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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가진 질감과색, 두께등에서오는뉘앙스.이최초의상태는 수많은상상을불러일으킨다. 그래서글을쓰거나, 그림을그리고디자인작업을할때는항상 빈종이,아무것도채워지지않은 종이를보면서작업한다.

2009 한국제지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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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09 한국제지 봄호

종이가 가진 질감과 색, 두께 등에서 오는 뉘앙스. 이 최초의 상태는 수많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항상 빈 종이,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종이를 보면서 작업한다.137-070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358-6 | TEL (02)3475-7200 | FAX (02)3473-2133 | URL www.hiper.com

Page 2: 2009 한국제지 봄호

CONTENTS

PAPER COMMUNICATION • 계간지 | 등록일·2005년 6월 8일 | 발행인·전원중 | 발행일·2009년 4월 30일 | 통권 93호 | 발행처 한국제지주식회사_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58-6 사보편집실 02-3475-7255 기획 윤소정_한국제지 마케팅 TF팀 | 기획·디자인 디자인수목원 | 출력·인쇄 비.지.아이

• 한국제지 사외보는 CTP인쇄 방식을 채택하여 인쇄품질이 우수합니다. 한국제지 사외보 표지는 하이퍼 엑스프리아트 250g, 내지는 하이퍼 엑스프리

스노우화이트 150g을 사용하였습니다.

“속닥속닥”

상상공감 04 상상 한마디 ⊙ 몰래 속닥이고 싶은 이야기 없어?

06 상상 스토리 ⊙ 내가 원하는 건 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숨처럼 물처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10 한국제지의 상상 ⊙ 제지회사의 무한상상이 지구를 살린다!

1%의 종이, 99%의 상상 12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하나 ⊙ 이토 다케시, 그 사람의 Generation Times

16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둘 ⊙ 그 책이 내게 와 말을 걸었어.

20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셋 ⊙ 낡은 종이 위, 손으로 눌러쓴 글자,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그들만의 Desire

Book in Book 23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한국제지 34 종이가 있는 풍경 ⊙ 충무로 뒷골목에서 마주친 단상, 충무로 인쇄골목을 가다.

38 내일의 종이 ⊙ 중성지의 시계는 미래를 가리킨다.

42 종이 연구소 ⊙ ‘한 장의 마법’이라고 부르세요, 특수용지의 세계

⊙ 종이 연구소의 친절한 Q&A

49 News

50 독자마당

2009년의 두 번째 PAPER COMMUNICATION은 “속닥속닥”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비밀을 나누는 친구처럼, 전래동화를 구수하게 풀어내는 할머니의 목소리처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종이는 우리에게 차고 넘칠 정도의 이야기를 속닥입니다.

하얀 지면 위에 펼쳐지는 놀라울 만큼 넓고 깊은 세상.

젊은 세대를 위해 Ito Takeshi가 전하는 Generation Times,

우리를 사로잡은 북 디자인,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 전부터 전해지다

종이 위에 남은 이야기들까지…

귓가 언저리에서 종이의 속닥거림이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PAPER COMMUNICATION에도 담겨 있습니다. “속닥속닥”,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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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직도 구구단이 헷갈린다 남, 30대, 프로그래머 ★ 키라에겐 데스노트! 나에

겐 뒤끝노트! 나한테 잘못한 인간들 천 년 만 년 기억할 거야~ 조심해! 여, 20대, 디자이너 ★

경력 5년차 영어강사, 실은 외국인 기피증이 있다. 외국인만 보면 피해 다닌다

는 소문이... 남, 30대, 강사 ★ 남자친구 앞에서만 내숭 떠는 친구. 진짜 모습을 그녀의 남자친

구에게 속닥이고 싶다. 여, 20대, 대학생 ★ 내 마음을 설레게 한 그 사람 이야

기 여, 20대, 회사원 ★ 옷으로 잘 가리고 있지만 점점 무너지고 있는 내 몸매 어떡해 여, 20대, 회사원 ★ 그

녀석과의 비밀스런 데이트를 말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 여, 20대, 회사원 ★ 내 S라인

의 비밀은 사실 B사의 보정속옷이야. 여, 20대, 회사원 ★ 나 정기적으로 보톡스 맞고

있다. 여, 20대, 회사원 ★ 맞선 볼 때 차인 적이 더 많은 나, 왠지 슬프다. 여, 30대, 프리랜서 ★ 결재 받으러

윗분의 방에 들어갔는데, 모니터에 떠 있는 덜 입은 서양처자, 달아오른 윗분의 얼굴.

그냥 모른 척 할 수 밖에. 남, 30대, 회사원 ★ 나는 화장을 지우면 울 엄마도 못 알아본다. 여,

30대, 회사원 ★ 비싼 돈 들여 강남 모 병원에서 코 세운 내 친구...야 너! 모.기.같.아! 여, 30대, 일러스트레이터 ★ 사실, 지금 들고 다니는 프라다 가방, A급 짝퉁입니다. 남, 20대, 백수 ★

과장님, 죄송해요. 어제 아프다고 결근했지만 실은 술병 나서 그랬어요. 죄송 여, 20대,

회사원 ★ 남편 몰래 친구들이랑 간 모피공장, 내게 남은 건 6개월 할부 카드영

수증과 아름다운 나의 모피코트 인천시 사시는 조정현 독자 ★ 이직 준비하는 팀원, 거짓말하고 면접

보러 다닐 때는 팀장님한테 확 얘기해버리고 싶다. 서울시 사시는 김영인 독자

몰래 속닥이고 싶은이야기 없어

?

임금님 귀는 살다 보면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입이 간질간질한 이야기가 하나쯤 생기기 마련입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부끄러워서, 아니면

얄미운 마음에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외침을 들어주던 대나무 숲처럼 숨겨 놓았던 비밀

들을 들어 드립니다. 어디 한 번, 그 속닥임 들어볼까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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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공감 ⊙

상상

한마디

내 얘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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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공감 ⊙

상상

스토리

종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창조해내는

크리에이터들과의

인터뷰입니다.

최근

주목

받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을

만나

그들의

작업과

삶,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종이

위에서

시작된

무수한

낙서와

그림들은

어떻게

멋진

결과로

만들어질까요? [

상상스토리]

에서

숨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글·김이박 + 사진·김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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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어떤 디자이너들은 글이 가지는 권위 때문에 글과 디자인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 그래서 디자이너가 글을 침

범할 수 없다거나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글과 디자인은 결코 다르지 않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라는 점에서 글과 디자인은 같은 맥락을 가지고 흘러야 한다.

내가 원하는 건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숨처럼 물처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속닥속닥”과 “책”이라는 말에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다. 북 프로듀서 이나미, 스튜디오 바

프의 대표. 하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읽고, 이해하고, 디자인

하고, 만들어내는-을 설명하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북 프로듀서’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스튜디오, 바프는 책 잘 만드는 디자인회사로 소문이 났다. 하나의 이야기가 글이

되고, 글은 제 이야기에 꼭 맞는 그림과 글꼴로 종이를 채우고… 이렇게 만들어진 책 한 권이 누

군가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것. 그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녀를 만났다.

북 프로듀서•이나미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3학년 재학 중 유학을 결정, 미국 캘리포니아 패사디나의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대

학과 대학원을 마쳤다. ‘책’을 무대로 글과 그림, 디자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프로듀서’로서의 디자인을 지향하면서 1993년 귀국하여 편집장 겸 아트디렉터로 디자인하우스

의 월간지 <이브>를 창간했다. 1995년에 스튜디오 바프(Studio Baf)를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전방위 디자이너,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분야의 실험적인 작업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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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프로듀서란 무슨 뜻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책의 가치를 키우는 일이다. 책이

라는 것은 단지 읽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소유하는 기

쁨도 큰 것이다. 북 프로듀서란 책에 디자인을 접목해서

책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를 잘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도록 하는 일이다. 흔히 “책을 디

자인한다”고 하면 표지 디자인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래

서 우리나라 1세대 북 디자인들은 내용과 상관없는 표지

디자인들이 많았다. 내용은 글 쓰는 사람의 몫이고, 표

지를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라

고 생각한 결과였다. 나는 내용을 잘 보이도록 하는 것

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북 디자인’이라

는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북 프로듀서라

는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 책을 아름답게 하는 디자인뿐

만 아니라 책이 가진 가능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

을 포괄하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 어떻게 북 프로듀서를 하게 되었나?

대학에서는 그래픽을 전공했는데, 대중과의 소통이나

종이라는 작업 매체의 매력 때문에 미국에서 일러스트

를 전공했다. 그런데 일러스트 자체는 좋았지만 새로운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일러스트가 작가에 너무나 종

속적인 작업이라는 점이었다. 일러스트는 글이 있어야

만 작업을 할 수 있고, 또 글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

까. 그것 보다는 무언가 스스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하

고 싶었고, 책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괄적으로

아우르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결과가 프로듀서로서의

북 디자인이었다.

