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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를 일구는 농도상생마을공동체 2013 07 제39호

아름다운마을 39호(20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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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아름다운마을 39호(2013.07)

생 명 평 화 를 일 구 는 농 도 상 생 마 을 공 동 체

2 0 1 3 0 7 제 3 9 호

Page 2: 아름다운마을 39호(2013.07)

3 [ 편집실에서 ] 꽃을 피우니 최소란

4 [ 農생활 ] 힘차게 자라서 씨앗을 퍼뜨려주렴 장윤희

6 [ 마을학교 ] 친구야! 네가 있기에 최지현

8 [ 마을학교 ] 시원한 여름들살이 현장 김준표

10 [ 그리고] 나의 조금이 너의 조금을 만나 황지영

11 [ 마을학교 ] 놀면서 쑥쑥 익히는 놀이수학 전명재

14 [ 아이들세상 ] '요리이모'와 한 달에 한 번 펼치는 특별한 활동 최유리

16 [ 청춘답게 ] 어떻게 놀이하듯 일하며 살 수 있을까 김희경

18 [ 생태건축 ] 쓰레기 없는 집짓기 가능할까요 장재원

20 [ 함께 산다는 것 ] 2년 전 처음 느낀 그 맛 조원호

22 [ 마을생활 ] 여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죽염연고' 강수현, 김주희

23 [ 독자마당 ] 함께 만난 시간을 떠올리며 써주신 편지 최경아, 신복섭

24 [ 지금 이 순간 ] 이서원

<아름다운마을> 펴낸 곳 아름다운마을공동체 기자 김세진 김준표 김형우 임안섭 주재일 최소란 디자인 김준표 서아름

문의 02-999-9294, 010-2578-6050 누리편지 [email protected] 누리집 www.maeullo.net 후원 국민은행 487101-01-436510

<아름다운마을>은 강원도 홍천 아미산자락 효제곡마을과 서울 북한산자락 인수마을을 오가며 농촌과 도시에서 농도상생마을공

동체를 일구는 사람들의 삶을 증언합니다. 시대 과제와 소통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소통과 대안]에 담습니다. 일상과 관

계, 수련을 통해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와 이유를 찾아봅니다. 마을밥상 지기들이 밥을 차리는 마음을 [밥상머리]에 모읍니다. 기

독청년아카데미에서 만나는 20·30대 청년대학생들과 [청춘답게] 모험하는 활동을 나눕니다. [청소년마당]과 [마을학교] [아이들세

상]은 홍천과 인수 마을학교 아이들이 살아있는 배움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농(農)을 통해 문명과 삶 전체를 다시 살

피고 재구성하는 [農생활]과 건강한 주거문화를 만들어가는 [생태건축] 현장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만나보기]에서는 당신과 우

리가 함께 만나고픈 사람을 찾아갑니다.

2013 07 제39호

표지사진 설명

창고로 쓰는 작은 비닐집 구석에 심은 양파모구가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홍천의 겨울을 나고 봄, 푸른 잎을 내밀더니 쑥쑥 자라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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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편집실에서

최소란 편집장

무꽃, 당근꽃, 양파꽃, 강낭콩꽃, 아욱꽃, 쑥갓꽃…, 홍천마을 밭에는 봄에 심은 씨앗이

땅을 뚫고 푸른 싹을 내더니, 비를 맞고 쑥쑥 자라난 생명들이 저마다 꽃을 피워내고 있

습니다. 꽃이 언제 피건 실한 열매를 따 먹는 것만 생각했다가, 양파 하나가 강원도 겨울

추위를 견디고 언 땅을 헤치고 꽃을 피우기까지 함께 통과했던 기나긴 인고의 과정을, 다

음 농사를 위한 채종으로 이어가는 농생활 이야기를 읽으면서 괜시리 숙연해졌습니다.

꽃을 피우는 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채소들도 나물들도 저마다 다채로운 꽃을 피우

고 씨를 퍼뜨린다는 단순한 진리를 실제로 경험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씨앗

이 싹을 틔울 때보다 채종을 할 때 더 많은 인내가 요구된다고 합니다. 토종종자를 보존

하고자 하는 마음 없이는 힘든 일이지요. 한 생명이 뿌리 내리고 때에 맞게 자라서 씨방

을 달고 생명을 내어주는 자연섭리를 따라 살아간다는 것, 올곧게 농사짓는 이들이 있기

에 잘 배우고 있습니다.

들살이와 계절학교로 연둣빛 우정을 다지며 우리 아이들도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습

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가르칠 수 있을 만한 사람으로 서가고자 마

을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실렸습니다. 생명을 키우는 모든 땀방울에 건

강한 미소가 담기를!

꽃을 피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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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생활

“망종 무렵엔 발등에 오줌 싼다”는 속담이 있듯이 요즘은

좀 바쁘다. 망종을 전후로 팥, 녹, 조, 수수 같은 곡식 씨앗을

모두 심고, 봄에 심은 얼갈이배추를 수확해서 김치 담그고,

상추, 양파, 배추는 씨앗 채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작년 9월경에 비닐집에 토종 양파 모구 한 뿌리를 받아서

심었는데, 올봄에 넷으로 분화하면서 씨방을 달았다. 분화

된 모구 중에 하나는 죽고 셋이 지지대 없이도 곧게 자랐다.

씨방을 달고 꽃을 피웠으니, 곧 채종이다. 채종까지 잘 마

무리하면, 올가을부터 홍천에서도 양파를 심을 수 있으리

라 기대해본다.

올해 수확한 얼갈이배추는 F1종자를 받아 심은 것이다. F

는 filial generation(후대)의 줄임말로 흔히 종묘상에서 파

는 씨앗을 말하는데, 대부분 다시 심었을 때 제대로 수확을

해서 내는 씨앗 F2를 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어떤 종자

는 종묘상에서 사도 다시 자가 채종이 가능하기도 하다. 얼

갈이배추는 어떤지 궁금해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

해 채종을 해보려고 한다. 얼갈이배추는 꽃대가 올라온 것

을 중심으로 채종하려고 한다.

