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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2015 NO.535 9 771227 539505 07 ISSN 1227-5395 특 집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애플, 페이스북 뉴스 서비스와 언론사의 대응 세계편집인포럼 / IRE 참관기 긴급점검 메르스와 언론보도

긴급점검 메르스와 언론보도 - download.kpf.or.krdownload.kpf.or.kr/MediaPds/LHKVZQVPTQYXRQM.pdf · 43주년맞은 한국기자협회주최 축구대회/ 강아영 044 거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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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015 NO.535

97

71

22

75

39

50

5

07

ISS

N 1

227-

5395

특 집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애플,페이스북뉴스서비스와언론사의대응

세계편집인포럼/IRE참관기

긴급점검

메르스와 언론보도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006 아태 지역 겨냥 현지 미디어화 … 문화 비대칭 심화 거대미디어그룹의글로벌전략추세와전망/채영길

012 뉴스 외국어 번역이 전부, 글로벌 콘텐츠 개발 절실 한국언론의글로벌전략사례/정철운

016 다국어 제공은 기본, SNS 서비스는 필수

해외언론의글로벌전략사례:BBC,차이나데일리,르피가로/한운희

021 ‘블루오션’ 해외시장 진출 위한 다국어 테스트 집중분석-NYT네일살롱탐사보도/서수민

특집

07 2015 / no.535

긴급점검

메르스와언론보도

025 비포-상세한 매뉴얼 개발 애프터-신속 투명한 정보 공개 위기상황에서리스크커뮤니케이터의역할과해외사례/박효정

030 받아쓰기에만 충실, 적절한 정보 제공은 소홀 메르스정보통제와언론보도의문제/심석태

언론 현장

035 취재원 옥석 가리기 어렵고 가십성 보도도 늘어 북한관련취재보도의현실과문제점/김현경

039 축구를 사랑하는 기자들의 꿈의 무대 43주년맞은한국기자협회주최축구대회/강아영

044 거센 환경 변화 속 언론의 안내자 겸 감시자 ‘메타비평’과‘메타언론’의역할과과제/이기형

050 몸 낮춘 메이저 언론, 독자 찾아 SNS로 애플,페이스북뉴스서비스와언론사의대응/김익현

취재기・제작기

055 고통 속 더 단단해진 사랑으로 이어온 10년 MBC‘2015휴먼다큐사랑’/김동희

060 기자 3인의 생생한 ‘디지털 단식’ 체험 서울신문‘아날로그&디지털리포트’/김상연

065 아이 찾는 엄마의 마음으로 시리아 국경에 가다 SBS‘SBS스페셜-IS이슬람전사그리고소년들’/김영미

산업・정책

071 공정 경쟁 통해 국제 경쟁력 키워야 격변기속뉴스통신시장의바람직한발전방향/우은식

074 디지털 보호주의 장벽 강화 신호탄 EU의‘디지털단일시장전략’과의미/강준석

078 성큼 다가온 모바일 TV 전성시대 스마트폰을통한미디어이용의변화/정동훈

083 ‘금요일’의 재발견- 재미와 도전정신이 필요한 때 지상파금요드라마등장으로본TV편성전략/장은미

미디어 포럼

089 “리뷰・의견・뉴스 줄이고 프리뷰・팩트・스토리 늘려라” 제22회세계편집인포럼참관기/김종목

094 ‘나는 생각한다’류 기사 쓰기는 이제 그만 2015탐사보도기자협회콘퍼런스참관기/권영전

098 위기의 한국 저널리즘과 비판적 언론학의 반성 2015년한국언론정보학회봄철정기학술대회/정준희

102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7 한국 방송 저널리즘의 기본을 세우다

방송최초뉴스프로듀서이정석/김성호

106 세상을 바꾼 보도 7 아들 숨지게 한 아버지와 사법부의 고민

탐사보도단골화두‘딜레마와선택’다룬기사두편/이규연

미디어 월드 와이드

111 영국

ITV 노조 ‘24시간 파업’으로 임금 협상 승리 / 김지현

115 프랑스

‘직접 지원 확대’ 등 인쇄매체 지원 개혁 방안 발표 / 최지선

재단 소식

119 ‘한일미래재단’ 설치 등 한・일 언론인 공동 제언 발표 재단·세종연구소공동주최한·일수교50주년기념대토론회

120 변인별・시계열 분석 통해 새로운 정보와 가치 창출 언론수용자및언론인의식조사원시자료공개

07 2015 / no.535

정기구독신청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분석팀 1년 구독료 4만원(낱권 4,000원)

은행온라인으로 입금할 경우 계좌번호: 농협 056-01-103703(예금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입금 후

독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구독기간을 알려주십시오(02-2001-7512).

“부정부패 없는 청렴사회,

거듭나는 대한민국”

발행인김병호편집인우득정편집위원김영주·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센터장|김선호·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위원|

강수진·동아일보문화부장|구본권·한겨레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김덕한·조선일보산업1부차장|김익현·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김준호·KBS사회2부팀장|홍원식·동덕여대교양학부교수기획조사분석팀등록1964년3월26일

라-1881호인쇄 2015년7월3일발행2015년7월6일발행처한국언론진흥재단100-750서울중구세종대로124

전화(02)2001-7753팩스(02)2001-7740이메일[email protected]편집·제작아르떼203인쇄 도야인쇄•게재된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공식견해가아닌필자개인의견해입니다.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아태 지역 겨냥 현지 미디어화 … 문화 비대칭 심화거대미디어그룹의글로벌전략추세와전망/채영길

뉴스 외국어 번역이 전부, 글로벌 콘텐츠 개발 절실한국언론의글로벌전략사례/정철운

다국어 제공은 기본, SNS 서비스는 필수해외언론의글로벌전략사례:BBC,차이나데일리,르피가로/한운희

‘블루오션’ 해외시장 진출 위한 다국어 테스트집중분석-NYT네일살롱탐사보도/서수민

특집

006 신문과방송 07 2015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채영길

한국외국어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교수

거대 미디어 그룹의 글로벌 전략 추세와 전망

아태 지역 겨냥 현지 미디어화 …문화 비대칭 심화

미디어 산업의 지구화 과정은 기존 산업이 형성하

고 있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지구적 차원에서 재

구조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전략을 조정하고, 시장

가치를 지닌 다양한 지역의 수용자들을 그들의 소

비자로 포섭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 과정 및 형식 그

리고 내용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차원

의 미디어 산업 네트워크와 소비 방식 및 콘텐츠 내

용과 형식의 변화는 지역과 지구적 차원에서 이전

과 다른 문화 지형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에서 산업

적 그리고 문화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논의 주제

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위기에도 미디어 소비는 증가

맥킨지1는 2014년 미디어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상품과 서

비스에 대한 소비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

로 전망하고 있다[그림1]. 이러한 지속적 소비지출

의 증가는 특히 디지털 광고와 브로드밴드 및 비디

오게임 등 뉴미디어 산업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

인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산업에 의해 견인되는

이러한 소비지출의 증가와 더불어 기존의 TV광고

등 전통 매체 역시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마이너스 또는 정체되고 있던 신문

과 잡지 및 도서 출판 산업의 소비가 다시 증가할 것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기업 2000 중 방송케이블 분야 1위를 차지한

컴캐스트.

007특집 |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전통적 미디어 산업의

지속적 성장과 출판 시장에서 소비지출의 증가 경

향은 지역별 미디어 시장과 소비의 성숙도에 의한

차이에 기인한다. 특히 신흥 시장과 개도국에서 정

보와 뉴스의 소비 증가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해당 분야의 소비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비록 소비

총액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여전히 낮은 수치를 보

이고 있으나 기존의 미디어산업 저개발국에서의 관

련 산업 및 서비스 상품 소비의 빠른 성장은 글로벌

[그림1] 글로벌 미디어 산업별 소비지출 연평균 성장률(2008~2018)

-5 0 5 10 15 20

비디오게임

교육출판

도서출판

신문출판

잡지출판

Out-of-Home

미디어산업

평균 성장률(%)

2014~2018 CAGR

2008~2013 CAGR

시네마

오디오

홈비디

TV광고

브로드밴드

디지털광고

9.35.0

1.00.2

0.7

5.9

5.25.6

4.6

6.7

9.614.215.115.6

3.4

4.2

1.9

1.3

0.2

-0.2

-0.2

-3.1

-3.7

0

*출처:McKinsey&Company,2015재구성

[그림2] 지역별 글로벌 소비자 소비지출 추이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600,000

500,000

400,000

300,000

200,000

100,000

0

Million US$

북미

서유럽

중/동유럽

중동/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출처:McKinsey&Company,2015재구성

008 신문과방송 07 2015

미디어 기업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라는 점에

서 간과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별

소비자 소비지출 추이를 살펴보면 세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그림2]. 첫째,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그리고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미디어 소비 증가폭

이 향후 5년간 다른 지역보다 더 커질 것이다. 각종

상품과 서비스 상품의 소비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신흥 시장이 향후 미디어 산업의 소비 역시 견인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시장은 크게 두 그룹으로 분리되

어 있다. [그림2]에서 보듯 아시아·태평양, 북미,

서유럽 지역의 상위 그룹과, 중남미, 중·동유럽, 중

동아프리카 지역의 하위 그룹이다. 상위 그룹에서

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소비가 활발할 것

으로 예상된다. 주요 TNMC(Transnational Media

Corporation, 다국적 미디어 기업)가 자리 잡고 있는

북미 지역은 2012년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

으며 2014년을 기점으로 소비지출에서 서유럽을 추

월하고 있다. 즉, 상위 그룹 모두 향후 5년간 소비지

출은 이전과 비교해 역동적으로 변할 것으로 전망

된다. 하위 그룹을 형성하는 중남미 지역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 역시 전체 소비지출 규모는 작지만

성장률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지역들은

브로드밴드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 이미 성

숙 단계에 접어들어 양적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

위 그룹의 뉴미디어 산업계에게는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셋째,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그리고 중동·아

프리카 지역이 역동적 소비 증가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미디어 산업의 생산을 주도하는 지역과는

여전히 상당 부분 괴리가 있다. 예를 들면 포브스가

올해 발표한 글로벌 2000 기업 리스트2 중 방송&케

이블 산업 부문에서 상위 10개 기업(순서대로 컴캐스

트, 디즈니, 타임워너, 타임워너 케이블, 다이렉TV, CBS,

비아컴, BskyB, 디시네트워크, 내스퍼스)의 분포 지역

은 미국 8개, 영국 1개 (BskyB), 남아공 1개(내스퍼

스)로, 지역별 미디어 소비의 역동성과는 달리 글로

벌 미디어 생산은 단일 지역을 중심으로 초집중화

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즉,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의 비대칭 현상은 달라

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디어 시장의 글로벌화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별 소비 시장의 상이

한 성장은 TNMC의 새로운 시장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글로벌 미디어 도시의 분포를

살펴보자.

지역 거점 위주 글로벌 다변화 전략

호이어와 왓슨(Hoyer and Watson, 2013)3은 TNMC

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분석해 이들 다국적 미디

어 기업의 네트워크가 밀집되어 있는 상위 25개

글로벌 미디어 도시 리스트를 도출했다[표]. 상위

10개 도시의 분포 지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

미 3개, 아시아·태평양 3개, 유럽 3개, 중남미 1개로

글로벌 미디어 산업 소비 지역 분포와 비슷한 분포

를 보인다. 이러한 지역별 미디어 거점 도시의 분포

차이는 다국적 미디어 기업이 전략적으로 글로벌

미디어 시장을 지역적으로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아

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한다. 그

리고 멕시코시티, 두바이 등 신흥경제국의 허브 도

시 역시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에서 중요한 지리적 위치를 갖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미디어 도시들의 다양한 지역적

분포는 주요 TNMC의 본사가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하는 단일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그러

009특집 |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한 기업들의 비즈니스 전략은 지역 거점 도시를 중

심으로 다변화 과정에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와 관련하여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네트워크 전략을 살펴보자.

[표]에 나타난 글로벌 미디어 도시들의 순위는

미디어 기업들의 상호 네트워크 연결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 각 지역이 지구적 차원에서

어떻게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서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사회학자 마뉴엘 카

스텔(Castells, 2011)4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구현되는

네 가지 권력 유형을5 제시하며, 그중 네트워크 구

성력(Network-making power)이 가장 결정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네트워크 구성력은 네

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있어 사회 경제 문화적 권력

자로서 프로그래머(예를 들면 미디어 기업 소유주나

글로벌 미디어 상품 제작자)의 이해와 가치를 그 네트

워크에 투영한다. 네트워크 구성력을 기획하는 프

로그래머들은 그들의 이해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

해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자유로이 유영하며 네트워

크 내 유력자들과 전략적 제휴를 하거나 또는 이들

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형성

한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미디어 산업

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 또는 그 결과

라고 할 수 있다.

변화 이끄는 새 미디어 생태계

미디어 경제학자 알바란(Albarran, 2009)6이 미디어

전통적으로 미디어 기업의 해외 진출은 지역 시장에 지사 형태의

법인 설립 또는 지역 미디어 기업에 자사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지화 수준을 넘어 현지 미디어기업화하여 현지에서

상품을 직접 제작하고 유통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표] 글로벌 미디어 도시 순위와 네트워크 지수

순위 글로벌 미디어 도시미디어 네트워크

연결성 지수

고도 생산자

밀집 도시 순위

1 NewYork 100 2

2 London 90 1

3 Paris 64 4

4 Singapore 53 5

5 Sydney 52 10

6 Tokyo 52 6

7 LosAngeles 52 17

8 Amsterdam 49 21

9 WashingtonD.C 49 28

10 BuenosAires 48 22

11 Chicago 48 8

12 Madrid 48 15

13 MexicoCity 46 20

14 SanFrancisco 45 27

15 Shanghai 45 7

16 Taipei 45 43

17 Stockholm 44 49

18 Warsaw 43 37

19 Dubai 42 9

20 Beijing 42 12

21 Toronto 42 13

22 HongKong 42 3

23 Mumbai 41 16

24 Seoul 41 24

25 Milan 40 11

*출처:HoyerandWatson,2013,p.91

010 신문과방송 07 2015

기업의 해외 미디어 기업 인수와 법인 설립을 통한

사업 확대를 미디어 지구화 경향의 특성으로 묘사

할 때 이는 다양한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전략적 비

즈니스 네트워킹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디어

지구화 과정은 이들 네트워크 내 노드들을 누가 어

떻게 재구성하는지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 기업들은 사업다각화, 사업집중화, 수직

적 통합, 수평적 통합,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의 비

즈니스 네트워크 전략을 그들 사업 목적에 따라 채택

하고 있다(Daidj, 2011; Daidj & Jung, 2011).7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은 다른 미디어 기업 또는 비즈니스 주

체와의 전략적 관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네트워크 구

성의 핵심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90년대

의 이러한 비즈니스 전략은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과

거리가 멀었을 뿐 아니라 당시 새로운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 체계가 채 형성되거나 전통적 미디어 산업

의 플랫폼을 대체할 미디어 생태계가 성숙되기 전이

었다는 점에서 내용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최근에는 새로운 미디어 기술과 관련

미디어 기업 및 생태계의 등장으로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 변화가 네트워크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키고 있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 및 소비로 이어지

는 과거의 미디어 가치사슬 구조는 구글, 애플, AOL

등과 같은 ‘콘텐츠 수집가(Content aggregator)’의 등

장과 넷플릭스, 훌루, 나우TV 같은 OTT(Over-the-

top) 사업자 및 ISP, 정보통신 사업자들이 야기하는

미디어 상품과 서비스 유통의 변화, 그리고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과 같은 터미널의 혁신들에 의해 이전

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변화되어가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각 가치사슬 구조 내 혁신 기업들과 전

통적 미디어 기업들 간 네트워크 전략의 복잡화와

다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

정에서 이전에는 전통적 미디어 기업들이 네트워크

프로그래머의 역할을 독점한 데 비해 최근에는 앞서

언급한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들이 주도적인 네트워

커로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와 파트너십

이처럼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 자체의 변화는 유

연한 네트워크 전략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최근에

는 M&A에 비해 전략적 제휴와 비즈니스 파트너십

을 통한 네트워킹 경향이 더 선호되고 있다. 기업 간

유연한 제휴관계의 확대는 미디어 생태계에 새롭

게 등장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인해 새롭게

바뀐 기존 전통 미디어 기업의 플랫폼 전략과도 연

관된다. 예전 미디어 비즈니스의 시장가치가 상품

유통망의 희소성에 의해 결정됐다면, 신규 플랫폼

의 확장은 소비자 집중(attention)의 희소성 여부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누가 어떠한 플랫폼으로

보다 다양하고 많은 수용자에게 접근이 가능한지가

네트워킹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8

그런데 미디어 산업의 네트워크 변화와 더불어

지역 시장의 확대를 위한 로컬과 글로벌 미디어 산

업 간 제휴 역시 이전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디어 기업의 해외 진출은 지역 시장

에 지사 형태의 현지 법인 설립 또는 지역 미디어 기

업에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

는 현지 기업과의 제휴나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현지화 수준을 넘어서 현지 미디어 기업화하여 현

지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제작하고 유통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TV 프로

그램 포맷 소유 글로벌 기업이 지역 미디어 기업에

라이선스를 판매해 포맷의 현지화 작업을 거쳤다면

011특집 |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최근에는 NBC 유니버설 인터내셔널 TV 프로덕션,

BBC월드, iTV스튜디오, 프리맨틀미디어, 샤인그

룹, 엔데몰 같은 포맷을 소유한 미디어 모기업이 현

지 기업과 합작 법인을 신설하거나 현지인에 의한

독자적 제작 법인을 설립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미디어 기업

들은 TNMC 중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슈퍼 그

룹화하면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9 이러

한 방식은 유럽과 우리나라처럼 자국 문화 보호를

위한 규제가 있는 지역에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전

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네트워크 프로그래

머가 오늘날 지역의 문화와 가치 역시 재구성할 수

있는 권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지역 대항마 등장 필요

향후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어떠한 형태를

보일지는 분명하지 않다. 특히 미디어 산업은 새로

운 가치사슬 체계, 신흥 시장과 지역 미디어 기업의

부상, 새로운 플랫폼 및 스타트업의 등장 등으로 엄

청난 변화의 과정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의 네트워

크를 구성하기 위한 재정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기업과 이들을 뒷받

침하고 있는 거대한 자본기업들 그리고 이러한 자

본들의 국제 간 이동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려는 서

구 국가의 네트워크는 매우 공고하다. 최근의 네트

워크 소유와 통제권의 역동성이 지구적 차원의 문

화 산업에서 생산과 유통에 어떠한 근본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10

이는 지배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프로그래머

에 도전하는 스위처(Switcher, Castells, 2011)의 등장

이 미디어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쉽게

나타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낳게 한다. 신흥

시장에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유연한 전략적 제

휴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현지 제작 및 유통 그리고

이들이 시도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현지화 전

략들은 기존 글로벌 미디어 산업 지형의 변화보다

오히려 진화한 방식의 문화적 비대칭 현상을 확대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낳는다. 이러한 우려가

좀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논의되기 위해서는 지역

스위처들의 (지구적 차원의 프로그래머에 대응하는 프

로그래머로서) 네트워크 구성 전략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1 McKinsey&Company.2015.GlobalIndustryOverview:GlobalMediaReport2014.

2 http://www.forbes.com/global2000/

3 Hoyer,M.andWatson,A.2013.Globalmediacitiesintransnationalmedianetworks.InTijdschriftvoorEconomische

enSocialeGeografie,104(1),90-108.

4 Castells,M.2011.ANetworkTheoryofPower.InInternationalJournalofCommunication.5,773-787.

5 네가지권력유형은1)Networkingpower2)Networkpower3)Networkedpower4)Network-makingpower이다.

6 Albarran,A.B.2009.Themediaandcommunicationindustries:A21stcenturyperspective.InComHumanitas,1(1),59-68.

7 Daidj,N.2011.MediaConvergenceandBusinessEcosystems.InGlobalMediaJournal,11(19),1-12.Daidj,N&Jung,J.2011.

StrategiesintheMediaIndustry:TowardstheDevelopmentof

Co-opetitionPractices?.InJournalofMediaBusinessStudies,

8(4).37-57.

8 Song,M.2010.AStudyonPlatform'sNewStrategyinMedia2.0Era-Basedon“Keystone”concept&Googlecase,21st

EuropeanRegionalITSConference,Copenhagen2010.

9 Chalaby,J.K.ProducingTVContentInAGlobalizedIntellectualPropertyMarket:TheEmergenceOfTheInternational

ProductionModel.InJournalofMediaBusinessStudies.9(3),

19-39.

10 최근화두로떠오르고있는OTT기업인넷플릭스는전통적미디어생태계에균열을내며비즈니스네트워크구성력의핵심적프로그래머로

등장했고,전세계를대상으로그들의서비스를확대하는등지역의

네트워크역시재편하고있다.하지만넷플릭스역시상위5개기관

소유자는모두북미의투자자본이며이들은다른메이저미디어기업의

소유주이기도하다.한국의미디어기업과넷플릭스의제휴가성공하여

넷플릭스를통해한국미디어상품이유통되더라도이것이과연기존의

글로벌미디어산업네트워크지형에어떠한근본적변화를줄수있을

것인지는별도의논의주제이다.

특 집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012 신문과방송 07 2015

지난 5월 7일 뉴욕타임스 메인 페이지에 등장한 네

일살롱 노동자 심층기사는 한국 언론의 글로벌 전

략을 되돌아보게 했다. 네일살롱 노동자 125명을

1년 넘게 취재한 기사는 한국어·중국어·스페인

어·영어로 나갔는데, 지금껏 반복되어온 일반적 번

역 기사가 아니었다. 뉴욕타임스는 ‘저임금 노동’이

란 세계 공통의 이슈를 다루며 취재 시점부터 한국

인 독자를 예상하고 썼다. 이 기사엔 한국인이 한글

로 댓글까지 남길 수 있다! 바야흐로 전 세계 독자

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뉴스의 시대다.

뉴욕타임스 한국판 머지않아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뉴욕타임스의 고민은 독자의 확장이

었다. 현재 뉴욕타임스 독자는 영어를 쓰는 백인 중

심의 화이트칼라 중산층으로 제한적이다”라며 “뉴

한국 언론의 글로벌 전략 사례

뉴스 외국어 번역이 전부글로벌 콘텐츠 개발 절실

정철운

미디어오늘기자

코리아중앙데일리는 2000년 10월 중앙일보가 창간한 영자 신문으로

중앙일보 뉴스 콘텐츠와 논평을 해외 관심사를 고려, 선택해 번역 제공하고,

소속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기사도 싣고 있다.

013특집 |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욕타임스가 인권·민주주의·노동 등 보편적 가치

에 대해 보도한다면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

어 독자의 다변화가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

수는 “뉴욕타임스 한글판이 머지않았다”고 말하기

도 했다. 돌이켜보면 한국 언론, 그중에서도 신문의

대다수 독자 또한 한국어를 쓰는 중산층 이상의 남

성 화이트칼라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 언론도 뉴

욕타임스와 마찬가지로 독자의 확장이 필요하다.

인구 5,000만 명의 ‘좁은’ 독자를 가진 한국 언론의

글로벌 뉴스 콘텐츠 전략은 어떠할까.

글로벌 전략의 시작은 영자 신문이다. 한국일

보의 자매지 코리아타임스는 1950년 11월 1일 창

간됐다. 현존하는 대한민국 영자 신문 가운데 가

장 오래됐다. 코리아타임스는 창간 당시 한국 관련

정보가 필요했던 해외 기업과 외국인들에게 유용

했다. 뒤를 이어 코리아헤럴드가 1953년 창간됐다.

1977년에는 쿠리에 드 라 코레를 제작해 프랑스어

권 사회에 한국 뉴스를 전했다. 코리아중앙데일리는

2000년 10월 중앙일보가 창간한 영자 신문으로 중

앙일보 뉴스 콘텐츠와 논평을 해외 관심사를 고려해

선택해 번역한다. 소속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기사

도 더해진다. 중앙일보는 “외국인 에디터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고품격 정통 영어 신문으로 높이 평

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스와 제휴해 글로벌-로컬 개념을 도입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신문사는 해외에 지사를 설립

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워싱턴, 애틀랜타, 밴쿠

버 등 미국에 해외지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1974년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워싱턴D.C., 뉴욕 등 미

국 6개 도시에서 직영 체제로 미주중앙일보를 운영

하고 있다. 해외지사에서 생산하는 콘텐츠는 해외

에 한국 소식을 알리는 성격도 있지만 한인사회 소

식을 알리는 성격도 강하다.

간신히 뉴스 번역 서비스

2000년대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며 언론은 자사 홈

페이지에서 자사 뉴스를 언어별로 번역해 개별 뉴

스 페이지를 제공한다. 조선일보는 현재 중국어·영

어·일본어로 조선일보 기사 및 칼럼 등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어판은 중국인 독자들의 주요 관심사를

고려해 한류 스타나 서울 관광, 성형수술 관련 기사

가 상대적으로 눈에 띄게 배치되어 있다. 일어판 서

비스의 경우 아예 연예면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다.

한류의 결과다. 중앙일보 또한 영어·중국어·일본

어 뉴스 번역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일보도 2000년부터 동아닷컴 인터넷 페이

지를 통해 정치 경제 등 주요 뉴스를 영어·중국어·

일본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다국어 뉴스 서비스를

한국 언론의 글로벌 뉴스 콘텐츠 전략은 사실 전략이라 말하기

무색할 정도의 수준이다. 뉴스룸에서 국경을 넘어서는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고민까지 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당장 한국 독자를

대상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목소리가 많다.

014 신문과방송 07 2015

제공하고 있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동아닷컴의 다

국어 뉴스를 해외 기사 데이터 검색 및 판매 사이트

인 ‘팍티바’ ‘니케이 디지털 미디어’ ‘뉴스페이퍼다

이렉트’ 등에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근에는 아시아투데이도 중국 바이두와 기사 제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신문사의 콘텐츠 재판

매 수익은 그리 높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

르면 신문산업에서 콘텐츠 재판매 수입은 전체 수

입의 1% 수준이다.

경향신문은 홈페이지에서 영어판만 운영하고

있다. 한겨레는 2014년 ‘디지털 퍼스트’ 방침이 담

긴 ‘3.0 혁신 보고서’를 내놨으나 글로벌 콘텐츠 전

략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2014년 초 한겨레는 허핑

턴포스트와 제휴해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한국어 서

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가 한겨레 콘텐츠의 글

로벌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

렵다. 국가기간 통신사 연합뉴스는 영어·중국어·

일본어를 비롯해 아랍어·스페인어·프랑스어로 뉴

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영방송 KBS는 해외 시청자

를 위해 KBS 홈페이지에서 영어·중국어·일본어·

러시아어·인도네시아어·베트남어·아랍어·독일

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 모두 10개 국가의 언어

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KBS 월드라디오에선 언

어별로 뉴스를 요약해서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 또

한 제공하고 있다. 모두 공적 언론기관인 만큼 민영

언론사보다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신문사, 통신사의 글로벌 전략이 자사 뉴스 번

역에 머무르고 있다면, 방송은 일찌감치 드라마와

예능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MBC는 한류 콘텐츠 인기가 높은 중국에 ‘나는 가

수다’ ‘진짜사나이’ 포맷을 수출했다. SBS는 지난해

중국과 ‘런닝맨’을 공동 연출하며 시청률 ‘대박’을

쳤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판 MBC ‘무한도전’이

CCTV에서, 중국판 SBS ‘정글의 법칙’이 안휘위성

TV에서 각각 전파를 탈 예정이다.

jtbc는 2013년 ‘히든싱어’ 포맷을 중국에 팔기도

했다. TV조선도 ‘남남북녀’ 포맷 바이블을 영어와

중국어로 제작하고 중화권에 프로그램 포맷 진출로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글로벌 방송 프로그램 포맷

시장 규모는 약 15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

송의 경우도 뉴스 콘텐츠에선 이렇다 할 글로벌 전

략을 찾긴 어렵다. KBS월드 같은 해외 채널도 뉴스

보다는 한류 스타나 한류 콘텐츠를 알리는 데 집중

하고 있다.

국내 시장 지키기도 벅차

오늘날 한국 언론의 글로벌 뉴스 콘텐츠 전략은 사

실 전략이라 말하기 무색할 정도의 수준이다. 뉴스

룸에서 국경을 넘어서는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고

민까지 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당

장 한국 독자를 대상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만으로

도 벅차다는 목소리가 많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미

주중앙일보도 한인 대상 매체이지 글로벌 전략으

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며 “해외 독자를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기사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 외에는 글로벌 콘텐츠 전략

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뉴스의 글로벌 전략이 부재한 한국 언론의 모습

은 역설적으로 부실한 국제뉴스를 통해 드러난다.

예컨대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6월 20일 ‘걸으면서 스

마트폰 보면 안 되는 이유’란 제목의 기사에서 “중

국의 10대 소녀가 길을 걸으며 문자메시지를 보

내다 하수구에 다리가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영

국 미러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

015특집 |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은 국제뉴스 선별 인식은 해외판 한국 뉴스로도 드

러난다. 한국 뉴스의 영문판 또는 중국판에선 가십

성 뉴스나 연예뉴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두들 디

지털 퍼스트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이용해 뉴스 소비층의 범위를 확대

할 만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에선 글로벌 종합 미디어 그룹에 대

한 논의가 활발했다. 그 결과가 2011년 종합편성채

널 도입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뉴스·시사 프로그램

편성에 집중하고 있어 애초의 도입 목적과는 멀어

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독자들을 점점 뉴욕타임

스에 빼앗길 상황이 머지않은 현실에서, 국내 언론

은 한국이란 좁은 시장에 남아 있는 한 줌의 광고수

익을 더 많이 얻기 위해 저널리즘이 부재한 저널리

즘을 보이고 있다.

해외 독자에 대한 분석이 전무한 상황에서 해외

콘텐츠 전략이 나올 리 없다. 페이스북 ‘좋아요’ 국

적 분석이 가능한 프로그램 ‘팬페이지카르마(www.

fanpagekarma.com)’에 따르면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 대부분 신문사의 공식 페이스북 ‘좋아요’의 경우

90%가 한국인이고 10%는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외

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좋아요’를 실제 독자라고

생각한다면 독자 10명 중 1명은 외국인인 셈이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경우 공식 페이스북

‘좋아요’ 한국인 국적은 30%대에 불과하다. 글로벌

뉴스 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우면 뉴스 콘텐츠의 세

계적 확산이 가능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요한 건 콘텐츠 혁신

독자를 확대하기 위해선 지금의 번역 페이지를 넘

어 콘텐츠의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의 전제가 독자

의 확대라면, 독자는 국경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언론은 흔히 콘텐츠 혁신을 기사의 형식적 다

변화로 이해하곤 한다. 예컨대 카드뉴스나 인포그

래픽, 큐레이션이다. 또는 데이터 저널리즘 도입을

생각한다. 하지만 콘텐츠 혁신은 이렇듯 독립된 형

식을 의미하진 않는다. 해외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

해 중요한 건 결국 콘텐츠다. 기사의 질이 제일 중요

하다. 한국 언론은 글로벌 독자 확대에 대한 관심도

역량도 부족하다. 영어권 나라에 비해 한국어를 쓰

는 입장에서 뉴스 콘텐츠 확장이 태생적으로 어려

운 측면도 있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 비해 분

명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오늘날 B2B 모델의 광

고 수익과 온라인 트래픽을 통한 단기 수익에 골몰

하는 한국 언론에게, 국경을 넘어서는 독자 확대 전

략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중국어판 서비스. 중국인 독자들의 주요 관심사를 고려해

한류 스타나 서울 관광 관련 기사가 상대적으로 눈에 띄게 배치되어 있다.

영자 신문은 언론사 글로벌 전략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일보의

자매지 코리아타임스는 1950년 11월 1일 창간된 현존하는 영자 신문 중

가장 오래된 신문이다. 코리아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특 집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016 신문과방송 07 2015

해외 언론의 글로벌 전략 사례: BBC, 차이나데일리, 르피가로

다국어 제공은 기본SNS 서비스는 필수

한운희

연합뉴스미디어랩기자

시장 개척은 모든 생산자의 숙명이다. 언론사

도 예외는 아니다. 언론사의 시장 개척은 이용

자 개발이 핵심이다. 디지털 기술과 초고속 네

트워크는 수용자 개발의 물리적·지역적 한계

를 사실상 무너뜨렸다. 웹, 소셜 미디어, 모바

일 메신저 등으로 동시에 연결된 글로벌 이용

자들을 언제라도 자사 매체의 수용자로 전환

할 기회가 지금 이 순간에도 주어지고 있다.

BBC-글로벌 전략의 선구자

영국 BBC는 전통 언론사 가운데 글로벌 전략

을 가장 다채롭고 적극적으로 펼치는 곳이다.

현재 BBC의 글로벌 서비스는 ‘BBC월드서비

스그룹’에서 총괄하는데 BBC월드서비스(TV,

라디오, 온라인), 월드뉴스, bbc.com/news, 미

디어액션 등의 사업 영역을 담당한다. 지난

BBC쇼츠는 그날의 핫이슈를 15초 안팎의 짧은 동영상으로 편집해 28개국 언어로

제공하는 BBC의 글로벌 서비스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이미지가

중요한 SNS에 최적화돼 있으며, 유튜브, 홈페이지, 방송 등 어떤 플랫폼에서도

유통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017특집 |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2013/14년 기준으로 BBC 전체 글로벌 서비스의 이

용자는 총 2억 6,530만 명이며 자세한 현황은 [표1]

과 같다.

BBC 글로벌 전략의 DNA는 BBC월드서비스

에 있다. 이 서비스는 1932년 BBC엠파이어서비스

영어 방송으로 처음 시작돼 1938년 1월 3일 아랍어

방송을 추가하며 꾸준히 제공 언어를 늘려 현재 총

29개 언어로 TV, 라디오, 온라인 등을 통해 BBC의

뉴스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2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영어 뉴스를 제공하는 BBC월드뉴스도 BBC 글로

벌 전략의 중요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5일 2주간 ‘한국 들여다보기(South

Korea Direct)’ 프로모션을 진행, 한국을 집중 탐구하

는 프로그램을 TV와 온라인을 통해 선보였다. 이를

위해 BBC월드뉴스 측은 직접 한국어 안내서를 제

작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3

BBC의 글로벌 전략은 전통적인 방송, 라디오,

웹페이지 등에 국한하지 않는다. 미디어 환경이 소

셜 미디어와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

라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 재빨리 자사 콘텐츠

를 적용하는 전략 역시 진행 중이다.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BBC월드뉴스 페이스북 계정은 팬 수가

1,000만 명이 넘는다. 대표적 글로벌 소셜 플랫폼인

페이스북에서 자사 콘텐츠 유통에 신경을 써 온 결

과다. 제임스 하딩 BBC 보도본부장이 작성한 ‘뉴스

의 미래(Future of News)’ 보고서를 보면 BBC는 중

국 CCTV, 러시아투데이, 알자지라 등 국가 혹은 거

대 후원 조직하에 있는 매체뿐 아니라 페이스북, 구

글, 트위터 등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도 글로벌 시장

의 경쟁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4

‘BBC쇼츠(Shorts)’는 소셜과 모바일 중심의 글

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대표적 상품이다.

