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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2015 / NO.531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006 디지털 인재 활용 ‘미디어 파괴자’로 변신 중 모바일 퍼스트를 위한 신문사의 대응/ 손재권 012 뉴스 전문 플랫폼 등 방송계 협력 방안 찾자 모바일 깃발 내건 방송사의 대응/ 심석태 016 트래픽 경쟁 벗어나 ‘포스트 포털’ 대비 필요 인터넷·모바일 광고시장의 현황과 과제/ 박영주 020 뉴스 당의정? 정보에 놀이 결합해 독자 유혹 새로운 형식의 뉴스 콘텐츠 실험들/ 권혜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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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2015 / no.531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006 디지털 인재 활용 ‘미디어 파괴자’로 변신 중 모바일퍼스트를위한신문사의대응/손재권

012 뉴스 전문 플랫폼 등 방송계 협력 방안 찾자 모바일깃발내건방송사의대응/심석태

016 트래픽 경쟁 벗어나 ‘포스트 포털’ 대비 필요 인터넷·모바일광고시장의현황과과제/박영주

020 뉴스 당의정? 정보에 놀이 결합해 독자 유혹 새로운형식의뉴스콘텐츠실험들/권혜미

특집

034 ‘골라 보기’와 ‘숨은 시청률’ 탓에 전반적 하락세

TV드라마시청률답보현실과의미/심미선

039 프로그램 완성도 높이는 방송 제작의 새 트렌드

ENG멀티카메라제작의실제와전망/양기성

044 ‘불가능은 없다’ 재난 현장의 새로운 취재 수단

드론저널리즘/오승환

050 동서양 운명을 뒤바꾼 근대 역사 이야기

KBS특별기획‘바다의제국’/양홍선

056 농·축산·선원 이주노동자들의 ‘레미제라블’

한겨레21‘눈물의밥상시리즈’/이문영

언론 현장

취재기ㆍ제작기

025 나의 풍자가 당신에게 모욕이 될 때

표현의자유와한계/이준웅

029 ‘좋은 표현’ ‘나쁜 표현’ 수용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표현의자유논쟁과관련된국내외주요사례/김선호

집중점검 표현의 자유와 공존의 예절

062 과도한 채무에 매각돼도 정상화 가능성 물음표

씨앤앰사태의원인과쟁점,향후전망/심영섭

067 영세 PP 채널 위기… 활성화 정책 필요

방송분야한미FTA발효가미치는영향과과제/전범수

072 배달 비용 줄여볼까? 석간신문의 불가피한 선택

지역신문3사의조간전환의미/이상기

산업ㆍ정책

077 “디지털 시대도 우리가 최고” BBC의 야심만만 BBC보고서‘뉴스의미래’들여다보기/양정애

081 페이스북·트위터, 친구도 만나고 뉴스도 보고 보고서‘소셜뉴스유통플랫폼:SNS와뉴스소비’/정재민

086 ‘흥미’와 ‘전문성’ 사이에서 길을 묻다 보고서‘디지털시대의문화저널리즘연구’/김세은

091 업계 의견 제각각, 더뎌도 합일점 찾아내야 한국방송학회‘스마트미디어시대시청점유율조사의현황과과제’토론회/정미하

096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3 편집 가이드라인 만든 선구적 방송인

최초의뉴스편집자이덕근과후임편집자들/김성호

100 세상을 바꾼 보도 3 과학·정치·주류 언론의 카르텔을 깨다

살아있는신화와절대권위에도전한‘황우석보도’/이규연

미디어 포럼

미디어 월드 와이드

124 재단 <미디어 이슈> 창간, 큰 반향 일으켜

창간호‘갑질문화’…격주로언론현안심층분석·진단

재단 소식

105 미국 언론의 불편부당 객관주의가 키운 ‘홍역 확산’ / 서수민

108 프랑스 방송법에 '여성 인권 존중' 조항 추가 / 최지선

112 일본 NHK ,‘공영방송’에서 ‘공영미디어’로 진화 모색 / 곽선영

116 영국 BBC ‘뉴스의 미래’ 보고서 지역뉴스 확대 논란 / 김지현

120 중국 “한국을 배워라.” 문화산업 육성에 팔 걷어붙인 중국 / 소현정

정기구독신청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분석팀 1년 구독료 4만원(낱권 4,000원) 은행온라인으로 입금할 경우 계좌번호: 농협 056-01-

103703(예금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입금 후 독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구독기간을 알려 주십시오(02-2001-7512).

“부정부패 없는 청렴사회, 거듭나는 대한민국”

발행인김병호편집인김성수편집위원김영주·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센터장|김선호·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위원|오진산·KBS콘텐츠창의센터장|이규연·중앙일보

논설위원|이봉현·한겨레편집국미디어전략담당부국장|이상길·연세대커뮤니케이션대학원교수|장인철·한국일보논설위원|조형래·조선일보산업1부차장기획

조사분석팀등록1964년3월26일라-1881호인쇄 2015년3월3일발행2015년3월5일발행처한국언론진흥재단100-750서울중구세종대로124전화(02)2001-

7753팩스(02)2001-7740이메일[email protected]편집·제작아르떼203인쇄 두성프린트•게재된글은한국언론진흥재단의공식견해가아닌필자개인의견해입니다.

•표지사진출처:연합뉴스

모바일 시대언론사의 대응 전략

디지털 인재 활용 ‘미디어 파괴자’로 변신 중모바일퍼스트를위한신문사의대응/손재권

뉴스 전문 플랫폼 등 방송계 협력 방안 찾자모바일깃발내건방송사의대응/심석태

트래픽 경쟁 벗어나 ‘포스트 포털’ 대비 필요인터넷·모바일광고시장의현황과과제/박영주

뉴스 당의정? 정보에 놀이 결합해 독자 유혹새로운형식의뉴스콘텐츠실험들/권혜미

특 집

006 신문과방송 03 2015

특집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모바일 퍼스트를 위한 신문사의 대응

디지털 인재 활용

‘미디어 파괴자’로 변신 중

지난 2월 13일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지하

철을 타러 뛰어가다가 신문 자동판매기를

발견했다. 지난 2008년 서울메트로 측에서

시범으로 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아

무도 이용하지 않고 흉물처럼 방치돼 있는

상태였다. 신문 가격은 600원이고 마지막

으로 신문이 전시된 일자가 2010년인 것

을 보니 4~5년간 그대로 놓여 있는 것 같

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신문이 안 나온다고 항의하

는 독자들도, 흉물이 된 신문 자판기를 왜 철거하지

않느냐고 하는 언론사도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관심인데 한국 ‘신문’의 오늘을 나타낸 것 같기도

하다.

오래 전 무너진 비즈니스 모델

사실 2015년 2월 기준으로 일간신문 한 부의 가격

을 정확히 아는 언론 학자도, 신문 기자도 많지 않을

지 모른다.

무관심해진 신문 한 부의 ‘가격’은 신문산업의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신문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구독이며 또 다른 하나는 광고다.

독자가 많아지면 구독료가 늘고 이에 따라 광고도

늘어난다. 그래서 신문은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독점, 특종 기사를 통해 주목도를 높이고 영향

력을 키운다. 그래서 신문, 광고산업의 비즈 모델을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에 있는 것으로 해석

손재권 /매일경제모바일부기자

사당역에 있는 신문 자판기. 2008년 시범적으로 설치됐지만 지금은 사용이 중단돼

흉물처럼 서 있다. / 사진: 손재권

007특집 |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하는 학자가 많다. 주목도가 높아야 더 많은 광고와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심 경제 이론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플랫폼과 모바일 기기에 의해 파

괴됐다. 수많은 ‘단독’ 기사를 쏟아내지만 오히려 관

심을 얻기 힘들고 신문잡지부수공사 제도가 있음에

도 이를 그대로 믿고 광고 단가를 책정하는 광고주

들도 많지 않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신문의 광고 효

과가 없어서 마케팅 도구라기보다는 불리한 기사가

게재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험산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한국 신문의 비즈니스 모델 붕괴. 돌이킬 수도

회복할 수도 없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등 플랫폼 업체들의 확장에 직격타를 맞은 영미권

신문사처럼 빨리 무너지느냐, 네이버, 야후재팬 등

강력한 지역 포털이 존재해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하면서 천천히 붕괴되는 아시아 국가들처럼 되느냐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뿐이다.

모바일, 소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

기술이 기존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급속도로 파

괴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 비즈니스와 일

자리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디지털 파괴’라고 한다.

영미권 신문사는 디지털 파괴에 직접적 영향을 받

아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언론사

치고 감원하지 않는 회사가 없다. 글로벌 1위 영향

력을 지닌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10월 편집국 인력

100명(전체 인력의 7.5%)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

을 발표, 현재 진행 중이며 월스트리트저널과 USA

투데이도 지난해 50~70명씩 감원을 단행했다. LA

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등을 소유한 미디어 그룹 트

리뷴도 지난 2년간 약 700명을 감원했다. 타임워

너는 90년 역사의 글로벌 잡지 타임을 분사하면서

700명을 감원한 바 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

한 뉴스코퍼레이션도 회사의 중심을 월스트리트저

널, 타임스 등 신문에서 폭스TV 등 방송으로 전환

중이다.

우리는 반드시 진화해야 한다

여기서 끝인가? 신문이 디지털 파괴 현상에서 벗어

날 수는 없을까? 오히려 디지털 파괴를 주도할 수

는 없을까? 한국에서도 지난해 많이 회자된 뉴욕타

임스 ‘혁신보고서’는 이 같은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디지털 파괴당하지 않고 파괴를 주도하겠다는 것

이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마케팅 업

계는 “신문은 마케터들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콘

텐츠, 정보, 독자 등)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뿐이다”고 말한다.

내부에서 ‘혁신보고서’를 만든 뉴욕타임스는 이

보고서 이후 분위기가 디지털 전환에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디지털 실험을 장려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부 ‘분위기’가 바뀌

었다는 점이다. 종이신문을 만들던 습관에서 벗어

나 디지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는 것. 그렇다고 뉴욕타임스가 소위 ‘1면 장사(신문

제작)’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에도 뉴

욕타임스는 3개의 퓰리처상을 타냈다. 신문이 변화

하면 미래는 바뀐다는 믿음은 앞선 신문쟁이만 가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

캐피털 앤더슨 호로위츠의 마크 앤더슨은 “나는 앞

으로 뉴스 비즈니스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오늘

날 뉴스산업보다 10배, 100배는 더 커질 것”이라며

신문의 미래를 밝게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이 믿음

은 ‘변화’를 전제로 한다. 그대로 있으면 빠르게 죽

거나 서서히 사라지거나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뉴스룸을 변화하면 ‘파괴자’가 될 수도 있다.

008 신문과방송 03 2015

그러나 변화를 말하는 것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취재기자-편집기자-데스크 등

의 질서를 가진 뉴스룸 문화에선 변화가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다가오는 시대에도 지

금 누리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반드

시 진화해야 한다”라고 시작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또 “변신이란 말이 위험한 단어가 될 수도 있다. 안

전한 상태에서 다른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을 암시

하기 때문이다”고 담은 것은 그만큼 뉴스룸 문화를

바꾸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말

해주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은 전략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전략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쉽게

베낄 수 있다.

하지만 ‘문화’는 다르다. 오직 해당 회사, 편집국

만이 내재화할 수 있는 것이며 쉽게 복제가 불가능

하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실험이 중요하고

이것을 문화로 만드는 시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이다. 더구나 단번에 성공할 수는 없다. 조그만 실

험이 쌓여 문화를 만든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포

브스, 이코노미스트 등 글로벌 미디어들은 편집국

조직 문화를 바꾸고 실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도 수차례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앞으로 뉴스의 주력 독자가 될 밀레니얼 세

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의 성

장은 변화에 더 몸부림치게 한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

부머 세대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 종이신문보다 디

지털이 더 익숙한 세대가 뉴스의 핵심 소비층이 되

고 있다. 이들은 신문보다 모바일로 뉴스를 보는 것

이 자연스러우며 모바일 기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

고 뉴스 공유 속도가 누구보다 빠르다. 뉴스 주력 소

비층의 교체. 이 사실은 뉴스룸의 디지털 전환이 늦

을수록 파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욱 확실하게

한다.

사람을 바꾸고 문화를 바꿔라

미디어 파괴자가 되기 위해 신문이 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바로 사내 ‘디지털 준비(Digital Ready)가 돼

있는가?’ 여부다. 신문사 최고경영자부터 주요 경

영진, 편집국장, 기자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모바일

을 종이신문보다 앞선 플랫폼으로 인지하고, 디지

털 독자에 맞추기 위해 실험하고 있는가. 이를 위한

사내 인프라는 갖춰져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단번에 바꿀 수 없더라도 이를 위한 준비, 또

분위기는 형성돼 있는가는 더욱 중요하다. 왜냐면

미디어 생태계를 이루는 3대 축인 광고주, 독자, 플

랫폼에게 편집국이 만드는 콘텐츠를 충분히 다양한

채널로 전달할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디지털 미디어를 독자

들과 광고주들이 좋아한다는 얘기다.

편집국 내 인력 구성을 보면 그 회사가 ‘디지털

레디’와 관련해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

할 수 있다. 혁신보고서를 냈던 뉴욕타임스가 좋은

사례다. 뉴욕타임스는 기존 신문 제작 시스템에만

맞는 편집국 인력을 해고했지만 코딩이 가능한 소

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 등은 공격적으로 채용

중이다. 뉴욕타임스 내에는 ‘개발자 기자’라는 직군

이 있는데 편집국에서 사용 가능한 모딩 툴을 프로

그램하는 기자들이다. 이 개발자 기자들이 ‘NYT 나

우’앱을 만들고 독자적인 콘텐츠관리시스템(CMS)

을 개발하기도 했다. 사진기자뿐만 아니라 비디오

009특집 |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기자도 있다.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웹 사이트와

모바일, 태블릿용으로 올린다. 또 35명에 달하는 그

래픽 디자이너 기자도 있다. 신문에 사용될 그래픽

뿐 아니라 통계, 프로그래밍, 3D모델링, 모션 그래

픽, 오디오 프로덕션, 비디오 편집 등을 하는 기자들

인데 뉴욕타임스의 풍부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핵심 인력들이다. NYT의 미래를 책임질 R&D

랩은 9년 전부터 운영됐다. 여기에서는 3~5년 후 미

디어를 예측하고 이를 실행할 전략을 짜고 도구를

만든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직 실험과

실패 경험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취재기자가 인력의 핵심이고 승진도 편집국 기

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펜 기자 퍼스트’ 문화는 전

세계 신문사의 공통적 현상이다. 편집국과 비편집

국 간 위계질서도 심하고 이를 넘나드는 것도 쉽지

않아서 “편집국과 비편집국의 장벽은 마치 정교분

리의 원칙과 같아 보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때문에 신문사는 우수한 개발자, 디자이너, 비디오

기자 등 소위 비편집국 인력들을 유인하기 힘들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신문사에 가는 것보다 인터넷

포털이나 게임 개발사, 플랫폼 회사에 가는 것은 당

연한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뉴욕타임스는 미

디어 스타트업에 펀딩을 하고 이렇게 고른 스타트

업을 뉴욕타임스 본사에 입주시키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 2014년 3분기 실

적에서 종이신문 광고 매출은 5% 줄었지만 디지털

광고 매출은 16%가 늘었다.

디지털 전환을 가장 빠르게 시도한 미디어 중 하

나인 영국의 이노코미스트는 지난해 독자 5만을 순

증시켰다. 2013년에 비해 295%나 늘어난 숫자다.

월스트리트저널, USA투데이 등 디지털, 모바일 시

대에도 존재감을 나타내는 글로벌 미디어의 공통점

은 모두 디지털 독자를 적극 수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뉴스룸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노르웨이 쉽스테드는 종이신문 매출 하락을 디

지털(온라인+모바일+동영상)이 완벽 보완하고 있으

며 스웨덴 유력지 아프톤블라데트는 2017년 종이신

문 발간 중단을 선언하면서 아예 ‘디지털 온리’ 미디

어를 지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앞으로 디지털/모바일 온리 시대 뉴스룸을 구

축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비

교적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회사들의

특징은 모두 ‘사람’을 바꾸고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에 있다.

질 뎀토스 세계신문협회 아시아지역 디렉터는

“2010년 이후 많은 회사들이 멀티미디어로 가려

했다. 그리고 실행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생각보다

원활하지 못했다. 원인은 무엇이었나? 사람들을 잘

편집국 내 인력 구성을 보면 그 회사가 ‘디지털 레디’와 관련해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기존 편집국

인력을 해고했지만 코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 등은

공격적으로 채용 중이다.

010 신문과방송 03 2015

못 썼다. 멀티미디어에 적합한 인재들이 언론사에

없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신문사 조직 문화를 바

꾸지 못하면 멀티미디어 전환에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지금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

는 조직이 무엇을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지 잘 알

려주는 말이다.

스타게이트, 선더돔. 영화 제목이 아니다. 편집국 이

름이다. 스타게이트는 전문 월간지에서 경제 전문

온오프라인 미디어로 거듭난 포브스 뉴스룸을 말하

며 선더돔은 미국 내에서도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가장 잘 구현하면서 오프라인 신문으로 진출 중인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알 수 있는 디지털 퍼스트

미디어(Digital First Media)사의 뉴스룸 이름이다.

오가닉 편집국 만들기

포브스가 마치 ‘잡지의 종언’과 같은 시대에도 살아

남았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비결은

전문 블로거를 활용하는 전략에 있다. 기자들이 모

든 기사를 취재,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각계 전문가

를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높은 브랜드 가치를 보

유한 포브스 안으로 포섭했다. 포브스 온라인에서

는 기자들과 전문가들이 쓴 기사를 특별히 구분하

지 않는다.

포브스는 이 같은 블로거 시스템이 안정되자 이

제 편집국을 유기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는데 이는

뉴스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전략이다. 예를 들

어 포브스 기사가 20~30대 젊은 기업가들이나 소비

자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사내 소셜팀이 페이스

북이나 모바일 독자들에게 더 적합하도록 작업하고

광고팀도 기사에 맞는 광고와 연결시키도록 한다.

또 CEO나 정부 관계자 등 비즈니스 의사결정권자

에게 더 맞는 기사라고 하면 사내 브랜드보이스팀

이 나서서 스토리를 만들고 오리지널 포브스닷컴

과 잡지에 먼저 반영한다. 포브스는 이 같은 ‘스타게

이트’ 편집국으로 7,000만의 순방문자 수와 3,300만

미국 내 독자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포브스는 지

난 4년간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듭했는데 수직적인

기업 문화를 독자와 광고주에 맞게 유기적으로 바

꾼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 미디어의 선더돔은 한마디로 공

동 편집국이다. 이 회사는 뉴욕, 매사추세츠, 버몬

트, 캘리포니아, 택사스주 등의 지역신문을 다수 보

유하고 있는데 실리콘밸리의 새너제이머큐리, 덴버

의 덴버포스트가 대표 신문이다. 워낙 신문이 많고

계속 인수합병을 하다 보니 다양한 신문사 편집국

을 디지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통합 했는데 이를

‘선더돔’으로 부른다. 미국 전역의 지역신문을 둔 이

회사는 각 지역주민들과 같이 뉴스를 만드는 오픈

편집국(https://newsroomcafe.wordpress.com)을 만들

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

사는 타임워너, NBC, ABC, 디즈니 등의 빅네임이

아니다. 정치 전문 폴리티코나 애틀랜틱, 영국의 가

디언, 테크놀로지 전문 버지나 와이어드 등인데 모

두 디지털, 모바일 준비가 뛰어나고 유기적인 편집

국을 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디지털 퍼

스트, 모바일 퍼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미디어가 처

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2008년부터 페이월을 통한 유료화 시도와 디지털

전환 실패, 해고 등의 경험을 겪었다. 얼 윌킨슨 국

제뉴스미디어협회(INMA) 대표는 “지금 신문은 당

신들이 알던, 아버지가 읽던 그런 신문이 아니다. 디

지털이 종이 매출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

만 지금 미디어의 디지털 솔루션에 대해 어떤 회사

011특집 |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때문에 오직 실험하는

미디어와 그것을 내재화하는 회사만 성공할 수 있

을 것이다. 지금 더 디지털로 가야 한다. 종이와 디

지털 그리고 다른 무엇과 합쳐지는 것(이벤트 비즈

니스)을 잘 하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다”고 말한

것은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국 신문사 상황은?

한국의 신문사 편집국은 각종 위기 신호에도 수십

년간 만들어진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의 신문사가 디지털 전환, 모바일 퍼스트를 구현하

기 위해선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탐독한 후 ‘스

노우폴’ 같은 뉴스를 만들고 페이스북에 뉴스를 올

리며 트위터에 기사를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

니다. 신문사 내부 인력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 회사

의 ‘디지털 레디’ 상태가 금방 드러난다.

한국 각 신문사는 디지털 전환을 얘기하기 전에

얼마나 ‘디지털 레디’가 돼 있고 콘텐츠를 통해 다채

널로 광고주, 독자, 플랫폼 사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반문해봐야 한다.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경향신문은 올해 편집국 역량

의 40%를 온라인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고 매일경

제는 온라인, 모바일 유료 서비스인 ‘매경 e신문’의

회원 수를 올해 10만 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조선일

보는 온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뉴스부와 프리

미엄뉴스부를 통합한 디지털뉴스본부를 가동했으

며 중앙일보도 조인스 유료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문사에 있어 ‘디지털 퍼스트’란 인터

넷 포털 네이버에 기사를 공급하기 위해 온라인 기

사를 최소한 먼저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자협

회보에서 “대부분 신문사 닷컴이나 온라인 부서는

편집이나 사업 모두 네이버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더 큰 문제는 네이버마저 모

바일 시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쏠림현상’이 득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

이다. 네이버가 지금처럼 지속 성장하면 문제가 없

겠지만 흔들릴 경우 언론사 온라인 매출도 언제든

지 동반 추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보도

한 것은 한국 신문사의 디지털 현황을 말해준다.

앞으로 살아남는 수준을 넘어 ‘미디어 파괴자’

가 되기 위해선 전략을 외부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다양한 실험을 하며 실

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최고의 디지털 인

재가 오고 싶어 하는 회사로 만드는 것. 이것이 최고

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자 모바일 온리 전술일 것

이다.

디지털 퍼스트 미디어의 ‘선더돔’은 지역주민들과 같이 뉴스를 만드는 오픈

편집국이다.

012 신문과방송 03 2015

특 집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현실의 언론인들이 미디어 전략가들을 따라가기는

항상 버거운 법이다. 이분들은 전통 언론들이 뉴미

디어에 적응하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

하자마자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아예 전통 미디

어에게 디지털 뉴미디어 전략을 다시 쓰라고 요구

했고, 전통 미디어들이 그나마 ‘디지털 퍼스트’의 필

요성을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이젠

‘모바일 퍼스트’로 깃발을 바꿔버렸다.

품은 많이 들고 수익 모델은 없고

더구나 구글과 같은 IT 기업들은 모바일 퍼스트도

모자라 아예 ‘모바일 온리(Mobile Only)’를 주창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국내 전통 미디어들의 실

상은 ‘디지털 퍼스트’라는 구호도 채 제대로 소화하

지 못한 상태인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도 마찬가지여서 눈길을 끄는 일부 신선한 시도나

전략은 소개됐지만 정말 실제 미디어 시장에서 ‘성

공한 시도’나 ‘성공한 전략’을 꼽으라면 주저할 수밖

에 없다. 물론 현실은 이미 ‘모바일 퍼스트’로 바뀌

고 있다. 아직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통계 자료가 나

온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자료들은 뉴미디어 부문

에서 일어나는 뉴스 이용의 약 60~70%가 모바일이

라고 말하고 있다. SBS의 경우도 뉴미디어 뉴스 트

래픽의 70% 정도는 이미 모바일에서 일어난다. 국

내 방송사들도 ‘모바일 퍼스트’가 되어 버린 뉴스 이

용 실태에 따라가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심석태 /SBS보도국뉴미디어부장

모바일 깃발 내건 방송사의 대응

뉴스 전문 플랫폼 등

방송계 협력 방안 찾자

KBS, MBC, SBS, EBS 등 4대 지상파방송사의 프로그램 및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플랫폼 pooq 홈페이지.

013특집 |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국내 방송들의 모바일 전략은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향에서 살펴볼 수 있다. 모바일 환경에 맞

는 콘텐츠 전달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 그

리고 모바일 환경에 맞춰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지가 그것이다.

먼저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 전달 체계는 기

본적으로 모바일 앱과 모바일 웹(하이브리드 앱 포

함)이다. 모바일 장치를 겨냥해서 앱과 웹을 개발할

때에는 PC 환경을 상정해서 웹 사이트를 구축할 때

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인터넷 익스플로

러와 크롬 같은 몇몇 대표적인 브라우저만 상정하

면 되는 PC와는 달리 모바일에서는 OS와 단말기의

크기 등에 따라 고려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기 때문

이다. 태블릿 PC의 경우에도 화면의 크기에 따라 거

의 일반 PC와 유사한 수준에서부터 스마트폰보다

조금 큰 것까지 다양해 표준 모델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기존의 PC 환경에 비해 훨씬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데 별도의 수익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

니 이런 앱과 웹의 개발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

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나

름대로 각자가 갖고 있는 핵심 콘텐츠를 효율적으

로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다양한 서비스로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과 태블릿을 겨냥해 개발한 모바일 뉴스앱과 방송

사 전체의 모바일 웹에 포함된 뉴스 섹션을 통해서

도 비슷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태블릿의 경

우에는 아예 별도의 앱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고, PC

용 뉴스 페이지를 약간만 변형해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방송사들이 구축해 놓고 있는 이런 모바일용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냉정하게 볼 때 방송사들이

역량을 총동원해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기는 어

렵다. 물론 꾸준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방송 부문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오류가 종종 방치

되곤 하는 것은 방송사들이 아직 이 부분을 핵심적

이고 전략적인 서비스 분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

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SNS 의존은 더 커질 듯

모바일 앱과 웹은 방송사들이 독자적으로 정보와

분석 등의 콘텐츠를 전달하면서 이용자와 직접 소

통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방송사들이 이런

플랫폼 구축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모바일에서의 뉴

스 소비라는 측면에서 포털에 대한 의존도는 훨씬

커졌다. 물론 방송사들이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

폼에 전력투구했더라도 지금의 추세를 바꾸지 못했

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바일 뉴스 소비가 하나의 흐

독자적 플랫폼을 방송사별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포털이 장악한 모바일

뉴스 유통 시장의 질서를 바꿀 수 있을지 미지수다. pooq 서비스와 같이

다양한 뉴스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뉴스 플랫폼을

방송사들이 함께 구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014 신문과방송 03 2015

름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모

바일 뉴스 소비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을 방치해도

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모바일 앱과 웹 외에 방송사들이 중요하게 생각

하는 모바일 콘텐츠 전달 방식의 하나는 페이스북

과 같은 SNS를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방송사들의

SNS 활용도에는 차이가 있다. 방송사들이 페이스

북에서 확보한 팬 수는 SBS의 45만여 명에서 KBS

와 MBC의 1만 7,000여 명, 1만 1,900여 명으로 차이

가 크다. SBS는 메인 계정 외에 별도로 수만 명의 팬

을 가진 영문계정이나 취재파일 등 특성화된 계정

을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SBS 23만여 명을

비롯해 KBS 22만여 명, MBC 18만여 명으로 팔로

어 차이가 크지 않다.

방송사들이 주로 트위터를 속보 위주의 콘텐츠

소개에 활용한다면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속보 외에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시키

고 있다. 방송사들이 전체 모바일 대응에서 SNS에

두고 있는 비중은 상당하다. 하지만 국내 방송사들

은 일부 외국 방송사들 사례에서처럼 별도의 SNS

담당 조직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나마 별도의 부서

를 뒀던 MBC도 지난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해당 부

서를 온라인뉴스부와 통합한 상태다.

활용도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방송

사들의 모바일 서비스에서 SNS에 대한 의존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 특히 수십만 명 이상의 팬을 확

보한 SNS는 운영하기에 따라서 하나의 훌륭한 콘

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가진다. 어떤 면

에서는 모바일 뉴스 유통에서 포털이 독점적 지위

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방송사들이 SNS

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적인 콘텐츠 유통을 시

도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를 염두

에 두고 KBS와 같이 콘텐츠 생산을 위한 시스템 전

면 개편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들 SNS도 역시 방송

사들의 자체 플랫폼은 아니라는 것이다. 포털에 비

해 방송사들이 나름의 전략을 구사할 여지도 있지

만 기본적으로 SNS의 운영 정책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변경하면서 콘텐츠 노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 최적화 ‘카드뉴스’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도 다

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SBS가 2014년 중반에 도입

해 이제는 주요 언론사들은 물론 개인들까지 널리

활용하고 있는 카드뉴스 포맷이 대표적이다. 카드

처럼 한 장씩 넘겨가며 볼 수 있도록 뉴스를 이미지

와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스마

트폰에 최적화된 포맷이다. 최근에는 아예 동영상

을 활용한 ‘동영상 카드뉴스’ ‘블랙박스 뉴스’ 등 다

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형식 자체는 비슷해 보

이더라도 과도한 단순화 등으로 저널리즘의 본질

적 측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존 방송 뉴스에 담

지 못한 내용까지 소화하기 위한 진화도 계속되고

있다.

동영상 뉴스 콘텐츠 등의 경우에도 기존 PC 중

심의 뉴스 사이트가 아니라 SNS나 뉴스앱에 최적

화된 형태가 제작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SBS의

‘비디오 머그’, MBC의 ‘미방뉴스’, KBS의 각종 스

페셜 코너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팟캐스트와 같이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대안 매체의 하나로 등장

했던 콘텐츠 전달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역시 모

바일 환경을 고려한 콘텐츠 생산 방식의 변화라고

015특집 |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하겠다. SBS의 경우 기존 취재파일을 변화시킨 ‘오

디오 취재파일’ ‘비디오 취재파일’이라는 팟캐스트

를 만들어 다양한 경로로 제공하고 있다. 팟캐스트

와 같은 모바일 중심의 대안적 뉴스 시장에 방송사

들이 만든 콘텐츠가 늘어가면서 그 시장 자체에 어

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모바일 앱 등이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해외에서

나 국내에서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여

주려는 시도들이 종종 있었다. 지금은 점차 그런 화

려함보다는 일상적인 뉴스 전달 도구로서의 편리

함, 유용성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아

직 우리 방송사들은 이런 모바일 플랫폼 개발에 최

선을 다하고 있지는 않다. 그만큼 절실하지는 않다

는 얘기가 된다. 또 그렇게 독자적인 유통 플랫폼을

방송사별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포털이 장악한 모바

일 뉴스 유통 시장의 질서를 바꿀 수 있을지도 미지

수다. 그렇다면 지금은 보다 큰 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pooq 서비스와 같이 다양한 뉴스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뉴스 플

랫폼을 방송사들이 함께 구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베끼기 매체’에 공동 대응해야

모바일 환경에 대한 대응에서 개별 방송사가 대응

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또 있다. 바로 ‘큐레이션’ 같

은 그럴듯한 이름으로 다른 언론사의 기사나 동영

상을 가져다 쓰는 이른바 ‘베끼기 매체’들의 범람 현

상이다. 이들 매체들은 뉴스의 공적 성격을 내세워

아예 ‘뉴스에서 저작권을 운운해서는 안 된다’고 주

장하기도 한다. 직접 취재하고 분석해서 기사나 동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

고 ‘공유’라는 미명하에 손쉽게 남이 만든 것들을 이

것저것 버무려 마치 자기 것인 양 내놓는 일은 ‘오리

지널 뉴스 콘텐츠’ 생산을 죽이는 일이다. 이런 문제

에 대해서도 방송사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시점

이다.

‘모바일 퍼스트’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아

직 방송사들이 몸으로 받아들인 구호는 아니다. 뉴

스 유통 시장이 이미 모바일 중심으로 돌아선 상황

에서 방송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실험들은 아직 상

황의 절박성을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

하루 선거방송을 위해서는 수십억 원을 쓰면서도

모바일 상황에 대한 대응 같은 구조적 문제에는 그

만한 돈의 반도 쓰기 쉽지 않은 것이 방송사 내부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단번에 뒤집히기

는 어렵다. 하지만 진짜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

트를 실천하려면 더 과감한 실험들이, 훨씬 더 많이,

경쟁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조금씩 진

화된,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그런 경쟁 속에서도 모바일 뉴스 시장

에서 설 땅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 또한 동시에 진행

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SBS가 올해 2월 9일부터 새롭게 선보인 뉴스 동영상 서비스 ‘비디오 머그’

사이트 갈무리.

016 신문과방송 03 2015

특 집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인터넷·모바일 광고시장의 현황과 과제

트래픽 경쟁 벗어나

‘포스트 포털’ 대비 필요

박영주 /아시아투데이멀티미디어부부장

지난해 스마트폰 보급률이 처음

으로 PC를 앞섰다.1 모바일 기

기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모든 길은 모바일로 통하는’ 시

대가 됐다. 모두가 모바일에 주

목하는 가운데, 언론 역시 뉴스

소비의 모바일화에 발맞춰 ‘모

바일 퍼스트’ 혹은 ‘모바일 온리

(mobile only)’ 등으로 내·외부를

다지는 데 골몰하고 있다.

모바일 광고시장 74% 성장

지난 1월 7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 인

터넷 이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 스마트

폰 보유율이 2012년 65.0%에서 2014년 84.1%로 성

장한 반면, PC 보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2012년

82.3%→2014년 78.2%)했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최근 내놓은 ‘2014 모바일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

결과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2시간 51분

으로 전년 대비 38분가량 증가했다. 특히 3시간 이

상 이용자 비율도 45.7%로 18.7%p 늘었다. 이처럼

모바일 기기 이용 증가는 뉴스 소비 또한 모바일 중

심으로 크게 변화시켰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미 모바일 뉴스 소비 비중은 과반을 훌쩍 넘은 상

2001년

2014년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검색광고 48%, 노출형 광고 23%, 모바일 광고 29% 차지

온라인 광고 상품별 점유율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100%

78%56%

34%22%

45%51%

55% 60% 63% 65% 65%66%

62%

54%

48% 45%

55%49%

45%40% 37% 35% 35% 30% 29% 26% 23% 22%

4% 9%

20%29% 33%

노출형 광고 검색광고 모바일

출처:한국온라인광고협회.

017특집 |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태다.2

이러한 추세는 고스란히 온라인·모바일 광고

시장에도 전이됐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가 지난

해 12월 내놓은 ‘2014 온라인 광고시장 규모’에 따

르면, 2014년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광고시장은

19% 성장해 2조 9,228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전

체 광고시장(10조 4,294억 원)의 약 28%를 차지하는

규모다.3 이 중 모바일 광고가 8,329억 원으로 무려

74% 성장했다. 디스플레이광고(DA)와 검색광고

(SA) 각각 5%, 6% 성장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이때의 모바일 광고는 모바일 DA, 모바일 SA

및 기타 유형을 포함한 것이다). 반면 여전히 SA는 전

체의 4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온라

인 광고시장 규모 예측치는 3조 1,946억 원. 이 중 모

바일 광고는 1조 606억 원으로 27% 성장해 전체의

33%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다.

