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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년 봄호 ‘시민사회와 정치참여’ 특 집이 새롭고 좋았습니다. 후쿠시마의 참 사를 다룬 글도 읽고 매우 가슴이 아팠 습니다. 환경책읽기 캠페인에 아직 참여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소개된 ‘땅·물·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를 읽고 싶어졌습니다. 단순한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현장을 둘러본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환경을 사랑하는 「우리와다음」 편집위원 여러분 수고 많으십니다. 「우리와다음」을 통 해서 더 많은 분들이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 램입니다. 지난 「우리와다음」 봄호를 읽고 의견과 함께 초록쉼터 정답을 보내주신 박준희(서울시 강서구)님이 이번 호 메아리 주인공으로 선정되셨습니다. 박준희님께는 환경정의에서 준비 한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초록쉼터 정답과 함께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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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봄호 ‘시민사회와 정치참여’ 특

집이 새롭고 좋았습니다. 후쿠시마의 참

사를 다룬 글도 읽고 매우 가슴이 아팠

습니다.

환경책읽기 캠페인에 아직 참여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소개된 ‘땅·물·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를 읽고 싶어졌습니다.

단순한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현장을 둘러본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환경을 사랑하는 「우리와다음」 편집위원 여러분 수고 많으십니다. 「우리와다음」을 통

해서 더 많은 분들이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

램입니다.

지난 「우리와다음」 봄호를 읽고 의견과 함께 초록쉼터 정답을 보내주신 박준희(서울시

강서구)님이 이번 호 메아리 주인공으로 선정되셨습니다. 박준희님께는 환경정의에서 준비

한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 」 앞으로

초록쉼터 정답과 함께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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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간 2012년 환경정의 대의원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농생물 체험하는 모습. 홍성은 유기농영농조합을 꾸려 친환경 농, 축산물

생산과 지역농업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권범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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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이수용 [email protected]

우리 국민 대부분은 국토의 척추라 할 수 있는 큰 산줄기는

장쾌한 백두대간이며, 이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물과

계곡을 건너지 않고 한 산줄기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등산하는 사람이라면 백두대간 전 구

간을 꼭 한번은 밟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난다 긴다 하는 뛰어

난 산악인들도 쉬지 않고 발길을 재촉해도 50~60여

일이 족히 걸리는 대장정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서 백두대간을 종주

할라 치면 2~3년은 걸린다. 그래서 백두대간을 종

주한 사람이라면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처럼 그 자

부심이 대단하다.

남한의 백두대간 중에 높이가 제일 높고 그 길

이 또한 대단해서 가장 큰 인내를 요구하는 곳

은 지리산이다. 어머니의 품같이 넓고 정겨우면

서도 너그러운 지리산은 가도가도 끝이 없지만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풍요로운 모습에 넋을

잃고 그 추억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마을 어느 곳도 아름

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주촌리

노치마을의 아름다움은 나무랄 데 없이 수

많은 착한 협동조합의 탄생을 꿈꾸며

여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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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하다. 산신이 항상 마을을 돌본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아름드리 노

송, 일 년 열두 달 솟는 샘물은 동네 주민은 물론이고 마을을 찾는 나

그네까지 포근하게 안아주고는 한다.

그곳에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전통 두레의 유습이 조금 남아있다. 두

레는 우리의 원시적 노동공동체로 농촌 마을의 성인남자들이 모여 농

사를 짓거나, 부녀자들이 서로 힘을 합쳐 길쌈을 하던 공동노동조직으

로 전통적인 협동조합의 원형이다. 이 두레의 공동 작업에 참여한 사

람들은 음식과 술을 함께 먹고 마시며 농악에 맞춰 여러 연희를 곁들

여 노동의 피로를 풀고 결속을 다진다. 이는 농촌공동체의 인간 상호

간의 관계는 물론, 집단과 생산수단의 관계도 견고하게 다져 효율을

높였다. 이러한 공동노동은 모내기, 김매기, 벼 베기, 타작, 지붕 잇기

등 농사와 생활 전반에 걸친 것이고, 특히 품이 많이 드는 모내기와 김

매기에는 거의 두레가 동원되었다.

추석을 한 달 남겨놓은 백중이 돌아오면 그곳 사람들은 백중놀이를

벌인다. 농부들은 힘겨운 두레 일을 모두 끝내고 추수를 기다리며 호

미를 씻어 걸어놓고 하루를 즐기는 날이다. 그 날만큼은 머슴도 일손

을 놓게 하고 푸짐한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마음껏 하루를 즐기게

하는, 그야말로 마을의 큰 축제 중에 축제라 할 수 있다.

백중이 되면 마을 대표는 백두대간의 마룻금을 따라 마을을 출발해

뒷산의 당산나무 노송이 우뚝우뚝 솟아 마을을 내려다보는 숲으로 들

어가 산신을 모신 묘 앞에서 정갈하게 차린 음식과 술로 산신제를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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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산신제가 끝나면 제관들은 다시 마을로 내려와 무연고로 세상

을 하직한 사람의 제사를 지낸다. 풍물패들은 꽹과리, 징, 장구, 북을

울리며 마을 사람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흥을 돋

우며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공동체를 확인시켜 준다. 그야말로 흥겨운

잔칫날이 된다.

이처럼 우리 농촌사회에서는 두레 외에도 계(契)를 잘 활용하여 공

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계는 핍박한 농촌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예부터 내려오는 상부상조(相扶相助)의 민간협동체로 조합(組

合) 또는 종친회(宗親會), 사설금융기관의 형태였다.

외국의 협동조합운동은 산업혁명기인 9세기 중엽에 시작되었다. 영

국의 한 작은 마을인 롯치데일에 살던 직물노동자에 의하여 소비조합

형태로 처음 협동조합이 탄생했는데, 이후 협동조합은 발전하여 160여

년간 자본주의 기업과 경쟁에서 꿋꿋하게 잘 이겨내어 오늘에 이르렀

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잘 버텨 자본주의의 폭력적 위

협을 잘 극복해냈다.

이같이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여 자

신의 처지를 개선하고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긴 경제조직이다. 자

발적으로 형성된 민주적 조직으로서 조합의 목적을 이윤 추구가 아닌

조합원에게 봉사하는 데 두고 있어서 신자유주의에 기승을 부리는 현

대 일반 사기업과는 크게 다르다 할 수 있다.

그간의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일제강점기의 유물이 되어 시민 위에

존재하는 권력기관으로 존재해 왔다. 조합장 선거가 시작되면 선거에

나서는 사람의 봉사 기록이 아닌 금·권력에 연루된 사실만이 매스컴

을 장식하며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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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은 "협동조합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Cooperative

Enterprises Build a Better World)"는 슬로건으로 협동조합의 운동

이 모두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좋은 사업방식이라며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여 선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부터는 다섯 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며 지금과는 달리 금융과 보험을 제

외한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할 수 있다.

우리의 두레와 계(契), 영국의 소비조합의 정신이 깊게 깔려있는, 모

든 시민의 환영을 받으며 나날이 번창하는 착한 많은 협동조합의 새로

운 탄생을 기대해 본다.

[우리와다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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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설명충남 홍성에서 진행된 2012 환경정의

대의원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농생물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CONTENTS

2012 기획연재

특 집

4 여 는 글 | 이수용

10 환경정의 그 20년의 발자취 ③

2001년 다지모에서 2005년 환경비상시국회의까지 | 박용신

16 디지털 방송 시대의 변화와 선택 | 류영미 20 등산용품 전문 협동조합 MEC 이야기 | 김창진

협동조합으로 꿈꾸는 착한 세상

28 환경정의 시각으로 본 협동조합의 의미| 임종한

32 사회적 경제로서 협동조합 | 장원봉

35 해외 협동조합운동의 두 가지 흐름 | 장종익

38 의료생협운동이란 무엇인가? | 최봉섭

43 멀지만 가까운 주택협동조합 | 박종숙

46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해 본 국내 협동조합의 가능성 | 김동언

50 사과같은 내 얼굴 | 강서희

52 지구를 살리는 여름일기 | 김민제

54 닭가슴살 콩전 | 남희정

56 지구 저편의 누군가와 ‘우리’가 되다 | 여름

다음과 함께하는 세상

우리와다음은 표지와 내지 모두 재생용지를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표지:앙코르 190g·내지:E-플러스 70g(재생지)

2012년 가을호 통권 75호

발 행 인 김성훈 | 편집위원장 이수용

편집위원 강서희 고정근 김미현 류영미 류휘종

박용신 오준호 이선옥 장성익 조복현

발 행 처 환경정의

제 작 도서출판 환경정의

주 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1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2층(121-847)

전 화 02·743-4747 | 팩스 02·323-4748

웹사이트 http://www.eco.or.kr

E-mail [email protected]

편집디자인 디자인 숲 02·2269·8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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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환경정의 그 20년의 발자취 ③

2001년 다지모에서 2005년 환경비상시국회의까지 | 박용신

16 디지털 방송 시대의 변화와 선택 | 류영미 20 등산용품 전문 협동조합 MEC 이야기 | 김창진

협동조합으로 꿈꾸는 착한 세상

28 환경정의 시각으로 본 협동조합의 의미| 임종한

32 사회적 경제로서 협동조합 | 장원봉

35 해외 협동조합운동의 두 가지 흐름 | 장종익

38 의료생협운동이란 무엇인가? | 최봉섭

43 멀지만 가까운 주택협동조합 | 박종숙

46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해 본 국내 협동조합의 가능성 | 김동언

60 고리 핵발전소 1호기 무엇이 문제? | 이창우

62 조화로운 삶, 미국 버몬트 주 | 임태희

68 유기농과 공정무역 되짚어보기 | 장성익

74 핵발전은 차별로써 움직인다 | 윤종호

80 실패한 DMZ 생물권보전지역의 교훈 | 서재철

84 도시를 살리는 도시농업, 그리고 몇가지 우려 | 김홍철

88 마을회의가 온 세계를 살린다 | 오준호

92 싼 가격에 숨겨진 진실 | 박병상

95 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 | 이선옥

98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다 | 이수종

102 환경이 비극적 운명이 되어버린 이들을 그린 책 | 정경미

105 환경책 책 책을 읽자 | 심희선

110 용인소식

112 중랑천 소식

114 환경정의 활동

118 새가족 소개

119 환경정의에 후원해주시는 분들

녹색목소리

새롭게 읽자, 다르게 살자

초록이야기

September · October ·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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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2001년도에는 대지산 살리기 나무위 시위 말고도 많은 일들이 있었

다. 2000년에 다음을 지키는 엄마모임이 출범과 함께 발간한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후속으로 ‛미래를 위협하는 침

입자 유해물질과 환경호르몬'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우리가 일상생

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중의 하나인 가정 내에서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과 환경호르몬을 접하는 지를 알리는 캠페인이었다. 이

렇 게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만 줄인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

이 아토피와 같은 환경성 질환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나갔

다. 그리고 이런 캠페인의 내용을 모아 ‛아토피를 잡아라'라는 책을 이

듬해인 2002년에 출간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월드컵 개최도시 대기오염 모니터링도 실시했다. 이듬해

인 2002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어 있었

박용신 [email protected]

2012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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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이들 도시의 대기오염이 상대적으로 다른 국제도시들과 비교하였을 때

대기오염 수준이 2~3배 이상 나쁜 상태였기 때문이 국제적으로 이를 개선하

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인천, 수원, 대전,

울산 등의 주요도시와 일본에서는 도쿄와 오사카 등을 시민과 함께 조사하

여 발표하였다. 2001년과 2002년 2년에 걸쳐 조사하였으며, 결과를 비교해

보니 한국의 월드컵 개최도시가 일본의 그것들과 비교하였을 때 상당히 좋

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월드컵 개최도시의 디젤 버스들을

전체적으로 대기오염이 적은 천연가스 버스로 교체하는 사업이 탄력을 받아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노력의 결과 대부분의 도시에서 월드컵 기간

중에 대기오염 농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월드컵 당시의 에피소

드를 하나 소개하면 대기오염 농도가 너무 높아서 걱정하던 정부는

대기오염 농도를 줄이기 위해서 전국에 산재해 있던 대기오염 배출

공장들의 가동 일수를 월드컵 개최 날짜에 맞춰 조정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동네에 있는 세탁소들의 영업을 통제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월드컵 이전에 75㎍/㎥이던 서울의 대기

오염 농도를 대폭 낮춰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었다.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관한 환경정의의 노력을 조금 더 소개해보자. 2002

년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대기오염 정책에 대한 의지를 상실했다. 천

연가스 버스 보급 정책이 시들해진 것은 물론 그동안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주목되었던 디젤 차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 했다. 천연가스 차량 보급이

더뎌진 것은 천연가스 버스 충전소를 짓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고, 디

젤 차량에 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디젤 승용차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환경정의는 당시 여러 환경단체를 규합하여 ‛경유

차 도입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의 디젤승용차 도입에 관한 반대

운동을 전개하였다. 거의 매주 단위로 대기오염 캠페인을 전개하였고, 정부

관계자들과는 수백시간에 이르는 조정회의를 진행하였다. 과정에서 활동가

가 광화문에 있는 대기오염 전광판에도 올라가 보기도 하고, 인사동에서 정

부종합청사까지 거북이 마라톤을 하기도 있다. 거북이 마라톤은 거북이 등

가죽으로 쓰고 아이들처럼 네발로 걷는 것인데 자동차 배출가스가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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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높이에서 숨을 쉬어보는 것을 통해 아직 서울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것

을 알리는 항의 퍼포먼스 였다.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정부, 민간전문가 등

과 함께 ‛경유차 환경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경유승용차 도입에 따른 대

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도권 대기 특별대책’을 수립하기로 합의

했다. 이 대책에 힘입어, 월드컵 이전에는 75㎍/㎥으로 뉴욕이나 파리보다

2~3배정도 높았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특히 지난

해는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48㎍/㎥으로 나타나 최초로 50㎍/㎥이하가

되었고, 현재는 제2기 수도권 대기 특별대책이 준비 중에 있다.

2001년에는 나무위 시위 말고도 또 한 번의 고공시위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경인운하 반대 고공 시위였다. 92년도에 굴포천 방수로로 시작된 수해

방지 사업이 경인운하로 변경된 것은 97년의 일이었다. 경인운하로 변경되자

마자 반대운동을 시작했던 환경정의는 경인운하 사업의 부당함을 알리는 다

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 덕분에 당시 건교부도 경인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고, 99년도에 출범한 (주)경인운하도 아무런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었

다.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경인운하 사업

으로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던 (주)경인운하가 2001년 말 불법공사를 시작

했다. 당시 경인운하 사업은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지 않는 상태였는데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감행한 것이다. 환경정의는 이를 즉각 불법공사 로

규정하고 경인운하 공사장에 철탑을 쌓고 24일간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11

월에 시작하여 12월 초까지 이어진 농성에는 필자를 포함하여 당시 환경정

의 활동가였던 윤광용 활동가, 인천환경운동연합의 성혁수 팀장, 가톨릭환

경연대의 임익철 사무국장 등 4명이 참가하였다. 초겨울이었지만, 초기엔 별

다른 난방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골짜기로 불어오는 바람과 추위에 적지 않

은 고생을 했고, 철탑 밑에서 지원하던 활동가들은 새벽에 철탑을 무너뜨리

겠다고 경운기를 몰고 온 지역주민을 막아서고 밤새 토론을 하던 기억이 난

다. 결국 환경조사를 다시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농성을 마감하였다. 그러

다가 경인운하 사업은 2002년과 2003년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환경

정의가 다 방면의 노력을 한 끝에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가 전

면 재검토를 약속했고,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경인운하 백지화

2012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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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역의 대표적인 정치인이자 현재 인천시장인

송영길 국회의원이 지역주민을 대동하여 인수위원회를 압박한 끝에 백지화

발표는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되었다. 그러나 경인운하 사업은 사회적으로 사

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환경정의에서는 2003년에 경인운하 사

업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진행한 바 있고, 이를 근거로 감사원의 집중감사

가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경인운하 사업을 하기 위해서 건교부가 심각하

게 왜곡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업은 전면 무효라는 것

이 결론이었다. 그로인해 경인운하 사업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하지만, 사업

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었다.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최종적인 사회적 결론을

맺기 위해 2006년에 굴포천 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해서 추가적

으로 1년 이상을 논의하였다. 최종 결론은 2007년에 이루어 졌다. 협의회를

구성할 당시 경인운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체 위원 2/3이상의 동의

를 얻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최종 회의에서는 건교부측 인사가 전

원 불참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본인들이 참석하지 않아 회의 구성요건인 과

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협의회에서는 최종

결론을 경인운하 사업을 백지화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총리실과 청와대에

제출하였지만, 건교부는 끝까지 결론을 수용할 것을 거부하고 있다가 이명

박 정부가 출범한 후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운하사업을 추진한다면서 슬

그머니 공사를 시작하였다. 현재 개통한 상태이나 애초에 환경정의가 문제

제기 하였던 것처럼 경인운하를 통해서 운송될 화물은 하나도 없는 상태이

며, 경인운하를 통해서 중국까지 갈 관광객은 하나도 없는 것이 현재의 상

태이다. 결국 굴포천 방수로까지 포함해서 3조원 가까이 국민혈세가 투입된

경인운하 사업은 현재 아무런 쓸모가 없는 쓰레기

처럼 신공항 고속도로 옆에

누워있다.

2002년도에는 환경정의

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

를 하게 된다. 중요한 시도

중의 하나가 전국 강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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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기네트워크를 창립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전국에는 수많은 하천운동 시민단체 또는

주민모임 등이 있었으나 이들을 하나로 묶는 틀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환경정의에서

이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진행했고, 그해에 첫 번째로 ‛강과 하천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축제’ 전국 강의날 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이 대회는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하

여 수원에서 열렸는데 전국에서 약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하천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강의 날 대회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전국의 하천관련 시민단체들이 본인의 하천운

동 사례에 대해서 발표하고 우수 사례를 선정하여 이

를 모범으로 전국의 하천운동을 한 단계 고양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한국의 우수 사례는 일본 강의

날 대회에서 발표 하면서 한일 양국 간의 하천운동에

대한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였다. 또 다른

시도는 ‛새롭게 읽자 다르게 살자’라는 모토로 시작

된 환경책 큰잔치다. 환경책 큰잔치는 당시만 해도 환경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

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환경책이 발간되기를 기대하고 발간된 환경책

이 시민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기대하면서 준비된 행사였다. 이 행사도 여러 가지 어

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까지 10회의 환경책 큰잔치 행사를 진행했고, 올해 11회째를

준비하고 있다.

2003년에는 환경정의의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2001년 대지산 활동의 성과물로 용인

지역에 환경정의에 관심을 가진 주민들이 많이 생겼는데 이 분들을 바탕으로 2002년 1

년간의 준비 끝에 최초의 환경정의 지역조직인 용인환경정의가 생겨나게 되었다. 용인

환경정의는 창립이후 시민참여형 대지산 공원만들기 사업 및 이와 연계한 대지산 지킴

이 활동, 탄천 살기기 운동 등을 전개하였으며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다. 또한 같은

해에는 제1회 기후정의청년단과 하늘지기 대기체험 여행을 시작하여 환경정의가 본격

적인 대학생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기후정의 청년단과 하늘지기 대기체험여행은 향

후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미래의 지도자인 대학생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기오염에 대한 현장 체험을 하게 함으로써 한국사회 및 국제적인 환경오염 현황을 몸

소 체험하고 미래지향적인 지도자 상을 수립하고자 하는 노력이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대학생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새롭게 시각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2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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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는 먹거리 운

동 및 유해물질 관련 운동

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2’

를 발간하였고, 요즘 흔히

들 말하는 새집 증후군에

대해 사회적으로 처음 문제제기를 하기도 하였다. 고속도로 휴게소 살충제 문제에 대

해 문제제기 하여 지금 현재는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살

포하는 문제가 많이 개선되었다.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은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를 실

행한 것이다. 환경정의 활동가 중 윤광용 간사가 한 달간 햄버거와 콜라만 먹으면서

패스트푸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실험하는 것이었는데 채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간수치가 너무 높아져 담당 의사께서 실험을 중단할 것을 권유할

정도로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이 심각하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했다. 이런 헌신적은 운

동 덕분에 2002년부터 진행하던 어린이 시청시간대 패스트푸드 광고금지 운동이 탄

력을 받게 되었고 몇 해 후에는 실제로 어린이 시청시간대에는 미끼 상품을 동반한 패

스트푸드 광고가 금지되기도 하였다. 2004년에 진행했던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의 경

험을 담은 ‛광용아 햄버거 맛있니?’라는 책은 2005년에 출간했다.

2005년에는 정부의 새만금 사업 강행과 경부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터널문제, 제

2 외곽순환도로의 북한산 관통 문제, 기업도시 문제 등 전국적으로 반 환경적 국책

사업들이 추진되었고 위기를 느낀 환경단체들이 모두 나와서 환경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에서 여러 가지 국책사업에 환경성 문제를 재검토하고

청와대에 지속가능비서관을 새로 영입하는 정도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환경단체 입

장에서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던 시기였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지면 관계상 다음호에서 다루기로 한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님을 처음 보시는 분은

왜소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그의 몸이 나무 위에서... 길거리에서... 누구보다

크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경을 지키고 사랑하는

일이 세상에서 두 번째로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참고로 첫 번째는 가족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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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소셜네트워크를 말하다

2012년 12월 31일 무슨 일이 생길까?