2014년 초, BBC 비디오혁신랩에서 개발한 이 서비

스는 그날의 핫이슈를 15초 안팎의 동영상으로 편

[표1] BBC 글로벌 서비스 이용자 현황1 (단위: 백만 명)

영역 2013/14년 2012/13년 전년도 대비 증감률(%)

전체 265.3 256.0 9.3

월드서비스 191.4 192.2 -0.8

•월드서비스TV 58.7 41.5 17.2

•월드서비스라디오 127.8 144.8 -17.0

•월드서비스온라인 18.8 14.0 4.8

월드뉴스 75.8 70.9 4.9

bbc.com/news 27.7 24.8 2.9

[표2] 주요 글로벌 언론사의 페이스북·트위터 이용자 현황(2015년 6월 28일 기준) (단위: 만 명)

언론사 계정 페이스북(팬 수) 트위터(팔로워 수)

CNN 1,773 1,794

BBC뉴스 1,671 1,621

BBC월드뉴스 1,071 1,040

뉴욕타임스 962 1,759

CNN인터내셔널 893 373

018 신문과방송 07 2015

집해 보여준다. 핵심 영상에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간략한 자막이 포함된다. 영

상 형식 역시 세로나 가로형이 아닌 정사각형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이미지가 중심이 되는 소

셜 미디어에 최적화돼 있다.5 BBC쇼츠가 놀라운

것은 이 콘텐츠가 28개 언어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동일한 영상에 자막만 해당 외국어로 변경해 빠르

게 서비스될 수 있도록 전용 템플릿을 갖췄다. 언어

에 따라서는 자동 번역돼 서로 다른 언어판으로 제

작할 수 있게 설계했다. 유튜브, 홈페이지에도 사용

하지만 때로는 방송에서도 BBC쇼츠를 사용하기도

한다. 글로벌 콘텐츠로서 어떤 플랫폼에서도 유통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6

차이나데일리-온오프 모두에서 적극적

차이나데일리는 글로벌 전략에 적극적인 대표적 중

국 신문사다. 현재 중국 베이징에 데

이터 센터를 두고 지면과 온라인으로

아시아(홍콩), 미국, 유럽, 아프리카

판을 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한국, 호

주,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40여 개

이상의 지국과 인쇄 센터를 운영 중

이다. 차이나데일리는 국가에 따라

다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하

는데, 미국의 경우 뉴욕타임스, 워싱

턴포스트 등 주류 신문에 부록으로

제공하기도 했다.7

차이나데일리 역시 소셜 미디어

와 모바일 중심 미디어 환경에 적응

하며 글로벌 전략을 진행 중이다. 중

국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인 텐센트 홀딩스가 운영하는 메신저 서비스 위챗

(WeChat)은 차이나데일리의 중요한 공략 플랫폼 중

하나다. 위챗은 2015년 1월 21일 기준으로 11억 개

의 등록 계정이 있으며, 월간 4억 6,800만 명이 이용

중인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다. 중국어뿐 아니라 한

국어, 영어, 일어 등 20개 언어로 200여 개 국가와 지

역에서 서비스 중이며, 그중 70개국에서는 소셜 앱

순위 1위를 달리는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경쟁

력 또한 지니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위챗에 영어

판, 중국어판, 중영판 등 세 개의 공식 페이지를 운

영 중이다. 영어판은 물론 글로벌 수용자를 대상으

로 한다. 중국 외 국가에서 위챗을 통해 차이나데일

리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공식 계정이다. 중

영판은 차이나데일리의 전략 서비스 중 하나다. 중

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영어를 배우고

자 하는 중국인에게,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영어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미디어의 글로벌 전략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소셜 미디어 활용에서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위챗에서 서비스 중인 차이나데일리의 공식 페이지 영문판(왼쪽)과

중영판(오른쪽).

019특집 |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사용 외국인에게 유용한 페이지로 자리매김하고 있

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19일 첫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2015년 6월 현재 35만 명의 공식 구독자를 확

보했으며 위챗 내에서 매일 평균 5만 4,000페이지뷰

가 발생한다.8

르피가로-중국 시장 노린 ‘파리시크’

프랑스 르피가로는 중국 미디어 시장 진출을 꾀하

는 대표적 글로벌 매체다. 르피가로의 중국 시장 공

략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7월 16일

에 발간한 계간지 ‘파리시크(Paris CHIC)’가 그 주인

공이다. 목표 대상은 프랑스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

광객과 비즈니스맨이었다. 물론 발간 목적은 새로

운 수용자 발굴을 통한 광고 수익 확대였다. 파리시

크는 중국인이 동경할 만한 파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문화, 음식, 미용, 쇼핑 등을 소재로 담아내는 전략

을 취했다. 명품 구매력이 상당한 중국인 관광객에

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로 작용했으며 광고주

또한 상당한 호감을 보이는 계간지로 자리매김하기

도 했다.9 2014년 기준으로 96만 3,552부를 발행했

르피가로가 프랑스를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과 비즈니스맨을 목표로 2011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계간 ‘파리시크’(왼쪽). 지난해에는 인터넷판 서비스도

시작했을 뿐 아니라 중국 최대 SNS 서비스 위챗에 공식 홈페이지도 운영해 프랑스를 동경하는 중국 20~30대를 공략하고 있다(오른쪽).

BBC는 미디어 환경이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로 전환됨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에 자사 콘텐츠를 적용하는 전략을 진행 중이다. BBC월드뉴스

페이스북 계정은 팬 수가 1,000만 명이 넘는다. 글로벌 소셜 플랫폼인

페이스북에서 자사 콘텐츠 유통에 신경을 써 온 결과다.

020 신문과방송 07 2015

으며 프랑스와 중국에 각각 배부했다. 정기호 외에

도 한 해에 세 번 와인, 선물 안내서 등의 특별호를

발행하기도 한다.10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파리시크 역시 변화하

는 환경에 적응 중이다. 우선 2014년 파리시크 인터

넷판(www.figarochic.cn)을 론칭했다. 인터넷판은 지

면용 콘텐츠를 디지털 형식으로 가공해 제공할 뿐

만 아니라, 파리와 중국의 블로거를 필자로 영입하

여 콘텐츠의 일상성과 생생함을 더하는 전략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면으로 보여줄 수 없

는 다채로운 사진들, 기사와 지리 정보를 더욱 밀접

하게 엮은 인터랙티브 지도 등을 서비스해 콘텐츠

의 완성도와 깊이를 더했다. 아이패드, 스마트폰 같

은 모바일 기기에 대응하는 것 역시 파리시크가 놓

치지 않은 부분이다. 중국 내 수용자 개발의 핵심 전

략은 ‘위챗’ 공식 페이지 운영에서 드러난다. 파리시

크는 위챗에 어울리는 서비스인데, 파리시크가 다

루는 문화, 연예, 라이프스타일, 건강 등의 콘텐츠가

실제 위챗에서 주로 소비되는 콘텐츠 영역과 일치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르피가로의 전략을 지 타오

차이나데일리 유럽판 편집장은 “중국인에게 프랑

스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콘텐츠를 위챗을 통해 전

달하는 건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평하

기도 했다.11 유럽, 특히 파리 생활을 동경하는 20,

30대 중국인들의 심리를 꿰뚫은 가운데, 불특정 다

수가 아닌 개인 단위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을

구현하기에는 위챗만큼 훌륭한 플랫폼이 없기 때문

이다.

턱없이 낮아진 기술 비용,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글로벌 네트워크, 만국 공통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등은 콘텐츠 유통의 경계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쉴 새 없이 작동하고 있다. 세련되고 탄탄한 콘

텐츠와 기술로 무장한 외국 언론사의 공략을 무엇

으로 막아낼 것인가? 내가 가진 콘텐츠를 그네들의

나라에 잡음 없이 어떻게 스며들게 할 것인가? 시

장 유지와 확보 그리고 생존을 위해 수성과 공성에

관한 고민이 그 어떤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

이다.

1 BBC(2014),BBCAnnualReportandAccounts2013/14,p.70.

2 BBC월드서비스페이스북공식페이지,https://www.facebook.

com/bbcworldservice/info?tab=page_info

3 BBCSouthKoreaDirect한국어안내서,http://advertising.

bbcworldwide.com/docs/misc-/bbc-south-korea-direct-

brochure---korean-language.pdf

4 JamesHarding(2015),FutureofNews,BBC,p.46.http://newsimg.bbc.co.uk/1/shared/bsp/hi/pdfs/28_01_15future_of_

news.pdf

5 BBC쇼츠는이미지중심소셜미디어인인스타그램이대표적인배포채널이다.https://instagram.com/bbcnews/

6 대표적인경우가모바일메시징서비스인‘라인’이다.BBC쇼츠는라인공식계정도운영한다.앤드류웹BBC쇼츠편집장은“BBC쇼츠가가장

빠르게성장하는공간이라인”이라고밝히기도했다.라인BBC쇼츠

공식계정친구수는2015년6월28일현재94만4,000명이다.자세한

내용은다음페이지를참조할것.http://www.niemanlab.org/

2015/05/sharing-across-borders-how-bbc-news-wants-

to-streamline-social-news-across-multiple-languages/

7 데이비드샴보(2014).중국,세계로가다.박영준·홍승현옮김.아산정책연구원.359쪽.

8 지타오차이나데일리유럽판편집장의‘글로벌에디터스네트워크(GEN)서밋2015’발표내용.

9 최지선.“르피가로,중국어계간지발간”.신문과방송.한국언론진흥재단.2011년8월,116쪽.

10 ‘파리시크’매체설명페이지,http://www.figaromedias.fr/en/

content/paris-chic

11 ‘글로벌에디터스네트워크(GEN)서밋2015’<중국미디어혁신>토론중밝힌내용.2015.6.17.

특 집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021특집 |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지난 5월 초 뉴욕타임스가 2회에 걸쳐 연재한 뉴욕

네일살롱 노동자 관련 탐사보도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최저임금은커녕 하루 10달러도 받지 못하

는 노동자들, 각종 유해 화학약품에 노출되며 심각

한 건강 문제를 겪는 네일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보

도된 직후 파장은 엄청났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

지사는 일요일인 5월 10일 네일살롱 노동자 보호를

위한 긴급 태스크포스 발동을 발표했다. 뉴욕의 여

성들은 ‘네일살롱에 가야 하나’는 주제를 놓고 고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줍

니다”라고 붙여 놓은 네일숍마저 나타났다.

‘맥도날드-한인 갈등’ 취재기자

기사 중 1부에서는 미국에서 네일숍이 가장 많은

뉴욕의 네일숍 종사자 임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

뤘다. 이들 상당수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 할

뿐더러, 불법체류 이민자들이라, 노예계약에 가까

운 초저임금과 주7일 근무 등 미국에서 상상하기 어

려운 노동 착취를 당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착취

의 결과 미국 평균 매니큐어 가격이 22달러인데, 물

가가 높기로 유명한 뉴욕시의 평균가는 10달러에

그쳤다. 기사는 동네별, 인종별 네일 업계 내 계층화

도 다루었다. 맨해튼 고급 네일숍의 80%가량이 한

서수민

컬럼비아대저널리즘스쿨박사과정

집중 분석-NYT 네일살롱 탐사보도

‘블루오션’ 해외시장 진출 위한다국어 테스트

뉴욕타임스의 네일살롱 기사는 탄탄한 취재 못지않게 영어 외에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서비스해 화제를 모았다.

022 신문과방송 07 2015

국인 소유이며, 한국계 네일 종업원들은 다른 인종

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부에서는 네일숍 종사자들의 건강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미용 용품에 들어가는 화학

약품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고 사전에 안전

성 여부를 검사할 의무가 없다. 그 결과 뉴욕 네일숍

에서는 유럽연합이 금지한 발암물질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여기에 장시간 노출된 노동자들은

각종 암과 자가면역질환, 유산과 기형아 출산 등 심

각한 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탄탄한 취재와 문제의식 못지않게 특이했던 점

은 기사 전문이 영어뿐만 아니라 한글과 중국어, 스

페인어로도 게재됐다는 점이다. 기사의 주인공인 네

일숍 종사자 상당수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

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인데, 이는 기사의 주목도를

높이고 조회 수를 끌어 올리는데 기여했다. 뉴욕타임

스 웹 사이트에서 한글판 기사는 전체 웹 사이트를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이 읽은 기사로 오르기도 했다.

공익성과 가독성 모두가 탁월한 이 시리즈는 한

국과 유독 인연이 많은 젊은 기자의 호기심에서 비롯

됐다. 30대 초반의 여기자 사라 마슬린 니르는 얼마

전까지 뉴욕타임스의 공식 ‘노는 기자’였다. 인턴 시

절부터 나이트클럽과 파티 등 뉴욕의 화려한 밤문화

취재로 두각을 보인 뒤, 정규직 기자로 채용된 바 있

기 때문이다. 준수한 외모의 니르는 하룻밤에도 여러

곳의 파티에 참석하며 열심히 놀고 취재하는 기자로,

어떻게 보면 탐사보도와는 거리가 먼 기자였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뒤 니르는 뉴욕에서 가장 다

양한 인종이 살기로 유명한 퀸즈 지역 담당, 서울의

언론사라면 ‘영등포구 담당 사회부 기자’로 발령받

았다. 새 담당 지역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니르 기자는

한국계 노인들이 한인 밀집 지역 맥도날드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 매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

했다. 기사는 한인 사회를 넘어 갈 곳 없이 배회하는

노년층의 문제로까지 불거지며 큰 화제가 됐다.

취재 13개월, 4개국어 보도

맥도날드 기사를 쓴 뒤 얼마 후 니르 기자는 한국식

찜질방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손톱 단장을 하러 네

일숍 코너를 찾아간 그는 직원에게서 “주7일 일하

고, 평소에는 업소 안에서 쪽잠을 자다 일주일에 한

번 개인 숙소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

았다. 당장 이곳을 비롯해 몇 군데만 유사한 사례가

확인되더라도 이야깃거리가 되겠다 싶었다. 이렇게

시작된 네일숍 취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이슈가 드러났고 니르와 취재팀은 장장 13개월 동안

이 취재에 전념해 보도를 완성했다.

니르가 과거 취재했던 ‘맥도날드 한인 노인 사건’

당시의 교훈이 네일숍 보도에도 적용됐다. 기사 보도

뒤 모교인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스쿨을 방문한 니르

는 당시 한국인들이 뉴욕타임스 사이트에 몰려 왔고,

심지어 기사를 번역기로 돌려 공유하기도 했다고 기

억하며, “이런 엄청난 한국발 트래픽을 뉴욕타임스

웹 사이트로 끌어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니르가 냈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엄

청난 지원을 했다. 본지 1면에 낼 기사가 무려 4일

전에 인터넷판에 노출됐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

었다. 신문은 번역가를 별도로 고용해 한국어와 스

페인어, 중국어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

어용 콘텐츠로 번역한 다음 해당 지역 웹 독자들에

게 적극 홍보했다. 에디터 엘리자베스 굿리지는 “한

국 매체들은 우리가 자국어로 기사를 번역한 것 자

체에 관심을 가지고 보도했다”며 다국어 발간에 기

인한 ‘입소문 마케팅’이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023특집 | 언론사의 글로벌 전략

동시에 이번 사례는, 그동안 해외 시장 진출을 타

진해온 뉴욕타임스 국제화 전략에도 잘 부합한다. 지

면 광고 수입이 쪼그라들고 웹 광고 수입은 쉽게 늘

지 않는 상황에서 살길은 유료 독자인데, 해외에서

뉴욕타임스 사이트에 접속하는 고소득 고학력 독자

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뉴욕

타임스는 2012년 6월 중국어 웹 사이트를 선보이고,

2013년 외국 독자들을 겨냥한 별도 웹 사이트 ‘인터

내셔널 뉴욕타임스’를 출범시키며 합작사인 인터내

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을 해체하고 국제판 뉴욕타

임스로 관련 조직을 통폐합했다.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중국어판 웹 사이트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기사로 중

국 내 접속이 차단됐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

림픽 개최국인 브라질 특수를 겨냥해 포르투갈어판

발행을 발표한 뒤 결정을 번복했으며, 세계 최대 영

어 신문 시장인 인도에서는 IHT 시절 발행하던 종

이신문 판매를 유통 비용을 이유로 포기한 상태다.

해당 국가 문화 이해 필수

제임스 캐리 등 미디어 학자들은 뉴스 소비는 ‘정

보 습득’ 외에도 다양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

했다. 매일 아침 신문을 집어 드는 데에는 콘텐츠의

우수함뿐만 아니라 출근길 기차에서 남의 시선 피

하기, 동료들과의 화젯거리 발굴, 폐지 활용 등 다양

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해당 국가의 사회

적, 문화적 맥락에서 동떨어진 외국 매체는 제 아무

리 우수한 콘텐츠라도 국경을 넘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게 미디어 업계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는 해외 시장에

서 소정의 성공을 거둔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등 다

른 ‘고급 매체’ 들의 뒤를 따라 꾸준히 타 언어권 진

출을 엿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뉴욕타임스는 더

이상 뉴욕의 신문이 아니다. 웹 사이트 방문자의

3분의 1이 외국에서 접속하고 이들은 유료 독자의

10%를 차지한다. 특히 해외 독자들은 컴퓨터보다

모바일로 접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2012년 뉴욕타임

스 아이폰용 앱을 다운로드한 순위 2, 4, 5위 국가는

영어권도 아닌 중국, 한국과 일본이었다. 뉴욕타임

스가 해외 뉴스 시장에 ‘블루오션’이 있다고 믿는 이

유이기도 하다.

‘맥도날드 한인 노인 사건’ 당시의 교훈이 네일숍 보도에도 적용됐다.

니르는 당시 한국인들이 뉴욕타임스 사이트에 몰려 왔고 심지어 기사를

번역기로 돌려 공유했다고 기억하며, “이런 엄청난 한국발 트래픽을

뉴욕타임스 웹 사이트로 끌어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Erika Allen (May 14, 2015). Going viral: Behind the digital strategy

for metro's nail salon exposé. New York Times.

Justin Ellis (Feb. 17, 2015). The New York Times en español: An

experiment is putting Times stories in front of Spanish-

speaking readers. NiemanLab.

Christine Haughney (Oct. 13, 2013). A leaner Times aims for global

growth. New York Times.

메르스와 언론보도긴 급 점 검

비포-상세한 매뉴얼 개발

애프터-신속 투명한 정보 공개위기상황에서리스크커뮤니케이터의역할과해외사례/박효정

받아쓰기에만 충실, 적절한 정보 제공은 소홀메르스정보통제와언론보도의문제/심석태

긴급접검

025긴급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메르스와 언론보도

박효정

루이지애나주립대매스컴학과교수

위기 상황에서 리스크 커뮤니케이터의 역할과 해외 사례

비포-상세한 매뉴얼 개발애프터-신속 투명한 정보 공개

대한민국에서 메르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의 메르스 사태는 전 국

민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으며, 이로 인해 일상생

활과 주말의 풍경도 바뀌었다. 많은 학교들이 메르

스 확산 우려에 휴업을 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소비가 줄고 사

회 전반적으로 타격을 주었다.

위기관리에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

이름조차 생소했던 바이러스가 국민 전체를 위협하

는 전염병이 되기까지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이

큰 원인이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염병 위기 발생 시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어떤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까? 위기 대응에 있어서는 국

민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과도한 불안과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효과적인 리스

크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공중보건과 관련하여 리스크란 우발적으로 전

염병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이 닥칠 가능성

을 말한다. 의료진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위협

요소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현명한 판단

(informed decision)을 하도록 돕는 것이 리스크 커

뮤니케이션이다. 미국 국립연구위원회(US National

Research Council)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개인,

지난해 9월 미국 내 첫 에볼라 확진자 발생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센터장 톰 프리든. / 사진출처: 워싱턴포스트

026 신문과방송 07 2015

단체 및 기관들 간에 리스크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상호 교환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응뿐

만 아니라 정부와 언론의 협력, 책임감 있는 언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전염

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사회적 불신을 감소시

키고,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지켜야 할 원

칙들을 해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원칙1: 구체적 위기 대응 매뉴얼의 개발과 검증

신종 전염병마다 상세한 내용의 대응 매뉴얼을 만

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전염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이 상세한 내용을 담

고 있다면, 어떤 전염병이든 실제상황 발생 시 신

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지침을 줄 수 있을 것

이다. 그러려면 책임자와 각 기관이 수행해야 할 역

할과 지켜야 할 원칙뿐만 아니라 위기 단계별로 어

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인 행동 요령을 명시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이하

CDC)는 의료체계의 대응 계획, 긴급 경

보 발령 및 정보 공개, 전염병 검사 및

역학조사 등 15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공중보건 위기 대응 국가 표준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1 이는

지방정부들이 전염병에 대한 위기 대

응 매뉴얼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하

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실제로 CDC에서 신종 전염병이 발

생했을 때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항목

별로 구체적인 대응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나왔을 때, 추가 감염자 없이 환자가 완치될

수 있었던 것은 잘 짜인 매뉴얼과 이를 잘 따랐던 의

료진 덕분이었다. CDC는 2012년 중동 지역에서 메

르스가 발생하자 이 바이러스가 미국에 들어올 것

에 대비해 메르스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각 의료기

관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고열이 있는 의

심환자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해외여행 여

부를 묻고 곧바로 음압격리실로 옮겨 검사와 진료

를 시작했다. 환자가 확진 전이었음에도 의료진은

보호 장비를 착용했기 때문에 의료기관 내 전파도

일어나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 측면도 마찬가지이다. 세계보건

기구(WHO)가 2008년 내놓은 전염병 관련 커뮤니

케이션 가이드라인에서도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

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2 위기 상황이 닥치기

전에 누가 어떻게 소통을 담당할 것이며 언론 대응

능동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WHO의 그래프. 신속하고 능동적인

대처는 전염병의 확산(노란 부분)을 막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림 출처: WHO Outbreak

Communication Planning Guide(2008).

027긴급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위기 단계별로 상세한

계획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원칙2: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

위기 발생 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의 중요성

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CDC의 전염

병 대응 매뉴얼은 의료 관계자의 행동지침뿐만 아

니라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할 것이며, 루머

의 확산을 막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

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서 처음으로 에볼라 확진환자가 나오자 톰 프리든

CDC 센터장은 댈러스 보건국 및 병원 관계자들과

함께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실을 알렸다. 환자

의 행적과 증상 발현 시점뿐만 아니라 그가 찾았던

병원 이름도 공개했으며, 이후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 절차도 언급했다. 프리든은 이 기자회견

에서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에게 에볼라가 발현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미국 당국이 바이러스의 확

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제1원칙이다. 아직 불확실한 정보가 있다

면 그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언제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와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메르스 사태 초기,

우리 정부는 지역사회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고, 해

당 병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원칙

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는 SNS와 각종 인터넷 사이

트를 통해 루머와 신빙성이 떨어지는 정보가 확산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환자가 어느 지역, 어느 병원

에서 발생했는지 그리고 확진환자의 이동 경로 등

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전 국민을 과도한 불안에

떨게 했다. 구체적인 사실과 신뢰할 만한 정보는 얻

지 못하는데 감염자와 사망자는 계속 발생한다고

하니 국민들에게는 메르스가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

졌을 것이다.

또한 정보의 비공개로 접촉자 본인들이 메르스

에 노출됐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여러 병원을 다니면

서 메르스가 확산됐다. 확진자 중 정보 공개 이전에

정부 방역망에서 빠져 있던 환자도 여러 명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가렛 챈 WHO 사무총장 또한

6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사태 초기 정보 공개와 접촉

자 추적 조사가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에

아쉬움을 표했다.

원칙3: 양방향 소통과 신뢰 구축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의 전파를 막고 조기 종식을

위해서는 능동적인 양방향 소통 활동이 리스크 관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제1원칙이다.

불확실한 정보가 있다면 그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언제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언급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와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028 신문과방송 07 2015

리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WHO의 가

이드라인을 보면 효과적인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이 가지는 위험 인식이나 걱

정을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신뢰를 쌓고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소

통을 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전염병의 경우 지역사

회의 지지와 협력이 전염병 확산의 조기 종식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염병 위기로 인한 혼란 해소를 위해서

는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비합리적이라고 치부

해버리기보다는 그 정도가 얼마만큼인지를 우선 이

해하고, 그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메시지를

짜야 한다. 2003년 싱가포르에서 사스가 유행했을

때 싱가포르 정부가 보여준 대응 방법과 소통 방식

은 전문가들로부터 교과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3

싱가포르 정부는 초기 대응 시부터 ‘오픈 커뮤니

케이션’을 강조하며 국민들의 참여와 협조를 독려

했다. 싱가포르 보건국은 사스의 예방법과 진행 상

황을 알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의 우

려와 걱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알

렸다. 보도자료와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매

일 보건국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검증

이 됐고, 이는 사스에 대한 공포감 확산

을 막는 데 도움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루머나 잘못

된 정보를 신속하게 바로 잡기 위해 노

력했다.

국민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와

지침을 믿고 따를 것이냐는 국민들이

정부의 역량을 얼마만큼 신뢰하고 있는

지가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메르스

대응 초기에 우리 정부가 내놓았던 “낙

타와의 접촉을 피하고 낙타유 또는 낙타고기 섭취

를 피하라”는 예방법은 국민들의 위험 인식 정도와

정부에 기대하는 대응 방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물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위협이

나타나기 전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러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리스크 관련 메시지는 쉬

운 언어를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해

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어떤 대응 준비와 훈련을 하

고 있는지에 대해 홍보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기본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을 정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의

지침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기반이 마련되어 있

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갤럽이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

르면 미국인들의 61%가 정부의 에볼라 대응 능력

에 신뢰를 가지고 있었으며, 17%가 믿지 못하는 것

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갤럽의 6월

셋째 주 조사에 따르면 메르스에 대한 미숙한 대처

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

졌다.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이 지적한 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평소에도 온라인 뉴스룸을 통해 각종 질병과 위험에 관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언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CDC의 온라인 뉴스룸 화면 캡처.

029긴급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와 같이 우리 정부는 앞으로 활발한 양방향 소통을

통한 신뢰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책임감 있는 언론의 역할

위기에 대한 언론보도는 국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확신을 주기도 하고, 공포와 큰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언론과 긴밀하게 협

력하여 국민들이 알아야 할 관련 정보와 문제 해결

방안을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 미국의 CDC는 여

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변인팀이 언론을

담당하고 있다. 평상시에도 온라인 뉴스룸을 통해

각종 질병과 위험에 관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언

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는 국민들의 위험 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생소한 전염병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과잉 보도나 관심을 끌기 위해 선

정적인 표현을 쓴 과장 보도는 불필요한 불안과 공

포를 초래하게 된다. 신종 전염병일수록 알려진 바

가 적고, 논란이 되는 쟁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

라서 모든 보도 내용은 사실에만 근거하여야 한다.

정부 관계자나 인터넷 또는 제3의 정보원을 통해서

정보를 얻었을 경우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검증 과

정이 필요하다. 사실이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면 추측성 기사를 내는 것 또한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언

론의 무책임한 태도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그 예로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것은 근

거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마

치 공기 매개 감염이 일어난 것처럼 오해하도록 보

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또한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들이 나온 것을 두고 마치 지역 감염이 곧 일

어날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언론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응에 대해 감시자와 비판자의 역할도 시

행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에도 정부의 위기 대응 체

계와 전략에 문제점은 없는지 비판적인 관점으로

검토해야 한다. 문제점에 대해서는 관점이나 대안

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은 우리 정

부가 간과하는 위험요소는 없는지, 제공하는 정보

에 오류가 없는지, 그리고 가능한 문제 해결책은 어

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며, 정부에 대해 균형 잡힌

감시와 비판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후와 환경이 변화하며 발생하는 신종 바이

러스의 위협으로부터 그 어느 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국민들

의 안전을 지켜내는지는 잘 갖춰진 정부의 위기 대

응 시스템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달려

있다. ‘한국-WHO 합동조사단’의 평가에서 나온

것처럼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IT 기술 역량은 우수

하다. 우리 정부는 이런 우수한 기반을 바탕으로 철

저한 비상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신뢰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언론 또한 메르스 보도와 관련

하여 문제점들을 점검해보고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

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 CentersforDiseaseControlandPrevention(2011).Publichealthpreparednesscapabilities:Nationalstandardsforstate

andlocalplanning.Accessedathttp://www.cdc.gov/phpr/

capabilities/

2 WorldHealthOrganization(2008).WorldHealthOrganizationoutbreakcommunicationplanningguide.Accessedathttp://

www.who.int/ihr/elibrary/WHOOutbreakCommsPlanngGuide.

pdf

3 Chong,M.(2006).Acrisisofepidemicproportions:Whatcommunicationlessonscanpractitionerslearnfromthe

SingaporeSARScrisis?PublicRelationsQuarterly,51(1),6-11.

긴 급접 검

메르스와 언론보도

030 신문과방송 07 2015

메르스 확진자가 166명에 이르고 이미

24명이 숨진 뒤인 6월 19일, 주요 신문 1면

에 일제히 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 공동 명

의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에서 정부는 5월

27일에서 29일 사이, 그리고 6월 2일에서

10일 사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모든 사

람들에게 신고를 요청했다. 삼성서울병원

을 거친 사람들 사이에서 확진자와 의심 환

자가 계속 나타나면서 해당 기간 병원을 방문한 모

든 사람을 상대로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가만있기’만 한 언론

한국이 메르스 사태 초기에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WHO의 뒤늦은 지

적보다도,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무려 한 달 만에 나

온 이 광고는 메르스 관련 정보 관리의 문제를 상징

적으로 보여준다. 첫 확진자가 나온 뒤 2주 동안 정

부는 확진자가 거친 병원 이름을 절대 비밀에 부친

것은 물론 해당 지역이 어디인지, 동선은 어떻게 됐

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 광고가 보여주

는 정부의 태도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그런데 이 광

고를 실은 언론은 사태 초기, 충분한 정보가 투명하

게 공개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을까?

모자라지 않으면서 넘치지도 않기는 정말 어려

운 법이다. 재난 관련 보도는 더욱 그렇다. 자칫하

면 과잉 보도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잘못

심석태

SBS뉴미디어부장

메르스 정보 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

받아쓰기에만 충실적절한 정보 제공은 소홀

6월 19일자 주요 신문 1면에 실린 메르스 관련 정부 3개 부처 합동 광고. 정부는 5월

27일~29일, 그리고 6월 2일~10일 기간에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신고를 요청했다.

031긴급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하면 눈치보기나 했다는 욕을 먹기 십상이다. 지난

해 세월호 참사 때 우리 언론은 빗나간 경쟁과 부적

절한 보도로 지탄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1년 만에

벌어진 이번 메르스 사태는 언론이 재난보도에서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시민들이 이해하

지 못하는 대목은 정부와 언론이 왜 확진자가 발생

한 병원이나 이동 경로, 해당 지역 등 기본적인 정보

를 공개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병원명을 공개하

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런 정보는 시민들이 어디

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알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

니면 해당 지역이나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등 스스

로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었다. 이런 정보

가 공개되지 않으니 불확실한 정보나 유언비어가

SNS를 타고 번졌다. 유언비어를 단속할 최선의 방

책은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병을

준 정부가 처방마저 엉뚱하게 내린 셈이었다. 언론

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정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유언비어 홍수에 일조했다. 참다

못한 시민들이 아예 메르스 확산 지도를 만들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현상에 대한 기사는

쓰면서도 정작 해당 정보는 보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언론이 사태 초기 병원 이름 등을 공개하

지 않은 정부의 방침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소송 우려도 병원명 비보도에 한몫

당시 언론은 메르스 확진자가 거친 병원이 어딘지

공개할 경우 그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들이 일

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내원자들이 크게 줄

어드는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와

병원협회 등의 비공개 요청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

였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했다가 이런 불이익을 받

는다면 메르스 환자를 받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건 매우 타당성 있는 명분이었다. 과거 병

원 내 슈퍼박테리아가 문제 됐을 때 자체 조사를 통

해 슈퍼박테리아를 찾아내고 방역 조치를 한 뒤 그

사실을 공개했던 한 대형 병원에서 환자들의 무더

기 이탈 현상이 벌어졌던 사례도 제시됐다. 병원들

이 안심하고 메르스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비공

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감염병 보도 준칙’도 제시됐다. 이 준칙은 보건

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가 공동으로 정한 보도 기준이다. 이 준칙은 ‘현재

시점에서 사실로 밝혀진 정보를 제공할 것’ ‘정확하

지 않은 정보나 사실이 전달되지 않도록 과도한 보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에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사명이다. 언론이

시청자와 독자를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성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순간 언론 스스로 권력자와 한편이 되고 마는 것이다.

032 신문과방송 07 2015

도 경쟁을 자제할 것’ 등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발표 이전에 확진자 숫자 등에 대한 경마식 보도를

하지 않은 데는 지난해 세월호 보도의 경험과 함께

이 준칙의 영향도 있었던 걸로 보인다.

그렇다고 감염병 보도 준칙이 병원 이름 비공

개를 규정한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사실이 아닌

것, 확인되지 않은 것을 함부로 보도하지 말라는 것

이다. 그러나 언론은 많은 시민들이 이미 알고 있는

병원명을 ‘A병원, B병원’으로 보도했다. 심지어 한

병원이 의료진까지 대규모 격리돼 스스로 임시 폐

쇄를 선언해도, 다른 한 병원이 인터넷으로 확진자

가 발생한 사실을 공지해도 계속 ‘A병원, B병원’ 식

의 보도를 정부가 입장을 바꿀 때까지 고수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자. 첫 확진자가 나

온 5월 20일, 질병관리본부는 1번 확진자가 5월 11일

A병원에 외래로, 12일에서 14일에는 B병원에 입원

했으며 17일 C병원 응급실을 방문했고 18일부터 입

원치료를 받았으며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라고

나름의 동선을 밝혔다. 하지만 어느 병원인지, 어느

지역인지를 숨긴, 껍질뿐인 발표였다. 여기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이미 조사를 하고 있으며 일

반 국민들에게는 전파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도 곁

들였다. 확진자 발생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절하

게 대처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일반인들

은 물론 언론도 보건 당국의 발표를 무심하게 받아

들였다. 여기에는 사스 때의 모범적 대처에 대한 기

억도 작용했을 것이다.

합리적 의심 스스로 포기

합리적으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두 가지 경우를 생

각해볼 수 있었다. 먼저 이 확진자가 바이러스를 전

파할 수 있는 상태에서 만난 사람들이 많지 않고 이

들은 물론 이들이 추가로 접촉했던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 격리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다. 당연히 확

진자가 경유했던 모든 병원과 교통수단 등을 포함

해서다. 감염 가능 범위가 이렇게 확실하게 통제될

수 있다면 불필요하게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

들 필요는 없으므로 병원 이름과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합리적이다.

다른 하나는 문제의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의 전

파력을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따라서

어느 정도로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을 격리해

야 할지도 자신할 수 없으며, 실제로 확진자와 접촉

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모두 파악하기도 어려울

경우다. 전파력을 모르면 격리 대상을 어디로 잡아

야 할지는 당연히 알기 어렵다. 이 경우는 적어도 드

러난 사실들, 즉 확진자가 어느 병원을 언제 거쳤는

지를 공개해 그 시기에 해당 병원들을 갔던 사람들

이 스스로 감염 가능성에 대비하도록 권고하는 것

이 합리적이다. 해당 병원들은 위험성이 있는 곳을

봉쇄하고 추가적인 접근을 막는 것이 옳다.

