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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novation대응책을 고안해낸 이를 함께 소개합니다. 40-43 사회적기업 라잇루트 지속가능한 패션 업계를 위한 올바른 꿈 / 이형민 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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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ommunity

Scene

Culture

Innovation

청년, 세상을 담다청년기자가 들여다 본 세상, 공익 현장 이야기

vol.6

Page 3: People Innovation대응책을 고안해낸 이를 함께 소개합니다. 40-43 사회적기업 라잇루트 지속가능한 패션 업계를 위한 올바른 꿈 / 이형민 44-47

Contents

30-33

바하밥집 대표 인터뷰

따뜻한 밥 한끼 차려두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 김희린

34-37

창작집단 이채; 이야기채칩단

‛꽁치’가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 조은지

여름

녹음이 무성한 여름. 이 푸르름을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재해 시

대응책을 고안해낸 이를 함께 소개합니다.

40-43

사회적기업 라잇루트

지속가능한 패션 업계를 위한

올바른 꿈 / 이형민

44-47

업사이클전 3곳 인터뷰

버려진 물건, 디자인을 만나

새롭게 태어나다 / 조용우

48-51

소셜벤처 인라이튼

다시 쓰는 더 나은 방법 / 정서현

52-55

공정여행사 착한여행 인터뷰

너와 내가 만드는

‘모두가 행복한 여행’ / 박지윤

얼어붙은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듯,

세상의 차가운 차별과 무관심 속에 있던

소수자를 응원하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사람들과 움직임을 담았습니다.

06-09

국내 최초 장애인 소프트볼

현장 체험 르포

휠체어는 우리의 날개 / 윤지원

10-13

정신질환 예술가들과 함께한 29년

리사 브라운 인터뷰

우리는 정신질환 아티스트입니다 / 변지영

14-17

사회적기업 툴뮤직

장애아동의 미래를 연주하다 / 정다솜

18-21

사회적기업 모두다

게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착한 일 / 정한솔

22-25

장애인 필기 보조기구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그립플레이

장애인들에게 점 하나, 선 한 줄 그리는

행복을 선물합니다. / 김소영

26-29

고려인 지원단체

아픈 역사의 산 증인인

'고려인'을 아시나요. / 김영은

56-61

공유 서울 페스티벌 체험기

이런 것도 공유할 수 있나요? / 정소영

62-65

지진계 앱

한국 앱 개발자, 지진 공포에서

전 세계 시민을 구하다 / 오영주

가을

풍성한 추수와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이 있는

가을처럼 우리 사회엔 함께 어울려 의미 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 현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68-71

오요리 ‘영셰프 스쿨’ 취재현장

“식당 아르바이트 할 땐 몰랐어요” / 김지은

72-75

재활전문 독립축구단 TNT FC

넘어진 청춘들의 재활공장 / 김성태

76-79

무중력지대 지밸리

국내 대표 청년 공유 공간

'무중력지대 G밸리'

6만명이 찾은 매력은? / 정경훈

80-83

주민기숙사 협동조합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하기 위해

지역민 학생 뭉쳐 '보금자리' 일궈 / 송기완

84-87

대안 주거 플랫폼, 새동네 프로젝트

집 같은 집, 새동네가 만듭니다 / 이수정

88-91

주거생활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함께 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다 / 송지원

92-95

반짝반짝 사진관

사진으로 공동체를 엮어내다 / 윤병훈

96-99

대구 마을기업 위드카페

의사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평일엔 커피 전문점, 일요일엔

무료 진료소로 바뀝니다 / 이소영

100-103

하루를쓰다 작가 인터뷰

364명이 만든 2017년의

특별한 달력 / 채주희

겨울

아직 현실엔 매서운 추위의 겨울같이

힘들고 어려운 사각지대와 고쳐야할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청년 기자가 이를 조명하고,

장벽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106-109

빈곤포르노 청년 100명 설문조사

당신의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순간 / 안동현

110-113

新사각지대...교도소 수감자 자녀

이들도 누군가의 아들, 딸입니다 / 윤정혜

114-117

시민모임 발자국 취재

아이를 짓밟은 발자국,

시민들이 씻어냅니다 / 채수연

118-121

드림트리빌리지

"학생은 공부만 하라구요?

우리는 음악도 하고싶어요!" / 조일호

122-125

‘놀이터를 지켜라’ 출간한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팀장 인터뷰

아이들에게 ‘놀이’를 찾아드립니다 / 문현순

126-129

국내 신생 국제개발협력 NGO

더 라이트 핸즈

1세대 활동가에게 듣는 국제개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김설희

Epilogue

Thanks to 청세담 6기

청년기자가 들여다 본 세상,

공익 현장 이야기

vol.6

발행일 2016년 12월 23일

지은이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6기)

발행처 현대해상화재보험,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펴낸곳 (주)씨에스컨설팅앤드미디어

사진 Chad Park(박창현)(WAVE FILM)

디자인 얼스

인쇄 성원 애드피아

주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 21길 52

조선일보 광화문빌딩 9층

※ 이 책자는 (사)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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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듯,

세상의 차가운 차별과 무관심 속에 있던

소수자를 응원하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사람들과

움직임을 담았습니다.

“휠체어는 우리의 날개”국내 최초 장애인 소프트볼팀 현장에 가다 / 윤지원

우리는 정신질환 아티스트입니다정신질환 예술가들과 함께한 29년,

‘리사 브라운’ 인터뷰 / 변지영

장애아동의 미래를 연주하다한국의 '스티비 원더' 키우는

사회적기업 '툴뮤직' / 정다솜

게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착한 일발달장애인 '게임대장'과

최고의 게임 경험 나누는 '모두다' / 정한솔

장애인들에게 점 하나,

선 한 줄 그리는 행복을 선물합니다.

3D 프린터로 장애인 필기보조기구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그립플레이' / 김소영

아픈 역사의 산 증인인 '고려인'을 아시나요. 국내 최초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의

김영숙 사무국장 인터뷰 / 김영은

따뜻한 밥 한끼 차려두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노숙인 재활 돕는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 인터뷰 / 김희린

'꽁치'가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국내 최초 성소수자 동화책 펴낸 '이채' 이야기 / 조은지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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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1

휠체어는

우리의 날개

국내 최초

장애인 소프트볼팀

현장에 가다

배트는 묵직했다. 공은 눈 깜짝할 새 스트라이크 존으로 떨어졌다.

몇 차례 휘두른 배트가 허공을 가르자, 감독은 번트 사인을 냈다. ‘깡’.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는지 공이 투수 앞으로 튕겨나갔다. 휠체어 바퀴

를 열심히 움직였지만, 공은 이미 1루수 미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아이고, 왜 안뛰어갔어요. 1루는 금방인데.”

땀을 뻘뻘 흘리며 그라운드에서 내려오는 기자를 보며 선수들이 껄

껄 웃었다. “수비나 타격보다도 휠체어를 잘 다뤄야 출루할 수 있어요.

그래도 오늘 휠체어를 처음 타본 것 치곤 잘하시는데요(웃음).” 좌익수

이현준(35)씨가 기자를 위로했다. 실망도 잠시. 유격수 송이호(47)씨가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자자, 다시 집중합시다!”

국내 최초 휠체어 소프트볼팀···우리는 VISION!

휠체어를 타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소프트볼팀이 있다. 국내 최초로

휠체어 소프트볼 대회를 개최하고, 지난 7월엔 한국 국가대표로 일본

국제 교류전도 다녀왔다. 한국 최초의 휠체어장애인 소프트볼팀, ‘비전

(VISION)’의 이야기다. 비전팀의 연습경기 현장. 기자는 이날 난생 처음

휠체어를 끌고 그라운드 위에서 배트를 휘둘렀다.

“작년에 휠체어 야구대회를 열었는데,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게 됐어요. 조금 덜 위험하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은 운동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휠체어 소프트볼을 알게 됐

어요. 미국과 일본은 이미 20~40년

은 앞서 있어 각 지역별로 팀도 여

러 개고 리그도 정착돼있죠.”

비전팀을 이끄는 최지원(서강대

경영 12학번)씨의 설명이다. 비전팀

은 서강대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

스(ENACTUS)’의 시도로 시작됐다.

국내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휠체

어소프트볼 종목의 정착을 목표로,

2016년 2월 창단했다. 뜻에 공감한 14명이 팀을 꾸렸다. 모두 휠체어를

탄 이들로, 연령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최씨는 “모두 소프트

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넘치는 선수들”이라며 “야구가 투수와 타자간

의 싸움이라면, 소프트볼은 수비 위주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하고 신사적인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찰떡궁합 자랑하는 비전팀의 연습현장

비전팀은 매월 두 번, 토요일마다 광진구에 위치한 장애인 복지시설

인 정립회관에 모인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소속 한완길(54) 감독이 팀

을 지휘한다. 연습이 시작되자 선수들은 휠체어 러닝 5바퀴로 몸을 풀었

다. 그 외 체조, 캐치볼, 수비-타격훈련, 간이 게임 등 훈련 모습은 보통

의 야구팀과 비슷했다. 수비연습을 위해 선수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

다. 모여 있을 땐 넓어보이던 체육관이 순식간에 격렬한 휠체어 소리로

가득 찼다. 감독은 뜬공, 직선타, 땅볼 등 쉴 새 없이 공을 쳤고 선수들

은 공을 잡아서 1루수에게 정확하게 송구하는 훈련을 계속했다. 투수 최

성찬(44)씨는 “소프트볼용 공이 야구공에 비해 말랑하며 탄성력이 높다”

면서 “언더핸드로 타자가 치기 좋게 던지는 제구력이 중요하다”고 설명

했다.

유난히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으니, 비전팀의 주장 이성훈(36)씨였

다. 벌어진 어깨, 정확한 송구, 팔 힘과 휠체어 컨트롤 실력까지. 그가

휠체어를 탄 지는 올해로 4년째. 이씨는 “워낙 예전부터 운동을 좋아해

서 그런지, 휠체어 스포츠에도 빠르게 적응한 것 같다”며 웃음을 보인

다. “장애인 스포츠는 선수가 별로 없어요. 보통 병원에 출입하는 휠체

어 영업사원들의 권유로 시작하는게 일반적이죠. 저 역시 재활치료가

끝나자마자 입문했어요. 휠체어 농구를 2년, 럭비를 1년 했죠.”

수비에 있어서 ‘찰떡궁합’으로 불리는 선수들도 있다. 경추장애를 가

진 이현준씨는 손을 비롯한 상체 움직임이 힘들다. 이 때문에 굴러오는

공을 허리를 숙여서 잡아내지 못한다. 대신 외야로 날아오는 공을 휠체

어로 블로킹해 유격수에게 송구하면 송이호씨가 타자를 잡아낸다. 선수

들은 “이들만큼 빛나는 외야수-유격수 콤비를 본 적이 없다”며 두 사람

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희망과 감동이 절망을 지운다

외야수 고아람(32)씨는 ‘장애인 운동 전도사’로 불린다. 특히 일본에

서 치룬 국제 교류전은 그의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일본 지역팀과 한창 경기 중일 때, 양쪽 팔이 없는 여자아이가 타석

에 들어섰어요. 아무것도 못하는 친구를 왜 굳이 선수로 기용했을까 싶

었죠. 그 아이는 조그마한 팔을 몇 번 움직이는 것 밖에 못했어요. 그런

데 관람객들이 함께 웃고 박수를 치며, 즐겁게 소녀를 응원했어요. 솔직

히 그 정도 장애면 운동은 커녕 일상생활도 힘들 거에요. 우리나라였다

면 부끄럽고 불편하다며 집 안에 있었겠죠. 그런 친구가 선수로 나온 것

도 감동적인데, 경기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보였어요. 동정의 시

선이 아니었어요. 외야에서 수비를 보고 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

더라고요.”

고씨는 “장애인이 눈치 보지 않고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든 일본

시민들의 인식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장애인이 된 자

신을 받아들이기까지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태권도를 준비하던 체육

특기생이었기에 좌절감과 상실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 후

천적 장애인의 비율이 높다. 선천적 장애인과 후천적 장애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의 장애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에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던 그의 마음을 바꾼 건 배드민턴채였다. “장애인

에게 운동은 단순히 사교나 비싼 취미가 아니에요. 장애인이 스스로 장

애를 인정하고,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는 과정에 필수

적으로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장애인들이

너무 많아요. 일단 용기를 내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조금 덜

위험하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은

운동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휠체어 소프트볼을

알게 됐어요.”

1

국제교류전에서

비전팀과 일본지역팀이

경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EnactusSogang

2

주장 오성훈씨가

캐치볼을 하고 있다.

©박창현 작가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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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장비 및 정책적 지원 시급해

“일반 휠체어와 선수용 휠체어는 달라요. 선수용 바퀴는 안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어서 넘어지지 않게 도와줍니다. 개인적으로 구비

하기엔 비싼 편이죠.”

비전팀의 매니저 최지원씨의 말이다. 최근 비전팀에 합류한 2기 최

세영(58)씨는 최씨가 구해온 경기용 휠체어에 올랐다. “생각대로 컨트

롤이 되지 않아 어색하다”며 쭈뼛대던 그는 금세 훈련에 녹아들어 체육

관을 누볐다.

주장 이성훈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고 했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서다.

“장애인 스포츠를 하려면 경기용 휠체어는 물론, 비장애인 도우미가

필수적으로 있어야만 합니다. 장비 등 지원도 늘어야 합니다. 휠체어 농

구나 럭비처럼 소프트볼에 포인트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해 팀별 전력이 적절히 구성되면, 보다 다양

한 장애를 가진 분들이 합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진입장벽을 낮

추고 재미를 더해야 우리나라의 장애인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정식단체로 인정받는 것 역시 비전팀의 과제다. 한완길 감독은 “우

리나라에서는 장애인 스포츠가 그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들을 위한 지원과 홍보 채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어두운 장애인 스포츠의 길. 그래도 비전팀은 매일같이 휠체

어에 올라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른다.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 용기를

얻고 세상 밖에서 활약할 제2, 제3의 비전팀을 위해서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비전팀은 2017년 1월까지 2기를 모집한다.

윤지원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청세담 6기)

윤지원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첫 날 민소매 입고 만난 것 같은데, 이제는 패딩 없이는

덜덜 떠는 날씨가 됐습니다. 반 년이 유독 빠르게

지나간 기분이네요. 다른 무엇보다도,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선한 영향력을 믿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습니다. 공익을 통해서든

언론인의 길을 통해서든, 몇십 명의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 쉽지 않은 기회를 청세담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귀한 인연으로 만난 동기들과

멘토님까지도요. 앞으로 제가 걸어갈 길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주 마주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매주 세

개씩 가져가야 했던 아이템들, '오늘은 어떻게 말해야

멘토링 시간에 덜 혼날까'를 고민하던 시간들이

돌이켜보면 너무 그립네요. 되돌아보고 그리워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 준 청세담과, 청세담을 제게

소개해준 언니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장비 문제를 비롯해

지원이 늘어나야합니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재미를 더해야 우리나라의

장애인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3

4

3

주장 팀이

미니게임에 앞서

회의를 하고 있다.

©박창현 작가

4

투수 최성찬씨가

투구하고 있다.

©박창현 작가

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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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2

우리는 정신질환

아티스트입니다

정신질환 예술가들과 함께한 29년,

‘리사 브라운’ 인터뷰

화가 반고흐, 피카소,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소설가 헤밍웨이. 이들

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크고 작은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예술 활동을 무려 29년간 도와온 여

성이 있다. ‘워크맨아츠(이하 Workman Arts)’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리

사브라운(Lisa Brown)의 이야기다. Workman Arts는 정신질환을 가진

예술가들에게 전문적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다

양한 전시회·공연·페스티벌 등을 개최하는 캐나다의 정신장애인 예술

기획사다. 자체적으로 시각예술 스튜디오, 미디어 예술 스튜디오, 트레

이닝 시설,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보유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최대

규모의 정신장애인 종합예술단체이다. 리사 브라운에게 정신질환 아티

스트들과 함께해온 지난 29년의 세월을 물었다.

편견 없는 눈으로 바라 본 정신질환, 가능성을 발견하다

“저희 할머니가 정신질환을 앓고 계셨어요. 사회적 인식은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을 ‘불능’ 이라고 여기잖아요. 저는 그러한 인식이 잘못됐다

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자랐습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해도 할머니

는 그 누구보다 제게 큰 사랑을 주셨고, 최고의 할머니셨습니다.”

할머니의 영향으로 정신의학 간호사가 된 리사 대표는 토론토 정신

건강 병원에서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녀는 “내게 정신질환

은 낯선 것이나 나쁜 것이 아니었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몇몇 분들에

게서 엄청난 예술적 능력과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들의 전문적인 예술

활동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계기를 설명했다. 병원에서 만

난 정신장애인들과 예술단체를 꾸리려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병

원 측과 끝내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그녀는 간호사를 그만두고 직접 비

영리단체를 설립했다.

“예술가들에게 적절한 임금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당

시 최저임금이 시간당 7달러였는데, 병원에서는 50센트밖에 못 준다고

하더라구요. 아티스트로서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비영리단체를

내 손으로 직접 운영해보자는 의지가 생겼죠.”

1987년, 정신질환을 지닌 8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시작한

Workman Arts는 현재 300명이 넘는 소속 아티스트들과 20여명의 운

영 스태프들이 함께한다. 첫 시작은 조그만 연극이었지만 지금은 문학,

미술, 연극, 뮤지컬, 패션쇼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을 제작한다. 지

난 29년간 직접 기획하고 개최한 전시회·공연·축제들만 수천회. 지금

까지 총 30여편의 연극 극본을 제작했고, 개최한 정기 미술 전시회만

15차례에 달한다. 특히 세계 최초의 정신 건강 영화제 ‘광기와의 만남

(Rendevous with Madness Film Festival)’는 올해 24회째 개최했고, ‘광

기와 예술(The Madness and Arts Festival)’ 국제 축제는 캐나다·독일·

네덜란드에서 3차례 개최해 총 3만6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맞서다

“캐나다 사람 가운데 5명 중 1명이 살면서 정신질환을 겪습니다. 약

100만명이 심각하고 만성적인 정신질환을 지니고 있죠. 그러나 대부분

의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이 없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

기하는 것을 꺼립니다. 우리가 다양한 공연과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이

유가 바로 이때문입니다. 대중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

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다양한 공연과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대중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2

1

Workman Arts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리사브라운(Lisa Brown)

©Workman Arts

2

Workman Arts가 제작한

연극 'Third Eye Looming

(어렴풋이 나타나는

제 3의 눈)' 의 한 장면.

정신질환을 가진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Workman Arts

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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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상을 담다

리사 대표는 ‘광기와 예술(The Madness and Arts Festival)’ 영화 축

제를 예로 들었다. 해당 축제가 열리면 정신질환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정신의학자,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 관객들이 함께 대화하

는 시간을 가진다.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중고등학교

에 정신건강 관련 영화들을 상영하고, 정신건강 전문가와 학생들이 함

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Workman Arts가 제작하는 연극, 공

연, 문학작품의 대부분이 정신질환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 문제를 조명하고, 이해와 공감을 높이기 위함

이다.

사회의 편견을 깨기 위한 전문성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Workman

Arts은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매년 약 65개의 전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술, 영화, 연극,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들이 수준

별로 구성돼 있고, 최고의 전문 예술가들이 교사로 함께한다. 포커송 그

룹으로 유명한 '마마스앤파파스(The Mamas and the Papas)'의 멤버 데

니 도허티(Denny Doherty)와 아카데미상과 오스카상을 수상한 크리스

랜드레스(Chris Landreth) 감독도 Workman Arts와 함께하고 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예술가를 키워내는 기획사

“저희는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전문적인 트레이닝과 공간을 제공합니

다. 임금도 프로 예술가 기준에 맞춰 줍니다. 정신질환과 예술을 접목한

다른 기관들은 대부분 치료나 취미에 그칩니다. 우린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의 전문적 성장과 경제활동을 돕고 있죠.”

Workman Arts의 멤버십에 지원하는 예술가들은 한 해 평균 50여

명. 그 중 20여명 정도가 선발된다. 리사 대표는 멤버 선정 시 가장 중요

하게 생각하는 기준으로 ‘마인드’를 꼽았다. 그녀는 “자신의 예술 활동에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전문 예술가로 거듭나려

는 열정과 분명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만 멤버로 영입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29년간 Workman Arts를 거쳐간 예술가들만 수천여명. 모두

양극성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증 등의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이다.

리사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Workman Arts가 나의 삶을 바꿨다’

고 말할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정신질환 아티스트들을 위한 그녀의 헌신 덕분일까. 리사

대표는 캐나다 훈장(The Order of Canada), 다이아몬드 주빌리 메달(The

Queen’s Diamond Jubilee Medal), 총독 메달(The Governor General’s,

Meritorious Service Medal) 등 수많은 헌장을 받았고, 2013년엔 정신질

환과 예술을 접목한 선구자로서 인정을 받아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됐다.

“우리 Workman Arts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지난

29년은 제게 축복이었습니다. 멤버들은 한명 한명 모두 대단한 분들이

고, 그들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에 대중들과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 간에 거리감이 생깁니다. 앞

으로도 Workman Arts는 다양한 예술활동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부

정적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는 데에 앞장 설 거에요.”

Workman Arts 창립 30주년이 되는 2017년, 리사대표는 은퇴를 한

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가진 예술가들을 돕는 그녀의 여정은 끝나지 않

는다.

“남편과 함께 예술가들을 위한 휴양지를 만들 거에요. 정신질환을 가

진 예술가들이 치유도 하면서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요. 기대해주세요(웃음).”

변지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청세담 6기)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전문적인

트레이닝과 공간을 제공합니다.

임금도 프로 예술가 기준에 맞춰 줍니다.

우린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의 전문적

성장과 경제활동을 돕고 있죠.”

변지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나는 절대 후회 안 남게 빡세게 해야겠다” 청세담 선

배들의 졸업 후기에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해 후회된다

는 글들을 보며 다짐했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

금… “좀 더 열심히 할 걸” 마치 복붙이라도 한 듯 선배

들이 쓴 말을 똑같이 쓰게 될 줄이야…

후회가 남는 것은 그 만큼 청세담이 좋은 프로그램이

었기 때문이다. 많은 좋은 기회들이 제공되었는데 그걸

좀 더 활용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청세담이 1

년하는 거였으면 좋겠다ㅎㅎ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주변에는

이런 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보니 나도 모

르게 ‘내가 너무 현실을 모르는 건가, 나도 좀 더 안정

적인 길을 택해야 하나’ 하고 흔들릴 때가 많았다. 청세

담을 통해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회혁신가들의 강연을

들으며 과장이 아니고 정말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고, 쪽방촌, 청년주거, 장애학생 기숙사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취재하며 세상에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결론은, 청세담을 통해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길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는 것. 어떤 방

식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소외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항상 더 많은 기회를 주려하시고, 진심을 다해 지도해

주신 정유진멘토님께 너무 감사드리고 함께했던 흔들

릴지언정, 하태 팀원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좋은 인연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안녕~♡"

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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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3

장애아동의

미래를 연주하다

한국의 '스티비 원더' 키우는

사회적기업 '툴뮤직'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제1회 툴뮤직 장애인

음악콩쿠르’가 개최됐다. 이전에도 많은 장애인 음악 콩쿠르가 있었지

만, 이날 대회는 참가자 대기 시간부터 기존 콩쿠르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참가접수부터 수상자발표까지 길게는 한나절 이상 기다려야 했

던 콩쿠르와 달리, 현장 대기 시간을 1시간 이내로 대폭 줄인 것. 57명

의 경연 참가자를 위해 10명의 스태프가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이다.

심사위원에는 장애와 음악 두 부문 모두에서 전문성을 갖춘 이들(임

효선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 교수, 이상진 나사렛대학교 음악학

과 교수, 김정미 전주대학교 문화융합대학 음악학과 교수)이 초빙됐다.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심사가 공정성을 높인다”는 믿음에서, 참가자의

장애유형(시각·발달·지체장애)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

콩쿠르가 끝난 뒤, 전체 대상을 수상한 김주현(충북예술고 3년, 발달

장애부문·피아니스트)군과 최우수상의 이강현(고양대송중 2년, 발달장

애부문·피아니스트)·최용준(홈스쿨링, 지체장애부문·피아니스트)군에게

는 100만원 상당의 디지털 앨범 제작 기회가 주어졌다. 상패와 상금보

다는 ‘지속가능한 음악활동 지원’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런 특별한 장애인 음악 콩쿠르를 상상하고 실현시킨 곳은 클래식

음악 기획사 ‘툴뮤직’. 2011년 설립 당시만 해도 평범한 기획사였지만,

현재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음악 포럼을 개최하는 등 장애인 음악

활동 지원 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

업 인증까지 받았다.

변화의 중심에는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2년)양의 스승인 정은현(37) 대표(목원대학교 피아노과 겸임교수, 서울종

합예술실용학교 외래교수)가 있었다. 최양은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

이트에서 클래식 차트 1위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

는 아티스트다. 지난 11월 8일, 신사동에 위치한 툴뮤직 사무실에서 정

대표를 만나 장애인 음악교육에 대한 툴뮤직의 미션과 포부를 들었다.

기적 같은 만남... 장애인 음악교육의 시작

정 대표가 장애인 음악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9년, 왼손

과 오른쪽 팔꿈치만으로 피아노를 치는 최혜연양을 만나고부터다. 당시

예술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최양은 정은현 대표의 가르침을 받

고자 그가 있는 대전을 찾았다. 간곡한 부탁에 만남이 성사됐지만, 장애

인 음악교육 경험이 없던 정은현 대표는 자신이 없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고, 다시 돌려보내야겠다는 마음

이 컸어요. 그런데 혜연이가 연주하는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왼손을 위

한 에튀드’를 듣고 나니까 그냥 보내질 못하겠더라고요. 왼손과 오른쪽 팔

꿈치만으로 이어가는 부족한 음악이 제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최양의 연주에 마음이 움직인 정 대표는 정식으로 사제의 연을 맺고

최양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장애인 음악가를 양성한다’는 미션이 그의

마음속에 처음 자리 잡은 날이다.

2011년 최양과 함께 출연한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은 더 많은

제자를 만나는 도화선이 됐다. 프로그램을 통해 최양이 처음 ‘팔꿈치 피

아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제작진은 이후 음악을 하는

장애아동이 출연하는 경우, 가끔 정 대표에게 레슨과 자문을 부탁했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장애학생들이 그에게 지도를 받고자 그가 겸임

교수로 있는 목원대에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그렇게 만난 장애인 제자

만 7명. 지체장애, 발달장애, 뇌병변장애... 저마다 특성은 달랐지만 음

악에 대한 열정과 꿈만은 같았다.

프로 음악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다. 수준 높은 교육이 꾸준

히 이뤄져야하는 반면,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물며 특

수 교육이 필요한 장애인 음악가를 키워내는 일이다. 정 대표 역시 최양

을 가르치는 동안 사비를 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연 기회도 만들고, 마케

팅도 해야 하는데 한 번에 최소 500만원 이상 드는 콘서트 비용을 계속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다. 지

날수록 정 대표는 장애인 음악가를 키우는 일이 개인의 자선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후배 피아니스트 정환호(33)와 함께

꾸려가던 클래식음악 기획사 툴뮤직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악가가 성공하면 돈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라간 혜연이의 연주 동영상 조회수가 600만 건이 넘어요. 지금은 미

국, 독일,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 초정을 받고 있지만 이렇게 되기

까지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거죠.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데, 영리 활

동으로 소셜 미션을 추구하는 게 ‘사회적기업’이라 하더라고요. 마침 툴

뮤직은 음악가들을 위한 공간사업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애인 음악가들을 위한 교육 지원과 잘 맞아 떨어졌습

니다. 사회적기업이 되면 저희의 소셜 미션이 더 잘 실현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후, 정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 음

악가 지원에 사비를 들이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 툴뮤직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도 활발해졌다. 서울시의 사회적기업 지원 기금을 통해 최양을

비롯한 제자들의 공연제작비와 음반제작비를 지원할 수 있었고, 장애인

음악콩쿠르도 열었다. 최양은 툴뮤직의 정식 아티스트로 등록됐다.

“지금의 툴뮤직은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고, 쳐낼 비즈니스 모델 다

쳐내고 시작하는 느낌의 회사입니다. 아직까지는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

와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생각해보면

툴뮤직은 돈을 많이 버는 회사라기 보단 ‘행복한 회사’인거죠. 세상에 그

런 회사가 많지 않잖아요? 우리만의 장점인거죠.”

“생각해보면

툴뮤직은 돈을

많이 버는

회사라기 보단

‘행복한 회사’인거죠.

세상에 그런 회사가

많지 않잖아요?

우리만의 장점인거죠.”1

2

1 정은현 툴뮤직 대표 ⓒ박창현

2 지난 10월30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개최된 '제1회 툴뮤직

장애인 음악콩쿠르' 현장. ⓒ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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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상을 담다

특수음악교육 체계화 노력...

‘월급 주는 장애인 예술단’ 창단의 꿈

“오른쪽 손이 없는 혜연이를 가르치면서 왼손만을 위한 연주곡을 주

로 찾았어요. 오른손 멜로디가 좋은 곡은 툴뮤직에 소속된 작곡가 분이

혜연이를 위해 편곡을 해주고요. 발달장애 아이들은 오른손과 왼손을

따로 쓰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왼손 반주는 작게, 오른손 멜로디는 크

게 치는 식의 디테일한 표현이 힘들죠. 그래서 곡을 고를 때 가급적이면

양 손이 같이 움직이는 작품을 선곡합니다. 전맹(시력이 아예 없는 상

태)인 친구들은 귀로 듣고 연주를 하지만, 시력이 남아있는 친구들은 악

보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정은현 대표는 ‘참고할만

한 교육 모델’에 대한 갈증을 자주 느꼈다. 지금은 경험이 쌓였지만, 처

음에는 일일이 몸으로 부딪히고 난 뒤에 해결책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중 특수음악교육과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곳은 없

다. 장애인의 재활치료나 심리정서 지원을 위해 음악을 ‘매체’로 다루는

전공은 있어도 음악가를 키워내기 위한 교육은 없는 셈이다. 장애인 음

악교육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교수법도 없고 관련 연구도 활발하지 않

다. 이에 정대표는 자신의 음악학 박사논문 주제를 ‘장애인 음악 지도법’

으로 정했다. 지난 8월에는 특수음악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

과 학생들을 한데 모으는 자리도 마련했다. 툴뮤직 주최로 지난 8월 6일

‘제1회 장애인 음악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권수미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가 ‘음악교육에서 점자 악보의 소개와 활용’, 박민재 국립서울맹학교 강

사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피아노 교수법’, 윤주희 이노클래식 실장이 ‘발

달장애인의 예술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음악을 배우고 싶은 애들이 많은데 정식적으로 힘을 쏟는 단체가 너

무 없어요. 장애인을 위한 음악교수법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애인구는 증가하는데 우리나라의 장애인 직업재활교육은 대부분 제

빵, 마사지, 단순제조업 정도에 그치거든요. 아이들이라고 언제까지 제

빵사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안드레이 보첼리,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는 모두 장애인 아티스트예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아이들이 나와

야죠. 가능성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고 가르칠 수 있는 길이 많이 만들어

지고 공유되길 바랐습니다.”

