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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Vol.1

Collabo farm webzine ju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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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협업농장 소식지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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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Collabo farm webzine june 2015

2015년 6월

Vol.1

Page 2: Collabo farm webzine june 2015

오늘 납품할 상추만큼 푸른 20대 청년들의 종아리

젊은협업농장의 강산, 성근, 경욱의 종아리가 한순간 눈에 들어온 이유는 엊그제 아홉 살 난 딸아이에게 생전 처음으로 회초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때리지 못하고 회초리를 꺾었지만 딸아이는 많이 울었고, 그 하얀 종아리를 보며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힘든 농사지만 값진 배움을 수확하길, 매서운 회초리도 달게 받길, 그래서 결국엔 남을 위하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길, 그런 마음을 이번 사진으로 대신한다.

_글·사진 민택기[email protected]

사진가 민택기는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 사진학을 전공하고, 11년간 광고전문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부터 장곡면 젊은협업농장의 사진팀장을 겸업하면서 농장 홍보용 리플릿과 꾸러미 상품 사진의 작업을 하고, 농촌 지역에서 필요한 사진을 의뢰 받아 일하고 있다. 개인 작업으로 ‘동네 사람들 사진 찾아 가세요’ (느티나무헌책방 한평전시관, 2013), ‘정원의 기쁨을 모두에게’ (밝맑도서관, 2014), ‘Framing Frame in Jeju’ (생각실천창작소 갤러리, 2015)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진전을 기획, 전시하고 있다. 현재 장곡면 지정리에 살고 있으며, 홍곡마을 민택기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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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던 농장 소식지 발간을 시작합니다.

젊은협업농장은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총회와 이사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함에

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젊은협업농장을 시작할 때부터 예측

되었던 일입니다. 농장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회계 등의 체계를 갖추어 제대

로 된 조합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조합 활동보

다 농장 활동을 우선에 둔 초기의 방향도 있었습니다.

농장의 분화와 새로운 농장의 개척을 통해 작은 조직을 지향하는 젊은협업농장은

조직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하였습

니다. 방향성을 굳건히 지켜 줄 이사회, 수고하는 생산자 조합원에게 감사하는 총

회 자리 등을 마련하고 일상적인 활동과 회계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홈페이지와 소

식지를 공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들 간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이사회가 생산자 모임의 생각과

활동을 평가하고, 조합원은 의견과 전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해 소식지를

모으면 그대로 총회 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소식지 발간을 이제야 시행하는 가

장 큰 이유는 농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게으름과 자료 정리의 불충분이었습니다.

농장 생산조합원들이 참여하여 우선 세 번의 소식지 시험 발행을 시작하려고 합니

다. 종이인쇄는 하지 않고 조합원과 필요한 사람들에게 메일로 발송하고 홈페이지

에 올릴 계획입니다.

젊은협업농장이 단지 몇 사람 밥줄을 위한 농장이 아니라, 농촌과 농업 그리고 지역

으로 들어가 ―비록 상추씨앗과 같이 가벼워 ‘후’ 하고 불면 날아가 버릴 정도의 수준이겠지만― 드

러나지 않는 소품의 역할이라도 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향후 여러 전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협업농장 조합원들의 글도 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또 하나의 와명선조蛙鳴蟬噪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_ 정민철

[email protected]

2 COVER STORY

오늘 납품할 상추만큼 푸른 20대 청년들의 종아리 / 민택기

5 FIRST PUBLICATION

벼르던 농장 소식지 발간을 시작합니다. / 정민철

6 DAILY LOG

2015년 6월 젊은협업농장 하루하루

8 NEWS

함께하는 도산리 손모내기 * 바이시끌 2015 첫 라이딩

농촌형 팟캐스트 조대성의 farm므파탈 녹음 * 해강군 지역농가 실습

12 ESSAY

에너지가 높은 상태 - 넉 달간 농장에서 일하고 배우며 / 김성근

새일꾼 인사 / 강경욱

1년 / 김강산

18 INFORMATION

상추학개론 / 정영환

20 COLLABO FARM STORY

풀무학교와 젊은협업농장 / 정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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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ON무더위 시작으로 오후 작업이 힘들어져 새벽 5시부터 시작하여 1시에 점심을 먹고 마치는 것으로 작업 시간 변경. 낮시간에 쉬면 매일 진행되는 5시부터의 세미나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을 듯 하다.

봄에 심은 브로콜리 마지막 수확을 하다.

2TUE

3WED서울시농업기술원에서 운영하는 귀농학교 참여자들 현장견학으로 협업농장 방문하다. 충남농업기술원을 통해 요청이 들어왔다.

4THUR홍동에서 2주간 농업실습에 참여하는 청계자유학교 학생 30명 장곡 젊은협업농장, 행복농장, 보리밭에서 오전 실습을 하다.

5FRI홍성군청 행정지원과, 장곡면 사무소 직원 등 18명 농촌봉사활동을 젊은협업농장에서 하다.