지금 우리는 정부와 병원들이 당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쨌든 보건 당국은 물론 WHO조차 중동과

는 기후 조건 등이 상이한 한국에서 메르스 바이러

스의 전파력이 어느 정도나 될지 몰랐다. 격리 등 조

치를 취해야 할 사람의 범위도 폭넓게 잡지 않았고,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이 스스로의

건강 상태를 메르스와 관련지어 챙겨볼 수 있는 기

회를 얻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을 추가로 접촉하게

만들었다. 보건 당국과 병원협회 등이 병원명 비공

개 필요성을 강조하는 틈을 타 메르스 바이러스는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보호자, 문병객, 의료진까지

033긴급점검 | 메르스와 언론보도

감염시켰다.

그런데 언론은 도대체 왜, 이른바 ‘팔릴 것 같은’

사안을 놓고도 이렇게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을까?

사태 초기에 문제의 병원들이 어떤 곳들인지, 역학

조사는 얼마나 충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자가격

리 같은 조치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왜 좀 더 철

저하게 챙겨보지 않았을까? 감염병 확진자가 이미

여러 병원을 거치며 수많은 접촉자를 만들었는데도

‘안심하라’는 정부 발표에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을까?

보건당국은 물론 언론도 WHO의 메르스 감염

기준을 맹신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

뿐일까. 보건 당국은 물론 평소 관계를 유지해오던

병원협회 등 의료계의 취재원들을 너무 쉽게 믿은

것은 아닐까? 삼성서울병원 같은 영향력 있는 국내

수위의 대형 병원이 관련되지 않았어도 정부나 언

론 모두 이렇게 병원명 비공개를 밀어붙였을까?

언론의 직무유기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언론은 어떤 경우에도 시

청자와 독자의 입장에 서야 한다. 물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자세 또한 잃어서는 안 되지만 시민을 교

육이나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

려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

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

에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사명이다. 이런 측면에

서 각종 권력 기관은 본질적으로 언론의 감시 대상

이다. 보건 당국만이 아니라 병원협회를 비롯한 의

료체계 운영자들도 해당한다. 언론이 시청자와 독

자를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

는 이성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순간 언론 스스로

시민이 아니라 권력자와 한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뇌사했다는 ‘단독’ 오보

를 내는 등 성급하고 부정확한 보도로 눈총을 받은

언론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언론의 과잉 경쟁으

로 인한 무분별한 보도보다는 언론의 당연한 임무

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더 컸다. 상

당기간 견제받지 않았던 사태 초기 정부의 정보 통

제와 허술한 대처는 메르스 확산의 가장 큰 원인으

로 부각되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적을 상대하면

서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등 근

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정부 당국자들만큼이

나 이런 상황에 더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언론

의 책임도 크다.

언론이 스스로를 시청자와 독자의 대리인이라

고 생각한다면 정말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 그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취재해서 보

도했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은 적정한

것인지, 자택격리나 역학조사 등은 제대로 이행되

고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했어야 한다. 중구난방식

보도도 문제지만,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발표 받아

쓰기는 더 본질적인 언론의 정체성에 직결되는 문

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은 정부와

언론이 왜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이나 이동 경로, 해당 지역 등 기본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사태 초기, 메르스 관련 병원명 공개를

요구하는 인터넷 댓글들. SBS 8뉴스 홈페이지 5월 30일자 캡처.

언론 현장

취재원 옥석 가리기 어렵고

가십성 보도도 늘어북한관련취재보도의현실과문제점/김현경

축구를 사랑하는 기자들의

꿈의 무대43주년맞은한국기자협회주최축구대회/강아영

거센 환경 변화 속

언론의 안내자 겸 감시자‘메타비평’과‘메타언론’의역할과과제/이기형

몸 낮춘 메이저 언론

독자 찾아 SNS로애플,페이스북뉴스서비스와언론사의대응/김익현

언론 현장

035언론 현장

“김정은 호칭은 어떻게 써야 하나요?”

처음 북한 관련 뉴스 부서에 배정받은 기자가 흔히

하는 질문이다. 국내 주요 일간지와 방송의 김정은

호칭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노동당 제1비서’

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다.

“뭐라고 불러요?” 호칭부터 고민

북한 헌법에 따르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우리

의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북한의 최고영

도자(100조)로서 국방위원회뿐 아니라 국가의 전반

사업을 지도하며 비상사태, 전시상태 동원령을 선

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103조). 하지만 북한 헌법에

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11조)해야 한다고 명

시되어 있다. 말하자면 북한의 노동당 제1비서가 국

방위원회 제1위원장보다 높은 최고직위가 되는 셈

이다. 호칭 문제는 ‘국가원수’와 북한의 ‘실질적 최

고직위’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이다.

여기에 고려해야 될 사항이 또 있다. 우리 정부

는 북한 노동당을 카운터파트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일성, 김정일도 노동당 총비서가 아닌

국가주석, 국방위원장이라는 국가직위로 상대해

왔다는 전통과 정서가 남아 있다.

최고지도자의 호칭 문제에서 보듯 북한 담당 기

자들은 당-국가 체제라는 낯선 시스템에서 벌어지

는 북한의 정치 현상은 물론 중앙집권적 계획과 시

장이 공존하는 경제, 엄격한 통제와 편법이 어우러

진 사회 현상, 그리고 남북관계 등을 다루게 된다.

시청자(독자)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 통일의

파트너이면서도 대치하고 있는 상대 북한에 대해

많은 정보와 쉬운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문제

를 다루는 기자들에게 깊은 공부와 강한 내공이 필

요한 이유이다.

북한 문제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정

김현경

MBC논설위원

북한 관련 취재보도의 현실과 문제점

취재원 옥석 가리기 어렵고가십성 보도도 늘어

036 신문과방송 07 2015

보 접근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

는 남북대화나 교류 등 기삿거리가 다양했다. 또 제

한적으로나마 방북 취재도 가능했다. 물론 북한이

보여주는 곳만 가 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현장

에서 얻는 정보의 의미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지금

우리 기자의 방북 취재는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다.

기자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취재원

을 발굴하고 있다. 북·중 접경 지역에서 강 건너 북

한의 모습을 담고 북한을 오가는 사람들을 취재하

거나 통신원을 활용하기도 한다. 위성사진을 집중

분석하는 연구자도 있다. 북한 주재원이나 여행객

이 찍어오는 화면, 그들의 경험담도 취재대상이다.

더 나아가 북한 내 취재원과 직간접으로 접촉하기

도 한다. 최근에는 탈북민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단

체를 만들어 정보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

들의 실생활이나, 정서, 사회 변화, 시장 동향 등 유

의미한 정보가 유통된다. 최근 종편채널에 북한 관

련 프로그램이 늘어나다보니 북한 정보 시장이 제

법 커졌다. 그 과정에서 취재원과 이들이 전하는

정보의 신뢰도 문제가 심각한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 감시원으로 지목된 대한민국 통일부 간부

2006년 제14차 이산가족 상봉 당시 일이다. 한 일본

TV방송에 출연한 탈북자 A씨가 상봉장 화면에 등

장한 인물 중 두 명을 북한 감시원으로 지목했다. A

씨는 감시원들이 특별 관리대상인 납북자 출신 이

산가족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그중 한 사람은 자신

이 아는 인물이라고 했다. 일본 TV방송은 A씨가 지

목한 인물에 붉은 동그라미까지 쳐가면서 집중 분

북한 관련 취재 보도는 온갖 ‘설’속에 ‘아님 말고’식 기사 쓰기의 유혹에 끌리게 된다. 지난해에도 “김정은 건강 이상 원인이 에멘탈치즈 때문”이라는 확인

되지 않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사진출처: 영국 데일리미러

037언론 현장

이른바 소식통들을 통해 전해지는 북한 권력 내부의

소문들에 대해 검증해야 할 책임은 언론사에 있다. 과연 취재원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가? 취재원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했는가?

편견이나 이기적 동기가 얼마나 개입됐는가?

석했다. 하지만 둘 중 한 사람은 이산가족 상봉 때

마다 나오는 북측의 실무 지원 인력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남한의 통일부 간부였다.1 북한 감시원으

로 지목된 통일부 간부의 황당한 표정이 잊히지 않

는다. A씨가 왜 거짓증언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

았다.

이처럼 ‘믿을 만한 소식통’이 전하는 뉴스가 이

후 거짓으로 밝혀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13년 김

정은 제1위원장의 애인이라는 현송월 모란봉악단

장이 처형됐다고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하지만 그

녀는 몇 달 뒤 살아서 나타났고 지금도 활약 중이다.

처형설은 거짓으로 판명 났지만 그녀가 김정은 제

1위원장의 애인이라는 미확인 소문은 지금도 유통

되고 있다. 북한의 유명한 영웅 상업관리소장 정춘

실이 탈북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태국 수용시설에

서 그녀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춘실은 곧바로 북한 중앙TV에 등장했다.

2001년, 국내 한 언론사는 탈북했다가 재입북한

유모 씨가 북한에서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에 반발해 살아 있는 유 씨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

를 공개했다. 그러자 해당 언론사는 비디오 조작 가

능성을 제기했다. 유 씨는 이듬해 다시 북한을 탈출

해 자기 발로 남한에 들어왔다.

이런 온갖 ‘설’의 홍수 속에서 취재원으로서 우

리 정보기관의 역량은 돋보인다. 2013년 장성택 숙

청 과정은 그 백미였다. 정보기관이 장성택 실각설

을 제기한 뒤 북한은 매우 이례적으로 장성택의 숙

청과 처형 소식을 확인했다. 하지만 종종 정보기관

이 정보를 릴리즈하는 시기, 방법, 신뢰도 등에서 의

도성이 지적되기도 한다.2

‘득문(得聞)’한 것을 충분한 확인 없이 ‘전언’하

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하지만 흔히 ‘지라시’로

폄하되는 수준의 ‘설’도 북한 보도 분야에서는 쉽게

뉴스화된다. 그 원인 중 일부는 북한의 폐쇄성 때문

이다. 북한은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

고 뻔한 사실도 감추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실

제로 북한 관련 소문이 몇 년 뒤 사실로 확인되는 경

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북한이 우리 언론사를 명예

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 고발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님 말고’ 식 기사의 유혹에 끌리게 된다.

신뢰도 높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언론사와

기자가 취재원의 신뢰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경력을 부풀린 일부 탈북민들의 증언

을 더 신중히 검증해야 한다. 이른바 소식통들을 통

해 전해지는 북한 권력 내부의 소문들에 대해 검증

해야 할 책임은 언론사에 있다. 저널리즘 윤리나 취

재의 기본에 대해 훈련받지 않은 그룹이 생산하는

정보라는 점이 더 깊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과연 취

038 신문과방송 07 2015

재원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가? 취재원은 그 정

보를 기자에게 전달할 만큼 충분히 이해했는가? 사

실과 의견을 구분했는가? 편견이나 이기적 동기가

얼마나 개입됐는가?

이 과정에서 기자의 경험과 전문성은 정보의 신

뢰도와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보의 편

린을 모아 맥락을 구성할 수 있고, 반대로 그럴듯한

스토리에서 허구를 발견해낼 수도 있다. 심지어 북

한의 선전매체만 잘 읽어내도 행간에 담긴 허구와

진실, 허세와 고민을 가려낼 수 있다. 적지 않은 북

한 담당 기자들이 대학원 과정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죄수번호를 받은 기자

북한 담당 기자들 앞에 놓인 또 다른 숙제는 북한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다. 남북은 여전히 서로의 안

보를 위협하는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군사적 대치

와 충돌은 엄연한 현실이다. 3대 세습과 피의 숙청

이 현실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커지

고 있다.

기자들도 이념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2013년 북한의 인터넷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가 해킹 당하면서 이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북

한 담당 기자들의 신상 정보가 털렸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들에게 ‘죄수번호’까지 붙이며 종북

좌파 기자로 매도했다. “북측의 주장을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할 취재 원천”3으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

삼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기자들의 부담과 고

민은 커진다. 북한 언론 매체의 인터넷 사이트는 차

단돼 있고, 취재를 위해 우회망으로 접근해 자료를

보관하는 일도 부담스럽다. 이런 분위기에서 객관

성과 공정성은 어떻게 발휘되어야 하는가?

심층 분석보다 흥미 위주의 기사를 양산하는 한

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는 최근 북한 이슈에서 더

욱 두드러진다. 시청자(독자)들도 점점 복잡한 분석

보다는 흥미 위주의 기사,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집

중한다. 언론사는 동북아 정세를 위협하는 미·중

갈등이나, 북한 핵 능력 강화, 주변국의 대북 정책이

나 이해득실, 미래 전략에 대한 깊은 분석보다는 잔

인한 처형방법, 숙청, 김정은의 가정사, 심지어 그의

헤어스타일과 건강 등에 관심을 보인다. 스마트폰

뉴스 시대에는 더 화끈한 한 줄 제목과 짧은 기사가

각광받는다. 전문기자들의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지

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 관련 뉴스는 전문성과 정보

접근의 어려움, 확인되지 않는 소문, 남북관계의 특

수성과 그로 인한 정파성, 정체성 등이 복잡하게 얽

혀 길을 잃고 있는 듯하다.

정부와 주요 언론사들은 2015년 벽두부터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시대를 개막하자고 강조했다.

통일 기반을 다지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이벤

트’와 ‘구호’도 화려하다. 통일시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통일 지향의 언론이다. 북한 문제,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들을 다루되 더 많이 검증하고, 더 깊이 생

각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당장의

관심만이 아닌 한반도의 미래도 다루어야 한다. 이

를 위해 언론인들에게는 더 긴 호흡과 멀리 내다보

는 안목, 부단한 노력과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1 “日TV,통일부직원‘北감시원’지목사과”.연합뉴스2006.7.6.

2 DanielPinkston,“ShadowboxingontheKoreanpeninsula”.TheInterpreter.2015.5.29.

3 “죄수번호160번의고백”.중앙일보34면,2013.4.19.34면

언론 현장

039언론 현장

강아영

기자협회보기자

43주년 맞은 한국기자협회 주최 축구대회

축구를 사랑하는 기자들의꿈의 무대

매년 5월, 2주간 열리는 대회가 있다. 한국기자협회

가 주최하고 약 60개 언론사가 참여해 치열한 토너

먼트를 펼치는 기자협회 축구대회이다. 축구를 좋

아하는 기자에게는 가히 꿈의 무대로 불릴 만한 이

대회는 올해 43회째로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

는 축구대회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기자들도 전지훈련 간다

축구대회의 열기는 대회 시작 전부터 달아오른다.

우승에 욕심을 내는 팀들은 대회 몇 달 전부터 연습

을 시작하는데 타 언론사 또는 축구동호회와 연습

경기를 갖는 한편 전지훈련까지 떠나기도 한다. 올

해 우승을 거머쥔 중앙일보의 경우 전국 공무원 축

구대회에서 우승했던 ‘서울시청 공무원팀’, 선수 출

신이 다수 포함된 축구동호회 ‘PNM’ 등 강팀과 겨

루며 경기력을 키웠고 지난해에는 포천으로 전지훈

련을 떠나기도 했다. 외부 감독을 초빙해 특별 레슨

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서울경제는 올해 청소

년 국가대표 출신 강사를 초빙해 수비, 조직력 등을

중심으로 4회 정도 강습을 받았다. 그 덕분인지 4위

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강팀으로 부상했다. 축구대

회 출전을 위해 기자협회 가입을 간절히 바라는 언

론사도 있다. 올해 기자협회 신규 가입사가 된 더팩

트는 “가입하면 꼭 축구대회에 참여하겠다는 열망

이 있었다”며 “기자협회 가입 직후 바로 연습을 시

작했다”고 전했다.

연습부터 달아오른 열기는 실전에서 정점을 찍

는다. 각 팀들은 우승 트로피를 놓고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같은 계열

사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 동족상잔이라고 부를 정

도로 피 터지는 경기가 펼쳐진다. 이렇게 격렬한 볼

다툼은 간혹 언쟁으로 번지기도 하고 양 팀 모두 심

판에게 옐로카드를 받는 일도 드문드문 일어나게

040 신문과방송 07 2015

된다. 하지만 대부분 페어플레이를 통해 훈훈한 경

기를 펼친다. 상대팀 선수가 넘어지면 먼저 달려가

일으켜주고 경기에 패한 팀이 이긴 팀에게 “꼭 우승

하라”며 덕담을 해주기도 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상대팀 응원단에 가서 인사를 하고 응원단 역시 뜨

거운 격려를 아끼지 않는 문화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그라운드에서는 우승을 향한 집념

이 활활 불타오르는 것이 정석.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펼쳐지거나 극적인 골이 터지면 선수들도

감독들도 흥분하게 된다. 특히 감독들의 신경전은

만만치 않다. “기다리면 어떡해. 붙어!” “길게 패스

해!” 감독들의 쏟아지는 주문과 판정 항의에 그라운

드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그래서인지 간혹 부상 선

수들이 나온다. 기자협회는 매년 ‘부상 없는 대회’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올해와

지난해에는 다행히 큰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2013년도 대회에서는 7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당시

뉴스Y 이혁 기자는 아주경제와의 8강전에서 쇄골

이 골절되며 전치 7주의 진단을 받았고 석남준 조선

일보 기자는 십자인대 파열이란 부상을 안고 뛰다

가 경기 도중 실려가 전치 15주의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자사팀 경기 인터넷 생중계도

선수들과 감독만큼이나 열기를 불태우는 곳이

있다. 바로 응원단이다. 응원단은 선수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신명난 응원전을 벌인다. 꽹과리, 북, 부부

젤라, 응원봉을 동원해 선수들을 응원하는가 하면

색색깔의 가발이나 인형탈을 쓰고 기를 북돋기도

한다. 다양한 현수막을 제작해 시선을 사로잡는 곳

올해 기자협회 축구대회 우승은 중앙일보에게 돌아갔다. 중앙일보는 전국 공무원 축구대회에서 우승팀인 ‘서울시청 공무원팀’ 등 강팀과 경기하며 실전

감각을 키웠고 지난해에는 포천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041언론 현장

들도 있다. 올해 아시아경제는 이의철 편집국장 사

진과 함께 ‘축구는 전쟁 이상이다’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흔들며 선수들을 응원했고 중앙일보는

지난해 내걸었던 ‘소설은 김훈, 축구는 최훈’ 플래카

드를 재활용했다. 몇몇 응원단은 멋진 플레이를 촬

영해 사보에 싣거나 응원을 오지 못한 다른 동료에

게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올해 SBS는 경기장

을 찾지 못한 동료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스마트폰

과 셀카봉을 이용한 인터넷 생중계를 선보여 눈길

을 끌었다.

동료들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그라운드를 누비

는 남편과 아빠를 열렬히 응원한다. 이들을 위해 지

난해 jtbc는 흰색 바탕에 파란색 jtbc 로고가 새겨

진 아동용 티셔츠를 제작했고, KBS는 신청자에 한

해 아이들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만들

었다. 더욱 신나 응원하는 아이들 덕분에 응원단에

도, 그라운드에도 웃음꽃이 활짝 핀다.

사장과 편집국장 등이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하

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기

자 모두가 축제라는 마음으로 참여했으면 한다”며

승패에 상관없이 대회를 즐기다 가는 사장이 있는

가 하면 “우리 선수들이 힘내서 뛸 수 있도록 열심

히 응원하겠다”며 선수들이 뛰는 내내 함께 환호하

고 안타까워하는 사장도 있다. 심판석까지 찾아와

판정에 항의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장

들도 간혹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많은 연습도 열띤 응원도

무색하게 경기는 예측불허, 이변의 연속으로 흘러

가기 마련이다. 특히 기자협회 축구대회는 전후반

15분인 만큼 엎치락뒤치락 하다보면 정규 경기 시

간에 승패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승부

차기에서 승패를 결정짓곤 하는데 골키퍼가 활약하

는 곳일수록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최

우수 선수상도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두 골을 막아

내 중앙일보 우승에 기여한 한영익 기자가 받았다.

지난해 8강에서도 골키퍼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3위의 주역인 이진석 TV조선 기자는 20년

간 해온 조기축구 실력을 어김없이 발휘하며 위기

의 순간마다 팀을 구해냈다. 지지난해 우승의 일등

공신도 골키퍼인 박준모 조선일보 기자에게 돌아

갔다. 박 기자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총 6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철벽수비를 자랑하며 ‘승부

차기=승리’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첫 여성 골키퍼 등장

그런데 올해 아주 특별한 골키퍼가 탄생했다. 13년

만에 축구대회에 출전한 코리아헤럴드가 후반전,

여성인 손지영 기자를 골키퍼로 투입한 것이다. 손

축구대회 출전을 위해 기자협회 가입을 간절히 바라는

언론사도 있다. 올해 기자협회 신규 가입사가 된 더팩트는

“가입하면 꼭 축구대회에 참여하겠다는 열망이 있었다”며

“기자협회 가입 직후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042 신문과방송 07 2015

이번 대회에는 여성 골키퍼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코리아헤럴드의 손지영 기자는 후반전 골키퍼로 교체 투입된 뒤 두 번의 슛을 막아내며 맹활약을

펼쳐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받았다.

기자협회 축구대회는 기자들뿐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축제의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jtbc는 아빠를 응원하러 온 어린 자녀들을 위해 jtbc 로고가 새겨진

아동용 티셔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043언론 현장

기자는 투입 1분 만에 골을 허용했지만 이후 두 번

의 슛을 막아내며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받았다. 손

기자는 “응원하러 왔는데 신용배 경제부장이 부상

을 당해 대신 뛰게 됐다”며 “앞으로 여성들도 축구

대회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예전에도 여기자가 축구대회에 참가한 적

이 있다. 2013년 출전한 전지혜 코리아타임스 기

자다. 과거 프리미어리그 기사를 쓰며 축구에 지대

한 관심이 있었다는 전 기자는 당시 후반에 교체선

수로 출전해, “꼭 한 골을 넣겠다”며 경기장에 나섰

고 상대팀인 이데일리 응원석에서도 환호성을 보낼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일은 드물게 일

어날 뿐 아직도 축구대회에 여기자가 참여하기 어

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자협회가 좀 더 다양한 기자

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대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

문을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축구대회 참가 연령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기를 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기자들이 그

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

론 20~30대 젊은 기자들의 실력이 시원치(?) 않아

직접 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는 편집국의 고령화

현상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4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기자직 현황에서 50세 이상 기자가 5,359명(23.4%)

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일간신문, 주간신문, 인터

넷신문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었다. 2012년 대비 2013년 연령별 기자직의 증감 현

황에서도 44세 이하 종사자는 줄어들고 45세 이상

의 종사자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일간신

문에서 50세 이상 기자직이 전년 대비 52.9%나 증

가했고, 주간신문에서는 29세 이하 기자직이 30.8%

감소했다.

이런 어두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50대 기자들의

활약상은 눈길을 끈다. 박선화(56) 스포츠서울 전

무는 1986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이듬해부터 축구

대회에 출전, 서울신문 경영기획실 부장을 맡았던

2004년을 제외하고 30년간 줄곧 주전 선수로 활약하

고 있다. 박 전무는 올해 축구대회에서도 최전방 공

격수로 나서 BBS불교방송과의 경기에서 전후반 2골

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3년 조선일보 우승의 주역

인 정병선(51) 기자도 줄곧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

는데 이번에도 헤럴드경제를 상대로 후반 쐐기골을

넣으며 조선일보의 16강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더욱 많은 기자들의 참여 기다려

사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기자협회 축구대회다. 격한 업무와 잦

은 술자리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기자들이 초록

색 잔디밭 위에서 뜨거운 숨을 뱉어내며 공을 찬다

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만만치 않은, 그저 빨리 끝났

으면 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

료와 화합을 다지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자협회는 더욱 많은 기자들이 즐

겁게 참여하길 원한다. 우승팀 외 대부분의 팀들에

게 포토제닉상, 공로상, 페어플레이어상, 우정상, 베

스트유니폼상 등 특별상을 수여하는 것도 그 때문

이다. 특별상을 받은 기자들은 아이처럼 좋아하며

“경기에 져 아쉬운 마음을 많이 달랬다”고 말한다.

물론 기자협회 축구대회가 보완할 점도 많을 것

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회가 되도록

기자협회도 앞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1년

중 가장 싱그러운 5월에 열리는 기자협회 축구대회,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회원사들의 많은

참여와 성원을 기대한다.

언론 현장

044 신문과방송 07 2015

‘메타비평’과 ‘메타언론’의 역할과 과제

거센 환경 변화 속언론의 안내자 겸 감시자

이기형

경희대언론정보학과교수

“비평에도 메타비평이 있는 것처럼, 언론에도 메타

언론이 필요합니다. 언론을 취재 영역으로 삼는 매

체가 언론 종사자들에게 유용하면서 두려운 것처럼

독자들에게 ‘언론계의 움직임’을 보도하는 것이 중

요한 책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1 언

론 비평 또는 언론을 대상으로 삼는 메타비평에 관

해 한 기자가 풀어낸 음미할 만한 관찰점이다.

미디어 비평 또는 매체 비평이나 보도 비평 등으

로 다양하게 호명되는 작업은, 통상적으로 특정 매

체가 수행하는 역할이나 언론장 내에서 전개되는

개별 보도, 프로그램의 기능과 함의 그리고 문제점

과 한계를 세밀하게 진단하는 방식으로 추구된다.

즉 언론이 사회 내에서 수행하는 관행적인 활동과

다양한 사회정치적인 기능과 면모들을 능동적으로

추적하며, 진단하는 작업을 언론에 관한 비평 혹은

‘메타비평’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비평 작업의 함

의를 주제로 삼는 이 글은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

된다. 앞부분에서 필자는 매체 비평과 메타비평의

역할과 함의에 관한 논의를 제기하며, 두 번째 부분

에서는 최근에 ‘메타언론’으로서-즉 ‘언론의 동향을

검증하는 언론’으로서의 역할을-꾸준히 수행해 온

‘미디어오늘’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메타비

평 작업에 관한 일련의 관찰점들을 중심으로 논지

를 풀어가고자 한다.

매체 비평의 다양한 시도

일반적으로 ‘비평’이라는 행위는 문학과 인문학, 미

학, (대중)예술 등의 영역에서 특정한 텍스트나 작가

또는 동료 비평가의 작업을 심도 있게, 논쟁적으로,

그리고 일정한 근거와 추론 그리고 설득력을 동반

하면서 진단·검증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 작업은

분석되는 주요 텍스트의 내부 의미구조, 활용되는

전제나 인식들, 체화되는 논리(성)의 명암, 수사와

045언론 현장

설득의 전략들, 그리고 이러한 텍스트에 직간접적

으로 영향과 압박을 발휘하는 제도·담론적인 맥락

과 효과들을 상세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탐구하(려)

는 모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다.

이제 진단과 탐구의 영역을 언론으로 바꾸면, 전

술한 비평이라는 행위와 개입은 기사나 뉴스 스토

리 혹은 특정 보도와 연작 등에 관한 치밀하고 집중

된 해독에서, 매체가 생산하는 의미와 담론 효과들

에 관한 거시적이고 중층적인 진단을 포함한다. 이

러한 미시적 사례 분석이나 이를 넘어선 국면적으

로 발휘되는 언론 담론들의 효과에 주목하는 진단

은, 종종 특정 사회정치적인 이슈를 재현하는 언론

의 논조나 지면 또는 콘텐츠의 구성과 배치,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선호되는–또는 충돌하는-프레임들

을 대상으로 탐구된다. 또한 방법론의 측면에서는

기사와 콘텐츠에 관한 질적, 양적인 (내용) 분석, 텍

스트와 담론 분석, 이데올로기 분석 등이 종종 활용

되며, 여기에 제도 분석이나 생산(자) 연구 등의 측

면을 부분적으로 조합하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사회 내 주요 이슈와 현상을 보

도·진단하는 특정 매체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혹은

관련 문맥과 효과를 조밀하게 조명하는 과정에서,

주요 매체들 간의 특정 사안이나 쟁점에 관한 입장

과 차이를 비교하는 ‘상호 비평’이 시도되기도 한다.

한편 자사의 보도 방식과 방향성을 진단의 대상으

로 삼아 이를 성찰적으로 비판하고, 개선과 보완의

측면을 추구하는 일종의 옴부즈맨 식 접근이 매체

비평의 이름으로 수행되기도 한다. 조금 다르게 과

거의 ‘안티조선’ 운동 등과 같이 특정 언론의 사회정

치적 기능과 논조에 집중하는 개입적인 진단이나

실명비판 등의 방식이 활용되기도 한다. 동시에 이

러한 비평 작업은 언론이 생산하는 주요 콘텐츠들

의 특징과 함의를 조밀하게 비교하며 다면적으로

탐구하(려)는 노력과 함께, 특히 논쟁과 갈등의 가

능성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려는

체화된 의지를 포함하게 된다.

또한 공공적인 측면에서 특정 정책적 사안이나

쟁점이 점화되며 치열한 움직임과 힘의 동학을 형

성하는 국면에서, 언론이 전달하고 (선택적)으로 구

성·강조하는 ‘사실’과, 이를 풀어내는 특정한 관점

들에 대한 치열하고 정치한 숙고는 집중되고 만만

치 않은 지적, 비판적 노동과 비전을 필요로 한다.

즉 뉴스 스토리나 기사가 ‘선택적으로’ 구성하는 현

실 인식과 이 과정에서 배태되는 권력과 이해관계

들의 동학과 이면을 치밀하게 조명하고 추론함으로

써, 매체 비평과 메타비평은 단편적이거나 평면적

인–또는 왜곡·과장되는–사실과 가치들의 배치

를 넘어서서, 언론이 생산하는 일련의 의미와 담론

들이 전술적으로 강조하거나 드러내지 않는 이면들

을 끈질기게 파고든다. 이러한 모색의 과정에서, ‘대

항적인’ 팩트들과 논리의 구현, 그리고 심화된 판단

과 공감 가능한 준거점을 모색하게 된다. 이러한 측

면에서 매체 비평과 메타비평은 언론의 상업주의와

강한 정치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정파성의 문제를

깊게 파고들며 사회적 책무성을 실천하고 이를 공

론화시키고자 하는 비판적-개입적인 ‘감시자’이자,

언로의 ‘안내자(pilot)’ 또는 ‘풍향계’, 그리고 숙련된

‘비판자’로서의 노력을 수행하는 것이다.

‘동업자’ 비평의 어려움

이 대목에서 매체 비평이 탐구할 수 있는 주요 이슈

들로 언론의 행태와 정파성 또는 ‘유사권력화’의 문

제, 언론이 발현하는 특정 가치와 이데올로기들, 정

치권력과 언론의 관계성, 보도와 취재의 공공성과

046 신문과방송 07 2015

균형성, 언론 내부의 관행과 생산 과정의 특성 및 이

면, 매체의 소유(구조)와 제도적 효과들, 뉴스 생산

과 소비의 메커니즘과 미디어 생태계적인 변화상,

광고주와 언론의 관계 등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비평 작업이 충분히 이루어지거나 축

적되기에 언론계와 학계 안팎의 문제의식과 기반이

충분치 않은 점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당 부분 단편적인 팩트와 선호되는 가치를 조

합한 기사를 제공하며, 종종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하는 한국 사회 내 제도언론이 구사하는

논조와 틀 짜기에 대한 정치한 해독과 진단은,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은유되는 언론 지형에서 결

코 적지 않은 역할과 역능 그리고 역사성을 발휘해

왔다. 동시에 이러한 개입적 역할로 인해 매체 비평

과 메타비평이 공박과 비난을 받거나 (의도적으로 제

기되는) 편향성의 문제 제기에 휘말리게 되는 사례

들도 존재한다.

현 언론 현실 속에서 매체 비평은 충분히 활성화

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먼저 타사의 논조

와 보도의 특성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일은, ‘동업

자’에 대한 결례 내지는 이러한 작업이 가져올 수 있

는 직간접적인 마찰이나 갈등 등으로 인하여 주변

화되거나, 관성적으로 회피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하게 ‘비판 저널리즘’의 구성적

인 동인으로, 매체의 활동상과 역할에 관한–특히

경사되고 편향되거나 은연중에 이해관계를 드러내

며 과장된 보도와 같은 문제적 측면에 대한–공공

적인 검증과 비판적 문제 제기가 마땅히 필요하며

이러한 역할이 적지 않은 의의를 발휘하지만, 그러

한 만큼, 비평 작업이 담지하는 균형성과 전문성, 윤

리성, 그리고 방향성 등을 숙고하는 정련된 노력과

성찰성이 크게 요구되기도 한다. 즉 메타비평의 과

정에서 언론이 발현하고 있는 일련의 문제적인 측

면들에 대한 감시와 개입적인 비판의 정련화, 특정

사안의 보도에 관한 매체들의 행태를 치밀하게 가

늠·진단하는 작업이 강하게 요구되는 동시에, 매체

비평의 방식이나 틀 자체에 관한 재귀적인 숙고 또

한 요구되기도 한다.

매체 비평에 필요한 덕목들

매체 비평은 이렇듯 기대되는 역할과 함의의 측면

에서 기민한 노력과 균형성, 만만치 않은 지식과 내

공의 축적, 그리고 용기와 자기반영성 등을 필요로

하는 고단하고 결코 적지 않은 노고와 다면적인 사

유가 필요한 작업이다. 동시에 이러한 긴요한 작업

과 소명의식에 관한 우리 사회 그리고 언론계 내부

의 평가가 크게 전향적이지 못하기에, 심화된 매체

비평은 규범적인 강조를 넘어서 충분한 가치나 역

할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한편 비평의 주요 주체라는 측면에서 저널리즘

과 언론의 동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경우, 언론장

내 특정 사례들을 기민하게 분석하고 정련된 입장

을 제기하는데 여러모로 소극적이거나 일정한 한

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주로 긴 호흡으로 그리고 특

정한 이론틀을 활용하면서 언론장의 동학이나 주

요 쟁점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경우, 언론 생산 현장

의 내부 주체들과는 상이한 지적 훈련과 체험 그리

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다르게 언

론 현실 속으로 ‘개입적인’ 분석의 시선을 던지는 비

평 작업에 관해 부담을 느끼고 주춤거리거나, 훈계

하는 주체 정도로 역할론을 발휘하는데 그치는 연

구자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결과 매체 비평이 실행되는 측면에 있어

서는 비평가 집단과 기자 집단 그리고 소수의 학자

047언론 현장

들이 독자들에게 언론 영역의 취재 및 보도 양상과

활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해독과 검증 작업

을 주로 수행한다. 나아가서 매체 수용과 스마트 테

크놀로지의 변환으로 거센 도전과 중첩되는 위기

상황을 대면하고 있는 언론장의 현황과 확립된 매

체들의 축소되는 사회적 위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진단하면서, 일정한 대안과 전망을 탐색·추구하는

작업도 매체 비평과 메타비평이 매우 필요로 하는

주요한 덕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20주년 기획

전문 매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얼마 전에 특집으로 마련한 연속 기획시리즈

는 다루는 범주와 주제 그리고 현안과 쟁점을 논하

는 다면성과 복합적인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상당히

조직적이며 인상적이다. 이 기획은 우리 사회 속 저

널리즘의 역할과 동요하는 현실 그리고 매체들이

도전받고 있는 측면들과 긴밀하게 관련된 스무 개

의 주제를 매우 조밀하게 풀어낸다.

