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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20주년 연속토론회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통일이념, 무엇으로 할 것인가? ■ 일시 : 2014년 5월 27일(화) 오후 3시 ■ 장소 :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

[경실련통일협회 자료집] 통일이념 무엇으로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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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실련통일협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이란 주제의 연속 토론회 개최하였다. 본 자료는 ‘통일이념 무엇으로 할 것인가?’ 라는 주제의 첫 번째 토론회 자료집입니다(201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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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경실련통일협회 자료집] 통일이념 무엇으로 할 것인가?

창립20주년 연속토론회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통일이념,

무엇으로 할 것인가?

■ 일시 : 2014년 5월 27일(화) 오후 3시

■ 장소 :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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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20주년 연속토론회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 14:50~15:00 등 록 / 개 회

■ 15:00~17:00 [창립20주년 연속토론회]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 주 제 : 통일이념 무엇으로 할 것인가?

○ 사 회 : 전 영 선 (경실련통일협회 이사)

○ 발 제 : 민족주의 통일론의 의의와 과제

정 지 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소장)

○ 발 제 : 보편주의 통일론의 의의와 과제

서 보 혁 (경실련통일협회 정챆위원장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토 론 : 김 정 수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김 진 환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정 영 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서 주 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차 승 주 (춘천교대 강의교수)

■ 17:00~ 폐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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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연속토론회]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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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사 말

(사)경실련통일협회 이사장 이 종 수

오늘 “통일이념 무엇으로 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사)경실련통일협회 창립20주년

연속토론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공사다망하

신 중에도 귀중한 시간을 내시어 토론을 맡아주신 토론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

립니다.

(사)경실련통일협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이라

는 대주제의 연속 토론회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통일이념

입니다.

우리 사회는 분단 70년을 앞두고 있음에도 통일이념하면 논의가 소모적 논쟁으로 흘

러가 논의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통일논의가 활발해지는 지금

쏟아지는 통일담론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명확한 입장을 견지하며 우리사회 통일 이

념의 지향점을 찾는 역할이 꼭 필요한 때입니다.

(사)경실련통일협회는 민간 시민단체로서 이러한 통일이념의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통

일의 좌표를 새롭게 마련하고자 합니다. 오늘 토론회가 민족주의적 통일론과 보편주

의적 통일론의 의의와 과제를 중점으로 진행되는 만큼 공론의 장으로서 통일에 대한

발상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중장기적 토론회인 만큼 토론 과정에서 이념적 논의와 더불어 남북관계 현

안과 정세가 적절히 반영되는 자유롭게 접근하는 토론회가 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

다. 다시 한 번 오늘 이 자리가 우리 사회 통일논의가 나아가야 할 이념적 대안을 찾

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5월 27일

사단법인 경실련통일협회 이사장 이 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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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연속토론회]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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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민족주의 통일론의 의의와 한계1)

정 지 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장, 아신대 교양학부

I. 들어가며

○ 역사는 인류의 집요한 노력과 의지로 조금씩 발전해 왔으며 오늘 우리가 수행

해야 할 역사의 명령은 민족의 통일이다. 그 단초는 민족애이며 그 힘은 민족

주의에서 발현될 수 있다. 그리고 이 힘은 국민들의 분열된 의식을 통합하고

계급간의 대립을 완화시키며, 남북 간의 적대감과 이질감을 중화하여 민족의

대통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 우리에게 필요한 민족주의의 논의는 강대국들의 논리를 제압할 수 있는 구체

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논리의 개발과 확

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민족주의는 현존 모든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더구나 민족주의는

정치적 측면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을 포함한다. 사람들은 그들 자신들뿐

만 아니라 민족을 위해서도 일하며, 생산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그들의 신념,

그들의 神까지도 민족적인 것이 되었다.2) 특수한 지역적, 문화적 산물인 민족

은 좀처럼 소멸되지 않고 세계사의 動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민족

이 존재하는 한 민족문제 내지 민족주의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 민족주의는 한스 콘이나 E.H.카아, A.헤이즈, T.몸젠 및 최근의 A.D.스미스나

B.앤더슨 등 구미의 여러 학자들과 국내의 여러 학자들3)에 의해 논의되어 왔

1) 이 글은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민족주의의 함의”이라는 제목으로 『북한연구학회보 8권 1호』(204년 여름)에 게재된 논문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또한 필자는 민족주의자가 아님을 먼저 밝힌다.

2) Boyd C. Shafer, Nationalism: Myth and Reality (New York: Harcourt, Brace & World, Inc, 1995), p.7.

3) 김대환, 『통일을 위한 민족주의 이념』(서울: 을유문화사, 1993). 김동성, 『한국민족주의 연구』(서울: 오름, 1995). 김학준, 한국 민족주의의 통일논리 (서울: 집문당, 1983). 송건호․강만길, 『한국민족주의론』(서울: 창작과 비평사, 1982). 신용하, “민족 형성의 이론,”『민족이론』(서울: 문학과 지성사, 1985). 임지현, 『민족주의는 반역이다』(서울: 소나무, 1999). 진덕규, “한국현대정치사에서 분단체제 형성에 대한 민족주의적 인식,” 한국문화연구논총, 59권 2호 (1991). 차기벽, 『민족주의 원론』(서울: 한길사, 1990). 이들 학자들은 민족주의, 한국민족주의, 민족주의와 통일 등의 주제를 연구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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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런데 이들 연구에 의하면 민족주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즉 그 긍

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는 자칫하면 독재의 외피로 왜곡되어 자국민

을 해치고 밖으로는 다른 민족을 해치기 쉽다. 또한 폐쇄적으로 줄달음쳐 역

사의 대열에서 낙오할 수도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민족주의는 필요하

지 않다는 의견부터 민족이라는 당위성으로 통일을 접근하면 안 된다는 의견,

평화정착이라는 측면에서 민족적 접근이 불필요하다는 논의까지 다양하게 존

재하고 있다.4) 그렇지만 민족주의는 완전히 폐기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민족주의는 그것이 지닌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미노그

(Minogue)의 주장대로 민족주의를 사회적 가치의 균등한 배분과 연결시킴으

로써 평등의 이념으로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며5), 또한 민족주의는 한 민

족의 독립과 자유, 평등, 통일을 실현시키는 중요한 단위로서 역할을 하기 때

문이다. 특히 남북이 이념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민족주의는 대단

히 큰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현실적으로 남북의 이념과 체제가 상이

한 상황에서 통일을 추구하고자 하는 동인과 매개는 같은 민족이라는 공통점

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한반도에서는 전쟁으로 한쪽 체제가 무력에 의해 정복당하거나, 여러 가지 요

인으로 체제붕괴가 일어나서 한쪽이 자멸하지 않는 한 이데올로기 문제는 여

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판도라의 상자같이 예측불가능한 역사의 장난으

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평화공존 상태가 유지되

는 상황을 가정할 때 남북을 그래도 얽어 주는 것은 이념보다 앞서는, 민족을

담지한 민족주의 外에는 없다. 인류보편적이고 국제주의적인 요소의 강조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연 통일을 추동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

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그렇지만 물론 보편주의적이고 국제주의적인 요소

는 반드시 통일 과정이나 후에 고려되어야 할 내용들이다.

○ 중요한 것은 통일 후에는 민족주의적인 요소는 사라져야 하고 보편주의적 삶

의 방식으로 통일국가를 일구어서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국가로 만들어가야 한

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어떻게 하면 한국의 분단상태를 해소하고

4) 국내에 탈민족주의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다양성을 중시하는 탈중심의 포스트모더니즘, 세계화 조류 등에 힘입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민족주의는 광복 후 남과 북에 의해 모두 권력의 도구로 변했다고 임지현 한양대교수(서양사)는 지적한다. 윤해동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한국사)은 민족주의는 구성원 개인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또한 민족주의는 약한 민족에 대한 억압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 탈민족주의자들의 견해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 최정무 교수(동아시아학)는 부권(父權)의 복구를 목표로 하는 민족주의는 여성을 더욱 억압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얻는다. 20세기 한국의 민족주의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한다. 일본의 우에노 치즈코 도쿄대교수(인류학)도 국내에 번역 출간된 내셔널리즘과 젠더에서 국가와 민족의 틀을 넘어설 때 여성해방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http://my.netian.com/~aym28 검색일 2004, 6. 30.

5) K. R. Minogue, Nationalism (London: Methuen, 1969),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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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이룩하되, 그 주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추동력은 여전히 민

족이 강조된 주체적 통일뿐이다.6)

○ 민족주의적 요소를 잃어버리고 국가주의적 관점으로만 북한을 대한다면, 그리

하여 한미일 삼각협조체제를 강요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책에 함몰되고 만다

면, 통일은 그야말로 백년하청, 이백년 하청이 되고 말 것이다.

○ 한편 통일은 북한이라는 엄연한 대상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아직 북한은 체

제유지와 먹고사는 문제로 보편주의나 국제주의, 다문화주의 등에 전혀 준비

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7) 남북협력, 민족주의적 시각은 비단 북핵

문제의 해결만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민족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강대국의 주도에 의한 것이 아닌 남북 주체 역량에 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

립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 한미공조에만 매달린다면 통일환경 조성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기에 남북협력

을 한미공조보다 앞세우는 전략을 조금씩 확장시켜 나가야 하며 자기주도적

외교를 펼쳐 나가야 통일에 한걸음이라도 다가갈 수 있음을 여론주도층들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에 있어서 통일이 완성되지 않은 현재의 상

황에서 민족주의는 그가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의미가 있다고 판

단된다.

○ 이 글은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민족주의가 지닌 함의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민족과 민족주의의 개념을 살펴보고 그 다음에는 분단이전의 한국민족주의의

특성, 분단이후의 한국민족주의의 특성으로 남한과 북한의 민족주의 등을 살

펴보고 끝으로 통일과 민족주의와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민족,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1. 민족의 개념

○ 민족의 개념은 어원적으로 라틴어의 Nasci(태어남)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8) 당시 로마인들은 항구도시의 외국인 거주지역에 살고 있는 일단의 외

국인들을 Natio라고 불렀으며 이 Natio는 1500년대부터 프랑스혁명의 시기에

6) 보편주의와 국제주의는 통일 후 강조해도 늦지 않으며 그때는 또 반드시 그런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7) 남북학술교류에서 북한은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문에 대해 발표조차 하지 못하게 하였다.8) Guido Zernatto, “Nation: The History of a word,” in Review of Politics 6 (1944),

pp.35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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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러 Nation이라는 표현으로 변모되었고 점차 정치적인 함축성을 지니게 되

었다.

○ 당시 Natio와 유사개념으로 사용되던 Gens9)는 ‘전쟁과 평화의 법’을 저술한

‘그로티우스’(H. Grotius)에 의해서 현대의 정치학자들이 국가라고 규정할 수

있는 내용으로 사용되었고 ‘몽테스큐’나 ‘루소’ 그리고 ‘볼테르’ 등은 Natio대

신 Nation을 사용했으며 이는 ‘특정지역에 거주하는 인종적인 집단이 독자적

인 주권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로 규정되었다.10)

○ 즉 이 당시만 해도 Nation과 State는 거의 구별되지 않고 혼용되었는바, 이는

Nation은 곧 State를 형성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민족단위

의 국가건설 열망이 강했기 때문에 민족의 의미인 Nation이 국가의 의미인

State보다 국민의 정신적인 지지를 더 많이 얻고 있었으며, 그 후 Nation은

계몽사상과 접합됨에 따라 민족주의(Nationalism)로 발전하였다.11)

○ 민족의 개념에 대한 정의는 어떠한 관점에 의해 파악하는 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성격들을 몇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

다.

○ 첫째는 문화 인종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관점을 문화나 인종

적인 혈연 등을 강조하는 경우로 아직도 가장 중심적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이 의식구조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그들과

다른 사람들과의 외관적이거나 내면적인 차이를 알아차리고 난 뒤부터라고 설

명하면서 이것이 일정 집단을 민족으로 형성시켜 준다고 설명한다. 여기서는

문화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그들 집단에서 통용되는 언어의 중요성을 들고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개개인에게 정신적으로 함께 연계되어 있다

는 의식을 가져다 주며, 다른 언어가 통용되는 상황에서는 자연히 이질적인

소외감을 느끼게 되며 쉽사리 감정적인 교류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한

다.12) 독일어를 빌려보면 폴크(Volk)에 해당한다.

○ 둘째는 정치 제도적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민족을 국가의 제도 속에 포

9) 로마시대에 Natio는 주로 야만인의 의미로서 非로마人인 하층 거주민들의 통칭이었으며 같은 외래 거주민들이라도 하층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Gens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10) J. J. Rousseau, The Social Contract and the Discourses, ed. and trans. by G. D. H. Cole (New York, 1956), p.185.

11) 진덕규, “한국의 민족개념과 민족의 통합,” 『통일한국의 모색』(서울: 박영사, 1987), p.58.12) 이러한 논리의 가장 구체적인 주장은 다음의 저서에서이다. Karl W. Deutsch, Nationalism and

Social Communication: An Inquiry into the Foundation of Nationality (New York,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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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된 구성원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하는 자들은 현대 국제사회의 현실적인 상황

을 고려할 때 단일민족이 중심이 된 민족국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적인 의미에서의 다민족적 국가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다. 가령 미국처럼 여러 다민족에 의해서 구성된 국가이면서도 여기에서는 마

치 단일민족국가에서 발견될 수 있는 미국민족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러한 관점에 따르면 민족은 곧 문화적인 산물이거나 인종적인 특정성을 의미

하는 것만이 아니라,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그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귀속적

감정의 성격을 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13) 독일어의 나치온(Nation)에 해당한

다.

○ 셋째는 접합론적 접근 방법이다. 즉 문화 인종적 접근과 정치 제도적 접근을

접합시켜서 양자의 성격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논리를 추구함으로써 민족의

개념을 이해하려는 경우이다. 접합론적 인식은 민족의 의미를 문화 인종적인

특징을 가지면서도 그것이 민족국가라는 정치 제도적인 성격을 보유하고 있거

나 보유하려는 목적으로 민족적인 운동이 전개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여기서

는 민족의 개념을 궁극적으로 민족국가의 의미와 일치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민족의 개념을 동일인종이나 동일문화 그 밖의 동일

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로 인식하기보다는 공통된 의

식의 연대감으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고 따라서 민족의 의미는

그만큼 더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게 되었다.14)

○ 칼 도이취는 민족을 동일한 언어, 영토, 혈통, 역사성, 종교 등의 객관적 보편

성과 상호애, 다른 민족으로부터의 독립성, 귀속의지 등의 주관적 특수성을

공유하는 개인들의 집단으로 본다.15)

○ 다음으로 민족형성 방법은 ‘국가민족’(Staatsnation)과 ‘문화민족’(Kulturnation)

의 두 가지 방식으로 대별된다.16) ‘국가민족’은 개인적, 집단적인 자결권의 토

대 위에서 개인이 특정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공동체에의 소속을 표명함으로

써 형성되는 민족공동체를 의미하는 바, 이 경우 개인은 스스로를 일정한 영

토 내에서 특정 국가의 국적을 지니는 국민이 된다. ‘국가민족’이란 방법을 통

하여 근대적 의미의 민족국가를 형성한 전형적인 예는 영국, 프랑스, 특히 다

인종 국가인 미국의 경우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사회 경제적 위상, 인종적 기

13) Philip L. White, “What is Nationality?,” Canadian Review of Studies in Nationalism, Vol.7, No.1 (Spring 1985), p.3

14) 진덕규, “한국의 민족개념과 민족의 통합,”『통일한국의 모색』(서울: 박영사, 1987), pp.54-57.15) Karl W. Deutsch, Nationalism and Social Communication (Boston: MIT Press, 1966), p.17.16) F. Meincke, Weltburgetum und Nationalistaat (Munchen, 1969), p.17. 황병덕, “통일조국의

이념,” 구영록․임용순 공편 『한국의 통일정책』 (서울: 나남, 1993), p.278.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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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종교적 신념 등과는 상관없이 법적으로 평등한 국가시민으로 구성된 정치

공동체, 예컨대 근대적 민족국가가 수립됨으로써 민족공동체가 형성되었던 것

이다.17)

○ 이에 비해 ‘문화민족’은 공동의 혈통, 언어, 종교, 관습, 역사 등의 공동체 의

식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문화민족’은 개인이 특정 국가에의 소속을

자의적으로 선택하여 형성된 공동체가 아니라 특정 민족공동체에의 소속이 역

사적, 자연발생적으로 결정되는 운명공동체를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 ‘문화민

족’은 공동체의식을 관리하는 정치적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 채 존속될 수 있

다. 여기에는 1772-1918년 3개의 왕국으로 분할된 폴란드, 비스마르크에 의

해 통일되기 이전의 독일이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19세

기에 전개된 민족통일 운동에 의해 ‘문화민족’은 점차 정치적으로 제도화한

‘국가민족’으로 전환되었다.

