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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Journal of ICT Leaders Premium Magazine for ICT Leadersvol. 07 43 Digital Transformation Leader 두산그룹 CDO 사장 형원준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 휴가기간 동안 내(필요 이상으로) 거대한 사 장실을 파트너들과 함께 협업하는 디자인씽 킹 공간으로 변신시킨다. 나는 다시 고정석 없는 디지털 노매드가 되어 현장 네트워킹 하러 간다. 우아한 사장실 인테리어와 가구가 아깝기는 하다. - 형원준 사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에서. 이미 우리가 프로토타이핑 해 놓은 것을 상세설계 하 는 디자인씽킹 세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CEO, COO와 함께 그런 접근으로 그런 프로토타이핑 을 현실화 하면 경쟁사로부터 시장을 대폭 빼앗아 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 기업들은 화상회의와 디지털협업을 10배로 늘려 야 한다. 온라인 디자인씽킹을 하자. 발로 뛰는 시대는 끝났다. 시공을 초월해서 온라인으로 만나고 소통하 라! 고객과 함께 진짜 문제를 찾아내면 세계 최고의 대 박 ‘디지털 혁신’을 이룰 수 있다. - 형원준 사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에서. 인터뷰를 위해 질의서를 준비하다가 형원준 사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에 사장실을 ‘뜯어 고치고 없애 버린다’는 대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휴가 기 간 중에 몇 번의 조정을 거쳐서야 이루어진 인터뷰 를 위해, 8월의 마지막 주에 두산정보통신이 입주해 있는 연강빌딩을 찾았다. 인터뷰는 7층 사장실 옆에 자리한 접견실에서 이루어졌다(나중에 별도의 사장 실이 없어 접견실이 사람 만나는 장소가 되었음을 알았다). 인터뷰는 IT 전문가가 아닌 독자들을 위한 배려를 많이 한 답변으로 이어졌다. 과거의 공적이나, 개인 적인 일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통과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학생인 두 아들과 딸 이야기가 나올 때는 얼굴에 웃음기가 돌 았다. 인터뷰 내내 궁금한 것은 그가 휴가 중에 트랜 스포메이션을 꾀했다는 사장실 내부였다. ‘함께 협업하는 디자인씽킹 공간’으로 변신한 사장실 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뷰를 마친 뒤, 화보사 진을 확보하기 위해서 보충촬영을 하면서였다. 축 소, 확대, 변신, 공간이동 등 이합집산의 다양한 조 화를 부리는 책상과 의자의 배열이 마이클 베이 감 독의 영화 <트랜스포머>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실패의 트라우마가 많은 조직일수록 정반합의 리듬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비슷한 거 해봤는데 안되더라… 먼저 되는 걸 증명해 보이라’ 라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 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값싸고 빠른 Low fidelity 프로토타이핑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그 작은 실패들을 통해 배우고 다음 시도를 자신 있게 하게 됩니다. 그런 프로토타이핑을 일주일 에 한 번도 못하는 리더와 조직은 진화와 혁신을 멈춘 (트라우마 리더들만 많아서 PDCA 리듬을 잃어버린), 곧 Distinct 될 조직입니다. 디자인씽킹을 써서 정반합 의 리듬을 찾아주는 리더가 됩시다. - 형원준 사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에서. 사용자의 입장에서 체험을 통해 본질적 문제를 찾아 내고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설계하는 과정, 디자인씽 킹을 위해 스스로 기꺼이 사장실이 없는 ‘디지털 노 매드’가 되겠다는 형원준 사장은 스스로 ‘꼰대’가 되 지 않기 위한 상당량의 에너지를 자녀들과의 소통과 정에서 얻는다고 했다. “큰 아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싱 어 송 라이터입니다. 지금은 전공을 달리해 뉴욕필 름아카데미에서 연출을 공부한 뒤 영화감독을 준비 하고 있어요. 음악도 멋진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공부

형원준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test.narangdesign.com/mail/fkii/201810cio/file/4.pdf ·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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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Journal of ICT Leaders Premium Magazine for ICT Leaders┃ vol. 07 43

■Digital Transformation Leader

두산그룹 CDO 사장형원준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

휴가기간 동안 내(필요 이상으로) 거대한 사

장실을 파트너들과 함께 협업하는 디자인씽

킹 공간으로 변신시킨다. 나는 다시 고정석

없는 디지털 노매드가 되어 현장 네트워킹 하러 간다.