6SAT손모내기 행사를 하다. 작년까지 젊은협업농장에서 농사지은 논을 올해는 밝맑도서관에서 농사 짓는 것으로 했다. 밝맑도서관, 그물코출판사, 젊은협업농장, 행복농장, 논배미, 교육농협동조합 등 30여 명이 참가했다. 3년째 손모심기 행사를 했던 서울 숭문고 학생들은 MERS로 하루 전에 불참을 결정하다. 정영환군 역시 심한 감기몸살로 해미에 격리되다. 카톨릭대학, 고려대학교 등 농활을 논의하던 곳도 모두 취소됐다. 김종걸 교수 안내로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학생들이 홍동을 거쳐 협업농장을 방문하다. 지역을 많이 알고 있고 몇 차례 방문한 김종걸 교수의 지역에 대한 판단과 고민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듣고 나누다. 손모심기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생미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다. 많은 식사비용으로 난감.

8MON *10WED임응철 이장님 댁 뜬모 작업. 김수정 여사님이 감기몸살임에도 혼자 일하고 계셔서 청년들과 협의하여 오전 수확을 마치고 오후에 일손 돕기를 하다. 모가 약하고 평탄 작업이 잘 되지 않은 논에서 진행.

충남농업기술원 원장 방문. 홍성농업기술센터 직원들과 함께 방문하여 농업의 방향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11THUR

13SAT<14SUN2015년 바이시끌 시작하다. 전국해안을 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한 달에 1회, 1박 2일로 진행하기로 함. 1회는 오천항에서 출발하여 장항에서 마무리. 강산, 성근 군이 일정을 계획하고 숙소를 잡는 등의 진행을 담당하기로 하다.

15MON임응철이장님 댁 보리 수확하고 난 뒤의 보리 짚을 옮기다. 젊은협업농장, 옥계열매농장, 양홍관, 정영환 농가에 나누다.

덴마크 에프터스콜레를 모델로 중3~고1 사이 1년 간 청소년들의 삶의 다양성을 생각할 수 있는 학교, (가)인생학교를 준비하는 오마이뉴스의 오연호씨와 정승관 선생님 등과 학교 준비를 위한 회의를 밝맑도서관 2층에서 진행하다. 회의 후 홍동을 돌아보고 젊은협업농장을 방문하여 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민택기사진관 사업자 등록하다. 장곡면 유일한 사진관이 아닐지...

16TUE

17WED임응철 이장님댁에서 회식. 뜬모 도와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식사 한번 하자는 제안이 커져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고기를 구워먹다.

하우스 6, 7번동 쌈채소 정식을 시작하다. 20일에 모두 마침. 젊은협업농장 사진부장인 민택기작가 <민택기사진관>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받다. 이제 장곡에 사진관이 생겼음. 영수증 발급 문제로 사업자등록을 냈겠지만 농촌에 맞는 새로운 사진, 사진관으로 발전해 가기 바람.

19FRI

풀무학교 고등부 창의적재량활동 수업으로 파종 작업

20SAT

해강, 강산, 성근군 방통대 기말고사. 열심히 노력했기를 바라지만 일과 세미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어떻게 했을지는 의문.

21SUN

22MON옥계매실농장 일이 밀려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에 가서 도와주다. 항상 그렇지만 도와준 것보다 간식비와 저녁 경비가 더 나왔을 듯...

23TUE신축중인 오누이권역 센터의 지붕, 벽 색을 결정하기 위해 정동희, 민택기 조합원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다.

강산군 생일로 홍성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다살림농장에서 홍성에 낸 빵, 커피 직영점을 방문하다. 매우 노력한 것 같고 지역 농장이 직영하는 공간이 홍성읍내에 다양하게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

30TUE

해강군 지역농가실습 시작.

29MON

토요일이지만 해강군 오후에 동생 해산이와 함께 정일민네 아르바이트(콩 파종)에 참가하다. 강산군은 농장 물품 확인 작업을 하다.

27SAT

오랜만에 비. 어제의 무리한 일정으로 강산군은 몸살로 못 나옴. 충남개발공사 직원 20명 젊은협업농장에서 농촌봉사활동. 모두 열심히 도와주어 밀린 수확과 밭 정리를 마무리하다. 임이장님이 조대성군과 협업하여 5천여평의 밭에 콩을 유기재배하기로 결정하다. 경희씨는 이장님 논농사에 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함.

26FRI

25THUR오랜만에 비가 온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비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복잡한 현실. 젊은협업농장 감자를 수확하여 조합원들에게 발송하고, 밭에 굴러다니는 보리짚단을 옮기고, 정일민네 농장의 감자선별에 해강군 등 사람들을 모아서 참여시키고,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진행하는 자연구시 3차 프로그램을 행복농장과 함께 진행하고,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 회의에 참가하고(정민철), 클러스터영농조합 회의(정민철)에 참가하다.