모바일 광고비 지출이 늘었으며, 늘 것이라는 전

망은 네이버 검색광고 내부 자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전체 광고주는 광고비의 평균 27.8%를

모바일에서 사용했다. 건강, 미용, 의류 패션잡화 등

고객이 모바일 정보 탐색 구매를 더 활발히 진행하

는 업종일수록 모바일 광고비 지출이 많았다.4 시장

조사업체 이마케터 역시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 중

모바일 광고 비중이 2013년 20.1%, 2014년 38.4%에

이어 올해 54.4%로 처음 PC 부문을 뛰어넘을 것으

로 예상했다. 2018년에는 약 73.2%에 달해 세계 최

고 비중이 점쳐졌다. 세계 시장도 마찬가지다. 모바

일 광고는 올해 35.1%에 이어 2018년 57.0%로 PC

광고를 추월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렇게 모바일 광고가 ‘핫’해진 이유는 뭘까? 미

디어 광고업체 탭조이는 ‘2015년 모바일 광고시장

9가지 예측’에서 “향상된 기술, 다양한 타기팅 옵션,

트래킹 및 측정, 콘텐츠 통합, 기타 모바일 광고 실

적 및 투자의 급등에 따른 발전 등 적용 가능한 새로

운 광고 형태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동일 사용자들 대상으로 기기에 따른 시간대별 리

타기팅이 가능한 ‘크로스 스크린 광고’가 2015년 이

후 흔한 풍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고 집행 유일 기준 ‘트래픽’

그렇다면 ‘덜 읽는’ 종이신문의 매출 대안으로 온라

인 혹은 모바일은 장밋빛 전망만 가져다줄까. 수요

가 몰리는 데 따른 파이(시장)의 확대 기대 속, 포털

의존적인 매체 간 ‘트래픽 경쟁’에 대한 우려도 심화

되고 있다. 지난 2월 11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모

바일 내주고 어뷰징 양산하고… 네이버에 끌려다니

는 언론’의 지적처럼 온라인 부문 수익 정체가 ‘트래

픽 경쟁’을 유발하고 그래서 어뷰징에 매몰될 수밖

에 없는 게 현 언론 구조다. 종이신문 매출이 줄어든

현실에서 트래픽은 거의 ‘유일 대안’으로 자리매김

했다. ‘어뷰징’으로 대표되는 언론 간 트래픽 경쟁의

폭주가 계속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온라인 광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한 관계자는 “지

면에서 온라인 광고시장으로 옮긴 건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며 “지금 모바일, 모바일 하지만 광고주 입

장에서는 트래픽만이 광고 집행의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에만 600여 개, 네이버에도 300여 개

의 검색 매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대형 신문사부

터 소규모 인터넷신문까지 제한된 광고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특히 매체의 브랜드가 무의

미해진 모바일 뉴스 소비의 시대, ‘트래픽이 전부’인

제로섬 게임은 더욱 격화되는 추세다. 이는 온라인

(모바일) 광고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건강음료/식품,

다이어트, 중고차 판매 등 이른바 ‘네트워크 광고’들

018 신문과방송 03 2015

은 ‘누가, 무엇을 썼느냐’ 대신 ‘얼마나 보느냐’만 중

시한다. 국내 I, A사 등 온라인 광고대행사들이 판

매하는 이들 광고는 트래픽 규모에 따른 광고 단가

를 집행한다. 애드센스(구글), DDN(다음카카오), 크

리테오 등 DA업체들이나 메조미디어, 나스미디어,

DMC미디어 등 미디어렙사 역시 마찬가지다.5

문제는 ‘트래픽’이 무한증식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자의 소비는 지면에서 온라인, 다시 모바일로 이

동하지만 정작 뉴스 공급자들의 격전은 ‘콘텐츠’ 아

닌 ‘트래픽’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어뷰징이 포

털이라는 가두리 안에서 시도되고 있다. ‘조현아’ 하

나만으로 하루 새 100여 개의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

아내는 오늘, 그만큼 언론사들 한숨도 깊다.

트래픽이 돈이 될까. 물론, 그렇다. 업계에 회자

되는 ‘2014년 신문사별 모바일 광고 매출 분석’ 결과

일 평균 트래픽 50만~60만의 경우 월 5,000만 원에

서 1억 5,000만 원으로 편차를 보였다. 신문사는 네

이버 등 포털 관계에서 전재료(CP료)를 받고 뉴스

를 공급하는 매체(인링크)와 단순 검색 제휴만 맺은

매체(아웃링크)로 구분된다. ‘인링크’의 경우 ‘아웃

링크’ 대비 포털 전재료에 더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트래픽 환경 등으로 매출을 보장받는다. 배너 등 네

트워크 광고 영역에서도 프리미엄이 붙는다. 결국

언론사 네임의 프리미엄, 광고 클릭률, 광고주의 지

정 광고 요청, 광고 영역 개수 대비 효율, 트래픽 수

등에 따른 단가 차이가 비슷한 트래픽에도 다른 매

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 ‘모바일 동영상’ 등 다양한 시도

포털에서 탈피, 뉴스 유통 플랫폼의 다양화를 가져

가려는 언론사들 나름의 노력도 현재 눈물겨운 상

태다. ‘불가능하다’지만, ‘포스트 포털(post portal)’을

대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이신문의 대안으로 온라인 수익 모델 발굴이 시

급한 것도 한 이유다. 더욱이 PC에서 모바일로 넘

어가는 뉴스 소비 행태는 결코 언론에 우호적이지

않다. 모바일 특성상 종이나 PC에 비해 광고 수용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다.6

이미 모바일 구독률이 60%를 넘어선 요즘 모바

일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속, 현재 시도되거나 논의

되는 것들로는 ‘네이티브 광고’ ‘모바일 동영상 광

고’ ‘팟캐스트 광고’ 등이 있다. 국내 포털은 물론, 페

이스북이나 구글, 트위터 등 글로벌 업체들의 온라

인 광고 과점 속, 언론사 몫의 ‘개척’ 및 ‘흡수’가 당

장 숙제가 됐다.

현재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대안이 ‘네이티브

광고’다. 일부에선 “세련된 협찬일 뿐”이라고 폄하

하지만, 소비자 인지와 광고주의 직접 참여를 전제

로 한 ‘정보+광고’의 제공이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

를 주기도 한다. 혹자는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지탱

하는 광고 사이 긴밀한 역할’을 주문하기도 한다. 물

론 언론을 규제하는 포털의 가이드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도 남은 숙제 중 하나다. 국내에서 시도되

는 네이티브 광고는 주로 바이라인(기자명) 없이 ‘스

폰서’를 밝히는 형태다. 기자명과 스폰서를 함께 밝

히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통용되기에는 멀

었다지만, 관련 논의가 활발한 것에 비춰 미국 버즈

피드를 닮은 사업 모델의 출현도 기대해봄 직하다.

‘모바일 동영상’ 또한 주목대상이다. LTE 등을

통한 전송속도 개선, 단말 디스플레이 대형화, 사용

자 편의의 UI/UX 확대 등에 힘입어 모바일 비디오

광고의 성장세가 점쳐진다. 이는 또 ‘네이티브 광고’

와 접목돼 시장을 쌍끌이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

대되고 있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 자료에 따르면

019특집 |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모바일과 웹을 포함한 동영상 광고비는

지난해 910억 원에 이어 올해 1,183억 원

이 집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마케터는

2018년까지 디지털 비디오 광고에 대한

투자가 TV보다 0.3% 앞선 36.4%로 역전

되고 그중 모바일 분야에 가장 큰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본격 개화 역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

는 지적이다. 모든 기기·사물에 인터넷

이 연결됨으로써 그만큼 뉴스 등 콘텐츠

소비 형태도 다양해질 수 있으리란 기대다.

포털 없이 SNS로 성장하기

SNS의 유효적절한 활용도 언론사로서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콘텐츠뿐 아니라 ‘(네이티브) 광고’ 플

랫폼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페이

스북의 ‘좋아요’를 늘리려는 일부 언론사들의 움직

임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독자 뉴스앱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실패해 더 그렇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포털 없이 성장하는 인

터넷 언론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 없

이 페이스북 등 SNS 마케팅을 통한 독자 유입의 성

장세는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최적화(SEO)

대상을 포털 아닌 독자에, 경쟁의 수단을 트래픽 아

닌 콘텐츠에 둬야만 언론이 산다는 대명제는 여전

히 유효한 셈이다.

‘덜 읽는’ 종이신문의 매출 대안으로 온라인 혹은 모바일은 장밋빛 전망만

가져다줄까. 수요가 몰리는 데 따른 매체 간 ‘트래픽 경쟁’에 대한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매체의 브랜드가 무의미해진 모바일 뉴스 소비의 시대,

‘트래픽이 전부’인 제로섬 게임은 더욱 격화되는 추세다.

1 KT경제경영연구소,‘2015년모바일트렌드전망’,2015년1월.

2 특히지난해12월10일네이버의모바일검색문호개방은대상언론의모바일트래픽비중을크게높여PC를압도하고있다.

3 이는방송(3조5,355억원)보다는적고,인쇄(1조9,350억원)보다는많은수치다.온라인은2012년인쇄를앞선이래격차를벌이고있다.

4 MAGAZINE.K2014년11월호.http://saedu.naver.com/news/magk/intro.nhn

5 ‘인링크’종합지A사의온라인수입구조예:포털전재료(PC·모바일별개)+네트워크광고(인링크프리미엄)+트래픽+기사형광고+기타

(초판서비스,HTS,PDF서비스등저작권료).

6 업계에서는투박하나마‘종이신문대온라인’광고단가비율을‘10:1’정도로본다.다시온라인에서‘PC대모바일’은모바일트래픽60%를

전제해‘1:1’로판단한다.트래픽이동일하다면PC가7혹은6정도로

단가가높다.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관심 또한 ‘버즈피드’ 주목의 이유 중 하나다(출처: www.

buzzfeed.com/advertise).

020 신문과방송 03 2015

특 집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뉴스’와 ‘게임’. 언뜻 뉴스와 게임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언론사들 사이에 게임

의 요소를 더해 뉴스 콘텐츠를 흥미롭게 전달하려

는 시도로 ‘게이미피케이션’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은 게임

(game)과 ~化하기(~fication)가 더해진 말로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적 사고와 게임 기법을 활용해 문제

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뉴스 읽고 배지 받고 랭킹 올라가고

가트너에 따르면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해 독자를

몰입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피드백 사이클, 명확한

목표와 게임의 룰, 그럴듯한 스토리, 쉽지는 않지만

달성할 수 있는 임무가 있어야 한다. 게이미피케이

션은 이미 하나의 마케팅 도구로 언론뿐 아니라 다

양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표

적인 서비스로는 포스퀘어와 나이키+, 코카콜라 발

렌타인데이 캠페인 등이 있다.

나이키+는 운동에 게임 요소를 결합시켜 운동

의 재미를 더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운동

화에 나이키+ 센서를 달고 활동하면 운동량이나 운

동 경로, 이용자의 칼로리 소모량 등의 데이터가 아

이폰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모인 데이터를 활용

해 이용자의 기록에 대한 통계를 내 신기록을 달성

해 나갈 때마다 축하 음성 메시지와 트로피 같은 보

상이 주어진다.

많은 뉴스 매체들은 나이키+전략과 비슷한 랭

킹이나 배지 형태의 게이미피케이션 방식을 활용

한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010년 독자의 참여와

공유를 늘리기 위해 배지 시스템을 도입했다.1 배지

권혜미 /블로터닷넷기자

새로운 형식의 뉴스 콘텐츠 실험들

뉴스 당의정?

정보에 놀이 결합해 독자 유혹

허핑턴포스트는 독자의 참여와 공유를 늘리기 위해 배지 시스템을 도입

했다.

021특집 |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는 네트워커와 슈퍼유저, 모더레이터로 나뉜다. 팬

이 많으면 네트워커, 댓글을 달거나 SNS에 공유를

많이 하면 슈퍼유저, 댓글 신고 등 자정 기능을 하면

모더레이터 배지를 받는 방식이었다.

단순한 배지나 랭킹 방식을 넘어 뉴스 스토리

텔링을 게임에 입히는 경우도 있다. 와이어드가

2009년 발행한 게임 기사 ‘해적 자본주의: 게임’

이 대표적인 사례다.2 이 기사는 게임으로 표현돼

있다. 독자들은 게임을 하며 배를 납치하고 몸값을

협상하며 소말리아 해적의 경제학적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스테디셀러 콘텐츠 ‘퀴즈’

뉴욕타임스에서 2013년 가장 인기 있었던 뉴스 콘

텐츠는 무엇이었을까. ‘사투리 퀴즈’다. 뉴욕타임스

가 2013년 12월 선보인 ‘사투리 퀴즈’는 독자들의 언

어 습관을 물어본 뒤 사투리를 분석해 어느 지역 사

투리를 구사하는지 알아보는 게임이다. 단순해 보

이는 이 ‘사투리 퀴즈’는 뉴욕타임스에 2,100만 페이

지뷰를 가져다주었다. 심지어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이나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소식 기사

보다 트래픽이 많이 나왔다.

사실 퀴즈 기사는 뉴스 게

이미피케이션의 시초라 볼 수

있다.3 가로세로로 글자를 연결

해 단어를 맞혀가는 ‘십자 낱말

맞추기 퀴즈’는 19세기 말 영국

어린이 잡지에 실린 게 그 처음

이다. 20세기 초 미국으로 이민

간 영국 출신 기자 아서 윈은 이

를 성인용으로 응용해 뉴욕월드

에 싣는다.4 이때 낱말 맞추기는

큰 인기를 얻었고 세계 곳곳 수많은 신문의 지면 한

쪽을 차지하게 됐다.

‘~하는 ~가지 방법’류의 리스티클 기사 포맷에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때쯤이었던 2013년. 버즈

피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된 것도 퀴즈 기사였다.5

버즈피드는 퀴즈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템플릿

을 개발하며 퀴즈 게임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다. 그

결과 퀴즈만으로 한 달에 2만 페이지뷰를 가져다 줄

만큼 좋은 성과를 올리게 됐고, 게임 요소가 들어간

퀴즈 기사는 버즈피드의 주력 포맷이 됐다.

버즈피드는 2014년에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갔다.

버즈피드는 미국의 유명한 벤처캐피털인 앤더슨 호

로위츠로부터 5,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고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8월 29일 프로듀서와 개발

자, 디자이너로 구성된 5명의 팀을 꾸려 인터랙티브

한 게임 개발을 한다고 밝혔다. 당시 크리스 요한슨

버즈피드 부회장은 테크크런치와 인터뷰에서 “독

자가 단지 소비하기보다는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을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6

독자를 뉴스 생산 과정에 참여시켜 기사를 함

께 만들어내는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도 게이미

피케이션의 한 사례로, 모바일 시대가 되며 전성기

기사를 게임으로 표현해 소말리아 해적에 관한 독자의 이해를 도운 와이어드의 ‘해적 자본주의: 게임’.

022 신문과방송 03 2015

를 맞고 있는 영역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SNS의 발

달로 대중이 취재 과정에 보다 쉽게 참여하게 된 덕

분이다. ‘크라우드소싱’이란 군중을 뜻하는 크라

우드(crowd)와 외부자원 활용을 말하는 아웃소싱

(outsourcing)이 더해진 단어로, 지난 2006년 제프 하

우 와이어드 에디터가 소개했다.

독자와 함께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

대표적인 사례가 가디언이다.7 지난 2009년 가디언

은 영국 정부의 예산 지출 청구서 45만 8,000여 건

을 모두 인터넷에 올려 공개하고 독자들에게 분석

을 요청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독자들은 프로

그램이 공개된 지 첫 80시간 동안 청구서 17만 건을

검토했다. 방문자의 참여율은 56%였으며 독자 2만

7,000여 명이 이 문건 분석 과정에 참여했다. 독자와

의 협업으로 가디언은 청구서 22만여 건에서 각종

비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2만 7,000여 명이 돈도 받지 않고 취재 노동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디언은 독자들이 보다

쉽고 직관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독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청구서를 보고 ‘흥미

있다’ ‘흥미 없다’ ‘흥미 있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

이다’ ‘더 조사해야 한다’ 등 4가지 답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식으로 문건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또한 누

가 더 많은 청구서를 분석했는지 순위를 매겨 공개

했다. 랭킹 기법을 더한 셈이다.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의 사례는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

난 2014년 3월, 총리의 부패 의혹과 트위터, 유튜브

등의 차단으로 얼룩진 터키 지방선거 결과는 집권여

당의 압승이었다.

그러자 여당이 투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돌

았다. 쓰레기통에서 투표용지가 발견됐고 이유 없이

정전된 개표소도 있었기 때문이다.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앙카라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서 부정

투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터키의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주축이 돼 설립한

저노스(Journos)는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서 탄생할

수 있었다. 실시간 소통도 막혀 있는데다 기존 미디

어나 정부 발표도 믿을 수 없게 되자 시민들은 저노

스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개표 과정에 참여해 직

접 감시했던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시민들은 투표소

에서 발견한 부정선거 증거물을 저노스에 보냈다.

저노스에는 몇 시간 만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왓츠

앱, 문자메시지로 제보 수백만 건이 들어왔다.8

시민들이 취재를 담당했다면 저노스는 시민들

로부터 받은 선거 관련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역

할을 맡았다. 선거 종료 후 이틀 동안 받은 데이터

분석 결과, 저노스는 선거결과 중 368개에 대한 문

서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걸 찾아냈다. 이 가

운데 일부 자료는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소송을 위

한 증거자료로 활용됐다. 또한 해당 자료가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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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디언은 영국 정부의 예산 지출 청구서 분석 과정에 독자의 참여를

요청했고, 모두 2만 7,000명이 참여했다. 독자들은 청구서를 보고 위와

같은 네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골랐다.

023특집 | 모바일 시대 언론사의 대응 전략

다른 언론사들에게도 필요한 자료를 전달해주었다.

게임과 뉴스는 더 자주 만나게 될 전망이다. 세

계적 게임 개발사인 ‘아카디움’의 공동 설립자 제시

카 로벨로는 포인터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이 트래

픽을 더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에 뉴스 조직에서 게

임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9

아카디움은 LA타임스와 CNN, 워싱턴포스트 등

30곳이 넘는 매체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린제이 그

레이스 아메리칸대학 게임랩 디렉터도 “새로운 방

식으로 정보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은 유용

한 스토리텔링 도구”라고 뉴스에 게이미피케이션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를 점쳤다. 그는 “뉴스 보도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임팩트를 주지 못하

기도 한다”라며 “정보나 사실은 잊어버리지만 경험

은 다른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미있다고 유익하진 않아

하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이 무조건 특효약이라는 태

도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책 ‘게이미피

케이션: 세상을 플레이하다’의 공동 저자인 정진영

SK UX HCI랩 프로그램 디렉터는 “게이미피케이

션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10 나이

키+와 뉴스는 다르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목적이 운

동으로, 하면 좋고 하다보면 재미있고 유익하며 꾸준

히 하면 효과가 있지만 뉴스는 좋기는 하지만 필수는

아니며 재미있다고 유익한 건 아닌 탓이다.

정진영 디렉터는 “핵심 콘텐츠 자체가 의미 있

어야 하며 거기에 사탕발림을 한다고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포스퀘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는 인간에게 영역 표시 성향이 원래 있었기 때문”이

라고 말했다. 또한 “돈과 같은 외적 동기부여 방법

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순 있겠지만 가장 마지막에

취해야 할 방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뉴스를

보면 자전거를 준다거나 포인트를 주는 방식은 장

기적으로 봤을 땐 그리 효과가 높지 않은 셈이다.

1 http://www.huffingtonpost.com/adam-clark-estes/huffpost-pundits-badge_b_691473.html

2 http://archive.wired.com/special_multimedia/2009/cutthroatCapitalismTheGame

3 http://www.bloter.net/archives/206674

4 http://inventors.about.com/od/cstartinventions/a/crossword.htm

5 이성규,소프트웨어위에올라탄독특한뉴미디어‘버즈피드’,ICT인문사회융합동향-정보통신정책연구

6 http://techcrunch.com/2014/08/29/buzzfeed-games-team/

7 http://www.niemanlab.org/2009/06/four-crowdsourcing-lessons-from-the-guardians-spectacular-expenses-

scandal-experiment/

8 http://www.jadaliyya.com/pages/index/17252/digital-platforms-analog-elections_how-civic-group

9 �http://www.poynter.org/news/mediawire/267835/games-are-serious-business-at-news-organizations/

10 http://www.bloter.net/archives/210929

뉴스 스토리텔링을 게임에 입히는 경우도 있다. 와이어드가 2009년

발행한 게임 기사 ‘해적 자본주의: 게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독자들은

게임을 하며 배를 납치하고 몸값을 협상하며 소말리아 해적의 경제학적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집중점검

나의 풍자가 당신에게 모욕이 될 때표현의자유와한계/이준웅

‘좋은 표현’ ‘나쁜 표현’ 수용자 입장에서 판단해야표현의자유논쟁과관련된국내외주요사례/김선호

표현의 자유와

공존의 예절

025집중점검 | 표현의 자유와 공존의 예절

집 중 점 검

표현의 자유와 공존의 예절

풍자가 죽이는 세상이다. 샤를리 에브도

의 만화가 웃기는지 아닌지를 놓고 웃을

수 없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논쟁 끝에

조롱과 저주가 이어지고 훼손된 명예와

타락한 문화적 정체성이 등장한다. 논쟁

은 위협과 다짐이 되어 삶과 죽음을 가르

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제 누구

도 풍자만화를 천진하게 보기 어렵게 됐다. 만화를

보다가도 무서운 얼굴로 돌아보며 묻는다. 이 만화

가 정말 웃기냐고.

이 만화가 웃기는가?

샤를리 에브도를 접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만화의

소재를 소개하면 이렇다. 종교와 관련해서 선지자

의 아랫도리, 교황과 창녀(함께 등장), 독생자의 성욕

이 등장한다. 르펭을 비롯한 우익 정치인들도 갖가

지 기묘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유명인이나 문화 권

력자도 단골이다. 주제는 더 강력하다. 만화를 직접

보여줄 수 없으므로 에크프라시스(시각적 예술작품

을 언어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하더라도 그 기괴한 함축적

의미를 온전히 전달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만화가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느냐고 묻

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부질없는 짓이다.

이 질문이 진정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웃긴

데, 이런 자유에 대한 의심과 조롱마저도 인정하는

것이 자유주의의 기본 교의이기 때문이다. 특히 만

이준웅 /서울대언론정보학과교수

표현의 자유와 한계

나의 풍자가

당신에게 모욕이 될 때

정상적으로 발간되기 시작한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가 2월 25일(현지

시간) 파리 기차역의 신문 판매대 위에 놓여 있다. 최신호는 250만 부가 배포될 예정이다.

/ 사진출처: EPA연합뉴스

026 신문과방송 03 2015

화가 풍자하려는 대상이 권력자라면, 그 권력이 정

치, 종교, 문화 등 어느 영역에 속하더라도 표현물

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문명한 사회의 자유주의

이다. 그러나 문명한 사회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때

로 공존의 예절과 충돌한다. 이 충돌을 해결하는 방

식이 한 사회의 품격을 드러낸다.

샤를리 에브도가 사회정치적 문제가 되는 이

유는 그것이 강력한 소통적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

이다. 흥미롭게도 만화의 풍자적 의도에 대한 이해

여부가 소통의 성공과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작가의

의도, 독자의 이해, 표현물이 유발하는 효과가 각각

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로 말하자면 샤

를리 에브도에는 분명 웃기지도 않는 만화가 있다

고 말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본 만화의 의도, 즉

풍자적 요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웃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그 만화는 나에게 분

명한 인상을 남겼다. 반대로 만화를 보고 폭소를 터

뜨린 이들이 전부 종교적 권위를 비롯한 모든 종류

의 권력을 조롱하려는 샤를리 에브도의 의도를 제

대로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해의 내용과 별도

로 소통이 성공할 수 있다.

샤를리 에브도의 만화를 남다르게 경험하는 이

들이 있다. 만화가 묘사한 대상이 선지자, 교황, 성

처녀 등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심각한 고통과 분노

를 느끼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만화의 풍자적 의도

를 이해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이건 상관

없다. 만화의 존재 자체가 그가 속한 집단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간주한다. 이 만

화가 존재하여 유통된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의 정

신적 고통의 원인일 것이다. 내가 그들과 같은 정도

로 고통을 느낀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공

감할 수 있다.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와 그에 대한 폭력적 반

응 모두 남의 일이 아니다. 샤를리 에브도는 볼테르

와 몰리에르의 위대한 풍자적 전통을 따르고 프랑

스 좌파의 발칙한 도발정신을 담은 것이기에 우리

의 맥락과 다르다는 설명이 있다. 또한 현대 프랑스

의 제국주의 경험과 다인종주의 현실을 생각해 보

면 샤를리 에브도를 둘러싼 사정은 우리와 다르다

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마치 우리나라 인터넷 게시

판이나 토론방에 게시되는 풍자와 욕설, 그림과 합

성사진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듯 말이다. 내용은

다를지언정 우리나라 인터넷 게시물 표현의 정치성

과 역사성이 프랑스의 만화보다 덜 복잡하고, 뉘앙

스가 제한되고, 정치적으로 얌전하다고 볼 수 없다.

공감과 공존의 예절

지난 1월 26일 한 성인 남자가 단원고 학생복을 입

고 어묵을 먹는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며 ‘친

구 먹었다’는 제목을 달았다. 나로서는 게시자가 어

떻게 이럴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게시자는

교복을 준비하기 전부터 분명 누군가를 웃기겠다고

의도했을 것이다. 실제 해당 게시물을 보고 진심으

로 웃은 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곁에 이런 끔찍

한 조롱의 의도를 전하겠다는 자들이 있다. 그것을

즐긴 자들도 있다. 이 요점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종

류의 인터넷 게시물을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표현

의 자유의 경계를 작심하고 시험하려는 듯한 표현

물이 있으며, 그로 인해서 불쾌함을 느끼는 자가 있

고, 고통 받는 자들이 있다.

이런 고통과 공감이 그것을 유발한 표현물에 반

대할 명분이 될까? 당연히 된다. 반대가 또 다른 표

현이며, 언론이며, 담론적 구성물이면 그렇다. 그러

나 해당 표현물에 대한 폭력적 응징이라면 어떻게

027집중점검 | 표현의 자유와 공존의 예절

되는가? 개별적 응징이 아닌 국가의 법적 개입은 어

떠한가? 만약 이 고통과 공감을 겪는 이가 한 사회

에서 일정 수준 이하이거나 이상이면 폭력적 응징

의 정당성 또는 국가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가? 아니면 고통 받는 자가 사회적 소수이

거나 역사적 약자라면 판단이 달라지는가? 샤를리

에브도와 어묵 사태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일 수 없다. 과거 어느 시

대 어느 사회에서도 절대적인 적이 없었으며, 문명

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도 마찬가지다. 표현의 자유

가 폭넓게 보장된다고 알려진 미국을 보더라도 음

란물, 명예훼손, 기만광고 등 표현물을 공표하면 법

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치적이거나 공익과 관련

된 표현물은 상대적으로 폭넓은 자유를 누리지만

그 경우라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할 것

으로 예상되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종교

에 대한 표현물은 어떤가? 특히 그것이 웃기려는 농

담이라면, 정치적 함의를 갖는 풍자라면 어떠한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

농담과 풍자라는 범주 자체가 애매하며 그것의 소

통적 효과도 그렇기 때문에 헷갈릴 것 같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누군가에 대한 풍자가 다른 이

에게 모욕이 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다음

두 주장을 검토하고 싶다. 나는 한 사회가 이 두 주

장을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그 사회의 자유의 한

계를 결정하며 또한 공존 예절의 품격을 결정한다

고 생각한다.

첫째, 표현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불쾌감의

정도가 폭력적 응징을 정당화할 도리가 없다. 우려

스럽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약간 다르게 생각했

던 것 같다. 샤를리 에브도 사태를 염두에 두고 그는

“다른 사람의 신앙을 모욕할 수 없다”고 말하며 “친

구가 내 어머니를 욕하면 맞을 것을 예상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의 말대로 누구

라도 어머니가 욕을 본다면 “당연히” 분노하겠지만,

그가 분노 끝에 주먹을 휘둘러 상대를 때렸다면 고

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욕을 듣고 폭

력을 행사한 후 고발당하는 것이 일상적인 사회인

지, 같이 욕하며 대응하는 것이 보통인지, 아니면 경

멸감을 느끼며 돌아서는 이가 많은지가 그 사회의

공존의 품격을 반영한다. 어머니, 아버지, 종교에 대

한 조롱과 모욕에 대해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을 용

인하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라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여기에서 모욕을 유발한 표현물이 농담인지 아

닌지가 별로 상관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표

현물이 실제로 웃기는지 여부도 관련이 없다. 심지

어 모욕감과 불쾌감을 비롯한 정신적 고통을 공감

만화가 풍자하려는 대상이 권력자라면 그 권력이 어느 영역에 속하더라도

표현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문명한 사회의 자유주의이다. 그러나

문명한 사회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때로 공존의 예절과 충돌한다. 이 충돌을

해결하는 방식이 한 사회의 품격을 드러낸다.

028 신문과방송 03 2015

하는 이가 주변에 많다는 사실도 무관하다. 나로 말

하자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어머니와 그의 종교를

욕되게 하는 이에 대해 함께 분노하겠지만 그렇다

고 해서 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은 모르겠다. 교황이든 누구든 욕을 듣고

상대편 어머니를 욕하는 것으로 응수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욕을 당하는 자가 아니라 욕하는 자가 무례

하고 무신경하며 비열하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

한 왜 욕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둘째, 고통과 불쾌감을 근거로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한 조건이 필요하다. 표

현물로 인한 고통과 불쾌감이 한 사회의 공인된 역

사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그 사회의 민주적 참여와

대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정도로 심각하면 그

렇다고 본다. 요컨대 고통의 정도나 종류가 아니라

그것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이 규제를 정당화한다.

예컨대, 한 사회 내의 약자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

는 것은 잔인한 일이며, 이 경우 약자의 발언이란 고

통을 표현하고 억압적 사태를 바꾸어야 한다는 저

항적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저항적 발언을 규

제하는 일은 민주적 참여를 제한하는 일이며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를 정당화할 방법이 없다.

유대인 대량 학살과 같은 심각한 범죄를 반성하

는 나라를 생각해 보자. 이런 나라에서 소수자에 대

한 학살의 역사를 부정하고 새로운 폭력을 조장하

는 일은 불법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유대인을 비

롯한 소수자가 느끼는 고통이 불법의 원인이 되지

는 않을 것 같다. 역사를 부정하고 새로운 폭력을 조

장하는 일이 소수자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그

보다 그런 고통을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나라를 구성한 원리를 채

택한 국민의 의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 된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의지에 기초한 헌법적 가치

의 부정을 용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 기

록된 3.1운동과 4.19혁명을 농담이든 뭐든 조롱하

고 비난하면 괴로워할 이들이 많다. 내가 그중 한 명

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나의 심오한 고통 때문에 표

현물을 규제하자고 주장할 수 없다. 독립투쟁과 민

주혁명의 이념을 따라 헌법을 채택한 국민의 의지

를 부정함으로써 독립과 민주적 참여 의지를 꺾는

효과가 현실적이라면 규제를 주장할 수 있겠다.

자유로운 소통의 위축

나는 샤를리 에브도 사태를 놓고 평자와 논객들이

논쟁하는 것이 반갑다. 표현의 자유와 공존의 예절

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

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논란이 불안한 시

대적 정조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억압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 염려한다. 샤를리 에브도에 대

한 많은 선량한 이들의 격려와 연대의 몸짓에도 불

구하고, 세계는 이미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또 달

라졌다. 이제 세계의 풍자만화가들은 신과 선지자

를 묘사하기 전에 한 번 더 머뭇거릴 것이다. 이런

머뭇거림이야말로 냉혈하게 동료 시민을 쏴 죽였던

테러리스트가 애초에 노렸던 효과이다.

이에 못지않게 염려스러운 일은 이 사건을 계기

로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위협적 메시지에 대한 감

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는 일이다. 잠

재적 테러의 기운을 감지하기 위해 인터넷 게시물

을 모니터하고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를 분류하기 위

해 개인정보를 뒤져야 한다는 강박적 검열주의 목

소리가 높아진다. 이렇게 감시와 검열이 강화되어

자유로운 소통이 위축되는 현실 또한 냉혈한 테러

리스트가 애초에 염두에 둔 일일지 모른다.

029집중점검 | 표현의 자유와 공존의 예절

집 중 점 검

표현의 자유와 공존의 예절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선임연구위원

표현의 자유 논쟁과 관련된 국내외 주요 사례

‘좋은 표현’ ‘나쁜 표현’

수용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수정헌법 제1조는 악당들의 제1차 도피처이다!”

미국 영문학자이자 법학자인 스탠리 피쉬가 언론의

자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1고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언론의 자유(더 넓게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

주의 사회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적 권리이며,

UN ‘세계인권선언’ 19조에 규정된 보편적 권리로

서 당위론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다른 가치와 충

돌을 일으킬 때 표현의 자유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

을 발생시킨다.

‘자유와 억압’ 프레임

국내외 몇 가지 사례들과 관련된 질문을 던져보자.

1)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어묵에 비유하며 ‘인증샷’

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인

가? 2) GTA처럼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청소년에

게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

인가? 3)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인

물을 희화하고 풍자하는 그림을 출판하는 것은 표

현의 자유인가? 4) BDSM으로 분류되는 성행위 장

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사진을 인터넷에 게재하

는 것은 표현의 자유인가? 5) 선거기간 기업이나 시

민단체가 특정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TV 정치광

고를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인가?

이 질문들은 곤혹스럽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전적 프레임에 익숙해져 있는데, 고전적 프

레임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

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고전적 프레임은 ‘자

유와 억압’이라는 이분법을 사용한다. 표현의 자유

를 개인의 권리 행사나 자아실현 과정으로 보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억압으로 설정한다.

고전적 프레임 속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진 목적

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

의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

국 수정헌법 제1조이다. “종교 설립과 관련된 법이

030 신문과방송 03 2015

나 자유로운 종교 행사를 금지하는 법, 언론이나 출

판의 자유를 축소하거나, 사람들이 평화로운 집회

를 할 권리 및 정부에 탄원할 권리를 축소하는 법을

의회는 제정할 수 없다.”2 1791년 채택된 수정헌법

제1조는 미국 독립과정에서 연방주의자와 반연방

주의자 사이 타협의 산물이다. 연방주의자들이 제

안한 헌법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 건설을 암시했기

에, 반연방주의자들은 헌법 비준을 거부했다. 반연

방주의자들은 연방정부가 수립될 경우 독재(특히,

의회 독재) 체제로 변질될 것을 우려했고, 제임스 매

디슨과 같은 연방주의자들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

기 위해 원래 있던 헌법 초안에 10개의 수정헌법 조

항들을 추가함으로써 시민적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

는 타협안을 내세운 것이다.3

둘째, 표현의 자유는 의견의 다양성과 진리 발

견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리와 허위가 서로

겨루게 하라. 자유롭고 열린 대결에서 진리가 패배

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는가?”라고 말했던 존 밀턴

이나 “만약 모든 인류가 하나의 통일된 의견을 가지

고 있고 한 사람만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 인

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하게 만드는 것은 그 한 사람

이 모든 인류를 침묵하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부당

하다”고 갈파했던 존 스튜어트 밀은 허위 정보나 소

수의 의견이라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때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표현의 자유가 위협이 될 수 있다”

셋째,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자아실현을 위해 필요

하다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

의 본질을 이성을 사용한 자율적 판단으로 보았고,

자신의 이성적 판단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즉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숙된 자율적 인격이 실현된다고

말했다. 1948년 제정된 UN 세계인권선언은 칸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 인권으로 규정한다.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간섭

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

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4

한마디로, 고전적 프레임 속에서 표현의 자유는

① 민주주의 ② 진리 발견 ③ 자아실현을 위한 필요

조건이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런데 위에서 열거했던 문제들에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가치들을 대입해보면 사정이 달라

진다. 어묵 인증샷, GTA 게임, 종교적 풍자, 포르노

그래피, TV 정치광고 같은 것들이 민주주의, 진리

발견, 자아실현과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는가?

게다가 “표현의 자유는 원래 목적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스탠리 피쉬의 지적처럼, 그런 표현들이 표

현의 자유가 내세운 가치들을 오히려 침식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자유와 억압’이라는 표현

의 자유에 대한 고전적 프레임을 넘어서 표현의 자

유 문제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이 요구된다.

고전적 프레임의 근본적 맹점은 개인주의적 관

점에서 표현의 주체(speaker)에 초점을 맞춘다는 데

있다. 표현의 주체 관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

현할 수 있으면 자유로운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바

를 표현하는 데 제한이나 통제가 따르면 억압된 것

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문제와 결부된 표현은 고

립된 개인 혼자서 벌이는 활동이 아니다. 그 표현

은 타인, 특히 불특정 다수의 수용자를 동반하는 관

계론적이며 커뮤니케이션적 현상이다. 독백은 이

미 항상 자유로우며 그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

031집중점검 | 표현의 자유와 공존의 예절

을 미치지 않는다. 일상적 대화도 타인을 동반하지

만 표현의 자유 문제와 거리가 멀다. 면전에서 상대

방에게 욕하는 것은 모욕일지언정 명예훼손은 아

니다.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성관계를 갖는 것은 자

유이지만, 그것을 제3자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표현하는 주체의 자유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

라 그 표현이 도달하는 수용자와의 관계성, 달리 말

해 수용자에 대한 도덕적 책임성(accountability)이

동전의 다른 한 면을 이루고 있다. 그런 관계적 프레

임 속에서 표현의 자유 문제를 검토해보자.

혐오 표현에 대한 상반된 판결

우리에게 비교적 낯선 개념인 혐오 표현(hate speech)

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혐오 표현이란 인종, 성별,

성적 정체성, 출신 지역, 종교 등 사회적 정체성과

관련하여 차별적이고 인격 모독적인 언사를 행하는

것이다. 서양의 경우 2차 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증거들은

유태인들이 조작했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는데,

이런 주장을 표현의 자유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규제

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 1984년 캐나다의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유태인들이 기독교를 박해했

고, 경제공황이나 세계대전을 일으킨 책임이 있으

며,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홀로코스트를 조

작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형법에 사적인 대화를

제외한 혐오 표현을 유죄로 판단하는 조항이 이미

있었고, 그 교사는 기소됐다. 그리고 6년간에 걸쳐

법정 논란이 벌어졌는데 논란의 핵심은 그 형법 조

항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배치되는 위

헌 조항인지 여부였다. 마침내, 1990년 캐나다 대법

원(R. v. Keegstra)은 혐오 표현이 “진리의 추구, 개인

의 자아 발전,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하면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달랐다. 1975년 신나치주의자들이 만든

미국 국가사회주의당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및 유가

족들이 많이 사는 스코키시에서 나치 복장을 입고

행진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맞서, 스코키시

는 인종이나 종교 때문에 혐오를 선동하는 어떤 것

도 금지하며, 나치 복장이나 휘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례를 발표했다. 그러자 국가사회주의당을

대신하여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그 조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효력을 중지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리노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5은

나치 휘장도 메시지를 담고 있는 표현에 속하기 때

문에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휘

장 자체는 어떤 공격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코키시의 조례는 무효라는 것이었다.