○ 민족은 내적으로는 동질성과 보편성을 추구하고 외적으로는 차별성과 분리주

의를 지향한다.18) 따라서 민족 내부에는 민족의 주도권을 둘러싼 사회세력간

의 갈등이, 민족 상호간에는 민족이익의 추구로 인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19)

○ 한편 민족문제 일반에 대해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민족이란, 그 자체로서 하

나의 중요한 정치적 사실이 되지는 못하지만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초기단계에

서 그 무대로 삼아야 할 하나의 영역으로서, 초기단계 혁명이 완성되었을 때

에는 국제주의적이라는 프롤레타리아의 본래적 속성에 의해 소멸되어야 할 과

도기적 활동영역으로 보았다고 할 수 있다.

○ 레닌은 “자결은 오로지 정치적 의미에서의 독립의 권리, 압박민족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정치적 분리의 권리를 의미한다”고 하여 문화적 자결과 정치적 자결

중 정치적 자결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레닌의 민족자결은 열강의 세력

속에 있는 제 민족의 분리를 종용하여 종주국의 힘을 약화시키는 하나의 단계

로서 작용하며, 자결적 민족내의 프롤레타리아들은 민족주의의 방향으로 흐르

지 않고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세계혁명 과정을 통해 제 민

족을 융합시키는 것이었다.

○ 레닌이 민족에 관해 일관되게 가진 관심의 초점은 역시 “민족자결”의 문제였

17)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영미권에서 민족(Nation)은 국가(Staat)와 민족(Nation)을 의미하고, 이에 따라 국가와 민족은 동일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18) Marmora, L., Nation und Internationlismus (Dortmund, 1983), p.79.19) 이에 대한 전형적인 사례가 파시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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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인류가 피압박 계급독재의 과도기를 거쳐야만 계급의 폐절에 이를 수 있

는 것과 같이 인류는 모든 피압박 민족의 완전한 해방, 즉 분리의 자유의 과

도기를 거쳐야만 제 민족의 필연적인 융합에 도달할 수 있다.”라는 주장에서

보듯이 제 민족의 자결을 인정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20)

○ 스탈린은 1929년 “민족문제와 레닌주의”를 발표하여 민족을 ‘부르조아적 민

족’과 ‘사회주의적 민족’21)를 구분하여 자본주의 이전 시기로부터 자본주의

시기, 사회주의시기로 역사가 이행함에 다른 민족의 발생과 변천을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자본주의 이전의 시기에는 민족이 없었다는 이전의 주장을

확인한 후, “부르조아가 봉건제도와 봉건적 분산성을 타파하면서 민족을 한데

집결시키고 그들을 융합시키던 자본주의의 입양기에 민족들이 발생하였는바,

이것이 소위 현대 민족들이다”라고 하여 씨족관계가 연장되고 보편화된 것으

로서의 민족견해를 반박하고 자본주의와 함께 민족이 발생했다는 견해를 견지

했다. 따라서 이러한 ‘부르조아 민족’들의 운명은 자본주의의 운명과 연결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민족들은 자본주의의 멸망과 함께 무대에서 물러날 수밖

에 없다.

○ 스탈린은 1950년 6월 20일 프라우다紙에 발표한 “언어학에 있어서의 마르크

스주의에 관하여”에서 그는 씨족-종족-민족체-민족으로의 발전을 은연중 시

인하는데, ‘민족체’개념의 도입은 종래의 민족이 자본주의의 발생과 함께 태동

했다던 그의 주장으로부터 크게 선회하여 자본주의 이전에도 민족의 맹아가

존재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 이상의 다양한 정의들을 정리하면 어쨌거나 민족이란 스스로를 역사의 주체로

의식하면서 ‘자유’나 ‘독립’과 같은 정치적 이념을 추구하고 하나의 주권국가

를 이루어 자기가치를 실현해 나가려는 정치적 자아의식의 형성이 이루어진

대집단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세 가지 요소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즉 일정한 실제적인 역사, 일정한 공간, 일정한 민족 및

이 민족이 이들 역사와 공간에 대해 지닌 의식이 종합된 것이 비로소 민족의

전체적인 현실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22)

○ 민족이란 민족성원이 공동체의식을 기반으로 경제, 언어, 문화, 종교, 정치적

20) 박광호, “북한의 민족개념에 관한 연구,” 서울대 외교학과 석사논문 1992, p.9.21) 그가 말한 ‘사회주의적 민족’이란 러시아에서 자본주의가 전복된 후 부르조아와 그의 민족주의적 정

당들이 청산된 후, 소비에트제도가 수립된 후 낡은 부르조아적 민족들의 토대위에서 발전되고 형성된 민족으로 노-농 동맹, 민족적 압박의 잔재숙청, 국제주의 확립을 위한 민족주의 잔재의 숙청, 제국주의 반대투쟁에서의 민족들의 통일전선이 그 속성이라 하였다.

22) 신용하, “민족 형성의 이론,” 『민족이론』(서울: 문학과 지성사, 1985) 참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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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에서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면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공동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족은 경제, 사회, 문화공동체는 물론 정치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근대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부족 또는 종족집단 등의

‘소수민족’과는 구별된다.

2. 민족주의의 개념

○ 모든 역사적 운동과 마찬가지로 민족주의도 과거에 그 뿌리를 깊이 두고 있지

만 서유럽의 경우, 민족 또는 민족적 애국주의에 대한 인식은 중세 말의 영국

과 프랑스로 거슬러 간다. 민족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애국주의는 급속히

확산되어 프랑스 혁명기인 18세기 후반에는 전 유럽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민족주의는 칼튼 헤이즈의 말대로 오래된 두 현상, 즉 민족의식23)과

애국심이 융해되어 확장된 것이었다.24)

○ 근대적인 의미의 민족주의는 근대 서구에서 시민계급의 대두를 계기로 출현했

다. 근대 시민계급은 봉건 군주를 도와 영주와 교회의 세력을 타도하여 절대

군주국가를 수립하였다. 절대 군주국가는 전 민족을 하나의 국가 안에 통일했

다고는 하더라도 왕이 곧 국가였다는 의미에서 엄밀하게는 아직 민족국가는

아니었으나 주권재민 원칙의 시민혁명으로 이룩된 새로운 국가는 적어도 이론

상으로는 전 민족의 것이라는 의미에서 비로소 민족국가가 되었다. 근대 민족

주의가 프랑스 혁명의 아들이라 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 그런데 각 시대의 사람들은 민족주의를 달리 표현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도 변해왔다. 미국의 민족주의는 유럽의 그것과 달리 발달했고, 독일과

이태리는 영국, 프랑스와 다른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었다. 비스마르크의 민족

주의는 히틀러의 그것과 비교되고, 중국의 민족주의는 서구의 민족주의와는

다르다. 따라서 민족주의 자체가 변해왔기 때문에 이 말에 주어진 의미도 다

양하다.25) 민족주의에 대한 개념 규정이 그토록 다양하고 복잡한 것은 그것을

보는 관점, 가설, 방법에도 기인하겠지만, 밑바탕이 되는 인종, 씨족, 부족, 민

족, 국민, 시민, 인민, 그리고 시민사회 형성 및 국가 성립의 과정이 역사적으

로 너무나 이질적이고 복합적이라는 사실에도 연유한다.

○ ‘엘리 케두리’(Elie Kedourie)는 이론적으로 우연한 것으로 사람들이 강조하는

23)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규범으로 자아, 주관, 그리고 개성이 있다면, 민족 공동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민족의식이며 민족의식은 바로 민족주의와 표리일체의 관련을 갖는다.

24) Carlton Hayes, Essays on Nationalism (New York, 1926), p.6.25) Boyd C. Shafer, op. cit., p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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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와 같이 자연적인 속성을 가졌다거나 어떤 보편적인 근거에서 나온 것이 결

코 아니라고 한다.26) 이는 민족주의는 불가항력의 것으로 압도적인 강력한 요

소들로 구성되었다는 통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 된다.

○ ‘어네스트 겔러’(Ernest Geller)는 민족주의를, 민족국가27)를 실현하기 위한 노

력이자 민족과 민족국가간의 일치성이 이루어지기 위한 의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28)

○ ‘안소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민족주의의 개념에 대해 “일정한 정치체

제내의 구성원들이 그들의 공동체를 강조하는 신념과 상징을 심정적으로 수용

하면서 그것에 정신적인 귀속의식을 느끼는 개개인들의 정신상태”로 정의하고

있다.29)

○ ‘레온 바라닫’(Leon P. Baradat)은 민족주의는 개인적 차원의 가치관이나 신

념이 아니라 집단적 정치의식이며, 현재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포함하고 있으며 단순화된 세계화와 혁명적 성격을 내포하고, 목표를 달성하

기 위한 행동을 강조하는 정치이데올로기로 보고 있다.30)

○ ‘보이드 샤프’(Boyd C. Shafer)는 민족주의는 오늘날 다음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1) 공통의 땅, 인종, 언어, 역사적 문화에 대한 애착, (2) 정치적 독립,

안보, 국가의 위신에 대한 강한 열망, (3) 민족이라고 알려진 모호하고 때로는

초자연적인 사회 조직에 대한 불가사의한 헌신, (4) 개인의 삶은 배제되고 민

족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독단, (5) 국가들 사이에서 패권자가 없다면 한

국가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여 지배적인 위치를 점해야 한다는 신조이다. 그런

데 샤프는 말하기를 이것들 중 어느 한가지만으로는 민족주의의 한 면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민족주의는 위의 모든 의미가 결합된 것이라고 한다.31)

26) Elie Kedourie, Nationalism, (Hutchinson University Library, 1961), 제5장.27) 민족국가는 다음의 특징들을 지닌다. 첫째, 민족국가는 특정민족구성의 결집체이다. 둘째, 민족국가

는 동일민족의 정신적 귀속체이다. 셋째, 민족국가는 그들 민족의 영광에 정치지향의 최우선성을 부여한다. 넷째, 민족국가는 민족성원 개개인의 가치를 소중히 한다. 다섯째, 민족국가는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국가단위이다.

28) 현대 국제사회는 민족국가로 구성되어 있고 만일 어떤 국가가 민족국가가 아닌 다민족국가일 경우에는 그러한 다민족을 포용하는 새로운 민족주의를 조성함으로 유사민족으로서의 성원의식까지 가지게 하는 후천적이고 교육적인 민족의식을 고양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진덕규, 앞의 글, pp.59-60.

29) Anthony Giddens, The Nation State and Violence: Vol. 2 of A Contemporary Critique Historical Materialism (Oxford, 1985), p.116.

30) Leon P. Baradat, Political Ideology (Prentice Hall, 1979), pp.7-10.31) Boyd C. Shafer, op. cit.,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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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리즘(Nationalism)은 요컨대 한 민족의 독립, 통일 및 발전을 지향, 사

상과 운동의 총칭인데 국가주의, 국민주의, 민족주의라고 번역될 수 있다.

○ 국가주의란 국가를 으뜸으로 생각하며 그 권위와 의사에 절대의 우위를 인정

하고 국가의 부강을 도모하려는 사상과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국가주의란 개

인보다도 국가에 절대적인 의의를 부여함으로써 영토 확장과 식민지 지배, 또

는 시장 독점 등을 꾀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그런 면에서 강대국의 식민주

의, 또는 패권주의 논리와도 상통한다.

○ 국민주의는 국민의 이익과 권위를 옹호하고 확립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근대

국가의 형성을 지향하는 사상과 운동을 말한다. 국민이 최고 권력을 최종적으

로 결정하는 주권자가 되며, 그때 주권자는 신민의 위치에서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국민이 된다. 대내적으로 부강한 국력을 형성하고, 대외적으로 도약을

기하기 위해서는 국민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가 요청된다는 뜻도 포함된다.32)

○ 민족주의는 민족을 으뜸으로 생각하며 그 독립과 통일과 발전을 꾀하려는 사

상과 운동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족주의는 크게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의 제국주의적 민족주의와 인도 등의 제3세

계에서 발흥된 저항적 민족주의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고통을 가져다 준 민

족주의였고 후자는 억압받는 민족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민

족주의가 같은 민족주의로 사용되고 또한 민족주의에 대한 맑스주의적 해

설33)은 제국주의적 민족주의가 발생한 나라들에서 나왔기 때문에 민족주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선진 민주주의 국

가는 후발 신생국들이 국민 통합과 급속한 경제발전을 위해 권력 집중이 되는

현상을 우려하여 시민의 자유가 축소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후발 신생국

의 민족주의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 한편 민족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두가 민족주의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민족

이 일정한 사상체계, 예를 들면 주권국가의 확립이라든가 민족국가의 발전추

구와 같은 특정의 사상을 추구하게 될 때, 그리고 그것이 민족구성원의 구체

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을 때 민족주의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민

족은 사회적 실체이지만 민족주의는 심리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32) 김대환, 『통일을 위한 민족주의 이념』(서울: 을유문화사, 1993), p.152.33) 사회주의는 민족주의 및 그 운동을 인터내셔널리즘의 혁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족주의 강조는 오히려 반동화의 양상을 띠게 되며, 그렇기 때문에 내셔널리즘 자체는 민족적 편견과 갈등을 낳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주의는 민족 문제는 계급 문제의 기본적 해결을 통해 당연코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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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분단이전의 한국 민족주의의 특성

○ 우리 민족은 신라의 통일 이래로 1300여 년의 단일민족국가를 형성하여 살아

왔다. 물론 신라통일은 100년이 못되어 일시적으로 후삼국으로 재분할된 적

이 있지만 이런 현상은 민족적 결합력이 부족적 결합력에 의해 밀려났음을 뜻

하며 분립된 원상으로의 복고운동이었음을 뜻한다. 이 현상은 고려에 의한 재

통일로 일시적인 반동에 그치고 말았다.

○ 우리 민족의 기원, 민족의식의 생성 기점, 민족주의의 형성을 어디에 준거하느

냐 하는 것에 대한 완전한 합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민족주의

의 맹아는 중국이 중심이 아니라 어느 나라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실

학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개항을 근대적 민족의식의 시발로 볼 수

있을 것인데 그 흐름은 다음과 같다.

○ 한국에서의 민족주의는 첫째, 개화사상으로 나타났는데, 빨리 서양식 산업과

과학체제를 받아들여서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자는 주장으로 독립협회와

애국계몽사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시민적 민족주의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동학사상으로, 서양의 천주교가 물밀듯이 밀려오자 이를 제국주의의

첨병으로 본 최제우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갑오농민혁명으로 분출

했으나 실패하고 현재는 천도교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농민적 민족주

의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유교, 특히 주리론 주자학으로 이데올로기

통일을 주장한 위정척사사상으로, 서양과학기술을 음탕한 것으로 보고 그 선

진성을 부정하고 이를 성리학의 도덕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제

의 옹호와 강화를 주장했다. 이는 전근대적 민족주의, 또는 주자학적 민족주

의, 또는 의병적 민족주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34) 이 세 가지의 민족주의 흐

름은 3.1 운동 때 합류하게 되어 3.1운동을 근대적, 정치적 민족주의의 출발

로 보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 3.1 운동이후의 민족주의 운동은 사회주의와 일본의 조정을 받는 자치론자의

등장으로 복잡한 양상을 겪게 된다. 코민테른의 지시를 받는 사회주의와 일본

의 조정을 받는 자치론자에 대항하여 이 시기 민족주의는 절대독립을 주장한

다. 그리하여 민족주의의 한 양태인 조소앙의 삼균주의는 정치적으로는 자유

34) 이는 화이사상으로, 민족주의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점이 있지만 의병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는 점에서 행동은 민족주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민족주의가 외세침략에 대한 저항주의 중심으로 이해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중세적 지배체제 및 신분체제의 유지에 한정되었던 척사위정운동, 동양적 전제군주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적․기술적인 면에서만 근대문물을 수용하려한 동도서기론, 대한제국을 다시 세우려는 복벽주의 등은 본질적으로 국민주권주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민족주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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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공화정을,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자의 입장을 반영하고 교육의 평

등을 강조하여 1941년 임시정부의 대한민국 건국강령으로 채택되었으나 이후

미소의 주둔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 민족주의를 정치적으로 하나의 단위의식을 가진 자기주체 하에서 국가라는 생

존권을 형성, 유지하려는 민족공영의 의식발현으로 보고, 대외적으로는 독립

성, 주체성을 견지하고, 대내적으로는 체제내의 모든 성원에게 참여와 분배의

평등성을 제고시키는 논리로 본다면, 민족주의란 보편성 속에서 한국민족주의

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민족주의는 형성의 배경에서나, 국

권상실 후의 투쟁의식에서나, 서구적인 보편성에서나 미완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여 진다. 즉 한국민족주의를 형성의 원인이나 결과 면에서 볼 때 다음과 같

은 특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민족의식의 형성이 외세에 대한 반외

세로 출발한 외생적 민족주의이다. 둘째, 전통적 사대정책심리는 우리 민족주

의가 외세에 편승하여 퇴색될 때까지 후견적 세력의 필요로서 이해되는 경향

이 강하다. 셋째, 강한 세력에 대한 반세력의 심리와 필요성은 다른 또 하나

의 외세를 개입시켜 민족주의를 혼탁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넷째, 한국의 민

족주의는 근대적 계급의식의 형성을 저해한 각종 파벌의식이 너무 강하게 작

용하여 분열적 요인을 항상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통일 지향적 성격을 포기하

지 않는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35) 따라서 한국민족주의를 이해하는 데 있어

서는 그것이 일본제국주의와 서구자본주의적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국민의 새

로운 자유의식이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IV. 분단이후의 한국민족주의의 특성

○ 분단시대에는 분단체제가 주는 저해작용 때문에 통일운동으로서의 민족운동과

민족주의와의 연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설사 분단시대에

민족주의가 융성했다손 치더라도 분단국가의 절대성과 정당성을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는 민족주의라기보다 분단시대 나름의 국가주의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 국가주의를 옳은 의미의 민족주의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분단시

대 민족운동의 지도원리로서의 민족주의론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35) 한점수, “연방제와 민족공동체”, 대학통일문제연구소협의회 편 통일논의의 제문제 (서울: 대왕사, 1988), pp.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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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한의 경우

○ 남한에서의 민족형성과정은 시민사회에서 물적, 비물질적 매개수단을 소지한

지배세력이 피지배세력에 대하여 동의 및 타협을 통한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추진되지 않고, 국가가 우위를 점한 권위주의의 형태를 띠었

다.