토종 양파 꽃대가 올라왔다. 올가을부터 홍천에서도 양파를 심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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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힘이 나지 않는 일 가운데 하나가 지지대를 세우는 것

이다. 균형을 유지하고 힘을 받지 않으면 장마철에 쓰러져버

리기 때문이다. 올해는 마을학교 친구들의 힘을 빌려서 즐겁

게 오이 지지대를 세웠다. 장마철에도 지금처럼 오이가 힘차

게 자라면 좋겠다.

직파한 토종 고추도 힘차게 자라고 있다. 빨간 고추 되기까

지 힘을 내서 채종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뭉쳐 있던 솔부추

뿌리를 조금씩 흩어 비오는 날 옮겨 심었다. 부추는 생육기간

이 보통 10년 정도 되는데, 중간 중간에 옮겨 심으면 더 잘 자

란다고 한다.

올해는 산나물로 곰취를 밭과 산 초입에 흩어 심었다. 계속

산나물을 사서 먹었는데, 사먹는 것도 모종으로 키워 매해 심

는 것이라고 들었다. 우리 밭에도 심었다. 씨앗을 퍼뜨려 취나

물과 고사리를 주변에서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

이다. 곰취는 받은 씨앗을 직파해서 심었고, 몇 해 정도 씨받

는 일에 집중할 생각이다. 곤드레는 서석5일장에서 나물 파시

는 할머니께 얻었다. 곤드레 뿌리를 부탁드렸더니, 잊지 않으

시고 산에서 몇 뿌리 떠와서 다음 장이 설 때 가져다 주셨다.

곤드레도 곤드레지만, 귀한 선물을 주신 할머니의 마음이 남

았다.

홍천에는 오디가 지천이다. 요즘 오디가 한창이다. 일하다가

심심하거나 배고플 때, 가까운 오디나무 옆에 서서 손바닥에

붉은 오디물이 들도록 따서 먹는 재미로 지낸다. 크면서 열매

가 많이 달리는 오디나무가 있는가 하면, 열매가 작으면서 적

게 달리는 오디나무가 있다. 똑같은 오디나무지만 열매가 작

으면서 적게 달리는 오디 열매의 맛이 더 좋아서 그에게로 간

다. 혼자 맛있게 오디를 따 먹다가 친구들이 생각날 때면, 모

자와 손에 한 움큼씩 따와 나눠 먹는다. 입술에 까맣게 묻히며

오디를 받아먹는 친구들과 마주 웃으면, 더위가 날아가는 듯

하다.

장윤희 ┃ 강원도 홍천 효제곡마을에서 농사도 짓고 밥도 지어 마을밥상에서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오이 지지대를 세웠다. 장마철에도 지지대가 잘 버티어 주면 좋겠다. 오이농사가 너희에게 달렸어.

토종고추

오디

곰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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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산울 아이들이랑 얼마 전 강릉으로 들살이를 다녀왔어. 자매학교인 아름다운마을초등 저학년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꾸린 연합들살이였지. 두 학교가 떠나기까지 많은 글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만

날 사람들과 문화를 기대하며 기다렸단다. 대안학교와 공동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작은 학교가 아

름답다》라는 책을 붙잡고 있던 시절의 나처럼 말이야.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生의 기운을 넉넉하게 느끼고 돌아왔단다. 산울 3학년 친구들은 아름다운마을과

의 만남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작년 만남에서 생겼던 자기만의 오해가 하루 먹고 자고 놀았더니 자연스

레 풀어졌다고 고백하는 친구도 있었어. 서먹서먹 목욕하러 함께 들어갔다가 그 좁은 목욕탕에서 무슨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 손가락 걸고 다음을 기약하고 나온 아이도 있었지. 머리가 아닌 마음이 엉키고 만

나니 두 마을, 두 학교가 들썩들썩 하나가 된 것 같아.

2009년 3월 산울어린이학교 가족이 된 저는 그 전에는 5년여 동안 안산에 있는 한 고등학교 교사

였습니다. 천하보다 귀하다는 우리 아이들을 무엇을 위해 수능 잘 보는 기계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

지 하는 질문과 교사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서로 옳다 옳다 할 수 있는 현장의 아픔이 새 길과 새 친구

들, 새 현장을 만나게 되는 기회로 이어졌던 그때가 생생하리만큼 떠오릅니다. 지난 2009년부터 걷

고 있는 이 길이 헛되지 않으며 외롭고 좁아도 생명을 향한 길임을 하루하루 일어나는 사건, 사연 속

에서 확인하는 힘찬 일상입니다. 산울어린이학교에 오기 전 함께 일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연락을 주

고받았습니다. 행복하냐고 묻는 친구에게 ‘두근두근’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단

오 (6월 13일) 즈음 아이들과 다녀온 들살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마을학교

우리의 발길이 닿을 바우길을 미리 확인. 아이들도 꼼꼼히 함께 살핀다.바우길을 가다가 만난 토끼풀밭.

친구야!

네가 있기에산울과 아름다운마을학교 연합들살이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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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친구야. 산울과 아름다운마을 아이들의 2박3일 속에 나의 지난 5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것만 같아.

‘글’로만 보던 사람들을 두근두근 직접 만났을 때를 기억해. 겉사귐이 아닌 온전한 관계, 이루며 잘 살고

싶은 마음으로 만났음에도 내 한계와 연약함으로 한참을 서먹서먹했었지. 그러나 함께 배우고 함께 먹고

함께 자고 울고 웃으며 어느새 나는 대안의 길을 뒤돌아보지 않고 가고 있더구나. 때론 멈춰 있기도 하고,

때론 달리기도 했던 그 길 위에서 나는 내 힘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서로의 기운으로 날마다 새 숨을 쉬는

것 같아. 내 의지를 넘어서는 경험이 신비롭기만 하단다.

백 리 밖에서도 찾아온다는 단오장. 제 발로 모인 그 많은 사람들이 단오제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생각

이 들어. 문화를 지켜온 누군가의 애씀을 통해 옛 조상들의 재미와 흥에 우리도 한껏 어울릴 수 있었어.