한해가 마무리 되고 새해가 시작되기 전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

이 종료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 방송을 함께 송

출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 날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만 송출하게 된다. 브라운관 형태의 아날로그 TV로는 더 이상 디

지털 TV 은 시청할 수 없다. 디지털 컨버터를 구입하여 연결하거나, 케

이블과 같은 유료 방송에 가입해야 한다. TV 수상기가 디지털 채널을

수신하는 경우에는 상관이 없다.

그럼 왜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 전환되는 것일까?

디지털 방송 시대의

변화와 선택류영미 [email protected]

2012 기획연재 2012 기획연재

1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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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송은 프로그램의 제작이나 송신, 수신 등 전 과정이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되어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3~5배 선명한 고화질

(HD) 영상과 고음질이 가능하다. 또한 단순히 화질이 좋아지는 것만이

아니라 TV라는 매체를 통해 제공하는 내용이 다양해지고 사용 목적과

방식도 변화하게 된다.

우선 고화질 영상은 새로운 디지털 영상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아날

로그에서 발생하던 노이즈나, 이미지의 번짐 등의 현상이 사라지고 뛰어

난 고화질을 구현함으로써, 전형적인 제작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

의 방송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다. 고화질을 바탕으로 영상미를 강조

한 드라마, 쇼, 다큐멘터리 등의 제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영화와 음악 프로그램 등도 가정용

대형 디지털 TV를 통해 보다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둘째로는 TV라는 매체의 성격 변화이다. 디지털 방송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안내 및 기본 정보가 제공되며, 예약 시청 및 예약 녹화 등이

가능해진다. 또한 IPTV 등 유료 방송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 TV는 가족들이 모여 즐기는 공동의 도구이며, 누구

나 쉽게 이용하고 접할 수 있는 대중적 매체였다. 디지털 방송이 이루어

지는 요즘은 집집마다 TV 수상기가 1대 이상이며, 컴퓨터, 스마트폰, 태

블릿 등의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TV 시청이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방송이 이루어져도 6시에는 교양 정보 프로그램, 9시에는 뉴스, 10시에

는 드라마 등 기본적이 프로그램 편성이 계속되지만, 오직 그 시간 그

장소에서만 방송되던 아날로그 방송과는 달리 디지털 방송은 본방송을

못 보더라도, 다시보기나 예약 시청 등의 기능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프로그램을 보던 방식

에서 벗어나서, 9시에 뉴스를 시청하기 싫으면, 수백 개의 채널 중 원하

는 다른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방송 시대에는 TV

시청이 공동의 대중적 행위가 아니라, 개인적이고 선택적 행위로 바뀌게

되고 TV는 대중적 매체에서 개인적 매체로 변화하게 된다.

세 번째로는 쌍방향적인 미디어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수동적으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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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1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2012 기획연재 2012 기획연재 소셜네트워크를 말하다

어지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방식에서 직접 시청자가 이용자로서 서비

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디지털 TV와 트위터 페이스 북 등의 소셜네트

워크 서비스와 연결하여 즉각적인 반응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반

응을 확인할 수 있으며, 퀴즈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시청

자 참여 프로그램에 빠르고 쉽게 참여 할 수 있게 된다. 시청자들은 단

순히 시청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문자 투표, 게시판에 의견 개진 등에서

더 나아가 프로그램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다. 디지털 방송은 능동적인

시청자의 참여와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해 짐으로써 쌍방향적 매체로

기능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화질 고음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는 더 많은 제작비용이 필요

해진다.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면 더 많은 이윤을 기대할 수밖에 없기에

다양한 형태의 광고가 등장하고, 나아가 프로그램 내용의 왜곡을 가져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드라마 제작자 들은 드라마의 내용 보다는

제작비를 지원하는 업체의 제품(PPL)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배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내용과 상관없는 장면

이 등장하거나, 아예 내용이 변경되기도 한다.

또한 광고 유치를 위해서 화려하고, 자극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삶과 생각을 적절하게 반영하는데 소홀

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다문화 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프로그램 보다는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이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들이 홍수를 이

루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방송을 통해 프로그램 내용의 질적 향상과 다양성의

증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선정성, 폭력성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채널에서 제공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확보에 나

서면서,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TV를 통해 방송되고 있

으며, 심지어는 뉴스 프로그램 까지도 기자가 뉴스를 전달하면서 물에

빠지거나, 비를 맞거나 심지어는 태풍이 몰아치는 강변에서 몸을 로프

로 묶은 채 리포팅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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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송을 통해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으나, 방송

프로그램의 상업화도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능동적으로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의견 표명을 함으로

써 디지털 방송의 장점을 강화 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다보면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 소셜 광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비자의 생각에

공유되고 전달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류영미(한국폴리텍Ⅱ대학 인천캠퍼스 디지털방송과 교수)

님은 환경정의 활동을 응원해 주시는 든든한 서포터

이십니다. 지난해에 이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한 연재를 해주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교수님의 글을 통해 새롭고 따뜻한

소셜네트워크 세상을 꿈 꿀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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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2012 기획연재 지역에서 꿈을 이루는 사람들

김창진 [email protected]

캐나다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360만 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등

산 및 야외활동 장비 전문 협동조합.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캐나다 최대 소

매협동조합. 캐나다의 6개 주에 걸쳐 15개의 매장을 두고, 2011년 총매출 약

3천억 원을 달성한 기업. 모두 1,500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만족스러운 직

장환경에서 근무하면서, 연매출의 1%를 환경보호기금으로 기부하는 협동조

합. 개발 위협에 처해있는 땅을 사들여 주립공원화하거나 등산로를 보호할

목적으로 몇 억 원씩 지출하는 것을 승인하는 이사회. 전체적으로 97%의 조

합원이 기꺼이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업체. 자체 개발한 상품(92%), 서비

스(88%), 그리고 문화(92%) 등 세 가지 브랜드에서 고객들로부터 높은 만족도

를 얻고 있는 협동조합.

이것이 바로 오늘의 MEC(Mountain Equipment Co-op)를 말해주는, 단

순하지만 인상적인 수치들이다. 소수 대주주들의 탐욕스러운 이윤추구를 으

뜸 목표로 삼는 ‛글로벌기업’이 아니라, 바로 자기 나라 사람들의 일상 취미활

동에 착안하여 중견사업체로 성장한 ‛토종기업’이어서 더욱 뜻 깊은 것이다.

1971년, 등산을 좋아하던 네 명의 밴쿠버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당

시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하던 하나의 소비자협동조합이 한 세대가 넘는

등산용품 전문 협동조합

MEC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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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시험을 견디면서 이토록 성장한 것이

다. 하지만, 이렇게 ‛창대한 결실’을 맺기까지

초기 설립자들이 감내해야만 했던 ‛미약한 시

작’을 말하지 않는다면, 좋은 뜻을 가진 협동

조합은 그저 만들어놓기만 하면 다 잘 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줄지도 모른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캐나다에

서는 보통 사람들 중에서 등산이나 카누 등

을 비롯한 야외활동을 즐기는 부류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따라서 괜찮은 등

산복이나 배낭은 물론 암벽등반에 필수적인 로프나 얼음 깨는 손도끼처럼 전

문적인 등산 활동에 필수적인 장비들을 캐나다 안에서는 구하기가 힘들었다.

따라서 당시 대학 등산부원이었던 젊은이들은 밴쿠버에서 자동차로 두어 시

간 거리에 있는 미국 도시 시애틀로 건너가 당시 유명한 미국 아웃도어업체인

REI 매장을 방문해야만 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신제품을 구입하여 국경을 통과하면서 내야 하는 비용(관세)을 아끼기 위해

나름대로 꾀를 내게 되었다. 즉 시애틀 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한 다음 ‛적당히

사용한 척’ 함으로써 세관을 통과할 때 그것들이 중고품으로 보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캐나다로 들여오는 것이었다. 처음에 그런 보따리장사는 상당히 재

미가 있었다. 하지만 국경관리들의 눈을 속이면서 신제품을 중고품으로 둔갑

시키는 그런 구매 여행이 아무런 위험도 없이 마냥 지속될 수는 없었다. 어느

날인가부터, REI 매장에서 누군가 캐나다 자동차 번호판을 적는 사람이 있다

는 소문이 나돌게 되었다. 어쨌든 그것은 오래갈 수도, 정당한 비즈니스 방법

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 꾀돌이 대학생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평범한 격언은 세계의 거의 모든 협동조합에 공

통되는 진실이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사업이어서 언젠가는 시작

될 수밖에 없었던 일, 현재까지는 흔히 알려진 전통적인 방법으로 그 일을 하

고 있지만 사람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지혜를 모아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

해본다면 아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일이, 바로 세계 곳곳에서 협동조

합이 만들어지는 실질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이 자기 개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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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지역에서 꿈을 이루는 사람들2012 기획연재

가족만이 아니라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거나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

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라면 더 이상 일러 무엇 하겠

는가? 캐나다처럼 광대한 산악지대와 풍광이 빼어난 수많은 강과 호수

를 끼고 있는 나라에서 야외활동 장비 수요는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나

아지는 정도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누

군가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역할이, 산을 타기 좋아하던 몇

몇 대학생들에게 돌아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

이 MEC가, 다른 어떤 나라도 아닌 캐나다에서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캐나다 실정에 맞는 등산장비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은 1970년 베이커산을 오르면서였다고 한다. 당시 네 명의 젊은이들은

빙하 베이스캠프에 갇혀, 앉아서 서로 수다를 떠는 것밖에 달리 할 것

이 없었다. 그리고 그 자연스런 대화가 서로 힘을 모아 등산장비 가게를

열어보자는 이야기로 모아졌다. 그런데 더욱 뜻 깊은 것은, 그들이 열고

자 했던 가게를, 돈 버는 것을 첫 번째로 삼는 사기업이 아니라 민주적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협동조합으로 만들어보자는 결론을 냈다는 사실

이다. 그들이 아직 일반 ‛사회의 때가 묻지 않았던’ 순수한 청년들이었다

는 점, 그리고 그들의 머릿속에 그냥 ‛company(회사)’나 ‛joint-stock

corporation(주식회사)’이 아니라 ‛co-op(협동조합)’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이고 그만큼 ‛역사적인’ 것이기도 했다.

MEC 창립회원인 짐 바이어스씨는 “나는 사기업에 비해 협동조합 경제

가 보다 활력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기 시작했어요”라고 초기를 회

상한다. 지난 150여 년 동안, 지배적인 자본주의체제에서 비주류로 밀

려나 있는 ‛협동조합’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기업이 있다는 사실, 정직한

경제활동을 통하여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이 별종(別種)의 회

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젊은이들에게 알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71년 8월, 6명의 창립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65달러의 운영자본으

로 시작한 이 꼬마 협동조합은 초기 3년 동안 순전히 자원봉사 활동으

2012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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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운영되었다. 그것은 무슨 사업체라기보다는 일종의 아지트 같은 곳이

었다. 대학생들이 틈날 때 들러서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계획하고 자기

들이 아는 장비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대학등산부의 또 다른 동아리방

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굼벵이도 쉬지 않고 굴러가면 이 밭에서

저 밭으로 건너가는 법. 가게는 점차 자리를 잡아 그럴듯한 선반에 물

품을 진열해놓고, 급여를 주는 직원을 채용할 수 있게 되었다. 등산, 암

벽등반, 스키, 그리고 하이킹 애호가들을 위한 양질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그들의 비즈니스였다. 처음에 그들이 가게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미국 REI와 시애틀 소재 작은 회사인 MSR로부터 도매로 구입했다. 거

기에 정식으로 관세를 물고 20% 정도의 마진을 붙여 캐나다 시장에서

판매하면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점차 사업이 커지자 그들은 선

불하지 않고도 몇몇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MEC의 초기 멤버들은

여러 야외활동 클럽 모임에 접근하여 물품을 전시하고, 동시에 협동조

합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아이디어를 설파하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계속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창립회원들 사이에 의견의 불일치가 있었고, 5달러의 조합비로 충당하

기에는 비즈니스자금이 부족했으며, 제조업자들이 요구하는 소매가격

을 붙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동조합 따위에는 자기네 물건을 팔지 않

겠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설립자들은 ‛돈’ 때문

에 서로를 헐뜯으면서 갈라서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랬더라

면 오늘의 MEC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그들은 자신들이 기존

관행과는 다른 철학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

다. 그리고 그 힘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하게 입증되었다. 창립회원들

은 물론이고 그들과 뜻을 같이 한 조합원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후원자가 되어있다. 스스로 협동조합기업

의 주인됨을 신뢰했던 그들의 지지에 힘입어 MEC는 점차 번창하기 시

작했고, 40년이 지난 오늘날 그들은 홈페이지에서 MEC가 “우리 사회에

서 가장 훌륭한 비즈니스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자부

심을 가지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좋은 기업이란 연매출이나 순수익, 지난해와 비교해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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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꿈을 이루는 사람들2012 기획연재 2012 기획연재

뛰어오른 성장률 등 대단한 수치로 표현되는 양적 성과만이 아니라 모

름지기 훌륭한 거버넌스(운영 구조)를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사

기업이나 국영기업도 아니고 그것이 협동조합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

다. 그런 점에서도 MEC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좋은 거버넌스란 건전

한 의사(정책) 결정을 하는 지도부가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하면서, 이

는 일관성 있고, 조합원-고객의 요구에 민감하며, 자신들의 활동에 책

임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건전한 의사결정’이란 무엇인

가? 그것은 단기적 성과나 이익에 눈이 멀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

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결정을 하고,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헌

신하며, 그들과 투명한 의사소통에 최대한 노력한다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MEC 조합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경영진과 의사소통을 하

고, 어떻게 ‛자기네 회사’의 방

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조합원들은 출자자가 되면서

이 회사의 주인이기도하고 동

시에 투자자가 되고, 지분소유

자가 되고, 고객이 되기도 한

다. 따라서 조합원은 1인 1표라

는(주식회사처럼 1주 1표가 아

니라) 협동조합 원칙에 따라 민

주적인 방식으로 치러지는 선

거를 통해 이사들을 뽑고, 이

사회는 회사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MEC가 나아가야 할 바를 조

합원들에게 책임 있게 안내해주게 된다. 이사는 임기가 3년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매년 봄 선거에서 조합원들은 입후보한 사람들 중 세 명의 후

보를 선택하게 되고 그들의 명단이 연례총회에서 공표된다. 그리고 CEO

및 그와 호흡을 함께 하는 경영자들은 일상적인 업무를 지휘하고 감독

한다. 이 선거 거간에 조합원들은 또한 MEC 협동조합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한다거나 규모가 큰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승인한다거나 하는 중요

한 결정에 투표할 수도 있다.

2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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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네 뒷산을 가면서도 백화점에서 구입한,

유명 상표가 붙은 고가의 등산복을 입고 가는 진풍경을 자주 볼 수 있

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어떤가? 물론 이 나라에도 미국기업의 상표를

단 등산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청소년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

어도 MEC 매장이 있는 캐나다의 15개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만약

그들이 등산이나 여러 가지 야외활동을 즐겨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유

명한 협동조합 가게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처음 이 소비자협동조합이 시작된 서부 브

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밴쿠버에서부터,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

는 캐나디언 로키산맥을 끼고 있는 알버타주의 캘거리, 그리고 동부 캐

나다의 주요 도시들인 토론토, 오타와는 물론이고 프랑스어권 도시들인

몬트리올과 퀘벡시티에 이르기까지 MEC 매장은 보통 한국의 대형마트

처럼 2층 규모에 걸쳐 풍부한 물품들을 갖추고 있다. 작년과 올여름 벤

쿠버와 오타와, 그리고 몬트리올 매장을 둘러본 적이 있는 글쓴이가 지

금 기억하는 것들만 해도, 일반적인 운동복이나 등산복, 등산화, 배낭

등속 외에 스케이트보드, 롤러스케이트, 모의 암벽, 텐트, 침낭, 여행

관련 책자, 간편식, 헬멧, 장갑, 수영복, 카누, 카약, 긴급 구조장비 등

수없이 많다.

협동조합이 좋은 점 중 하나는 그 사업이 잘 되어 매출과 순수익이

늘어나면(물론 모든 협동조합이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고용 자체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목적인 비영

리 협동조합들도 있다), 정관에 따라 규정된 일정한 배당금을 조합원들

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소비조합의 경우, 일반 주식회사와는 달리 출

자금에 비례한 배당이 아니라 이용실적에 따른 배당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MEC의 경우 2000년도에 조합원들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120만

캐나다달러(약 14억 원)였는데, 2005년에는 2백만 달러(약 23억 원), 그

리고 2007년에는 360만 달러(약 42억 원)로 늘어났다.

하지만 MEC가 계속 승승장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것은 이사회

와 경영진, 조합원들이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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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꿈을 이루는 사람들2012 기획연재 2012 기획연재

려있는 문제이다. 근래 캐나다는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면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도시 밖에서 즐기는 야외활동뿐 아니라 실

내운동이나 주택가 부근 공원 등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상 레저 활동

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여 MEC에서는 최근 요가복, 학

생용 가방, 출퇴근용 자전거 등을 출시하였다. 또한 캐나다인들은 세계

적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에 속하는

데, 2011년에는 전년에 비해 온라인 판매가 16.9% 성장했다는 사실이

그것을 확실히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세계화’의 압력을 받으면서 점차 경쟁이 심해지는

비즈니스 환경에도 불구하고 MEC는 ‛글로벌기업’을 추구하고 있지 않

다. “당신네 사업의 국제화를 위한 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퀘벡주

홍보 및 마케팅 담당매니저인 프랑수아-사비에르 델레모씨는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그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캐나다인

들의 수요에 충실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

며, 외국인들을 위해서는 온라인 판매로 충분합니다”. 미국식 사업모델

을 여전히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착각하면서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한국

사회에서, 잘 나가는 협동조합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간명하게 드러내주

는 이런 생각이 언제쯤 진솔한 울림을 얻을 수 있을까.

* 참고자료

www.mec.ca(검색일 : 2012년 8월 5일)

프랑수아-사비에르 델레모씨와 가진 인터뷰(2012년 8월 10일, 몬트리올 사무실)

김창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및 NGO대학원 교수)님은 러시아

정치에 대해 공부하셨고, 공동체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많으십니다. 최근에는 지역을 새롭게 구성한 캐나다 퀘벡과

사스캐처원 협동조합 사례를 주목하고 계시며, 성공회대학교에서는

교수 직업 외에 깐뚜치오라는 식당 운영을 받아 대학생협으로

준비하려고 노력중이십니다. 몇 년 전 성미산 마을극장 개관식 때는

개막공연에 직접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기도 하셨습니다.

2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Page 27: End75호울담가을호 인쇄용.new

Part 01특 집

협동조합으로 꿈꾸는 착한 세상

환경정의 시각으로 본 협동조합의 의미 .................. 28

사회적 경제로서 협동조합 .....................................32

해외 협동조합운동의 두가지 흐름 ...........................35

의료생협운동이란 무엇인가? ................................38

멀지만 가까운 주택협동조합 ..................................43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해 본 .................................... 46국내 협동조합의 가능성

Page 28: End75호울담가을호 인쇄용.new

2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지난 60여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사회는 놀랄만한 성장

과 발전을 이루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최빈국의 나라가 이제

국가 경제규모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일어섰다. 폐허에서 일군

경제의 발전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러한 급속한 경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의 미래가 장미빛

청사진만을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와

식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한 세기’로 전망된다. 1인당 국민

총생산(GNP) 대비 석유소비율이 세계 1위이면서 에너지 해외의존도

97%, 식량자급도 30% 이하인 우리의 현실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환경오염의 심화와 건강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대기

환경 기준치 이하의 농도에서도 건강피해가 발생한다는 역학적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특별히 수도권의 대기오염은 한해 1만 명의 조기 사망

을 가져오고, 경제 피해가 10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 보고가 나올 정도

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대기오염의 피해 대상자는 태아, 아동, 노인

과 같은 생물학적인 약자와 오염지역에서 주거하는 지역주민 등 사회적

인 약자에 그 피해가 선택적으로 집중되는 패턴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

환경정의 시각으로 본 협동조합의 의미

특 집

임종한 [email protected]

환경정의 시각으로 본

협동조합의 의미

Page 29: End75호울담가을호 인쇄용.new

다. 환경파괴로 인한 비용이 사회적 약자에게, 또 미래세대에 전가되는

양상이기에, 이제 환경오염 피해는 그대로 방치해 둘 경우, 건강피해 치

료 및 환경오염 복구비용으로 우리사회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될 것이

다. 이러한 현상은 심각한 사회 정의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른다.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빠른 고령화도 우리사회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우리사회는 지난 2000년 7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

구의 7%를 넘어 이미 ‛고령화’에 진입했다. 또한 2019년 노인인구가

14.4%로 ‛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지난 5년 전과 비교해보면, 총 인

구는 3% 증가한 반면 고령인구는 총인구 증가율의 9배가 넘는 28%가

증가했다. 우리 사회는 고령인구의 급증, 출산율의 감소 등으로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특별히 고령인구의 증가는 다가올 사회

에 보건의료비용의 급증을 가져와 우리사회에 큰 부담을 작용할 것임

에 틀림이 없다. 사회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체계와 자원을 충분

히 준비해 두지 않으면, 사회전체에 생산력의 저하와 삶의 질 저하라

는 큰 질곡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안고 있다.

숨가쁘게 뛰어왔던 우리사회가 고속성장에서 저성장사회로, 완전

고용사회에서 고청년실업사회로 큰 변화를 맞으며 경제적인 침체로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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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어려움을 맞보고 있다. 이제는

고령사회로의 인구구조의 변화,

의료비 등 사회보장비용의 증가,

환경오염 예방 및 오염 복구비

용의 증가 등이 우리사회의 고

속성장을 가로 막고 있다. 늘어

나는 사회 갈등비용, 가족 해체

의 비용, 사교육비, 환경오염 복

구 비용 등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은 저하되고, 사회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다.