○ 해방 후 남한은 식민지시대의 과대 성장된 국가를 기반으로 미군정과 한국전

쟁을 거치면서 위로부터 형성되어 지배세력은 민족주의 이념에 의존하거나 대

중을 동원하지 않고 세계적 냉전과 분단구조에 편성하여 강력한 국가를 건설

할 수 있었기에 국가건설 과정에서 민족주의 이념의 표출이 상대적으로 적었

다. 남한에서 국제냉전의 결과로 외피만 주입된 권위주의형 자유민주주의는

민족주의보다 우위에 있었다. 민족을 내세우며 평화통일을 주장한 조봉암이

사형 당한 것은 이를 잘 말해 준다. 물리적 강제력을 가진 반공이데올로기는

공격적이며 적극적 이데올로기의 기능을 담당했고 이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의해 더욱 고무되었다. 안보문제는 미국의 도움으로 보장받았기에 타민족을

배척하는 강한 민족주의는 국가이념으로 설정될 수 없었다.

○ 또한 세계경제체제와 세계국가체제와의 밀접한 연관 속에서 국가주도 하에 실

용주의적 방식으로 산업화가 추진되고, 또한 산업화 과정이 민족 부르조아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제자본과 연합한 내부 부르조아에 의해 추진됨으로써 경제

적 민족주의36)가 전면에 내세워질 수 없었다. 국가는 민족주의적 이념을 강조

하기보다는 자본 및 기술의 합리적 배분과 시장조건에의 순응을 일차적 목표

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거나 해외자본의 직접자

본을 규제할 경우 국가이익을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정당화할 수는 있었다. 이

를 ‘국가민족주의’, 또는 ‘위로부터의 민족주의’라 말해보자.

○ 한편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재야운동권은 한국에서 민주화는 물론 민족통일

이 되지 못하는 원인이 제국주의와 연계된 지배구조에 있다고 전제하고 제국

주의적 종속관계로부터 탈피하면서 계급관계를 철폐하는 민중민주주의를 대안

으로 제시하였다. 민중 민주주의론에 의하면 의회민주주의는 지배층의 이익을

은폐하기 위한 허구에 불과하며 민중연합혁명에 의해서 부와 권력의 재분배가

36) 경제적 민족주의는 국민경제학과 역사학파에서 비롯된 것으로 19세기말 유럽 및 아메리카의 공업국에서 대두한 민족주의의 한 유형이다. 이 주장은 철학자 피히테, 영국의 기독교사회주의 운동가 찰스 킹슬리, 독일계 미국인 프리드리히 리스트, 역사학파라고 불리우던 독일강단경제학자 등이 발전시켰다. 이 이념은 제국주의로 변했고 세계전쟁을 가져왔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적 자립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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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지고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이 제시한 민족주의

는 사회주의적 성격과 대외 배타적인 민족주의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겠다.37)

이는 ‘아래로부터의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남한 내 자유민주주의

의 이념과 가치가 보편성을 지니게 되고, 산업화로 인해 중산층이 생겨나면서

급진적 변혁운동의 공간은 많이 줄어들었다.

○ 살펴 본 바와 같이 남한의 경우, 민족주의는 두 갈래로 양분되었는데, 국가민

족주의와 민중민족주의가 그것이다.38) 군사정부시대까지의 국가민족주의가 지

배세력의 지속성을 위한 변형민족주의라면 민중민족주의는 사회주의적 지향성

을 전제로 하는 급진적 사회변혁 운동의 논리적 기반으로 반미감정을 고양시

키기 위한 전략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 해방이후 남한의 민족주의는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국가민족주의’라

는 위로부터의 민족주의와 ‘민중민족주의’라는 아래로부터의 민족주의간의 길

항 관계 및 보완관계를 통하여 형성되고 변해왔다. 경제와 안보를 우선시하였

던 군사정부의 위로부터의 민족주의는 민족국가건설을 위한 물질적 기반을 마

련하고 민주사회의 주역인 시민 층을 형성하여 시민사회를 성장시키는데 기여

하였다. 이와 대립되었던 아래로부터의 민족주의는 민주주의의 실현, 대외적

자율성 확보, 통일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였는바, 남한의

민족주의는 이러한 두 가지 유형의 민족주의를 창조적이고 변증법적인 방법으

로 종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다.

○ 다시 말하면 남한의 민족주의는 군사독재체제로 말미암아 정권유지를 위한 위

로부터의 민족주의와, 독재에 저항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민족주의로 분열되

어 있었다. 통일된 인식체계나 사상구조를 가지지 못했으며 분파된 편집성만

을 강하게 내포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민족주의는 어느 사회에서나 일정한

이념체계를 바탕으로 민족사회가 나아가야 할 정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에 따라서 민족성원의 의식과 행동이 추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군사 정부 시절까지의 남한의 민족주의는 이러한 성격을 결여하고 있었던 것

이다. 이때까지의 남한 민족주의의 분파성은 어느 다른 요소보다도 심각하였

는데, 원래 통합과 결속의 이념인 민족주의가 시대적 한계 때문에 통합적인

성격을 보여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시민운동을

담당해 왔던 아래로부터의 민족주의 세력이 정계에 대거 진입함으로 남한내의

37) 황 병덕, 앞의 글, pp.288-289.38) 진덕규 교수는 남한에서 민족주의가 공식화되지 않고 국가이념으로 채택되지도 않았지만 실제로 국

가민족주의와 민중민족주의의 대립이 있어 왔다고 지적하였다. 진덕규, “한국현대정치사에서 분단체제 형성에 대한 민족주의적 인식,” 한국문화연구논총, 59권 2호 (199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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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파성이 극복되었고, 민족주의는 통합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2. 북한의 경우

○ 초기 소비에트화 시기에는 정치적으로 소련의 영향을 압도적으로 받던 관계로

북한의 민족개념은 소련의 개념 특히 스탈린의 개념을 수정 없이 차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전통적 의미의 민족과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은 프롤레

타리아 국제주의의 문제이다. 1949년 12월 15일 김일성은 조선노동당 중앙위

원회 전원회의에서 “우리 당원들은 오직 진정한 맑스-레닌주의에 기초한 프

롤레타리아적 국제주의 사상으로 무장된 조건에서만 조국과 인민을 위한 백절

불굴의 혁명투사로 될 수 있으며, 조국과 인민에게 충직히 복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읍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당은 온갖 조그마한 편협한 민

족주의의 표현이라도 용서하지 않고 가혹한 투쟁을 전개하여야 하겠읍니다

.”39)라고 쓰고 있다. 즉 초기의 북한의 민족관은 전통적인 민족관에 해당하는

민족적인 것, 민족대단결을 주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것은 혁명을 위한

한 구실의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 따라서 민족개념은 계급개념보다 하위의

것이었다.

○ 그 후 중․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주화를 추구하던 시기(1950년 후반부터

70년 초반까지)는 사회주의적 애국주의를 강조하던 시기인데, 1966년 10월 5

일 당 대표자 회의에서 김일성은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 “사회주의적 애국

주의는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로동계급과 근로인민의 애국주의이며

이것은 계급의식과 민족적 자주의식을 결합시키고 자기 계급과 제도에 대한

사랑을 자기 민족과 조국에 대한 사랑과 결합시킵니다...”

○ 사회주의적 애국주의는 사회주의 제도와 근로인민에 대한 사랑에서 표현되는

동시에 자기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에 표현됩니다”.--- 라고 하여 ‘자주

성’, ‘애국주의’, ‘민족경제’를 강조하는 등 민족적 경향을 다분히 내포하였다.

그러나 사전의 규정이나 학자들의 주장에서는 여전히 스탈린의 개념이 차용되

었다.40) 따라서 이 시기는 소련개념의 민족관 위에 독자적 민족개념을 추구하

던 시기로 보이며 계급 개념과 민족개념은 대체로 비슷한 비중을 가졌던 것으

로 보인다.

39) 김일성, “프로레타리아 국제주의 기치에 더욱 충직하자,” 김일성선집2 (1954), pp.456-457.40) 박광호, 앞의 글,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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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 6월의 노동당 제4기 제16차 전원회의에서 김일성 혁명사상 즉 ‘주체

사상’이 당의 유일사상으로 확인되었다. 주체사상의 공식화는 1972년 12월

27일에 채택된 북한 헌법에 반영됨으로써 형식상으로 완성되었다. 주체사상은

민족을 “씨족, 종족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이 자주성을 위한 투쟁을 하여오는

력사적 과정에서 핏줄과 언어, 문화와 령토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결합된 공고

한 사회적 집단”41)이라고 정의하여 소련의 민족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북한

특유의 민족개념이라 할 수 있다.

○ 주체사상은 자체가 민족주의적 성격을 짙게 보일 뿐만 아니라 이론 속에서의

민족개념 정의와 정치사전 이후의 사전 정의가 모두 스탈린의 개념을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의 민족개념은 계급보다 앞선 것이었다.

○ 나아가서 민족이론을 김정일이 주도하기 시작한 80년대 이후에 북한은 ‘우리

민족 제일주의’라는 독특한 논리를 내세웠는데, 민족과 관련되는 구절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세계혁명 앞에 우리 당과 인민이 지닌 첫째가는 임무는 혁명의

민족적 임무인 조선혁명을 잘하는 것입니다. 자기나라 혁명에 충실하자면 무

엇보다도 자기 민족을 사랑하고 귀중히 여길줄 알아야 합니다. 나는 이런 의

미에서 우리민족 제일주의를 주장합니다. 우리민족이 제일이라는 것은 결코

다른 민족을 깔보고 자기 민족의 우월성만 내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공

산주의자들이 민족주의자로 될 수는 없읍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참다운 애국주

의자인 동시에 참다운 국제주의자입니다. 내가 우리민족 제일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자기민족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정신과 높은 민족적 자부심을 가지고 혁

명과 건설을 자주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42)

○ 이렇게 제기된 ‘우리민족 제일주의’ 이론은 놀랍게도 마르크스 레닌주의 민족

이론, 민족개념을 모두 정면으로 부정하고 ‘위대한 주체사상’으로 지도되는 우

리민족을 가장 위대한 민족으로 내세우는 등 배타적인 민족주의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 시기에는 계급보다는 민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이 최고

권력자의 말에서 명시적으로 확인된다.

○ 북한의 민족개념은 경제공동체적 개념으로부터 혈연, 언어공동체적 개념으로,

계급과의 상대적인 비중에서는 계급우위로부터 민족우위로 변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공산주의적 개념으로부터 전통적 개념으로의 접근 내지는 복귀의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고 할 수 있다.43)

41) “주체사상의 사회력사 원리,” 위대한 주체사상총서2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85), p.71.42) 김정일, 주체사상 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평양: 조선노동당출판사, 1987),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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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기야 무엇이던지 간에 북한에서 계급보다 민족이 강조되는 현상은, 자본주

의와 사회주의를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는 현 정치체제에서 통일을 위한 공통

분모로서 민족개념을 설정할 수밖에 없기에 일면 다행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고 하겠다.

V. 맺음말

통일--한국민족주의의 완성 : 통일과정에서는 민족주의를, 통일 후에는 보편주

의를. 북한에 대해서는 민족주의를, 국내에서는 보편주의를.

○ 군사독재시대까지의 남한 정권과 최근까지의 북한 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상황을 보여 주었다.44) 본질적인 성격의 민족주의는 민

족구성원 사이의 통합과 전통에 바탕을 둔 발전의 모색과 민족성원간의 대등

성을 전제로 하는데, 남북한 양 체제의 민족주의적 변형은 지배체제를 지속시

키기 위한 민중 동원적 성격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 군사정부시대까지 남한의 민족주의는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민족주의와는 거리

가 멀다. 아무리 진보적인 사상을 담고 있어도 그리고 민족성원의 발전을 강

조하고 반외세를 추구한다해도 궁극적으로는 특정계급이나 세력의 권력장악을

위한 수단적 의미로 전락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민주화가 이루어

지고 시민운동을 담당해 왔던 아래로부터의 민족주의 세력이 정계에 대거 진

입함으로 남한내의 분파성이 극복되었고, 민족주의는 이제 통합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 한편 북한에서는 정권 수립직후 계급을 강조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정권 이

데올로기의 차원이기는 하지만 민족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 현상은 평화체

제 구축을 위한 남북한 긴장완화를 추진할 때 ‘한민족’이 가장 큰 모토이므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는 현 정치체제에서 통일을 위한 공통분모로서 민족개념을 설정할 수밖

에 없기 때문이다.

○ 북한은 아직 다문화주의, 인권 등에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강한 거부감을 가

43) 박광호, 앞의 글, pp.67-68.44) 민족주의는 자기 완결적 논리구조를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 이데올로기들과 결합되면서

천의 얼굴을 갖게 되었다고 지적된다. 임지현, 『민족주의는 반역이다』(서울: 소나무, 1999), p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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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런 요인들이 분명 보편적임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덜된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편주의가 가지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아직 여기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게도 현실이라 할

것이다. 통일은 남북이 함께 마주보고 손뼉을 치는 것으로 어느 일방의 이념

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 또한 통일추진 세력은 ‘민족’을 강조하였고, 분단고착 세력들은 ‘국가’를 강조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남남갈등은 통일을 강조하는 ‘민족강조’ 대 안보를 강조

하는 ‘국가강조’의 프레임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통일을 위해서는 민족을

국가보다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극단적으로 말해 북한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기에 통일을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잘사는 일본이나 미국과 통

일하자고 해도 반박할 논거가 사라진다.

○ 대변혁이 없는 상태에서 민족주의적 인식이 사라지는 날, 남북의 통일은 요원

해질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이제 남의 자유민주주의와 북의 사회주의는 똑같

이 우리의 민족주의에서 그 공통점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동구권의 몰

락으로 우월성이 입증된 시장 경제와 다원주의 체제가 통일이후의 우리 체제

로 자리잡아야 하고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사회주의가 가진 장점까지 버릴

필요는 없고 더욱 발전된 체제를 위해 응용 발전시킬 필요는 있을 것이다. 다

만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통일이 지상의 과제라 하더라도 현시점에서 남

북 어느 정부도 자유민주주의나 사회주의를 양보하려 하지 않기에 그것만으로

는 민족적인 합의를 기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각기

두 제도가 갖고 있는 장단점을 가려 자주적으로 취사 선택하되 그 근간을 민

족주의로 삼아 통일과정에서 서로 협상을 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

진다.