정 대표의 다음 꿈은 ‘월급 주는 장애인 예술단’ 창단이다. 음악에 재

능이 있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나와도 음악가로서 다음 행보를 이

어가지 못하는 장애인 아티스트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그들을 직

접 채용하겠다는 포부다.

“아직은 꿈이지만, 장애인 음악가들을 채용하는 것은 인력고용형 사

회적기업으로 초반 지원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아요. 장애인 음악교육

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연주회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 대중이 음악을

통해 ‘장애’를 이해할 수 있는 접점도 많이 만들고요. 툴뮤직은 음악과

사람을 잇는 ‘도구’를 꿈으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앞으로도 누군가의 연

장으로서, 도우미로서 역할하고 싶어요.”

정다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3

3

지난 11월 13일

개최된 '툴뮤직

장애인 음악콩쿠르

수상자 음악회' 현장.

ⓒ툴뮤직

정다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졸업과 함께 시작한 청세담 6기 과정. 시작은 야심만만

했습니다. ‘취업’과 ‘청세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

겠다는 포부였습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한발

씩 다가갈수록 높아지는 취업의 벽 앞에서 무력감을 느

끼곤 했습니다. 청세담은 무기력에 빠진 제게 늘 먼저

손 내밀어 줬습니다. 저는 매주 청세담을 만나며 일주

일치 용기를 선물 받았습니다. <더나은미래> 기자님들

의 저널리즘 강의를 들으며 저널리스트가 되겠다는 제

꿈을 다시 한 번 다질 수 있었습니다. 사회 문제 해결

에 힘 쓰고 있는 공익 전문가와 청년 혁신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더 나은 미래는 가능하단 희망도

발견했습니다. 권보람 멘토 기자의 따뜻한 조언과 아낌

없는 격려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청세담은 제게 선물이

었습니다. 받은 것이 많습니다. 청세담에서 배우고 느

낀 것을 자양분 삼아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

다!

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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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4

게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착한 일

발달장애인 ‘게임대장’과

최고의 게임 경험 나누는 ‘모두다’

“모두다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저는 보드게임 대장 키(key)에요.”

서교동사거리 인근, 번화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드게임

카페 ‘모두다 홍대점’에 들어서자마

자 게임대장 ‘키’가 기자에게 하이

파이브를 청해왔다. ‘짝’ 소리 나게

손바닥을 마주치자마자 또 다른 게임대장 준(june)이 다가와 기자를 게

임 테이블로 이끌었다.

테이블에 준과 함께 앉으니 키가 보드게임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모

두다만의 독특한 규칙 ‘웜업(warm-up)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손님과

게임대장이 친밀감을 쌓고, 본격적인 게임에 앞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예열작업’인 셈이다. 게임 이름은 ‘도블’. 처음 보는 게임에 당황한 기자

에게 키가 규칙을 설명했다. “가운데 놓인 공유 카드 그림 중 자기가 가

진 카드의 그림과 같은 걸 찾아서 먼저 외치면 돼요.” 준이 ‘얼음!’을 외

치고 공유카드를 자기 앞에 가져가는 순간, 제대로 불이 붙었다. 승부욕

이 발동한 기자가 용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용가리!’라고 소리를 지르자

테이블 위로 한바탕 웃음이 일었다.

발달장애인을 ‘게임대장’으로...모두다의 시작

모두다의 직원 9명 중 4명은 게임대장으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이

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미션은 손님들에게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건

네고, 모두다에 구비된 보드게임의 룰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틀을 벗어나, 편견 없이 상대를 대하기 위해 직원 모두

본명 대신 닉네임을 사용한다. 모두다 홍대점의 책임자인 영(young) 이

사는 “각자 잘 할 수 있는 게임이 다를 뿐 게임을 못 하는 사람은 없다”

고 말했다.

“게임은 ‘모두가 이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구 하나만 이기

면 재미가 없잖아요. 게임에서 이기려면 규칙을 잘 알아야 하니 게임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 가이드가 있어야 하고,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게

임을 돌려줄 사람이 필요해요. 모두다에서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게임대장’이죠.”

모두다가 발달장애인 게임대장과 함께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설

립자인 박비 대표가 게임 회사에 재직 중이던 시절, 임직원봉사로 발달

장애인 복지관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봉사 중 쉬는 시간에 잠시 모

바일게임을 하던 박 대표의 주변으로 아이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었고,

그 일을 계기로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게임 자체를 접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발달장애인에게도 놀이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박대표는 섬세한 조작 없이 함께 놀 수 있는 키넥트(모션인식게임기)를

가지고 장애인 복지관을 돌아다니며 ‘찾아가는 게임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게임으로 놀 수 있는 공간에서 가

능성을 본 이들의 협력이 이어졌다. 여기에 공감하는 많은 게임인, 기관

과 관심의 도움,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올해 4월 지금의 모두다 홍

대점을 개장할 수 있게 되었다.

게임대장들은 엄연히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두다의 직원이

다. 함께 놀며 장애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업인으로서 제 역할

을 수행하는 것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두다에 있는 100여종의 게임

을 설명하기 위해, 게임대장들은 손님이 없는 동안 대사처럼 게임 소개

를 주고받으며 연습을 한다. “저랑 같이 웜업 게임 해보실래요? 스플렌

더는 저희 게임방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략게임이에요. 카드마다 점수가

쓰여 있는데 15점을 먼저 모으는 사람이 이겨요. 자기 턴에 서로 보석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모은 보석으로 카드를 살 수도 있어요.” 게임대장 키

는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게임으로

놀 수 있는 공간”

1

발달장애인

게임대장이 함께하는

보드게임공간 '모두다'

홍대점의 모습.

ⓒ박창현

2

모두다의

게임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좌)와 키.

ⓒ박창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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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상을 담다

발달장애인 게임대장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모두다를 찾는 손님들에

게도 즐거움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게임대장들에 대해 컴

플레인을 거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재방문 시 함께 게임했던 게

임대장을 찾는 손님도 있다. 특히 어린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기자 역

시 준과 함께 스키게임을 하는 동안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게임방법을 전혀 모르는 기자가 첫 번째 게임에서 게임대장인 준을 이

긴 것. 알고 보니 게임에 흥미를 느끼게 하려는 준의 배려였다. “함께 놀

면서 상대방을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준은 “스키 게임 중

에서도 맵이 좀 더 어렵고, 볼거리가 많은 버전이 있는데, 익숙해지면

다음에 같이 해보자”면서 게임을 권해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개성에 맞는 역할로 성공...‘최고의 게임경험’ 나누고파

모두다의 테이블은 저녁이면 대기표를 받아야 할 만큼 가득 찬다. 월

매출은 10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모두다가 처음부터 승승장구 한 것

은 아니다. 4월 모두다 홍대점을 열고 2개월 동안은 관리비를 낼 만큼의

수익도 나지 않았다. 전기세를 아끼려고 불을 꺼놓고 있기도 했다.

“가게를 열어도 손님이 적으니까 일이 많지 않았어요. 청소를 하고

남는 시간엔 직원들이 다 같이 게임을 하면서 서로 특성을 알아가는 시

간을 가졌죠. 그러면서 알게 됐어요. ‘아 이 친구는 외국에서 살다 와서

어휘력이 좋구나’ ‘이 친구는 말수는 적지만, 전략은 정말 잘 짜는구나’

개성을 아니까 역량이 보이고, 일을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 알게 됐죠.

경영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이 같이 있는 ‘모두다

게임’만의 가치를 만들어간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네 명의 게임대장 중 가장 사회성이 뛰어난 제임스(james)는 가장 중

요한 ‘하이파이브’를 담당하고 있다. 모두다를 처음 찾은 손님들과 이야

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어주고, 간식을 권유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

든다. 키는 카드뉴스를 직접 제작해 모두다의 SNS 홍보를 담당한다. 하

나의 카드뉴스를 만들기 위해 직접 보드게임 규칙을 연구하고 게임말을

세워 사진을 찍으며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동욱은 키와 함께 보드게임

을 설명하는 카드뉴스를 만들고, 모두다의 SNS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직원들끼리 사용하는 단체 메신저방에 발달장애와 관련된 이슈나 기사

를 찾아 공유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웃긴 영상이나 사진은 덤이다.

모두다는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문화 알리기에 주력하기 위

해 모두다 홍대점 성공을 발판삼아 매장 수를 늘릴 계획이다. 처음에는

장애인들에게도 게임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이

제는 사회 전반에 좋은 게임 경험을 주자는 게 모두다의 지향점이 됐다.

“게임을 검색엔진에 치면 연관검색어가 ‘중독’이에요. 사회문제, 특

히 청소년 비행 문제의 원인으로 게임이 뭇매를 맞고 있는데 게임이 ‘착

한 일’이 될 수도 있거든요. 모두다가 장애인 게임대장과 함께하고 있는

것 처럼요. 게임은 재밌잖아요. 재미를 추구한다는 건 마음에 여유를 한

번 더 주는 거거든요. 정말로 깊이 있는 게임을 경험하고 나면, 힐링이

돼요. 모두다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관계없이

더 많은 사람에게 ‘최고의 게임 경험’을 주기 위해 이 곳에 있어요.”

영 이사의 눈빛에서 모두다가 ‘게임이 착한 일을 한다’의 선도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볼 수 있었다.

정한솔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청세담 6기)

“처음에는 장애인들에게도

게임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사회 전반에

좋은 게임 경험을 주자는 게

모두다의 지향점이 됐다.”

3

정한솔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막연히 생각해오던 기자라는 꿈을 안고 '청년, 세상을

담다'에 오게 되었습니다.

면접 때 '왜 청세담이 하고 싶냐'고 물으시던 기자님 말

씀에 나중에 기자가 되어서 돌아보았을 때, 분명 하기

싫고 초심을 잃을 날도 있을텐데 그 때 청세담을 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패기 있게 대답했었지요.

정말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지난 6개월을 돌이켜보니

앞으로 제가 나가야할 긴 여정에서 시작점이었던 청세

담이 큰 자양분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청세담을 하면

서 강력한 힘이 있는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라는 직함을

가지고 여러 사람을 만나 취재했던 것도 공적인 일을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사적인 욕심을 채울 수 있어 즐

거웠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모인 꿈이 있는 많은 청년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6개월 동안 정말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만으로도 저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기

에 청세담에서 만난 동기들과 기자님께 참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Editor's Note

3

정한솔 청년기자

(사진 왼쪽 맨 뒤)가

모두다 게임대장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박창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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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5

장애인들에게

점 하나, 선 한 줄 그리는

행복을 선물합니다.

3D 프린터로

장애인 필기보조기구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그립플레이'

“3년 전 추락 사고를 당한 뒤로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간단한 메모

조차 할 수 없게 됐어요. 일자리도 잃고 장애인권강사가 되기 위해서 준비

중인데, 글을 못 쓰니 공부할 때 참 답답했죠. 이젠 걱정 없네요(웃음).”

지난 11월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박람회 한편에서 지체 장애 1급 신상경(44) 씨가

펜이 달린 ‘ㄷ자’ 모양 보조기구에 네 손가락을 끼워 손을 단단히 고정시

켰다. 이어 신 씨는 팔 전체를 움직이면서 천천히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

다. ‘세상이 살기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자

녀들이 자신을 사고 전 아빠의 모습으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었단다. 그의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준 필기보조기구를 만든

건 사회적 기업 ‘그립플레이’다.

그립플레이의 필기보조기구는 절단 장애인들을 위한 의수(義手)와

달리, 손은 있지만 뇌병변, 척수장애 등의 신경계 이상으로 손을 자유롭

게 움직이기 힘든 이들을 위해 고안됐다. 비장애인인 이준상(32) 그립플

레이 대표는 어떻게 이들의 불편함에 주목해 개발을 시작하게 됐을까.

지하철에서 본 한 장면에 마음 움직여...

맞춤형 보조기구 제작하기로

이준상 대표가 처음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진 건 2011년, 한 기업

의 후원을 받아 장애인 4명과 함께 장애인 예술가들의 자립방안을 알아

보기 위한 영국탐방을 다녀온 뒤부터다. 그는 “영국으로 떠나는 준비를

할 때부터 인상 깊었다”고 떠올렸다. “약속 장소는 휠체어를 탄 친구들

을 위해서 높은 턱이 없는 곳으로 정하고, 청각 장애인들이 제 입모양을

잘 볼 수 있게 크고 또박또박하게 말해야 했죠. ‘그동안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들에게는 큰 어려움이었구나’ 그 때 처음 깨

달았어요.”

이후 그는 사회적기업 ‘한국장애

인국제예술단’에서 2년간 장애인 예

술가들의 공연 등을 기획하고 제작

하면서 꾸준히 장애인 이슈에 관심

을 가졌다. “장애인들이 무대에만 올

라도 울컥했어요. 준비 과정이 얼마

나 힘들었을지 눈에 선하니까요.”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유치원생들이 지하철역에 전시된 자신의 그

림을 부모에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장애가

있어서 펜을 쥐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고 말했다. 시중에 장애인용 필기보조기구가 판매되고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제품의 크기가 단순히 대, 중, 소로 나눠져 개개인의 체형에 맞

지 않았던 것.

“장애가 있어서

펜을 쥐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는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2

2016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서

지체 장애인 신상경씨가

그립플레이의 보조기구를

이용해 쓴 문장

ⓒ김소영 청년기자

3

그립플레이의

필기보조기구를

이용하는 모습

ⓒ그립플레이

4

아이들이 그립플레이의

필기보조기구를

이용하는 모습

ⓒ그립플레이

2

3

1

4

1

이준상

그립플레이 대표

ⓒ박창현 작가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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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상을 담다

이 대표는 ‘개인 맞춤형’ 필기보조기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3D 프

린팅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피디로 활동

하면서 영상편집을 해본 경험도 있어서 기술을 접하는 일에 큰 두려움

이 없었어요. 3D 프린터를 직접 구매해서 혼자 1년 동안 기술을 익혔죠.

공부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작년에는 정부 지원으로 실리콘밸리

도 다녀오고, 또 스탠포드 디자인싱킹과정도 수료했어요. 배울 수 있다

면 어디든, 어떻게든 뛰어 다니고 있습니다(웃음).”

사용자에게 더 친숙하게, 더 가까이 다가가다

이 대표는 2014년, ‘그립플레이’로 장애인 필기보조기구 사업을 시작했

다. 같은 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으로도 선정됐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그립플레이 사무실에서는

이날도 3D 프린터가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었다. 제작 과정은 크게 4단

계다. 먼저 보조기구가 필요한 장애인의 손을 측정해 그 정보를 컴퓨터

에 입력한다. 이후 제품을 설계하고 3D 프린터를 통해 4~8시간 동안

출력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반 프린터가 잉크로 종이에 인쇄를 하는 것

처럼, 3D 프린터는 녹인 필라멘트를 재료로 한 층씩 제품을 쌓아올린

다. 그립플레이의 필기보조기구는 개당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기존

제품들보다 5만원가량 저렴하다. 올해부터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보

조공학기기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근로 장애인 누구나 신청만 하

면 그립플레이의 제품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이 대표는 특히 보조기구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디자

인에 신경을 썼다. “기존의 제품들은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춰서 투박하

게 생겼어요.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색깔도 다양하지 않죠.

저희는 아동용 기구에 토끼 모양을 새기거나 꽃무늬를 그려 넣는 방법

등을 통해서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어요.”

이뿐만이 아니다. 그립플레이는 올해 초 서울, 경기, 대전 등 전국을

누비며 100여명의 장애 아동을 만나 체험형 미술교육을 진행했다. 교육

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보조기구도 제공했다. 이 대표는 “제가 가

발을 쓰고 ‘엉터리 박사’로 변신해서 3D 프린터에 대해 설명하고 같이

그림을 그리면 아이들이 보조기구를 덜 낯설어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

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는 “척수장애 아동의 부모님이 ‘우리

아이도 펜을 쥘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며

밝게 웃었다.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그림들은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전시회 ‘보조기구로 그린 따뜻한 세

상’을 통해 공개됐다. 올해 말, 그립플레이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병

원’과 함께 전시회를 한 번 더 개최할 예정이다.

기술 무료로 나누면 장애인 위한 더 나은 제품 개발도 가능해

그립플레이는 앞으로 보조기구 제작방법과 노하우 등을 무료로 공

개할 계획이다. ‘혹시 아깝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처음 3D 프

린팅 기술을 익히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의 그립플레이가 있기까지 저

역시 누군가가 나눠준 지식으로 컸다”며 “기술을 공유하면 더 많은 사람

들과 함께 지금보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그립플레이라는 회사 하나가 세상을 다 바

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행기나 우주 비행선처

럼 큰 물체를 움직이는 것도 아주 작은 손잡이(grip)잖아요. 장애인들이

그립플레이의 제품을 통해 일상에서 즐거움(play)을 더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작은 즐거움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소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저희는 아동용 기구에

토끼 모양을 새기거나 꽃무늬를

그려 넣는 방법 등을 통해서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어요”

5

지난 3월

열린 전시회

(보조기구로 그린

따뜻한 세상)에

전시된 그림

ⓒ그립플레이

김소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청세담을 통해서 직접 발굴한 이야기를 내 이름 석자와

함께 세상에 선보이는 경험을 처음 해봤다. 누군가에게

는 별 거 아닌 일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내 기사에 달린 몇 개 안 되는 댓글을 찾아

읽는 게 그렇게 즐겁고 기뻤다. 동시에 조금 두렵기도

했다.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낼 자격이 있는 사

람인가, 과연 내가 쓴 글이 취재원의 생각을 오롯이 잘

담아낸걸까 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

니 신방과 수업 시간에 텍스트로만 봤던 '언론의 책임

감'이라는 걸 피부로 느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 자리를 빌려 나의 멘토, 강미애 기자님께 감사를 전

하고 싶다. 올해 하반기,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면서 스

스로 나의 가능성을 의심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기

자님이 해주신 따뜻한 말씀과 응원을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었다.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와 좋은 인연을 선물해

준 청세담,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ditor's Note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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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6

아픈 역사의

산 증인인

‘고려인’을 아시나요.

국내 최초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의

김영숙 사무국장 인터뷰

지난달 15일 저녁 9시, 다세대주택이 빽빽하게 이어진 안산시 단원

구 선부동의 한 골목길에선 어귀부터 한국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한

민국에 체류 중인 고려인을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시민단체 ‘너머’에서

한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던 것. ‘너머’에선 5년 째 고려인들에게 무료로

한국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수업을 이끈 강교식(53) 강사가 받아쓰기 문제로 ‘없다’를 내자,

‘업ㅎ다’, ‘업다’, ‘엇다’ 등 학생들의 다양한 오답들이 쏟아졌다. 정답을

공개하자 학생들은 “아~”라는 긴 탄식으로 오답의 아쉬움을 표현했다.

‘너머’의 김영숙(49) 사무국장은 “고려인들에게 한국어는 생존의 문제이

기도 하지만 다들 고려인의 정체성과도 연결돼 있다는 생각에 모국어라

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야학이 시작된 건 2012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러시아 연해주로 재

“고려인들에게 한국어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다들

고려인의 정체성과도 연결돼 있다는

생각에 모국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공부한다”

“안산에 거주하는 고려인이

한국어를 몰라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작은 봉사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주하는 삭 고려인의 정착을 지원하던 사회적기업 일원들이 힘을 모으

면서였다. 김 사무국장은 “안산에 거주하는 고려인이 한국어를 몰라 생

활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작은 봉사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는 고려인의 사정상 야학

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헀다.

처음 10명이던 학생은 입소문이 나면서 6개월 만에 2배로 늘어 새

로운 수업 장소를 물색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야학을 찾아오는 고려

인들이 많아지자 생활상담도 늘어났다. 김 사무국장은 “고려인이 한국

어가 서툴다보니 임금체불부터 병원, 행정문제로 상담하는 경우가 많아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겠다’ 생각 들더라”고 당

시를 회상했다. 이를 위해 고려인의 언어장벽부터 국내의 고려인에 대

한 그릇된 인식까지 뛰어 넘어보자는 의미의 단체 ‘너머’가 탄생한 것.

현재 ‘너머’는 산업재해 및 체불임금 상담, 의료지원, 고려인 아동·성인

교육 등 고려인들의 전반적인 생활 문제를 돕고 있다.

하지만 고려인을 지원하겠단 열정도 재정난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

졌다. 김 사무국장은 “월세 4~50만원도 내기가 어려워 지인에게 손 빌

린 적도 여러 번이다”고 전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던 건 ‘너머’의 한

독지가 덕분. 그는 재정적인 문제로 고려인 지원 활동을 멈추면 안 된다

며 3년간 약 2억 원의 지원금을 전달, 지금까지 단체를 오게끔 한 기반

을 마련해줬다.

1

‘너머’의 한국어

야학 현장

ⓒ너머

2

고등학생 봉사자가

학습을 돕고 있는 모습

ⓒ너머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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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상을 담다

운영에는 ‘너머’와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의 힘도 컸다. 김 사무국장

은 “야학 수업 등 대부분의 교육이 ‘너머’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재능기

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시민들 덕분에 안구암에 걸린 고려인 소녀 리

발레리야(7)도 치료받을 수 있었다. 4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

로 온 소녀 가족의 전 재산은 3백만 원뿐. 4~5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

를 감당하긴 턱없이 부족했다. 사연을 접한 ‘너머’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네티즌 모금 서비스 ‘희망해’를 통해 소녀의 이야기를 올리고 모금을 시

작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부해준 액수는 4천만 원에 달했

다. 김 사무국장은 “‘너머’로 직접 찾아와 2천만 원을 놓고 간 젊은 엄마

들도 있었다”며 “고려인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

는 사실이 참 고맙다”고 전했다.

‘너머’의 노력에도 불구, 한국에서 고려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김 사무국장은 “고려인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했다.

“고려인은 이주노동자도 아니고, 다문화 정책도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해 고려인을 포함하지 않죠. 전담 부서가 없다보니 문제가 발생해도 어

느 누구도 책임지고 맡지 않아 답답합니다.” 벌써 4대째 한국에서 살아

온 고려인 아이들은 더 큰 문제에 직면해있다. 3세대까지만 동포로 인정

하는 재외동포법 규정상 고려인 4세대는 ‘외국인’이 돼 3개월마다 출국

해서 비자를 받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국내에서 청소년

기를 겪으며 한국의 언어, 식습관, 문화를 갖고 있는 아이한텐 돈도 걱

정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

다. “고려인의 강제 이주 역사를 이해하고, 고려인 아이들이 앞으로 러

시아, 중앙아시아와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들이 조국에 돌아왔을 때 사회적 관심과 지원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

니다.”

현재 한국에는 4만 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고

려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고려인의 학습과 제도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이라며 “민간

뿐 아니라 정부 등도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김영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고려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고려인의 학습과

제도 개선을 위해 힘쓸 것”

3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멘토 수업

ⓒ너머3

김영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너 그래도 즐거워 보여." 기사를 써야 해 바쁘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하던 나에게 친구가 넌지시 말했다. 그리

고 친구의 말처럼 정말 많은 순간 설렜다. 인터뷰 약속

을 잡고 질문지를 만들 때에도, 취재원을 만나러 가는

길목에서도.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엔 내가 보지

못했던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물론 매 순간

쉽지는 않았다. 아이템 발제의 막막함과 취재 후 밀려

오는 아쉬움, 첫 문장쓰기의 공포에서부터 좋은 이야기

를 담지 못하는 내 한계에 대한 자괴감까지. 그래도 돌

이켜보면 청세담을 통해 받은 스트레스보다 청세담이

알려준 더 큰 설렘들이 여기까지 오게 해준 것 같다. 그

리고 이 설렘들이 더욱 기자를 꿈꾸게 해줬다. 마지막

으로 이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더나은미래와 우리 멘

토 강미애기자님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했던 청

세담 6기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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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7

따뜻한

밥 한끼 차려두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노숙인 재활 돕는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 인터뷰

“어서 오세요.”

김현일(50) 대표가 웃으며 가

게 문을 열었다. 노란빛 조명과

나무재질의 아늑한 실내. 4계절

내내 따뜻할 것 같은 이 곳은 가

난한 이웃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를 나누는 곳, ‘바하밥집’이다.

50m² 규모의 공간, 가게 입구

오른쪽 벽면에는 21장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지난 8년간 바하밥

집을 다녀 간 사람들의 모습이다. 일손을 도왔던 봉사자들, 바하밥집의

직원들, 급식을 기다리는 이웃들의 행렬이 담긴 사진들이 그간 바하밥

집이 실천해 온 온기를 품고 있었다.

바하밥집은 노숙인의 재활을 돕는 비영리단체다. 2009년부터 지금

까지 일주일에 세 번, 정기적으로 무료 급식을 해왔다. 매주 화요일�목

요일 저녁 6시, 토요일 정오에 노숙인과 독거노인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제공한다. 올해로 8년, 김 대표가 바하밥집을 이끌어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1

3

4

2

“IMF를 겪으면서 노숙도 경험했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노숙인 분들

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당시 제 가정도 돌보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는데 동네에 있던 나들목 교회의 경제적 도움으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었어요.” 거리에 홀로 있어야 할 때, 누군가의 도움이 다른 이의

인생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몸소 느꼈다. 받았던 도움을 베풀어

야겠다는 생각에 바하밥집을 시작했다. 그의 뜻에 동참하는 이들도 하

나, 둘씩 늘어났다. 나들목 교회에서 주방을 사용하게 해줬고, 교회 청

년들이 무급봉사로 일손을 도왔다. 주변의 도움과 안면도 없는 시민들

의 정기 후원이 이어지며 바하밥집도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밥 한끼 넘어, 스스로 일어서도록

바하밥집의 목표는 노숙인들의 진정한 ‘자활’을 돕는 것. 필요한 이들

에겐 ‘심리치료’도 제공하고, 역사나 그림, 사진 같은 ‘인문학 교육’에 일

자리를 위한 ‘직업교육’도 한다. 그는 “억지로 ‘자활하라’고 해 봤자 의미

도 없고 효과도 없어서, 자발적으로 본인이 이야기할 때 까지 ‘형님, 형

님’ 하면서 같이 밥 먹고 이야기를 건넨다”며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작은

것부터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동기 부여만 하면 된다”고 했다. “한 분씩

밥 먹고 이야기 들으면서 친분 쌓는 게 우선이에요. 처음에는 자기 이야

기를 하고 싶지 않다가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본심이 나와

요. 그렇게 털어놓으면서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요.”

재활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는 월셋방도 구해준다. 처음 3~4개월간

은 월세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구하는 일도 돕는다. 외국으로

의 취직을 돕기도 하고, 바하밥집 내에서 직업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생

활 방식을 바꾸기를 강요하기보다는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때 까지 기

다린다.

“4계절 내내

따뜻할 것 같은

이 곳은 가난한

이웃들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곳,

‘바하밥집’이다”

“바하밥집의 목표는

노숙인들의 진정한 ‘자활’을 돕는 것”

3

매주 3번 정기적으로

바하밥집 무료급식이 운영된다.

자원봉사를 신청한 대학생과

지역주민들이 일손을 돕고있다.

ⓒ바하밥집

4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

ⓒ바하밥집

1

카페브룩스 벽면에 21개의

사진이 붙어있다. 지난 8년간

바하밥집의 무료급식을

도왔던 이들이 사진에 담겼다.

ⓒ김희린 청년기자

2

바하밥집이 운영하는

카페브룩스 내부 전경.

ⓒ김희린 청년기자

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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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상을 담다 05

누군가의 ‘자립’을 기다리는 쉽지 않은 과정, 굴곡도 많았다. 일을 배

워 도망가기도, 돈만 갖고 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는 “그러려니

한다”고 했다. “노숙인 분들 상당수가 정신적 상처를 갖고 있어요. 태어

났을 때부터 부모가 노숙인이라 계속 거리에서 자란 분도 계시고, 사업

에 실패해서 거리로 나가게 된 분들도 계시고 상황은 저마다 다르죠. 그

러다 보니 절망이나 자격지심, 상실감 같은 것들이 똘똘 뭉쳐 있어요.

어려움도 많았고, 배신도 경험하고, 워낙 인생이 많이 깨졌던 분들이라

몇 번 도와준다고 해서 바로 일어서지 못해요. 그럼에도 묵묵히 기다려

주는 곳이 되는 게 저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바하밥집이 “굉장

히 더디고 애초에 효율성은 포기하고 사는 단체”라며 “단 한 명이라도

온전히 돕기 위해 고민한다”고 했다. 그의 기다림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

들도 많다. 이제는 그의 양아들이 된 김진수(가명)씨도, 28년간 수감생

활 후 노숙을 하던 사람이 바하밥집에 와서 커피를 내리는 이도 ‘바하밥

집’에서 일어설 힘을 냈다.

희망을 담는 백팩

2014년, 그는 만두 집과 커피 집 외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가 시작한 ‘희망백팩’은 양말, 물병, 속옷, 엽서 등의 물품을 담은 백팩

을 시민들에게 후원 받아 노숙인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다. 노숙에 필

요한 ‘생필품’을 전하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올 곳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김 대표는 노숙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물었다. 침낭, 신발, 물, 옷가지…. 충분히

예상했던 기본 물품 외에 의외의 답이 나왔다. 많은 이들이 ‘엽서와 펜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 것. “노숙인 분들은 세상에 쉽게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살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털어 놓을 창구가 필요하

신 것 같아요.” 바하밥집으로 엽서가 도착하면, 일일이 답장을 쓰는 것

도 김 대표를 비롯한 봉사자들의 몫이다. “어떤 분은 초등학교 2학년때

어머니가 만들어줬던 진달래 꽃잎을 올린 전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줄줄

쓰셨어요.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너무 그립다

는 이야기였어요. 우리도 SNS에 내 이야기 털어놓잖아요. 이분들도 마

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이야기 들어드리고 답장을 해 드리죠.”

희망백팩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하고 후원 받는다. 보통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후원한다. SNS라는 매체 특성상 10~20대의 참여율이

높다는 데서도 김 대표는 “희망을 본다”고 했다. 무턱대고 시작한 급식

프로젝트가 지금의 형태로 갖춰진 것도 “젊은 친구들이 직원으로 들어

오면서부터”라고도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소통 방법을 고민하

는 것도 이들이다. 다음 스토리펀딩에 올리기도 하고, 친환경 소재로 양

말을 만드는 소셜벤처 ‘콘삭스’와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로 8년. 김대표가 앞으로 그리는 그림은 무엇일까.

“저는 상처도 크게 받지 않고, 겁도 없는 편이예요.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야 그냥 ‘밥 주는 사람’이었는데 젊은 친구들

도움으로 체계도 잡히고 더 긴 호흡으로 자활을 돕게 됐어요. 조금 더

자리를 잡은 뒤에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넘기고 물러나야겠죠. 그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한 묵묵하게 이 자리를 지킬 겁니다.”