표현의 자유 문제와 결부된 표현은 타인, 특히 불특정 다수의 수용자를

동반하는 커뮤니케이션적 현상이다.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표현하는

주체의 자유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이 도달하는 수용자에

대한 도덕적 책임성이 동전의 다른 한 면을 이루고 있다.

032 신문과방송 03 2015

캐나다와 미국의 두 가지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상반된 판결이지만,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다. 한

편으로, 표현의 자유 문제는 고전적 이론이 중요시

하는 가치들만 가지고 충분히 판단할 수 없다는 점

이다. 캐나다 대법원은 혐오 표현이 민주주의, 진리

발견, 자아실현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것이 곧 혐오 표현이

규제나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스코키시의 담당 검사는 혐

오 표현이 일차적으로 유태인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차적으로 혐오 표현

으로 말미암아 유태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강화

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만약, 혐오 표현이 정신적 고통과 사회

적 차별을 불러일으킬 현실적 가능성이 있다고 판

단된다면, 혐오 표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

이다. 반대로, 동일한 내용의 혐오 표현이라도 고통

과 차별을 불러일으킬 현실적 가능성이 없다면, 규

제의 근거가 미약하다.

수용자에 대한 도덕적 책임

표현의 자유 문제는 관계론적 관점에서 수용자에

대한 도덕적 책임성을 고려해야 하며, 이는 혐오 표

현 이외에도 음란물, 상업광고, 정치광고에도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과 외설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것을 음란물로 판단할 것인

가의 문제는 항상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내용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매우 애매하다. 그런데 표현이

수용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예를 들

어 성인영화가 여성을 성적 도구로 인식하게 만들

고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확대시킬 현실적 가

능성이 있는가와 같은 질문은 음란물과 표현의 자

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청소년에

대한 GTA 게임 판매나 담배 상표에서 ‘마일드’나

‘라이트’ 같은 표현의 사용 가능 여부는 소비자에 대

한 책임성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

노동조합, 시민단체가 독자적으로 선거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도 법인격체의 정치적 표현

이 자연인인 유권자들의 투표 선택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가 필수적인 고려 사항이다.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고전적 프레임 속

에서 이념화된 경향이 있다.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에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진리,

자아실현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이해됐고 진보를 대

표하는 슬로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민주주

의의 발전,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 세계화, 다문화

사회로 이행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고전적 프레임

에만 의존해서 해석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어 보

인다. 표현의 자유는 더 이상 그 자체가 ‘선’이라고

만 볼 수 없고 좋은 표현과 나쁜 표현, 유익한 표현

과 해로운 표현에 대한 가치 기준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가치 기준들이 적용될 수 있겠지만, 수용자에

대한 책임성이 가장 핵심이다.

1 StanleyFish.“There’sNoSuchThingAsFreeSpeech:AndIt’saGoodThing,Too”.NewYork:OxfordUniversityPress,1994.

2 “Congressshallmakenolawrespectinganestablishmentofreligion,orprohibitingthefreeexercisethereof;orabridgingthe

freedomofspeech,orofthepress;ortherightofthepeople

peaceablytoassemble,andtopetitionthegovernmentfora

redressofgrievances.”

3 수정헌법제2조는정부가무력으로시민적권리를억압할때시민들이저항할수있도록만들기위해총기소유의자유를규정하고있다.

4 “Everyonehastherighttofreedomofopinionandexpression;thisrightincludesfreedomtoholdopinionswithoutinterference

andtoseek,receiveandimpartinformationandideasthrough

anymediaandregardlessoffrontiers.”

5 중간에다소복잡한과정이있는데,그부분은생략한다.

언론 현장

‘골라 보기’와 ‘숨은 시청률’ 탓에

전반적 하락세TV드라마시청률답보현실과의미/심미선

프로그램 완성도 높이는

방송 제작의 새 트렌드ENG멀티카메라제작의실제와전망/양기성

‘불가능은 없다’

재난 현장의 새로운 취재 수단드론저널리즘/오승환

034 신문과방송 03 2015

언론 현장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

고 즐겨 시청하는 장르는 바

로 드라마다. 오랫동안 드라

마는 한국 사람들이 텔레비

전을 시청하는 이유가 되기

도 했고, 아시아권에서 한류

의 바람을 일으키는 데 큰 역

할을 하기도 했다.

2000년 방영된 MBC 드라마 ‘허준’은 50회 이

상의 장편 드라마인데 평균 시청률이 54.9%로 역

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균 프라임 타임대

총 가구시청률이 6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프라

임 타임대에 텔레비전을 켜놓은 거의 모든 가구가

‘허준’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2003년에 방영된

‘대장금’도 장편 드라마이면서 평균시청률 47.2%로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였다. 하나의 드라마

가 대다수 국민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들여 드

라마를 시청하게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

포한다. 무엇보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높은 시청

률로 인해 광고의 혜택을 볼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하나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공

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이런 공감대 형성은 사회 통

합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볼 만한 드라마는 여전히 인기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세대 간 갈

심미선 /순천향대신문방송학과교수

TV 드라마 시청률 답보 현실과 의미

‘골라 보기’와 ‘숨은 시청률’ 탓에전반적 하락세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대장금’은 중국, 중동 등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MBC드라마

홈페이지.

035언론 현장

등이다. 세대 간 갈등은 바로 소통의 부재에서 시작

되는데, 소통의 부재는 세대 간에 함께 공유하고 공

감할 것이 없는 현실에 그 이유가 있다. 미디어 이용

패턴만 보더라도 세대 간 인식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잘 알 수 있다. 중장년층은 주로 텔레비전을 시

청한다. 그러나 젊은 층은 주로 인터넷에서 모든 정

보를 얻는다. 60대 이상에서의 텔레비전 시청률은

30%를 웃도는데, 20대의 텔레비전 시청률은 5~6%

내외, 30대도 7~8% 내외로 텔레비전 시청자 규모

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결국 이용하는 미디어

의 차이는 인식의 차이를 가져오고, 인식의 차이는

세대 간 소통의 장애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면서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데 드라마의 역할이

컸다. 세대를 초월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인기 장르, 가령 ‘김연아 피

겨스케이팅’ 같은 경기 외에는 없는 상황에서 일상

에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장르가 바로 드라마이

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 시청률이 최근 답

보 상태라고 한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한 ‘허준’이나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2003년 이후

한 편도 나오지 않았고, 최근에는 한 자릿수 드라마

도 많다. 이제는 드라마 시청률 20%를 기대하는 것

도 어려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인

기가 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 드라마 시청률은 왜 답보 상태를 보이는

가? 드라마 시청률 하락 이유를 생각해 보면, 우선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선호도가 떨어진 것은 아

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에 대한 선호

도가 떨어졌다는 것에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매년 장르별 선호도 조사에서 드라마와 뉴스는 한

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 시청하는 장르로 꼽힌다. 사

람들의 드라마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징후는

시청률 이외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인기

있는 드라마가 늘 화제가 된다는 것은 여전히 드라

마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시청률이 편차를 보이는 것은 사실

이다. 2011년 연평균 시청률 1위를 기록한 KBS2의

‘오작교 형제들’은 27.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러나 2013년 1위를 한 ‘왕가네 식구들’은 33.5%로

2011년의 1위 드라마보다 무려 6%포인트 이상 높

게 나왔다. 이렇게 드라마 시청률은 드라마의 내용

에 따라 시청률에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드라

마 자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기 어

렵다. 문제는 드라마별로 시청률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과거 드라마는 상당히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여 왔다. 스토리에 관계없이 드라마라는 장르 그

자체가 어느 정도 시청률을 보장해준 적도 있었다.

스토리에 관계없이 드라마라는 장르 그 자체가 어느 정도 시청률을 보장

해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드라마별로 시청률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여전히 시청자는 드라마를

선호하지만 볼 만한 드라마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036 신문과방송 03 2015

하지만 최근 이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드라마별로 시청률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여전

히 시청자는 드라마를 선호하지만 볼 만한 드라마

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많아도 너무 많은 드라마 수

드라마 시청률이 답보 상태를 보이는 두 번째 이유

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수가 늘어난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채널

수가 늘어난 만큼 방영하는 드라마도 늘어났기 때

문이다. 즉 전체적인 드라마 시청자의 규모는 일정

한데, 시청 가능한 드라마가 늘어나면서 시청자가

세분화되어 단일 드라마의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것

이다. 다시 말하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선호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너무 많다

보니 하나의 드라마가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2월 첫째 주에 텔레비전 주요 채

널에서 방영된 드라마는 총 27개로 나왔다. 이 중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는 3개로 JTBC

에서 2개, 채널A에서 1개를 편성하고 있고, tvN에

서는 드라마 3개를 편성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과 tvN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6개를 제외한 21개는

지상파에서 편성하는 드라마이다. 이 중 평일에 매

[표] 2015년 2월 첫째 주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채널 일일드라마 주2회 드라마 소계

KBS1 당신만이내사랑 - 1개

KBS2

TV소설일편단심민들레(아침드라마) 힐러(월-화)

7개달콤한비밀 왕의얼굴(수-목)

결혼이야기(드라마형식) 스파이(금2회연속)

가족끼리왜이래(주말)

MBC

폭풍의여자(아침드라마) 빛나거나미치거나(월-화)

7개불굴의차여사(일일연속극) 킬미힐미(수-목)

압구정백야(일일특별기획) 장밋빛연인들(주말)

전설의마녀(주말)

SBS

황홀한이웃(아침드라마) 펀치(월-화)

6개달려라장미(일일드라마) 하이드,지킬나(수-목)

떴다!패밀리(주말)

내마음반짝반짝(주말)

tvN가족의비밀(월-목) 호구의사랑(월-화)

3개하트투하트(금-토)

JTBC선암여고탐정단(수)

2개하녀들(금-토)

채널A 프랭클린&배시(미드,일) 1개

MBN 현재방영중인드라마가없음(재방송제외) -

TV조선 현재방영중인드라마가없음(재방송제외) -

전체 27개

037언론 현장

일 방영되는 일일드라마가 10개이고 나머지

17개는 주 1~2회 방영되는 드라마이다. 여

기에 이미 종영한 드라마를 재방송하고, 현

재 방영 중인 드라마를 재방송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드라마 편성 비율은 상당히 높아

진다. MBN의 경우 이미 종영한 ‘뱀파이어

아이돌’을 계속 재방송으로 편성하고 있고,

JTBC와 tvN도 현재 새로 방영하는 드라마

는 각각 2개, 3개로 많지 않으나 재방송으로

연속 편성하고 있어 드라마 편성비율은 상당

히 높다. 여기에 일일드라마 방영 편수도 늘

어났는데, KBS1은 저녁에 일일드라마 1개를

편성하고 있고, KBS2는 아침에 1개, 저녁에

2개를 편성하고 있다. MBC는 아침에 1개, 저

녁에 2개를, SBS는 아침과 저녁에 각각 1개

씩 일일드라마를 편성하고 있다. 여기에 tvN

도 주4회 형식으로 ‘가족의 비밀’을 편성하고

있다. 보통 일일드라마는 아침과 저녁에 각각

1개씩만 편성하는데, MBC가 저녁에 ‘MBC

뉴스데스크’를 사이에 두고 ‘불굴의 차여사’

와 ‘압구정 백야’ 2개를 편성하고 있고, KBS2

채널도 ‘달콤한 비밀’과 드라마 형식의 ‘결혼이야기’

를 편성하고 있다. KBS는 원래 일일드라마는 KBS1

채널에서만 편성했는데, 일일드라마를 KBS2에서

도 편성한 것이다. 여기에 tvN까지 주4회 드라마를

편성하고 있다.

VOD 시청도 시청률 하락 원인

이렇게 드라마 방영 편수가 늘어나면서 드라마 시

청층도 세분화되고, 드라마 시청률은 답보 상태를

보이는 것이다. 결국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드라

마가 너무 많다 보니 시청자를 나눠먹게 되면서 드

라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가 드라마이기는 하

지만 드라마만 시청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할 수 있

는 메뉴가 많아지면 시청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선택해 시청할 수밖에 없고, 드라마 시청

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과거 높은 드라마 시청률

은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한적일 때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가 쏠리면서 나타난 것인데,

이제는 그런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나친 드라마 편성 경쟁은 드라마 시청률을 떨어

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KBS ‘가족끼리 왜 이래’는 최근 드라마로는 드물게 최고시청률 43.3%를 기록

하기도 했다.

038 신문과방송 03 2015

세 번째는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창구가 다

양해지면서 드라마 시청이 시청률로 드러나지 않

는다. 다른 장르에 비해 드라마는 VOD를 다운받아

시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방식의 시청은 시청

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의 경쟁력이 떨

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방영 편수가 많기 때문에 시청률도

낮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드라마도 많을 것이다. 현

재 방영되는 27편의 드라마가 모두 짜임새 있는 스

토리 구조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는 어렵다. 그

러나 적어도 몇 편의 드라마는 우리 사회에 의미 있

는 반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 직업군 중에

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무직 신입사원의 이

야기를 그린 ‘미생’의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다. 물론

tvN 자체 시청률로 보면 높은 수준이었지만 기존의

상위 드라마 시청률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드라마 ‘미생’은 많은 시청자

로부터 공감을 얻어냈고, 주인공 장그래를 기억하

게 했다. 지상파 채널에는 ‘미생’보다 시청률 높은

드라마가 더 많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미생’에 쏠

려 있었다. 시청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

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드라마를 텔레비전으로만 시청할 수 있었

을 때는 시청률이 드라마의 전부를 보여주는 지표

였다. 드라마를 보기 위해 귀가를 서두른다고 해서

‘귀가시계’로 불렸던 ‘모래시계’는 높은 시청률만큼

이나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기 위

해 귀가를 서두를 필요도 없고, 언제 어디서든 다양

한 창구를 통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드

라마의 영향력을 시청률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게

됐다. 특히 젊은 층은 드라마를 보되 시청률로 집계

되는 텔레비전 본방송으로 시청하기보다는 ‘다시보

기’나 ‘다운로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하기 때문

에 시청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생’처럼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화제가 되는 드라마가 나오

는 것이다.

드라마는 우리 삶이다

흔히 드라마를 사회의 거울에 비유한다. 드라마는

한 시대의 문화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 한

시대의 상황과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가치관,

삶의 방식, 유행, 취향 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추노’의 곽정환 PD가 “드라마는 저널리즘

이다”고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환표, 2012년, 410~411쪽). 그래서 드라마는 우리

삶의 총체적 반영이다.

시청자는 드라마의 많은 것 가운데 자신들이 관

심 있는 정서만을 골라서 시청하고, 그걸 통해서 리

얼리즘을 느낀다. 이를 ‘정서적 리얼리즘’이라고 하

는데, 드라마 영향력의 핵심은 바로 정서적 리얼리

즘을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에 있다. 시청자들이 드

라마를 시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고만고만한 수준의 양적으로 많은 드라마보다는 정

서적 리얼리즘을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에서 영향력

이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대는

변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을 드라마 속에 반영

할 때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며 공감할 수 있고, 드라

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일러두기

이 글에서 사용한 시청률은 모두 AGB닐슨 시청률임.

참고자료

김환표(2012).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인물과 사상사

039언론 현장

언론 현장

최근 복수의 ENG 카메라를 사용한 방송 제작 기법

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물량과 인원을 투입

시켜 짧은 시간 안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이 기법

은 장르를 막론하고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ENG

멀티카메라 제작 방식은 이미 대부분의 예능 프로

그램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황금의 펜타곤’ ‘역사저

널 그날’을 시작으로 ‘엄마의 탄생’ 등을 거쳐 현재

야외에서 제작되고 있는 ‘이웃집 찰스’ ‘그대가 꽃’

등 교양다큐 프로그램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

이다. 장르를 뛰어넘어 제작 패턴의 변화를 불러일

으키고 있는 ENG 멀티카메라 제작의 현실과 미래

를 점검해보자.

완성도와 효율성의 절묘한 결합

멀티카메라 제작은 복수의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

하는 제작 시스템이다. 시스템 카메라 제작으로 불

리는 스튜디오 제작과 중계차가 현장으로 이동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중계 제작으로 구분돼 사용되

어 왔다. 라이브 콘서트, 스포츠 중계, 사건 현장의

뉴스 보도 등에 적용되어 제작 중인 전통적인 멀티

양기성 /KBS영상제작국국장

ENG 멀티카메라 제작의 실제와 전망

프로그램 완성도 높이는방송 제작의 새 트렌드

KBS ‘그대가 꽃’ 촬영 현장. 왼쪽으로 촬영 중인 다수의 ENG 카메라가 보인다.

040 신문과방송 03 2015

카메라 제작 방식은 현장의 모습을 왜곡 없이 실시

간으로 제작함으로써 프로그램의 효율을 높이는 것

이 주목적이다. 이와 달리 한 대의 카메라로 제작하

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은 하나의 커트 촬영을 위

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는 등 완성도를 주목적으로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ENG 멀티카메라 제작은

이러한 완성도를 목표로 한 ENG 제작과 효율이 목

적인 시스템 제작이 절묘하게 결합된 것이다.

이와 같은 ENG 멀티제작이 어제 갑자기 등장

한 것이 아니다.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온 ‘출발 드림팀’ ‘해피 투게더’ ‘1박 2일’ 등의 예능

프로그램은 수년 전부터 중계차를 사용하는 대신

복수의 ENG 카메라를 동시에 투입하여 저예산 고

효율의 성과를 보여주었고,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

역시 수십 대의 카메라가 현장에 투입되어 출연자

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기록하여 편집하는 방

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러한 제작 시스템의 성공

요인은 비선형 편집기의 기술 발달에 따른 ‘멀티캠’

기능의 도입으로 볼 수 있다. ‘멀티캠’ 기능은 복수

의 카메라를 동시간의 편집라인에 올려놓고 원하는

커트를 실시간으로 편집하도록 한 기능이다. 이로

써 동시간대에 촬영한 영상 소스를 시간대에 맞추

어 편집하는 것이 쉽고 빨라졌으며 더 많은 카메라

사용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KBS의 멀티카메라 제작은 과거의 멀티카메라 시스

템에 현장(플로어)에 비디오 스위처와 녹화기를 설

치하여 현장 편집을 함으로써 후반 편집에 소요되

는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ENG 멀티카메라 제작의 완성도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ENG 멀티카메라

제작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1%라도 커트의 실

수가 있을 수 없다. 설사 현장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편집을 수정하여 방송할 수 있다. 현장 PD

의 판단에 의해 녹화 커팅을 하는 스튜디오 제작 방

식은 카메라의 수가 많아질수록 놓치는 화면이 많

아진다. ENG 멀티카메라 제작은 개별 카메라가 독

립적으로 출연자들을 촬영 녹화하기 때문에 사소

한 실수에 의한 재미있고 필요한 장면의 손실이 거

의 발생하지 않는다. 마치 만들었다 부수고 다시 만

들 수 있는 블록 장난감과 같다. 블록을 잃어버리지

만 않으면 다시 만들 수 있다. 다수의 카메라가 여러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 리액션을 놓치지 않고 담아

내기 때문에 사후 재편집이 용이하다. 또한 연출자

의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보다 완성도 높

은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하다.

둘째, 제작은 현장에서 거의 완료된다. 독립적으

로 개별 녹화가 가능한 ENG카메라, 6mm급 캠코

더, DSLR 등이 비디오 스위처와 멀티모니터, 파일

레코더와 함께 유기적으로 현장에서 연동되어 기록

됨으로써 모든 영상 소스를 활용한 멀티편집이 가

능해졌다. 최종 영상은 연출자의 콜에 따라 현장의

녹화기에 파일 형태로 저장된다. 테이프에서 파일

로 컨버팅할 필요도 없다. 편집이 가능한 고화질 코

덱으로 저장되어 후반작업에도 용이하다. 방송 시

간에 맞추어 촬영 녹화가 마무리되면 깔끔하게 다

듬기만 해서 제작이 완료된다. 제작진이 ENG 멀티

카메라 제작이 미래지향적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이다.

셋째, 세트의 어느 곳이든 카메라는 돌아간다.

ENG 카메라는 기존 제작 시스템의 한정된 카메라

운용, 고정된 카메라 워킹의 한계에서 벗어나 독립

된 카메라 운용이 가능하다. 스튜디오 천장이나 바

닥, 세트의 뒤에서 촬영이 가능하며 장소의 제약 없

041언론 현장

이 다양한 앵글의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깊이감 있

는 세트 디자인, 조명의 세팅뿐만이 아니라 주요

MC와 출연자들의 위치를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

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동선이 복잡하고 출연

자가 많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에 적용되

던 장비와 집중력이 스튜디오 ENG 멀티카메라 제

작에 녹아들고 있다.

넷째, 원스톱 프로덕션의 결정판이다. 촬영을 담

당하고 있는 영상제작국과 촬영감독은 안정된 제작

을 위해 장비 지원에서 설치, 운용을 비롯하여 워크

플로우 지원, 케이블 설치까지 제작에 요구되는 모

든 사항을 점검하고 실행하고 있다. 초기 대규모 인

원과 장비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일부분 불협화음

도 있었지만 제작진과의 이해와 협력으로 이제는

매회 안정된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사결정과

실행과정이 간결해지고 명확해진 탓이다. 촬영감독

이 시스템 설계와 운용에 참여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대폭 향상됐으며 영상 품질과 사후 관리

에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다섯째, PD를 비롯한 작가와 출연자, 촬영 스

태프들이 같은 장소(플로어)에 존재함으로써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부

문별 해결이 빨라졌다. 이것은 상호 간의 커뮤니케

이션이 서로의 눈높이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제

작 시스템의 운용과 인원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ENG 멀티카메라 제작 사례, ‘역사저널 그날’

‘역사저널 그날’은 다수의 출연자를 중심으로 12대

이상의 카메라가 비디오 스위처에 연결되고 카메라

크레인, 원격제어 레일 시스템 등을 이용해 촬영하

는 대규모 멀티카메라 제작 프로그램이다.

○ 멀티카메라 제작 장비 및 인원 현황

1. F800 XDCAM(ENG 카메라) 12대

2. 촬영감독 10명, 촬영보 10명, 전문오디오 2명

3. EX-1 CAM 1대(케슬러-리모트컨트롤 이동 장비용)

4. XDCAM 녹화기 1대(EX-1 녹화용)

5. 모니터 8대(24인치 멀티모니터 2대, 17인치, 7인치,

5.6인치)

6. 트라이포드 11대(숏 베이비 트라이포드 1대 포함)

7. 와이드렌즈 2대(지미집용, 풀샷용)

8. 인터컴 12대

9. DOLLY 2대

10. 파나소닉 HS450 16채널 스위처 1대

11. 지미집

12. 기타 비디오 케이블 등 지원 액세서리

ENG 멀티카메라 제작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1%라도 커트의

실수가 있을 수 없다. 개별 카메라가 독립적으로 출연자들을 촬영하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에 의한 재미있고 필요한 장면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마치 만들었다 부수고 다시 만들 수 있는 블록 장난감과 같다.

042 신문과방송 03 2015

○ 멀티카메라 제작 과정

녹화 전부터 녹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책임 촬영감

독이 전체 제작 과정을 컨트롤하게 된다. 녹화 전

에 모든 촬영 스태프가 모인 가운데 회의를 하고 스

튜디오 현장에 도착해서 장비 세팅을 시작한다. 촬

영 준비와 최종 리허설에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장

비 세팅 시에는 카메라 위치를 정하고, 모니터를 설

치하여 모든 카메라와 스위처를 연결한다. 최종적

으로 카메라 세팅 값, 타임코드를 동일하게 맞추어

준다.

최종 리허설이 끝나고, 스태프 회의와 톤 조정을

끝내면 본 녹화에 들어간다. ‘역사저널 그날’의 경

우 5명의 출연자를 위한 카메라를 배치한다. 화자를

중심으로 스위처에서 커팅된 PGM 영상은 녹화기

에 저장되고 스위처를 통하지 않는 영상도 각각의

카메라에 자체 녹화를 하며, 후반작업 시에 PGM을

기반으로 재편집이 이루어진다.

개선점 많지만 기대도 커

ENG 멀티카메라 제작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장점

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제한 사항에 대한 고민이 필

요하다. 첫째, 늘어나는 ENG 멀티카메라 제작 프

KBS의 ‘역사저널 그날’은 12대 이상의 카메라가 비디오 스위처에 연결되고 카메라 크레인, 원격 제어 레일 시스템 등을 이용하여 촬영하는 대규모 멀티카메라

제작 프로그램이다.

043언론 현장

로그램의 수에 따라 적절한 인원 증가가 요구된다.

프로그램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앞

으로 유사한 형태의 제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KBS 파일럿 프로그램인 ‘작정하고 본방사

수’ 역시 매주 카메라 24대가 투입됐으며 특집 프로

그램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 제작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의 인원과 시스템으로는 합리

적인 제작 지원이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의도와

달리 완성도가 저하될 우려가 높다.

둘째, ENG 멀티카메라 제작을 위한 장비는 개

별 장비를 목적에 맞게 변형 사용하고 있으므로 사

소한 기술적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최종 녹화 영상

과 카메라별 영상 소스에 대한 화질 차이를 없애는

것과 영상 품질 관리를 위한 현장 계측장비 등 전문

장비의 도입이 필요하다.

셋째, 멀티카메라 제작 시스템은 많은 장비들이

한꺼번에 반출되고 반입되고 있다. 이를 운용하는

인원 역시 많아 장비의 파손과 분실 등 관리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제작 방식이다. 특히 제작 현장에

서 매번 세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비디오 스위

처를 비롯하여 고가 장비들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체계적인 장비 관리 시스템과 교체 주기를 고

려하여 장비 운영 및 관리 상태 점검이 중요하다.

앞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ENG 카메라를 활용

한 멀티카메라 제작 시스템은 기존의 제작 방식과

비교해 볼 때 개선해야 할 점도 많지만 한 가지 분

명한 사실은 새로운 제작 트렌드의 하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디지털 시네마

급 카메라들을 동원한 ENG 멀티 제작이 진행됐고

또 예정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스템 구성

이 어려워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했지만

ENG 멀티카메라 제작이 자리 잡은 지 불과 수년

만에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디지털 시네마급

카메라를 활용한 멀티카메라 제작이 시도되는 것이

고 고화질 영상과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상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ENG 멀티카메라 제작 시스템의 발전

방향은 새로운 장비나 시스템 도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촬영과 시스템 구성 관리를 통합하여 주어

진 시스템에서만 제작을 요구하기보다 의도하는

콘텐츠 제작에 맞추어 시스템을 변형해 나가는 영

상 제작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영상 품질관리로 이어지는 영상 기

획인력에 대한 육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며 UHD방

송 환경을 대비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역사저널 그날’의 카메라 배치도.

044 신문과방송 03 2015

언론 현장

최근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 현

장이나 유독물질이 흘러나오는 폭발 현장 등 기자

가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취재 현장에는 드론으로 불

리는 무인기가 투입되곤 한다. 무인기를 이용한 취

재는 운용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취재가 가능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화재, 붕괴 현장의 수색 작업이나 생태

관찰 등의 연구 목적으로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

을 실시 중이며 심지어 기자들의 파파라치 활동에

도 적극적으로 항공촬영을 이용하고 있다.

취재 현장의 드론

무인비행기나 드론을 활용하여 기자가 접근할 수

없는 지역 또는 항공에서 중요한 자료를 수집하여

취재보도에 활용하는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을 하는

행위를 총칭해 드론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드론 저

널리즘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고가의 무인비행기

오승환 /경성대사진학과포토저널리즘교수·㈜드론프레스대표

드론 저널리즘

‘불가능은 없다’재난 현장의 새로운 취재 수단

필자인 오승환 교수가 드론을 직접 조정하고 있다. / 사진: 오승환 교수 제공

045언론 현장

가격이 낮아지고 안정화된 컨트롤러의 등장으로 기

체에 카메라를 장착하여 새로운 뷰포인트가 가능

하게 됐다는 점이다. 드론 저널리즘은 이제 사건, 사

고, 시위 현장이나 생생한 화면을 신속하게 요구하

는 재난 현장에서 새로운 취재 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5일 미국 연방항공국은 ‘드론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은 55파운드(약 25kg) 이하 기기

를 드론으로 정의했다. 또 낮에만 조종할 수 있으며

야간 비행은 금지된다. 고도는 500피트(약 150미터),

속도는 시속 100마일(160km) 이하로 제한된다. 앞

으로 이 규정이 드론 저널리즘에 중요한 영향을 미

칠 것이다.

경성대 사진학과 포토저널리즘 전공의 외래교

수인 박승근 교수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현장에서

드론 저널리즘이 활용된 예를 속보, 분쟁 취재 등으

로 각각 분류했는데 각각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속보·데일리뉴스·스포츠

• 미국 CBS의 ‘60분’은 2012년 좌초한 크루즈 코스

타 콩코르디아호의 인양 소식을 전하면서 드론을

사용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내부 모습을 공개.

2) 분쟁·재난·전쟁 취재

• 2005년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지역매체는 드론을 이용해 안전한 지역에서 영

상 데이터를 확보.

• 2007년 캘리포니아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미공

군의 글로벌호크 투입(소방당국은 드론이 제공하

는 실시간 영상과 기상 데이터를 통해 주민 대피 지역

을 결정하고 진화작업을 실시).

• 2010년 아이티 지진과 2011년 일본 쓰나미 현장

에도 취재용 드론이 활약. 특히 2013년 11월 필리

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엔의 참상은 CNN이 운용

한 드론을 통해 최초 보도됨.

3) 포토저널리즘

•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가인 마이클 니콜라스는

드론을 이용해 세렝게티의 야생동물을 촬영. 그

의 작업은 ‘2013년 올해의 야생동물사진가상’을

수상하며 ‘룩3(Look3)’ 페스티벌과 뉴욕갤러리

등에서 호평을 받음.

• 러시아의 드론 사진가들이 연합한 에어파노

(Airpano)의 경우 전 세계 주요 랜드마크를 360도

파노라마와 3D를 합쳐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들

의 ‘세계가상여행(Virtual Tours Around the World)’

은 최초 공개됐을 당시 항공 이미지의 새로운 지

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음.

드론 저널리즘의 연구 현장

드론 저널리즘은 대학을 중심으로 교육 체계화를

이루고 있다.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이하MSJ)에

설치된 드론랩(이하 DL)과 네브래스카-링컨대의

저널리즘대학(이하 CJM)에 설치된 드론 저널리즘

랩(이하 DJL)이 대표적인 연구 현장이다. 국내에서

는 중앙대 신문방송학부에 드론 저널리즘 연구소가

생겼고, 경성대 사진학과 대학원에서는 드론 저널

리즘을 가르치고 있다.

MSJ의 DL은 스콧 팸을 중심으로 한 저널리즘스

쿨의 주도하에 이 대학의 정보공학 프로그램과 학내

방송인 KBIA가 협력하여 전 방위적 드론 연구를

한다. 이는 드론 연구가 공학이나 미디어처럼 별개

의 분야로 체계화를 추구하는 분야가 아니라, 융합

된 체계로 성장시켜야 함을 뜻한다(연구방향과 프로

046 신문과방송 03 2015

젝트는 http://dronelab.missouri.edu/projects/를 참고).

또한 드론을 비행체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육

상, 수중 환경까지 운용 배경으로 상정하고 있다. 실

제로 DL에서 진행한 연구물은 다양한 형태로 공개

되고 있는데, 특히 새로운 플랫폼과 운용 체계를 개

발하면 이를 실제 현장 취재에 동원하고 KBIA의 웹

사이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서 그 결과를 제시한다.

네브래스카-링컨의 경우(http://journalism.unl.

edu/drone-journalism-lab/) 2011년 11월 ‘디지털 저

널리즘과 혁신 전략’에 따라 매트 와이트를 중심

으로 DJL을 열었다. 그 배경에는 오늘날 저널리즘

이 새로운 취재방법과 스토리텔링 전략, 환경 변화

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드론이 있다고 본다. 연구 방향은 드론 플랫폼 개

발, 현장 운용 시스템 개발, 윤리 및 법률 연구 등이

며 미 연방항공국의 규제가 풀리는 2015년 이후에

는 인구밀집 지역에서도 드론을 사용할 수 있으므

로 사진, 영상, GPS 등의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는

가에 따라 드론 저널리즘의 잠재력은 예측을 뛰어

넘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구 방향에 맞

춘 교과과정은 한 학기를 기준으로 크게 3단계의 진

행과정(저널리즘 전공수업-엔지니어링 전공수업-뉴스

취재를 위한 드론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본

적인 틀은 공학과 저널리즘의 팀티칭 개념이다. 드

론 저널리즘은 엔지니어링, 저널리즘, 사진영상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핵심이며 어느 한쪽에 치우

쳐서는 완성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동시에 미래 저

널리즘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예측할 수 있는

단서라고 판단된다.

드론 저널리즘이 마주할 문제들

Bland(2013)는 “벌써 드론의 시대로 접어들었지

만, 드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미비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드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대중의 인

식에 먼저 자리 잡은 상황에서 드론 저널리즘이 부

딪힐 문제들은 드론 자체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크

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 연구자들은

드론 저널리즘이 부딪히게 될 문제들에 대해 관심

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Goldberg, Corcoran and

Picard(2013)는 드론 저널리즘이 곧 마주하게 될 고

민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1) 확보한 인력·기술 수준이 곧 취재 능력

• 경우에 따라서는 비행안전 규정과 항공운항통제

에 관한 전문 인력을 고용해야 하며 보험배상, 사

고책임에 대한 문제가 얽히면 직접고용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 비용 절감, 책임 회피, 정규직 채용 부담 등의 이

유로 아웃소싱이나 외주 운용사를 이용하는 형

태가 늘어나면서 관리감독의 문제가 발생한다.

수익성 악화로 비숙련 인력이 등장할 수 있고, 법

률 및 항공안전 규정에 대한 낮은 이해와 준수율

등의 문제가 예견된다.

2) 긴급·제한 상황에서의 운용과 시비

• 취재를 목적으로 띄운 드론이 같은 현장에서 경

찰·구조·의료헬기 등을 방해하는 경우와 직접

적인 충돌사고를 일으킬 경우, 혹은 그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비행 금지 조치를 내릴 경우에 제한

영역을 어디까지 설정할 수 있는지는 아직 합의

된 바가 없다.

• 사고가 발생한다면 저널리스트(혹은 조종자)에 대

한 법률 적용의 문제, 사안에 따라서 형평성의 문

제도 야기한다. 잠입 취재를 위한 드론·탐사보도

047언론 현장

의 주장 아래 공공의 알 권리와 공익을 내세운 드

론 취재는 법적·윤리적 문제와 충돌할 것으로 예

상된다.

• 미디어가 운용하는 드론의 정당성을 어디까지 인

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정해진 바가 없다.

3) 사생활 침해와 윤리

• 드론 저널리즘이 맞닥뜨릴 최우선 고민은 사생활

침해와 공중 파파라치에 관한 문제다.

4) 소스 출처에 대한 시비

• 미디어가 운용하는 드론은 일정 수준의 법적, 윤

리적 제한 장치가 적용되어 데이터 수집의 한계

나 목적성이 확보될 수 있지만 개인이 취득하는

데이터는 현실적으로 일일이 개입하기 불가능

하다.

• 드론 데이터의 진위 여부, 합법성, 출처에 대한 시

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5) 안전에 관한 고민

• 매체 경쟁으로 인해 상공을 가득 채운 드론끼리

충돌/추락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 장비 이상, 신

호 교란, 조종 실수, 천재지변 등을 포함해 예상하

지 못한 추락도 증가할 것이다.

• 저널리스트 안전의 문제. 주로 사생활 침해나 제

한지역 취재가 원인이 되어 폭력을 앞세운 시비

의 가능성과 전쟁 지역에서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드론 저널리즘의 시작

우리나라에서 드론 저널리즘의 시작을 알린 사례는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현장 취재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드론을 띄워 항공촬영을 했던 필자의 취

재기를 마지막으로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2014년 2월 17일 밤, 나의 조교로 있던 국제신문

사진기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주에 있

는 리조트가 붕괴되어 오리엔테이션을 간 학생들이

매몰됐다면서 드론을 이용하여 취재를 하면 어떻겠

냐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드론을 운용할 오퍼레이

터 역시 TV를 보았다며 기체를 준비해서 출발하겠

는지 물어왔다. 사고 현장 주변에 도착하자 벌써 차

량 통제가 이루어졌고 리조트는 해발 500미터에 위

치한데다 폭설이 내려 차량 진입이 지극히 위험한

상태였다. 차량을 지정된 장소에 주차한 후 현장까

지는 상당한 거리를 야밤에 눈보라 휘날리며 겨우

올라가서 보니 먼저 도착한 방송사의 중계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은 폴리스라인 밖으로 밀려난 후였다.