우아한 사장실 인테리어와 가구가 아깝기는 하다.

- 형원준 사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에서.

이미 우리가 프로토타이핑 해 놓은 것을 상세설계 하

는 디자인씽킹 세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CEO, COO와 함께 그런 접근으로 그런 프로토타이핑

을 현실화 하면 경쟁사로부터 시장을 대폭 빼앗아 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 기업들은 화상회의와 디지털협업을 10배로 늘려

야 한다. 온라인 디자인씽킹을 하자. 발로 뛰는 시대는

끝났다. 시공을 초월해서 온라인으로 만나고 소통하

라! 고객과 함께 진짜 문제를 찾아내면 세계 최고의 대

박 ‘디지털 혁신’을 이룰 수 있다.

- 형원준 사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에서.

인터뷰를 위해 질의서를 준비하다가 형원준 사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에 사장실을 ‘뜯어 고치고

없애 버린다’는 대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휴가 기

간 중에 몇 번의 조정을 거쳐서야 이루어진 인터뷰

를 위해, 8월의 마지막 주에 두산정보통신이 입주해

있는 연강빌딩을 찾았다. 인터뷰는 7층 사장실 옆에

자리한 접견실에서 이루어졌다(나중에 별도의 사장

실이 없어 접견실이 사람 만나는 장소가 되었음을

알았다).

인터뷰는 IT 전문가가 아닌 독자들을 위한 배려를

많이 한 답변으로 이어졌다. 과거의 공적이나, 개인

적인 일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통과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학생인 두

아들과 딸 이야기가 나올 때는 얼굴에 웃음기가 돌

았다. 인터뷰 내내 궁금한 것은 그가 휴가 중에 트랜

스포메이션을 꾀했다는 사장실 내부였다.

‘함께 협업하는 디자인씽킹 공간’으로 변신한 사장실

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뷰를 마친 뒤, 화보사

진을 확보하기 위해서 보충촬영을 하면서였다. 축

소, 확대, 변신, 공간이동 등 이합집산의 다양한 조

화를 부리는 책상과 의자의 배열이 마이클 베이 감

독의 영화 <트랜스포머>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실패의 트라우마가 많은 조직일수록 정반합의 리듬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비슷한 거 해봤는데 안되더라…

먼저 되는 걸 증명해 보이라’ 라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

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값싸고 빠른 Low fidelity 프로토타이핑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그 작은 실패들을 통해 배우고 다음 시도를

자신 있게 하게 됩니다. 그런 프로토타이핑을 일주일

에 한 번도 못하는 리더와 조직은 진화와 혁신을 멈춘

(트라우마 리더들만 많아서 PDCA 리듬을 잃어버린),

곧 Distinct 될 조직입니다. 디자인씽킹을 써서 정반합

의 리듬을 찾아주는 리더가 됩시다.

- 형원준 사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에서.

사용자의 입장에서 체험을 통해 본질적 문제를 찾아

내고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설계하는 과정, 디자인씽

킹을 위해 스스로 기꺼이 사장실이 없는 ‘디지털 노

매드’가 되겠다는 형원준 사장은 스스로 ‘꼰대’가 되

지 않기 위한 상당량의 에너지를 자녀들과의 소통과

정에서 얻는다고 했다.

“큰 아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싱

어 송 라이터입니다. 지금은 전공을 달리해 뉴욕필

름아카데미에서 연출을 공부한 뒤 영화감독을 준비

하고 있어요. 음악도 멋진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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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Journal of ICT Leaders Premium Magazine for ICT Leaders┃ vol. 07 45

했다는군요. 귀국해서 지금 백두산 부대 입대를 앞

두고 있어요. UCLA에서 인지과학 공부를 하는 둘

째도 스타트업을 하고 있지만 곧 귀국해서 입대를

할 예정이지요. 개성 강한 두 아들과 UC버클리에

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딸아이와의 소통은 제가

‘꼰대’를 벗어나야하는 즐거운 동인입니다.”

Q : 일 외에 즐기는 분야는?