24WED청상추 주문 급증. 오후는 옥계열매농장 감자캐기 일손 돕기. 협업농장도 개인 일정도 모두 바쁘지만 주변 농장을 도와주는, 아니, 다른 농장을 보고 배우는 기회로 생각하고 주저없이 덤벼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5년 6월젊은협업농장하루하루

ⓒ2015 민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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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 6일에 장곡면 도산2구 젊은협업농장 앞 논에서 손 모심기 행사를 가졌습니

다. 논 한배미에는 서울 숭문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리고 다른 논에서는 젊은협업농장

사람들이 방문객들과 함께 모를 심었습니다.

올해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숭문고등학교는 6월 5일에 MERS 문제로 방문이 어렵다

는 연락이 왔습니다. 젊은협업농장이 하던 논은 그물코출판사에서 논농사를 짓고 싶

다고 하여 경작자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두 곳 모두 오리를 넣는 유기재배 방식을

선택하였습니다. 숭문고등학교는 한때 풀무학교 전공부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김상

훈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그리고 그물코출판사는 홍동면 갓골에서 몇 년동안 논농사

를 지었던 경험을 살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손모심기 행사는 1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홍동 그물코출판사, 밝맑도서관, 논배미,

장곡 젊은협업농장, 행복농장, 순리필름, 그리고 교육농협동조합까지 약 30여명 참가

하여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습니다. 모심는 시간보다 이후 저녁 식사와 뒷풀이 시간

이 더 길었고, 더 많은 경비가 지출되었습니다.

자전거 동아리 바이시끌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작

되었습니다. 농장 청년들은 기본 교통편으로 자전거

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함께 농사일을 시작한 성

근, 경욱군도 자전거를 구입함으로써 모든 준비가 이

루어졌습니다.

올해는 한 달에 1회,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 라이딩을

가기로 했습니다. 라이딩은 서해안을 따라 계속 아래

로 내려가려고 합니다. 6월 13~14일에 걸쳐 오천항에

서 장항항까지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바람이 심해서

고생도 했지만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7월에는

군산에서 변산까지 갈 예정입니다. 계획과 진행이라

는 복잡한 과정을 담당할 강산군과 성근군에게 바이

시끌을 맡겨봅니다.

바이시끌이 단지 자전거를 타는 동아리만은 아니라

고 생각합니다. 교통편이 불편하여 차에 의존할 수밖

에 없는 농촌 지역에서 다른 이동 문화를 만들어가고,

화려한 여행이 아니라 청년들이 몸 하나로 다른 세상

과 부딪히는 연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여러 명이 출발

하지만 각자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며 흩어지고 만나

며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하고자 합니다.

2015.06.06함께하는도산리 손모내기

바이시끌2015 첫 라이딩

2015.06.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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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강군이 농촌과 농업을 더 많이 알기 위

해 지역의 농가에 가서 실습을 하고 싶다

는 반가운 제안을 했습니다. 해강군이 젊

은협업농장에서 일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되어갑니다. 농장 일에 제법 익숙해지고

안정된 상황에서 낯선 곳, 그리고 더 힘든

곳에 가서 일을 배우고 싶다는 결심은 쉽

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주일씩 지역 8개의 농가에서 8주간 실

습을 하고 이후 한 농가를 선택하여 한 달

간 실습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첫 주

는 정일민씨 농가, 두 번째 주는 정상진

씨 농가, 세 번째 주는 옥계열매농장, 네

번째 주는 행복농장에서 실습을 진행하

고 있습니다. 해강군의 지역농가 실습 기

간 동안 협업농장에서 해강군이 하던 역

할을 다른 청년들이 나눔으로써 올해 말

군에 입대할 해강군의 자리를 자연스럽

게 연계할 수 있을 듯합니다.

2015.06.29~해강군지역농가실습

농촌형팟캐스트조대성의

farm므파탈 녹음 2015.06.18/ 07.02

ⓒLiving Room 스튜디오

‘본격농사대담, 농촌이 답이다, 치명적 농촌방송’ <조대성의 farm

므파탈>은 작년부터 시작한 농촌형 팟캐스트입니다. 2014년 세

번의 시범방송을 거쳐 올해는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

아 청년농부작업장온, 순리필름, 젊은협업농장, 행복농장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6월 18일에는 행복농장 하우스에서 ‘정민철과 협업아이들(해강,

강산, 성근)’이 출연하여 밥에서 논까지, 논농사 전반에 관한 유익

한 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7월 2일에는 역시 farm

므파탈 최대 팬덤 보유자 정민철 선생님과 홍성 맛집 전문가 그물

코출판사 장은성 사장님, 모험전문가 행복농장 양홍관 선생님, 연

애전문가 밝맑도서관 장유리씨를 모시고 홍성의 구석구석 맛집과

놀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대성의 farm므파탈>이 지역사람들이 함께 소소한 이야기와

다양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매체로 꾸준히 계속 되었으면 합니다.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이러한 작은 활동들로 농촌이 더욱 즐겁고 명

랑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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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높은 상태넉 달간 농장에서일하고 배우며

_ 김성근

[email protected]

"사람이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집 같이 편안해져서 묘하게 안도하고

밖으로 나가기 싫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있는 자리에 안주하고 몸

을 움츠리고 방어적으로 되기 쉽다. 그러니 항상 본인을 불안하게 만

들어라. 물리에서 보면 에너지가 가장 높은 상태가 가장 불안한 상태

이다. 에너지가 높은 만큼 많은 반응들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본

인을 불안하게 만들면 에너지 퍼텐셜Potential이 높아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다.