★ 작업할 때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원칙이나 기준 같은 것…

이 작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즉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

는가를 생각한다. What to say는 이미 책 안에 주어져

있는 것이고, 디자이너는 what을 how로, 자신만의 방

법론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간혹 어떤 디자이너들은 방

법론에만 충실해서 what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실험을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정작 그것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what을 모

르면 how가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이 what을 알기 위

해서는 책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애정을

가지고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숨어있는 빛을 발견해야만

하고, 그 빛을 잘 보여지도록 해야 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1997년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사진집으로 의

뢰 받은 프로젝트. 나는 아직까지도 이 영화를 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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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영화 사진집으로 의뢰 받기는 했지만 이 책이 또

하나의 독립된 작업으로 남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래

서 영화 대신 전태일의 일기장과 평전, 그리고 유족들

의 도움을 받아 그의 유품들을 직접 보았다. 그의 일기

는 전형적으로 잘 쓴, 수려한 문장력을 자랑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이 있

었다. 그가 가진 인간에 대한 존엄, 사랑, 그리고 그것

을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대한 것들. 나는 이것을 온전

히 담아낼 수 있는 사진집을 만들기 위해 단 한가지의

서체만을 사용해서 책을 만들었다. 그의 글은 사치스러

울 수도 장식적일 수도 없었으니까. 대신 그가 마음 속

에 담고 있었던 것, 그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을 표현하기 위해서 본문 텍스트를 최소 20포인트부터

최대 230포인트까지 과감하게 사용해서 디자인했다.

★ 디자인, 프로듀서, 회사 운영, 강의…이 많은 일들을 소화하기가 쉽

지 않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 쉬고, 어떤 방식으로 리프레시하는가?

일이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시간이 남

을 때는 그 동안 시간이 없어서 접어두었던 다른 일을

생각한다. 그게 나에게는 놀이이자 휴식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일을 하면서 뭔가 안 풀리고

스트레스 받을 때가 있는데, 그건 일 때문이라기 보다

는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특별히 어

딘가로 여행을 간다거나, 물리적으로 혼자일 필요는 없

다. 내가 “시간멈춤놀이”라고 부르는 나만의 놀이가 있

는데, 이건 잠깐 내 속에 있는 어떤 스위치를 끄는 것이

다. 그리고 내가 일을 잘 하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칭

찬과 보상을 한다. 예를 들어 3시간 예상한 일을 2시간

에 끝냈다고 하면, 나머지 1시간에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선물로 준다. 1시간 동안 시간을 멈추

고 노는 거다. 그 시간 동안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예

전 작업물 폴더를 정리할 수도 있고, 글을 쓸 수도 있지.

이게 나에겐 리프레시이자, 휴식이자, 상인데, 왜 사람

들은 모두 주말에 골프를 치러 나가는 걸까?

★ 이나미에게 종이란 무엇인가?

빈 종이는 그 자체만으로 많은 것을 이미 담고 있다. 종이

가 가진 질감과 색, 두께 등에서 오는 뉘앙스. 이 최초의 상

태는 수많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항상 빈 종이,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은 종이를 보면서 작업한다. 그리고 종이

는 마치 사람 같다. 사람처럼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와 함께 늙어간다.

나에게 책 만들기 작업은 그 목적이 아주 분명하다.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는 책을 만들 것인가. 내용과 형

태를 아우르는 그 무엇을 통하여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감동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책…

책을 통하여 나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의 질문에 대하여, 나는 책이 스스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가

를 파악하여 그것을 최대한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일이 바로 내가 원하는 일이라고 분명히 대답할 수 있다.

*이나미, <나의 디자인 이야기> 중에서

최근에는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본다. 스튜디오 바프와 내가 해 온 작업에 대해서 기록을 한다는 의미는 우리 디자

인사의 한 부분을 채워 넣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 온 시간들을 정리하면서 스튜디오 바프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또 디

자인의 다음 세대를 준비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이것은 디자이너로서의 나, 이나미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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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공감 ⊙

상상

스토리

한국제지의

새로운

도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9

58

설립

이후

한국의

제지

역사와

함께

한국제지는

언제나

최초와

최고를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빼놓을

없는

무수히

많은

종이들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한국제지의

새로운

상상이

만들어낸

재미있는

종이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제지회사의 무한상상이지구를

살린다

요즘은 멀티가 대세인가보다. 연예계에서는 만능엔터테이너, 축구 에서는 멀티플레이어, 엄

마들 사이에서는 알파우먼이 주름잡고 있으니. 이 멀티 바람이 어디까지 불었는지 모르겠

지만, 이미 한국제지 쪽은 확실하다. 우선 PCC제조설비라고 들어봤는지? 배출가스 중에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사용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고 원가까지 절감하는 기특한

기술, 가 국내 최초란다. 국내 최초, 하나만 아니다. 국내 최초로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다이넥터’ 공법으로 물 살리기에 앞장섰다. ‘환경에 관한 자발적 협약’에 가입하여 연

간 200만 달러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고 대기오염물질도 확 줄였다. 한국제지는 환경부 종합평가

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자발적 협약 대상업체 1호’로 선정됐다. 친환경기업, 아니 환경기업이 되려

고 노력하다 보니 제품 한 쪽에 환경인증마크도 달게 됐다. 곧 환경보호 국제인증인

FSC 인증도 획득, 생산과 판매과정 모두 친환경정신 아래 이뤄졌다는 것을 전세계로

부터 인정받았다. 나무는 언제 심냐고? 매일매일 식목일처럼 심고 가꾸다 보니 국내 일등 조림기업

이 되었다. 나무만 심는다고? 한국제지는 나무’도’ 심는다고! 10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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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갑작스럽게

즐거웠던

과거

이야기

아니면

불안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깨달았다.

평온했던,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생각하며,

시선은

앞날을

주시하며,

어린이의

미래를

위해,

지구의

미래를

위해.

과거

회상과

미래예상도는

지친

몸을

기분

좋게

한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발이

빨라

등을

떠밀며

가기에

가방

수첩에는

연말까지

계획을

빼곡하게

적어

바로

앞에

있는

중요한

것을

읽은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G

eneration Times, Issue 07, “Today is m

y life”

이토 다케시, 그 사람의

Times Generation ‘나 자신 = 세계’라는 관계성을 발견하고 거기서부터 ‘시대의 모습’을 생각하기 위한

잡지. 자기자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본 특집 ‘root’나, ‘주관이란 무엇인가?’를 테마

로 한 ‘I am the World’, 세계와 자신의 연결고리를 풀어 본 ‘65억 명의 교차점’ 등, 매

호 일상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과의 ‘접점’을 찾아가는 특집 위주로 지면이 구성되어

있음. 현재 독자와 함께 생각하는 ‘장’으로 ‘GT 세미나’나 시대의 모습을 디자인하는

연구 ‘LAB’ 등 종이 미디어를 넘어선 프로젝트도 전개하고 있다.

도쿄 젊은이들의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하라주쿠. 1년 365일 잔뜩 멋을 낸 20대의 남녀들이 바글바글한

쇼핑몰 라포레 하라주쿠는 그 한가운데에 있고, 그리고 <Generation Times>는 바로 이곳에서만 배포되는 책자다. 표지

에는 정확히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고민하는 저널 타블로이드지”라고 적혀 있다. 패션지도 아니고 스타 화보집도 아닌

저널 타블로이드. 놀랍게도 어떤 친구들은 단지 이 책자를 구하기 위해서 라포레를 방문한다. 하라주쿠에서 새로운 시

대의 모습을 고민하는 저널을 읽는 20대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마치 빅뱅스타일의 어떤 이십대가 명동 한가

운데서 전 지구적인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저널을 “무심한 듯 쉬크하게” 읽고 있는 모습과도 같은 것. 하지만 발행인 이

토 다케시는 “하라주쿠여야만 했다”고 말한다.

누구에게 이야기를 던질 것인가, 라든지 어떤 마음가짐을 갖게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았는데, 타겟은 역시 젊은이들.

젊은이들은 그야말로 미래 그 자체니까. 그랬을 때 패션 유행에 민감한 하라주쿠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젊은이에게도

읽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라주쿠에서 세계를 변화시켜 나간다'라는 타이틀로 기획서를 만들어 라포레에서 배

포하게 되었다. 하라주쿠에 있는 젊은이에게 전달되지 않을 걸 한다면 결국 “아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다. 일부 사람만 아는 것을 만드는 것은 지루하고,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1%의 종이

99%의 상상

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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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

속닥임의

세계 ―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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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다케시는 사회적 기업가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했던 몇 번의 강의 때문에 그는 대표적인 일본의 사회적

기업가로 언론에 소개됐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강의를 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동받았다’고 말했고, 심지어 어떤 이

들은 왜 우리나라에는 이토 다케시같은 사람이 없느냐, 토로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이토 다케시 같은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가 사회적 기업가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만

드는 <Generation Times>는 사회 다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한 것, 또는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스무살의 누군

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멤버를 찾고 싶었어요. 우선 그런 계기를 만들 ‘현장’을 갖고 싶었고. 보통의 미디어처럼 ‘소

개하고 끝’이 아니라, ‘만남에서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나가기’라는 그야말로 ‘여행’같은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지요. 그리

고 ‘공범자’ 만들기를 하고 싶었어요. 취재를 하면 여러 가지를 알게 되면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현실

앞에서는 “내가 미래를 바꾸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결국 혼자서 다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거 봐. 너도 모두 알아버렸네” 하면서 공범자를 만드는 미디어. “나도 고민하고 있는데, 너도 같이 고민해보자고”라고 말

을 건네는 거죠. <Generation Times>표지에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고민하는 저널 타블로이드지’라고 적혀 있듯 고민하

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 미디어는 그 이상의 것은 못한다고 생각해요. 무관심에서 ‘무’(無)를 빼내는 작업이 바로 미

디어의 역할. 지나치게 가르치려고 드는 신문은 저도 읽고 싶지 않아요.

