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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한림ICT정책저널 로봇저널리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로봇 저널리즘은 뉴스 기사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컴퓨터 알고리즘이 관여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기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방법이고, 넓게는 이와 관련된 철학적 관점을 이야기 한다. 최근 들어 로봇 저널리즘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이 유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과 같은 각종 이벤트 를 통해 소개된 인공지능(AI)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사이에 인공지능은 사회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고, 언론사 역시 로봇을 기사작성에 활 용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로봇 저널리즘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 랐다고 봐야 한다. AI를 둘러싼 불안과 기대 ‘똑똑해진 컴퓨터(smart computer)’의 세상이 막 기지개를 펴 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15년 남짓의 기간 동안 일어난 스마트한 변화는 우리 인류의 기계문명이 새로운 단계 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혹자는 제 3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singularity)’을 이야기한다. 호모사피엔스의 종 말이 언급되고, 기계에 지배 당하는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관 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전파되기도 한다. 외계 생명체 탐사의 근본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 가 우주에 나가 만날 지적 생명체는 아마 로봇일 가능성이 높 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주장으로 들리지만 이러한 전망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예측 불가능한 인류의 미래에 대 한 나름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현실 에서는 이런 미래를 앞당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지금도 쉬 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그러한 노력의 끝에는 건강, 보 건, 교육, 산업, 문화, 노동 등 인간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진보 의 낙관이 숨겨져 있다. 한림ICT정책연구센터 정완규 연구교수

로봇저널리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ict.hallym.ac.kr/webzine/05/07.pdf · 로봇 저널리즘은 잠재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 고,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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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한림ICT정책저널

로봇저널리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로봇 저널리즘은 뉴스 기사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에 컴퓨터

알고리즘이 관여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기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방법이고, 넓게는 이와 관련된 철학적 관점을 이야기

한다. 최근 들어 로봇 저널리즘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이

유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과 같은 각종 이벤트

를 통해 소개된 인공지능(AI)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사이에 인공지능은 사회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고, 언론사 역시 로봇을 기사작성에 활

용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로봇 저널리즘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

랐다고 봐야 한다.

AI를 둘러싼 불안과 기대

‘똑똑해진 컴퓨터(smart computer)’의 세상이 막 기지개를 펴

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15년 남짓의 기간 동안

일어난 스마트한 변화는 우리 인류의 기계문명이 새로운 단계

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혹자는 제 3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singularity)’을 이야기한다. 호모사피엔스의 종

말이 언급되고, 기계에 지배 당하는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관

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전파되기도 한다. 외계

생명체 탐사의 근본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

가 우주에 나가 만날 지적 생명체는 아마 로봇일 가능성이 높

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주장으로 들리지만 이러한

전망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예측 불가능한 인류의 미래에 대

한 나름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현실

에서는 이런 미래를 앞당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지금도 쉬

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그러한 노력의 끝에는 건강, 보

건, 교육, 산업, 문화, 노동 등 인간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진보

의 낙관이 숨겨져 있다.

한림ICT정책연구센터

정완규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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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ym Communication Policy Research Center | 49

C / P / R / C / 칼 / 럼

인공지능, 가상현실, 로봇 등으로 상징되는 스마트

전자문명에 대한 비관과 낙관은 역사적으로 보면 당

연한 반응이다.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사람을 잡

아먹을 듯이 묘사하던 수많은 예측들이나, 지금도

각종 영화의 매력적인 소재가 되고 있는 인류 종말

의 시나리오를 보면 새로운 질서에 대한 인간의 두

려움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

한 두려움이 마냥 황당한 주장만은 아닌 것으로 보

인다. 산업혁명 시대에 증기기관을 통해 기계화된

방직기계들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썼듯, ‘양이 사람을 잡

아먹는’ 사회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

나간 그 근본적인 이유가 발달한 기계이든 아니면

동시대를 사는 타인이든, 결국 새로운 기계의 등장

은 당시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각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스마

트 컴퓨터’의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스마트 컴퓨팅 시대의 도래가 가져올 낙관과 비관의

전망들에 대해서는 수많은 관련 기관의 주장과 관련

된 글들에서 이미 충분히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이

러한 경고를 바탕으로 좀 더 심층적인 분석과 대안

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로봇 저널리즘의 도입을 마

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이다.

Homo loquens(언어적 인간)

인류를 정의하는 여러 단어들, 예를 들면 Homo

sapiens, Home faber, Homo ludens 등의 정의에는

이 단어가 자주 사용되던 시기의 시대사조나 관점이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면, 호모사피엔스라는 단어

에는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내포되어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은 20세기 후반 이후의

인류에게 호모사피엔스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이성

과 합리성으로 인간을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이 있다. 이렇듯 인류를 정의하는 방식에는 인류가

처한 시대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된다.