A : “아직 주 52시간 근무제가 익숙하지 않을 만큼

CDO 일이 즐겁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

이 많습니다. 그래서 틈새 시간을 나름 활용하고 있

습니다. 음악을 하는 아들 때문에 색소폰 연주나 왈

츠와 탱고를 배우기도 했지만 공연할 수준은 못되고

스카이다이빙, 산악자전거, 스킨스쿠버, 스노보드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도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고요.

승마와 골프는 좋아하지만 시간이 너무 소모돼서 사

교용으로 즐기는 정도입니다.”

단정한 외모와 안경테 너머의 형원준 사장은 의외로

들끓는 에너지로 가득한 활동가나 모험가로 보였다.

그 에너지를 통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도사 역

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2015년에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은 그의 트랜스포메

이션 행보가 즉흥적이지 않으며 아주 일관성 있게

진행되어 온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두산정보통신

에서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성과를 쌓아올릴 것이란 기대가 자연스럽게 커졌다.

적과 아군 둘로 나뉘지 않고, 다 같이 새로운 제안도

하지만 신랄하게 비판도 하면서, 반드시 합의를 도출

하는 정~반~합의 리듬을 타고 ‘즐기면서’ 협업의 춤

을 출 수 있으면 신명나고 창의적인 위대한 조직이 됩

니다! 디자인씽킹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즐기면서 아이

디어를 협업적으로 발전시키도록 유도하는 일하는 방

식입니다. 아직은 서구식 다수결의 합의를 사용하지만

‘산고의 진통’이 깊은 3원론적 한국형, 특히 빠른 비트

의 디자인씽킹을 만들어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때가

왔습니다.

- 형원준 사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중에서.

Q : SAP코리아에서 두산그룹 CDO로 부임한 지 대략

9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소회는?

A : 제가 두산의 CDO로 오기 전에는 고객인 두산그

룹을 외부에서 지원하는, 일종의 ‘훈수’를 두는 입장

이었습니다. 사실 두산그룹은 제가 오기 전부터 계

열사마다 여러 형태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관

심을 갖는 것은 물론 많은 프로젝트를 시행해 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삼성전자 신입사원 시절부터 용어는 달랐지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실행

하는 일을 했습니다. 너무 일찍 공장시뮬레이션이나

디지털 트윈을 시도하다가 크게 실패도 해 봤습니

다. 삼성전자에 처음으로 ERP를 도입한 일, 글로벌

SCM을 구축한 일 모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만 하는 과제였죠. 삼성벤

처투자, i2테크놀로지코리아, SAP코리아에서도 제

게 주어진 미션은 다양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프

로젝트 수행이었습니다. SAP코리아에서 사장을 오

래 하면서 쪼고 챙기는 관리자 역할이 점점 늘어나

서 본래 해오던 현장 프로젝트로 돌아가야겠다는 결

심을 하던 차에 “두산그룹에 와서 디지털 트랜스포

메이션 프로젝트를 주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흔

쾌히 수락했습니다.

두산은 두산웨이라는 완성도 높은 경영철학으로 오

랫동안 다져져서 다른 대기업들이 갖는 획일적인 보

수성이나 수직적인 경직성이 없고, 대부분의 경영

진은 유연하고 세련된 전략적 사고를 갖추고 있습니

다. 그래서 문화적 충돌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

었고 비교적 수월하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프로

젝트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룹에서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면 COE(Center Of Excellence)조직 체계

와 마스터플랜, 디지털플랫폼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

에 공감을 하고 무작정 밀어 붙이거나 서두르지 말

고 합리적으로 일하라고, 성원과 지원을 해주고 있

어서 저는 정돈된 마음으로 차근차근 일하고 있습니

다. 부실공사 투성이인 한국기업의 CIO나 CDO들에

겐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근무 조건입니다.

Q : 사장님이 CDO로 부임한 이후 그룹 내에 일어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요?

A : 단기적 성과 뿐 아니라, 중장기적 Transforma-

tion Journey에서 성공하려면 일하는 방법부터 바

꿔야 합니다. 단기적인 성공사례들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퀵윈과제들을 시작했고,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일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체험할 수 있도

록 디자인씽킹과 애자일 방법론을 확산하고 있습니

다.