인심이 좋다고 책에서만 보았는데 그 좋은 인심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어.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수상자전

거를 아이들은 하늘을 날듯 물 위를 달렸지. 함께했던 놀이들과 배움이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 안에서 자

연스레 이어지는 것을 보게 돼. 이 찰나 같은 2박3일 시간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와 사건들을 담고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꿈꾸며 정직하게 희망을 일궈온 걸음에 내 걸음을 살포시 보태었을 뿐인

데, 그 걸음이 내 걸음이 되고, 우리의 걸음이 되는 책임과 은총을 누리며 산다. 내 삶의 터전에서, 일상

에서 말이지.

산울 친구들과 아름다운마을 친구들은 8월에 다시 만나기로 했어. 가깝지 않은 거리임에도 두 학교가

같은 걸음을 꿈꾸었기에 약속이라도 한 듯 만나게 되는 것 같아. 친구야. 대안의 걸음을 시작하며 네게 고

백했었지. 내 뒷모습이 부끄럽지 않도록 책임 있게 걸음을 떼겠다고. 새로운 역사를 써가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즐기면서 걸을게. 그 걸음이 언제든 네 걸음이 될 수 있도록. 오래전 너와 내가 무엇을 이루기 위해

만났는지 삶으로 묻고 답할 날을 기다리며.

세상 일터에서 만났지만, 마음으로 만났던 내 친구에게

최지현 ┃ 수리산자락 산울어린이학교에서 아이들과 유년시절을 다시 사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강릉 바닷가에서 만난 조개껍질이 아이들 손에 들어가자 더 귀해 보인다.단오장에서 단오 부채를 만들어 본다. 손길, 눈길이 신중하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정든 동무들과 추억의 사진을 남긴다.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정든 동무들과 추억의 사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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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

산울어린이학교와 아름다운마을학교 초등

고학년 친구들이 홍천에서 만났습니다. 먼저

서로를 소개하고, 손등 맞추기 놀이, 어울림

마당 등을 함께하며 몸으로 마음으로 서로

친해졌답니다. 검은머리 모둠, 오남매와 어머

니 모둠, 우리 모둠, 찰옥수수 모둠, 은빛 모

둠, 이렇게 다섯 모둠이 2박 3일간 놀고, 밥

해 먹고, 간식 먹고, 놀고, 자면서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주었답니다. 별자리 이야기를

듣고, 명랑운동회로 몸을 부대끼고, 김밥·수

리취떡도 만들어 먹고, 아카시 줄기로 파마

도 하고, 지도를 보고 찾아가서 임무를 수행

하는 활동도 해냈죠. 마지막 날엔 편지를 쓰

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전했답니다. 2박 3일

의 일정이 끝나고 두 학교는 아쉬워하며 헤

어졌지요. 이 아쉬움이 그리움을 낳고, 다음

을 준비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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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친구들이 기획하고 선생님들이 함께한 3박 4일

의 들살이. 자전거를 타고 당일치기로 춘천을 다

녀왔습니다. 선두로 달리는 친구들은 뒤에 오는

친구들을 잘 배려하고, 호흡을 맞추며 함께 달렸

고요, 홍천에 도착한 후에는 친구들이 직접 텐트

를 능숙하게 치고 잠들었다죠. 둘째 날에는 커다

란 평상, 의자, 메주틀, 통 뚜껑 등을 나무로 만듭

니다. 뚝딱뚝딱 많이 해본 솜씨들입니다. 간식도

식사도 친구들이 직접 마련해서 먹었지요. ‘촛불

이 있는 밤’ 시간에는 서로에게 궁금했던 것, 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 날에는 속

초로 이동.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고, 막국수도 먹

었습니다. 일정과 맡은 역할을 갈무리해 보는 친

구들, 일상을 더 잘살고 서로 더 깊어지기를 소망

했다 합니다.

생동중학교 들살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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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금이 너의 조금을 만나질퍽거리던 것이 단단해져서우리의 집을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 고마운 너의 한줌. - 홍천터전에서 함께했던 강당 짓기 흙미장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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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마을학교

막대 뽑기, 구슬 꿰기, 빵 만들기, 해바라기씨앗 까먹기, 깍두기 담그기, 휴지심 놀이…, 무슨 시간일까

요? 아름다운마을학교 ‘우리서당’(7세)에서 함께하는 놀이수학 시간입니다. 수학이 어렵다면 잘못 가르

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수학을 아이들과 발견하고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하는 시간

이 수학시간입니다. 늘 가르칠 내용을 준비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과 표현 앞에서 가르치기를 멈출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먹을까? 심을까?

홍천에서 가져온 해바라기 씨앗을 열 개씩 나누어 줍니다. 아이들이 집중하여 열까지 잘 세어 봅니다.

그리고 하나씩 까먹으며 남은 해바라기 씨앗을 헤아려봅니다. 작은 씨앗 하나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 그

고소함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점점 줄어들어가는 씨앗의 수에 아쉬움을 넘어 슬픈 표정도

짓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생깁니다. “씨앗 한 개를 심으면 몇 개가 생겨요?” 수많은 씨앗이 생긴다고

하니, 심어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 개씩 더 나누어 주었지요. 그 후 아이들은 한참이나 고민합니다.

이 씨앗을 먹을 것인가, 심을 것인가. 점심때가 지나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어옵니다. “두 개를 먹었는데

한 개가 남았어요. 그런데 이 씨앗이 썩어버리면 어떡해요?” 호기심과 고민이 생기는 그 시간을 제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지나간 시간이었는데, 어느새 1부터 10까지를 곧잘 세고, 열 개에서 둘을 먹으

면 여덟이 남는다고 답합니다.

무를 잘랐는데 이렇게 다른 모양이 나왔네. 어떤 게 더 길지?