김희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5

전국각지에서 노숙인을

후원하기 위해 보낸

필수용품(희망백팩) 100여개가

가득 쌓여있다. 본인이 사용하던

가방과 손 편지를 보내 노숙인의

자활을 응원하기도 했다.

ⓒ바하밥집

5

김희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신기루를 쫓는 기분에서 벗어나게 되어 다행이다.

더불어 좋은 인연까지 만들어 준 청세담,

감사합니다.

Editor's Note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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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8

‘꽁치’가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국내 최초

성소수자 동화책 펴낸

'이채' 이야기

꽁치는 치마 입기를 좋아하는 남자 초등학생이다. 선생님은 여자 탈

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는 꽁치를 안 된다며 붙잡지만, 친구들은 두

팔 걷고 나서 꽁치를 여자 탈의실로 데려가준다. 친구들은 꽁치에게 왜

치마를 고집하는지 묻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꽁치는 함께 축구를 하고,

공기놀이를 하는 친구일 뿐이다. 치마를 입건 말건, 뭐 어때? 그런 건 중

요하지 않다.

지난해 6월, 세상에 나온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는 발간 전부

터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한 달 만에 목표액의 4배인 400만원을 모았다. 정식 출간 후에는 ‘2015

세종도서 교양부문(舊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돼 도서관

을 비롯한 공공·복지시설에도 배포됐다. 1쇄로 찍은 1500부는 매진된

지 오래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해 5월에는 여자 짝꿍 꽁치와 뽀뽀하고 싶

은 소녀 장미의 이야기를 그린 ‘꽁치랑 뽀뽀하면 안된다고?’가 나왔다. 크

라우드 펀딩을 통해 600만원의 제작비가 모였고, 펀딩 사이트와 ‘퀴어

(Queer·성소수자) 퍼레이드’에서만 판매됐는데도 1쇄 매진이 머지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소수자 그림동화’를 제작한 곳은 ‘이채: 이야기채

집단’. 2012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인연을 맺은 송지은(30·법조

인), 엄윤정(27·출판편집자), 정명화(30·로스쿨 재학) 세 사람이 단원으

로 활동 중이다. 생업까지 따로 있는 이들은 왜 성소수자 이야기를 그림

책으로 펴냈을까.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이채의 송지은·엄윤정 씨를 만

났다. 정명화씨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소수자 이야기, 동화가 되다

‘널리 찾아서 얻거나 모으는 일’.

채집의 사전적 정의처럼, 이채는 세

상 곳곳에 흩어져있는 사회적 약자들

의 이야기를 모으고 기록하는 조직이

다. 비혼공동체 등 다양한 가족의 모

습을 사진으로 담은 ‘정상가족관람불

가展’, ‘퀴어 퍼레이드’ 등 공감에서

활동하며 접했던 다양한 소수자 사례

들이 계기가 됐다.

“인턴생활을 끝내고, 각자의 영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후

로 다시 모였을 때 ‘소수자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

죠. 기왕이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 말고,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보

여주고 싶었어요. 저희가 좋아하면서, 직접 제작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다보니 동화를 쓰게 됐습니다.” (송지은)

먼저 출간된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는 치마가 좋은 소년 꽁치

와, 그런 꽁치를 지지하는 친구들, 그리고 꽁치를 이해해나가는 가족들

의 이야기다. ‘사과소녀 선발대회’에 나가려던 꽁치가 엄마에게 치마를

빼앗기자 친구들은 각자의 집에서 치마를 가져온다. 친구들의 도움으

로 치마를 찾은 꽁치는 대회에 출전한다. 꽁치가 사라지자 가족들은 치

마를 뺏는 일이 꽁치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일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

족들은 대회장으로 향해 ‘치마 입은 꽁치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라 적힌

현수막을 들고 꽁치를 응원한다. 꽁치는 환한 웃음으로 그에 답한다. 꽁

치의 웃음은 주변인의 한 마디가 차별받는 성소수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들에게도

‘차별에 대해

정색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들에게도 ‘차별에 대해 정색할 수 있

는’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여자면(남자면) 이렇게 해야지‘ ’남자(여자)친

구 있어?‘ 같은 말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 중엔 성소수자가 없으리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말이거든요. 질문 받은 친구가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

고 있거나, 자존감이 낮은 상황이라면 반박하기 힘들죠. 누군가 이렇게

차별적인 발언을 했을 때, ’그건 잘못됐다‘고 이야기 한다면 소수자는 큰

힘을 받을 거예요. 꽁치의 친구들처럼 꽁치가 꽁치일 수 있도록 도와주

는 거죠.” (엄윤정)

짧은 그림동화지만, 그 안에 담긴 고민은 여느 장편소설 못지않다.

‘꽁치랑 뽀뽀하면 안된다고?’의 화자인 장미가 ‘남자’의 이미지를 축구

공, 바지, 운동화로 떠올리는 장면 역시 긴 토론 끝에 탄생했다. 송지은

씨는 “성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데, 이미지를 너무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남녀를 강조하면, 그 가운데 영역들이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

요.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 허용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책의 본분

이 무엇인지도 계속 논의했고요. 결국 동화라는 그릇에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없는 만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고르기로 결정했습

니다. 교양서가 아니고 그림책이니까요.”

시리즈 1, 2의 꽁치가 각각 ‘치마를 사랑하는 소년’ ‘장미가 뽀뽀하고

싶은 소녀’였듯, 앞으로 나올 꽁치 역시 각기 다른 인물로 그려질 예정이

다. 엄윤정씨는 “꽁치 이야기를 시리즈로 만든 이유는 트랜스젠더, 무성

애자, 레즈비언 등 여러 성소수자를 다루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꽁치

라는 이름으로 시리즈의 일관성을 주되, 최대한 다양한 주제를 담을 것”

이라고 밝혔다.

“다음 꽁치 시리즈는 글작가 정명화씨가 잠시 자리를 비워서, 내년 1

월 이후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이야기채집단원 모두 각자

생업이 있어서 1, 2권도 퇴근 이후 밤샘작업을 하며 만들었거든요. 즐

겁고 보람됐지만, 동화책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는 아쉬움도 있었어

요. 2권을 만들면서 ‘이채’를 출판사업자로 등록했는데, 앞으로는 자금을

모아서 창업을 해볼 계획도 있습니다. 저희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

는 디자이너, PR전문가, 기획자 등과 함께 대안공동체를 꾸리면 더 의

미 있을 것 같아요.” (엄윤정)

1

2 3

1

이야기채집단의

송지은(좌)씨와

엄윤정씨. ⓒ박창현

2

이채가 펴낸 성소수자

동화책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와

'꽁치랑 뽀뽀하면

안된다고'의 표지.

ⓒ박창현

3

이채는 동화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지워진

성소수자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냈다.

ⓒ박창현

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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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상을 담다

다양성 가르치지 않는 사회를 넘어,

‘꽁치’가 행복한 세상 오길

지난해 5월,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가 출간된다는 보도에 수

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런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는 선생님이 있다면

교육부에 신고하겠다’는 호모포비아적 댓글부터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

을 우려하는 글까지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채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 다양한 성정체성

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사회가 만들어낸 성역할과 다

르다는 이유로 그것을 잘못된 것, 배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게끔 가

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꽁치 시리즈는 ‘남자다운’ 왕자님과 ‘여자다

운’ 공주님이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만 가득한 동화를 보며,

스스로를 의심해야 했을 성소수자들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학교 성교육 시간에 성소수자 개념을 가르칩니다. 너

무 당연해서 ‘교육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아예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

죠.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요. 외면한다고 없

는 일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꽁치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은 적어도 나와

다른 사람을 보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다르다고 잘못된

건 아니니까요.” (엄윤정)

아동·청소년기부터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2009년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에는 ‘성정체성에 대한 편견, 그에 따른 사회적 관행

과 차별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반면 지난해 3월 우

리나라 교육부가 발표한 ‘성교육 표준안’은 ‘성소수자에 대한 지도를 허

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다양한 성정체성과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엄연히 사회구성원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교육과정에서 지

워버린 처사다.

이채는 앞으로도 동성애자·양성애자·무성애자·트랜스젠더 등 최대

한 다양한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꽁치 시리즈를 5권으로 계

획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퀴어 콘텐츠들이 더 많이 생산돼서 소수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

연스러워졌으면 좋겠어요. 치마를 입는 남자가, 동성에게 뽀뽀하고 싶

은 여자가 ‘별종’이 아닌 세상에서 꽁치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송지은)

꽁치가 어떤 세상에서 살길 원하는지 묻자, 엄윤정, 송지은씨는 “‘꽁

치 이야기’가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라 답했다. ‘꽁치 시리즈’는 남다르다

는 이유로 변두리로 밀려나는 이들이 듣고 싶었던 말을, 그리고 그 친구

들이 해주고 싶었던 말을 대신하는 듯하다.

조은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꽁치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은

적어도 나와 다른 사람을 보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다르다고 잘못된 건 아니니까요.”

4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박창현

4

Editor's Note

조은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사실 뒤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는지 확인했

던 시간이었습니다. 한 대학생이 얼마를 기부했다는 뉴

스 뒤에 하루도 쉬지 않은 부모의 노동, 진로에 대하 고

민하는 대학생의 내면 같은 것들은 모두 생략되어 있

었습니다. 청세담 활동을 하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알고, 그 이면의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좋았지

만, 그 이야기들이 지닌 무게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습

니다. 사실보다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를 책임있게 풀

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족해도 이해해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 권보람 기자님, 그리고 팀원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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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무성한 여름.

이 푸르름을 지속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재해 시 대응책을 고안해낸 이를

함께 소개합니다.

지속가능한 패션 업계를 위한 올바른 꿈 청년 디자이너와 공생하며 더 좋은 옷 만드는

사회적기업 라잇루트 / 이형민

버려진 물건,

디자인을 만나 새롭게 태어나다서울새활용展 업사이클링 제품 3인 3색 인터뷰 / 조용우

다시 쓰는 더 나은 방법 순환 경제를 꿈꾸는 소셜벤처 '인라이튼' / 정서현

너와 내가 만드는

‘모두가 행복한 여행’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인터뷰 / 박지윤

이런 것도 공유할 수 있나요?

정소영 청년 기자의 2016년 공유 경제 체험기 / 정소영

한국 앱 개발자,

지진 공포에서 전 세계 시민을 구하다 앱 개발 벤처 '스마트툴스'의 유민규 대표 / 오영주

02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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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1

지속가능한

패션 업계를 위한

올바른 꿈

청년 디자이너와 공생하며 '더 좋은 옷' 만드는

사회적기업 라잇루트

성수동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라잇루트(Right Route)’

매장에는 같은 옷이 단 한 벌

도 없다. 평상복으로 알맞은

맨투맨 티셔츠부터 패션쇼

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드레

스까지. 제품 하나하나 개성

이 빛난다. 청년 디자이너들

이 손수 만든 작품이기 때문

이다. 전시된 옷 위에는 디자이너의 사진과 약력이 함께 걸려있다. ‘옷을

만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라잇루트(Right Route)는 기존 패션업계의 높은 진입장벽에 가로막

혀 옷을 만들어 볼 기회조차 갖기 못한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실무경

험을 제공한다. 청년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을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것

도 라잇루트의 몫이다. 신민정(27) 라잇루트 대표는 “라잇루트가 패션업

계에 ‘올바른 길’을 제안하길 바랐다”며 상호명의 이유를 밝혔다. 창업자

치고는 많지 않은 나이. 패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건축설계학 전공

자가 패션회사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일까. 두 시간이 넘어가는 긴

인터뷰에도 그는 지치는 일 없이, 조리 있게 자신의 신념을 설파했다.

“자취집을 고르는 제1 기준이 ‘옷장의 유무’일 만큼 옷을 좋아해요. 취

미로 패션블로그도 운영했고요. 자연스레 청년 디자이너들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상황이 너무 열악했어요. 최저

시급도 안 지키고, 채용 기준을 신체 치수로 정하고…. 좋아하는 분야였

기 때문에 그들의 고충이 마치 내 문제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 사

람들을 위한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좋은 옷을 계속 구매하려면 패션업계가 좀 더 건강해져야겠더라고요.”

열정페이, 몸뚱아리 차별...패션업계 ‘검은 관행’ 깨는 사회적 기업

패션업계에서 청년 디자이너들이 겪는 부조리는 하루 이틀일이 아

니다. 스튜디오에 취업하려면 낮은 임금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당해

야 한다. 디자이너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저임금 노동력 착취는 이미

지난 2014년, 페이스북 페이지 ‘패션노조’의 폭로로 밝혀진 바 있다. 스

튜디오에 처음 입사한 디자이너들은 매일 야근을 하면서도 수당 없이

30~60만원 수준의 ‘열정페이’를 받는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미준수, 4대 보험 미가입(요구 시 가입) 등 불합리한 관행은 정직원으로

채용된 후에도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주 업무가 잡일이라는 데 있다. ‘막내생활을

4-5년은 해야 디자인에 대해 조금이나마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는 식

의 분위기도 팽배하다. 배움과 경험을 얻고자 수모를 감내한 청년들에

게 돌아오는 것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괴감과 실망감뿐이다.

55사이즈 이하만 채용하는 ‘몸뚱아리 차별’은 지망생들 사이에선 공

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 대표는 “피팅모델 인건비를 아끼려고 디자

이너를 뽑을 때조차 신체 조건을 보는 곳이 많다”면서 “채용공고를 낼

때 아예 키 얼마, 상의 사이즈 몇 이하를 기준으로 적어놓는 곳도 있고,

면접 중에 ‘골반이 너무 크니 깎아야겠다’는 식의 성희롱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디자이너들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들은 신 대표는 1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15년 11월 사회적기업 라잇루트를 창업했다.

“라잇루트를 만들면서 영국의 ‘콕핏아트(아티스트에게 공간과 멘토

링을 제공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를 많이 참고했

어요. 그 곳 본사 직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엄청난 대의가 있거나 소외계층에 도움이 되어야만 존재가치가 있

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무언가를 절실하게 원하지만, 이루

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제게 용기를 주었죠.”

그는 라잇루트가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 기성

패션업계의 부조리에 지친 청년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

도록 돕는 일이 그 첫걸음이다.

"청년 디자이너를

위한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좋은 옷을 입으려면

패션업계가 더

건강해야겠더라고요."

1

신민정 라잇루트 대표.

ⓒ라잇루트

2

라잇루트의

디자이너 프로젝트는

청년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제작해

소비자에게 선보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라잇루트

3

디자이너 프로젝트의

하나인 멘토링 과정.

ⓒ라잇루트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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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에게 ‘옷 만들 기회’ 주는 ‘디자이너 프로젝트’

라잇루트의 사회적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청년 디자

이너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디자이너 프로젝트’다. 나이, 경험, 스펙,

학력과 상관없이 오직 디자인에 대한 열정으로만 프로젝트 대상자를 선

발한다. 일부 재단이나 대형 편집숍에서 진행하는 신진디자이너 지원

사업이 대상을 ‘5년 이상 경력자’ 등으로 한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디자이너 프로젝트에 선발된 청년들은 참여비 10만원을 내고 약 7주

에 걸쳐 작품 제작 전 과정을 지원받는다. 부자재 및 원단, 작업 공간 대

여, 모델 촬영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사설 학원의 1/20도 안 되는 비용

으로 경험과 경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패션기업

창업을 원하는 청년에게는 멘토링도 제공한다.

“라잇루트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에는 디자이너 각자의 개

성이 들어가요. 학교처럼 교수의 생각에 따라 디자인을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포트폴리오가 나오지도 않고요. 원하는 작품을 자유롭게

디자인하되, 독도·동물권·차별금지 등 기수별로 회사가 정한 공익적 주

제를 담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년 디자이너의 옷들은 ‘라잇루트’의 이름을 걸고

무신사, 크램잇 등 편집숍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디자인 저

작권은 라잇루트에게 있지만, 제품에는 옷을 만든 청년 디자이너의 이

름이 명기된다. 제품이 잘 팔릴 경우 옷을 만든 디자이너에게 인센티브

가 주어지고, 수익은 다음 디자이너 프로젝트를 위해 투자된다.

현재까지 4번의 디자이너 프로젝트를 통해 18명의 청년 디자이너가

지원을 받았다. 이들이 만든 옷만 50여 종에 이른다. 얼마 전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만든 옷을 세상에 내 놓은 고수정(29)씨는 라잇루트에서 얻

을 수 있는 기회가 참여비와 인센티브 문제를 압도한다고 이야기했다.

“디자이너 스튜디오에 막내로 입사해도 자기 옷을 만들어볼 기회는

극히 드물어요. 레깅스나 스카프 같은 소품 디자인에 겨우 참여할 수 있

는 정도죠. 하지만 라잇루트에서는 경력이 없을지라도 원하는 의류 디

자인을 해볼 수 있어요.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는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 생각해요.”

최근 라잇루트는 단체·맞춤복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경험과 수

익을 원하는 청년 디자이너들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에는 중기청과 한국사회적기

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육성사업’에 선정돼 지원금 3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설립 2년차, 패션업계의 ‘바른 길’을 꿈꾸며 출범한 라잇루트는 ‘대

안’으로서 조금씩 자리매김 중이다.

“지금으로서는 디자이너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올인(All in)’하고 있어요. 내년 3~4월쯤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나면 그

때부턴 정말 온갖 시도를 다 해볼 것 같아요. 차후에는 청년들을 아예

라잇루트 소속 디자이너로 채용하거나, 프로젝트 수료생을 중심으로 디

자이너 커뮤니티를 만들어 볼 생각도 있어요. 디자이너 처우 개선을 위

해 ‘패션노조’가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단합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

으니, 저희가 그 역할을 해 볼 수도 있고요. ‘대안이 되고 싶다’는 우리의

미션이 바뀌지 않길 바라요. 올바른 과정으로 만든 제품들에 올바른 메

시지와 가치를 담아 판매하겠습니다.”

이형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4

디자이너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청년 디자이너들.

ⓒ라잇루트

4

Editor's Note

이형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졸업 후 1년 정도 언론사 시험을 준비했다.

신문을 읽고 논작문 쓰기를 연습하면서도 마음 한 구

석엔 언제나 실무경험이 부족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청세담을 시작한 것도 순전히 부족한

실무경험을 채우겠다는 실용적인 이유에서였다.

이유야 어찌됐건 청세담 커리큘럼을 진행하면서 점점

더 이 활동 자체에 빠져들었다. 취재 아이템을 고민하

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기사를 쓰는 과정이 즐거웠

다. 멘토 기자님의 얘기도 도움이 많이 됐다. 기자란 직

업에 대해, 내 글쓰기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

질 수 있었다.

내가 경험한 일들은 실제 기자세계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건 청세

담을 통해 기자란 꿈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는 사실이다. 어쩌면 정말 내게 필요했던 것은 실무경

험이 아닌 기자란 업에 대한 확신이었을지 모른다. 청

세담 활동은 공허한 구름 같던 내 꿈을 현실의 땅으로

내려줬다. 기자가 되어도 청세담의 기억을 초심처럼 간

직하고 싶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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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2

버려진 물건,

디자인을 만나

새롭게 태어나다

서울새활용展

업사이클링 제품

3인 3색 인터뷰

화분으로 전하는 연탄의 온기… ‘지구인랩’

“폐 연탄을 새롭게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2015년 겨울, 연탄 봉사를 나갔던 김영준(24)씨의 눈에 ‘폐 연탄’이 들

어왔다. 다 태운 연탄이 쓰레기가 되어 길 곳곳에 널려있었다. 연탄을 나

눠준 뒤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될까. 호기심이 생겼다. “알아보니 연탄재

는 지자체에서 수거하지 않으면 종량제봉투를 사서 버려야 한다고 하더

라고요. 그런데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들 중 절반이 정부 지원을 받을 정

도로 열악하다 보니, 돈 주고 봉투 사는 대신 길가에 버리는 게 대부분이

었어요. 연탄재를 활용해서 뭔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고민하게 됐죠.”

연탄재를 파쇄해 다시 굳혀 만들어낸 화분, 지구인랩의 첫 제품 ‘온

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용도는 변했지만 연탄의 온기를 전하고자 붙인

이름이었다. 바닥에 뚫린 구멍까지도 연탄을 닮았다.

‘지속 가능한 제품’에 대한 고민도 더해졌다. 다 쓰고 버려져도 쓰레

기가 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업사이클링으로 잠깐 새로운 수

명을 준다고 해도, 언젠가 다시 버려져서 쓰레기가 된다면 ‘업사이클’ 가

치에 맞지가 않잖아요. 지구에 해가 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잘 고정시키기 힘든 연탄재 성분에 강도를 더해 줄 경화제가 필요했

다. 구하기 쉽고 저렴한 합성 경화제 대신 5개월 간의 수소문 끝에 친환

경 재료를 찾았다. 여러 번의 배합 실험으로 최적의 강도와 두께, 배합

비율도 치밀하게 연구했다. 언제 깨져도 잘게 부숴 ‘비료’로 쓸 수 있는

“와, 이런 것도 재활용이 된다고?”

폐 우산은 파우치가 되고, 버려진 청바지 원단은 모자가 됐다. 전시

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진열된 제품을 요리조리 살피며 연신 ‘신기하다’

는 반응이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 2의 생명’을 얻은 제품에서 원

래 소재를 상상하긴 힘들었다. 지난 11월 24일부터 서울 동대문 디자

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새활용展’ 현장. ‘새활용’은 업사이클링

(Upcycling)의 우리말 순화어다. 단순한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

(recycle)과는 달리, 기존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을 뜻한다. 이

번 ‘서울새활용展’은 버려지거나 폐기물로 분류되는 소재로 만든 실용적

인 제품들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다. ‘새활용’의 무

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듯, 온갖 종류의 제품들이 새로운 모습을 선

보였다. 낙과(태풍 등으로 인해 채집 전에 떨어진 과일)를 활용한 케이

터링(식사·다과) 서비스, 폐 목재를 활용한 가구, 의류업체에서 기존의

제품들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원단으로 만든 옷들까지. 버려지고도 남을

소재가 새롭게 태어났다. 새활용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뛰어든 세 곳의

업사이클 브랜드를 만났다.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를 꿈꿉니다, ‘이스트 인디고’

패션 창업을 꿈꾸던 장슬아(30)·함민규(26) 대표는 견학 차 방문한

의류공장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냄새도 나고 환경에도 유해하

다는 청바지 워싱 염료가 심각하게 버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기만

할 때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의류 공정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이 심

각한 수준이었다.

패션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이 지금

의 ‘이스트 인디고’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스트 인디고에서는 버려지는 청

바지를 업사이클링해 가방이나 모자, 인테리어소품 등을 제작한다. 안 입

는 청바지를 기부 받거나, 유행이 지나 구제 청바지로도 판매되지 않는

것들이 ‘새로운 원단’이 된다.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에서도 한 청바지 브랜드가 몇 년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고가

‘무한 사용’ 화분의 탄생이었다. 연탄재를 수거해 파쇄하고 굳혀서 거친

표면을 다듬기까지, ‘온기’의 모든 공정은 손 작업으로 이뤄진다.

지구인랩의 표어는 ‘지구를 위한 디자인, 우리를 위한 디자인

(DESIGN FOR EARTH, DESIGN FOR US)’이다. 제품 수익금의 일부

는 연탄은행에 기부한다. 내년 1월에는 연탄 자원봉사도 나갈 계획이

다. “아직 대학교 학생이라 작업과 일을 병행해 피곤하다”는 김씨는 “그

래도 원하는 일을 만들어 하고 있어서 재미있고 뿌듯하다”고 했다. 지구

를 실험실로 삼아 계속 새로운 소재를 찾고 싶다는 지구인랩. 그들의 다

음 연구가 기대된다.

연탄재로

만든 화분,

'온기'의 모습

ⓒ박창현

이스트인디고 함민규, 장슬아 대표 ⓒ박창현

지난 11월 24일부터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새활용展’ 현장. ⓒ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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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비 올 때만 우산을 쓰나요? 폐 우산 업사이클링 브랜드 ‘큐클리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아끼던 우산이 망가졌다. 당시 가방 디자이

너였던 우연정(30)씨는 버리기 아까운 디자인의 우산 천으로 작은 파우

치를 만들었다. 영업·기획 MD였던 남자친구 이윤호(30)씨는 직업적인

감으로 가능성을 봤다. 폐 우산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큐클리프’

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때부터는 온갖 버려진 우산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버려진 우산 중

에 패턴이나 색상이 좋은 원단들이 많아서 충분히 재활용될 가치가 있

다고 봤어요. 버스정류장이나 길가에 버려진 괜찮은 우산을 구할 때마

다 바로 샘플 작업을 해봤는데,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우연정 대표)

폐 우산 원단의 장점은 가벼움. 생활방수도 가능하다. 캔버스 같은

면 재질이나 가죽 제품과는 달리 물에 닿아도 툭툭 털기만 하면 끝이다.

휴대도 간편하고 활용 가치도 높다.

현재 큐클리프는 재활용센터 한 곳에서 폐 우산 천을 받아온다. 직접

센터로 가서 우산 뼈대를 일일이 해체한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태워졌

을 우산들이 새롭게 태어났다. 이들은 “더 많은 재활용 센터에서 폐 우

산 천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폐 우산은 소각되거든요. 그

런데 우산 원단 재질이 대부분 폴리에스테르인데, 소각 시에 환경오염

이 심각하죠.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업사이클 업체의 고민 중 하나가 재

료 수거인데, 내년에 생기는 ‘새활용 플라자’의 ‘소재은행’을 통해 조금이

나마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우연정 대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멀쩡한 걸로 만들어도 잘 안 되는데 그게 되

겠냐’는 분들도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교육과 인식

제고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윤호 공동대표)

큐클리프(CUECLYP)라는 이름은 업사이클(UPCYCLE)의 철자를 재

배열해 만들었다. “‘소각 대신 소생하는 두 번째 쓸모’가 저희의 슬로건

입니다. 대량 생산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에

게 재활용한 제품의 새로운 가치를 전해주고 싶어요.”

조용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였는데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입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유행이 지난 지금

은 입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유행도 유행이지만, 엄청난 환경 비용을 치

르고 만들어진 청바지가 버려지는 게 아까웠어요.” (장슬아 대표)

일반적으로 청바지는 인위적인 워싱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 과

정에서 청바지 한 벌당 사용되는 물의 양은 1,500리터. 각종 화학약품을

이용한 공정과정까지 거치면 물 낭비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 최근 리

바이스와 같은 브랜드가 새로운 워싱 공법을 개발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제품에 대한 반응은 심상치 않다. 정식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

외에도 SNS등에서 구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 것.

“10,20대와 같은 젊은 층 뿐만이 아니라 40대 이상의 고객 분들도 직접

사무실에 찾아와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해요. 다들 버려지거나 못쓰는

청바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워하죠.”

이스트 인디고는 내년부터 신진 디자이너 편집숍 에이랜드에도 입점

한다. 에이랜드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편집숍으로 많은 이들이 입

점하기를 바라는 곳이다. “‘업사이클링’ 브랜드도 좋지만, 업사이클링 ‘패

션’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단순히 업사이클링이란 이유만으로 선택

받기보다는 패션브랜드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더 긍정적인 것 같아

요. 새 원단이 아니기 때문에 꺼리는 분들도 디자인만 괜찮다면 얼마든

지 구입하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Editor's Note

조용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내가 과연 공익이란 분야를 잘 다룰 수 있을까, 시작에

앞서 우려가 먼저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 공익이란 단

어에서 느껴지는 어떤 무거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망설이던 순간에 더 나은 미래 선배 기수분들의 후기

를 보게 되었고,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청세담을 시작

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후기들을 믿었던 것은 올

해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직 감히 세

상을 담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며

강연을 와주신 모든 분과 날카롭지만 따뜻한 피드백을

주셨던 멘토 기자님들 덕분에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지고 성장했음을 느꼈습니다. 공익은 이제 더는

저에게 무거움만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유난

히 습하던 면접날에서 어느덧 벌써 첫눈이 내린 지 한

참이 된 겨울이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봄이 오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분들, 그리고 앞으로 더 나

은 미래를 만들어갈 분들과 함께한 시간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청바지'에서 새롭게 태어난 이스트 인디고 제품들 ⓒ박창현

버려진 우산 원단으로 만들어진 '큐클리프'의 제품들 ⓒ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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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3

다시 쓰는

더 나은 방법

순환 경제를 꿈꾸는

소셜벤처 '인라이튼'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약 1년4개월. 그러나 모든

휴대폰 부품이 ‘버려 마땅한 것’은 아

니다. 고장이 잦은 본체에 비해 배터

리는 2년 이상 사용해도 80%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한 해에 6000만개씩 버려지는

휴대폰 배터리를 유용하게 쓸 수 있

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5월, 세

계 최대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

스타터(www.kickstarter.com)’에 등장한 휴대폰 액세서리 ‘BETTER

RE’는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기종에 상관없이 스마트폰 배터리를

BETTER RE에 끼우기만 하면, 어떤 스마트폰이든 충전할 수 있는 상용

보조배터리가 된다. 가격은 49달러(약 5만5000원). 시중 보조배터리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20일도 되지 않아 목표금액 5만 달러를 넘

어섰다. 그로부터 10일 후, BETTER RE의 킥스타터 프로젝트는 한 달

만에 전 세계 41개국, 781명의 지지자(BACKERS)로부터 7만 달러(약

8200만원)를 모으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BETTER RE를 세상에 내 놓은 회사는 우리나라의 소셜벤처 ‘인라이

튼’이다. 신기용(31) 인라이튼 대표는 디자인과 기술로 환경 문제를 해

결하고자 2014년 7월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인라이튼이 처음

부터 배터리에 ‘꽂혔던’ 것은 아니다. 신대표를 가장 먼저 사로잡은 제품

은 에너지 빈곤국가의 ‘빛’이 되어줄 태양광 램프였다.

“울산과학기술원에서 제품·서비스·시스템 융합디자인을 공부하다

가 태양광램프를 만들었어요. 전기가 없는 빈민지역에서 사용하는 등유

램프는 화재를 일으키기도 하고, 연료비가 계속 나가서 가계에도 영향

을 미치거든요. 저희가 개발한 태양광램프는 모듈(module)을 필요한 만

큼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 제작비도 기존보다 적고 사용자 입장에

서도 효율적이었죠. 2013년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글로벌 최우수상을

받고, 투자사인 ‘크레비스파트너스’를 만나 회사도 세웠어요. 하지만 태

양광램프가 대부분 빈곤지역에 무상으로 후원되는 구조다보니 한계가

느껴졌어요. (그냥 후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돼야 사회문

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착안한 게 BETTER RE였죠. 램프

를 만들 때 제일 비싼 부품이 배터리였는데, 누가 ‘버려지는 휴대폰 배터

리는 대부분 다시 쓸 수 있다’는 얘길 해줬거든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기 위해 이걸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디어를 막상 제품으로 만들자니 고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

제품까지 다 만들어 놓고 디자인을 갈아엎은 것만 세 차례다. 6개월의 시

행착오 끝에 지난해 2월, BETTER RE를 완성한 신대표는 본격적으로 크

라우드 펀딩에 돌입했다. 미국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프로젝트를 개설하

기 위해 현지에 법인을 내고, 구글 검색으로 담당 취재기자들의 이메일을

찾아 소식을 뿌렸다. 제품 브랜딩, 홍보 사진과 영상 기획도 모두 직접 해

"'For the

green planet

(푸른 지구를 위해)'

이것 때문에 우리

제품을 구매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냈다. 신 대표가 이처럼 고된 과정을 지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제품의 가치를 알아봐 준 지지자(BACKERS)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조배터리 치고 저렴한 가격은 아니죠. 충전량이 높고 더 싼 제품이

시중에 이미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가만있어도, 많은 분들이 ‘이

제품은 그런 제품과 다르다’고 해주시더라고요. 킥스타터 프로젝트 리워

드 중 하나로 제품 각인 서비스를 했었는데 ‘for the green planet(푸른 지

구를 위해)’, ‘Good to earth(지구에 좋은 일)’.처럼 환경적인 메시지를 요

청한 분들도 많았어요. 이것 때문에 우리 제품을 샀구나 하는 생각에 가

슴이 뭉클했죠. 인라이튼이 원하던 타깃이 바로 그런 분들이었거든요.”

