민주적 사회체계에 적합한 언론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를 제시해야 한

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발행인이나 편집자, 취재기자 등 현장언론인들이나 제도적 지원을 제공할

수있는정책담당자들은어떠한접근법을택해야하는지를구체적으로인식하는일이시급하다.

3. 한국저널리즘의세가지위기

이 은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한다. 결국은 모두 저널리즘이라는 관찰 상의 한 부분

들을 구성하므로 뒤에는 통합적인 고려가 필요하겠지만 문제의 구체성을 드러내려면 부문별 논의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은 따라서 저널리즘의 위기를‘기사의 위기’‘기자의 위기’그리고‘공론장(public sphere)으로서의

저널리즘의위기’로나누어논의한다.

1) 기사의위기

세 가지 위기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 또한 핵심적인 위기가 기사의 위기다. 왜냐하면 기사는 독자나 시청자에게 현

실을인식시키는기초단위이기때문이다. 현 사회가 중사회라는사실에동의한다면일반시민의현실인식은기

사라는 기초단위를 토 로 형성된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는 일찍이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

1922)이 여론(public opinion)이라는 책에서 다양한 상황을 예시하며 강조한 내용이다. 리프먼의 결론은 현 인이

인식하는 현실(reality)은 거의 예외 없이 다양한 중매체들이 기사라는 프리즘을 통해 규정하는 현실이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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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문 과 방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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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에 따르면 특히개인들이 직접경험할 수 없는 상인 국제문제나 정치현실 등은 더욱그러하다는 것이다. 이

와 관련해 더 중요한 사항은 모든 매체의 소비자는 미디어가 규정한 현실을 토 로 자신들의 다음 행동방향을 결정

한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리프먼적 인식틀을 마음에 두고 한국 언론이 생산하는 기사들을 검토해 보면“기사의 위

기”가무엇을말하는지를한결구체적으로이해할수있다.

두두가가지지 사사례례

기사의 위기를 드러내는 첫 번째 증상은 한국 저널리즘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이는‘사실(fact)’의 조건이다. 예를 들

면, 1년여 전 통령 선거전이 달아오를 무렵 김 업이라는 사람은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이회창 후보가 자제들의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관련문서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같은 기자회견이 실시된 뒤, 부분의 신문과 방송

사는예외없이이러한내용을비중있게보도했다. 물론김 업씨의주장을모두사실로확정해보도하지는않았지

만 그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보도자세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2004년2월말김 업씨는허위사실유포죄로법원으로부터실형을확정받았다. 김 업씨는이회창씨가족이병역

기피 의지가 있었고 그러한 목적을 위해 문서까지 위조했음을 사실이라고 주장했으나 1년여가 지난 뒤 법원은 그것

이사실이아니라고판정했다는의미다.

같은맥락에서더주목을끄는사건은설훈의원이역시기자회견을열고이회창후보가최규선이라는사람으로부

터 20만 달러의 돈을 받았다고 주장한 경우다. 이 기자회견 내용 또한 거의 모든 언론사에 의해 전국민에게 전달됐

다. 이회창후보측은강력하게부인했고수사당국에고발까지했다. 녹음테이프가있다던설의원은끝내증거를제

시하지 못했다. 폭로 자료의 제공자는 조사 결과 당시 청와 에 근무하는 전직 언론인 출신 정무 비서관으로 밝혀졌

다. 청와 가 스스로 기획한 정치이벤트 던 이 사건의 연출은 유감스럽게도 20년 가까이 한 신문에 몸담았던 전직

정치부장이었던셈이다.

이두가지사례는한국언론이매일앞다투어보도하는뉴스가얼마나사실과동떨어질수있는가를극적으로보

여준다. 압축해보면이사건들을다룬기사들이담고있던사실은결국김 업씨와설훈의원이이회창씨와관련해

보도된내용을주장했다는기자회견의존재뿐이다. 이러한사건들의보도가 통령선거결과에어떻게 향을미쳤

는지는 실증적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와 관련된 기사들을 모든 매체를 통해서 접해야 했던 국민들이 이 보도들의

향을받지않았을수도있다고는아무도생각하지않을것으로믿는다.

결국이러한사건들은누군가가그러한효과를염두에두고계획적으로기획한이벤트 음을부인하기어렵다. 그

리고 한국의 신문과 방송사들은 이러한 정치적 기획에 따라 연출자가 노리는 홍보효과를 극 화하는 도구로 사용됐

다는현실역시부인하기어렵다.

위에 소개한 두 가지 사례는 명백하게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언론이 악용된 경우들이다.

그리고 여기서 제기되어야할 질문은 과연 이러한 것이 언론의 역할인가, 한국 언론이 보편적으로 유지하는 이러한

정도의‘사실’에 한인식이나보도기준은과연합당한수준인가등이다.

지난2월말에는조금다르지만역시주목할가치가있는기사가보도됐다. 한나라당사무총장을했던강삼재씨와

안기부운 차장으로근무했던김기섭씨에관한내용이다. 쟁점은940억원의돈은어디로부터나왔는가이다. 당시

기사들은 강씨는 김 삼 전 통령으로부터 청와 에서 직접 받았다고 말했고, 김기섭 씨는 자신이 몇 차례 걸쳐 강

삼재 씨를 호텔에서 만나 안기부 예산에서 빼낸 돈을 건네줬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 기사에서 같은 사실

에 한상반되는 언급을 두사람의 증언을 통해제시한 경우다. 누가봐도한 사람은 거짓말을 했음이 분명하다. 더

세 하게 조사하면 두 사람의 말이 모두 거짓일 수도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적 진실만을 담고 있을 수도 있

다. 부분 한국 언론은 두 사람 말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며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방향의 보도를 선택했다. 과연 한

국의 신문과 방송사들은 이로써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다한 것인가? 기자의 역할은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것이 분

명하더라도정치인들의주장을그들이말한 로전해주기만하면되는것인가?

유감스럽게도이는좋은저널리즘과는거리가먼얘기다. 미국의저명언론인들이공동으로펴낸저널리즘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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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널리즘의 기본요소(The Elements of Journalism)’(Kovach and Rosenstiel, 2001)라는 책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주장된 사실에 한 검증(verification)이라고 강조한다. “만약 그 사실이 검증되지 않았다면 절 로

기사에 사용하지 마시오(p. 78).”이 책에 인용된 존 맥피(John McPhee)라는 뉴요커 잡지 기자의 말이다. 그는 이

말이 저널리즘의 핵심원칙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또“사실은 쉽게 획득되고, 재포장되고 다른 목적을 위해 이용될

수도 있는‘상품’이 돼버렸다.”는 한 기자의 말도 인용한다. 그만큼 언론과 기자의 경각심은 높아져야 하고, 단순히

던져진 이벤트나 사실에 한 주장은 언론사의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친 뒤에 충분한 근거가 확보됐을 때 사용할 수

있다는뜻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요소’라는 책이 제시하는 기준을 입해보면 앞에서 언급한 한국 언론의 사례들은 취재 상 사

실의 검증에 한 한국 기자들의 인식이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한국 저널리즘에는 보도할 만큼

확인되고검증된사실에 한기준이아직도제 로마련돼있지못하다. 이같은이유때문에기자와언론사는쉽게

취재원에게이용당할수있고독자와시청자는오염되거나왜곡된사실을토 로중요한문제들을결정해야하는악

순환이 되풀이 된다. 엄 하게 말하면 하루에도 수백 개씩 사회 각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보도 자료는 발행주체가

정부건기업또는사회단체건어느것이나언론사의독립적검증과정을거쳐보도하는것이저널리즘원칙에합당하

다. 특히정부의장래사업내용을공표하는정책자료들은더욱치 한현실성검증이필수적이다.

언언론론사사의의 정정파파성성

기사의위기를구성하는또하나중요요소는언론사가정파적입장을견지하며보도 상사실을선택적으로포함시

키거나배제하는편집관행이광범위하게존재하는일이다. 특히노무현정부로들어서면서이러한경향이더욱노골

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표적인 보도 상 역들은 통령과 관련된 사안들과 한미관계 관련기사들, 북한 핵문제

관계사실들과경기회복에관계된기사들등이다. 이문제는각매체사의사설이나칼럼들이주장하는의견기사들과

맞물려특정신문을보수신문이나진보신문으로이름지우는역할을해왔고지난10여년동안독자들도자연스레이

러한이념적편가름을받아들이는추세를보이는것도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는 과연 이 세상에‘진보적 사실’이 따로 있고‘보수적 사실’은 또 별도로 존재

한다는 말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보편적인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자리잡는다면 우리사회에서 모두가 공유하

는 현실인식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희망이 될 것이고, 현실에 한 논리적 토론도 성립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

면 언론은 현실에 한 불편부당한 자료를 제공해 사회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공동의 관심사를 토론하는 자리를 제공

하는 사회통합의 공론장으로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와 이념성향에 따라 충돌하고 갈등하는 기폭제로서나

존재의의미를갖게될것이다.

2) 기자의위기

앞에서 논의한‘기사의 위기’가 현실의 묘사(description)와 전달(representation)에 관한 문제라면‘기자의 위기’

는 독자와 시청자의 신뢰(trust)의 문제이자 언론인의 처신의 원칙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기사의

문제는독자와시청자의현실인식에직접 향을끼치는문제이지만기자의문제는1차적으로수용자들이언론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향을 미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현실인식에도 향력을 행사하는 문제라는 의

미다.

