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첨단기술 May 2011 43

저자약력

이강환 박사는 1969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전

공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켄트 대학교에서 왕립학회 연구원으로 아카리(AKARI) 우주망원경 자료분석 연

구를 수행하였다. 현재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연구사로 일하고 있으며 천체

투영관과 천체관측소 등 천문분야 시설관리와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kanghwan@mest.go.kr)

외계생명체의 지구 침공은 가능할까?이 강 환

최근 들어 UFO가 부쩍 자주 출몰하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UFO는 말 그 로 확인되지 않은 비행물체

(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말하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

들이 UFO라고 하면 외계생명체를 떠올린다. 실제 미국인들

의 약 40%가 UFO를 외계생명체가 타고 있는 비행체라고 생

각하고 있다고 한다. 1898년 H. G. 웰즈(Herbert George Wells)가 ‘우주 쟁(The War of the Worlds)’을 발표한 이래

외계생명체의 지구 침공은 SF 소설과 화의 가장 인기 있는

소재가 되었다. ‘우주 쟁’에서의 외계생명체는 화성에서 왔

다. 지구인보다 우수한 무기를 가진 화성인들에게 지구는 철

하게 괴되지만 화성인들은 지구의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멸하고 만다. 화성에 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

실은 이미 탐사를 통해 밝 졌다. 그리고 지구의 박테리아를

미리 비하지 못한 수 의 생명체라면 우리가 맞서 싸워볼

만도 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우수

한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정말로 지구를 침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날 거 한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 생명체가 지구

를 토화시키는 화는 실에서도 가능한 일일까?최근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이 외계생명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하여 화제

가 된 바 있다. 그의 믿음의 근거는 우주에는 무나 많은 별

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태양계가 속해있는 우리은하에는 태양

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약 천억 개가 있다. 1 에 하

나씩 센다면 약 3,200년이 걸리는 숫자다. 그리고 우주에는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가 천억 개가 있다. 이 별들에 딸려

있는 지구와 같은 행성의 숫자까지 고려해보면 우주의 생명

체가 지구에만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무나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고인이 된 칼 세

이건(Carl Edward Sagan)도 이미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

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If we are alone in the Universe, it sure seems like an awful waste of space.)’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별이 있기 때문에 지구 이외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한 우주 공간도 어

마어마하게 넓다. 태양계를 약 1백만분의 1 스 일로 축소한

다면 태양은 지름 14센티미터의 구가 된다. 지구의 크기는

1.2 리미터로 볼펜심 정도의 크기가 되며 태양에서 지구까

지의 거리는 15미터가 된다. 이 스 일로 태양에서 가장 가

까운 별까지의 거리는 4000킬로미터 정도가 된다. 우주는 지

름 14센티미터의 구가 약 4000킬로미터 간격으로 놓여 있는

텅 빈 공간인 것이다. 어딘가에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

을 갖춘 지 생명체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 넓은 공간을

마음 로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지 까지 인간이 지구 이외의 천체에 발을 디딘 것은 달이

유일하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 킬로미터인데, 태양의 반지름이 약 70만 킬로미터이므로 인간은 아직 태양

의 반도 가로지르지 못한 것이다. 인간이 달 다음으로 화성

방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20년이나 더

비를 해야 할 만큼 화성의 유인 탐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의 거리는 가장 가까이 있을 때에도 달까지

의 거리의 150배가 넘는다. 재 인류의 기술로는 가는 데에

만도 4개월 이상이 걸린다. 더구나 지구와 달의 거리는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지만, 화성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태양이 주 를 공 하기 때문에 거리가 일정하지

않아서 다시 지구와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주기

는 약 26개월이기 때문에 화성에 착륙한 우주인은 약 2년 이

상을 화성에 머물면서 기다린 다음 다시 4개월 이상을 여행

하여 지구로 돌아와야 한다.1977년에 발사된 보이 호는 발사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속 20 km의 속도

로 움직이는 우주선이 명왕성까지 가는 데에는 약 10년이 걸

리고,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 센타우리까지 가는 데

에는 약 7만 년이 걸린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반물질을 연

료로 쓸 수 있다면 우주선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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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Warp drive를 이용한 우주여행. 그림 2. 블랙홀과 웜홀을 이용한 우주여행.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선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려

면 지구 력의 10배의 가속도로 가속한다 하더라도 한 달

이상이 걸리고, 우주선보다 연료의 질량이 10배 이상 많아야

한다.지구 이외에는 태양계 내에 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므로 만일 외계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한다면 어

도 알 센타우리보다는 더 먼 곳에서 와야만 한다. 하지만

알 센타우리에서 온다고 하더라도 빛의 속도로 4년 이상이

걸리므로 그보다 더 먼 곳에서 왔다면 빛의 속도로도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리는 곳에서 왔다고 보아야 한다.이 게 먼 거리의 우주여행을 하기 해서는 어떤 과학기

술이 필요할까? 상 성 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도 빛의 속

도로 가속할 수 없다. 하지만 우주의 어마어마한 거리에 구애

받지 않고 우주여행을 하려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상 성 이론은 우주선을 가속할 수 있

는 최고 속도를 빛의 속도로 제한하고 있지만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일반 상 성 이론에 따르면 공간은 수축과 팽창을 할 수

있고, 이것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만일 우

주선 뒤쪽의 공간을 팽창시키면서 앞쪽 공간을 수축시킬 수

있다면 우주선을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워 드라이 (warp drive)라고 알려진 이 방법은 SF 화에

서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로 워 드라이버는

우주선 안에서 버튼을 러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주

선 안은 바깥과 단 되어 있기 때문에 공간의 수축과 팽창은

우주선 밖에서 해주어야만 한다.일반 상 성이론은 공간을 수축시키고 팽창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간에 구멍을 낼 수도 있다. 빛의 속도보다 빠