킥스타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인라이튼은 현재 삼성전자와

함께 저렴한 BETTER RE 보급형 모델을 개발 중이다. 2015년, 중소기

업들의 아이디어·신제품 지원 공모전인 ‘삼성 위노베이션 공모전’에서

대중평가단 최다득표를 하며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내년

초에 정식으로 제품이 출시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BETTER RE를 시

중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2

3

1

신기용 인라이튼 대표.

ⓒ박창현

2

성수동의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인라이튼의 '리빙랩'.

이곳에서 낡은 가전제품이

새 생명을 얻는다.

ⓒ박창현

3

무선 가전제품의 배터리를

교체하고 있는 장인의 모습.

ⓒ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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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배터리 교체로 가전 살리는 ‘배터리뉴’ 서비스 출시,

성수동의 ‘리빙랩’까지!

킥스타터를 통해 제작한 BETTER RE의 배송이 마무리될 때쯤, 인

라이튼은 배터리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하나 더 발견

했다. 배터리의 수명이 짧아 버려지는 무선 가전제품들이다. 유엔대학

(UNU)에 따르면 전자제품 폐기는 매년 200만t씩 늘어나는 반면, 재활

용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땅 속에 묻히는 양만 우리 돈 55조원에 달

한다.

“교체주기가 짧은 휴대폰은 쓸 수 있는 배터리가 버려져서 문제인데

무선청소기·로봇청소기·노트북·전동공구·전기자전거처럼 교체주기가

긴 제품들은 내장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문제예요. 본품에 이상이 없어

도 기능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요. 고쳐 쓰는 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낫다 싶어 버려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죠. 배터리만 좋은 걸

로 교체하면 버릴 제품도 ‘다시 살릴 수(renew)’ 있겠더라고요. 지난 5월

‘배터리뉴(BETTER REnew)’ 서비스를 론칭한 이유입니다.”

배터리뉴는 홈페이지(http://betterre.co.kr) 예약 후, 구식 무선 가

전제품을 인라이튼의 생활연구실인 ‘리빙랩’으로 보내면 배터리를 교체

해주는 서비스다.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 교체 과정을 블로그

(http://blog.naver.com/better_re)에 공개하고, 베이킹소다·구연산 등

천연 세제를 이용한 가전제품 클리닝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까지 배

터리뉴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2000명 이상, 일주일에 100개 이상의

무선가전이 이 서비스를 통해 제 기능을 찾고 있다.

배터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것은 단지 ‘환경’ 뿐만이 아니

다. 성수동에 위치한 리빙랩은 전파상이 사라진 동네의 ‘사랑방’이자, 기

술 혁신의 현장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리빙랩은 겉으로 보면 일반 주택이랑 다르지 않아요. 지난 7월에 혼

자 사시던 할머니가 내놓은 집을 개조했거든요. 문을 열어 놓고 있으면

동네어르신들이 ‘여긴 뭐하는 데야?’ 하면서 작업하는 모습을 종종 구경

하다 가시죠(웃음). 요즘은 고장 난 제품이나 안 쓰는 가전제품을 갖고

오기도 하세요. 동네 사람들끼리 마당에 열린 대추를 나눠 먹기도 하고

요. 얼마 전엔 폐지 줍는 할머니께서 버려진 무선청소기를 가져다 주셨

는데, 평소 저희 먹을 것도 챙겨주시고 감사해서 깨끗하게 제품을 되살

려 선물해 드리기도 했어요.”

근처 공업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리빙랩은 그야말로 ‘산 교

실’이다. 용산, 종로 등지에서 가전제품 수리로 잔뼈가 굵은 장인들이 리

빙랩에 초빙돼 배터리 교체와 수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리빙랩에 정

식으로 채용된 학생은 제품 점검과 배송준비, 장인들의 수리·배터리교

체 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전제로 한 지금의 산업 구조는 소비자가

제품을 자주 바꿔야 이익을 볼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제품 디자인도

내구성보다는 외양에만 집중되죠. 정말 좋은 디자인은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라이튼은 BETTER RE와 배터

리뉴 서비스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 순환 경제 구조를 만들어가는 회

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신대표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그 자체로 혁신과 변화를 품고 있

다”고 말했다. 성수동의 소셜벤처 인라이튼이 더 나은 세상을 환하게 밝

히길 기대해본다.

정서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ditor's Note

정서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글 서(書)에 어질 현(賢). 지혜로운 글을 쓰는 사람이라

는 뜻이다. 이름처럼 ‘좋은 글로 내가 자란 세상에 기

여하자’는 게 내 좌우명이다. 그 마음 하나로 12살 때부

터 기자를 꿈꿔왔고, 청세담은 학생으로서 마지막 학기

를 보내는 내 삶에 방점을 찍는 기회였다. 끊임없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활동가들, 문장, 단어 하나까지

꼼꼼하게 봐 주시던 권보람 기자님으로부터 정말 많이

배웠다. 아이템 발제나 취재가 잘 안 돼 답답할 때 청세

담 동기들과도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됐다.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몰라도, 세상을 보는 내 눈만큼은 참 많이 달라졌다. 취

재 현장에서 만난 학교밖청소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배제하며 살아오진 않았는지 반성했다. 소셜

벤처 인라이튼의 이야기를 기사로 쓰며 그간 소비해

오던 것들이 내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공익의 ‘ㄱ’도 몰랐던 내가 주변 사람들

에게 공정여행, 착한 소비를 이야기한다. ‘이름값 하는

기자’가 되겠다는 꿈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다.

6개월의 여정을 마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갈 청세담 6

기.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다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 다시 한 번 함께했던 모두에게 고맙다

는 말을 전한다."

“정말 좋은 디자인은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BETTER RE와 배터리뉴 서비스를

통해 우리 사회에 순환 경제 구조를

만들어가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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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4

너와 내가 만드는

‘모두가 행복한 여행’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인터뷰

8년전, 20년차 베테랑

국제 NGO활동가가 돌연

여행 업에 뛰어들었다.

여행자와 지역민, 여행상

품을 제공하는 여행업자

모두에게 좋은 ‘착한 여

행’을 만들고 싶었다. 공정여행 사회적기업 ‘착한 여행’은 바로 이렇게 탄

생했다. 2009년, 연 매출 1억원에서 시작해 전세계에 걸쳐 70여개의 여

행상품을 보유한 연 매출 20억원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파란만

장했던 여정을 창립자 나효우(53) 대표에게 들었다.

여행을 통해 지역을 돕다

“국제 개발 협력분야에서 20년을 일했는데, 어느 순간 한계를 느꼈습

니다. 필리핀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전 세계에서 구호·개발물품을 보내 오

거나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는 것도 숱하게 봤죠. 그런데 이런 직접 지원

방식이 지속 가능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의 지원보다, 장기적으로 지역과 주민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게

관건이었다. 지역 내 사업을 개발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그가 찾은 방식은 ‘관광’. 현지와 관광객,

지역사회와 환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공정여행’ 방식이라면 지역의

자립이 가능할 것 같았다. 개발업에 종사하는 소수의 몇 명이 아닌, 불

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지역을 여행하고 간접적으로 지역의 자립을 돕는

다는 점에서도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공정여행’을 해보자며 나섰지

만 시작은 막막했다. “창업 초기엔 마음만 앞섰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

었어요. 공정여행도 사업이기 때문에 당장 현실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

이 필요했죠. 하지만, 그보다도 미션과 가치를 단단히 세우는데 공을 들

였습니다. 여행을 통해 지역에 변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니까요.”

나 대표가 몸 담았던 국제개발단체 ‘아시아 브릿지’ 에서 일하던 사람

들을 보아 스터디 모임을 꾸렸다.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퍼지

고 있던 ‘책임여행 운동’, ‘공정여행 트렌드’를 공부했다. ‘착한여행’이라

는 브랜드를 고안한 것도 이때다. 딱딱하게 들릴 수 있는 ‘공정여행’ 가

치를 대중적으로 쉽게 알리자는 데서 나온 이름이었다. ‘착한여행’의 원

칙도 이때 세웠다. 하나, 지역 고유특성을 살린 여행상품을 만들 것. 둘,

여행자의 소비가 지역으로 돌아가게 할 것. 셋, 지역의 전통과 문화, 환

경을 보존할 것.

국내에 들어와 있는 개발도상국 출신 이주민들을 ‘지역 투어가이드’

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시작이었다. 30여명의 이주민에게 ‘가이드 교

육’을 제공해, 이들이 현지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투어를 진행할 수 있도

록 했다. 전적으로 무료로 진행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착한여행’의 뜻에

공감하고 가능성을 본 이들이 자발적으로 후원을 하기도 했다.

2

착한 여행 네팔지사는 올 해 초에

설립되었다. 현재 네팔 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트래킹 포터들

ⓒ착한여행

3

필리핀 보홀 섬에서의

전통 음악 체험.

ⓒ착한여행

4

지역 전통 악기를 배우는 모습.

ⓒ착한여행

올해로 8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나 대표는 “여기까지 오는

모든 걸음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1년차에는 뭐든 만들어보는 과

정 자체가 마냥 재미있었는데, 신생 창업 회사의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

는 2~3년차에 접어들었을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공정여행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고, 처음 사업 구상 그

대로 반영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웠고요. 그래도 초반에 세웠던 원칙들

이 ‘이 일을 왜 하는지’ 일깨워주고 잡아주는 지표이자 원동력이 되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역민 자활 돕고, 지역 고유의 자산 지키고

여행을 통해 지역의 자립을 돕는 것. 착한여행은 현지에 설립한 독립

여행법인을 주축으로 운영된다. 해외지사의 모든 직원은 현지인들로 채

용한다. 기존의 라오스, 필리핀, 캄보디아, 일본, 발리 등에 이어 올해는

새롭게 네팔 지사를 설립했다. 국가 주 수입원이 관광업인 네팔은 지난

2015년 큰 지진을 겪고 나서 관광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나 대표는 오

래 알고 지낸 바 있는 트레킹 셰르파들과 몇 년 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

사를 설립하고 새롭게 네팔 여행 상품을 시작했다.

지역사회 고유의 문화�환경자산을 찾아내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

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라오스는 다수인 라오족과 소수민족인 몽족 간

의 갈등이 워낙 심해서, 몽족 부족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여행 상품

을 만들 때 어려움이 많았죠. 라오족들이 몽족 거주지를 개발해서 이들

을 내쫓으려고 했기 때문이었어요. 당시 저희 직원들은 라오 관광청에

직접 가서 호소를 했어요. 몽족 거주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몽족 만

의 특별한 전통문화가 관광상품으로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말이죠.”

이들은 결과적으로 라오족 정부의 개발 계획을 철회하는 데에 성공

했다. 지역 고유의 소중한 천연자원과 문화자원을 ‘여행업’이라는 지역

사업 아래 지켜내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공자의 말씀 중에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는 말씀이 있어

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멀리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뜻

인데, 착한 여행이 표방하는 공정여행의 가치를 그대로 담고 있는 말이

라고 생각해요. 거주지의 삶이 행복해야 지속 가능한 관광이 가능하거

든요. 지역공동체에 근간을 둔 관광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하나, 지역 고유특성을

살린 여행상품을 만들 것.

둘, 여행자의 소비가

지역으로 돌아가게 할 것.

셋, 지역의 전통과 문화,

환경을 보존할 것.”

1

2

3

4

1 착한여행 나효우 대표

ⓒ박지윤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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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시장을 넘어서, 공정여행 분야 최초로 ‘플랫폼’을 만들다

나 대표는 올해 공정여행 플랫폼인 ‘가디언’을 시작했다. 누구나 여행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스스로 여행지의 가이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연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잖아요. 지역거

주민들이 스스로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지역민만큼 로컬 푸드와 지역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이들도 없고, 고수 여행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살려 가이드로 변

신할 수 있어요. ‘플랫폼’을 만들어 이런 여행 상품들을 공유하자는 취지

로 ‘가디언’을 고안해냈죠”

공정여행 플랫폼 ‘가디언’은 여행자와 여행지를 연결하는 ‘정거장’ 역

할을 한다. 그 동안은 여행사가 주도하여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했

다면, 이제는 여행지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직접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

어낼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 지역민들이나 여행고수들은

외지인들이 잘 알기 어려운 지역 고유의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천편일률적인 기존의 여행상품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

을 만들 수 있다. 내년을 기점으로 ‘착한 여행’ 이 가장 주력하는 사업이

될 예정이다.

“물론, 모든 게 바로 여행상품이 되는 건 아니에요. 저희 착한여행 직

원들이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치죠. 직접 여행지에 가서 프로그램을 시

뮬레이션 해보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올린 가이드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요. 저희는 중간단계에서 여행을 검증하고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일을 도맡는 것이죠.”

올해 착한여행이 발의하여 서울시 혁신형 사업으로 선정된 ‘게스트

하우스 더 모이라’ 프로젝트도 ‘플랫폼’ 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에서

가장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서대문구와 마포구, 종로구의 여행업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교육을 진행한다. 게스트하우스가 단순한

숙박업소를 넘어, 지역 특유의 알짜배기 정보나 지역 기반 여행 상품에

대한 정보를 담아내는 곳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지역에 거

주하고 있는 이들이 가이드가 되고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하면, 마을 경

제를 살리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다.

공정여행 분야의 사업들이 지금보다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시장 경

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없을까.

나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유기농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

고, 유기농 제품이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전체 시장에서 유기농 사업 파

이가 커지잖아요. 선택지가 넓어지고 사업이 많아져서 궁극적으로 ‘여행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착한 여행이 나아갈 길?

여행지도, 여행자도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만드는 것

“최근에 착한 여행을 이용했던 여행자들끼리 ‘착반사’라고 ‘착한 여행

에 반한 사람들’ 이라는 팬 카페를 만드셨어요.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

요. 실제로 착한 여행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보신 분들 사이에서 재 구

매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예요. 이용객들 중엔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많

은데 착한 여행을 잊지 못하고 몇 년 후에 다시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

아요.”

그가 그리는 착한 여행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저희는 공정여행 분야의 저변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로서 이 시장의 일원이 됐으면 좋겠습

니다. 그 과정에서 착한 여행의 8년간의 노하우나 기술, 생각들을 동료

사업자들과 나눌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겁니다. 여행자와 여행사,

여행지.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다 함께 만들어 가야죠.”

박지윤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5

5

착한여행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라오스 몽족의

전통 의상 입어보기 체험.

ⓒ착한여행

Editor's Note

박지윤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 신문과 뉴스에는 늘 상상했던 것 이상의 비리와 모순

이 가득했다. 언론인의 꿈을 가지고 청년이 된 나는 고

민했다. 대중은 시스템의 실패 앞에 지칠대로 지쳐 있

는데, 그들에게 오직 문제만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

이 과연 맞는 걸까. 변화에 대한 갈급함을 해소해 줄 뭔

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바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미래에 대한 낙관’이었다.

더나은 미래를 통해 그런 낙관을 보고 싶었다. ‘훌륭한

기자는 사무실에 없다’는 현직기자들의 당부를 가슴에

품고 현장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그저 비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창조적인 대안을 찾아나가는 사람들

을 만났다. 서툴고 미숙했지만 직접 부딪히며 배운 모

든 것들은 거대한 귀감이 되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지나 어느덧 겨울이다. 청년기

자의 직함을 달고 세 계절을 보내는 동안, 더 나은 미

래를 견인하는 ‘낙관의 힘’을 믿게 됐다. 아쉬움도 많

이 남는다. 학업과 청년기자 활동을 병행하면서, 처음

에 결심했던 만큼 열과 성을 다하여 임하지 못한 탓이

다. 늘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해온 우리 조원들에겐 너무

나 고맙고, 주선영 멘토 기자님껜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 뿐이다. 모두들, 언젠가 현직에서 다시 만날 수 있

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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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5

이런 것도

공유할 수 있나요?

정소영 청년 기자의 2016년 공유 경제 체험기

“일단 먹고 시작하죠.”

선선한 바람이 코 끝을 간질이는 11월의 첫번째 일요일 오후, 빨간

테이블에 둘러 앉은 사람들은 하나, 둘씩 앞에 있는 피자를 집어 들었

다. 어색함도 잠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

기 시작했다. 모임을 주도하는 호스트는 참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호스트가 요

청하는 질문에 대답만 하던 참여자들의 어색한 분위기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허물어졌다.

“일산 00동에서 오셨어요? 저 옆 동네 살아요!”

이윽고 서로의 이름 조차 부르기 어색했던 테이블에서 ‘제 관심사

는…’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취미와 좋아하는

드라마에 공감하며 조금씩 대화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한 마디, 한 마

디 대화가 이어지고, 웃음꽃이 피어났다.

빨간색 파라솔과 테이블이 한가득 깔려 있는 이곳은 간이 식당도, 음

식 동호회도 아니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에서 열린 ‘2016 공유서울 페스티벌’에 참여한 소셜다이닝 ‘집밥’의 야외

부스 현장. 박람회 현장에 들어서기도 전, 드넓은 DDP 광장에는 이미

축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쿠스틱 가수들의 달달한 노래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서로가 가진 물건, 그리고 재능과 지식을 나누며 서로 소

통하는 모습은 마치 옛날의 마을 공동체 같았다. 이곳은 축제였다. 잔잔

하지만 따뜻한 나눔의 축제 말이다.

‘2016 공유서울 페스티벌’은 공유경제를 주제로 한 박람회 및 컨퍼

런스다. 공유경제는 쉽게 말해 한 번 생산된 물건, 시간, 재능, 정보 등

을 서로 나누어 사용하는 경제를 일컫는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자원

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시민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서의 ‘공유도

시 서울’을 표방해왔다. 올해 테마는 ‘공유랑 놀자’. 이날 페스티벌에서는

주차공간, 카셰어링, 생활공구, 장난감, 정장부터 개인의 경험과 재능까

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32개 공유기업 및 단체들이 함께했다. 또한 글

로벌 공유경제를 선도하는 전문가와 해외 공유도시 정책가 등 30여명이

서울에 모여 지속가능한 도시의 전략으로서 ‘공유경제’의 비전과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6 공유서울 페스티벌’은 공유경제를 주제로 한 박람회 및 컨퍼

런스다. 공유경제는 쉽게 말해 한 번 생산된 물건, 시간, 재능, 정보 등

을 서로 나누어 사용하는 경제를 일컫는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자원

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시민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서의 ‘공유도

시 서울’을 표방해왔다. 올해 테마는 ‘공유랑 놀자’. 이날 페스티벌에서는

주차공간, 카셰어링, 생활공구, 장난감, 정장부터 개인의 경험과 재능까

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32개 공유기업 및 단체들이 함께했다. 또한 글

로벌 공유경제를 선도하는 전문가와 해외 공유도시 정책가 등 30여명이

서울에 모여 지속가능한 도시의 전략으로서 ‘공유경제’의 비전과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1. 우리 같이 차 타요! 카풀서비스 ‘풀러스’

들어가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카풀 애플리케이션 ‘풀러스’의

부스. ‘우리 매칭했어요’라는 매칭 카드 게임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선물

을 증정하고 있었다. 매칭 카드 게임이란 ‘라이더’와 ‘드라이버’ 카드를

선택해서 똑같은 장소가 나오도록 하는 게임인데, 단 세 번의 기회로 이

것을 맞춰야 한다. 청년기자는 매칭 카드 게임으로 1회 무료 카풀 체험

권을 획득했다. 홍보 이벤트의 일환이었지만, 이 게임은 라이더와 드라

이버를 ‘매칭’한다는 풀러스의 사업 플랫폼을 응용한 게임이었다. 풀러

스는 실시간 매칭되는 온디맨드 (on-demand) 기반 카 셰어링 서비스이

다. 2016년 4월에 설립되어 5월부터 공개 시범 서비스를 런칭했다. 쉽

게 말해, 차로 혼자 이동하는 드라이버가 남는 좌석을 공유해 차 없이

이동하는 라이더와 함께 이동하는 서비스다. 즉, 풀러스 앱으로 차를 호

출해 간편하게 카풀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드라이버는

유류비 부담을 줄이고, 라이더는 새롭고 합리적인 교통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성남 분당, 판교권에서 시범 서비스 중이며, 라이더는 무료

로, 드라이버는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론칭부터 지금까지 3000건

이 넘는 라이더-드라이버 매칭이 이루어졌다고.

#2. 입지 않는 정장 가지고 있으세요? 청년 구직자와 공유하세요!

그 옆에는 ‘열린옷장’ 부스가 있었다. 열린옷장은 정장이 필요한 사람

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김소령 씨와 한만일 씨가 설립한 비영리 단

체다. 2011년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한 사회 혁신 아이디어를 위한 직장

인들의 모임이 계기였다. 열린옷장은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정장을 직

접 방문과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저렴하게 대여해준다. 여성은 3만원,

남성은 3만 4000원이면 정장 풀세트 대여가 가능하다. 기본 대여일은 3

박 4일이며 택배나 직접 방문을 통해 반납하면 된다. 월 평균 2000여명

의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열린옷장을 방문한다. 열린 옷장의 모든 수

익은 지속 가능한 운영과 서비스 개선,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

한 다양한 사업에 쓰이고 있다. 매주 목요일, 홍대 ‘바라봄’사진관에서

취업준비생의 증명 사진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대학생 비영리 단

체인 ‘십시일반’을 통해 취약계층 대학생들을 위한 식권도 기부하고 있

다. 열린옷장은 ‘입지 않는 옷을 기부 받는다’는 핵심 매커니즘을 살려

서, 박람회 현장에서 ‘옷장정리 체크리스트’를 참여자들에게 나눠주었

다. 체크리스트를 제출한 참여자들에게는 작은 병에 담긴 ‘열린옷장 시

그니처 향수’를 제공했다. 덕붕인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특히

관심을 가지고 열린옷장 부스에 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년이면

취업을 준비하게 될 청년 기자도 더 적극적으로 명함과 브로슈어를 받

았다. 체크리스트를 내고 향수를 받기도 했다. 건네 받은 향수를 뿌리면

서 청년 기자는 다음 부스로 이동하였다.

1

달달한 어쿠스틱 밴드의

공연도 열리는 DDP 열린마당

©정소영

2

청년기자는

매칭 카드 게임으로 1회 무료

카풀 체험권을 획득했다.

©정소영

3

열린옷장에서

이벤트로 준비한 옷장정리

체크리스트

©정소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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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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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4. 주차 공간 고민이시죠? 파킹플렉스가 해결해드립니다.

‘빈 공간을 공용 주차장으로 쓰면 어떨까?’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서비스가 나타났다! 사회적기업 이노온은

IOT(사물인터넷) 기술과 공유경제를 활용하여 지난 4월부터 IOT 기반

개인주차공간 공유 서비스 ‘파킹플렉스’의 무료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노온은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을 고민하는 3명의

엔지니어가 모여서 만든 젊은 벤처기업이다. 2015년 현재는 IoT 기술을

#5. 비싼 공구? 사지마세요, 은평공유센터로 오세요!.

‘빈 공간을 공용 주차장으로 쓰면 어떨까?’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서비스가 나타났다! 사회적기업 이노온은

IOT(사물인터넷) 기술과 공유경제를 활용하여 지난 4월부터 IOT 기반

개인주차공간 공유 서비스 ‘파킹플렉스’의 무료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노온은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을 고민하는 3명의

엔지니어가 모여서 만든 젊은 벤처기업이다. 2015년 현재는 IoT 기술을

기반으로 IoT와 관련된 전문가를(네트워크 전문가, 앱 소프트웨어 전문

가, 하드웨어 전문가) 보유한 IoT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서울

북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파킹플렉스는 한마디로 주차할 곳이 없어 방황하는 운전자들과, 빈

공간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유 플랫폼이다. 하지만 과

연 어떻게 공간을 공유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수

도 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이노온에서 준비한 체험 부스는 ‘장난

감 자동차 조작하기’였다. 청년 기자가 리모컨을 이용해 대형 장난감 자

동차를 조정하며 주차를 하자, 주차장 바닥에 설치된 센서가 애플리케

이션 화면과 연동되며 빨간색으로 ‘사용중’이라는 알림이 떴다. 사전에

주차 공간으로 등록해 놓은 장소와 차량이라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3. 버려지는 장난감도 공유하면 가치는 두 배!

알록달록한 장난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예비 사회적기업인 ‘금자

동이’ 부스에는 아이들이 북적북적 거렸다. 금자동이는 버려지는 장난감

이나 유아 아동용품 폐기물을 가지고 재료별로 분리한 후, 재사용하는

재활용 전문 사회적 기업이다. 금자동이의 박준성 대표는 지난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난감 재활용을 시작했다. 주위에 버려지는 장난감

과 유아용품을 보고 우연한 기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 2000년엔 중

고 유아용품 장난감 재활용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였고, 2010년 법인

으로 전환했다. 2013년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지금은 서울시 은평

구의 서울혁신파크에 자리하고있다.

이날 아이들은 색깔, 재료별로 분리해 둔 장난감 재료들을 이용해 자

신만의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며, 직접 업사이클링을 체험했다. 처음엔

폐장난감의 일부였던 재료들이 하나, 둘 씩 합쳐지며 또 다른 새로운 장

난감으로 탄생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이날 금자

동이 부스는 어린 아이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기반으로 IoT와 관련된 전문가를(네트워크 전문가, 앱 소프트웨어 전문

가, 하드웨어 전문가) 보유한 IoT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서울

북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파킹플렉스는 한마디로 주차할 곳이 없어 방황하는 운전자들과, 빈

공간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유 플랫폼이다. 하지만 과

연 어떻게 공간을 공유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수

도 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이노온에서 준비한 체험 부스는 ‘장난

감 자동차 조작하기’였다. 청년 기자가 리모컨을 이용해 대형 장난감 자

동차를 조정하며 주차를 하자, 주차장 바닥에 설치된 센서가 애플리케

이션 화면과 연동되며 빨간색으로 ‘사용중’이라는 알림이 떴다. 사전에

주차 공간으로 등록해 놓은 장소와 차량이라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6

4

5

4

공유서울페스티벌에서

한 아이가 버려진 장난감을 가지고

업사이클링을 체험하고 있다

©정소영

5

파킹플렉스의 원리를

알 수 있는 이벤트 부스

©정소영

6

은평공유센터에서 한 참가자가

나무 탁자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정소영

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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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7. 공유는 ‘소통’과 ‘나눔’이다

공유서울 페스티벌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소통과 나눔’이었다.

공유는 흔히 ‘소유’한 물건을 함께 나눠쓴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하지만

집밥을 비롯한 여러 체험 부스들은 서로의 재능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 단순히 물건을 함께 나눠 쓰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경험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질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분명 공유경제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나눔엔 신뢰가 필요했다. 내가 가진 것을 그 사람도 소중히 다뤄줄 것이

라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공감이 전

제돼야, 진정한 공유 경제를 이룰 수 있는 것. 공유도시는 경제 효과 이

전에 사람의 유대를 회복하고 사회를 연결시키는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소통과 공감으로 형성된 신뢰를 통해 더욱 나눔이 풍성

해진 앞으로의 사회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정소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6. VR기기로 체험하는 공유 경제? 그 실효성은..

이번 행사에는 VR(가상현실) 기기까지 등장했다. 쉐어하우스와 카풀

서비스 등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공유 서비스는 ‘VR ZONE 공유하루체

험’ 홍보 부스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청년 기자가 VR 기기를 끼자, ‘서

울에 있는 기업에 취업한 공유(부산 출신, 27)씨의 알뜰하고 편리한 공

유로 하루 살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공유 경제로 하루

를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VR콘텐츠 였

다. 하지만 ‘공유’를 직접 느껴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영상

을 따라 공유씨의 관점에서 보내는 하루를 엿볼 수는 있었지만, ‘공유’라

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기보다는, 재생되는 일상 장면속에 어

떤 서비스가 적용되고 있는 중인지를 내레이션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

공유경제를 통해 창출되는 실질적인 이윤, 편의 등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공유를 통해 얻는 정신적인

보상은 VR로 보여줄 수 없지만, 수익과 같이 실질적인 이득을 얻게 되

는 부분을 보여줬다면 더 실감나고 더 사용하고 싶었을 것 같다.

7

6

6

청년 기자가 VR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정소영

7

공유서울 페스티벌

박람회 현장

©정소영

Editor's Note

정소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세상은 내가 움직이는 만큼 넓어진다.’

24주 간의 청세담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입니

다.

가만히 앉아서 노트북만 두들기면,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끊임 없이 발로 뛰고, 여러 사람들

과 소통하지 않으면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청세담 활동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제가 나아갈 필드는

비록 언론사는 아니지만,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

은 어떤 곳에서나 적용될 것 같습니다. 청세담에서 만

난 사람들, 멘토님들, 그리고 수 많은 연사님들 모두 저

의 세상을 넓혀준 고마운 분들입니다. 많이 배우고 많

이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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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6

한국 앱 개발자,

지진 공포에서

전 세계 시민을 구하다

앱 개발 벤처 ‘스마트툴스’의

유민규 대표 인터뷰

“내가 필요한 앱을 만들었더니 1억 명의 사람들도 사용하기 시작하

더라고요.”

7년간 나침반, 측정기, 소음기 등 도구 앱을 개발해온 유민규 스마트

툴스(주) 대표. 유 대표가 개발한 앱의 누적 다운로드는 1억 건, 유료 판

매는 150만 건에 달해 2012년 구글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구글 플레

이(Google Play)’는 그를 국내 4번째 인기 개발자(Top developer)로 꼽기

도 했다. 그리고 최근 지진 정도를 실시간으로 감지, 위험을 알리는 ‘지

진계: Vibration meter’ 앱이 주목받으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18년 컴퓨터 프로그래밍 취미생활이 만들어낸 지진계앱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다. 유 대표는 “1992년부터 컴퓨터 프

로그래밍을 취미로 해왔는데, 보험회사 다니던 친구가 앱을 만들어 공

모전에 수상되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앱 개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SKT 안드로이드 앱 개발 페스티벌’ 공

모전에서 도구 모음앱 Smart Tools®로 금상을 받았다.