20세기 이후 인류를 적확하게 설명하는 단어 중 하

나는 ‘언어적 인간(Homo loquens)’이다. 인간만이

고도의 언어적 상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주

로 사용되는 정의이다. 사실 인간에게 언어는 의사

소통의 수단을 넘어간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유

하고, 상상하며, 판단한다. 언어는 인간의 사유체계

전체를 아우르며, 인간이 직접 접하지 못한 세계를

형상화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간의 사유 영역

은 직접적 감각기관이 수집하는 정보의 한계를 넘

어 간접적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또 다른 차원의 현

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로봇 저널리즘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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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냄으로써 시작된 새로운 ‘은하계(Gutenberg

galaxy)’는 인간이 더 이상 개인이 습득한 감각 데이

터(sense data)로 구성된 세계가 아닌 언어적 상징

의 세계 속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언어는

인간의 현실인식, 사유, 그리고 환경 그 자체를 구성

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사이버 공간이 아니더

라도 이미 우리는 온갖 상징과 기호로 이루어진 언

어 공간 속에서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언어적 공간은 미디어의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 ‘구

텐베르크 갤럭시’를 쓴 맥루한(M.McLuhan)은 ‘미디

어는 메시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언

어적 공간은 그 언어적 공간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맥루한에 의하

면 촉각적 매체는 촉각적 언어공간을, 시각적 매체

는 시각적 언어공간을 만들어 낸다. 과거 전통사회

의 구어 커뮤니케이션은 구어적 언어공간을 만들었

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인쇄매체의 언어공간

을 만들어냈으며, 전자미디어는 전자 미디어적 언어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언어적 공간은 나름의

독특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언어적 공간이

곧 현실 자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

떤 시대, 어떤 사회에 지배적 미디어가 무엇인가 하

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차별성 이상의 의미

를 갖는다. 미디어는 곧 우리의 사유이고, 현실이며,

그것이 곧 우리의 모습이다. 현대인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

프리카 오지의 모습이나,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의

고원지대를 상세히 알 수 있는 것은 대중매체를 통

해서이다. 나에게 대중매체가 전달한 현실은 실재

존재하는 현실보다 더 리얼하다. 직접적으로 아프리

카나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아프

리카인들의 삶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사람들의 모습을 사유한다. 이들은 엄밀히

이야기해서 미디어의 언어적 상징체계 속에 포섭되

어 있는 것이다. CNN의 언어공간과 AP통신의 언어

공간이 곧 나의 사유 체계의 바탕이 되는 현실을 구

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제는 로봇이 기사를 쓰고,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로봇 저널리즘이 등장해서 인간의

언어로 기사를 쓰고,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는 이야

기다. 그렇다면, 로봇이 만드는 언어공간은 기존의

대중매체들이 만들어내는 언어공간과 비교되는 차

별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로봇 저널리즘(Robot Journalism)

세계경제포럼(WEF)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국제노동기구(ILO)

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실업자 수가 1,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엔 역시 <미래보

고서2045>에서 비슷한 의견을 낸 바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노동시장에 진출해 있다. 로봇 저

널리즘이 대표적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기업실적

분석 기사를 내러티브 사이언스라는 벤처가 만든 기

사 작성 알고리즘에 의존한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

트, 판타지 저널리스트 등 기사 작성 AI 벤처가 대거

등장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로봇저널리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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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 P / R / C / 칼 / 럼

이미 한국에서도 상당한 숫자의 로봇 저널리즘으로

작성된 기사들을 접할 수 있다.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단어에서 인간을 닮은 ‘휴머

노이드 로봇’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로봇 저널리즘

에서 로봇은 일종의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말한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련의 명령어로 구성된 스크립트인

데, 이 스크립트에는 컴퓨터가 수행할 일련의 작업

방식과 규칙이 정의되어 있다. 사실 데이터를 처리

하는 거의 대부분의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일종의 자

동화된 알고리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로봇 저

널리즘이라고 다른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본질적으

로 다른 차원의 알고리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로봇 저널리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알고리즘을 뛰어넘는 복잡한 기술적 난제들

이 많다. 대표적으로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기술은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 기

술과 맥을 같이한다. 보다 혁신적인 기술은 기사 작

성시 고려해야 하는 객관성, 공정성과 같은 인문사

회적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다. 현재의 기

술수준을 고려할 때, 개발이 쉽지 않은 기술이다.

뉴스에 고려되는 인문사회적 가치

기사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담론이다. 기사가 아무리

사실성, 객관성에 바탕을 둔다고 하더라도, 기사는

가치와 창의성에 기반을 둔 인간정신의 산물이다.