하얀 돌, 까만 돌, 매실 씨앗 전부 몇 개씩일까요?옷걸이로 만든 양팔저울. 어떤 게 무거울까요?내려가는 쪽이 무게가 더 나가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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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먹고 싶지 않은 고양이

물그릇이 두 개가 있는데 고양이 일곱 마리가 물을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목표한

것은 7을 3과 4로, 5와 2로, 또는 7과 0으로 가르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그릇을 두 개 놓고 매실씨앗을 고

양이라고 상상하여 아이들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각각의 그릇에 고양이 세 마리씩 차례대로 세우더니 남은 한 마리를 가운데에 놓습니다. 분명하게 가르

기를 기대했던 저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말해줍니다. 하지만 아이의 대답은 세 마리씩 먹고 기다렸다

가 남은 물이 많은 것을 먹겠다는 것입니다. 물을 먹고 싶지 않은 고양이는 양보하겠다고 하기까지 합니

다. 7의 보수가 2와 5, 6과 1, 3과 4라는 것을 단순히 암기하였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상을 잃어버린 것

일까요?

왜 똑같이 나누어야 해요?

콩이 열 개 있는데 다섯 사람이 먹으려면 몇 개씩 먹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이건 매우 어려운 문제입

니다. 이미 똑같이 나누어 먹은 경험이 있는 아이는 한 개씩, 한 개씩 나누어 주고 남은 것은 또 한 개씩

한 개씩 나누어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콩을 먹기 싫은 친구, 더 먹고 싶은 친구가 있을 수 있기 때

문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누어야 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왜 똑같이 나누어야 할까요?

무게와 길이 재면서 깍두기 만들기

하루는 길이, 무게, 양, 넓이를 비교하는 말들을 배워보기로 하였습니다. ‘길다/짧다, 높다/낮다, 넓다/

좁다, 무겁다/가볍다’는 7세 아이들에게 좀 헷갈리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무를 놓고 공부해보기로 하였습

니다. 먼저 국자, 수저, 작은 수저로 길이를 비교해봅니다. 그리고 무를 잘라서 비교해봅니다. 공부 내용

에 잘 집중하다가도, 무를 맛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어요. 한 조각씩 입에 넣고는 알싸한 매운 맛도 있

지만 달고 시원하니 정말 맛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고 두껍게 썬 무 조각과 크고 얇게 썬 무 조각의 넓

이를 비교해봅니다.

이번에는 무 조각의 무게를 비교해봅니다. 양 손에 올려놓고 무를 비교해보는데 어느 것이 무거운지 모

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양팔저울을 만들어보았어요. 옷걸이 양팔저울이지요. 어느 것이 무거울까 물었

무게를 재고, 길이를 비교하고, 이러다보니 무가 작아졌네. 고춧가루로 그램을 재어서 넣고 버물 버물, 깍두기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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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더니, 한 아이가 아빠와 시소 탔던 이야기를 신나게 합니다. 그 덕에 모든 아이들도 무거운 쪽이 내려간다

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번엔 무를 깍둑썰기를 하였습니다. 네모, 동그라미, 세모 모양이 모두 보입니다. 커다랬던 무

반 개가 어느새 한 주먹만 남았지요. 이번에는 깍둑썰기를 한 무로 깍두기를 담그기로 했어요. 소금, 고

춧가루, 멸치액젓, 매실을 넣어 버무립니다. 1그램, 5그램 수저를 가지고 아이들이 직접 간을 맞추어봅니

다. “조금 더 넣어도 돼”, “아니야! 너무 매울 수도 있어.” 그러더니 조심조심 양을 조절하며 넣습니다. 서

로 맛을 보며 간을 맞추더니 제법 좋은 맛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 먹고 싶기도 했지만 점심

밥상에서 함께 먹기로 하였지요. 점심밥상 최고의 반찬은 우리서당 깍두기였습니다. 우리가 담근 우리

의 맛이니까요.

수학 이상의 수학

하루는 아이들에게 서수를 가르치기로 하였습니다. 건망증이 많은 흥부아저씨가 첫째부터 아홉째 아

이들의 순서를 기억하지 못하고 늘 아이들 순서를 바꾸어 부릅니다. 이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는지 깔깔

거리며 듣던 아이들,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질문하니 “이름표를 붙여요”, “숫자를 써서 이마에 붙여

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숫자카드를 뽑아 순서대로 서보기로 하였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쉽지 않은

시간입니다. 서로 “막내가 되고 싶어요”라며 먼저 5를 뽑으려고 하다가 다른 친구가 뽑자 울어버립니다.

이번에는 누군가 숫자를 부르면 듣는 사람이 발을 빼내거나 내버려두어, 불러주는 수와 발의 수를 똑같

이 만드는 놀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서로 발을 빼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놀이를 반

복해서 역할을 바꾸다보면 어느새 고집과 욕심을 사라지고 서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함께하는 놀이의 힘

이겠지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추상화하려는 제 의도가 무산될 때가 많습니다. 어느 때는 너무나 더디어 보이기도

하고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습니다. 실력이라는 건 어느 기준에 두

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아이들은 상상을 많이 합니다. 그것을 제한하고 싶지 않습니

다. 수학은 아이들에게 신나는 시간입니다. 놀이수학 시간이라는 말을 들으면 신나 합니다. 놀고 상상하

고 표현하는 시간이니까요. 아이들의 수학 실력은 어떠냐고요? 저도 깜짝 놀랍니다. 함께 놀이를 했을 뿐

인데 수학을 알아버렸으니까요.

전명재 | 이 시대 아이들과 교사 교육의 문제와 씨름하며 일하고 있지만, 한 마을에서 가르치고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을 떠올릴 때면 미소가 번진다.

찹쌀에 박힌 콩, 검은콩이 몇 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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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세상

“이모, 우리 아까 쑥떡 만들어 먹었지요? 다음에

또 해먹어요!" 일주일 전,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에서 요리활동을 같이 한 아이가 마을밥상에서 나

와 마주치자마자 외친 한마디! 어제든 오늘이든

과거는 전부 ‘아까’라고 말하는 4살배기 친구는, 일

주일 전이지만 나를 보며 그때 기억이 떠올랐나보

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어린 꼬맹이들이 나

와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해준다. 직장에서 보낸 고

달픈 하루가 이 한마디로 싹 씻겨나가는 것 같다.