그간의 눈에 보이는 사회 변화 외에 우리사회의 저간에 흐르는 큰

변화의 하나는 시민의식의 변화이다. 오랜 군사문화속에 자발적인 시

민 참여를 통해 얻은 사회 민주화는 시민들의 의식을 민주적으로 바

꾸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의식의 변화 속에 놓치면 안 될 큰 흐

름의 하나가 바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이다. 80년대 민주화를 경험하

고 자라난 40대 이전의 젊은 세대는 민주화 이후에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 속에 성장해왔으며, 이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이

다. 사회정의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친환경적인 민주적 시민의식”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1세기 향후 우리사회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경제성장, 사회민주화

에 이어 경제민주화, 풀뿌리민주주의 정착, 협동운동을 통한 사회복지

체계 구축,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한 평등한 교육의 기회 확보, 탈핵 재

생가능에너지 수급 및 친환경사회시스템의 구축 등이다. 이러한 사회

의 과제는 경제성장과 민주적 정치권력의 수립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사회 구성원의 의식의 성장을 뜻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이다. 모두

나눔과 상호 이해와 협동을 전제로 한 사회 변화들로 시민들이 변화되

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변화들이다. 건강한 시민의식이 자라나

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성숙한 시민사회로 발전할 수 없다. 우리 사회

가 넘어 가야할 이러한 산들은 영웅적인 한사람이 해결해 줄 문제는

아니며, 이 모든 것들이 각성된 시민들이 참여하고 협동을 해야 비로

환경정의 시각으로 본 협동조합의 의미

특 집

Page 31: End75호울담가을호 인쇄용.new

임종한(환경정의 집행위원장, 인하대 의대교수)님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환경보건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하고

계신 너무 바쁜 분입니다. 그 바쁜 중에서도 환경정의

다음지킴이본부장으로 환경정의 다음지킴이국 운동을

지켜주시는 보석 같은 분입니다.

소 해결이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은 환경정의에게 환경정

의가 꿈꾸는 사회로 가는 핵심전략의 하나라는 의미이다.

일반 시민들이 건강, 교육, 문화, 환경, 경제 등 각 사회 분야에 사회

민주화를 이루어가는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동

조합은 지역에서 풀뿌리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산실과도 같다. 시민들

이 전문가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현안에 대해, 지역사회의 대안을 찾아

가며, 공동이 합심하여 공동출자, 공동운영의 경험을 가진 협동조합은

우리사회에서 아주 소중한 경험이다.

환경정의가 지역에서의 한국사회의 대안을 찾는 지역운동을 시작하

였다. 작년 12월에 입법 예고된 협동조합기본법으로 업종에 관련 없이

5인 이상이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고, 지역사회 기여가

높은 사회적 협동조합 구성도 가능하게 되었다. 햇빛발전 협동조합, 도

시농업 협동조합, 다음지킴이 협동조합은 지역에서 협동조합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공동체와의 소통을 강화해서, 환경정의가 다시 한 번

날개를 활짝 피는 시대를 꿈꾸었으면 좋겠다. 꿈을 꾸는 공동체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핵 발전소와 에너지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태양광 협동조합

31

Page 32: End75호울담가을호 인쇄용.new

3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사회적 경제는 경제의 사회적 기능을 복원하려는 시도이다. 19

세기 자본주의 산업화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노

동자들의 결사체와, 20세기 말의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야기된 실업

과 복지후퇴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조직들의 의해서 사

회적 경제는 경제의 사회적 기능을 복원하는데 기여하고자 하였다.

예로부터 경제를 경세제민(經世濟民)이라 하여, ‛세상을 다스리고 백

성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경제는 백성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세상을 다스리는 셈법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경세제민이란

말보다 사회적 경제를 잘 설명하고 있는 말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하

지만 세상은 돈벌이 경제의 시장권력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으며, 국민경

제는 시장을 통해 상호이익의 관계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써 경

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편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의 증대를 궁극

의 목적으로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가게 되었다. 돈벌이 경제 논리에 의

장원봉 [email protected]

사회적 경제로서 협동조합

특 집

1) 이글은 사회투자지원재단의 뉴스레터 칼럼에 실린 ‘행복한 경제를 만드는 협동조합운동’이란 글을 수정ㆍ보완한 것임을 밝혀둔다.

사회적 경제로서 협동조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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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해서 다스려지는 세상 속에서, 구제받지 못하는 백성들은 자신들의 행

복을 위한 사회적 자원배분을 선거철 유권자와 가격신호에 민감한 소비

자로써 국가와 시장에 맡기게 된다.

사회적 경제는 권력과 자본을 자원하는 국가와 시장에 대해서 시민집

단이 가진 연대의 자원을 가지고 백성의 행복을 위한 대안적인 자원배

분을 추구한다. 이는 사회적 경제가 ①국가와 시장에 의해서 충족되지

못하는 다양한 시민사회의 필요에 대응한다는 사회적 목적과, ②폭넓은

시민사회의 주도성과 결속을 보장하는 참여주의 모델로써 사회적 소유

를 실현하고, ③호혜와 연대의 원리를 토대로 축적되는 사회적 자본에

기초한, 경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정치사회적 개입전략이라고 개념화 되

는 이유이다.

사실 사회적 경제는 협동조합운동을 말하지 않고 설명이 어려울 정도

로 19세기 유럽의 결사체운동의 전통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실천되어

왔다. 세계협동조합연맹(ICA)에 의하면, ‛협동조합은 구성원들에 의해서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서, 그들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사체’라고 정의되고 있다. 협동조합운동은 ‛생산수

단의 공동소유를 통한 협동을 통해 착취관계를 해소하고 대안적인 생산

관계를 마련한다는 정치적 목표’와 ‛생산의 평등한 분배를 통한 참여자

들의 경제적 이해를 보장하려는 경제적 목표’, 그리고 ‛모든 이들이 인간

베트남의 사회적기업지원센터와 지원한 사회적 기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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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적인 존재 자체의 유대를 강화하고 개별화된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공동

체 의식의 가치적 목표’를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운동이다.

실제로 협동조합은 오랜 동안 경제의 사회적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서

실천되어 오면서, 경제에 대한 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경

제에 도전해왔다. 생산자와 소비자,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의 격

차를 이윤을 위한 기만으로 활용하지 않는 공동결정의 원칙을 만들어

냈으며, 초과이윤의 배타적인 소유를 제한하는 공동소유의 원리를 지켜

나갔다. 또한 협동조합은 상호이익의 호혜 속에서 지속적인 신뢰를 통한

사회적 자본의 축적방식을 마련하였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필요를 스스

로 자조할 수 있는 자율적인 생성의 원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협동조합운동이 시장경제의 모든 기능을 대체하여 경제의 순기

능을 온전하게 복원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국가의 재분배 기능

을 부정함으로써 자급의 경제로 가자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단순히

시장의 가격신호에 의해서 등장하는 소비자나 선거철 자신의 권리를 타

인에게 위임하는 유권자로서 자신들의 필요를 시장과 국가에게 의탁하

는 나약한 사회에게 다시 경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을 협동조합을 통

해서 기대하는 것이다. 이것이 협동조합운동이 사회적 평등과 부의 재

분배를 위한 정치적 저항으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유이

며, 시장의 귀퉁이에서 자립경제로 자족하는 소박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협력의 관계망을 지역사회에서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의 필요에 대응하고자 하는 분명한 자기 목적을

가지고 시민사회의 주도성과 결속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참여주의를 실

현할 수 있다면 다시 경제를 사회구성원들의 상호이익의 장으로 돌려놓

게 되지 않을까? 이것이 행복을 계산하는 경제로 협동조합운동이 이끄

는 길이 아닐까?

사회적 경제로서 협동조합

특 집

장 원 봉 ( 사 회 투 자 지 원 재 단 상 임 이 사 ) 님 은 성 공 회 대 학 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로, Community Development

Journal(Oxford University Press) 국제편집자문위원으로, 협동조합

기본법제정연대회의 집행위원장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계신 분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사회적 경제의 이론과 실제」와 공저로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 「새로운 도시재생의 구상」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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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844년 영국에서 로치데일공정개척자협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소비자협동조합, 농업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이 20세기 초반에는 유

럽과 북미에서, 그리고 20세기 중반까지 나머지 세계의 나라들에서 전

국적 조직체를 형성할 정도로 발전해왔다. 또한 노동자생산협동조합, 주

택협동조합, 육아협동조합, 의료협동조합, 전력공급협동조합 등이 협동

조합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비정부조

직으로 알려지고 있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가입되어 있는 협동조

합의 수만 해도 70여만 개 이상이 되고, 이 조합들은 90여 국가에서 약

10억 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20세기 중반까지 대부분의 협동조합들은 지역을 바탕으로 발전해왔

다고 볼 수 있다. 지역에서의 농축산물의 구매회사나 생필품 판매회사

의 독과점문제, 그리고 신용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역의 농민과

소비자들이 상호 신뢰가 가능한 소규모 지역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을 조

직화하고 운영하여 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협동조합은

크게 변모하게 되는데, 그 두 가지 흐름은 효율화와 지역화였다.

우선 효율화의 흐름을 살펴보면, 1980년대 이후 세계화 및 규제완화,

정보통신기술의 현저한 발달 등 기술혁명에 따라 주식회사와의 경쟁이

격화되고, 시장제도가 크게 발전하면서 협동조합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자, 기존의 협동조합들은 생존을 위하여 대규모 합병을 추진하고

주식회사방식의 자본조달구조 및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

났다. 농협의 경우, 농민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하여 가공 및 기술 투자

를 확대하고 브랜드화를 통하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동종

해외협동조합운동의 두 가지 흐름

장종익 [email protected]

해외협동조합운동의 두 가지 흐름

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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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해외협동조합운동의 두 가지 흐름

특 집

농협간의 합병이 이루어졌고, 중간단위의 연합조직들은 해산하거나 흡

수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선진국의 신협과 협동조합은행도 1980~90년

대 이후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사업구조 측면에서는 사업

의 다각화 및 유니버설 뱅크(universal bank)화를 추구하였고, 조직구

조 측면에서는 1차 협동조합의 합병 또는 연합조직간의 합병을 통한 규

모화와 네트워크 중앙조직 기능의 대폭적인 강화, 그리고 자본조달구조

측면에서는 새로운 자본조달방식의 도입과 일부 협동조합중앙은행의 주

식회사화를 도모하였다. 소비자협동조합도 예외가 아니다. 소매시장의

급속한 변화와 대규모소매유통체인의 등장에 따라 유럽 및 일본의 소비

자협동조합도 대규모화와 경영혁신을 도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의 와중에서 경영의 혁신과 조합원에 의한 조합운

영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협동조합들의 생존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협동조합의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한 협동

조합 지역사회를 형성하려고 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

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 이탈리아의 볼로냐지역의 협동조합복

합체, 캐나다 퀘벡주의 협동조합복합체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캐나다 퀘벡주의 데잘딩신협은 규모의 경제화를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

여 왔을 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에 1차적 초점을 맞추고 신협의 윤리적 정

체성을 발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인민금고의 연합체인 데잘딩신

협그룹은 지역투자기금을 조성하고, 지역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퀘

벡에서 소유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대규모 기업에 대한 투자 등을 담당

하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였다. 데잘딩 신협그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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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1900년대 설립이후부터 협동조합과 비영리조직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

다. 지역의 모든 인민금고가 사회적 기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

니지만 퀘벡주의 대부분의 비영리조직의 계정이 인민금고에서 관리되고

있으며, 일부 인민금고들은 조합원 배당이외의 잉여금 일부를 가지고 사

회적, 혹은 지역공동체 기금을 설립해왔다. 데잘딩 신협그룹의 이러한 노

력을 통하여 퀘벡주에는 소비자협동조합과 주택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

합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연대협동조합이 발전해왔다.

또한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인구 2만 여명의 몬드라곤 지역에서 100

여개 이상의 협동조합들의 복합체인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와 이탈

리아 북부에 소재한 인구 38만 여명의 도시인 볼로냐(Bologna)에서 약

400 여개 이상의 협동조합들의 연대체가 발전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이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이종 협동조합들이 지역 및 전국 차원에서

컨소시움을 결성하여 단위 협동조합들로부터 당기순이익의 3%를 출연

받아 사회적 협동조합의 설립 및 발전을 위한 상호지원기금을 조성하고

사회적 협동조합의 설립을 위하여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협동조

합 지역사회에서는 소비자협동조합이나 신협, 농협과 더불어 다양한 노

동자생산협동조합과 교육, 육아, 연구 및 훈련관련 협동조합이 크게 발전

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지역을 거점으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발전전략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지역의 시민자본의 발전

이라고 하는 목적 달성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협동조합 지역사회의 발전전략에 있어서 핵심적 요소는 협동

조합금융기관의 기능과 협동조합연대기금의 조성, 그리고 협동조합 설

립 지원기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협동조합 지역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는 경영적으로 강한 신용협동조합연합조직과 소비자협동조합연

합조직에 속한 단위 신협과 소협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이러

한 단위 신협과 소협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노동자생산협동조합 및 사회

적 협동조합의 설립 및 발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질 필요가 있

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에서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협동조합 지

역사회의 건설이라고 하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장종익 (한신대학교 교수)님은 1990~

1993년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일하셨고, 1994년에 (사)한국 협동

조합연구소를 설립하여 2003년까지

사무국장과 소장으로 활동하셨습니다.

이후 2008년에 미국 미주리주립

대학교에서 조직경제학 및 신제도경

제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 취득

하셨습니다. 이후, 한국형 압축고도

성장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연구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확산시킬 수 있는

사회적 경제, 특히 협동조합에 관하여

연구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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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1. 왜 의료생협운동인가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에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

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 국민은 누구

나 건강할 권리를 보장 받고 있다. 그러나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보건의

료체계는 고귀한 생명을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상품화하고 있다.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건강권이 사회적 신분과 재산에 따라

급속도로 차등화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08년 이후 사회가 양극화 되면서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건

강불평등의 문제는 지역사회나 농촌으로 내려가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

난다. 의료 취약계층인 노인의 건강문제, 환경으로 파괴로 인한 자연환경

오염문제, 신자유주의의 극성으로 실직, 빈곤, 결손 가정, 독거

노인의 문제 등 1차 의료에서 보장되어야할 건강과 복지의 영역

들이 산재해 있다. 의료기관이 이윤보다는 국민의 복리와 주민

건강증진에 힘쓰고, 지역 공공의료부문이 자신의 역할이 절실

하기에 대선국면에서 보편적 복지 논쟁은 국민모두의 관심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민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증진하는 상시적인 주민 조직(마을 공동체)이 필요하다.

최봉섭 [email protected]

의료생협운동이란

무엇인가?

의료생협운동이란 무엇인가?

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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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생협 운동이란 < ‛누구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운동의

기본으로 하여 ‛지역’을 중심으로 ‛사람’을 만나고 삶을 변화시켜내는 ‛건

강한 관계’를 지향하는 협동운동>을 말한다.

자본과 국가,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스스로 건강과 협동의 삶 원

리를 실천하고 연구하면서 만들어 온 것이 협동조합이라면, 그 중 특히

의료복지영역에서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고 건강한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추구하는 협동운동이 바로 의료생협이다.

2. 의료생협 운동의 사회적 역할

나눔과 협동의 삶으로 좋은 생활습관을 창조한다.

의료생협은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추적 모니터링하여 건강을 위협할

원인들을 사전에 찾아 제거한다. 조합원 주치의제도, 보건예방 교육, 여

러 가지 소모임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건강관리능력을 향상시킴

으로써 지역사회가 과도한 질병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는 지역사회 예방

관리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지역사회 예방체계는 고령 인구 증가

와 산업화로 인한 만성질환의 증가로 더욱 중요시 될 것이다.

환자 권리 존중과 생명가치가 우선되는 의료의 실현이다.

의료생협은 환자 권리장전을 선언하고 정직한 진료를 실천한다. 다양

한 교육, 훈련프로그램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건강권에 대한 자기결정

권을 통해 정보 불균등으로 발생하는 시민들의 일방적인 피해를 막고

지역주민을 건강문제해결의 주체로 성장시켰다. 지역주민들은 의료생협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과 지역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

다. 이렇게 성장한 지역 리더들은 기존의 낭비적인 보건의료복지체계 개

혁과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다.

자율과 자치, 풀뿌리 민주주의 실천의 장이다.

일반적으로 병원경영은 전문가 중심이어서 이용하는 지역주민은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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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된다. 이에 반해 총회, 이사회, 대의원, 위원회의 참여가 보장되는 협동

조합 조직방식의 운영은 전문가 독점적인 의료현실의 변화를 유도한다.

의료생협은 지역 조합원으로 부터 나온 출자금을 재원으로 하고 다양

한 이해관계자들을 의사결정체계에 참여시키면서 지역사회에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지역사회 통합적인 돌봄 시스템을 구축한다.

2008년 9월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

이미 ‛고령화’에 진입했다. 의료생협은 방문진료, 가정간호사업소, 재가

장기요양기관 운영 및 자원봉사활동가 양성 등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이들 시설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

여 지역사회내 통합적인 돌봄체계를 만들었다.

지역사회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

각 지역에서 다양한 시민사회 그룹과 자원봉사조직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의료생협의 마을만들기 운동, 사회적 시민자본(시민출자, 자원활

동가, 지역네트워크, 잉여의 사회적 환원 시스템 등) 형성과 같은 활동은

지역사회 상호부조 기능을 강화함으로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의료협동조합운동 18년의 역사 속에서 주민참여형의료생협이 15개 만

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주민참여형의료생협이 주민의 큰 호응과 지지를 받

으면서 한국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의료생협법인 형식이 필요한 일

부 개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할 목적으로 유사의료생협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곳이 300여개가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기도 하다.

의료생협운동이란 무엇인가?

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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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첨부 : 한국의료생협연합회 소속 회원생협현황 (2011년 12월31)

비교기준 안성의료생협 인천평화의료생협 안산의료생협 원주의료생협

지역특성 도농복합도시 대도시 신도시 중소도시

주요 설립 동기 농촌지역 의료봉사 산재 및 직업병 해결 지역 환경보호운동 생협간의 협동

최초의 주체 농민회와 기독학생회 기독청년의료인회시민의 모임

동의학민방연구회소비자생협/신협

주체의 성격 지역주민과 의료인 의료인→지역주민 지역주민→의료인 지역주민→의료인

설립 년도 1994년 4월 1996년 11월 2000년 4월 2002년 5월

운영사업소

의원 3개소, 한의원2개소, 치과,

검진센타재가요양기관

의원,한의원가정간호사업소검진센타, 치과재가요양기관

의원, 한의원치과, 검진센타

재가장기요양기관, 그룹홈

의원, 한의원요양보호사교육원

재가요양기관

조합원수 4299세대 3075세대 4798세대 2288세대

사회적기업인증 ○ ○ ○ ○

비교기준대전민들레의료생협

서울의료생협 전주의료생협 함께걸음의료생협

지역특성 대도시대도시

(서울영등포구)중소도시

대도시(서울노원구)

주요 설립 동기 지역화폐운동 신협운동의 확장 보건의료운동과

공동체운동장애우 평등세상

최초의 주체한밭레츠,

대전 인의협영등포

산업선교회청년한의사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체의 성격 의료인과 지역주민지역주민→ 의료인

의료인→ 지역주민

의료인→ 지역주민

설립 년도 2002년 8월 2002년 6월 2004년 4월 2005년 6월

운영사업소

의원2, 한의원2, 치과2재가요양기관,

검진센타심리상담센타

한의원치과

재가요양기관

한의원재가요양기관

한의원재가요양기관

조합원수 2516대 2203세대 559세대 997세대

사회적기업인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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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의료생협운동이란 무엇인가?

특 집

최봉섭 (한국의료생협연합회 상임이사)

시흥, 마포, 은평구등 의료생협을 준비했던

곳에서는 늘 최봉섭 님의 따뜻한 조언이

함께 했습니다. 최근 가짜 의료생협이 난무

하는 바람에 건강한 의료생협도 위축될 우

려가 커 고민이 깊습니다.

비교기준청주아올의료생협

용인해바라기의료생협

성남의료생협수원새날의료생협

지역특성 중소도시 중소도시 중소도시 중소도시

설립 동기 복지네트워크 장애아동부모모임 장애인무료치과

진료복지네트워크

최초의 주체 지역주민 장애아동미래연구회지역시민사회단체

(생협)지역시민단체

네트워크

주체의 성격 지역주민→의료인 지역주민과 의료인 지역주민과 의료인 지역주민과 의료인

설립 년도 2007년 5월 2007년 3월 2008년 2월 2009년 3월

운영사업소재가장기요양기관

장애인활동보조교육기관해피아이센터

특수아동센터한의원

한의원 한의원

조합원수 457세대 887세대 1545세대 665세대

사회적기업인증

○ ○

비교기준 시흥의료생협 올바른의료생협 살림의료생협

지역특성 중소도시(경기시흥) 중소도시(의정부) 대도시(서울은평)

설립 동기 복지네트워크 지역사회 여성주의 돌봄공동체

최초의 주체 지역주민 채식주의 모임 여성주의 모임

주체의 성격 지역주민→의료인 의료인과 생협인 여성주의 모임+지역주민

설립 년도 2009년 9월 2011년 4월 2012년 2월

운영사업소한의원

재가장기요양기관산후도우미 사업단

의원 의원

조합원수 586 세대 483 334

사회적기업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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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만 가까운 주택협동조합

특 집

멀지만 가까운

주택협동조합박종숙 [email protected]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택마련에 대한 부담은 매우 크다.