기자의위기를구성하는요소는크게두가지로나누어생각할수있다. 하나는말할나위없이언론윤리의핵심문

제인 기자의 처신에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줄곧 지적돼 온 촌지문제에서부터 특히 정치와 경제 분

야와 관련해서 관찰되는 부적절한 유착의 관행이 해당된다. 기자의 위기를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들은 기자로서 취

재하고보도하는과정의투명성과정직성에관한문제들이다. 여기에는기사를작성하는과정에취재원을어느정도

충실하게 밝혀주는가, 그리고 해당 기사의 취재경로는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하게 드러내는가 등

의문제가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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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언론론인인 처처신신의의 문문제제

요즈음 언론의 신뢰도를 가장 크게 무너뜨리는 요소는 말할나위없이 언론인들의 무원칙한 정치참여이다. 선거 계절

이라 더욱 그러하겠지만 최근 몇 달간만 해도 현직 데스크들과 논설위원들이 거 정당으로 옮겨갔다. 몇 년 전에는

공 방송의 정치부장이 하루아침 사이에 청와 정무비서관으로 옮겨 앉았고, 한 신문사의 데스크는 청와 비서관

을 거쳐 국정홍보처 고위 책임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언론인들은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관의 자리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가지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모든 국민은 나라를 위해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직업선택의자유는최 한보장돼야한다고생각한다.

그러나공익을위해취재와보도의특권을누리며자신의순수성과도덕성을신뢰해주기를요망하던언론인이하

루아침에특정정당의 변인으로변신하는것은문제가심각하다. 전직기자가과거이미지를자본삼아특정정당의

정파적이익을위해마이크를잡을때독자와시청자가감당해야하는가치의혼란은누가책임져야하는가? 시청자

들은그정치인의현재를언론인이었던그사람의과거와뚜렷하게구분해서인식하고판단할수있을까?

미국NBC의간판앵커인탐브로커(Tom Brokaw)는최근흘러나오는존캐리의러닝메이트설을단호하게거부

했다. 11월이후은퇴를앞두고있지만자신이그동안쌓아온언론인의명예와시청자들의신뢰를저버릴수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일찍이 CBS 이브닝 뉴스 앵커로 18년을 근무했던 월터 크롱카이트는 역시 수없는 정치의 초 를 거

절했다. 그는 자신이 정치에 뛰어들면 자신의 과거가 부정되는 문제가 안타까운 동시에 현업에 종사하는 동료와 후

배들을 보는 시청자, 독자의 신뢰가 훼손될 수밖에 없음을 걱정했다. 한국 사회에도 명예로운 언론인으로서 초야로

돌아가는 기자들이 많이 있어왔으나 오늘날처럼 여야 정당의 표와 1당의 원내총무를 포함해 전체 국회의원의

30%에육박하는사람들이언론인출신으로채워지는현실은국민의언론에 한신뢰도에심각한악 향을초래한

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은 모든 정치기사를 의구심을 갖고 보게 될 것이 자명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언

론인 출신정치인 또는비서관들이 과거경험을 바탕으로 언론로비를 하거나 심지어 폭로 이벤트를기획하는 것

이다. 이 같은 사례는 특히 민주화 이후 선거가 정례화되면서 각 후보의 선거운동캠프에서부터 문제를 야기해 왔다.

가장고약한경우는현직의언론인자리를유지하면서특정정치인의참모역을동시에수행하는이중적처신이다.

자자의의적적 인인용용,, 부부정정확확성성

기자 위기의 두 번째 요소는 기사의 취재와 쓰기 과정에 드러나는 비윤리적 요소들이다. 이와 관련해 아마도 가장

빈번하면서도 중요한 쟁점은 인용의 자의성, 또는 부정확성이다. 이 문제는 주로 비교적 장시간의 인터뷰를 실시한

후기자가기사의흐름에맞는인용을사용하는과정에서인터뷰 상자의의미를선택적으로편집해사용하면서발

생한다. 전체 화의 문맥을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취재 상이 됐던 사람이면 광범

위하게공감하는문제이기도하고, 또이때문에많은사람들이언론과의인터뷰를거부하기도한다.

두 번째 요소에 포함될 수 있는 또 한 가지 유형의 문제는 국제기사의 처리방식이다. 예를 들면, 지난 3월 9일 한

신문은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성공적인 정치인 변신을 다루는 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흐름이 취재기자가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파티 현장에 참석했어야 가능한 표현들을 담고 있다.

현장 관찰자적 시각으로 쓰여진 기사임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취재기자는 다른 지역에 주재하는 특파원으로

기록돼있다. 이는논리적으로따져보면해당특파원이캘리포니아로출장을갔어야가능한일인데아무리살펴봐도

기사안에서그러한내용은확인이불가능하다. 아직도많은국제기사가특파원의이름으로보도되지만실제로는서

울의 국제부에서 작성되는 현실의 일단을 보여주는 기사가 아닌가 한다. 이러한 보도 관행은 특별한 피해자를 만들

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기자가 정직하지 않은 자세로 독자를 하는 관행을 상정하기 때문에 안타깝다. 하루 빨리

통신이나원래외신사의크레딧(credit)을제 로밝혀주는방향으로의개선이필요하다.

3) 공론장으로서의저널리즘의위기

앞에서 제시한 기사와 기자의 위기상황들은 자연스레 사회제도로서의 저널리즘의 위기로 연결된다. 민주화 진행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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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한국사회의 갈등구조는 보수와 진보, 자본과 노동의 축으로 확연히 틀을 잡게된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변화는 언

론사의 논조형성에도 향을 미치게 됐고 어떠한 의미에서는 언론사들이 사회 갈등의 전위적인 역할을 전략적으로

떠맡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매체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며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는 나름 로 특정 집단

의소비자를겨냥하고기존매체는자신들에유리한인구집단을고객으로확보하려했기때문에이러한상황을초래

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이 사회적 문제로 두하는 이유는 언론사가 생산하는 상품인 뉴스가 기본적으로 다른 상업

제품들과달리공공성을기본가치로하기때문이다.

저널리즘은 하버마스를 빌지 않더라도 현 사회의 핵심적인 공공 역(public sphere)이다. 국가(state)와 개인

(private)사이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안들을 동등한 자격으로 토론하는 특별한 마당이라는 뜻이다.

그러나현재한국사회에서는이러한공공 역이지속적으로상업화하거나파당화또는사유화하는과정이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특정 언론사에게 금전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고 몇몇 언론인이나 정치인에게는 개인적인 권

력을보장할수도있으나사회전체를보거나언론계의미래를생각하면암담하기짝이없는현실이다.

한국언론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이론( )없이 인식할 수 있는‘사실’이 소멸돼가고 신문과 방송사의 보도가

모두 특별한 색안경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게 되면 사실인식을 매개로한 한국사회의 통합가능성은

사라질수밖에없다. 더구나정파적파벌주의라는거 한장애물위에언론인들의무원칙한자기이익챙기기가겹쳐

지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저널리즘은 그나마 그동안 수행해온 나름 로의 공적인 기능을 점차 박탈당할 수밖에

없는위기를맡고있다고판단된다.

이는 물론한국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블럼러와 구레비치(Blumler & Gurevitch, 2001)는 서구사회에서 진행

하는 공적 역의 축소현상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서구 선진국의 조건들과 비교할 때 매우

핵심적인조건하나가결여돼있다. 그것은자유주의적철학의토 가부실한것이고시민민주주의적문화전통이뿌

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이같은 철학적 또는 문화적 전통의 결여는 어쩔 수 없이 언론 자유의 가치와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한사회적합의가불가능한상황을초래했다. 문제가발생하더라도돌아가서원칙을확인하고발생한문제

에 한 처방을 이끌어 낼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구조적 이유 때문에 통령이라는 표적 공인

이 정부에 한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제한하는 조치들을 취해도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논박이 불가능하고 스스로

공공 역(publish sphere)이자 공인(public figure)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언론사들이 거꾸로 견제의 상이나

공격의 상으로 추락하는 현상이 일상화하는 것이다. 이제 더 늦게 전에 저널리즘은 제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시

작해야한다. 저널리즘의위기는곧바로한국민주주의의위기로이어지기때문이다.

4. 저널리즘의위기극복을위한제안

1) 한국저널리즘의철학적토 형성필요

오늘날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는 한 신문사와 한 방송사의 위기가 아니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는 작업은 개별 신문

이나 몇몇 언론인들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가 언론과 공론

역의가치와 그들의 존재원칙에 해 함께성찰하고 그로부터 언론에 관한기본철학과 행위기준을 이끌어내야 한

다고생각한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토 가 있어야 그 위에언론사나 언론인, 정부나 기업등다른 행위주체들의 윤

리 기준을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에는 언론계와 정부, 정치학, 법학, 언론학 등 모든 관련 학문분야의

학자, 그리고 시민의 표 등의 참여가 필요하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행 과정을

최 한투명하게이끌고전체과정에일반인들의참여를유도해작업자체가전국민의교육과정이되도록추진한다

면이러한작업은한국저널리즘의존재근거를견고하게하는초석의역할을할수있을것으로생각한다.

2) 뉴스의기본성격에 한성찰

이는 언론인들에 한 주문이다. 물론 한국 저널리즘에는 나름 로 기사의 구성 요건에 한 통용되는 기준이 있다.

일선취재기자들이나데스크들은이러한기준들을가지고기사가치와완성도를판단한다. 그러나이 의앞부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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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문 과 방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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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했듯이 오늘날 통용되는 기사의 조건은 심각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취재원의 숫자가

매우 제한되어 있고 사실의 확인 작업도 철저하지 못하다. 또 인용과 크레딧의 제공 등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

켜 왔다. 기사는 사회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파적 이익을 변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사실과 주장을 무

원칙하게혼합하는보도방식은하루빨리걸러져야할악습이다.

3) 언론사와기자윤리확립

한국저널리즘이위기로치닫는상황의바닥에는언론사와기자들이신문과방송매체를자기이익의극 화를위한

도구로생각하는도구주의적사고가자리한다. 이는이미수십년이상고착된한국저널리즘의병폐이다. 그렇기때

문에 기사를 매개로 한 향응과 촌지 수수에서부터 정부기관, 기업들과의 거래가 지속되고, 정치인으로의 순간적인

변신도자연스런현상으로자리잡게된것이다.

저널리즘은정치공작의도구일수없다. 언론인들은모든노력을기울여이러한현상을저지해야하는전문직업인

이어야 한다. 언론사 사주들은 다른 관점에서 저널리즘을 도구로 사용해왔다. 간단히 압축하면, 저널리즘이라는 매

개물을 돈벌이 수단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1면을 광고로 채우려하고 기사와 언론사의

광고수입이연계되도록편집부문에압력을가하고있다. 언론사업은물론자선사업은아니다. 그러나돈벌이만이

목적이라면그러한사주나경 인들은다른사업 역을물색하는편이바람직하다.