나는 종합병원에서 행

정직으로 근무한 지 올해

만 11년차가 되는 직장인

이다. 몸과 마음이 아파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마

주하며 일상의 대부분을

쏟고 있다. 직장이 일산

이다 보니, 출퇴근시간이

왕복 4시간 정도. 이른 6

시에 집에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버스와 지

하철을 타고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며 출퇴근한 지

도 4년이 넘어간다. 나에게는 여름휴가를 포함해

서 한해 20일의 휴가가 주어진다. (2년에 하루씩

늘어나는데 올해 20일이 되었다.) 보통 한 달에

1~2일 정도를 쓸 수 있다. 예전에 어떻게 휴가를

보냈나 생각해보니, 새벽까지 영상을 보며 다음날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뒹굴 혹은, 놀러가거나 쇼핑

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 4월부터 한달에 하루 휴가를 내어 마을어

린이집에서 자원교사를 하고 있다. 사실 2년 전에

도 5개월 동안 요리활동을 한 적이 있다. 많이 긴

장하기도 하고 친구들 앞에서 무언가 가르쳐야 한

다는 부담감 휴가에 대한 의미도, 아이들과 함께

잘 보내는 의미도 제대로 찾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고 반성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시 할 수 있을까

망설였다.

어린 친구들을 떠올려보니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부터 만났던 친구들, 혹은 이제 막 걸어 다니기 시

작할 때 만났던 친구들이 얼마나 자랐을까? 어린

이집에서는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궁금했다. 마

을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의 일상에 대한 궁금함,

이 친구들과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용기

를 냈다.

마을어린이집에서 4~6

세 친구들과 제철에 나는

재료를 이용하여 요리활

동을 하기로 했다. 첫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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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째 시간에는 화전을 해먹고 싶었다는 친구들의 이

야기를 듣고 아침 일찍 일어나 뒷산에 가서 진달

래와 개나리를 찾아보았지만 이미 지고, 마을에는

철쭉이 한창이었다. 아쉬웠지만, 찹쌀가루를 반죽

해서 세 덩이와 쑥을 챙겨 들었다.

두 번째 요리활동은, 흰 찹쌀반죽과 오디 원액을

넣은 보랏빛 찹쌀 반죽으로 만드는 쑥전이다. 봄

철에 많이 만날 수 있는 향긋한 쑥을 준비하면서 ‘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불을 쓰는데 위험하지 않

게 잘 해야 할텐데.’ ‘

맛은 있을까?’ 걱정도

되고, 어린 친구들의

고사리같은 손을 생각

해보며 어떻게 만들게

될지 기대되었다. 호

기심에 가득한 반짝

이는 아이들의 눈빛이

벌써부터 아른거렸다.

어린이집 벨을 누르자 마을어린이집 창 넘어 아

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얘들아, 유리이모

왔어!” 하고 큰 소리로 내가 왔다는 걸 알려줬다.

현관문을 열자 우르르 달려와 와락 안아주고 반겨

주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순서를 기다리며 손을

씻고 온 친구들이 어느새 상에 둘러앉아 팔을 걷어

부치고 “준비 다 됐어요” 한다. 얌전히 앉아서 이

모의 이야기와 행동에 집중하는 친구들이 대견스

럽다. 두 손으로 동글동글 반죽을 빚고 납작하게

누른 뒤 뜯어온 쑥을 정성껏 펴서 찹쌀반죽에 올려

주니 어느덧 예쁜 작품이 되고 있었다.

순간 주물럭하며 놀이를 하고픈 마음들도 보인

다. 행여나 쑥 잎이 구겨질까, 반죽이 찌그러질까

조심조심 하고 있는 친

구들의 야무진 손길에

또 한 번 놀란다. 떡을

굽고 있는 뜨거운 팬 앞

에서 “여기는 뜨거우니

까 조심해야지요. 가까

이 가면 안 되지요”라

며 알아서 멀찌감치 이

모 손바닥에 반죽을 올

려주고 가는 친구도 있다. 자기 손으로 만든 떡이

구워져서 간식으로 나오니 더욱더 맛있었나보다.

“다음에 또 해 먹어요” 하며 외치는 아이들의 아우

성에 나도 다음 요리활동이 기대가 된다.

함께 사는 친구들이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요리

유리’라는 별명을 지어줬는데 참 마음에 드는 별명

이다. 아이들에게 ‘요리유리이모’라고 소개했더니

재미있어 한다. 무슨 재료로 어떻게 만나가야 할

지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과 가려

서 먹어야 하는 것들을 알아보게 되었다. 요리를

하면 그것을 먹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어떤 걸

좋아하는지, 그 친구에게 필요한 음식이 무엇일지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다. 내가 만든 요리를 먹

는 사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벌써 즐겁다.

음식에도 생명이 있다. 사랑하고 즐거운 마음으

로 만드는 사람의 요리는 더 맛있다고 한다. 그래

서인지 애정이 담긴 고사리 같은 손짓, 수다 떨며

들어갔을지 모르는 몇 방울의 침이 섞인, 사랑스

런 친구들과 만들어 먹는 간식은 특별하고도 더

맛있다. 하루종일 함께하는 선생님들의 수고도 느

낄 수 있었다. “다음 달에 또 만나요.” 마무리 인사

와 함께, 새로운 활력을 얻는 휴가를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최유리 ┃ 일산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행정업무를 하며, 한 달에 하루씩 휴가를 내어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꼬맹이들과 즐거운 요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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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주말을 맞아 강원도 홍천 효제곡마을에서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이 짓고 있는 강당 흙미장을

하러 홍천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따가운 여름볕에 그을

린 얼굴들이 건강해 보인다. 오늘 필요한 흙을 준비하느라 굴착기(여기서는 ‘홍실이’라는 애칭으로 통한

다)로 작업 중인 분에게 인사를 하고, 밭에서 새싹들을 살피고 있는 농부도 보고, 오늘 함께 일할 여러 사

람들에게도 인사를 드린다. 도착하자마자 작은 골대 앞에서 축구 연습에 열을 올리는 한 신혼부부를 보

고 있노라니 웃음이 난다.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샘물 한 대접 마시고 코팅장갑을 챙겨 강당 건축현장

으로 갔다.