시골이 아닌 도심에서 살고 있다면 더욱 더 하다.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공공기관의 공적 관여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건설사의 주택건설과 공급이 확대되면서 주택시장은 점점 시장논리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집 마련을 위한 재테크에 나서

거나 뭔가 다른 획기적인 방법을 마련하거나.

환경정의 활동가였을 때, 토지·주택의 공공성 강화 운동을 하면서

(대선을 앞둔 2007년 이었다.) 이와 같은 고민에 몰두했었다. 그 때 만

나게 된 것이 주택협동조합이다. 공공기관에 그 기대를 걸기 보다는 주

택마련에 어려움을 느끼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주택공급의 주체로 나서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우리나라에도 훨씬 이전부터 주택협동조합이 있어 왔지만 그것은 재건

축이나 재개발과 연관되어 개인 주택의 재산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협동조합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또 다른 형

태로 공동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코하우징 형태나 동호인 주택 등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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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데 이들은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지속시키는

관계망 중심으로 구성, 운용되고 있다.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주택협동조합은,

개인의 주택마련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

고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집, 주거와 관련한

문제들 (주택관리, 이사, 리모델링, 가사,

육아 등)을 함께 해결하기 위함일 것이다.

최근 많이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의 주

택협동조합 무리1)는 값싼 땅을 구입해 설

계, 인테리어, 마감재 선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하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15~20%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제공한다. 만일 집을 구입할

때 돈이 모자라면 10년 동안 임대한 뒤 매입 할 수 있고, 그 사이 납부한

10년 간의 임대료는 집값에 포함시켜 준다.

유럽의 경우 특히 스웨덴의 경우는 전체 주택의 20% 정도가 주택협동

조합에 의해 공급된다. 스웨덴의 대표적 주택협동조합인 HSB는 세입자

조합으로 출발해서 스스로 만들어서 시장에 참여하는 조합으로 발전하

였다. HSB의 주택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HSB 조합원이 되어 주택을 할

당받는 방법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조합저금의 형태로 일정액 이상을 출

자한 뒤 거주신청을 하여 순서대로 주택을 할당받는다. 입주시 자금이

부족하다면 조합이 대출을 지원한다. 무엇보다 주택마련을 위해서는 비

용확보가 중요함에 따라 주택저금과 같은 금융사업을 함께 운영한다.) 과

HSB주택에 거주하던 조합원으로부터 거주권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소유권은 없지만 사실상 소유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거주권' 이 있음

으로써 금융기관에 융자를 받을 수 있고 시장가격에 따라 자유로이 매매

양도가 가능하여 재산권 행사의 제약 또한 크지 않다. HSB는 부지선정

과 주택의 규모를 결정함에 있어 지방자치단체 (꾜뮨) 와의 협의를 가진

다. 지역 주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로서도 주택공

급의 효과를 꾀할 수 있어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주택협동조합-꼬뮨과

1) 2009년 한 살림 해외기획연수로 이탈리아 볼로냐 협동조합을 다녀온 기록 ‘협동조합도시 볼로냐를 가다’ 참고

스웨덴 조합주택 HSB

멀지만 가까운 주택협동조합

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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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사이의 경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각에서 주택

협동조합 연구모임이나 실행을 위한 모임

이 이루어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 당선 이

후 서울시에서도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건설 사업을 시행

하고 있다.

수요자의 욕구에 충실하고 합리적인 가

격으로 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점이 있는 주택협동조합은 초기 결성과정

에서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한다.

특히 주택협동조합의 경험이 없는 우리

가 조합원을 모집하고 출자금을 관리하고 지속적인 주택공급과 주택관

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외국의

주택협동조합이 깊은 역사를 가지고 널리 대중화 되기까지는 주택건설을

위한 토지를 저리에 임대하고 주택자금마련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내 집 마련의 욕구를 실현하는 것과 함께 조합

원으로서 조합의 운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주택

을 제공받은 이후에도 주택관리를 함께 하고 더 많은 조합원들이 쉽게

주택을 얻을 수 있고 주거복지의 혜택을 누리도록 사업을 전개해야 한

다. 더 나아간다면 지역 내의 주거문제를 함께 풀어가고자 하는 노력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곧 ‛개인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동의 이해'가 실현되는 주

택협동조합을 기대해 본다.

박종숙 (환경정의 회원, 공동주택 건축 회사 소행주 코디네이터)

님은 경실련과 환경정의에서 토지운동을 하면서 주택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오다 운명처럼 주택협동조합을 만났습니다. “소통이

있어행복한주택만들기”를 통해 소행주 1호를 건설하고 직접 입주해

생활하면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소행주 전파를 계속하고

계십니다.

1925년 HSB 주택내 거주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던 세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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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그동안 한국사회는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에 많은 제약이

있어왔다. 협동조합은 자발적인 결사를 통해 구성되어지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은 농협법, 신협법 등 특정분야의

한해 일정조건을 충족해야만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여왔다. 그동안 협

동조합 설립의 자유를 염원해 왔던 시민사회와 협동조합진영에서는 협

동조합기본법제정연대회의를 구성하고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을 자유

롭게 할 수 있는 법적인 토대로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연대회의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력의 결과로 2011년 12월 26일

제정되어 공포되었다. 드디어 한국사회에서 시민들의 필요와 욕구에 따

라 자유롭게 결사(結社)하여 협동조합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올

해는 UN에서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2012 International Year of

Cooperatives)로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해 주목하기도 한때이다. 올

한해 한국에서는 협동조합기본법제정과 시행, 협동조합의 해 등으로 협

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협동조합관련서적도 연이어 출판

되고 있다.

연대회의 등의 노력으로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의 토대를 만들었다.

앞으로는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확인하고, 그 욕구와 필요가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과 동료, 우리 동네(Community)의 필요와 욕구로

확인된다면, 그 충족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우리 함께 힘을 모아 우리의 필요를 해결하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동언 [email protected]

협동조합 기본법을 통해 본 국내 협동조합의 가능성

협동조합 기본법을 통해 본 국내 협동조합의 가능성

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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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기본법에 따

라 협동조합원이 다섯 명

이상 모이고, 스스로 정한

출자금을 출자하면 협동

조합을 구성할 수 있게 되

었다. 물론 국제협동조합

연맹(ICA: 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에서 정한 협동조합 원칙

이기도한 가입과 탈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가

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조

직에서 뜻이 맞고 행동하겠다는 결사(結社)를 토대로 한 협동조합은 그

출발보다는 운영에 있어 철저히 민주주의의 원칙을 고수해야할 것이며,

이는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있는 협동조합에서 누가 협동조합의 조합

원으로 남아있겠는가?

협동조합기본법의 제정과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협동조합’이 주

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간 선배 협동조합들이 보여주었던 기업과 별

반 다르지 않은 협동조합의 이미지에 갇혀, 협동조합은 우리들(사람, 지

역사회)의 욕구와 필요에서 출발하지 않고 하나의 기업처럼 인식되거나,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기위한 형태로 이해되고 있다. 협동조합은 사업

을 하기위한 또 다른 형태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사업체가 망하면

사람은 남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이미 수없이 보아왔다.

협동조합은 사람들의 결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이 망해도 사

람은 남아야할 것이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결사체인 협동조합에서 사업

은 실패할 수 있지만 사람은 포기되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동

조합은 사람들의 결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

는 가능성이 있다.

나와 혹은 우리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 삼국지의 도원결의(桃園結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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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기본법을 통해 본 국내 협동조합의 가능성

특 집

는 아니더라도 동네 어귀나 사랑방, 이웃의 뒷마당에서 오고가는 이야

기 속에서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확인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뜻을 모아

행동(사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도 그 출발은 내가 우리 이웃과 동네의 필요와 욕구에 관심을 갖

고,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다져가는 관계 안

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미 확인된 필요와 욕구를 바탕으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협동하기 위해 모여서 논의하고, 참여하

고, 힘을 모으고 있다. 교육, 주거, 교통, 보육, 소비, 생산, 에너지, 일자

리, 신용, 돌봄, 문화, 예술, 관광 등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분야와

영역에서 수많은 결사들이 준비되거나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이웃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관계 속에서 협동조합은 싹트고,

함께 힘을 모으면서 커가며, 실제 행동을 통해 협동조합은 그 모습을 우

리 안에 드러낼 것이다.

김동언(사회투자지원재단 책임연구원, 협동조합기본법제정

연대회의 간사)님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위해 그간 가장

바쁘게 노력해오신 분입니다. 협동조합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문의드리면 언제든 명쾌하게 답해주시며, 우리사회에

협동조합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현장 곳곳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4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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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2다음과 함께하는

세상희깅의 자연이야기

사과같은 내 얼굴 ...................................50

다음생각

지구를 살리는 여름 일기 ............................52

자연주의

닭가슴살 콩전 ........................................54

청년이 꿈꾸는 세상

지구 저편의 누군가와 '우리'가 되다 ..........56필리핀 워크캠프 활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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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사과같은 내 얼굴▶ ▶ ▶

희깅의 자연이야기

강서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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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제가 평소에도 너무나도 좋아하는 초록사과. 초록사과가 제철을 맞으면서

달콤새콤한 맛을 자랑하지요. 저는 초록사과가 들어가고 붉은사과가 나올 때

까지 사과를 하루에 한 개 이상은 먹곤 한답니다.

저에게 사과는 임신 초기, 난데없이 찾아온 변비를 물리친 과일 중 하나입니

다. 호르몬의 변화와 철분제 복용으로 변비가 왔고 저는 하루에 사과 한 개로

변비를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출산을 앞둔 지금, 아이가 커지면서 장을 압박해

생긴 변비도 사과로 해결보고 있지요. 그렇듯 사과는 피부도 좋게 할 뿐만 아

니라, 변비 완화에 그만입니다.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반짝

사과 그림을 그리는 내내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뱃속의 딸내미가 사과처럼

예쁜 아가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출산 전 마지막 그림으로 사과를 그려봤습니

다. <우리와다음> 가을호가 나올 때쯤은 뱃속의 딸내미가 세상에 나왔겠지요.

새 생명을 맞이하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태풍 볼

라벤으로 출하를 앞두고 있던 사과가 많이 떨어지는 등 비바람에 과수원 농가

의 피해가 커서 마음 한편이 아프기도 합니다.

강서희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대표) 책을 보다 문득 식물을 그리면

삶이 풍요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기

좋아하지만,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다 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닌, ‛식물’ 이야기로

「우리와다음」과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가을호 원고를 저녁 무렵 마감하고

바로 이튿날 아침 건강하게 아기를 출산하셨습니다. 사과처럼 예쁜 아기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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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5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다음생각

지구를 살리는 여름 일기

6월 27일 수요일 맑음

정전이 됐다. 전기안전점검 때문이다.

날도 더운데 정전이 되어 선풍기도 켤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밑에 그림처럼 되었다.

흑흑! 냉장고에 있는 내 팥빙수~~~ 내 얼음~~~ 덥다 더워!

여름에 정전되지 않도록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

엄마께선 에어컨 대신 부채를 쓰자고 하신다. 안돼~~~

8월 3일 금요일 맑음

대구에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 물이 노랬다.

그래서 누가 쉬하고 안 내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재활용 물이

었다.

우리나라는 물이 부족한 나라라 물을 아껴 써야 하는데 그 많은

휴게소에서 이렇게 다 재활용 물을 사용한다면 물이 많이 아껴질

것 같다.

앞으로는 물을 아껴 쓰고 내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김민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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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일 토요일 해와 구름

오늘은 더워도 참고 에어컨을 키지 않았다.

지금까지 쓴 에너지 절약 일기 중에 제일 큰 에너지 절약 같아 참 기분이 좋다.

지금은 더워서 얼음을 들이키고 있다. 흐흐.

하지만 선풍기를 3대나 틀었다.

그리고 사실 오늘은 그렇게 더운 건 아니다.

중복이 지났으니 더위가 조금 물러갔다고 한다.

엄마가 에어컨 청소하고 덮개로 덮어버릴까 걱정이다.

그래도 아직 더위를 무시하면 안된다.

말복도 여름이니까.

8월 29일 수요일 구름

어제 태풍 볼라멘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갔다.

버스 타는 곳 큰 나무가 기우뚱하게 쓰러져 줄에 묶여 있었다.

또 등굣길엔 땅 위에 떨어진 나뭇잎과 나뭇가지 들이 엄청 많았다.

볼라멘 같은 태풍은 자연재해이기도 하고,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다.

해마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수면이 높아진다.

태풍은 바닷물 위에서 구름이 뭉쳐 생기는데, 이대로 가면 하루에

하나씩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그러니 환경을 잘 보전해야 한다.

김민제 (안양부흥초등학교 2학년)님은 이번

여름 방학 때 에너지 절약 일기쓰기 숙제를

했습니다. 에어컨 켤까 말까? 고민스러울

때 에너지 절약 일기 생각하며 여러 번

참았다고 합니다. 일기처럼 물도 아끼고,

전기도 아끼고 지구를 지키는 마음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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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남희정 (환경강사)님은 조곤한 말씨, 선한 눈매, 환한 웃음, 세상

모든 사람의 고민을 다 상담해 줄 것 같은 인자한 성품, 거기다

뭐든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려는 성실한 자세까지 환경정의

최고의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입니다.

자연주의

여름 내내 어찌나 덥던지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

였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통해서도 온난화를 줄

일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멀리서 수입해오

는 콩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유전자 조작 식품

에 대해 이야기하고, 먼 거리를 통해 오는 것

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에서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것이 지구 환경을 좋게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콩전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역시나 콩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탐탁지 않은 표정.

닭가슴살이 들어간다니까 금방 표정이 바뀌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무리 지구 온

난화를 설명해도 고기에 대해 익숙해진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콩만 하는 것보다 김치와 채소와 친숙해 질수 있도록 닭가슴살을 넣고 양파, 김치

등을 이용해서 콩전을 만들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먹어보며 맛있다고 즐거워했습

니다.

5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닭가슴살 콩전남희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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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콩, 닭가슴살, 김치약간, 양파, 찹쌀가루, 식용유, 소금

➊ 콩을 4시간 정도 불린 다음에 살짝 삶는다.

➋ 삶은 콩을 믹서에 간다.

➌ 닭가슴살, 김치, 양파는 잘게 썰어 놓는다.

➍ 찹쌀가루 3: 쌀가루 2의 비율로 섞은 다음 시금치, 당근 갈은 물을 넣어

약간 되직하게 반죽을 해 놓는다.

(찹쌀가루만 하면 너무 달라붙어서 아이들과 요리할 땐 힘들다)

➍ 4. 닭가슴살에 소금, 마늘, 참기름을 넣고

밑간을 한다.

➎ 콩 갈아 놓은 것에 썰어놓은 재료를 섞는다.

➏ 녹말가루를 넣어 농도를 맞춘다.

➐ 팬을 뜨겁게 달군 다음 기름을 두르고 동그랗게 만들어 부친다.

<만드는 법>

<재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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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출발하기 전 계획은 닐 퍼거슨의 저서 『제국』을 인용하여 글의 서론

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신보수주의 경제사학자인 닐 퍼거슨은 서론에

서 케냐와 오스트레일리아 등 영제국의 입김이 머물렀던 곳에 살았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민주적 절차와 은행제도 등이 제국주의의 유산

임을 자랑스레 밝힌다. 나는 가기 전부터 ‛케냐의 풍경에 대한 낭만’과

그 곳에 ‛선진국'의 제도를 전파한 영제국에 대한 찬사가 필리핀 워크캠

프에서 반복되진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걱정은 절반은 맞았지만 절반

은 틀렸다. 여기서는 그 절반, 예상하거나 상상하지 못했고 오만했던

나를 돌이켜보게 했던 절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청년이 꿈꾸는 세상

여름 [email protected]

지구 저편의 누군가와 ‘우리’가 되다 - 필리핀 워크캠프 활동기 -

8월 초 약 10일 동안 필리핀으로 워크캠프를 다녀왔다. '학교폭력 여행으로 치유하기'라는 타이틀로 진

행된 이번 일정에는 26명의 청소년/비청소년이 함께했다. 우리가 방문하게 된 곳은 필리핀 레가스피의

아니슬라그 지역으로 몇 년 전 태풍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이주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었다. 일종의

집단주택이 지어져서 5-6평 남짓 되는 같은 모양 집에 한 가구씩 거주하고 있고, 그곳의 사람들은 일

용직 노동자로 일을 하거나, 인근의 큰 마을로 나가 일을 하거나 트라이시클(리어카가 달린 오토바이택

시)을 운영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대한 막연한 편견에서 예측 가능한 정보는 '가난'

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은 생과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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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필리핀 레가스피 ‘포이동’ 마을입니다.

두 번의 이륙과 착륙을 거쳐 레가스피에 도착했다. 첫 일정은 도시를 둘러

보는 시간이었다. 아무 지프니(일종의 미니버스)를 타도 목적지에 갈 수 있다

는 이 작은 도시에서 나는 두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첫 번째로 마음 속 셔

터를 누르게 된 순간은 흙탕물이 흐르는 개천과 그 물 위에 얼기설기 올려

놓은 판자를 발판삼아 지은 집을 보았을 때였으며, 그 길의 끝에서 쇼핑몰에

도착한 순간 두 번째 셔터가 눌려졌다. 쇼핑몰은 가운데 홀을 중심으로 몇

층에 걸쳐 옷가게와 음식점이 들어섰고, 중심부의 홀에는 알록달록한 놀이기

구와 낯익은 도넛체인의 간판이 뒤섞여 현란함을 뽐냈다. 바로 옆에서는 또

다른 쇼핑몰의 공사가 한창이다.

첫 번째 풍경과 두 번째 풍경이 오 분 거리에서 공존한다

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버거워 ‘어버버’ 하고 있었는데, 포이

동을 떠올리자 자연스레 ‛아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년

여름 화재 후 새로이 집을 짓고 있던 포이동에 갔었을 때, 포

이동의 망루를 내려다보던 주상복합아파트를 기억해냈다. 쇼

핑몰의 층수가 좀 더 낮을 뿐이고, 판잣집의 기울기가 좀 더

기울어졌을 뿐 이곳에 포이동을 대입해도 어색함이 없다. 판

잣집에서 쇼핑몰이 보일 만큼 고층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인

걸까?

우리가 머문 마을은 COPE라는 NGO단체의 협력을 통해 주민들끼리 사업

구성하고 마을 대표를 선출하는 등 자치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오전에는 마

을과 공동 농장을 둘러보는 시간, 낮에는 마을회관 보수·벽화그리기 및 아동

프로그램, 저녁에는 가정방문으로 하루가 채워졌고 일정이 끝나면 매일 평가회

의를 진행했다. 4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에 스무 명이 넘는 인구가 끼치는

경제적·환경적 영향력을 매우 지대했다. 최소한의 생태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10일간 샤워는 두 번만 하고 한 번에 물은 양동이로 한 통만 쓰기’, ‛개인적인

휴대폰 및 전자기기의 충전은 하지 않기’ 등의 규칙을 정해야만 했다. 높은 습도

와 쨍한 햇살 아래 냄새나는 반건조 오징어처럼 고된 일정을 소화하면서 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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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5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심을 기르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하루가 48시간 같았다.

마을잔치까지 모두 마치고 마을의 주민들과 서로 이별

의 인사를 나누던 밤, COPE의 대표와 공동체를 만들어 나

가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NGO단체의 대표로서

COPE를 8년째 꾸려가고 있다는 그녀는 활동가로서 살아

가는 것은 머리와, 가슴과, 두 다리를 모두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해왔던 그 어떤 일보다 어렵고 값지다고 전

했다. 활동가로서의 생만 그러랴. 워크캠프에서의 9일간의

일정에서도, 대학이란 공간에서 학회나 소모임 등의 공동체를 계획하며 사람

들을 만날 때도 늘 공부하고 느끼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나의 삶과 지구

저편 다른 이의 삶이 어렴풋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에 힘을 얻었다. 그 동안의

피곤이 사그라지자 지난 9일이 마치 하루처럼 느껴졌다.

글로벌한 공항의 물가가 가르쳐 준 사실

마을에선 생수 20L에 30페소(한화 800원)를 주고 구입했던 것 같은데,

공항 편의점에선 0.5L 생수병을 45페소(한화 1200원)에 판매한다. 스물일곱

명이 공항 내 버거킹에서 먹은 한 끼의 식사 값이 마을에서 10일 동안 머물

면서 썼던 식비를 웃돈다. 더 비싼 티켓을 사면 더 넓고 편한 자리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탑승을 위한 긴 대기 줄도 간단히 넘겨버리며 계급의 격

차를 자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새삼스럽진 않다. 기내식도

나오지 않는 저가항공의 이코노미석에서 몸을 뒤척이며 닐 퍼거슨과 내가 등

치될까 염려했던 나의 오만을 반성했다. 나는 비지니스석에 탈 수 있을 리 없

는 스물세 살의 대학생이며 잠재적 워킹푸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절대적

빈곤의 정도는 다를지라도 충분히 ‛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각자의 위치

에서 길을 걸을 뿐.