○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족주의를 통일과정에 있어서의 하나의 도

구로 승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남북한 이념대립 및 경쟁의 벽을 해소할 수 있

는 민족문화의 동질성, 민족성원으로서의 일체감을 찾아가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또한 한국민족주의는 일차적으로 남한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통합원리

가 되어야 한다. 또한 통일과정에서의 이념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하

는 형태가 되어야 하고, 이때 시민사회의 자율성 회복과 국가․시민사회간의 균

형을 목표로 해야 한다. 또한 전체로서의 민족이익과 개체로서의 개인 및 집

단이익이 상호 조정될 수 있는 협상의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와 권

력의 재분배에 의해서 실질적인 민주주의와 복지국가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

다. 또한 민족주의가 통일과정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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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적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는 주체사상도 반드시 개방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끝으로 통일과정에서도 한국민족주의는 국제주의와 상충되지 않고 조화

롭게 발전되어야 한다.

○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상 왜곡된 민족주의가

지녔던 부정적 요소에 굳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즉 4. 19와

6.29 그리고 문민정부의 출현과 지속되는 민주화 과정으로 시민계급이 두텁

게 형성되어 한국의 민족주의가 군사독재 시절과 같은 암울한 상태로 다시 돌

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또한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완전한

자주권의 유지조차 힘든 상황에서 한국의 민족주의가 과도하게 발전한다 하더

라도 국제평화를 유린하고 인접국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가

장 우려되는 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문제 등인데 이에 대해서는 고

양된 시민의식과 정책으로 극복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만 한다.

○ 우리가 주장하는 민족주의는 침략적이지 않고 방어적이며 평화 공존적이며 통

일 지향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오늘 우리 현실의 문제들을 진지하게 껴안고

고민하며 발전하는, 개방적인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발전

하는 환경운동, 여성운동, 소비자 운동 등의 시민운동들이 제기하는 문제들,

인권, 다문호화의 등을 폭넓게 포용하는 탄력적인 성격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다시 강조하건대 남북통일은 궁극적으로 한민족의 민족주의에 기초할 수밖에

없으며 한국민족주의는 통일과 번영된 미래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겠지만

통일이 이루어진 뒤에까지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보편적이고 국

제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인류화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한

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축으로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통일 후에 자신감을 회복

한 우리는 민족적 입장을 스스로 견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가 필요 없듯이, 목적(통일)을 위해 뽑은 칼(민족주의)을

목적 달성 후에는 쉽지는 않겠지만 용도폐기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민족

주의가 지닌 부정적인 요소를 제압하고 긍정적인 요소를 고양시키기 위해, 자

신감을 회복한 세계 속의 통일한국은 민족주의를 과감히 넘어선 보편적이고

타당한 세계주의, 국제주의로 당당히 나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나라를 건설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리하건대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민족주의가 가지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통일의 대상이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북한은 보편적인 다문화주

의를 아주 싫어한다. 탈북자들도 다문화주의 정책 속에서 자신들이 언급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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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아주 싫어한다. 오히려 다문화가정보다도 못하다는 불만조차 있다. 북한

은 아직 보편주의나 국제주의에 시스템이나 의식수준에서 아직 준비가 많이

부족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남북한 공통 이념은 민족주의 요소

에서 발견할 수 있다.

○ 한반도는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 민족주의가 완성조차 되지 않았다. 현재

민족주의를 버리면 통일을 추진할 중요한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통일

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현재, 민족개념을 버리면 일본과도 통일할 수 있다는

얘기고, 잘사는 미국의 일부가 되어도 좋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에 어떻게 반

론을 펼 수 있을까?

○ 통일 후에는 반드시 민족주의를 버리고 보편주의로 가야 세계인이 존경하는

동북아의 평화국가가 될 수 있다. 통일과정에서는 북한과는 민족주의를, 주변

국과는 보편주의를 바탕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통일 후에는 국내,

국외 모두 보편주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다만 통일

후 북한주민들을 다문화가정과 똑같은 정책을 해서는 반감만 사고 통합에 장

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주민들에 대해서는 분명 같은 민족적 차원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 물론 누구를 막론하고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에 대

해 보편주의적 관점이 적용된 정책은 펼쳐져야 할 것이다.

○ 참고로 민족주의에 대한 오해가 있는 바, 사실 민족주의는 보편주의와 얼마든

지 함께 갈 수 있다. 민족주의 속에 민주주의, 평화, 인권, 정의와 화해, 인도

주의,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 비핵 등 모든 것을 그 속에 담을 수 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그 어휘가 지닌 한계 때문에,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렇게 오해

하고 통일후 주변국들이 우려한다면 우리는 민족주의를 버릴 수도 있어야 한

다.

○ 자기 민족에 대한 자연스런 사랑은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타민족과 이해문제

가 걸릴 때 문제가 된다. 이때 인류애나 평화를 위해 자기민족의 이익을 스스

로 포기할 민족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은 양보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나 집단이 스스로 양보하는 경우는 없고 이는 우리 인류의 속성이다. 세

계의 모든 나라들은 자민족이나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에 대해 세계인들이 슬퍼하지만 우리만큼 슬프지 못해 아픈 민족은 없다. 요

즘 민족주의가 반역이라고 하여 민족이 등한시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럼 월드

컵 때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북한과의 포격와중에서도 월드컵 축구 시합에서

많은 국민들이 북한을 응원한 것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외에 무슨 개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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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 나온다.

○ 그런데 우리 민족이 귀중한 만큼 다른 민족도 우리 민족만큼 귀하다. 여기에

보편의 개념이 들어간다. 또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듯 가

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민족주의가 지닌

부정적 요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 한민족은 미국처럼 다민족 국가가 아니다. 미국 정부가 타지역에서 민족주의

가 발호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하여

서다. 그러나 미국은 애국주의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우리는 미국의 자

국이익 추구를 욕만 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대응하여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예를 들면 북한

유사시 한반도 분할 통치에 대해 미국과 중국은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한은 민족적 협력으로 이를 극복해 가야 한다. 양차대전을 치르고 제국주의

과정을 밟았던 서구의 지식인들이 문제가 많았던 민족주의의 폐해에 대해 비

판하는 논조를, 그러한 제국주의에 맞서서 저항의 논리로 내세웠던 우리의 민

족주의에다 적용하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더

구나 분단으로 완성조차 되지 않은 우리의 민족주의를 지금 버려야 할 사조로

보는 것은 통일이라는 과업을 앞둔 현재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 한편 한국에 있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지금 현재는 한반도의 통일문제보

다는 자신들의 삶을 꾸리기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통일이 된다면 북

한주민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 대해서

는 당연히 민족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보편주의적,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특별

히 잘 대해야 한다. 이러한 훈련과정을 통해서 통일의 정당성도 확보하고 미

래 통일국가의 훌륭한 국가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 통일후 민족주의는 지양하고 보편주의로 나가야 하겠지만 북한주민에 대해 다

문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분명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은

대해서는 분명 민족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보편주의와 인도주의,

국제주의를 정치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교육해야 진정한 정신적 선진국에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 민족주의나 보편주의는 같은 바구니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 현재라도,

북한과의 통일과정에 있어서는 민족주의로 접근하고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당

연히 보편주의로 접근해야 한다. 두 개념을 상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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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엄연한 현실과 인류가 나가야 할 보편타당성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다.

민족주의와 보편주의를 대립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할 이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통일추진 과정에 있어서는 민족주의를 앞세우고 보편주의

로 보완하면서 통일 후에는 보편주의로 국가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하

더라도 그 속에 자연스럽게 민족주의적 요소가 내재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을 똑같은 인류애로 통합하여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평화국가, 정신선진국가, 문화국가, 최고의 모범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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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보편주의 통일론의 의의와 과제

서 보 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Ⅰ. 문제제기

○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겨레가 분단된 지 70년이 되어 간다. 분

단의 일차적 원인을 외세의 한반도 분할에서 찾을 수 있지만 분단의 지속도

외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냉전이 분단을 가져왔지만 분

단으로 이익을 얻는 내외 세력이 냉전을 한반도에 내면화 해온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세계적 수준의 냉전 종식 20년 이후에도 한반도

냉전구조의 건재함을 분단체제의 재생산 메커니즘에서 찾아봄직 하기 때문이

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이 한겨레의 대표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함을 밝히고 있다. 분단의 배경과 지속을 동시에

고려할 때 통일은 어떤 주의주장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할 것인가? 도식적으

로 말한다면 분단의 배경을 고려할 경우는 민족주의를 통일 이념으로 삼을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단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대내외적으로

시대사조와 통념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통일의 이념으로 호명되어 온

민족주의조차 시대 변화에 적응하며 명맥을 유지하는데 힘들어 보인다. 냉전

해체와 민주화를 거치고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현상을 목도하면서 민족주의 대

신 보편가치에 바탕을 둔 북한·통일 논의가 대두하고 있다. 이와 달리 통일문

제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통일문제에 대한 정략적 이용 관행,

북한에 대한 혐오감 증대, 세계화 정보화 시대의 도래, 세대 변화 등이 그 요

인들이다. 이상과 같은 대내외적 환경 변화는 민족주의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통일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 통일이 분단의 종식이자 한반도 냉전구조의 극복이라고 의미 부여한다고 해도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실현이라는 비전 외에 뚜렷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

다. 그러나 통일=민족공동체 실현은 동어반복이거나 형식논리를 넘어서지 못

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와 남한의 체제 우위를 감안할 때

기존 통일론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통일론의 재검토는 학계나 언론 등 시민사회에서 먼저 논의

해나갈 필요가 있다. 논의의 우선순위도 권력 구조나 통일 단계와 같은 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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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방법론보다는 통일의 당위와 지향, 기본 방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우

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폭넓은 여론 형성과 그 과정에서 국민 통합

노력 없이는 새로운 통일방안도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 이 글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기존 통일 논의의 문제점을 밝히고 새로운 통일

담론으로서 보편주의 통일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보편주의 통일론의

바탕으로서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를 검토할 것이다. 문제제기에 이

어 Ⅱ장에서는 통일 논의의 추이와 특징을 살피고 있는데, 기존 통일론의 변

천을 따라가면서 몇 가지 유형을 발견한 후 그 특징과 문제점을 도출할 것이

다. Ⅲ장에서는 보편주의 통일론이 제기되는 배경을 대내적 차원, 대외적 차

원, 남북관계 차원에서 살펴보고 그 연장선상에서 보편주의 통일론의 방향을

3차원에서 다룰 것이다. 이어 Ⅳ장에서는 남북의 인권·민주주의관을 비교해

그 함의를 살펴본 후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의 상을 그려보고 그것을

구체화 할 수 있는 환경조성 및 정책과제에 대해 각각 3차원에서 논의할 것

이다. 이 연구는 문헌연구방법에 의존하고 있는데 정부의 통일방안과 관련 2

차자료에 대한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

Ⅱ. 통일 논의의 추이와 특징

1. 기존 통일론의 유형과 변천

1) 민족주의 통일론의 변용

○ 한반도에서 민족주의는 혈연, 지역, 그리고 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한 가장

강력한 통일 이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민족주의는 장구한 역사 속

에서 확인된 종족적 동질성을 강조하는 ‘문화민족’45)과 근대 민족국가체제의

수립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기획의 성격을 강조하는 ‘국가민족’46)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 남북을 막론하고 한국민들 사이에 민족주의 정서가 지속되

는 것은 이러한 민족의 두 가지 측면이 한국 민족주의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

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민족을 구성하는 요소가 다양하고 그에 대한 강조점

의 차이로 민족주의도 단일하지 않다. 1990년대 이후 한국 민족주의론은 민

주화, 탈냉전, 세계화의 맥락에서 변용을 시도하며 통일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해 관심이 모아졌다. 물론 냉전이 붕괴되고 민주화가 되었다고 세

계적 차원에서 민족주의가 소멸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냉전 해체와 세계

45) Alexander Motyl (ed.), Encyclopedia of Nationalism 1 (San Diego: Academic Press, 2001), p. 251.

46) 김동춘, 『근대의 그늘- 한국의 근대성과 민족주의』 (서울: 당대, 200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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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도래가 동시 발생한 세계적 환경에서 민족주의 소멸은 과도한 전망이나

기대라는 비판과 세계화의 파괴적, 분열적 영향에 맞서 정체성과 자결을 향한

민족주의의 반작용이 더 커진다는 주장 등이 제기되었다.47)

○ 전반적으로 냉전 붕괴 이후 한국에서 민족주의론은 주로 통일문제와 관련지어

논의되었고 그때부터 민족주의 담론은 대내외적 환경 변화를 반영해 ‘열린 민

족주의’로 변용되어 나타났다. 조민은 한국 민족주의가 통일에 기여하려면 민

족주의 내에서 존재하는 위계와 불평등을 대신해 ‘수평적 동료의식’을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48) 박종철은 한국 민족주의를 위로부터의 민족주의와 아래로부

터의 민족주의의 길항작용으로 파악한다.49) 물론 분단 상황에서 이 두 가지

민족주의는 기회의 균등을 갖고 균형적인 상호작용을 한 것은 아니다.50) 진덕

규는 민족주의가 주권, 계급, 시민권을 포괄한다는 기든스(A. Giddens)의 논

의를 인용하며 민족주의가 단순히 통합만을 추구하는 통일의 민족주의로 귀착

되어서는 안 되고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발전성을 모색하여야 한다고 말했

다.51)

○ 이상과 같은 탈냉전 직후 나타난 민족주의 논의들의 특징은 복고적, 문화적

민족주의 논의가 줄어든 대신 민주화, 세계화 등의 영향으로 자유, 평등, 정

의, 국제협력 등 보편 규범과 원칙들이 적극 수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열린

민족주의’를 형성한 이런 담론 변화는 민족주의론의 개념적 유연성과 현실 적

응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그만큼 민족주의가 본래 핵심 구성

요소 혹은 고유의 정향이 허약함을 말해주는 측면도 없지 않다. 열린 민족주

의론에서 민족주의는 문화민족의 특징을 중심으로 지속되면서 외부의 흐름과

조우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지만 열린 민족주의는 세계화, 민주화의 진전은

물론 정보화, 다문화, 세대변화 등 신사조의 파도에 깎이면서 독자 생존이 힘

들어졌다. 민족주의는 늘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한지도 모른다.52)

47) 세계화 시대에 즈음해 민족 및 민족국가의 전망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Koizumi Tetsunori, Interdependence and Change in the Global System (University Press of America, 1993); Mauro Guillen, “Is Globalization Civilizing, Destructive or Feeble? A Critique of Five Key Debates in the Social Science Literature,” Annual Review of Sociology 27 (2001), pp. 235-260; Samuel Kim (ed.), Korea’s Globalization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0); Linda Weiss, The Myth of the Powerless State (New York: Cornell University Press, 1998) 등을 참조.

48) 조민, 『한국 민족주의 연구』 (서울: 민족통일연구원, 1994).49) 박종철, “민족주의의 개념 및 한국 민족주의의 특성,” 「통일이념으로서 민족주의」, 개원 2주년 기념

국내학술회의 발표논문, 민족통일연구원, 1993년 4월 8일.50) 전재호, “남북한 민족주의 비교 연구: ‘역사의 이용’을 중심으로,” 『한국과 국제정치』, 18권 1호

(2002), p. 164.51) 진덕규, “한국 민족주의의 미래구도: 통일을 위한 민족주의 이념의 정향,” 『통일연구논총』, 제2권 1

호 (1993), pp. 97-122.52) 민족주의가 타 이데올로기와 맺는 다양한 관계에 대해서는 Anthony Smith, National Ident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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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민족주의는 오랜 역사와 피억압의 경험에서 오는 인종적 배타성이 컸다.

그런데 경제적 상호의존과 민간교류가 확대되면서 타민족, 해외교포, 외국인

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었다. 결혼이주자, 외국인노동자 증가 등 우리사회의

변화에 따라 통일교육도 민족주의에 기반을 두면서도 다문화주의를 수용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53) 이는 민족주의 담론의 변용을 요구하게 되었는데 자유

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자유주의적 민족주의의 발상이 그 하나이다. 자유

주의적 민족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중시하는 한도 내에서 민족주의를

수용하는 것을 말하는데,54) 이 용어의 단어 배열 순서와는 반대로 자유주의가

더 강한 의미를 나타낸다. 2000년대 이르러 민족주의론은 더욱 형해화 되고

보편가치에 의존해 연명해가는 양상을 보일 정도이다. 이경식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친화성을 인정하면서 둘 중 하나를 배격하는 극단론을 경계하고

있다.55) 김창근 역시 다문화 시대에서 통일교육의 변화를 검토하면서 ‘통일

민족주의’가 시민권적 민족주의, 민주주의적 민족주의, 국제주의적 민족주의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56) 말하자면 통일한국은 인류의 평화공영에

이바지 하는 민족국가가 되는 셈이다. 이때 민족주의 앞에 어떤 관형어를 붙

여도 그 민족주의는 이미 민족주의적 성격을 탈각하게 되는 셈이다. 드디어

세계화 시대 민족주의는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그것은 분단과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민족주의, 위로부터의 민족주의에 대한 반감을 매개로,

민족주의적 정치담론에 대한 불신을 경과한 후 민족주의 자체에 대한 무관심

으로 나타났다.