이 기획은 언론 현장과 언론의 사회정치적인 역

할을 근접해서 관찰하고, 비판과 조망을 꾸준히 수

행해 온 메타비평의 활동이 유기적으로 녹아든, 여

러모로 생산적인 작업이자 노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첫 번째 주제인 “무너진 저널리즘,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에서 마지막 꼭지인 “저널리즘의 복

원, 거창하지 않지만 핵심적인 해법들”에 이르기까

지 이 연작은 사례 진단과 매우 많은 현업의 기자

들과 언론 관련 연구자들의 관찰점과 다양한 제언

들을 수렴하면서 숙고할 논점들을 세밀하게 제시

한다. 이 시리즈 속에 등장하는 다음의 문구들이 상

징하듯이-“값싼 트래픽과 맞바꾼 그리고 추락하는

저널리즘” “전통적 뉴스 산업 수익 모델의 작동불

능” “현장 기자의 감소” “(여전한) 진영 논리” “미디

어 콘텐츠의 과잉 공급시대” “종이신문의 쇠퇴” “디

지털 플랫폼의 강화” “뉴스 대 소음” “어뷰징과 뉴스

다양성 부재” 등-이 작업은 기술적인 그리고 미디

어 생태계 속의 변환으로 움츠러드는 우리 언론의

현주소와 언론장에 제기되는 일련의 강력한 압박과

난제들을 구체적으로 짚어낸다.

조금 다르게 이 특집은 저널리즘의 역할과 현황

을 다루는 언론학계가 생산하는 저작과 학술 작업

들이 충분히 공략하고 있지 못하거나, 놓치고 있는

저널리즘 현장의 고민과 박동 그리고 제도적인 단

면과 이면들을 상세하게 조명해낸다. 예컨대 고답

적인 ‘출입처 중심주의’와 소수의 취재원을 중심으

로 종종 기계적으로 그리고 다층적인 검증이 결여

된 채 생산되는 ‘영혼 없는’ 기사나 ‘받아쓰기’의 문

제적인 단면에서, ‘세월호 사건’ 이후 불거진 이른바

매체 비평과 메타비평은 언론의 상업주의와 정파성의 문제를

깊게 파고들며 사회적 책무성을 실천하고 이를 공론화시키고자 하는

비판적-개입적인 ‘감시자’이자, 언로의 ‘안내자’ 또는 ‘풍향계’,

그리고 숙련된 ‘비판자’로서의 노력을 수행하는 것이다.

048 신문과방송 07 2015

‘기레기론’에 이르기까지, 또한 저널리즘 장내에서

벌어지는 뉴스와 담론의 생산 관행과 이면의 문제

점들을 매우 근접해서 탐구하는 작업에서, 기자들

의 재교육과 저널리즘이 사회적으로 대면하는 강한

도전과 압력의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층적이면서 요동치는 언론 현실

에 착종된 기민한 진단을 제기한다. 이러한 다층적

이고 현실감이 녹아든 진단으로, 이 연속 기획은 저

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내부 주체들에서 학자와 대

중독자들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깨달음과 반성적

사유를 매개하는 일련의 논점들을 풀어낸다.

기자들의 고단한 삶과 고민 들여다보기

한편 과도한 경쟁과 생존논리에 휘둘리며, 포털 주

도와 ‘1인 미디어 시대’의 전개상 속에서 심각한 위

기 증후와 더불어 정체와 퇴행을 발현하고 있는 우

리 사회 내 제도언론들의 움츠러든 현실을 복수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작업들도 이 특집 속에 연이어

등장한다. 이 대목에서 이 기획에 인용된 다음 자

료의 함의를 잠시 복기해 보자. “언론진흥재단이

2013년 6월 전국의 기자 1,527명을 대상으로 실시

한 기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언론보도가 공정하다

는 응답은 12%에 불과했고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

은 54.2%를 차지했다. 언론의 자유를 직·간접적으

로 제한하는 요인은 ‘광고주’가 64.8%로 1위였다.

기자 10명 중 7명은 ‘기자가 샐러리맨이 됐다’는 지

적에 ‘그렇다’고 동의했다.” 이러한 측면은 언론학

교과서에 나오는 숱한 규범적 덕목과 강조점들이

현실 속에서는 치우친 정파성과, 자사이기주의, 그

리고 치열한 상업적인 경쟁 등으로 인해 어떻게 일

그러지고, 순치되며, 그러한 결과 퇴행을 보이고 있

는지를 예시해준다.

한편 언론장 내 생산의 주체들이 대면하고 있

는 구체적인 현황에 관한 다음의 인용도 되새김질

해 보자. “기자들은 최근 1~2년간 사기가 저하됐다

(58.5%)고 답했다. 언론사 경영 위기(26.1%)가 가

장 큰 원인이었다. 언론인으로서 비전 부재(22.5%),

성취감(과) 만족감 부재(15.6%)라는 답이 뒤를 이

었다…신문이 시장적 판단에 따라 정치적(으로) 충

성(하는) 독자에게 매달린 결과”이다. 신문과 저널

리즘의 ‘위기’가 필자와 같은 외부 연구자에게도 이

미 낯익은 진단이자 주제어가 되고 있지만 이 기획

의 주요 관찰점을 읽어가다 보면 언론사 내부의 주

체들이 체감하는 압박과 위기감은 보다 크며 절절

하리란 추정도 느끼게 된다. 특히 과거 지난했던 민

주화 과정 속의 주요 사회적 행위자이자 ‘비판적 저

널리스트’로서의 면모와 자부심보다는, 점차 월급

쟁이면서, 회사의 방침과 ‘자사 이기주의적인’ 방향

성에 상당 부분 순응하게 되며, ‘자기관리’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언론인의 불안한 위상과 현실이

내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체감되기 때문이다.

이 기획 속에서 앞서 언급한 언론 영역을 파고드

는 일련의 제도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효과들로 인

한, 다수의 기자 집단이 대면하고 있는 새로운 압박

과 제도적인 요구의 측면들도 거론된다: 예컨대 “요

즘 기자들은…출입처 이슈도 챙기며, 전통적인 취

재 영역을 커버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을 통해 늘 대

중과 호흡하며 주류문화를 성찰해야 하고, 블로그

를 운영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쌓아가야 한다. 또

학위도 받아야 한다. 온라인 속보도 놓치면 안 되지

만 역피라미드형 기사 쓰기에서 벗어나 내러티브

기사 쓰기와 같은 기법도 고민해야 하고, 데이터 저

널리즘도 구현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되는 언

론인들의 자화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049언론 현장

부연하면 신흥 매체와 SNS들의 약진, 광고 매출

과 수익의 저하, 연성 뉴스들의 양산, 독자층의 감소

와 취향 변화 등과 같은 첨예한 환경 변화와 축소되

고 있는 시장 내 경쟁을 절절이 체감하면서, 과도한

노동과 전문직 종사자로서 적지 않은 역할 측면의

불안감에 노출되고 있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압박과 고민이 적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하듯

다수의 기자들은 ‘혁신의 압박’과 ‘서바이벌’이라는

난제와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은 지금,

여기에서 기자로 산다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으

며, 한때 많은 기대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언론

인으로서의 공적인 삶이 어떻게 급박하게 변화하는

언론 생태계와 매체 수용의 환경 변화 속에서 마모

되고, 점증하는 훈육과 거센 압박을 받아가며 재구

성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매체 비평의 새로운 소명

또한 이 기획이 조명하는 현재 언론제도 내부에 불

고 있는 통합 뉴스룸의 운용이나, ‘디지털 퍼스트 전

략’, 인터랙티브와 인포그래픽, 그리고 데이터 저널

리즘에 대한 최근에 강조되는 논의와 관심들이 분

명 상당히 의미 있는 비전의 추구이자, 현실에 대한

응전이며 현실 타개책으로서의 가치를 지니지만,

내부의 협의를 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인 인식과 효

율적인 시스템의 구현, 전략적 전문성의 배양과 지

원, 그리고 재교육과 협업의 체계가 충분히 숙고되

지 않으면 이러한 방향성의 추구는 실천적인 동력

과 유의미한 결과를 산출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

일 것으로 사료되기도 한다.

미시적 사례와 사회적·거시적인 쟁점들을 복

합적으로 풀어내며, 적지 않은 공감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해주는 이 기획을 읽어가며, 언론장을 압

박하는 쉬이 풀리기 어려운 난제들이 많지만, 동시

에 과연 언론인들은 저널리즘의 소명과 본질에 관

해 어떤 숙고된 고민을 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이 찾

아들기도 한다. 이 기획에서 자문에 응한 한 언론학

자는 현재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언론인들에

게 있어 “윤리성은 언론인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조

하면서, “윤리성은 언론인이 개별적으로 회복할 수

없다. 보도국과 편집국의 게이트키핑 기능이 회복

되어야 한다”는 점을 예시적으로 논한다. 이에 더해

그는 움츠러들고 있는 “저널리즘 복원의 주체는 기

자들이다. 결국 기자 스스로 똑똑해지고, 사실 앞에

정직해지는 수밖에 없다. 언론의 윤리성과 전문성

을 시스템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모든 언론의 과

제라 할 수 있다”라는 제언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과 맥락성을 고려하면, 매체 비평은

기존의 언론 논조와 행태에 관한 비판적 진단에 더

하여 언론장 내 주요 행위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생

산 문화의 특성과 이면, 역할에 제기되는 도전과 응

전의 방향성들을 보다 긴 호흡으로 그리고 치밀하

게 조명해야 할 소명과 대면한다. 이는 향후 언론의

정파성이나 윤리적 측면, 그리고 내부 생산자들이

형성하는 조직 문화의 변화를 탐구하는 동시에, 매

체 비평이 기민하게 변화하는 매체들의 정립상과

사회적 활용 그리고 콘텐츠 산업으로서 언론이 당

면하고 있는 변신의 노력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구

체적인 전망과 대비책 그리고 이를 두껍게 진단해

내는 역량을 배양해야 함을 시사해주기도 한다.

1 한겨레신문에재직중인구본권기자의말이다.

언론 현장

050 신문과방송 07 2015

지난해 언론계를 뒤흔든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의

키워드 중 하나는 ‘홈페이지의 몰락’이었다. 뉴욕타

임스 홈페이지 트래픽이 2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났다

고 공개한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그 보고서에서

“전체 트래픽은 큰 변화가 없는데 유독 메인 페이지

방문자만 절반으로 줄었다”고 털어놨다.

독자와 ‘밀당’은 끝, 적극적 구애해야

“홈페이지가 죽었다”는 뉴욕타임스의 선언에 대해

당시 경제 전문 온라인 매체인 쿼츠가 흥미로운 해

석을 내놨다. 쿼츠는 홈페이지나 뉴스 메인 페이지

를 전형적인 ‘풀 미디어(Pull media)’로 간주했다. 적

극적으로 찾아오는 독자들에 주로 의존하는 미디어

란 의미다. ‘홈페이지 트래픽 감소’란 뉴욕타임스 보

고서의 진짜 의미는 바로 ‘풀 미디어가 푸시 미디어

에 밀리는 것’이라는 게 쿼츠의 분석이다. 이젠 독자

가 정보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정보가 독자를 찾아

가는 시대가 됐다는 것. 그러니 뉴스 미디어들도 앉

아서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나

서야 한다는 의미다.1

쿼츠는 이런 해석과 함께 흥미로운 자료도 하

나 게재했다. “사람들은 하루 중 언제 뉴스를 접하

는가?”란 제목의 자료였다. 이 자료를 보면 디지털

뉴스 시장이 어떻게 변화 발전해 왔는지 한눈에 들

어온다. 대략 2006년 무렵까지는 ‘일정한 시간’에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2006년에서

2007년 무렵으로 넘어오면서 ‘수시로 뉴스를 본다’

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 자료가 발표

되던 2012년 무렵에는 5.5 대 4.5 정도로 수시로 뉴

스를 보는 비중이 더 높았다.

수시로 뉴스를 보는 사람 비중이 늘어난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일정한 시간에 뉴스를 보는 사

람은 대개 신문이란 패키지 상품이나 방송 뉴스를

주로 봤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아침에 일을 시작하

김익현

지디넷코리아미디어연구소장

애플, 페이스북 뉴스 서비스와 언론사의 대응

몸 낮춘 메이저 언론독자 찾아 SNS로

051언론 현장

기 전에 북마크 해놓은 특정 언론사 페이지를 방문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틈날 때

마다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더 이상 패키지 상품

을 기다리지 않고 그때그때 눈에 띄는 뉴스를 보게

됐다는 의미다. 이를 뉴스 시장에서 언론사가 제공

하는 패키지 상품이 해체되고 있다는 징후로 받아

들이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뉴스 인력 채용하는 애플

최근 페이스북과 애플이 연이어 뉴스 서비스를 선보

이면서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해

당 사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포털 뉴스가 디지털 뉴스 시장을

어떻게 평정했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는 터라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지도 모른다. 특히 뉴욕타임스를 비롯

한 유력 매체들이 페이스북이나 애플 플랫폼 내에서

구동되는 뉴스 서비스 파트너로 동참한 데 대해 놀라

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지난 6월 초 세계개발자회

의(WWDC)에서 공개한 뉴스 앱은 큐

레이션 앱인 플립보드와 흡사하다. 개

인의 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콘텐츠

를 제공해준다. 이를 위해 애플은 세계

유력 매체들을 대거 우군으로 끌어들

였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타임, 와이

어드, CNN, ESPN,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등 세계 유력 매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올 가을 iOS9 출시와 함께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먼저 적용

될 뉴스 앱의 핵심 키워드는 개인맞

춤형과 검색, 그리고 프라이버시 보

호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개인맞춤형은 더 이상 특

별하지 않다. 플립보드, 자이트를 비롯한 선진적인

언론들이 이미 선보였던 서비스다. 하지만 검색은

차원이 좀 다르다. 애플 iOS9부터 검색 API를 공개

할 경우 앱을 일일이 열지 않고도 아이폰이나 아이

패드 검색창에서 뉴스를 바로 검색할 수 있다.

수익 모델도 공개했다. 뉴스 앱에 공급되는 콘텐

츠에는 광고를 붙일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과 마

찬가지로 언론사가 영업한 광고는 전액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이 대신 영업할 경우 30% 수수료

만 뗀다. 애플은 이외에도 타이포그래피를 비롯해

개인들의 독서 경험을 최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툴

들을 추가했다. 디자인과 이용자 인터페이스(UI)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애플의 장점을 그대

로 녹여냈다. 애플은 최근 뉴스 편집 인력 모집 공고

까지 내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 뉴스의 기본 모델은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그림] 뉴스 접촉 시간 변화 양상

2002

Pew Research Center, May 9 - June 3, 2012

30%

40%

50%

60%

2004 2012201020082006

일정한 시간에 확인

수시로 확인

사람들은 하루 중 언제 뉴스를 보는가?

*자료:퓨리서치센터.쿼츠에서재인용.

052 신문과방송 07 2015

Articles)’과 흡사하다.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

클’을 시작하면서 언론사 페이지의 링크가 열리는

데 평균 8초나 걸리는 짜증나는 경험을 보완해줄 서

비스란 명분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 플랫

폼 내에서 구동되는 인링크 방식을 고수했다. 대신

언론사엔 수익과 트래픽이란 두 가지 선물을 준비

했다. 수익은 애플 뉴스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대

신 영업한 광고에 대해서만 30% 수수료를 갖겠다

고 선언했다. 물론 언론사가 자체 영업한 광고는 해

당 언론사가 전부 가져간다.

언론사들의 또 다른 관심은 트래픽이다. 페이스

북은 언론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인스턴트 아티

클’ 내에서 유발된 트래픽은 언론사에 합산해 주기

로 했다. 이를 위해 아예 트래픽 측정 전문 기관인

컴스코어와도 협의를 했다. 독자들이 ‘인스턴트 아

티클’에서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대한 정보

도 해당 언론사에 제공해주기로 했다. 뉴스 소비 분

석과 유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뉴스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애플 ‘뉴스’ 앱과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은 플랫폼 사업자와 언론사의 모범

적인 상생 모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언론사들과 포털 간의 계약 관계와 비교하면 한발 더

앞서 나간 모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언론사들

이 페이스북이나 애플의 뉴스 서비스에 적극 참여하

는 것은 그런 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달라지는 뉴스

유통 패러다임이란 좀 더 큰 그림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애플이 뉴스 앱을 공개한 직후 니먼랩의 조수

아 벤튼이 지적한 것처럼 “개별 뉴스 앱과 개별 뉴스

브랜드는 더 이상 뉴스를 접하는 주된 접촉점이 아닌

(Individual news apps and individual news brands aren’t

the primary point of contact with news any more.)”2 상

황이 됐다. 앞에서 얘기한 패키지의 해체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시 앞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이제 개인들의

뉴스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 언론사가 뉴스 패키지

를 제공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수시로 뉴스

를 접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언론사가 제공하

는 신문 패키지 상품이 해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포털 중심의 뉴스 서비스가 이 땅에 몰고 온 바람이

바로 그것이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에 언론사들이

참여하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매장(홈페이지)을 잘 꾸며놓고 독자들이 찾아오기

를 기다리는 미디어(풀 미디어) 전략은 더 이상 통하

지 않는다는 처절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젠 개별 상품(뉴스)들이 독자들을

직접 찾아나서야 하는 푸시 미디어 시대에 맞는 전

략을 구사해야 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란 얘기다.

최근 네덜란드의 기사 건별 판매 시스템인 ‘브렌

들(Blendle)’에 많은 언론사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나

애플은 올 가을 ios9 출시와 함께 뉴스 앱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수잔 프레스콧 부사장이 지난 6월 초 WWDC에서 애플 뉴스 앱을 소개 하고

있다. / 사진출처: AP연합뉴스

053언론 현장

매장(홈페이지)을 잘 꾸며놓고 독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미디어(풀 미디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처절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에

언론사들이 참여하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 애플 같은 플랫폼 내에서 구동되는 뉴스

서비스에 유력 언론사들이 연이어 참여하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

서 뉴스도 이젠 유목민 시대가 됐다는 처절한 현실

인식이 있었을 것이란 의미다. 실제로 지금 당장은

페이스북이나 애플에게서 상당한 선의가 느껴지기

도 한다. 가능하면 언론사와 상생하려는 모습을 보

이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언론사 평등 관계 영원할까?

하지만 이런 평등한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페이스북이나 애플이 뉴스 서비스와 비

슷한 시기에 취한 조치들에서 다소 신경 쓰이는 대

목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뉴스 서비

스 공개 직전인 지난 4월 말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

즘을 변경했다. 자주 소통하는 친구들의 글이나 활

동 내역을 좀 더 많이 노출하는 쪽으로 바꿨다. 애플

은 올 가을 출시될 iOS9부터 ‘콘텐츠 차단(Content

Blocking)’ 확장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OS용 사파리에서 ‘콘텐츠 차단’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둘 모두 소음에 시달리는

독자들이 환영할 만한 조치다. 페이스북 뉴스피드

에서 먼 친구의 활동 내역까지 계속 봐야 하는 것이

나,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광고 공세에 시달리던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조치 모두 공교롭게도 뉴스 서비스

시작에 맞춰 발표됐다는 점이 못내 신경 쓰인다. 특

히 상당수 언론사의 모바일 트래픽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애플이 iOS9부터

사파리 브라우저에 광고 차단 기능을 적용하도록

한 점은 예사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플랫폼 사

업자인 애플과 페이스북이 자신들과 손잡은 뉴스

서비스를 은근히 우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

이다. 한번 애플과 페이스북 생태계에 발을 들여놓

은 언론사들은 더 이상 빠져나오지 못하는 미궁 속

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로라하는 언론사들이 연이어 페이스북과 애

플의 손을 잡는 걸 보면 지금 당장 강력한 플랫폼을

외면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거

대 플랫폼 사업자의 등에 올라탈 때는 바짝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 자칫하면 여우가 ‘공짜’로 제공하는

짚신에 길들여진 원숭이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

이다.

1 http://qz.com/209950/the-homepage-is-dead-and-the-social-web-has-won-even-at-the-new-york-times/

2 http://www.niemanlab.org/2015/06/for-news-organizations-this-was-the-most-important-set-of-apple-announcements-

in-years/

취재기・제작기

고통 속 더 단단해진 사랑으로

이어온 10년MBC‘2015휴먼다큐사랑’/김동희

기자 3인의 생생한

‘디지털 단식’ 체험서울신문‘아날로그&디지털리포트’/김상연

아이 찾는 엄마의 마음으로

시리아 국경에 가다SBS‘SBS스페셜-IS이슬람전사그리고소년들’/김영미

취재기·제작기

055취재기・제작기

‘휴먼다큐 사랑’이

10주년을 맞았다. ‘휴

먼다큐 사랑’은 휴먼다

큐멘터리로서는 처음

으로 장기촬영을 시도

한 기념비적인 시리

즈다. 10년을 이어오는

동안 ‘너는 내 운명’ ‘풀

빵 엄마’ ‘엄마의 약속’

‘엄마의 고백’ 등 아직

도 회자되는 많은 작품들을 남겼고 매년 시청자들의 반향도 컸다. 에미상 등 권위 있는 국

제상도 휩쓸었다.

작년 가을, 2015년의 ‘휴먼다큐 사랑’ 연출을 맡아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입사한 해에

시작된 시리즈고 2008년엔 조연출까지 맡았으니 해보고픈 욕심도 있었지만 덜컥 겁이 먼

저 났다. 몇 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며 뉴스를 멀리한 것은 물론이고 고통을 지극히 현실적

으로 다룬 영화나 드라마조차 보지 않는다. 고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금

까지 ‘휴먼다큐 사랑’의 주인공들은 무작위로 떠맡겨진 고통을 안은 이들이었다. 10주년

김동희

MBCPD

MBC ‘2015 휴먼다큐 사랑’

고통 속 더 단단해진 사랑으로이어온 10년

‘휴먼다큐 사랑’ 제작팀의 식구들. 맨 왼쪽부터 윤권수 촬영감독, 박동일 조연출, 진준기

퍼스트, 김동희 PD,

056 신문과방송 07 2015

이 주는 무게감과 더불어 그들의 삶을 마주할 용기가 내게 있을지 두려웠다.

6개월가량 가족같이 지낸 주인공이 겪는 고통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어렵다. 그렇게

괴로워하는 선배들을 많이 보아왔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이들과 그들의 삶이 끝나는 순간

까지 함께한 PD들, 후유증은 길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위대하다. 그

위대한 사랑의 순간을 담아온 ‘휴먼다큐 사랑’이었다. 게다가 2015년은 ‘사랑’이 1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다. 10주년의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나는 그들의 고통이 빚어

내는 더 큰 사랑을 마주할 용기가 있을까. 이 두 가지 고민으로 2015년 ‘사랑’은 시작됐다.

사랑으로 희망 찾기

휴먼다큐는 주인공을 결정하는 작업이 끝나면 이미 절반은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

큼 주인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가진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 등이 완성도를

넘어서는 감동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제작진과의 궁합도 매우 중요한데, ‘너는 내

운명’ ‘풀빵 엄마’ 등 ‘휴먼다큐 사랑’의 대표작을 연출했던 유해진 선배는 운명처럼 그 주

인공들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네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촬영하

도록 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유해진 선배뿐 아니라 많은 선배들이 ‘사랑’ 주인공을 만나는

순간에는 마법 같은 무언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나의 첫 번째 주인공은 ‘마왕’ 신해철의 가족이었다. 아이템을 찾아 헤매던 그 가을, 미

디어를 장식한 뉴스는 바로 그에 대한 것이었다. 유명인의 비극적 죽음. 모두가 그의 죽음

이 한 의사의 무성의한 의료 행위 때문인지를 논하던 시점이었다. 불현듯 그의 가족을 카

메라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침과 동시에 큰일을 겪은 이

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떠올랐다.

하지만 그 역시 가족들의 판단

에 맡길 일이었다.

가족들은 오히려 용감했다.

큰일을 겪은 가족들을 노출하

는 것이 부담일 법도 한데 황망

하게 세상을 떠난 아빠를 위해,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휴먼다큐 사

랑’이 갖는 이름의 무게도 한몫

고 신해철의 가족은 늘 웃으면서 서로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사랑으로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단단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연말 신해철 추모

공연장을 찾은 부인 윤원희 씨.

057취재기・제작기

했다. 선정적으로 그리지 않을 것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사랑’이 한 사람

이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더욱 애틋해지는 사랑을 다뤘다면 한 사람

이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이 사랑으로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처음 그들의 집에 방문한 날, 아이들은 손님들의 출현에 신이 나 있었고 부인 윤원희

씨와 부모님은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무거운 집안 분위기를 상상했던 터라 조금은 당

황스러웠지만 이내 깨달았다. 어른들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그 모습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 신해철의 가족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

랑한다고. 부모님은 암에 걸린 며느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며 아들은 그런 부모님을 잘

모시고 싶다며 살림을 합쳤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머니 할아버지께 뽀뽀와

인사를 잊지 않고 엄마는 남편이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동안 가장 역할을

하면서도 남편을 응원했었다. 누군들 가족을 사랑하지 않겠는가만 그 사랑은 안정된 일상

을 지내는 동안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큰일이 닥쳐 가족이 똘똘 뭉치지 않고는 안

될 때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는 그 사랑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의 소중함을 또 다시 느낄 수

있다. 이 가족 역시 아빠의 죽음, 부재를 더욱 서로를 사랑함으로써 이겨내고 있었다.

주인공의 삶에 스며들자

두 번째 나의 ‘사랑’은 필리핀에 사는 민재 가족이었다. 이 역시 아빠가 부재한 가족이었다.

민재의 아빠는 한국인으로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왔다 민재를 낳기 전 떠났다고 한다. 떠난

뒤 석 달 정도는 연락을 했는데 민재가 태어나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려주자 그 뒤로는 연

락이 되지 않았다. 우연이었을까. 나의 ‘사랑’은 ‘아빠의 부재’라는 큰 테마를 공유하게 됐다.

신해철의 아이들은 너무나 좋은 아빠를 잃었기에 슬펐고 민재는 아빠가 있지만 한 번도 만

나지 못했기에 안타까웠다.

처음 민재를 만났던 날, 나는 민재에게 영어 교과서를 읽어보라고 주문했다. 민재는

영어 교과서에 실린 동화 한 편을 정확하게 읽어주었다. 민재의 책가방에는 얼마나 만졌

6개월가량 가족같이 지낸 주인공이 겪는 고통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어렵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이들의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함께한 PD들, 후유증은 길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순간을 담아온 ‘휴먼다큐 사랑’이었다.

058 신문과방송 07 2015

는지 다 헤어져 너덜너덜한 책들이 가득

했다. 아이의 눈은 반짝였다. 필리핀 빈

민가에서 어렵게 이모와 살고 있는 민재

에게 저런 성취욕을 심어준 것은 무엇이

었을까. 잔인한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민

재에게 아빠가 어디 계신지 아느냐고 물

었다. 민재는 “아빠는 한국에서 일하고 계

셔요”라며 천진하게 대답했고 나는 부끄

러워졌다. 고백하건대 나는 다른 선배들

처럼 한눈에 사랑에 빠지지는 못했다. 하

지만 주인공들과의 첫 만남에서 깊은 인

상을 받았다. 고 신해철 가족에게서는 숭고한 인내를, 민재에게서는 나를 부끄럽게 하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렇게 그들은 내 ‘사랑’의 주인공이 됐다.

두 가족 모두 그들의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신해철의 가족은 사랑

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과 죽음의 책임을 가리는 싸움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고 민재의 가

족도 민재의 엄마가 감옥에 있어 극심한 경제적 곤궁에 처해 있었다. 나는 최대한 담담하

게 있는 그대로를 담기로 했다. 카메라가 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며들어야 한다. 이는 선배 휴먼다큐 PD들이 가장 중요

하게 이야기하는 제작의 기본인데,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도 밀도

있게 그들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정이다. 두 편 다 아빠의 부재를 겪는 아이

들이 주인공이었고 그 아이들을 위해 사랑으로 버팀목이 되어주는 엄마나 다른 가족들이

있었다. 따라서 우리 촬영 팀의 목표는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촬영하기 힘든 대상이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어른에 비해 떨어지기도 하거니와 행동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촬영하는 내내 긴장하

고 있어야 한다. 특히 민재의 경우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고 낯가림이 심한 아

이라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카메라맨이 두 아이의 아빠라 아이를 대하는 데 능

숙했고 좋은 아빠의 모습에 가까웠던 터라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제작진의 의무와 양심 사이에서

사실 나는 이 작은 아이에게 어떤 강한 감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민재를

알아 갈수록 아빠를 향한 민재의 사랑과 그리움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에 놀랐다. 민재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물론 이모와 엄마가 아빠에 대해

태어나서 한 번도 아빠를 만나보지 못한 코피노 민재는 아빠를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사랑한다. 아빠를 향한 민재의 사랑은 애틋했지만 민재는 필리핀 가족들의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고 있다.

059취재기・제작기

나쁜 이야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아빠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

지만 아이에게 아픔을 주거나 아이가 아빠를 미워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때가 되

면 알게 될 것이고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겠다고 했다.

민재는 아빠를 만나본 적 없는 아이이지만 불행한 아이는 아니었다. 아빠를 향한 민재

의 사랑은 애틋하고 슬펐지만 그 아이는 필리핀 가족들의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오

히려 그 아이가 한국에 가게 됐을 때 친척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민재가 아빠와 있고 싶

어 필리핀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물론 그런 동화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

았다. 할아버지는 민재를 만나주었지만 아빠는 나중에야 민재를 만나지 않겠다고 의사를

전해왔다. 민재 아빠의 가족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일은 어려웠다. 아빠는 젊었고 가족은

아들의 장래를 염려했다. 아빠 얼굴을 한 번만 보고 싶을 뿐이라는 민재의 바람은 책임과

양육이라는 어른의 말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많은 이들이 물었다. 민재의 한국행의 결

과는 사실 정해진 것이 아니었냐고. 알면서 민재에게 희망고문을 한 것은 아닌지.

이 부분은 제작진으로서의 의무와 양심 사이에서 고민스러운 지점이었다. 민재가 한

국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하더라도 아빠와의 만남은 정해진 것이 없었다. 아빠가 민재를 만

나주지 않을 가능성도 컸다. 아빠가 민재를 만나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민재의

첫 여행이 상처로 끝나진 않을까. 민재가 무척이나 아빠를 보고 싶어 하고 한국에서 아빠

를 설사 만나지 못하더라도 시도한 것만으로도 행복해 할 것이라 이모는 말했다. 혈육을

찾고 싶은 당연한 욕망을 아빠가 만나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꺾어버릴 수는 없었다. 설

혹 아빠가 만나주지 않는다면 있는 그대로를 보는 사람들이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

지 않겠는가. 민재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에 던질 화두를 생각하면 그 자체로도 가치 있을

것이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민재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자체로 행

복해 했다. 아빠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은 이유는 나중에 알 수 있겠지만 현재의 민재는 필

리핀에서 아빠가 없는 삶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큰 사랑에 중독되다

제작 기간 동안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휴먼다큐 사랑’은 내게도 사랑을 남

겼다. 올해 안현수 편과 최진실 가족 편을 연출한 이모현 선배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

한 바 있다. “이만큼 큰 사랑”을 “요만큼” 잘라 보여줄 수밖에 없어서 ‘휴먼다큐 사랑’을

만드는 것이 힘들다고. 하지만 또 1년을 견딜 큰 사랑을 보고 느끼게 되어 중독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나 역시 그렇다. 첫 ‘사랑’을 맡은 나에겐 때론 도망가고픈 힘든 시간이기

도 했지만 또 언젠가는 돌아와 또 ‘사랑’을 하고 싶다 말할지도 모른다. 내가 본 그 큰 사랑

에 나 역시 사랑받은 기분이니까.

취재기·제작기

060 신문과방송 07 2015

어느 날 저녁 연거푸 촐랑거리는 휴대전화 알림음 소리에 ‘카카오톡’을 열어보니 결혼한

여동생이 보낸 사진 세 통이 들어와 있었다. 가족끼리 놀러가서 찍은 사진인 모양이었다.

사진 외에 별도로 문자메시지가 첨부돼 있지 않은 게 좀 이상했지만, 가족 동향을 가볍게

사진으로 알려주는 의도이겠거니 짐작하고 다른 일로 관심을 돌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

까. 다시 알림음이 울렸다. 카톡을 열어보니 여동생이 보낸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오

빠, OO이가 핸드폰 갖고 놀더니 사진을 보냈네. 기막혀.”

한 달간 스마트폰 금지!

OO이는 생후 40개월밖에 안 된 여동생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만 4살도 안 된 조카가 엄

마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혼자 힘으로 이것저것 눌러서 나한테 전송했다는 얘기

였다. 나는 아연했다. 요즘 아이들이 디지털에 능숙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 정

도일 줄은 상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1일부터 5월 27일까지 서울신문 특별기획

팀이 총 9회에 걸쳐 보도한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는 이런 작은 에피소드가 모티브가

됐다.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게 인간 능력의 진화

를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아이들의 지적 성장을 교란시켜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퇴보하게

되는 건지를 규명하고 싶었다. 그것은 단지 아이들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스마트폰의 노

김상연

서울신문특별기획팀장

서울신문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기자 3인의 생생한‘디지털 단식’ 체험

061취재기・제작기

예가 되고 있는 나 자신을 위한 규명이기도 했다.

기존에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다룬 언론보도는 많았기 때문에 차별화하고 싶었다. 무

엇보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을 악으로, 아날로그를 선으로 도식화하는 것을 피했다. 즉, 기

획의 지향점이나 결론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무(無)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정말 무엇

이 정답인지 나 자신부터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기획의 제목을 ‘아날로그vs디지털

리포트’가 아닌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당초 나는 취재

해 보기 전에는 결론을 알 수 없다는 논리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를 무의미하게 연결

시키는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라는 제목을 내놓았다. 하지만 편집부에서 “제목이 주는

의미가 너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아날로그vs디지털 리포트’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나

는 극구 반대했고, 격론 끝에 결국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가 절충안으로 채택됐다.

본론에 앞서 프롤로그 형식으로 기자들이 ‘디지털 단식’을 직접 체험키로 한 것도 기

존 언론 보도와 차원이 다른 기획을 위한 아이디어였다. 편하게 사무실에 앉아 전화를 돌

리거나 누구를 만나 들은 내용을 보도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생업에 바쁜 독자들을 대신

해 기자들이 체험을 해서 기사화하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일반인

이 아닌 기자의 체험기는 현상을 깊이 있는 저널리즘적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믿었다.

디지털 중독 청소년 치료시설인 전북 무주군의 국립 청소년 인터넷드림마을에서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청소년들이

무용과 마임 활동을 하고 있다. 2015.5.13. 서울신문 보도 사진.

062 신문과방송 07 2015

이왕 체험키로 한 바에는 제대로 하기로 했다. 기존에 일부 방송에서 일반인을 대상으

로 하루 이틀 정도 스마트폰 안 쓰기 실험을 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랜 기간

디지털 단식을 하기로 했다. 1년은 물리적으로 힘들고 1주일은 너무 짧다는 판단에서 1개

월(4주)로 정했다.

“징계 받겠다”는 무서운 서약서

다음 문제는 체험의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였다. 매사에 의욕적인 특별기획팀 소속 기

자 세 명 모두가 기꺼이 체험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각자 다른 조건으로 실험을 진행

키로 했다. 같은 디지털 단식이라도 조건을 달리 했을 때 ‘금단증상’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

는지를 확인하려는 취지였다. 우선 유대근 기자는 한 달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만

하지 않고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등 다른 디지털 기기는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송수연 기자는 SNS는 물론 스마트폰을 일절 사용치 못하게 했다. 이두걸 기자는 SNS와

스마트폰은 물론 노트북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일절 사용치 못하도록 했다. 스마트폰

을 못 쓰게 된 송 기자와 이 기자는 대신 피처폰을 쓰도록 했다. 피처폰까지도 아예 못 쓰

게 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현대사회에서 휴대전화 없는 생활은 너무 비현실적인데다 이

번 기획의 목적이 스마트 기기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라는 점에서 채택

되지 않았다.