르게 이동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바로 우주 공간에 나

있는 구멍인 블랙홀(black hole)로 들어가 웜홀(wormhole)을

통과하는 것이다. 블랙홀과 웜홀을 마음 로 이용할 수만 있

다면 우주의 아무리 먼 곳이라도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하지만 공간을 수축, 팽창시키거나 인공 인 블랙홀과 웜홀

을 만들어 우주여행을 하기 해서는 어마어마한 에 지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를 들어, 지름 1미터의 웜홀을 만들

기 해서는 목성 질량만큼의 ‘음의 에 지’가 필요하다. 목성

질량만큼의 양의 에 지도 인류가 다룰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일지 상하기 힘든데, 그만큼의 ‘음의 에 지’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지 상상하기도 힘들다.우주에 지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의 문명발달 수 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확률 으로

추론해볼 수는 있다. 우리은하에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지

생명체가 얼마나 존재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가정으로 시작해보자. 우리은하에는 약 천억 개의 별이 있다. 이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1등 당첨 확률보다 높은 확

률)로 지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면 우리은하에서

지 생명체를 가지고 있는 별은 약 십만 개가 된다.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이다. 우주가 처음 탄생했을 때에

는 수소와 헬륨, 그리고 소량의 리튬밖에 없었기 때문에 생명

체가 태어나려면 우선 생명체의 원료가 되는 원소들이 별에

서 만들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태어난 생명체가 진

화를 통해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수 이 되려면 많은 시

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구가 만들어진 후 지 생명체인 인간

이 나타나기까지는 약 45억 년의 시간이 걸렸다. 최 의 지

생명체가 나타나는데 걸린 시간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우주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지 부터 약 50억 년

정도에는 충분히 나타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은 합리 인

가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우리은하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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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생명체의 문명발달 수 을 추정해볼 수 있다. 약 50억

년 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지 생명체가 특정 시기에 동시

에 나타날 이유는 없다. 앞의 가정에서 우리은하에 지 생명

체를 가지고 있는 별이 십만 개가 있다면 지 생명체들은

50억 년 동안 무작 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 다면 우

리은하에서 지 생명체는 약 5만 년 간격으로 등장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간이 나타난 것은 불과 1만 년도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은하에 우리보다 바로 앞의 지 생명체는

우리보다 5만 년이나 앞서 등장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보다 늦게 어딘가에서 지 생명체가 나타난다면 그것은 5만

년 후가 된다. 지 생명체의 존재 확률을 다르게 추정한다고

해도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만일 외계 지 생명체의

존재 확률이 백만분의 일이 아니라 천만분의 일이라면 그 간

격은 무려 50만 년이 되고, 확률이 10배 더 높아서 십만 분

의 일이라 하더라도 그 간격은 5천 년이 된다. 결국 우리은하

에 지구 이외에 지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최소한 수천 년 이상 앞선 문명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이다.만일 어떤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한다면 이들의 과학

기술은 공간의 수축과 팽창을 마음 로 할 수 있거나, 인공

인 블랙홀과 웜홀을 만들 수 있는 수 이어야 한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앞으로 얼마나 발 해야 이와 같은 수 에 이르

게 될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우리 이외의 다른 지

생명체는 확률 으로 우리보다 최소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이

상 앞선 문명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정도의 과학기술 수 을

갖춘 외계생명체가 지구를 정복하기로 마음먹고 공격해 온다

면 우리가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할 수 밖에 없

을 것이다. 실제로 지구를 이미 방문한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어도 지구를 침공할 의사는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만일 그

들이 지구를 침공할 의사가 있었다면 이미 상황은 끝나 있을

것이다.흔히 목격되는 UFO가 외계 생명체의 비행체일 가능성도

높지 않다. 특히 외계 생명체의 비행체가 추락을 하거나 인간

을 납치하여 생체 실험을 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 생명체는 최소한 지구보다 수천 년 앞선 문명

을 가지고 있고, 공간의 수축과 팽창을 마음 로 하거나 인공

인 블랙홀과 웜홀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런 수 의 기술을 가진 생명체가 실수로 어떤 흔 을 남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지구는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그리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

씬 더 넓다는 사실이 최근 밝 지고 있다. 심해의 화산 근처

100도가 넘는 물속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도 있고, 빛이

닿지 않는 심해나 지하에서 살아가는 생명체, 심지어는 산소

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동물도 발견되고 있다. 이런 생명

체들 에는 지 당장 화성이나 달로 옮겨 놓아도 아무 문

제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있다. 생명체의 원료가 되는 원

소들은 우주 어디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에는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

도 있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이 태양계 내에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탐사

를 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우주여행을 마음 로 할 수 있는 생명체를 만날 가

능성은 그 게 높지 않다. 우리 인간이 다른 별을 방문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앞으로 최소한 수백 년 동안은 힘들 것이다. 외계생명체의 지구 침공은 SF 화에서는 매력 인 소재일 수

있지만 실에서의 우리는 오히려 인간들 사이의 싸움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언젠가 우주여행을 마음 로

할 수 있으려면 우선 앞으로 최소한 수천 년은 인류가 살아

남아야만 한다.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생명체를 만나는 것보다

어쩌면 이것이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아태이론물리센터의 <크로스로드>지와의 상호 협약에 따라 크로스로드에 게재되는 원고를 본 칼럼에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저작권은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목표로 한 <크로스로드>는 과학 특집, 과학 에세이, 과학 유머, 과학 소설, 과학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과학 글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 비전을 보여주고자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창간한 과학 웹 저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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