청년이 꿈꾸는 세상

여름 (편집위원)님은 늘 모든 것에 서툴다고 말씀하십니다. 학

부에서 서양사를 배우고 있고 여행과 사진 찍기를 좋아하며

연세편집위원회에서 활동 하고 있지만, 전공이나 취미나열, 소

속단체로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십니

다. 여름을 좋아하고, 적당히 바람이 부는 쨍 한 여름날씨 같

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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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3녹색 목소리

환경만화

고리 핵발전소 1호기 무엇이 문제? ..........60

여행과 이슈

조화로운 삶, 미국 버몬트 주 ....................62

한소리

유기농과 공정무역 되짚어보기 .................68

환경정의와 탈핵

핵발전은 차별로써 움직인다 ...................74

이곳만은 지키자

실패한 DMZ 생물권보전지역의 교훈 .......80

환경정의의 눈

도시를 살리는 도시농업, .........................84

그리고 몇 가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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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환경만화

이창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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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레디앙 만평가)님은 부산을 녹색도시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계십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시는,

그래서 가끔은 새벽을 보신다는 마음이 푸근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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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임태희 [email protected]

미국 동북부에 위치한 작은 주 버몬트에는 필자가 지

속가능발전 대학원 과정을 위해 2년간 생활했던 학교(School for

International Training, SIT)가 자리잡고 있다. 브래틀보로라는 버몬

트주 작은 마을의 차도에서 15분 정도 걸어 들어간 숲속에 2, 3층짜리

하얀 나무 건물들로 이루어진 그림처럼 아름다운 학교였다. 연한 녹색

의 봄, 사면으로 반짝거리는 울창한 여름, 멋진 가을 단풍, 설경속에서

눈썰매를 즐기던 겨울, 사시사철 변화하는 숲속에 드문드문 자리잡은

집들이 여유로운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

예전 미국 평화봉사단을 교육하기도 했고 개도국 학생들에게 장학금

을 주어 세계 각국의 친구들이 공부하러 오는 SIT는 한 기수 200명 정

도의 작고 가족적인 분위기였는데, 평화유지, 지속가능발전, 분쟁해결

등의 특수한 전공들이 있었다. 국제기관이나 NGO에서 일하다 온 친구

녹색의

목소리 여 행 과 이 슈

조화로운 삶, 미국 버몬트 주

버몬트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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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많아서 미국 내에서도 진보적인 입지의 학교였기 때문에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워싱턴 반전 시위, 베네수엘라 사회포럼, 대통령 선거 캠페인

등 각종 사회적인 이슈에 참여하였고, 에코빌 공동체, 유기농 농장 등 지

역에서 다양한 새로운 실험들을 하는 곳들을 방문할 기회도 많았다.

잘 되지 않는 영어에 1년 만에 코스윅을 끝내는 과정이라 고등학교 수

업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수업이 많았고, 문화적 다양성과 국제적 이해를

중시하는 분위기라 유난히 협동 과제가 많아서 힘들었지만, 동양과 서

양의 생각 차이와 문화를 체험하고 아프리카와 인도 친구들의 드센 영

어 발음, 흑인 친구들의 멜로디 발음에도 점점 익숙해졌다. 매주 다양한

문화 이해를 위한 세계 영화 상영, 음식 소개, 각종 워크샵 등으로 항상

즐거운 배울 거리가 있었고, 틈틈이 기숙사 앞에 펼쳐진 초록의 정원에

서 친구들과 맥주와 와인 파티를 벌이곤 했던 SIT 생활은 세계 곳곳에

서 모인 친구들과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내겐 행운의 조각들이었

다. 지금도 그때의 멋진 SIT 친구들은 세계 곳곳에서 자랑스럽게 활동

하고 있다.

국제적인 환경 이외에도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수업을 하고, 가끔 여

우와 사슴 가족을 만나던 숲속을 산책하고, 그림 같은 단풍숲이 펼쳐진

의자에서 책을 읽으면서 생활했던 2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내게 고

요하고 따뜻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선사했던 버몬트는 환경 쪽으로

워싱턴 반전시위 에코빌 공동체 본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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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바로 ‘조화로운 삶’의 저자 헬렌 니어링과 스

콧 니어링이 뉴욕을 떠나 시골로 들어가서 20년간 정착하여 살았던 곳.

버몬트는 그런 전통 때문인지 환경적인 실험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

어 유기농 농장, 공동체 마을, 에너지 인증 건물들, 코업 협동조합 마켓,

주말 농부 직거래 시장, 천연화장품 가게 등이 실제 마을 생활에서 보편

적으로 자리 잡혀 있었다.

사실 니어링 부부하면 스콧 니어링이 스무 살 연하의 매력적인 여성 헬

렌 노드와 함께 행복하고 조화로운 전원생활을 보냈던 낭만적인 자연주

의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이 전원에서 추구한 삶은 미국적인 삶의 방

식을 거부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급진적인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었

다. 스콧은 젊은 시절, 경제학을 가르치며 제국주의적 전쟁과 미국의 자

본주의에 저항하는 학자였다. 자신의 이상과 철학에 충실했던 열정적인

사회개혁가였고, 자유주의자였던 그는 교수직에서 밀려났고 전쟁을 반

대했다는 이유로 스파이 혐의를 받기도 하였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명

녹색의

목소리 여 행 과 이 슈

책 읽던 학교 의자에서 바라본 전경

SIT 본관 전경

겨울 학교 풍경

기숙사의 저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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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을 내린 트루먼에게 "당신의 정부는 더 이상 나의 정부가 아닙니다."

라는 편지를 보냈던 그는 또한 철저한 평화주의자였다.

인생 후반부의 스콧이 일차 대전 후 미국에 대공황이 시작되던 1932

년 대도시에서의 정치 투쟁을 포기하고, 헬렌과 버몬트 숲 속에서 자립

적인 농촌 생활을 택한 것 역시 소박한 자연주의자로서 평화롭게 살기

위한 것뿐만은 아니었다. 경쟁적인 자본주의 도시에서 실직이 절망과

죽음을 의미한다면, 농촌 생활은 자급과 자유를 의미했다. 자본주의적

인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생계를 위한 노동 4시간, 지적 활동 4시간, 친

교 4시간을 원칙으로 자급자족하면서 채식주의와 생태주의를 실천하였

고 농사를 할 수 없는 겨울에는 여행과 강의, 저술로 시간을 보냈다.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시간과 생산하고 창조하는 삶을 꿈꾸었던 두

사람은 삶을 위한 원칙을 세운다. 1.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것을 절반쯤

은 자급자족하고 이윤 추구의 경제에서 가능한 벗어나기, 먹고 살만큼

이상의 돈을 벌지 않기. 남이 주는 월급이나 무언가를 팔아 이윤을 남

기지 않기 2. 필요한 것은 가능한 손수 생산하기. 경제활동의 목적은 돈

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것이고 한 해를 살기에 충분할 만큼 양식을

모았다면 다음 수확기까지 돈 버는 일을 하지 않기 3. 모든 일에 들어가

는 비용을 가진 돈만으로 치르기.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기. 땅이나

니어링 부부가 짓고 살았다는 돌집 니어링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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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집을 담보로 융자를 얻고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지 않기 4. 기른 농작물

중 먹고 남은 것은 내다 팔지 않기. 채소나 곡식이 남는다면 이웃과 친

구들에게 필요한 만큼 나누어주기 5. 집짐승 기르지 않기 6. 사는 집은

직접 짓되, 주변의 흙과 나무와 돌로만 짓기 7.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노동은 하루에 반나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을 위해 사

용하기 8. 절약이 몸에 배게 하고, 자원을 보호하기 9. 몸담고 사는 사

회에 폭넓게 봉사하기.

‘조화로운 삶(Living the Good Life)’은 니어링 부부가 이러한 원칙대

로 버몬트에서 지낸 스무 해를 기록한 책이다. 이후에 버몬트 주를 떠나

메인주로 이사하여 스콧은 100세에 스스로 곡기를 끊고, 헬렌은 교통사

고로 92세에 사망할 때가지 이들의 건강 비결은 금식, 소박한 식사, 운

동, 휴식이었고 이러한 생활은 ‘소박한 밥상’, ‘조화로운 삶의 지속’ 등으

로 잘 알려져 있다.

‘조화로운 삶’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는 계

기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루고자 했던 것은 조화로운 전원

생활 뿐 아니라 자유롭고 의미 있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이었다. 농사의 목적은 자본축적이 아닌 단순히 먹고 사는 데 있었고 미

래에 대한 불안을 벗어나고자 축적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농사를 지어

서 돈을 모으거나 남기는 식의 사고방식은 자본주의적 삶의 태도이자

녹색의

목소리 여 행 과 이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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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습관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귀농을

택하고 실천했던 니어링 부부의 삶은 그러므로 전원에서 자본주의를 극

복한 새로운 발상의 혁명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얼마 전 환경정의 대의원 캠프 때문에 몇 번 방문했던 홍성에서 귀농

한 분들을 만나고 귀농의 조건을 이야기하며, 아름다운 버몬트 숲에서

의 기억과 니어링 부부의 느리지만 치열했던 삶의 방식이 떠올랐다. 귀

농은 낭만주의적 선택이거나 빠르고 버거운 도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긴 호흡과 실천이 필요한 참으로 정치적인 판단이고 혁

명일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임태희 (Project Abroad/프로젝트 어브로드 한국지사장)님은 여행과 일과

학업핑계로 방문한 55개국의 여행기에 환경이슈를 담아 우리와 다음에

소개해주고 계십니다. 환경정의 전 활동가였고 한국국제협력단 환경관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26개국의 개발도상국과 빈곤지역으로 발런티어와 인텁쉽을

보내는 국제기관인 프로젝트 어브로드(www.projects-abroad.kr) 한국지사를

맡고 계십니다. 얼마 전 사무소를 개소하신데다 국제협력 박사과정 학업과

이런저런 원고와 강의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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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녹색의

목소리 한 소 리

잘 알다시피 환경문제는 복잡하고 미묘하다. 어떤 사안의 겉모습만

보면 ‘본질’이나 ‘구조’를 놓치기 쉽다.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기준만 들이

대면 ‘맥락’이나 ‘총체성’이 가려지기 일쑤다. 관념적이고 당위적인 고정관

념에 빠져 있으면 ‘현실’이나 ‘구체성’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유기농의 변질

이를테면 유기농을 보자. 식품 안전이나 웰빙, 생태 위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그동안 유기농 먹거리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

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유기농은 급속한 성장 과

정을 거치면서 유기농 본연의 정체성과 의미를 상당히 잃어버리고 있다

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것은 유기농이 빠르게 대규모

화·상업화되면서 갈수록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포섭되고 있는 탓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자본과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이윤 극대화다.

유기농조차 돈벌이의 논리에 휘둘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기농과 공정무역

되짚어보기

6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장성익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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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곳의 유기농 현장 얘기

를 들어보면 이는 더욱 자명해진다.

남미 파라과이에는 유기농으로 재

배하는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이 있

다. 유기농을 표방하는 만큼 화학

물질을 뿌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

기농의 본령에 어긋나는 단일경작

을 하고 있으며, 공장식 산업 축산

농장에서 나오는 가축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한다. 무엇보다 유기농 작

물 재배지를 넓히기 위해 숲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또 다른 대규모 유기농 농장으로

가 보자. 지평선까지 아득하게 펼쳐진 드넓은 경작지는 끝이 보이지 않

을 정도다. 집채만 한 콤바인이 쉴 새 없이 작업하는 사이로 거대한 이

동식 채소 포장 공장이 우뚝 서 있다. 무려 2만 마리의 닭을 키우는 가

축 사육장도 있다. 살인적인 뙤약볕 아래서 쏟아지는 땀으로 온몸을 적

시며 고되게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멕시코 등지에서 온 이주 노동자

다. 이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 그리고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다.

이런 풍경은 농토를 공장으로 여기고 농업을 공업처럼 운영하는 여느

산업형 농장과 그리 다르지 않다. 땅에 뿌리는 게 화학물질이 아니라 친

환경적인 유기물질이라는 것 정도만 다를 뿐이다.

이에 반해 유기농 정신을 충실하고 정직하게 지키는 소규모 유기농 생

산자들은 생산비와 생계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한 채 경제적 궁핍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의 탐욕적

인 돈벌이 대상이 된 유기농이 기존의 산업적 먹거리 시스템에 종속적

으로 편입되면서 벌어지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유기농의 근원적인 지향은 단순히 농사짓는 방법이나 먹거리 생산 방

식을 바꾸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생산과 유통과 소비를 두루 포괄

하는 먹거리 사슬의 전체 과정을 자연의 논리와 질서에 따라 통합적이

고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유기농 정신의 고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유기농은 사람과 자연을 모두 살리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생명의 세상을 일구어가고자 하는 ‘혁명적’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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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7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녹색의

목소리 한 소 리

만 전 세계 차원에서 오늘날 유기농은 규모, 효율, 경쟁 따위를 추구하

는 기업 주도 산업화의 논리와 가치에 깊이 물들어가고 있다. 그 결과 유

기농 먹거리는, 비유하자면 글로벌 슈퍼마켓에 진열되는 또 하나의 별미

가 되어가고 있다.

공정무역은 공정한가?

최근 들어 공정무역이 큰 관심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언

제부턴가 ‘착한 소비’나 ‘윤리적 소비’ 같은 말들이 사람들 입에 널리 오

르내리고 있다. ‘공정여행’을 뜻하는 ‘착한 여행’이라는 말도 그다지 낯설

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도 따져볼 대목이 없지 않다.

착한 소비나 착한 여행이 과연 착하기만 한 걸까? 주지하다시피 공정

무역의 핵심은 가난한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그들의

삶의 개선과 경제적 자립에 이바지하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권이

나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볼 때 공정무역은

대체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제품 생산자가 되고 유럽, 북미 등지의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그 제품의

소비자가 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 결과 가난한 나라의 공정무역 제

품 생산자들의 생계나 생활은 선진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얼마나 여느냐

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옛날 제국주의 시절 서구 강대국들이 식

민지 침략을 일삼을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지배-종속의 관계가 공정

무역 구조에서도 본질적으로는 바뀐 게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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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는 공정무역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품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

다. 예컨대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공정무역 먹거리 제품인 ‘착한 커피’

나 ‘착한 초콜릿’은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기호품으로 즐겨 찾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가난한 나라 현지에서는 그 나라 사람들이 먹을 식량은 충

분히 생산되지 않는다. 이른바 수출용 상품작물(혹은 환금작물)을 재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에서 생산되

는 식량은 120억 명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세계

전체 인구는 70억이다. 지금 이 세상에는 식량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구 곳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영양 부족으로 죽

어가고 고통 받고 있다. 요컨대 문제의 핵심은 식량 부족이 아니다. 식량

의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는 곧 식량 정의와 먹거리

민주주의를 이루어내야만 세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

며, 나아가 이는 극소수의 탐욕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절대다수 대중

의 삶과 권리를 희생시키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 경제 시스템 자체를 뜯

어고쳐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떻든 식량이 남아도는데도 수많은 사람을 굶주림으로 몰아넣는 주

범 중 하나가 바로 이 상품작물이다.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자신의 땅

에서 생산한다면 기아와 빈곤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자립의 일차적 기

초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몰

려 있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농업은 주로 외국이나

세계 시장에 수출할 작물을 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이런 수출로 발생하는 수익 가운데 현지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아주

작다. 수익의 대부분은 곡물 메이저를 비롯해 거대 다국적 농기업과 식

품회사들에게 돌아간다. 왜냐하면 이들이 곡물을 비롯한 세계 먹거리

의 생산, 가공, 저장, 운송, 유통, 판매 등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

이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 세계화 경제가 농업에 관철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옛날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의 산물이자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수출용 상품작물 재배에 집중하

는 농업의 뿌리가 제국주의 시절 서구 강대국들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

는 작물을 식민지에서 대량으로 재배하도록 강제한 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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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7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녹색의

목소리 한 소 리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현지의 땅과 자원과 노동력을 대규모로 착취하고

있는 플랜테이션 농업 또한 서구의 식민지 수탈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던가. 바로 이런 점을 꼬집어 어느 아프리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식민지 정책이란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 것을

생산하게 하고, 아프리카에서 생산하지 않는 것을 아프리카 사람들이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정무역을 이런 관점에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 세계

에 만연한 빈곤과 기아는 선진국 소비자의 ‘선의’에 기댄다고 해서 해결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곧 먹

거리를 비롯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자신의 땅에서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토대와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 과제다.

길게 얘기할 여유는 없지만, 착한 여행도 되살펴볼 필요가 있다. 착한

여행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생태 관광만 보더라도, 선진국 관광객들의

생태 관광을 위해 세계 여기저기의 야생보호구역에서 토착 원주민들이

강제로, 때로는 폭력적으로 쫓겨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땅에서 추방

당한 그들은 착한 여행을 하러 온 관광객들에게 억지로 ‘강요된’ 토착 문

화를 팔면서 푼돈을 번다. 이처럼 이른바 ‘원시 환경’이니 ‘태곳적 자연’

이니 원주민의 ‘토착 문화’니 하는 것들 가운데에는 선진국 사람들의 취

향과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있다. 착

한 여행이나 생태 관광의 껍데기를 들추어보면 그 실상은 얼마든지 다

를 수 있다는 것이다.

참된 변화를 꿈꾼다면

유기농이나 공정무역에 흠집을 내려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님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실 이 또한 쓸데없는 사족에 불과하지만, 유기농

이나 공정무역이 그간 일구어온 눈부신 성취와 거기에 담긴 소중한 의

미는 결코 작지 않다. 유기농과 공정무역은 더욱 확대되고 심화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 일부러 ‘쓴 소리’ 비슷한 걸 꺼낸 이유는 다른 게 아니

다. 유기농과 공정무역이 본래 취지에 걸맞은 내용과 방식으로 더욱 힘

차게 발전하고 성숙해 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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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소비 생활’과 관련해 자신을 그런대로

괜찮은 ‘녹색 시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듯

하다. 그러니까, 일테면 유기농 먹거리나 공정무역 제품

등을 사면서 자신도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는 나름의 자부심이랄지 만족감 비슷한 걸 느끼는 경우

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시장에는 갖가지 친환경 제품이

앞다투어 쏟아지고 있다. 유기농 먹거리는 기본이고 녹색

건축, 녹색 자동차, 녹색 패션, 녹색 투자 따위로 녹색

상품의 행렬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러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소비를 통해 바뀌는, 그런 만만한 세상은 없다. 좀 거칠게 말

하면, 친환경 녹색 제품의 범람은 의식과 양심을 갖춘 소비자들을 자

극해 물건을 더 많이 팔고자 하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이윤 창출 전략

의 산물이자 새로운 소비자 공략 술책일 가능성이 높다. 자본주의 시

스템 아래서 이루어지는 개별 소비자의 수동적 행위만으로는 참된 변

화를 일으킬 수 없다. 삶과 가치관의 전환 없이, 그리고 이와 맞물린 구

조의 변혁과 이를 위한 단호한 정치적 실천 없이, 새로운 미래는 열리

지 않는다. 유기농과 공정무역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청되는 이유 또

한 여기에 있다.

장성익 (저술가) 한소리를 쓴소리라고 고치고 싶을 만큼

날카롭지만 유쾌상쾌통쾌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시는

분입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우리사회 생태적 전환을

위해 다양한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계십니다. 필력은

날카로와도 해맑은 웃음이 인상적이고 자상한 성격의

소유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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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과, 곧이어 전개된 후쿠시마 핵발전

소 사고는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나름 환경문제를 이해해왔다고 생

각해왔던 나는, 부끄럽지만 뒤늦게 ‘핵발전’의 위험과 피해에 대해 새롭

게 눈뜨게 되었다.

‘저런 끔찍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면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저런 사

태를 막을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먼저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관련 뉴스에 귀 기울였고, 기존에 출판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다카기 진자부로, 녹색평론, 2001)》, 《원전을

멈춰라(히로세 다카시, 이음, 2011)》 등 관련 서적을 뒤적였다. ‘켤 수는

있지만, 끌 줄은 모르는’, ‘전기 생산을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우

라늄 채굴에서부터 폐기까지, 차별로써 움직이는’ 핵발전이라는 것을 알

게 되었고, ‘핵은 인류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핵발전의 원리와 ‘죽음의 재’

먼저 ‘원자력’,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등의 용어는 ‘과학적으로 잘못된

용어’이다. ‘핵무기’를 경험한 당시 사람들에게 ‘핵’은 공포와 거부의 대상

이었기에, 이를 희석시키고자 핵추진 세력들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내

세우며, ‘원자력’ 등의 용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해왔다.

최무영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는 “물질은 분자→원자→핵과 전자

로 구성되어 있고, 핵은 양성자, 중성자 등의 기본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윤종호 [email protected]

핵발전은 차별로써

움직인다

녹색의

목소리 환 경 정 의 와 탈 핵

7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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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의 원리는 ‘원자’가 아니라 ‘핵’ 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며 ‘핵에너지’, ‘핵발전소’, ‘핵반응로’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핵폭탄’과 ‘핵발전’은 핵분열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원

리는 같지만, 우라늄 1kg을 100만분의 1초에 ‘연소’시키면 히로시마 핵

폭탄이 되고, 핵발전소는 핵폭탄의 100억분의 1의 속도로 ‘제어’하며 핵

발전을 한다.

화력발전은 석탄, 석유 등을 이용해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핵발전은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

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기본적인 원리는 똑같다. 차이점은 사용하는 원료가 다르며, 화력발전

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만, 핵발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죽음의 재’로

불리는 사용후 핵연료, 방사능을 남긴다.

사용후 핵연료는 ‘꺼지지 않는 불’, ‘방사능 덩어리’로 약 100만년에 걸

쳐 관리가 필요한 독성물질이고, 아직까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방법을

확정한 국가는 세계에서 단 한곳도 없다(《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고이

<그림>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은 물 끓이는 장치

그림출처 :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고이데 히로아키, 녹색평론, 2011)》 7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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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히로아키, 녹색평론, 2011)》.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은 대

략 15만~20만 년 전, 문명은 1만 년 전에 싹텄다고 하는데〈환경정의와

평화―핵문명의 신화를 생각한다(토다 키요시, 2010)〉, 과연 이게 가능

한 일일까.