이토 다케시 Ito Takeshi 1975년생. 메이지대학 법학부에서 국제법을 전공했고, 재학 중에는 아시아, 중동 각지를 돌아다니며 필드워크. 대

학 졸업 후 40여 개의 기업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2000년 광고대행사 하쿠호도에 입사했으나 2001년 12월 퇴사 후 독립하여 ASOBOT

을 설립했다. 연 3회 발행하는 저널 타블로이드지 <GENERATION TIMES>의 편집장이며 2006년 9월 '시부야가 대학이 되다'라는 컨셉으로 세워진

시부야 대학 발기인으로, 현재 이사를 역임 중.

1%의 종이

99%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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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다케시는 대학시절 유라시아 대륙을 몇 번이고 횡단할 만큼 여행을 좋아했고, 40번의 지원과 39번의 퇴짜 후에 입

사한 광고대행사에서도 그만 두기 전에 8일간의 휴가를 얻어 아시아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광고대행사의 일도 재미있

었지만, "만일 지금 회사에서 받은 명함을 잃고 세상에 방치되면 대체 나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갑자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스위치가 들어와 버렸다고. 그래서 28살에 ASOBOT을 만들고 <Generation Times>를 발행

했다. 그는 이 일에 대해서 “역할분담”이라고 말한다. 브라질 아마존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는 일본 이민자들이 그

들의 마을을 만들기 위해 했던 것처럼.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선생님이 되고,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치료

해주어야 했던 것처럼.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더 의미가 있다거나 중요하다고 생각

하지 않는단다. 이토 다케시에게 일이란 65억 명이 함께 살아가는 커뮤니티 안에서 각자가 살고 있는 의미를 찾아가는 것.

“다른 시대를 질투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말로 ASOBOT과 <Generation Times>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이토 다케시의

일은 너무나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해 사회적인 결과물로 이어졌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즐겁게 만들고 싶어서

시작된 지극히 사적인 질문들과 호기심, 그리고 메시지는 지금 일본을 넘어 한국에 도착했다. <Generation Times>를 통

해서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오히려 사고정지된 젊은 친구들에게 스위치를 켜고 싶었다는 이토 다케시의 메시지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것은 결국 우리 자신 또한 65억 명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1명의 사람이기 때문은 아닐까.

* 본 기사에 사용된 이토 다케시의 인터뷰와 사진 출처 www.asobot.co.jp, <일하지 않는 사람>(弘文堂, 2008)

어른들은 항상 “그 때가 좋았지”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세대에는 고도경제성장도 학생운동도 버블도 없었으니까

요. 확실히 당시의 학생운동을 보면 학생이 저렇게 뜨겁게 연대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이 되요.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저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대 항해시대’는 여행의 보물창고수준이고, 굉장히 부러운 시대였죠. 누구에게나 ‘그

시대 재미있겠다’ 라고 생각하는 때가 있겠지만, 나는 겪어보지 못한 시절에 대해서 ‘그 때가 좋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좀

분하기도 해요. 그래도 시대는 고를 수 없잖아요. 살 수 있는 시대는 하나뿐이고,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어요. <Generation Times>도 그런 생각에서 만들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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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들이 ‘나는 이러이러한 책이오. 읽으면 이런 걸 얻을 수 있지’ 이렇

게 써 붙이고 있다면, 순식간에 책을 고르고 유유히 서점을 빠져나가는 사

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책들은 색색의 표지로 내면을 꽁꽁 감싸고 있으니까. 이리저리 표지를 훑

어보며 어떤 책이 좋을지 고민도 하고 많은 상상도 하겠지. 이 책은 이렇

겠지, 이렇겠군. 이럴 거야. 표지는 당신 앞에서 빙글빙글 웃으며 재촉하

겠지. 나는 어때?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며 끊임 없이 유혹하겠지. 그 속삭

임에 넘어가서 어떤 책을 손에 들고 왔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모든 책들이 ‘나는 이러이러한 책이오. 읽으면 이런 걸 얻을 수 있지’ 이렇게 써 붙이고 있

다면, 순식간에 책을 고르고 유유히 서점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겠지.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책들은 색색의 표지로 내면을 꽁꽁 감싸고 있

으니까. 이리저리 표지를 훑어보며 어떤 책이 좋을지 고민도 하고 많은 상상도 하겠지.

이 책은 이렇겠지, 이렇겠군. 이럴 거야. 표지는 당신 앞에서 빙글빙글 웃으며 재촉하겠

지. 나는 어때?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며 끊임 없이 유혹하겠지. 그 속삭임에 넘어가서 어

떤 책을 손에 들고 왔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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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와 말을 걸었어

그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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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아마도 혼자 미술관에 갈 기회가 있다면, 혼자 왔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어서 세상 사람들 모

두가 다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중요한 건 세상 사람들이 그걸 알고 모르고가 아니라, 그런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뭔가 속 깊은 게 들켰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 때문이리라.

그런 점에서 사람을 확 잡아끄는 표지와 제목. 김연수(40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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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프란츠 카프카

표지에 이끌려 무작정 사버렸다. 그런데 읽고 보니 이런! 내가 언젠가 읽었던 책이네 하고 한번 더 놀

라게 했던 책이다. 읽는 내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질투

에 휩싸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어둡고 해학적인 모습의 극치로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소유욕이 발동하

지 않을 수 없다. 아! 아무래도 나는 카프카의 어둠을 가지고 있나 보다. 박지민(33세, 디자이너)

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 Bradley Trevor Greive

꽤 우울한 날이었고, 마음은 파도처럼 너울거렸었다. 혼자서 광화문 앞을 서성이다 추워서 서점에 들

어가 심드렁하게 돌아다니는데, 눈에 띄고 말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손발을 꼬고 앉은 침팬지의 모습

을 보면 다들 피식 웃었을 테지만, 말 못하는 짐승이나 사람이나 똑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금 짠했다.

문장은 짧다. 하지만 페이지마다 담긴 흑백사진의 감동은 길었다. 강희정(28세, 기획자)

홈리스 중학생 ● 다무라 히로시

이거 뭔가 누덕누덕한 이야기가 나올 법한 포스가 확 풍기는 것이, 구미를 당겼다. 후르르 넘기는데

손으로 그린 듯한 작은 약도와 삽화까지 뭔가 없어 보여서 살짝 안심도(너무 번듯한 책은 머리가 아플

것이라는 선입견이 문제다). 일본에서 잘 나가는 개그맨의 눈물 겨운 자서전이라는 사실에 위트 넘치

는 이 표지가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윤형복(31세, 컴퓨터 프로그래머)

“표지가 감추고 있는 속마음을 내 귀에 속닥였지. 델 정도로 뜨거운 광

기도, 주제할 수 없을 열정도, 아니면 미칠 듯이 웃긴 유머와 위트, 그 밖

의 많은 감정들이 여기에 있다고. 한 권의 내용은 ‘나’라는 모습으로 당신

을 만나게 된다고.”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 강명관

‘책’과 ‘조선’이라는 두 코드를 잘 연결시킨 표지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조선은 책 문화가 그리 발달한

국가는 아니었지만, 왕이나 귀족이 보는 몇몇 책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런 ‘조선의 책’을 상정하고 흉내 낸 디자인인데, 색감이 부드럽고도 세련돼서 눈에 확 띄었다. 표지

의 제목과 ‘冊’도 옛 글자체 그대로는 아니지만 고풍스럽게 디자인했다. 천정환(40세, 문화사연구사)

구본형의 THE BOSS(더 보스) : 쿨한 동행 ● 구본형

‘대한민국 2천만 직장인을 구할 상생의 메시지’라는 거창한 부제와 함께, 변화경영전문가로 널리 알려

진 구본형 씨의 이름이 적혀 있으니 30대 직장인이라면 손이 먼저 나갈지도. BOSS(상사)와 관련된 책

이라는 점도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직장인+BOSS+쿨한 동행, 이보다 더 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책 표지는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임영숙(34세, 기획자)

체 게바라 평전 ● 장 코르미에

강렬한 붉은색 바탕에 검은 잉크로 형상화된 얼굴, 그리고 먼 산을 응시하는 이 분의 이름은 체 게바

라. 마치 예수를 연상케 하는 이 모습이 이 책 한 권에 담긴 인간 체 게바라의 뜨거웠던 인생을 대변하

는 듯 하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고 일갈 하던 그

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지 아니한가? 이명호(35세, 웹디자이너)

Warhol-basic Art Album (Paperback) : Commerce into Art ● Klaus Honnef

붉은 계열의 옷을 입은 잘 생긴 남성이 총을 들고 있다. 푸른 바탕 위에 데칼코마니처럼 배열된 그 모

습이 강하게 나의 이목을 끌었다. 이미지를 반복 사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팝 아트의 선두주

자 워홀의 책이었다. 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색감, 그리고 그것이 주는 순간의 인상은 아직도 강렬하

게 기억된다. 맹준재(30세, 공연기획자)

이런 사랑 ● 이언 매큐언

소설책의 표지는 그 녀석이 그 녀석이다, 책 내용이 중요하지 언제 닳아 없어질지 모를 껍질이 대수냐.