박 석(KBS 전임교수) :오늘세미나주제가‘저널리즘의위기와언론의미래’이기때

문에현재우리언론이처한상황을일단위기라고보고말 을드리겠습니다. 저는방

송기자로서 만 30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직업의 특성 때문에 적어도 하루 5개 이

상의 신문을 이른바 행간까지 읽고 세 개의 공중파 텔레비전 프라임 타임 뉴스를 철

저히 모니터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 미디어는

하나의교과서이고때로는척도이기도합니다. 또한다른저널리스트들은나에게경쟁

자이자스승입니다. 오늘저널리즘에 해비평이가해지더라도저의스승, 직업, 잣

에 한비판으로받아들이시지말고이해해주시기바랍니다.

19세기프랑스의작가발자크는언론을죽이는방법은민족을말살시키는방법과같

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자유는 언론의 독약’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이

격언은 250년 전 프랑스에서 나왔던 정치풍자이자 독설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봤을 때 현재 한국 언론의 위기는

신뢰의위기라고봅니다. 언론에 한불신이언론의고객인독자, 시∙청취자, 정부로부터왔다는점에서매우심각

한것으로여겨야한다고생각합니다. 우선, 독자에의입장에서보자면, 부정확한정보제공이가장큰문제 습니다.

특히, 통령 선거를 앞두고 매일같이 쏟아낸 확인되지 않은 의혹,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예측보도를 하는 것

이 신뢰의 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선거는 언론에게만 중요한 행사가 아닙니다. 독자, 시∙청취자에게

도 매우 중요한 정치 행사입니다. 그런데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왜곡된 기사와 뉴스가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 과거의

저의 관찰이었습니다. 우리 현실에서 통령이 누가 되는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개인, 공직, 민간기업에 있어서도

중요하고 특히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 있어서는 자기가 그 직장에서 퇴출당하느냐 마느냐 여부가 달린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때문에예측, 사실보도가매우정확해야한다는것입니다.

취재원보호또한많은허점을드러내고있습니다. 최근어느중앙부처의국장급이직위해제가된사건이있었던

것처럼언론이취재원보호에얼마나노력을기울 는가는매우중요한사안입니다. 언론에뉴스거리를제보했다자

기가 보호받지 못하면 그 언론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선의의 제보자가 특종보도의 희생양이 되면 안 된다

는 말이지요. 국의 공 방송 BBC가 내린 뉴스에 한 정의는‘뉴스는 새롭고 정직해야 하고 정확하게 보도된 정

토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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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그리고그정보는훈련받은언론인에의해공정하게보도돼야한다. 그러나그공정에인위적인균형잡기를가

하거나, 정치적 시각에 향을 받거나, 편집상 채색이 있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언론은 뉴스를 보도할 때 두

려움 없이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하지만 법률과 품위, 자기 소속사의 제작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천

억 비자금을 조성해서 차떼기 하는 것, 무기명 채권을 상자떼기 하는 행위, 재벌의 불법 상속 문제에 해 우리나라

언론들이 상 적으로 축소하거나 침묵하는 관행을 보며 언론의 존재 이유 자체를 묻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BBC를 기준으로 얘기한다면 훈련된 언론인이 적은 게 우리 현실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돈으

로키운정치가민주주의를퇴행시키듯이돈으로길들여진언론이왜곡되고퇴조할수밖에없다고하는점에서우리

언론의뼈아픈자기성찰이있어야할것입니다.

다음은 시장에서 본 언론의 문제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발자크의 격언 하나를 더 들면, 그는‘구독자가 늘지 않는

신문은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250년 후 한국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천문학적 액수의

빚을 지고 있는 언론기업들이 있었습니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IMF 구조조정 때 퇴출되어야 했지만 그런 기업들이

끄떡없이살아남았습니다. 특별한권력의중심으로하여금은행에압력을넣도록해서살아남았습니다. 은행들은

적인구조조정에들어가던시기 습니다. 40 중반도살아남기힘들다는얘기가공공연히돌때도은행은언론사

에있어서는이자감면, 원금유예, 심지어신규 출까지허용했어야했습니다. 언론사의청탁을받아은행에압력을

행사한 권력이 공적자금을 배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흔히‘국민의 혈세’라는 공적자금이 이

런식으로쓰 던것입니다. 이런수혈의 가는클것이고앞으로도크지않을까생각합니다. 그리고시장은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언론시장 만큼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분명 서비스 업종인데도 고객이 왕

이 아닙니다. 고객의 명예, 인격, 사생활이 때로는 무시됩니다. 언론은 개인뿐만 아니라 일반 광고주와 기업과 방

송사에까지 군림해 왔습니다. 누가 접 를 더 잘하는가를 기준으로 기업의 매출과 시청률을 널뛰게 만들 정도로 막

강한 향력을행사해온것입니다. 때문에편집국장이나부국장출신의인사들이공 방송사장직에임명되면그분

들의언론관이180도달라지는경우가허다합니다.

정부와의관계도부정적측면에서돌아보겠습니다. 어떤면에서보면, 정부는언론기업의존립∙성장에있어결정

적인 협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정부에 있어 일방주의를 견지해왔습니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납세의 의무

를게을리 하면서 세금없이번창해 온 기업이라고 할 수있겠습니다. 언론의 미래에 한제언을 해 보자면, 분명한

것은기존의거 언론조직이신뢰회복을못하면인터넷을통한소수집단언론에 한의존도가급격히증가할것이

라는 사실입니다. 네트워크화 된 사회에서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병든 저널리즘이 다가오는 시민 저널리즘

시 를 차지할 것입니다. 때문에 신뢰회복은 거 언론에게 있어 시급한 문제입니다. 그 밖의 언론의 미래와 관련한

제언은‘한국언론 2000년 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 8장에 여러 소제목으로 나뉘어 서술되어 있으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김광원(문화일보 논설위원) : (발제자를 포함해) 앞선 두 분이 거시적∙학문적 고찰을

했다면 저는 되도록 현장에서 일어난 미시적 사건을 중심으로 얘기를 해 보고자 합니

다. 이 교수님이 언급한 기사, 기자, 공론장의 위기라는 세 가지 위기가 현장에서는 동

시적, 종합적으로발생하고있습니다. 그래서이런문제는한사건을놓고위기가어떻

게 나타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에 몇 가지 사례를 놓

고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위기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언론

의위기는 두되고있습니다. 조셉나이가몇년전에쓴‘국민은왜정부를믿지않는

가’라는 책이 있습니다만 이는 언론에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어떤 조직이나 기구에

도전세계의다원주의적경향에따른여러프리즘이존재합니다. 수없는이익집단이

공론, 합의를 통해 합집합을 이루어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언론에 한 신뢰도가 떨어

지는 문제도 일견 납득할 만한 상황입니다. 물론 한국은 특수한 현실을 지닙니다. 예를 들어 족벌언론이 (자극적인

용어이긴 합니다.) 존재하는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 외, 선정∙상업∙편파 보도에 한 부분은 전 세계 언론이 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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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가지고있는문제일것입니다.

우리저널리즘의위기가언제부터시작되었는가에 한문제는사회의변화와상당히깊은연관을가지고있는것

같습니다. 이와관련해한국언론재단에근무하는나은미씨의석사논문‘한국신문독자의신문수용양식에 한실

증연구’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논문에서는 1984~2002년까지 격년별로 신문독자에

한수용자신뢰도를집계했습니다. 보통, 불신, 매우불신, 매우신뢰, 어느정도신뢰5개항목으로나눠신뢰도조사

를실시했는데, 96년이후보통, 불신, 매우불신항목은비슷한양태를보이는반면매우신뢰, 어느정도신뢰는급

격히 하락했습니다. ‘매우 신뢰’항목은 96년 8.2%에서 2002년에는 0.2%만 하락했고‘어느 정도 신뢰’는 96년

41.7%에서2002년18.9%로떨어졌습니다. 사회변화지점과연관시켜본다면우리사회가획일적인사회에서다원

화사회로가는길목이었던김 중정부이후언론에 한신뢰도가하락했음을알수있습니다. 이러한현상은우리

사회 속에서 다원주의에 한 희망과 지금껏 지켜왔던 일방적 사회에 한 가치가 서로 섞이면서 상당한 반작용과

작용 속에서 의견이 분화되며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정확한 진단은 아닙니다만, 그러한 요소가 있다고

말 드릴수있겠습니다.

언론의 파수꾼, 권력에의 반 자, 의제 설정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공론의 장을 제공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사회통합을추구한다는사회적책임론이 두합니다. 특히우리나라는다른나라와달리지구상유일한분단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의 책임론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사례 하나로, 첨예하게 얘기되고 있는 한미 관계에 있어

한 가지를 봅시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우리 언론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가지고 추이만을 제시하고 같이 생

각해 보겠습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수언론∙진보언론∙정부의 3각 관계 속

에서 상당한 마찰,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를 통해 작년에 계속 논의돼왔습니다만 한강 이

남으로 재배치가 결정되면서 우리 언론이 보인 양태가 상당히 국론분열에 기여한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

니다. 예를들어주한미군한강이남재배치과정에서‘노무현정권은용산땅10만평을주지않으려는생각에서한

강이남으로의이전을주장하고있다.’는극단적접근과그반 의접근이첨예하게부딪혔습니다. 노무현정권의한

미관계에 한 부정적 시각과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부딪혔는데 이는 여야의원 147명이 반 의견안을 제출할 만큼

첨예하게 부딪혔습니다. 그러나 이 결론이 싱겁게 끝난 동기로 지난달 부시 통령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접

견한자리에서한말을그 로인용하겠습니다. “서울한복판에미군기지가있다는사실이믿겨지지않았다. 큰부동

산가치가제 로이용되지못하는데 한일부계층의불만이있어옮기기로했다.”고말했습니다. 이한마디에온

통 한국을 들쑤셨던 논란이 그 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과연 이것이 사회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제기하는수준에서저의이야기는마무리짓겠습니다.