처음엔 실리콘밸리에서나 쓰는 디자인씽킹이나 애

자일 방법론을 왜 자꾸 고집하는 지 이해를 못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많은 교육과 시범 프로젝트들

을 통해서 두산 그룹의 ‘표준 일하는 방법 (Doosan

WOW : Way of Working)’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

니다. 고객과 현장에 직접 가서 인류학자들이나 하

는 수준으로 공감(Empathy) 작업을 해서 고객과 시

장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일이 계열

사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제 고객이 굴삭기, 지

게차, 로봇 등을 구매해서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 지를 직접 체험해 보고, 프로토타

이핑을 해서 가시화 하는 협업적 설계과정을 경험해

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디자인씽킹 과정을 거

치면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요소기

술들이 왜,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 지 선명

해 지고 있습니다.

두산은 그동안 책임경영, 자율경영의 기업문화를 잘

발달시켜 왔습니다. 인수합병 한 회사들을 위축시키

지 않고, 단위사업별로 주인의식과 중장기적인 전략

을 구사해서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경영 성과를 내

왔습니다. 자율, 책임경영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

복하고 살아남은 원동력이었습니다. 그 대신 인수합

병을 한 뒤 통합화, 표준화 등 부문 간 시너지를 내

서 전체 최적화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

두산은 두산웨이라는 완성도 높은 경영철학으로 오랫동안 다져져서 다른 대기업들이 갖는 획일적

인 보수성이나 수직적인 경직성이 없고, 대부분의 경영진은 유연하고 세련된 전략적 사고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적 충돌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고 비교적 수월하게 디지털트랜스포메

이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Page 3: 형원준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test.narangdesign.com/mail/fkii/201810cio/file/4.pdf ·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

46 Journal of ICT Leaders Premium Magazine for ICT Leaders┃ vol. 07 47

있습니다. 두산은 사업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시

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서 그동안

미뤄 온 협업에 의한 전체 최적화의 기회는 더욱 큽

니다.

논두렁 길 위에 아스팔트를 포장하는 식의 난개발을

막고 멋진 신도시를 만들고 싶으면 조감도와 마스터

플랜이 필요한 것처럼, 두산그룹 각 계열사의 제품

과 서비스에 대한 변혁 로드맵과 전체 인프라와 데

이터 플랫폼의 변혁과정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세부계획을 수립해 가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각 단

위 사업별로 수립하되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

라 초안을 만들고 애자일 방식으로 매월 새로운 버

전으로 진화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자율적 유연성을 키워온 두

산은 중앙집권식의 다른대기업 시스템과는 다른 강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IT 자원이 중앙화 된 회사들

은 표준화되고 통합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는 있겠으나, 민첩성은 떨어져 시장에서 뒤처지기

쉽습니다. 이에 양쪽의 장점을 취하기 위해 클라우

드 기술을 활용하면서 표준과 자율적 민첩성을 동시

에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는 마치 훌륭한 신도시를 세우려면 전체의 조감

도나 계획도 필요하고, 각 구청의 자율적이고 민첩

한 민원 운영도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두산 인프

라코어는 굴삭기 사용자의 현장에 경영진이 직접

가서 디자인씽킹 세션을 통해, 인류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고객의 입장이 되어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Empathy를 해서 찾아보고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

해야 하는 지, 만화처럼 시각화된 프로토타이핑을

해서 To-Be Design을 하고, 공감하는 ‘빙의’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처럼 시각화 된 미래비전을 구체적으

로 수립하는 일이 하반기 중 전 그룹으로 확산 될 것

입니다. 이것이 곧 비전 수립과 공유과정입니다.

Q : 부임 이후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한 성과와

향후 로드맵이 궁금합니다.

A :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추진을 위한 마스터플랜

마련은 경영진과 전략팀, 기획팀 등이 고민 할 일이

고 현장에서는 ‘퀵윈’ 즉 디지털 변혁에 따른 성공 사

례가 필요합니다. 한 예로 두산그룹의 지게차를 들

수 있습니다. 지게차 제조업자는 물건을 만들면 완

제품이든 중간부품이든 딜러들에게 넘기게 됩니다.