솔직한 내 마음이었지.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의미 없는 일러스트였어. 검정 아크릴과 펜으로 그린

거친 그림과 함께 빨간색으로 적힌 제호.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은 소설 속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뽑아낸 재주꾼이라 할만 해. 한영화(28세,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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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전부를 담고 싶어.세상 사람들을 ‘지식’이라는 키워드로 나누면 아마 세 가

지 유형쯤 나올 것이다. 알고 싶어하는 사람, 알고 있는

사람, 알려주고 싶은 사람. 이렇게 나눴을 때 필사자는 알

고 있는 사람이자 알려주고 싶은 사람에 속할 것이다. 그

래서 그들은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잡학다식의 세

계를 전인류와 공유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사르며 후

대에도 길이 남을 초대형 필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사본은 전쟁의 불길 속에서 비명

횡사를 하거나,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 잊혀지지 않는 한

언젠가 그 모습을 드러내 모두를 놀라게 한다.

중세 모처의 수도원 지하 감방에서 쓰여진 어느 수도승의

역작 ‘악마의 성경’처럼. 땡땡이 무늬의 팬티를 입은 악마

가 해맑게 웃고 있는 삽화 때문에 ‘악마의 성경’으로 불리

지만 진짜 이름은 ‘거대한 크기의 필사본’이라는 의미의 ‘코

덱스 기가스* (Codex Gigas)’이다.

이름처럼 한 뼘이 넘는 두께에 세로 92cm, 가로 50cm의

크기를 가져, 뭇 사람들은 ‘이것이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말할 정도. 필사자였던 수도승은 이 필사본에 신·구약성

경, 어원사전, 유태민족의 고대사(무려 20권짜리), 보헤미

아 연대기를 비롯하여 사망자 명부를 담은 달력, 수도사

들의 명부, 마법의 약전, 간질과 열병을 치료하는 처방과

도둑을 찾아내는 방법까지 빠짐없이 기술했다.

말 그대로 필사(必死)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필사(筆寫)한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양이니 의욕에 차서

쓴 첫 번째 글자와 좀 지칠 만도 한 지점, 예를 들어 33페

이지쯤 되는 곳의 글자가 다를 법도 한데 변함 없이 정갈

한 라틴어 뿐이다.

전설에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수도승

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하룻밤 만에 완성을 했다고 하

는데, 그 둘의 거래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수도승이 가

진 지식의 전부는 ‘악마의 성경’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으니까.

* 코덱스 기가스(The Codex Gigas)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필사본으로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3세기 초 포드라이셰(Podlažice)의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세로 92cm, 가로

50cm, 두께 22cm에, 그 무게는 75kg에 달한다.

타국에서의 고단했던 시간을 알아줘. 잊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종이

에 적어서 두는 것이다. 머리에 담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

특히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게는 꼭 피해야 할 저

장방법이다. 지금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길고 긴 시간이 지난 후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하멜은 마음이 놓이자마자 필사본

을 만든 것이다. 안심한 순간, 뇌리에 남아 있던 기억들도

함께 날아가 버릴까 봐.

13년 28일 간의 억류생활을 마치고 기록한 ‘하멜보고서’* ,

우리에게는 ‘하멜표류기’로 잘 알려진 필사본이다. 하멜은

그들만의 Desire완전히 텅 빈 종이든 뭔가가 쓰여 있는 종이든. 종이가 있고, 펜이나 연필까지 갖춰져 있다면 사람들은 종이 위에 이

것저것 끄적거리기 시작한다. 심심한 사람은 낙서를 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길고 긴 편지를 쓰고, 열정에 사로잡

힌 사람은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하고 싶은 사람은 한 글자씩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필사본을 만든다.

낡은 종이 위, 손으로 눌러쓴 글자,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코덱스 기가스

하멜보고서

보이니치 필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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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28일 동안 생활하던 조선을 이방인의 날카로운 시

선으로 자세히도 적어 내려갔다. 듣고, 보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시간의 순서대로 적어 자

신을 고용한 동인도회사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꼬레

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모두가 얼마나 고생을 하

고 몇 명의 동료를 잃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하지만 표

류기간도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 했음을

보고하기 위해, 그러니까 13년 28일 동안의 급료를 받

아야겠다고 말하기 위해. 몇 권이 필사되었는지는 알려

지지 않았지만 그 중 한 권이 동인도회사를 거쳐 네덜

란드의 어느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었다.

표류, 조선에서의 강압적인 체류, 탈출과 귀환. 그 사

이사이에 ‘뻥’ 약간 섞인 내용이 더해지며 ‘하멜표류기’

는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덕분에 꼬레는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지만, 그 ‘뻥’ 섞인 내용 덕분

에 본의 아니게 유럽인들의 환상을 자극해버렸다. ‘식

인악어가 사는 미개척지’, ‘금과 보석의 나라’라고. 뒤늦

게 하멜이 처음 쓴 정본 필사본이 발견되어 꼬레, 즉 한

국에 대한 오해는 풀어졌지만 말이다. 그렇게 흥미진진

했던 한 권의 모험서는 하멜의 고단했던 꼬레 보고서로

밝혀지며 사료로 애용되고 있는데, 정작 하멜은 이 필

사본으로 밀린 급료를 받았을까?

* 하멜보고서

네덜란드인 하멜이 1953년 조선에 표착하면서 있었던 13년 28일 간의 기록을 담

은 보고서이다.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의 풍속, 정치, 교역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당시 조선의 모습을 아는 데 중요한 사료가 된다.

누군가는 이 오래된 암호를 풀겠지.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범인을 맞추기 위해 꼭 풀어야

하는 암호들이 있다. 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범인도,

명탐정의 호칭도 날아가버릴 위기. 회색뇌세포를 열심

히 채찍질하며 암호를 맞춰나가는 과정은 추리 마니아

들의 표현을 빌면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재미있는 과

정이다. 그렇다면 까마득한 옛날부터 필사되어 전해 내

려온 이 암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지?

셜록홈스나 포와로,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살

아 돌아온다 해도 풀기 힘들 정도의 암호, ‘보이니치 필

사본’*이다. 그 어려움이 어느 정도냐 하면, 100년 동

안 그 어떤 암호학자도 단 한 단어의 해석조차 하지 못

해 암호학 역사의 성배라고 알려진 정도? 밝혀낸 것이

라고는 15세기경 필사되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

떤 문자와도 비슷하지 않다는 것, 현재의 인류가 사용

해온 언어보다 발달된 3차원의 언어로 추측된다는 점.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수 천 년 동안 필사되

며 지금까지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학자들의 견해와

무엇을 위해 그 긴 시간 동안 필사에 필사를 거듭하며

전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내용

이 담겨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이쯤 되면 오랜 시간 옮기고 옮겨 적는 사이에 언어의

의미는 차츰 잊혀져 갔지만, 훗날 누군가는 꼭 문자를

해독하고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를 바라며 더 오래된

사본에서 정성스레 텍스트를 옮겨 적는 필사자의 모습

이 떠오를 법도 하다. 그 필사자의 바람이 이뤄지는 때

는 언제가 될지, 누군가가 지금은 예일대학교 베이네크

희귀장서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는 이 필사본의 진짜 가

치를 알아줄 때는.

* 보이니치 필사본(Voynich Manuscript)

약 600년 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이다. 1912년 보이니치라는 사람이

입수하며 ‘보이니치 필사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문

자와 삽화 때문에 현재까지 밝혀진 바가 거의 없는 미스터리 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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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 그리고 여유 있는 시간. 누

구든 수다쟁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 갖춰졌

다. 그동안 지낸 이야기에 주변 친구들 근황을

술술 풀어내다 보면, 밥 먹은 지 얼마 안 되는데

도 허기가 지기마련이다. 그렇지, 간식이다. 상

큼 달콤한 에이드부터 시작, 살짝 허기지는 속을

달래주며 수다를 이어나가자. 우리에게는 친구

가 필요하듯,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하다.

http://www.super-recipe.co.kr

이 책에 실린 간식들은 <수퍼레시피>로 만들어졌습니다.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수퍼레시피>란?

메뉴개발전문업체에서 만든 월간 요리책. 직접 만들어보며 찾

아낸 최적의 레시피 50여 가지를 4단계 테스트까지 거쳐 요리

초보부터 주부9단까지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값비싼 재료, 어려

운 재료가 아니라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요리사 못지 않은 실력

을 뽐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리에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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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May

초콜릿 과일 타르트[재 료] • 시판 타르트 틀 3개(지름 7~8cm 타르트 틀 기준) • 물엿 1큰술 • 땅콩가루(굵게 다진 것) 1큰술 • 초콜릿 소스* • 장식용 과일*

* 초콜릿 소스 : 다진 초콜릿(카카오 72%이상) 80g, 우유 60ml, 설탕 10g, 무염버터 15g

* 장식용 과일 : 키위 1개, 딸기 3개, 오렌지 1/2개, 바나나 1/3개, 설탕 약간

[만들기] ➊ 냄비에 우유, 설탕을 넣고 중간 불에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다진 초콜릿을 넣고 고루 섞는다. 초콜릿이 완전히 녹으