오늘 작업을 준비한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의 설명을 들었다. 흙과 계란판을 번갈아 쌓되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힘을 잘 견딜 수 있도록 꼼꼼하게 다져야 한단다. 빠른 속도로 쌓아 올리기보다 조금 느려도 기초

를 잘 다져야 튼튼한 벽체를 올릴 수 있다. 힘 좀 쓴다는 이들이 먼저 반죽된 흙을 삽으로 퍼서 양동이에

채우고 사람들 사이사이에 놓아주었다. 벽 앞에 쭈그려 앉은 이들은 수평이 잘 맞도록 흙벽을 쌓아올리

고 그 위에 계란판을 얹은 뒤 다졌다.

어느새 옆에 있는 양동이 흙이 떨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흙을 바르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허

리 한번 쭉 펴서 가볍게 몸을 풀고 흙더미 쪽으로 가서 삽을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삽질이라 잔뜩 힘을

들여 삽을 꽂아도 떠지는 건 흙 부스러기 약간이었다. 요령 없는 일꾼인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요란스레

한참을 삽질하고서야 양동이를 채울 수 있었다.

평소 잘 쓰지 않던 팔과 허리, 다리 근육들이 아파왔다. 손이며 온 몸에 흙이 묻은 채 그대로 바닥에 털

썩 주저앉아 넓디넓은 강당을 둘러보고 있는데 누군가의 손이 다가와 입에 오디열매를 넣어준다. 몸에

무리가 되어 일을 오래 하기 어려운 이들이 오디를 한 대접씩 따다가 지쳐있는 이들에게 전해주느라 뽕

나무와 강당 사이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뙤약볕에 미지근하게 익은 새콤달콤한 오디열매를 입

청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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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안에 털어넣고 우물우물 씹으니 힘이 좀 나는 것 같았다. 다시 몸을 일으켜 흙벽을 쌓고 다지면서 옆 사람

과 호흡을 맞춰갔다.

도시에서 몸 쓰는 일을 하지 않고 지내던 터라 마음만큼 많은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힘

을 보태면서 즐겁게 일했다. 잘 모를 땐 옆에서 능숙하게 흙벽을 다지는 이를 보며 따라 할 수 있었고, 힘

들어서 바닥에 털썩 앉아있을 때 누군가가 옆에 와서 내 몫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맛난 참도 나눠 먹으

면서 일과를 마쳤다. 직접 참여해보니, 홍천에서 묵묵하게 흙으로 몸으로 힘을 합쳐 집을 짓고 있는 사람

들이 퍽이나 든든했다. 그리고 간신히 일하던 나도 그 곁에 어우러져 있다 보니 뿌듯하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유리창에 연신 머리를 부딪치며 잠에 빠져들었다. 고된 하루였지만 온 몸이 쑤시도

록 신나게 놀다 온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회사 동료들과 주말에 뭐 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골에서

함께 짓는 집 흙미장 놀이를 하고 왔다’고 했더니 먼데까지 가서 막노동하고 왔냐며 누군가 농을 던진다.

그러고 보니 건축현장에서 몸으로 일하는 것은 일용직노동자들의 몫이란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마을공동체가 사라지면서 품앗이로 해오던 대부분의 일들이 일용직으로 대체되었다. 구인구직 사이트

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0월 0일 0시 알바 지원합니다 연락주세요” 문자를 보내면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

한 채 전화번호와 대략의 나이, 일당을 이체할 통장 계좌번호 정도의 정보만 공유하고서도 일을 할 수 있

다. 노동이 즐겁고 의미 있어지는 것은 그 노동을 통해 어떤 삶,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일이 놀이가 될 수 있다면 그건 아마도 그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든든한 관계 때문이 아닐

까 생각해본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걸 자꾸만 잊게 만드는 도시에

서 어떻게 놀이하듯 일하며 살 수 있을까. 흙놀이하며 받은 생기를 간직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야겠다.

김희경 ┃ 인터넷 쇼핑몰에서 민원 상담업무를 하면서도 늘 꿈을 꾸며 자라가는 3년차 직장인

이날 즐거운 흙미장 놀이를 위해 서울에서 30여명이 홍천을 찾았다. 공법은 흙 쌓고 그 위에 계란판을 누르고 다시 흙을 쌓는 방식인데, 튼튼한 벽체를 위해 하루 1m 이상을 쌓으면 안된다.

계란판 공법은 기와담을 보고 착안했다고 한다. 계란판은 종이고 올록볼록한 면으로 공기들이 차기 때문에 30센티 흙벽이지만 단열에도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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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에서 함께 건축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건축을 하며

지낸다는 건 불과 3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 건축 자체를 잘 모르

고 관심도 없었으니까요.

건축과의 만남은 강원도 홍천에 오면서 시작되

었습니다. 처음 했던 일은 작업대 만들기, 현관 바

닥에 타일 붙이기 등이었습니다. 손으로 무엇을

만들고 고치는 게 서투르고, 일을 해도 일머리가

없어서 헤매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미숙해도 기다려

주고, 잘 이끌어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그러다가 건축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사건이 생

겼습니다. ‘흙손’이 처음 건축한 주택은 현재 아름

다운마을학교 홍천터전 초등남학생 생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랑채’입니다. 허름한 농가주택

이었는데 상당부분 허물어내고, 흙벽돌로 다시 지

었지요. 그때 시멘트, 스티로폼, 유리 등의 폐자재

가 10톤이 넘게 나왔습니다. 그것들을 버리러 폐

기물 처리장으로 갔습니다.

폐기물 처리장은 무슨 산 같았습니다. 자세히 보

니 폐기물들이 산처럼 가득, 높게 쌓여 있는 것이

었습니다. 폐기물더미 옆에 트럭을 세워놓고 기다

리자 바퀴가 제 키만큼 큰 불도저가 다가왔습니

다. 무섭다는 느낌이 들만큼 위압감이 대단했습니

다. 두 명이서 1시간 동안 실었던 폐기물을 불도저

는 순식간에 밀어 치워버렸지요.

그곳에서 보니 저희가 내놓은 폐기물은 티도 나

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폐기물을 마주하며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들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

이대로 건축하고 살아도 되는 것일까?’ 하는 질문

이 맴돌았습니다. 집 없이 사람이 살 수 없고, 그

래서 건축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인데, 건축과

철거로 인해 생기는 쓰레기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

을까 싶었지요. 특히 건축 폐기물은 대량으로 혼

합 배출되기 때문에 재활용 비율이 낮고, 매립지

의 수명을 단축시키니 더 문제입니다.