두 번째 사례로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월 열린우리당과의 접견 자리에서 쓴소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젊

은이들의 성향이 반미, 친북으로 가는 것 같다는 말 이었습니다. 그 전에 리서치 앤 리서치 조사에서 우리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미국 39%, 북한 33%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말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논란

을 일부 신문이 1면 머리기사나 사회면 박스로 크게 다루면서 가져온 논란이 한국사회에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오지

않았나하는생각입니다. 과연이것이우리사회의사회통합적기능에얼마나기여를했는가에 한문제를제기하고

싶습니다.

사례 세번째는‘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통과과정에 한논의입니다. 결국누더기가되어

본회의에서통과됐습니다만그논란도똑같이우리사회통합과분열과정에 한언론의기여도측면에서분석해볼

수있을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탄핵정국과 관련해 강금실 법무장관이 코멘트한 부분에 해 정확한 언론보도의 중요성에 해

말 드리겠습니다. 엊그제 강 장관은 법률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제해서 탄핵 취하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했습

니다. 그런데 이 사안이 보도 과정에서 탄핵 취하가 돼야 한다는 쪽으로 보도돼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 보도를

정확히알려드리기위해당시강장관이발언한내용을정확히인용하자면, 기자간담회에서‘총선결과에따라탄핵

소추안취하가가능하다는의견도있는데어떻게생각하느냐’란기자의질문에강장관은‘법률적검토가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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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고 새국회를 구성한 후 이전국회가 탄핵을 결정하는 것이가능한지 여부에 한검토가 필요하지만 가

능하다면 탄핵소추를 취하하는 게 현재로서는 적절한 방법이다.’라고 말한 것이 정확한 발언 내용입니다. 법원출입

기자로부터 들은 내용입니다. 이러한 발언이 탄핵취하 발언 논란, 법 위반 사태로까지 발전돼 공방이 가열화되는 상

황이벌어졌습니다. 이것역시한국사회의분열과통합문제에어떤 향을미치는지생각해봐야합니다. 이런사례

들을 종합해 볼 때, 우리 언론상황은 사회 통합보다는 사회 분열 쪽으로, 거의 선전과 선동에 가까운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거의 최악으로 가지 않는가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에 해 이재경

교수님의 의견처럼 철학적 접근도 중요하고 언론학계, 현장, 시민 단체의‘기본적 토 로 돌아가자.’라는 제안에 동

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 상황을 보면 그러한 자율적 개혁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가능하다면 법 등 합

의할 수 있는 개혁을 병행하는 방안을 마련해 우리 사회의 통합기능에 언론이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입니다.

백선기(성균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이재경 교수님과 저는 2000년 한국언론위원회

에 참여했던 사람입니다. 당시 새로운 저널리즘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그 전 시기를

점검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앞서 논의하신 분들은 저널리즘 위기를 보는 방향이 저와는

많이다른듯합니다. 저는우리언론이크레더빌리티가없는것이아니라많이가지고

는 있으나 당파성을 지니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저널리즘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한 사회에 존재해 왔습니다. 정파적, 상업적, 공공기구적 저널리즘 등이 각각

표적인모습입니다. 현재우리나라언론은상업적저널리즘을근본으로하고있습니

다. ‘객관보도’‘공익보도’‘공정보도’라는말이나왔던배경은상업적목적을위해당

파성을 버리는 것이 소비자 확보에 오히려 더욱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점진적으로 확

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상업적 저널리즘이 보도 원칙이 된 것입니다. 이

러한 방식이 높은 생산성을 가진다는 것은 이미 많이 얘기되어 온 바 있고요. 문제는 우리 사회의 언론은 상업적 목

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상업적 저널리즘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일반보도 원칙이 우리 사

회에는 필요 없어도 언론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수익이 남지 않아도 언론사는 존재하는 구조라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언론보도 일반원칙을 운운하는 것은 나이브하고 상아탑적인 이야기라고 치부되고 있습니다. 사실보도와

의견보도를 혼동하면서 의견보도가 사실보도를 체하고 언론사와 방송사를 도배합니다. 비판은 우리 언론이 상업

저널리즘을근간으로할때인가아닌가를, 바꿔볼때인가아닌가를진지하게논의해야할때라고봅니다.

둘째, 우리 언론은 권력주의 언론입니다. 상업적 저널리즘으로 위장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정파적 저널리즘의 속성

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사측면을 볼 때나 기자를 출세욕의 발판으로 삼는다든지 하는 현상에서

도 볼 수 있습니다. 공정보도, 객관보도가 안 되서가 아니라 맘에 들지 않게 보도한다는 당파성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보는 신문마다 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독자들은 진실을 이 무엇인지 헷갈려합니다. 그 속에 잠재적인

매커니즘인기자, 언론사사이의권력주의적속성이내재하고있기때문입니다. 그래서저널리즘의위기를이야기하

면서 상업적 저널리즘 속의 공정성, 객관성의 위기라고 이야기하기엔 우리의 언론 구조는 이미 너무 멀리 왔습니다.

차제에 언론 성격이 얼마나 권력적인가를 밝혀내는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이 위기에 한 진단이고 극복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언론인들의 정치인화는 윤리적으로 막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엊그제까

지방송사앵커로있다가정당 변인으로변모했을때, 우리는비난의목소리가지고있으나그들을또다시뽑는모

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언론사를 도구적 수단으로 이용하며 매력적으로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초, 재선만 해도 당 변인, 표까지 올라가는 것이 현 상황입니다.

때문에언론인은정치권력화될수없고, 그것이문제라는논의를하는것은나이브하다는것이지요. 우리언론은과

거처럼 일제시 투사언론적 성격이나, 80년 후반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는 당면 목표가 없어지면서 기업과

마찬가지로 생존해야 한다는 목표에 입각해 있습니다. 때문에 언론사 또한 일상적 삶 속의 하나의 일상 기구로 인정

해야할필요가있습니다. 그사실을인정하면기자들이왜왜곡기사를쓰는지, 그네들도획득해야할부, 관계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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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다는사실을인정하는차원에서실질적으로극복방안을생각할수있을것입니다.

이런문제의해결방법으로, ‘언론은공공기구다.’라는공론장의개념, 의견수렴의장이라는허구적틀을벗어야

합니다. 오히려 이념이 다른 신문사가 존재하듯 방송사도 다양성을 띠는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

입니다. SBS, MBC, KBS 등이 각각 다양한 이념을 갖고 있는 것이 다양한 정보 획득과 이념의 스펙트럼을 획득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언론을 지나치게 공적 역으로 생각하며 여

러 이론을‘공공의 역’이라는 단어 하에 접속해버리면서 수많은 비리 등에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벌

어지는 부정적 부분에 눈을 뜨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언론사는 공공 기구가 아니라 상업, 권력, 일상재가 혼재된, 늘

보는다른조직기구와다름없는기구라고생각하는것이저널리즘위기극복방안이아닌가생각합니다.

장행훈(전동아일보편집국장/사회) :세분말 잘들었습니다. 발제자로서이재경교수님이하시고싶은말 이있

으시면한마디하십시오.

이재경: 박 석 교수님과 김광원 선생님 말 은 저와 맥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백 선생님과는 얘기가 길어질 가능

성도 있을 듯 합니다. 거꾸로 백 선생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백 선생님의 진단 내용은 동의합니다. 그런데 제

안하시는처방(각방송사가각자의정치색을드러내는부분)으로간다면방송사와정당의차이가없지않나, 언론사

스스로 방송사가 정당화되고 방송사가 삼성처럼 기업화되고 홍보기구화 되는 것이 기본적 임무라고 생각하는 상황

이되면그러한혼란이더크지않을까하는생각입니다.

백선기 :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의 많은 문제점은 (언론이) 객관성을 제 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하는 기 와

믿음에서 오는 혼란과 상처입니다. 그런 것에 해 실질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이죠. 예를 들어 신문독자의 경우 신문

선택을 통해 신문의 다양한 이익관계, 이념을 취사선택하지만 문제는 방송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파라는 공공 기

구적 성격 때문에 모든 방송이 같아지는 측면이 있습니다만 방송 3사의 경우 서로 다른 방송인가에 한 차별성을

발견할수가없습니다. 과거에는기호학적방법으로언론을분석해서숨겨진것을분석했지만이제는다드러났으므

로 하지 않습니다. 공정하다는 명제 자체를 별로 믿지 않고 그에 한 파장성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 부분을 현실

적으로 인식해 놓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것을 제기하는 것이지요. 바로 그런 점이 이재경 선생님의 문

제제기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자들이 왜 보도 인용을 부정확하게 합니까? 왜 언론인이 정치인화 합니까. 왜 언

론사, 특히 신문사가 특정정당과 연장선상에 있습니까? 이 교수님 진단의 심층이 되는 그런 것 즉, 언론사의 권력지

향성을보자는것이지요. 그런부분에는이의가없을듯합니다.

장행훈:이 문제는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고, 다른 입장을 확인했다는 선에서 정리하

고넘어가도록하겠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 이재국(방청석 질문) :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에 해 많이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널리즘의 위기 관련 논의들이 많이 나오면서 아직은

희망적인 미래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재경 교수님이 말 하신 철학적

토 구축에 한 부분을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법, 제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15, 16 국회에서 언론발전위를 제안했으나 폐기되었습니다. 앞으로 17 국회

에서는 구체적인 철학적 토 위에서 언론개혁을 위한 관련 법과 제도 등이 실현화되

는 것이 절실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재경 교수님 등 학자 분들이 법, 제도적 차

원에서많은힘이되주실수없는지여쭤보고싶습니다.