그 후 그는 생활밀착형 도구 앱인 ‘스마트툴스 서비스’ 개발에 주력했

다.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 건설에서 근무 당시 현장 경험

을 살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개발에 흥미와 적성을

“지진 정도를 실시간으로

감지, 위험을 알리는

‘지진계: Vibration meter’ 앱”

1

3

2

1

유민규 스마트툴스(주) 대표

© 스마트툴스

2

스마트툴스

© 스마트툴스

3

진동측정기

© 스마트툴스

6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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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오영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책임을 가지고 진실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

었습니다. 발은 가볍게, 펜은 무겁게.

발견하고서는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고 앱 개발자로 전업, 2010년 첫

앱인 ‘스마트툴스 버전1.0’을 출시했다. 이 후, 2016년 버전2.0을 선보이

기까지 90번 넘게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며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

까지 길이, 거리측정, 나침반, 소음진동, 손전등, 단위 등 총 6개 분야와

관련해 15개(유료 앱까지 포함하면 23개) 도구 앱을 만들었다. 유 대표

는 “매일 500개 이상씩 댓글이 쌓이는데, 특히 소음측정기가 반응이 좋

아 이에 착안해 소음과 비슷한 원리인 진동을 활용해 ‘지진계’까지 추가

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시민 앱 통해 스스로 지진 감지하며 불안감 떨쳐

구글 플레이(Google Play)에서 ‘지진계’ 앱을 다운받아 열고 스마트

폰을 평평한 곳에 두자, ‘0.0’이라는 수치와 함께 ‘진도 1 : 기계상 감지.

일부 동물만 감지’라는 문구가 보였다. 핸드폰을 들어보니 그래프가 요

동치고 숫자가 올라가면서 ‘진도 3: 소수가 느낌. 매달린 물체 움직임’,

‘진도 5: 건물 전체가 흔들림. 물체 이동’ 등 실시간으로 경고 표시가 달

라졌다. 진도5가 넘어가자 경고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경고음이 발생

하는 최소 진동 값은 스스로 설정할 수 있다. 유 대표는 “스마트폰과 태

블릿에 내장된 가속도 센서가 포착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나눠 진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진동측정기의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

“올봄 이탈리아와

에콰도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해당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가 급증

경주 지진 사태 때

10여만 건의

신규 다운로드가 있었고,

특히 여성 사용자들의

다운로드가 많았다”

지진계 앱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건 해외였다. 올봄 이탈리아와 에

콰도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해당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가 급증한

것. 반면, 한국에서는 기계 모터의 진동을 비교해 고장 여부를 확인하거

나 자동차에 올려놓고 승차감을 비교할 때 쓰여왔다. 그러나 이번 경주

지진 사태 때 10여만 건의 신규 다운로드가 있었고, 특히 여성 사용자들

의 다운로드가 많았다. 유 대표는 “여성분들이 진동 알람기능을 켜 놓고

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기상청 등에서 제공하는 지진 알람이 훌륭해 다운로드

가 적다”고 지적하며 “지진계는 일반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십 종의

도구 앱 중에 하나일 뿐이고, 자신의 몫은 이뿐, 지진문제는 지진전문가

들이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오영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6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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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추수와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이 있는 가을처럼

우리 사회엔 함께 어울려 의미 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 현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식당 아르바이트 할 땐 몰랐어요” 돌봄이 있는 일터 ‘영셰프 스쿨’을 소개합니다 / 김지은

넘어진 청춘들의 재활공장부상, 부진 선수에 ‘두 번째 기회’,

18명 프로입단 성공...독립축구단 TNT FC / 김성태

국내 대표 청년 공유 공간

‘무중력지대 G밸리’ 6만명이 찾은 매력은? ‘무중력지대 G밸리’ 1일 체험기 / 정경훈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하기 위해

지역민 학생 뭉쳐 '보금자리' 일궈김재윤 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 부이사장 인터뷰 / 송기완

집 같은 집, 새동네가 만듭니다

이재준 새동네 프로젝트 소장 인터뷰 / 이수정

함께 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다 함께 살며 생활하는

‘우리동네사람들’ 조정훈 대표 인터뷰 / 송지원

사진으로 공동체를 엮어내다 반짝반짝사진관 최영교 대표 인터뷰 / 윤병훈

평일엔 커피 전문점,

일요일엔 무료 진료소로 바뀝니다 대구 마을기업 위드카페 인터뷰 / 이소영

364명이 만든 2017년의 특별한 달력 최성문 작가의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 / 채주희

0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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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1

“식당 아르바이트

할 땐 몰랐어요”

돌봄이 있는 일터

‘영셰프 스쿨’을 소개합니다

“식당 주방에서 일할 때는 손님과 대면할 일이 없어서 먹는 사람을

볼 일도 없었어요. 음식을 만들기 바빴던 거죠. 여기선 내가 만든 음식

을 먹는 손님들의 표정과 느낌이 다 보여요. 책임감과 뿌듯함을 동시에

배웠죠.”

김민교(21)씨의 얼굴엔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특히 ‘요리’ 이야기를

할 때 그랬다. 고등학교 졸업 후 경상도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

던 그는 셰프의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했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정식으

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 그런 김씨에게 이곳 ‘영셰프밥집’은 꿈 같은 장

소다. 요리, 환경, 목공, 텃밭 농사, 경영학, 음악 등 다양한 교육은 물론

매일 아침 직접 요리를 대접하는 실습도 진행된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요리하며 협업을 배우고, 자립하는 법을 익힌다. 그는 “좋은 식재료로

요리해, 사람들이 믿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다”며 눈

을 빛낸다.

청소년이 마음껏 꿈꾸고 자립하는 ‘영셰프스쿨’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 위치한 ‘영

셰프스쿨’. 요리로 자립하고자하는 17~22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되

는 요리 대안학교다. 이곳엔 김씨와 같은 청소년들이 꿈을 키워가고 있

다. 영셰프스쿨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 건 2010년. ‘청소년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먹고 살자’는 비전을 품고 있던 한영미(47) 슬로비 대표의 시

도였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지속가능한 현장을 보여주고,

어른들이 이들의 자립을 끌어주는 모델을 만들고 싶었어요. 일터인 ‘밥

집’에서 외로움을 이기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

록 돕고 싶었습니다.”

영셰프스쿨은 한 대표의 축적된 노하우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다. 청

소년들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창업 프로젝트도 시도해봤지만 지속가

능한 모델로 발전시키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모델이 ‘사회적기업’

이다. 일터가 곧 배움의 장(場)이 되고, 취업을 통해 안정적인 자립을 돕

는 기업. 청소년과 함께 일하고 배우며 동반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 영

셰프스쿨은 이렇게 시작됐다.

매년 요리에 꿈을 가진 10명 내외 청소년을 선발해 2년 전일제 과정

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커리큘럼도 탄탄하다. 1년차에는 하자센터에서

직접 영셰프밥집을 운영한다. 요리를 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매일 일정

한 시간, 같은 일을 반복하는 훈련은 필수이기 때문. 등교하면 자연스레

‘오늘의 음식’을 요리하고, 서로의 음식에 피드백을 한다. 오후엔 전문

셰프에게 요리 스킬을 배우고 현장체험, 특강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지속가능한 현장을 보여주고,

어른들이 이들의 자립을 끌어주는

모델을 만들고 싶었어요.”

1

인터뷰 중인

한영미 슬로비 대표

©박창현 작가

2

실습 준비 중인 영셰프들

©박창현 작가1

2

6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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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김지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기 위해 청세담에 지원했다고 말

하던 6개월 전 내 모습이 생각난다. 뉴스에서 밝은 소

식을 찾아보기 힘든 지금의 사회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바로 볼 줄 알아야 나 또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졸업 기사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

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면 그렇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다. 청년 공익 혁신

가부터 취재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소통하며

가슴이 뛰었다. 또한 끊임없이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사소한 이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시야를 넓히는 것을 넘어 주변을 돌아보는 법

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매주 고뇌를 함께 해왔던 정유

진 멘토님과 우리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2년차엔 인턴십 과정이 진행된다. 상반기 960시간은 전문 셰프들의 식

당 등 본인이 희망하는 현장에서 일을 배운다. 하반기에는 학교에 돌아

와 졸업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비인가 학교라 당장 학력 인증은 안되지

만, 현장에서 배움을 넓혀갈 수 있는 대안학교 모델이다.

시즌 학교도 인기다. 영셰프스쿨 학생들은 여름이 되면 제주도로 가

서 1주일간 로컬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그 지역 아동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시간을 가진다. 전통시장에서 음식을 만들고 판매도 한다. 고

객의 피드백을 직접 들어보는 실전 학습 현장이다.

요리로 사람됨을 배우고, 돌봄이 살아있는 일터

영셰프스쿨의 모든 커리큘럼 속엔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 키워

드가 녹아들어 있다. 요리로 사람됨을 배우는 ‘요리 인문학’을 배우고,

경영학 수업 때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스킬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

미가 있는 일터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 환경 수업에선 우리 사회가 처

한 환경에 대해 배우고 농사를 짓는 체험도 한다. 영셰프스쿨이 운영하

는 상암동 텃밭에서 1년간 농사를 짓고 그 수확물로 요리를 한다. 밴드,

음악, 명상, 연극 등 요리사로서 창의성과 감성을 끌어내는 ‘요리감성학’

수업도 마련돼있다.

영셰프스쿨의 장기적인 교육 목표는 돌봄이 살아있는 일터, 돌봄을

지향하는 일터다. 사람뿐만 아니라 현장의 부엌 시스템도 돌봄의 대상

이다. 무작위로 사용되는 전기나 연료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동력을 이용해 페달을 만들고, 태양광 패널도 만들

어보는 등 연료 기술을 활용한 조리도구 제작 실습도 눈에 띈다. 대한에너

지기술연구소와 연계해 전문성을 더했다. 한 대표는 “향후 영셰프들이 성

장해 자신만의 식당을 운영할 때, 이렇게 배운 작동 원리와 기술들이 도움

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의 특성을 파악한

맞춤형 커리큘럼 덕분일까. 이

곳을 거쳐간 많은 이들의 삶이

변화되고있다. 한부모 및 저소

득 가정 등 불안정한 환경에 놓

였던 청소년들이 요리 현장에

서 일을 하며 자립을 시작한 것. 한 대표가 2011년 설립한 친환경 밥집

‘슬로비’ 또한 이들의 성장의 버팀목이 돼줬다. 서울 성북·수원·제주도에

서 운영되는 슬로비의 수익은 영셰프스쿨을 지원하는데 쓰이고, 영셰프

스쿨을 통해 배출되는 인재들은 슬로비에 고용되는 선순환 구조로 운영

된다.

사회적기업 모델을 통해 외식업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부탁

하자, 한 대표는 “일단 도전해봐라”며 웃었다. “이왕 시작하기로 결심했

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다양한

지원과 도움이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주변의 자원을 찾아보세요. ”

김지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영셰프스쿨의

장기적인 교육 목표는

돌봄이 살아있는 일터,

돌봄을 지향하는

일터다.”

3

3

영셰프 밥집에서

실습 중인 영셰프들

© 박창현 작가

※ 영셰프스쿨 8기생을 모집합니다. 총 2년간 4학기 과정(1년차 기초학습

과정, 2년차 현장인턴십 과정)으로, 요리 인문학·감성학 등 다양한 교육은

물론 실습 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2017년 1월 1일부터 31일까지 모집하며,

그룹면접 및 개별면접을 거쳐 2월 20일 최종 합격자가 발표됩니다. 요리사의

꿈을 가진 청소년, 요리로 자급자족과 자립하고픈 청소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접수 및 문의:www.youngchef.kr, [email protected])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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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2

넘어진 청춘들의

재활공장

부상, 부진 선수에 ‘두 번째 기회’,

18명 프로입단 성공...독립축구단 TNT FC

# A(18)군의 장래희망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축구선수다. 자신의

재능을 알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과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촉망받

던 스트라이커의 미래는 단 한 경기만에 미래를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

어져버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상대 수비수의 거

친 태클로 큰 부상을 당한 것. 긴 재활치료 중인 A군을 원하는 프로팀과

대학팀은 어디에도 없었다. 일찌감치 축구를 포기한 친구들은 새로운

길을 찾았고, 고등학교에 와서도 축구를 계속했던 친구들은 지금도 꿈

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평생 축구 외길을 걸어온 A군은 앞으로의 미

래가 막막하기만 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어린이가 프로축구선수가 될 확률은

산술적으로 0.78%에 불과하다. 팀에 입단해도 핵심선수로 자리 잡지 못

하면 방출 되는 것이 프로의 생리다.

‘TNT FC’는 A씨처럼 피치 못할 사정으로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거나

프로세계의 경쟁에서 밀려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의 재도약을 돕는 ‘독

립축구단’이다. 올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서만 5명의 선수를 프로팀에 진

출시켰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축구의 꿈을 접은 청년들에게 안정환, 이

운재, 이을용 등 전·현직 국가대표의 멘토링을 붙여 ‘두 번째 기회’를 준

TV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일레븐(2015)’의 현실판인 셈이다.

TNT FC가 처음부터 재기 전문 축구클럽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0

년 창단 때만 하더라도 동호회 성격이 강했다. 변화는 2013년 겨울, 박

정훈(현 고양 자이크로)선수가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박씨는 2011년 드

래프트 1순위로 전북현대에 입단했지만, 부상의 불운이 겹치면서 프로

팀 잔류에 실패한 상태였다. 재기의 희망을 놓을 수 없었던 그는 TNT

FC에서 독한 훈련을 계속했고, 마침내 2014년 부천FC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 복귀에 성공했다.

박정훈 선수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그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선수들

이 자발적으로 TNT FC를 찾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재기전문구단’을

선언한 TNT FC는 2년 만에 통산 18명의 선수를 프로팀에 입단시켰다.

태국 양통FC에 진출한 호승욱 선수도 그 중 한명이다. 유소년 시절

에는 이청용·기성용 등과 함께 청소년 대표팀으로 발탁될 만큼 유망주

였지만, 전남 드래곤즈 입단 후에는 부상 때문에 2년 간 단 한경기도 뛰

지 못했다. 결국 팀을 떠난 그는 동대문에서 옷을 팔고, 유소년 축구교

실에서 코치로 일하는 등 ‘축구선수’와는 먼 길을 걷게 됐다. TNT FC 가

입도 취미활동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은 재기

에 성공한 팀 동료들이었다. 김태륭 TNT FC감독과 스태프가 물심양면

으로 그의 훈련을 지원했고, 호씨는 결국 6년의 공백 끝에 프로무대 복

귀에 성공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두번째 기회가 주는 삶의 원동력

TNT FC의 눈부신 성과 뒤에는 사비를 털어가며 팀을 운영하는 스태

프들의 노고가 있었다. 독립구단이다보니 급여는커녕 고정비도 마련하

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스태프들이 사비를 털어가며 팀을 운영하고 있

다. 최근에는 TNT FC가 내세우는 가치에 동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서 유니폼과 훈련장비도 후원받고 있다.

“‘TNT FC’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거나

프로세계의 경쟁에서 밀려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을

돕는 ‘독립축구단’이다.” 1

TNT FC를 통해

태국 프로리그에 진출한

호승욱 선수.

ⓒTNT FC

2

김태륭 TNT FC 감독.

ⓒTNT FC

3

2016년 SKI리그

(수도권아마추어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TNT FC 선수단의 모습.

©청춘스포츠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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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김성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김태륭 감독님과 TNT FC를 보면 세상에 꼭 정해진 길

은 없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선수로써 주목을 받

지 못했지만 현재 축구계에서 가장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 중 하나인 김태륭 감독에게서 현재의 불

안정함과 미래의 막연함에 대한 위안을 받고, 프로 선

수를 꿈꾸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또래 선수들의 모습은

나태함이 엄습할 때마다 언제나 자극으로 다가온다.

흐르는 땀이라도 마시고 싶은 더위 속에서 함께했던 2

조, 멘토중의 멘토 보람기자님과 그리고 히트조 조원들

모두 이제 돌아갈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훗날 다

시 모여 자신이 이룬 행복을 공유할수 있는 날이 올 것

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스포츠해설가로 활동 중인 김태륭 TNT FC 감독의 역할이 크

다. 이적시장이 열리는 연말과 여름이면 직접 프로팀에 선수를 추천하

고, 중계석에 앉을 때면 양복 깃에 TNT FC의 후원 배지를 달고 ‘홍보대

사’ 역할을 자처한다. 2001년 그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TNT FC와의 인

연을 이어온 탓이다.

“학교 축구팀이 훈련을 하지 않는 일요일에도 축구가 하고 싶어서 동

호회를 찾다 TNT FC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이듬해 프로팀에 입단했는

데, 어린 나이에도 팀 내 유일한 현역 선수라는 이유로 감독직을 병행하

게 됐죠. 그 이후로 쭉 팀을 떠난 적 없어요.”

김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TNT FC와 함께할 선수를 뽑

는 것이다. 팀의 정원은 총 30명. 스태프들이 어렵게 만든 ‘두 번째 기회’

를 허투루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짜배기’ 건져내는 안목은 더욱

중요하다.

“TNT FC는 목적(프로입단)이 분명한 선수들이 모인 구단입니다. (팀

에 들어오려는 선수는 많고)정원은 제한돼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선발

과정이 필요하죠. 특히 선수 개인의 절박함이 클수록 자신과 팀에게 보

탬이 됩니다. 일주일정도 같이 생활하고 훈련하다보면 이 친구가 얼마

나 절박한지 알 수 있어요. 선수로서의 커리어, 현재 몸 상태도 복합적

으로 고려해야하죠.”

지난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상파울리’와 재계약 소식을 알려

온 박이영 선수는 TNT FC 선수들 중에서도 집념이 각별했다. 필리핀 2

부 리그에서 뛰던 그는 더 큰 무대에 대한 갈증으로 한국에 돌아와 TNT

FC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이후 팀 스태프의 도움으로 포르투갈 CS마리

티무의 입단 테스트 기회를 얻었지만, 결과는 거절. 박씨는 한국으로 돌

아오는 대신 유럽에 남아서 직접 구단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독일 프

로리그팀 입단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경력이 변변치 않은 선수가 소

속사도 없이 유럽팀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막연하고 어려운 일”이라

면서 “박이영이 직접 구단에 보낸 이메일만 수백 통에 달하는 등 본인의

집요함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오늘을 사는 청춘들에게 꿈을 이룰 ‘기회’는 너무나 희박한 확률로 찾

아온다. 간신히 찾아온 기회를 놓친 이들에게 사회는 ‘낙오자’라는 족쇄

를 채워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김태륭 감독과 TNT FC는

다르다. 이들은 청춘에게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함을 말한다. 그것이 실

패의 진짜 가치를 알게 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축구계의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해야 한다”면서 “소위 선수로서 ’사망선고’를 받았던 이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는 게 우리의 기쁨이자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TNT FC같은 팀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이 만들고 운영하

기는 어렵겠지만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는 어렵지 않

은 일입니다. 이미 유럽에는 소속팀이 없는 선수들이 회비를 내고 환경

이 갖춰진 곳에서 운동하는 시스템이 협회 주도로 정착돼있어요. 미쳤

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열심히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미련을 접으면

되는 겁니다. 선수로서 성공하진 못하더라도 그 힘으로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김성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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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NT FC 훈련 모습. ©TNT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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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3

국내 대표

청년 공유 공간

‘무중력지대 G밸리’

6만명이 찾은 매력은?

‘무중력지대 G밸리’ 1일 체험기

“무중력지대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 공간입니다. 특히 바쁜 일상과

미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지친 청년

들이 쉬었다 가는 ‘정거장’ 같은 곳이

죠.”

지난 11월 15일, 서울시 금천구

의 ‘무중력지대 G밸리(이하 무중력

지대)’에서 만난 임병훈(33) 스페이

스 노아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무중력지대는 청년의 삶을 옭아매

는 저임금, 비정규직, 야근 등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여

유를 찾을 수 있는 공공 공간이다. 여기에 주변의 가리봉동, 구로동, 가

산동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G밸리라 붙었다. 지난해 서울시가 설립했지

만, 젊은 공간을 만들고자 청년들이 운영하는 코-워킹(co-working) 기

업 ‘스페이스 노아’에서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무중력지대

를 이용한 사람들은 약 6만명. 이용객으로는 국내 공유 공간 중 최고점

을 찍었다. 각종 지자체와 단체에서 견학을 온 것도 합치면 90회 정도

다. 그 매력이 무엇인지 직접 찾아가봤다.

낮잠부터 요리까지 독창적 5개 공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서울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과 바로 연결돼 있는 빌딩 6층

에 위치한 무중력지대는 사무실로 꽉 찬 어두운 복도 속 모퉁이에 위치,

밝은 오렌지색 출입문이라 눈에 금방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마치 카페처럼 여러 테이블과 의자가 삼삼오오 놓여 팀 프로젝트

나 개인 공부를 하는 ‘협력지대’가 보였다. 이 외에도 무중력지대는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휴식지대’, 개인 공부나 강연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

는 ‘창의지대’,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상상지대’로 나눠져 자유롭게

이용 가능했다. ‘공유부엌’에선 자신이 가져온 재료로 직접 요리를 할 수

도 있었다.

아직 퇴근시간 전인 오후 3시인데도 불구 무중력지대엔 20여명의 이

용객이 있었다. 협력지대에서 팀 프로젝트 회의를 하는 청년들, 창의지

대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곳곳엔 편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들, 넥타이만 풀어 놓고 낮잠을 청하는 중

년의 회사원도 있었다. 임병훈 매니저는 “하루 이용객이 매일 150~200

명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웃으며 “취업준비생, 직장인, 프리랜서 등 20

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한 배경의 청년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방문하는 청년들 중 좋은 결실을 맺은 사람들도 많다

고 한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분들도 계시고, 사회복지

사 시험에 합격하신 젊은 엄마도 있죠.” 그는 이어서 “이런 분들을 보면

일할 의욕이 생긴다”며 “어떤 분께 분께선 ‘내가 세금을 내고 혜택 받았

다고 느끼긴 무중력지대가 처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직장인, 프리랜서

등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한 배경의

청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2

3

1

4

2

무중력지대 회원

ⓒ정경훈 청년기자

3

무중력지대 g밸리 전체공간

©무중력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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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지대 상상지대

©무중력지대 홈페이지1 무중력지대 입구 ⓒ정경훈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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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정경훈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후기? 후기는 솔직하게 써야겠죠?ㅋㅋ 청세담을 하면

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자님들의 글쓰기 수업과 조별�개인 멘토링! 기자님의

따뜻한 마음을 담은 멘토링은 언론인을 꿈꾸는 저에

게 정말 실질적인 가르침이었어요. '경훈아 너 글은 재

미가 없다~ 내용은 별로 없는데 말투만 논문 같구나

~ 말끝이 다 똑같이 끝난다~ 이런건 사람들이 끝까지

못읽는다~ 사례를 들어 더 구체적으로 써라~' 등등

의 반박불가 팩트폭행을 6개월 정도 당하다 보면 어느

새 멘탈이 튼튼해지고 글도 느는 일석이조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ㅡ^ 멘토링 중 '그런데' 혹은 '있잖아'를 조심

하세요ㅋㅋ

멘토링 이외에도 다양한 공익 강연, 행사, 조원들과의

순간순간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정말 몸만 부지런하

면 들인 노력 이상을 얻어 가는 것이 청세담이라고 생

각합니다. 언론이나 공익에 관심이 있는 분들 모두에게

강추! 청세담에서 뵈어요~^ !̂!

크고 작은 청년 모임 지원…협력 속에서 몸과 마음 치유해

지역 내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무중력지대의 주된 관심사다. 특

히 1인가구가 약 50%에 달하는 금천구에선 청년들도 어려운 경제적 환

경 속에 ‘혼자’ 외롭게 살고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무중력지대는 청

년들끼리 인연을 맺는 활동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임 매니저는 “우

리가 원하는 것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활동”이라며 “기업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프로젝트만 환영하는 것이 아니

라, 작더라도 목표가 있고 만남을 이어간다면 모두 지원한다”고 설명했

다. 현재 무중력지대가 지원하는 청년 모임만 18개. 동네 친구 세 명이

서 만든 모임부터 20명이 운영하는 영어회화 모임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도와주고 있다.

연말에는 성과공유회를 열어 청년들 간 얼마나 자주 모였고 잘 놀았

는지 공유하는 것은 물론, 재즈댄스 클럽에선 참가 청년들에게 춤을 가

르쳐주고 심리상담사들의 모임인 ‘마음 설명서 제작소’는 심리치료 워크

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청년들이 관계 속에서 재능을 나누며 관계와 마

음을 회복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무중력 라이프’라는 치유 강연 프로젝트도 있다. 특별한 강사를 섭

외하진 않는다. 결혼, 돈 관리, 꿈 등을 자신이 선택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청년들과 비슷한 또래와 처지의 젊은이들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다. 특별한 사람으로부터 듣는 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끼리의 이야기는

더 큰 공감을 불러올 수 있다. 임 매너저는 “사회의 기준이나 회사의 규

율에 맞춰진 삶 때문에 청년들이 상처도 많이 받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

가 없는데, 이런 기회로 각자가 주관에 맞게 삶을 다시 정의해 볼 수 있

지 않을까 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한 번은 청년 문제에 관심 있

는 심리상담사나 의사들을 초청해 청년들의 불편한 몸과 마음을 진단해

주는 '강연 테라피'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서울시는 빈 공간과 접근성 등을 고려해 무중력지대와 같은

공공 공간을 지역 내 총 8곳에 만들 예정이다. 임 매니저는 “도심에서 먼

금천구에서도 이용자가 많은데 청년들이 많이 가는 종로나 홍대 등엔

무중력지대 같은 공간이 꼭 필요하다”며 “특히 직장인들뿐 아니라, 이보

다 나이가 어린 대학생이나 청년들을 위한 공간도 늘어나야 한다”고 지

적했다. 지치고 힘들 때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 모두의

공간이지만 나만의 공간인 무중력지대가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날은 멀지 않아 보인다.

정경훈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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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무중력지대가

지원중인 소모임의 flag

©정경훈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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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지대 입구 설치물

©정경훈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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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4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하기 위해

지역민·학생 뭉쳐

‘보금자리’ 일궈

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

김재윤 부이사장 인터뷰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은 서울

외곽에서 집을 구하고 장거리 통학

을 하게 되면서 경비가 많이 드니

또다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악

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들이 저렴하

게 학교 근처에 보금자리를 얻도록

주민들과 ‘오작교’ 역할을 하는 게

저희의 ‘사명’이죠.”

지난 11월 16일, 서울시 동대

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주민기숙사

1호점에서 만난 김재윤 부이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

합은 대학촌 주민에게 방을 공급받아 30만 원 이하 월세로 제공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2015년 8명의 세입자로 시작한 주민기숙사는 입소문을

타고 현재 3호점까지 늘어나 100여 명에 달하는 대학생의 터전으로 성장했

다. 입주 경쟁률은 약 3 대 1에 달한다. 하지만 김재윤 부이사장은 “처음 시

작할 때 가진 건 노트북 하나밖에 없었다”며 주민기숙사가 탄생한 배경을

담담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기숙사 설립 반대하던 대학촌 주민들,

대학생과 상생을 고민하다

주민기숙사의 설립 계기는 2012년, 경희대·고려대·한양대 인근 지역 인

근 지역 주민들이 대학촌지역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결성하면서다. 경

희대에서 기숙사 신축 논의가 나오던 시기였다. 김 부이사장은 “협의회는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면서도 대안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고민 끝에 나온

방법이 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주민

들이 지역에서 임대업을 하던 김 부이사장과 인근 대학의 학생들에게 협동

조합 설립을 제안했고, 주민과 학생 그리고 실무가가 의기투합해 운영진을

꾸렸다.

주민기숙사 모델은 간단하다. 먼저 조합원의 추천을 받아 방을 제공하

려는 주민이 협동조합 가입을 신청한다. 이후 이사회에서 방의 상태나 학

교까지 거리 등 정해진 기준에 따라 기숙사에 적합한지 심사해 가입 여부

를 정한다. 방이 기숙사로 등록되면 학기 초에 방을 찾는 학생과 연결해준

다. 초기 운영비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JP모건 청년 사회 혁신가 사

업’에 선발돼 충당했지만, 현재는 조합원이 늘며 입주민과 공급자에게 걷는

조합비로 지출하고 있다.

‘공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주민기숙사

지난해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조사 결과 수도권에서 원룸에 사는 대

학생의 평균 월세는 42만 원. 주민기숙사는 이보다 최소 10만 원 이상 저렴

하다. 주민기숙사의 입주 기회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돌아간다. 성적 위주로 인원을 선발하는 대학교 기숙사와

“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은

대학촌 주민에게

방을 공급받아

30만 원 이하 월세로

제공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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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숙사 주택협동조합 홈페이지

©주민기숙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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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송기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청세담을 처음 만난 여름은 몹시 더웠습니다. 합격 통

보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금요일 오후 시간표를 비웠

던 때가 벌써 5개월 전입니다.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말이 와닿는 순간입니다.

아직 기자라는 직업이 내게 맞는 일인지 고민하고 있

을 때, 청세담은 고민을 풀 실마리를 주었습니다. 청세

담에서 여러 뛰어난 청년기자들을 만나고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꿈을 갖고 앞서 달리고 있는 분들

을 보며 인생의 진로를 조금씩 스케치할 수 있었습니

다. 이제 남아있는 기간동안 어떤 일이 맞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졸업기사를 마무리짓고 '2016년의 나'와 '2017년의 나'

사이에 청세담이란 나이테를 새겨 뿌듯합니다. 제게 새

내기때도 못 받아본 막내 대접(?)을 해주신 우리 조원

분들과, 바쁘신 와중에도 꼼꼼하게 기사를 챙겨주신 강

미애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뭇 다르다. 김 부이사장은 “제일 안타까웠던 때가 본인이 기초생활자 가

정에 있는데, 학교 기숙사 모집에서 떨어졌다며 제발 선발만 해달라고 부

탁한 때”라며 “입주 후 연신 ‘고맙다’는 말에 참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방을 제공하는 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고 묻자 김 부이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공급자 조합원은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이사장은 “고령인 공급자 조합원 대신 협동조합이 건물 관리를 해서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3곳의 주민기숙사는 김 부이사장을

포함해 총 4명이 관리한다. 입주 문의부터 세입자들의 민원 처리까지 도맡

아, 인터뷰 중에도 기숙사 운영 업무로 휴대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때론

세입자 간의 갈등 중재에 나서기도 하죠(웃음).” 임차인이 끊임없이 거주해

공실이 나지 않는 것도 주민들에게 큰 이점이다. 주민과 학생이 모두 만족

하는 윈-윈(win-win) 관계인 셈이다.

지역민 스스로 동네 문제 해결하고 바꾸면 사회 변화도 기대할 수

김 부이사장은 처음엔 본업과 협동조합 업무를 겸업했지만 점점 주민

기숙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는 협동조합에만 에너지를 ‘올인’하고 있다.