후쿠시마 사고의 현황

후쿠시마 사고 직후 핵발전소 반경 30km 이내 거주 주민들은 모두

피난을 떠나야 했고, 바람 방향에 있던 60~70km 떨어진 이이다테무

라 등의 북서 지역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서울시 면적 2배

녹색의

목소리 환 경 정 의 와 탈 핵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성물질 확산지도출처 : 하야카와 유키오 교수(국립군마대학, 화산지질학 전공) 블로그.

일본 문부과학성 항공기 모니터링 등의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다.

후쿠시마 오염지도를 울진 핵발전소에 겹쳐 본 지도출처 : 노눅스아시아포럼(Nonukes Asia Forum)

<출처: 탈핵신문 준비 3호>

7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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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수십만 명이 집과 직장, 생활과 삶을 버리고 떠났다. 지금도 반경

20km 이내 지역은 법적 출입금지 지역이며, 향후 몇 백년간 버려진 땅

이 될 것이라고 한다.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 “향후 10년간 100km

이내 10만 명 이상, 100~200km권내 12만 명 이상, 향후 50년간

200km권내 40만 명 이상”의 암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사고 피해액으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77조원(사고 후 2년간,

작년 10월 초 발표),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km내 경계구역 토지매수비

용, 피난민 소득보상 등을 고려해 84~280조원, 원자력자료정보실은 건

강영향에 대한 보상, 피난지역 경제적 손해 등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

서 672조원을 예측했다(100엔=1400원으로 환산).

게다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대규모 방사능 누출 및 오염수 확산

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연말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1~4호

기 폐기조치 등을 위한 중장기 공정표’를 통해, ‘향후 40년 후 폐로작업

을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고농도로 오염된 건

물과 오염수 등에 사람은 물론 최첨단 로봇조차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심용융(멜트다운)된 핵연료를 어떻게 꺼낼지’ 등에 대한 연

구를 ‘이제 시작하겠다’는 수준의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한’ 발표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핵발전의 위험성

주변의 친구들과 핵발전소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강 건너 불구경’

이란 느낌을 받는다.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와 상관없는 단지 바다 건너

일본의 안타까운 사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23기가 상업운전 중에 있고, 지금까지 보

고된 핵발전소 고장, 사고 등은 658회이다(8월말 현재). 지난 2월의 고

리1호기 비상발전기 정지사고처럼 심각한 상황이 은폐됐다가 뒤늦게 드

러난 경우도 여러 차례 있다.

핵발전은 1954년 소련에서 첫 상업발전을 시작한 이래, 쓰리마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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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1979년), 체르노빌(구 소련, 1986년), 후쿠시마(일본, 2011년)와 같은

대규모 핵사고를 10~20년 주기로, 그것도 기술적으로 최고 선진국에서

반복하고 있다. 게다가 사고 원인도 노동자 실수, 과학자 실험, 자연재해

등 제 각각이다. 향후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이런 사고가 반복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알면 알수록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현실이다.

환경정의와 핵발전

“환경정의는 인간 활동 전체에서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지구적 규모에서 미래세대를 배려한다는 관점에 서서, 환경에서 오는 편

익(환경자원의 향수) 및 환경파괴의 부담(피해)에 평등 원칙을 적용함으

로써 환경보전과 사회정의의 동시 달성을 지향하는 사상이다”《환경정의

를 위하여(토다 키요시, 1996, 창작과비평사)》

핵발전은 차별로써 움직이고 있다. 그 차별의 구조, 즉 환경부정의의

첫 번째는 지역차별이다. 국내 대부분의 핵발전소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

어진 지역, 특히 과소지(過疎地=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건설·운영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을, 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지역에

서 위험을 떠안고 생산하고 있다. 편익은 수도권이 얻고, 피해는 지역이

겪는 구조다.

예를 들어, 영광핵발전소 인근 ‘무뇌아 출산’ 사건 이후, 한국수력원자

력이 100억 원 이상을 들여 서울대 의대 등에 의뢰해 약 20년간 연구·

조사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2011년)’에서, ‘핵

발전소 주변지역 여성의 갑상선암이, 원거리 지역 주민보다 250% 높다’

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사고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인근 지역주민들

이 방사능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핵발전소에

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하기 위해 건설되는 초고압 송전탑 문제로, 올 1

월 밀양의 70대 농부가 분신했다. 대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를 대도

시 인근에서 생산한다면, 이렇게 많은 송전탑이 국토를 가로질러 가지

않아도 된다. 또 다른 차별로 우라늄 채굴과정에서 우라늄광산 주변 원

주민들이 입는 피해는,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환경부정의이다.

녹색의

목소리 환 경 정 의 와 탈 핵

7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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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세대간 차별이다. 현 세대의 필요를 위해, 다음세대와 미래세대

가 방사능 피해와 사용후 핵연료, 핵쓰레기 등의 관리책임을 짧게는 몇

백 년 길게는 수십만 년을 감당해야 한다.

셋째, 계급·계층간 차별이다. 핵발전소는 1년 정도 가동후, 핵연료를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 이 때 2~3개월 정기점검 등을 진행하

는데, 노동자들이 구조적으로 피폭을 당한다. 특히 정규직 직원보다 다

수의 하청업체 직원들이 더 많은 피폭을 당한다. 일상적인 운영 이외에

도 사고 발생시, 체르노빌에서 군인과 소방관, 후쿠시마에서 하급 직원

과 하청 노동자 등이 위험한 작업을 도맡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결

국 사회적·경제적 강자들과 달리, 불안해하면서도 핵발전소 주변지역에

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먹고살기 위해 피폭이라는 위험을 무

릅쓰고 노동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방사능 피폭과 핵

사고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넷째 생태계 차별이다. 편익은 인간이 얻고, 방사능 오염과 피해는 전

기와 상관없는 동·식물과 자연생태계가 떠안게 된다.

이처럼, 핵발전은 우라늄 채굴과정에서부터 일상적인 운영과 관리, 핵

폐기물 처리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차별로써 움직인다. 그 편익

은 사회적·생물적 강자, 현세대 인간이 누리는 반면, 그 피해는 사회적·

생물적 약자, 미래세대, 생태계 등에게 전가시키는 비윤리적이며, 심지

어 범죄적인 사회구조적 폭력이다. 핵발전의 근원적 위험성과 비윤리적

이며 범죄적인 차별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 핵발전을 멈춰야

한다.

윤종호 (탈핵신문 편집위원장)님은 무슨 일을

하든 열정적으로 임하는 분입니다. 가장

환경정의 이념에 맞는 활동을 찾아다니느라

너무 바빠 좀처럼 쉴 틈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은 우리 사회의 ‘탈핵’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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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DMZDMZ

환경부가 망신을 당했다. 지난 7월 10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이사국 총회서 국제적 창피를 당했다. 남측 DMZ를 핵심보호

구역으로 제시한 Korea Demilitarized Zone Biosphere Reserves(이

하 KDMZBR)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발표에서 탈락했다. 안팎에

대한 섬세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국제사회에 민망한 꼴을

보였다. 세계자연유산은 신청한 대상지가 탈락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

러나 생물권보전지역은 신청하여 탈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KDMZBR은 실패한 것이다. 환경부는 ‘철원지역의 용도구역 형성 결여로

인한 문제점 지적’이 원인이라 밝혔다. 옹색한 변명이다.

환경부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총회 전날까지는 거의 되는 것으

로 홍보했다. 7월 10일 등재가 확정되어 발표되면, 7월12일 청계광장 주변

에서 수억 원의 예산을 들인 대규모 선포식을 환경부 장관 주관으로 치

를 예정이었다.

KDMZBR 신청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지난 6월부터 언론과 전문

가, 시민환경단체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그래서 녹색연합을 비롯한 단체

서재철 [email protected]

녹색의

목소리 이 곳 만 은 지 키 자

DMZ DMZ

DMZ실패한 DMZ 생물권보전지역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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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DMZDMZ

들은 신청을 철회하고 재추진 할 것을 환경부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생물

권보전지역을 검토하는 MAB이사회에 심의를 반려해 달라는 서한도 전

달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강행했고 결과는 ‘탈락’이라는 환경부 역사 이

래 가장 얼굴 뜨거운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DMZ는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국제적인 생태 공

간이다. 해외의 환경, 생태, 산림 관련 국제기구나 전문가들도 DMZ에 대

한 관심은 각별하다. 금강산, 설악산, 한라산은 몰라도 DMZ는 알고 있

다. 한반도 최고의 국제적인 생태계 공간이 바로 DMZ다. 온대림지역에

서 인간의 생활이 정지된 채로 60년 가까이 이어져온 지구상에 유일한

곳이 DMZ다. 더불어 지난 100년 이래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정

치적 대결의 시대였던 냉전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현장이다.

한반도에서 국제적인 보호구역이나 각종 유산으로 등록하는 것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1순위로 손꼽히는 곳도 DMZ다. 웬만하면 50점 접

고 인정받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쉽다고 평가되는

생물권보전지역에서 떨어졌다. 신청서만 내면 웬만해서 떨어지지 않고 등

재되는데 탈락한 것이다. 그래서 환경부의 무능한 일처리가 더욱 안타까

움을 자아내고 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UNEP(유엔환경계획), UNESCO(유네스

코) 등의 국제기구들은 지난 2000년 전후부터 남북이 DMZ 보전과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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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DMZ녹색의

목소리 이 곳 만 은 지 키 자

화를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비전 달성을 위한 단계적 접근방법과 상호

노력을 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었다. 더불어 DMZ를 국제적인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때는 남과 북의 합의를 바탕으로 공동조사와 공

동의 관리 계획을 만들어서 함께 할 것으로 줄기차게 제안했다. 그런데

도 불구하고 정부와 환경부는 이런 국제사회의 권유도 무시하고 북한과

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독 신청을 한 것이다. 더욱이 국제법적으로

DMZ를 관할하는 유엔사의 공식적인 협의와 동의도 구하지 않고 단독으

로 신청하는 외교적으로도 무리수를 두었다. DMZ는 미국을 비롯한 한

국전 참가국이 만든 유엔군사령부를 일방으로 하고 중국군과 북한군을

일방으로 하는 두 당사자가 정전협정 이라는 국제법에 의해 관리하는 지

역이다. 한국정부는 정전협정 체결 당시 미국과 국제사회의 참가 요청에

도 불구하고 북진통일이라는 외고집을 피운 이승만 대통령의 불참으로

인해 정전협정 당사자가 되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58년 한국전쟁에 참

가한 중국인민해방군이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DMZ에 관할 업무를 북한

으로 넘기고 떠났다. 그 결과 DMZ는 미군이 중심이 된 유엔사와 북한이

관할구역의 당사자로 남았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방한계선 즉 GOP철책선까지 지역은 유엔

군이 관할하고, 군사분계선 기준 이북지역의 북방한계선은 북한이 관할

한다. 이 원칙은 지금도 확고하고 엄정하다. 일각에서는 정전협정이 유명

무실하다고 하지만, 이 기준이 무너지는 것은 곧바로 전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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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DMZ DMZDMZ

그래서 겉으로는 북한과 미군, 한국까지 정전협정을 외면하거나, 서로들 지키

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이 원칙만은 확실히 지키고 있다. 한국정부

는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에 대한 어떤 행정적, 정치적 권리를 지니지 못하고 있

다. 한국군이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남방한계선의 경계를 담당하지만 모든

군사적, 행정적 통제의 권한은 유엔사에게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사의 동의

없이 DMZ 남측지역을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국제

사회에 신청서를 들이민 것은 무식한 것인지, 용감한 것인지 가늠키 어렵다.

DMZBR은 생태계보전과·지역사회의 참여라는 가치와 함께 남북이 대결과

적대를 해소하고 화해로 나아가는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평화협력모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결위주의 남북관계로 일관한 MB정부의 일방주의가 작

동하면서 북한, 유엔사와의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추진

하였다. 지구촌의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생태와 평화의 공존 정책이 무색해진

것이다.

답은 명확하다. 먼저 북한과 충분한 협의와 동의를 위해 인내를 가지고 지

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유엔사와 국제법적 합의는 물론이다. 더불어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동의도 전제가 되어야 한다. DMZ에 대한 접근

은 어떤 분야든 신중하면서도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해당사자를

모두 아우르고 포괄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님을 만나려면 DMZ

또는 백두대간으로 가야한다는 말처럼 항상 현장을

두발로 누비시는 열정의 사나이입니다. 그동안

항공사진과 산위에서 찍은 아름다운 국토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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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8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녹색의

목소리 환 경 정 의 의 눈

여기저기서 도시농업이 붐이다. 도시에서의 농업활동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도시농업육

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도시

농업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녹지 확대, 대기정화 등 환경적 기능은 물

론 공동체 활성화, 안전한 먹을거리, 교육 및 체험, 여가 활동, 복지, 일

자리 제공 등의 다양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다양한 경작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몇몇 우려스러운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도시농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고민스

러운 것 중의 하나가 ‘상자텃밭’ 이다. 쉽사리 경작지를 찾을 수 없고, 흙

을 구경할 수 없는 도시에서 상자텃밭만한 게 없다. 아파트 베란다나 햇

볕이 잘 드는 손바닥만 한 공간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뭔가를 키우고 가

꿀 수 있다. 이동하기에도 편하고 상추나 웬만한 것은 직접 키워먹는 재

미도 쏠쏠하다. 아이들에게는 멀리 나가지 않아도 환경교육으로 안성맞

춤이니 도시농업을 알리고 홍보하는데 이만한 게 없다. 그러나 이제 도

시농업의 상징이었던 상자텃밭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보급되

는 상자텃밭이 거의 대부분 공장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제품인데다 엄청

난 양이 보급되면서 1년만 지나면 관리 되지 않는 폐기물로 전락되기 때

김홍철 [email protected]

도시를 살리는 도시농업,그리고 몇 가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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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

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경작지를 조성하지 않고도 단시간 내에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편리성 때문에 나중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일회

적 행사위주로 상자텃밭을 대량 보급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도시농업 활

동을 하는 단체들 중심으로 플라스틱 상자텃밭 보급을 자제하자는 움직

임이 일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폐목재, 폐스티로폼이나 각 가정

에서 나오는 다양한 폐자원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단체에서는 이를 위

해 모종이나 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도시농업을 위한 대규모 경작지 조성도 우려

스럽다. 대규모 경작지 조성은 필연적으로 멀리

있는 이용자들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대규모 농장은 농수공급을 위한 관정이나 수

도시설, 주차 공간, 충분한 크기의 쉼터 등 각

종 편의·운영 시설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시대

의 에너지를 적게 쓰는 로컬푸드로서의 도시농

업이 오히려 에너지와 자원을 더 많이 쓰게 되

는 것이다. 서울시가 준비 중인 도시농업조례안

에도 자치구 공영도시농업농장의 세부적인 개

설기준을 1,500㎡ 이상의 규모에 화장실, 관수

용 물탱크, 쉼터 등 다양한 농장 내 부속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

다. 멀리 있는 사람을 불러 모으는 대규모 농장보다는 내가 사는 동네에

작은 텃밭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게 바람직하고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경작활동이 필요한데 서울시 도시농업조례안은 오히려 ‘규모’와

‘편리성’을 강조하며 도시농업활동의 왜곡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를 살리는 ‘도시농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곰곰 생각해볼 일

이다. 현재 도시농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법과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

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도시농업의 범위를 “도시지역에 있는 토지, 건

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하여 취미, 여가, 학습 또는 체험 등

을 위하여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재배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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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8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있다. 법의 개념 규정으로 보면 취미, 여가, 학습,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게 ‘도시농업’이다. 업業으로서 경작활동이 도시농업의 우선 과제여야 할

터인데 취미, 여가, 학습, 체험으로서의 경작활동이 도시농업의 관심 대

상인 것이다. 이게 정부가 도시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고 이 시기 도시

농업의 한계이다. 한편 도시농업을 말할 때 첨단설비를 이용한 건물속의

수직농업을 도시농업으로 포함시키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한 식물공장에 지나지 않으며 녹지 확보, 환

경개선, 공동체 활성화 등 도시농업의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적 목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누가 이런 걸 주장하랴 싶지만 성과 만들기에 급급

한 정부와 행정에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고 나오는 게 이런 생각이다.

끝으로, 도시농업이 중요하지만 모든 것에 우선할 수 있는 것은 아니

다. 경작지가 필요하다고 환경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경작지를 조성하거

나 녹지를 훼손하면서 경작지를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연한

얘기일수 일수 있으나 실상 주변을 살펴보면 경작을 위해 녹지를 파고들

어가거나, 일부러 수목을 베어내고 환경을 훼손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도시농업은 도시를 살리는 도시농업이 아니라 그

저 내 먹을거리를 위한 ‘경작’이다. 도시농업이 도시를 살리는 희망일 수

있는 것은 도시에서의 경작활동이 도시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가치를

담아내고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는

도시농업은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고 말지 모른다.

녹색의

목소리 환 경 정 의 의 눈

김홍철 (환경정의 대안사회국

국장)님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릴

것 같지 않은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올해 금천으로,

노원으로 다니시느라 어느새

농부의 얼굴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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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4새롭게 읽자

다르게 살자

마을에서 읽는 생태철학

마을회의가 온 세계를 살린다 ...................88

책속의 환경이야기

싼 가격에 숨겨진 진실 .............................92<완벽한 가격>

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 .....................95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다.........98<나는 반대한다>/ <한강의 기적>

우리 아이의 환경책

환경이 비극적 운명이 ...........................102되어버린 이들을 그린 책 <아픈 바다>

환경책 큰 잔치

환경책 책 책을 읽자 ..............................105어린이 환경책 권장도서 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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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8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새롭게 읽자 다르게 살자

동네에서 <녹색평론> 독자모임을 하다가 나와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미리 말하지만 <녹색평론> 모임에서 만난 분들은

참 좋은 분들이다. 환경에 관심도 많고, 텃밭을 일구거나 자가용을 멀리

하는 ‘친환경적’ 삶을 산다. 그런데 이분들은 사회적 문제를 다룰 때면 자

주 현대인의 ‘지나친 욕망’을 언급하는 특징이 있다. 물론 이런 지적들이

틀린 것은 아니다. 소비사회는 개인의 욕망을 부추기고, 개인은 더 화려

한 것을 욕망함으로써 소비사회를 지탱한다는 거, 그런 진단은 많이 들

어봤고 또 일리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욕망비판’에 좀 비판적이다. 왜? 우선 이러한 관념들은

생태위기의 문제를 각자의 윤리적 결단 차원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덜

쓰고 덜 갖고 덜 먹자, 그건 환경을 걱정한다면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이

구조적 환경위기가 개인적인 결단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우리가 필요한

건, 욕망에 갈등하는 평범한 인간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

닐까?

마을에서 읽는 생태철학

“마을회의가 온 세계를 살린다” - 머레이 북친의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

오준호 [email protected]

“환경위기는 결국 현대인들의 욕망 때문이죠. 욕망을 버려야 해요.”

“저처럼 별로 가진 것 없는 사람도 욕망을 버려야 하나요?”(나)

“아파트, 대형마트마다 쌓인 물건들, 그게 다 욕망의 산물이잖아요?

그런 것 없이도 살 수 있는데 말이죠.”

“아니 뭐 욕망이 있어도 돈이 없는데....”(나)

머레이 북친의 사회적

생태론과 코뮌주의

머레이 북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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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고리1호기, 끊임없는 사고와 은폐

논란에도 결국 재가동되었다

89

생태위기는 자본주의의 문제다

‘사회적 생태론’의 주창자 머레이 북친(1921-2006)은 생태위기의 해법

을 개인의 도덕적 결단에 맡기지 않는다. 사회적 생태론에 의하면 생태위

기는 사회의 위계구조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그 위계구조를 폐절해야 생

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자연을 지배하겠다는 ‘생각’은 다름 아닌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연지배’의 관념은 계급과

위계구조가 없는 사회가 도래해야만 극복될 수 있다.”

북친은 인간이 ‘안정된 전체를 위해 상대방을 필요로 하는 까닭에’ 공

동체를 만들어왔다고 한다. 인류 역사 초기에 그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

해 어느 정도 불가피했던 ‘권위’는, 점점 억압적 서열체계와 상명하복 구

조로 되어갔다. 이러한 위계구조는 과거에도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었지만

자본주의 시대에는 말 그대로 지구적 재앙을 낳았다. 열대림이 남벌당하

고, 수력발전소가 강을 틀어막으며, 기름유출로 바다생물들이 질식당한

다. 그 모든 장면들이 ‘성장 아니면 죽음’이란 명령 하에 행해진다.

북친은 심층생태론, 영성회복운동, 반이성주의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

다. 첫째, 구조적인 위기를 개인들의 도덕운동으로 극복할 수도 없으며

도리어 계급구조에 대한 비판의식만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친

은 이 상황을 극복하는 힘은 인간의 이성적 능력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

다. 심층생태론에서 말하듯 자연을 위해 인간의 활동을 최소화해야 하

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인간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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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9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길, 코뮌주의

이 지점에서, 만약 기술만능주의자라면 환경위기 역시 기술발달로 해

결할 수 있다고 전망할 것이다. 그러나 북친은 이미 10대에 스페인 내전

에 참여한 좌파이고 평생을 노동운동과 녹색운동에 헌신한 운동가다.