2) 국가주의 통일론

○ 20세기 말 세계적 차원의 냉전 해체가 한반도에서의 냉전 해체를 동반하지는

못하였다. 그렇지만 남북간 역학관계의 기울어짐 속에서 국제적 고립, 식량난

과 대량 탈북자 발생 등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 나타났다. 민주화 이후 남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통일문제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고, 정부는 북한 붕괴가

능성을 검토하기까지 하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남한체제의 우월성에 바탕을

둔 국가주의 통일론이 득세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민족주의는 문화민족보다는

(Reno NV: University of Nevada Press, 1991) 참조.53) 차승주, “교과서에 나타난 통일담론에 대한 고찰: 민족주의를 중심으로,” 『윤리교육연구』, 제29집

(2012), pp. 475-496.54) 장동진·황민혁, “외국인노동자와 한국 민족주의: 자유주의적 민족주의를 통한 포용 가능성과 한계,”

『21세기정치학회보』, 제17권 제3호 (2007), pp. 231-256.55) 이경식, “통일의 구체적 작동 메커니즘으로서의 민족주의,” 『한국시민윤리학회보』, 제15집 (2002),

pp. 239-268.56) 김창근, “다문화 시대의 ‘통일 민족주의’와 통일교육,” 『윤리연구』, 제77호 (2010), pp.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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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민족 측면이 부각되었다. 그것은 남한 주도의 통일국가건설이라는 국가주

의 프로젝트의 정당화 언술로 기능하였다. 현상적으로 국가민족주의 통일론으

로 보이는 논의는 실제 단어의 조합 순서와 달리 국가주의가 민족담론을 포섭

하고 있었다.

○ 물론 국가주의 통일론이 냉전 해체 이후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자양분으로 한 권위주의 시대 국가주의 통일론은 민주화 이후에

도 건재해 보인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정권은 선건설 후통일, 승공통일 등을

명분으로 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담론을 생산·활

용하였다. 국가주의는 민족주의와 만나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통일, 반공, 경제

발전을 정당화 하는 이념으로 활용되었다.57) 국가주의는 국가가 정책결정의

주도자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속성 때문에 민주주의와 대립할

소지를 안고 있다. 국가주의가 현실에서 구체화 되는 과정에서 국가는 특정

정치세력, 국가이익은 특정 정치적 이익으로 변질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실 정치에서 국가주의는 국가의 기원이나 그 국가의 다수민족을

신비화, 정당화 한다. 국가주의로 무장한 정치세력은 국가통합 혹은 국가발전

을 명분으로 강압과 동의, 전통적 지배와 현대적 지배를 배합시킨 통치전략을

전개한다. 근대에 두드러졌던 국가주의는 산업화, 군사화 과정에서 대중을 동

원하는데, 동원 역시 지배의 동의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지만 강압적 요

소들을 활용하고 있다.58) 위로부터의 민족주의는 국가주의를 정당화 하고 국

가의 발전전략에 대중을 동원하는 기제로 이용된다. 국가주의 통일론은 남북

간 역관계의 변화에 상응하여 그 내용을 달리해왔다.59) 남한의 우위가 명백해

진 상황에서 한국 주도의 통일론이 부상하는데 그 이념적 기반이 국가주의다.

한반도에서는 민족국가 수립이 유예된 채 두 가지 산업화 방식이 국지적 냉전

대결을 벌여나갔다.

○ 북한의 미래 예측이 불확실하고 체제 이질성이 더해가는 상황에서 통일은 민

족 정서보다는 남한 체제 혹은 국가 우위의 접근이 설득력을 더하는 것처럼

보인다. 통일 민족국가 수립 이전에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 장려하는데

국가의 역할이 요청된다. 민주화 이후 시민권의 폭발적 성장과 민족·통일문제

를 둘러싼 극심한 이념적 갈등이 국가의 효율성에 의해 조정되지 않을 때 민

주주의와 사회통합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60) 이렇게 국가주의는

57) 전재호, “박정희 체제의 민족주의: 담론의 변화와 그 원인,” 『한국정치학회보』, 32권 4호 (1998), pp. 89-109.

58) 조희연, 『동원된 근대화』 (서울: 후마니타스, 2009), pp. 184-186, 200, 212-213.59) 자세한 논의는 전재호 (2002), pp. 135-166.60) 박명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와 통일: ‘민주적 평화’와 한국의 평화·통일,” 세종연구소 연구논문

99-16 (1999), pp. 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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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시대의 오명에서 벗어나 통일을 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역할을 부여

받을 수도 있다. 민족주의를 포섭한 국가주의는 국가민족 측면의 민족 개념과

세계화 시대 민족국가 수립 과제의 호환성에 의해 그 타당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국가주의에 내장된 위계성, 폐쇄성, 비민주성, 폭력성을 어떻게 통제하느

냐의 문제는 남아있지만 말이다.

3) 실용주의 통일론

○ 앞에서 민족 개념에 문화적 동질성(문화민족)과 근대의 기획(국가민족), 이 두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탈근대로 진입한지 오래인 세계적 추세 앞에서 문화민

족 측면에 선 통일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신기욱의 지적처럼, 종

족동질성에 바탕을 둔 민족통일 테제는 남북간 많은 차이를 감출 뿐만 아니라

분열적이고 갈등유발적일 수 있는 통일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을 위험마저 있

다.61) 물론 통일이 될 때까지 문화민족적 측면을 발동시킬 대중적 정서와 정

치적 필요는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민족 대신 국가민족 측면을 강조한

통일은 대안적 통일론으로 삼을 만한가? 위에서 국가주의 통일론을 검토해보

았지만 그 가능성과 함께 잠재적 한계도 동시에 발견된다. 요컨대,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의 변용으로 통일 담론을 지속적으로 재생산 해낼 수 있을까 하

는 의문이 든다. 그 둘의 변용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가 크다면 대안적 통일

담론은 무엇으로 담을 수 있을까?

○ 오늘날 남한 정부와 여론에서 통일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혹은 문화민족주

의와 국가민족주의 등 여러 요소들이 혼재해있다. 민족과 국가, 한국과 세계,

그리고 당위와 현실, 개인과 민족(국가)이 동거하고 있고, 주어진 상황과 정향

에 따라 각 대당관계의 구성 요소들 사이의 상대적 비중이 달라지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통일 담론은 위와 같은 통일 요소 및 이념적 구성물들의 복합체이

다. 통일의 정당성과 가능성에 이롭다면 특정 이념이나 측면에 경도되지 않고

기동성을 갖고 필요한 바를 채택하는 전략적 태도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이를

실용주의 통일론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실용주의 통일론은 특정 이

념적 정향보다는 통일에의 유용성을 기준으로 입론을 시도하는데, 따라서 여

러 조류들이 혼재하는 하이브리드(hybrid)형이라 할 수 있다.

61) 신기욱,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 (파주: 창비, 2006), pp. 28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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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정부의 통일방안의 변화 추이

구분 내용

통일

원칙

자주·평화·민족대단결(7.4)→ 자주·평화·민주(노태우)→ 자유민주주의(김영

삼)→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김대중, 노무현)→ 자유민주주의(현재)

통일

국가 상

민족·민주·자유·복지(전두환)→ 자유·인권·행복(노태우)→ 자유민주주의(김

영삼)→ 민주주의, 시장경제(김대중)→ 자유민주주의(현재)

○ <표1>에서 보듯이 통일 원칙과 통일국가의 구성 요소에서 민족주의와 보편규

범은 공존하고 있고, 둘의 상대적 비중이 민족주의에서 보편규범으로 이동하

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을 가

장 체계적으로 제시한 것이라 하겠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통일 원칙과 통일

국가 상을 뚜렷하게 제시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통일방안은 통일의 원칙으

로 기존의 ‘민족대단결’ 원칙을 삭제하고 ‘민주’의 원칙을 삽입했고, 통일국가

의 상을 인권을 비롯한 보편규범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민족공동체 통

일방안’을 발표한 김영삼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통일 원칙 및 통일국가 상으

로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일국가의

상으로 언급했으나, 노무현 정부와 함께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밝힌 통일 3원

칙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김영삼 정부이후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

는 통일로 가는 과정이나 절차에서뿐만 아니라 통일국가에서도 일관되게 추구

되어야 할 가치여야 한다는 점을 확고히 하였다.62) 박근혜 정부가 천명한 ‘한

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일차적 과제로 하는데 그것은

“상식과 국제적 규범이 통하는 남북관계”를 말하고, 거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변화된 모습과 행동이다.”63) 이때 북한 변화의 근거와 방향은 국

제규범의 준수, 즉 보편가치의 구현을 말한다.

○ 전반적으로 남한 정부의 통일방안은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보편주의와 민족주

의가 동거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그런 가운데 민족주의보다는 보편주의,

민족주의의 경우에도 문화민족 측면보다는 국가민족 측면이 더 부각되는 추세

를 보여주고 있다. 통일문제가 민족문제임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지만 혈연

적 동질성보다는 통일 민족국가가 가져다 줄 유무형의 효과에 거는 기대를 읽

을 수 있다. 남한 정부의 통일론에서 발견되는 보편주의와 민족주의의 동거는

불가피한 면이 있고, 필요에 따라 그 둘 중 하나를 호명할 수 있는 편리함이

나 전략적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주의의 폭력성, 보편주의와 민족

주의의 긴장으로 하이브리드형 통일론은 불완전하고 불안전함을 안고 있다.

62) 통일교육원, 『2013 통일문제 이해』 (서울: 통일교육원, 2013), p. 88.63) 박근혜,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사,” 2013년 8월 15일, 청와대 홈페이지 (검색일: 2014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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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존 통일론의 특징과 문제점

○ 기성 통일론은 그 특징과 함께 문제점도 몇 가지 측면에서 노정하고 있다. 세

가지로 유형화 한 기성 통일론이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럼에도 향후 통일론이 미래지향적이고 대내외적인 지지를 극대화 하는 방향으

로 정립해야 한다고 할 때 기성 통일론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먼저, 보편성의 측면에서 기성 통일론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서 보편

성은 통일의 필요성과 지향성이 국가나 민족의 틀에 갇혀 있지 않고 세계적인

규범을 반영하고 국제적인 지지를 담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민족주

의, 국가주의 통일론은 보편성과 큰 거리가 있고, 실용주의 통일론도 보편성

의 견지에서 볼 때 한계를 안고 있다. 물론 열린 민족주의, 국가민족주의, 실

용주의 통일론이 보편성을 가미하려는 시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여전

히 국가주의, 민족주의의 틀에서 모색된 것이다. 다만, 실용주의 통일론이 민

족주의보다는 보편주의 측면을 강조하는 면이 있지만, 국가주의의 영향력이

작지 않다. 향후 통일론에서 보편성을 강조하지 않으면 대내외적 지지를 확대

하기 어려울 것이다.

○ 둘째는 포용성이다. 기성 통일론에서 북한은 통일의 동반자와 대상, 두 가지

의미로 파악되어왔다.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우리정부의 통일방안에서 북한

은 통일논의에서 동반자로 간주되어 왔다. 우리정부의 현 통일방안인 ‘민족공

동체 통일방안’에서 제시된 남북연합은 남북합작에 의해 실현되는 2단계 통일

이다. 그렇지만 남북 체제경쟁 과정에서 북한체제가 통일의 일부가 될 수 있

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는 우리사회에 상존한다. 그런 통념은 민주화를 거

치면서도 헌법과 국가보안법에 의해 제도적으로 지지받아 왔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흡수통일 반대, 남북 화해협력 혹은 평화번영 담론이

부상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북한붕괴, 급격한 통일이 거론되었

다. 오늘날에 이르러 자유민주주의는 통일 원칙 및 통일국가의 상으로 공식화

되었다. 자유민주주의가 북한 변화의 방향 혹은 국제규범 준수의 근거 중 하

나로 주장돼 왔지만, 그것을 남한체제로의 흡수 혹은 동화로 파악한다면 평화

적 통일 원칙과 상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성 통일론은 포용성이 미흡했

다고 할 수 있어 향후 통일론은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 셋째, 일관성이다. 기성 통일론이 보편성과 포용성이 불충분하거나 통일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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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그 경중을 달리 했다는 점은 일관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각 정권의

대북정책이 정책 정향과 주요 수단에서 일관성이 부재했다는 지적은 우리사회

에서 공감대를 얻는 성찰 지점이다. 이는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대내외

적 지지와 대북협상력 제고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통일의 잠재적 지지 기반인

북한주민에 대한 영향력 확대 노력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점

이다. 따라서 향후 통일론은 보편성, 포용성, 일관성 등 적어도 세 가지 측면

을 보완하며 정립할 때 그 지지도와 타당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Ⅲ. 보편주의 통일론의 필요성과 방향

1. 보편주의 통일론의 제기 배경

○ 지금까지 기존 통일론의 유형과 변천을 살펴보면서 그 특징과 함께 문제점도

살펴보았다. 이상의 논의는 새로운 통일론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기초가 된다.

세 가지로 요약된 기존 통일론이 기본적으로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는 점에서, 그것이 어떤 변용을 보이더라도 민족주의의 폐쇄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에 대응하는 통일론으로 보편주의 통일론

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통일론이 대내외적 지지를 확대하고 인류 보편가치의

실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 보편주의 통일론은 한반도 통일을 인류 보편가치를 한반도 전역에 달성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보편주의 통일은 민족통일이라는 형식

에 보편가치를 내용으로 담는다. 이 통일론에 담길 보편가치는 물론 한 가지

가 아니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민주주의, 평화, 인권, 정의와 화

해, 인도주의, 지속가능한 발전 등이 그것들이다. 따라서 이들 보편가치들 사

이의 상호의존성에 유의해 그것들을 통일 과정에서 조화롭게 담아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보편주의 통일론에서 보편가치에 역행하는 형식은 인정되지

않는다.

○ 그러면 민족 동질성 회복, 민족공동체의 실현과 같은 민족주의 통일론은 어떻

게 되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다. 보편주의 통일론은 민족주

의적 정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편주의에 융해시킨다. 즉 민족

동질성 회복은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족 구성원을 비롯한 한반도

모든 거주민들64)이 보편가치를 체득하고 향유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이때

64) 보편주의 통일론에서 통일 주체는 기존의 남·북·해외동포 등 민족 성원들만이 아니라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할 수 있다. 보편주의 통일론의 지향이 그 주체의 범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두 가지 점이 정책상 존재할 수 있는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 통일론과 보편주의 통일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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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민족 동질성 중 보편가치에 위배되는 것은 지양된다. 보편주의 통일론

은 민족주의 통일론이 시대적 환경 변화에 따라 ○○○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것과 비교되는데, 보편주의 통일론은 별다른 관형어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보편성은 물론 정책적 일관성과 포용성을 가진 장점이 있다.

○ 보편주의 통일론이 제기되는 배경을 먼저 대내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민주화

효과를 들 수 있다. 민주화 효과란 1987년 이후 우리사회가 민주화 과정에서

성취한 결과와 한계를 통일 논의에 반영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긍·부정

적인 면이 함께 있다. 시민의 각성과 힘으로 권위주의 체제를 종식시킨 경험

과 그 이후 시민권의 확대,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을 민주주의 방향으

로 변화시킬 필요성은 긍정적 측면의 민주화 효과이다. 그에 비해 부정적 측

면으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공고화 되지 않고 역진하는 경우와 불평등

이 심화되는 현상은 성찰할 부분이다. 이와 같은 민주화 효과의 두 그림자는

북한·통일문제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여론 분열(소위 남남갈등)65)과도 관련 있

다. 긍정적 측면의 민주화 효과는 북한민주화론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부

정적 측면의 효과는 남한사회에서의 민주주의 공고화를 강조한다. 이 둘 사이

의 간극은 민주화 효과를 약화시키고 남한체제의 상대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 통일정책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 결국 민주화의 이중 효과는 우리사

회 전반에 민주주의를 확대·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고 그럴 때 남한의 민

주화 성취가 보편주의 통일론의 확립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다.66)

○ 보편주의 통일론이 제기되는 대내적 배경의 또 다른 면은 통일문제에 관한 여

론 지형의 변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수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통일의식은 적지 않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민

족주의보다는 보편주의적 통일 정향이 국민들 사이에 높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고, 여기에 세대 변수를 개입시키면 그런 추세는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

다. 예를 들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위 설문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

답이 2007년 63.8%에서 2013년 54.8%로 줄어든 반면,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응답은 2007년 15.1%에서 2013년 21.5%로 높아졌다(그림1). 특히, 젊은 세

대일수록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이 다른 세대보다 크게 낮았다. 2013년

19세에서 29세의 응답률은 40.4%에 불과하였다. 그런 가운데 통일의 이유에

대한 응답에서도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2007년 50.6%에서 2013

주요 차이점이다.65)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남남갈등 진단 및 해소방안』 (마산: 경남대학교출판부, 2004); 강원식,

“남남갈등의 스펙트럼과 논점들: 현실론적 고찰,” 『통일정책연구』, 제13권 제1호 (2004), 283-309쪽.66) 통일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에 관해서는 박명규 외, 『2013 통일의식조사』 (서

울: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13), 43-4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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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40.3%로 줄어들었다. 20-30대의 경우 위 응답률이 30%를 보였고, 50대

이상에서도 12.5%가 줄어들었다. 그에 비해 전쟁 위협 감소를 이유로 응답한

경우는 같은 시기 19.2%에서 30.8%로 늘어났고, 다른 이유는 큰 격차를 보

이지 않았다.67) 통일을 위한 시급한 과제에 대한 응답을 보면 통일을 단순히

민족의 재결합보다는 보편가치의 구현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임

을 알 수 있다. <표2>를 보면 통일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평화, 인권, 인도주

의 등 보편가치 실현에 대한 응답이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이상 민주화의

이중 효과와 통일에 관한 국민 여론의 추이는 대내적 측면에서 보편주의 통일

론의 정립 필요성을 말해준다.