면 불에서 내려 버터를 넣고 젓는다. ➋ 바나나는 한입 크기로 어슷하게 썰어 표면에 설탕을 약간 뿌려 갈변을 방지한다. ➌ 키위는 껍

질을 벗기고 세로로 6등분한다. ➍ 딸기는 4등분한다. 오렌지는 껍질을 벗기고 과육만 떠서 준비한다. ➎ 평평한 접시에 각각 물엿과

땅콩가루를 펼쳐 담는다. 타르트 틀을 뒤집어 물엿을 찍듯이 묻히고 땅콩가루도 찍듯이 묻힌다. ➏ 타르트 틀에 초콜릿 소스를 반 이

상 채우고 준비한 과일을 올려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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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초소스 웰빙 냉파스타[재 료] • 쇼트 파스타(푸실리 150g) 소시지 2개 • 미니 파프리카 3개 • 방울토마토 8개 • 파스타 소스*

* 파스타 소스: 홍초 3큰술, 꿀 1작은술, 올리브유 6큰술, 다진 양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1/4작은술

[만들기] ➊ 소시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0.5cm 두께로 썬다. ➋ 미니 파프리카는 0.5cm 두께의 링 모양으로 썬다. ➌ 방울토마토는 먹기 좋

은 크기로 썬다. ➍ 파스타 삶을 물(물 1ℓ+소금 1큰술)을 올린다. ➎ 파스타 소스 재료는 모두 섞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➏ 물이 끓으면

파스타를 넣고 11분 정도 삶는다. ➐ 면이 다 삶아지면 얼음물에 담가 차갑게 한 뒤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소시지를 넣고 파스타 소스

에 버무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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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June

수다에는 간식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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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링 키위주스[재 료] • 탄산수(스파클링 워터) 2와 1/2컵(500ml) • 골드키위 10개 • 오렌지 주스 1ℓ

* 파스타 소스: 홍초 3큰술, 꿀 1작은술, 올리브유 6큰술, 다진 양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1/4작은술

[만들기] ➊ 골드키위는 껍질을 벗겨 2~3등분한 후 믹서에 오렌지주스와 함께 간다. ➋ ➊ 에 탄산수를 붓고 가볍게 저어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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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Ju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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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로 감싼 연어 롤[재 료] • 밥 1공기 • 훈제연어 슬라이스 7조각 • 오이 2개 • 크림치즈 4~5큰술 • 무순 약간 • 초밥 양념* • 와사비 간장*

* 초밥 양념: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4작은술

* 와사비 간장: 양조간장 2큰술, 와사비 1/2작은술

[만들기] ➊ 뜨거운 밥에 초밥 양념을 섞어서 살짝 식힌다. ➋ 오이는 앞뒤 꼭지를 자르고, 필러를 이용해 길게 슬라이스해 14장을 만든다. 힘을

조절해가며 최대한 얇게 슬라이스한다. ➌ 연어 슬라이스도 반으로 잘라 14조각을 만든다. ➍ 깨끗한 도마에 오이 슬라이스를 깔고

그 위에 연어를 얹은 뒤 밥을 놓고 크림치즈를 1작은술씩 올린다. ➎ 마지막으로 무순을 4~5개 정도 얹고 돌돌 만다. ➏ 그릇에 초밥롤

을 담고 와사비 간장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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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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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지 ⊙

종이가

있는

풍경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셔터 문이 올라가고, 음식 냄새가 진동하고 오토바이 시동 소리

가 요란하다. 출퇴근 시간으로 서울 시내가 혼잡스러울 때 이곳은 이미 본격적인 업무태세에 돌입한다. 충무

로. 이름난 영화감독과 배우, 화려한 조명들과 의상, 진한 분향이 레드카펫을 따라 흐를 것 같은 그 이름 뒤에

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쇄기의 소리가 쟁쟁하다. 우리나라 인쇄물량의 70%. 주차된 차 위의 찌라시부터 베

개보다 두꺼운 전문서적까지 만들어지는 이곳은 종이에게는 제2의 고향이고, 우리에게는 복닥거리는 삶의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는 몇 안 되는 현장 중 하나이다.

충무로 뒷골목에서 마주친 단상

충무로 인쇄골목을 가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교차한다.

매일경제의 빌딩과 충무로타워, 멀티플렉스로 바뀐 거대한 극장 뒤쪽으로 아기자기한 일

본식 건물들이 길게 골목을 이룬다. 충무로 인쇄골목이라 불리는 이 곳에서는 어울릴 것 같

지 않은 두 개의 모습이 사이 좋게 동거 중이다. 검은 세단이 지나간 길을 짐 잔뜩 실은 삼

륜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구루마라고 불리는 손수레가 차례로 지나가며 그렇게 과거와 현

재는 완벽하게 교차한다.

이 거리에는 인쇄관련 공장만 어림잡아 3천여 개가 자리하고 있다. 다닥다닥 모여 있는 인

쇄관련 공장. 이 애매모호한 말에는 몇 억짜리 인쇄기가 돌아가는 인쇄소부터 손으로 접고

붙이는 영세업체까지 다양한 업종과 업태가 포함된다. 그래서 충무로만큼 향수를 자극하

는 곳도 없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컴퓨터로 0.0001mm까지 계산된 종이들이 인쇄에 들어

가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무릎을 맞대고 앉아 풀칠을 한다. 맥도날드, KFC와 같은 다국적

패스트푸드점 바로 맞은 편에는 30년, 40년 이상 된 원조 맛집과 오래된 선술집이 버티고

서 있다. 인쇄골목 사람들은 2차선 도로를 건너가 듯이 과거와 현재, 오래됨과 새로움, 아

날로그와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충무로는 그런 곳이다. 사람들은 일상처럼 그 시

간의 묘한 교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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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있는

풍경

종이는 종이 이상의 의미를 얻는다.

나름의 규칙 안에서 이 곳 사람들은 활기차다. 입김이 풀풀 나는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인쇄골목을 활보한다. 오랜 경

력만큼 쌓이는 것은 아는 얼굴들, 지나치는 오토바이 운전수도 잡아서 인사할 만큼 살갑기도 하다. 기계와 씨름하고 잉

크가 묻는 작업 속에서도 그 모습들은 변함이 없다.

인쇄골목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서서히 모였다. 처음에는 강호의 고수를 찾듯 자신을 이끌어줄 사부

를 찾기 위해 이 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젊은 사람들을 제자로 받아들여 인쇄기술을 전한다. 줄잡아 5만 명이 인

쇄기술을 연마하고, 그 기술로 삶을 영위하며 새로운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들을 전수한다. 그렇게 저마다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인쇄골목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인쇄골목 고수들은 지업사에서 칼같이 종이를 자른다. 잘린 종이들을 자

전거나 오토바이 짐받이에 산처럼 쌓고 거리를 달리는 사람들은 이미 달인의 경지. 실려온 종이는 차곡차곡 인쇄기 앞

에 앉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다 순서대로 인쇄기를 통과한다. 컬러가 잘 맞는지, 초점은 잘 맞았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

일상은 독특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한솥밥을 먹는 모습뿐만 아니다. 인쇄라는 키워드로 특화된 이 거리

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모습들을 만들어낸다. 가게 입구마다 쌓여 있는 종이부터, 편의

에 따라 만들어져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독특한 기계들, 가로수나 벼룩시

장이 아닌 인쇄신문이 전봇대 아래에 놓이는 모습들,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지게차. 처음

보는 사람들은 혼이 쏙 빠질 만큼 신기한 풍경들이 매일 같이 펼쳐진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맛집인 곳도 충무로 인쇄골목뿐이다. 일이 고되니 먹는 것은 푸짐하고

맛깔 나게 먹자는 이 곳 사람들 때문에 보통 국밥집도 이 곳에서는 맛집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맛집들은 이른 아침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에서 족발을 꺼내 물기를 빼고, 분주

하게 만두피를 밀거나 배추를 다듬어 겉절이를 준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들은 하루

세 끼 인쇄골목 사람들의 허기진 속을 달래준다. 그리고 충무로에 밤이 내려 앉으면 소주

한 잔, 맥주 한 잔 걸칠 수 있는 술집이 되어 인쇄골목과 함께 하루를 정리한다.

하지만 인쇄거리에서 찾아 보기 힘든 것도 있다. 이 곳에는 경적이 없다. 여기저기 사람 키

만큼 쌓여 있는 종이 더미와 시도 때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리어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지게차 그리고 바삐 뛰어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좁은 길이 막혀 있어도 모두가 느긋하다.

알고 있으니까. 종이와 잉크냄새, 지분 날리는 이 거리는 인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잠시 길을 빌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규칙에 맞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인쇄소의 하루가 충무로의 세월이 된다.

이렇게 변할 것 같지 않은 충무로에 인쇄타운이 들어선다. 인쇄 중심 중 하나인 세운상가의

재건축이 결정되면서 많은 인쇄소들이 저마다 구미에 맞는 자리를 찾기 위해 조금씩 이동

중이다. 인쇄소 웰던애드도 마찬가지. 인쇄골목 끄트머리에 새로 자리 잡은 지 2년이 다 되

었다. 신식건물과 최신형 기계가 들어서고 충무로 인쇄소답지 않은 세련됨마저 갖추고 있

지만 역시 인쇄골목의 일부, 이 곳의 하루는 고스란히 충무로의 역사가 된다.

15명이 일하고 있는 곳. 한참 경기가 좋을 때는 밤낮 없이 종이를 돌렸지만 요즘은 아침 8

시에 하루 업무가 시작된다. 인쇄기 두 대가 쉴 새 없이 찍어내는 것은 DM. 시즌별로 대세

인 인쇄물이 있는데, 연말이 달력 특수라면 지금과 같은 봄, 그리고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DM이 대세이다.