이재경: 많은 학자들이 제도개혁 부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비정상이라면 바로잡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많은 논의를 공개적으로 하면서 공감하고 지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이 돼야 할 것입니

다. 하지만 제도적 개혁 부분을 반 하지는 않지만 경계하는 이유는, 예를 들어, 김 중 정부 초기 방송법 제정을 할

때걸린기간이6개월이었습니다. 6개월안에방송을모두점검하고법제정을하는것이너무조급하지않았나하는

생각을 당시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언론들은 좀 조급한 측면이 있지 않는가 싶고, 언론은 공기처럼 놔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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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좋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서로 성장∙반성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내버려두면 좋지 않

을까합니다.

장행훈: 현 언론의 위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문제입니다. 프랑스만 해도 1년에 언론 위기 관련 서

적이20~30권씩쏟아져나옵니다. 미국도마찬가지구요. 그러나언론이자기를욕하는책에 해서는잘싣지않는

까닭에언론비판서가많다는것이잘알려져있지않습니다. 언론의신뢰위기는심각합니다. 미국에서도클린턴스

캔들당시미국언론들의실수가많았습니다. 그러한언론의보도가미국정치를파탄시키는결과를낳았습니다. 97

년 그에 한 반성으로 각 계 인사들이 모여 committee of the concerned journalist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2,000명

의현직언론인, 종교인, 교육가등이모여활발히활동하고있습니다. 언론을흔히제4권력이라고하는데그것이부

패했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견제하는 제5권력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은 수용자들이 돼야 할 것입니

다. 언론이 정치권력을 우습게 보고 있습니다. 수용자들이 그것을 간파해서 항의하는 방법밖에는 개선할 수 있는 방

법이없습니다. 정부가하면언론탄압이라는얘기가나오기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미국에서와같은조직을만

들어언론을감시하는객관적이고중립적인모임을만든다면우리언론이감히독자나시청자를무시하지는못할것

입니다. 그러한개인적인소망을말 드리며끝을맺습니다.

이 에서필자는변동하고있는신문환경을짚어보면서신문의개념을다시정리하

고, 당면한 위기의 원인을 짚어볼 것이다. 그런 한편 신문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그리고 취재보도와 편집 등에 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정책은 시 착오적이며, 언론정

책을 신하여매체산업정책, 신문산업정책의도입이절실하다는점을설명할것이다.

1. 신문산업의재정의

1) 신문산업의특수성

신문은 전통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시장이다. 그러면서 신문보도는 공공정책과 시민의 생활 등 모든 것을 다루는 상

품이기 때문에 그 향력이 구독료를 내는 독자뿐 아니라 비독자에게도 거의 똑같이 미친다. 이것은 신문상품의 외

부성 때문이다. 신문상품의 외부성은 특정한 신문의 구독자나 비구독자 모두 신문 기사에 따라 이익이나 손해를 볼

수있다는논리이다. 신문기업은국가권력이아닌사적권력이며, 공공기업도아니면서공공 역에서활동한다. 그

제 2 주 제

전화기신문경 과신문산업정책의모색:언론권력에서신문산업으로

미 디 어 환 경 변 화 에 따 른 산 업 , 정 책 적 과 제

김승수∙전북 언론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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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데 이들은 국정, 시민의 재산과 의식 형성에까지 깊은 향을 준다. 형식상 사기업이면서 실질적으로는 공공 역

에서 리 행위를 한다. 신문은 이렇게 묘한 위치에 있다. 그렇다 해도 신문이 언론으로서 기능을 다하고, 또 산업으

로서면모를갖추도록시민들이변화와개혁을촉구하고, 합당한공익규제를실시하는것이중요하다.

2) 신문상품시장의다중성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미성숙하거나 국가권력이 강력한 나라의 매체산업은 정치상품까지 포괄하는 복합상품시장

(complex product market)을 만들었다. 신문산업의 사례를 보자. 신문은 광고시장, 정치시장, 독자시장을 상 로

한다. 그런한편미국, 국등매체강국에서신문을비롯한매체기업은금융시장이라는또다른시장을상 로거래

한다.

((11)) 광광고고상상품품시시장장

신문산업에서 광고는 가장 중요한 재원이다. 신문은 광고주가 원하는 시민을 독자라는 이름으로 엮어서 광고주에게

넘기면서 이들에게 막 한 광고비를 가로 받는다. 신문기업이 파는 상품은 바로‘구매력을 가진 독자’이다. 신문

은 주권자로서 시민을 독자로 변질시키고, 다시 독자에서 소비자로 변질시키는 상품화를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

다.

그렇다면신문기업이무엇을팔기에광고주들이이들에게아낌없이광고비를주는가? 첫째는구매력을가진독자

를 패키지로 묶어 광고주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독자는 소비자 또는 잠재적 소비자로 변형된다. 둘째는 광고비는

광고주의좋은점은선전하고, 나쁜점을감춰주는역할을한다. 셋째, 광고비는신문기업과광고주의유 를강화하

는도구로사용된다. 넷째, 광고와기사는광고주의주가를띄워주는역할을한다.

((22)) 정정치치상상품품시시장장

정치시장은신문기업을비롯한이익집단이국가정책과공직등공무에 하여국가기관과거래하는시장을말한다.

신문기업은정책이나인물정보를매개로국가기관과끊임없이협상하고, 무언가이득을취한다. 여기서는정책과인

물이주로보도상품화된다. 이과정에서국가로부터얻어낼수있는이득의양과편집방향은연계된다.

((33)) 금금융융상상품품시시장장

매체산업에 금융자본이 거 진입하여 인수와 합병, 투자나 매각에서 금융차익을 얻고 있다. 매체산업은 점차 금융

자본의 지배가 분명해지고 있다. 재정구조가 취약한 신문산업은 물론 부분의 매체산업은 금융자본의 강력한 파괴

력앞에서숨을죽이고있는것이다.

((44)) 독독자자시시장장

독자시장은 최후의 시장이다. 독자가 내는 구독료 수입은 신문 재정의 20�30%에 불과하지만 그 힘은 산술적 힘보

다 훨씬 크다. 유료 발행부수 즉 실질적 독자의 규모는 신문의 동맹(life blood)이라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Pollard, 1937. p.33). 거기에다독자들이돈이나권력또는 향력까지가졌다면금상첨화일것이다.

신문은 독자에게 향력 상품을 판다. 신문기업이 자신의 향력을 최 로 키우려면 많은유료독자를 확보하거나

향력 또는 구매력을 가진 유료독자를 얻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모두를 가진 신문기업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많은 비용과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신문기업은

유료독자를늘리기위해신문지를뿌려규모의경제를형성하려고한다. 이런식으로신문시장에접근하는신문기업

은거 한배급망을운 하고, 경품과같은경제적미끼도제공해야하기때문에막 한자금이소요된다.

이상에서 살핀 로 신문은 다양한 시장과 거래 관계를 형성하여 량의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축적하고, 권력을

누린다. 다원적 시장에서 신문기업은 궁극적으로 신문지라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향력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판다. 그런데 이 4가지 상품 요소는 서로 미묘하게 얽혀 있다. 그러면 광고-정치-독자-금융시장에서 이익이 충돌되

면 신문산업은 어떤 쪽을 선택하는가? 당연히 이득이 많은 쪽으로 선택한다. 미디어 경 연구소에 따르면 3개 신문

독점체는 2001년 기준으로 평균 570억 원의 신문지 수입을 올렸다. 이것은 전체 수입 구조에서 20% 안팎에 불과

한 미미한 것이다. 또 독자의 이익이라는 것은 사실 추상적이며, 단기간에 결과나 성과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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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일반이익을보호하지않았다고해서이들이갑자기구독을중단할가능성은별로없다.

2. 자본주의신문산업의위기

체정보의 제공 가능성과 이에 따른 시장의 감소, 권언 유착에 따른 신뢰 추락, 이윤율 저하 등이 신문산업의 위기

를 심화시켰다. 하지만 기득권 정당의 정권 창출이 실패하면서 신문 독점체의 향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

다. 이런어려운신문산업의위기는두가지차원에서규명할수있다.

1) 구조적위기

((11)) 자자본본주주의의 생생산산방방식식의의 변변경경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변경은 신문산업에 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기존 신문산업은 분명히 량생산- 량소비, 정보

독과점에 기초하여 성장해왔었다. 하지만 량생산- 량소비는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한 축을 이룰 뿐이다. 사회의

분화가 촉진되고, 기술이 발전하는 한편 시장이 다양화됨에 따라 많이 만들어 많이 팔아야 했던 산업자본주의 생산

방식은퇴조하 다. 방 한틈새시장이형성되었고, 틈새생산-틈새소비도 규모화되고있는것이다.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변경은 매체 생산방식에 커다란 향을 주었다. 산업자본주의 생산방식 체제에서는 매체기

업 또는 매체기관이 불특정 다수에게 자유롭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권리가 으뜸으로 인식되었다. 시민들은 수동

적 입장에서 메시지를 받았다. 생산과 소비의 분리는 산업자본주의 생산방식의 특징이었다. 신문기업은 언론자유의

주체처럼 행동하 고, 시민은 수동적인 알권리의 주체 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가 일치되는 정보자본주의 생산방식

에서시민의알권리나매체기업의언론자유보다말할권리가더필요하고, 중요한것으로인식되기시작한것이다.

((22)) 시시민민민민주주주주의의의의 발발전전

진실과 정의, 평등과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이 사회의 중심에 서있는 것도 기득권 신문의 변화를 압박한다. 시민들은

민주주의와개인주의를존중하며, 남북관계에 해서도유연한태도를보인다. 기득권층이숭미네트워크를형성하

면서‘한미동맹’만이이살길이라고외칠때많은시민들은한미동맹도한반도의안정과평화의수단으로보는실용

주의를 선택한다. 이런 시민의 의식 전환은 식민지와 독재 체제에 안주해왔던 신문 독점체의 정당성을 거부한다. 종

합일간지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신문재벌이 특정 후보를 아무리 고, 아무리 반 해도, 시민들은 이들의 선동을

판별할 정보와 판단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신문 독점체에게 타격을 준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시민의 민주적 통제밖

에 있어서는 안 된다. 언론권력은 시민민주주의 밖에 있다. 이들을 안으로 끌어들여 언론권력이 싸고도는 한국사회

의특권체제를해체시켜야한다.