스스로 긴장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모험 할 수 있는 생활을 만들

어라. 가장 편한 상태는 가만히 있는 것이다.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

는 누워 있을 때, 즉 죽었을 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엎드리거나 누

운 것이 아니라 일어나서 걷고 뛰는 상태이다.“

풀무학교 교육농장반 1학기를 마무리하며 교육농장반 아이들

과 우리 젊은 농부들에게 박완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일주

일에 두 번씩 선생님께 자연과학 수업을 듣는 나는 선생님께서

불안한 상태를 에너지 퍼텐셜로 표현하시는 걸 보고 웃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안정된 삶만 꿈꾸는 사회의 큰 물결에서 불안

정을 외치는 것이야 말로 큰 모험이자 실험이다. 또 박완 선생

님 말씀을 빌리자면

“농촌에서 성장하며 밥벌이 하는 것이 가능한가? 돈도 빵

도 기계도 아무 물적 기반 없이 뜻만 가진 젊은이가 현실

에서 뜻을 굽히지 않고 입에 풀칠하며 살아 갈 수 있을까

라는 실험을 4년 째 하고 있다. 매번 더 구체적으로 고민

하고 모색하고 있다.”

한창 더운 요즘 새벽이다. 다섯 시에 농장으로 나와 일을 하고

오후에는 잠깐 쉬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마을에서 인문학

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여러 수업들을 들으며 ‘본질적인 공부’

를 하고 있다. 저녁에는 방송통신대학교를 통해 ‘제도적인 공부’

를 하고 있다. 어느덧 넉 달이 다 되었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

이러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데에 어떠한 자부심이나 거만함은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지금 생활이 몸과 마음에 벅차 자책이

늘어났다. 내가 나약하여 훌륭한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해 넘어

지고 상처입고 좌절하지만 시선만은 항상 참眞을 향해 가고 싶

다. 내가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사회

의 큰 물결과 다르게 살려고 마음먹은 적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큰 물결을 거스르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했던 선택들이 끊어지

는 느낌은 없다. 분야를 떠나 한 사람의 인생이기에 당연한 일이

지만 나의 선택들이 지금껏 이어지고, 계속해

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 느낌은 정말 좋다.

나는 아직까지 평생 농사를 업으로 짓고 살아

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다만 농사짓지

않는 삶이라도 삶의 기본에는 항상 농사가 있

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만 생각했다. 그런 마음

으로 농사짓고 있다. 풀무학교에서 배우던 농

사 수준보다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많이

늘어났지만 주변에 계신 어르신들을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농사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농사임에도 불구하고 잠이 많

아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힘들고 나름 일을 많

이 한 날에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 아무

것도 못하고 잠에 빠져든다.

또 ‘젊은협업농장’ 이름 그대로 농장에서 젊

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다 보면 티격태격 할 때

가 많다. 분명 힘든 부분이 있는데 신기한 점

은 점점 더 ‘농사짓고 살아도 행복할 수 있겠

다.’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래

일단 3개월 동안만 농장 생활을 하고 다시 이야

기를 나누어 보자던 정민철 선생님과의 약속(?)

은 진작 필요 없어졌고 농장에서 1년 정도 있어

보자 생각했지만 지금은 1년도 너무 짧다는 생

각이 든다.

협업농장에서 쌈 채소를 키우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느낀 농사는 반복이다. 사실 따지

고 보면 모든 삶이 일상의 연속이고 반복일 수

밖에 없겠지만 1년을 주기로 돌아가는 농사의

자연스러운 반복은 만족스러운 일상이 되지 않

을까 기대해 본다.

여기 와서 내가 혼자 공부는 못하지만 사람들

과 함께 수업 들으며 하는 공부를 정말 좋아한

다는 사실을 알았다. 매주 수요일 오후, 김재

인 선생님의 철학수업 중에는 한 시간 반 동안

뿐 일지라도 끊임없이 생각한다. 매주 철학자

한 명, 한 명의 생각을 알아가며 긍정하기도 부

정하기도 하는 시간이 즐겁다. 금요일은 장은

수 선생님의 문학수업이 있다. 영국이 인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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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바꾸지 않았다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통해 중세 유럽의 문*

사*철을 공부한다. 매 수업마다 내가 문학적인 감각이 없다는 것

을 느끼지만 햄릿을 한 장씩 읽어 나가는 것은 흥미롭다. 화요일

과 목요일에는 박완 선생님의 식물생리학과 생화학 수업이 있

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연과학의 기초를 배우는 자

리이다. 머리가 아파지지만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매 수업 시

간마다 가장 쉬운 말로 머릿속에 큰 틀을 만들어 주는 박완 선생

님 수업방식에 늘 감탄한다. 큰 틀에 살을 붙이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화요일 밤에는 일본어 성서잡지인 ‘생명수’