트럭에서 내려진 종이는 지게차를 이용해 인쇄소 한 켠에 차근차근 쌓는다. 국산종이는 스

노우지가, 고급종이는 랑데부가 많이 들어오고 중요한 기획물에는 수입지도 쓰인다. 딱히

클라이언트의 주문이 없을 때는 한국제지 종이를 사용한다. 백색도가 다른 종이보다 낮아

눈도 덜 피로하고 색감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한창 때는 하루 800연의 한국

제지가 들어왔다 인쇄기를 통해 밖으로 나간다. 불량률도 낮아 인쇄하는 사람도 받아보는

사람도 만족도가 높다. 인쇄 경력 35년 차의 베테랑은 한국제지 제품 10개 중 1개 정도 불

량이 난다고 말한다. 불량률 제로는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에 다른 종이는 10개 중 3개가 불

량이라고 말을 덧붙인다.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인쇄기가 멈추는 것은 12시쯤이다. 다같이 어울려 점심을 먹

는 시간, 기계도 거친 호흡을 달래며 휴식에 들어간다. 한 시간의 휴식이 끝난 후 인쇄기는 다

시 분주하게 오후를 보낼 것이고, 퇴근 후 인쇄소 사람들은 황황한 불빛이 있는 충무로 거리

에 앉아서 소주잔을 기울일 것이다. 충무로의 하루는 언제나처럼 그렇게 저물어간다.

지 장인의 눈을 거치면 완성. 단단히 포장된 후 전국으로, 운이 좋으면 전세계로 전해지면 인쇄골목 사람들은 비로서 안

도의 한숨을 쉬는 것이다. 이 곳에서 종이는 더 이상 종이로 남지 않는다. 5만 인쇄 고수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

에 어깨가 무겁다. 색색의 잉크와 활자가 새겨진 채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곳곳으로 배달되기도 한다. 여차하면 불

량이라는 멍에를 쓰고 빛도 못 본채 버려질 수도 있다. 인쇄골목 사람들은 종이에게 최고의 운명을 부여하기 위해 고군

분투하고 종이는 이 곳에서 종이 이상의 의미를 얻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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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자가 변질되다.일본의 국립국회도서관. 특별조사반까지 구성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도서관에 보관되고 있던 책들이 변색

되고 부스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Michigan대학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주의 깊게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 실험에 이용된 장서는 1,731권. Michigan대학은 가장 양호한 상태의 책자를 5점, 그 반대를 0점으로 매겨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➊

실험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19세기 후반에 발간된 책의 지질이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진 19세기 초반

의 책자보다 나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시기에 제작된 책은 그 상한 정도가 심해 대부분 대출이 불가능

할 정도. 그런 반면 변색도 적고 지질도 좋은 책도 섞여 있어 그 편차가 심했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 종이 제

조법과 원료에 뭔가 큰 변화가 있었음을 뜻한다. 19세기 후반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 산업혁명이 바로 그

것이다.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그 사건.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증기기관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기계가 발

명되었고, 이는 종이제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수공업으로 만들어지던 종이가 기계에 의해 제조되기 시작

한 것이다. 많은 양의 종이를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자 목재 펄프가 대량으로 사용되었다.

목재 펄프로 만들어진 종이는 흡습성이 커서 잉크로 글을 쓰면 곧잘 번졌다. 이를 막기 위해 ‘사이징(sizing)’

이라는 공정이 필요한데, 이때 사용되는 약품이 사이즈제이다. 19세기 초 로진(소나무 송진을 증류하여 만든

천연수지)을 이용한 사이즈제가 개발되었는데, 저렴한 가격과 쉬운 사용법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이로써 170년 간 전세계 종이시장을 주름 잡은 산성초지법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개

발로 인정받던 산성초지법. Michigan대학의 실험대로라면 산성초지법이 가장 유력한 범인처럼 보인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➊ MICHIGAN대학의 도서 열화상태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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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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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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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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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지 ⊙

내일의

종이

중성지의 시계는 미래를 가리킨다. 찢어지기 쉽고, 물에는 약하다. 열기에 금세 그을리고, 구겨지기도 한

다. 2000년 전 채륜이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종이가 가졌던 약점이다.

하지만 그 약점이 종이를 소중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종이는 천 년,

비단은 오백 년’이라는 말은 그렇게 생겨났다. 고대의 문서가 발견되고,

조선시대의 편지나 책자도 멀쩡하게 남아 우리에게 전해졌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던 종이의 수명에 강한 브레이크가 걸리기 전까지,

종이는 최고의 보존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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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지는 미래를 향한다.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연구되던 중성초지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80년대 초반. 우표용지와 승차권

용지 개발로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던 한국제지가 국내 최초로 중성지 개발에 팔을 걷어 붙인 것이다. 산성

지와 중성지는 이용하는 약품 자체가 달라 공장을 따로 써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한국제지는 중성초지 전

환계획을 세워 기초연구와 현장실험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한국제지는 거의 모든 종이를 중성지로 제조하

고 있으며, 보다 완벽한 중성지를 만들기 위해 끊임 없이 연구 중이다. 실제로 한국제지에서 개발한 중성지는

‘가속노화시험’ 결과 건조오븐에서 8주, 즉 400년 정도 자연상태에 있었을 경우에도 본래 강도의 80%를 유지

할 정도.

‘천 년의 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보존 기간이 긴 것뿐만 아니라 잉크가 잘 입혀져 인쇄품질이 우수하고,

Whiteness➋ 와 불투명도가 증가하여 선명하게 인쇄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산성지와

달리 탄산칼슘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폐수처리가 쉽고, 용수도 적게 든다. 산성지보다 재활용에 용이하기 때

문에 ‘Eco’가 대세인 21세기에 꼭 맞다.

백 년 남짓 사는 사람이 천 년을 가는 종이가 대수냐, 물론 대수이다. 먼 훗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후손에게 알려줄 수 있는 보존수단으로, 그리고 후손들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기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중성지의 어깨는 오늘도 묵직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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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➋ Whiteness: 최대값은 100%, 종이의 색상을 나타낸다. 높을수록 선명하고 뚜렷하게 인쇄•복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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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산성지, 한계에 부딪치다. 종이의 열화, 즉 색이 누렇게 바래고 바스러지는 상태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나타난다. 곰팡이나 직사광선,

곤충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원료나 제조방법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종이의 산도가 종이의 열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산성초지법에서 로진사이즈제 못지 않게 중요한 약품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로진사이즈제의 보조제로 이

용되고 있는 제지용 알람, 황산알루미늄이다. 그리고 이 황산알루미늄이 일본과 미국이 특별조사반까지 꾸려

가며 조사했던 장서변질사건의 진범이다.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종이 내의 황산알루미늄이 공기 중의 수분

과 반응한다. 산성을 띤 황산알루미늄 때문에 종이는 산성화되고, 이렇게 형성된 산은 종이의 주성분인 셀룰

로오스를 파괴시킨다. 셀룰로오스의 사슬모양 분자가 끊어지며 종이의 색은 누렇게 변하고 부스러진다. 그렇

기 때문에 산업혁명 이후, 로진사이즈제를 첨가하여 만든 종이들은 100년이 조금 넘자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정확한 종이의 수명을 측정하기 위해 ‘가속노화시험’이라는 실험을 실시했다. 시료가 될

종이를 유리관 같은 용기에 넣고 밀폐시킨 후 100℃의 건조오븐에서 일정시간 가열하여 의도적으로 손상시

키는 것. 이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건조오븐에서의 72시간은 실온에서의 20~25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유추

했다. 산성초지법으로 만들어진 종이는 건조오븐에서 2주, 즉 자연상태 80~100년 정도 되자 완전히 종이가

부스러지는 상태가 되었다. 대부분의 문서가 종이로 보존되고 있으며 종이는 문화를 담고 보호하는 그릇이라

는 개념이 팽배해 있던 20세기, 산성지의 대안이 절실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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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고 떨어지는 것이 확실한 라벨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꼭 빠지지 않고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초록빛 투명한 병에 참○○, 처○

○럼 등 라벨을 붙인 이 녀석들은 빠지면 섭섭할 정도입니다. 술 약속이 생긴다면 이번에는 술잔만 빤히 쳐다보지 말

고 이 친구들이 붙이고 있는 라벨도 한 번 봅시다. 그냥 보기에는 스티커 같을지 모르지만 제지업계의 기술이 속속 배

어 있는 놀라운 특수용지랍니다.

작은 종이조각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공정이 필요한 것이죠. 우선 라벨지는 다른 종이들보다 배

향성이 좋아야 합니다. 배향성은 섬유가 배열된 정도를 말하는데 섬유가 평행하게 배열되어 있을수록 좋은 종이입니

다. 배향성이 좋아야 선명하게 인쇄가 되고, 투명한 병에 붙였을 때 빛의 반사나 액체의 출렁거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라벨지에 적힌 글자가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읽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죠. 수분에 강한 것도 라벨지

의 특징입니다. 병에 든 음료는 항상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그렇게 되면 병 표면은 늘 축축하게 되죠. 만약 라벨지가

일반 스티커라면 병과 스티커 사이에 습기가 차서 지저분하게 얼룩지고, 글자는 읽기 힘들어집니다.