이 때 받은 충격은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집을 지을 수 있을까?’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건축

의 공법과 재료 등에 대해 처음으로 주목하게 되었

지요. 그 전에는 집이 따뜻/시원하고, 햇빛 잘 들

고, 곰팡이와 녹물 없으면 좋은 집이라고 생각했

는데, 온갖 폐기물을 대하며 구체적으로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집을 해체해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건축방법

중 하나는 자연재료를 이용하여 집을 짓는 것입니

다. 흙과 나무, 돌로 지은 집은 허물더라도 쓰레기

생태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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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가 되지 않고, 땅으로 부담없이 돌아갈 수 있지요. 거기다 다시 농사를 지을 수도 있고요. 어떤 재료로 짓

느냐에 따라 집도 자연과 순환할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100년 전만 해도 대부분 순환하는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고요. 공업이

발달하면서 강하고 썩지 않는 화학물질들이 보급되면서 자연재료들은 점차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는 화학물질이 대세를 이루어서 그런지 요즘 흙으로 벽면을 바른다고 하면, 정말 흙으로만 해도 벽에 잘

붙느냐는 질문을 듣기도 합니다. 흙과 모래, 물만 적절하게 배합하면 화학물질이 없어도 충분히 가능하

지요.

오늘날 건축에서 화학물질이 널리 쓰이는 건 건축을 하면 할수록 이해됩니다. 보다 쉽고, 빠르고, 튼튼

하게 지을 수 있거든요. 몇 십층 되는 고층건물이 세워지기도 하고, 물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에 화장실과

욕실이 방 안에 들어오기도 하는 등 집의 구조와 모양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화학물질은

그 장점인 강하고 썩지 않는 점 때문에 쓰레기문제를 심각하게 양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화학물질은 쓰레기문제만 일으키는 게 아닙니다. 자극성, 유독성 물질이 많아서 시공하는 분들

에게 해롭기도 합니다. 또 그 물질들은 집이 완공된 후에도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등 유해한 화학물질을

뿜어내면서 아토피 등 여러 질병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새집 증후군’으로 알려지기도 했지요. 사람이 집

에서 사는 것은 잘 쉬고 건강해지기 위해서인데, 도리어 집 때문에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

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건축할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영향이 크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날은 건축 때문에 자연도, 사람도 더 아프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과 좀 더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돈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화학물질을 최

대한 배제한 건축, 그러면서도 저렴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건축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는 흙

과 관련한 건축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장재원 ┃ 낮에는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에서 함께 일하고, 저녁에는 홍천마을학교 생활관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채는 허름한 부분을 치우고 흙벽돌을 쌓았습니다.산처럼 쌓인 폐기물처리장입니다. 집을 해체해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집을 짓겠습니다.

집을 허물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쓰레기가 많이 나옵니다. 허름한 농가주택을 수리해 사랑채로 가꾸면서도 10톤 가까운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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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을 처음 만난 건 2년 전 초겨울이었습니다. 제겐 아직 낯선 사람들 속에서 함께 나누는 간식

으로 매실을 처음 맛보았습니다. 더 즐겁고 풍성한 삶을 살고 싶어 마음을 다잡고 마을공동체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사람들도 조금 낯설었지만, (매실효소를 담고 건져낸) 매실

알갱이도 제게는 생소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제가 먹던 간식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들이 대부분

이었기 때문이죠. 먹어보라 권하지 않았다면 손이 안 갔을 그 매실 알갱이는 아마 제가 거의 대부

분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맛있었거든요.

매실을 먹는 것조차 낯설었던 제가 처음으로 매실효소를 담갔습니다. 물론 혼자서는 아닙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친구들, 지금 한 집에서 함께 먹고 놀고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자는 동생들

과 했습니다. 40kg 매실효소가 혼자 사는 이에게 필요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마른 헝겊으로 매실

알맹이 하나하나 닦아내고 병에 담는 일은 힘이 들기도 하고 재미있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하지

만 함께 사는 이들과 도란도란 앉아 수다를 떨며 웃으면, 매실 꼭지를 따고 유리병에 매실과 설탕

을 담는 일은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그 맛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면, 매실 담그는 일은 매년 이맘 때 꼭 하려고 맘먹게 되는

즐거운 수고가 됩니다. 지난해에는 매실을 너무 조금 담그기도 했고 일찌감치 다 먹어버려서 다시

매실 담글 이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속 불편할 때나 몸살 날 때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

고, 요리할 때 넣고, 손님 오면 차로 대접하고 하다보니 금세 동이 난 거지요. 마을 이웃들이 조금

씩 나눠주긴 했지만, 매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올해에는 큰 맘 먹고 40kg을 주문했습니다.

효소는 오래 두고 먹을수록 좋다고 하니, 빨리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비정제 설탕과 뜨거운 물로

소독해서 말린 항아리와 유리병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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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방 식구들과 마루에 둘러앉아 매실 열매를 깨끗

이 닦으며 마음도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

습니다. 자연스레 매실처럼 자기 삶을 닦게 해주

는 이야기들도 나옵니다. 매실이 준비되면 설탕

도 매실과 같은 무게로 부어 넣습니다. 그렇게 다

담긴 매실을 보면 왠지 부자가 된 기분이 듭니다.

때로는 소화제로 쓰이는 약이 되기도 하고, 때로

는 고마운 일이 있을 때 건네는 선물이 되기도 하

는 보물이니까요. 더욱이 자연과 우리 손으로 만

든 맛있는 음료와 간식을 가졌으니까요. 그러나

단지 매실효소가 그런 기분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매실효소를 함께 담그고 함께 먹고 함께 잠을 자

는 친구들, 자신의 신념대로 우직한 일상을 채워

가는 친구들과 함께 사는 것은 더 큰 보물입니다.