사고의 규모를 보아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미국 네브래스카-링컨대의 드론 저널리즘랩은 저널리즘의 발전 중심에

드론이 있다고 본다. 연구 방향은 드론 플랫폼 개발, 현장 운용 시스템

개발, 윤리 및 법률 연구 등이며 영상, GPS 등의 데이터 사용에 따라

드론 저널리즘은 예측을 뛰어넘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048 신문과방송 03 2015

이유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통해 드론으로 항공촬영 하는 것을

알고 있는 신문사 선후배들로부터 부탁의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왔다. 특히 조선일보 사진부장은 끈

질기게 항공촬영의 독점 게재를 희망했지만 촬영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냥 기다리란

말만 되풀이했다. 아침이 되어서도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있어 드론을 운용하는 것조차 위험했다. 오

후 12시경 잠시 눈이 멎은 틈을 타서 드론을 띄워 동

영상과 고화질의 사진을 동시에 담을 수 있었다. 붕

괴된 체육관이 산중턱에 있는데다 근처에 높은 건

물이 없어 사고 현장을 조망하기에는 항공촬영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현장이었다.

드론의 영상송수신기를 이용하여 사고 현장을

모니터로 확인하는 순간 사고의 규모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체육관 지붕

한가운데가 폭삭 무너져 내렸다는 것을 여실히 보

여주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조선일보 쪽에서

는 사진은 조선일보에, 동영상은 TV

조선에 독점 게재를 원했지만 부산 모

방송사에 한해서만 방영하는 것으로

절충한 후 어마어마한 사고 현장의 사

진과 동영상을 마감할 수 있었다. 이튿

날 조선일보 1면에는 드론만이 보여줄

수 있는 30미터 상공에서 찍은 사고 규

모를 정확히 보여주는 사진이 실렸다.

많은 축하 전화도 받았고 기자 현

역 시절에도 흔치 않았던 20여 년 만

의 중앙지 1면은 기분도 좋았지만 남

의 불행으로 영광을 얻은 것 같은 일종

의 미안함도 교차되는 심정이었다. 생

생한 사고 현장의 이야기와 사진 그리

고 드론 저널리즘의 서막은 이렇게 시작됐다. 한국

에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실현하고 있다는 자부심으

로 계속 확장해 나아가 드론 저널리스트를 육성할

예정이다.

2014년 2월 17일 발생한 경주시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현장과 그 주변을 헬리캠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 / 사진: 오승환 교수 제공

참고자료

김일석(2004), 항공사진 판독과 활용, 대한지질공학회 학술지-단기실무

강좌집(2004), 1~28.

김재동(1999), TV 항공촬영 System 활용과 효율화 방안에 관한 연구, 언론

연구논집 Vol. 27, 223~270.

김진태(2007), 소형무인항공기 비행경로 생성에 관한 연구, 대한산업공

학회 춘계학술대회논문집,1162~1166.

서일원·김성은·Minoura Yasuhisa·Ishikawa Tadaharu(2011), 항공

사진분석 자료를 이용한 2차원 하천흐름 해석모형의 검증, 대한토목

학회논문집B, Vol. 31(6), Jeffrey R. Young(2012), From Self-

Flying Helicopters to Classrooms of the Futur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Online Learning ver.(http://chronicle.com/

article/Massive-Excitement-About/134666/)

Jessica Bland(2013. 2. 8), From Terminator to Toy Story: drones

for a better tomorrow, The Guardian(http://www.theguardian.

com/science/political-science/2013/feb/08/aeronautics-

science-policy/)

The Missour i Drone Journa l i sm Program(h t tp ://www.

missouridronejournalism.com/)

Timcast by Tim Pool(http://www.timcast.tv/)

취재기ㆍ제작기

동서양 운명을 뒤바꾼

근대 역사 이야기KBS특별기획‘바다의제국’/양홍선

농·축산·선원

이주노동자들의 ‘레미제라블’한겨레21‘눈물의밥상시리즈’/이문영

취재기ㆍ제작기

050 신문과방송 03 2015

‘서양’에 대한 환상이 있다. 고대 그리스가 로마를 낳고 로마가 유럽의 기독교 문명을 낳고

기독교 문명이 르네상스를 낳았다. 이 르네상스를 기반으로 한 선진 유럽이 ‘대항해시대’

양홍선 /KBSPD

KBS 특별기획 ‘바다의 제국’

동서양 운명을 뒤바꾼근대 역사 이야기

‘바다의 제국’은 근대 바다와 당시 배들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큰 돛을 단 청나라 청크선의 모습.

051취재기·제작기

를 열었고 이것이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며 근대로 발전했다고 믿는다. 이성적

이고 합리적인 서양에 비해 비이성적이고 전통에 얽매이는 동양은 세계사의 발전 과정에

서 필연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는 편견들이 있다. 과연 그런가?

근대를 여는 신호탄쯤으로 여겨지는 대항해시대가 시작될 때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

보다 앞섰음을 증명할 어떤 근거도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의 우수성은 모두 19세기

이후의 산물들이다. 그렇다면 대항해시대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바다의 제국’은 그 350년의 기간 동안 바다에서 뒤바뀐 동양과 서양의 운명에 대한 역사

프로그램이다.

‘문명과 바다’ 소재 찾기

최초의 기획은 ‘KBS 파노라마’ 역사팀에서 해양실크로드와 관련된 역사 다큐멘터리를 제

작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받은 키워드는 ‘문명’과 ‘바다’라는 두 단어였다. 역사 프로그램

을 제작해본 적이 없었던 나는 해양실크로드를 통해 오갔던 물건들의 움직임을 쫓아가는

로드 다큐 형식으로 제작하면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곧 우리나라에 실크로

드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역사팀 자료실에 있는 방

송본만 10개가 넘었으며 학계에서 연구된 것 중 방송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는 친절한

걱정까지 들었다. 기획의 방향은 ‘해양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 그 후’에 관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역사 프로그램을 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다루어야 될 내용

이 시청자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고, 둘째는 옛날이야기다 보

니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이 최소한 기본을 하려면 이 두 가지 제약 조건

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우리나라 역사도 아닌 세계사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큰 이야기일수록 가장 작은 단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주제를 가

장 잘 보여줄 적당한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설탕의 세계사’ ‘향신료

의 역사’와 같은 형식의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작가들도 비슷한 고

민에서부터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의 제국’도 이런 식

의 접근을 하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후추,

면직물, 설탕, 차, 아편, 은 등 근대 세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교역품들을 중심으로

그 당시 관련 기록들을 찾았고 각 편별로 구성을 시작했다. 거대 담론보다는 그때를 상징

적으로 보여줄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무엇이 있는지에 집중했다. 왜냐하면 가장 작은 이야

기를 통해 큰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었으니까.

052 신문과방송 03 2015

2014년 1월 겨울에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시간은 5월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한 번

도 촬영을 나가지 못했다. 프로그램의 이야기 틀을 잡는데 무려 4개월이 넘게 걸렸다. 이

제 역사 프로그램의 두 번째 어려움인 생생한 현장이 없는 과거 이야기라는 한계를 어떻

게 뛰어넘을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역사 프로그램의 경우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그 역사적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보면 찍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유물, 유적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대부분은 아무 것도 없다. 그때 느끼는

난감함이란….

특수영상팀과의 동거

‘바다의 제국’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제일 새로웠던 경험은 후반 작업팀이라

고만 생각했던 특수영상팀과 기획 단계부터 협업을 하면서 느꼈던 시너지 효과였다. 5월

경 ‘의궤, 8일간의 축제’ 제작에 참여했던 특수영상팀과 함께 협업하면 어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옛날이야기를 어떻게 영상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던 나에게는 아주 솔깃

한 제안이었다. 그렇게 특수영상팀과의 동거가 시작됐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바다의 제국’에서는 무엇인가 새롭고 차별화

된 영상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특수영상팀과 우선 합의한 것이 아이디어에 제

한을 두지 말자는 것이었다. 예산 때문에 혹은 구현가능성 때문에 미리 주저하지 말고 생

각나는 것은 무엇이든 이야기하고 되는 쪽으로 밀어보자는 원칙을 세웠다. 특수영상팀은

계속해서 현재 특영으로 구현되고 있는 자료영상들을 보여주면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

상의 것도 요즘 기술로는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송이 끝나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구현해보자고 합의했던 영상의 10분의 1도 결국 예산과 시간적 제약 때문에 방송으

로 구현되지 못한 점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부족한

것은 제작자의 상상력과 아이디어지 영상 구현 기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의 주 무대가 근대의 바다이기 때문에 근대 바다 이미지를 어떻게 구현할 것

인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목표였다. 또한 다루기로 했던 소재–후추, 설탕, 면직물,

차, 은–가 시청자들에게 친숙했던 만큼 기존 프로그램과 영상의 차별화는 우리가 해결해

야 하는 숙제였다. 바다라고 하는 소재의 특성상 대형화면에 적합한 4K UHD급 카메라와

특수촬영장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2014년 7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대항해시대를 어느 정도 구현하기 위해서

는 그 당시 배들–캬라크선, 다우선, 정크선, 갤리온선 등–을 촬영해야 하는데 배 용선료

는 둘째 치고 그 당시의 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바스코 다 가마의 캬라크선은

프로그램 전체를 여는 장면이기 때문에 꼭 촬영해야 하는데 스페인에 한 대 있는 것이 미

053취재기·제작기

국에 가 있어서 11월 이후에나 촬영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렇게 한 달을 수소문

한 끝에 포르투갈령 마데이라섬에서 관광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캬랴크선(산타마리아호)

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워낙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용선료가 비쌀 뿐 아니라 촬

영을 위해 비워줄 수 있는 시간은 9월 말에 단 하루뿐이라고 했다. 이미 예약이 다 차 있어

서 만약 그날 날씨 때문에 촬영이 안 되면 2개월 뒤에나 가능하다는 답장이었다.

산 넘어 산…맘대로 안 되는 촬영

9월 말, 촬영차 마데이라에 도착한 촬영 전날까지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고 있었다. 재연

촬영 때문에 스태프부터 현지 출연자까지 20명이 넘는 사람을 불러 모았는데 난감했다.

제작진들은 밤새 수시로 일어나서 하늘을 보면서 제발 한 시간만이라도 비가 안 오길 기

도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하늘은 흐려 있었다. 그런데 배를 타고 앞바다로 나가다 보니 점

차 날이 개는 것이 아닌가. 햇빛도 좋고 바다색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파란색을 띠다 보

니 촬영팀을 비롯한 스태프들, 현지 출연자들, 배의 선원들 모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촬영

을 했다. 너무 열심히 연기하다 현지 출연자 한 명은 어깨가 빠지기까지 했다.

중국의 정크선, 유럽의 범선(티 클리퍼), 아랍의 다우선 등 바다에서 촬영해야 할 것들

이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우리 계획대로 촬영이 진행된 것이 없었다. 특히 유럽의 범선대

회는 항공촬영을 위해 헬기팀이 세 차례나 출장을 갔지만 결국 제대로 된 영상을 얻는 데

는 실패했다.

4K 60P로 제작하는 첫 번째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고 초반에는 의욕을 가지고 시작

했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점점 재정적, 육체적 부담은 커져갔다. 4K카메라(Sony-F55)를

외부기관으로부터 지원받았지만 렌즈는 우리가 렌트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렌즈를 세 개

이상 가지고 다녀야 해서 렌탈 비용도 엄청났지만 더 큰 문제는 크기와 무게였다(렌즈 무

게만 20kg 이상). 한 사람은 오롯이 렌즈만 챙겨야 했다. 게다가 특수촬영을 위해 헬리캠, 모

비(스테디캠의 일종), 미니집, 레일 등을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이동을 위해 비행기를 타는

프로그램의 주 무대인 근대 바다 이미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우선적

으로 해결해야 할 목표였다. 또한 다루기로 했던 소재–후추, 설탕, 면직물,

차, 은–가 시청자들에게 친숙했던 만큼 기존 프로그램과 영상의 차별화는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였다.

054 신문과방송 03 2015

세계사라는 거대 담론을 가장 작은 이야기를 통해 쉽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후추, 면직물, 설탕, 차 등 근대 세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교역품들을

중심으로 당시 관련 기록들을 찾았고 각 편별로 구성을 시작했다.

055취재기·제작기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일이었다. 공항에서는 언제나 오버차지 비용 때문에 실랑이가 있

었고 헬리캠의 배터리는 늘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공항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

들을 겪다보니 나중에는 탑승수속이 금방 끝나고 탑승하게 되면 모두들 불안해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다.

촬영 기간이 여름을 걸쳐 있다 보니 30도가 넘는 날씨에 이 많은 장비를 가지고 현지에

서 움직이는 것도 큰 문제였다. 스태프의 수는 정해져 있고 운반해야 하는 짐의 양은 보통

때의 두 배가 넘었다. 또한 4K UHD다 보니 촬영된 파일을 저장하는 데만 두 시간 이상이

걸려 촬영팀 중 한 명은 매일 새벽까지 이중 백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작비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후반부의 4K 촬영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점은 두고두고 아쉬

움으로 남는다.

방송사고 날까 조바심

촬영을 마치고 편집과 후반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우려했던 대로 특수영상 작업에 문제가

터졌다. 바다 이미지 재연에서 폭풍우 장면까지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시간과 예산이 많

이 부족해져 다른 부분의 특수영상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남은 리소스로 선택과 집

중을 해야 했다. 그래서 결국 바다 이미지만 특수영상으로 제대로 구현하기로 하고 계획

했던 나머지 다른 특수영상 작업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바꿔야 했다. 계획됐던 특수영상

을 갑작스레 다른 이미지로 대체해야 하는데 그것이 마땅치 않았다. 오랫동안 회의를 하

면서 그려왔던 이미지들이 있었던 터라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영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

작팀은 각자 가능한 인맥과 노하우를 총 동원해 매일 밤 CG 회의를 하면서 구멍 난 부분

을 메워나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특수영상 렌더링 시간을 계산해 보니 자칫하면 방송

일까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는 인맥을 총 동원해 급하게 고사

양 컴퓨터에 대한 수배에 들어갔고 결국 UHD카메라를 지원해줬던 NIPA에서 극적으로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방송 전날까지 특수영상이 나오지 않다 보니 나중에는 방송사고

가 나는 것은 아닌지 다들 우려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결국 특수영상은 방송 당일 새

벽에야 완성됐다.

방송을 마치고 나니 프로그램의 연출로서 너무 준비 없이 뛰어들어 스태프들을 힘들

게 한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30도 넘는 뙤약볕에 수십 킬로그램이 넘는

장비를 이고지고 다녔던 영상팀들, 수시로 밤을 새워가며 한 달 이상 특영작업에 매달렸

던 특수영상팀과 외주제작업체 사람들 그리고 일주일 이상 집에 들어가지 못했던 연출팀

들. 이 사람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조그만 발걸음을 한 발 내딛는 것조차 불

가능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취재기ㆍ제작기

056 신문과방송 03 2015

탕, 탕, 타타탕….

모든 것은 ‘바다 너머 총소리’에서 시작

됐다. 지난해 캄보디아의 새해를 찢은 무

차별 총격이 ‘우리의 밥상’에 차려진 ‘아시

아의 비참’을 고발하게 만들었다. 비약하자

면 그렇다.

2014년 1월 3일. 캄보디아 프놈펜 경제

특구 카나디아 공단에서 유혈참사가 발생

했다. 전날 한국 의류봉제업체 약진통상

앞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가 발단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공

수부대가 폭력 진압했다. 최소 5명의 노동

자가 군인들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캄

보디아 정부-군부-약진통상 간의 ‘관계’를

두고 의혹이 일었다. 해외 진출 한국 기업

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동반 대두됐다.

이문영 /한겨레21기자

한겨레21 ‘눈물의 밥상 시리즈’

농·축산·선원이주노동자들의 ‘레미제라블’

국내 이주노동의 20여 년 역사 동안 공장의 노동 환경은 ‘상대적으로’ 나아졌으나,

농장에선 여전히 ‘인권 공백’ 상황이 한창이다. ‘눈물의 밥상’ 시리즈를 통해 국내

농·축산·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지옥도’가 생생히 그려졌다.

057취재기·제작기

한국인의 ‘입는 일’이 가난한 나라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토대로 영위되는 현실은 ‘유혈

의 과정’을 거쳐서야 전파됐다. 한겨레21은 현지 르포(제996호)를 통해 ‘우리 몸’에 오는 의

(衣)의 뿌리를 살폈다.

그들의 노동과 우리의 관계

캄보디아는 캄보디아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현지 노동자들이 겪는 참혹보다 덜하지 않

은 일들이 한국에서 총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캄보디아의 의

류 공장이 국경을 건너 재현되는 곳은 한국의 논밭과 축사였다. 캄보디아는 한국이 지정

한 ‘농·축산업 특화 국가’의 최대 송출국이다. 자신의 뜻과 무관한 영역으로 ‘특화’된 노동

자들은 한국의 농·축산 현장으로 ‘도입(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인 정부의 ‘공

식 용어’)’되고 있다. 카나디아의 노동은 한국인 매일의 삶을 떠받치며 버전을 바꿔 되풀이

되고 있는 ‘사태’였다.

애초 한겨레21 ‘밥상 시리즈’의 시작은 ‘한국 안의 카나디아’를 고발하려 준비됐다. 기

획은 국내 정국에 발목이 잡혔다. 유혈참사 직후로 계획됐던 보도 시기는 ‘국정원 대선 개

입 사건’ 여파로 예기치 않게 표류했다. 한 주, 두 주 미뤄지다 결국 세월호 침몰을 맞았다.

추가 취재와 내부 회의를 거치며 시기를 조율하고 보류하는 과정이 되풀이됐다.

‘마지막 적기’가 다가왔다. 이날을 놓치면 오랜 취재 결과물은 ‘어떤 일’이 다시 터지기

전까진 자료 더미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8월 17일이었다. 한국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만 10년 되는 날이었다. 국내 이주노동의 역사는 20여 년(1993년 도입된 산업연수생제는

2004년 8월 17일 실시된 고용허가제와 병행 운영된 뒤 2007년 고용허가제로 완전 전환)을 넘어서

고 있었다. ‘공장’이 겪은 시간을 ‘농장’에선 이제 겪고 있었다. 20년 동안 공장의 노동 환경

은 ‘상대적으로’ 나아졌으나, 농장에선 20년 전의 ‘인권 공백’ 상황이 한창이었다. 고용허

가제 10년을 맞아 국내 농·축산·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지옥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기획

방향은 수정됐다.

기존 질문은 “그들은 어떤 인권침해를 왜 당하고 있나”에 멈춰 있었다.

질문부터 바꿔야 했다. “그들의 비참한 노동과 우리는 무슨 관계가 있나.”

이 질문의 답을 찾으며 주목한 것이 밥상이었다. 하나의 식재료가 밥상에

올라 우리에게 오는 길목마다 이주노동자가 있다.

058 신문과방송 03 2015

그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이 ‘미보고’ 혹은 ‘미보도’의 영역은 아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와 있었고, 산발적이지만 언론보도도 없지 않았다. ‘거리’가 문제

였다. 지금까지 나(소비자)의 일상과 그들(노동자)의 황폐는 접속할 까닭 없는 무관한 영역

이었다. 일부 고용주의 문제로 치부되고, 소수 노동자의 피해로 여겨졌다. 그 거리가 좁혀

지지 않을 때 이주노동자들의 눈물은 돈 버는 과정에서 겪는 불행한 일일 뿐이었다. 바꿔

말해 거리를 좁히면 우리의 일상이 그들의 불행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밝혀낼 수 있었다.

기존 보고서와 언론보도의 질문은 “그들은 어떤 인권침해를 왜 당하고 있나”에 멈춰 있

었다. 질문부터 바꿔야 했다. “그들의 비참한 노동과 우리는 무슨 관계가 있나.”

“우리의 밥상은 인간다운가”

이 질문의 답을 찾으며 주목한 것이 밥상이었다. 우리의 밥상을 이주노동자들이 차리는

단계에 한국 사회는 이미 도달해 있다. 배추를 심는 이랑에도, 배추를 거두는 밭에도, 배추

를 파는 시장에도, 김치를 만드는 공장에도, 김치를 내놓는 식당에도 그들이 있다. 하나의

식재료가 밥상에 올라 우리에게 오는 길목마다 이주노동자가 있다. 카나디아의 피는 한국

인의 ‘입는 일’이 이미 ‘세계 체제’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먹는 일’

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 ‘매일의 삶’을 떠받치는 ‘비참의 메커니즘’을 통과하며 식(食)은 그

렇게 ‘우리 밥상’에 오고 있었다.

21세기 들어 밥상에 제기되는 대표적인 질문이 있다. 우리의 밥상은 안전한가. 안전한

밥상이 최우선인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식재료의 국적’과 ‘재배 환경’이다.

질문을 틀었다. “우리의 밥상은 인간다운가.” ‘식재료 생산노동의 국적’과 ‘노동 환경’을 물

었다. 농·축산 이주노동자들의 인간답지 못한 노동 환경에서 차려지는 우리의 밥상은 과

연 인간다운가.

익숙한 질문을 지우고 낯선 질문을 채우며 첫 번째 기획기사 ‘눈물의 밥상’이 지난해

8월 18일 표지기사(제1025호)로 나왔다. 취재를 시작하고부터 8개월이 걸렸다. ‘밥상에 오

르는 바다’를 고려해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도 포함시켰다. ‘캄보디아 출신’에 맞

춰져 있던 취재 대상은 송출국 전체 노동자로 넓혔다.

‘밥상의 메커니즘’을 드러낼 전략으로 ‘표준 밥상’을 차렸다. 대표적 농·축·수산물을

선정해 밥상에 올리고 밥상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했다. 피해 노동자들이 재배·수

확한 식재료를 살폈다. 그들이 노동한 지역과 주소를 확인했다. 출하된 식재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느 지역으로 유통되는지를 뒤쫓았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은 피

해 실태를 유형별로 추려 이야기를 펼쳤다. 살인적 노동시간과 최저임금법 위반, 폭력과

성폭행, 계약서를 비웃는 작업량과 내용, 가족과 마을의 ‘노동자 돌려쓰기’, 이주노동자를

059취재기·제작기

이용한 불법파견과 노동력 알선…. 고통스런 사례들이 익숙한 식재료의 이미지에 입히며

독자들에게 물었다. 당신 앞에 놓인 밥상은 어떠한가.

일상의 기본이며 최소 단위인 밥상으로 독자·대중의 상식을 격발했을 때 반향은

컸다. 우리의 신토불이 밥상을 이주노동자들이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반응

이 많았다. 자신들의 밥상이 차려지기까지 땀보다 많이 뿌려진 ‘눈물의 과정’에 충격을 받

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항의도 없지 않았다. ‘일부’ 고용주들의 문제를 ‘전부’처럼 보이게

했다는 농·축산 종사자의 메일이 도착했다. 이주노동자와 고용주를 선악 구도로 이분화

했다는 고용센터 직원의 글도 받았다. 모두 귀담아 들을 지적들이었다. 다만 피해 사례가

너무 많았다. ‘일부’가 되풀이되면서 ‘전부’와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과장이라고 하기엔 글

로 밝히지 않은 현실이 더 가혹했다.

세계가 주목한 ‘인권밥상’ 캠페인

보도 일주일 만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연락이 왔다. 공동 캠페인을 제안하는 내

용이었다. 한국의 이주노동 실태는 앰네스티의 주요 감시 영역이었다. 한국이 아시아에

서 이주노동자 주요 채용국 지위를 누리고 있는 탓이다. 보도 직후 방한한 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무투마 루티에레)이 국내 농·축산 이주노

동 현실에 우려를 표한 배경이기도 하다. 앰네스티는

2009년 ‘일회용 노동자: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 상

황’을 작성한 뒤부터 한국의 이주노동 실태를 모니터

링 해왔다. 이후 1년 10개월 동안 국내 농·축산 현장

을 조사하며 이주노동 보고서(‘고통을 수확하다: 한국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착취와 강제 노동’)를 준비하고

있었다. ‘때’가 맞았다.

‘눈물의 밥상’ 보도 두 달 만에 ‘인권밥상’ 캠페인

이 시작됐다. 인권(국제앰네스티), 이주노동(이주공동

행동·이주인권연대·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먹거

리정의(한살림·아이쿱·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국제식

품연맹) 분야 8개 단체가 한겨레21과 팀을 이뤘다. 앰

네스티의 보고서 발간(10월 20일)에 맞춰 국내 및 국

제사회를 상대로 공론화를 시작했다. 한국 농·축산

이주노동 현장이 ‘인신매매 상황’에 놓여 있다는 논쟁

적 해석(10월 20일 표지기사 ‘우리가 눈감은 인신매매’)으

‘눈물의 밥상’ 보도 이후 한겨레21과 국제앰네스티의 공동 인권

캠페인이 시작됐고, 우리 정부도 정부 최초의 ‘농·축산 이주노동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060 신문과방송 03 2015

로 서두를 열었다. ‘눈물의 밥상’이 “우리의 밥상은 인간다운가”를 묻는 질문이었다면, ‘인

권밥상’은 “인간다운 밥상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찾는 모색이었다.

캠페인의 반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월스트리트저

널, 독일의 도이체벨레 등 서구 언론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모국인 캄보디아 언론들이

비중 있게 보도하며 이슈를 전파했다. 한국과 동시에 보고서가 발표된 네팔에선 많은 시

민들이 탄원서에 서명했고 언론의 주목도도 높았다. 이주노동자 주요 송입국으로서 한국

의 위치를 상징하는 현상이었다.

‘인권밥상’ 캠페인(근로기준법 제63조 및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제한 폐지 요구)은 한

국 정부 차원의 사상 첫 ‘농·축산 이주노동 실태 조사’를 이끌어냈다. 조사 계획은 지난해

10월 말 발표됐으나 조사 결과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결과 집계·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캠페인은 정부의 무책임도 동시에 노출시켰다. 고

용노동부는 현장 실태를 점검하되 “법·제도 개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불변의 제

도’를 전제하고 실시되는 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내 농·축산업의 악순환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해당 주제로 원고지 450여 장의 기사를 썼다. 글의 분량과 공부

가 쌓일수록 문제의식도 확장됐다. 고용주들의 불·탈법 행위와 ‘우리’의 무관심을 고발

하는 데서 시작한 기사는 ‘나쁜 사장님’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더듬어갔다. 한국의 농·축

산업은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먹이사슬 끝으로 내몰린 농·축

산업 종사자들은 최말단의 이주노동자들을 밟고 올라타도록 떠밀리고 있다. 국내 농·축

산 이주노동자들의 수난은 수난받는 한국 농·축산업과 겹쳐 읽어야 바로 보였다. 한겨

레21은 한국의 법·제도에 ‘농업 노동’이란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논증

했다. 정부는 국제통상 협정과 맞물린 농업 구조조정을 강제하며 영농 대형화를 유도해

왔다. 농업을 ‘6차 산업’의 ‘비즈니스’로 재편한다면서도 농업 노동력의 미래를 준비하는

체계적 비전이 없다. 한국 농업 역사상 ‘농업 노동자군’이 최초로 출현하고 있지만 법체계

는 ‘농업에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없인 한국 농업의

생산량 유지가 불가능한 현실도 수치로 제시했다.

우리의 밥상은 ‘일국적 사태’가 아닌 지 오래다. 전국의 논밭과 축사와 바다가 모여 한

끼 밥상을 이룰 때, 우리의 밥상은 아시아의 비참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우리’에서 배제당

한 사람들 없인 ‘우리 땅에서 자라 우리의 몸에 맞는 밥상’도 없다는 역설 속에 아시아의

비참은 숨어 있다. 확신한다. ‘편안한 일상’을 구성하는 ‘가혹한 현실’을 발견해내는 것이

이 시대 언어와 문자의 최전선이다.

산업ㆍ정책

과도한 채무에 매각돼도

정상화 가능성 물음표씨앤앰사태의원인과쟁점,향후전망/심영섭

영세 PP 채널 위기…

활성화 정책 필요방송분야한미FTA발효가미치는영향과과제/전범수

배달 비용 줄여볼까?

석간신문의 불가피한 선택지역신문3사의조간전환의미/이상기

산업ㆍ정책

062 신문과방송 03 2015

‘파업투쟁 205일, 노숙농성 177일, 고공농성 50일,

단식 10일’이라는 기록을 남긴 씨앤앰(C&M) 사태

는 두 명의 노동자가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에 올라

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시작하면

서 정점에 달했다. 씨앤앰의 지배주주인 사모투자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 30일 씨앤앰 외주 협

력업체 해고 노동자 고용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고

용 형태를 제안하여 잠정적인 합의를 이끌었다. 이

합의에 따르면 해고된 109명 중 이직·전직 인원을

제외한 83명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했다.

약탈적 투기의 대표 사례

장기파업과 고공농성에도 불구하고 협상 의지를 보

이지 않던 MBK가 협상안을 내놓은 것은 노조파

업으로 씨앤앰의 고질적인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

면 제3자에게 매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서다. MBK는 노조와의 잠정합의 이전에 이미 공동

인수자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와 협의하여

골드만삭스를 통해 씨앤앰의 잠재적인 인수기업에

매각의사를 밝혔다. MBK는 올해 상반기까지 투자

금을 회수하고 금융권에서 차입한 2조 원을 갚겠다

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에 가장 큰 걸림돌이 노조

의 장기파업이었고, 고공농성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씨앤앰의 근본

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씨앤앰은 종합유선방송회사로 2014년 말 현

재 서울지역 13개 권역(17개 구)과 경기지역 4개 권

역 등 총 17개 권역을 사업 영역으로 하고 있다. 이

러한 씨앤앰의 출발은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시

작됐다. 자산가인 이민주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조

선무역주식회사를 통해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처

한 지역케이블 방송사를 하나둘 사들여 2000년 씨

앤앰을 설립했다. 이민주 회장은 2004년 소유 주

식의 30.48%를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심영섭 /한국외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강사

씨앤앰 사태의 원인과 쟁점, 향후 전망

과도한 채무에 매각돼도정상화 가능성 물음표

063산업·정책

1,400억 원에 매각했다. 골드만삭스는 씨앤앰 주식

을 3년간 보유하다가 2007년 지분의 27.48%를 맥

쿼리은행과 MBK파트너스에 6억 6,500만 달러(약

6,250억 원)에 매각했으며, 3%는 미래에셋이 설립한

크라운브릿지홀딩스에 615억 원에 매각했다.

이후 맥쿼리은행은 자회사인 맥쿼리코리아오

퍼튜니티즈를 설립하고, MBK파트너스와 공동으

로 포트폴리오 회사인 국민유선방송투자주식회

사(KCI)를 설립했다. 국민유선방송투자는 2008년

이민주 회장 부부가 소유한 지분 61.17%마저 1조

4,000억 원에 매입하여 총 86.94%의 지분을 확

보했다. 기타주주 가운데 크라운브릿지홀딩스는

2008년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고, 2.81%의 지분은

2009년 국민유선방송투자(주)와 합병했다. 현재의

씨앤앰은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주)가 지분

의 93.81%를 소유하고 있고, 말레이시아계 올림푸

스 캐피탈과 미국계 에이디피 씨앤앰(ADP C&M)

홀딩 등 120개 주주가 6.1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그림 참조].

그런데 씨앤앰은 재무적 투자자에 의한 대표적

인 ‘약탈적 투기’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재무적 투자

는 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자

본만 대부해 주고 이자를 받거나 투자홀딩처럼 적

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간여하여 중단기적으로 금융

수익을 올린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는 조

직화되지 않은 위험시장에 투자한다. 사모펀드는

재무적 투자자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며 전략적 투

자자의 기업 경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

한다. 사모펀드는 모든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 획득

을 목표로 하며 그만큼 위험성도 높다.

의문점투성이 인수 과정

이러한 사모펀드는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낮게 평

가받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현금 흐름 압박을 받는

기업을 인수한다. 이때 사모펀드는 인수대상 기업

에 다수지분을 획득하거나 지배주주(Buyout)로 등

장하여 기업의 구조를 바꾸어놓는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는 비교적 시장에서 안정적인 경

영 구조를 가진 기업을 선택한다. 사모펀드의 입

장에서는 초기 자금 지원을 통해 회사 경영 구조

를 안정시킴으로써, 추가자금의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재무적 위험 요인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그림] 국민유선방송투자(주)의 씨앤앰 인수 과정

인수자금 대출

투자(93.81%)

투자(6.19%)

원금상황 및이자납부

원금상황 및 이자납부

매각계약서

매각대금 지불

외부자본 대부계약서

대출

MSO C&M 담보제공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 크라운브릿지홀딩스

기타주주

MBK파트너스

국민유선방송투자(KCI)

100%투자

씨앤앰(MSO C&M)

대주단(신한은행)

매각사(이민주, 골드만삭스 등)

064 신문과방송 03 2015

있다. 이러한 투자방식을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라고 부른다. 차입매수는 사모펀드가 30%

가량의 자산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매수할 기업의

장래의 현금 흐름을 담보로 하여 매수자가 채무 책

임을 부담하지 않고 차입금으로 매수자금의 대부분

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맥쿼리와 MBK의 씨앤앰 인수는 대표적인 차입

매수 방식으로 출발부터 문제가 많았다. 첫째, 행정

당국의 인허가 과정이 불투명했다. 씨앤앰과 같은

기간통신 사업자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전기

통신사업법과 방송법의 엄격한 자격심사를 받아야

한다. 2008년 당시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는 외국 정

부 또는 외국인은 기간통신 사업자의 지분을 100분

의 49 이상 소유할 수 없으며, 외국 정부 또는 외국

인이 발행주식의 100분의 15 이상을 소유한 법인의

경우에는 외국인으로 보았다. 이 법률에 따라 호주

계인 맥쿼리은행이 15%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KCI는 씨앤앰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으나 정보통신

부는 인수를 허가했다. 방송법 제14조도 외국 자본

이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의 지분을 100분의 49 이상

소유하지 못하게 규제했지만, 방송위원회는 국민유

선방송투자(주)의 투자자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방송 사업을 승인했다.

둘째, 사모펀드의 기간통신 사업 진출의 정당성

문제이다. 투자차익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

드가 방송 사업에 진출할 경우에 방송의 공적 책임

과 공익성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엄격히 판단했어

야 하지만, 허가 이행 조건으로 시청자 권익 보장과

사회적 책임 이행, 지역사회발전 기여, 공익사업 확

대 등 소극적인 공적 책임과 공익성 실현 요구 사안

만 제시했을 뿐, 인수를 추진한 국민유선방송투자

가 공적 책임과 공익성을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실행 능력을 판단하지 않았다.

셋째, 재정적 능력에 대한 충분한 검중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 국민유선방송투자(주)는 씨앤앰의 지

분을 매입하는 비용 2조 2,000억 원 중 약 70%에 해

당하는 1조 5,600억 원의 자금을 신한은행이 주축이

된 대주단을 통해 마련했다. 국민유선방송투자(주)

[표1] 국민유선방송투자(주)의 손익계산서 (단위 : 억 원)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6년 합계

영업이익 6 0.3 232 437 293 6 974.3

이자비용 989 988 1,072 695 988 1,088 5,820

당기순손실 1,062 989 844 695 988 1,088 5,666

*출처:금융감독원전자공시

[표2] 국민유선방송투자(주)의 부채비율 (단위 : 억 원)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자산 20,578 21,236 21,230 21,757 25,061 24,112

부채(A) 12,570 13,922 14,900 14,607 22,841 23,132

자본(B) 8,008 7,314 6,330 7,149 2,220 980

부채비율(A/B,%) 157.0 190.3 235.4 204.3 1,028.9 2,360.4

*출처:금융감독원전자공시

065산업·정책

는 씨앤앰을 인수한 이후 매년 발생한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이자비용으로 지불하기에 바빴다. 국민유

선방송투자(주)가 씨앤앰을 인수한 2007년 말 이후

금융감독원에 전자공시된 지난 6년간 손익계산서

를 살펴보면 국민유선방송투자(주)는 매년 이자비

용으로 평균 970억 원을 지출했다. 국민유선방송투

자(주)의 자본과 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이러한 문

제점이 더 잘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의 부

채비율(재무레버리지)이 300% 이하일 경우에 안정

적이라고 평가하는데, 국민유선방송투자(주)의 부

채비율은 2008년 157%에서 시작하여 2012년에는

1,028%, 2013년에는 2,360%에 달하고 있다.