를 함께 번역하며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 이 모임 역시 우리 지

역이 성서 아래에서 흘러갈 수 있길 바라시는 박완 선생님과 함

께 한다. 나는 종교가 없고 기독교에 대한 편견도 많지만 고등

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성서의 본질을 공부하는 무교회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덤으로 일본어를 번역하기에 속도는

더디지만 일본어 공부도 된다. 이러한 것들 때문에 마을이 대학

같다. 공부, 다른 말로 하면, 알아가는 것은 재밌다. 공부는 평

생 하는 거라고 한다. 왜? 어려운 질문이었는데 박완 선생님께

서 또 간단한 대답으로 해결해 주었다. 남 가르쳐 주는 재미로

공부를 한다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안정된 상태를 찾는다. 당연하다. 나도 이곳에

서 그러한 상태를 찾고 있다. 그러나 확실히 학교에 있을 때 보

다 많이 불안하다. 불안해서 안정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에너지

가 많이 소비된다. 그러나 안정되었다고 느꼈을 때 언제까지 다

시 불안으로 뛰어들 수 있을까?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면 얼마든지 불안으로 뛰어들 것이다. 앞서 공부는 평생 한다고

말했으니 평생 불안한 상태로 살아야하나? 여기 계신 선생님들

은 그렇다고 말한다. 사실 나는 ‘불안하다’라는 말을 잘 이해하

지 못하겠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불안한 상태는 왠지

부정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에너지가 높은 상태라는 말로 설명

해 주셔서 조금 쉬워졌다. 항상 에너지가 높은 상태로 살려고 뛰

어들자. *

“확실히 학교에 있을 때 보다 많이 불안하다. 불안해서 안

정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그러나

안정되었다고 느꼈을 때 언제까지 다시 불안으로 뛰어들

수 있을까?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면 얼마든지 불

안으로 뛰어들 것이다.”새 일꾼 인사

_ 강경욱

[email protected]

안녕하세요? 저는 올 3월 말에 갑자기 연락하고 내려와서 협업농

장에서 일하고 있는 강경욱이라고 합니다.저는 지금 당장은 아

니지만 나중에 귀농을 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휴학을 하고 나서 무엇을 하면서 지낼까 고민을 하던 중에 직접

농업을 경험해보면 나중에 여러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것 같

아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 와서는 해강산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농장

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다쳐서 치료를 위해서 강제 귀가를

잠시 했었습니다. 지난 달 바이시끌 라이딩을 다녀오고 나서부

터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최근에는 자전거를

사서 광천, 홍성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왔습니다. 빨리 달리긴

하지만 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타고 있습니다.

농업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배운게 없어서 그동안 수확만 했었는

데 해강이가 다른 농가 인턴으로 가게 되면서 방재를 맡아서 기

록하고 있습니다. 해강, 강산, 성근이와 같이 일을 재미있게 하

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이 있어서 도망 안가고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합니다.

내년에는 복학을 하기 때문에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까지 협업

농장에 있기로 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많이 배우고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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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_ 김강산[email protected]

저는 작년 이맘때쯤 장곡에 왔습니다. 젊은협업농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도 어

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작년 농장에는 20대가 해강애형과 저, 둘 뿐이었습니

다. 그런데 올해에는 20대가 두 명이나 더 늘어서 농장의 성격도 많이 바뀌었

습니다. 전에는 “농사를 잘 짓자.”, “농산물을 팔아 돈을 벌자!”는 성격이 더 강

했다면 지금은 “청년들이 농장과 지역을 통해 무엇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

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농장 일은 최대한 오전에 끝내

려고 노력합니다. 오후에는 자기 시간을 가지거나 지역에서 열리는 세미나나

공부모임에 참석합니다. 박완 선생님께 배우는 식물생리학, 생화학, 생명수 읽

기 모임도 있고, 밝맑도서관에서 하는 문학, 철학 강의도 듣고 있습니다. 지역

에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고루 배우고 있습니다.

사실 강의를 듣다보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누군가 “뭘 배웠니?”, “내용이 뭐

니?”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바로 답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은 다 빠지지만, 그래도 콩나물은 자란다.’는 이야

기를 해주셨던 것처럼 지금은 잘 모르고 열심히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꾸

준히 하고 싶습니다.

올해 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일본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

고 생명수 읽기 모임을 하며 일본어도 같이 배우는 중입니다. 일본어를 배워

두면 농업 관련 정보를 얻기에도 좋고 진로의 길을 폭넓게 열어둘 수도 있습

니다.