아무 종이나 라벨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특히 요즘처럼 환경을 중요시 여기는 시대에는 빈 병에 붙어 있는 라벨

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회수과정을 통해 깨끗이 씻어 재활용 되는 빈 병들. 여기에 라벨지가 깨끗하게 안 떨어지고

덕지덕지 붙어 있다면? 아니면 씻어 내는 과정에서 라벨지가 휴지 풀어지듯 물에 풀어져서 강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

가 버린다면? 이거 생각할수록 끔찍한 라벨지 테러군요. 최근에 한국제지에서 설계한 N-내수라벨지처럼 병을 씻는

과정에서 깔끔하게 원형 그대로 떨어지는 제품의 경우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말입니다.

‘한 장의 마법’이라고 부르세요특수용지의 세계

하루라도 안 보고 넘어간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손 한 번 안 대고 하루를 보낼 수도 없습니다. 주변에 엄청

나게 많기도 합니다. 네, 종이 이야기입니다. 세상엔 참 많은 종이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만원 지하철에서 부

대끼며 읽는 신문도, 공손히 받아온 거래처의 명함도, 이것도 기획안이냐며 팀장이 집어 던진 제안서도 모두

종이니까요. 하지만 누군가 종이가 다 같은 종이냐고 물으신다면, 종이연구소는 성심 성의껏 ‘NO’라고 대답

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만드는 법도, 쓰이는 곳도 천차만별인 종이 중에서 몇 가지 살짝 공개할까 합니다.

그렇다면 종이연구소의 “NO”에 고개를 끄덕여 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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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연구소

라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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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발라야 진가가 발휘되는 우표용지‘그냥 반질거리는 종이에 풀 발라 말린 것 아냐?’ 이렇게 말씀하시면 우표용지가 서운합니다. 우표용지라는 것이 굉장

히 계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그렇지 않다면 미국이나 일본에서 우표용지를 수입해다 쓰는 일도 없었을 것입

니다. 조금 분하기는 하지만 1972년에 한국제지가 국내 최초로 우표용지를 만들기 전까지 그랬다는 얘깁니다. 지금은

한국제지가 우표용지를 만들면 한국조폐공사가 우표를 발행합니다. 돈도 아닌데 왠 한국조폐공사? 우표용지는 어음

이나 수표, 채권처럼 유가증권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시중에서 우표용지를 구입할 수 없죠. 우

표로 만족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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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면서도 튼튼한 쇼핑백원지

검은 봉지에 담아서 다니는 것보다는 각 잡힌 쇼핑백에 담는 것이 보기도 좋죠. 특히

여성분들이라면 볼품없는 비닐봉지보다는 핸드백이 좀 빵빵 해지더라도 핸드백에 물

건을 구겨 담아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잘 차려 입은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죠.

그렇다면 쇼핑백을 들고 걷다가 쇼핑백이 터진 경험은 어떻습니까?

한 번쯤은 모두 가지고 있을 법 합니다. 쇼핑백은 잘 찢어지지 않는 일반 용지로 만들

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물건을 좀 많이 담았다 싶으면 장소

불문하고 찢어지거나 터져버리고 말죠. 그래서 라미네이트나 코팅 등의 과정을 거치

게 됩니다. 라미네이트는 용지 위에 아주 얇은 필름을 접착하여 광택을 내는 작업을

말합니다. 광택도 더하고 표면의 강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쇼핑백원지 가공에 많이 이

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라미네이트나 코팅은 환경에 하나 좋을 것이 없기 때문

에 최근에는 종이 자체가 질긴 크라프트지나 천연의 재료로 이루어진 쇼핑백원지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제지에서는 On-Machine Coating의 최신 방식으로, 우

수한 인쇄적성과 광택, 거기에 높은 강도까지 갖춘 쇼핑백원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쇼핑백원지는 천연재료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가능하며 라미네이트와 코팅 등의

후가공을 하지 않아 환경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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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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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동안 한결 같아야 하는 벽지용지

방 벽에 바르는 종이를 일컬어 벽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아무 종이에 풀을 발라 벽에 붙이면 그것이 모두 벽지냐,

그것은 아닙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신문이나 달력, A4용지도 벽지라고 불러야 할 텐데, 우리가 벽지라고 부르는 것은

돌돌 말려 있고 톡톡한 질감을 가진 종이뿐이니까요.

벽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수약품 처리를 한 종이, 즉 벽지원지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강사이징’이라는 전문용어

로 부르는데, 벽지에게 꼭 필요한 특성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벽지를 벽에 붙일 때 사용하는 것, 바로 풀

이죠. 도배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도배용 풀은 물에 잘 개어 사용합니다. 일반 종이에 물풀을 바르면 우그러들

고 맙니다. 만약 벽지가 일반종이로 만들어졌다면 풀을 발라서 벽에 붙였을 때 쭈글쭈글하게 되겠죠. 아니, 그 전에

풀의 물기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벽지원지는 습기에 강하게 설계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벽지원지에 합성수지인 PVC를 일정하게 코팅하기도 하고, 다양한 컬러와 무늬를 인쇄하기도 합니다.

또는 엠보싱 기법을 이용해 한층 고급스러운 효과를 내기도 하죠.

이런 과정을 거쳐 비로서 벽지는 완성됩니다. 완성된 벽지는 각 가정이나 사무실의 벽에 붙여집니다. 하루 종일 햇볕

을 쬐거나 형광등 불빛 아래 노출되기도 하죠. 혹시 주변의 벽지가 누렇게 변한 모습을 발견하셨습니까? 그렇다면 그

벽지는 좋은 벽지가 아니군요. 원래 종이는 빛에 의해 변색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벽지는 이러한 종이의 성

질을 최대한 억제시켜서 만들어내어야 합니다. 벽을 아름답게 장식해야 하는 벽지가 누렇게 뜬 모습으로 붙어 있다면

그보다 흉흉한 모습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배한 지 10년이 흘렀어도 1년이 채 안 된 것처럼 은은한 광택을 뽐내야 도배하던 때의 고단함도 즐거움으로 남겠죠.

거기에 한국제지 중질벽지원지와 벽지원지합지처럼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벽지원지라면 훨씬 좋지 않

을까요?

한국제지는 고급화학펄프를 이용해서 Base Paper를 만듭니다. 그리고 윗면에는 인쇄가 잘 되라고 인쇄적성 향

상액을, 반대면에는 접착제를 바릅니다. 이 접착제가 우표용지의 매력 포인트가 되지요. 재습접착제라고 부

르는 이 접착제는 초산비닐수지와 폴리비닐알코올, 물 등을 혼합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어, 처음 듣는데?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 아니야?’ 이런 오해는 사양합니다. 우표는 혓바닥에 직접 닿는

것이라 모두 식품포장용지 적성에 준하는 공정을 거치고 있거든요. 아무튼 재습접착제는 건조할 때에는 별 기

능을 못합니다. 그러나 물만 묻으면 접착력이 생겨 어디든 붙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이메일이나 문자, 택배 아

니면 퀵서비스를 많이 사용해서 우표를 붙여 뭔가를 보내는 일이 적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우표용지를

만날 일이 적어졌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지나 증지도 우표용지로 만들어지거든요. 특수용지라고 해서 우

리 모르는 곳에서 쓰이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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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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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학생들에게 나눠줄 악보 책을 만들까 합니다. 보통 A4용지는 너무 얇아

서 뒷면에 악보가 비치고 색깔도 너무 하얗기 때문에 눈도 피로하더군요. 눈에 피

로도 덜하고 약간 두꺼웠으면 좋겠는데 어떤 제품이 좋을까요? [배진호 님]

현재 국내에서 악보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악보 용지 인쇄

시 한국제지의 하이퍼 뉴크린 유광지 100g 백색과 연미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복사지를 이용하신다면 눈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는 한국제지 하이퍼씨씨

미색(80g)이 어떨까 싶네요.

★ 오일파스텔용으로 쓰려고 하는데, 기존 화방의 아트지는 미끄러지고 켄트지

는 거칠어서요. 부드러우면서도 잘 먹는 종이 없을까요? 추천 좀 부탁 드립니다.

[백재봉 님]

일반 아트지가 너무 매끄럽고 켄트지가 거칠다고 느껴지신다면 중간 수준의 종이

를 사용하시면 되리라 생각됩니다. 일반 인쇄용지는 표면에 별도 처리를 하였기

때문에 전문 도화용지를 사용하시면 만족스러운 작업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

국제지의 도화용지는 오일파스텔 작업 시 밀리지 않고, 지나치게 거칠어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답니다. 참고하세요.

Q&A종이연구소의 친절한 지난 번 종이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종이연구소를 이용해 달라고 말씀 드렸더니, 많은 분들이 한국

제지 홈페이지를 찾아와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호기심과 궁금증을 털어놓고 가셨습니다. 그 궁금함

을 어떻게 참으셨는지, 우리 종이연구소는 그 점이 더 궁금했답니다. 앞으로는 참지 마시고 종이연구소

(www.hiper.com 자유게시판)에 연락주세요. 여러분들의 호기심이 우리 종이연구소를 크게 만듭니다.