그의 주장은 위계구조를 해체하는 혁명적인 사회운동을 일으키자는 것

이다. 그러나 그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나 무정부주의에 기대는 것은 아

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방자치’다. 직접민주주의에 의해 조직된 자

치체와 그것들의 연방으로 사회가 재구성될 때, 비로소 인간에게 ‘좋은

삶’과 ‘좋은 자연’이 회복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이상을 ‘코뮌주의’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지방자치란 지역 토호들과 공무원들의 짝짜꿍이라는 이미지

가 너무 커서, 북친의 대안이 뭐가 ‘혁명적’이라는 건지 잘 이해하기 어렵

다. 그러나 북친은, 국가가 저 위로부터 적당히 나눠 준 행정구역으로서

의 지방자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위계질서의 정점인 국가에 기대는 순간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운동은 실패한다. 북친은 완전히 반대로, 읍·면·

시의 자율적 코뮌들이 아래로부터 연방을 구성하여, 국가에 맞선 이중권

력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마을의회에서 선출된 대표가 연방의회에 참가

하고, 거기서 논의된 것은 마을의회에서 비

준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 심지어 지역의

회가 생산기업까지 통제한다.

생각해보라. 서울에 있는 이명박 정부가

바닷가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맘대로 돌린

다. 그 지역 사람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국

익’이란 말 한 마디면 그만이다. 거기서 생산

한 전기 혜택은 서울 사람들이 누리고, 노후

한 발전소의 사고 위험은 지역 사람들이 떠

안는다. 만약 북친의 지방자치체라면? 어림

도 없는 소리다. 발전소를 돌릴지 말지, 마을민주주의가 정한다. 아니, 그

마을에 필요도 없는 발전소라면 애초에 세우지도 않을 것이다.

새롭게 읽자 다르게 살자

타운미팅은 민주주의와

생태위기의 대안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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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

코뮌주의 지방자치운동이 생태적 대안

북친이 지방자치에 대해 너무 낙

관적이라든가, 생활 속의 작은 실

천을 무시한다고(북친은 ‘텃밭 가꾸

기’ 같은 활동을 아나키즘적 자기

만족으로 비판한다) 지적할 수 있

다. 좀 그런 점이 없지 않다. 하지

만 북친이 경계하는 주장들이 서

구 생태운동에서 매우 주류적 문

화였음을 고려하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국가, 시장, 기업

체제의 문제를 우회하는 생태주의의 한계를 우리는 곱씹어봐야 한다.

누군가가 한 말이지만, ‘욕망’을 단지 죄악시할 게 아니라 상품에 대한

욕망을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욕망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혼자만의 몫으로 맡겨선 안 된다. 그 과정은 얼굴을 맞대고 토론

하고 논쟁하며 공공선을 찾아가는 마을 민주주의 속에서 일어난다. 그렇

다면 마을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고 거기를 공적 담화의 공간으로 만드

는 것, 그것이 오늘날 국가의 폭력과 생태적 위기를 해결할 출발점이 될

지 모른다.

“코뮌주의자들은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당선되면 그

직위가 허용하는 모든 권력을 행사하여 합법적인 민회를 만들고, 민회들로 하여

금 효과적 형태의 마을회의 정부(town-meeting government)를 만들 수 있게

권력을 갖도록 한다.”

오준호(작가, 번역가)님은 작가로 번역가로 또한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후배의

청으로 올해부터는 우리와다음 편집위원으로 함께 하시게

되었습니다. 생활속에서 철학과 환경을 늘 고민하시고, 주변에

많은 도움을 주시며 행복에너지를 전달해 주시는 귀한 분과의

인연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지자체들의 로고 북친의 이상적 지자체는 아니지만, 북친은

여기에 개입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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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9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완벽한 가격》, 엘렌 러펠 셸 지음, 정준희 옮김, 랜덤하우스, 2010.

기왕이면 다홍치마! 장날 어머니 손잡고 따라나선 딸이

라면 그런 생각에 젖을지 모르지만 엄마는 가격을 먼저 흥정할

것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몰라도 상하면 수선하기 어려운 다홍치

마를 농경사회의 엄마가 시집보내기 전에 입히고 싶지 않지 않았

을까. 시집보낼 때가 되어 다홍치마를 구하려 할 때, 엄마는 같

은 다홍치마라면 가장 가격이 낮은 걸로 고르고 싶을 게 틀림없

다. 인지상정이므로.

값이 싸다고 무조건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질을 살펴야 한다.

이른바 명품이라면 마음에 꼭 들지 않더라도 구입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이라면 디자인과 더불어 어떤 상표인지 눈여겨 살필 것

같다. 아무리 저렴하고 질이 높으며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도 생소한 상표를 가

진 물건이라면 외면당하기 쉽다. 물건을 시장에 내놓으려 하는 사람은 자신이

판매하려는 물건의 가치를 알리려 애를 써야 한다. 방송매체에 등장하는 광고

가 그 일을 담당할 텐데, 광고에 길들어진 소비자라 해도 시장에 나가 물건을

고를 때 가격을 저울질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가 아니라 아무래도 값이 싸야

한다.

자동차 트렁크 가득 물건을 실을 요량으로 찾아가는 대형 마트는 보통 가격

이 저렴하다. 박리다매 원칙이기 때문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분

량으로 판매하므로 가격이 떨어진 건지, 가격이 싸서 필요 이상 구입하게 되는

건지, 사실 아리송하다. 같은 물건을 여러 개 모은 포장 상품도 있지만 물건 하

나하나를 낱개로 포장한 물건도 있지 않은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한

봉투만 구입할 복사용지도 박스로 구입하는데, 사실 그 가격 차이는 크지 않

싼 가격에 숨겨진 진실

박병상 [email protected]

책속의 환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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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

다. 박스로 구입한 만큼 종이가 충분하다. 인쇄하는데 인색하지 않게 된다. 그

러니 복사지 가격이 낮은 게 좋은데, 마트의 고유상표를 단 물건은 매장 내에

서 가장 싸다. 그 복사지를 납품하는 회사의 상표보다 오히려 가격이 싼 이유

는 무엇일까.

대학에서 과학저널리즘을 강의하는 엘렌 러펠 셸은 시장에서 싸게 거래되는

물건의 진면목을 주목한다. 그 물건이 만들어져 시장에 나오기까지 이력을 자

세히 들여다보고 가격이 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드러낸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가 아니라, 값 싼 다홍치마만 시장에 잔뜩 쌓인 현실을 직시한다. 어쩌다 질 다

른 다홍치마가 눈에 띄지만, 어이쿠 그건 가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부츠가 그렇

다는 거다. 얼마 신지 않아 못 신게 되거나 흥미를 쉽게 잃는 중국산이 아니라

면, 한 켤레 씩 할로겐램프 아래 전시되는 이탈리아의 엄두나지 않는 부츠뿐인

극단의 세상은 왜 생기게 되었을까. 사실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싫든 좋든 그저 공급자의 의지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가격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합리적으로 산출한 과학의 결과물

일까. 엘렌은 고개를 완강하게 젓는다. 주관적이라는 거다. 우리 대형마트에서

이따금 판매하는 ‘통큰’ 시리즈물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누가 판단할 수 있겠나.

자동차 기름을 날마다 넣지 않듯, 대형 마트로 가서 날마다 트렁크 넘치게 물

건을 사는 것도 아니다. 주변 주유소 문 닫을 지경으로 기름 값을 싸게 책정한

대형 마트는 기름 값 인상으로 주름 깊어지는 시민들을 배려하는 건 당연히 아

니다. 기왕 기름 넣는 김에 트렁크에 물건 채우려는 고객의 운집을 기대한다.

휘발유는 미끼에 불과하다.

진열된 물건의 가격이 낮으면 승용차로 찾아오는 중산층들은 부유해질까.

엘렌은 미국 중산층 위축은 대형 선박으로 막대하게 수입하는 중국 물건의 가

격에 반비례한다는 걸 간파한다. 중국산 물건의 가격이 저렴할수록 미국 중산

층의 폭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월마트를 비롯해 대형 소매상이 대도시 근처의

고속도로에서 서로 매장 면적을 경쟁할 때, 중국 물건을 값싸게 판매하는 소매

상은 납품 원가 낮출 걸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럴수록 중국 노동자는 착취되

는데, 같은 물건을 생산하던 그 지역의 회사는 종업원 해고를 남발하다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고 말 것이다.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소비자는 낮은 가격의 물건

을 고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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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품질을 동일하게 만든 대량 생산은 물건의 개성을 말살했다. 덕분에 가격은

낮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대량 생산한 물건은 총이라고 한다. 총기 소유가 자

유로운 미국이니 지금도 마찬가지일 텐데, 소매상은 총알도 무게로 판다고 한

다. 총기를 소지해야 안심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문화일까 역사일까. 아니

면 총기회사와 총기협회가 만든 불안 심리일까. <보링 포 콜럼바인>의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미국 특유의 배타적 불안 심리를 총기 대량 생산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할 텐데, 전기 자동차 충전 비용이 휘발유보다 훨씬 저렴한 이유는 무엇일

까. 당연히 정부의 보조금이다. 중동 국가의 유정에서 미국 소비자까지 모습을

바꾸며 전달된 기름은 과정마다 보이지 않는 보조금들을 받았다. 중동의 피비

린내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전기는 보조금의 정도가 훨씬 더하다.

정당한 보수를 외면하는 가격과 파우스트적 계약을 하면서 경기침체가 발생

하게 된다는 걸 간파한 엘렌은 공짜 면도기를 지적하는데, 어디 면도기뿐이랴.

헐값인 컴퓨터 프린터의 잉크와 토너는 적지 않은 부담을 소비자에게 안긴다.

이래저래 수입이 줄어든 소비자는 대안이 없으니 이윤을 독점하는 기업의 제

품을 고를 수밖에 없다. 표준을 만들어 개성을 제한하는 대기업은 독점적 이

익을 챙기고, 동네의 상점들을 파리 날리게 만드는 대형 마트는 공장식 친절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얼굴을 모르는 비정규 종업원은 과장된 동작을 반복할

뿐이다.

수입곡물이 더 싼 이유는 무엇일까. 곡물에서 얻는 칼로리보다 더 높은 석

유를 농기계와 화학비료와 제초제와 살충제로 부어야 하는 농업은 막대한 물

을 요구한다. 수확해 대형 시설에 저장하고 대형 선박으로 오대양육대주로 운

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적지 않지만 싼 것은 그 나라 세금으로 불공정하게

제공하는 보조금 까닭이다. 공정무역은 적절한 가격이 기본이다. 사회적 약자

를 희생시키지 않는 가격은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근본생태주의 견지에서 도시문제,

생태계문제를 고민하고 궁색한 대안을 찾아 헤매는 화상을 사람들은 고집불통의

생태주의자 서생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런 지적을 칭찬으로 오해합니다.

‘전태일을 기리는 사이버 노동대학’ 부설 문화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도시 속의

녹색 여백을 추구하기 위한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속이

알량한 공부방에서 《굴뚝새 한마리가 GNP에 미치는 영향》, 《파우스트의 선택》,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우리 동물 이야기》, 《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 《녹색의

상상력》,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를 썼고 다수의 공저를 발표했습니다.

책속의 환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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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라는 책은 대기오염이 인류에게 끼친 영향들을 전지구적 관점에서 분석한 환경서적이다. 이 책의 첫머리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작은 마을 ‘도노라의 환

경참사’로부터 시작한다. 제철소와 제련소가 있었던 이 마을에 엄청난

스모그로 인하여 그 마을 사람의 반 이상이 병에 걸렸으며, 한 달도 지

나지 않아 70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여기서 저자는 화학약품을 발암

성 물질로 규정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막기 위해 온갖 횡포를 부리고, 휘

발유 내 납 성분의 유해성을 밝히는 연구를 은폐하고자 했던 기업에 대

해 분노하고, 환경에 대한 조기 진단의 가치가 무시 되어 버린 현실에 대

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실 대기오염 문제를 은폐하고 환경 관련 연구

성과를 무시하면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기업들의 행보는 20세기 초부

터 이어져 왔다. 요즈음에는 많은 기업들이 친화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많은 기업가들은 환경 운

동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이선옥 [email protected]

책속의 환경이야기

<교통사고보다 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는 보도가 있었듯,

대기오염은 너무나 심각하다.

세계적인 유행병학자인 저자는 스모그로 인해

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도노라 환경참사 등

여러 가지 사건들을 짚어내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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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책속의 환경이야기

이러한 배경 탓에 환경오염에 대한 연구는 쉽게 인정을 받을 수 없는

데, 데이비스가 여러 차례 강조하듯 환경과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는 데

이터 분석이 매우 어려운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유방암 방지, 재활 운

동을 하는 여성들의 연대를 구체적으로 그리면서도 환경과 유방암의 연

관성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 설명을 하고 있다.

대기오염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어느 한 교수가 대기오염 배출원

의 67%가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나오

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은 분진,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탄산수소, 일산화

탄소 등이며, 흡입할 경우 기도를 통과해 간 기능장해를 일으키거나 산

소 운반능력에 지장을 가져오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공기

중의 납의 영향은 최근에 주목된 오염물질로써 적혈구의 생성과 성장에

장해를 가져오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이와 같은 오염물질들은 단지 호흡기관뿐만 아니라 혈액 및 안과, 이

비인후과의 영역에까지 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태이다. 대기오염물질

은 당장 인체에 해가 오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환경오염문제와는 달리

일단 대기 중에 배출되면 제거할 방법이 전혀 없어 인체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우리는 공기를 통해서 숨을 쉬고, 숨을 쉬면서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대기오염 사례

지난 2005년 4월의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사대문 안의 대기오염이

산업단지를 방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가 가장 많이 다니는 광화문과

시청일대는 도저히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땅으로 드러났다. 당시의 주

오염원엔 물론 청계천 복원 공사도 들어 있었다. 그렇다고 개선되었다는

흔적은 아직 없다. 국립환경연구원과 대기환경연보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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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농도는 2003년도에 15일 정도 초과했던 것이 2004년도에는

30일에서 50일로 법정기준 초과일수가 대폭 증가했다. 또 미세먼지보단

직접적인 피해가 경미할 수 있는 오존도 법정기준치를 초과해 오염경보

가 내려진 날이 2003년에 17회에 이르렀고, 이 역시 미세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정의는 지난 6월 4일~12일까지 서울시내 미아삼거리 및 노원역

주변의 대형마트, 백화점, 대형학원가 등 어린이 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이산화질소 평균 오염도

는 68.2ppb로 나타났다"며 "이는 정부의 공식 대기오염도인 이산화질소

12.5ppb(길음3동), 36ppb(상계2동)보다 약 2~5배까지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암이나 천식을 유발하는 대기오염물질인 ‘미세먼지’(PM10, PM2.5)도

WHO의 기준에 비해 대형학원가는 5.8배, 대형마트 주변은 4.0배 검출

됐다고 밝혔다. 오염도 측정은 실제 어린이 호흡기 높이인 지상 1m 높

이에서 실시했는데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매우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저자소개

◆ 데브라 데이비스(DEVRA DAVIS) 미국 국립과학원의 상주 연구원을 지냈으

며,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국립화학안전 및 위험조사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했

다. 지금은 워싱턴과 와이오밍 주 잭슨에 살면서 카네기멜런 대학 하인즈 스쿨의

객원교수이자 세계보건기구 선임자문으로 일하고 있다.

-이 글은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췌 한 것입니다.-

이선옥 (8기 기후정의 청년단장)“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이선옥님은 현재를 즐겨라 라는 문구를 매우

좋아하십니다. 대학생들에게 현재를 즐기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지금 하고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다 즐길 수 있기를 말하고 계신

분입니다. 단 정신줄 놓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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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이 두 책은 성격이 같으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책

이다. 『나는 반대한다』는 4대강 토

건공사를 왜 반대하는 가를 설명

하고 있고, 『한강의 기적』은 한강

을 중심으로 하천 토건공사의 문

제점을 파헤치고 복원 가능성을

제시한다.

4대강 토건공사는 한반도 대운

하가 국민 반대에 부딪히자 이름

만 바꾸어서 2009년 11월에 재탄생되었다. 서민을 위한 교육·복지예산

을 삭감시키고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사업을 하는 이유는, 혈세

14조원을 건설회사 몫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민주세력은 반성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에서 홍성태 교수는 보수

세력은 공간정치로 당선되었다고 말한다. 이명박의 청계천, 4대강 살리

기,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 등이 그것이며 진보세력이 펼쳐야할 공간정

치 정책을 제시한다.

다음은 정부가 내세우는 4대강 토건공사의 일곱 가지 허구를 『나는

반대한다』의 골격을 중심으로 요약하면서 『한강의 기적』의 내용으로 보

완한 것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다<나는 반대한다> 김정욱 지음, 느린걸음, 2010.08.24

<한강의 기적> 서울환경운동연합·대한하천학회 엮음, 이매진, 2010.08.23

이수종 [email protected]

책속의 환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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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바닥은 더러운 퇴적물을 준설해야 한다?

‘맑은 물 공급 사업’에 30조원 이상 투자하여 우리나라 강바닥은 우려하

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하다. 오히려 골재 채취 등으로 강바닥이 낮

아졌다. 4대강 토건공사는 오히려 댐을 더 쌓겠다는 것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그리고 준설 때문에 아름다운 한강의 미사리, 잠실, 뚝

섬, 신사·반포, 난지도가 사라졌다.

2. 4대강 토건공사는 물을 깨끗하게 만든다?

건기 때에 낙동강 물이 안동에서 바다에 이르는 시간이 18.3일이다.

공사 이후에는 185.8일로 10배 이상 늘어난다. 유속이 떨어져 하루에

2km로 흘러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된다면 강이 아니라 ‘호

소湖沼’라고 불러야 한다. 낙동강의 ‘강’은 사라지고 호소 10개만 존재

하는 낙동 호소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소양댐, 의암

댐, 청평댐, 팔당댐의 수질은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한강종합개발사업

으로 수질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한강도 공사한 구간에서 수질이 급격

히 나빠지고 있다.

3. 4대강 토건공사는 물 부족을 해결한다?

미국의 민간단체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인구 1인당 연간 강우량

에 따라 물 풍족 국가, 물 부족 국가, 물 기근 국가로 분류한 자료가 있

다. 강우량을 인구밀도로 나눈 매우 단순한 자료이기 때문에 우리는 물

부족 국가가 되고, 사막지역은 우리보다 물이 풍족한 곳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이런 부정확한 자료를 들고 물소비량을 부풀려서 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맑은 물 공급 사업’을

별도로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4대강 토건공사로 수질을 개선하

고 물 부족을 해결한다는 것은 역부족임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수도권도 한강에 설치되어 있는 신곡보와 잠실보를 해체해도 용수 공급

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책속의 환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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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환경이야기

4. 4대강 토건공사는 홍수를 예방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홍수피해는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상류에서 일

어났다. 3.6%만 국가하천, 즉 4대강에서 발생하고 나머지는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발생했다. 4대강 하천 정비는 2006년 97% 완성되었다. 4대

강 토건공사는 오히려 물난리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4대강 토건공사로

강의 평소 관리 수위가 주변 농경지와 주거지역보다 높아지고 있다. 앞

으로 펌프가 아니면 물을 배수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대홍수를 예고하

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1912년부터 지금까지 650개의 보

나 댐을 철거했고 일본은 보 326개를 철거했다.

5. 4대강 토건공사로 3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4대강 토건공사 같은 대규모 공사는 중장비가 하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사람’을 위한 일자리가 아니라 건설회사가 보유한 고가

의 ‘중장비’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오일쇼크 이후

중동에서 철수한 장비를 놀리면 막대한 손해가 나기 때문에 시화호공사

를 한 사례를 보면 타당성이 있다. 또한 이 공사로 국·공유지 하천 둔치

에서 농사를 전면 금지해 24,000여 명의 농민들이 일터를 잃게 되었으

며 양평은 애써 일궈 놓은 유기농 단지가 망가지고 있다. 그리고 골재업

에 종사해온 노동자 약 700명도 실직자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태풍으

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지금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6. 4대강 토건공사는 하천 생태계를 살린다?

자연은 공사工事로 살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나는 것이다. 살

아있는 강을 살리겠다고 죽이는 것처럼, 살아있는 생태계를 살리겠다고

죽이는 것이니 이것도 거꾸로 된 말이다. 강은 육지와 연결되는 곳이므

로 여러 생물들의 왕래가 자유로워야 한다. 지금이라도 한강의 시멘트

를 뜯어내고 보를 없애면 은빛 물억새와 갈대숲이 너울대는 광경을 볼

10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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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을 것이다.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한 독일의 이자르강 사례를 보면

그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다.

7. 4대강 토건공사는 강을 더 아름답게 한다?

시멘트로 제방을 쌓아 놓은 한강만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과연 원래

강 모습의 아름다움을 알까? 옛날 강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강이 파헤

쳐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메어진다고 한다. 망가진 강을 보고 자란 아이

들은 강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과 지감각이 협소해지고 이것은 창의

성 폭 또한 협소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슬픈 것은 한강종합개발사

업으로 생태계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유산들이 사라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4대강 토건공사는 강 수위를 높여 홍수를 초래하고, 주

변 지역을 침수시켜 농사를 망치고, 강의 생태계를 파괴해 수많은 생명

체를 죽이고, 수질을 오염시켜 식수 대란을 불러일으키고, 아름다운 우

리 강토를 파괴하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협하는 대재앙이다. 선조들

이 물려준 자연을 망치고 국민을 우롱하며 토건재벌만 배불리는 지금

정부의 잘못을 낱낱이 파헤친 이 두 책을 읽으면 울분을 참을 수 없으

며, 4대강 공사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한다.