한편 작년에 시작한 자전거 동아리 바이시끌 활동을 올해도 6월부터 다시 시작

했습니다. 서해안 도로를 따라 남해까지 매달 둘째 주, 1박 2일로 자전거를 탑

니다. 원래 자전거는 잘 몰랐는데 농장에 와서 취미 겸 운동 삼아 시작한 게 재

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자전거를 꾸준히 타려고 합니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산다고 하면 왠지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소외되지 않

을까 하는 시선들도 있지만 오히려 또래 친구들과 분위기에 휩쓸려 지내는 것

보다 지금의 생활이 저에게 더 의미 있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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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Lactuca sativa Linne는 국화과의 재배하는 1년생 또는 2년생 초본 식물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반들반들하며 털이 없으며 어릴 때는 죽순처럼 막대기 모양

이다. 비대하며 부드럽고 사각사각하며 맛이 좋고 채취하지 않으면 줄기가 자

라서 꽃자루가 되고 윗부분이 분지되며 꽃이 핀다. 서아시아, 지중해, 유럽이

원산으로 전세계 각지에서 재배한다.

우리나라에는 고대 6~7세기에 인도, 티뱃, 몽고, 중국을 통하여 국내에 도입

된 매우 오랜역사를 가진 채소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최초기록은 고려고종

1236년에 초간되었으나 멸실되고 1417년에 중간된 「향악구급방」에 와거萵苣가

언급되어 있다. 순우리나라 말은 ‘부루’라고 불리웠다. 현재까지 알려진 상추

의 다른 이름은 식료본초食療本草, 와거채, 천금채, 와순, 와채, 등채, 부루, 상

추, 생추, 생치, 대부루, 생채, 상치, 엽채 등이다.

상추는 조직이 매우 유연하여 삶거나 끊이는 요리에 이용하면 상추잎이 데쳐

져서 상추 고유의 형체와 풍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생채 그대로 이용하는 것

이 좋다. 상추는 샐러드의 재료로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

지하고 있다. 히브리인들은 드레싱 없이 상추에 소금만 조금 뿌려서 먹었고,

그리스인들은 상추에 꿀과 기름을 넣어 먹었으며, 로마인들은 상추에 삶은 달

걀, 향신료를 넣어 현재의 샐러드와 비슷하게 만들어 먹었다. 이처럼 생채로

먹는 상추는 샐러드 재료로 으뜸이며 상추가 들어간 샐러드는 정찬 식사에서

전체 요리로써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추는 매우 친숙한 식품 중의 하나이다. 여름철 삼복더위는

자칫 식욕을 잃게 한다. 이때 상추로 된장 쌈을 하면 잃었던 식욕을 되찾음은

물론 더위도 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특히 여름철 상추는 봄부터 자란 끝물 상

추로써 상추 장다리가 올라오면서 소엽의 상추 잎은 특히 쌉쌀한 맛이 강하여

입안의 침샘을 자극하여 침을 가득 고이게 하여 식욕을 돋우는 것이다.

상추는 약재로써 활용된다. 이뇨작용소변과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올때나 잘 안나올 때,

목구멍이 부었을 때, 숙취해소, 고혈압, 피가 탁할 때 사용되기도 하며, 산후

젖몸살, 부스럼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상추에 나오는 하얗

고 끈적거리는 액체에는 락투카이움이란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최면, 진정, 진통제로 잘 알려져 있다.

상추학개론_ 정영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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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공동(협동)농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그 이전에도 다른 필요성에 의해 학교에

서 공동농장에 대해서 논의된 적은 있었다. 대표적으로 학교에 입학을 원하는 성인들을 위한 현장

귀농교육을 위하여 그리고 학교 농장에서의 농업 실습이 아니라 지역으로 나가서 학생들이 실습을

할 수 있는 지역 현장실습 농장 등이 필요성이었다. 이와 더불어 가장 여러번 논의 된 것은 퇴임한

교사들을 위한 공동농장이었다. 전공부 설립 초기 교사들의 정년을 55세로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건강성을 위해 필요하며, 퇴임한 교사들은 학교의 정책과 방향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주변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지원자 역할을 하자는 교사들간의 합의가 있었다.

풀무학교와 젊은협업농장

그러나 현실적으로 저축이 불가능한 월급 수준, 퇴직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경제 상황인 전공부의

입장에서 퇴임한 젊은 (농촌에서 55세는 매우 젊은 청년임) 교사들의 경제 활동이 가능한 공간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풍부한 이들의 교육 경험을 학교와 지역에서 펼치기 위해서 공동농장 또는 공

동농업체계에 대한 고민은 당면한 과제이기도 했다. 이는 수업 시간이 적고 실습시간이 긴 학교교

육과정에서 강의하는 교사들의 실습참여를 유도하고,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도 교사들이 학교 교

육에만 집중 대표적으로 개별적 농업경제활동이나 다른 수익 사업을 하지 않아도 퇴임 이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

는 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단발성, 아이디어 수준에서 제안되

고 논의되었다.

_ 정민철

[email protected]

ⓒ2015 민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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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전공부의 향후 10년을 위해 이전 10

년을 정리하는 시기였다. 특히 지역 속의 학교

라는 풀무학교의 교육방향은 전공부가 중심적

으로 담당해야하는 영역이었기 때문에 지역과

학교의 변화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함께 이를

기초로 향후 계획을 세워야하는 시기였다.