먼 미래에 AI가 더 발전해서 ‘의식(Cognition)’을 갖

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당장 현재 수준의 AI는 알고

리즘에 불과하다.

EventScoring

DataCrawling

EventExtraction

Key EventDetection

ContextualInformation

MoodDetection

News ArticleGeneration

로봇 저널리즘 기사 작성 과정(한국언론학보, 2015)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첫 번째 단계는 뉴스가

치(news value)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발생하는 모

든 사건이 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능숙한 기자들

은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사건들에서

뉴스가치가 있는 사건들을 골라 기사화한다. 이러한

게이트키핑(gatekeeping)의 과정을 거쳐 사건은 기

사가 된다. 뉴스가치와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전통

적 뉴스가치에는 영향성, 저명성, 갈등성, 특이성, 근

접성, 시사성 등이 주로 거론된다. 하지만, 뉴스가치

와 관련된 연구에는 다양한 뉴스가치가 존재함을 밝

히고 있고, 본질적으로는 저널리스트의 철학과 사회

관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알고리즘도 단순히 사

실을 열거해 기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가치 있는 기

사를 만들기 위해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알고리즘도 일상의 사

건 속에서 어떤 일이 특별히 중요한 일인지를 판단

하는 기준점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사용하는 통계적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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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시각화 기법이 사용된다.

로봇 저널리즘이 통과해야 하는 두 번째 관문은 기

사에 부여되는 사회적 가치이다. 저널리즘의 일차

적인 목적은 시민들이 자유로울 수 있고 그들이 스

스로 다스릴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코바치와 로젠스티엘(Kovach & Rosenstiel,

2007)은 저널리즘이 진실을 전달하고, 사실을 확인

하며, 권력을 감시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가진다고

강조했고 메릴(Merrill, 1997)은 진실성(truthfulness),

불편부당성(unbiasedness), 완전성(fullness), 공정

성(fairness)의 4가지 가치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TUFF’ 원칙을 제안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저널리

즘의 추구라는 규범적 원칙을 언급했다. 이러한 사

회적 가치는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으로는 구현하기

힘들뿐더러, 본질적으로 기자의 주관에 의존하기 때

문에 인공지능으로 구현 불가능한 인간의 고유 가치

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현재의 알고리즘이 구현 가능한 기사 작성은 인간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형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물론 지금의 인식이 지

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내러티브사이언스의 최

고기술책임자(CTO)는 알고리즘이 분석을 개선하고,

인간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더 배운다면 20년 안에

는 알고리즘이 모든 분야의 기사를 작성하게 될 것

이라 예측했다(Carter, 2013).

로봇 저널리즘의 미래와 과제

로봇 저널리즘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최근에 인공지능이 심사한 미인대회를

다룬 기사가 언론에 등장했다. 인공지능에게 세계

최고의 미인을 골라보라고 했더니, 백인 후보자가

대부분 미인으로 뽑혔다는 기사이다. 이 기사가 의

미하는 바는 크다. 심사위원이 된 인공지능은 마이

크로소프트의 후원을 받는 딥러닝 그룹 ‘청년실험

실’이 만들었다. 이 인공지능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판단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로 대량의 사진 데이터를

이용하였는데, 이 데이터에 백인 중심의 편견이 숨

어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과거 Lang & Lang는 논문 ‘맥아더 데이(McArther’

s Day)’에서 초기 TV의 사실성과 객관성에 대한 대

중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적, 객관적 외피

로봇저널리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 지배적 미디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차별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디어는 곧 우리의 사유이고, 현실이며, 그것이 곧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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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 P / R / C / 칼 / 럼

를 띠고 TV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각종 사건 보도에

사회적 의미구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로봇 저널

리즘에서도 동일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로봇 알

고리즘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내장하는지는 매우 중

요한 문제이다. 한발 양보해서 대중의 보편적인 의

식을 내장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대중의 보편적인 의식이란 지배질서의 보편성

에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중요

한 원칙 중 하나인 다양성과 소수자 의견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봇 저널리즘은 잠재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

고, 실제로 일선의 기자들을 대체할 이유도 분명해

보인다. 0.3초에 하나의 기사를 작성해내는 높은 생

산성과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불편부당성만으로도

로봇 저널리즘이 더욱 확산될 이유는 충분해 보인

다. 하지만, 로봇 저널리즘을 인건비 절감과 같은 산

업적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접근할 경우 발생할 사회

적 문제점은 매우 다양하고, 심각하다. 로봇이 지배

하는 언어공간을 바탕으로 사유하는 인간의 모습은

확실히 어색하다. 로봇 저널리즘의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공론이 필요한 이유이다.

"로봇 저널리즘에서 로봇은 일종의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