((33)) 과과잉잉생생산산

합리적인 신문시장경제는 신문의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신문 공급이 과잉이고, 매체

간경쟁으로매체시장에서구조적과잉생산이벌어지고있다. 매체 역에서본격적으로경쟁이벌어진것은얼마되

지 않았다. 경쟁 예외지 던 매체 역이 경쟁과 접목하게 된 계기는 채널의 다양화, 인터넷 매체의 중화, 메트

로와 같은 무료지 발행이었다. 신문간 약간의 이념적, 정치적 차이도 벌어지면서 그야말로 조금씩 시장경쟁이 시작

되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경쟁은 시장 참여가 자유롭고,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누구나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

이다. 현재한국에서벌어지는경쟁은자유경쟁이아닌불평등한경쟁에불과하다.

((44)) 수수요요시시장장의의 정정체체

수요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것은 위기를 증폭시킨다. 인구 규모는 늘었고, 신문을 구독할 수 있는 계층

도 늘었지만 일간지 수나 일일 발행 부수는 오히려 줄었다. 시장개방도 신문산업의 위기를 촉진하 다. 개방경제에

서 시장과 수요자는 새로운 정보와 문화를 원하며 이것은 경쟁력이 있는 외국 매체와 콘텐츠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55)) 냉냉전전체체제제의의 붕붕괴괴

한반도에서도냉전체제는붕괴되기시작하 다. 이것은신문에게적지않은 향을준다. 역사적으로보건데신문재

벌은식민지역사와냉전체제의산물이다. 냉전구조에서신문재벌은반소, 반중, 반북이념을바탕으로축적하고,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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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을누렸다. 그러나이들이그토록신봉하는냉전체제는물러갔다.

2) 인위적위기

신문재벌이 누리는 언론권력은 바로 한국 사회의 누적된 모순을 반 한다. 그런데 이들이 당황하고 있다. 언론 권력

체는그동안집착하던사 주의나지역 립주의그리고냉전주의가더이상먹히지않는데도마땅한탈출구를찾지

못하고있다. 왜그렇게되었는지앞뒤를살피기로하자.

((11)) 지지나나친친 권권력력욕욕구구

일제식민지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일부 신문기업은 재벌급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언론권력

을 배경으로 국가권력을 넘보기 시작했다. 신문 독점체는 자신들이 마치 국가권력의 일부나 되는 듯이 국가권력을

통제하고, 시민 의식을 조작하려 하 다. 이들은 국가권력의 운 에 자의적으로 개입하고, 통제하려다 보니 무리한

일을 많이 하 다. 신문 독점체는 한국 사회의 주요한 사안은 반드시 자기 손을 거쳐 결정되어야 하고, 자신들이 사

회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발상에서‘언론소비에트’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상상했던 언론소비에

트는완성되기도전에시민의반발을사무너지기시작하고있다.

((22)) 무무시시되되는는 시시장장의의 원원칙칙

시장의원칙이자주무시된것도신문시장의위기를자초하 다. 신문시장은특히공정한경쟁, 투명한경 과회계,

독립적이고진실한편집이핵심이다. 이것을지키지않으면신문은시장이나산업이될수없다. 그러나한국의신문

기업은이러저런이유로유료발행부수나광고수입의공개와같은당연한시장의원리를배척하곤하 다. 공정하

지 못한 경쟁, 부당한 행위도 많았다. 그런데 신문기업이 그런 행위를 해도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적극 나서지 않았

다. 즉공익규제의부재는신문기업이시장의원칙을배척하는데거들었다.

((33)) 극극단단적적인인 상상업업주주의의

신문은시장의틀에서합리적인거래행위를통해 리를얻는기업이다. 아무리공익성, 공공성이중요하다해도신

문이이윤을축적하려면상업성과적당한결합은필요하다. 하지만상업성을넘어서신문이과도한상업주의를추구

하는것은시장의배척을받는다. 극단적인상업주의는신문수요시장이기 하는기능의수행에장애가된다.

((44)) 족족벌벌체체제제

신문산업이 지금처럼 만성적 위기와 시민 불신의 늪에 빠진 것은 역시 신문기업을 통제하는 사주에게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신문기업의 경 과 보도상품은 원천적으로 사주의 이익과 관심사의 틀에 묶여있다. 보도의 사유화는

극단적이었다. 이것은합리적인사회여론형성에치명적인 향을주었다. 그래서나라마다정도의차이는있지만소

유집중이나보도의사유화에 해제약을해왔다.

((55)) 불불합합리리한한 유유통통//마마케케팅팅 구구조조

비효율적인 배달시스템, 무가지와 경품 위주의 마케팅은 막 한 비용을 유발시켜 신문산업의 이윤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 다. 신문재벌은 저마다 전국적인 보급망을 갖고 있다. 물론 이것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가정

배달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을 유지하는데 버거울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신문기업은

보급망을확 하여, 신문을‘뿌려’, 시장규모를확 하는데모든힘을썼지만역설적으로보급망이부실해졌다.

이런 여러 가지 신문의 누적된 모순은 급기야 시민의 신문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표 참고> 2002년 기준

으로 볼 때 신문 신뢰도는 4�5년 전에 비해 반 이상 급감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는 자기 자리를 지킨 반면 신문

과잡지는말하기민망할정도로신뢰도가추락하 다. 마치인쇄매체의몰락을보는듯하다.

1984 1990 1992 1998 2000 2002

신 문 49.3 55.4 46.2 40.8 24.3 19.9

T V 42.6 34.7 45.6 49.3 61.9 48.4

라디오 5.0 6.1 6.3 7.3 2.5 4.3

잡 지 3.2 3.8 1.8 1.8 0.4 0.8

인터넷 - - - - 10.8 8.5

계(빈도) 2,604 1,142 1,166 1,200 1,200 1,255

*이 표는 한국언론재단에서 발행되는‘수용자의식조사’를 재구성한 것임

<표>연도별가장신뢰할만하다고느끼는매체의분포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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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문산업의생존전략

각국의 신문산업은 분명한 위기를 맞아 나름 로 극복 방식을 찾고 있다. 거기에는 구조적 생존전략이 있고, 공통적

인전략이있다.

1) 구조적생존전략

((11)) 매매체체복복합합화화 전전략략

산업적위기에서미국신문산업은인수와합병을통합거 화와규모의경제로어려움을타개하려한다. 그런데매체

기업은 규모가 더 큰 금융자본이나 산업자본의 일부가 되거나, 거 매체기업이 다수의 매체를 동시에 소유, 경 하

는 형태의 복합화(conglomeration)는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선호하는 전략이다. 매체복합화는 모기업의 이익을 보호

하는 목적이 강할 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운 함으로써 독과점 구조를 구축, 시장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럼으로써이윤율을상승시킬수있다.

((22)) 권권언언동동거거 전전략략

신문이보수파-기득권유지정당과다양한방법으로제휴, 연 하여국가권력에 향을주고, 자신의이익을챙기는

형태가권언동거전략이다. 신문기업이여론시장을통제하고, 국가로부터다양한방식의반 급부를챙기는권언동

거 전략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한국식 권언 동거 전략은 언론권력+기득권 정당+재벌+시장

집중이핵심요소이며, 이를토 로사회여론을지배하고, 국가권력을좌우하 다. 언론권력형신문기업은끊임없이

국가의사유화를추구하고, 광고주의이익을극 화하고자움직이지만그런목적이달성될가능성은점점줄어들고

있다. 이런비정상적인행태는오래가지못한다.

권언동거전략에서는신문사주가직접정치에나서거나정권을담당하지는않는다. 보도에서보수파기득권정당

과 정치인을 거나, 기자를 정계에 진출시켜 국정 개입의 창구를 마련한다. 문제는 신문 독점체가 지지하는 사람이

나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하여 정권을 잡지 못했을 경우이다. 이럴 경우 언론권력형 신문기업은 갖은 방법으로 정권

을길들이려한다. 그래도정권이자신의뜻을따르지않으면신문지면을동원하여정권을비난하고, 공격한다. 이들

은합법정부의불신임이나전복까지도거리낌없이주장한다.

언론권력형신문재벌은더욱더국가권력에접근하여이를사유화시키려한다. 자연히보수파정당과제휴또는연

하여선거에서승리를생각하기마련이다. 여기서부터신문의정치과잉이발생하고, 개입이시작된다.

((33)) 언언론론정정권권의의 구구축축

미디어레짐(media regime) 또는 언론정권은 원래 이탈리아 학자인 움베르토 에코(Eco, U)가 쓴 말이다. 이것은 언

론권력이 거 한 자본을 배경으로 정보와 문화를 지배한 후 매체기업의 사주가 직접 국가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국가

와 사회를 사유화하는 최악의 사회구조를 만들어 시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형태의 사회를 말한다. 미디어레짐은

권력과자본, 정보와문화를한손에틀어쥐고, 시민에게침묵과굴종을강요한다. 그런후미디어레짐은국가권력을

동원하여 사익을 극 화시키며, 시장을 독점구조로 만들어 독점 이윤을 뽑아내는 국가 질서를 말한다. 매체기업의

사주가 정치권력을 직접 장악함으로써 언론권력과 정치권력을 통제하는 국가 구조가 미디어레짐이다. 이것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언론권력이자 국가독점구조로서 매체기업의 사주가 직접 정권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이로써 매체

사주는국가권력을사유화시킬수있는힘을가진다. 이탈리아의베를루스코니총리가이범주에든다.