그는 “살면서 회기동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했다”

면서 “열정을 넘어서 학생과 주민을 돕는다는 마음이 일의 ‘원동력’이 된다”

고 웃었다.

하지만 향후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주변 부동산 업체와 갈등이 생길

여지도 있는 데다 지난 학기에 방을 제공했던 한 공급자 조합원이 빈방이

생겼다는 이유로 조합을 탈퇴하는 등 아직 운영에 불확실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 부이사장은 “앞으로 주민기숙사의 적극적인 확장보다는 주민

과 학생이 공생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회기동을 다 포괄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당면한 사회 문제를 어떻게 이 지역의 구성원들이

좀 더 유기적으로 연대해 풀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자그마한 동네가

변하면서 사회가 바뀌지 않을까요(웃음).”

송기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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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민기숙사 1호점 방 내부 사진

©주민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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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숙사 1호점 방 평면도

©주민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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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5

집 같은 집,

새동네가 만듭니다

이재준 새동네 프로젝트 소장 인터뷰

“머리 아플 때 두통약 먹으면 대안이 되나요?”

4년 간의 대안 주거 실험을 마친 '새동네'의 이재준 소장이 묻는다. “셰

어하우스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셰어하우스는 현대판 ‘하숙집’이죠. 일

시적으로 필요에 의해 생길 순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걸 정책적 대안 주

거로 말할 수는 없죠.” 건축가인 이재준 소장은 집의 본질적인 가치는 편안

한 자기만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독립적인 주거에 있다고 본다. 현행 주

택법 2조 역시 주택의 범위를 “세대(世帶)의 구성원이 장기간 독립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 및 그 부속토지를 말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대별 독립을 주거의 기준으로 명백하게 규정하

고 있는 것. 즉 방과 부엌이 최소 1개씩은 있고, 각각 독립된 출입구가 있어

야 주거의 본질적 역할을 해낼 수 있단 뜻이다. “지금의 주택 정책은 말 그

대로 두통약을 처방해 주는 정도에 그치는 거죠.”

처방이 아닌 ‘대안의 조건’

새동네는 무엇이 다를까. 새동네는 이른바 ‘집 주인 마음대로’ 정해지는

주택 임대료 산정 방식에 의문을 가지고, 합리적인 임대료 기준을 제시하

고 질 좋은 주거를 공급하고자하는 주거 플랫폼이다. 새동네는 지난 2013

년, 서대문구 남가좌동 330번지 인근에 첫 프로젝트 주택 '가좌330'을 공급

했다. '가좌330'은 총 6가구로 이루어진 다세대 주택이다. 이 집을 짓는 데

토지비 5억, 건축비 5억등 총 사업비 10억이 들었다. 초기 사업비는 새동네

의 파트너 '글린트'에서 직접 부담했다. 은행 대출 상환 부담 없이 지어진 가

좌330 주택은 기존의 민간 임대 주택처럼 ‘비싼 월세’를 요구할 이유가 없

다. 자연히 ‘합리적인 임대료’에 대한 기준을 세우게 됐다. 구체적으로 사업

비 10억에서 역산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수익률은 현재 은행이자의 2배 정

도인 약4%로 경제성은 보장하면서, 보통 부동산 투자 수익인 6~8%를 넘

지 않도록 금융 계획을 짰다. 수익은 나게 하되, 폭리를 취하는 것은 피하자

는 가치를 챙긴 덕이다.

새동네 복덕방 홈페이지에서 회

비 10만원을 내고 ‘예비주민’으로 가

입하면 새동네에서 새로운 집을 짓거

나 공실이 생길 때마다 메일링 서비

스를 해준다. 실제 입주 시에는 이미

납부한 회비는 월 사용료로 대치된

다. 현재 1400여명의 회원들이 새동

네의 새로운 집을 기다리고 있다. '새

동네'는 질 좋은 주거를 공급하되, 합리적인 가격도 고려한다. 현재 민간임

대 주택시장의 집주인들이 은행 대출 때문에, 세입자에게 비싼 월세를 받

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깨보자는 취지다. 가좌330은 회원들에게

동네를 추천 받아 입주 검토를 거친 뒤, 1년여 간의 기간을 거쳐 공급됐다.

현재 새동네에서 공급하는 주택에 입주하려면 1년 정도 기다려야 할 정도

로 수요가 많다. 새동네 이재준 소장은 “첫 입주부터 함께한 신혼부부가 출

산을 하면서 재계약을 했고, 더 큰 집이 제공된다면 새동네에서 계속해서

살고 싶다고 했다" 고 말했다.

“합리적인 임대료

기준을 제시하고

질 좋은 주거를

공급하고자하는

주거 플랫폼이다”

1

2

1

새동네의 첫 주택 가좌330의 전경.

한눈에 봐도 일반 다세대 주택과는

다른 독특한 외관이다.

©새동네

2

새동네 이재준 소장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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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이수정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근데 청년기자는 뭡니까?" 청세담 명함 내 이름 옆 조

그맣게 적힌 청년기자. 청세담 활동으로 명함을 드릴

때마다 꼭 받은 질문이다. 처음에는 속으로 언제쯤 이 '

청년'을 떼고 '기자'만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

지만 몇 차례 청세담 취지를 설명하며 스스로와 약속했

다. 청년기자란 말은 부족한 취재의 면피가 될 수 없고,

오히려 청년이니까 물을 수 있는 질문에 더 집중해보

자고. 6개월 과정을 마치며 나는 기자라는 꿈이 더 간

절해졌다. 후에 기자가 되어서도 청세담에서 배운 청년

의 눈을 잊지 않고 싶다.

3

일반 주택과 달리 복층 등

평면 구성이 독특한 점도 특징이다.

©새동네

4

건축가가 직접 설계한

가좌330의 내부모습. 채광도

놓치지 않는 '질 좋은 주거'를

제공한다는 마음이 담겼다.

©새동네

“집 같은 집에 살고 싶어요” , ‘임대 수익 거품’에 제동을 걸다

국토교통부의 1인 가구 희망 주택 유형(2010년 기준) 조사에 따르면 1

인 가구 전체의 85.8%가 아파트, 다가구 단독, 일반단독, 연립 다세대 주택

등 독립 세대를 꾸릴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의 1인 가구 역시 처방이 아닌 본질적인 주거를 원하지만, 비싼 월세 때문

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단 이야기다. 이재준 소장은 “비싼 월세의 이유

는 현재 일부 집주인들이 대출을 받아 임대 주택을 공급하며 폭리를 취하는

시장 구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임대 주택을 구할 때 임대료가 ‘몇 평에 얼

마, 관리비 따로’처럼 지역 ‘시세’에 맞춰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뜻이

다. 임대료가 집주인의 이익이 되면서, 세입자 역시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 필요했다. 새동네는 보증금은 지역 평균에 따르되, 임대료는 1제곱

미터(약 0.3평)당 1만원으로 산정해 임대료의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무작정 싼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아닙니다. 그건 국가가 해야 할 ‘복지’

의 개념이죠. 우리는 국토교통부의 전월세데이터, 현재 시세, 우리의 사용

면적 기준 임대료 산정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제곱미터당 1만원이

라는 임대료 기준을 제시한겁니다.” 이 원칙이 적용된 가좌330의 경우, 40

㎡(약 12평) 4가구, 60㎡(18평) 1가구, 80㎡(24평) 1가구, 총 6가구가 거주

한다. 이중 18평과 24평 주택은 전세가구고, 12평 주택은 새동네 임대료 기

준에 의해 월세가 산정됐다. 공동 관리비는 6가구가 협의하고, 새동네 측

도 함께 부담해 청소비를 1/7로 나누어 낸다. 새동네가 산정한 1제곱미터

당 1만원의 임대료는, 현재 서울시내 임대주택 월세 시세(1제곱미터 당 1만

5000원~2만원)에 비해 크게는 절반 수준이다. 12평형 주택에 거주하는 30

대 남자 세입자는 “방 2개와 거실 겸 주방, 욕실과 베란다까지 갖추고 채광,

우풍 걱정도 없어 만족도가 높다”며 “부득이한 일이 없는 이상 2년 이상 오

래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준 새동네 소장은 은행 대출 이자 거품이 낀 기존 임대주택 시장과

는 다른 방식으로 가능성을 열어가려 한다. 새동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

한 협동조합 전환이 그 첫걸음이다. 새동네는 서울 시내에 있는 낙후 주택

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해 이 모델을 넓혀가는 것이 목표다. 입주자의 성

장과정에 따라 12평, 18평, 24평 등 주택을 만들어 새동네 주민이라면 언제

든, 어디든 계획된 주거 생활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다. “국가가 맡을 저소

득 복지 계층과 월세를 얼마든 부담할 수 있는 상류층 사이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집을 짓고 싶어요. 너무 높은 임대료가 아니어도 질 좋

은 주거가 가능하다는 걸 보이고 싶은거죠.” 새동네는 느리지만 옳은 주거

대안을 찾아 새동네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이수정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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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6

“함께 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다”

주거생활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돈은 많이 벌지 않아도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귀촌을 꿈꾸던 청년 여섯 명이 모였

다. 매일 바쁘게 살면서도 불안한 도시

의 삶을 벗어나고 싶었다. 일주일 동안

함께 살아보니 같이 살아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에 모여 올해로

5년째 함께 살아가는 ‘우리동네 사람들

(이하 우동사)’의 이야기다. 이제는 주택

다섯채, 30명이 함께 모여사는 작은 공

동체가 됐다. 함께 사는 사람들과 농사

도 짓고, 지역 내 카페나 맥주집도 운영한다. ‘적게 일하고 적게 쓰지만 많

이 누리는 삶’, ‘좋은 관계로 둘러 쌓인 삶’이 우동사의 지향점이다. 지난 11

월 26일, 우동사에서는 ‘청년, 관계를 그리다’라는 포럼을 열었다. 인천 검

암동, 우공사가 처음으로 터를 잡았던 빌라 401호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공동체와 소통,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 만난 조정훈

(27) 우동사 대표에게 ‘지난 5년간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물었다.

‘행복한 삶’을 고민하다

조 대표의 이전 직장은 투자회사. 조씨는 “매일 바쁘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라는 것에 회의가 컸다”고 했다.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

는 것일지 고민이 많았어요. 아무것도 모를 때는 ‘돈을 많이 벌면 된다’고 생

각했거든요.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답을 찾고 싶더라고요. 우연

히 법륜 스님의 글을 접했고,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우동사의 초기 멤버 6 명이 만나게 된 곳은 법률 스님이 만든 ‘정토회’.

모두 도시에서의 퍽퍽한 삶에 지쳐있었고 비슷한 이유로 ‘귀촌’을 꿈꾸던 차

였다. 몇 차례 만남이 거듭되고 자연스레 가까워지면서 ‘함께 살아보면 어

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주일을 살아봤는데 마음이 꽤 잘 맞았다. 제

대로 공간을 구해 살아보기로 했다. 우동사의 시작이었다.

“막상 함께 살려니까 집이 필요하잖아요. 전세자금 대출도 받고, 각자

가진 여윳돈을 모아서 1억을 만들었어요. 서울에서 집을 구하려고 100군데

넘게 한달 내내 찾아 다녔는데, 가격에 맞고 여유로운 곳을 찾기가 힘들었

어요. 서울 외곽을 둘러보다 인천 검암으로 오게 됐습니다.”

‘함께’ 꾸려가는 삶

그 첫 무대는 인천 검암동의 한 빌라 401호. 함께 사는 주거기반이 마련

되고 안전망이 확보되자 사회생활을 하던 이들이 하나, 둘 백수가 됐다. 소

득은 없지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스레 ‘함께 놀고 먹고 살 거

리’를 찾기 시작했다. ‘공동주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삶을 함께 꾸리기 시

작한 것.

“옛날에는 우동사가 뭐냐고 물으면 쉽게 동네에서 모여 사는 사람들이

라고 답했는데, 이제는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어려워졌어요. 오공하우

스, 카페오공, 커뮤니티펍 0.4km, 논데이까지, ‘같이 사는 것’을 넘어 ‘여러

생활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조정훈 대표)

한 곳에 모인 이들은 여러 활동을 시작했다. ‘카페오공’이나 ‘커뮤니티펍

0.4km’는 우동사에서 운영하는 가게다. 커피와 수제 맥주를 팔면서 검암

지역의 크고 작은 모임들을 담아내는 ‘사랑방’이 됐다. 최근에는 낮 시간을

활용해 ‘기타 클라스’가 진행 중이다. 여름에는 부채에 수목화 그리기, 그림

그리기, 수공예품 만들기까지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진다. 우동사 구성원을

넘어, 다른 곳에 살지만 우동사나 이들의 삶에 방식에 관심 있는 이들이 펍

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이제는 ‘우동사’가 ‘외(外)동사’로 거듭나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함께 사

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관계 맺는 지역 공간이 됐거든

요. 최근에는 우동사에 살지 않지만 관심 있는 이들이 커뮤니티펍 0.4km에

서 독서모임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 밖에도 우동사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삶을 꾸린다. 함께 만든

옥상 닭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계란도 얻는다. 텃밭을 일

구고, 강화도 500평 땅에서는 쌀농사도 짓는다. 농번기 때는 원하는 이들

을 불러 모아 다 함께 공동노동을 하는 ‘논데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적게 일하고

적게 쓰지만

많이 누리는 삶’,

‘좋은 관계로

둘러 쌓인 삶’이

우동사의

지향점이다.”

1

조정훈 대표

ⓒ송지원 청년기자

2

인천 검암지역에 터전을 잡은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 약도

©우동사

3

포럼에 참가해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토의하는 참가자들

©우동사

수익은 ‘먹고 살 만큼’ 충분한 걸까. 조 대표는 “펍이나 카페에서는 월세

와 관리비를 충당하는 정도지만 수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괜찮다”고 했

다. 최근에는 ‘애정회원’이라는 펍 회원제도 만들었다. 펍을 이용하고 애정

하는 사람들이 회비를 모아, 펍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

도 한다.

“우동사에서 살면서 소비를 줄인다는 게, ‘욕구를 억제한다’는 게 아니에

요. 함께 살아보니 불필요한 소비를 할 일이 없어요. 굳이 술자리나 모임 나

가서 몇 만원씩 쓰지 않아도 되고 비싼 옷이나 가방이 필요하지도 않고. 바

쁘게 살 때는 외식이나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잖아요. 그걸 충족

시키려면 또 돈이 필요하니 빠져나올 수 없는 것 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데 사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고, 함께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촉이 빠른’ 사람들이 우동사에 모인 것 같아요.”

조 대표는 “한 달에 인당 70만원 정도만 벌면 큰 문제가 없더라”면서

“벌어둔 돈을 쓰는 이들도 있고, 강화도에서 쑥 캐거나 정리하는 것 같은 아

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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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송지원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우동사를 처음 접하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요즘 공

동주거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하는데, 대부분 집세

를 나눠 내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뭔가 다르더라고요. 행복해보

였어요. 단순하게 공간만 공유하는 게 아닌 거 같았어

요. 그렇게 취재를 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해 알

게 됐고, 함께 모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진짜 행

복한 삶이란 뭔지, 내가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는 뭔지

고민할 수 있었어요.

청세담에서의 6개월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각

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재능과 방법으로 더 나은 세

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끊임

없이 질문했어요. 과연 나는 어떤 재능으로 세상에 따

뜻한 영향력을 줄 것인가 하고요. 또, 기자님의 끈끈한

1:1 멘토링이 저를 한 단계 성장시켜준 것 같아요. 청세

담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양분 삼아 사람과 현장을 사

랑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정해진 규칙 없이, 듣고 이야기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삶. 6명에서 시작한 ‘공동주거’가 입소문이 나고 찾아

오는 이들이 늘면서 이제는 집 다섯 채, 30명의 인원이 함께 산다. 모이는

금액이 커지다 보니 이제는 연대은행과 함께 ‘공동체기금’을 만들어 운영한

다. 공동주거를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오공하우스’ 입주

자도 모집한다. 3개월간 5~8명의 사람들과 한 집에 살아보며, 본인에게 맞

으면 우동사에 남아 함께 사는 프로그램이다.

“따로 면접을 본다기보다는 와서 직접 보고 결정하자고 해요. 함께 산다

는 게 상상과 다를 수 있거든요. 또 직장 다니며 바쁘게 사는 분들은 이곳에

서 뭔가 허전할 수도 있어요. 본인은 일찍 출근하고 늦게 들어오는 삶을 일

주일간 반복했는데, 다른 이들은 동네에서 놀고 얘기하고 일하며 보내는 걸

보면 ‘내가 왜 들어왔나’ 싶거든요. 직장 다니는 분들을 아예 안 받는 건 아

니지만 ‘들어오면 둘 중 하나를 그만 둘 가능성이 크니 잘 생각해보시라’고

해요(웃음).”

함께 살 때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까. 우동사에는

딱히 정해진 규칙이 없다. 이야기를 통해 해결하는 걸 기본으로 하기 때문.

“처음에는 규칙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누가 청소하고, 반찬은 어

떻게 할 건지 등등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모두를 위한 게 아닌 거예

요. 서로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고 조율해가면 되는데 규칙부터 만들어두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가족끼리는 규칙을 만들어서 생활하지는 않잖아요.

규칙을 빌어서 내가 원하는 걸 해결하기보단, 규칙 없이도 원하는 걸 말하

고 배려하고 조율하는 분위기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집집마다 매주 요일을 정해 ‘밥상모임’을 갖는다.

사는 이야기, 불편했던 순간들을 자연스레 나눈다. 우동사에서 함께 살아가

며 ‘합을 맞춰가는’ 방식이다.

함께 산다는 것

‘행복한 삶’을 고민했다는 그. ‘우동사’ 안에서 살아가는 지금은 어떨까.

“주변에 마음 나눌 좋은 사람들이 늘어나서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는 그 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관계망을 회복하고 넓혀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꼭 지리적·물리적으로 같이 살지 않아도, 서로를 알고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를 갖고 있는 이들이 주변에 많아지는 거죠.”

‘좋은 관계망을 확장하는 게 목표’라는 조 대표.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

리고 있을까.

“내년에는 ‘백수학교’를 개교할 예정이에요. 백 살까지의 삶을 어떻게 꾸

릴 건지 생각해보고 나누는 곳이에요. 아주 장기적으로는 ‘나이 들어서도

계속 살고 싶다’고 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유럽 같은

데 가서 100년된 마을을 탐방하고 오곤 하는데, 우동사가 그런 곳으로 거듭

났으면 좋겠어요. 지금 해온 것처럼 재미있게 잘 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송지원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집집마다 매주 요일을 정해

‘밥상모임’을 갖는다.

사는 이야기, 불편했던

순간들을 자연스레 나눈다.

우동사에서 함께 살아가며

‘합을 맞춰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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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7

사진으로

공동체를

엮어내다

반짝반짝 사진관

최영교 대표 인터뷰

잊혀질 수 있는 보육원 아이들의 추억이 사진으로 기록된다. ‘보육원 아

동들에게 성장 앨범 선물하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최영교 대표를 통해서

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 은평구에서 ‘반짝반짝 사진관’을 운영중인 최영교

대표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1월 포털 사이트 다음 스토리 펀

딩에서 소개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그가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처음부터 보육원 아이들에게 사진 수첩을 만들어 줘야겠다며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지역 사람들이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좀더 지역에 관

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2년간 동네 주민센터, 교육센터

를 돌아다니면서 사진 강좌를 열었는데, 제가 백 번 말로 하는 것보다 한번

해 보고 직접 느껴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더라고요. 관심있는 분들을 모아

보육원 아이들 성장앨범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죠.”

36명이 카메라를 들고 모였다. 잘 찍는 이들도, 이제 막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기술이 필요한 이들에겐 사진이나 포토샵 교육, 앨범을 만드는 수

업도 제공했다. 지금까지 68명의 아이들의 커 가는 찰나가 카메라에 담겼

다. 활동가들은 ‘사진’을 통해 내가 사는 지역을 둘러보고, 아이들에게는 두

고 간직할 추억거리를 남겨주는 셈.

“한번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그만둘 수가 없어요. 만나보면 그저 천진난

만한 아이인데 여러 이유로 보육원에서 지낸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더 예

쁜 사진 찍어주고 싶어요. 이제는 서로 낯이 익어서 제가 사진을 찍으면 안

기고 어깨에 올라와서 장난치고 그래요. 한 명 한 명이 다 자식같이 느껴지

죠. 아이들이 최소한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까지는 사진을 찍어주려고요.

나중에라도 사진을 보면서 이 시간을 기억해줬으면 하고요.”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보육기관과의 논의나, 재정문제 문

제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보육 기관에서는 아이들이 노출된다는 사실에 굉장히 민감해요. 시설

위치 등이 공개되면 지역 내 사람들의 선입견도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아

이들 사진을 공개하는 건 조심스러운 입장이에요. 재정적인 부분에서도 어

려움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활동하시는 분들이 직접 5000원씩 앨범 제작

비를 내서 운영해 왔는데, 충분하지 않거든요. 다행히 내년도 앨범 제작과

활동비로 3000만원을 모금했고, 이후에는 재단이나 정부 등에서 지원을 받

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활동가들은 ‘사진’을 통해

내가 사는 지역을 둘러보고,

아이들에게는 두고 간직할

추억거리를 남겨주는 셈.”

1

2

3

1

최영교 대표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2

반짝반짝 사진방에서

성장앨범 제작 교육을

받고 있는 활동가들

©최영교

3

은평 천사원 아동들

ⓒ반짝반짝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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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윤병훈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저에게 청세담은 ‘한여름 밤의 꿈’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

투하시는 공익 활동가 분들의 강연, 정말 청세담 6기

청년기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도해 주시는 조선

일보 더 나은 미래 기자 분들의 가르침, 현장 취재를 통

해서만 들을 수 있었던 공익 활동가분들의 진솔한 이

야기, 열정 가득�웃음 가득�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청세

담 6기 동기들과의 즐거운 시간. 이 모든 요소가 하모

니를 이뤄 매주 금요일 제 발길을 광화문으로 이끌었

습니다.

또한 청세담은 제 인생의 나침반이었습니다.

저는 청세담을 통해 진로와 꿈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고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갈 사회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청세담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진로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을 가졌습니다. 저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

하고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하고 불평등한 사회에 메시

지를 던지고 싶으니 휴먼 다큐 PD가 되어야겠다는 생

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청세담에서 듣게 된 여

러 강연을 통해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더 큰 사회를

마주했고 더 큰 공익 활동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

니다. 특히 희망제작소 이원재 소장님의 “이런 저널리

즘도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듣고 세상의 변화

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기업과 사회에 인식 개선이 필

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기업

의 변화, 사회의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대기

업, 재벌그룹 위주의 한국 경제 흐름 상 기업이 먼저 변

해야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

었습니다.

물론 아직 더 많이 알아가야 되고 아는 것보다 배울게

더 많은 20대지만 세상과 이웃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회복시켜 주고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을 준 청세담

에게 감사 드립니다. 또 이런 좋은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해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주신 청세담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변화는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에 공익에 대한 뜨

거운 열정을 지닌 많은 분들이 청세담을 경험할 수 있

길 바랍니다."

최 대표는 앞으로 사진 봉사를 서울시 전역으로 넓혀 갈 계획이다. 지역

에 따라 지부를 만들고, 필요한 인원만큼 활동가를 모집하려 한다.

“서대문구�은평구 내에 68명의 미취학 시설 아동이 있지만, 서울시 전

역으로 보면 이런 아이들이 300명이예요. 아동 2명 당 1명의 활동가가 필

요하니 앞으로150명의 활동가 분들이 필요하겠죠. 이를 위해 사단법인도

만들고 서포터즈도 운영할 계획이에요. 각 지부 단위에서 활동하면서 자기

가 속한 지역을 더 둘러보고, 거리감도 좁혀가고요.”

그는 “시설 아이들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지역 내 ‘안

전장치’를 만들어두는 게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현재 시설 청소

년들은 허름한 옷차림이나 거친 행실 때문에 지역사회 문제아로 인식되거

나 낙인 찍힌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사진 봉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어렸

을 때부터 아이들을 보살피고 만나다 보면 시설 아동에 대한 인식도 개선

될 것이라 생각해요. 주민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은 아이들도 더 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고요.”

사실, 최 대표가 담는 사진은 아이들이 다가 아니다. 최 대표가 운영하

는 ‘반짝반짝 사진관’의 소개는 ‘치유하는 사진관’. 그는 “마을의 소식통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사진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 달에 한번 생각할 거

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눈이번쩍 영화방’을 열기도 하고 ‘마음을

찍는 사진교실’을 열기도 한다. 그는 지금까지 지역 구석구석, 쉽게 지나치

기 쉬운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왔다. 재개발 위기에 처한 시장 상인들, 은평

구 내에 다문화 가족이나 3대가 함께 거주하는 대가족의 모습도 그의 카메

라에 담겼다. 최근에는 찾아가는 동사무소 사업도 계획 중이다. ‘찾아가는

동사무소’는 매달 사진 활동가와 사회복지사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독거

노인 분들을 찾아가 사진도 찍고 말벗도 되며 노인들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가 영정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저는 사진을 통해서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고 싶어요. 공동체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돌봐야 하는 대상이에요. 시설 아동이나 독거노인 분

들을 찍을 때 무엇보다 제가 행복해요. 이들을 보살피고 관심을 갖는 게, 결

국에는 제게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한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이

불행하면 그 불행의 폭이 나한테 오고, 저 사람이 행복하면 행복의 폭이 나

한테 온다는 생각을 우리 모두가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내가 잘하는 게 사진 찍는 일이라, 사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난다”

며 멋쩍게 웃었다. 그의 사진은 오늘도 지역 곳곳을 꿰어내며 공동체를 다

지는 기반이 되고 있었다.

윤병훈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4

4

장계시장

골목사진전

©최영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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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8

평일엔

커피 전문점,

일요일엔

무료 진료소로

바뀝니다

대구 마을기업 위드카페 인터뷰

대구 동성로, 북적이는 젊은이들로 활기 넘치는 이 곳에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카페가 있다. 대구 지역 내 청년의료인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위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위드카페’ 이야기다. 6년째, 매주 일요일이

면 일반 손님을 받는 대신 지역 내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러 현장으로 나

선다. 매주 둘째 주 일요일에는 아예 카페 공간이 ‘무료 진료소’가 된다. 검

진에서 진료, 치료에서 처방까지, 한 공간에서 모두 이뤄진다. 이런 카페

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뭐였을까. 터가 비싼 도심에서 7년간 카페를 운

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지난 11월 7일, 위드카페에서 임영락(37) 사

무국장을 만났다.

지역 내 ‘역할’을 고민하다

10여년 전, 10명의 의학�간호학을 전공하는 청년들이 모였다. 함께

모여 철학 책을 읽었다. ‘지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고민이었

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04년 대구 불로동에서 5세

의 어린이가 장롱 속에서 영양실조로 숨진 채로 발견된 것. “경제적으로

성장기를 달리던 한국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충

격을 받았어요.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느

꼈고요.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자로 했습니다.”

10여명 청년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 최소 출자금을 100만원

으로 정하고, 형편에 따라 100만원 이상 내거나 그 이하로 냈다. 2008년

겨울, 이 돈을 자본금 삼아 계명대 동산병원 맞은 편에 ‘사랑의 줄잇기’라

는 카페를 열었다. 위드 카페의 전신이었다. 경상비를 뺀 전액을 지역아동

센터에 기부하고, 국제 NGO 컴패션에도 지정 기부를 했다.

지역 아이들도 직접 찾아 나섰다. 계명대 의대�간호대 친구들까지 끌

어들여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료 과외도 나갔다. 학교에 적응

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도 필요해 보였다. “원래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 이야기가 ‘자기들이 나고

자란 가난한 동네를 벗어나보고 싶다’며 시내로 나가보고 싶다고 하더라

고요.”

‘아이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시내에 만들자. 벌어들인 수익으로

는 지역에서 더욱 필요한 일을 하자.’

2010년 4월, 대구 서쪽 끝에 있던 ‘사랑의 줄잇기’ 카페가 대구 시내

중심가인 동성로로 옮겨왔다. ‘위드 카페(With Cafe)’라는 새로운 이름도

붙였다. 지역 내 어렵고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과 함께(with)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간 만나왔던 학교 밖 아이들이 붙여 준 이름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엔 카페가

진료소가 되고, 다른 주에는 지역 내

외국인 노동자 센터로 직접 찾아 나선다.”

가진 기술을 지역과 나누다

“2010년에 우연히 인권운동 하시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구 지역 내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체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때는 예전 전공생으로 만난 친구들이 다들 의사·간호사로 현업에서

뛸 때였거든요.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이들을 돕기로 같이 정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

엔 카페가 진료소가 되고, 다른 주에는 지역 내 외국인 노동자 센터로

직접 찾아 나선다. 뜻에 공감해 동참하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이제는 의

료봉사를 하는 이들만도 30명 이상이다. 계명대 선�후배를 주축으로, 경

북대·대구 한의대 등 지역 내 의료 종사자들이 여러 선�후배 네트워크를

통해 찾아왔다. ‘위드 카페’가 지역 내 의료인들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거점으로 자리한 셈. ‘젊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며 인근 시내 병원

에서는 3000만원 상당의 초음파 기계를 기부하기도 했다. 카페에서 난

수익으로는 약을 구매한다. 검진에서 진료, 치료, 약 처방에 이르기까

지, 모든 단계가 무료로 이뤄진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게 왜 무료 진료를 해 주느냐’는 부정적인 눈초

리도 종종 받았다. 불법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것. 임 사무국장은 “의

료인으로서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했

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은 처음에 4년 10개월간 고용허가를 받고

옵니다. 그런데 브로커들한테 내는 수수료가 워낙 높다 보니 그 돈을 갚

기까지도 오래 걸려요. 빌린 돈을 갚고 나서 다시 돈을 벌어서 돌아가려

면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죠.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는 감기 진료

1 2

1

임영락 위드카페

협동조합 사무국장

ⓒ이소영 청년기자

2

위드카페 내부 모습. 스터디

카페로 유명해진 위드 카페.

ⓒ이소영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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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이소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매주 대구에서 서울로 왕복했던 시간이 그리울 것 같습

니다. 먼 길만큼 청세담은 저에게 의미 있는 6개월이었

습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

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제가 좋아하는 체 게바라

의 말입니다. 국제개발과 공익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해

결하고 싶은 문제들은 많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청세담을 통해 다양한 방

식으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

니다. 저널리즘과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도 새로이 생각

해보았습니다. 아직 무슨 일을 할지 찾는 과정 속에 있

지만, 청세담으로 받았던 기회를 바탕으로 좋아하는 일

을 해보려고 합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데 여러 방

면으로 도와주신 주선영 멘토님, 함께 했던 지금모행조

와 사이조를 비롯해 청세담을 통해 만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또 만나요!

만 받아도 5만원이 넘어요. 중증 치료는 더 힘들고요. 저희가 가진 기술

로 되갚을 길 없는 사람을 돕는 게 저희의 제 1원칙입니다. 도움을 준다

기 보다는 이 곳에서 머무는 동안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거죠.”