★ GUM PAPER 또는 GUMMED PAPER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떤 종이를 말하

는 것인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상구 님]

GUM PAPER 또는 GUMMED PAPER는 종이 한쪽 면에 접착제를 칠한 종이의

일반적인 명칭입니다. 과거 접착제로 gum을 이용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

죠. Gum 이외에도 덱스트린, 아교, PVA 등이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훨씬 접착

력이 우수한 합성물질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 혹시 제지공정에 투입되는 방부제가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방부제를 쓰는지,

어디에 좋은 것인지, 얼마나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유태 님]

항균 기능을 가진 특수 목적의 종이를 제외한 일반종이에는 방부제를 사용하

지 않습니다. 다만 만드는 과정에서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번식하여 결함 있는

제품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미생물 성장을 억제하는 ‘스라임 콘트롤제(Slime

Control Agent)’라는 약품을 아주 조금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약품은 투입되었을

때 일정 시간 동안만 작용을 하고 나중에는 사라지는 특수 수용성 약품입니다. 그

래서 인쇄용지에는 남지 않습니다.

★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화장지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볼까 하는데, 혹

시 두루마리 휴지처럼 종이를 제작할 수 있는 궁금합니다. 이런 종이가 제작이 가

능하다면 인쇄도 가능할까요? [신민영 님]

제지회사가 판매하는 종이는 낱장이 125매에서 500매로 포장되는 시트 종이 제품

과 두루마리(롤) 제품이 있습니다. 두루마리 제품은 일반적으로 788mm, 939mm

인데, 작품에 사용하실 두루마리 폭은 더 좁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작은 두

루마리 제품은 제작이 힘들거니와, 제작이 되더라도 인쇄하기가 매우 어렵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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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제53기 정기 주주총회 개최한국제지는 지난 3월 20일 오전 9시, 양재동 엘

타워에서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였다.

승인된 재무제표에 의하면 우리 회사 2008년도

매출액은 전년대비 28.4% 증가한 5,699억 원이

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73억 원,

37억 원을 기록했다. 주식배당은 액면가 기준으

로 6%(현금 300원/주)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이

날 김광권 사내이사와 이원욱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되었으며, 박영준 사외이사는 연임되었다.

하회마을 공동 주말농장 재배

한국제지 온산공장은 지난 3월 21일 1사 1촌 결연

마을인 하회마을 동네 주민들과 함께 봄을 맞아

공동 주말농장에 감자 씨앗을 심었다. '06년 자매

결연 이후 '07년부터 공동 주말농장을 조성하여

감자와 배추 등을 재배해 왔으며, 수확물들은 온

산지역 내 경로당이나 요양원 등에 기증해 오고

있다. 금년 역시 어려운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고

자 모두 한마음으로 열심히 땀을 흘리며 밭을 일

궈 감자를 심었으며, 일을 마친 후 마을 분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친목을 다졌다.

전원중 대표이사, '제43회 납세자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한국제지의 전원중 대표이사는 지난 3월 3일 코

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4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성실납세와 건전한 납세풍토를 조성

한 공을 인정받아 모범납세자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납세자의 날은 국민의 납세정

신 계몽과 세수증대를 목적으로 제정된 날로, 성

실납세의 실적에 따라 훈장, 포장 및 대통령, 국

무총리, 기획재정부장관, 국세청장, 지방국세청장,

세무서장 표창 등을 수여하고 있다. 모범납세자

로 선정되면 3년간 세무조사를 면제 또는 유예해

주며, 정부 물품구매 적격심사 시 신인도 부문에

가점이 부여가 되는 등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

조직개편 및 2009년 정기 인사발령지난 2월 26일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가 발표되

었다. 보다 효율적인 업무추진을 위해 동탄물류

파트가 폐지되고 온산물류파트가 신설되었다. 이

번 정기인사에서는 총 66명(사무관리직 26명, 기

능직 40명)이 승진하고 1명이 배치전환(사업장간

이동) 되었으며, 11명이 보직변경(사업장내 이동)

을 하였다. 올해 인사심의에서도 승진 대상자들

에 대해 어학, 독서, 이수학점에 대한 회사시책이

엄격하게 적용되었으며, 승진 후 조건부 승진자

에 대한 엄격한 사후관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황병규 팀장, 김문석 반장, 김선규 조

장 우수제지인상 수상지난 2월 26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24

회 우수제지인상 시상식에서 생산1팀 황병규 팀

장, 생산3팀 김문석 반장, 동력팀 전기파트 김선

규 조장이 우수제지인상을 수상했다.

제58차 한국제지공업연합회 정기총회 후에 열린

우수제지인상 시상식에는 회원사 임원들과 수상

자 가족 등이 대거 참석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우

수제지인상은 제지업계 발전에 공이 있는 사람

으로 올바른 제지인상 확립에 귀감이 되는 제지

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황병규 팀장은 성실함

과 창의적 발상으로 생산성 향상 및 시스템 개선

에 기여하였으며, 김문석 반장은 생산 공정안정

과 초지2호기와 초지4호기의 시운전에 참여하여

조기상업생산을 가능케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한 김선규 조장은 노력과 성실함으로 전장 관

리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

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시상식 후에는 수상자

와 회원사 대표들이 함께 오찬을 나누며 격의 없

는 대화를 나눴다.

펄프제지기능사 자격 취득반 개설온산공장은 펄프제지기능사 자격취득을 희망하

는 신청자 45명을 대상으로 자격증반이 개설되

었다. 2월 2일부터 3월 19일까지 7개 과정이 각각

두 번씩 총 14회 개설되며, 기술연구소 및 안전관

리파트 사내강사가 직접 수업을 진행한다. 펄프

제지기능사 자격시험은 3월 29일 1차 필기시험이

이루어지며, 1차 합격자에 한해 2차 실기준비반

이 개설될 예정이다. 금번 자격증반 개설은 직원

들의 자율희망의사에 따라 개설된 만큼 학습열기

가 매우 높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제지 ⊙

뉴스

한국제지 ⊙

종이연구소

★ 숫자판 캘린더 전문 생산업체입니다. 한국제지에서 2006년 생산한 70g 또는

90g 숫자판 캘린더 용지(롤지)의 색상도가 우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종

이인가요? [이유진 님]

그 캘린더 용지는 하이퍼 뉴크린유광지로 2005년 12월에 새로 지은 한국제지 초

지4호기에서 생산된 것입니다.

다른 일반 유광지에 비해 밝고 고급스러운 색상(Whiteness & Brightness), 두툼한

두께(Thickness), 한층 개선된 불투명도(Opacity), 매끄러운 면감(Smoothness)이

하이퍼 뉴크린 유광지의 특징입니다.

★ 요즘 갈수록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측면에

서 제지회사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재생지를 만드는 것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요? [전세희 님]

재생지를 만들려면 고지(古紙)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고지

를 거의 회수하여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까지 하고 있습니다. 만약

재생지를 계속 생산하게 되면 더 많은 고지를 수입해야겠죠? 또 고지를 수입·회

수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까지 함께 떠 안게 되니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

다. 그래서 재생지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방식의 친환경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대

신, 실현 가능한 환경보호 방법을 하나씩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조림사업에 앞장 서는 것입니다. 모든 제지회사들이 시행하고 있으며 그 중

한국제지는 국내 조림기업 1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친환경공법으로 종이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유해한 염소가스나 이산화 염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최고

급 펄프를 주로 사용합니다.

한국제지는 공장 내에 On-site PCC 공장을 설립하여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

가스를 전량 재이용함에 따라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데 앞

장서고 있습니다.

Page 27: 2009 한국제지 봄호

한국제지 ⊙

독자마당

재미있는 여행이야기

여행을 무척 좋아하고, 또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TICKET 여행을 기억하기 혹

은 준비하기’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조은비(대전 대덕구)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다

‘그 많던 편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자아내더군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제지의 역사나 만들어진 종이들이 모두 어디에 쓰이는지를

다뤄 궁금증을 해소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펄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가 쓰는

종이로 변신하는지에 대해 꼭 한 번 다뤄주세요. 신점호(대구 수성구)

커다란 상상의 힘

우표용지와 한국제지, 그리고 작은 우표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 작은 종이를 만들기 위해 한국제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Paper Communication을 보고 알

았네요. 우표를 사용할 때마다 한 번 더 눈 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제지의

상상은 어디까지인가요? 종이책과 전자책의 밀고 당김 같은 것, 기대해도 될까요?

박종현(서울 동대문구)

재치 넘치는 구성이었어요

‘종이 연구소’의 일진 사나운 김대리, 처음엔 앞 장만 보고 재미난 콩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런데 뒷장으로 넘기니, 번호별로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문제점의 원인과 해결책을 김대리 이

야기와 연결되게 설명해두었더군요. 정말 재치 있는 발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상업성에 크게

연연하지 않은 설명들이 무척 진실되고 좋았습니다. 김선미(경북 상주)

공감 100% 사외보입니다

Paper Communication은 제가 2008년도 막바지에 알게 된 사보입니다. 이렇게 제 생각과 공

감될 줄 몰랐기에 더 즐겁게 읽었어요. 앞으로 더 멋진 레이아웃으로 늘 새롭게 구성해주세요.

그리고 저도 종이애호가랍니다. 아직 책상 위에 스케치북과 연필이 자리하고 있는... 오영아

(서울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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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지난 호 ‘두근두근’의 통권을 93호가 아니라 92호로 바로 잡습니다. 지적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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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호에서 가장 좋았던 기사와 그 이유를 적어주세요.

2. 앞으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3. PAPER COMMUNICATION에 하고 싶은 말을 전하세요.

4. 다음 호의 상상공감 주제는 흥얼흥얼입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와 거기에 얽힌 사연을 보내 주세요.

재미있는 사연은 PAPER COMMUNICATION 제일 앞 장에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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