지금까지는국내외매체산업에서의위기극복전략을살펴보았다. 이런생존전략아래편집권은더욱사적통제를

받게 되고, 보도는 사유화되었다.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기자 역은 사멸되다시피 하 다. 기자는 거 한 이윤조직

에서단순노동자로변질되었다. 이들은독자적이고비판적으로사고할공간마저잃고말았다. 이것은매체자본이강

요한측면도있지만기자들이역사의충실한기록자역할을마다하면서단순한봉급자로자신의위상을묶어둔결과

사주나광고주등신문을통제하는세력으로부터자신을지키지못한데서도원인을찾을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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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문 과 방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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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통의전략

사업 다각화는 모든 매체기업에 공통된 전략이다. 한국의 신문재벌 역시 정치권력과 동거하는 한편 더 많은 돈을 벌

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있으며, 부동산과 주식 투

자역시만만치않게늘었다. 한국과외국의신문기업은보도를더욱더광고주의입맛에맞추며, 마케팅을강화하고

있다. 신문디자인개선, 기사의전문화와심층화도시도되고있으며, 외부인감시체제도입도강조된다. 인터넷신문

의 유료화도 신문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윤 확 전략이다. 그러나 과연 이 정도의 전략으로 신문 위기를 극복

할수있을것인가? 정보자본주의시 에서신문의위상은떨어지기마련이다. 산업자본주의에뿌리를둔신문의기

능이나생산방식을정보자본주의에맞게개선하려는자세가필요하다.

4. 신문산업정책의필연성

1) 언론정책의한계

노무현 정권은 언론개혁을 열망하는 시민의 지지를 받고 탄생하 다. 그러나 이런 기 는 충족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은 개방형 기자실제와 브리핑제 도입, 신문고시의 실시, 신문 공동배달제의 도입에 주력하 으나 3개 신문재벌

의모욕과깔보기, 매체정책과제도개선을‘언론탄압’이나‘비판언론에재갈물리기’로몰아붙이자집권초기에많

은 힘을 소진하 다(김광원, 2004.2). 미시적 제도개혁도 나름 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언론개혁-정치개혁-사회개

혁의 큰 틀에서 볼 때 브리핑제와 같은 미시개혁만으로는 미흡하다. 더군다나 구조 개혁이 아닌 취재보도 개혁에

해서도 언론권력과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발을 산 것으로 보아 구조개혁을 미루고 취재관행의 개혁이라는 미시적 개

혁이과연타당했는지는의문의여지가있다. 노정권은신문구조와유통을아우르는산업정책을내놓아야할책무

가 있다. 신문산업 정책 없이는 효율성, 투명성, 공정한 경쟁을 지향하는 사회적 신문시장경제를 결코 성취할 수 없

다. 이것은낡고, 불합리한법제를개정함으로써이룰수있는것이다.

정간법 개정은 노무현 정권의 언론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정간법은 유지할 조항과 개정할 조항이 있

다. 일간지와방송사의겸 금지조항은매체독점을규제하기위해절 필요한것으로반드시유지해야한다. 그렇

지만소유제한을명시하지않은것, 편집권의자주성, 유료발행부수와광고수입등경 정보의공개등에 한규

정이 없는데, 이것은 정간법을 개정할 때 반드시 보완할 것들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매체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언론독점금지법을제정함으로써새로운상황에 처해야한다.

2) 언론정책에서신문산업정책으로

노무현정권은집권초기에취재관행의개선에힘을쏟아성과를냈지만근본적인개혁을견인하지는못했다. 학계,

시민단체, 언론노조도개혁운동을펼쳤지만별다른성과를거두지못했다. 신문을정상화시키기위해서정부는책임

있는 자세로 신문산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신문시장에 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법제 개혁을 추진

할수있는주체이기때문이다.

여러가지상황에비추어볼때정부의신문산업정책은정당할뿐아니라급박한일이기도하다. 신문산업정책의

핵심과제를정리하면다음과같다,

- 신문은시민의말할권리를존중하고, 민주주의를신장하는공공서비스기구로거듭태어나도록유도해야한다.

- 정간법을개정하여소유집중을분산하고, 소유와경 을분리해야한다.

- 투명한경 과회계체제가도입되도록해야한다.

- 일간지와 방송사의 겸 금지는 언론권력의 분산과 정보의 다원화에 결정적인 의의가 있는 만큼 이를 해체해서는

안된다.

- 편집권은단기적으로는중립화되고, 중장기적으로는독립되어야한다.

- 정확한 세금 추징과 구독료, 광고단가의 합리적 책정에 필요한 유료 발행 부수와 광고수입에 한 정확한 정보의

공개를의무화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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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방송인등의정계진출에 한일정한통제가필요하다.

- 불공정경쟁이나부당행위는반드시규제해야한다.

- 사적신문배달과경쟁할수있는공적신문배달시스템이필요하다.

- 신문소유구조와논조의다양성확보에중요한비재벌급신문기업과중소규모의매체를 국가적으로지원해야한

다.

- 신문판매등에부가가치세를신설, 거래행위에 한적당한세금을추징하고, 이과정에서정확한경 정보가공

개되어야한다. 다만부가가치세신설로세부담이증가하지않도록하는방법을강구할필요는있다.

이것은 그간 신문개혁 논의에서 제기된 것으로, 정간법을 개정하여 반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언론독점금지법’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법제 개정을 추진할 매체산업개혁위원회의 설치는 중

요하다. 이런기구를 설치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개혁을 추진할 수있는 관건이다. 그러나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 할 수

있는 신문산업정책까지 부정하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보도나 취재관행에 하여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

무리좋은의도라해도언론통제의소지가있기때문이다. 그렇다고신문산업을개혁하려는정부의개입을언론통제

로몰아붙여부정해서는곤란하다. 정부는신문산업정책을수단으로시장에개입할수있다.

신문의 모순은 단지 구조나 법제의 불합리성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는 문제도 많

다. 이런 점에서 사주든 경 자든 간부든 기자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하지만부실신문이여론을지배하는나라의국민은불행하다. 부실일간지가정론이라고주장을하고, 언론권

력을 누리며, 사 주의를 외치는 나라의 국민은 정말로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불행한 상태에서 탈출할

방안을찾아야한다. 필자는어디에탈출구가있는지는모르지만, 신문이언론권력에서신문산업으로탈바꿈이 안

이될수있다고생각한다.

신문기업도너무많은돈이들어가는현행신문구조와생산및유통방식을획기적으로변화시켜야할것이다.

맺으면서

이 에서 필자는 한국 사회와 시민에게‘독립언론’이 참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현재와 같은 신문지배

구조와 생산 방식으로는 독립언론 창출이 어렵다는 점을 밝히려 했다. 독립언론은 이 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므

로좀더설명하자면다음과같다.

첫째, 독립언론은다른자본과는어떠한연계도없어야한다.

둘째, 독립언론은 특정 정권, 정당, 정치인과의 연계가 없어야 하며, 이들을 단순한 취재보도의 상으로 삼아야 한

다.

셋째, 독립언론은소유와경 이분리되며, 경 의투명성이확보되어야한다.

넷째, 독립언론의편집권은독립적이며, 공정하게행사되어야한다.

다섯째, 독립언론은 기자의 양심을 최 한 보장하고, 이들의 창의성, 비판성, 실험정신을 신문편집의 원칙으로 삼아

야한다.

여섯째, 독립언론은광고주에게재정을의탁하지않는다. 구독료가신문재정의50% 정도는되어야하는언론이다.

일곱째, 독립언론은독자의자유로운선택을절 존중하며, 다양한방식의참여언론을지향한다.

여덟째, 독립언론은특정한이념, 가치, 지식에의존하거나, 신봉하기위해반 편에있는것들을비난하고공격하지

않아야한다.

아홉째, 독립언론은 지역적, 인종적, 종교적, 교육적, 성적 편견을 배척하고, 공정한 잣 로 보도, 논평한다. 특히 서

울과지역의차이를인정하되불평등한관계를축소시키려는데기여해야한다.

열째, 독립언론은민족주권의신봉자, 국가주권의지지자역할을하는것이지, 다른나라에의지하는것이아니다.

수용자의신문신뢰도, 광고수입등신문경제에직접 향을주는요소가돌출하고있다. 한마디로말해신문위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 위기는 특정하고, 지엽적인 요인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 방식의 변화, 시민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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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문 과 방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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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권리의 증 등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것이바뀐데 따른것이다. 자본주의생산 방식은 디지털 매체혁명, 시장

개방, 금융중심의산업재편, 량생산- 량소비체제의약화와틈새생산-틈새소비의 중화와같은새로운길을따

른다. 또 시민들은 알권리라는 협소하고, 수동적인 권리를 넘어서 스스로 말하고, 표현할 권리 즉‘말할 권리’를 추

구한다. 신문은 오랫동안 의 민주주의의 수단이었으며, 시민의 수동적 권리로 인식되어 왔던 알권리에 기초하여

성장했지만, 참여민주주의와말할권리라는적극적권리를추구하는상황에서그역할이 폭축소되고있는실정이

다.

더구나 신문은 정보통제력을 배경으로 언론권력을 누리는데 급급한 나머지 온전한 산업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고,

시장의변화에도둔감하 다. 그결과한국신문산업에서는자유로운경쟁, 공정한경쟁 신에자유로운독점, 불공

정한경쟁이판을친다. 그럼에도많은사람들이쓰는‘신문시장’이라는말은신문재벌이자신의 향력을유지하기

위해인위적으로만든독점체제에불과하다. 이들은경쟁신문의시장진입을봉쇄하고, 이미시장에진출한중소신

문을압박하여자신의독점을 속화시키고, 독점지 를만든다.

박인규(프레시안 표) : 기본적으로 언론정책은 필요 없고 신문산업 정책으로 가자는

말 을 해 주셨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언론정책이 신문에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기 때

문에 김승수 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 언론정책 자체가 개입이나 규제이기 때문입

니다. 다만 그러한 것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해서는 회의가 듭니다. 산업

정책적 차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언론기관들이 도구가 돼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정파

와 무관하고 독립적인 자세를 가진 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반노’아니면‘친노’이지

그 외의 다른 것은 없습니다. 언론이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언론이 권력

투구의장에서공정한심판장공론장이되기이해서는현실권력과비판적거리를유지

해야하는데그런언론이거의없는것같습니다. 때문에김승수교수가말 하신독립

언론의 개념은 매우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업이 됐건, 정책이 됐건, 언론의 독립성, 자율성을 보장하고 확장

시켜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례로, 2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노무현 통령이

담을 했는데 저는 이것이 단히 기괴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편집장이 아닌 발행인이 가서 인터뷰가 아닌 담을

한 점이 그렇습니다. 노 정권 출범 이후 조중동 견제를 위해 오마이뉴스, 문화일보가 이용이 돼온 측면이 있습니다.