실제로 ‘위드카페’는 지역의 소외된 모두와 함께한다. 번 수익의 일부

는 지역 아이들을 위해 부스러기 나눔센터와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고,

청년 대학생을 위한 학교 외 교육기관 ‘모두의학교’에도 지정 기부한다.

이 곳에서 14개월을 일하고 교육받으며 ‘정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던

탈북자도 있었다. 열심히 벌어서 탈탈 털어 기부하고, 있는 기술은 몸으

로 뛰며 나누는 셈.

‘가치’를 위해 경영은 지속가능하게

서울의 ‘명동’과도 같다는 대구 동성로.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6년간 카페를 유지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장사가 제일 어려웠어요(웃음). 월세와 관리비로만 나가는 금액이

매월 상당하거든요. 그래도 결국은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가치를 내고

자 하는 거잖아요. 좋은 일 한다는 걸 상품화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맛

집은 음식이 맛있어야 하듯이 카페는 커피가 맛있어야 된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위드카페는 대구 청년들 사이에서 ‘스터디 카페’로 더 유명하다. 널찍

한 공간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 같은 건물 내 독서실과 학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문턱 낮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제

는 시민사회단체 세미나나 강연, 기자회견 장소로도 자리매김했다. 안

철수 의원이 정치 출마선언을 할 때도,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딸이

방한했을 때에도 ‘위드카페’가 배경이 됐다. 일요일엔 교회에 공간을 대

여하고, 헌금으로 카페 공간 운영비를 받았다. 2014년에는 행정안전부

마을기업으로도 지정 받았다. 마을기업 사업은 정부가 2년에 걸쳐 최대

8000만원을 지원해 준다. 재정적으로 자립을 한 기업에는 금전적 지원

대신 경영컨설팅, 홍보, 판로 지원 등을 제공한다. 위드카페는 지난해 4

월부터는 손익분기점도 넘어섰다. 안정적인 자립 기반을 다진 셈이다.

함께하는 공간을 넘어 ‘의료협동조합’으로

‘사랑의 줄잇기’ 카페에서 시작한 활동이 올해로 8년째, 이들은 함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협동조합)’

을 준비중인 것. 의료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돈(출자금)을 모아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병원 운영비는 주민들이 모은 돈으로 충당한다.

의사는 치료 외에도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분석해 주민에게 필요한 건강

관리법을 알려 주고 다양한 건강강좌,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의사가 정

기적으로 가정방문을 해서 가족 전체를 묶어 몸 상태를 체크하기도 하

고,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취약

계층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후 치료보다는 예방을 강조하고,

공동체 안에서 건강을 관리해나가는 것. 현재 한국에 있는 의료협동조

합은 총 20곳이다. 최소 조합원 500명 이상에 자본금도 1억원이 넘어야

하는 등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

“저희의 목표는 지역에서 좋은 이웃이 되는 거예요. 저희 협동조합

이 의료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저희가 가진 기술을 잘 활용해서 지역

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돕자는 것이고요. 지금까지 그랬듯 저

희가 해야 할 일이 하나씩 들어오고, 기회의 문도 하나씩 열리리라 생각

합니다. 지역 내 저희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돈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탤 겁니다.”

이소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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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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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명이 만든

2017년의

특별한 달력

최성문 작가의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

2017년 달력을 만들기 위해 364명을 만난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주

어진 하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거든요.” 최성문(44) 작가가 364명의 사람

들을 직접 만난 이유다. 2017년의 하루, 하루를 364명의 다양한 사람들의

‘손글씨’로 채워나갔다.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 이주민들, 노숙자들, 탈북

자들, 유명인들도 만났다. 최씨는 오롯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네팔, 일본,

터키 등 다양한 나라에도 다녀왔다.

먼저 각 달마다 대상 그룹을 정하고, 그 사람들을 만나 직접 숫자를 선

택하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미가 가장 큰 날, 생일, 기념일, 심지

어 우연으로 날짜를 선택하기도 했다. “숫자 하나하나에 그 사람이 드러나

요.” 최 작가는 각각의 숫자에 그 사람만의 이야기와 스타일이 온전히 담

긴다고 했다. 달력을 한장 한장 넘기자, 최 작가의 말대로 숫자에서 개성

이 느껴졌다. 6월을 탈북자의 달로 정하고, 30명의 탈북자를 만나 직접

원하는 숫자를 쓰게 했다. 6월 달력을 넘기자, 11일과 25일이 눈에 확 띄

었다. “11일에서의 왼쪽 1은 북한을 의미하고, 오른쪽 1은 남한을 의미해

요. (그림 그린 분이) 북한과 남한이 같이 가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만들었

다고 해요. 이런 글자들, 그리고 숫자들을 보면 저마다의 컨셉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10월은 ‘SNS 친구들의 달’. 이 프로젝트를 위해 최 작가는 오프라인에

서 만나기는 어려웠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유명인으로는 아나운서

김용신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왜 365일이 아닌 364일일까. 최 작가는 365

일 중 하루, 10월 31일을 비워 놓았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의

미가 큰 것 같아요.” 1명의 빈자리를 또 다른 누군가가 ‘참여’하며 채워간

다는 의미로 기획한 장치다.

개성 넘치는 ‘참여 예술’, ‘하루를 쓰다’

최 작가는 국내에서는 자동차 없이 대중 교통으로만 이동하며 ‘하루

를 쓰다’를 채워나갔다. 경기도나 조금 더 먼 지역은 길게는 5시간까지 걸

렸다. 하지만 그녀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오히

려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녀가 이렇게 발품 파는 프로젝트를 하는 이

유는 무엇일까. 최 작가의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 수익금은 도시 빈민들과

다문화 여성을 위해 사용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364명의 사람들도

저절로 기부와 나눔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죠.” ‘하루를 쓰다’ 에는 여러가

지 뜻이 담겨있다. 첫번째로는, ‘시간을 쓰다’의 의미다. 시간(날짜)을 직접

쓰면서 사람들과 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두번째 뜻은 ‘하루를 산다’는

의미, 세번째 뜻은 ‘하루를 나눈다’의 의미다. “일종의 과정 예술이에요. 사

람들과 같이 소통하면서 즐길 수 있는 참여 예술이자 , 과정 예술, 나눔의

예술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가장 기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하루를 기부했다는 것. 최

작가는 웃으며 6월의 어느 날, 밴드 장미여관을 만났던 경험을 기억해냈

다. “날씨가 무더웠는데도, 긴 팔을 입고 있었거든요. 땀을 뻘뻘 흘리셨는

데도, 가치를 잘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즐거이 참여해주셨어요.” 유명인

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던 최 작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

1

32

1

'하루를쓰다' 최성문작가

©채주희

2

하루를쓰다 장미여관

©최성문

3

하루를 쓰다 다이어리 1월

©최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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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채주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청세담에서의 활동이 이제

마무리가 되었네요! 2016년에 했던 많은 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청세담인것같아요. 여태까지 해왔

던 것 생각해보니까 되게 뿌듯하네요. 솔직히 처음에

는 출결도 칼같이하고 과제도 있고 그래서 '이 많은 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잘해보이는데...'라

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이공계에다가 글도 많이 써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했었거든요. 그런데

하나하나 잘 설명해주시는 기자님들과 매주 했던 강의

시간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다양한 공익관련 개

념도 배우고 힘들기는 했지만 매주 카드뉴스 만드는

것이나 기사과제 내주셨던 것 덕분에 글도 나름(?) 많

이 는 것 같아요. 청세담하면서 진짜 너무 좋았던 것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거에요. 그냥 학교생활만 했

다면 같은 학교 사람들만 알았을텐데, 청세담을 통해서

다양한 전공, 다양한 학교,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랑 같이 인연을 맺고 얘기도 많이 나누다보니까 정말

정이 많이 들었어요.(살짝 아쉬웠던 것은 청세담 6기랑

모두 친해지고 싶었는데 제가 속했던 팀원분들이랑만

친해졌다는 점...? 그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활동하

면서 느꼈던 걸 다 말하다보니 두서가 없어졌는데, 진

짜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저처

럼 공익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언론계에 꿈을 가지

고 계신 분들이라면 청세담 활동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어요! 6개월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청세담! (P.S 제

멘토님이신 김경하기자님, 부족한 저를 많이 가르쳐주

시고 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0^ㅎㅎㅎ)

면서 노숙인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도움을 받아야할 사람들임에

도 불구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돕더라구요.”

사실 최 작가의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도 ‘하루

를 쓰다’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금 1580만원을 모아, 노숙인 무료 급식소

‘바하밥집’에 기부했다. 이 수익금으로 2015년, 서울 보문동에 만두가게인

‘만두동네’가 만들어졌다. 최씨는 노숙인들이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준 디딤

돌 같은 존재였다. “2014년의 반 이 상을 여러 노숙인을 만나면서 보냈어

요. 노숙인 급식소 배식 봉사를 하면서요. 단순히 밥만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겁니다.” 2015년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에

는 악동뮤지션, 가수 아이비, 가수 겸 배우 양동근, 배우 이선균씨 등도 참

여했다.

최성문 작가의 ‘아트랩꿈공작소’

최 작가는 전직 라디오 방송 작가이자, 현직 아티스트다. 2014년부터

는 일종의 예술 실험실이자, ‘아트랩꿈공작소’를 만들었다. 기업이나, 비

영리단체 개념이 아니다. ‘하루를 쓰다’에서의 개개인의 글씨체처럼 다양

한 예술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안해낸 것. 최 작가에게 ‘아트

랩꿈공작소’는 어떤 의미일까. “여러 장르를 융합해, 사람들의 다양한 꿈

을 응원하고 함께 그 길을 걷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한마디로, 다양한 형

태로 예술을 이야기하고 같이 꿈을 나누는 곳이죠.” 아트랩꿈공작소에는

여행할 때 만났던 안내인, 통역사들, 사진 작가들, 영상 및 음악제작자들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한다. 이들은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에도 많은 도

움을 줬다.

아트랩꿈공장소의 대표 프로젝트가 바로 ‘하루를 쓰다’ 인 것이다. 하

지만, 현재의 모습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같은 SNS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하루를 쓰다’ 라는 의미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최씨는 2016년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들을 이어 나가고 있

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자리이다. 연말부터는 성북예술

창작터에서 ‘하루를 쓰다’ 전시회도 열린다. 월별로 의미있는 그림들을 정

리하고, 참여한 사람들을 영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책

으로도 소통할 예정이라고. 최 작가의 ‘하루를 쓰다’ 전시회는 2016년 12

월 16일부터 2017년 1월 26일까지 성북예술창작터에서 만날 수 있다.

채주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여러 장르를 융합해,

사람들의 다양한 꿈을

응원하고 함께

그 길을 걷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한마디로,

다양한 형태로

예술을 이야기하고

같이 꿈을

나누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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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현실엔 매서운 추위의 겨울같이

힘들고 어려운 사각지대와 고쳐야할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청년기자가 이를 조명하고, 장벽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당신의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순간 청년 100명 긴급설문

“빈곤 포르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안동현

이들도 누군가의

아들, 딸입니다新사각지대…교도소 수감자 자녀 / 윤정혜

아이를 짓밟은 발자국,

시민들이 씻어냅니다 전수진 시민모임 발자국 대표 인터뷰 / 채수연

“학생은 공부만 하라구요?

우리는 음악도 하고싶어요!”음악으로 아이들의 꿈 찾아주는 드림트리 콘서트 현장 / 조일호

아이들에게 ‘놀이’를 찾아드립니다

‘놀이터를지켜라’ 출간한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옹호팀장 인터뷰 / 문현순

“1세대 활동가에게 듣는

국제개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국내 신생 국제개발 NGO

‘더 라이트 핸즈’ 손정배 대표 인터뷰 / 김설희

04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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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1

당신의 기부를

망설이게 하는 순간

청년 100명 긴급설문

"빈곤 포르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모기장이 필요합니다.”

목적은 같지만 방법이 다르다. 말라리아로부터 아프리카 아동의 건

강을 보호하자는 비영리단체의 SNS 모금함들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아

래 2개의 사진을 비교해보자. 아프리카 가나의 어린이가 모기장을 받고

활짝 웃는 사진과 말라리아와 영양실조로 목숨이 위독한 아프리카 4살

아이의 사진이 여러분 앞에 놓였다. 당신이라면 어떤 아이를 돕겠는가?

빈곤 아동 VS 변화된 아동, 청년의 선택은?

총 10개의 모금함을 예시로 들어, 청년들의 기부 의사를 물었다. 기

부 이후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아동의 사진, 현재 가난하고 빈곤한 상

황을 강조하는 사진 등 두 개씩 총 5개 세트를 대비했다. 조사 결과 빈곤

아동의 모습을 강조한 사진을 선택한 청년들이 총 291명(58%)으로, 변

화된 아동의 사진을 선택한 인원(249명, 42%)보다 많았다. 그러나 각 모

금함별로 청년들의 선택은 달라졌다.

첫번째 예시에서 빈곤 아동을 선택했더라도, 다음 예시에선 변화된

아동에게 기부 의사를 밝힌 청년들이 상당수였다. 반드시 자극적인 사

진이어야만 기부에 대한 동기를 느끼는 것은 아니란 것.

변화된 아동의 사진을 선택한 청년들은 “희망을 느낄 수 있어서”,

“나의 도움이 실제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서”와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아프리카 아동의 긍정적인 미래를 응원하고 동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것. 이들은 빈곤 아동의 사진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죄책감과 부담감이 든다”, “자극적이고 비극적인 장면의 재생산이

될 것 같다”, “지나친 동정심으로 인한 선행은 오히려 이기적인 마음에

서 비롯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반면, 빈곤 아동의 사진을 선

택한 청년들은 “불쌍해서”, “돕지 않으면 미안해서” 등 동정심에서 비롯

된 기부 의사임을 밝혔다. 또한 이들은 “변화된 아동의 사진보다는 당장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선택하게 된다”는 의견을 냈다.

10명 중 3명 온라인 기부 경험 있어···

기존 모금 방식에 대한 비판 높아

이번 설문에 참여한 청년들 중 온라인 또는 SNS를 통해 기부 경험

이 있는 이들은 10명 중 3명으로 나타났다. 기부를 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안타까워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청년들은 ‘기부할 여력이

없어서(33.8%)’, ‘온라인 모금함을 신뢰하기 어려워서(33.8%)’, 온라인

모금함을 발견하기 어려워서(23%), 자극적인 사진에 불편함을 느껴서

(18.9%)라고 답변했다. ‘현재 정기적으로 비영리단체나 사회 복지 시설

등을 후원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10명 중 3명의 청년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 계기로는 종교 활동이나, 미디어 접촉이 높은 비율을 차지

했다.

‘빈곤 포르노’가 화두다. ‘빈곤 포르노’란 사진이나 영상 같은 미디어

를 통해 개도국의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자극하고 상

업적 효과를 거두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모금 방송을 촬영하는 몇몇

PD들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아동의 얼굴을 꼬집어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흙탕물을 마시는 모습을 연출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의 모금 활동은 중단돼야한다”며 기

존의 모금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반면 비영리단체의 모금 담당자들은

복잡한 심경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자극적인 이미지에 기부자들의

지갑을 꺼내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동이 변화된 긍정적인 사진을 걸면,

모금 수치가 쭉 떨어지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며 입을 모은다.

더 나은 온라인 모금 방식은 없을까. 더나은미래는 만 39세 이하 청

년 108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진행했다. 비슷한 환경에 처한 두 아

동의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사진의 모금함에 기부하겠느냐’고 물었다.

청년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기부 이후, 삶이 변화된

아동의 모습

빈곤 아동의 현실을

직접 보여주는 모습설문 결과

예시 1

59명(54%) 49명(45.4%)

예시 2

56명(52%) 52명(48%)

예시 3

53명(49%) 55명(51%)

예시 4

40명(37%) 68명(63%)

예시 5

41명(38%) 67명(62%)

45.4%

54.6%

63%

37%

62%

38%

50.9%

49.1%

48.1%

51.9%

모기장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 말라리아로 생명이 위험한 핫산

※자료: 각 비영리단체 SNS

모금함, 위 사진들은 자체 설문

기준에 따라 대비한 것으로, 빈

곤 아동의 현실을 직접 보여주

는 사진으로 분류했다고 해서

‘빈곤 포르노’로 단정할 수 없

음을 알려드립니다.

10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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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안동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올해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날 즈음, 아버지께서 신문을

통해 조선일보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광고를 보셨다

며 여기에 지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알찬 방학을 보내

고자 머리를 굴리던 차에 아버지 말씀에 따라 옳거니

싶어 어떤 내용인지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기자를 양성

하는 훈련과정이면서 공익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교육

이 병행하는 곳이었습니다. 언론인이 되고 싶었고 한편

으로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유의미한 기여를 하고

싶었던 저에게는 지원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곳 같습

니다.

실제로 이번 과정을 통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쌓아나

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사를 직접 써보면서, 기

자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고, 더 끈

질기게 취재하고 훌륭한 기사를 남기는 저널리스트가

돼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

았던 것은 기자라는 꿈을 꾸거나 또는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청년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생경한 취재현장으로 출발할

때의 설렘과 긴장 그리고 실제 접한 현장과 취재원으

로부터 느낀 깊은 여운 등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

습니다. 공익이란 무엇일까, 더 나은 미래란 대체 무엇

일까, 그렇다면 저널리즘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라

는 질문이 6개월 동안 더욱 선명해지고 진지해졌습니

다. 앞으로 이에 대한 저 나름의 답을 찾고자 고군분투

하겠습니다. 아니 함께 그 답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한편, ‘자극적인 콘텐츠와 사진을 보고 기부하기 꺼려졌다’는 청년

은 57.4%로 높게 나타났다. ‘아동의 비참한 현실을 표현한 이미지가 개

도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높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

의 청년이 동의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개도국이 살기 어렵다는 인식만

심어줄 수 있다”, “구조적 문제인데 개인의 불행으로 몰고가는 느낌이

라 부정적이다”, “언젠가부터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드넓은 초원과 야생

동물보단 빈곤과 가난이 먼저 생각나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

는 아프리카는 다 미디어가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도국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90% 넘는 청년들이 ‘힘들게’, ‘가난하고 배고프게’, ‘양극화’, ‘꿈이 없이

살아간다’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 기존 모금 방식과 미디어의

콘텐츠에 피로감과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모금 방식 필요···인식 개선 확산돼야

설문에 참여한 청년들은 새로운 모금 방식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

다. ‘개도국 주민들의 긍정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모금함에 적

극적으로 기부할 의사가 있나’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이 ‘그렇다’고 답했

다. 이들은 “내가 하는 기부가 실제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이

보람이 된다”, “동정심을 자극하는 것은 이제 지양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모금함 활동이 어떻게 변해야

자극적인 콘텐츠와 이미지 때문에

기부하기 꺼려졌던 경험이 있으십니까?

42.6%

57.4%

있다 없다

개도국 주민들에 대한 인식에 미디어와

비영리단체 모금함이 끼친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응답 108개)

40

20

0

2 (1.9%)6 (5.6%)

27(25%)

42(38.9%)

31(28.7%)

절대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다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선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활용되고, 실제로 어

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결과에 대해 '발전대안 피다(PIDA:people's initiative for

development alternatives)'의 이재원 간사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촉구

했다. 개도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빈곤 포르노’가 확산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는 점에서다. 이 간사는 “아프리카는 가난하고 불쌍하다’

는 인식이 개도국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모금 방식에 이질감을 느

끼게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전개하

는 ‘아프리카인사이트’의 허성용 대표는 “아프리카는 서로 다른 54개국

이 존재하는 뜨겁고 방대한 대륙”이라고 표현하며, “복잡한 아프리카를

하나의 이미지로 이해하는 것에는 미디어의 편향된 정보 전달이 큰 원

인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명 중 7명의 청년이 ‘개도국 주민들

에 대한 인식에 미디어와 비영리단체 모금함이 끼친 영향력이 크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허 대표는 시민들의 인식이 중요함을 강조

했다. “자신의 일상을 모두 챙기고 단 한번 불쌍한 사진에 끌려 기부를

하는 것으로는 절대 아프리카의 현실이 변할 수 없어요. 더 많은 모니터

링과 꾸준하고 진실된 관심이 필요합니다.”

안동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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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2

이들도

누군가의 아들,

딸입니다

新사각지대 현장,

교도소 수감자 자녀

“늘 가슴이 조마조마 합니다. 애들 아빠를 찾을 때면 미쳐버릴 것 같

아요. 막내는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조금 더 크면 어떻게 설명

해야 할까요.”

최근 김성혜(가명·48)씨는 학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담임선생

님은 둘째 아들의 무단 결석과 절도 소식을 전하며, 학교 방문을 요청했

다. 가정형편상 잠시라도 일을 쉴 수 없는 그녀는 ‘죄송하다’는 말로 방문

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김씨는 아들의 비행이 언제부터 시작됐는

지 알고 있었다. 남편이 세 자녀를 두고 교도소에 갔을 때부터였다. 계속

된 아들의 방황, 사회적 편견에 그녀의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6만명. 매년 교도소에 수감되는 수용자(재소자)의 자녀 숫자다(민간

의 추정치로 현재까지 정부 정식 통계는 없음). 이들은 부모의 수감 이

후 정서적 문제를 겪으며 살아간다. 부모가 범죄자란 이유로 떳떳하게

살아갈 권리를 잃고, 가해자로 취급받고 있는 것. 실제로 수감자 자녀의

40% 이상이 말이 없어지거나 우울증(26%)을 겪는 등 심리·정서적으로

부적응 행동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도 더해진다. 수용자

가정의 16.5%가 기초생활수급자다. 2012년 우리나라의 전체 기초생활

보장 수급률이 2.7%인 것과 비교할 때 6배나 높다.

말뿐인 정책 발표···수감자 자녀 지원 시급해

지난 2011년 10월, 정부는 수용자 가족을 지원하는 특별 예산을 꾸

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이들을 위한 제대로된 제

도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02년 미국 정부가 수형자 자녀

를 위한 프로그램 지원 비용으로 500만 달러를 지원한 것과 대조적이

다. 국내 최초로 수감자 자녀의 인권 보호와 지원을 시작한 사단법인 ‘세

움’의 이경림 이사는 수감자 자녀들에게 시기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필

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수감으로 아동들은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 세움과 함께 수감자 자녀의 심리, 교육을

맡고 있는 브레이너리 민성혜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낮은 자아존

중으로 이어진다”며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진 이후엔 뒤늦은 지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도소 수감으로 인한 부모의 부재는 특히 미성년 자녀의 성장에 부

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미국 및 영국에선 수용자 자녀의 범죄율

이 일반 가정의 5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낸 바 있다. 부모의 범죄

가 아동의 범죄를 유발할 상관성이 높다는 것. 전문가들은 “부모의 부재

와 그로인한 관계성 악화는 미성년 자녀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친다”면서 “부모가 수감되면 자녀는 한쪽 부모 또는 조부모에 의해 양육

되는 한부모 가정 아동으로 성장하게 되므로, 경제적 어려움을 동반하

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성동구치소에서 미결수용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감 전 자녀 부양비를 ‘혼자서 부담’하거나 ‘배우

자와 함께 부담’한 이들이 90.5%에 달했다. 대다수가 자녀 양육비를 감

당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되는 것.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는 “수용자 가족들은 이미 소득 빈곤계층에 포함되고, 사회적 편견과 제

도의 미비로 ‘특수 취약계층’이 돼버린다”면서 “범죄의 사회적비용이 연

간 158조원에 이르는데, 부모가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부터 출소할 때까

지 자녀를 위한 단계별 지원과 보호가 있다면 부모의 재범은 물론, 혹시

모를 수감자 자녀를 향한 범죄의 대물림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용 구분 비율 (%)

수용 전 자녀 부양비

혼자서 부담 55.1

배우자와 함께 부담 35.4

배우자 혼자 부담 9.5

합계 100.0

자료 | 한일 수용자자녀 세미나, 신연희

<생계부양자의 상실 및 가정환경의 변화>

1

2

3

1

수용자 자녀 권리장전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제공.

내용 출처_ San Francisco Partnership

for Incarcerated Parents(sfcipp)

2

가족사랑캠프에 참여한

9세 여자 아동의 설문지.

부모의 수감여부를 떠나 모든 아동은

그들의 부모를 만날 권리가 있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3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사 이경림

©

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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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사회적 편견

“남편 죽인 여자! 살인마!

감옥에서 나오면 동네에 발도 못 붙이게 하자.”

오명혜(가명·45)씨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험했다. 평소엔 자

상하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남편 때문에 오씨와 자녀들은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지난 2014년, 알코올 중독 남편의 폭행을

참다 못한 오씨는 흉기를 휘둘렀고,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말았

다. 마을 사람들이 ‘감옥에서 나오면 동네에 발도 못 붙이게 하자’고 말

할 때마다 형제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선 부모의 범죄로부터 자녀는 결코 분리될 수 없

는 게 현실. 반면 해외는 다르다. 1998년 미국의 아칸소 고등학교의 총

기 난사 사건 때, 가해 소년의 가족에겐 욕설과 비방 대신 격려의 편지

들이 발송됐다. ‘지금은 당신의 아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니, 자주

면회를 가세요’라며 수감자뿐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배려와 걱정이 가

득 담겨있었다.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에게 가장 트라우마로 남

는 순간은 부모의 체포현장을 직접 목격했을 때”라며 “수용자 자녀를 위

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N 아동권리협약 제 3조 1항은 '법원

등에 의해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폴란드 경찰은

아동을 부모의 체포 현장과 분리하도록 교육받고, 노르웨이는 사회복지

국 직원과 동행해 아동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있다. 반면 한국에

선 체포현장에 남겨진 아동을 양육할 보호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 이에 수감자 자녀들은 집에 틀어박혀 사

회와 고립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부모 만날 권리, 단계별 지원책 마련해야

수감된 부모와 만날 권리인 ‘면접권’ 역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

다. 국내 미성년 자녀의 면회 경험은 37.3%(수용자가족방문실태 및 그

효과, 전영실·신연희)에 불과하다. 전국 교도소 등 관련 시설 52개 중 철

창이 아닌 아동 면회에 적합한 ‘가족 접견실’을 갗춘 곳도 25%(13개)뿐

이다. 부모의 수감이유를 정확히 듣지 못한 아동의 경우, 부모의 수감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수감된 부모라도 얼굴

을 자주 보지 못할 때, 오히려 자녀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UN 아동권리협약 9조에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아이들

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모든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하

며, 부모와 이별한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엄마 아빠를 모두 만날 수 있어

야 한다’고 명시된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이경림 세움 상임이사는 “영

국의 연구를 보면, 교도소에 수감된 부모를 아이가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다고 분석한다”면서 “교도소에 수감된

지 모르는 어린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떠났다고 생

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엔 수용자 자녀를 위한 면접

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서 “월 4~5회까지로 정해져있다”고 설

명했다.

체포 단계부터 재판, 출소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지원 및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이 설립한 사단법인

‘두루’에서 공익 변론을 하고 있는 강정은 변호사는 “부모를 체포할 때

미성년 자녀를 고려한 ‘체포절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수감자가 유

일한 양육자일 경우 남겨진 아동을 보호할 사람을 지정해야한다”면서

“형이 확정된 후엔 자녀에게 면접권과 형사사법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

공하고, 자녀의 학교 및 지역사회 멘토링을 통해 도움을 지속해야한다”

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경찰, 검사, 교도관 등 법을 집행하는 관계자

들을 대상으로 수감자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매뉴얼과 교육이 마

련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윤정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4

4

부모가 체포된 후

양육자가 없어

혼자 남겨진 아동

© Arizona's Children

Association Pima

Prevention Partnership,

2011.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윤정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기자.' 기자가 되겠다고 마

음먹은 때부터 막연히 가졌던 모토였다. 비정규직이 그

의 노동에 맞는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장애인과 같은 사

회적 약자가 자립하기에 좋은 세상. 잘 알지도 못하면

서 바랐던 거였다.

그래서 청세담이 좋았다. 지속가능한 사회, 기업정신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웠고 더 간절하

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또, 조선일보 더나은미

래 청년기자라는 타이틀은 대단했다. ㅋㅋ 고등학교 때

부터 늘 취재하고 싶었던 가해자가족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

다. 기자 지망생으로선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6

개월동안의 수업에서 내 부족한 글솜씨와 말재주를 여

실히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더 기자가 되고 싶어졌다. '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기자' 그 모토가 불가능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청세담에게 고맙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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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3

아이를

짓밟은 발자국,

시민들이

씻어냅니다

전수진 시민모임 발자국 대표 인터뷰

“집회의

최종목적은

전반적인

아동의

권리보호다”

경기도 여주군의 한 주택가. 한 40대 아저씨는 집 근처 수돗가에서

물놀이 중이던 4살 짜리 여자 아이를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유인했

다. 그리고는 야산으로 데리고 가, 성추행을 했다. 아이는 생식기를 크

게 다쳤다. 세상에 나온지 채 만 4년도 안 된 아이였다. 부모는 충격으

로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이 마비됐고, 어머니는 가게 운영을 중단했다.

아이는 정신연령이 40개월에서 29개월로 퇴행했고, 남성기피증도 생겼

다. 그야말로 한 가정이 산산조각이 났다.

2012년 여름, 세상을 떠들썩했던 여주 4세 여아 성추행 사건. 이 사

건에 분노한 건 부모뿐만이 아니었다. 네티즌들은 하나, 둘 온라인에

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주세요!" 지난

2008년 조두순 사건으로 아동 성폭력 여론은 들끓었지만, 가벼운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과 함께 현장은 달라진 것이 그다지 없었다. 4년 후, 다

시 벌어진 끔직한 사건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다음 아고라에 아동성범

죄 가해자 엄중 처벌을 바라는 청원을 작성했다. 시민들의 움직임 속에

하나의 커뮤니티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시민모임 발자국’이다.

“그 때 피해 아동을 향한 악플을 보며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들이 분노했던 기

억이 나요. 제 딸이 네 살이 되던 해였어

요.“ 시민모임 발자국의 전수진 대표(39)

가 말했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시민모임

발자국은 2012년 제2의 조두순으로 불리

는 고종석 성폭행 사건이라는 큰 일이 있

고 나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카페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고,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거리로 나왔다.

“피해보다 짧은 형량, 판사들은 각성하라”, “아동 성범죄 최소형량 20

년”을 외치며 서울역, 부산, 대전, 수원 등지에서 40회가 넘는 오프라인

집회가 열렸다. 이러한 집회들의 최종목적은 전반적인 아동의 권리보호

다. 이를 위해서 일차적으로 아동성범죄자 형량강화를 주장하며 목소리

를 내고 있다.

발자국의 목소리 “아동 성범죄자 최소형량 20년 보장하라!”