펀드 투자자 배당금 지급에만 관심

국민유선방송투자(주)의 높은 부채비율은 씨앤앰

의 재무상태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씨앤앰의

7년간 영업이익 5,710억 중 59.1%인 3,380억이 이

자비용으로 지출됐고 7년간 당기순이익 1,826억 중

40.9%인 748억이 배당금으로 지급됐는데, 이는 씨앤

앰에서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디지털화와 시청

자 복지, 고용 안정 등을 위해 자금을 투자할 수 없었

음을 의미한다. 특히 2011년도는 당기순이익보다 배

당금이 137억 원 더 많아 당기순이익 대비 182.2%

가 배당금으로 지급됐는데, 이는 씨앤앰의 실질적

사주인 맥쿼리은행과 MBK파트너스가 회사의 안정

적 성장과 발전보다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에만 몰두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유선방송투자(주)가 씨앤앰을 투자할 당시

의 자기자본 비율이 30%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

기에,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인수 자금에 대한 이자

지불과 펀드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불로 인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는 기대할 수 없었으며,

씨앤앰은 2013년 말 현재 자산 1조 원 가운데 부채가 7,671억 원, 자본이

2,537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302.3%였다. 씨앤앰을 인수하는 기업은

과도한 부채를 변상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게 되며, 특히 단기채무와

리파이낸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표3] 씨앤앰 7년간 주요 재무 현황 (단위 : 억 원)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7년 합계

매출액 1,533 1,661 4,203 4,412 4,871 5,031 4,973 26,687

영업이익 358 303 806 839 998 1,307 1,098 5,710

이자비용 364 438 471 475 601 572 455 3,380

당기순이익 261 -281 295 306 167 457 620 1,826

배당금 - - - 247 304 195 - 747

*출처:금융감독원전자공시

066 신문과방송 03 2015

수익 극대화를 위해 요금 인상, 편성 변경, 구조조

정, 인건비 절감, 외주화, 비정규직화를 추구할 수밖

에 없었다. 국민유선방송투자(주)는은 2008년 씨앤

앰 인수부터 2011년 강남GS, 울산방송의 인수까지

총 2조 4,500억의 자금을 투자했다. 그러나 직접 투

자금액은 6,500억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대출액 1조

8,000억으로 충당했다. 2012년 울산방송 매각 대금

약 1,500억은 상환했고, 울산방송 매각 후 남은 2조

3,000억 가운데 2조 2,000억을 리파이낸싱했다. 리

파이낸싱의 조건으로 은행 측의 경영 개입을 허용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MBK는 더 이상 배당이익

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제약

을 많이 받는 상황이다. 또한 2015년에 돌아오는 만

기채권을 갚기 위해 서둘러 씨앤앰을 매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씨앤앰의 정상화는 순탄치

않을 듯하다.

멀고 먼 정상화의 길

첫째, 씨앤앰 매각으로 인해 새로운 과점 사업자 등

장이 우려된다. 씨앤앰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246만

대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2,766만 대의 8.9%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쟁사인 CJ헬로비전이나 티브

로드가 인수할 경우에는 점유율은 각각 23.3%와

21.0%가 된다. 씨앤앰을 합병한 사업자는 KT에 이

어서 두 번째로 큰 유료방송 사업자가 된다. 또 다른

인수후보로 IPTV를 송출하는 SKT와 LGU+를 고

려할 수 있다. SKT(가입자 226만)와 LGU+(가입자

182만)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은 낮지만 씨앤

앰과 합병할 경우에 점유율은 각각 17.0%와 16.5%

가 되고, 실시간 방송망과 IPTV, 모바일 VOD 영상

서비스까지 결합 판매할 수 있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이다.

둘째, 씨앤앰을 매입하는 사업자는 씨앤앰의 과

도한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씨앤앰은 2013년 말

현재 자산 1조원 가운데 부채가 7,671억 원 자본이

2,537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302.3%였다. 씨앤앰을

인수하는 기업은 과도한 부채를 변상해야 하는 책

임을 떠안게 되며, 특히 단기채무와 리파이낸싱 문

제를 해결해야 한다.

셋째, 종합유선방송의 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종

합유선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상파가 쓰던

8VSB(8레벨 잔류 측파대)를 종합유선방송 업계에

허용했다. 8VSB는 종합유선방송 아날로그 가입자

들이 추가 부담 없이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다는 측

면에서 ‘시청자 복지 향상’과 ‘디지털 전환 확산’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앤앰도 8VSB 전송망

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지만 사모펀드

의 차입매수 비용 충당에만 끌려 다닐 경우에 회사

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셋톱박스 없

이 디지털TV를 볼 수 있는 클리어 쾀(Clear QAM)

서비스가 2013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장

기적으로 쾀 신호를 이용할 수 있는 TV 수상기를

보유한 세대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상파 디지털 방

송과 IPTV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장착한 전송 및 수신시설

설치는 불가피하다.

넷째, 50일간의 고공농성에서 보듯 최악의 상황

에 놓여 있는 노사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문제가 남

아 있다. 씨앤앰을 비롯한 대다수 종합유선방송 사

업자는 원청과 재하청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살인

적인 근로조건’ 아래 착취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사회적 비난을 극

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산업ㆍ정책

067산업·정책

시장은 수익률 게임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기업들

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시장에서 수익률이 낮아

지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

선다. 가령 정보통신 시장에서 기업들은 테크놀로

지 혁신을 통해 반복적으로 시장을 재창출하는 방

식을 활용한다. 유선통신 서비스에서부터 무선통신

서비스로, 또한 2G에서 5G 서비스 등으로 나타나

는 서비스 진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콘텐츠산업도 FTA 못 피해

반면, 콘텐츠산업은 수익률 회복을 위해 새로운 플

랫폼 개발이나 해외 시장 개척으로부터 모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송을 포함해 콘텐츠산업은 한

계비용이 0에 가까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제작비용 투입 없이도 IPTV나 OTT를 통해 VOD

콘텐츠 유통을 확대하거나 또는 해외 시장을 개척

하는 것 자체가 신규로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나 국내 한류 드라마

프로그램이 해외 시장을 개척해 높은 매출을 올렸

던 것 자체가 바로 지리적 시장을 넓힌 데 따른 결과

이다. 그만큼 콘텐츠산업은 1차 유통 시장을 비롯해

후속 시장성과, 특히 해외 시장 개척이 중요하다. 초

기 콘텐츠 제작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고 안정적

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수익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

이다. 그 결과로 인기 있는 할리우드 영화나 애니메

이션 콘텐츠들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 시장에

서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일반 재화나 서비스와는 다르게 방송을

포함한 시청각 콘텐츠들은 수입을 통해 특정 국가

내에 일방적 문화 지배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국제

무역 거래에서 문화적 예외라는 규정을 적용받아

왔다. 다시 말해 이들 콘텐츠 상품들은 보호주의 정

책을 통해 수입을 규제하거나 쿼터를 적용하는 것

전범수 /한양대신문방송학과교수

방송 분야 한미 FTA 발효가 미치는 영향과 과제

영세 PP 채널 위기…활성화 정책 필요

068 신문과방송 03 2015

자체가 정당화된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예외 규정

은 글로벌 무한 경쟁을 포함해 방송통신 융합 환경

이 급속히 진전되면서 그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 인

터넷으로 세계가 모두 연결되는 시대에 특정 콘텐

츠가 유통, 소비되는 것을 규제로 막을 수 없다는 논

리에서였다. 바로 이 논리가 국가들 간에 이루어지

는 다양한 무역협정을 통한 무역 장벽 철폐와 맞닿

아 있다.

특히 최근 두 국가들 간에 늘어나고 있는 FTA

는 다자간 무역협정 방식을 보완하는 양자 간 자유

무역협정이다. 일반적으로 자유

무역협정은 국가 간 무역 장벽을

완화하여 무역 거래 규모를 확대

하는 것이 선진국이나 개도국 모

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

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가들 간

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무역 갈등은

정치 갈등으로도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파이는 키우되

각 국가별 비교 우위가 있는 산업

을 육성하는 것이 정치 안정 및 경

제 규모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

이다. 이와 같은 주장이 논리적으

로는 맞지만 비교 우위가 없는 시

장이나 산업은 점차 고사될 수밖

에 없다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비

판이 따라 붙기도 했다. 이들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은 한때 다수 국

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라운드 방

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글

로벌 자유무역협정 라운드는 제

3세계 국가들에서 많은 비판을 받

으면서 국제적 반대 움직임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부분의 국가들은 양국

간 FTA 방식을 통해 국가 간 무역 장벽을 완화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추세를 따르고 있다.

방송 분야 본격 개방

국내에서도 한미 FTA 방송 분야 유예 종료에 따라

오는 3월 15일부터 본격적인 시장 개방 협정이 발효

된다. 2007년 4월 2일 타결된 한미 FTA 방송 협상을

통해 양허된 핵심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료

지난 2007년 외교통상부청사 앞에서 케이블 TV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정부에 한미 FTA

방송시장 개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069산업·정책

방송 PP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관련, 외국 자본

이 50%를 초과하거나 외국인이 최다 주주인 국내

법인에 대한 외국인 의제를 배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국 자본은 국내 유료방송 채널 시장에 대해

직접 투자는 제한되지만 간접적으로는 100% 채널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이는 국내 유료방송 PP 채

널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완전 자유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비지상파 부문(PP·위성·SO)

국내 제작 영화·애니메이션 편성 쿼터가 부분적

으로 완화된다. 국내 제작 영화 쿼터는 현행 25%에

서 20%로,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은 현행 35%에서

30%로 비율이 감소된다. 국내 제작 영화나 애니메

이션은 생산 편수가 미국 등에 비해 크게 적기 때문

에 쿼터 감소가 야기할 수 있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으로 보인다. 셋째, 수입 방송물에 대한 1개 국가별

쿼터 제한 비율이 현행 60%에서 80%로 증가된다.

이는 미국 등에서 수입할 수 있는 쿼터 제한이 완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머니투데이, 2007.4.2, 방송위원

회 자료 참조).

한미 FTA 방송 분야 양허 사항을 살펴보면 우

선 지상파 방송 및 승인 PP들, 가령 보도, 종편, 홈쇼

핑 채널 등에 대해서는 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

는 방식이 유지됐다. 반면, 일반 유료방송 PP 채널

시장은 완전 개방이 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직면하게 됐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도

FTA 체결 국가의 외국인이 국내 법인을 통해 방송

채널 사용 사업자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콘텐

츠 사업자 지분을 100%까지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

도록 법령이 개정됐다(전자신문, 2014.7.29).

유료방송 분야에 대한 한미 FTA 방송 분야 협

상 결과 이외에 그 당시 협상 과정에서는 외국 방송

재송신 채널의 우리말 더빙 및 국내 광고 허용, 시청

각 서비스의 전자상거래 협정 대상 여부 등이 쟁점

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들 쟁점들은 모두 수용이 되

지 않았지만 앞으로 국내 방송 시장이 글로벌화 될

수록 또한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진전

될수록 이와 같은 쟁점들은 계속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한미 FTA 미래 유보에 기재된 사항들

도 현실적인 국내외 방송 시장 환경을 감안해 치밀

하게 검토되고 준비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한미 FTA 방송 시장 개방에 대한 구

체적 영향 분석 보고서나 자료는 쉽게 살펴보기 어

렵다. 게다가 FTA에 따른 방송 시장 개방 쟁점들은

학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충분하게 논의가 이루어

지지도 않았다. 그나마 일부 공개된 시장 개방 보고

서 대부분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판단에 근거해

시장 개방 영향 규모와 정도의 방향 정도만을 살펴

보고 있을 뿐이다. 이들 전문가들이 내린 추정치를

한미 FTA를 통한 유료방송 채널 시장 개방은 국내 유료방송 PP들의

시장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영화와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의 장르에서 활동하는 PP들은 미국 콘텐츠 수입이나 유통에서 현재

보다는 더욱 불리한 조건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070 신문과방송 03 2015

검토해보면 한미 FTA 시장 개방은 양면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 시장 개방의 양면성

우선, 한미 FTA를 통한 유료방송 채널 시장 개방

은 국내 유료방송 PP들의 시장 기반을 약화시킬 가

능성이 있다. 특히 영화와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의

장르에서 활동하는 PP들은 미국 콘텐츠 수입이나

유통에서 현재보다는 더욱 불리한 조건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중소 규모 영세 PP들은 미

국 자본 투자가 증가할 경우에 플랫폼 편성이나 신

규 콘텐츠 투자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경쟁력 약화

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는 유료방송 생태계에서

의 다양성 감소와 시장 규모 위축으로 연계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시각은 비교 우위에 있지 못한 사업

자들의 경우에 시장 개방은 곧 경쟁력 약화 또는 도

태와 같은 의미일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편 이와는 다르게 국내 유료방송 채널 시장

개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유료방송

시장 내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

가 미국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글

로벌 콘텐츠를 유통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아시아 시

장 개척을 목적으로 국내 한류 콘텐츠를 소싱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주장의 근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 방송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이다. 국내 방송 시장 규모는 미국 시장에 비해

7~10배 정도 작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 콘텐

츠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만큼 방송 콘텐

츠 제작이나 유통은 규모가 큰 시장을 확보해야만

수익이 늘어난다. 국내 한류 시장이 일궈낸 수익 성

과 대부분이 일본에서 비롯된 것은 일본 방송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입장에

서 살펴보면 아시아에서 한국 시장보다는 일본이나

중국 시장이 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 따라서 미국 미

디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

에 직접 투자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크게 늘어날 가

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미국 기반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방송사들과 공동으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둘째, 국내 방송 시장은 자국 콘텐츠 선호도가

높은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일부 영화나 애니

메이션 등을 제외할 때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국내

수요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콘텐츠

이용자들은 문화적 할인 등의 이유에서인지 국내

콘텐츠 수요도가 특히 높은 편이다. 가령, 국내 핵

심 콘텐츠 장르인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 대부분

은 국내 콘텐츠가 해외 콘텐츠 대비 절대적 우위에

있는 특성이 있다. 일부 미국 드라마 등에 대한 선

호도는 틈새시장 정도로 제한되고 있다. 다만, 영화

와 애니메이션 장르의 경우에는 미국 콘텐츠 수요

도가 높다. 이와 같이 자국 콘텐츠 선호도가 높은 국

가일수록 글로벌 콘텐츠를 단순 수출하는 것보다는

국내 드라마나 오락 제작사 또는 기획사들과 같이

요소 시장에 대한 자본 투자가 우선시될 가능성도

있다.

셋째,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자국 콘텐츠 유

통과 함께 한국 콘텐츠의 아시아 시장 내 유통에 참

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

이 미래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허브 국가는 중국으로 보인다. 중국 이외에 홍콩, 대

만, 말레이시아 또는 싱가포르와 같은 화교권 국가

들도 미래 잠재 시장으로 충분하다. 이들이 선호하

071산업·정책

는 콘텐츠 중의 하나가 한류 콘텐츠라는 사실을 감

안한다면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자국 콘텐츠를

국내에 수출하는 것 이외에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콘텐츠 경쟁력부터 높이자

그동안 국내 방송 시장은 종편 및 일부 유료방송 채

널 등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나름대로 콘텐츠 경

쟁력을 높여 왔다. 따라서 한미 FTA를 통해 국내

방송 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특정 장르, 가령 영화

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정도가 국내

수입 가격을 높이거나 또는 미국계 기업에 의해 독

점적으로 배급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영화를 포함

해 다큐멘터리 등 문화적 할인율이 낮은 콘텐츠 정

도가 시장 개방을 통해 수입 가능성이 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반면, 드라마와 오락 프로

그램 등 문화적 할인율이 높은 콘텐츠는 수입보다

는 국내 제작물에 계속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

인다.

그럼에도 한미 FTA 방송 시장 개방에 따라 국내

방송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려는 준비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영화 직배와 같은

콘텐츠 시장 개방 경험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

가 있다. 세계 영화 시장은 미국 할리우드 시스템에

의해 통제될 정도로 미국 영화의 제작, 투자 및 유통

능력은 독보적이다. 미국 영화 직배가 국내에서도

이루어지면서 적지 않은 우려와 산업 피해가 예상

됐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살펴볼 때 국내 영화 콘텐

츠의 경쟁력은 이미 할리우드를 넘어서고 있다. 국

내 영화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 인

력 양성 등이 효율적으로 결합되면서 우수한 콘텐

츠 기획, 제작, 투자가 선순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

는 것이다.

국내 방송 시장도 이와 유사하게 콘텐츠 경쟁력

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준

비하지 않는다면 한미 FTA뿐만 아니라 한중 FTA

등 다양한 자유무역 시스템에서 그 경쟁력이 약화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료방송을 포함해 국내

방송 콘텐츠들을 아시아 및 다른 글로벌 시장에까

지 안정적으로 수출할 정도로 정부 정책 및 사업자

투자, 인력 양성이 효율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뒷

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 시장 개방이

미치는 영향력은 비교적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한미 FTA에 따른 방송 시장 개방이 대부

분 유료방송 PP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PP

산업의 활성화 정책도 빠르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국내 PP들이 독립적인 자생

력을 확보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특히 양질의 미국

콘텐츠들이 수입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면서 국

내 영세 PP들의 설 자리가 위축될 가능성은 충분

하다. 이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콘텐츠 경쟁력 및

다양성 약화 등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뿐

만 아니라, 영화와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에 대한 장

르 의존도가 높은 PP들도 수입 비용이 증가해 이들

PP들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

이 있다.

한편, 한중 FTA를 통해 중국 자본이 국내 방송

제작사나 기획사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제작

요소 부분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드라

마와 오락 등 스타 시스템 의존도가 높은 장르 시장

은 제작 요소 부분의 투자가 확대될 경우에는 프로

그램 제작 시장 분야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가

능성이 있다. 이러한 모든 부분들을 하나하나 점검

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ㆍ정책

072 신문과방송 03 2015

신문배달학과. 학창시절 타 학과에서 ‘신문방송학

과’를 조롱 삼아 부르던 이름이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그래? 너희들은

얼마나 잘났냐?!”는 오기로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법학을 기웃거리며 진검승부를 위해 칼날을 갈았던

기억이 새롭다. 이게 자양분이 되어 지금은 대학에

서 학생들을 상대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인생의

아이러니다.

중앙일간지가 홀대한 지역보도

그런데 지금, 전공 수업시간에 농담 삼아 ‘신문배달

학과’를 들먹여도 반응이 영 신통찮다. 모 서비스 앱

은 ‘배달의 민족’을 패러디해 재미를 보았고, 서구에

서도 우리의 배달 문화가 감동을 주고 있다지만, 요

즘 학생들은 다른 배달 문화에는 익숙해도 신문 배

달은 그렇지 않은 거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접하고 있다. 혹 집

에서 신문을 보는 경우라도 자신이 대문을 열고 신

문을 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런 학생들이 신문이 어떤 경로로 가정에까지 배달

되는지 고민이나 해봤을까?

이런 점에서 “급격한 시대 흐름과 독자 여러분

의 달라진 생활 패턴에 맞춰 현행 석간에서 조간으

로 발행체제를 바꿉니다(부산일보, 2014년 10월 2일)”

거나 “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조간신

문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늘어났고, 좀 더 많은 정보

를 담기 위해서 조간 제작이 불가피했다(매일신문,

2015년 1월 2일)”는 설명은 생뚱맞다. 2015년을 전후

로 생활 패턴 혹은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진 것이라

곤 담뱃값이 올랐고, 실내는 어디든 금연이라는 것

말고는 별다른 변화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의 조짐은 오히려 다른 데서 찾을 수 있

었다. 지난해부터 조·중·동 3대 일간지가 약속이

라도 한 듯 지역면을 홀대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이상기 /부경대신문방송학과교수

지역신문 3사의 조간 전환 의미

배달 비용 줄여볼까?석간신문의 불가피한 선택

073산업·정책

부산, 울산, 경남을 묶었다 풀었다 제 맘대로 하더니

(다른 지역의 사정도 비슷하리라고 여겨진다), 돌연 사

회면의 일부로 지역면이 흡수됐다. 사실 중앙일간

지의 지역 보도는 그 전날 지역신문들이 다룬 내용

중에서 하이라이트 3~4꼭지를 짜깁기, 뒷북 처리하

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라도 지역신문을 보지 않

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예 이런 보도조차 하지 않

는다면? 그렇다. 지역신문들로서는 뜻하지 않은 기

회를 잡은 셈이다. “너희들이 지역을 버렸으니, 우

리는 그 지역으로 승부를 걸겠다.” 필자에게는 이런

설명이 훨씬 와 닿는다.

숨겨진 진짜 비밀

아울러 중앙일간지들(덩달아 전국 방송 뉴스들도)

이 철저히 지역을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보수와 진

보 못지않게, 중앙과 지역이라는 또 다른 진영이 생

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보수(진보) 내에서도 중

앙과 지역의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어떤 논조가 창

출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보다 다원화될 수 있지 않을까? 갈등이 늘어 더 시

끄러울 것이라는 우려는 중앙의 논리에 더 가깝다.

이제껏 지역의 문제마저 중앙에서 좌지우지하는 통

에 지역은 무슨 사안만 발생해도 울고 보아야 했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더 준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

는가?

지역일간지의 조간 전환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

은 종이신문의 서글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나는 조

간 전환의 실질적인 이유가 이것이라고 믿고 있다.

바로 ‘배달 비용’의 문제다. 대부분의 지역일간지는

발행부수가 감소하고, 매출 및 이윤이 하락세를 보

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 인력을 명예퇴직 시켰거

나, 일부 부서의 인력을 대거 아웃소싱했다. 허리띠

를 졸라맬 대로 졸라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러나 본사 직영이 아닌 배달 지국의 경우 고통 동참

을 호소하기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일부 서구 국가에서는 신문 배달을 중단하고 곳

곳에 가판대를 설치했다. 신문을 읽고 싶은 독자가

직접 가서 신문을 고르라는 것이다. 그런데 배달 서

비스에 길들여진 상태에서는 이런 수고가 번거롭기

그지없다. 심지어 ‘갑과 을’이 바뀐 듯한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요즘의 신문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배달되는지 궁금해졌다. 다음은 엔하

위키 미러(https://mirror.enha.kr/wiki/신문 배달 아르

바이트)에서 인용한 내용이다(일부 내용은 생략했고,

내용의 전후도 바꾸었음).

“말 그대로 아침에 신문을 돌리는 아르바이트. 새

벽녘에 하는 일이라서 몸이 적응할 때까지는 빡세

석간은 대체로 하나의 신문만 배달하기에 밀도의 경제를 누릴 수 없다.

또 조간에서 광고전단지를 다 소화하고 나면 오후엔 남는 물량도 없다.

이와 같이 배달업자들에게 추가적인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배달원

임금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조간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074 신문과방송 03 2015

게 힘들고(추가로 밤늦게 돌아다니니 위험한 사람 만날

확률도 조금 높아지고), 한 번에 배달하는 물량이 많

고, 휴가가 없으니 육체적으로 힘들다. 구직자들 사

이에서는 기피 아르바이트 중 하나. 이직률도 높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학생이나 젊은 사람은 잘 뽑지

않고 아줌마들을 주로 구하기에 하던 사람이 오래

하는 경향이 있는 편. 하지만 사람이 부족하기에 주

변 지국에 가서 ‘신문배달 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할

때 웬만하면 시켜준다. 다만 주의할 점은 한번 시작

하면 못해도 3달은 돌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요즘

은 청소년에게는 거의 안 시킨다. 낮밤이 바뀌는 일

이기에 낮에는 머리가 대략 멍해지고, 게다가 공부

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체력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구하는 조건은 대개 원동기 면허증이 있는

사람에 한정된다. 예전엔 자전거를 타고 돌리거나

직접 걸어다니며 신문을 돌렸지만, 지금은 오토바

이가 기본이고, 아파트의 경우에는 다마스와 같은

소형차가 투입되기도 한다. 오토바이를 타도 힘들

지만, 타지 않으면 신문 배달량을 채우기 어렵다. 선

택이 아니라 필수. 새벽녘이라고 해서 6시부터가 아

니고, 새벽 4시부터 작업을 한다. 배달량에 따라 새

벽2시에 시작하기도. 또한 신문 배급소는 조선, 중

앙, 동아, 한겨레나 경향 등 다양한 신문을 취급하기

때문에 쉽사리 신문을 돌리기 힘들다. 지역별로 존

재하는 지역일간신문까지 포함하면 종류는 10가지

를 훌쩍 넘어선다. 신문에 광고전단지도 직접 넣어

야한다.”

배달은 종이신문의 아킬레스건

다소 장황한 인용이 됐지만 의도적인 측면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작금의 신문 배달 시스템에 대해 실

질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

시에 이 인용문 속에 지역일간지의 조간 전환 해답

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조간은 다양한 신문들

을 함께 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광고전단지에서 발생하는 부수익도 적지 않다. 다

시 말해 신문 배달 비용을 일정 정도 상쇄할 수 있

는 기제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석간은 대체로 하

나의 신문만 배달하기에 밀도의 경제(economies of

density)를 누릴 수 없다. 또한 조간에서 그날의 광고

전단지를 다 소화하고 나면 오후엔 남는 물량도 거

의 없다. 조간신문 배달은 아르바이트이기에 낮에

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석간은 거의 배달에

만 전념해야 한다. 이 때문에 모 일간지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배달원으로 고용할까 검토해보기도 했다

한다. 이와 같이 배달업자(지국)들에게 추가적인 수

익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배달업자들 역시 치솟는

물가와 배달원 임금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조

간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2014 신문산업 실태 조사(한국언론진흥

재단)>에서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종합

일간지의 위기다. 이는 전국지와 지역지를 불문하

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매출액이 줄어듦에도

판매비와 관리비를 줄일 여력이 더 이상 없어 순손

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인력을 줄이

거나, 각종 비용을 더 줄이면 신문의 발행은 물론 콘

텐츠의 질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지경

에 이른 것 같다. 비용 절감 대안으로 ‘종이신문’을

버리고 ‘온라인 신문’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즉, ‘크

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앞서 갔던 길을 결국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인지 여기에 대한 전문적인 연

구와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동시에 ‘허핑턴포

스트’와 같이 출발부터 온라인으로 시작한 경우와

075산업·정책

달리, 어떻게 종이신문과 온라인 신문의 동거를 유

도할 것인지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주제다.”

종이신문에 집착하는 한 배달 시스템은 아킬레

스건과 같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생활 패턴이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좇는 것이라면 과감히 종이

를 버리고,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갈아타야 마땅

하다. 그렇지만 종이신문의 유용성 역시 여전하다

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종이신문은 전체 뉴스

를 관통하면서 그날의 주요 뉴스와 논쟁점이 무엇

인지 확인할 수 있게끔 해준다. 또한 포털과 SNS 등

에서는 자기 관심 뉴스만 편식하게 되지만 종이신

문은 대충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심 밖 영역까

지 뉴스 흐름을 챙길 수 있다.

지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경남신문 정오복 부장의 “디지털 대세

속 아날로그의 항변(경남신문, 2014년 12월 24일)”은

공허하지 않다. “종이신문은 다양한 기사가 입체적

으로 구성돼 있다. 여러 기사가 서로 유기적으로 결

합돼 있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숨

은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아야 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준다. 특히 종이신문

에는 인터넷, 태블릿PC, 모바일을 통해 보는 디지털

신문이 따라오지 못하는 ‘편집’의 에너지가 있다. 기

사가 어느 면에, 어떤 크기로, 어떤 모양으로 배치되

는가에 따라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나아가 시대의 가치를 느끼고 과제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렇듯 편집의 힘을 빌려 통찰력을 기르

고, 지식은 물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어령 교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인 ‘디

지로그’를 설파했다. 디지로그는 디지털의 발전이

아날로그의 변화를 가져오고, 아날로그는 다시 디

지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람은 아날로그

에 가까울까, 디지털에 가까울까? 당연히 아날로그

적이다. 그렇다면 지역신문이 더욱 천착해야 할 부

분은 지역민들, 곧 지역 독자들이다. 다행히 조간으

로 전환한 세 신문사 모두 ‘지역 우선주의, 독자 제

일주의’ ‘독자 우선, 지역 우선’ ‘지역과 사람을 최우

선’ 하겠다고 공언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답을 찾

았다. 현재까지는 그럭저럭 답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세 신문사 모두 영남 지역에 속

했다. 이 지역민들은 성격이 급하지만 행동 변화는

느리다. 말로만 보수 지역이 아닌 것이다. 반면, 한

번 마음에 들면 끝까지 헌신하는 점도 비슷하다.

지역민들은 조용히 지역신문의 변신을 지켜보고

있다. 지역언론이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 할 이유다.

중앙지 흉내 내기에 급급했던 과오를 씻고 또 씻을

일이다.

종이신문의 유용성을 역설한 경남신문 정오복 부장의 칼럼.

미디어 포럼

“디지털 시대도 우리가 최고” BBC의 야심만만BBC보고서‘뉴스의미래’들여다보기/양정애

페이스북·트위터, 친구도 만나고 뉴스도 보고보고서‘소셜뉴스유통플랫폼:SNS와뉴스소비’/정재민

‘흥미’와 ‘전문성’ 사이에서 길을 묻다보고서‘디지털시대의문화저널리즘연구’/김세은

업계 의견 제각각, 더뎌도 합일점 찾아내야한국방송학회‘스마트미디어시대시청점유율조사의현황과과제’토론회/정미하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3

편집 가이드라인 만든 선구적 방송인최초의뉴스편집자이덕근과후임편집자들/김성호

세상을 바꾼 보도 3

과학·정치·주류 언론의 카르텔을 깨다살아있는신화와절대권위에도전한‘황우석보도’/이규연

미디어 포럼

077미디어 포럼

BBC 보고서 ‘뉴스의 미래’ 들여다보기

“디지털 시대도 우리가 최고”BBC의 야심만만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선임연구위원

2015년 새해의 첫 번째 달이 끝나갈 무렵 BBC는

‘뉴스의 미래(Future of News)’라는 거창한(?) 제목

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BBC 보도본부

장인 제임스 하딩은 미래의 수용자들이 어떤 뉴스

를 원하는지를 알아볼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다고

공표했고,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나 이 보고서가 세상

에 나온 것이다(이준웅, 2015. 2. 3).

미래에도 ‘이야기’는 계속될 것

서론에 해당하는 1장을 제외하고, 본론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2장. 뉴스의 미래(Part two.

The Future of News)>는 뉴스산업 전반에서 진행 중

인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조망하고 디지털 시

대에 BBC뉴스가 공영 저널리즘으로서 우선시해야

할 가치와 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

돼 있다. 기술, 사람, 스토리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뉴스와 그 미래를 논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 장에서는 먼저 뉴스(그리고 우리의 삶)를 변화

시키고 있는 5가지 기술 트렌드를 소개한다. 그들

은 각각 ① 대량 데이터 전송 기술의 발전, ② 스마

트폰, 로봇, 카메라, 자동차, 웨어러블 장치 등 컴퓨

터 기술의 범용화, ③ 센서와 사물인터넷을 통한 실

시간 데이터 전송 가능성 확대, ④ 빅데이터와 클라

우드 기술, ⑤ 알고리즘과 기계 학습이다. 다음으로

BBC 홈페이지에 올라온 ‘뉴스의 미래’ 보고서.

078 신문과방송 03 2015

‘사람들’에 관해서는 영국과 글로벌로 나누어서 다

루고 있는데,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상

업적 이유 등으로 전국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

홀히 취급되고 있는 지역뉴스와 글로벌 뉴스의 강

화를 주장하는 한편, 변화하고 있는 뉴스 수용자의

트렌드에 대해 기술한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에 관

한 챕터에서는 뉴스가 지닌 이야기로서의 속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

서, 다만 기술의 발달 및 수용자의 선호 변화로 인해

이야기를 발견하고 구성하며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

질 뿐이라고 설명한다. 뉴스 생산 과정에 수용자의

참여가 확대되는 것, 개인 맞춤형 뉴스에 대한 수요

및 주장이나 의견이 담긴 뉴스의 인기가 증가하는

것, 데이터 저널리즘, 로봇 및 드론 저널리즘이 부상

하는 것, 만화·게임·퀴즈와 같은 새로운 포맷이 등

장하는 것과 같은 현상은 모두 이야기하는 방식을

돕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분량으로 보면 두 번째 장이 전체의 4분의 3 가

까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보고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진짜 이야기(Part three. The Real

Story)>라는 제목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마지막 장

에 담겨 있다. 이 세 번째 장은 내년 만료를 앞두고

있는 칙허장의 갱신을 위해 BBC뉴스가 계획하고

있는 여러 제안들을 소개한다. 그 제안들을 관통하

는 한 가지 중심적인 생각은 현재보다 훨씬 강화된

BBC뉴스의 역할인데, 서론인 첫 번째 장이 그러한

제안을 하게 된 논리적 근거로서의 배경 설명에 해

당한다. <1장. 모든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정보 제

공하기(Part one. Keeping Everyone Informed)>는 단

일 챕터로 구성돼 있으며 그 제목은 ‘뉴스 대 소음

(News vs. Noise)’이라 붙여졌다. 민주주의에 있어

뉴스가 공공서비스의 핵심 부분이며, 뉴스의 역할

은 모든 이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더 나은 시

민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다소 규범적인 진술

로 시작된다. 챕터의 제목이 ‘뉴스 대 소음’인 이유

는 인터넷으로 인해 생산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

게 증가했고 따라서 뉴스를 접하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쉬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증된 품질 좋은

정보를 얻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역설적

상황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인터넷으로 인

해 과거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내던 언론사들의 비즈

니스 모델이 위협받고 있고, 그 결과 뉴스 생산 영역

에서는 반드시 보도돼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보

도되지 않거나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

시에 수용자 측면에서는 뉴스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보는 사람들과 뉴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로

뚜렷한 양분화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뉴스도 우리가 최고

요컨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

경은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확장시켰지만, 반대급

부로 정보의 질적 저하와 불균등한 배분, 그로 인

한 정보격차의 심화를 낳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서 보고서는 BBC와 같은 공영

저널리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역설한다(이러한 내용은 3장에서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발생한 현재의 정보 왜곡과

불평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BBC뉴스는 방송을

넘어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좋은 정보(정확하고, 공

정하며, 통찰력 있고, 독립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미션

을 수행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도 동시에 텔레비전과 라디오라는 방송매체가 구시

대의 유물이 아니며, 앞으로도 대규모의 수용자들

에게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매체라는 사실을 강조

079미디어 포럼

한다. 결국 BBC는 방송이라는 주력 분야를 여전히

한 손에 움켜쥔 채, 다른 한 손에는 디지털 플랫폼들

을 통한 뉴스 제공 확대를 시도하는 ‘양손의 떡’ 전

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언론사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를 줄이

는 한편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심지어 모바

일 온리를 고민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

는 때에 수신료라는 안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자신

들이 생산한 뉴스를 더 널리 퍼트리려는 배부른(?)

자의 여유와 야심은 보고서 곳곳에서 드러난다.

보고서의 마지막 장은 ‘BBC뉴스의 미래’와 ‘전

략적 선택’이라는 두 챕터로 구성돼 있는데, 첫 번째

챕터에서는 BBC가 고수해 온 정확성, 불편부당성,

의견의 다양성과 같은 전통적 저널리즘 원칙을 계

속 지켜나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개방성, 보편성, 독

립성의 가치를 강조해서 기술하고 있다. 물론 보편

성에 관한 것은 영국 내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누구

나 질 좋은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편

적 서비스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지만, 다음 챕터를

보면 그 보편적 서비스의 범위가 영국이라는 한 국

가가 아니라 전 세계일 것이라 짐작된다. 알자지라,

중국의 CCTV, 러시아투데이와 같은 글로벌 언론사

및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들

로 인해 글로벌 뉴스 부문의 경쟁은 갈수록 첨예해

지고 있으나, 겉으로만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지역과 입으로만 세

계화를 외치면서 실상은 자국을 기반으로 하는 국

제뉴스 제공에 머무르는 뉴스조직들이 전 세계적으

로 많다는 점에서, BBC뉴스가 신뢰할 만한 정보를

영어뿐만 아니라 여러 언어로 제공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2장에서는 심지어 북한에도

뉴스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음).

뭐든지 다 하겠다는 야심

월드 서비스의 확대와 함께 BBC가 추진하고자 하

는 또 다른 중요한 전략적 선택은 지역뉴스 강화

이다. 커뮤니티 블로거나 시민 저널리스트들이 있

기는 하지만 직업 언론인이 지역뉴스를 보도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일반 시민들의

활동만으로 필요한 지역뉴스를 다 제공받기는 어려

운 현실을 지적한다. BBC는 영국 내에서 작은 공동

체, 지역, 국가 수준을 다 커버하는 유일한 언론사이

기에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

고 있는지를 지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

한 역할이며, 다행스럽게도 기술 발달로 인해 지역

뉴스를 해당지역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하기

가 손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결국 보고서에 제안된 계획대로라면 BBC는 앞

보고서대로라면 BBC는 전통적 방송 서비스 분야는 계속 이어가면서도,

모바일을 비롯한 플랫폼의 다각화 및 데이터 저널리즘 같은 새로운

뉴스 제공 방식으로도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 때문에

보고서 제목이 ‘BBC뉴스의 미래’가 아니라 ‘뉴스의 미래’인 것일까?