따라서 제조업자와 최종 사용자가 직접 만날 수 있

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공장 내 품질과 생산성 문

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우선순위를 두게 되지 소비자

나 최종사용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경쟁사

들의 새로운 UX(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어떤 차별

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 혹은 최종 사용자가 지게차를 사용하여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를 보면 스마트한 지게차나 고장

안나는 지게차를 논하기 이전에 ‘물건을 옮기는 가

치’입니다. 창고주 입장에서는 지게차 자체가 중요

한 것이 아니라 물건을 옮기는 물류 서비스의 부가

가치 달성이 목적이 됩니다. 기술을 논하기 전에 이

러한 UX(새로운 가치가 있는)를 먼저 설계해야 합

니다. 그러고 나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

장라인을 자동화하고,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예측

이 가능한 센서를 부착하고, 자율주행 같은 온갖 첨

단 기술을 동원하게 됩니다. 결국 지게차를 판매해

서 소유의 부담을 넘기는 행위 없이 부가가치 있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만큼만 과금을 하고, 더 나아가

서는 종합적인 물류서비스를 혼자 할 수는 없으므로

생태계를 연결하여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괴

적인 단계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 같은 변혁 과정이 과거에는 3년에서 5년이 소요

되는 자체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이젠 소스 기술을

가진 여러 회사들이 모여서 협업적 디자인씽킹을 하

고 애자일 방법을 동원해서 6개월 이내에 시장에 새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성공의 판단 기준은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사용한다, 안한다’가 아니라 ‘고

객의 UX, 즉 사용자 경험이 파괴적인 가치를 창출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입니다. 일하는 방법을 바

꾸지 않고서는 파괴적인 고객의 UX 디자인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게 됩니다.

두산은 2015년 영국의 지게차 렌탈업체인 러시리프

트를 인수해서 딜러들이 하던 지게차 임대 및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직접 시작했습니다. 이를

확대하여 5개 중소기업과 개방적 협업을 전개하는

퀵윈과제를 통해 내년부터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

넷,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는 생태계형 물류 서

비스로 사업모델을 확대하여 세계최초의 사업 모델

을 출시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세상에 아직 없는 사업모델을 우리가 먼저

선점하는 전략입니다. 과감한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수용하기 어려운 수직적 하청문화를 가진 대기업의

기존 경영방식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일입니다. 리스

크는 줄이고 속도는 빨라졌으며 공기는 단축되었습

니다. 유연성을 갖고 디자인씽킹을 통해 협력 파트

너들의 이합집산을 성공적으로 이룬 결과입니다. 이

렇게 일하는 방식의 변혁을 통해 갑질을 없애고 시

간과 비용은 줄이되 생태계를 만들어 가치창출을 공

유하면서 파트너와 함께 발전해나가는 획기적인 사

례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밀린 숙제 하듯이 그룹의 IT 인프라를 클라우드 방

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RPA(Robotics Process

Automation)나 클라우드 오피스 등 디지털 업무 환

경 구축과 소통, 보고문화 개혁도 퀵윈과제와 플랫

폼 구축과제로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Q : 일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

가 있었나요?

A :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성공의 판단 기준은 ‘인

공지능, 로봇 기술을 사용한다, 안한다’가 아니라 ‘고

객의 UX, 즉 사용자 경험이 파괴적인 가치를 창출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입니다. 일하는 방법을 바꾸

지 않고서는 파괴적인 고객의 UX 디자인은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저는 SAP에 있으면서 10년간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일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그 이전에는 삼성전자에서

PI(프로세스 혁신)라는 방법론을 처음 기안해서 제

품 중심이 아닌 프로세스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일하

는 방법을 바꾼 경헙을 했습니다. “황금알 한 알 보

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프로세스를 확보하기 위

해, As-Is를 분석하고 To-Be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PI 방법론 입니

다. 그 ‘일하는 방법’으로 삼성전자는 SCM 프로세스

는 물론, 휴대폰, 반도체, TV를 위시한 여러 제품들

을 모토롤라나 소니처럼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끊임

없이 민첩하게 개발하고 공급하는 프로세스 혁신을

지속했고, 국내에도 확산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회사의 프로세스 혁신을 베껴

서 우리 것으로 만들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그동

안 우리는 앞서 가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따라가면서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PI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는 우리가 다른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맨 앞

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하는 방법을 First

Page 4: 형원준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test.narangdesign.com/mail/fkii/201810cio/file/4.pdf ·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

48 Journal of ICT Leaders Premium Magazine for ICT Leaders┃ vol. 07 49

Mover, Innovator의 방법으로 바꿔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디지털 혁신의 대부분이 애플이나 구글같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에 의해서 일어난 이유는 무엇

일까요? 왜 현재 세계 10대 기업가치의 기업들 중 8

개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일까요? 용어나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실리콘밸리 대부분 회사들이

사용하는 일하는 방법이 디자인씽킹과 애자일입니

다.