아동 학대로 살인까지 이르게 한 가해자의 평균 형량은 7년. 2016년

국회 법사위 소속 박주민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

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까지 아동 학대 사망 판결 31건 가운데

살인죄가 인정된 것은 단 5건뿐. 나머지는 상해치사(7건), 유기치사(4

건), 폭행치사(4건), 학대치사(3건) 등으로 처벌돼 평균 7년 형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진 대표는 “피해자 아동과 가해자가 분리되어 보

호받을 수 있도록 최소 20년 이상의 형량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형량이 강화된다고 해서 성범죄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발자국은 피해자의 회복 관점에서 형

량 강화를 주장하는 거에요. 피해자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

람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이 나라의 법체계를 믿을

수 있을까요? 회복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던지는 거죠.”

성폭력 피해아동에게 음란 댓글을 단 악플러를 고소해 벌금형을 받

게 하며 선례를 만들기도 했다. “그 전에 고소하기를 누르면 그냥 댓글

이 사라지는 정도였는데, 직접 공소장을 접수하여 벌금형을 받게 했다

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과기록이 남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선례가 있으면 그런 악플에 대해 계속 벌금형을 주기 쉬워지는 면도 있

고요. 이후로 확실히 악플들이 많이 사라지기도 했어요.”

여주 여아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시민모임 발자국은 2014

년,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됐다. 전수진 대표가 처음부터 비영리 단체

의 일을 해왔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

1

2

3

1

시민모임 발자국의

전수진 대표

ⓒ시민모임 발자국

2

발자국은 아동성폭력

및 아동학대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이다.

ⓒ시민모임 발자국

3

발자국의 지속적인

아동성폭행범 형량강화를

위한 서명운동

ⓒ시민모임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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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채수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 뭔가에 새로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한 청세담

이 어느덧 6개월의 시간이 흘러 끝을 맺게 되었다. 길다

면 긴 6개월간의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던 취재원과의 인터뷰를 해낼 수 있었던 이유

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멘토 기자님, 청세담 조원들

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팩트체크를 안하면 기자가 욕먹어!'라며 참기자의 모습을

보여주신 멘토 기자님, '괜찮아, 나도 안했어~'라며 안심

시켜준 동기들이 가장 생각이 난다. 모두에게 덕분에 즐

거웠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기사쓰기 실습, 공익현장가들의 이야기는 분명 청세담에

서만 배울 수 있는 값진 것들이었다. 특히 각자의 자리에

서 묵묵히 공익을 위해 일하는 공익현장가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들은 청세담이었기 때문에 들을 수 있었다.

이 후기를 읽는 사람들에게 나는 청세담으로 시작한 내

새로운 도전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고 말하고 싶다."

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7년간 일을 했던 그는 2014년 발자국이 민간

단체 인가를 받으면서 일해왔던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조그만 스타

트업에서 일을 하며 대표직을 병행한다.

“비영리 단체의 대표 자리는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에요. 어떤 사

안에 대해 본인이 얘기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이에요. 발자국이 만들어질 당시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분노했

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어떻게 보면 그 분들도 저와 같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함께 분노하고, 그것이 단초가 되어 모임

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막 무언가를 만들려 노력하지는 않았어요.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지고 이만큼 커온 것 같아요.”

집회부터 공연, 노래 제작, 세미나까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섭니다

발자국은 집회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캠페인도 함께 했다. 발자국의

사업 키워드는 ‘감시, 공감, 힐링, 교육’이다. 발자국은 아동성폭력 및 아

동학대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진

행한다. 2016년 9월, 아이돌 가수 레인보우 김재경도 발자국의 기금 마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름하여 ‘도담도담 프로젝트’. 김재경이 직접 스

케치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팔찌는, 하나 판매될 때만 30% 수준이 1만

3000원이 아동성폭력 및 아동학대 피해자 아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크라

우드펀딩 목표액 645만원만원을 넘긴 720만 8000원 모금을 달성했다.

예방 차원에서 교육도 진행한다. 아동 학대 예방 인형극 ‘꼭! 꼭! 꼭!’

을 제작해서 공연하며,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울 국제 유아교육전에

서 관련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또한 발자국 합창단을 만들어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위해 노래 ‘우리가 지켜줄 테니’를 제작해 각종 음악사이트

에 등록하였으며 2013년에는 영화 ‘소원’의 시사회 진행을 맡았다.

전 대표는 아동성범죄가 완전히 없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

다면, 이를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호흡으로 이러한 이슈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

다. 집회를 열고, 피해자 아동들에 대한 악플을 신고해 벌금형을 받게

하고, 여러 캠페인들을 벌이는 일들은 이제 전 대표에게 숙명 같은 일이

다. “사실 꿈에 대해 생각해보며 살아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근데 아

이를 낳고 나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모든 부모들이 그

럴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한 세상에서 살

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그녀는 결혼 후 아이가 한 살이 되던 해에 입양 가기 전의 아이들을

봉사하고 양육하는 ‘성가정입양원’에서 6개월 정도 봉사를 했다. 봉사자

들이 2시간마다 바뀌면서 아이들을 돌봐줬다. 봉사자가 교체될 때마다

아이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이 바뀌어 혼란을 겪는다.

“저 같은 사람이 와서 봉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아이는

자신을 돌봐줄(입양을 가지 못한다면 고용이 되어서 하루 종일 자신을

돌봐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위

해선, 아이들에 대한 정부 시스템이 적절하게 작동해야하는 거죠. 마침

발자국이 하는 일도, 이런 생각과 맥락이 같았어요. 이젠 발자국의 미션

이 저의 꿈이고, 숙명이라 생각해요. 제 딸이 4살 때 시작한 일인데, 딸

아이가 벌써 8살이 돼서 집회에도 함께 나간답니다(웃음). ”

채수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6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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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집회사진 ⓒ시민모임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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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4

학생은

공부만 하라구요?

우리는

음악도 하고싶어요!

드림트리빌지지 드림트리콘서트 현장

“‘드림트리빌리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배울

여건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해

실용 음악을 가르쳐주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수능을 불과 2주 앞둔 시기에, 고3 수험생 조한비(18)양은 무대에 섰

다. 친구들은 독서실에서 공부와 씨름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조양은 밴

드 연주에 맞춰 가요 ‘하늘바라기’를 불렀다. 그녀의 모습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꼬마야 약해지지 마/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는 마."

길고 긴 수험 생활을 버티는 데 힘이 되어 준 노래였다.

"가장 큰 별이 보이는 우리 동네/ 따뜻한 햇살 꽃이 피는 봄에/

그댈 위로해요/ 그대만의 노래로"

음악으로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드림트리 콘서트

2016년 10월 29일, 용산구청아트홀 소극장 가람에서 드림트리콘서

트가 열렸다. '드림트리빌리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배울 여건이 안 되

는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해 실용 음악을 가르쳐주는 예비사회적기

업이다.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주 1회 실용음악 개인레슨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은

2013년부터 용산구에서 AM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던 이성교(35)씨. 그

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2014년 '드

림트리빌리지'를 시작했고, 2015년에는 서울시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등

록됐다. 이곳에서는 다문화, 소년소녀 가장, 새터민, 한부모 가정, 저소

득층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9개월간 주 1회 실용음악 개인레슨을 진

행한다. 비용은 실용음악 학원 수익과 후원 및 재능기부를 통해 이루어

진다. 모든 교육이 끝나면 음악을 가르쳐 준 선생님들과 주민들, 가족

및 친구들 앞에서 그동안 연습한 결과를 선보인다. 그렇게 해서 연 콘서

트가 2014년을 시작으로 벌써 3회째다. 드림트리빌리지를 거쳐 간 아이

들만 50명이 넘는다.

올해 드림트리콘서트 주제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보컬에서부터

피아노, 기타, 베이스, 코러스까지 모두 아이들이 도맡았다. 그렇게 서

로 다른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거창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노래 한 곡 한 곡에 소박한 꿈과 그들의 이

야기를 담았다. 이날 ‘하늘바라기’ 외에도 ‘물들어’, ‘선물같은 너에게’를

부른 조한비양은 한번쯤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포기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드림트리빌리지를 만난 그는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노래 부르

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요. 고3이라 힘든 시기 거치면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는데 노래가 큰 힘이 되어주었어요.” 19명의 친구들과 만나 함께

노래하는 시간은 수험 생활의 활력소였다.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형편 때문에 숨겨왔어요.”

김성은(17)양은 드림트리 1기가 시작할 때부터 3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빗속에서’, ‘집으로 데려가줘’ 등 2곡의 가요

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그녀는 작곡을 전공하는 것이 꿈이다. 드림트리

를 만나기 전까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녀

는 이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드림트리를 하면서 느낀 건, 제가 노력

하면 안 되는 건 없는 것 같다는 거예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끝까지 포

1

지난 10월 29일 열린

드림트리콘서트 현장

©조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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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트리빌리지 이성교 대표

ⓒ드림트리빌리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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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조일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쓰는 게 좋다. 전엔 잘 몰랐다. 처음으로 내 기사가 올

라간 날, ‘잘 읽었다’는 말에 더없이 뿌듯했다. 공들여

쓴 기사가 네이버에 노출됐을 땐 캡처까지 해 놨다.

두 편의 기사를 쓰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사회엔

기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다. 내가 취재했던 사람들은 넉넉하지 않은 재정에도

공익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년기자'라

는 타이틀의 책임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그런 기자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김경하 기자님 폭풍 피드백 감사합니다!

같이 고생한 김경하 기자님의 키즈들도 수고하셨습니

다. 함께 카드뉴스 만들었던 자랑스러운 2조 친구들,

언제 또 족발 먹으러 가자.

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양은 음악을 배우면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선생님들한테 음악 배운 것처럼 저도 나중에 커서 똑같이 나눠

주고 싶어요.”

이날 콘서트에서는 14곡의 아이들의 공연과 함께, 선생님들의 축하

공연도 어우러졌다. 가요 ‘물들어’, ‘선물같은 너에게’ 곡에서 보컬을 맡

은 최유미(17)양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고

1 때 진로를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피아노 치는 거랑 노래하는 걸 되게

좋아했는데, 집안 형편도 그렇고 부모님도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어쩔

수 없이 취미로라도 배우고 싶었는데 드림트리 덕분에 그 연결고리를

찾게 된 거죠.”

최유미양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부모님의 반대도 꺾었다. “사실 제

가 취미로라도 여기 다니고 싶다고 했을 때에도 부모님은 반대하셨거든

요. 그런데 제가 음악을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니

까 괜찮아 하시더라구요. 제 입장에서도 음악을 즐기면서 남는 시간에

공부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구요. 그래서 고3이 되도 할 거예

요.” 최양은 노래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 “예전에는 그냥

멜로디에 가사를 얹는다는 느낌이었는데, 요샌 가사를 음미하고 감정을

넣어서 부르는 법을 배웠어요.”

이날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드림트리 3기의 모든 과정이 끝났다. 10개

월 동안 음악과 함께 하며 아이들은 한층 성장했다. ‘공부는 안 하느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뿌듯했다.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즐겼으면 좋겠어요.” 쌀쌀한 바람이 부

는 가을, 공연장은 아이들 저마다의 사연과 꿈의 열기로 가득 찼다.

조일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3

3

드림트리콘서트에

참여한 아이들

ⓒ드림트리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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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놀이터, 모든 놀이의 시작

“저를 키운 건 8할이 놀이터에요. 아이들이 항상 놀이터에서만 노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는 놀이터라는 공간이 아이들이 모여 놀이를 시작하

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저만 해도 어렸을 때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영역’

을 넓혀 나갔는데, 그 시작점은 늘 놀이터였어요. 아이들이 ‘자신들의 공간’

이라고 느끼고 모여드는 공간인거죠.”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그는 외로움을 잘 느

끼지 않았다. 놀이터에 가면 언제나 동네 형, 누나, 친구들이 있었기 때

문이다. 매일같이 골목을 누비고 논두렁을 뛰어 다녔다. 어린 시절, 제

씨의 일기는 언제나 ‘참 재미있었다’로 끝났다.

불과 몇 십 년이 흐른 지금 이런 모습은 흔하지 않다. 현대의 어린이

들에게는 놀 여유가 없다. 학교 쉬는 시간에는 밀린 학원 숙제를 하는 아

이가 다수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어지는 사이클 틈에 짬짬이 시간이

비더라도 놀만한 공간이 마땅하지 않다. 제씨는 “맘껏 놀지 못하는 아이

들의 현실에 대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2014년 세

이브더칠드런 내에서 ‘UNCR31스터디’를 꾸린 이유다. 스터디의 이름은

아이들의 놀 권리를 규정한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에서 따왔다.

“놀 공간이 문제가 아니라 ‘놀 시간이 없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많

았어요. 그런데 노는 시간이 부족한 건 거대한 대한민국 사회 구조와도

맞물려 있고, 당장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렵잖아요. 이런 상황에

서 잘 만들어진 놀이 공간이 많아지면 그만큼 놀이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어요. 아이들은 땅파고 긁으면서 놀기도 하고, 기구를 활용하기도 하

고, 지옥 탈출 놀이나 딱지치기 같이 놀이를 만들어가면서 공간만 있으

면 신나게 놀아요. 부모님들 입장에서도 안전한 놀이공간이 있으면 더

안심하고 아이들을 보낼 수 있을 테고요.”

9개월 간, 그는 5명의 스터디 구성원들과 함께 외국의 사례를 찾아

보기도 하고 아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상당수의 아이들은 놀이

터를 자신에게 ‘중요한 곳’ 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서

5

아이들에게

‘놀이’를

찾아드립니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옹호팀장 인터뷰

“놀이터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공간’이라고

느끼고 모여드는

공간인거죠”

“1600년대 서양의 대표적인

풍속화가 프터 브뤼헐이 그린

‘아이들의 놀이’라는 작품이 있어

요. 마을 공터에 수십 명의 아이

들이 나와서 어른들과 함께 노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에요. 자세히

보면 그 안에 50개도 넘는 아이

들의 놀이를 발견할 수 있어요. 굴렁쇠도 굴리고, 담도 넘고, 춤도 추고

요. 더 놀라운 건, 몇 백 년 전의 그림이지만 요즘 아이들의 놀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놀이’라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본능이라는거

죠.”

제충만(31)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권리옹호부 국내옹호팀장의 말이

다. 햇수로만 3년. 그는 아이들의 놀이터를 되돌려주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내 작은 스터디에서 시작된 ‘놀이터를 지켜

라’ 프로젝트는 현재 도시 놀이터 개선, 농어촌 놀이터 짓기, 잘 노는 우

리 학교 만들기, 정책 개선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30일, 그는 ‘놀이터 지킴이’로 활동한 586일간의 기록을 모은 ‘놀이

터를 지켜라’ 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가 ‘놀이터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

지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저만 하더라도 제가 뛰어다니

던 공간들이 모두 제 동네였어요.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를

제외하고서는 마땅히 ‘내 구역’이라고 할 만한 공간이 없죠.” 제씨는 스

터디를 통해서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놀이터가 얼마나 중

요한지를 깨달았다.

2014년 5월,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

(Gunter Beltzig) 선생의 이야기가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계기가 됐

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무렵이었다. 귄터 선생은 일방적 지시에 익숙

해진 한국 아이들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에는 ‘얌전히 있어라’, ‘뛰지 말

아라’, ‘들어가지 마시오’와 같은 금지 사항이 너무 많다는 것. ‘아이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맘껏 뛰어 놀고, 새로운 놀이에 도전하며 자랐다면

세월호 참사가 지금과는 달랐을까?’ 이런 고민은 제씨가 본격적으로 놀

이전문가들을 만나 ‘좋은 놀이터’를 기획하도록 이끌었다. 야외 놀이 프

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 그린트러스트, 편해문 놀이 활동가 등이 이 때

만난 인연들이다.2

3

1

1

놀이터 개선 작업 바닥 벽화

ⓒ세이브더칠드런

2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놀이터를 묻는

'디자인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3

달밤극장풍경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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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가을

청년 세상을 담다

문현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다시” “한 번 더” 청세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입니다. 첫 조 친구들과 카드뉴스를 만들면서 구성안을

다시 짜기를 반복했고, 두 번째 조 친구들과 기사 아이

템을 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 나은 걸 해내고 싶

다는 마음이 계속해서 도전하게 만든 겁니다. 저 뿐 아

니라 함께 했던 6기동기들, 멘토기자님들 모두 한 마음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들어올 7기 친구들도 “다

시” “한 번 더” 도전하는 경험을 얻어가기를 바랍니다.

놀이 공간의 새로운 판을 짜다

지난 1월, 제씨는 그린트러스트의 소개로 서울시 공원협력팀과 연

이 닿았다.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세화놀이터와 상봉놀이터, 두 놀이

터를 수리하기로 됐다. ‘다음 세대의 건강하고 창의적인 성장’을 미션으

로 하는 벤처 기부 펀드 ‘C프로그램’, 사용자 경험 디자인 회사 ‘pxd’, 게

임·놀이 기획사 ‘놀공발전소’와 함께 손을 잡았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

려주기 위해’ NGO와 지자체, 기업이 머리를 맞댄 것. 그는 이 과정에서

“지역 어른들과 아이들을 수리 과정에 참여시키는 걸 강조했다”고 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3개월에 걸친 놀이운영 프로그램을 실

시하고, 지역 놀이터 활동가를 양성을 위해서 주민 설명회와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워크숍도 진행했다. 놀이터가 어떤 공간인지 지역

주민들이 알아야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놀이터를 만드는 것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망가지는 건 순

식간이에요. 저희가 놀이터를 탐방 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데 ‘시끄럽다’며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저희는

계속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이게 어떤 공간인지 이야기하고, ‘아이들에게

도 놀이터에서 놀던 추억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저희 편으로 끌어

들여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주려는 어른들

도 생겨야 놀이터를 지킬 수 있더라고요.”

작년 한 해, 6개월에 걸쳐 새롭게 태어난 놀이터. 폐쇄 위기에 놓였

던 두 놀이터가 아이들이 찾아오는 아지트로 거듭났다.

“한번은 개조 공사 마친 뒤에 세화 놀이터에 찾아갔는데, 자전거들

이 쫙 세워져 있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세화 놀이터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학교 친구들에게 ‘우리 동네에 재미있는 놀이터 생겼다’면서

다 불러 모은 거예요. 세화 놀이터가 초등학교에서 좀 떨어져있다 보니

멀리 사는 아이들이 자전거 타고 몰려온 거죠.”

2015년 9월에는 ‘세화·상봉 놀이터’ 백일잔치도 열렸다. 그는 놀이터

활동가로 변모한 지역 주민들을 발견했다. ‘진현이랑 같이 술래잡기할

래?’ 라고 적힌 손수 만든 포스터에서부터 직접 붙인 발자국 모양 스티

커,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각종 놀이도구까지,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것들이었다.

작은 변화가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믿

음. 그가 ‘놀이터를 지켜라’를 쓰게 된 이유다. 책의 긴 호흡 만큼이나 아

동의 놀 권리에 대한 문제의식도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요즘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아이들 잘 못 놀게 해요. 다치거나 시

끄럽다는 여러 이유에서죠. 아이들도 학원 숙제가 너무 많다 보니 ‘놀 시

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요. 노는 건 아이들의 당연한 권

리예요. 저희만 해도 어렸을 때 너무 신나게 놀았잖아요. 그게 자산이

되고요. 독자 분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서, 지금의 아이들

도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놀이터를 지

켜라’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질 겁니다.”

문현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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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디자인 설명회

아이들 모여있는 모습

© 세이브더칠드런

Edito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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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청년 세상을 담다

6

1세대

활동가에게 듣는

국제개발협력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

국내 신생 국제개발협력 NGO

‘더 라이트 핸즈’ 손정배 대표 인터뷰

“20년 전만해도 사람들이 ‘국제개발’에 대해 잘 몰라 ‘부동산학과냐?

도시 계획이냐?’라고 할 정도였죠.”

국내 신생 국제개발협력 NGO ‘더 라이트 핸즈’의 손정배 대표는 웃

으며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1세대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다. ‘더 많은 것

을 경험하면서, 남도 도울 수 있다’는 욕심에 황무지 같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뛰어들어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국제개발협력을 전공, 이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장기 해외 사업을 맡았다 최근엔 직접 NGO를 세웠

다. 국제개발협력에 대해선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주인공인 셈. 손 대표

에게 국제개발협력 현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

해 들었다.

다른 문화에 대한 작은 호기심,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로 거듭나게 해

손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남달랐

다. 그 해소 창구가 된 건 의료 및 종교단체의 해외봉사활동. 첫 시작으

로 기아대책을 통해 우간다에 1년간 봉사를 떠났다.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뛰어 놀던 아이가 며칠 뒤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상

처가 굉장히 컸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의 지속적인 삶과 성장을 위해

내가 좀 더 배워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됐죠.” 이후 그는 영국 유

학을 결심했다.

영국 유학을 마친 후 2011년, 손 대표는 영국계 NGO ‘세이브더칠드

런’에 입사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우즈베키스탄 지부장으로 3년간 근무

한 시간은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다. “이전까진 국제개발을 책

으로 알았던 것 같은데, 우즈베키스탄에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가

노력할게 뭔지, 어떻게 현지와 함께 해결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했죠.” 대

표적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 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관련 책자를 섭렵하고 고려인 문화협회를 수시로 방

문해 그들과 친분을 쌓는 등 수혜자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

력했다.

이뿐 아니다. 당시 다른 단체들이 당국 정부 자료로 사업성과 보고서

를 작성했던 반면, 그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변화를 직접 보고 사업을 평

가했다. “의료진들에게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교육하는

보건의료사업을 했죠. 6개월 뒤 다시 의료진들을 찾아가 현장 상황을 살

폈죠. 정부가 놓치고 있던 지역 상세 데이터를 도출하자, 정부는 데이터

를 대외비로 처리하기도 했어요.” 현장과 가까이에 있어 감동도 훨씬 컸

다. 연세대학교 소아심장 수술팀과 협력해 우즈베키스탄 수혜 아동을

심장 수술한 일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예전에는 아파서 웅크리고 있

고 입술도 파랗던 아이가 수술 후, 엄마에게 안겨 건강한 웃음을 되찾은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국제개발협력의 새 지평 열기 위해

직접 NGO 설립 나서

임기를 마친 후 손 대표는 국제개발협력 NGO인 ‘글로벌 투게더’에서

2년간 총괄본부장을 지내며 해외 사업뿐 아니라 인사, 회계 등 조직 운

영 전반을 책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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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더 라이트 핸즈

손정배 대표

ⓒ박창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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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트 핸즈 간판

ⓒ박창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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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청년 세상을 담다

Editor's Note

김설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르게 담

아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청세담은 세상을 향

한 올바른 시선과 이를 담아내는 필력을 쌓을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만큼 제게는 간절했습니다. 다른 일

정은 제쳐두고 청세담부터 챙기기 위해 모집 공고가 뜨

기 전부터 언제 개설하는지 묻기도 했더랍니다.

매 수업이 소중했습니다. 연사 분들과 나눈 인사이트

그리고 마음가짐. 예비기자로서 어떤 사연을 담을지 뿐

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배

울 수 있었습니다. 연사 분들을 보며 아직 세상은 살만

한 곳이라는 걸 느꼈다면 다소 거창할까요?

혹독했던 과제의 난. 르포, 기획기사 등을 쓰며 취재의

매력과 고난을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홀몸 어르신을

수소문 하겠다고 종로 일대를 어슬렁거리던 그 시간을

잊지 못할 겁니다, 정말.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살뜰

히 챙겨주시던 더나은미래 기자 여러분들께도 감사 드

립니다. 10년 뒤 조금 다른 삶을 그려내고 있겠지만 함

께 과정을 지내온 조원 분들도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있

을 것 같아요. 이 소중한 인연을 오래 이어가고 싶네요.

훗날 제가 어떤 형태로 살고 있을지는 아직 막연합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세상을 담는 그릇으로 자리하고 있을

건 확신합니다. 늘 따뜻한 시선으로 공익 현장을 관찰

하고 작은 손으로 차곡차곡 써내려 가겠습니다. 한 뼘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발돋움하겠습니다."

하지만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갈증은 계속 남았다. 대부분 국제

개발협력 활동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다 보니 수혜국이 대한민국과 협

력국이 아니거나 현지 대사관이 없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한계가

있던 것. “보조금이 놓치는 부분을 채우고 싶었죠. 그래서 올해 직접 ‘더

라이트 핸즈’라는 NGO를 설립했어요. 보조금이 닿지 않는 소외지역까

지 보듬고 현장활동가들도 맘껏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고요

(웃음).” 이런 뜻에 공감해 더 라이트 핸즈는 올해 설립했으나 벌써 후원

자가 200명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단체는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이외에 우리나라 대사

관이 없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급을 안 해온 스와질랜드에서 보건의료지

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손 대표는 “스와질랜드에서 알비노(백색증)

환자 지원 캠페인을 진행한다”며 “이렇게 작은 돈으로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아동결연을 넘어 ‘가정결연’ 사업을 이어간다. 그는

“빈곤의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아이만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아이의 1차적 배경이 되는 가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

해 더 라이트 핸즈는 한 가정에 3년간 종자돈을 지원하고 기간 내 독립

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 “동남아 가정은 생각보다 자립의지가 강해요.

첫 토대만 마련해준다면 충분히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죠.”

끝으로 그는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현장활동가

들은 하나의 메신저이자 중개자일 뿐, 마치 자신이 원조를 주는 것인 양

착각에 빠져 오만해선 안 된다”며 ‘겸손’을 강조했다. 이어 수혜자들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 선

입견으로 상대가 필요한 것을 단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필리핀에서는

대나무로 화장실을 짓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와준다며 시멘트로 화

장실을 지었더니 현지 사람들은 너무 깨끗한 나머지 그곳에 불상을 두

고 사당으로 씁니다. 실무자로서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현지 문화

에 더 다가가야 합니다.”

김설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빈곤의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아이만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아이의 1차적 배경이 되는

가정을 지원해야 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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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트 핸즈

회의실 비치 사진

©박창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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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미래 기자들이

청년 기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

To. 굿바이 나의 멘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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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름

하태

조이름

쿠우

멘토 정유진 기자

멘티 (왼쪽부터) 윤정혜, 김지은,

안동현. 변지영, 윤지원

멘토 김경하 기자

멘티 (왼쪽부터) 채수연, 채주희,

이수정, 조일호, 정소영

매주 멋진 카드뉴스를 척척 만들어내며 기자들을 놀라게 했던 청세담 6기! 가장 어린 나이에

팀장을 맡았는데도 맏언니처럼 팀원들을 챙기고 항상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분위기메이커가

돼준 지원이, 기자라고 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자정신으로 똘똘 뭉친

실력파 정혜, 진중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으로 폭풍 성장한 동현, 주말취재도 마다않고 어디든

나타나 멋지게 취재하고 더나은미래에 예쁜 얼굴사진까지 실린 지영, 취업 준비하랴 학교 다

니랴 바쁜 와중에도 어느 과정 하나 빠지지 않고 끝까지 멋지게 마무리해준 모범생 지은. 모

두와 함께한 지난 6개월 참 행복했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우리는 함께합니다!!

6개월 동안 배운 것들이 지식으로 남는 건 그리 많지 않을 거야.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삶의 방식들. 그리고 친구들과 선배들이 큰 자산이 아닐까 싶어. 바쁘고 힘

든 길을 걸어가지만, 주위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들을 잊지 말길!

야무진 수정, 성실한 일호, 열정적인 소영, 엉뚱한 주희, 발랄한 수연, 그리고 능글맞지만 미

워할 수 없는 대영이까지! 그동안 팩트 폭력 당하느라 수고 많았다!!

청년 세상을 담다

에필로그 에필로그

청년 세상을 담다13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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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름

4이좋죠

조이름

유니조

멘토 주선영 기자

멘티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지원, 이소영, 김희린, 문현순,

조용우, 윤병훈

멘토 강미애 기자

멘티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설희, 송기완, 정경훈, 오영주,

김영은, 김소영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몇 번이나 고민하고 다시 끝까지 찾아보며 의논하던, 우리조의 상큼

에너자이저 지원. 애정 어린 시선으로 깊이 듣고 잘 담아내던, 매번 ‘글 읽는 맛’을 주던 소영.

고민을 들고 찾아와서 나에게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던 외유내강 희린. 동그란 눈으로 ‘취

재를 빙자한 춘천 여행 계획’을 펼쳐놨던,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아는 듯한 현순. 뻣뻣하지만

작은 이야기도 집중해서 듣고 취재에 녹여내던 듬직한 용우, 굳은 심지로 우리 조에 ‘이리카

페’,’젠트리피케이션’, ‘노숙인 인문학 교육’같은 즐거운 화두를 던져줬던 진국 병훈, 바쁜 일

정에도 끝까지 함께 온 똑 부러지는 막내 지윤 까지.

만났던 첫 순간부터 ‘기자 다시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부터 늘어놨는데, 이탈자 한 명 없이 일

곱 명 모두 함께 끝까지 왔네. 고맙고 또 축하해요. 취업, 진로, 미래에 대한 고민에 학업까지

병행하느라 쉽지 않은 6개월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청세담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 새로운

삶의 방식,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는 6개월이었기를.

4개월 전 멘토링을 처음 시작할 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지 몰랐던 것

같아. 아직 알려주지 못한 것들이 많은데 벌써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내

가 준 것보다 내게 준 것이 더 많은 유니조 친구들. 따로 또 같이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최선

을 다해 청세담에 참여해줘서 너희를 만나는 금요일은 내 일상의 큰 기쁨이고 에너지였다. 청

세담 전날 밤새 준비해왔던 설희의 열정, 언제나 묻고 그걸 잊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는 소영

이의 적극성, 취재며 기사 스케치에서도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담아내온 영은이의 꼼꼼

함, 어느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모습을 지키는 기완이의 침착함, 삶과 세상

에 대해 본인의 답을 찾아가고 특히 영상의 神인 영주의 자기만의 색깔, 유니조뿐 아니라 청

세담 6기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경훈의 긍정 에너지까지 모두 변치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좋

은 떡잎으로 세상 곳곳에서 멋진 역할을 할 거라 확신한다.

청년 세상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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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름

히트조

멘토 권보람 기자

멘티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설희, 송기완, 정경훈, 오영주,

김영은, 김소영

신중한 태도와 열린 생각으로 나를 일깨워줬던 다솜. 자기 원칙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의

조언을 통해 발전된 결과를 내놓는 모습이 참 진국이었어. 예상치 못한 아이템으로 모두를

기대하게 했던 형민. 형민이라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전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실전형’이라는 것을 늘 결과로 증명하는 성

태. 기대 이상을 해낸다는 게 쉽지 않은데, 이제는 믿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게 됐네. ‘해보고

싶어요’ ‘할 수 있어요’ 한솔이의 의지 넘치는 한 마디가 멘토로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앞으로

는 더 넓은 무대에서 한솔의 에너지를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 아이디어도 많고, 시도하기

를 두려워하지 않은 은지. 발제때도 느꼈지만 성실함이 은지의 엄청난 무기가 아닐까 생각

해.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을 가진 서현. 질문 하나에도 넘치는 답을 끌어내준 덕분에 서

현의 글을 읽을 때 마다 즐거웠어. 함께하는 동안 내게 많은 고민과 기쁨을 주었던 친구들.

졸업을 축하합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기를.

청년 세상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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