080 신문과방송 03 2015

으로 영국 내에서 전국뉴스뿐만 아니라 지역 및 공동

체 뉴스를 각 지역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지역화와,

원칙적으로는 북한과 같이 폐쇄된 사회를 포함한 세

계 도처에 글로벌 뉴스를 공급하는 세계화 전략을 동

시에 추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과 라디오

라는 BBC뉴스의 전통적 방송 서비스 분야는 계속적

으로 이어가면서도, 모바일을 비롯한 플랫폼의 다각

화 및 데이터 저널리즘이나 개인화된 뉴스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뉴스 제공 방식으로도 그 영역을 넓혀

나갈 것이다. 한마디로 뉴스 서비스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좋은 것은 다 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누구나 뉴스 및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에

언론사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린 상황이고 설상가상

으로 광고수입을 대체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도 개

발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살

아남기 위한 혁신을 시도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

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BBC만은 백화점식 무한 확

장 전략을 택한 듯하다. BBC의 계획이 그대로 실

행될 수만 있다면, 세상에 뉴스를 제공하는 조직이

BBC 하나만 있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자신감 때문에 보고서 제목이 ‘BBC뉴스의

미래’가 아니라 ‘뉴스의 미래’인 것일까? BBC가 그

리고 있는 뉴스의 미래를 위한 전략은 광고와 같은

수익 사업을 통해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대부

분의 민영 언론사들에게는 공허한 외침일 수 있다.

BBC의 자기정당화

덴마크 로스킬레대학의 닐슨 교수(Nielsen, 2015. 1.

30)는 허핑턴포스트 블로그에 BBC ‘뉴스의 미래’에

관한 글을 기고하면서 민영 언론사들이 직면한 도

전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과 더불어 보

고서에서 소홀히 다뤄진 세 가지 점을 제시했다. 첫

째는 검색엔진이나 소셜 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플

랫폼들의 역할 비중 증가, 둘째는 PR이나 전략커뮤

니케이션 조직 및 활동가들의 부상, 셋째는 언론 자

유와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해 벌어지고 있는 세계

곳곳에서의 투쟁이 그것이다.

권력의 영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

되며 사실에 기반한 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보도로

그 명성을 쌓아온 BBC가 그 서비스 범위를 넓혀

간다고 해서 제국주의 시대에 대영제국이 무력을

동원해 여러 약소국들을 식민지로 만들었던 때와

같은 불행이 반복될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 하더라

도, 보고서에 나타난 BBC의 전략은 다소 비현실적

이며 지나치게 야심차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이준웅 교수(2015. 2. 3)가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

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는 BBC의 뉴스 전략에 관

한 보고서라기보다는 다가오는 칙허장 갱신에서 유

리한 협정을 끌어내기 위해 BBC가 실시해 온 여러

가지 실험들을 정당화하고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민

들에게 소구하기 위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분명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의 보고서임에도 불

구하고, ‘뉴스의 미래’에 대한 정확한 진단보다는 그

럴싸해 보이는 것들을 다 모아서 보여주기에 집중

함으로써 내용의 완성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참고자료

이준웅(2015. 2. 3.). ‘3D 프린터로 신상품 쏘아주는 미디어? … BBC가

본 뉴스의 미래’. 중앙일보.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079912&

cloc=olink|article|default

Nielsen, R. K.(2015. 1. 30.) ‘What’s missing from the BBC’s ‘Future of

News’ Report?’ Huffington Post.

http://www.huffingtonpost.com/rasmus-kleis-nielsen/whats-

missing-from-the-bb_b_6572838.html

미디어 포럼

081미디어 포럼

정재민 /카이스트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교수

보고서 ‘소셜 뉴스 유통 플랫폼: SNS와 뉴스 소비’

페이스북·트위터친구도 만나고 뉴스도 보고

뉴스가 모여 있는 곳에 사람들이 찾아가던 시대에

서 이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뉴스가 찾아가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소셜 뉴스 유통 플랫폼: SNS

와 뉴스 소비’(김영주·정재민, 2014, 한국언론진흥재

단)는 바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가는 뉴

스와 그 뉴스를 소비하는 이들의 행태에 관한 연구

이다. 특히 최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

의 하나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뉴스가 어

떻게 소비되는지 살펴보았다. 이 연구는 실제로 국

민들의 뉴스 이용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 SNS 이용자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결과를 일반 국민의 뉴스 소비 행태로 일반화시

키기는 어려우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변화의 양상

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뉴스 소비의 변화 키워드: 모바일, 스마트, 소셜

2014년 현재 미디어 소비의 변화는 스마트폰을 비

롯한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이용에 기인한다. 변화

를 이끄는 또 다른 현상은 소셜 미디어 이용의 증

가이다.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 이용의 확산은 이

를 매개로 한 뉴스 이용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스마트폰을 통한 뉴스 이용이 보편화되고 일상화

된 결과, 뉴스 이용의 시공간이 확대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뉴스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둘째, SNS

가 뉴스 소비의 주된 혹은 중요한 플랫폼으로 부상

했다. 셋째, SNS를 매개로 한 뉴스 소비의 주된 디

바이스는 스마트폰이다. 넷째, SNS 중에서는 페이

스북이 뉴스 소비에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다섯

째,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젊은 세대에서 매우 빠르

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변화에 민감

하지 못한 세대로 여기기 쉬운 고연령층에서도 SNS

를 통한 뉴스 이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에 주

목할 만하다.

SNS 이용자 10명 중 7명이 3개 이상의 플랫폼

082 신문과방송 03 2015

혹은 기기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 뉴스를 접

하는 데 있어 어떠한 결합 형태로든 10명 중 9명은

PC를, 8명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한 가지 기기 혹은 플랫폼만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

람들 중에 가장 높은 비율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이다. 평소 뉴스를 이용할 때 가장 선호하는 기기를

하나만 선택하게 했을 때 스마트폰이 40%를 넘기

며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했다(41.3%). 다음으로는

TV(29.5%), PC(21.0%) 순이었고, 종이신문을 가장

선호한다는 응답은 5.3%에 불과했다.

‘뉴스 보기 위해’ SNS 이용

뉴스를 이용한 기기가 무엇이든, 그 기기를 가지

고 뉴스를 접한 방식 혹은 경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PC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더라도

그 경로는 포털이거나, 신문사나 방송사의 웹 사이

트이거나 혹은 SNS에 링크된 기사일 수도 있다. 스

마트폰을 통한 뉴스 이용 역시 포털 뉴스이거나 언

론사의 앱이거나 뉴스 전용 앱, 혹은 메신저로 받거

나 SNS에 링크된 기사일 수 있다. 어떤 기기를 통

해서든 뉴스를 접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아직

은 TV방송과 인터넷 포털이었다. 주목할 점은 ‘SNS

에 링크된 기사를 통해서’와 ‘주위 사람들이 보낸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서’ 뉴스를 접했다는 응

답이 각각 4위와 5위에 이를 만큼 높은 수준이었다

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용 신문사 사이트

나 앱, 커뮤니티나 블로그에 올라온 뉴스, 신생 인터

넷 방송사 웹 사이트 혹은 앱, 뉴스 큐레이션 서비

스, 뉴스알람이나 RSS 구독을 통해서 등 새롭게 부

상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페이스북 이용자는 조사대상자

1,200명 중 808명으로 67.3%였고, 트위터는 394명

으로 32.8%였다. SNS보다는 메신저로 출발했지

만 콘텐츠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장한 카카오톡 이

용자가 78.3%로 페이스북을 능가했고, 카카오스

토리 이용자도 68.2%로 페이스북 이용자보다 많

았다. 해당 SNS 사이트에서 뉴스를 얼마나 이용하

고 있는지 살펴본 결과,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이용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 1,2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

운 538명(45%)이었고, 카카오톡에서의 뉴스 이용은

30%, 카카오스토리에서의 뉴스 이용은 21%로 나타

났다. 트위터에서의 뉴스 이용은 17% 정도였다. 해

당 SNS 이용자들을 기준으로 보면, 예를 들어 페이

스북 이용자인 808명 중 66.7%가 페이스북 안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페이

스북 이용자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페이스북에서 뉴

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의 경우 전체

이용자 기준으로는 16.8%, 트위터 이용자 기준으로

는 51.3%가 트위터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

타났다[그림 1].

참고로 미국의 경우, 퓨리서치가 2013년 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뉴스 이용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SNS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으로 나타

났다. 전체 미국인의 64%가 페이스북을 이용하며,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전체 미국인

의 30%에 달했다. 트위터에서는 8%에 그쳤다[그림

2].1 사람들 간의 연결과 소식 전달을 기능으로 시

작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뉴스 소비의 플랫폼

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이나 트

위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3분의 2 혹은 최소한 절

반 이상이 해당 사이트에서 뉴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

083미디어 포럼

는 예상대로 나와 친구를 맺거나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

였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본연의 기능으로 당연

한 결과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높은 동기는 ‘뉴스

를 보기 위해서’로 다른 소셜 기

능을 앞서고 있었다. 페이스북

과 트위터가 사람들 간의 소식

나누기와 네트워킹을 위해서뿐

아니라 뉴스와 정보의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

사 결과이다[그림3, 4].

뉴스를 보기 위해서 페이스

북과 트위터를 이용한다는 동

기가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

지했지만 두 플랫폼에서의 뉴

스 이용이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우연적 소비로 평가받

고 있었다. 두 플랫폼 모두 80%

이상의 응답자가 뉴스만을 보

기 위해 들르는 것이 아니라 다

른 이유로 들렀다가 우연히 뉴

스를 보게 된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이

용하게 되는 이유는 페이스북

이 뉴스를 얻는 유용한 수단이

라서라기보다는 우연적인 소비

(accidental consumption)가 더 일

반적인 행태라는 것이다. 그러

나 다른 시각에서 분석해보면,

페이스북이 뉴스를 접하는 유

용한 수단이라는 평가가 33%로

이는 페이스북에서의 뉴스 이용이 의도적이라고 밝

힌 15%를 상회하고 있다. 트위터가 뉴스를 접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평가 역시 28%로 이는 트위터

에서의 뉴스 이용이 의도적이라고 밝힌 13%를 넘

[그림1] 한국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이용률-뉴스 이용 비율 (단위: %)

44.8

29.6

13.3

20.8

16.8

10.3

4.4

2.7

1.3

0.3

0.1

페이스북

카카오톡

밴드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유튜브

싸이월드

구글플러스

인스타그램

텀블러

핀터레스트

67.3

78.3

49.0

68.2

32.8

29.3

28.7

7.7

8.9

2

1.1

해당 사이트로부터 뉴스 이용

[그림2] 미국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이용-뉴스 이용 비율 (단위: %)

30

10

8

4

3

2

1

1

1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구글플러스

링크드인

레딧

인스타그램

마이스페이스

텀블러

핀터레스트

바인

64

16

51

3

19

14

3

15

4

5

12

해당 사이트로부터 뉴스 이용

*출처:퓨리서치센터(2013)

084 신문과방송 03 2015

어서는 비율이다. 결국,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들

렀다가 우연히 뉴스를 이용한다는 응답자 중의 일

부도 뉴스 소비를 통해 유용했다는 경험을 가지게

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SNS 뉴스 소비의 유용성과 문제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한 뉴스 이용은 나름

의 유용성과 더불어 문제점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SNS 뉴스 소비의 가장 큰 유용성

은 첫째, 뉴스 큐레이션의 기능에 있다. 기본적으

로 SNS를 매개로 한 뉴스 이용은 다양한 관심 분야

의 정보들을 한곳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예를 들면,

트위터의 경우 관심 분야 전문가 리스

트를 만들어 손쉽게 뉴스를 훑어볼 수

있다.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친

구가 추천해주거나, 내가 팔로우하는

언론사가 제공해주는 뉴스들은 탐색

비용을 줄여준다. 또한 이미 필터링된

상태로 이용자에게 전해지고 그중에서

이용자가 선택적으로 뉴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편의성과 유용성이 높다는 것

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둘째,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뉴스가

소비되기 때문에 뉴스 이용자 간, 혹은

뉴스 생산자와 전달자, 소비자 간 공유

와 공감, 맥락적 이해가 가능하다. SNS

는 개인적 차원의 뉴스 소비를 넘어 공

유와 확산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조사

결과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뉴스를 이

용하는 사람 넷 중 한 명은 ‘좋아요’를 누

르고, 열 명 중 두 명은 ‘공유’하고, 열 명

중 한 명은 ‘직접 기사를 링크’한다. 페이스북이나 트

위터는 출발 자체가 사회연결망을 기본으로 하기 때

문에 다른 어떤 미디어나 서비스에서보다 이용자들

간 연결 강도가 높고 주요 관심사에 대한 공유도 활

발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SNS의 특성은 뉴스 소비 행

위에서뿐만 아니라 뉴스 이용 시 참여 행위에서도 공

유와 확산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거기에 더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한 뉴스 이용에는 전문가

들의 간략한 논평과 함께 기존 매체에서는 접하기 어

려운 전반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서 전통적인 뉴스 소비와 차별화된다.

[그림3] 페이스북 이용 동기 (n = 페이스북 이용자 808)

친구게시글보기

페이스북뉴스이용

시간보내기

내소식알리기

기업/상품정보보기

게임하기

67.8

35.9 33.4

23.9

15.8

6.7

3.7

3 32.8

2.4

1.8

0

1

2

3

4

0

20

40

60

80

(%) 그렇다 평균(5점 척도)

[그림4] 트위터 이용 동기 (n = 트위터 이용자 394)

친구게시글보기

트위터뉴스이용

시간보내기

내소식알리기

기업/상품정보보기

게임하기

44.937.8

22.817.1 15.2 4.6

3.23.0

2.72.5

2.3

1.7

0

1

2

3

4

0

20

40

60

80

그렇다 평균(5점 척도)(%)

085미디어 포럼

셋째, SNS는 새로운 대안 미디어들의 뉴스나 콘

텐츠를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

이나 트위터가 유통 채널의 역할을 해줌으로써 신

생 콘텐츠 기업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이용자

측면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그러나 SNS를 통한 뉴스 소비에는 문제점도 따

른다. 첫째, 연성 기사의 확대재생산 문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는 유통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되

는 기사들이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기사인 경향이

높다. 이에 따라 언론사들도 소셜 미디어에 최적화

된 기사를 생산하고 유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

런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리스트

형 기사(리스티클)나 유머 등의 연성 기사 생산이 늘

어나고,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선정적 제목이나 기

사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가 첨부되기도 한다. 둘

째, 이러한 경향이 심해지면 저널리즘이나 공적 담

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약화될 우

려가 제기된다. 셋째, SNS를 통한 뉴스 소비는 사람

들로 하여금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듣기 싫은 소

식은 외면하게 할 가능성이 많다. 일종의 뉴스 편식

에 대한 우려다. 넷째, SNS상에서도 온라인에서 트

래픽을 통한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사 가로채기

나 베껴쓰기가 만연해질 가능성이 있다. 일명 디지

털 소매치기라고 불리는 활동을 하는 매체들이 생

겨나면서 저작권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또다시 실패해서는 안 돼

모바일 기기의 확산, SNS의 보편적 이용은 신문산

업뿐 아니라 모든 뉴스 미디어 기업에게 또 다른 역

조(riptide)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신문산업이 역

조에 휘말려 떠내려가고 있는 것처럼 모바일 세계

에서, 혹은 SNS 환경에서 또다시 똑같은 실패와 오

류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 기

업이든 새롭게 등장한 대안 미디어 조직이든 ‘모바

일’과 ‘소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셜 미디어에 링크되거나 공유되는 기사의

대부분이 기존 언론사의 뉴스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는 뉴스가 소비자를 찾아가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언론사들의 모바일 전략 중에 SNS 활용 전

략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SNS는 언론사/언론

인이 독자, 소비자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플

랫폼으로 이미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1 국내에서SNS를통한뉴스이용과비교해보면다소낮은수치로보이기는하나,미국에서의조사는2013년인터넷이용자가아닌전체

국민을대상으로실시된결과이기때문에현재시점에서의SNS에서의

뉴스이용률은더욱상승했을것으로예상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하는 두 번째로 높은 동기는 ‘뉴스를 보기

위해서’로 다른 소셜 기능을 앞서고 있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사람들 간의 네트워킹을 위해서뿐 아니라 뉴스와 정보의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이다.

미디어 포럼

086 신문과방송 03 2015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공모하는 연구과제 가운

데 문화와 관련한 주제가 나오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의아하면서도 반가웠다. 선정되고 나서는

정말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

에 한국 문화 저널리즘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의무감까지 생겨났다.

기자 출신으로 활발하고 꼼꼼하게 뉴미디어와 저

널리즘 연구를 수행해 온 한림대 김경희 교수, 특

유의 치밀함과 성실함으로 문화와 언론 현장에 대

한 문제의식을 지속 발전시켜 온 경희대 이기형

교수. 이들과 함께 한 ‘디지털 시대의 문화 저널리

즘 연구’는 그렇게 남다른 소명감과 책임감으로

시작되어, 지난 2014년의 여름과 가을을 열렬히

‘불태우고’ 한 권의 연구보고서로 매듭지어졌다.1

문화 기사의 우울한 현실

문화 저널리즘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

김세은 /강원대신문방송학과교수

보고서 ‘디지털 시대의 문화 저널리즘 연구’

‘흥미’와 ‘전문성’ 사이에서길을 묻다

087미디어 포럼

엇이 문화 저널리즘인지, 어떻게 해야 문화 저널리

즘을 진단하고 논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했다.

문화 저널리즘에 대한 체계적인 선행연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독일을 제외하고는 ‘문화 저널리즘’

이라는 용어조차 낯선 형편이다. 그런 만큼 여러 대

상을 탐구, 분석하여 한국의 문화 저널리즘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담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효율적이지

도 않다는 판단 아래 (아쉽게도) 방송과 잡지를 제외

하고 ‘신문의 문화 관련 보도’로서 문화 저널리즘을

한정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주요 일간지의 문화 관련 보도를 양적으로 분석

하여 10년 전과 비교하는 동시에, 일주일치 지면에

대한 질적 분석을 실시하여 각 신문의 특징을 입체

적으로 짚어내기로 했다. 우리 언론의 문화 저널리

즘 현황을 진단하고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외

국의 문화 저널리즘 현황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

기에, 문화 저널리즘 교육과정을 갖고 있는 독일을

비롯, 프랑스와 미국 사례를 연구할 적임자들을 찾

았다.

언론 현장의 보다 진솔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반

영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전·현직 문화부

기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다. 연령과 성

별, 직급을 고려했고, 대면 인터뷰 후에는 서면 질의

서를 보내 보완하도록 했다. 전문가적, 혹은 수용자

적 관점에서 날카로운 현실 진단과 미래 전망을 할

수 있는 문화평론가와 관련 언론학자들도 심층 인

터뷰하고 (또는) 서면 질의서를 받았다. 그렇게 해서

모두 26명의 목소리가 충실하게 담기게 됐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를 대상으로

2003~2004년과 2013~2014년의 각 1년 동안의 문

화 관련 기사들을 표집하여 내용분석한 결과,2 10년

전 1,080건에서 751건으로 줄어들어 양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그나마도 문화면에만 주로 게재되는 것으로 나

타났다. 10년 전에는 분석대상 기사의 12.5%가 1면

에 실렸지만, 최근에는 단 0.3%의 문화 기사만이

1면에 실려 ‘문화면’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

었다. 신문사에서 생각하는 문화 기사의 뉴스 가

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진단이 제기되는 것

이다. 이러한 현상은 독자들의 선호와 무관하게 광

고주의 선호나 언론사 경영진의 판단에 의해 뉴스

가치가 평가되는 우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회는 ‘인문학 열풍’으로 떠들썩한데, 정작 신

문 문화면에서 학술과 지식 관련 기사 역시 줄어든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인터넷 매체들이 주도

하는 대중문화의 보도 경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이다.

현재의 문화면이 학술 영역의 동향이나 진단

을 기민하게 보도하거나 전문성 있게 다루지 못하

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에

초점을 둔 기사, 문화 콘텐츠 중심의 기사가 줄어들

었다. 또, ‘지식/교양으로서 문화’를 접근한 기사와

‘오락으로서 문화’를 접근한 기사 모두 줄어들었고,

‘상품(광고)으로서의 문화’로 접근한 기사가 늘어

났다.

문화에서 오락으로, 비평에서 단순 전달로

이를 종합해보면, 신문에서 문화 보도의 비중은 줄

어들고 있으며 지면 내에서의 위상도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었다. 일부 신문들은 인터넷 뉴스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획/테마나 리뷰/비평 등을 늘

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일부 신문은 비판 저

널리즘을 상실하고 단순 전달형 뉴스를 생산하는

088 신문과방송 03 2015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신문의 구태의연한 기

사형식과 문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일부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일정한 성취와 더불어 보다 창의적인

양식성을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의 세 신문에 경향신문을 더해 문화 관련 기사

에 대한 질적 내용분석을 한 결과 몇 가지 특징이 관

찰됐다.

첫째, 과거에 비해 대중문화 그리고 특히 라이프

스타일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는 문화면 역시 일정한 확장과 더불

어 장르적 세분화가 나타나고 있다. 즉 고급 예술이

나 순수문학 등의 관습적인 영역을 넘어 비교적 다

양하고 분화된 관심사가 문화면에서 꾸준히 다루어

진다. 이러한 주제와 영역의 확장은 크게 확대된 문

화와 소비영역 그리고 대중의 일상적인 관심을 반

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지면 구성과 전체적인 레이아웃 등 문화

면 디자인은 언론사별로 차별성이 있었다. 별도의

문화섹션을 발행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경우, 전문잡지 형태의 디자인을 표방하거나 사진

과 이미지 등의 시각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여 비

교적 세련되고 감각적인 지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전체 지면에서 문화 관련 고정섹션

을 요일에 따라 특화시켜 발행하고 있으며, 정치, 경

제, 사회면 등과는 어느 정도 차별화를 두면서 지면

구성과 시각적 요소 활용 등에서 디자인 측면도 일

정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기사 스타일과 글쓰기 양식성에 있어서는

비평이나 해설보다 스트레이트성 단순 소개 기사나

행사와 동정 프레임을 담아내는 작업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양적 분석에서 드

러난 것처럼, 보다 유연하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글쓰기에 대한 시도는 많지 않았다.

해외 언론의 기품 있는 문화면

외국의 문화 저널리즘은 어떨까? 한마디로 문화면

혹은 문화 기사의 위상은 굳건하고 단단하다. 프랑

스 사례를 보면, 대중문화와 상품 홍보를 포괄하면

서도 어떻게 ‘기품 있는’ 문화면을 만들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지 알 수 있다.3

문화 상품에 대한 홍보성 기사와 인물에 대한 보

도가 문화면의 적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비판정신에 입각한 비평적 접근을 꾸준히

시도한다는 것이다. 기자들의 수준 높은 글솜씨와

전문성은 프랑스 문화 저널리즘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랑스의 문화 저널리

즘은 “상업주의에 대한 순응주의적 입장과 객관주

의적 입장을 조화롭게 반영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겠다.

독일 신문의 ‘포이통(Feuilleton)’ 즉 문화면에 실

린 기사들은 대부분이 비교적 긴 비평이며 그 내용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다.4 바그너의 작품에 관한

음악 비평이나 하버마스와 같은 철학자의 논점을

풀어내는 관련 기사들을 문화면에서 접할 수 있다.

포이통의 문화 비평은 일찍이 시민사회의 형성과

더불어 ‘단순한’ 문화 기사를 넘어 사회현상의 관계

와 변화를 논의하는 정치적 포럼 혹은 공론장으로

서 기능하고 있다. 독자들은 문화 비평을 담당하는

신문을 가리켜 ‘고급지’라 부르고 있으며, 포이통 지

면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타임스는 문화 관련 다양

한 현상과 양식들에 관해 매우 방대하고 체계적인

정보와 차별화된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독자의

089미디어 포럼

관심을 끌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조직적인

노력을 보여준다.5 아트섹션은 매체별 전문 기자/

비평가들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문화 관련 핵심 이

슈나 이벤트에 대해 작성하는 보도와 해설로 꾸려

진다.

또 문화/예술과 엔터테인먼트 가이드면을 따로

두고 뉴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방대한 문화 이벤

트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소상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비평가의 선택(Critics’ Picks)’이라는 상세한

리뷰를 싣는다.

위협받는 기자들의 자긍심

문화부 기자들은 자신의 작업의 질 그리고 전문성

과 관련하여 일정한 자긍심을 표출한다.6 인터넷 언

론과 블로거들이 생산해내는 수많은 글과 경쟁해야

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양질의 기사와 기획을 제

공하려는 문화부 기자들의 노력도 각별하다. 문화

부 기자들은 새로운 뉴스나 트렌드가 될 거리를 찾

아다니고, 신변잡기식의 혹은 비슷비슷한 인터넷

연예기사와는 차별화되는 기사 생산에 관해 고민하

며, 분석과 해설이 깃든 전문적인 기사를 쓰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자긍심과 노력은, 문화부를 핵심

이 아닌 주변적인 혹은 보완적인 부서로 인식하는

사내 관행이나 분위기, 인적 지원의 미비 등으로 인

해 때때로 위협받는다. 그와 함께 문화부 기자들은

온라인 및 ‘연예 저널리즘’의 확산을 중심으로 한 강

한 도전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크고 작은 인터넷

매체와 온라인의 강자인 포털이 생산하고 매개하는

연예 저널리즘의 영역과 영향이 매우 커지면서 문

화부 기자들의 역할과 활동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

향이 나타나고 있다. ‘외부’의 파워블로거나 네티즌

그리고 비평가 등의 작업과 비교할 때 문화부 기자

들은 전파성과 상호작용성, 심층성, 그리고 가변적

인 양식성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한계와 도전에 직

면해 있다.

대다수 언론사 문화부의 경우 ‘양질’의 문화 저

널리즘의 활성화를 위한 언론사 내부의 발상의 전

환과 제도적인 지원은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은 특히 문화부의 활동과 관련해서 무

엇보다도 인적 자원의 미비와 충원이 제대로 이루

어지고 있지 못한 측면을 주요한 문제점으로 들고

있다. 이는 문화 저널리즘을 좀 더 전문적이고 능동

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동력과 자원의 한계를 직접

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흥미로운 기사’와 ‘전문성 높은 기사’. 문화 저널

리즘이 나아가야 하는 길은 무엇일까? 디지털 시대

문화부 기자들의 역할과 활동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외부’의 파워블로거나 네티즌 그리고 비평가 등의 작업과 비교할

때 문화부 기자들은 전파성과 상호작용성, 심층성, 그리고 가변적인

양식성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한계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090 신문과방송 03 2015

에는 전문성만으로는 읽히는 기사가 될 수 없다. 수

많은 인터넷 언론들이 쏟아내는 가십성, 단발성, 속

보성, 그리고 흥미와 대중의 관심에만 주력하는 상

업적인 기사들에 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 저

널리즘은 흥미로우면서도 질적으로 우수하고 전문

성이 높게 표출되는 기사를 추구해야 한다. 문화부

기자들의 고뇌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 인식 전환 먼저

디지털 시대 상황에서 다양한 문화현상을 진단하

는 창의적인 해설과 비평, 품질 높은 기획 기사를 생

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문화부 기자들의 노동

강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체계적인 인적 지원, 취

재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문

화 저널리즘을 바라보는 언론사 내부의 인식의 전

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문화 기사는 빡빡한 일상에

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독자들에게 문화적 즐거움

과 감수성 그리고 지성적 깊이와 성찰을 제시할 수

있다는 고유의 역할에 주목하고, 그 가치를 높이 평

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문화부 기자들이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

고 기사와 비평을 생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과

인적인 충원, (재)교육 등의 기회들이 보다 활성화

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 관련 전문기자제도의 운용,

문화부 기자들의 역량을 배양하는 데 기여할 수 있

는 글쓰기와 비평의 대안성과 실험성이 보다 능동

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면밀하고 체계적인 독자 조사도 필요하다. 본

디 독자 조사는 우리 언론사들이 소홀히 여겨온 영

역이기는 하나, 문화 관련 기사들을 소비하는 주요

독자층에 관한 경험적인 조사나 사례 연구, 수용자

분석 등은 간헐적으로조차 수행되고 있지 못한 편

이다. 이는 문화 저널리즘이 대상화하는 독자층의

특성과 관심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이들의 눈높이

와 감성을 충분히 혹은 탄력적으로 수렴하지 못하

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정체되고 있는 독자

층을 확장하거나 이들에게 능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복수의 방안들을 모색하는 측면에서도 이러한

조사와 분석의 필요성은 매우 긴요하다.

문화는 그 어떤 분야보다 전문성과 심층성 그리

고 독창성과 실험정신이 필요한 부문이기에 보다

특화된 운용과 기획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며 변화를 모색하는 언론사는 매

우 드물다. 프랑스나 독일, 미국의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똑같은 신문의 위기, 온라인 환경하에서

도 문화 저널리즘은 결코 축소의 대상이 아니며 오

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추구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1 이글은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펴낸연구보고서‘디지털시대의문화저널리즘연구’(2014-21,김세은·이기형·김경희공저)의주요내용

을요약,발췌한것이다.인터뷰를통해한국의문화저널리즘에대한

진지한고민과성찰,전망을아낌없이공유해준기자와평론가,언론

학자들께깊은감사를표한다.

2 회전식표집방법을사용하여12일치를표집,분석했다.3 프랑스사례는김설아박사(건국대글로컬문화연구소)가집필했다.4 독일사례는윤장렬씨(베를린자유대박사과정)가집필했다.5 미국사례는김형신박사(연세대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집필했다.6 문화평론가나연구자들은문화부기자들의전문성이나역량에대한

평가에서문화부기자들의인식과는어느정도차이를보이고있다.

오늘날언론을통해서접할수있는문화저널리즘의역할과영향력은

과거90년대에비해그위상이나수준이약화되거나정체되고있다는

것이대다수연구자들이제시하는진단이다.문화면은여전히존재

하지만관성이나관행을넘어서언론사별개성이나분화된특징을찾아

보기는어렵다는진단도서면인터뷰과정에서상당부분제시됐다.

미디어 포럼

091미디어 포럼

한국방송학회 ‘스마트미디어 시대 시청점유율 조사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

업계 의견 제각각더뎌도 합일점 찾아내야

정미하 /아이뉴스24기자

TV시청률 조사방법이 2015년 시범 조사를 거쳐

2016년부터 새롭게 바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자문

기구인 미디어다양성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기

존 고정형 TV 이외에 스마트폰·태블릿PC 등 N스

크린에서 본 실시간 방송과 다시보기(VOD)를 합친

일명 ‘통합시청률’ 시범 조사를 2015년도에 실시하

기로 했다. 방통위는 새로운 시청률 집계 방식을 시

범적으로 시행한 이후 2016년부터 이를 공식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방통위와 한국방송학회는 지난

2015년 1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스마트미디

어 시대 시청점유율 조사의 현황과 과제’라는 토론

회를 열고 방통위가 마련 중인 통합시청률 조사 방

식을 처음 공개했다.

‘VOD 시청 포함’ 계획 중

현재 TV시청률 조사는 집 안에 설치된 고정형 TV

의 실시간 방송 시청 시간만 측정한다. 때문에 현

재 방식은 TV 프로그램 시청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정형 TV 외에 DMB나 N스크린 서비스를 통해

VOD나 실시간 TV를 보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는

데 비해 고정형 TV만을 대상으로 한 현재의 시청률

조사는 방송 시청의 상당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것

이다. 예를 들어 MBC ‘무한도전’ 시청률은 집 안에

설치된 고정형 TV를 통해 토요일 오후에 본방을 시

청한 것만 집계된다. 태블릿PC로 ‘무한도전’을 실시

간으로 보거나 IPTV의 VOD 서비스를 이용해 ‘무

한도전’을 본 사람이 많아도 TV시청률 조사에는 집

계되지 않는다.

방통위가 통합시청률에 새롭게 포함할 항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고정형 TV 외에 N스크린을

통한 실시간 TV시청률, 둘째, 고정형 TV 또는 N스

크린 서비스에서 보는 VOD 시청률이 기존 시청률

에 더해질 예정이다. 이날 축사에 나선 방통위 고삼

092 신문과방송 03 2015

석 상임위원은 “고정형 TV 시청 시간은 감소하고 N

스크린을 통한 시청 시간은 증가하고 있지만 현행

시청률 조사에는 반영이 되지 않고 있고, 야외 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본방을 놓치고 VOD를 시청하

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 역시 집계되지 않

고 있다”며 “방통위는 통합시청률 조사 기기에 PC

와 모바일 등을 추가하고, 시청 형태는 실시간 방송

뿐만 아니라 VOD를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한 방통위는 시청률 기초조사 방식을 유선전

화에서 면접조사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TV시청률 조사는 전국 4,000가구에 설치된 ‘피플

미터’라는 기계가 집계한다. 피플미터는 TV와 연결

해 시청 시간과 채널 등을 측정하는 장치다. 문제는

4,000여 가구를 선정하기 위한 기초조사가 유선전

화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성별·연령별

로 선발된 4,000가구는 2만 5,600가구를 대상으로

유선전화를 돌려 선발한다.

그런데 유선전화가 없는 가구가 전체의 30% 정

도다. 여기다 1인 가구와 젊은 층은 유선전화를 설

치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기초조사과정에서 빠진다

는 문제가 있다. 이에 방통위는 기초조사를 유선전

화가 아닌 주소 기반의 가구방문 면접조사로 진행

할 예정이다.

방통위 통합시청률 정책 최초 공개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광고홍보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의 주제 발표는 총 2개. 이 중에

서 2주제 발표를 맡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 성욱제 연구위원은 ‘통합시청점

TV시청률 조사 방법이 2016년부터 새롭게 바뀐다. 토론회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검토 중인 새로운 통합시청률 조사 방안이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093미디어 포럼

유율 합산 및 활용 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방통

위가 검토 중인 통합시청률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성 연구위원이 제시한 쟁점은 시청 조사대상 범

위 설정, 실시간과 비실시간 시청의 합산 기준, 시청

유형별 가중치 부여 여부, 동시시청 단말 처리방식,

패널 구성 유형에 따른 합산 방식의 차이, 사업자 데

이터 활용 여부, 누적 시청자 수 개념 도입 여부, 활

용 목적이나 발표 방식 등이다.

통합시청률의 조사 대상은 방송 프로그램으로

방송사의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시청자가 시청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또한 본방 프로그램과 길이가

동일하지 않은 일명 ‘짤방’도 조사 대상에 들어간다.

방송 전체 분량이 아니라 인터넷 등에 올라온 영상

도 조사 대상 범위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실제 소비 행태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옥외 시청 조사는 조사 대상이 되는 패널이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단말을 통한 시청 조사

에 국한된다. 성 연구위원은 “옥외 시청 조사는 현

재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비실시간 시청은 해당 프로그램이 최초 편성

돼 방영된 채널에 귀속된다. 예를 들어 tvN ‘미생’

이 tvN 이외의 채널에서 동시 편성돼 방영돼도 tvN

시청률로 귀속된다. 비실시간 시청, 즉 VOD 시청

률이 집계되는 기간은 본방송 이후 7일간의 시청분

을 합산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성 연구위원은

“VOD 시청 패턴, 조사예산 한계, 해외 사례를 감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들이 방통위에 제출

한 자료에 따르면 본방 이후 7일 동안 전체 VOD 시

청량의 46%가 소비되고 있다.

시청 유형별로 가중치는 부여하지 않을 예정

이다. 실제로 차이가 발생한다 해도 그 차이를 반영

할 수 있는 가중치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 사

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패널은 고정형 TV 프로그램 패널과 PC·모바일 패

널의 조사 결과가 동일한 가중치를 가진다고 가정

하고 패널 결과를 단순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예를 들어 고정형 TV 프로그램의 시청

시간이 100시간, PC·모바일 패널의 시청 시간이

10시간이면 총 110시간으로 계산한다.

사업자가 제공하는 전수 데이터는 활용하는 것

을 모색하고 있으며, 누적 시청자 수는 프로그램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소비됐는지 알 수 있

는 지표라 병기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통합시

청률은 물론 규제에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

만 성 연구위원은 “우선 시장에서 활용한 뒤 규제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

했다.

통합시청률의 조사 대상으로 방송 전체 분량이 아니라 인터넷 등에

올라온 일명 ‘짤방’도 들어간다. 이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실제 소비

행태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VOD 시청률이 집계되는 기간은 본방송

이후 7일간의 시청분을 합산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094 신문과방송 03 2015

새로운 시청률 조사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방송·통신사업자, 언론유관기관, 시청률조사회사

등 모든 토론 참석자들이 동의하지만 조사 범위와

방식을 두고 이견을 나타냈다. 이들은 프로그램 단

위별로 비실시간 시청을 어느 채널에 귀속시킬지,

본방 후 며칠 동안을 비실시간 방송으로 포함할지

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표했다. 동일시간에 서로 다

른 단말을 통해 각자 다른 채널을 시청한 경우의 처

리 방식부터 패널을 단일로 구성할지 복수로 구성

할지도 쟁점으로 부각됐다.