지게차, 굴삭기, 로봇, 드론, 보일러 등 제품과 서비

스에 디지털을 입혀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는 물

론, 새로운 사업모델을 기획하는 데, 각 분야 전문

가, 현장 달인, 고객, 경영진의 집단 지성을 협업적

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기

획을 하는 젊은 직원들부터 최고경영진, 그리고 딜

러가 아닌 굴삭기를 실제로 움직이는 고객들까지 참

여해서 디자인씽킹을 시도하고 체험하고 있습니다.

전 그룹 대상으로 교육도 전개하고, 디자인씽킹 진

행 전문가인 Facilitator(조력자)도 양성해 새로운 사

업계획이나 신제품 프로젝트마다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왜 디지털 변혁 과제를 위해 디자인씽킹이 필요한

가 따져보면 첫째, 새로운 혁신에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줍니다.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프

로젝트를 해서 크게 망하는 경우를 줄이고, 많은 양

의 프로토타이핑을 해서 싸게 빨리 망해보도록 함으

로써 빨리 대박 성공을 찾아낸다는 점입니다. 두 번

째는 고객의 입장에서 몰입하는 시간과 노력을 충분

히 가져서 본질적인 대박 혁신을 찾아낼 확률을 크

게 높인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1~3년 긴 시간, 많

은 경비와 노력을 들여 실험을 했습니다. 실패를 하

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충격과 고통이 따랐고

거듭될수록 다시는 시도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었

습니다. 디자인씽킹의 프로토타이핑 반복은 조직의

혁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

하는 문화를 조성합니다.

세 번째는 폐쇄적이고 독자적인 방법이 아니라 개방

적인 협업을 통해 보다 파괴적인 혁신 방안을 찾아

낼 확율이 높아집니다. 소통과 협업이 어려운 수직

적 문화에서 탈피하고 수평적 네트워크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바꾸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일하는 방법은 디자인씽킹 뿐만 아니라 애자일 또

한 중요합니다. 정해진 계약이나 계획서대로 몇 달

동안 경직되게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2주 이내의 사

이클인 Sprint로 잘게 쪼개서, 팀 단위로 애자일 코

치들의 지휘 하에 계속 바뀌는 시장과 고객의 마음

을 유연하게 맞춰 내는 방법입니다. 품질과 생산성

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고객 만족과 민첩성을 올리는

실행 방식이기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기획

은 물론 SCM 운영 등 모든 Plan-Do-Check-Act

하는 사이클을 1~2주 이내로 단축하여 회사 전체를

민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디자인씽킹의 창의와 기획, 애자일의

민첩한 실행력 이 두 가지를 접목해서 ‘두산 WoW

(Way of Working)’를 만들었고 계속 발전시키고 있

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훌륭한 경영철

학을 전 임직원이 공유하고 있는 두산그룹이 그 실

천 방법 중 하나로 전개하는 디지털 변혁 실행방법

프로그램이고 문화 운동입니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두산웨이를 탄탄하게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제는 그 기반 위에 세계 최고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

션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가 구비

된 기술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먼저 새로운

두산 WOW를(일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그와

병행하여 디지털 수단들을 사용하는 훈련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행훈련을 받지 않고 비행

기부터 띄우는 격이 됩니다.

물론, 일하는 방법과 함께 디지털 변혁을 하기 위

한 무기로 디지털 개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마치

호기심 많은 어린이를 다양한 부품이 있는 레고 방

에 데리고 가서 만들고 싶은 것을 조립해보라고 하

면 뛰어난 아이들은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과 같습니다. 현장 엔지니어들에게도 마음껏 인공지

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

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이언맨에게 자비스라는

인공지능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앱이나

수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두산그룹에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잔뼈가 굵은 달

인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점점 스스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아는 전문가들로 진화

육성해야합니다. 이런 현장 엔지니어들은 물론 SW

전문가나 빅데이터 전문가들이 제 물 만난 고기들처

럼 활약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스팩을 받

아 한 줄씩 날코딩을 하거나, 이미 깔아놓은 패키지

SW를 운영하는 일은 급격히 줄고 마이크로서비스

컴포넌트들을 찾아내고 조립해서 현업에서 직접 혁

신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일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세계 최고의 개발업무환경과 컴포넌트 라