<그림1> 통일의 필요성(출처: 박명규 외, 『2013 통일의식조사』, 27쪽)

<표2> 통일을 위한 과제별 시급성

구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회담 정례화 66.8% 61.7% 72.2% 69.7% 67.7% 68.5% 67.9%

군사긴장해소 79.9% 71.3% 83.7% 83.7% 83.2% 77.4% 81.5%

인도문제* 해결 79.9% 72.0% 73.0% 75.7% 75.8% 74.0% 70.8%

북한개혁개방 78.3% 69.0% 80.5% 78.2% 79.6% 79.3% 74.6%

북한인권개선 - 76.3% 76.3% 82.8% 80.0% 79.8% 79.4%

미군철수 31.1% 30.3% 25.0% 24.4% 24.0% 22.5% 22.1%

·······························································* 인도문제: 이산가족·국군포로 문제.

····································** 출처: 박명규 외, 『2013 통일의식조사』, 87쪽.

67) 박명규 외, 『2013 통일의식조사』, 27-28, 30-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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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대외적 측면에서도 보편주의 통일론은 그 당위성이 높아가고 있다. 오늘

날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안보 위협자, 인도적 지원 대상, 인권침해국 등의 세

얼굴로 비춰지거나,68) 악마, 동정의 대상, 비정상적 행위자와 같은 이미지를

자아내고 있다.69)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문제는 북한문제로 환원될 수 있

고, 그것은 분단 민족의 아픔에 대한 공감보다는 평화와 안보, 인권, 인도주의

등 보편가치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진다고 하겠다. 물론 북한·통일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편주의적 시각에 관련국들의 이익이 투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

도 곤란하고, 한국의 민족주의적 입장을 무시할 필요도 없다. 다만, 통일에 관

한 민족주의적 입장도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그 역사적 맥락에 대한 설명과 함

께 보편가치와 맺는 관련성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통일을 보편주

의 시각으로 접근할 경우 한국의 통일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확대해낼 수 있다.

○ 그러나 보편주의 통일론의 정립을 한국의 통일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대

차원에서만 접근할 경우 보편가치가 한반도 통일의 명분이나 도구로 전락하고

결국 국제사회의 지지도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보편주의 통일론이 대외적

측면에서 갖는 적극적 의미는 한국의 통일론이 한반도에 보편가치를 실현함으

로써 인류문명의 발전에 기여하는 점이다. 분단이 세계 냉전체제의 확립에 다

름 아니었다고 한다면, 통일은 인류 보편가치의 구현 과정으로 본다는 것이

다. 나아가 실제 한반도 통일이 평화, 인권, 민주주의, 인도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상호 조화롭게 실현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통일정책을

추진해나갈 때 국제적 지지와 협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 셋째, 남북관계 측면에서 보편주의적 통일론이 필요한 것은 남북한 정부의 통

일정책이 체제경쟁의 성격을 띠었다는 성찰에서 연유한다. 1972년 7.4 공동

성명에서 밝힌 통일 3원칙은 남·북·해외의 모든 민족구성원들에게 통일의 희

망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3원칙에 대한 남북의 해석은 각기 달랐다.70) 남북간

체제경쟁은 국제정세와 남북간 역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 행태를 달리해왔다.

냉전 해체 이후 북한은 퇴행적인 민족주의 담론에 의존하고 있고, 남한은 7.4

공동성명의 통일 3원칙 중 ‘민족대단결’ 원칙을 빼고 대신 ‘민주’의 원칙을 넣

어 그것을 자유민주주의로 풀이하고 있다. 이는 탈냉전 이후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체제경쟁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보다 보편타당성을

68) 백태웅, “북한의 변화를 희구하며,” 『한겨레』, 2014년 3월 9일.69) Hazel Smith, “Bad, Mad, Sad or Rational Actor? Why the ‘Securitization’ Paradigm Makes

for Poor Policy Analysis of North Korea,” International Affairs, 76:3 (July 2000), pp. 593-617.

70) 김형기, 『남북관계 변천사』 (서울: 연세대학교 출판부, 2010), 74-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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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대내외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획득할 대안적 접근으로 보편주의 통일론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보편주의 통일론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대내적, 대외적 측면보다 남북관계 측

면이 더 어려움이 있다. 민주화와 세계화는 대내외적 측면에서 보편주의 통일

론의 등장을 촉진해줄 수 있다. 물론 남북관계는 남한사회와 국제사회의 변화

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지만, 민족통일 담론을 활용한 체제경쟁의 동학이 더

크기 때문에 남북관계 측면에서 보편주의 통일론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남북 체제경쟁은 평화, 인권, 인도주의 등 한반도 거주민들과 직결되는 보편

가치의 구현에 강력한 장애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이 1991년 국제연합

에 가입해 국제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준수할 것을 공약했다. 물론 비확산, 군

축 등 민감한 분야에서 국제규범이 도전받고 있지만 남북은 국제인권규약에

가입, 비준하고 보편정례검토(UPR)를 받고 있다. 또 남북은 몇 차례 국제무대

에서 협력하기로 공약한 바도 있다. 이런 사실은 남북이 보편가치의 증진 차

원에서 협력할 필요성은 물론 그 가능성이 존재함을 말해준다. 그럴 경우 민

족담론을 활용한 체제경쟁을 지양하는 대신 통일문제에 관해 남북이 보편주의

적 공감대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 보편주의 통일론의 방향

○ 보편주의 통일론은 ① 보편가치 구현과 분단 극복 노력의 조화, ② 보편가치

들 사이의 상호보완, ③ 이 양자의 대·내외 및 남북관계 차원에서의 포괄적

추진 등 적어도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71) 한국의 통일정책은 대내적 지

지, 대외적 협력, 북한 선도 등 3차 방정식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보편주의 통일론도 이 세 차원에서 그 방향을 수립해나가야 할 것이

다.

○ 첫째, 보편주의 통일론을 정립하기 위한 대내적 방향은 역시 ‘민주주의의 공고

화’이다. 물론 민주주의의 공고화란 민주주의만큼이나 정의하기가 쉽지 않

다.72) 한국은 최소주의적, 법제도적, 절차적 측면에서는 민주주의 공고화 단

71) 이 세 가지는 보편주의 통일론을 정립(鼎立)하는데 필요한 세 축이지만 시론적 연구 수준을 넘지 못하는 본고에서는 그 중 세 번째 문제에 한정해서 논의하기로 하고 전반적인 논의는 차후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72) 박경미, 『한국의 민주주의: 공고화를 넘어 심화로』 (서울: 오름, 2012); 박기덕, 『한국 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제: 민주화·공고화·안정화』 (파주: 한울, 2006); Yun-han Chu, Larry Diamond, and Doh Chull Shin, “Holting Progress in Korea and Taiwan,” Journal of Democracy 12:1 (January 2001), pp. 122-136; Juan J. Linz and Alfred Stepan, Problems of Democratic Transition and Consolidation: Southern Europe, South America, and Post-Communist Europe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96); Adam Przeworski, Democracy and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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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에 진입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머지 측면으로까지 공고화를 확대

시키고 그것이 역진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임혁백의 언급처럼,

민주주의 공고화를 엘리트와 대중이 다함께 사회 모든 면에서 민주적 절차와

규범을 제도화, 내면화, 습관화 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면,73) 민주주의도 평

화와 인권과 같이 부단한 정진을 요구받는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에 대한 과

정론적 이해와 민주주의 공고화에 대한 포괄적 인식은 남한의 민주주의 발전

을 한반도 전역에 파급효과를 가져오는데 유용할 것이다. 남한에서의 민주주

의 공고화는 사람·정보·통신을 통해 북한에 전달되고, 그것은 남한에 대한 북

한 주민들의 선호를 증대시키고 북한정권에 ‘민주적’ 정책을 확대하도록 압박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의 민주주의 공고화가 북한을 민주주의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선도하는 모범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민주주의가 21세기 모든 사회

의 통합 자원이라 할 때 민주주의는 통합형 통일 원리로 기능하며 ‘연성복합

통일’의 근간의 하나라는 논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74)

○ 둘째, 보편주의 통일론 정립을 위한 대외적 방향은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보편

가치의 준수 및 구현을 목표로 하는 대외정책을 전개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중견국 외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견

국 외교는 기본적으로 국력 크기를 반영하지만 대내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의

안정성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평화, 지속가능한 발전 등 국제사회의 지향에 발

맞추면서 국가이익과 보편가치를 조화롭게 추진하는 새로운 외교를 말한다.75)

한국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한 경험과 국제사회와의 높은 상호의존

도를 반영해 ‘기여외교’를 더 확대할 것을 대내외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그런

요구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외교정책 방향에 보편가치 구

현의 의미를 보다 강조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통일방안에서도 보편가치를 보다

확대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한국의 대외정책 일반과 통일외교는 선순

환 할 수 있고, 한국의 통일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는 보다 커질 것이다.

○ 세 번째 가장 어려운 측면인 남북관계에서 보편주의 통일론을 정립할 방향이

다. 불리해진 안보환경에 따라 북한은 인권과 같은 연성이슈를 안보와 같은

경성이슈와 분리해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연성이슈도 경성이슈와 같이 취

Market: Political and Economic Reforms in Eastern Europe and Latin America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1); Laurence Whitehead, “The Consolidation of Fragile Democracies: A Discussion with Illustrations,” In Robert A. Pastor, ed. Democracy in the Americas: Stopping the Pendulum (New York: Holmes and Meier, 1989).

73) 임혁백, “민주주의 공고화 연구서설,” 한배호 편, 『한국의 민주화와 개혁』 (성남: 세종연구소, 1997), p. 32.

74) 박명규·이근관·전재성 외 (2012), pp. 27-28. 75) 김상배·이승주·배영자 공편, 『중견국의 공공외교』 (서울: 사회평론, 2013); 김우상, 『신한국책략Ⅲ: 대

한민국 중견국 외교』 (서울: 세창출판사, 2012), 제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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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성의 관점에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위 이슈 위계(issue hierarchy)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를 “반공화국

모략 책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인권 개선 요구에 대응해 탈북자들에 대한 부분적 처벌 완화, 인권 관련 법률

의 제·개정 등 일부 전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이중적 현상은 남

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보편가치를 증진하는 일에 시사점을 준다. 보

편가치의 위반에 대해서는 관련 국제 규범 및 원칙을 갖고 일관된 모니터링과

비판을 하는 동시에, 개선책은 북한체제와 직결시키기보다는 해당 사안별로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이때 남북관계는 통일이 한반도 전역에

보편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임을 북한에 설득하는 채널이자, 그것을 위해 남북

이 협력하는 장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그럴 때 남북관계와 북한인권 사이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은 소멸하고 양자간 선순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상 제시한 보편주의 통일론 정립을 위한 세 측면에서의 방향은 기존

의 통일론에서 노정되었던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일관성, 보편성, 포용성을 제

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그림1).

<그림1> 보편주의 통일론 구상

효과 일관성 보편성 포용성

방향 민주주의 공고화, 보편가치와 국익 조화, 미래지향적 남북관계 정립

배경 민주화 효과, 통일여론 변화, 국제요인 부각, 북한변화 유도

Ⅳ.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

○ 분단의 장기화와 세계질서 변화라는 상이한 두 흐름이 한반도에 교차하면서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세계 보편가치가 자연스럽게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그

런 점에서 남북관계를 인권·민주주의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탐색하는 작업은

한반도 문제의 모순적 성격을 지양하고, 남북관계를 시대정신과 보편규범 속

에서 재구성 하는 의의가 있다. 인권·민주주의 친화적인 남북관계 구축은 미

래지향적인 남북협력의 새로운 컨텐츠를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편주

의 통일론의 정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1.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상

○ 남북한의 인권·민주주의관은 상호 체제 및 경제발전 수준의 차이로 차이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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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고,76) 그 실태에서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77) 물론 남북이 유엔 회

원국으로서 인권·민주주의 신장을 공약하고 있는 것은 다자틀에서 그에 관한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 보편주의 통일론은 유망한 잠재적 통일론의 하나이지만 아직 우리사회에서 충

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소수의 의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전망을 제

시하고 그에 부응하는 컨텐츠를 담아낼 필요가 있다.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는 보편주의 통일론의 발판이다.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상

을 그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근거, 방향, 기본 내용, 방법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 첫째,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를 그릴 수 있는 근거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인권·민주주의 규범이다. 오늘날 인권은 국제인권규약의 제정, 가입,

비준을 통해 국제법적 지위를 갖고 있고 민주주의는 법 앞의 평등, 자유, 법

치 등을 골자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이 주권재민의 원리와

참정권을 포함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비엔나 세계인권대회 선언문을 거쳐 인권

과 민주주의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맺고 있다.78) 유엔 인권기구에서 채택된 수

많은 결의들이 이점을 재확인하고 있고 양자의 구현 방법이 발전해오고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상호의존성은 양자의 상호 중첩성에서 출발한다. 국제 자

유권규약과 사회권규약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와 많은 부분 겹

친다.

○ 남북한 사이에 인권·민주주의에 관한 합의는 거의 없다. 1972년 체결된 동서

독 기본조약에 인권 존중 조항이 있는데 비해 남북기본합의서에는 없다. 시민

사회의 형성 경험 없는 상태에서 전쟁과 냉전을 치른 한반도의 현실을 반영하

는 대목이다. 따라서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상의 근거는 국제사회의

관련 규범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수립을 위

76) 김정일, “우리나라 사회주의는 주체사상을 구현한 우리식 사회주의이다(1990년 2월 27일),” 『김정일 선집 10』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7), pp. 471-472; 조정현·김수암·손기웅·이규창·이금순·임순희· 한동호, 『2013 북한인권백서』 (서울: 통일연구원, 2013), pp. 59-65; 김찬규·이규창, 『북한 국제법 연구』 (파주: 한국학술정보, 2009), pp. 161-166.

77) Freedom House, “Freedom in the World 2014,” http://www.freedomhouse.org/report/freedom-world/freedom-world-2014#.Ux6pCj-SzJU (검색일: 2014년 3월 11일);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Democracy index 2012: Democracy at a standstill (London, 2013), p. 22.

78) Shadrack Gutto, “Current concepts, core principles, dimensions, processes and institutions of democracy and the inter-relationship between democracy and modern human rights,” Seminar on the Interdependence between Democracy and Human Rights held by Office of the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Geneva, 25-26 November 2002, p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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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연속토론회]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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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북 대화가 다자 틀을 통해 시작하고, 그런 대화 틀 안팎에서 북한이 국

제규범을 보다 준수하도록 격려할 필요성을 불러일으킨다.

○ 둘째,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의 방향은 궁극적 목표로 보편주의 통일

임은 말할 나위 없다. 물론 남북한 사이에 차이가 뚜렷한 인권·민주주의관을

감안할 때 이 두 주제를 놓고 남북대화가 가능할지는 궁리할 문제이다. 남북

이 신뢰 프로세스를 활발하게 가동시켜 관계가 제도화 단계에 접어드는 시기

에 민간 혹은 1.5트랙의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 경험을 축적시켜 가면서

상호 필요와 이해의 기반 위에서 남북 정부 차원의 협력 프로그램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남한은 우선 대내적으로는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

관계의 비전과 기대효과에 공감대를 이루고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서 북한에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가 남한체제

로의 흡수통일이 아니라 남북 상생과 민족번영을 보장하는 통일의 초석임을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다.