시청률은 미디어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매체의 광고단가를 결정하는 기초자료이기 때문에

방송 관계자들의 입장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이다. 때문에 하나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디어 업계 이해관계 저울질

우리보다 먼저 통합시청률을 도입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라별로 통합시청률의

조사 범위와 방식이 다르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

은 KISDI 정용찬 ICT통계분석센터장은 ‘해외 사례

를 통해 본 통합 시청조사 현황 및 시사점’이란 발제

에서 “통합시청률 조사는 세계적 추세이지만 자국

의 미디어 환경 차이를 반영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

했다.

영국은 BARB라는 별도의 기구를 통해 2013년

PC를 통한 비실시간 시청률을 측정하다 이후 범위

를 확장하는 방식을 취했다. 덴마크는 2013년 12월

부터 기존 고정형 TV 시청률에 방송 이후 7일까지

PC·태블릿·노트북을 통해 본 시청률을 더해 발표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덴마크와 같이 작은 나라임

에도 고정형 TV 패널과 별도의 패널을 운영해 통합

시청률을 측정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통합시청률 측정 자체가 방송사·

광고주 등 이해당사자가 기금을 출자해 시청률을

측정하고 검증하는데서 출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만큼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

의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VOD 시청이 활발한 젊

은 층에게 인기를 끄는 방송사들은 시청률 집계 방

식 변화에 환호를 표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부 종편

을 비롯한 보도 PP들은 손해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KBS 편성본부 오형일 편성전문PD는 규제 차

원에서 접근하는 통합시청률은 실시간 방송 시청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실시간 시청의

경우 여론다양성이라는 정책 목표와 거의 관련성이

없고, 비실시간 시청의 대부분은 여론다양성과 관

련이 없는 예능·드라마 등 오락 프로그램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YTN 이석제 DMB 정책기획팀장은 “뉴스의 경

우 특종이 아닌 이상 VOD로 보는 경우가 거의 없

기 때문에 VOD를 통합시청률에 도입하는 것에 의

구심이 든다”며 오히려 옥외 시청률 조사를 통합

시청률에 합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도 채널

은 서울역 등 공공기관에서 옥외 시청을 하는 경우

가 많다. 당장은 어려워도 옥외 시청률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이성춘 상무는 VOD 시청

률을 본방을 편성한 채널에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상파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방송된 뒤 다른 플랫폼에서 VOD로 서비스되는 걸

합산한다고 하지만 VOD용만으로 제작된 콘텐츠

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상무는 VOD 시청률

집계 기간을 4주 정도로 늘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095미디어 포럼

“VOD가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된 후에 이뤄지는

소비가 적지 않다”며 “방통위가 VOD 시청률 집계

기간을 재검토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닐슨코

리아 황성연 부장 역시 “비실시간 시청은 방송사가

아닌 제작사가 제공하는 경우도 있어 범위와 대상

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업계의 논쟁에 대해 일각에서는 통합

시청률 조사가 아니라 ‘시청률 만들기’라는 우스개

까지 나오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는 들어

가고, 불리한 데이터는 뺏으면 하는 사업자들의 이

해관계를 절묘하게 비유한 것이다.

학계 대표로 토론에 나선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

보학부 교수는 방통위의 중립적인 정책 추진을 주

문했다. 이 교수는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와 방송

플랫폼 사업자, 광고주 등 방송업계 관계자의 의견

을 청취하고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면서도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통

합시청률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

수는 통합시청률을 제안한 미디어다양성위원회가

초기 단계에서부터 논의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필

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자들의 막연한 의심을 불

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최민재 연구위원 역시 “새

로운 디지털 시장에 대한 측정 데이터는 특정 집단

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형태로 진행돼서는 곤란

하다”며 “통합시청률을 포함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

관련 데이터 산출방식에 대한 논의는 가능한 한 여

러 사업자들이 동의하고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진

행돼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통위는 막상 업계의 관심을 모은 통합

시청률 시범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미디

어다양성위원회 주무부서의 담당 과장인 방통위 김

재철 미디어다양성정책과장은 지난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2월에 공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시범 조

사 결과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결과에 만족하는 측

과 그렇지 않은 측으로 나뉘어 또다시 논란이 일 것

이다.

합리적 제도 마련 가능할까

미디어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통합시청률 조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에 방통위는

본래 2018년부터 시행키로 한 통합시청률 도입을

앞당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통합시청률 산정 방안

을 담당하는 ‘N스크린 시청기록조사 민관협의회’

의장인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날 “몇 차례 논

의를 해보니 사업자별 이해관계가 갈린다”고 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통합시청률 조사 방법과

관련해 관련 방송사와 조사기관의 합의를 이끌어내

는 것이 중요하다. 고 위원은 “방송산업 발전과 광

고산업 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갖고 합리적으로 제

도 개선을 하려 한다”는 포부를 밝히며 “민관협의체

를 구성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의견을 수렴하

고 이해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는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기보다 더

디지만 확실한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준웅 서

울대 교수는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자료에 의한 성

급한 제도화는 타당성에 대한 공격을 초래할 뿐”

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시청률도 초기에 서울지역

200가구를 대상으로 피플미터로 출발해 커버리지

를 확대하고 방법을 개선하면서 자리 잡았다. 방송

사업 이해관계자들과 시청률 조사업체의 다양한 요

구를 담아낼 합의를 방통위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방송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미디어 포럼

096 신문과방송 03 2015

한국 방송의 뉴스 편집자 1호는 이덕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덕근이 뉴스 편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해방 후 최초의 방송과장이며 보도부장1을

지낸 직속상관 이계원의 영향 때문이다. 이계원은

보도 분야를 관장하는 중간관리자로서 뉴스 편집을

주관했는데, 그 당시 편집 실무자로 이덕근 아나운

서를 기용한 것이다.2 따라서 그를 한국 방송 최초

의 보도 편집자라 일컫는 것이 합당할 것으로 보이

는데, 자칫 편집기자라고 단정하면 확대 포장을 넘

어서 참칭하는 듯한 측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덕근은 당시의 상황을 어느 인터뷰 자리에서 후

배 방송인에게 다음과 같이 회상하기도 했다.3

해방 직후라 뚜렷한 직책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았었

지. 뉴스는 방송해야 하니 독자적인 뉴스 편집도 있

어야 했고 뉴스원인 동맹통신이 문을 닫고 말았으

니 취재도 직접 해야 하지 않았겠어.…취재가 불가

피하니 방송기자 1호인 문제안(이덕근과 방송계 입사

동기 아나운서. 필자 주) 씨가 기자로서 명성을 올리

게 됐고, 활동적이 못 되는 나는 편집을 맡게 됐어.

말하자면 편집 책임자가 된 것이지.

학구적 자세로 ‘방송 편집 요강’ 만들어

이덕근은 1917년 3월 경기도 시흥 출신으로 1941년

일본 메이지대학 법과를 졸업했다. 그가 방송과 인

연을 맺은 것은 1943년 5월 경성중앙방송국 아나운

서 시험에 합격하면서부터이다. 그의 아나운서 생

활은 그리 알려진 기록이 없지만 어느 한 사료에서

잠깐 그 여운이 나타나긴 한다. 퇴역 방송인들의 어

느 좌담회에서 사회자가 그에게 “해방 전후해서 이

덕근 씨께서는 뉴스, 낭독 같은 것을 잘 하셔서 인기

를 끄셨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데요”라고 질의하

는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4 그러나 그는 내향적인

성격에다 그 당시 차분하게 앉아 뉴스 편집에 전념

김성호 /언론학박사·전광운대정보콘텐츠대학원장

최초의 뉴스 편집자 이덕근과 후임 편집자들

편집 가이드라인 만든선구적 방송인

| 광복 70년, 방송기자 탄생 70년 기획 시리즈 3

097미디어 포럼

할 인력 또한 없어 그에게 그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덕근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뉴스 편집 분야

에서 일하게 됐는데, 본업인 아나운서에서 뉴스 편

집자로 전직하여 편집 일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그

가 편집 데스크 역할을 했을 당시, 상사는 이혜구 국

장과 이계원 과장이었다. 그는 이 방송국 선배들이

인격적으로나 업무 측면에서 모범을 보였기에 보도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군정 당국

의 보도 담당 고문관도 그들이 제시한 방송 규제를

벗어나지 않는 한 보도의 자유를 허락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그는 건전하고 시류에 맞는 보도 자료

를 추려내 전파에 실어 보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

덕근이 좋은 뉴스를 생산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에

대한 선배들의 굳건한 신뢰와 그 자신의 일상화된

학구적 자세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덕근은 1946년 4월 1일 직제 개편으로 방송과

가 방송계와 편집계 체제로 개편되면서 편집계장으

로 임명되어 뉴스 편집에 대한 책임을 맡았다. 이 자

리는 뒤에 거론할 전제옥, 강준원, 조한긍 등으로 이

어지지만5 시대가 워낙 격변기라 직제 개편과 인사

이동이 너무 잦았다. 이에 이덕근도 얼마 후 편성계

장으로 자리를 옮겨갔으며, 다시 몇 개월 후엔 연출

과장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그는 이 새 보직 자리에

서 업무를 추스르고 있을 때인 1947년 9월경 ‘방송

뉴스 편집 요강’을 작성하게 됐다. 미군정 당국은 좌

우익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방송국에서 공산당에 포

섭된 직원들이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라디오

방송 규칙’을 만들게 됐는데, 이 규칙을 가시화할 방

송 보도의 기준이 요구됨에 따라 이 분야의 경험자

서라벌예대 방송학 교수 시절의 이덕근 전 아나운서. 1967년 방송의 날 방송공로상을 받고 있다.

098 신문과방송 03 2015

이자 학구적 능력의 소유자인 이덕근이 이를 맡아

작성하게 된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제1항 “뉴스는

객관적인 사실로서 새로운 의미를 가져야 한다”에

서부터 시작하여 제8항 “외래어와 경어 사용 문제

는 연구되어야 할 과제이다” 등의 요강이 핵심이다.

이덕근은 이 요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예문을 별

도로 작성했으며, 서울중앙방송국에서는 이것을

50페이지 분량의 소책자로 발행했다. 이러한 상황

전반을 인지할 때, 그는 한국 방송 최초의 뉴스 편집

자이자 뉴스 편집 가이드라인을 만든 선구자적 방

송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제옥, 강준원, 조한긍

이덕근은 1953년 방송계를 떠나 신문계로 진출하여

서울신문에서 1960년 4월까지 월간부장, 조사부장,

문화부장, 상임논설위원 등을 거치며 신문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4·19혁명에 큰 쇼

크를 받고 그날 스스로 물러나와 야인 생활을 하다

가, 1965년 서라벌예술대학 방송과 교수가 됐다. 방

송학 교수로의 부임은 방송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 교수들 가운데에서도 한국 최초라는 영예를

지니게 됐다. 그는 서라벌예술대학을 흡수 합병한

중앙대 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17년간의 교수 생

활을 마감하고 1982년에 65세로 정년퇴임했다. 그

를 기리는 고희기념문집6의 앞부분 한 장에는 다음

과 같은 그의 근작시가 실려 있다. “정년에/다시 또/

무엇을 구하랴//시골에/돌아가/여생을 부치리.” 그

는 그렇게 수원 근교의 한적한 곳에서 선비로 일상

의 삶을 영위하다 2007년 90세로 별세했다.

이덕근에 이어 편집계장을 맡은 이는 전제옥

이다. 그는 영문학을 전공한 학구파로 미군 진주와

함께 방송국에 들어왔는데, 영어에 능통하여 미군

고문관에게 매일 뉴스 아이템을 보고하다 보니 국

내외 정세에 밝고 뉴스 다루는 솜씨도 익히게 되어,

아예 편집계장으로 눌러 앉게 됐다. 그러나 중요한

뉴스 편집은 언제나 이계원 방송과장의 손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이계원은 방송에 대한 책임감과 열

정이 매우 크고 높아서 방송을 위해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휴일에도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방

송과 함께 숨을 쉬었다.7 한편 전제옥은 얼마 후 편

집계장 자리를 떠나 서울대로 옮겨 영문학 교수로

서 교육과 연구에 전념했다.

전제옥이 서울대 교수로 옮겨가자 편집계장의

뒤를 이은 이는 강준원 기자이다. 그는 문제안, 조

동훈 등과 함께 방송기자로 활약했으나 주로 안에

서 편집을 담당했기 때문에 곧바로 편집 실무책임

자로 승진할 수 있었다. 그는 방송국에 처음 들어갔

을 때를 회고하면서 자기는 남의 글을 베끼는 사자

출(寫字出), 필생(筆生) 기자라고 했다. 그것은 합동

통신이나 조선통신에서 방송에 적합한 뉴스를 추려

아나운서가 읽기 편하게 정서하는 일을 맡았기 때

문이다. 그는 영어에도 능통하여 미군 고문들이 집

필한 ‘뉴스 속의 뉴스(한 주간의 뉴스리뷰)’를 번역하

이덕근 전 아나운서의 고희기념문집 표지 일부.

099미디어 포럼

해방 후 이계원은 보도 분야를 관장하는 중간관리자로서 뉴스 편집을

주관했는데, 그 당시 편집 실무자로 이덕근 아나운서를 기용했다.

이덕근이 좋은 뉴스를 생산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에 대한 선배들의

굳건한 신뢰와 그 자신의 일상화된 학구적 자세가 작용했다.

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국의 보수가 워낙 형편이 없

어 오래 근무할 수가 없었던지 편집계장과 기자 생

활을 합해 약 2년 만에 이직하고 다른 직장으로 옮

겼다.8

강준원 다음으로는 조한긍이 편집 책임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46년 미 군정청 공보부의 보

도 관계 직원으로 들어가서 1947년 6월 서울중앙

방송국 방송과 편집계로 전근되어 보도 업무에 종

사하기 시작하여 무려 10여 년간 뉴스 방송에 전념

했다. 그는 성격이 꼼꼼하고 끈기가 있어 하루 종

일 일하는 동안 자리를 뜨는 일이 없었으며, 1948년

8월 정부 수립 시기에 초대 사무관으로 승격된 것으

로 회고한 적이 있기도 하다.9

방송 인물 탐구의 어려움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문헌을

찾을 수 없어 그 논증조차 어려운 상황인데, 한국언

론재단이 펴낸 방대한 언론인물사전10에도 조한긍

뿐만 아니라 강준원이나 전제옥 등이 기록되어 있

지 않아 인물 탐구에도 어려움이 많다.

조한긍은 1951년 서울 수복 선발대에 서울중앙

방송국 기술자들과 함께 보도 기자를 대표해 참여

하기도 했으며, 전후에는 외국으로도 눈을 돌려 ‘해

외 논조’ ‘해외 신문’ 같은 프로그램을 새로 편성했

는데, 이때에도 뉴스 편집은 그가 직접 담당했다.

1952년 12월 현재 문헌11을 보면, 조한긍은 뉴스편

집실 소속으로 가장 위쪽에 기록되어 있고, 그 다음

으로 한영섭, 이건정, 조용하, 양무용 등이 이어 등

재되어 있다. 그는 1957년경 공보부 방송관리과 지

도계장으로 자리를 옮겨 관리자로 수련을 쌓은 후

그 다음 해 8월 춘천방송국장으로 승진되어12 근무

하다가 퇴임 후 병을 얻어 요절했다.13 그에 관하여

는 필자가 지난 연말에 펴낸 저술서14에 보다 상세

히 기술되어 있다. 이 밖에 1950년대 이후의 방송 편

집기자 탐구는 후학들의 몫으로 넘긴다.

1 해방후미군정기인1946년보도부직제가잠깐동안시행된시기가있었다.보도부산하에방송과,편집과등2개를두었는데,이당시

보도부장은해방후방송과장을지낸이계원이었다.(한국방송공사.

한국방송사.1977.p.143.)

2 노정팔(1995).한국방송과50년.나남출판.p.28.3 문시형(1990).“방송인출신으로후학양성에전념해온방송계의

선비이덕근”.방송9012월.pp.79~80.

4 이규일외(1957).“방송30년을돌이켜보면-퇴역방송인좌담회-”.방송.2월.p.33.

5 한국방송공사(1977).한국방송사.p.144.6 우화이덕근교수고희기념문집<산있고물있고>.호서문화사.1986.7 노정팔.앞의책.p.27.8 앞의책.pp.27~28.9 유병은이방송사료편찬위원회와함께조한긍과대담을필사본으로

엮은“방송인들의회고”pp.67~68참조

10 정진석(2008).한국언론인물사전1883-2009.한국언론재단.11 공보부방송국편.직원록.1952.12.31.현재.pp.10~11.12 ‘주간방송’편집부(1958).“조한긍씨임명-춘천방송국장서리”.

주간방송.27호(1958.8.21).p.2.

13 노정팔.앞의책.p.262.14 김성호(2014).한국방송기자통사.21세기북스.pp.191~195.

미디어 포럼

100 신문과방송 03 2015

보도 개요

1.제목:줄기세포신화의진실

2.매체:MBC‘PD수첩’

3.취재:한학수,김현기(CP최승호)

4.최초보도시점:2005년11월22일

5.탐사영역:의료

6.웹:http://www.imbc.com,

7.수상

1)한국언론정보학회제정2005올해의기획보도상

2)2006‘올해의PD상’등

‘황우석, 美-中과 생명공학 공동연구.’

2015년 2월 9일 한 종합일간지 1면에 나온 기사의

헤드라인입니다. 황우석 박사가 미국 줄기세포 권

위자와 중국 줄기세포 회사와 함께 제주에서 공동

연구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일

간지는 1면 스트레이트 기사뿐만 아니라 6면에 해

설기사와 28면을 털어 전면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영웅급’ 대우를 해준 겁니다. 인터뷰 기사에는 황

박사가 실험하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사진 속의 황

박사는 분명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클린 히트’ 친 진짜 탐사보도

대법원은 황 박사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파면은 정당했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황 박사는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

한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2006년

4월 서울대에서 파면된 바 있습니다. 황 박사가 데

이터 조작을 지시했다고 본 겁니다.

대법원은 또 연구비 7억을 횡령하고 생명윤리를

위반한 혐의도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2014년 2월 27일 있었습니다. 확정 판결을 받은 지

이규연 /중앙일보논설위원·문학박사(과학언론전공)

살아 있는 신화와 절대 권위에 도전한 ‘황우석 보도’

과학·정치·주류 언론의 카르텔을 깨다

| 세상을 바꾼 보도 3

101미디어 포럼

일 년도 안 돼 미소 띤 모습으로 일간지에 대서특필

된 겁니다. 황 박사는 분명 강심장의 소유자임에 틀

림없습니다. 아무튼 이 기사는 황우석 사태가 남긴

숙제를 우리 사회가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음을 보

여줍니다.

지금도 강하게 남아 있는 황우석의 신화. 10년

전인 2005년에 황 박사는 ‘과학 대통령’ ‘대한민국의

영웅’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신화와 절대권위에 ‘PD

수첩’은 도전했습니다.

그 시작은 2005년 6월 1일 오후에 시작됐습니다.

영화 ‘제보자’에 나온 그 제보자(유영준 박사)가 ‘PD

수첩’ 인터넷 게시판에 운명의 글을 올린 겁니다. 글

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황우석 교수는 국민적 영웅 수준으로 떠올라 있으

며, 국가의 지원과 여론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습

니다.…부정한 방법으로 쌓은 명성은 한 줌 바람에

날리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신념 하나로 이

렇게 편지를 띄우니, 부디 저버리지 마시고 연락 부

탁합니다.”

노무현 정부와 주류 언론에 절

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던 황우석을

검증하는 것은 정치 실세를 건드리

는 것보다 위험한 도전이었습니다.

제보 접수 전날, ‘PD수첩’은 15주

년 특집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

하여’를 내보냈습니다. 당시 최승

호 CP(현 ‘뉴스타파’ 앵커)는 그 방송

을 마무리하며 “PD수첩은 능력이

모자라서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적

은 많았지만 압력 때문에 피해 간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제보

자는 이 방송을 보고 글을 올렸습니다. 한학수 PD

가 취재를 맡았습니다. 제보자를 만났고 전문가들

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취재 5개월 만에 첫 보도가 나왔습니다. 생명윤

리 위반 사실과 석연치 않은 연구 과정의 의혹을 제

기했습니다. 즉각 정치권과 과학계, 주류 언론에게

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광고불매 사태가 벌어지

고 황 박사 지지단체의 규탄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

졌습니다. 한때 ‘PD수첩’은 대한민국의 ‘왕따’가 됐

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황 박사의 가면은

서서히 벗겨집니다. 2탄, 3탄, 4탄, 5탄, 보도가 이어

질수록 황 박사의 혐의는 짙어졌습니다. 급기야 생

명윤리 위반뿐만 아니라 논문 조작, 횡령 사실이 드

러났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국가 미래의 먹

거리로 여겼던 배아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탐사보도의 조건을 네 가지로 꼽습니다. 첫

째, 철저하게 은폐된 사안에 도전해야 한다. 둘째,

이를 집요하게 심층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셋째, 사

회적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넷째, 더 나은 미래를

‘PD수첩’의 황우석 사건 보도 당시 화면.

102 신문과방송 03 2015

열어가야 한다. 이런 면에서 ‘PD수첩’의 황우석 보

도는 ‘클린 히트’였습니다. 철저하게 은폐된 위선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

며, 과학과 정치의 신뢰성 회복이라는 소중한 가치

를 수호했습니다.

감히 언론이 과학을 검증해?

과학은 언론 검증의 대상일까요. 저널리즘의 상식

으로는 당연히 그렇습니다. 각 분야가 고유한 전문

성을 방패로 검증을 피해간다면 저널리즘은 설 땅

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던 한국 풍

토에서 당연한 명제마저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주류 과학계는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언론

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분자생물학적 성과물을

폄하하는 무모한 행위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

학계는 그렇더라도 대부분의 언론까지 ‘PD수첩’을

공격했습니다.

기고와 사설, 취재기가 넘쳐났습니다. 보도 내용

의 허점을 집어내는 게 아니라 감히 방송사 PD들이

정밀과학에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논조였습니다. 칼 포퍼 같은 철학자의 말

을 빌리지 않더라도 과학은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검증할 수 없는 명제라면 과학일 수 없다는 근대정

신은 ‘과학은 객관이고 사실’이라는 신화에 갇혀 있

었습니다.

과학계는 검증 대상에서 비켜나기 십상입니다.

어려운 용어와 수치, 화학공식을 열거하면 언론

은 대개 검증을 중단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PD수첩’은 검증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황 박사

연구 성과의 허구를 확증해내기 위해서는 당시 국

정원의 보호를 받던 서울대 수의대 실험실의 줄기

세포가 있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접근 자체가 불

가능했습니다. 겨우 서울대 실험실 밖에 있던 일부

줄기세포 샘플을 구해 기초 테스트를 할 수 있었습

니다. 이 시료를 전문가에게 보내 검증한 결과, 황

박사의 연구 성과가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는 심증

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김선종 연구

원을 찾아갔습니다. 김 연구원은 황 박사 지휘를 받

으며 줄기세포를 배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김 연

구원에게서 황 박사가 줄기세포 2개를 11개로 부풀

리라고 지시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확보하게 됩

니다.

“황 박사의 주 전공은 줄기세포가 아니었다. 분

자생물학 영역에서 전문지식을 쌓아온 인물이 아니

었다. 특히 수의과 교수로서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풍부한 식견을 갖고 있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스

스로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일부 황 박사 지지자들

은 여전히 이를 믿지 않는다. 아직도 일부 일간지조

차 황 박사가 한국의 생물공학 산업을 영도해줄 영

웅으로 여긴다. 과학의 정치화가 남긴 부작용이다.”

최승호 앵커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당시 정

치권은 황우석 브랜드를 통해 정치적인 목적을 달

성하려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생물공학을 정보

통신에 버금가는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싶었습

니다.

그러다 보니 대중스타인 황 박사를 영웅으로 띄

우려 했습니다. 청와대, 장관, 국회가 황 박사를 치

켜세웠습니다. 야당의 유력 인사들 역시 황 박사의

실험실과 목장을 찾아가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보

혁, 여야를 막론하고 황 박사를 추앙했습니다. 청와

대와 정부가 ‘PD수첩’ 보도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

인 이유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영웅을 부정할 수 없

는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과학의 정치화의 덫을 청산한 것은 과학계의 거

103미디어 포럼

‘세상을 바꾼 보도’로 ‘황우석의 신화’를 택한 이유는 이 보도가 중요한

이슈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정치·언론과 정밀과학은 어떤 관계를 유지

해야 할까요. 취재 윤리는 어디까지 허용이 될까요. 정답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슈를 생각하고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진전입니다.

물이 아닌 소장 학자들이었던 점은 매우 흥미롭습

니다. ‘PD수첩’이 코너에 몰려 있을 때 소장 학자들

이 황 박사 논문에 실린 사진에 문제가 있다는 편지

를 보내왔습니다. 이들이 생물학 내부 공유망을 통

해 이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황우석 신화는 결정적

으로 금이 갑니다. ‘PD수첩’이 개시자였다면 종결

자는 소장학자였던 셈입니다.

취재 윤리의 한계는 어디인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완구 씨에 대한 청문회를 앞

두고 한국일보 기자의 취재 윤리 논란이 벌어졌습

니다. 이완구 씨는 한국일보 기자를 포함해 현장 기

자 4명과 김치찌개로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부적

절한 발언을 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는 이를 몰래

녹음했고, 그 녹취 파일은 국회의원 보좌진을 통해

KBS로 넘어갔습니다. 자신이 여러 사람과 함께 참

석한, 공개된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포함해 녹

취한 것은 불법이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녹취

한 내용을 제3자에게 넘긴 부분은 취재 윤리 논란

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선진사회가 될수록, 사회는

언론에 강한 윤리를 요구합니다. 이를 예민하게 받

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취재 결과를 얻었

더라도 비난으로 둘러싸인 광장에 외롭게 서게 됩

니다.

황우석 취재가 그랬습니다. ‘PD수첩’이 적대적

인 정치권, 언론계, 과학계와 맞서 자신의 존재를 입

증해냈지만 취재 윤리의 덫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한학수 PD는 김선종 연구원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검찰 수사가 곧 시작될 텐데 진실을 얘기하면 도움

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취재 기법

이지만 시각에 따라 취재원에 대한 부당한 압박과

회유로 보일 수 있었습니다.

한 PD의 발언 내용이 YTN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론은 사나워졌습니다. ‘PD수첩’ 입장에서는 가혹

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비난의 강도는 거셌습니다.

이 문제로 사내 징계위원회가 소집됐고 최승호, 한

학수 PD는 징계를 받게 됩니다. 이에 대한 최승호

앵커의 입장입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억울한 감정은 없다. 취재 일

정의 압박을 받아 욕심을 부린 것은 사실이니까.”

제가 ‘세상을 바꾼 보도’로 ‘황우석의 신화’를 택

한 이유는 이 보도가 앞으로 곱씹어 봐야 할 중요한

이슈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정치·언론과 정밀과학

은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할까요. 취재 윤리는 어디

까지 허용되고, 어디까지 비난의 대상이 될까요. 정

답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슈를 생각하고 토

론하는 것만으로도 진전입니다. 그런 면에서 ‘황우

석 신화’ 보도는 현재이자 미래의 화두입니다.

미디어 월드 와이드

미국

언론의 불편부당 객관주의가 키운

‘홍역 확산’/서수민

프랑스

방송법에

‘여성 인권 존중’ 조항 추가/최지선

일본

NHK, ‘공영방송’에서

‘공영미디어’로 진화 모색/곽선영

영국

BBC ‘뉴스의 미래’ 보고서

지역뉴스 확대 논란/김지현

중국

“한국을 배워라”

문화산업 육성에 팔 걷어붙인 중국/소현정

105미디어 월드 와이드

미디어 월드 와이드

언론의 불편부당 객관주의가 키운‘홍역 확산’

미국에서는 근래 최악의 홍역 집단 발병 사태가 일

어난 것을 두고 언론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예방접

종이 자폐증을 야기한다는 연예인 등의 이야기를

언론이 적극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함

으로써 어린이들의 예방접종률을 낮췄고, 이것이

결국 집단 발병으로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언론이 예방접종 음모론 확산

올해 들어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17개 주에서

154명이나 홍역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어린이들이

많이 가는 디즈니랜드 등에서 발병자가 집중 발생

했다. 홍역은 감염성이 매우 높아 감염자와 같은 공

간에 있기만 해도 면역력이 없는 이들의 80~90%가

옮을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사망이나 장애의 위험

까지 안길 수 있는 만만치 않은 병이다.

미국은 이미 2000년 홍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포한 바 있다. 1963년 홍역 예방접종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해마다 수백만 명이 홍역에 걸리고 이 가

운데 수천 명이 사망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홍

역은 미국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병이 됐다.

최근 다시 홍역이 발병한 것은 홍역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괴담’이 확산돼 어린이 예방

접종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논란의 기

원은 1998년 영국의 앤드류 웨이크필드 박사가 저

명 의학잡지 랜싯에 돌 무렵 접종하는 홍역·볼거

리·풍진(MMR) 복합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기고하며 시작됐다. 이후 논문은 허

위로 드러났고, 웨이크필드 박사는 의사 면허를 박

탈당했다. 이후 그 어떤 과학적 연구도 예방접종과

자폐증의 관계를 확실히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논문이 공식으로 철회되기까지는 무려

12년이 걸렸으며, 이미 자폐아 부모들 사이에서는

서수민 /컬럼비아대저널리즘스쿨박사과정

U.S.A

106 신문과방송 03 2015

‘예방접종=자폐증’이라는 공식이 마음속 깊이 각

인된 상태였다. 급증하는 자폐증의 원인에 대해 기

존 의학 연구가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다국적 제약회사가 이윤 극대화

를 위해 각국 정부에 로비를 해 예방접종을 의무화

하고 있고, 이에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예방

접종 회의론자들의 주장이 그럴싸하게 들렸기 때문

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음모론’의 확산에 미국의 주

류 언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텔레비전의 사랑을 받은 금발머리 연

예인, 제니 매카시가 있다.

1972년생인 매카시는 플레이보이 누드모델

로 연예계에 진출한 뒤 연기와 토크쇼 등에서 활발

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2007년 아들 에반이 2년 전

MMR 예방접종을 맞은 뒤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활발한 방송과 저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아들처럼 예방접종이 건강한 어린이를 자폐

증 환자로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자폐증을 ‘치

료’하기 위해서 각종 민간요법 등을 적극 활용할 것

을 권하고 있다.

전문적 판단 대신 ‘기계적 객관주의’

의학 전문가와 거리가 먼 매카시를 자폐증 전문

가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CNN과 ‘오프라 윈

프리 쇼’ 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이었다. 매카시는

CNN에서 “예방접종으로 자폐증에 걸리느니, 차라

리 다른 전염병에 걸리는 게 낫다”며 “우리의 예방

접종 거부권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미국의 저명 방송국 ABC는 여기서 한발 더 나

아가 2013년 낮 토크쇼 ‘더 뷰’에 매카시를 패널 멤

버 중 한 명으로 1년간 출연시켰다. 뉴스 프로그램

은 아니지만 정통 언론인으로 신뢰도가 높은 앵커

출신인 바바라 월터스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매카

시를 출연시키며 매카시의 권위에 힘을 실어준 것

이다.

매카시의 잇따른 텔레비전 출연 배경에는 그의

매력적인 외모뿐만 아니라 말도 꽤 조리 있게 하는

등 텔레비전 시청률을 높일 만한 여러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

게 의학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판단을 내

리는 대신, 양쪽의 견해를 소개하는 미국 언론의 ‘기

계적 객관주의’도 매카시 논란을 확산시킨 한 요인

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브랜던 나이

헌 다트머스대 교수는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 기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판된 제니 매카시의 책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

107미디어 월드 와이드

고문에서 “저명 언론사조차 허무맹랑한 매카시의

믿음을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예방 접종을 둘러싼 미국 언론의 관망적인 보

도 양태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예방접종 관련 ‘논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

히는 상황에서도 “백신 논란, 정치 논란으로 불거

져”라는 식의 보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미디

어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온더미디어’가 최근 보도

했다. 물론 언론만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

니다. 정계에서도 의사출신인 랜드 폴 켄터키 상원

의원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예방접종

거부권을 지지하는 듯한 견해를 밝혔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자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한 바 있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잘못된 언론보도

이와 같은 ‘논란 아닌 논란’은 급증하는 자폐증에 대

한 불안감, 기존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 등 미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장의 공

중 보건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

러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이번 홍역 사태의 진앙지인 캘리포니아에

서는 필수 예방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의사의 허락

없이는 예방접종을 거부하기 어렵게 하는 새로운

법안이 상정돼 있다. 개인의 신념이나 종교적인 이

유로 예방접종을 거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

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언론도 의학 등 관련

보도 때 무조건적인 ‘불편부당’을 추구하기보다는

더욱 냉철하게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접종 영유아들의 발

병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잘못된 언론 보도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

이다.

참고문헌

Brendan Nyhan. (July 16, 2013). Why ‘he said,’ ‘she said’ is

dangerous. Columbia Journalism Review.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Measles cases and

outbreaks. http://www.cdc.gov/measles/cases-outbreaks.

html

On the anti-vax non-troversy. (Feb. 6, 2015). OntheMedia.

의학 전문가와 거리가 먼 매카시를 자폐증 전문가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CNN과 ‘오프라 윈프리 쇼’ 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이었다. 매카시는

CNN에서 “예방접종으로 자폐증에 걸리느니, 차라리 다른 전염병에

걸리는 게 낫다”며 “예방접종 거부권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108 신문과방송 03 2015

미디어 월드 와이드

사람들이 ‘프랑스’ 하면 떠올리는 여러 이미지 중 하

나는 평등과 기존의 권위와 체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다. 그중에서도 남녀평등의 이미지가 강

하다. 사실 프랑스인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면

소위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다른 나

라, 다른 사회와 비교해 볼 때 크게 차이가 나는 것

이 아님에도 프랑스가 그러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

은 제도적으로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방향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인권 존중 심의’ 시작

프랑스 정부는 사회 문화적으로 급변화를 가져온

68혁명 이후, 집권 정당의 좌우 이념과 상관없이 지

속적으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제도

변화를 이루고 있다. 남녀 임금 평등법, 학교에서의

남녀평등 교육 등이 이러한 예이다. 지난 여름 채택

된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한 2014년 8월 4일 법’에

서부터 가장 가까이는 2월 6일 시행이 발효된 시청

각최고위원회의 ‘방송사들의 여성 인권 존중에 관

한 심의’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지난 2월 6일 시청각최고위원회는 ‘방송사들의

여성 인권 존중에 관한 심의’를 발표했다. 이는 지

난 2014년 1월부터 의회에서 논의를 시작하여 지난

7월 상하의원에서 모두 채택된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한 2014년 8월 4일 법’에 기반하여, ‘1986년 9월

30일 방송법’에 방송사들이 여성 인권을 존중하는

방송을 하도록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는 결정을 골

자로 하고 있다.

이미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한 2014년 8월 4일

법’은 시청각최고위원회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남

녀가 평등하게 재현되고 있는지, 여성의 이미지가

전형화되지 않고, 성적 편견이나 품격이 떨어지는

최지선 /파리2대학박사과정

방송법에‘여성 인권 존중’ 조항 추가

France

109미디어 월드 와이드

이미지, 가정에서와 그 밖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

이 프로그램에서 나타나지 않는지”를 감독할 의무

를 추가했다. 이를 위해 ‘1986년 9월 30일 방송법’에

는 “방송법 44조에 명시된 방송사, 텔레비전 전국

채널과 라디오 채널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여

성 폭력이나 성적 편견을 철폐할 수 있도록 기여하

며, 양적, 질적으로 프로그램에서 남녀의 평등한 재

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청각최고위원회에 연례

보고서를 통해 그 내용을 보고하도록 한다. 시청각

최고위원회는 이 조건을 방송사들과 협의하여 정

한다”라는 20-1-A 조항이 추가됐다.

시청각최고위원회의 이번 심의는 전국으로 방

송되는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사 편집국장들과

협의를 한 결과이다. 여기에서 결정된 구체적인 내

용은 20-1-A 조항에서 언급되는 프로그램 및 방송

사들이 시청각최고위원회에 보고하는 남녀 재현의

평등성을 측정하는 양적, 질적 기준 등으로 구성되

어 있다. 우선 방송사들이 남녀 재현의 평등을 구현

하도록 하며, 시청각최고위원회가 감독하는 프로그

램들은 모든 포맷과 장르의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한다. 즉, 시청각최고위원회는 단편 프로그램, 일회

성 프로그램, 시리즈물 등 모든 형태의 프로그램, 픽

션, 다큐멘터리, 토론 프로그램 등 모든 장르의 프로

그램에서 남녀가 평등하고,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주지 않도록 하는지를 감독하게 된다.