이브러리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개발 플랫폼도 개방

형 혁신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마이크로서비스

들을 가져와서 조립할 수 있도록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합니다. IBM, Google, MS, SAP, AWS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물론 한국의 SW 회사들도 각자

가장 뛰어난 컴포넌트들을 두산의 디지털 플랫폼 위

에 표준 API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 두산그룹 각 회사들은 두산정보통신이 파트너

들과 함께 제공하는 플랫폼을 가지고 큐레이터들의

도움을 받으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앱과 프로세스

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Q : ‘CDO’라는 직책에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십니까?

A : 저는 두산그룹의 CIO를 겸한 CDO입니다. 기

존 CIO 역할이 그룹의 IT 인프라의 안정성, 보안, 통

합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면, 디지털 기술과 데이

터를 활용한 Innovation을 촉진시키고 디지털 기술

을 활용하여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CDO의 역할입니다. 더우기 두산 그룹의 IT 분야 전

왜 디지털 변혁 과제를 위해 디자인씽킹이 필요한 가 따져보면 첫째, 새로운 혁신에 투자되는 시간

과 비용을 줄여줍니다.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해서 크게 망하는 경우를 줄이고, 많

은 양의 프로토타이핑을 해서 싸게 빨리 망해보도록 함으로써 빨리 대박 성공을 찾아낸다는 점입니

다.

Page 5: 형원준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test.narangdesign.com/mail/fkii/201810cio/file/4.pdf · 고객을 빙의하고 비전을 프로토타이핑하라!

50 Journal of ICT Leaders Premium Magazine for ICT Leaders┃ vol. 07 51

문 집단인 두산 정보시스템 Business Unit이 그룹

의 디지털 인프라 운영은 물론 그룹의 디지털 인재

풀(Center of Excellence) 역할도 잘 수행할 수 있도

록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Q : 2012년 ‘10만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병론’을 역설하

여 화제를 몰고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와 4차 산업시

대라고 몰아치는 현재와 비교해보면 어떤 상황이고,

10만 양병론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보십니까?

A : 그 때 정부는 제 말을 듣지 않고 거꾸로 가서 오

히려 기업용 SW 인력을 축소시키고 인기를 떨어뜨

렸습니다. 한국의 SW 개발자들을 쉐프처럼 존경받

는 전문가로 키운 것이 아니라, 시간당 임금을 받는

단순 일용직으로 몰락시켰습니다. 물론 지금도 같은

상황입니다. 제도권에서 개발자들을 톱과 대패를 사

용하는 목수로 다루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지적재산

을 생산하는 건축설계사나 조립형 가구를 디자인 하

는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로 대접하는 제도로 바꿔

야 합니다. 초기 제트기에서는 SW비중이 5%였지만

F-35 전투기의 SW비중은 90%라고 합니다. 소프트

웨어 인력이 하는 일이 달라졌고, SW 가치의 양과

질도 달라졌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개발자들

이 대학이나 기업에서 인기 최고였지만 지금은 최악

입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은데 우

리는 왜 그런지 살펴보면 기업들이 개발자나 SW 인

력 대부분을 목수로 취급했기 때문입니다. 늦었지만

SW 산업도 자동차나 건설처럼 생태계로 이해하고

총체적인 육성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두산그룹에

서도 디지털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인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Q : “왼발, 오른발 어떤 것이 먼저인지 논쟁으로 시간

낭비 말자”고 했습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철학은 무엇인지요.

A : Autonomy(자율 및 책임)는 왼발, Align-

ment(한방향 및 통합)는 오른발로 한 발짝씩 동시

병행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부 기업은 톱

다운 방식의 상의하달과 밀어붙이기식 지시로 한 방

향으로 일치시키는 실행력을 높이는 반면, 일부 기

업은 자율과 권한 이양에 따른 주인의식 높은 책임

경영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두산그룹에는 이렇게 자

율을 강조하는 문화가 이미 확산되어 있어서 이를

약화하지 않고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조직을

한 방향으로 Align 하는 쪽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정보와 비전 공유 및 라이브 소통을 통한 통합을 강

화하면 자율경영을 강화하면서도 한 방향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Q : ‘제네시스’ 대신 ‘카니발’을 선택하여 화제였습니

다. ‘기동성 추구’가 그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계신지요.