첫번째 변화는 입학하는 학생들의 변화였다.

전공부를 개설하고 1회 입학생을 받으면서 고

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입학할 것이라는 예

상은 맞지 않았다. 입학생들의 대부분은 대학

교 졸업자, 전문직 종사자, 정년 퇴임하고 온 분

등 경력만이 아니라 연령층이 매우 넓어 중심

되는 학생층이 30-40대였다. 이는 이전 계획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기준으로 만든 학교 교육

과정, 기숙사 운영 방향 등의 변화만이 아니라

창업 후 진로에 대해서도 수정을 요구하는 것

이었다. 그러나 2000년 후반으로 오면서 학생

들의 나이는 낮아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

공부로 바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다시 교육과정과 진로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젊은이들이 입학하지만 이들은 이전의 풀무학

교 중등부, 고등부 에 온 젊은이들과 달리 부모님

이 대부분 농사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

었다. 이전 풀무학교 입학 청년들은 농사를 실

천하려 할때 부모님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고,

또한 이는 농사를 위한 기본적인 기반 토지, 기계,

기술, 작물, 지역 관계 둥 이 갖추어진 상황에서 시

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공부의 청년들은 농

업을 위한 물적, 사회적 기반이 전혀 없고, 또

성인들과 달리 이러한 기반을 준비해서 올 수

도 없는 조건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젊은이

들에게 농업 실천의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는 향후 전공부 교육과정과 진로의 큰 선

결조건이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지역의 친환경농업체계의 변

화였다. 2000년대 전후반은 유기농업을 실천하

려는 많은 사람들이 홍동으로 몰려오는 시기였

다. 이는 풀무생협, 홍성친환경작목회, 홍성유

기농영농조합 등 지역 친환경농민단체들이 활

성화되어 새롭게 농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쉽

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중의 하나

였다. 그러나 2000년 후반부터 나타난 농민단

체들의 경제적, 구조적 어려움은 지역과 연결

되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게 한 강한 지

역성은 약화되고 조합원 중심 물론, 지역 사람들이

지만 경제 활동 중심으로 변화되는 요인이 되었

다. 이는 여러 마을에 흩어져 있는 지역농민단

체들과 깊은 연계를 통해서만 지역성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존의 리단위 활동을 벗어나

면단위 지역 활동1)을 추구했던 갓골 주변2)의 여

러 소규모 활동 단체3)들에게는 갓골 중심의 즉,

기존의 마을, 마을사람과는 구분되는 그리고 또

다시 부락단위 정도의 활동으로 협소화될 수 밖

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조건에서 면단위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단체들이 활동의 영역이 축소되지 않으면

서 지역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역과 강하게 연

계된 농업(민)단체의 새로운 성장과 또 다른 시

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1) 이전 풀무학교 중등부, 고등부 그리고 그곳에서 시작된 풀무신협의 활동은 홍동면을 기반으로 한 면단위 활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풀무생협의 경우 초기의 면단위 활동을 넘어 군단위로 그 활동 영역이 넓여가는 시기인 2000년 초는 문당리, 금평리 등을 중심으로 리단위 마을활동 역시 활발히 진행되었다.

2) ‘갓골’이라는 공간은 기존 자연부락과 분리되어져 지역성을 가지기 어려운 공간적 한계를 가지지만, 학교와의 연계가 쉽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새로운 단체가 학교 시설과 토지 이용을 통해 새로운 활동을 빠르게 펼쳐 갈 수 있었고, 여러 단체가 모여 있어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한 2000년대 부락 또는 리단위의 농촌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한계를 극복하고 홍동면 단위 활동을 하기에는 적합한 장소였다. 이러한 장점은 홍동면에 흩어져 있던 여러 지역농민단체들과의 연계활동을 통해 면단위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지역농민단체와의 연계성이 떨어지면 자연부락과도 분리된 갓골만의 활동 또는 소규모 공동체 활동으로 축소될 가능성 역시 높을 수 밖에 없다.

3) 이 시기 지역농민단체들은 단지 농업을 실천할 농민만이 아니라 농업을 알고 농업단체에 활동할 사람의 필요성이 절실하였다. 농업연구, 회계, 물류, 유통, 소비자교육 등 농업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었지만, 농민단체의 역량으로 이를 헤쳐가는 것은 벅찬 상황이었고, 재능을 가진 젊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전공부에서 그러한 사람과 단체를 육성해 주기를 요구(특히, 풀무생협의 경우)하였다. 이러한 지역적 필요성은 향후 풀무학교생협, 갓골생태농업연구소, 논배미, 교육농업연구소, 마실이학교 등의 단체가 지역의 농민단체를 포함한 여러 단체들의 협조와 협의하에 만들어지고 활동하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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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고민의 결과는 전공부 10주년5 행사

에서 발표되고 정리되었다. 전공부의 향후

방향은 지역 속의 학교라는 점을 학교 교육

과정과 학교 구조로 더 깊이 흡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 자체

의 개념을 지역 전체로 확장6하여 학생들이

지역 자체를 교육기관으로 인식하고 학교교

육과정에서 지역을 모두 알아 갈 수 있는 방

향이 고민되었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학교내로 깊이

들어온 실습영역이 학교와 독립되어 느슨하

게 연결되어 지역과 강하게 묶여 활동하는 협

동농장으로 전환된다면 학생들은 지역에서

실습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또한 지역으

로 학교를 확장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논의하였지만, 진행

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단지, 학교가

지역으로 확장된다는 차원만이 아니라 앞에

서 이야기한 젊은이들의 새로운 농업 실천

방안 그리고 지역성을 강하게 가진 지역농

민단체의 시작과 성장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하였다.