○ 셋째,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의 내용은 관련 유엔의 권고를 준거로

할 수 있다. 특히, 인권문제와 관련해 유엔은 이중기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

해 2006년 보편정례검토(UPR) 제도를 도입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인권실

태를 평가받고 있다. 또 각국이 비준한 특정 국제인권규약위원회의 검토보고

서(Concluding observation)에서 건설적인 인권개선 안이 제시되어 있다. 남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북한은 심각한 인권침해로 특별절차79)의 적용

을 받고 있다. 이 보편정례검토와 검토보고서에 따라 남북은 각각 인권개선

노력을 취하고 그 과정에서 유엔인권최고대표부(UNHCHR)와 기술협력을 할

수도 있고, 신뢰 증진에 발맞춰 인권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 보편정례검토와

검토보고서는 인권의 보편성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유엔 헌장

기구의 인권결의 채택에 반발하는 북한도 응하고 있는 제도이다.

○ 넷째,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를 구축할 방법은 크게 남북협력과 국제

협력, 두 가지 접근이다. 두 협력도 정부 차원과 비정부 차원, 그리고 1.5트랙

으로 나눠 접근할 수 있고, 그런 협력 방법도 남북관계의 수준과 한반도 정세

등와 같은 맥락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모색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80) 인권·민

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은 북한의 인권·민주주의 증진 역량강화에 초점

을 두어야 한다. 인권 분야에서는 유엔인권최고대표부, 민주주의 분야에서는

79) UNHCHR, Directory of Special Procedures Mandate Holders (Geneva, 2013) 참조. 북한인권 관련 유엔 특별절차는 국가인권특별보고관, 조사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

80) 이대훈, “비갈등적 북한 인권 개입,” 한국인권재단 주최 2008 제주인권회의 발표문 (제주, 2008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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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전환국 중 북한과 국교가 있는 나라의 연구기관이 북한과 적절한 기술협

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2.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 과제

○ 이상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의 상을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그에 우호

적인 정책환경 조성과 실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아래에서는 두 종류의 과

제를 대내, 대외, 남북 등 세 차원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정책 환경조성 과제

○ 첫째, 대내적 측면에는 국민들에게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고 통일 관련 여론을

통합해내는 일이 우선 과제이다. 민족분단 극복으로서의 통일은 우리사회의

분열 극복으로서의 통합과 함께 가야 한다. 통일에 대한 기대가 과거에 비해

낮아진 오늘날 국민 설득을 위해 분단 비용 최소화, 통일 편익 극대화의 관점

에서 통일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다만 남한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통일

로 해결하겠다는 접근은 북한을 설득하기 어렵고, 통일 민족국가 수립을 통한

민족 웅비의 꿈은 주변국들의 경계를 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다양한 통일 의견을 수렴하면서 북한을 설득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함께 이끌어낼 공통분모는 인권, 민주주의, 평화, 인도주의 등 보편주

의 통일론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대내적 정책 환경상의 과제는

대외정책, 대북정책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

다.

○ 둘째, 대외적 측면에서 정책 환경조성 과제는 한국의 본격적인 통일외교 전개

와 한반도 평화정착이다. 북한·통일문제의 국제적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통일

외교의 중요성도 높아가고 있다. 통일외교는 단기적, 사안별 협력은 물론 중

장기적, 종합적 협력을 병행해나갈 성질의 과제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중장기적, 종합적 수준에서 전개할 필요가 있다.81) 이와 관

련해 한국은 역내 안보와 협력 증진에는 촉진자 역할을, 한반도 평화정착에는

당사자 역할을 적극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정착은 보편

적인 평화외교와 맞닿아있고 통일외교의 보편성을 지지하는 주요 정책과제이

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위협과 북한이 의식하는 안보 불안을 동시에 해소되지

않는 이상 보편주의 통일을 추진할 평화적 환경은 난망할 것이다.

81) 박인휘, “박근혜 정부의 신뢰 외교와 국제협력 방안,” 임강택·서보혁·이기동·조봉현 편, 『한반도 신뢰의 길을 찾는다』 (서울: 선인, 2013), pp. 16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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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남북관계 측면에서 정책 환경 상의 과제는 남북관계의 복원 및 제도화

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강조하고 있듯이 남

북간 신뢰 없이는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없다. 남한의 대북정책은 1)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 통일기반 구축 등 3대 목표를 선순환 관계

하에 추진하고, 2) 균형 있는 접근, 진화하는 대북정책, 국제협력 등의 접근

원칙을 갖고 추진해나간다.82) 이런 목표와 원칙은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서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간 대화의 정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렇지만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중단된 대화의 복원이나 과거 남북 합의의 이행

에 그치지 않고 보편 규범과 원칙이 준수되는 의미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보편주의 통일론과 맞닿아 있다. 미 오바마 행정부와 같이,83) 비핵화 문

제와 인권 문제를 별도의 채널에서 병행 논의하는 유연성이 요청된다. 이때

남북 대화와 합의를 보편가치와 대립시키기보다는 대화 의제와 합의 이행을

보편가치 이행의 관점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는 더욱 훌륭한 남북관계 전

략이 될 것이다.

2) 3차원의 정책 제언

○ 대내적인 차원에서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에 유용한 정책 중 하

나는 ‘국제인권규범의 국내적 이행’을 성실하게 계속 전개하는 일이다. ‘국제

인권규범의 국내적 이행’은 독립적 국가인권기구 설치에 관한 ‘파리 원칙’에서

명문화 된 것이다.84) 이것은 한 나라의 인권을 국제적 수준까지 신장하도록

하자는 취지로서 유엔인권기구는 각국의 인권 상황 모니터링, 평가, 정책권고

등의 임무 수행을 위해 국가인권기구 설치를 요청하고 있다. 남한은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었지만 북한은 설립 되지 않았다. 국가인권기구는 정

부기구가 아니라 독립적 국가기구로서의 위상을 갖지만 실제 인권개선정책은

국가인권기구의 권고85)를 받아 범정부 차원에서 시행된다. 남한이 국제인권규

범의 국내적 이행을 적극 시행해나가는 것은 국민들의 인권 증진을 바탕으로

국제적 지지 확대 및 위상 제고, 대북 인권 개선 유도, 그리고 남한의 통일정

책에 보편성 제고 및 북한 주민의 지지 확대 등 다각적인 효과를 창출해낼 수

있다. 남한이 국내외 인권기구의 인권개선 요구86)에 응하며 인권신장을 선도

82) 통일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서울: 통일부, 2013).83) 킹(R. King) 미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는 “북한과는 비핵화를 논의하는 채널과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채널이 별도로 있으며 두 사안은 서로 연계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14년 3월 15일.84) ‘파리원칙’은 1991년 국가인권기구 관련 국제워크숍에서 초안이 마련되어 1993년 유엔 총회에서 채

택되었다.85) 예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에 37개 분야에 걸쳐 중기 인권정책 권고안을 통보한 바 있다. 국

가인권위원회, 『2012~2016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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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갈 경우 북한의 인권개선은 물론 남북관계를 보편가치의 구현 차원에서

업그레이드 해 보편주의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이바지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인도적 문제 해결과 북한인권 개선 추진”87)을 인내심을 갖

고 전개한다면 위와 같은 기대효과 창출에 이바지 할 것이다.

○ 대외정책 차원에서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에 유용한 정책은 기

여외교와 다자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일이다. 기여외교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공적개발원조(ODA)와 평화유지활동(PKO)에 한국은 경제규모와 국제적

위상을 반영해 관련 예산 및 인력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한편, 공적개발원조의

경우 북한 개발을 포함시켜 국제협력을 선도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는 그 기금이 국제사회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88)

대북 개발원조는 그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 민주주의 신

장의 경험은 산업화 성과와 함께 한국의 연성국력(soft power)으로서, 다자외

교를 통한 확산 과정에서 북한에 전파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이 작업에 남

북 동시수교국이면서 개발도상의 국가가 적합해 이들 국가들을 활용한 대북

기여외교 수립이 새로운 과제이다. 기여외교는 통일외교와 선순환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정책 혁신을 위해서는 관련 정부 부처간 협조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89)

○ 마지막으로,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의 주 영역인 남북협력의 과

제는 국내에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어 있다.90) 현실적으로 인권·민주주의 친

화형 남북관계를 일거에 구축하기는 어렵다. 점진적 접근이 요청된다. 국제레

짐이 확립돼 있고 남북이 가입하고 있는 인권분야부터 협력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적 지원 및 개발협력을 통한 사회권 증진을 위한 협력도 가능하

86) Margaret Sekaggya,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defenders- Mission to the Republic of Korea.” The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Geneva, 23 December 2013;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63개 시민사회단체, “유엔인권이사회 제2차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UPR) 권고에 따른 유엔인권권고 이행계획에 대한 시민사회 제언,” 2014년 1월 14일.

87)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본격 가동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 중 제일 과제.88) 한국은 2013년 12월 현재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은 0.14%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 개

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평균 0.29%(2012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 ODA를 2015년까지 GNI의 0.25%로 확대하겠다는 공약했지만, 연도별 계획 달성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증대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2013년 12월 24일.

89) 황병덕·박영호·임강택 외, 『한반도 통일공공외교 추진전략(II): 한국의 주변4국 통일공공외교의 실태 연구(총괄보고서)』 (서울: 통일연구원, 2013) 참조.

90) 이규창·김수암·이금순·조정현·한동호,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 취약계층 인권 증진 방안 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13); 임강택, 『대북경제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대북정책에의 함의』 (서울: 통일연구원, 2013); 이원웅, “북한인권개선: 정책자원과 접근전략,” 『신아세아』, 제19권 1호 (2012), pp. 84-100; 김정수, “인도적 대북지원과 북한체제의 존속력에 미친 영향,” 『통일정책연구』, 제19권 1호 (2010), pp. 209-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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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나 전반적인 북한인권 개선은 북한체제의 개혁개방, 남북관계, 한반도

안보환경 등 여러 측면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련 변수들을 대입시켜 단

계적인 로드맵 수립이 요청된다.91) 또 남북협력의 경우에도 정부, 민간단체,

국가인권기구가 역할분담을 할 수도 있다.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도 교훈으

로 삼을 가치가 크다.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은 대결적 정책에서 실용적 정

책으로 변화했고 그런 흐름 속에서 정책 내용이 확대해갔음을 알 수 있다. 특

히 양독관계를 이용한 인권정책에서 국제채널을 활용한 정책으로 나아간 점과

콜(H. Kohl) 보수 정권이 이전의 브란트(W. Brandt)·슈미트(H. Schmidt) 정권

의 실용적 정책을 계승한 점, 그리고 서독이 지역안보협력의 제도화 과정 속

에서 양독관계 개선을 병행추진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92) 이산가족 상

봉, 인도적 지원 등 인도적 관심사를 병행 추진함으로써 보편가치를 호혜적으

로 증진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상호 인권 증진사업의 성과를 축적시

키고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정상화 궤도에 오를 때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Ⅴ. 맺음말

○ 기성 통일론의 주요 이념적 공급원이 되어 온 민족주의는 시대 변화에 따른

통일정책 정당화 차원에서 변용을 거쳐 왔다. 급기야 민족주의의 속성과 모순

되는 내용이 ○○민족주의로 유통되어 왔다. 물론 민족주의 통일론은 분단 극

복을 통한 민족공동체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당위에 의해 그 유용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통일을 추진하는데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량이 결

집돼야 하겠지만 국가가 주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오명

에서 벗어나 국가민족주의의 건설적 잠재력은 존재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통

일론이 논리적 일관성보다는 정책적 유연성 차원에서 실용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그렇지만 기존 통일 담론으로 담기 어려운 새로운

환경과 통일의 방향이 부상하는 반면 통일에 대한 관심이 약화되는 이중적 현

실에 상응하는 통일론의 개발은 시의적절한 문제의식이라 하겠다. 보편주의

통일론은 그에 관한 시론적 논의로서 새로운 통일담론 논의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 보편주의 통일론은 인류 보편가치를 한반도 전역에 구현하는 과정으로 통일을

새롭게 정의한다. 간단히 말해 통일의 형식에 보편가치를 내용으로 담는다는

91) 서보혁, 『국내외 북한인권 동향 평가와 인권개선 로드맵』, KINU 정책연구시리즈 2006-06 (서울: 통일연구원, 2006).

92) 안지호·손기웅·김대경·베른하르트 젤리거,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 (서울: 통일연구원, 2013); 박경서·서보혁 엮음, 『헬싱키 프로세스와 동북아 안보협력』 (파주: 한국학술정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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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이다. 이런 발상은 열린 민족주의 통일론에서 모색되었지만 민족주의 담

론이 보편주의 정향을 담기에는 내적 모순과 외적 도전을 이겨낼 수 없다. 물

론 이때 공동체 문화, 화해, 평화주의 등 한국 민족주의의 건강한 요소는 보

편주의 통일론에 융해되고 폐쇄성, 위계성과 같은 부정적 요소들은 지양된다.

같은 맥락에서 민족은 시민의식을 함양한 세계 공동체의 한 단위로의 위상을

가진다. 보편주의 통일론은 민주화와 탈냉전, 세계화를 계기로 급변해온 대내

외 환경 변화와 시대적 요청을 적극 반영한 대안적 담론으로서 기존 통일론의

문제점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대내적으로 통일 여론 수렴, 대외적

으로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인류문명의 발전에 적극 기여할 통일담론

으로 발전해나갈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보편주의 담론이 추상적 기대로 그치

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성 있는 남북관계 확립이 관건이다. 인권·민주주의 친

화형 남북관계의 상을 제기하고 그것을 구체화 할 환경 조성과 정책 제언을

각각 3차원으로 제시한 것은 그런 필요에 대한 해답의 모색이다.

○ 물론 이상의 논의가 시론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이상주의로 평가될 소지가

없지 않다. 이상의 논의가 현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보편주의 통일론을 민족주

의 통일론을 경계하면서도 보완하는 관계로 파악하고,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가 평화, 인도주의, 발전 등 다른 보편가치들과 조화를 이루며 추진

할 정책 인프라 확립과 북한 선도전략 수립이 우선 과제이다.

* 이 글은 “보편주의 통일론과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의 탐색”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지연연구논총』(2014년 상반기)에 게재된 논문을 일부 수정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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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 론 문

김 정 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 지금까지 여성평화운동에 참여해 오면서 “통일론”에 대한 관심을 그렇게 많이

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다만

남한 헌법에 나타난 ‘자유민주적’ 가치와 질서를 반영하는 통일 지향성에 대한

문제점을 통일교육 영역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점이 토론자의 통일론에 대한

관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통일교육’이라는 용어 보다는

‘평화통일교육’이라 부르는 것을 선택한다.)

○ 사소하게 보이긴 하지만 오늘의 토론회에서 제기하는 문제와 연관된 점을 하

나 들겠다. 지난 3월 28-30일 중국 심양에서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해외 여성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와는 별도로 28일 환영만찬(북측 주

관), 29일 환송만찬(남측 주관), 30일 환송만찬(해외측 주관)을 통해 남/북/해

외의 참석자 40명은 식사와 문화공연관람,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노래를 부

르며 오랫만에 만난 남-북-해외 여성의 자매애를 나누었다. 보통 남북이 함께

만나면 “반갑습니다”를 부른다. 오랜만에 함께 부르니 즐겁고 기쁜 마음에 가

슴이 뭉클했다. 눈에서 조금씩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이런 것을 가르켜 민족

애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동안 어려워진 남북관계에 대한 안타까움

이나 자기설움 때문일 수도 있다). 보통 다음에 부르는 노래는 “심장에 남는

사람”,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반드시 부르는 노래가 “하나 (우리는 하나)”로

시작되는 노래다. 노래를 부르면서 ‘그래! 우리는 하나야! 역시 우리 민족은

하나지!’ 하는 마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소절이 꼭 마음에

걸린다. 마지막 소절은 “태양조선 우리는 하나”로 마무리된다. 이 부분을 다른

남측 참석자들은 어떻게 넘어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토론자는 2002년

금강산에서 남북여성통일대회(남쪽 300명, 북쪽 300명 참석)가 열렸을 때 이

노래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이 가사가 프린트된 것을 나눠주면서, 함께

부를 때 이 부분은 생략하는 방식으로 부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아리랑공연에는 김일성민족이란 말도 나온다.)