방송사 인력 구성도 양성평등

두 번째로, 남녀 재현의 평등성을 측정하기 위한 양

적 평가 기준은 뉴스, 매거진 프로그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스포츠 중계 방송, 다큐멘터리 등의 프로

그램에서 남녀 진행자 수와 비율, 스튜디오 출연 프

로그램에서 남녀 전문가 수와 비율, 스튜디오 출연

올랑드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부터 남녀평등 실현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으며 적극적인 양성평등 정책을 펴고 있다(올랑드 정부 내각 출범 기념 사진).

/ 사진출처: AP연합뉴스

110 신문과방송 03 2015

프로그램에서 초대되는 남녀의 수와 비율이다. 질

적 평가 기준은 주로 만화와 영화를 포함한 어린이

및 청소년 프로그램, 픽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

해 시청각최고위원회와 평등고등위원회, 방송사가

함께 결정한 분석틀에 근거하며, 그 내용은 [표]와

같다.

세 번째는 방송사들이 선택적으로 따를 수 있

는 내용으로 편성과 방송사 인력 구성에 관한 부분

이다. 방송사들은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여성에 대

한 전형화를 줄이기 위해 프라임 타임에 여성 감독

이 만든 영화나 픽션을 편성하거나 여성에 대한 편

견을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편성 비율을 정

할 수 있다. 또한, 시청각최고위원회와 함께 조건을

조율하여 양성평등을 내용으로 하는 캠페인 형태의

애니메이션, 픽션을 제작할 수 있으며, 뉴스 및 매거

진 프로그램에서 여성 기자들이 보도하는 기사 수,

여성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기사를 편성할 수 있다.

또한, 방송사는 방송사 내의 인력 구성에 관한 정책

을 제안할 수 있다.

이번에 결정된 ‘방송사들의 여성 인권 존중에 관

한 심의’는 올랑드 정부의 적극적인 남녀평등 정책

의 맥락에 놓여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서부터 남녀평등 실현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으며

적극적인 양성평등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첫

내각 구성을 프랑스 최초로 남녀 동수 구성을 이루

었으며 여성인권부 신설, 남녀 임금 평등법 입안, 남

녀평등 교육 실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녀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표] 프랑스 방송 프로그램의 남녀 재현 평등성 측정 기준

장르 분석 기준

픽션

(1)주요배역을맡고있는여성이있는가?

(2)주요배역을맡고있는또다른여성이있는가?

(3)여성두명이대화를하는경우,사생활이외의주제를다루고있는가?

(4)주인공여성은직업이있거나직업을찾고있는가?

(5)주요배역의여성이가정이나직업,정치영역에서의사결정의역할을하고있는가?

반대로주요배역의남성이여성배역만큼가정영역에서중요한역할을하고있는가?

(6)여성이공적/사적영역에서어려움에부딪혔을때,전반적으로독립적이며자신의선택에있어서자유로운가?

(7)주요배역여성의행동이성적인선입견에편향되지않았는가?(예:수다스러움,유혹하는행위,충동구매등)

어린이

프로그램

(1)주요배역을맡고있는여성이있는가?

(2)주요배역을맡고있는또다른여성이있는가?

(3)여성어른의배역이가정의영역을벗어난일을하고있는가?

반대로남성어른의배역이가정의영역에서여성어른의역할과유사한일을하고있는가?

(4)배역들이성적선입견에따르는행동을하지않는가?여성배역이연약한특성을보이고있는가?(예:감정적,수동적,새침함등),여성배역의

행동이여성의성적선입견에따른행동을보이고있는가?(예:수다스러움,유혹하는행동,충동구매등)

(5)여성배역이외모에대한걱정이외의것에관심을갖는특징이있는가?

리얼리티

프로그램

(1)프로그램의주제가애인을찾거나의존적인상황을테스트하기보다는개인의능력을향상시키는내용인가?

(2)참가자들이‘과도하게성적인’코드에서벗어나있는가?참가자들이사회적으로통용되는미적기준에부합하려하지않는가?참가자들이

유혹에호소하려고하지않는가?참가자들의복장이상황에적합한가?참가자들이성적편견에치우쳐있지는않는가?(예:과도하게마초적,

유혹적)

(3)방송도입부분에서여성참가자들의등장이남성과동등한가?

(4)여성참가자들이남성에비해독립적인이미지인가?

(5)일상생활의업무나공동체생활의업무에서남녀배분이균등하지않은가?

111미디어 월드 와이드

2월 6일 발표된 ‘방송사들의 여성 인권 존중에 관한

심의’는 방송사들이 사회에 큰 영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프랑스 사회가 양성평등을 향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방송사들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심의 내용 외에

도 올랑드 정부는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한 2014년

8월 4일 법’에서도 사회적 영향력이 큰 방송 및 언론

과 관련해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법은 언론에서 여성의 권리 존중이 보장되도록

시청각최고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 언론인

교육기관에서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 방지 등

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 등장 여성 비율 아직은 낮아

한편, 시청각최고위원회는 매년 방송 프로그램 다

양성 조사에서 남녀 재현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왔

으며, 201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재현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방

송에서의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2월 6일 발표된 ‘2014 방송에서의 여성 재

현’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프랑스 인구 비율이 남성

48%, 여성 52%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등장하는

여성의 비율은 36%로 남성의 64%에 비해 현저히

낮은 비율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불균형적인 비

율은 픽션, 뉴스, 다큐멘터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등 장르를 막론하고 비슷하며, 스포츠 프로그램의

경우 불균형의 정도가 남성 84%, 여성 16%로 더 심

화됐다.

시청각최고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방송에서

의 여성의 지위’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남녀평등과

여성의 권익이 존중되는 이미지가 강한 프랑스에서

도 여전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재현되는 남녀의 양

적인 비율과 질적인 내용은 남성 중심적이라는 사

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양성평

등 실현 노력은 현대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실질

적 인식 개선과 공론장을 마련하는 등 양성평등으

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

에서 프랑스 방송법에 새롭게 추가된 ‘방송사들의

여성 인권 존중’ 조항은 방송 프로그램에서부터 방

송사 인력 구성 정책까지 방송사가 양성평등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

겠다.

참고문헌

CSA, Baromètre de la présence des femmes à la télévision, 2015.

2. 6.

CSA, Délibération n° 2015-2 du 4 février 2015 relative au respect

des droits des femmes par les sociétés mentionnées à l’article 20-1-A de la loi n° 86-1067 du 30 septembre 1986,

2015. 2 .6.

지난 2월 6일 시청각최고위원회는 ‘방송사들의 여성 인권 존중에 관한

심의’를 발표했다. 이는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한 2014년 8월 4일 법’에

기반하여, 방송법에 방송사들이 여성 인권을 존중하는 방송을 하도록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는 결정을 골자로 하고 있다.

112 신문과방송 03 2015

미디어 월드 와이드

공영방송 NHK는 지난 1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위원회에서 의결된 2015년도부터 2017년도까

지 3개년도의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경영계획

에서 NHK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한 방향성

을 제시하는 ‘NHK비전 2015~2020’을 내놓았다.

3개년 경영계획-국제 서비스 확대

‘신뢰를 보다 확실히, 미래로 이어지는 창조의 힘’이

란 캐치프레이즈가 붙은 NHK비전에서는 공영방

송의 원점을 견지하고, 정보의 사회적 기반으로서

의 역할을 수행하며, 2020년에는 최고 수준의 방송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어울

리는 ‘공영미디어’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해

서 도전, 개혁해 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2015년도

부터 2017년까지의 3년간을 ‘NHK비전’의 제1단계

로 제시하고, 5개 중점 방침을 내놓았다.

중점 방침 중 방송 서비스면에서는 1) 판단의 근

거가 될 수 있는 정확한 보도, 풍부하고 다채로운 콘

텐츠의 확충 2) 일본을 세계에 적극적으로 발신 3)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방송 서비스 창조의 세 가지

를, 경영면에서는 1) 수신료의 철저한 공평부담을

위해 최대한 노력 2) 창조와 효율을 추구하는 최적

조직으로의 개혁이란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보도와 콘텐츠 측면에서는 사람들의 생명과 생

활을 지키는 것을 공영방송의 사명 중 하나로 보고,

재해 방지 및 대책을 위한 보도를 더욱 강화하겠다

는 점과 인터넷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

의 수집과 발신, 고해상도 동영상 및 입체영상 등 신

기술을 활용한 재해보도의 강화, 빅데이터를 활용

한 데이터 저널리즘 등의 예를 들었다.

경영 부문에서는 경영 개혁과 함께 수신료 제도

곽선영 /도쿄대학대학원학제정보학부박사과정

NHK, ‘공영방송’에서‘공영미디어’로 진화 모색

JAPAN

113미디어 월드 와이드

에 대한 시청자의 이해를 촉진시켜 현재 76%인 수

신료 납부율을 2017년도 말까지 과거 최고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리고, 위성방송 계약도 현재의 47%

에서 5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NHK

본사와 관련 단체의 구조 개혁을 추진해 NHK그룹

의 종합적인 콘텐츠 창작 능력을 강화해 창조성과

효율적 운영을 추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경영계획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점은 중

점 방침 중 두 번째인 일본 관련 정보를 해외에 적극

적으로 발신하겠다는 점이다. 일본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다채로운 콘텐츠를 해외에 전달해 정치, 경

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에 대한 국

제사회의 이해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영계획에서는 크게 두 가지 중점 사항을 제시하

고 있다.

먼저 해외로 방송되는 국제방송 ‘NHK월드’를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영어로 방송되는 NHK월

드TV의 경우, 북미와 아시아를 중점지역으로 삼고

‘보고 싶은 국제방송’을 목표로 시청자의 니즈를 파

악해 뉴스와 프로그램 편성에 충실을 기한다는 방

침이다.

이를 위해 대형 뉴스 프로그램과 현지 제작 토론

프로그램이 신설됐는데,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뉴

스룸 도쿄’는 45분 길이로 일본과 아시아의 현안을

다룰 예정이며, 국제 토론 프로그램 ‘글로벌 어젠다’

는 뉴욕 등 현지에서 제작해 해외 논객의 출연을 적

극적으로 꾀할 예정이다. 또한 관광, 음식, 패션, 애

니메이션, 첨단기술 등 일본의 문화와 산업, 과학

기술 등을 다채롭게 방송하고 국내에서 방송된 프

로그램의 영어판 제작을 추진해 일본의 매력을 적

극적으로 전달하며, NHK월드TV의 인지도 향상

을 위해 중점 지역에서 홍보 활동을 강화한다는 계

획을 내놓았다. TV뿐만 아니라 NHK월드의 인터

넷 홈페이지도 개편해 국제방송 주요 프로그램의

VOD 서비스를 도입하고 인터넷 뉴스의 다언어화

를 충실히 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정보 발신과 보급

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해외에서의 수신 환

경을 효과적으로 정비하고 중점 지역에서의 국제방

송 강화 사업을 평가하는 지표를 도입, 활용하겠다

는 계획도 제시했다.

인터넷 서비스 확대

국제방송의 강화와 함께 중점 사항으로 제시된 것

이 다양한 형태로 국제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

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국제 공동제작, 국제판 제작

및 판매, 우수 방송기술의 보급 등 다양한 형태로 해

외 진출을 추진하고, 국제견본시를 의식한 제작 방

식을 개발하는 등 해외 진출을 강화하기 위한 체제

NHK의 인터넷 서비스 확대는 현재 일본 방송계의 쟁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경영계획에서는 방송법 개정을 고려해 TV뿐 아니라 컴퓨터와

태블릿PC 등에서도 NHK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 확충 방침을 나타냈다.

114 신문과방송 03 2015

정비도 진행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콘텐츠의 해

외 진출뿐 아니라 방송을 통한 국제적 공헌도 함께

언급하고 있는데, 자연, 과학, 방재, 교육 등의 장르

와 방송기술 등 NHK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살려

국제회의나 연수 등을 통해 세계에 공헌하고, 세계

의 방송국 및 관련 기관과 연계해 영상 아카이브 구

축과 활용 등 문화적인 공헌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NHK의 국제화 대응을 추진해 국

제정보 수집과 전략 개발에 반영하고 국제적인 인

재를 육성해 NHK라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전파

한다는 전략이다.

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 및 UHDTV 등 최신

기술을 적극 도입해 매체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NHK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한다

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네 가지

중점 사항이 제시됐다.

첫째, 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의 확대 및 신설

이다. 올봄으로 예상된 방송법 개정과 함께 NHK의

인터넷 서비스 확대는 현재 일본 방송계의 쟁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경영계획에서는 방송법 개

정을 고려해 TV뿐 아니라 컴퓨터와 태블릿PC 등

에서도 NHK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인터넷 실

시 기준’에 맞춰 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 확충 방침

을 나타냈다. 또한 인터넷으로 서비스 가능한 콘텐

츠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인터넷상의 ‘동시 재송신’

과제 해결을 꾀함과 동시에 방송, NHK 홈페이지,

VOD 서비스인 NHK 온디맨드 간의 연계를 강화

해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며, 4K 동영

상의 인터넷 서비스 및 방송과 통신을 연계한 하이

브리드 캐스트의 확충 역시 제시하고 있다.

둘째, 방송 서비스 향상을 위한 ‘토털 리치’의 개

발이다. ‘토털 리치’란 방송과 인터넷, 녹화시청 등

NHK 콘텐츠를 접하는 다양한 경로와 질적, 양적

평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방송 및 서비스의 향상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셋째, UHD(일본명 슈퍼하이비전) 콘텐츠 제작

및 활용을 전략적으로 추진한다. 국가의 UHD 관련

로드맵에 기반해 2016년 시험방송 및 2020년 올림

픽에 맞춘 방송 서비스를 위해 설비 및 실시 체제를

정비하고 콘텐츠 개발, 노하우 축적, 홍보 등 NHK

그룹 전체가 연계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UHD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HD에서도 방송될 수

있게끔 효율화를 도모하며 의료, 방재, 예술 등 8K

의 특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는 등 방송

외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활용법을 연구 개발해 국

제적 보급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넷째, 취약계층을 위한 방송 서비스의 추진이다.

고령자나 장애인,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사

국제방송 ‘NHK월드’ 인터넷 홈페이지.

115미디어 월드 와이드

람 등이 방송 서비스를 쉽게 즐길 수 있는 기술 개

발을 추진하며, TV 자막방송을 계획대로 확충하고

2020년을 앞두고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국

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평시 및 비상시의 정보 제공

을 강화한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공영미디어 NHK’를 위한 과제

이와 같은 경영계획의 핵심은 결국 ‘공영방송

NHK’가 아니라 방송이라는 틀을 넘어 확장되는

‘공영미디어 NHK’로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

만 이번 경영계획이 제시하는 NHK의 진화에는 적

지 않은 과제가 따른다. 우선 인터넷 방송의 확충에

따른 현행 수신료 제도의 적합성 여부이다. 현재 일

본의 수신료는 TV수상기 및 TV 전파 수신이 가능

한 휴대기기에 부과되며 납부된 수신료는 주로 방

송 프로그램 제작에 사용되는 것으로 간주돼 왔다.

그런데 수신료에 기반한 재원이 국제방송 및 인터

넷 방송에 투입된다면 그 역시 NHK가 철저히 하

겠다고 표명한 ‘공평부담’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는 점도 지적되고 있으며, 방송의 형태가 변화함에

따라 수신료 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하마다 겐

이치로 NHK 경영위원장은 방송 환경 변화의 커다

란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 2020년까지 수신료

제도의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의향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방송의 독립성 문제이다. 아

사히신문에 따르면 국제방송 예산 중 16%가 국가

교부금이며 여당인 자민당에서는 ‘국익에 이바지하

는 방송’에 대한 요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NHK의 해외 대상 방송과 관련해서는 총무성 내에

검토회가 설치돼 있는데, 그 골자 안에는 조직이나

인사, 재원, 방송내용 등 많은 부문에 걸쳐 방향성

을 제시하고 있다. 구속력이 없다고는 하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미이 가쓰

토 현 NHK 회장이 지난해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

부가 오른쪽이라는데 왼쪽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며 NHK는 정부 입장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

해 큰 비난을 받고 결국 발언을 철회한 전력도 있는

만큼, 국제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오토 요시히로 조치대 교수는 아

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NHK는 정부의 대변자

가 아니라 독립성과 자립성을 소중히 하면서 자신

의 편집방침을 지킬 수 있을까 시험받고 있다”고 지

적했다.

그동안 일본 방송계는 해외 진출과 디지털화 등

에서 한국 등 주변 각국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

아왔다. 이번 NHK의 새 경영방침은 이러한 비판을

반영해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금 콘텐츠 시장을 선

도하는 위치에 서겠다는 의욕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신료와 UHDTV 방송 실시 등 현

실적인 문제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등 다양한 문

제에 직면하고 있는 NHK가 뜻한 대로의 진화를 어

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고문헌

‘NHK経営計画2015−2017年度’ http://www3.nhk.or.jp/pr/keiei/

plan/plan27-29/index.html

‘NHK: “公共メディア進化”掲げ 次期経営計画議決’. 每日新聞 2015.

1. 16.

‘NHK、ネットに注力 “公共放送”から“公共メディア”へ 中期経営計画’.

朝日新聞 2015. 1. 16.

‘国際放送 独立保ってこそ信頼性’. 朝日新聞. 2015. 1. 18.

‘受信料支払率、3年で80%に…NHK経営計画’. 読売新聞. 2015. 1. 21.

116 신문과방송 03 2015

미디어 월드 와이드

BBC ‘뉴스의 미래’ 보고서지역뉴스 확대 논란

김지현 /골드스미스런던대문화연구박사과정

BBC가 발표한 ‘뉴스의 미래(Future of News)’ 보고

서가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1 BBC는 이

번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의 출현으로 빠르게 변화

하는 뉴스산업에서 혁신을 이끌어낼 향후 10년간

의 전략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개 이후, 월

드서비스의 재원조달 방식과 지역뉴스 범위의 변화

방안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 뉴스 전략

지난달 28일 제임스 하딩 보도본부장이 작성한 ‘뉴

스의 미래’ 보고서가 BB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됐다. 보고서는 인터넷의 발달로 뉴스 조직들의 비

즈니스 모델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사람들이 적절한 정보를 제

공받기 힘든 정보 불평등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고 보고서 작성의 배경을 밝히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비전문가의 뉴스 생산이 늘면

서 잘못된 정보가 제공되는 일도 늘어나 그 어느 때

보다 “모든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정보를 제

공해야 하는” 언론의 책임이 막중해지고 있다고 지

적하기도 했다. “디지털 정보 시대에 들어서면서 뉴

스를 얻기 더 쉬워졌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오히

려 무엇이 ‘사실’인가에 대해서는 덜 확신하게 됐다.

또한 사람들은 정보가 적절하게 주어지지 않았으

며, 부분적으로만 제공되거나 잘못 제공되고 있다

고 느낀다.”

그런데 BBC가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신문,

방송,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전문가를 인터뷰한 결

과에 따르면 최근 들어 영국 저널리즘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후퇴하며 제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인 것

으로 드러났다. 극명한 예로, 보고서가 인용한 미디

어티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영국

U.K

117미디어 월드 와이드

에서 지역신문 100여 개가 폐간되는 한편 5,000여

명의 전문인력이 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BBC는 지역신문의 폐간으로 인한 ‘민주주

의적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 영국 전역에서 지역뉴

스 보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영국이 진보

된 민주주의 국가로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정부

에 대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언론이 제 역

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매체의 수적 감

소에 대응해 “향후 BBC는 영국의 모든 지역을 적절

하게 커버하는 지역뉴스들을 보다 더 많이 제공할

계획”이라고 권고했다. 일간지 가디언은 이러한 코

멘트가 내무장관인 테레사 메이가 BBC의 지역뉴스

서비스 예산 감축을 비난한 뒤 이뤄졌다며 그 배경

을 분석했다.2

나아가 이번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내부적으

로 감축되어 온 월드서비스의 예산 문제를 우려하

기도 했다. 가디언의 같은 기사에 따르면 최근 BBC

보도본부는 수백 명의 인력 감축과 수백만 파운드

의 글로벌 뉴스 서비스 예산 감축으로 진통을 겪어

왔다. 보고서는 규모의 문제에서 BBC 월드서비스

가 “퇴보냐 성장이냐”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주

장했다. 현재 BBC는 정부로부터 충분한 자금을 지

원받는 중국과 러시아의 방송사들이 전 세계적으

로 영향력을 넓히는 상황에서 “주변화될 위험에 직

면해” 있다. 이로 인해 “(BBC처럼) 독립적이고 신뢰

받는 뉴스들”마저 “위험하고 이질적인 것으로 이뤄

진” 중국과 러시아의 뉴스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

이라는 것이다.

광고+수신료 모델

“만약 영국이 BBC를 가치 있는 것으로서 존경받을

수 있게 남겨두기 위해서는 월드서비스의 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소프트 파워의 에이전시로 남겨져야

한다. 외국 보도로부터의 위협은 이질적인 것들로

이뤄진 위험한 것이 되고 있다. BBC는 스스로 주변

화되는 현상을 조정할지, 성장에 대한 전략을 제안

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올해 5월에 있을 총

선 이후에 구성될 새로운 정부와 진행해야 하는 칙

허장 갱신(2016년 말 예정)을 염두에 둔 전략적 발언

이기도 하다. 정부 보조금의 감소로 인해 BBC 월드

서비스에서 인력과 예산이 감축돼 왔다는 것은 공

공연하게 알려져 왔다.

이후로 BBC는 글로벌 뉴스를 소비하는 해외 수

용자들을 상대로 중국 CCTV, 러시아투데이 같은

정부 소유 조직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경쟁할 생각

이다.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들과의

늘어나는 경쟁을 위해서도 수신료로만 운영되는 현

재의 글로벌 뉴스 재원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는 구

이번 보고서는 BBC가 왕실칙허장 갱신에 앞서 디지털 뉴스 전략안을

체계적으로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디언이 강조했듯이 BBC가

지역매체의 감소를 고려해 지역뉴스 보도에 직접 관여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지역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118 신문과방송 03 2015

체적인 계획도 지니고 있다. ‘광고 매출과 수신료

제도를 혼합한 모델’이 국제보도의 새로운 수요들

을 충족시키는 데 적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

BBC는 광고와 같은 상업적 활동을 펼칠 경우 수신

료를 받지 않는 해외 수용자만을 상대로 할 것이라

고 한정지었다. 이와 관련, 제임스 하딩 BBC 보도본

부장은 “만약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BBC 월드서비

스가 뉴스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또 그것이 현재 직면한 경쟁의 수위를 고려한다면

미래에도 그것이 적절한 재원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사측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미래를 위한 뉴스 혁신 방안의 일종으로

BBC는 젊은 세대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서 디지

털 플랫폼의 뉴스 보도에 애니메이션 삽입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3 보고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개

인화된 뉴스 제공 방식들이 급증함에 따라 BBC가

복합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수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식을 재창조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젊

은 수용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

를 재현할 ‘새로운’ 리포터와 대변인을 물색할 필요

성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특히 ‘유용한 스토리텔링 도구’로서 애

니메이션을 뉴스 보도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 예로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인 퓨전의

마이클 브라운 재판 보도 사례와 BBC 라디오1의

‘뉴스비트’와 BBC의 대표적 시사물인 ‘뉴스나이트’

가 몇몇 시각적 표현에서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

한 사례를 들었다. ‘뉴스나이트’는 르완다 학살의 생

존자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제작해 보도

중간에 삽입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상의 전략안만 살펴봤을 때 이번 보고서는 왕

실칙허장 갱신에 앞서 디지털 뉴스 전략안을 체계

적으로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디언이 강

BBC ‘뉴스의 미래’.

119미디어 월드 와이드

조했듯이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BBC가 사

측뿐 아니라 영국 뉴스산업 전체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4 특히 영국 내 지역매체의 감소를

고려해 지역뉴스 보도에 대한 “진짜 수요를 창출하

기” 위해 직접 관여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지역언론

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반발하는 지역신문들

실제로 보고서가 공개된 후 지역신문들은 이번 보

고서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신문들의 조직인

NM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BBC 보고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이처

럼 “지역언론이 화가 난” 이유는 하딩 본부장의 보

고서가 지역신문 소유주들의 경제적 문제를 무시

하고 지역에서의 정보 제공 임무에 충실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

했다. 로스킬레대학의 라스무스 클레이스 닐슨 교

수 역시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BBC의 이번 발언

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적 뉴스조직들

의 입장에서 존중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

했다.5

켄트 지역을 대표하는 KM그룹의 제랄딘 앨리

슨 회장은 이번에 BBC가 “편의에 따라 인용한 한

가지 또는 두 가지의 통계들은” 지역매체의 전체적

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BBC가

해석한 바와 다르게 지역신문사들이 문을 닫은 실

제 이유는 “절박한 경쟁 법칙”에 따른 결과였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뉴스 산업에 의해 1,700여 개의 웹

사이트들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뉴스

의 비즈니스 모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점 역시

이번 보고서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NMA의 샌더 라자이아 정책국장 역시 “인쇄매

체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지역뉴스 산업이 그 어

느 때보다 많은 수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

이라고 주장하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BBC가 자구

노력을 펼치고 있는 지역매체에 피해를 입히는 ‘어

떤 것’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

였다.

가디언은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이번 보고서가

지닌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BBC의 보고서

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지역의 상태와 지역 저

널리즘에 대한 합당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사례를

남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BBC는 왕실칙

허장 갱신에 앞서 이번 ‘뉴스의 미래’ 보고서의 2부

에 해당하는 후속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다음

보고서에서 이상의 논란에 어떤 대응이 있을지 귀

추가 주목된다.

1 �http://www.bbc.co.uk/news/resources/idt-bbb9e158-4a1b-43c7-8b3b-9651938d4d6a

2 www.theguardian.com/media/2015/jan/28/bbc-world-service-cuts-uk-global-soft-power

3 http://www.independent.co.uk/news/media/tv-radio/bbc-wants-to-use-animation-to-win-global-news-

battle-10009078.html

4 http://www.theguardian.com/media/greenslade/2015/jan/30/bbc-and-the-local-press-its-time-for-a-proper-factual-

inquiry

5 http://www.huffingtonpost.com/rasmus-kleis-nielsen/whats-missing-from-the-bb_b_6572838.html

120 신문과방송 03 2015

미디어 월드 와이드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중국 팬들의 인기

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SBS와 한

중 합작 형태로 중국판 런닝맨(중

국명 ‘달려라 형제’)을 제작 중인 저

장위성TV는 지난 1월 9일 방송분

이 시청률 4.216%를 기록했다고 밝

혔다. 이는 MBC ‘아빠 어디가’가 기

록했던 시청률 4%를 넘어선 것으

로 중국 예능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라고 저장 위성 TV는 밝

혔다.1

한국 예능 프로그램 성공 비결 분석

TV뿐만이 아니다. 극장판으로 제작돼 1월 30일 개

봉한 ‘달려라 형제’가 8일 만에 3억 5,000위안(우

리돈 612억 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놀라운 흥

행 성적을 보였다.2 꼭 1년 전 극장판 ‘아빠 어디가’

가 7억 위안의 흥행 수익을 올린데 이어 또 다시 한

국 예능 콘텐츠가 중국 시장에서 놀라운 흥행 기록

“한국을 배워라.”문화산업 육성에 팔 걷어붙인 중국

소현정 /KBS시사제작국차장·베이징대학연수

China

극장판 ‘아빠 어디가’의 2탄 ‘아빠의 휴가(爸爸的假期)’ 온라인 광고.

121미디어 월드 와이드

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아빠 어디가’의 극장판 2탄

인 ‘아빠의 휴가’도 중국 영화시장 최대 흥행기인 춘

절연휴에 맞춰 지난 2월 19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

했다. 전체 3분의 1을 한국에서 촬영하고 ‘아빠 어디

가’의 원조 멤버인 배우 성동일 씨가 출연한 ‘아빠의

휴가’에 대한 관심도 전작처럼 뜨거웠다.

‘런닝맨’의 기록적인 흥행 성적에 중국 관영

CCTV가 발행하는 월간 ‘텔레비전 연구’는 2014년

12월호에서 ‘런닝맨’의 성공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

한 논문을 게재하기까지 했다.3 한국 예능 콘텐츠가

어떻게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했던 것

이다. 중국인이 분석한 ‘런닝맨’의 성공 요인은 곧바

로 중국 미디어 업계가 한국으로부터 배우고자 하

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콘

텐츠 제작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이 논문은 런닝맨의 성공 비결을 내용, 배역, 가

치관, 시청자의 상호작용 등 네 가지 측면에서 분

석했다. 첫째, 런닝맨이 내용 측면에서 제작 수준

이 매우 높고 형식이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방송 시

간 90분 내내 추리, 반전, 음모, 계략 등의 다양한 극

적 장치가 펼쳐지면서 시청자들에게 모험활극과

비슷한 줄거리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프로그램

의 구성과 제작 수준을 높이 산 것이다. 특히 출연진

1명당 별도의 전담 촬영 인력을 배치해 최대 108명

의 촬영 인력을 가동한 제작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

였다.

둘째, 캐릭터 배치 측면에서 출연진의 개성이 뚜

렷하고 역할 배치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7명의 고

정 출연진이 각각 저마다의 개성을 뚜렷이 보여주

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매회 다양한 스

타들을 출연시켜 평소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

었던 다양한 면모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셋째, 프로그램이 한국의 민족문화를 보여주며

건강하고 적극적인 가치관을 전파하고 있다고 평가

했다. 런닝맨이 한국문화, 음식, 의상과 전통의식을

전파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한국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서구에서 수입된 방송 형식

을 따르되 한국 본연의 전통문화예술을 끌어들여

프로그램 고유의 독특한 표현 형식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고 극찬했다.

넷째, 시청자와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시청자의

관심을 중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반영

해 팬들의 정서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고 있다고 보

았다. 특히 팬들이 보내온 게임 아이디어나 사연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제작진의 열정을 높이 평가

했다.

자국 문화산업 육성에 온 힘

최근 중국 문화산업은 해마다 20%를 넘는 빠른 속

도로 발전하고 있다. 2012년 중국 문화산업의 총 생

‘런닝맨’의 중국판 ‘달려라 형제’는 TV 프로그램뿐 아니라 극장판으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극장판 ‘달려라 형제’의 기록적 흥행을

다룬 중국 온라인 연예 기사.

122 신문과방송 03 2015

산가치는 4조 위안(우리 돈 700조)을 돌파해 중국 국

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했다고 중국 관계자들

은 보고 있다.4 중국은 2009년 발표한 ‘문화산업진

흥계획’과 2011년 중국공산당 제17기 6중전회에서

통과된 ‘중공 중앙 문화체제개혁 심화와 사회주의

문화 대발전 대번영에 관한 약간의 문제의 결정’에

서 2020년까지 문화체제 개혁 발전의 하나로 문화

산업을 국민경제의 핵심 분야로 육성하기로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문화산업 발전 속도는 빠

르지만 산업의 규모, 구조, 그리고 문화상품의 국제

경쟁력과 영향력은 모두 선진국과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는 중국 문화산업

이 세계시장 점유율이 4%도 채 안 되는 반면 미국은

43%를 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내총생산 대비 문

화산업 비중이 2.6%인데 반해 선진국은 10% 안팎,

심지어 미국은 25%가 넘어섰다는 점을 근거로 하

고 있다. 이렇게 자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이 기대 수

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중국은 올해 들어 문화산

업 경쟁력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장기적 차원

에서 자국 콘텐츠 성장을 위한 법

률 및 규제 제도 마련을 동시에 진

행하고 있다.

과거 한국 드라마 판권을 사들

여 중국 내 재방송과 온라인 유통

으로 재미를 봤던 중국 기업들은

이제 한중 공동제작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중국 당국이 방송 프로

그램 포맷 직접 수입 물량을 1년에

한 방송국당 한 편으로 제한한데

이어 올 1월 1일부터 온라인 동영

상 콘텐츠도 사전심의를 시작하는

등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성공을 보이고 있는 ‘런닝맨’에 자극을

받은 중국 방송은 한중 합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

고 있다. 베이징TV(BTV)가 MBC와 공동제작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용감적심’이라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으며 오는 4월부터는 MBC

와 강소위성TV가 공동제작으로 ‘우리 결혼했어요’

를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한중 공동제작 방식을 통

해 한국 PD와 작가를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투입해 수준 높은 콘텐츠 제작 시스템과 노하우를

흡수하겠다는 중국 방송국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국 고유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 합

작 형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작 기법을 배

우지만 내용면에서는 중국 고유의 콘텐츠를 개발해

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2월부터 중국 공산당 선전

부는 ‘앞서가는 중국, 멋진 이야기’를 기치로 내걸고

CCTV 등 중앙 주요 매체와 지방 주요 매체를 동원

해 중국 고유 전통문화 가치와 사회주의 핵심가치

베이징TV가 MBC와 공동으로 제작한 리얼버라이어티 ‘용감적심’ 홈페이지.

123미디어 월드 와이드

를 실천하고 있는 사례와 주요 인물들을 연속 취재

보도하도록 하고 있다.5 이는 해외 콘텐츠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이에 따른 중국적 가치관의 훼손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시진핑 집권 3년차를 맞아 대대

적인 문화·사상 교양사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중국 미디어가 향후 이른바 중국 특색에

부합하는 콘텐츠 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

이 제기된다.

지적 재산권 강화 움직임도

아울러 현재 중국 전역에 130만 개에 이르는 것으

로 추산되는 소규모 문화창의 기업과 200만 명의 문

화창의 기업 종사자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도 논의되고 있다.6

중국의 언론과 출판, 영화, TV 등을 담당하는 국

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애초 올 4월부터 실시 예정

이던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사전심의를 돌연 1월

1일로 앞당겼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최초의

지적재산권 전담 법원이 문을 열었다. 베이징, 상하

이, 광저우에 잇따라 문을 연 중국 지적재산권 법원

은 소프트웨어 등 과학기술 분야부터 저작권, 상표

등 광범위한 분야의 지적재산권 분쟁에 관한 소송

을 전담하게 된다.7

중국은 혁신을 보호해야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지적재산권을 보호하

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 미디

어 분야에서 중국 고유의 창의성이 넘치는 콘텐츠

를 내놓는 수준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문화창

의산업을 새로운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로 결

정한 만큼 이에 따른 조치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때

문에 향후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의 경쟁, 특히 콘텐

츠 선점을 위한 경쟁도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큰 만

큼 중장기적이면서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으

로 보인다.

1 �http://ent.163.com/15/0112/14/AFP2FGF700031GVS.html2 http://www.chinadaily.com.cn/hqcj/xfly/2015-02-07/

content_13196267.html

3 李海艳,“韩国综艺节目的成功因素探析及启示”,电视研究,2014.12.pp.75~77

4 �张鸿霞,“文化创意产业法律规制的不足与完善”,青年记者,2015.1pp.73~74

5 人民网,“行进中国·精彩故事”让“走转改”.有了新意蕴http://media.people.com.cn/n/2015/0210/c14677-26539649.html

6 中国文化创意产业网综合 ,“专家观点:中国文化产业面

临的几个问题”http://www.ccitimes.com/chanye/

chanye/2015-01-14/119513119513.html

7 新华网,“知识产权法院——司法改革的先行者”http://news.dahe.cn/2014/11-07/103731232.html

해외 콘텐츠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이에 따른 중국적 가치관의 훼손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시진핑 집권 3년차를 맞아 대대적인 문화·사상

교양사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중국 미디어가 향후 이른바 중국 특색에

부합하는 콘텐츠 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124 신문과방송 03 2015

창간호 ‘갑질 문화’ … 격주로 언론 현안 심층 분석·진단

재단 <미디어 이슈> 창간큰 반향 일으켜

재단은 2015년 1월

22일 미디어 이슈

전문 보고서인 <미

디어 이슈>를 창간

했다. <미디어 이슈>

는 재단 연구센터 주

관으로 매월 2회 격주간으로 발행되며, 언론매체를

위한 현안 보고서를 지향한다. <미디어 이슈>는 저

널리즘 생태계와 관련된 ‘미디어 이슈’뿐만 아니라,

언론 매체가 전달해야 하는 ‘시사적 이슈’도 번갈아

가며 심층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김병호 이사장은 발간사에서 “재단 연구팀이

‘대한민국 언론의 싱크탱크’라는 자부심과 사명감

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이슈> 창간호는 땅콩회항 등으로 사회

적 논란이 됐던 ‘갑질 문화’에 대한 심층 분석을 시

도했다. 2월 9일 발행된 <미디어 이슈> 2호는 어린

이집 보도와 관련된 심층 분석 결과를 담았으며,

3월 2일에 발행된 3호는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 변화

를 다뤘다.

한편 <미디어 이슈> 창간호 내용은 KBS, SBS,

YTN, 연합뉴스를 비롯한 30여 개 언론사가 인용 보

도했고, 네이버와 다음의 메인 화면에 게재되는 등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재단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