세 기자가 적극적으로 체험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팀원들이 한 달 동안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팀장으로서 미안했다. 특히 디지털 기기를 일절 못 쓰고 완전히 아

날로그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이두걸 기자가 끝까지 잘해낼 수 있을지 마음이 안 놓였다.

이 기자의 도전은 데스크인 나한테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이 기

자가 원고지로 기사를 쓰면 그것을 내가 컴퓨터에 일일이 옮겨 적는 과정을 한 달 동안 해

야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팀원들의 체험을 내가 옆에서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24시간 기자들을 따라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이 체험의 룰을 어기지 않고 제대로 디

지털 단식을 할지는 순전히 양심에 맡겨야 했다. 나는 룰을 반드시 지키고 정직하게 취재

윤리를 지키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은 물론 서약서까지 받았다. “체험 도중 룰을 지키지 못

할 경우 그 사실을 즉각 밝히고 바로 체험을 중단할 것임을 서약한다. 만약 약속을 어긴 사

실이 확인될 경우 인사상의 징계를 포함한 어떤 책임도 질 것임을 서약한다”는 무시무시

한 내용에 서명을 받은 것이다.

드디어 한 달간의 체험 돌입 전날 오후에 나는 송수연 기자의 스마트폰과 이두걸 기자

의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해 내 책상 서랍에 밀폐 보관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063취재기・제작기

를 건네는 두 기자는 마치 가족과 생이별이라도 하는 듯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그

들을 이산가족으로 내모는 듯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차갑고 딱딱한 디지털 기기가 생명

체처럼 느껴지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과장이 아니다.

직접 체험과 취재를 동시에

체험기는 1주일에 한 번씩 총 다섯 차례(체험 시작 직전 준비과정 한 차례 포함) 보도하기로

했는데, 과연 그만큼 쓸거리가 계속 나올까 하는 점도 우려됐다. 다섯 차례 내내 비슷한 체

험기가 나온다면 그것만큼 난감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것은 기우였다. 예상 외로 쓸거리가 많았다. 초반 체험기에는 디지털 단식에 따른 불편함

과 이로운 점이 교차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체험 종료일이 가까워올수록) 디지털의 유용

성에 더 무게를 두는 체험기가 올라왔다. 세 기자 모두 공통적이었다.

1주일에 한 번씩 팀원 전체가 모이는 회의를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언제든 힘들면 중

도 포기해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중도포기자는 결국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체험기가

보도되기 시작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런 쓸데없는 체험은 왜 하나”라는 지적도 있

었지만, 다수는 “기자들이 직접 체험을 하다니 고생이 많다” “나도 시간이 나면 언젠가 이

런 거 도전 해보고 싶었는데 대신해줘서 고맙다” “다음 주에는 어떤 체험기가 나올지 기대

된다”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윽고 4주간의 체험이 모두 끝난 날 오후 책상 서랍에 억류하고 있던 이 기자와 송 기

자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를 석방했다. 그것들을 기자들에게 건네줄 때 역시 압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마치 생명을 가진 이산가족을 인도하는 것처럼.

체험기를 쓰는 한 달 동안 팀원들이 아무 일도 안 한 것은 물론 아니다. 본론격인 아날

로그, 디지털 생활 실태를 취재했다. 본론은 유년기, 청소년기, 성년기 3회에 걸쳐 보도하

기로 하고 팀원 3명에게 각자 한 편씩 취재토록 할당했다. 팀원들에게는 선입견을 일절 배

제하고 취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예컨대 디지털적 삶을 취재할 때 디지털 중독 사례뿐 아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다룬 언론보도는 많았기 때문에

차별화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디지털을 악으로, 아날로그를

선으로 도식화 하는 것을 피했다. 즉, 기획의 지향점이나

결론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무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064 신문과방송 07 2015

니라 디지털을 이용해 삶의 풍요를 누리는 사례도 적극 취재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장 관심이 큰 시기는 역시 유년기인 만큼 여기에는 유아들에 대한 과학적 실험을 곁

들이기로 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을 섭외해 가톨릭대 심리학과 연구팀과 함께 2~6세 유

아 62명과 부모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역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가 아이들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가톨릭대 연구팀이

작성한 설문 결과 분석 자료에 전문 용어가 너무 많고 설문 결과를 계량화하는 방법이 언

론의 방식과 달라 기사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수치 하나, 용어 하나라도 의문이

들거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끝까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과학적 실험이 곁들여진 첫

편에 대한 반응은 컸다. 일부 독자들은 취재기자에게 기사에 익명으로 소개된 아날로그식

교육 방식을 채택한 유치원이 어디인지 알려달라는 문의전화를 해 오기도 했다.

디지털 삶, 긍정이야 부정이야?

세 기자의 취재 내용을 종합해보니 유년기는 물론 청소년기, 성년기까지도 대체로 ‘디지

털적 생활=부정적’ ‘아날로그적 생활=긍정적’이라는 결론이 공통적이었다. 그럼에도 의

문은 남았다. 디지털이 그토록 인간에게 해롭다면 인류는 갈수록 진화를 역류해 퇴보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디지털의 도움으로 누리는 편리함과 정보의 풍요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에 대한 해답은 마지막 회인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얻고자 했다. 그래서 가급적 디

지털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을 섭외했다. “디지털 중독이 이대로 가

속화하다가는 인간의 뇌가 파충류처럼 된다”고 주장하는 정신과 의사와 “스마트 기기는

인간을 더욱 똑똑하게 한다”고 주장하는 정보통신학 교수를 인터뷰 한 결과 매우 상반된

견해가 확인됐다. 인터뷰에서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신문에

상세히 실어줌으로써 어느 쪽 견해가 더 일리가 있는지의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유아편이 보도된 날 여동생에게 기사 내용을 첨부해 카톡

을 보냈다. “읽어보고 OO이 양육에 참고해라”라는 메시지와 함께. 잠시 후 동생의 답신이

왔다. “안 그래도 앞으로는 OO이한테 스마트폰 안 주려고.”

그렇다면 이번 기획을 통해 ‘양질의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쪽으로 자제력을 갖고 선

용(善用)한다면 디지털은 문명의 이기’라는 결론을 내린 나는 어떤가. 리포트가 끝난 이

후 시간이 갈수록 나의 스마트폰 사용 목적은 결심과 달리 오락과 소일의 도구로 회귀하

고 있고 잠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증상도 심해지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

데….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취재기·제작기

065취재기・제작기

2년 전부터 유럽에서 떠도는 괴담이 있었다. 유럽 전역에서 10대 아이들이 잇달아 사라

진다는 것이다. 처음 사람들은 단순 가출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라진 아이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 수백 명이 넘어갔다. 이들 가출 청소년들이 향한 곳은 시리아였다. IS(이슬람국가)의

이슬람 전사(지하디스트)가 되기 위해서 멀쩡하게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아이들은 시리

아로 향한 것이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아름다운 유럽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 전쟁터

인 시리아로 떠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 사회는 경악했다.

기자 팔아넘기는 시리아 통역들

2013년 여름, 필자는 터키-시리아 국경 킬리스에서 국경 검문소에 줄을 지어 서 있는 금

발과 파란 눈의 10대 청년들을 보았다. 다들 유럽 여권을 들고 있었고 얼굴에는 희망과 기

대감이 넘쳤다. 그들이 터키 출국 도장을 받고 시리아 국경으로 향하면 수염이 덥수룩한

IS 대원(당시에는 IS 대원이 그렇게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다)이 환하게 웃음 지으며 “앗살라마

리쿰”이라며 이들을 맞았다. 필자가 본 아이들의 행방은 여기까지였다. 지난해 가을부터

아이들을 찾기 위해 국경을 헤매는 그들의 부모들을 만나기 전까지 필자는 이 상황이 얼

마나 심각한지 몰랐다. 전 유럽에서 온 부모들이 시리아로 가출한 아이들을 찾기 위해 눈

물 바람으로 장사진을 쳤다. 호텔 로비에서부터 그런 부모들은 티가 났다. 언제 체크아웃

을 해야 할지 기약이 없다. 그 와중에 필자는 이런 사연이 유럽과 서방 세계의 일이지, 우

김영미

분쟁지역전문PD

SBS ‘SBS스페셜-IS 이슬람 전사 그리고 소년들’

아이 찾는 엄마의 마음으로시리아 국경에 가다

066 신문과방송 07 2015

리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필자가 틀렸다. 지난 1월, 우리나라의 김 군이 시리아

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는 언어가 난관이었다. 당시 필자는 시리아 사람들을 믿지 못했다. 2011년 시

리아 내전 초기만 해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한복판에서 어렵지 않게 취재했다. 필자의

취재를 적극 도와주고 보호해주는 정 많고 다정다감한 시리아 사람들이 고마웠다. 그러나

4년 가까운 내전으로 시리아 사람들은 피폐해졌다.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지 덤볐다. 도둑

질, 납치, 사기에도 능해졌다. IS에 의해 참수된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도 고정으

로 쓰던 통역이 그를 속여 시리아로 데리고 가서 몸값을 받고 판 경우다. 만약 고토 씨가 예

전에 시리아 취재 경험이 없었다면 절대 속지 않고 경계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 많고 따뜻했던 시리아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것이다. 필자도 마

찬가지이다. 시리아 알레포의 아름다웠던 강물과 다마스쿠스의 중세시대 같았던 시장에서

먹던 홍차 맛. 비잔틴 시대처럼 꾸며졌던 호텔 테라스의 추억. 취재할 때 도와주었던 수많은

시리아 사람들의 정에 얽매여 있었다.

만약 그중 누군가 나에게 “날 믿고 시리

아로 가자. 널 절대로 보호해줄게”라고

속삭인다면 속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아랍어를 하

는 한국인 이슬람 성직자(이맘)를 한국

에서 터키로 모시고 가는 것이었다. 프

로그램에서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표

현해야 하니 성직자를 자문으로 모시

고 다니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아랍

어를 할 수 있는 통역도 필요했다. 더

군다나 이 한국인 이맘은 이슬람 원리

주의 학교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공부한 엘리트 이슬람 성직자였다.

생각해보면 신의 한 수였다. 이맘

은 필자와 이슬람의 중간에서 훌륭하

게 역할을 해주었다. 우리 취재라는 것

이 미리 전화해서 섭외하는 것이 아니

라 무작정 찾아가 설득해서 기왕이면

그 자리에서 촬영해버리고 안 되면 취SBS ‘SBS스페셜-IS 이슬람 전사 그리고 소년들’ 방송화면캡처.

067취재기・제작기

재 예약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이맘과 필자가 같이 설득하면 성공률이 높았다. 이슬람권에

서 이맘을 문전박대할 수도 없고 나름 권위가 있다보니 섭외 실적이 좋았던 것이다. IS 대

원이 된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에게 이슬람식 절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

나 그 엄마는 방금 전 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이때 이맘이 나서서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으로 한 번 더 해도 이슬람 율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내가 축성을 해줄 테니

한 번 더해도 괜찮다”라고 하자 두말 않고 일어서서 절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또 이슬람에

서 가장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것이 ‘자비(라흐만)’이다. 섭외가 안 된다고 상대가 완강히 거

절하다가도 마지막에 이맘과 필자가 ‘라흐만’을 언급하면 마지못해서 들어주기도 했다.

한국인 이슬람 성직자 선택, 신의 한 수

이맘은 필자와 어렵고 위험한 취재를 동행하며 터키는 물론 네덜란드, 벨기에까지 끌려

다녔다. 심지어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각종 재연 촬영을 할 때 의상부터 IS 깃발 제작까지

모든 것을 자문했고 통역 감수까지 해야 했다. 정말 독한 PD 만나 이슬람 성직자로서 고

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이번 취재에서 이맘 덕에 아랍어는 해결할 수 있었으나 문제

는 터키어와 쿠르드어 통역도 필요했던 것이다. 나름 우리 스태프들의 언어 능력이 뛰어

났다. 조연출은 영어와 프랑스어가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키어 통역과 쿠르드어

통역을 더 데리고 다녀야 했다. 그때그때 “당신은 어느 언어를 원하세요? 영어? 터키어?

아랍어? 쿠르드어? 골라보세요”라고 말해서 취재원이 원하는 언어가 당첨된 통역이 나서

서 통역을 한다. 취재하며 이렇게 많은 통역들을 데리고 다녀보긴 처음이다.

취재는 필자 스스로 김 군을 찾아가는 엄마의 입장에서 시작했다. 엄마가 가장 알고 싶

은 것은 “어쩌다가 우리애가 IS를 만났을까”일 것이다. 아이들이 IS를 처음 접하는 루트는

인터넷이었다. 필자를 16세 소년으로 가장하고 SNS 여기저기에 글을 남겼다. 얼마 안가

IS 대원들의 메시지가 폭주했다. 다들 시리아와 IS가 지상낙원인 것처럼 집과 일자리 그리

고 결혼을 보장해준다고 했다. 시리아 국경을 넘는 갖가지 방법을 알려줬고 나랑 같은 언

4년 가까운 내전으로 시리아 사람들은 피폐해졌다.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지 덤볐다. IS에 의해 참수된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도 고정으로 쓰던 통역이 그를

속여 시리아로 데리고 가서 몸값을 받고 판 경우다.

068 신문과방송 07 2015

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시리아와 유럽, 혹은 시리아와 한국이 멀리 있어도 아이들은

어른들 몰래 하룻밤에도 대륙을 가뿐히 넘나들고 있었다. 그 다음엔 “우리 애가 어디를 넘

어서 시리아로 갔을까”일 것이다. 터키 최남단 국경 도시 킬리스. 예전에 필자가 목격했듯

이 IS 대원이 되고자 이 국경을 넘어간 외국인 아이들만 2만여 명이 넘는다.

김 군의 행적을 따라서

그러나 2년 전과 달리 국경 여기저기에 각국에서 파견나온 정보요원들이 진을 치고 있

었다. 이미 100여 나라 2만 5,000여 명이 이곳을 넘어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국의 아이

들이 IS 대원이 되는 것을 막으려 안간힘이었다. 당연히 취재도 힘들었다. 취재 당시 영국

에서 넘어간 세 명의 소녀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취재하는 와중에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영국 남성이 나타나 “우리 국민을 취재하는 것을 멈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터키 정보

당국의 취재 방해도 취재의 난관이었다. 한국 아이들이 IS 대원이 되어 시리아로 가는 것

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임을 그들에게 설득시켜서 간신히 취재를 이어갔다.

아이를 찾으러 간 엄마라면 먼저 시리아 국경부터 가보고 싶었을 것이다. 아마 아이

가 없어진 장소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을까. 국경 취재를 하려면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터키-시리아 국경은 너무나 위험했다. 수많은 정보요원들의 눈을 피한다 해도 IS에

의한 납치와 시리아 난민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 팔려갈 수 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터

키 군경의 협조를 받아 국경에서 호위를 받는 것이다. 이런 대책 없이 무작정 국경을 촬영

하다가는 다른 외신기자들처럼 체포되어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터키 경찰은 언

론에 호의적이지도 않았고 국경이라면 뭐든 예민하게 반응해서 취재 협조 받는 데만 거의

한 달이 걸렸다. 간신히 취재 허락을 받고 터키 국경 검문소를 갔을 때 우리의 취재를 도와

주는 고위급 정보국 인사가 나와 있었다. 그는 우리 취재진에게 IS 마을 바로 인근은 접근

할 수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시리아 국경을 넘어서면 안 된다고 했다. 국경 검문소를 촬

영하는 것도 다른 외신기자에게는 허락해주지 않았다고 생색내며 겨우 5분 정도밖에 주

지 않았다. 5분이라도 무조건 촬영해야 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프리뷰 해보니 얼마

나 정신이 없었으면 찍었던 사람을 찍고 또 찍었던지 스태프들과 한참 웃었다.

김 군의 엄마가 가장 보고 싶었을 장소, 김 군이 사라진 ‘알베일리 마을’로 김 군 사건을

최초 보도한 터키 기자와 함께 찾아갔다. 마을은 길쭉하게 생겨 가운데 난 도로를 따라 지

나가야 했다. 마을 사람들 중 80%가 IS 추종자라 했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도주로도 없

었다. 동행한 터키 기자는 히잡(이슬람식 머리 수건)을 쓰라고 말해줬고 전력 질주로 마을

을 통과했다. 이윽고 김 군이 넘어간 국경선이 보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실제로 눈에 보

이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미리 가지고 간 GPS가 국경선을 보여줄 뿐이다. 터키와 시리

069취재기・제작기

아 국경은 철책도 없이 시리아 사람들과 외국인이 불법으로 자유롭게 월경한다. 그래서

김 군도 손쉽게 걸어서 이 국경을 넘었을 것이다. 터키 기자가 김 군의 마지막 행적이 남

아 있는 국경선을 설명해주었다. 그때 한 무리의 청년들을 보았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

리는 듯 한참을 서성였다. 동시에 국경 쪽에서 두 명이 걸어온다. 터키 기자는 이 청년들이

IS 대원이 되기 위해 시리아로 넘어가려 한다는 것과 이들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시리아

쪽에서 마중나온 IS 안내원들이라고 설명하며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차를

돌려 나오는데 청년들이 안내원을 따라 시리아 국경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마을에

남아 있던 IS 안내원 한 사람과 필자의 눈이 마주쳤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

이었다. 지금도 꿈에 그 안내원의 얼굴이 나올 정도로 공포로 남아 있다.

특종보다 한국인 목숨이 중요

이번 취재를 하는 동안 한국인 IS 대원에 대한 증언을 곳곳에서 들었다. 일반 시리아 사람

들부터 전직 IS 대원, 시리아 임시정부 고위 당국자 그리고 내무장관조차도 한국인 IS 대

원을 두 명 이상의 복수로 말했다. 심지어는 한국인 IS 대원들 그룹이 국경 근처에서 히스

바(IS 종교 경찰)로 활약하고 있다는 터키 기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두 명의 한국인 IS 대원

을 봤다는 전직 IS 대원은 한국말과 중국말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한국인 IS 대원들과 같

은 막사에서 6개월을 함께 살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더 이상 파고들 수가 없었다.

IS는 선전전에 능했다. 만약 한국 취재진이 한국인 IS 대원의 인적 사항과 인터뷰를

원하는 것을 알면 IS는 바로 그들을 카메라 앞에 세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필자

에게 한국인 IS 대원에 대한 정보를 먼저 주겠다고 SNS를 통해 접근하기도 했다. IS가 원

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관심이다. 언론에 무엇을 내놓아야 세계적인 뉴스가 될지 잘 알고

있다. 만약 끝까지 취재한다면 한국인 IS대원의 존재를 알릴 수는 있지만 그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사태가 벌어질까 염려스러웠다. 취재진 중에 특종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

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특종보다 사후 책임의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뇌관이었다. 더 이상

유혹에 시달리지 말고 그쯤에서 특종을 접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SNS로 접근했던 IS

대원들에게도 한국인 IS 대원 뉴스는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 취재진으로서 아깝기는 했지만 이 방송에서 꼭 특

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제2의 김 군을 막는 ‘IS 가

입 방지 가이드북’이었다. 이미 우리는 한 아이를 놓쳤지만 다른 아이들은 IS의 유혹으로

부터 지켜주고 싶었다. 또 부모님들께 IS 깃발만이라도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드려 혹시라

도 아이들의 컴퓨터에 이런 깃발이 있으면 위험 신호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취재

진이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말이다.

산업・정책

공정 경쟁 통해

국제 경쟁력 키워야격변기속뉴스통신시장의바람직한발전방향/우은식

디지털 보호주의 장벽 강화

신호탄EU의‘디지털단일시장전략’과의미/강준석

성큼 다가온

모바일 TV 전성시대스마트폰을통한미디어이용의변화/정동훈

‘금요일’의 재발견-

재미와 도전정신이 필요한 때지상파금요드라마등장으로본TV편성전략/장은미

산업·정책

071산업・정책

현재 정부에 등록된 뉴스통신사는 18개사다. 이 가

운데 전반적 보도 기능을 갖추고 한국기자협회 회

원사로 등록된 곳은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설립

순) 등 세 곳이다. 여기에 새로운 통신사가 진입 준

비를 서두르고 있어 한국의 뉴스통신 시장은 춘추

전국 시대의 치열한 각축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각축장에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뉴스통신 시장이 공정한 경쟁 질서에 의해 움

직이는 게 아니라 정부의 개입으로 불공정한 ‘시장’

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복수 통신사 체제는 언론 자유 운동의 성과

정부는 연합뉴스에 매년 400억 원 가까운 대규모 지

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연합뉴스에 대한 독

점적 지원 문제는 오랫동안 언론계의 쟁점이 돼 왔

고 최근 뉴스통신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더욱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언론학회가 지난 3월

개최한 ‘뉴미디어 혁명 시대, 한국 뉴스통신사의 위

상과 발전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런 가운데 <신문과방송> 6월호 ‘디지털 시대

뉴스통신사의 현황과 역할’이라는 글에서 필자인

한림대 최영재 교수는 정부의 연합뉴스 독점 지원

이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른 정당한 지원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이러한 주장이 자칫 뉴스통신 시장의

구조에 대한 독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가로막을 수

있어 이 글의 일부는 부득이 최 교수 글에 대한 반

론 성격을 다소 띠지 않을 수 없음을 양해해주기 바

란다.

주식회사 연합뉴스는 1980년 12월 단행한 언론

통폐합 조치에 따라 기존의 ‘동양통신’, ‘합동통신’

등을 통폐합하여 설립됐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

후 신문·방송 등의 설립 자유가 보장된 이후에도

정부는 유독 뉴스통신만은 독점 체제를 유지하려

우은식

뉴시스정치부차장(한국기자협회뉴시스지회장)

격변기 속 뉴스통신 시장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공정 경쟁 통해 국제 경쟁력 키워야

072 신문과방송 07 2015

했다. 이에 1999년 3월, 15개 중앙언론사 현직 기자

1,335명이 뉴스통신사 독점 반대 서명에 동참했고,

2001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야 비로소 뉴시스가

탄생할 수 있게 됐다. 뉴시스의 탄생은 복수 뉴스통

신 체제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넓히려는 현직 기자

들의 의지의 성과물이라는 성격이 강한 것이다.

최 교수는 뉴시스에 대해 ‘민영’이 아니라 굳이

‘사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민영 신문

사나 방송사, 일반 기업에는 ‘사영’이라는 표현을 쓰

지 않으면서 유독 민간 뉴스통신사에 대해 이런 수

식어를 붙여 사기업임을 강조했다. 만일 뉴시스가 사

기업이라고 해서 ‘사영’이라면, 연합뉴스 역시 주식

회사로서 사기업이며, 인사혁신처가 고시하는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대상 ‘영리사기업체’에 ㈜연합뉴

스도 명시돼 있는 사기업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2001년 뉴시스가 탄생하자 연합뉴스는 ‘연합뉴

스사법’ 제정을 추진했고 2년 뒤 이름을 바꾼 뉴스

통신진흥법이 제정됐다. 이 법의 골자는 연합뉴스

를 국가기간 통신사로 지정해 국민 세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3년간 4,300여 억 원 지원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정부가 2003년부터 2015년

까지 13년간 연합뉴스에 지원한 세금 총액은

4,312억 원에 달한다. 2015년의 경우 공적 기능 비

용 309억 원, 정보사용료 39억 원, 미디어 융합 인프

라 구축 지원비 20억 원 등 369억 원의 국민 세금이

지원된다. 연합뉴스는 해외 특파원과 통신원 60여

명의 인건비와 외신 계약료를 포함한 국제뉴스 부

문의 모든 인건비와 제작비, 북한 및 재외동포 관련

기사 생산비, 거기에다 지방 주재 기자 150여 명의

인건비와 취재비, 그리고 외국어 뉴스 인건비와 생

산비 등을 공적 기능이라는 명목으로 전액 정부에

서 받는다. 사실상 인건비와 운영비의 대부분을 세

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정부에서

기사 구매까지 맡아주고 뉴미디어 개발비도 지원해

준다.

문제는 연합뉴스가 스스로의 주장처럼 ‘공영’ 통

신사로서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으면서도 사적

영리 활동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합뉴스는 어느 민영 뉴스통신사보다도 적극적

으로 지자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광고 협찬 유치 활

동을 벌이고 있으며, 네이버 등 포털에는 어느 언론

사보다도 많은 대가를 받고 기사를 판매하고 있다.

KTX와 공항철도(AREX)에 뉴스를 판매하고 있음

은 물론, 최근에는 사업비 1억 원 이하의 광주 유니

버시아드 대회 기록사진 용역 사업까지 따내 지역

언론으로부터 골목상권까지 독식하려 한다는 비판

을 받기도 했다.

세금 지원은 지원대로 다 받고, 영리 활동은 영

리 활동대로 무한대로 할 수 있으니 경영실적이 좋

을 수 밖에 없다. 기자협회보가 지난 5월 13일 보도

한 ‘지난 10년간 실질 매출액 성장률’에 따르면 연합

뉴스는 39.6% 성장한 반면 조선일보는 -36.5%, 중

앙일보 -31.2%, 동아일보 -25.4%를 기록했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미디어오늘이 언론학박사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5월 발표한 결과를

보면 연합뉴스가 네이버 등 포털에 뉴스를 팔려면

정부 지원이나 특혜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답변이

53%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적을 두고 최 교수는 뉴

스통신사가 개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B2C로

가는 것은 시대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수

학자들은 연합뉴스가 포털에 뉴스를 판매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정부 지원을

073산업・정책

받으면서’ 그러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정부의 연합뉴스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은 민영

뉴스통신사의 입지를 사실상 없애려는 것이나 마

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하에서도 뉴시스는

중앙종합일간지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점유율

에서 현재 95%(2012년 발행부수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조선·중앙·동아 등 주요 신

문사들은 연합뉴스와의 뉴스 전재계약을 뉴시스로

바꿨다.

여기에는 연합뉴스의 포털에 대한 기사 제공 문

제가 계기가 됐지만, 뉴시스가 연합뉴스의 경쟁 매

체로 자리 잡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두고 최 교수는 “덤핑 계약의 성격이 짙”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그간 독점 통신사로서 기사 전재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많은 언론사들이 턱

없이 높은 가격에 불만이 많았지만 대안이 없으니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후발 통신사인 뉴시스가 연

합보다 낮은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덤핑이

라 할 수 있는가.

공적 기능 일부만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

국가기간 통신사가 필요하다면 한국 뉴스를 해외로

내보내거나 북한 뉴스를 생산하는 부문 정도일 것

이다. 이 분야의 기사 생산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

려운데다 국가 이익이라는 측면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합뉴스가 맡고 있는 공적 기

능 중에서 이 부분만 떼어 내어 세금 지원을 받는 국

영 또는 공영 통신사로 별도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

이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국가 대표 통신사는 치열

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지 정부가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AP나 로이터 같은 세계적인 통

신사가 ‘국가기간 통신사’인가. 뉴욕타임스나 워싱

턴포스트가 ‘국가기간 신문’인가.

연합뉴스는 20여 년간의 독점적 지위와 10여 년

간 수천억 원의 국가 지원을 통해 이미 압도적인 우

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비합리적 지원

제도로 불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신문

지원만 하더라도 여러 신문사를 대상으로 한 공모

에서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방송도 방송통신위원

회, 미래부가 방송발전기금을 통해 여러 곳을 지원

한다. 어떠한 지원제도도 특정 한 곳만 정해놓고 항

구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은 없다. 단지 연합뉴스

한 곳만을 지정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뉴스통신사

지원을 제외하곤.

뉴스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과 언론

계 전반의 상생을 위한 개도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미디어오늘이

언론학박사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5월 발표한 결과를 보면

연합뉴스가 네이버 등 포털에 뉴스를 팔려면 정부 지원이나 특혜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답변이 53%로 나타났다.

산업·정책

074 신문과방송 07 2015

강준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연구위원

EU의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과 의미

디지털 보호주의 장벽 강화신호탄

지난 5월 초 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단일 시장 전

략(digital single market strategy, 이하 단일 전략)’이라

는 슬로건 아래 (1)온라인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접

근성 향상, (2)디지털 네트워크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 (3)디지털 경제의 성장 잠재력 극대

화라는 세 가지 핵심 목표와 해당 과제 달성을 위한

세부 계획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단일 전략’은

표면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상품·인력·서비스·

자본 분야에 대한 EU 역내 통합을 디지털 시장에서

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지만, 실상

은 디지털 시장에서 날로 커지고 있는 구글, 페이스

북, 넷플릭스 등 미국 기반 기업의 영향력을 견제하

기 위한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기업에 대한 선전 포고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EU 지역에서 연평균

22%씩 커지고 있는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 콘텐츠

거래 시장은 얼마 남지 않은 성장 시장 중의 하나

이다. 하지만 EU 디지털 시장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54%)은 아마존, 애플, 구글 등 미국 기반 기업

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매출액 중 42%는 개별 회원

국 내에서 해당국 기업과 소비자 간에 이루어지는

거래로부터 발생하고, 불과 4%만이 EU 회원국 간

지난 5월 6일 EU 집행위원회가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서비스 시장의 국가 간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유럽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출처: DP연합뉴스

075산업・정책

거래로부터 얻어져 유럽통합이라는 EU의 기본 정

신이 무색한 지경이다[그림 참조].

이는 28개 회원국별로 각기 다른 소비자보호법,

계약법 및 저작권 제도, 통신 및 미디어에 대한 규제

체계 등이 디지털 시장 통합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별 국가의 기업이

역내 다른 국가의 소비자에게 전자상거래를 통해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국가별로 다

른 계약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연간 4.5조억~9조

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 기반 기업은 EU 개별 회원국에서 전반적으

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규

모의 경제를 달성해 이와 같은 추가 비용을 흡수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반면, 역내

기업의 경우 다른 회원국 시장 진입을 위해서 발생하

는 비용과 기대 수익을 고려할 때, 여타 국가로의 시

장 진입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 경우가 많은 것이다.

‘단일 전략’의 최종 목적은 결국 온라인 거래 관

련 제도 및 규제 체계의 효율화와 일원화를 통해서

EU 회원국 기업 및 소비자 간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을 줄임으로써 EU 기반 기업의 역내 온라인 거

래를 활성화시켜 미국 기반 기업을 견제하겠다는 것

이다. EU 집행위는 이와 같은 ‘단일 전략’을 실현하

기 위해서 세 개의 목표를 설정하고 개별 목표를 달

성하기 위한 전략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목표1. 디지털 시장 접근성 향상

EU 집행위는 역내 디지털 시장 통합을 이루기 위해

서는 우선 디지털 시장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접

근성을 향상시켜야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법제도의 일원화 △저렴하면

서도 고품질의 국경 간 소포 배달 서비스 제공 △정

당하지 않은 지역 차단(geo-blocking) 방지 △저작

권 체계 개선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소비자의 38%만이 역내 다른 국가

에 있는 기업과의 인터넷 거래가 안전하다고 느끼

고 있는 상황에서 역내 인터넷 상거래 활성화를 위

[그림] EU 디지털 시장 내 매출액 점유율 현황

54% (미국 기반 기업 온라인 거래)

4% (EU 회원국 간 온라인 거래)

42% (개별 회원국 내 온라인 거래)

54% 42%

4%

076 신문과방송 07 2015

해서는 전자상거래 시 소비자 보호를 위한 EU 차원

의 일원화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자국 요금

보다 2~5배까지 높은 EU 역내 소포 우편 요금과 비

효율적인 국가 간 배송 체계가 역내 온라인 물품 판

매에 장애로 작용하기 때문에 요금 투명성과 효율

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EU 역내에서 소비자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서

판매가 거부되거나 차별적인 요금이 부과되는 행

위(geo-blocking)에 대해서도 그 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되지 않을 경우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EU 역내에 이용 가능한 전체 VOD 콘텐츠 중

에서 4%만이 EU 회원국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유

통되고 있는 등, 저작권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비효

율성을 해소하기 위해서 회원국 간 저작권 규제 체

계의 일원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목표2. 적절하고 공정한 환경 조성

‘단일 전략’은 디지털 네트워크와 혁신적 서비스를

위한 적절하고 공정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 △통신

및 미디어 관련 규제 체계의 개선 △플랫폼에 대한

적절한 규제 환경 조성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강

화 등을 강조했다. 주파수 정책과 관리의 일원화 등

EU 역내 통신 시장에 대한 단일 시장 전략을 채택

함으로써 망사업자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효율

적인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 개선이 이루어질 예

정이다. EU 역내의 미디어 정책 가이드라인인 ‘시

청각미디어지침(AVMS)’이 현재 해당 지침의 적용

범위가 아닌 역무(예,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와

지리적 위치에 속한 플레이어를 규제 체계에 포함

시킬 것인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EU는 구글, 페이스북 등의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이 획득한 정보를 오용하거나, 높은 협상력

을 남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고 경쟁자에게 불리

하도록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등의 불공정한 행위

에 대한 우려가 높아 이와 관련된 현황 조사를 연내

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 서치엔진, 소

셜 네트워킹 서비스, 이메일 서비스 기업에 대해서

EU회원국 국민의 22%만이 전적인 신뢰를 갖고 있

는 상황 등을 고려해 개인정보 보호와 네트워크 보

안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다

목표3. 디지털 경제 성장 잠재력 극대화

마지막으로 EU 집행부는 디지털 경제의 성장 잠재

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데이터 경제의 구축 △

호환성과 표준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 △디지털 기

술 역량 및 인력 확충과 전자정부 확대 등을 전략적

목표로 설정했다.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함으로써 클라

우드 컴퓨팅, 빅테이터, 데이터 기반 과학, IoT의 성

장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

기 위한 세부 전략 수립 계획을 밝혔다. 디바이스와

네트워크, 데이터 저장소 간의 호환성을 높여 지역

간, 산업 간, 서비스 간 효율적 연결망의 구축을 통

한 디지털 단일 시장 형성을 위해서 범EU 차원의

호환성 및 표준화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마지막

으로 연평균 4% 이상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ICT 전

문인력을 충분히 양성해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

소하고, 시민의 기본적인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전자정부를 구축함으로써 디지털 경제 성

장 잠재력의 극대화를 꾀하기로 했다.

우리도 디지털 시장 영토 확장 필요

EU의 ‘단일 전략’은 향후 디지털 시장에서의 국가

간 또는 지역 간 패권 경쟁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다

077산업・정책

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첫째, ‘단일 전략’은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보

호주의의 강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단일 전략’ 실행의 일환으로 EU는 올해 말까

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의 역할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힘으로써 이

들 미국 기반 플랫폼에 대한 견제 의사를 노골적으

로 드러냈다. 실제로 일부 유럽 정치인과 관료들은

미국 기반 기업에 대한 규제가 EU 기업에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해줄 것이고, 거대 플랫폼의 영향

력이 ‘필수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정부 규제의 필요

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

장하고 있다.

둘째,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디지털 시장 경쟁

환경하에서 국내 관련 제도에 대한 검토와 개선도

시급하다. 디지털 시장에서 아직까지 국내 토종 기

업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EU의 ‘단일 전략’이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을 통한 해외 물품 직구 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대규모 전자상거래 기업

및 온라인 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국내 진출설이 끊

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의 해소와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고민

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도 EU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셋째, 국내에서도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EU의 대규모 플랫

폼 사업자에 대한 조사 배경이 구글, 페이스북 등 미

국 기반 기업에 대한 견제인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로 거대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우월적 지위 남용 등

에 대한 우려는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고 이는 EU

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EU가 ‘단일 전략’을 통해서 디지털

시장에서의 국경을 확장하려는 시도처럼 우리도 이

제는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장의

영토를 해외로 확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만 안주하고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

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나마 지금 가지고 있는 시

장에 대한 수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

참고문헌

Drozdiak, N. & Pop, V. (May 28, 2015). EU Claims Single Digital

Market Plans Aren’t Protectionist. The Wall Street Journal.

http://www.wsj.com/articles/eu-claims-digital-single-

market-plans-arent-protectionist-1432804064

Economist (May 9, 2015) “Disconnected continent”. http://www.

economist.com/news/business/21650558-eus-digital-

master-plan-all-right-far-it-goes-disconnected-continent

European Commission (2015 a). A Digital Single Market Strategy for

Europe.