이수종 (성사중학교 교사)님은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 모임에서 1995년부터 활동하고 계시며, 환경책

큰잔치 실행위원,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

환경교육센터 이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환경교육에

관한 지도안, 글을 쓰는데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바삐 생활하시는 열혈 선생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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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하얀 바탕에 빨간색으로 생채기가 난

듯이 삐죽삐죽 흘린 듯 쓴 제목-아픈 바다.

바다가 아프다!

첫 장을 넘기면 시커먼 바다와 바다로 나가

지 못하고 묶여 있는 시커먼 고깃배들이 나온

다. 가슴이 콱 막힌다. 또 한 장을 넘긴다.

그림책 전체를 통하여 유일하게 파랗게 맑고 생기가 있는 페이지다.

지난 봄바다는 반짝반짝 빛이 났지만

아~~ 빛이 났지만 ... 그 한마디의 여운에 가슴이 아릿해온다.

이제 사람들은 바다를 피해 멀리 갑니다.아빠도 일자리를 찾아 떠났습니다.2007년 겨울의 태안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유령도시가 된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에서, 방사능 유출로 지금껏 대피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후쿠시마에

서 ... 많은 사람들이 정든 집을 버리고 떠나야 했다. 환경 재난의 시대, 인간이

자초한 비극의 시대…

환경이 비극적 운명이 되어 버린 이들을 그린 책

-아픈 바다《아픈 바다》, 엄정원 글.그림, 느림보, 2011

우리 아이의 환경책

정경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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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3

아빠가 떠나던 날아이는 따라가겠다고 울었습니다.바다도 따라가겠다고 울었습니다.하지만 아이도 바다도 섬을 떠날 수 없다.

아이는 그 옛날 동무들과 조잘대며 생명을 캐던 갯벌이 아닌,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끈적거리는 갯벌에서 대답 없는 아빠를 기다리며 표정도 없이 긴 하루를

견디어 내야 한다. 바다는 더 이상 생명을 품지 못하는 갯벌을, 기름을 뒤집어

쓴 채 죽어가는 새를, 작은 물고기들을, 표정도 없이 긴 하루를 견디는 아이들

을 안고 어깨를 들썩이며 운다.

어른들이 초래한 재난의 짐을 가장 힘겹게 가장 오래도록 감당해야 하는 존

재-우리 아이들, 인간이 저지른 재난으로 절망하는 자연. 그 앞에서 떳떳할 수

없는 내가 참말로 부끄럽다.

아빠, 어디까지 왔어?갈매기들도 하나 둘 섬을 떠나고마지막 갈매기도 날아가 버렸습니다.아빠가 돌아오면 아이도 섬을 떠날 수 있겠지요?떠나기만 하면 해결 될까? 자연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언젠가는 스스로 회복

한다. 어느 과학자는 신생대 안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

고하지만 정작 인간이 떠난 뒤에도 자연은 남는다. 인간이 낸 상처는 인간에게

다시 돌아올 뿐이다. 끝을 모르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수

많은 잘못으로 인간은 자연의 화를 돋우고 자연에 도전하며 자연과 이별하는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아픈 바다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가 바다를, 자연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아픈 바다는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어떻게 되돌려 주는지…….

아픈 바다는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자연이 파괴되었을 때 인간이 겪게 될

고통을…….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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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10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생각을 바꾸고 삶의 방식을 바꾸고, 삶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일에 좀 더 많

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연의 섭리를 깨달아야 한다.

자연과 인간이, 생명과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너와 내가 다르지 않

은, 세상 만물이 하나의 생명의 그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투쟁의 삶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

로서 자연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절망적인 상처가 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터져 나오는 말- 바다야~, 같이 살아줘서 고마

워~~!!

목탄을 손으로 문지르듯이 표현한 검은 바

다. 답답하고 숨 막히는 바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데뷔작

에서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룬 엄정원 작가의 도

전 정신과 따뜻한 심성을 높이 사고 싶다.

잊고 살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이들이 있음을 상기 시켜준 사려 깊은 배려

심과, 어찌 보면 편견 투성이인 그림책이라는 분야에서 즐거움도 명랑함도 없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현실을 주제로 아이들과 만나고자 한 냉철한

작가적 식견과 평정심에 박수를 보낸다.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랑스러운 우리 어린이들 뿐 아니라, 앞도 뒤도 없이

내달려 환경오염이라는 비극적 운명을 키워 온 철없는 어른 세대에게도 일독

을 권한다.

정경미 (용인 환경정의 회원)님은 용인환경정의

환경교육 센터에서 ‛랄랄라 숲지킴이’ 교 사로

‛생태안내자 양성과정'강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배워서 남주자’를 온몸으로 실천하느라 용인

환경정의 자원활동가중에서 가장 바쁜 분입니다.

세아이의 엄마와, 생태안내자로, 도서관 자원활동가로

시간을 쪼개 열심히 살고 계십니다.

우리 아이의 환경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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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 책 책을 읽자

| 어린이 환경책 권장도서 12권 |

심희선 [email protected]

이번엔 2011 환경책큰잔치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어린이 환경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

니다. 아이들 선물 고르기 어려울 때 여기 나온 책 한 권씩 선물해 보시면 어떨까요?

『나무를 껴안아 숲을 지킨 사람들』 (김웅서 외 지음 / 웅진주니어)

세계 인구의 60%에 달하는 40억 인구가 살아가는 아시아의 생물

문화다양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시아에서 아직까지는 유지되는

생물다양성과 그를 실현시켜 온 문화다양성의 사례를 통해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할 해답을 찾아나간다.

『남기면 안돼 탄소 발자국』 (김웅서 외 지음 / 웅진주니어)

세계 인구의 60%에 달하는 40억 인구가 살아가는 아시아의 생물문화다양성

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시아에서 아직까지는 유지되는 생물다양성과 그를 실

현시켜 온 문화다양성의 사례를 통해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할 해답을 찾

아나간다.

『도레미 야옹: 도둑고양이가 푸는 쓰레기 미스터리』 (한미경 지음 구야 그림 / 학고재)

동네 뒷골목 쓰레기장을 떠도는 도둑고양이들이 밤마다의 열띤 토

론을 거쳐 인간들의 쓰레기 문제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나가기

까지를 재미나게 엮은 환경 그림 동화.

환경책 큰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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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둠벙마을 되지빠귀 아이들』 (권오준 지음 백남호 그림 / 보리)

생태 동화작가 권오준의 「우리 새 생태 동화」 제1권. 이 시리즈는

우리 땅에서 만난 새들을 직접 꾸준하게 관찰하여 얻은 사진과

이야기로 창작된 생태 동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서는 해마

다 봄이 되면 멀리 남쪽 나라에서 날아왔다가 가을에 다시 돌아

가는 여름철새인 되지빠귀를 만날 수 있다.

『무당벌레가 들려주는 텃밭이야기』 (노정임 지음 안경자 그림 / 철수와영희)

어린이들이 한눈에 텃밭 농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이 책은 김장 채

소 7가지와 그 밖에 3가지 채소의 씨앗부터 수확까지 싱싱하게 성장하는 한살

이 과정을 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리우선언』 (신수현 외 지음 박용석 그림 / 을파소)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세계의 대표가 모여

'UN환경개발회의'를 열고 '지구를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를

핵심으로 삼아, 환경과 개발을 조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자는 협력 방안인 '리우 선언'을 내놓았다. 이 책은 '리우 선

언'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화 형식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

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 (정연숙 지음 / 우리교육)

사실과 동화가 결합된 이 책은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 때문에

끔찍하고 비참한 현실을 맞이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단순히 동

물들의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며 연민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동물들과 공존하

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일깨운다.

환경책 큰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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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위기의 밥상 농업』 (서경석 지음 이철민 그림 / 미래아이(미래M&B))

모든 산업의 뿌리이자 먹을거리의 기본인 농업에 대한 이해를 바

탕으로, 식량 위기의 시대에 우리나라 농업이 처한 현실과 농민의

실태를 살펴보고 그 대안에 대해 생각해본다. 더불어 식량의 중요

성과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 상황이 어떤지, 식량 주권을 상실했을

때 국가와 개인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알려준다. 특히 유전적

으로 위험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공포와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설명했다.

『입 다문 수도꼭지』 (손소영 지음 이영림 그림 / 휴이넘)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환경 그림책. 지구를 살리는 물 절약에

대해 다루었다. 물이 뭐가 아깝냐고 생각하던 사랑이에게 일어난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지구사용 설명서』 (우쿠더스 지구이주대책위원회 지음 김지민 그림 / 한솔수북(한솔교육))

지구에서 모든 생명이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어떻

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 ‘우쿠더스’ 별에서 온 외계인은 전

기 아끼기, 종이 아끼기, 물 아껴 쓰기 등 일상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지구 사용 수칙 33가지를 소개해준다.

『펭귄도 모르는 남극이야기』 (박지환 지음 허현경 그림 / 한겨레아이들)

환경 전문 기자 박지환의 남극 도전기를 담은 책. 저자가 세종과학기지를 직

접 방문하여 체험한, 빙하와 펭귄의 나라 남극으로 아이들을 초대하고 있다.

특히 남극의 생태계를 꼼꼼하고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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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풀꽃 아저씨가 들려주는 우리 풀꽃 이야기』 (김영철 지음 이승원 그림 / 우리교육)

이 책은 오랫동안 우리 풀꽃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기록해온 일을 해온 풀꽃 아저씨 김영철이 창작한 생태

교양서다. 풀꽃 아저씨와 우리 풀꽃과의 대화에 자연스럽

게 끼어들면서 그들의 모든 비밀을 알아나가도록 인도하

고 있다. 우리 풀꽃을 가까이하면서 관찰하고 이해하고

공부하는 바른 방법도 깨닫게 된다.

요즘 환경정의는 2012년 환경책큰잔치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

니다. 올해 환경책큰잔치는 10월 13일 오후 2시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환경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컨퍼런스로 진행됩니다. 환경정의 회원 여러

분의 많은 참석 부탁드리며 다음 호에는 새롭게 선정된 환경책을 소개해드리겠

습니다.

환경책 큰잔치

심희선 (정책기획실 실장)님은 환경정의에 들어오자마자

한반도운하, 4대강사업 등 대형 환경파괴 반대운동에 쉴 날

없이 지내왔고 현재는 환경정의 운영과 정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그래도 항상 밝게 웃으며 힘들어도

지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힘을주는 님덕분에 올 한해가

희망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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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5초록 이야기

용인소식

하천살림 등.......................................... 110

중랑천소식

‘중랑천사람들’의 새로운 시작 ..................112

환경정의 활동

죽여주는 스마트 세상 등.........................114

회원소식

새가족 소개...........................................118

고맙습니다

환경정의에 후원해 주시는 분들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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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살림

용인의 하천 모니터링 활동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전체

용인서북부지역 소하천의 물길도 알게 되고 하천에 사는 생물들에도 익

숙해져가고 있습니다. 올 여름 유난했던 녹조현상도 용

인에선 일찌감치 생겼더랬습니다.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구간도 있고,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방류수로 하천 수

량을 유지하는 곳도 있어 상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6월

중순부터 온 하천이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 했습니다.

여기에 계속되는 폭염으로 용인의 큰 골칫거리중 하나인

기흥저수지가 썩어 들어가 심한 악취에 동네 주민들이

몸살을 앓기도 했습니다.

이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청소년 FANTASTIC 하

천팀과 하천살림 모니터링팀은 탄천의 물고기도 잡아보

고 용인의 하천 터줏대감인 흰뺨검둥오리도 관찰해 보

려고 합니다. 혹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지도 모른다는

설렘을 안고서요.

시민모니터링단의 활동은 다음 카페 ‘http://cafe.daum.net/yongin-

river’에서, 청소년 FANTASTIC 하천팀의 활동은 네이버 카페 ‘http://

cafe.naver.com/fantasticrive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민참여 – 청년 대안생리대 모임 “해를 품은 배”

20대 청년들이 몸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겠다는

결심으로 대안생리대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5월 첫

모임에서는 중형생리대를 만들고, 7월엔 첫모임 때

만든 생리대를 써본 경험을 나누며 대형생리대를 만

들었습니다. 몸과 생리 뿐 아리나 자신과 사회가 맺

어온 관계들을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보려는, 띄엄띄

엄이긴 하지만 자발적으로 모인다는 게 더 기특한 모임입니다.

용 인 소 식

110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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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센터

생태안내자 양성 기초과정 수료식

4월부터 7월까지 총11회에 걸쳐 진행된 생태안내자 양성

기초과정이 특강 “양서류 생태의 이해”를 끝으로 마무리,

7월 10일에 수료식을 가졌습니다. 기초과정 이수자는 8월

말부터 책읽기, 하천모니터링, 숲 생태공부 등의 심화활동

을 이어가며 용인의 환경 및 시민 활동에 대해 더 알아갈

예정입니다.

랄랄라숲지킴이 여름생태캠프

7월 28일, 초등생 대상 프로그램인 랄랄라숲지킴이에서

용인 은이계곡으로 여름생태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은이계

곡의 우거진 나무 아래서 풀과 나무, 곤충을 관찰하고, 돌

탑쌓기 놀이도 하고, 맑은 물에 발을 담근 채 버들치, 가

재, 연가시, 도롱뇽 등 물속생물도 찾았습니다. 자연놀이

에 흠뻑 빠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숲 속 가득 울려 퍼진

하루였습니다.

활동가재교육

5월 첫 모임엔 환경교육센터 자원활동가들과 부안시민

발전소 및 새만금갯벌 간척현장을 견학하고, 2차 모임에선

견학평가와 더불어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님의 글 “원

자력사고, 다음은 한국 차례”를 읽고 이야기 나누었습니

다. 3차 모임부터는 환경책의 고전인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비롯 “데이비드 스즈키의

마지막 강의”,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를 읽고 이야기 나누

고 있습니다. 시민활동가로 거듭나기 위한 책읽기, 토론,

견학, 워크숍 등의 활동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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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소식

‘중랑천사람들’의 새로운 시작

만나고 싶은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

우리와 다음 가을호부터 새롭게 인사드리는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

들입니다. 뿌잉뿌잉~♪

회원님의 지난 여름은 어떠셨나요? 벌써 반을 훌쩍 넘겨버린 올해를

아쉬워하며, 조금은 더 짜릿하고 신나는 계획들을 마구마구 만들어내셨

겠지요?

중랑천사람들의 지난 여름은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지난 7월 11일, 환경을 사랑하는 중랑천사람들 임시총회에서는 우리

지역에서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을 펼쳐가고자 단체 명칭을 북부환

경정의중랑천사람들로 변경하고, 앞으로 환경정의의 지역조직으로서 함

께 활동할 것을 여러 회원님들과 함께 결정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2000년 중랑천 대청소를 시

작으로, 주민의 힘으로 하천 생

태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 온

중랑천사람들은 그 동안 중랑천

나무심기, 그림그리기, 대보름

민속놀이, 중랑천 전 구간 걷기

등 하천에서의 추억을 만들기

위한 활동들을 해 왔습니다. 그

리고 중랑천 생태해설가 모임인 ‘자연을 닮은 여성들’과 함께 중랑천 뿐 아

니라 수락산, 불암산, 태릉 등 소중한 생태문화해설 활동을 통해 우리 동

네 생태, 문화 보호에도 노력해 왔지요. 그 안에는 새터민, 장애인, 저소

득층 아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환경교육과 소외받는 이웃을 위한 환경정

의, 교육정의 실현을 위한 활동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의미 있

는 활동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옆에서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 덕

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112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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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의는 10여 년 전, 중랑천 변에 처음으로 나무를 심던 그 날부터, 중랑

천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도 든든하게 옆을 지켜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함께하는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당연한 일처럼 여

겨지기도 합니다.

올해 초부터는 다음지킴이국과 함께 “냠냠정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노원구

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치되어 있던 동네공터를 주민들과 함께 유기농 텃

밭이 있는 동네정원으로 만드는 일이랍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밤,

냠냠정원에서 열리는 마을잔치에 환경정의 회원님들도 초대합니다!

어떠세요? 뭔가 신나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불끈불끈 솟아나지 않

으신가요?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재밌고 신나는 일들 많이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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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56명의 삼성전자 직업병 희생자를 추모하는 56주간의 행동

죽여주는 스마트 세상

지난 6월 21일 하지때 시작한 ‘죽여주는 스마트 세상’ 어느덧 12주차가 다되

어 갑니다. 이미 확인된 56분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마음, 그리고 삼성이 이 문

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시작한 일입니다. 많이 부족

하고, 또 부족합니다. 그래서 더 채워가며 울림을 더 크게 해보려고 합니다. 문

제가 해결되는 그 날까지 이 끈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가봅니다.

일시 : 매주 목요일 오후 6시~7시 장소 : 대한문 앞

팟캐스트 듣기: http://podics.qrobo.com/podcast/719229

“삼성전자가 기술, 제품, 서비스에서만 1등을 추구하지 말고, 종업원, 소

비자, 지역사회에 대해서도 국제적 기준을 들이대도 밀리지 않는 자기책임,

사회적으로 열려있는 태도를 보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찬란한 기술개발이

더 돋보이고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하지 않겠어요?”

(죽여주는 스마트 세상 4회차 이야기 손님 유정님 말 중에서)”

환경정의

활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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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4동에서 에코파티를 진행하였습니다.지난 7월 20일 '와!여름이다' 에코파티와

8월22일 에너지의 날 “candle” 에코파티가

시흥4동에서 진행되었습니다.

7월 에코파티에서는 '장명루만들기'와 벼

룩시장, 그리고 모기퇴치제와 바디로션, 모

기연고를 만드는 '친환경생활제만들기'를 진

행하였습니다. 7월 에코파티의 마지막은 환

경영화 상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8월 에너지의날을 맞이해 진행된 에코파

티의 주제는 “candle” 이었습니다. 8월 행사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자전

거발전기로 팥빙수만들기, 에너지절전게시판, 촛불나눔행사, 에너지골든벨이 진행되었고

2부에서는 촛불이야기, 에너지영상보기, seed paper에 편지쓰기 등 다채롭게 진행되었

습니다.

지렁이가 사는 학교 텃밭 노원구 선곡초등학교

2012년 환경정의에서는 노원구 내 초·중

등학교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여 텃밭을 만

들어서 생활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

는 텃밭 교육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12

년 상반기 동안 신상계초등학교, 선곡초등학

교, 염광중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었고, 하

반기에는 추가 2개 학교까지 총 5개교에서

15~20강 정도의 수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학기에 자투리 공간이 거의 없는 선

곡초등학교에 텃밭이 생겼습니다. 햇볕이 거의 들지 않고, 벽돌와 폐목재 등의 공사부자재

가 쌓여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놀며 수업하기엔 부족한 공간이, 보도블럭을 걷어내고 도심

속 초록 공간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1학기 수업 때 심은 작물과 방학기간 무성하게 자랐

을 잡초로 방치되어 있는 이 공간을 2학기 수업이 시작되기 전 공간을 재정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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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다음에게 물려줄 맑은세상 이야기

환경정의

활 동

환경정의

활 동

4대강 녹조현상, 대재앙의 시작 ‘녹조수 발명상’ 시상식

호소(호수, 늪 등 정체되어 있는 수계의 총칭)에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녹

조현상이 최근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할 것 없이 4대강 전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는 4대강사업으로 물길이 막혀 강의 유속이 느려져 4대강 자체가

호수처럼 변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9일에 환경정의가 참여하고 있는

4대강범대위에서 「4대강사업 대재앙의 시작 ‘4대강 전역의 녹조현상’ - 전문가

진단 및 녹조수 발명 시상식」을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은 한강(두물머리 인접지

점에서 채수), 낙동강(달성보 2km 하류 지점에서 채수), 영산강(영산포 연산교 인근

지점에서 채수), 금강(공주보 좌안 지점에서 채수) 등에서 채수한 강물을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현재 4대강에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녹조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아

놓은 물길을 터줘야 합니다. 보의 수문을 전면 개방해 원래의 물길로 되돌려

놓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프로그램 말미에는 4대강을 녹조수로 만들어버린

이명박 대통령과 국토해양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새누리당을 대상으로 ‘녹조수

발명상’을 시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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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환경정의 대의원 캠프‘모여라! 환경정의 대의원, 떠나자! 문당마을로…’

70여분의 대의원이 모여주신 이번 캠프는 환경정의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회원대표

인 대의원분들과 조금 더 깊은 인연을 만들고자 8월 18일 ~ 19일, 1박 2일 동안 충남

홍성 문당마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전날까지 비가 내려 캠프를 진행할 수 있을까하는 염려는 한낱 기우(杞憂)가 되었고,

딱 좋은 날씨와 함께 가족별 참가자 소개로 캠프를 시작했습니다. 청포대 해수욕장에

서 열기 가득했던 해변 운동회에 이어 어른들은 세 모둠으로 나눠, “환경정의”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를 공유하는 값진 시간을 보냈고, 아이들은 옷걸이와 한지를 활용한

부채를 만들었습니다. 모둠별 게임과 미션수행을 통해 한결 서로가 가까워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은 환경동화를 보며, 어른들은 못 다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첫째

날을 마무리했습니다.

둘째 날은 홍동마을 밝맑도서관으로 이동하여 아이들은 논생물 체험을, 어른들은

풀무학교 정민철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마을투어를 한 후, 이틀간의 소감을 나누며 캠

프를 마무리 했습니다.

유기농의 메카이자, 독특한 지역경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문당과 홍동마을에서

보낸 시간이 각자의 삶속에서 소중하게 간직되기를 바라며, 이후의 자리에서도 반갑게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