이 또한 언론을 도구로 본 것입니다. 인터뷰와 관련해 중앙일보 간부에게 어떻게 발행인이 언론인 흉내를 내느냐를

물어봤더니, 그 분 말 이 발행인과 인터뷰 하겠다는 것은 청와 측 요구 답니다. 때문에 사내에서도 격론이 있었

지만(중앙도사세과시의좋은기회라고생각을했겠지요.) 결정했다는것이지요. 어떤사람은“뉴욕타임스사주는

통령을집으로불러파티를할망정사주가인터뷰를하는예는없다.”고했습니다. 이런점을보면우리언론사자

체가정치싸움의도구가되어버렸으며자유로운사람은사주한사람밖에없음을알수있습니다. 어느신문사건사

주 외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경 을 잘 하려면 언론인들의 양심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지않습니다. 언론사자체가하나의도구화됐고언론인도도구화되고전혀자유스럽지못하다는것이핵심적문제

라고봅니다.

인터넷 신문 관련해서도 한말 드리겠습니다. 인터넷은 우리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매체가 됐습니다. 그

러나 법적으로는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에 저희는 인터넷 언론을 정간법상 언론으로 인정해 달라고 했습니

다. 선관위의경우인터넷언론을선거법상 언론으로받아들여규제, 심의, 광고도할수있게하겠다고했는데이번

국회서 유일하게 통과된 것이 인터넷 선거기사 심의위원회입니다. 정간법에는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언론이라면 상응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데 인터넷 실명제, 심의 등 규제만 하겠다는 조항만 통과시키고

언론사로서 직위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은 하나도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언론 발전을 위한다면 법의 테두

토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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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안에서 일정한 권리와 함께 의무를 부과시켜야 하는데 규제만 하겠다는 발상은 단히 편의주의적인 생각이라는

생각을합니다. 이런부분이앞으로고쳐졌으면좋겠다는생각입니다.

박선 (가톨릭 법 교수) : 언론인들 간의 토론회에 언제부터인가 법학자들을 끼워

주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언론분야야말로 학제 간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

문에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김승수 교수님이 발표 중에 강조

를하셨다시피언론은별도의정책이필요없는분야입니다. 원칙만서있고언론을보

호하고 증진시켜줄 수 있는 방안만 마련된다면 그 이상은 규제를 위한 정책이라는 것

을우리는알고있습니다. 때문에언론정책은산업육성을위한것이라고해도독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 교수님 발표 내용 중 아쉬운 부분은, 매체환경

이 급격하게 변화된 21세기에는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등 언론을 각 매체별로 나누

는 부분은 설득력을 잃었을 뿐 아니라 구분이 어려워졌다는 측면에서 미디어 정책의

범위를넓혀시 가요구하는미디어환경을염두에두고발제문을써주셨어야하지않나하는생각이듭니다. 20세

기 후반을 넘어서면서 미디어 환경은 급격히 다양화, 세분화됐습니다. 70년 이후 우리나라는 특히 급작스러운 매

체환경의변화를겪으며혼란속에있는것이사실입니다. 그러나어느나라든신문의경우20세기후반이후, 사상

신문에서 상업 신문으로 변화했습니다. 매체환경이 변화하면서 종이 신문의 경우 자구노력을 다른 매체와는 구분될

수있는, 또는경쟁에서살아남을수있는부분에서찾아야지정부의제도적장치에서찾으면안됩니다.

또한, 산업정책은 기본적으로 헌법 정신에 맞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헌법은 죽은 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

만, 살아있는 법치사회가 되려면 그 나라에서 헌법이 살아 숨쉬는 법이 되어야 합니다. 미디어의 산업적 측면에서의

원칙도 헌법이 추구하는 이데올로기와 이상에 부합해야 합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사상

에입각해18세기중반에만들어진미국헌법과사회국가원리에맞게20세기중반에만들어져9회에걸쳐개정된우

리나라헌법과는완연히다릅니다. 기본적으로재산권을보호하고있지만, 제9편경제편에서경제의민주화, 평등을

강조하기위해사회국가원리를도입해놓고있습니다. 언론또한이러한원칙아래산업적측면에서본다면다른분

야와다를것이없습니다. 김교수님의논문에서도단순히미국의이론을가져다쓰는것이아니라이런점을염두에

둬야하지않을까하는생각입니다.

김교수님논문에서는국민의말할권리를강조하셨는데, 과연그동안알권리가충족되었는가라는측면을되짚어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 실정에서는 언론이 국민을 정보 수용자라는 위치로 생각하고 신문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언론인들이일방적으로정보를채취하여내보냈습니다. 이과정에서국민의알권리는철저히무시돼온역사

가있습니다. 국민의알권리는진실발견을위해서필요합니다.

아쉬운 점을 하나 더 짚자면 김 교수님이 펼치신 부분의 시각이 정부와 언론사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는 점입니다. 좀더 다양한 관계를 모색해봐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팩트적인 측면에서 발제내용

중 매체별 신뢰도 추이 도표를 보면 방송의 향력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앞서 말 하신 언론권력이란 신문

인가요, 방송인가요. 부분의 발표 내용은 신문의 문제점에 할애를 하는데 반해 제시

된자료는방송의 향력이훨씬크다고나타나언론권력이정확히무엇을지칭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언론 정책에 한 문제를 볼 때 단순히 정부의 정책 관

련한 패러다임에서 보지 말고, 정보 수용자 간 관계를 고찰해 보는 등 다각화시켜 볼

필요가있다는생각입니다.

김 욱(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김교수님의발표내용은상당히많은논점을가

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신문시장은 시장이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왜곡되어 있습니

다. 조중동의 과점 상황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높습니다. 개인의

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그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언론정책은 안 되지만 산업정책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누구도 언

Page 21: 한국저널리즘의3가지download.kpf.or.kr/MediaPds/200511151432163.pdf하버마스(1973)는“정당성의위기(Legitimation Crisis)”라는 책에서시스템이론을활용해위기를정의한다

신 문 과 방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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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의‘내용’을규제하려하지는않았습니다. 물론지금까지의언론개혁의논리가잘못됐다는얘기는아닌것같습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얼개에 해 불만족합니다. 세부 내용에서 다소 정리하지 못하거나 불명확한 또는

설명못한부분도있습니다. 하지만현실정치적문제를얘기하는부분이므로상세하게짚지는않겠습니다.

핵심적인 부분을 얘기하자면 구독료와 광고 수입에 의존한 신문, 특히 한국처럼 광고수입에 의존도가 높은 신문

문제는간과해서는안됩니다. ‘뉴스는지배계급을위해생겨났다.’는말이있듯김교수님의한국신문에 한평가

도 이와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신문의 역사는 200년정도 됩니다. 그 동안사회적, 법적, 인권적 권리 등적

어도민주주의의발전이있어왔습니다. 그러한발전에서언론도상당한역할을했다는것을부정하기는힘들것입니

다. 한국사회에서 언론이 부정적 역할을 많이 한 지점에 해서 동의합니다. 그러나 일정정도 긍정적 역할도 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신문은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를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처럼 과거의 평가에

시간을할애하는이유는이를바탕으로이후방향을설정할수있기때문입니다. 즉, 김교수님께서는그간의언론의

역할을 너무 부정적이고 절망적으로 묘사하신 것이 아닌가란 생각입니다. 왜곡된 구조의 개선을 위해 조금 더 긴 안

목으로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봐야 하고 정치권력의 입김을 줄여야합니다. 노무현 정권이 언론 정책에 있어 브리핑

룸 개선 등 어찌 보면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린 것을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비판하는 지점은 앞으로의

미디어정책에 한비전이없다는것입니다. 예를들어, 신문-문화관광부, 방송-방송위, 통신-정보통신부하는식으

로 관할 부서도 모두 다 다릅니다. 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기구가 없습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 정책을 펼 수 있

는 도구가 없는 것이지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저널리즘이 생겨날 수 있는가를

구상하는활동이필요할때입니다.

김승수: 많은 지적과 격려 감사합니다. 이 발표자료는 제 단상을 쓴 것이기에 어떤 확정적인 논문은 아닙니다. 박인

규 편집장님 말 중 인터넷에 한 규제는 전면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매체이기에 규제는 필요 없다고 봅니다. 박선 교수님의 지적도 잘 들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헌

법에 한 공부를 많이 하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의 자유국가와는 달리 사회국가라는 개념이다.’라는 지

점이 와 닿았습니다. 김 욱 박사님 말 중에는, 언론 개혁에 지지하는 입장임을 밝혀드립니다. 이번 정권 들어 언

론 내용에 한 규제가 없었던 점은 좋은 점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언론이 민주화, 민족의식 고취 등에 기여를 했다

는지점에도동의합니다. 그러나그와아울러바뀌어야할점이매우많지않았느냐라는점을제기한것이었습니다.

신문이 없는 나라의 국민은 불편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실 신문이 나라의 여론을 지배하는 나라의 국민은 불행할

것입니다. 부실 언론이 정론이라고 주장하고 언론 권력을 누리며 사 주의를 외치는 나라의 국민은 더 불행할 것입

니다. 우리는이불행한사태에서탈출할방법을함께찾아야할것입니다. 이러한것이오늘저의논점이었습니다.

이광재(경희 언론정보학부교수/사회) : 인간에게주어진하루24시간중8시간을자

유시간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많은 시간을 매스 미디어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습니

다. 오늘김교수님은신문을중심으로산업정책에 한말 을해주셨는데신문은아

마 앞으로 더 어려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신문

이 사회에 미치는 향이 매우 큽니다만 뉴미디어의 향력이 커지는 것을 간과할 수

는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 김 교수님이 제시해 주신 방향들이 기본이 되어 신문, 방송

과같은매스미디어들이좀더과학적이고산업적인측면에서새로운기법을도입하면

더훌륭한매스미디어로태어날수있지않겠는가하는생각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