(2015 b). A Digital Single Market Strategy for Europe –

Analysis and Evidence.

‘단일 전략’의 최종 목적은 결국 온라인 거래 관련 제도 및

규제 체계의 효율화와 일원화를 통해서 EU 회원국 기업 및 소비자 간의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EU 기반 기업의 역내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시켜 미국 기반 기업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정책

078 신문과방송 07 2015

매주 토요일 밤 11시 15분에 방영하는 MBC의 ‘마

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 인기다. ‘아프리카

TV’와 같은 개인방송 포맷을 지상파방송에 적용한

최초의 사례인데, 채팅방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함으로써 그 재미가 쏠쏠하다.

‘마리텔’은 전국 시청률 7%대를 유지하며 동시간대

예능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포털사인

다음에서 방송하는 ‘마리텔’의 실시간 방송을 모바

일로 시청하는 비율이 55%에 달한다는 것이다. 모

바일의 특성상 채팅창에 글을 남기는 비율은 떨어

지겠지만, 실시간 방송에 55%가 넘는 시청자가 모

바일로 접속한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

통신 이용 패러다임의 변화

최근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바 있다. 이것은 스마트폰에서 ‘스마트’가 더 이상

‘폰’을 꾸미는 형용사의 위치가 아닌, 주어의 위치

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즉,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

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가 아닌 네트워크망을 활

용한 서비스로의 진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알뜰폰

의 반격도 만만치 않은데, CJ헬로비전 헬로모바일

은 이동통신 3사와 동일한 서비스와 더불어 N스크

린 서비스를 무료 제공함으로써, 통신 서비스가 음

성과 문자 기반 서비스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

하는 통신 이용 패러다임의 변화된 추세를 따라가

는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Cisco, 2015)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월

간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은 약 2.5EB(엑사바이트: 테

라바이트의 100배)이며, 2019년 말 24.3EB로 10배 가

까이 늘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에

서는 2014년 말 전체 모바일 트래픽에서 동영상 트

래픽이 차지하는 비율이 55%이고, 2019년에는 약

13배 늘어나 전체 모바일 트래픽 사용량의 7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데이터의 사용은

정동훈

광운대미디어영상학부교수·Comm.&Tech.Lab소장

스마트폰을 통한 미디어 이용의 변화

성큼 다가온모바일 TV 전성시대

079산업・정책

갈수록 증가하고 이러한 데이터 증가의 가장 큰 비

중을 바로 동영상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도 벗어나지 않는다. 미래창

조과학부(2015)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말부터 동

영상과 멀티미디어 트래픽의 비중은 60%대를 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웹과 SNS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표]. 또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정용찬, 2015)에 따르면, 10대와 20대

는 스마트폰을 통한 미디어 콘텐츠 이용에서 타 연

령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는데 스마트폰을 통한

TV 콘텐츠 이용 비율은 각각 42.3%, 37.9%이며 기

타 동영상 이용률도 각각 59.4%와 50.2%로 나타

[표] 콘텐츠 유형별 모바일 트래픽 현황

구 분 동영상 멀티 미디어 웹포털 SNS 마켓 다운로드 기타 합계

’13.12규모(TB) 519.3 113.2 222.2 150.1 90.6 55.5 1,150.9

비중 45.1% 9.8% 19.3% 13.1% 7.9% 4.8% 100

’14.3규모(TB) 560.0 141.9 239.0 171.0 87.6 64.4 1,263.9

비중 44.3% 11.2% 18.9% 13.5% 6.9% 5.2% 100%

’14.6규모(TB) 732.8 167.9 293.4 236.4 123.4 68.5 1,622.5

비중 45.2% 10.4% 18.1% 14.6% 7.6% 4.1% 100%

’14.9규모(TB) 1,100.6 191.6 364.8 361.2 127.8 105.3 2251.3

비중 48.9% 8.5% 16.2% 16.0% 5.7% 4.7% 100%

’14.12규모(TB) 1,1319.3 183.0 330.5 345.9 85.4 114.5 2,378.6

비중 55.5% 7.7% 13.9% 14.5% 3.6% 4.8% 100.0%

’15.3규모(TB) 1,369.6 436.2 412.5 442.8 86.9 55.7 2,803.7

비중 48.9% 15.6% 14.7% 15.8% 3.1% 2.0% 100.0%

*미래창조과학부(2015.3)에서인용

[그림1] 연령별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이용 (단위: %)

TV콘텐츠 라디오 영화 기타 동영상 신문 게임 음악

*N=4,303명,한달에하루이상이용비율,**정용찬(2015.4.15.)에서인용

080 신문과방송 07 2015

났다. 이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지만 30대

와 40대의 스마트폰을 통한 TV 콘텐츠 이용 비율도

30%에 육박하고, 기타 동영상 이용률도 각각 42.3%

와 31.1%에 달해 스마트폰이 제2의 TV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그림1]. 2015년 1월 보고서

(하형석, 2015)는 2014년 N스크린 활용 기기별 이용

률 가운데 스마트폰에서 방송 프로그램, 동영상, 음

악/음원, 책/신문/잡지, 사진 등을 가장 많이 활용하

고 있음을 보여주는데(N스크린: 하나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다수의 기기에서 연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서

비스), 방송 프로그램 항목에서 2014년 TV의 이용

률은 27.8%로 2013년(16.3%)보다 11.5%p 상승했다.

모바일에서 영상 시청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

이고 특히 젊은 층에서 그 이용률이 높으며,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바일 통한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글로벌 LTE 시장의 확산은 스마트폰의 역할을 송

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시장 역시

재편되고 있는데, 모바일 생태계로의 전환이 가속

화됨과 동시에 IoT 시장으로의 확산을 이끄는 기

반이 되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와 서비스 사업자

는 대역폭의 확장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

능하게 한다. 전통적인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서

비스는 채무 악화를 초래한다. 포춘지는 최근 기사

(Heinrich, 2014)에서 OVUM 리포트를 인용하며 전

세계 통신 산업은 2012년부터 2018년 사이에 약

3,860억 달러의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

는데, 이는 스카이프(Skype)와 링크(Lync)와 같은

OTT VoIP사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OTT 서비스라 함은 오버더톱

(Over-The-Top)을 줄인말로서, 넷플릭스나 훌루

그리고 우리나라의 티빙과 푹 같은 서드파티(third

party)를 통해 전송되는 비디오나 오디오 등과 같

은 미디어 서비스를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VoIP 서

비스 역시 오디오와 비디오를 함께 전송하기 때문

에 OTT VoIP로 호칭하기도 한다. 즉, 통신사들은

VoIP를 포함한 영상 혹은 음성의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에 전통적인 서비스로는 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OTT VoIP 시장은 매년 20% 이상씩

증가하여 2018년에는 총 1조 7,000억 분의 통화시

간을 기록할 것이며, 이는 약 630억 달러의 손실을

가져오리라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새롭게 소개되는 채팅 앱들은 대부분 비

디오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용자가 많지 않지만 왓츠앱(WhatsApp)이나 위챗

(WeChat)은 기존의 VoIP사들과는 다르게 SNS를 기

반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소비하

게 된다. 생각해보라! 7억 6,000만 명의 가입자를 갖

고 있는 차이나 모바일에서 이러한 앱을 통해 동영

상 채팅하는 것을…. 이는 불 보듯 뻔하게 통신사에

게 커다란 손실을 갖고 올 것이다. 트위터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140자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길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찾고자 페리스

코프(Periscope)를 인수했다. 페리스코프를 인수하

기 전에 트위터에서는 미어캣(Meerkat)을 통해 실시

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

문에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이제 트위터에서는

140자의 휘발성 강한 텍스트 외에도, 저장 가능한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그리고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기 때문에 ‘실시간’이 강조되는 스포츠 게임에서

특히 페리스코프는 능력을 발휘한다. 우리나라에서

081산업・정책

최근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것은

스마트폰에서 ‘스마트’가 ‘폰’을 꾸미는 형용사의 위치가 아닌, 주어의

위치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즉, 스마트폰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가

아닌 네트워크망을 활용한 서비스로의 진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프리카TV’가 그랬듯이 지상파 또는 유료채널 방

송을 그대로 전송함으로써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

기도 했는데, 지난 5월 열린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권투 경기 중계가 그 한 예이다.

스마트폰의 선언 “내가 미디어다”

신문은 어떠한가? ‘모바일 퍼스트’를 선언한 뉴욕

타임스는 애플워치에 최적화된 한 문장 뉴스(one-

sentence Stories)를 제공하고 있고, 아이폰 전용으로

편집자가 뽑은 뉴스를 제공하는 ‘NYT 나우(NYT

Now)’는 기존 월 8달러에서 무료로 전환했다. 특히

더넥스트웹(TNW)에서 6월 12일 공개한 뉴욕타임

스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뉴욕타임스 사무실의 데

스크톱 컴퓨터에서는 당분간 뉴욕타임스에 접속을

금지할 것이고, 오직 휴대전화나 태블릿으로만 접

속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뉴욕타

[그림2] 뉴욕타임스 건물 내 데스크톱에서 자사 웹 사이트에 접속을 금하는 내용의 이메일

Dear Colleagues:

We’ve made significant strides on mobile in the last year, but we believepassionately that we have much farther to go.

That’s why on Monday, we’re planning an eperiment to drive home movile’simportance: we’re temporarily blocking access inside our headquarters to thedesktop homepage of The New York Times.

If you try to enter www.nytimes.com on your desktop in the building all weeklong, you’ll recive a message that tells you to look at The Times on your phoneor tablet.

More than half of our traffic to The Times is on mobile. We’re hopeful that thistemporary change will help spur us to make mobile an even more central part ofeverything that we do.

Arthur, Andy, Mark and Dean

*Swanner(2015)에서인용

082 신문과방송 07 2015

임스에 접속하는 트래픽의 50% 이상이 이미 모바

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실험은

사용자 경험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실험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미디

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모바

일 퍼스트’의 기치는 더욱 드세질 것이다.

필포트(Philpott, 2015)는 통신사와 OTT 사업자

간 파트너십 가운데 소셜 미디어, 영상 그리고 음

악이 주요한 분야임을 밝힌 바 있다. 모바일을 통

한 소셜 미디어의 이용은 각종 조사에서 대부분 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는 그 이용량이 놀랍다. 페이스북 마케팅 부트캠프

에서 공개한 페이스북 마케팅 자료(안수영, 2015)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매월 1,500만 명 그리고 매일

980만 명 이상이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 매월 1,300만 명 그리고 매일 940만 명 이상이 모

바일에서 접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 놀라운 것

은 전체 모바일 사용 시간의 25%를 페이스북 사용

에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카카오(2015)는 아예 TV로 눈을 돌렸다. 다

음카카오는 카카오TV를 출시한다고 6월 16일 공

식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모바일 TV 시대의 전성기

를 열고자 한다. 모바일 SNS를 기반으로 다양하게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데 방송 역시 주요한 시

장이다. 게다가 SNS라는 특징으로 함께 보기(social

viewing)도 가능하다. 모바일의 보급으로 텔레비전

을 보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식의 디지털 동시

이용이 빈번한데, 이를 하나의 기기에서 해소하고

자 하는 시도이다. 무료 영화 VOD, 웹 드라마뿐만

아니라 스포츠 경기나 ‘마리텔’과 같이 커뮤니케이

션을 필요로 하는 실시간 방송 등이 킬러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또한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이었던 개

인별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고, SNS라는 기능적 특

징을 활용해 지인들의 추천이나 댓글 등을 통해 ‘콘

텐츠의 소셜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가져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미디어화는 낯설지 않다. ‘모바일 퍼

스트’라는 환경에서 이용자에게 어떻게 최적 환경

을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모바일 미디어 생태

계, 더 나아가 IoT 생태계로 확산될 수 있을지 혜안

이 필요하다. 디지털과 모바일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과업을 달성해야 하는 시대에, 언론과 방송

의 대응이 기대된다.

참고문헌

다음카카오(2015). 다음카카오, 모바일 소셜 영상 서비스 ‘카카오

TV’ 출시. 다음카카오. http://www.daumkakao.com/pr/

pressRelease_view?page=1&group=1&idx=8271

안수영(2015). 페이스북이 말하는 마케팅과 IT 업계의 변화는? IT동아.

http://it.donga.com/21365/

정용찬(2015. 4, 15).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세대간 미디어 이용 특징 변화.

KISDISTAT Report Vol. 15-01. 서울: KISDI

하형석(2015. 1, 26). 멀티미디어 시대의 N스크린 이용. KISDISTAT

Report Vol. 15-01-02. 서울: KISDI

Cisco(2015). Cisco Visual Networking Index: Global Mobile Data

Traffic Forecast Update, 2014–2019. Cisco. http://www.cisco.

com/c/en/us/solutions/collateral/service-provider/visual-

networking-index-vni/white_paper_c11-52086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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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s-staff-from-viewing-its-desktop-homepage/

산업·정책

083산업・정책

지상파 금요 드라마 등장으로 본 TV 편성 전략

‘금요일’의 재발견-재미와 도전정신이 필요한 때

장은미

서강대언론문화연구소선임연구원

방영 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몰고 온 KBS ‘프로듀사’

가 막을 내렸다. ‘어벤져스’급 제작진과 배우들뿐만

아니라, 예능국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최초의 시

도이며 지상파에서 금토 저녁 시간대에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도 처음이라 많은 관심의 눈이 쏠렸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필자는 한동안 금토 저녁

마다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다. 어리버리하지만 여

전히 매력 있는 백승찬을 볼 것인가 아니면 불혹을

넘긴 이 나이에도 심쿵하게 만드는 지은호와 은동

이를 만날 것인가? 잘 알다시피 백승찬은 KBS ‘프

로듀사’ 김수현의 극중 이름이며, 지은호와 지은동

은 jtbc ‘사랑하는 은동아’의 두 주인공 이름이다. 이

제 ‘프로듀사’가 종영했으니 어느 것을 본방 사수하

고 어느 것을 VOD로 볼 것인가를 고민하던 것에서

벗어났지만, ‘프로듀사’를 계기로 지상파방송의 변

화하는 편성 전략에 대해서는 한번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KBS에서 금토 저녁 시간대에 드

라마를 선보인 것은 TV시장의 콘텐츠 경쟁이 그만

큼 치열해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후 지상파의 여

타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요 드라마 선도한 tvN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상파방송에서 금요일은

드라마 불모지였다. 월화수목 밤 10시대의 미니시

리즈는 금요일 하루를 쉬고 토일 주말 연속극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드라마 편성 전략은 소위 ‘불금’의

유행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금요일엔 시청자를 TV

앞으로 불러 앉히기가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러한 금요일 프로그램 편성 전략은 비단 드라마뿐

아니라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로 적

용됐다. 그래서 금요일은 한때 ‘시청률의 불모지’라

는 닉네임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무주공산 금요일에 가장 먼저 눈을 돌

084 신문과방송 07 2015

린 곳은 비지상파 채널인 tvN이었다. ‘응답하라

1997(이후 응7)’의 후속편으로 나온 ‘응답하라 1994’

를 금토 저녁 시간에 편성함으로써 당시 지상파

에 밀리던 케이블 드라마의 틈새시장 편성 전략을

구사했다. 사실 2012년에 방영된 ‘응7’ 때만 하더

라도 tvN은 지상파 드라마 시간이 끝난 화요일 저

녁 11시 시간대에 2회 연속 방송으로 ‘응7’을 편성

했다. 하지만 ‘응7’의 성공은 시청자의 향수와 추억

을 자극하는 복고풍 예능형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

에 확신을 줬을 뿐 아니라 변화하는 시청자의 라이

프 사이클까지 가세해 금요일 저녁 시간대를 과감

히 선도적으로 공략해 볼 수 있게 했다. 주지하다시

피 tvN은 지난 2014년 하반기, 드라마 ‘미생’과 예능

‘꽃보다’ 시리즈로 금요일 저녁을 tvN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이후 케이블에서 촉발된 금토 드라마 열

풍은 지상파와 종편에도 영향을 미쳐 jtbc의 ‘하녀’

가 탄생했고, KBS의 ‘프로듀사’로 이어졌다. 이렇듯

비지상파에서 금토 드라마의 연이은 성공은 지상파

의 금요일 저녁 시간대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인

식으로 이어졌고 적극적인 편성 전략을 구사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금요일 시간대가 시청률에 있어 중요한 지

점으로 떠오른 것은 오랜 시간 지상파 채널과의 경

쟁으로 밀리고 있던 케이블 채널이 참신한 기획으

‘프로듀사’는 금토 드라마라는 지상파에서는 보기 드문 획기적인 편성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있어서도 예능형 드라마라는 실험적인 장르를

추구하며, KBS가 여태껏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금요일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했다.

085산업・정책

로 달라진 시청 풍토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라

고 볼 수 있다. 달라진 시청 형태는 주5일제와 모바

일 미디어 환경으로 얘기될 수 있다. 주5일제 근무

가 정착되면서 ‘불금’은 옛말이 됐고 사실상 ‘불목’

으로 직장의 회식 문화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금요

일 저녁은 점차 시청자들이 가족 단위로 여유롭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TV를 시청하는 경우가 늘

어나 상대적으로 바쁜 주중보다 오히려 본방 사수

의 기회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

으로 한 1인 가구들도 금요일 저녁 시청의 중요한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1 그래서 주중의

시청률보다 금요일 시청률이 증가하고 있

는 추세이다.

시청 행태와 관련한 변화 중 또 다른 하

나는 모바일 시청이다. 디지털 패러다임으

로 얘기되는 미디어 환경 변화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침투하여 생활 패턴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모바일은 바쁜 현

대인의 일상에서 변화의 중심에 있다. 특히

주5일 근무로 더욱 바빠진 주중의 TV 시

청은 방송국에서 정해준 시간보다 내 생활

패턴에 맞게 편한 시간에 몰아보기나 다시

보기의 적극적 시청 행태가 많은 반면, 상

대적으로 여유로운 금요일 저녁은 방송국

의 편성표대로 TV를 시청하는 ‘수동적 즐

거움’의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뜨거운 금요일 밤 시청률 경쟁

이렇듯 시청률의 사각지대에서 프라임타

임으로 떠오른 금요일에 비지상파, 지상파

할 것 없이 방송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참신하고도 획기적인 기획으로 금요일 시

청자 잡기에 몰두하며 나름의 편성 전략들을 구사

하고 있다. 얼마 전 MBC는 토요일 저녁을 책임지던

‘세바퀴’를 금요일로 옮겨와, 부동의 금요일 저녁 예

능 1위를 지키고 있는 ‘정글의 법칙’에 도전장을 내

밀었으며 이로써 금요일 저녁 예능은 MBC와 SBS,

tvN, jtbc의 각축장2이 됐다. KBS의 ‘프로듀사’도 이

러한 과정에서 나온, KBS의 고심과 반격의 상징이

라 볼 수 있다. 사실 KBS는 2014년 ‘하이스쿨 러브

온’을 시작으로 해서 올 1월엔 ‘스파이’, 3월엔 ‘드라

마스페셜 2015 시즌1’으로 이어지는 금요 드라마를

케이블 채널 tvN은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를 금토 저녁 시간에 편성함으로써

당시 지상파에 밀리던 케이블 드라마의 틈새시장 편성 전략을 구사했다.

086 신문과방송 07 2015

실험적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청 행

태 속에서도 금요 시청자를 잡지 못해 난황을 겪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이 시간대 시청자를 잡고자

금토 드라마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프로듀사’의 이러한 모험은 시청률 측면에서는

KBS가 여태껏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금요일 두 자

릿수 시청률을 달성했기 때문에 일단 성공적인 진

입과 편성이었다 평가할 수 있지만, 이는 아직 절반

의 성공이라 할 수 있으며 어쩌면 그 지속성에서 볼

때는 안정적인 정착보다는 위태로움이 먼저 떠오

르는 것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KBS의 금토 드라마 편성 전략이 탄력을 받으려면

참신하고 획기적인 기획의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나

와야 하는데, ‘프로듀사’를 통해 볼 때 그 부분은 안

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듀사’는 최고의 제작진

과 스타 배우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드림

팀이었다. 하지만 ‘프로듀사’로 잡아놓은 시청자를

매번 그러한 조합의 제작진과 배우들로 구성해 프

로그램을 만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며, 실제

적인 수익률을 따져보더라도 몸값 높은 작가와 배

우들의 상승한 인건비로 인해 과연 수익이 남을지

도 의문이다. ‘프로듀사’ 곳곳의 과도한 PPL은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어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는 점

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응답하라’ 시리즈나 ‘미생’

‘하녀’ 등의 금토 드라마는 새로운 기획과 함께 몸값

은 높지 않지만 연기력이 탄탄한 중견 연기자들과

신인들로도 드라마 전개의 몰입도와 치밀성을 충분

히 높였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계속 실험하고 도전해야

하지만 이번에 KBS가 야심차게 선보인 ‘프로듀사’

는 몇몇 지점에서 이후의 지상파TV 편성 전략에 있

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첫째, 증가하는 매체

간 혹은 매체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편성에 있어서의 실험적인 시도를 지속적으로 이어

가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금토 드라마 편성은 지상

파에서는 처음 시도한 것이지만 이것은 이미 케이

블 채널인 tvN에서 시도해 성공한 전략이다. 하지

만 금토 드라마 편성 전략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

니다. tvN은 ‘미생’ 이후의 드라마는 모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3 이것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시

청자들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TV 앞에 앉아 있는 것

이 아니라 ‘재밌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앉아 있는다

는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참신하고 도전적

인 기획력과 탄탄한 콘텐츠가 금토 드라마 편성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금요일 시청

자들 중에서 타깃 시청자들을 어떻게 상정하는가에

따라 드라마 콘텐츠의 방향성은 달라질 것이며, 만

약 그 시간대에 드라마가 아닌 예능 장르로 도전을

한다면 기존 지상파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포맷이나 콘텐츠로 젊은 층의 1인 가구들을 사로잡

아야 할 것이다.

둘째, ‘프로듀사’는 금토 드라마라는 지상파에서

는 보기 드문 획기적인 편성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

라, 콘텐츠에 있어서도 예능형 드라마라는 실험적

인 장르를 추구했다. 그래서 예능국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가 하면 전통적 드라마 제작 방식에서 벗

어나 드라마에 예능적 요소를 결합하여 시청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존의 미

니시리즈보다 짧은 12회 편성이었다. 물론 완성도

를 높이기 위한 명목으로 예정된 방송 시간보다 확

대 편성한 부분은 극의 전개를 좀 더 치밀하게 구성

하지 못한 제작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모바일 시

청과 선택 시청이 젊은 층의 드라마 경험의 하나의

087산업・정책

주5일제 근무가 정착되면서 ‘불금’은 옛말이 됐고 금요일 저녁은

점차 시청자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서 TV를 시청하는 경우가

늘어나 바쁜 주중보다 오히려 본방 사수의 기회가 늘어났다. 그래서

주중의 시청률보다 금요일 시청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와중에 웹드라마나 프리

퀄이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12회라는 실

험적인 편성 속에서 속도감 있는 전개와 치밀한 구

성을 통한 개연성이 담보됐을 때에만 시청자들은

주목할 것이다. ‘프로듀사’가 스타 군단을 데려오고

도 애초 기획과 다르게 여느 드라마처럼 예능국은

배경이고 또 연애 이야기만 하냐는 시청자들의 질

타는 이런 측면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

만 이후 매체들은 보다 유연한 드라마 편성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 드라마 장르적 성격에 따라 8회, 혹

은 12회로 제작하면서 못 다한 얘기들은 프리퀄로

만들어 플랫폼을 다양하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기

획 단계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시청자의 반응

에 따라 탄력적으로 편성을 고민할 필요도 있을 것

이다.

다른 요일 편성 전략도 고민하자

마지막으로, 금토 드라마가 새로운 편성 전략이라

면 발상의 전환을 꾀해 기존의 주중 밤 10시 드라마,

11시 예능으로 이어지는 고정화된 패턴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지상파의 침체와 종

편 및 케이블의 약진은 고정 편성의 개념에 있어서

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때임을 보여주는 것인지

도 모른다. 실제로 월요일 지상파 미니시리즈를 볼

것인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볼 것인가로 늘 부

녀간 다툼이 난다는 지인의 말은 전통적 플랫폼인

지상파TV의 점유율 감소를 간접적으로 드러낼 뿐

만 아니라 ‘10시 드라마’라는 고정적인 시청 행태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지상파는 변화를

뒤따르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변화를 선도

하는 모험과 실험이 절실한 때이다.

급속한 미디어 환경 변화와 새로운 삶의 방식들

은 기존의 아날로그적 경계들을 흐리고 있다. 장르

적 혼종도 이러한 우리네 삶의 반영일 것이다. ‘착

한’ 드라마에 열광하고, 화려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

나 외딴 곳에서 한 끼의 식사만을 고민하는 자연친

화적 ‘슬로우형’ 예능에 감동하는 것은 곳곳의 우리

네 일상이 휴식과 힐링과 집단적 보상이 절실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매체들은 시청자들의 이러한

마음을 받아 안을 수 있는 편성 전략을 고민할 때만

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1 MBC금요일심야시간대의‘나혼자산다’는이러한변화들을고려한편성전략이라볼수있다.

2 MBC‘세바퀴’‘나혼자산다’,SBS‘정글의법칙’,jtbc‘마녀사냥’,tvN‘삼시세끼’

3 ‘하트투하트’‘슈퍼대디열’‘구여친클럽’

미디어 포럼

“리뷰・의견・뉴스 줄이고

프리뷰・팩트・스토리 늘려라”제22회세계편집인포럼참관기/김종목

‘나는 생각한다’류 기사 쓰기는 이제 그만2015탐사보도기자협회콘퍼런스참관기/권영전

위기의 한국 저널리즘과 비판적 언론학의 반성2015년한국언론정보학회봄철정기학술대회/정준희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7

한국 방송 저널리즘의 기본을 세우다방송최초뉴스프로듀서이정석/김성호

세상을 바꾼 보도 7

아들 숨지게 한 아버지와 사법부의 고민탐사보도단골화두‘딜레마와선택’다룬기사두편/이규연

미디어 포럼

089미디어 포럼

김종목

경향신문모바일팀장

제22회 세계편집인포럼 참관기

“리뷰·의견·뉴스 줄이고프리뷰·팩트·스토리 늘려라”

지난 5월 31일 미국 워싱턴 D.C. 뉴지엄을 찾을 때

만 해도 ‘죽음’과 맞닥뜨릴지 몰랐다. 세계신문협회

총회 및 세계편집인포럼 환영 리셉션 장소인 뉴지

엄에서 발길을 오래 멈춘 곳은 ‘언론인 기념비’다.

이 기념비는 1837년 이후 취재 보도중 살해당하거

나 사고로 죽은 언론인을 기리는 조형물이다.

건물 내부 왼편 2층 높이로 솟아 오른 투명 유리

패널 소재의 기념비에 순직한 신문·방송기자, 사진

기자, 에디터 2,254명의 이름을 새겼다. 이들의 사진

을 붙인 갤러리가 유리 기념비 오른쪽 벽면을 장식

한다. 3층 높이 하얀 색 패널의 갤러리는 3분의 1 가

량이 비어 있다. 미래의 죽음까지 기념비에 오를 대

상으로 남겨둔다는 점에서 일단락된 사건과 인물

(들)을 기리는 여느 비와는 다르다. 언론의 영광과

오욕, 고통의 역사를 기록한 박제된 공간에서 가장

살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저널리스트의 죽음

이 저널리즘의 생명을 연장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 갤러리. 워싱턴 D.C. 뉴지엄은 기념비를 만들어 순직한 언론인

들을 기리고 있다. 뉴지엄은 매년 기념비에 순직 언론인들을 추가한다. 지난

6월 8일엔 2014년 사망한 14명의 언론인을 기념비에 올리는 행사를 진행

했다.

090 신문과방송 07 2015

6월 1일 힐튼호텔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총회

개막식 주제도 언론인의 죽음이었다. 추모 공연에

나온 미국의 ‘할렘 가스펠 합창단’이 ‘어메이징 그레

이스’를 부르자 무대 대형 화면에 ‘1992~2015년 직

무 수행 중 살해당한 저널리스트 수 1,127명’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주변부 국가나 분쟁 지역에서 숨

진 이들이 많다. 세계신문협회는 1,127명에게 황금

펜상(Golden Pen of Freedom)을 헌정했다.

생존을 고민할 때 만난 저널리즘

마르셀로 레크 세계편집인포럼 회장은 개막식에서

“(1,127명은) 단지 진실을 좇거나 자신의 관점을 밝

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저널리즘’

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거나 감당하는 언론인들이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는 일은 부끄럽고 고통스러

웠다. 저널리즘의 기본 토대가 허물어지는 한국 현

실 때문이다. 먹고살기 바쁜 한국 언론계는 요즘 저

널리즘을 입에 잘 올리지도 않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세계신문협회 총회와 세계

편집인포럼 참석을 지원할 때 죽음이나 저널리즘은

생각 밖의 문제였다. 구독률·열독률의 하락, 포화

상태의 언론시장 경쟁, 대형 포털로의 종속, 모바일

로의 변환, SNS의 위협, 트래픽 감소 같은 문제 속

에서 어떻게 영미권 ‘선진 언론’의 대응책과 방법론

을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생존’은 세계 여러 언론의 절박한 과제다. 주변

부 국가 언론을 위협하는 건 군부거나 독재자인데,

워싱턴 총회에 모인 전통 매체를 위협하는 건 구글

이나 페이스북, 버즈피드 같은 매체에 어디로 뉴스

를 보러 튈지 모르는 독자다. 세계신문협회와 세계

편집인포럼은 전통 저널리즘과 글로벌 미디어 풍

경을 뒤바꾸는 디지털 혁명 와중에 생존에 허덕이

는 신문사들을 위한 여러 세션을 준비했다. 스토리

텔링 플랫폼 구축, 비즈니스 모델 수립, 네이티브 광

‘할렘 가스펠 합창단’이 6월 1일 워싱턴 D.C. 힐튼호텔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총회 및 세계편집인포럼에 나와 순직 언론인을 추모하는 공연을 벌이고 있다.

세계신문협회는 1992~2015년 살해당한 1,127명에게 황금펜상을 헌정했다.

091미디어 포럼

고, 충성 독자를 얻는 콘텐츠 제작, 동영상 생산, 모

바일 최적화, 소셜 미디어와의 협력·경쟁, 기자 브

랜드 구축, 디지털 인재 영입을 논의하는 장을 마

련했다. ‘경쟁력’ ‘마케팅’ ‘비즈니스’ ‘시장’ ‘수용자’

‘혁신’ 같은 말들이 세션장 곳곳에서 들려왔다.

총회와 포럼 논의가 저널리즘을 강조한 개막식

을 빼곤 세계경제포럼과 닮았다는 말은 아니다. 세

션 주요 참석자들은 ‘생존 전략’을 논할 때 빼놓지

않고 저널리즘을 언급했다. 저널리즘은 디지털 혁

명과 급격한 매체 변화 환경 속에서 살아남았거나

중흥을 꾀하는 언론사들의 변치 않는 핵심 원칙과

전략이다.

우리는 페이스북이 아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유명한 워싱턴포스트는 개

최 장소 덕인지 대표 신문 격으로 여러 행사에 참여

했다. 6월 1일 첫날 ‘직업의 진화: 글로벌 관점에서’

세션에 나온 이는 마틴 바론 편집인이다. 그는 “저

널리즘 산업의 첫걸음은 바로 저널리즘을 수행하

는 것”이라고 했다. 저널리즘을 이렇게 정의했다.

“저널리즘은 어떤 집에 불이 났다고 말하는 게 아닙

니다. 저널리즘은 그 집에 왜 불이 났는가를 묻는 것

입니다.” 지금 워터게이트 사건이 벌어진다면 밥 우

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때와 똑같이 탐사보도를 하

겠느냐는 대담자 질문엔 “확실하다. 우리의 모든 자

원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했다.

바론 편집인은 탐사보도와 공공책무를 중요하

게 여겼다. 최근 버지니아주 루동 카운티의 한 교회

에서 일어난 섹스 스캔들 보도를 가리키며 “독자들

한테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 우리가 (교회의 섹

스 스캔들을) 추적 보도한 건 아니다. 그 보도는 공공

서비스로서 우리 의무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탐사보도는 워싱턴포스트

의 정체성과 우리 직업에 너무도 중요하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미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실태를 폭로해 퓰리처상 공공 서비스 부문

에서 가디언과 공동 수상했다.

시민사회와 공공 책무를 강조하는 목소리는 다

른 세션에서도 나왔다. ‘뉴스를 위한 새로운 전략’에

발제자로 나선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저널

리즘대학원 교수는 “저널리즘은 시민에 대한 봉사”

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유행인 리스티클 위주

의 버즈피드 스타일과 트래픽만을 좇는 디지털 뉴

스 추세도 비판했다. 지난 2월 온라인에 ‘파금’이냐

‘흰금’이냐는 드레스 색깔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수

천만 뷰를 기록한 버즈피드의 기사를 비꼬듯 “똑같

은 드레스 기사로는 저널리즘을 구하지 못할 것”이

라고 했다. “페이지뷰는 허튼소리로 이끌 뿐입니다.

포럼 주요 참석자들이 ‘생존 전략’을 논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한 게 저널리즘이다. 저널리즘은 디지털 혁명과 급격한

매체 변화 환경 속에서 살아남았거나 중흥을 꾀하는 언론사들의

변치 않는 핵심 원칙과 전략이다.

092 신문과방송 07 2015

페이지뷰와 양(volumes)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변

화를 이뤄야 합니다.” 자비스 교수가 강조하는 건

독자들이 원하는 기사와 서비스, 다른 매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언론의 대표 격으로 ‘폴리티코 스토리’

세션에 나온 빌 니콜라스 폴리티코 선임 에디터도

차별화를 강조했다. “우리는 모든 걸 다루지 않아요.

처음 우리는 정치와 로비, 의회 관련 보도만 했죠.

스포츠나 연예, 패션 뉴스를 원한다면 다른 데로 가

라는 심정이었죠.” 수년 전 워싱턴포스트에서 나와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를 만들 때 그가 중요하게 여

긴 건 당시 바보 같거나 구식처럼 보였던 비당파 저

널리즘(non-partisan journalism)의 확립이었다. 폴리

티코는 정치 관련 주제와 토픽에서 권위 있는 정보

원이 되려고 노력한다.

총회·포럼 마지막 날인 6월 3일 후안 세뇨르 이

노베이션 컨설팅 그룹 대표가 ‘2015 신문 혁신 세

계보고서’를 발표했다. 세뇨르 대표는 혁신 성공에

이르는 여섯 가지 열쇠로 모바일, 비디오, 네이티브

광고, 프로그래머틱, 데이터, 이벤트·e커머스를 꼽

았다. 그는 모바일 대세 속에서 신

문의 살길과 비즈니스 전략 수립

을 여러 번 역설했는데 그중 핵심

은 질 높은 저널리즘의 실천이다.