A : 물론이죠. 하지만 이미 알려진 이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지요(웃음).

임원들의 권위와 리더십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도

창의력을 말살하고 소통을 단절시키는 권위주의 관

행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떤 차를 타느냐,

사장실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간 세대

차이로 인한 생각의 차이가 커져서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 예로 ‘과장님’ ‘전무님’ 하는 식

의 직급호칭을 쓰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입니

다. 이런 것들이 모두 수직적 조직문화를 고착시키

는 요인입니다. 디지털 변혁을 가속화 하려면 밀레

니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소통방식과 조직문화를 조

성해야 합니다. 수평적 네트워크 방식의 소통과 협

업을 할 수 있어야 창의 인재들이 맘껏 활동할 수 있

고 여러 세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카니발도 에쿠스도, 다양한 사무공간, 복

장, 회의 방식, 근무 환경, 육아 등 문제들을 모두 수

용할 수 있는 다양성 문화를 촉진 장려하여야 합니

다. 호칭도 영어이름이나 원준님, 원준 파트너님 하

고 부르면서 다 같이 서로 존댓말을 쓰면 닭처럼 위

아래를 꼭 구분해야 하는 습관을 버릴 수 있지요.

Q : 사장님의 10년 후가 궁급합니다. 어떤 일을, 어떻

게 하고 계실까요? 롤 모델이 있다면 누구이고 그 이

유는?

A : 제가 30대에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기

업가정신에 대해 강의를 하시던 80대 노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이 분은 공식적으로는 은퇴를 하시고 1

주일에 하나의 강의만 맡아서 했습니다. 강의 외의

시간에는 전 세계를 돌면서 스타트업 사장들을 만났

습니다. 그들과 대화하고 조언도 하면서 투자도 했

습니다. 그 덕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도 했습니

다. 그런 경험과 통찰을 조용조용 속삭이듯이 강의

를 했기에 인기가 많았습니다. 저는 그때 나중에 저

분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득도한

사상가 같고, 제갈공명이나 요다 같이 현명하고 자

상한 스승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기를

받으면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Q : 평소 인용을 자주 하는 명언이나 글귀를 소개해주

세요.

A : 30대에 어떤 분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을

한 글귀가 있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입니다. 그분은 이 글귀의 순서대로 한

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순서대

로 하려고 하면 “주제넘게 남 걱정 말고 너나 잘해

라”, “네 아들도 간수 못하면서” “네 집안꼴이 그런

데 나라 걱정할 자격이 있냐” 등 한껏 움츠러들고 부

끄러워하며 이기주의나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게 된

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동시병행’이 빠

졌구나 생각했습니다. 매일 운동을 하고 독서도 해

서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는 일도 열심히 하되,

매일 가족도 잘 돌보고, 회사일도 잘하고 나라와 인

류도 생각하면서 기부, 사회봉사 등도 매일, 매주 조

금씩 실천하면서 살자는 것이지요.

Q : 만약 10대~20대 학창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을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가요?

A : 시간과 순서에 제약을 받지 않는 세계일주입니

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세계일주를 꿈궈서 치밀

한 계획까지 세웠었습니다. 당시에는 해외여행이 자

유화 되지 않아 출국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

만 세계여행 전문가들을 만나 열정과 꿈을 키우면서

그 계획을 이루겠다고 결심을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병무청장 및 대학총장의 군 미필자의 해외여행 허가

까지 받아 놓았었고요. 하지만 학생기자로서 대학신

문사에서 어지러운 시국을 다루면서 그 꿈과는 멀어

졌었지요. 지금도 여유가 생긴다면 세계의 좋은 사

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어요. 그러고 나면

훈훈한 책 한 권 더 쓸 수 있겠지요.

정리/이영근·사진/이재훈(모딜리아니)

형원준 사장 Profile

고려대 산업공학 학사

카네기멜론대 경영학 석사

연세대 경영학 박사

(현)두산그룹 CDO 사장

SAP코리아 사장

i2 테크놀로지 코리아 아태지역 총괄사장

i2 테크놀로지 코리아 사장

i2 테크놀로지 코리아 부사장

삼성벤처투자 근무

삼성전자 경영혁신본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