○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민족주의 통일론’의 경우 남과 북에서 생각하

는 민족은 참으로 많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정지웅 교수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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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에서 “통일과정에서는 민족주의를, 통일 후에는 보편주의를. 북한에 대

해서는 민족주의를, 국내에서는 보편주의를”라는 제안을 하신 데 대해, 민족

(주의)에 대한 남과 북의 인식의 차이나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지 궁금

하다. (월드컵 민족주의나 반일민족주의 빼면) 민족에 대한 인식이나 애정이

너무나 희박해진 남한 사회에 비해 북한은 민족에 아주 특수한 고유명사를 붙

여서 사용하는 현실, 그렇게 부른 역사적 배경과 또 그 용어가 현실적으로 지

배하는 체제자체와 통일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 필자에게 서보혁 박사님의 “보편주의 통일론의 의의와 과제”에 대해 토론할

것을 주최측에서 부탁하셨다.

1. 서보혁 박사님은 ‘민족주의 통일론’이 자체로 존재할 근거를 점차 상실하면서 다

양한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셨다. 그렇다면 ‘보편주의 통일론’에는 어떤 파

트너가 필요한가? 아니면 이미 보편적(Universal)이란 말에 평화, 인권, 민주주

의, 정의, 지속가능한 발전 등이 포괄되므로 다른 민족주의 통일론과 같이 이를

보완하는 다른 파트너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지?

2. 보편주의 통일론과 민족주의 통일론은 ‘보완’관계인가 아니면 ‘대안(대응)’적인

관계인가? “민족주의적 정향을 보편주의에 ‘융해’”한다는 의미에 대해 좀 더 설

명해 주시길 바란다. 또 보편주의 통일론과 국가주의 통일론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는지?

3. 보편주의 통일론의 내용을 구성하는 평화, 인권, 민주주의, 인도주의, 지속가능

한 발전과 같은 항목들은 각기 폭넓고 다양한 담론으로 구성되어 있고, 남한 사

회 내부에서고 각각에 대한 컨센서스를 이루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을 보편주의 통일론의 과제로 설정했을

때 각각의 항목에 대한 남북사이의 컨센서스를 어떻게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인지

에 대한 각론을 전개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 생각된다.

4. (“민족주의 통일론”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통일의 대상이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 북한”이라고 한다.) 보편주의 통일론, 즉 인권 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

계의 구축 과정에서 "북한은 통일의 동반자인가 혹은 대상인가"라는 질문보다는

흡수통일에 대한 경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러한 구축을 위한 협력자, 파트너라는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인가? 보편주의 통일론에서 기존의 통일론에서 미흡하다고

비판한 ‘포용성’은 인권 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계 구축에서 어떻게 가시화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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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연속토론회] “대안적 통일론과 새로운 통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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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성평화운동은 민족주의 통일론이나 국가주의 통일론 보다는 평화, 인권, 정의

,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은 ‘보편적 통일론’에 더 가까운 편이다. 남북

여성들의 대화를 유지하는 방식이 공통의 관심사인 ‘일본군전시성노예’ 문제를

다루는데, 이는 일제하 가장 고통받은 여성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민족문

제를 동원하는 방식이 공존하고 있다. 또 식량난 이후 발생한 탈북자의 70%가

여성인 점을 고려할 때 여성에게 생존과 생명, 안전을 보장해줄 ‘국가’의 존재와

책무는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남북여성들에게 생명, 생존, 안전을 보장해줄

통일국가의 위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앞으로 논의가 향후 통일론의 전개에도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즉 민족적 동질성(고통받은 여성의 역사적 경험

측면에서)과 국가의 보호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쟁지역의 여성들의 현실을 보

편적 통일론은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질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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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민족주의 통일론의 의의와 한계」를 읽고

김 진 환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 이 글은 민족, 민족주의의 개념을 검토한 뒤, 분단 이전과 이후 한국(남북한)

민족주의에 대한 개괄을 토대로, “남북통일은 궁극적으로 한민족의 민족주의

에 기초할 수밖에 없으며, 한국민족주의는 통일과 번영된 미래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겠지만 통일이 이루어진 뒤에까지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

은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인류화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

하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일단, 필자가 글을 시작하며 “민족주의자가 아님을 먼저” 밝힌 이유가 무엇인

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민족주의자’는 어떠한 이들을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필자는 이 글에서 민족주의를 “민족을 으뜸으로 생각

하며 그 독립과 통일과 발전을 꾀하려는 사상과 운동”이라고 정의했는데, 그

렇다면 필자가 민족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한 이유는 민족을 ‘으뜸으로’ 생각하

지 않고(이렇게 생각하면 민족주의자?), 보편적 인류의 발전과 평화 등을 으뜸

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요? 그렇다면 필자는 민족주

의자가 아니라는 발언을 통해 스스로를 보편주의자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인지

요? 또는 ‘맺음말’에서 말했듯이 민족주의와 보편주의가 대립개념이 아니라 함

께 가야 할 이념으로 보는 민족적 보편주의자라고 불리고 싶은 것인지요?

○ 특정 민족의 구성원들이 지닌 민족주의의 정의는 많은 경우 해당 민족이 만든

정치적 공동체, 곧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곧 특정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우리에게 익숙한 민족주의는 국가(정권)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민

족주의입니다. 따라서 이 글이 남과 북의 국가(남한의 경우에는 재야에서 정립

한 민중민족주의까지 포함해) 각각 어떠한 민족주의를 정립해왔는지를 검토한

것은 남북한 민족주의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향후

통일 과정 역시 남북한 당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남북한 당국이 각

각 오랜 시간 정립하고 국민들에게 주입해 온 “경제와 안보 중심의 국가민족

주의”와 “‘위대한 주체사상’으로 지도되는 우리민족을 가장 위대한 민족으로

내세우는 등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결합될 경우 과연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지

성찰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남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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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말하는 대로 “한국민족주의는 통일과 번영된 미래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물론 필자는 남북한 민족주의에 대한 성찰을 통해 남북한에 현존하는 또는 부

정적인 민족주의가 통일 추진의 동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하면 남북한의 현존하는 부정적 민족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지, 남북한에 공히 바람직한 민족주의를 정착시켜서 이를 통일

추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한 방도가 제시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

쉽습니다. 필자는 남한에서 민주화 이후 시민계급이 두텁게 형성됨으로써 “한

국의 민족주의가 군사독재시절과 같은 암울한 상태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고 단정하고 있지만, 과연 현재 남한의 국가와 국민 안에

서 과거와 달리 타민족에 대해서 개방적이고 평화 공존적인 민족주의가 지배

적 지위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민족주의가 통일과정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저항적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는 주체사상도

반드시 개방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렇게 될 수 있는 현실

적 조건과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다보니 당위적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 요컨대 민족주의가 통일 추진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필자 주장이 좀 더 설

득력을 가지려면, 필자가 말하는 타민족에 대해 개방적이면서 평화 지향적이

고 방어적인 ‘바람직하고 추상적인’ 민족주의와, 남북한에 ‘현존’하는 지배적이

고 구체적이고 부정적인 민족주의 중에서 어떻게 전자를 남북한의 지배적 민

족주의로 만들고, 이를 통일 추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현황 진단, 대책 등이 제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추가적

인 설명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만약에 필자 주장대로 ‘개방적이고 평화 지향적인’ 민족주의가 통일을 추진하

는 동력이 되어야 하고 이러한 민족주의를 기초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통

일이 이루어진 뒤에까지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보편적이고 국제

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인류화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결론 역시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이런 민족주의라면 다른 민족국가들에게 강

조하는 것이 인류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끝으로 이 글에서 말하고 있듯이 민족주의의 정의가 그토록 다양할 수 있다

면, 우리 민족주의에 대한 정의도 기존에 익숙했던 정의와 달리 정의해볼 수

있지는 않을까요? 예를 들어 민족의 독립, 통일, 발전 등을 추구하는 사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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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으로서의 민족주의, 민족국가에 대한 민족구성원의 일치감을 높이려는 민족

주의, 타민족에 대해 개방적이고 평화 지향적인 민족주의가 있듯이, 민족구성

원이 다양한 정치적 공동체로 흩어져 살면서 서로 가하고 있거나(남북 무력대

결과 체제경쟁, 코리언 디아스포라에 대한 선별적 포용 등) 타민족으로부터 당

하고 있는 고통(차별과 배제 등)을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치유하고 민족적 공

통성을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사상·운동으로서의 민족주의도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정의된 민족주의가 분단을 극복하는 동력이 된다면, 그러

한 통일 과정은 민족주의적 운동이면서 동시에 ‘고통에 대한 감수성과 고통

받는 자에 대한 연대’라는 인류보편적 지향에도 부합하는 운동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급하게 준비한 토론문이라 필자의 논지를 오해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

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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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ƒ

통일, 민족주의인가? 보편주의인가?

정 영 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1. 통일이 민족의 문제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음. 따라서 통일문제에의 접근에 있어

서 민족주의적 지향성은 필연적인 현상. 그러나 민족주의적 접근이 가지는 한계

와 문제점에 대해서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

2.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서 드러나는 탈-민족주의적 성향에 비추어, 일방적인 민족

적 감정의 호소만으로는 설득력을 갖추기 어려움. 그러나 민족적 감정과 호소의

어려움 때문에 보편주의적 가치만을 내세우는 것 역시 편의주의적 발상일 수 있

음. 따라서 통일의 본질에 기초한 접근법과 현실의 정치적 설득력을 함께 고민

할 수 있어야 함

3. 분단 및 통일의 본질이 지속되고 있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고민되어

야 하는 것이지 사람들에게 보다 설득력을 높이겠다는 사고만으로는 한계를 가

질 수밖에 없음

4. 이런 점에서 통일을 민족주의 혹은 보편주의라는 이분법적 자세로 접근하는 것

은 여러 가지 문제를 노정할 것으로 보임. 아래의 사항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

까?

○ 첫째, 민족주의적 지향은 통일의 민족적 성격을 드러내고, 민족적 동력을 이끌

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여전히 크지만, 통일의 과정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내

용을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음. 어떤 통일? 통일의 후의 미래는?

○ 둘째, 민족주의적 지향의 통일은 자칫 국가주의적 위험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음. 실제 역사적으로 민족주의의 외향을 띤 국가주의를 통해 통일을 하나의

‘동원과 경쟁의 논리’로 변질시켰음을 경험

○ 셋째, 보편주의적 접근은 통일 국가가 지향해야 할 가치관을 명확히 하는데서

는 유리하며, 또한 현재의 통일 무관심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통일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지만, 자칫 통일을 두 국가간의 관계의 문제 – 즉,

외교적 문제 – 로 좁히거나, 통일에 대한 당위성과 필연성을 소홀히 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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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 높음

○ 넷째, 보편주의로 주장되는 인권, 민주주의 등의 가치가 명확한 것이지만, 동

시에 남북한이 이에 대해 합의하고 있는 지점이 없으며, 또 다른 갈등을 불러

올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함.

○ 다섯째, 통일이 민족문제이자 동시에 국제적인 문제라면 민족적 지향과 동시

에 보편성을 담지할 수 있는 담론이 개발되어야 하며, 따라서 민족주의의 긍

정성 – 해방의 담론, 이데올로기 – 그리고 보편주의적 정당성이 결합되는 담

론으로서 통일 담론이 형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

○ 마지막으로 현재의 남북한을 보면, 특히 남한에서의 가치관의 형성이 민족적

임과 동시에 체제로부터 받는 영향일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음.

그리고 이는 주로는 세대별로 차별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 강함.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이 독자적인 발전을 거쳐 온 체제의 영향력을 도외시하는 것

은 통일문제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큰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임.

5. 통일을 이분법적 접근으로 도식화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심각한 문제점을 만들

어낼 수 있음. 이런 점에서 보편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되, 민족적 감정과 동력을

통일문제와 결합시켜내는 담론이 요구됨. 또한, 현재 탈-민족주의 시대에도 불

구하고 세계각지에서 민족주의적 운동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현실은 민족주의적

감정과 동력이 우리 사회에서 약화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음. 다

만, 이러한 민족주의적 감정과 태도가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

한민국’의 체제 정당성으로 귀결되거나(스포츠 등), 주변국가와의 관계에서 국가

주의적 지향으로 드러나는 것을 경계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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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 국가의 미래상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을 고르시오.93)

① 풍요로운 복지 사회

② 자유로운 민주 사회

③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

④ 무한 경쟁이 보장되는 사회

⑤ 나눔의 문화가 풍성한 사회

토론문„

<보편주의 통일론의 의의와 과제> 토 론 문

차 승 주 전주교육대학교

1. 왜 보편주의 통일론을 이야기 하는가?

○ 분단 이후 7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분단’과 ‘평화의 부재(不在)’는 한

반도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도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은

일상(日常)이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이제 ‘통일’과 ‘평화’는 우리에게 비정상

(非正常)과 탈(脫)일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 셈이다.

○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생소한 상황에 직면하는 일은 누구에게든지 언제나

힘든 일이다. 관성의 법칙을 거스르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힘이 작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가해진 ‘민족’ 또는 ‘실리’의 명분으로는 7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관성(慣性)을 깨지 못했다. 따라서 한반도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구성원들에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다 보편적인 에너지가 요청된

다.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둔 통일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 교과서에 나타난 보편주의 통일론의 모습

2. “Everything is Nothing!”이 되지 않기 위해서

○ 보편주의 통일론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민주주의, 인권, 평화, 정의, 인도

93) 서강식 외 7인, 「중학교 도덕2」, 두산동아(주), 2011,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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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입장

ⓐ 개인의 권리와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차적인 관심은 사적인

사안들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 자유민주주의 지배는 전형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질서와 공존한다.

ⓒ 국민의 정치 참여는 주로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정치권력에

대한 입장

ⓐ 정치권력은 제한(limited)되어야 한다.

ⓑ 왜냐하면 인간의 권리는 자연적이며 천부적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의 ⓐ 민주주의와 길항(拮抗)적 공존 : 국가는 필요악이며 안정과 예측 가

주의, 지속가능한 발전 등 거의 모든 보편적 가치를 망라하고 있다. 각각의 가

치들이 지니고 있는 무게와 난해함은 보편주의 통일론에 대한 논의와 접근을

산만하고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인류가 추구하는 모든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려던 보편주의 통일론이 결국 어느 가치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미

사여구의 나열로만 폄하될까 우려스럽다.

○ 따라서 보편주의 통일론에서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료

하게 밝혀서 각각의 가치들이 대중화되고 생활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가치들에 대해서 북한 사람들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이론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 ‘깨끗한 손의 원칙’(Clean hand's principle)94)과 ‘관찰학습’의 효과를 고려해

보았을 때 논문에서 제시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공고화’와 ‘보편가치의 준수

및 구현을 목표로 하는 대외정책 전개’ 그리고 ‘인권·민주주의 친화형 남북관

계 구축’은 매우 유의미하고 현실적인 정책 제언이라고 생각한다.

3. ‘자유민주주의’, 그것이 알고 싶다.

○ “통일한국이 지향하는 기본 이념은 자유민주주의이다.…자유와 평등의 조화,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의 균형,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화로

표현되는 자유민주주의는…인간 개개인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는

정치이념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투표권, 참정권, 정부 선택권 등 정치적 권리

를 보장하고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바

탕을 두고 있는 이념이다.”95)

○ 자유민주주의 = 대의 민주주의 = 의회 민주주의 = 간접 민주주의

○ 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만났을 때

94) 자신의 손이 부정에 물들어 있지 않은 깨끗한 손이어야 다른 사람의 허물을 탓할 수 있다는 것이다.95) 통일부 통일교육원, 「2013 통일문제이해」, 통일부 통일교육원, pp.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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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능성이 우선

ⓑ 소수자의 권리의 침해를 막기 위해 중립적 판단을 요구한다. : 국가

의 중립성, 제3자적 판단 요구

ⓒ 경제적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면도 있지만 또 이를 저해

하는 측면도 있다. 정치적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이며, 민주주

의와 충돌하지 않는다.96)

96) 김영명, 「정치를 보는 눈」, 도서출판 개마고원, 2007,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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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가입 및 혜택

(사)경실련통일협회는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시민 여러분과 함께 나설 것입니다. 통일운동·평화운동의 첫 걸음은 (사)경실련통일협회의 회원이 되는 것입니다.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는 결코 몇 사람의 힘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큰 강물을 이루듯, 시민 한분 한분의 힘이 모일 때, 이 땅의 평화는 가능할 것입니다.

☞ (사)경실련통일협회 회원이 되시면 ○ 잡지「월간 경실련」과 협회소식지의 정기구독 ○ 경실련 및 통일협회의 각종 행사와 공연에 초대 ○ [민족화해아카데미] 등 각종 강좌 수강시 할인 혜택 ○ 경실련통일협회 발간 책자 및 정책자료 구입시 혜택 ○ 회비·후원금에 대해 연말정산시 혜택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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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사)경실련통일협회 02-766-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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