저널리즘을 관음증(voyeurism)에

비유하며 “우리는 다시 저널리즘

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새로

운 개척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구글도 페이스북도 아

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건 저널리

즘이지 알고리즘이 아니다.” 쉽고

명쾌한 언어로 새로운 신문의 여

러 예를 제시했는데, “리뷰·의견·뉴스는 줄이고,

프리뷰·팩트·스토리는 늘려라”로 요약할 수 있다.

“종이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그 돈을 저널리즘에

투자하라”고도 했다.

저널리즘 없이 혁신도 없어

참석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총회 이튿날 열

린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공개, 그 후’ 세션이다.

아서 슐츠버그 뉴욕타임스 회장과 알렉스 매캘럼

뉴욕타임스 부에디터가 밝힌 ‘그후’는 대성공이다.

혁신보고서 이후 디지털 트래픽은 1년 전보다 28%

증가했다. 그중 모바일이 50% 가량 늘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독자도 25%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발표를 들으며 떠오른 건 ‘혁신보고서’와

한국 언론의 수용 과정이다. 보고서 서문 첫 문단은

“뉴욕타임스는 저널리즘에서 승리하고 있다…우리

가 매일 내놓는 보도는 깊고, 넓으며 매력적이다”로

시작한다. ‘뉴욕타임스 저널리즘’이 있기에 디지털

혁신이 가능했다. 저널리즘 없이는 혁신도 없다. 한

국 언론계는 보고서가 알려진 뒤 혁신의 방법론을

마틴 바론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사진 왼쪽)이 6월 1일 힐튼호텔에서 마리아 레사 래플러(필리핀뉴스

웹진) 편집인과 대담하고 있다. 바론 편집인은 저널리즘 수행의 당위와 여러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093미디어 포럼

주로 차용하려 했지, 그 선결 과제인 저널리즘을 성

찰하려는 작업은 하지 않았다.

총회와 포럼 일정이 끝나갈 무렵 저널리즘에 관

한 문제의식은 뚜렷해졌다. 저널리즘만 추구한다

고 만사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워싱

턴포스트라고, 뉴욕타임스라고 일이 술술 풀리겠는

가. 현재 명성과 실력이 가치 있는 생존의 충분조건

은 아니다. 바론 편집인이 밝힌 고충은 한국의 여러

신문도 겪는다. 그는 “사람들 대부분이 디지털로 뉴

스를 접하고, 그중 대부분은 모바일로 접속해 뉴스

를 읽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종이신문을 갖고 있고, 그 종이 생산품이 여

전히 우리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꼽았다. “우리는 오디오도 하

고, 비디오도 한다. 하는 일은 광범위한데 일할 자원

은 점점 줄어든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더 많은 일을

요구 받는다”고 했다. 지속적인 재정 압박과 끊임없

는 경쟁에 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총체적 저널리즘 위기에 빠진데다 인력 부족

에 시달리는 한국 상황에서 디지털과 프린트, 비디

오를 아우르는 혁신의 저널리즘을 이뤄낼 수 있을

까. 팩트에 충실한 기본 뉴스에 풍부한 해설·전망

기사, 독자적인 탐사보도에다 멋들어진 디지털 스

토리텔링에 SNS 소통을 당장 해내는 건 어려운 일

이다. ‘위대한 저널리즘’ 구현은 요원하지만 ‘저널리

즘의 기본 원칙’ 회복을 미룰 순 없다.

총회·포럼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뒤 불거진 김

모 양의 ‘하버드·스탠퍼드 동시 합격·수학’ 대량

오보 사건은 비상경보로 들렸다. 손제민 경향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여느 신문·방송처럼 통신을 받아

1보를 쓴 뒤 자괴감을 느끼다 ‘미확인 보도’를 지적

하고 ‘기레기’라고 항의하는 메일을 받았다. 두 대학

과 고등학교를 확인 취재한 손 특파원은 제이컵 폭

스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신은

보도하기 전에 당연히 크로스체크해야 한다.” 폭스

교수는 김 양의 천재성을 극찬하며 두 대학을 2년씩

나눠 다니도록 만들어줬다고 보도된 인물이다. 손

특파원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미국의 젊은 수

학자에게 듣는 심정이 참담했다고 한다.

저널리즘 없는 혁신=언론의 종말

기본 원칙은 총회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됐다. 필 쳇

윈드 AFP통신 국제 편집장은 “속도와 정확성 모두

중요한데, 정확성은 반드시 속도를 극복해야 한다”

고 했다. 신문산업의 미래를 낙관하며 저널리즘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 테리 제이 크루거 BH미디어그

룹 회장은 다음 두 가지를 관건으로 제시했다. 바로

“편집과 팩트 체킹”이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의 ‘저널리즘의 기본 원

칙’(한국언론진흥재단)을 다시 훑어봤다. 책은 10대

기본 원칙을 제시하는데 그중 하나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사실 확인의 규율’이다. 두 사람은 “사실 확

인의 규율이 저널리즘을 연예오락과 선전선동, 소

설, 예술 등과 구별해주는 다른 점”이라고 했다. 총

회 논의에 부합하는 또 다른 원칙은 ‘저널리즘이 가

장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시민들이다’라는 것

이다. 두 사람은 저널리즘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저

널리즘을 다시 발견해내는 일은 기자들이 수 세대

를 거쳐 저널리즘을 지탱해온 기본 원칙들을 충분

히 학습하는 데 달려 있다고 했다. 지금 한국 언론

계에 넘쳐나는 혁신론은 도구적·경제적이다. 도구

도 경제도 무시할 수 없다. 이것도, 저것도 바꿔야

한다. 다만, 저널리즘을 배제한 채 추구하는 혁신의

결과는 ‘언론’의 소멸일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 포럼

094 신문과방송 07 2015

“지금 김 양이 얘기하는 것도 어린 학생이 거짓말을

얘기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고 아버지도 거짓말

을 할 거란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김 양은 자신의 상상을 진실로 믿는 ‘리플리 증

후군’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아버지 김 씨의 말

대로 치료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명문고에 다닌 한국인 여성이 하버드와 스

탠퍼드에 동시 입학했다고 주장하자 한국 언론들

은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다. 이어 사실이 아닌 것으

로 드러나자 다시 이번에는 반대의 내용이 담긴 기

사를 내보냈다. 이 때문에 언론이 검증도 없이 오보

를 내느냐는 비판도 여기저기서 많이 제기됐다. 하

지만 속보와 선정성으로 시청자와 독자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지금의 언론 환경에서 오보보다 더 심

각한 것은 오보인지 아닌지 애매한 발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 양이 거짓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든다’는 말이나 ‘김 양은 리플리 증후군

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치료를 받을 것으로 보

인다’는 말 속에는 아무런 ‘사실’이 담겨 있지 않다.

제대로 된 보도도 아니고 오보도 아닌 이상한 ‘생각’

보도다.

‘나는 생각한다’와 ‘사실은 이렇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6월 4~7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탐사보도기

자협회(IRE: 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 콘퍼

런스에 참석한 시모어 허시 기자도 이런 보도 태도

를 문제 삼았다. 전설적 탐사 기자이자 78세 현역 기

자인 허시는 “만약 ‘나는 생각한다(I think)’라는 두

낱말을 걷어내 버리면, 기자들이 아무 말도 할 수 없

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나는 ‘나는 생각

한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사실은 이렇다(It

is)’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이 모두 취재를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닐 것

권영전

연합뉴스사회부기자

2015 탐사보도기자협회 콘퍼런스 참관기

‘나는 생각한다’류 기사 쓰기는이제 그만

095미디어 포럼

이다. 다만 속보가 중요한 시대에 사실을 충분히 확

인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김

양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기자와 앵커는 스튜디오

에서 “아직 취재가 충분히 되지 않았지만” “이 부분

은 추측입니다만” “이런 추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

입니다만”이라고 시청자들에게 변명을 하기에 바

빴다. 허시도 “24시간 뉴스 사이클이 문제”라면서

뉴스 시스템을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럼 충분히 취재하고 보도하면 되지 않느냐

고 되물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뉴스 방송 시간

은, 조·석간 마감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기 때문

이다. 지금의 24시간 뉴스 사이클에 장점이 없는 것

도 아니어서 이를 무작정 문제 삼기도 어렵다. 지금

과 같은 환경에서 만약 기삿거리를 일주일씩 취재

하고 나서 보도한다면 아무도 그 기사를 보거나 읽

지 않을 것이다.

언론진흥재단 탐사보도팀이 IRE 콘퍼런스에 참

석하기 전 방문한 CNN,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

스트는 분명히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예

컨대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디케어 프로그램에 대한

자료를 달라는 요청을 정부가 거절하자 회사가 직

접 소송을 내 3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결국 정부가

자료를 공개하도록 만들 정도로 회사의 탐사보도

의지가 강했다. 개인의 열정과 능력이 탐사보도를

좌우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워싱턴포스트도 마찬가지다. 워낙 시간이 많이 걸

리는 탐사보도의 특징을 알고 회사가 이를 지원하

고 기다려준다는 게 워싱턴포스트 탐사보도팀의 설

명이었다. 어떤 보도는 4년간 취재해야 하는 것도

있고, 어떤 보도는 6개월만 하면 되는 것도 있기 때

문에 그 성격에 따라 회사가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기자는 1년 동안 기사를 한 줄도 쓰지

않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그 사이사이 에디터에게

계속 보고는 해야 하지만 말이다. 한국에서라면 탐

사보도팀이나 기획취재팀 소속이라고 해서 1년간

기사를 한 건도 안 쓸 수가 있을까.

취재원 관리? 역시 술이 최고

CNN에서는 탐사보도팀이 아니라 디지털 프로듀

서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관련 업무를 했다. 한국의 뉴스 매체가 SNS

를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이를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것과 달리 이들은 새로운

SNS를 이용해 뉴스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었다. 출

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트위터의 페리스코프로 뉴

스를 만드는 모습이나 주로 10대들이 많이 쓰는 스

냅챗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 그랬다.

한국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질문을 거듭하다보

월스트리트저널은 메디케어 프로그램에 대한 자료 요청을

정부가 거절하자 회사가 직접 소송을 내 결국 정부가 자료를 공개하도록

만들 정도로 회사의 탐사보도 의지가 강했다. 개인의 열정과 능력이

탐사보도를 좌우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096 신문과방송 07 2015

니 사실 이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

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

은 워낙 긴 취재 과정을 거쳐 나오는 탐사보도가 너

무 길어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

었다. 이들은 “어린아이가 보면 어떨까”하는 심정으

로 글을 다듬고, 휴대전화로 기사를 읽을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이

화두인 한국의 모습과 닮은꼴이었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포스트에서는 그들과 우리

의 취재 방식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취재원 관리

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술을 마신다고 답해 공

감을 자아냈다. 그들은 전 세계 어디서나 기자들

이 취재원과 술을 마시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며 웃

었다. 심지어 소방당국을 담당하고 있다는 한 기자

는 소방관들의 근무 교대가 오전이라, 그들과 친해

지려고 아침부터 술을 마신 적도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가 뉴미디어

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관심거리

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긴 글을 읽지 않는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는 데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보다

전통적인 독자를 상정하는 듯한 워싱턴포스트에서

는 거의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차이 역

시 국내 언론들 사이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것이어

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CNN에서는 그들 역시도 뉴스의 중심이 언론사

에서 인터넷 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우리

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

은 페이스북이 뉴스에 대한 제어를 이미 시작했으

며 규정과 알고리즘이 바뀔 때마다 노출도가 변하

는 것을 관찰하고 있으나 사실상 이에 대해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우리와 같았다.

결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IRE 콘퍼런스에서

도 우리와 같은 고민이 묻어나는 순서가 많이 눈에

띄었다.

탐사보도의 자세를 배우다

NBC뉴스의 스콧 맥팔렌은 정부의 보고서들을 읽

는 것으로 탐사보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 보고서에서 알 수 없는 것은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어떤 점에서 한국의 취재 방식

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한다.

반면 ABC뉴스의 매건 처치매치는 우리와 같은

듯 다소 다른 취재 문화를 소개했다. 무언가 ‘속보’

가 등장해 모두가 현장으로 달려갈 때 ABC의 탐사

보도팀은 우선 회의를 했다. 가령 데니스 해스터트

전 미국 연방하원의장이 동성 미성년 제자를 성추

행했다는 파문이 불거졌을 때 이들은 회의에서 우

선 이 사건과 관련한 책임자를 지목했다. 한 사람이

다양한 취재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특정 사건에 대

한 책임자를 정해야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이들은 SNS와 국회 등

에서 어떤 내용이 오가는지를 지켜볼 사람들을 각

자 전문성을 토대로 정한다. 그리고 취재를 하기 전

30분 동안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이

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데니스 해스터트 사건에

서는 한 기자가 9년 전 해스터트에 관해 진술했던

사람과 대화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사건을 위한

퍼즐 한 조각을 얻었다. 이어 전화와 현장 취재 등을

통해 알아낸 내용을 매일 두 번씩 ‘올인원 편집노트’

로 정리한다. 한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취

재팀의 분위기가 보이고, 속보를 위해 무조건 현장

으로 달려가지 않는 취재의 다양함이 보인다.

그 밖에도 이민 문제나 로비스트 문제, 공권력

097미디어 포럼

남용 문제, 환경 문제, 가족·어린이 문제를 전문적

으로 다루는 기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이채로웠다.

이들은 각기 이들 문제와 관련한 사안을 어떻게 취

재해 왔는지를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취재 후기처

럼 들리기도 했지만 관련한 웹 사이트를 소개하거

나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미국 내에서만 통용되는 정보

이고 한국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라 다소 아

쉬웠다. 그들의 방법론이나 열정에서 힌트를 얻는

수밖에는 없었다.

보다 내 관심을 끈 것은 탐사보도를 위해 인터넷

과 모바일을 널리 활용하는 이들의 자세였다. 어느

언론인은 ‘30분 안에 50개 앱’이라는, 리스티클 기사

(‘~하면 안 되는 12가지 이야기’류의 글) 같은 제목으로

세션장에 탐사보도 기자들을 가득 모으기도 했다.

SNS 흐름을 지켜볼 수 있도록 고안된 ‘밴조’ 앱은

개발사가 직접 나서서 언론인들에게 사용을 독려하

기도 했다. 심지어 언뜻 보기에는 탐사보도와 직접

관련은 없어 보이는, 어떻게 하면 웹 사이트 트래픽

을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한 강연도 있었다. 이런 모습

은 이들이 가진 탐사보도에 대한 열정과 독자를 얻

고자 하는 열망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취재원과 술을 마시고, SNS를

활용하면서도 두려움을 갖고 있고, 모바일 시대 짧

아진 독자들의 호흡을 고민하지만 이미 좋은 보도

를 위한 토양을 갖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않고 스마

트폰과 SNS 앱까지 활용해 보도하려는, ‘끝까지 가

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미국에서도 탐사보도가 조금씩 위축되

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 언론이 탐사보도를 시

작한 것은 애초에 상업적인 목적에서였다. 컬럼비

아대 탐사보도센터장인 실라 코로넬 교수는 1900년

대 미국에서 탐사보도가 시작된 것은 독자를 끌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탐사보도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가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다

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를 위한 토양도 잘

마련돼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

1조가 언론사를 명예훼손 피소 위험에서 어느 정도

보호해줄 수 있었다.

쿼바디스 탐사보도?

문제는 인터넷 이후다. 인터넷 이후 신문들은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신문사의 사업 모델이 지

속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고급 인력을

오래 투입해야 하는 등 예산이 많이 필요한 탐사보

도도 어쩔 수 없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물론 코로

넬 교수는 “뉴스가 많은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상태

에서 탐사보도와 같은 집중적인 보도가 오히려 독

자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이는 미국에서도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고 한국

에서는 포털과 ‘베끼기 언론’ 때문에 더더욱 현실과

괴리된 인식이다. 어쩌면 탐사보도의 주도권이 점

차 프로퍼블리카나 뉴스타파처럼 비영리를 내세운

단체에 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이런 상황에서 버즈피드나 허핑턴포스트처럼

홈페이지 트래픽을 늘리는 걸 지상 과제로 삼는 것

처럼 보이는 매체들이 속속 탐사보도에 나서는 것

은 어떤 의미에서는 반갑기도 하다. 실제로 맨 앞에

서 소개했던 시모어 허시도 버즈피드를 언급했다.

그는 “좋은 보도를 하는 데는 돈이 들고 신문은 이

제 그럴 돈이 없다”면서 “(탐사보도의) 미래는 버즈

피드나 그 유사 매체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제 갓 걸음마를 뗐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탐사보도

는 어디로 가게 될까.

미디어 포럼

098 신문과방송 07 2015

2015년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위기의 한국 저널리즘과비판적 언론학의 반성

정준희

중앙대신문방송대학원강사

신문방송학 관련 주요 학회들은 봄철과 가을철 정

기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대주제’ 혹은 캐치프레

이즈라고 할 만한 제목을 내거는 것이 일반화됐다.

정확히 언제부터, 구체적으

로 어떤 목적에서 시작됐는

지를 특정하기는 어렵겠지

만 학회가 주목하고 문제화

하려는 주제를 담고자 노력

함으로써 주기적으로 반복

되는 학술대회에 일정한 톤

과 내러티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기 학술대회는 다

분히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

던 개별 전공 분야의 목소리

가 그저 하나의 학회라는 틀

아래에 집산해보는 의례적

행위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때문에 비록 느슨한 지

향의 형태로나마 각 학문공동체의 정체성과 공통의

관심, 그리고 때로는 사회를 향해 던지고 싶은 학문

2015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099미디어 포럼

적 의제를 일정한 대주제의 형태로 설정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소 역설적인 표현이긴 하겠지만, 공통분모가

될 수 있을 만큼 적절히 느슨하면서도 당대의 사회

현실이나 학문적 의제를 예각화시킬 수 있는, 말하

자면 ‘다양한 차이를 품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글

지만, 뭉뚝하게 둥글리기보다는 시쳇말로 엣지 있

는’ 주제를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수의 학술대회 모토를 들여다보면 비록 의미 있

고 시의적이기는 하나 결국 어디선가 들은 듯하고

이현령비현령 어법이라 해도 과히 틀리지는 않을

방식으로 구성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술대회

란 결국 특정 학문 분야에 접맥된 다양한 학술 연구

의 성과를 모으는 자리라는 점에서, 대주제가 개별

연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

라 하겠으니, 조직위원회가 내건 대주제와 각자의

자리에서 벌어지는 연구 발표 및 토론의 내용이 딱

히 서로가 서로를 구속하지는 않은 채 제 갈 길을 가

는 머쓱함은 그럭저럭 용인되는 게 현실이다.

비판언론학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지난 5월 30일에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한국

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는 이와 같은 공통

주제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좀 더 목적의식적

으로 천착해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판언론학의

앙가주망을 위하여’라는 대주제를 통해 정치권력과

언론의 공모성(conspiracy)을 국내 저널리즘에 대한

공중의 전반적 냉소성의 근원으로 전제하고, 이러

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판적 언론학이 학문적

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를 탐색하려

했다. 그간 언론이 민주주의적 감시견으로 기능하

지 않은 채 국가기구의 퇴행적 행위를 옹호하고 심

지어 정치적으로 방어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현실을

언론학이 제대로 문제화하고, 설명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가를 반성적으로 되짚

어보고자 한 것이다.

대주제의 문제의식이 학술대회의 모든 발표를

다양한 수준에서 관통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

고 때로 불필요할 수도 있는 조건에서, 그와 같은 지

향을 목적의식적으로 담는 창구는 (특히 언론정보학

회의 학술대회 구성 방식에서는) 대개 조직위원회 기

획 세션이나 특별 세션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조직위원회의 세 개 기획 세션, 여

섯 개 꼭지의 발표가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설정됐다.

기획 세션 각각이 ‘폭주하는 권력’ ‘공모하는 언

론’ ‘냉소하는 공중’을 세션 테마로 잡아서 학술대회

의 대주제와 정확히 공명할 수 있도록 의도했으며,

‘비판언론학의 앙가주망을 위하여’라는 대주제를 통해

정치권력과 언론의 공모성을 국내 저널리즘에 대한 공중의 전반적

냉소성의 근원으로 전제하고, 비판언론학이 학문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를 탐색하려 했다.

100 신문과방송 07 2015

또 각각 이론적 차원, 경험적 분석 차원, 그리고 현

안과 이슈 차원에서 추상 수준을 달리 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1세션은 정치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이론

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거시적-미시적 혹은 사회이

론적-중범위 언론이론적 차원으로 정준희(중앙대:

체계이론적 접근)의 발표와 송현주(한림대: 정치병행

성 개념을 통한 접근)의 발표가 진행됐다. 2세션은 권

력-언론 공모성에 대한 경험적 분석을 시도하면서

박진우(건국대: 저널리즘 전문직주의 진단)와 이정훈

(서강대: 언론 상업화의 정치성에 대한 역사적 검토)의

발표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3세션

에서는 공중의 냉소성과 무기력감을 조장하는 환경

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디어 운동의 방향성을 검

토하는 심영섭(한국외대: 정치포르노그라피와 수용자

선택)과 이상훈(전북대)·김명준(미디어액트: 공영방

송 위주의 미디어 제도 개선 운동의 한계)의 발표가 이

어졌다. 학술대회의 문제의식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었던 세션이었던 만큼 노장 학자와 중견 학자, 소

장 학자들이 대단히 솔직담백하면서도 이론적이고

현실적인 공격과 방어가 오고가는 논전이 전개되어

이른바 ‘주례사 토론’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운 흥

미로운 광경이 연출됐다.

언론학의 실천적 운동 필요

총 네 개 세션으로 일곱 개 꼭지로 구성된 특별 세션

은 권력과 언론의 공모성을 대단히 현실적인 사안

을 통해 파헤치는 두 개의 세션(언론노조 세션과 미디

어공공성포럼 세션)을 한 축으로 하고, 비판적 언론

학이 중심적으로 발전시켜온 질적 연구방법론의 새

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라운드테이블 및 광주민주

화운동을 문화연구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언론정

보학보 세션을 다른 한 축으로 하여 긴 시간에 걸쳐

깊이 있는 발표와 토론을 이어나갔다.

언론노조 라운드테이블은 2015년을 기해 공영

미디어의 이사진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중요 국면에

서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획기적 개선을 한국 사회

의 의제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학술-현장 연대와 교

류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미디어공공성포

럼 세션 역시 사회운동과 학문의 연결을 지향한다

는 의미에서는 언론노조 세션의 경우와 유사하지

만, 전자가 주로 언론 노동운동과 공영방송 운영의

관점에서 학자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형식을 띠었다

면, 미디어공공성포럼 세션은 언론학자들이 언론

현실의 부정성을 학문 의제화하여 이를 여타 사회

부문에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경로를 취했다.

이 세션에서 발표된 신태섭(동의대: MBN의 비정상적

광고영업)의 발표와 이후로 이어진 토론 과정에서는

‘보도와 광고의 엄격한 분리’라는 언론 규범을 정면

에서 부정하고 있는 MBN의 충격적 광고 영업 행위

를 치밀하고 낱낱이 고발하면서, 공중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고 냉소와 무기력의 그늘로 흩어지

게 내몰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에 고개를 주억이게

했다. 이처럼 저널리즘 행위의 비윤리성은 물론 언

론 산업 전반의 작동 위기를 낳고 있는 심각한 현안

이 사회적 의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스리슬쩍 묻혀

가고 있는 현상의 이면에는 이념적 정향이나 시각

과는 별개로 한국 언론 전반이 모종의 ‘상호구속’ 상

태에 놓여 있음으로 인해 ‘더러운 침묵’이 조장되는

문제가 있음이 지적됐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언론학이 스스로의 학문적 성과는 물론 다양한 운

동적 실천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기

록하고 의제화해야 한다는 자성이 이어졌다.

학술대회의 나머지 절반은 후원 세션, 연구회 세

션, 자유 세션 등의 좀 더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통

101미디어 포럼

해 채워졌다. 이번 학술대회가 좀 더 특색이 있었

던 점은 비록 조직위원회가 내건 대주제를 이들 개

별 연구 발표에 ‘강제’하는 형식은 전혀 아니었음에

도, 상당수의 발표 꼭지가 소재와 지향 측면에서 대

주제의 문제의식을 폭넓게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는 것이다. 충남도청이 후원한 세션에서 발표

된 세 개 꼭지의 연구 역시 KBS와 YTN 등 공영 미

디어의 거버넌스가 지역보도 측면에서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를 중앙이 아닌 지역의 관점에

서 구체적으로 탐구했으며, 저널리즘학연구회에서

발표된 세 개 꼭지 또한 구체적인 저널리즘 이슈를

중심으로, 홍보성 여론 조작의 문제(김광원, 저널리

즘학 연구소), 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보수-진보 세력

의 담론 경쟁(김성해·진민정, 대구대), 선거복합체 개

념을 통해 본 한국 언론의 실체(장행훈, 언론광장)를

꼼꼼히 짚어봄으로써 또 하나의 기획 세션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저널리즘으로의 회귀, 또는 진보”

이번 학술대회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또 다른 방

식을 통해 집단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됐던 것은

제3부의 키노트스피치 세션이었다. 한국언론정보

학회는 지난해 가을 학술대회부터 키노트스피치의

본격적 정례화를 통해 노장 학자의 필생의 탐구를

경청하거나 현안과 연계된 문제적 인물의 생생한

경험과 성찰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을

초청하여 키노트스피치의 폭과 깊이, 그리고 흥미

를 한층 더해가는 기획을 마련했다. 손 사장은 이번

키노트스피치를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한국 저널리

즘의 현재와 미래를 비판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피츠버그홀에서 약 200여 명의 청중을 대상으

로 진행된 그의 키노트스피치 제목은 “저널리즘으

로의 회귀, 또는 진보”였다. 기술적 요인에 의해서건

사회정치적 변화에 의해서건 저널리즘의 기초와 행

위는 분명히 변모하고 있으며, 자신이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스태프들과 함께

시도해본 다양한 실험은 그와 같은 변화에 부응하

는 저널리즘의 진보를 모색해온 수단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그가 ‘회귀’라는 단어를 동시에 사용

한 것은, 저널리즘의 진보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결

국 (비록 그 스스로 이와 같은 표현을 쓰지는 않았으나)

고품질 저널리즘의 본령을 재확인하여 그것을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함이 아니겠냐는 취지를 담고 있었

던 것 같다. 삼성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앙일

보 계열의 보수언론에서 자신의 저널리즘 커리어를

지속하게 된 이유, 손 사장이라는 한국 언론의 주요

퍼스낼리티가 자칫 jtbc 보도부문의 집단적 정체성

을 과잉규정하는 힘이 될 수도 있는 문제, 그리고 마

지막으로 성완종 리스트 녹취 파일 전부를 경향신

문보다 먼저 공개함으로써 야기된 언론윤리의 핫이

슈 등을 때로는 깊게 그리고 때로는 사정상 얕게 다

루고 간 것도 중요한 대목이었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저널리즘의 진보를 매

개로 한 저널리즘 본령의 회복(혹은 거꾸로 저널리즘

의 본질 회귀를 통한 저널리즘의 진보)’의 속내가 무엇

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였던 한편, 비판

적 언론학이 권력과 언론의 공모적 행위를 깨고 공

중의 냉소와 무기력을 혁파할 수 있는 수단을 벼리

기 위해서는 한국의 저널리즘 현실을 규명하고 사

회적 의제로 바꾸어내기 위한 복합적 앙가주망을

지속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계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미디어 포럼

102 신문과방송 07 2015

한국 방송 최초의 뉴스 PD 기자는 이정석이다. 이

를 뒷받침할 만한 기록은 방송과 관련된 여러 문헌

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1964년 2월

동아방송(DBS)이 ‘듣는 신문’의 효시인 ‘라디오 석

간’을 신설하면서 이정석과 홍선주가 PD로 활약

했다”라는 기사이다.1 이 프로그램은 그날 뉴스의

초점을 피처화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각 부문의 종합 뉴스, 명랑한 화제, 그리고 외신

을 간추려 브리지 음악을 사용하여 변화를 준 뉴스

쇼이다.

최초 뉴스쇼의 최초 PD

두 번째로는 ‘동아방송사’에 기록된 내용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라디오 석간’의 첫 프로듀서를

이정석으로 단정하고 그의 회고담을 인용했다.2 그

는 이 프로그램이 “워낙 기사에 따른 녹음 양이 많

은데다가 그 진행이 복잡해 처음엔 감히 생방송을

김성호

언론학박사,전광운대정보콘텐츠대학원장

방송 최초 뉴스 프로듀서 이정석

한국 방송 저널리즘의기본을 세우다

이정석이 담당한 동아방송의 ‘라디오 석간’ 뉴스쇼를 소개하고 있는 ‘주간

방송’(1964. 9. 11일자. 제8호) 기사. 기사 속 사진에서 이정석(맨 왼쪽)이

아나운서들과 협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필자

|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7

103미디어 포럼

못하고 주요 부분을 미리 녹음을 해서 맞춰 나갔는

데 녹음테이프의 편집도 어렵고 녹음 구성의 제작

도 힘겨워서 겨우 뉴스 시간에 대기도 바빴고, 방송

도중에 녹음 내용을 편집하느라 혼이 나갈 정도로

당황한 적도 많았다”라고 회고했다.

세 번째로는 이정석이 직접 쓴 기록 문헌을 들

수 있다. 그의 기록에 의하면 그 당시 박정희 최고회

의 의장이 동아방송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았는데,

이는 동아방송이 대학생들의 데모 현장을 생중계

해 방송한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는 “새로 따온 현장 녹음을 시간 시간마다 방송하다

보니 방송을 모르는 이들로서는 곡해할 수밖에 없

었다”라고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신문사 기

자로 예우받다가 동아방송 기자를 적성국 대하듯

하는 관청 분위기가 싫어져 ‘라디오 석간’ 타이틀의

종합뉴스 책임 PD로 내근을 시작했다고 했다.3

이정석은 ‘라디오 석간’뿐만 아니라 ‘라디오 조

간’ 프로그램 신설에도 관여했다. 당시 아침 뉴스쇼

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방송 실무 총책임자인 최창

봉 방송부장의 지시에 따라 1964년 10월 ‘라디오 조

간’이 만들어졌는데, 이정석이 1번 타자로 그 프로

그램의 제작 프로듀서가 된 것이다.4 그러나 이 뉴

스쇼는 한국 방송 처음으로 아나운서가 아닌 퍼스

낼리티 방송으로 결정됐는데, 무엇보다 진행자 선

정이 문제였다. 그 당시 상황을 이정석은 이렇게 기

록으로 남기고 있다.5

뉴스쇼 ‘라디오 조간’의 방송 개시 하루 전까지 표

준말을 써야 하는 진행자의 조건과 후보자들의 고

사로 진행자가 결정되지 못했다. 뉴스쇼의 책임 PD

인 내가 결국 진행 1번 타자의 멍에를 질 수밖에 없

었다. 후속 진행자로 신문 쪽 부장들이 등장했는데,

정성껏 준비된 원고가 뒷받침해 주는 그들의 미니

해설 등으로 뉴스쇼의 성가는 높아만 갔다.

이렇게 이정석은 한국 방송사상 최초 뉴스쇼의

뉴스 PD, 기자이자 앵커가 됐다. 그는 이러한 실전

경험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의 연수 및 특파원 생활

을 토대로 줄기차게 뉴스 전문 프로듀서 제도를 강

조했다. 그는 별세하기 한 해 전인 2007년에도 한

국 방송 보도에서 뉴스 프로듀서 제도의 도입을 갈

구하면서 한국 방송기자는 외국 선진 방송에 비해

큰 기능이 하나 빠져 있어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다

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뉴스 프로듀서 없이 방송

을 내보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데

스크가 현장에 나와 있는 아이템 담당 PD(Segment

Producer) 제도가 도입되기를 갈망하기도 했다.6

이정석은 1971년 9월 당시 윤주영 문공부 장

이정석은 1971년 KBS로 이적한 후 뉴스의 선택과 순서 등에

대한 새로운 편집 방향을 내놓았는데, 대통령, 영부인의 동정과 함께

총리, 장관 등 계급 순으로 진행된 뉴스의 로열박스를 모두 없애고,

뉴스 가치에 따른 편집을 시도했다.

104 신문과방송 07 2015

관과 최창봉 KBS 중앙방송국장의 권유로 동아방

송 뉴스부장에서 KBS 보도부장(현 보도본부장)으

로 자리를 옮겨 국영방송의 보도책임자가 됐다. 그

는 KBS로 이적한 후 뉴스의 선택과 순서 등에 대한

새로운 편집 방향을 내놓았는데, 정각을 알리는 시

보 뒤에 대통령, 영부인의 동정과 함께 총리, 장관

등 계급 순으로 진행된 뉴스의 로열박스를 모두 없

애고, 뉴스 가치에 따른 편집을 시도했다. 또한 그

는 날씨 정보에 북한의 주요 도시를 추가했으며 ‘정

부와의 대화’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

기도 했다.7 이어 그는 1973년 3월 KBS가 방송공사

로 출범하면서 초대 보도국장으로 임명되어 최창봉

부사장 겸 방송총국장을 보좌하며 방송 저널리즘의

초석을 다져나갔다.

해박한 지식 갖춘 타고난 언론인

이정석은 보도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국

제 뉴스와 해외 방송 분야에서 크게 활약했다. 그는

런던특파원, 국제방송국장, 워싱턴지국장, 서울 올

림픽 방송본부장 등의 임지에

서 탁월한 국제 감각으로 국내

외 방송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이 시기에 그는 레이건 대통령

등 각국 수뇌와 단독 회견을 하

기도 했으며, 서울 올림픽 주관

방송사의 사령탑으로서 세계

최고의 올림픽을 치러내는 기

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 후

KBS 경영을 총괄하는 기획조

정실장, KBS 제작단 사장을

마지막으로 20년간 몸담았던

KBS를 떠났다.

이정석은 방송 현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그의 인

품과 경륜을 높이 산 언론단체에서 여러 포스트에

초빙돼 사회 활동을 이어갔다. 이러한 사례는 다른

방송인들에게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는 1991년 신문, 방송 매체에 대한 경륜이 필요

했던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중재위원으로 활동했고,

1993년에 방송위원회가 구성되자 방송위원으로

3년간 재임하며 언어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방

송위원 임기를 마친 다음 해인 1997년에는 한국방

송개발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방송계 활동을

계속했다.8

이정석은 1999년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는데, 특히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신문

방송인을 망라한 언론인들의 OB모임인 대한언론

인회 회장을 맡으면서 회보 발간과 언론인들의 친

목 도모에 힘을 기울였다. 그는 언론계 재직 시에 인

연을 맺은 후배들의 보좌를 받으며 즐거운 모습으

로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정석은 해박한 국제적 경륜으로 방송의 글로

이정석은 런던특파원, 국제방송국장, 워싱턴지국장 등으로도 활동하며 탁월한 국제 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 1983년 미국 백악관에서 레이건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정석.

105미디어 포럼

벌화에 크게 기여했으며, 인자한 인품에다 뛰어난

유머 감각까지 겸비해 후배들이 잘 따랐다. 그는 여

유와 멋을 아는 국제 신사형 방송인이었다. 문명호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는 이정석의 인물사화에서

“그는 타고난 기자였으며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수

많은 에피소드를 남겼다”고 회고하면서, 천승준(전

동아일보 편집위원)이 언급했던 ‘로맨티스트와 휴머

니스트의 풍모’를 다시 인용하기도 했다.9

이정석은 1932년 3월 11일 평북 정주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던 해인 1954년 5월 조선

일보 수습기자 1기로 언론계에 입문하여 10년간 신

문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1963년 동아방송 개국 요

원으로 스카우트되어 방송기자로 변신했는데, 방송

시대의 도래를 예감이나 한 듯 1960년대 라디오 방

송 저널리즘 개척에 혼신을 다하여 동아방송 뉴스

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는 1971년 KBS로 영입되

어 보도 책임자로서 3년여 동안 활동하다가 런던지

국장, 워싱턴지국장 겸 미주총국장까지 무려 30여

년간 기자로 활약했다.