자는 시간 쪼개가며 공부하는 친구 덕분에 저 또

한 필요한 공부를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하게 됩니

다. 또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

든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살면서 아침에

큰 어려움 없이 일어나게 되고 때론 운동을, 때론

아침 밥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사는 이들

이 일찍 하루를 시작해서 덩달아 저도 그런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매실과 설탕이 효소로 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100일입니다. 추석 즈음이 될 것 같은데요. 매실

병을 개봉할 때의 설렘과 기쁨으로 이번 추석은

더욱 풍성할 것 같습니다. 유리병 속에서 숙성되

어가는 매실처럼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삶도 성숙

해가길 기대합니다.

함께 산다는 것

조원호 │ 마을공동체로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아 직장 다니는 틈틈이 노래도 짓고 생활기술도 익히며 사는 활기찬 젊은이

100일 동안 숙성시키면 새콤달콤한 매실효소가 됩니다.

유리병과 항아리에 설탕과 골고루 섞어줍니다.

알갱이를 하나하나 마른 헹주로 깨끗이 닦습니다.

싱싱한 매실이 도착했습니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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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마을생활

생활에 필요한 뭔가를 손수 만들어본다는 건 설레는 일입니다. 필요한 게 생기면 먼저 어디 파는 데를

찾아서 돈 내고 사는 게 익숙해진 세상에서, 스스로 만들어보는 건 쇼핑에 감히 견줄 수 없는 기쁨을 주

기도 합니다. 설령 시간이 들고 품이 더 들어간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마을 친구들과 함께 여름을 준비

하는 마음으로 ‘죽염연고’를 만들었습니다. 누가 만들어준 것을 구해서 써보기는 했지만, 스스로 죽염연

고를 만드는 건 처음인 사람들이 모였지요.

죽염연고의 핵심 재료인 구죽염은, 소금을 대나무통에 넣고 황토로 막아 아

홉 번 구워 나온 것입니다. 만병통치약이라 불릴 정도로 그 쓰임이 다양하고

탁월합니다. 몸에 탈이 났거나 기력을 회복해야 할 때 구죽염을 먹으면 노폐

물을 배출시켜주고 회복을 돕습니다. 감기나 전염성 질환을 예방해야 할 때

는 틈틈이 손과 발을 깨끗이 씻듯이 죽염수 희석액으로 코와 입을 헹궈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모기 물려 가려운 곳에도 죽염수를 발라주면 금방 가라

앉습니다. 이러다보니 죽염수와 친근해진 아이들이 많습니다. 상처가 생기

거나 모기에 물리면 피부의 빨개진 곳을 보여주면서 “죽염수 발라주세요” 합

니다.

구죽염에 시어버터, 호호바오일, 포도씨오일, 라벤더오일, 밀랍 등의 재료

를 넣어서 죽염연고를 만듭니다. 죽염연고도 가려운 데나 상처 생긴 데 바르

면 효과가 좋습니다. 죽염연고 뿐 아니라 화장품, 세제 따위를 해롭지 않은 재

료들로 종종 집에서 만들어 마을사람들에게 나누곤 하던 이가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재료도 나눠주었지요. 그동안 편하게 죽염연고를 구할 수 있었지

만, 거기에만 의존하는 건 일반 연고를 사다 쓰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

었습니다.

죽염연고가 맨날 발라야 하는 게 아니니, 가끔씩 이렇게 관심있는 마을사람

들이 만들고 조금씩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럿이서 함께 하

니 뚝딱뚝딱 수월하게 100g씩 50통을 나왔습니다. 함께 만든 죽염연고는 인

수마을과 홍천마을, 학교와 어린이집, 필요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연고를 담을 용기를 닦고 재료들을 섞으며 이야기꽃도 피웠습니

다. 다음엔 또 무얼 함께 만들어볼까 벌써부터 이런저런 상상이 밀려듭니다.

강수현 ┃ 환경단체에서 일하며 생활 속에서 가능한 대안을 실천하고 소개하는 활동을 한다.

김주희 ┃ 전자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곳에서 일하며, 순환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는

2년차 직장인. 함께 사는 이들과 재미나고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다.

재료를 계량합니다.

중탕으로 가열하며 저어줍니다.

구죽염과 에션셜 오일을 넣습니다.

용기에 붓고 굳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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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름다운마을신문 2013 07 39호

홍천,

여기저기서 주고받는 따뜻한 인사

저쪽에 일부러 찾아와 건네는 풋풋한 환영, 수더분스런 표정들

엄마 품에서 자는 꼬마들, 또래끼리 어울려 마음껏 웃고 뛰노는 아이들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고층아파트가 아닌, 흙 위에서, 나무 밑에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사는

빚어진 대로 살고자 애쓰는 그런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강연시간,

스스로의 삶으로, 행적으로 이미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시고 있는

몇 분 선생님들의 열의에 가득 찬 말씀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알맹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모두가 주인공인 예배,

복종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여백을 주는

아, 이런 예배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목포에서 최경아 & 신복섭

독자마당

“남녘 끝 아름다운 항구도시 목포”에 사시는 부부께서 <아름다운 마을>에 편지를 보내주셨습니

다. 손자를 돌보는 틈틈이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임도 나가시고 노인대학 선생으로

섬기시는 최경아 님과, 공인중개 일을 하시며 제법 유머도 알고 가끔 성경도 뒤져가며 기독인다운

삶을 고민하는 ‘척’하신다는 신복섭 님이 그 주인공 부부입니다. 지난 5월 홍천에서 열린 공동체 수

련회에 참석하셔서 당신들을 열어보여주셨던 이 부부께, 다녀가신 소감을 써 주십사 부탁드렸는

데, 한참이 지나서 이렇게 수줍고 멋들어진 글을 보내주신 것입니다. “바다에서 놀라 튀어오른 병

치 등허리에 반사된 아침햇빛이 은빛으로 눈부신” 곳에 사신다는 두 분은, 아름다운마을을 일컬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따뜻한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서울 북한산자락 인수마을에 사는 자녀에게

<아름다운 마을>을 받아 보시고 먼 길 오셔서 우리가 함께 만난 시간을 떠올리며 두 분이 마음 모

아 쓰신 글을 이 자리에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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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뭇가지에 긁혀가면서 딴 산딸기와 오디

함께 먹을 팥빙수에 넣어 먹는다.

풍요로운 시골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