세 번째는 지역에 정착한 전공부 졸업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전공부 개설 초기의 농업

실습 방향은 지역 농가에서의 실습 체계였다.

두 해를 시도한 결과는 학생들을 교육 차원에

서 받을 수 있는 지역 현장 농장이 없는 상황에

서 지역농가현장실습은 무리라는 것과 그 대

안으로 학교내 실습지4의 지속적 확대가 이루

어졌다. 그러나 10년 동안 학교를 졸업한 사람

들이 지역에 정착하고 학교와 연계되어 농업

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초기의 실습방향을 실

천 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 보였고, 이를 여

러 차원에서 지원, 확장함으로써 향후 지역 현

장에서 농업실습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교육적 목적을 강하게 가진 농장, 농업

집단을 지역과 연계하여 만들어져 간다면 이

는 농업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영역지

난 10여년동안 지역에서 이루어진 단체들과 같이을 이

전 풀무학교의 전통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

어 갈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전공부 실습을 포

함한 지역 학생들을 위한 지역 교육의 장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실습영역의 지역 내로의 이동이 이루어지

지 않았지만 이를 진행하기 위해 2012년 2월

전공부를 졸업할 학생 중에서 지역에 남고 농

사를 지을 사람을 대상으로 공동농장에 대한

필요성을 2011년 11월에 제안하였고, 조대성

군이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방학하는 12

월에 유성환군이 결합하였다. 이들이 결합으

로 공동농장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이후 갓골생태농업연구소에서

운영 방향, 목적 등에 대한 이야기와 농장 위

치, 재배 작물, 재배 방법 등에 대한 조사와 회

의가 진행되었다.

2011년 말부터 풀무학원이사회에 이러한 계

획과 필요성을 설명하였고, 2012년 3월 풀무

학원 이사회에서 이러한 구상이 토론되었다.

이사회는 풀무학교의 교육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동의가 있었고, 학교 차원에

서 협동농장을 만들어가자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기 위해 학

교 틀을 벗어난 상태로 만들어가고 향후 학교

교육과 연계하는 것이 좋겠다는 합의가 이루

어졌다.

4) 학교 내 실습지의 확대는 실습중심의 농업교육, 실습 교육의 체계화와 안정화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학생 활동과 지역의 분리, 실습에 좌우되는 수업, 실습 분야의 비대화 등의 단점도 가지고 왔다.

5) 전공부 10년동안의 활동 역시 많은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 정상진 대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 홍성지역은 홍동면을 중심으로 다양한 농촌 지역 활동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활동들은 1958년 “더불어 사는 평민”을 교훈으로 시작된 풀무학교와 지역에 배출된 졸업생들이 중심이었다. 1975년부터 시작된 친환경농업을 비롯하여 1960년대부터 풀무신협, 풀무생협, 도서조합, 농기계조합, 대체에너지연구소 등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시도되었고 이를 통해 지역내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왔다. 90년대 후반 문당리, 금평리 등의 마을 만들기 사업이 주목을 받기도 하였고, 이러한 활동의 연속선상에서 2000년대 이후에는 운월리를 중심으로 풀무학교생협, 느티나무 헌책방, 논배미, 가꿈, 꿈뜰, 밝맑도서관 등 풀무학교 전공부 졸업생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창의적 활동이 지역내에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활동은 기존 농촌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에서 그리고 농업을 기반으로 하면서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젊은이들이 농촌을 알고 지역을 이해하면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과 자신의 재능을 결합해가는 새로운 창업의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젊은이들의 진로를 농촌으로 확장하는 활동이 이루어졌다.

6) 이전에는 갓골의 작은 단체들이 학교와 지역의 중간지점에서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직능 단체(학교는 학생들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학교와 연결되어 실천하는 전문단체)로 규정하였다. 향후엔 지역이 학교가 됨으로써 이러한 단체들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지역 내 교육의 다양화와 전문화 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전의 학교라는 구조는 최소화하여 지역의 교육 가능 자원을 코디네이터하고 학생들의 생활과 인성교육에 집중하는 방식이 제안되었다.

협업농장 창립멤버 정민철, 조대성, 유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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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 소식지 2015년 6월호

2015년 7월 25일 펴냄 * 통권 1호 * 편집 신소희

충청남도 홍성군 장곡면 홍장남로 101-46번길

http://collabo-farm.com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