아직도 요원한 ‘뉴스 전담 PD제’

이정석은 2008년 1월 16일 향년 76세로 별세했는데,

그 다음 해 3월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그

리고 2010년 2월에 그를 기리는 언론계 선후배들이

이정석 추모 문집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거인의

작은 이야기’라는 단행본을 펴냈다. 이 책의 권두 대

담에서는 그를 방송의 길로 이끌었고 KBS로 스카

우트했던 한국방송계의 거목 최창봉과 편찬위원장

인 강인섭이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한편 이정석과 함께 그 당시 뉴스 PD로 ‘라디

오 석간’을 담당했던 기자로는 홍선주가 있다. 그는

1963년 동아방송 기자로 입사하여 방송뉴스부, 방

송뉴스 편집부, 보도제작부 등에서 차장으로 활동

하다 1974년 방송심의실 심의위원이 됐으며 그 다

음 해 3월에 퇴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10, 이는

동아일보 사태에 따른 일련의 조치로 보인다.

동아방송이 뉴스쇼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

1960년대 전반기는 MBC 문화방송과 TBC 동양방

송 등 3대 민간 상업방송이 출범하여 청취율 경쟁

에 전사적 사력을 다하던 시대였다. 특히 뉴스쇼가

방송사의 위력을 크게 발휘하자 동양방송에서는 같

은 이름의 뉴스쇼를 신설하여 윤명중·오상원 기자

를 스카우트했는데, 오상원 기자는 일주일 만에 다

시 동아방송으로 돌아왔다.11 이렇게 뉴스 분야까지

프로그램 경쟁이 치열한데다 방송인 스카우트 또한

극렬했지만 정작 뉴스 전담 PD 기자 제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이는 지상파방송사가 언론 매체의

주류를 이루는 시대인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뉴스

전담 PD 기자 제도는 아직도 정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 방송사적으로 뉴스 전담 PD를 추적하

고 기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필자는 한국 보도방

송사에 뉴스 PD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이정석을 본

보기로 들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1 <방송>편집부(1964),“‘듣는신문’의효시KJ의‘라디오석간’”,제8호(9월11일),p.2.

2 동아일보사(1990),‘동아방송사’,p.139.3 이정석(2003),“방송저널리즘의초석을다지며-방송기자50년

(상)”,한국방송기자클럽,p.119.

4 이정석추모문집편찬위원회(2010),거인의작은이야기,p.46.5 이정석(2003),앞의책,p.119.6 이정석·오건환(2007),“정부의언론정책,그동기에문제있다-KBS

초대보도국장”,한국방송기자클럽회보,제96호(10.24),p.4.

7 김성호·오인환·전환성(2014),한국방송인물사연구,한국방송학회,pp.190~191.

8 김성호(2014),한국방송기자통사,21세기북스,p.213.9 문명호(2010),“호암이정석”-한국언론인물사화제7권,대한언론인회,

pp.322~323.

10 한국언론재단(2008),한국언론인물사전,p.1548.11 노정팔(1995),한국방송과50년,나남,p.366.

미디어 포럼

106 신문과방송 07 2015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길이 굽어 꺾여 내려 갈 때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먼 먼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 ‘가지 않은 길’이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어떤 선택을 하

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우리는 가지 않은 길

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이렇다. 후회를 하더라도 선

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딜레마. 두 가지 상반된 길

에서 어떤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뜻

한다. 욕망이냐 도덕이냐, 삶이냐 죽음이냐, 사랑이

나 돈이냐. 햄릿의 독백은 딜레마의 결정판이다. “이

대로 있을 것인가, 말 것인가.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내러티브 탐사보도 중에는 ‘딜레마와 그 선

이규연

jtbc탐사기획국장·과학언론학박사

탐사보도 단골 화두 ‘딜레마와 선택’ 다룬 기사 두 편

아들 숨지게 한 아버지와사법부의 고민

| 세상을 바꾼 보도 7

미국 유타주 판사 로버트 힐더. 그는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아버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 직후, 아버지는 자살하고 만다. / 사진출처: LA타임스

107미디어 포럼

택’을 다룬 작품이 적지 않다.

이번 회에는 미국 퓰리처상 수상작 중 아들의 죽

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버지와 판사의 딜레마에

관한 보도를 다룬다. 흥미롭게도 2002년과 2010년,

비슷한 주제를 다룬 내러티브 탐사보도가 상을 받

았다.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아버지의 치명적 실수,

아들의 죽음, 처벌을 두고 벌어지는 찬반 논쟁, 그리

고 재판부의 고민을 다뤘다는 점에서 너무나 흡사

하다. 먼저 2002년 수장작이다.

<보도 1 >

1.제목:아버지의고통,판사의임무,그리고닿을수

없는정의(AFather'sPain,aJudge'sDuty,anda

JusticeBeyondTheirReach)

2.매체(나라):LA타임스(미국)

3.취재:배리시겔(BarrySiegel)

4.최초보도시점:2001년12월30일

5.수상:2002년퓰리처상피처기사부문

아버지1 : 사냥에 몰두하다 아들 실종 사망

미국 유타주. 자연과 아들을 모두 사랑한 사내가 있

었다. 그는 시간이 나면 산속으로 들어가 사냥을 즐

겼다. 사내에게는 2살 난 아들이 있었다. 아내와 이

혼한 뒤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자연과 아들은

그의 삶, 전부였다. 하지만 종종 사냥과 아이 양육이

충돌한다. 이럴 때 그의 선택은 아들을 차에 태우고

야생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2001년 겨울의 어느 날

에도 사내는 그렇게 행동했다.

그는 아들을 차에 재워 놓고 사슴을 쫓는다. 수

시간 동안 아름다운 동물에 몰두한다. 아들은 차 안

에서 편안하게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

만 오판이었다. 돌아와 보니, 아이는 사라지고 없

었다. 그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5일 후, 탐지견

이 겨울 숲속에서 아들의 시신을 발견한다. 시신 위

에는 눈이 덮여 있었다. 사냥과 보육의 딜레마에서

사내는 사냥을 선택하고, 그 결과는 혹독했다. 그는

아동방임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다. 이때부터 판사

로버트 힐더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판사의 딜레마, 독자의 고민

사내가 일부러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았던 점

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죽었고, 사내

의 선택은 부적절했다. 그 부적절에 죄를 묻을 것

인가. 가정적이고 도덕적이었던 판사는 유죄를 택

한다. 90일 간의 실형. 하지만 배심원과 변호사는 정

상참작을 요구한다. 결국 30일의 실형을 선고한다.

판결 이후, 솔로몬의 판결이라는 평이 나왔다. 사

내에게 죄를 물으면서도 과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

내러티브 탐사보도 중에는 ‘딜레마와 그 선택’을 다룬 작품이 적지

않다. 내러티브 기사의 특징은 소설 형식으로 전개한다는 점이다.

기자는 기사에 생생함을 더하기 위해 대화체를 많이 활용했다.

문답이 열 번 이상 반복되는 대목도 나온다.

108 신문과방송 07 2015

이다.

하지만 뜻밖의 반전이 일어난다. 실형을 선고받

은 사내가 교도소로 가기 전, 산에 올라가 스스로 목

숨을 버린 것이다. 사내의 극단적 선택이 판결의 억

울함 때문은 아니었다. 어린 아들을 잘 보호하지 못

한 자신을 벌한 것이다. 하지만 사내의 자살은 판사

를 괴롭힌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고통과,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법관의 책무. 그 딜레마에서 판사의

선택은 잘못된 것일까. 기자는 판사의 내면 갈등을

세밀하게 그린다. 그리고 판사의 성장 배경과 세계

관을 판결과 연결시키는 영민함을 보인다. 스토리

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 역시 딜레마에 빠지고, 스스

로를 돌아본다. 기사 말미에 나오는 판사의 얘기는

인상적이다.

“항상 흑과 백의 답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직 하나의 답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이번

일이 그랬다. 나는 (사내의) 얼굴을 영원히 내 삶의

일부로 가져가는 것이 불행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

한다.”

<보도 2>

1.제목:죽음을부른부주의(FatalDistraction)

2.매체(나라):워싱턴포스트(미국)

3.취재:진와인가튼(GeneWeingarten)

4.최초보도시점:2009년3월8일

5.수상:2010년퓰리처상피처기사부문

아버지2 : 여름에 차 안에 아들 방치 사망

태양이 이글거리던 7월의 어느 날 미국 버지니아.

평범한 비즈니스맨인 해리슨은 아들을 승용차 뒷좌

석에 태우고 집을 나선다. 130Kg의 거구였지만 자

상한 성격의 사내였다. 아침마다 어린 아들을 데이

케어센터에 데려다주는 일은 그의 일상이었다. 하

지만 그날은 유난히 처리할 업무가 많았다. 운전 중

에도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다. 정신이 없는 상황

에서 그는 치명적 실수를 하고 만다. 뒷좌석의 아들

을 까맣게 잊고 그대로 직장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 아이는 차 안

에 방치된다. 불행은 몰아서 온다고 할까. 아이는 안

전벨트를 매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또 그날의 태

양은 차 안에 이상고온을 일으켰다. 그리고 9시간이

지났다. 결국, 아들은 숨진 채 발견된다.

아들을 방치한 아버지는 구속된다. 아버지의 행

동은 ‘저급’ 살인죄에 해당할까. 유죄라면 적절한 형

량은 과연 어떤 수준일까. 이것이 재판 과정에서 큰

이슈가 된다. 여론은 팽팽히 갈린다. 살인죄 적용은

너무 심하다는 주장과 아버지의 실수는 도가 지나

한여름에 차 안에 어린 아들을 방치해 죽게 한 아버지 해리슨이 아이의

장난감을 손에 쥐고 오열하고 있다. / 사진출처: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109미디어 포럼

쳤다는 의견이 충돌한다. 재판부는 아들을 잃은 아

버지를 엄하게 처벌할지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다.

하지만 기사는 재판 결과에 주목하지 않는다. 논쟁

과정과 그 근거를 주로 다룬다.

미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기사에 따르면 매년 15~25명의 아동이 이런 실수로

숨진다는 것이다. 바쁜 현대 가정에서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다. 기사에는 같은 유형의 치명적 실

수를 저지른 부모 사례가 다수 소개된다. 인터넷 홈

페이지에 들어가면 비슷한 사건 사례를 자세히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기존 판례는 무죄와 유죄,

가벼운 처벌과 엄한 처벌이 교차한다. 어떤 실수는

무죄이고, 또 어떤 실수는 유죄인가. 재판부의 고민

은 깊어간다. 이에 따라 독자의 관심도 깊어져 간다.

내러티브 탐사보도의 특징

내러티브 기사의 특징은 소설 형식으로 전개한다

는 점이다. 이 기사에는 앞서 소개한 기사와 비슷하

게 대화와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기사 시작도 법정

에 선 아버지 해리슨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

한다. 기자는 기사에 생

생함을 더하기 위해 대

화체를 많이 활용했다.

문답이 열 번 이상 반복

되는 대목도 나온다. 홈

페이지에서는 관련자의

음성 파일도 볼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동영상

파일도 붙어 있다. 기사

에는 이런 참담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명심

해야 할 ‘여섯 가지 계명’도 박스기사 형식으로 소개

돼 있다.

기사 제목은 ‘fatal distraction’, 번역하면 ‘죽음을

부른 부주의’이다. 기사 안에는 아버지의 슬픔과 반

성이 넘쳐난다. 거구의 아버지는 아이의 장난감을

쥐고 오열한다. 또 아버지의 바쁜 일상이 소개된다.

하루하루 목적 없이 바쁘게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누구나 범할 수 있는 ‘부주의’임을 보여주려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어린아이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이런 무고한 인격체를 죽음의 태양에 방

치한 아버지의 치명적 실수를 꾸짖는다.

기사의 소제목은 그렇다. ‘Forgetting a child in

the backseat of a car is a horrifying mistake. Is it a

crime?’ ‘아이를 차 뒷자석에 두고 잊어버린 것은 심

각한 실수다. 그렇지만 이것이 범죄일까.‘ 재판부는

이 딜레마에 답을 내려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함께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처럼 인간 내면을 파고

드는 탐사보도는 종종 ‘딜레마와 선택’을 독자와 사

회에 던진다.

‘죽음을 부른 부주의’ 기사로 2010년도 피처 기사 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워싱턴포스트의 진 와인가튼 기자(오른쪽).

미디어 월드 와이드

영국

ITV 노조 ‘24시간 파업’으로

임금 협상 승리/김지현

프랑스

‘직접 지원 확대’ 등

인쇄매체 지원 개혁 방안 발표/최지선

미디어 월드 와이드

김지현

골드스미스런던대문화연구박사과정

U.K

111미디어 월드 와이드

영국 최대의 민영방송사 ITV의 노동조합이 벌인

‘24시간 파업’이 한 달 만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 경

영진은 노조가 “인색하다(miserly)”고 맹비난한 2%

의 인금 인상안을 철회하고 인상률을 상향 조절하

는 한편 퇴직금과 유급휴가, 보너스와 관련된 제도

적 변화도 약속했다. 파업 당일 애덤 크로지어 사장

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경한 모

습을 보이던 것과는 딴판이다.

사측의 ‘인색한’ 임금 인상안

파업의 발단은 ITV 경영진이 노조 측에 내년도 임

금 인상률을 2%로 제시한 것이었다. ‘ITV 뉴스’는

지난 5월 6일 ITV 노동조합이 방송사 경영진이 제

시한 2%의 임금 인상안에 반발해 5월 14일 ‘24시간’

동안 파업을 벌인다고 보도했다.1 ITV 노조는 방송

기술노조(BECTU) 소속 노조원들이 찬반 투표에

서 67%가 파업을 지지해 ITV 연례 총회가 벌어지

는 5월 14일에 영국 전역에서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

혔다. BECTU의 제리 모리세이 총서기는 “직원들

에게 제시된 임금안과 경영진들에게 주는 보너스

특혜, 주주 배당금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며

회사가 높은 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임금

인상 문제에 여전히 “인색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파업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ITV 경영진은 노조의 반발에 억울하다는 입장

을 보였다. 2%의 임금 인상률은 다른 미디어 분야

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후한 편이라는 것이다. ITV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 4년 동안 경영진

이 제시해 온 임금 인상안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다

른 미디어 분야의 임금안보다 앞서 있었다”고 주장

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ITV의 전체 임금

은 평균 11.0% 상승해 왔으며, 올해 1월 1일부터는

전년 대비 2% 상승한 급여가 전체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대변인은 또한 경영진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ITV 노조 ‘24시간 파업’으로임금 협상 승리

112 신문과방송 07 2015

가 너무 많다는 노조의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

르다고 반박했다. 지난 3월에 경영진뿐 아니라 ‘자

격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대 1,200파운드의

보너스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ITV 경영진은 유례없는 수익 상승

으로 “회사가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2% 이상

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의 이번 파업 예고는 232명

의 노조원들 사이에서만 결정됐기 때문에 4,000명

에 달하는 ITV 직원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영진은 연이

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노조 대변인들과 열린 대

화는 지속하겠지만 경영진은 만일

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며, 24시

간 파업이 일어나더라도 방송에서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

식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이러한 낙관적

인 예상은 파업 당일 무너졌다. 유

력 일간지들이 ITV의 일일 프로그

램들이 파업으로 인해 큰 영향을 받

게 됐다고 보도하는 가운데 런던에

서 열린 ITV 연례 총회에서는 피켓

을 들고 나타난 노조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24시간 동안 ITV 런던 스

튜디오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스튜

디오를 빌려 쓰는 타 방송사까지 피

해를 입었다.

ITV 노조원들은 영국 전역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현장

에서 ITV 노조는 통신사들과의 인

터뷰에서 “ITV 직원들은 매우 불행

하다”며 직원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 분위

기로 인해 경영진과 일반 직원 사이에 임금 격차가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 대 노조 팽팽한 입장 차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ITV의 아침 방송 제작이 파업

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고 보도했다.2 ITV의 대표적

아침 방송인 ‘굿모닝 브리튼’의 진행자 중 한 명은

파업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출연을 거부해 눈길을

모았다. ‘일주일간의 논의’ 코너를 진행하는 인기 진

행자 마틴 루이스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국언

론노조(NUJ)의 회원으로서 나는 (노조의) 피켓 라

ITV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2% 임금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며 5월 14일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사진은 가디언에 실린 노조원들의 피켓 시위 현장 관련 보도.

113미디어 월드 와이드

인을 지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5월

14일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일간지 스탠다드 역시 이번 파업으로 ITV 스튜디오

의 제작 일정이 대거 변경됨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

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ITV 최고 인기 드

라마인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와 ‘에머데일’의 레코

딩 스케줄이 연기됐고, ‘루스 위민’은 전례없이 사전

녹음됐다. 파업은 ITV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던 BBC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 BBC는 평소 ITV

의 런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던 시사프로그램 ‘해

브 아이 갓 뉴스 포 유’의 촬영을 할 수 없었다고 밝

혔다. 이어 스탠다드는 ITV의 상반기 수익이 14%

나 상승했다고 경영진이 총회에 앞서 밝혔지만 ITV

직원 누구도 축하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3

현재까지 알려진 ITV의 올해 실적은 괄목할 만

한 것이다. ‘폰스타스’ ‘텍사스 라이징’ ‘덕 다이너스

티’ 등의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전체 수

익이 약 6억 6,500만 파운드까지 상승했다. 온라인

과 유료 프로그램의 판매 덕분에 광고 수익이 12%

상승했고, 인터랙티브 부서에서도 31%의 수익 상

승을 기록했다. 노조는 회사가 이러한 상승세를 보

이는 데는 직원들의 힘이 컸기 때문에 경영진이 제

시한 2% 임금 인상률보다 더 큰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ITV 애덤 크로지어 사장의 입장은 노조

와 달랐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크로지어 사장은 비

광고 분야로부터 3억 1,9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수익

을 거둔 것이 예년 대비 13%의 수익 상승률을 일궈

낸 비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ITV 스튜디오의 수

익은 17%나 상승해 2억 2,400만 파운드에 달한 점

을 강조하며 크로지어 사장은 “ITV 스튜디오들이

수익 면에서 크게 성장하면서 회사가 유기적인 성

장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ITV에 의

해 더 많은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기를 바란다”며 향

후 스튜디오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최근 ITV는 BBC의 유명 프로그램인 ‘더 보

이스’를 제작하는 탤파미디어를 3억 5,500만 파운드

에 사들이기도 했다.

파업 당일 연례 총회에 참석한 크로지어 사장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거친 발언들을 내놓아 현지 언

론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가디언은 크로지어 사장

이 이번 24시간 파업에 “지극히 적은 수의 직원만이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난데없이 오프콤이 경

쟁사인 BBC를 조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4

애덤 크로지어 사장은 “대다수의 직원들은 연

봉 인상안에 만족해하며 일을 계속하려 한다”고 주

장하는 한편, 전체 정규직 4,000명 가운데 파업에 찬

ITV는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전체 수익이

약 6억 6,500만 파운드까지 상승했다. 광고 수익도 12% 상승했다. 노조는

이러한 상승세를 보이는 데는 직원들의 힘이 컸기 때문에 경영진이

제시한 2% 임금 인상률보다 더 큰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114 신문과방송 07 2015

성한 것은 226명뿐으로 이번 파업이 회사 내 ‘소수

의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ITV 직원들

은 파업 참여에 대한 “권리를 완벽하게 인정받고 있

지만” 이번 파업 때문에 회사 측이 2% 임금 인상안

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

쳤다.

노조의 압승으로 끝난 파업

하지만 이러한 강경한 태도는 한 달 만에 180도 변

화했다. 노조가 뜻을 굽히지 않는데다 24시간 파업

이 영국 전역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여파가 컸다. 가

디언은 결국 24시간 파업 한 달 만에 ITV 경영진이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정된 임금 인상안을 노

조 측에 제시했다고 지난 6월 19일 보도했다.5 수정

된 임금 인상안은 노조의 압승이라 볼 수 있을 정

도로 노조 측의 주요 제안들이 모두 받아들여진 것

이다.

사측은 노조가 “인색하다”고 비판한 2% 인상안

을 거두는 대신 내년부터 2.2%를 인상하겠다고 약

속했다. 장기근무자의 퇴직과 유급휴가, 보너스와

관련된 제도적 개선들도 새로운 안에 추가됐다. 퇴

직금을 3만 6,000파운드에서 4만 5,000파운드로 올

리는 것과 함께 이번 노사협의의 의미를 확인시키

기 위한 목적으로 5년 이상 근무한

모든 직원들에게 추가로 이틀간의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내년도 직

원에게 주어지는 상여금의 최대치

도 전년 대비 300파운드가 늘어난

1,500파운드로 합의됐다.

NUJ는 노조원들에게 공식 성

명을 통해 “5월 14일에 이뤄진 ITV

전체 직원들의 호응으로 매우 성공

적인 파업이 치러졌고 그 결과 더 나은 논의가 경영

진에서 제시됐다”고 밝혔다. “더 이상 노조원들이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사측과의 협상에

서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축하기도 했다. 사측

대변인 역시 공식 성명을 내놓았다. 그는 “ITV 경영

진이 연합노조의 대변인들을 다시 만나 2016년 임

금 인상안을 노조와 합의했다”며 이번 인상은 내년

임금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노사협의를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통상 가을에

검토되는 임금 협상안을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할 계

획이다.

1 �http://www.itv.com/news/update/2015-05-06/viewers-will-not-be-affected-by-strike-says-itv/

2 http://www.independent.co.uk/news/media/itv-strike-good-morning-britain-among-shows-affected-by-24hour-

protest-over-pay-10248906.html

3 http://www.standard.co.uk/business/business-news/itv-strike-broadcasters-revenue-soars-but-staff-walkout-for-

a-piece-of-the-action-10249291.html

4 http://www.theguardian.com/media/2015/may/14/itv-chief-pay-strike-bbc-adam-crozier

5 http://www.theguardian.com/media/2015/jun/19/itv-offers-improved-pay-deal-staff-following-24-hour-strike

ITV 아침 방송 ‘굿모닝 브리튼’ 진행자 중 한 명인 마틴 루이스가 노조의 파업 결정을 찬성하며

파업일인 5월 14일 방송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마틴 루이스 트위터 캡처.

미디어 월드 와이드

France최지선

파리 2대학 박사과정

115미디어 월드 와이드

프랑스 정부의 2014년도 인쇄매체 지원 결산이 발

표됐다. 총 2억 8,000만 유로(약 3,474억 원)의 예산이

인쇄매체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에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문화커뮤니케이션부는 인쇄매체

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

하며, 인쇄매체 지원에 대한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프랑스 인쇄매체들도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을 개발 중에 있다.

2014년 지원금 총 2억 8,000만 유로

2014년 프랑스 정부의 인쇄매체 지원액은 총 2억

8,000만 유로로 인쇄매체 배급 개발 지원, 인쇄매체

기업들의 멀티미디어 다양화 등에 대한 지원에서부

터 인쇄매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형태의 직접 지원,

사회적 지원 등의 간접 지원까지 포함한 비용이다.

2014년은 인쇄매체 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으면

서 일간지, 주간지, 여가용 잡지 등 분야를 막론하고

어려움을 겪은 해로 기록되면서 2013년에 이어 3억

유로에 가까운 지원이 이루어졌다. 특히 2014년 인

쇄매체 산업은 광고 수익이 8.7%나 급격히 하락하

면서 인쇄매체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됐다.

매체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6년부터 시작한 정부의 인쇄매체 지원 제도를

통해 2014년에도 약 200여 개 매체들에 대한 지원

이 이루어졌는데, 광고 수익이 하락한 전국일간지

지원, 광고 수익 하락 지역일간지 지원, 지역주간지

지원, 인쇄매체 개발 전략 기금을 통한 지원, 배송

지원, 우편배달 지원, 인쇄매체 현대화 지원 등을 고

려하여 매체별 지원 금액이 결정됐다.

그 결과 2014년 총 지원금 기준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매체는 일간지 르피가로, 오주뒤엉프

랑스와 르몽드 등이었다. 그 밖에도 정부 지원을 많

이 받은 분야는 일간지들로 총 지원 금액 상위 8위

까지 일간지들이 차지했다. 문화전문 잡지 텔레라

최지선

파리2대학박사과정

‘직접 지원 확대’ 등인쇄매체 지원 개혁 방안 발표

116 신문과방송 07 2015

마만이 예외적으로 7위에 올랐다. 한편 1부당 지

원액으로 환산할 경우 일간지 뤼마니테가 부수당

59센트 지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것으로 조

사됐다. 그 뒤를 이어 일간지 리베라시옹과 라크루

와가 부수당 27센트를 지원받았다. 2014년에는 처

음으로 온라인 매체도 지원을 받았다. 온라인 시

사 정보 매체 아틀란티코와 건

강·보건 전문 매체인 오스피메

디아가 직접 지원 보조금으로

각각 약 14만 9,000유로, 14만

4,000유로를 받았다.

한편 사회학자 장-마리 샤

롱이 작성한 ‘인쇄매체, 디지털,

새로운 생태계 개발’이라는 제

목의 보고서가 지난 6월 2일 문

화커뮤니케이션부에 제출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 1월 펠르랭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이 디

지털 기술과 경제 변화에 직면

한 인쇄매체의 현황과 나아가

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을 목적

으로 의뢰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인쇄매체의 경

제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유효

하지 않으며, 기자 직업에도 변

화가 필요하다고 선언한다. 이

에 따라 인쇄매체의 ‘재발명’이

요청되며, 이는 편집, 수익 모

델, 기술의 혁신으로 가능하다

는 것이 보고서의 입장이다. 이

에 따라 보고서는 인쇄매체 지

원 기금을 공적 기금뿐만 아니

라 인쇄매체 디지털 혁신을 위해 마련된 ‘구글 기금’

을 발전시켜 민·관 두 가지 기금을 통해 인쇄매체

의 편집, 상업화, 기술적 부분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정부 지원 중 ‘전략 기금’의 경우 편

집 혁신, 수익 모델 개발, 기술적 진보 등 혁신 개혁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의 의뢰로 작성된 ‘인쇄매체, 디지털, 새로운 생태계 개발’ 보고서.

이 보고서에서 저자 장-마리 샤롱은 기존의 인쇄매체 지원 기금 외에도 ‘구글 기금’ 등 민간 기금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117미디어 월드 와이드

을 주도하는 인쇄매체에 우선 지원을 하는 기준 마

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보고

서는 인쇄매체의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 기자 교

육은 물론 디지털 디자인 및 그래픽 등 전문적인 교

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함께 동반되어

야 한다고 제안한다.

직접 지원 확대, 간접 지원 축소

지난 6월 5일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은

이 보고서의 제안 내용을 바탕으로 인쇄매체 지원

개혁안을 발표했다. 문화커뮤니케이션부는 새로운

인쇄매체 지원 시스템은 특히 다양성을 가지고 민

주적 토론에 참여하고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인쇄매체에 지원하겠다는 기준과 원칙을 명시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플뢰르 펠르랭 장관은 오늘날

독자 수는 감소하고, 수익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비

용이 많이 드는 디지털로의 전환이 강하게 요구되

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해하며, 이로 인해 거대 그룹

들로 인쇄매체들의 소유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정부

가 할 일은 사상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임을 강조

했다.

문화커뮤니케이션부는 새로운 인쇄매체 지원

에 있어서 직접 지원, 간접 지원, 새로운 매체 설립

지원 기금 마련 등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현행 일반/시사 일간지에만 지원되던 인쇄매

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형태의 직접 지원을 일반/시

사 주간지와 월간지, 계간지까지 확대하기로 결정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샤

를리 에브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같은 시사지도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연간

1억 3,000만 유로 정도 소요되는 이 직접 지원은 이

와 같은 변화로 연간 500만 유로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문화커뮤니케이션부는 직접 지원을 확대

하는 대신에 간접 지원은 축소했다. 부가가치세를

2.1%로 낮춤으로써 간접적 지원을 하는 제도는 그

대로 유지하는 대신, 우편배송 지원과 같은 간접 지

원에는 변화를 주게 됐다. 현행 일간지와 잡지에 모

두 우편배송 지원을 하던 것을 일간지와 시사 잡지,

지식 전문 잡지(과학, 철학, 기술 등)에 한해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즉, 기존에 우편배송 지원을 받던 여

가, 패션, 요리, 피플, 텔레비전 등을 주제로 한 잡지

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다시 말해 여

가 생활보다는 시사, 정보, 지식 등을 주제로 한 인

쇄매체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펠르랭 문화커뮤니

케이션부 장관은 여가, 패션, 요리, 피플, 텔레비전

가이드 잡지 등이 덜 “고귀”해서 지원에서 배제하

지난 6월 5일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은 인쇄매체 지원

개혁안을 발표했다. 문화커뮤니케이션부는 특히 다양성을 가지고

민주적 토론에 참여하고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인쇄매체에

지원하겠다는 기준과 원칙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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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지원하기에는 덜 “시급하

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들 인쇄매체들은 경제

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발행부수 및 구독자 수 감

소가 적은 편이며,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에도 시사

일간지, 주간지들에 비해 용이한 편이라는 것이 문

화커뮤니케이션부의 입장이다. 몇 년 전부터 여가

를 주제로 한 잡지들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 비판

이 많은 편이었다.

또한 문화커뮤니케이션부는 새롭게 설립되는

매체에는 3년간 지원을 해주는 기금을 마련할 예정

이다. 이는 인쇄매체, 특히 온라인 인쇄매체 개발을

위한 전략적 기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회적인

지원이 아니라 3년간 지속적으로 지원을 하여 새롭

게 진입하는 인쇄매체가 그들만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인큐베이터 역

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 수익 모델 개발 노력도 한창

한편 프랑스 인쇄매체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인터넷 신문 유

료 구독자 전략만으로는 구글, 페이스북 등 언론, 정

보 분야에까지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디지털 공룡

들과 맞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가장 참신한 수익 모델 개발 중

하나는 무가지인 20미뉘트의 스타트업 기업 광고

투자이다. 20미뉘트는 지난 2013년부터 신생 기업

들에 광고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벤처 캐피털 회사

와 함께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에 광고 투자를 하고

있다. 20미뉘트의 광고 투자는 광고 노출이 어려운

신생 기업들에게 20미뉘트의 광고 공간에 광고를

해주고 대가로 그 신생 기업의 주식을 10~15% 정

도 받는 형태이다. 투자 기간은 짧게는 2~3년, 길게

는 5년까지 진행되는데, 신생 기업으로서는 주식을

대가로 현재적으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비용이 많

이 드는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점, 투자하는 언론사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생 기

업에 투자를 하여 수익을 거둘 수 있으며, 잠재적인

광고주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윈-윈

하는 전략이라고 평가된다.

다른 한편, 프랑스 언론사들은 프랑스 국내를 벗

어나 아프리카로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있다. 프랑

스 언론사들은 프랑스어라는 언어적 한계를 영어

판 확대라는 전략 대신 프랑스어로 접근이 가능한

아프리카로의 확대라는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 확

대, 수익 모델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

략의 일환으로 프랑스 시사 주간지 르푸앙은 지난

2014년 르푸앙 아프리카를 론칭했다. 또 일간지 르

피가로는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사이트

런칭을 계획 중에 있으며, 르몽드 역시 아프리카의

중산층과 엘리트들을 겨냥하여 올해 안에 르몽드

홈페이지에 아프리카 뉴스 섹션을 마련할 예정에

있다.

프랑스 언론사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08년 사르코지

정부에서 인쇄매체 지원과 관련해 대대적인 공청회

를 통해 인쇄매체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의 필요성

이 대두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인쇄매체들이 겪

는 경제적 어려움은 단순히 정부의 지원으로 해결

될 일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라는 시대적 변

화에 인쇄매체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해결책 모색만

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의 지

원과 함께 인쇄매체들의 새로운 시장 개척, 디지털

혁신, 참신한 수익 모델 개발 등으로 프랑스 인쇄매

체들이 새롭게 “재탄생”되기를 기대해본다.

119미디어 월드 와이드

재단·세종연구소 공동 주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대토론회

‘한일미래재단’ 설치 등한·일 언론인 공동 제언 발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세종연구소

가 공동 주최하고, 외교부가 후원

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대토

론회가 6월 8~9일 제주도에서 열

렸다. 이번 대토론회에서 한·일

관계 전문가와 언론인들은 ‘한·

일 미래 50년을 위한 제언’을 발

표하면서 한·일 정상회담의 조속

개최를 촉구했다.

대토론회에 참석한 박준우 세

종재단 이사장, 모토노 에이이치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등

양국 언론인 및 전문가 50여 명은

제언에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추구해

온 긴밀한 우호협력관계가 양국의 발전에 이바지했

으며 이러한 우호협력관계를 지속·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 인식 문제로 인한 양국 간 갈등

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양국 공동

으로 가칭 ‘한일미래재단’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극단적 민족주의

와 상업주의, 혐한·반일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양

국 언론에 당부했다. 양국 언론인이 동참하는 저널

을 만들거나 사설의 비교 게재를 시험 운영해보자

는 제안도 나왔다.

재단 소식

한국언론진흥재단이 6월 8~9일 제주도에서 개최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대토론회’에 참석한

양국 언론인과 전문가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20 신문과방송 07 2015

언론수용자 및 언론인 의식조사 원시자료 공개

변인별·시계열 분석 통해새로운 정보와 가치 창출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6월 국내 대표적 미디어

이용 조사인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와 전국 언론인

대상의 ‘언론인 의식조사’ 원시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한 조사 원시자료는 ‘언론수용

자 의식조사’ 12년치와 1997년부터의 ‘언론인 의식

조사’ 7년치 자료이다.

그간 격년 또는 매년 언론수용자 5,000명 또는

신문, 방송, 통신사 기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

된 전국 대규모 조사의 원시자료는 <언론수용자 의

식조사>, <한국의 언론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조

사결과를 소개한 후 다시 활용되지 못한 경우가 많

았다. 따라서 원시자료 공개는 개인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대규모 조사의 원시자료를 일반인들도 활

용해 성별, 연령별, 지역별 등 세부 변인별 분석이나

과거부터의 시계열 분석 등 심층 재분석을 통해 미

디어 관련 새로운 정보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조사 원시자료는 재단 홈페이지(www.kpf.or.kr)

의 ‘미디어통계’ 메뉴를 선택한 후 언론수용자 의

식조사나 언론인 의식조사의 ‘원시자료/설문·코

딩북’ 탭으로 들어가면 이용 가능하다. 이 메뉴에는

각 연도별 spss 통계프로그램에서 분석할 수 있는

sav 형식의 원시자료와 코딩북 겸용 설문지, 그리고

원시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 파일이 첨부돼

있다. 특히 설문지를 코딩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편

집함으로써 설문지 따로, 코딩북 따로 출력해 분석

할 필요가 없도록 이용 편의성을 제고하였다.

원시자료 이용자가 발표한 논문 및 보고서 중 우수

보고서는 재단에서 발간하는 간행물을 통해 소개할 예

정이다. (문의: 조사분석팀 2001-7751, [email protected])

재단 소식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조사 원시자료 서비스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