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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1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강 상 준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꽃은 신이 지상에서 만든 창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Flowers are the most beautiful creatures of God on the Earth) 으로 수세기 동안 인간 의 육체적 정신적 행복(Well-being)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어의 Flower는 라틴어 Flos에서 유래한 Fresh(신선하다)의 뜻이고, 한 자의 꽃 화(花, hua)자을 의미하는 싹 철(또는 풀 초, 艸)자와 싹이 트다는 갑(甲)자가 합쳐져 빛날 화(華)가 되어 꽃을 의미하는 뜻으로 오랫 동안 쓰이다가, 어느 시기에 싹 철(艸)과 될 화(化)가 합쳐진 글자로 변화된 후, 오늘날의 꽃 화(花)가 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꽃은『곶 → 곳 → 꼿 → 꽃』으로 변화되었다고 하며, 으로 발음이 같다. 그리고 용비어천가에 불휘 기픈 남곤 보로 매 아니 뮐세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세라고 하여 꽃을 으로 표기되어 있다. 비처(Henry W. Beecher)는 꽃도 인간이나 동물처럼 표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어떤 꽃은 웃는 것 같고, 어떤 꽃은 슬픔에 잠긴 것 같고, 어떤 꽃은 수심에 잠긴 것 같으며, 또 다른 어떤 꽃은 뽐내지 않고 정직하고 곧으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 KACN이들 식물 중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 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대략 22%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자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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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1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강 상 준 (충북대학교 명예교수)

    ‘꽃은 신이 지상에서 만든 창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Flowers are

    the most beautiful creatures of God on the Earth)’으로 수세기 동안 인간

    의 육체적 정신적 행복(Well-being)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어의 Flower는 라틴어 Flos에서 유래한 ‘Fresh’(신선하다)의 뜻이고, 한

    자의 ‘꽃 화(花, hua)자’는 ‘싹’을 의미하는 싹 철(또는 풀 초, 艸)자와 ‘싹이

    트다’는 갑(甲)자가 합쳐져 ‘빛날 화(華)’가 되어 꽃을 의미하는 뜻으로 오랫

    동안 쓰이다가, 어느 시기에 ‘싹 철(艸)과 될 화(化)’가 합쳐진 글자로 변화된

    후, 오늘날의 ‘꽃 화(花)’가 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꽃은『곶 → 곳 → 꼿 → 꽃』으로 변화되었다고 하며, ‘곶’

    과 ‘곳’은 ‘곧’으로 발음이 같다. 그리고 용비어천가에 “불휘 기픈 남곤 보로

    매 아니 뮐세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세”라고

    하여 꽃을 ‘곶’으로 표기되어 있다.

    비처(Henry W. Beecher)는 “꽃도 인간이나 동물처럼 표정을 가지고 있다”

    고 하였다. 어떤 꽃은 웃는 것 같고, 어떤 꽃은 슬픔에 잠긴 것 같고, 어떤

    꽃은 수심에 잠긴 것 같으며, 또 다른 어떤 꽃은 뽐내지 않고 정직하고 곧으

  • 2 재미있는 야생 동·식물 이야기

    며 그저, 수수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형태가 아름답기는 하나, 이상하게 생

    긴 꽃들도 있다.

    ∵ 식물의 종류

    영국 Kew 식물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현재 전 세계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은 동물 6,755,830종, 식물 390,800종, 총 7,227,130종으로 식물은

    겨우 5.4%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동물, 특히 곤충류이다. 식물 중 꽃이 피

    는 꽃식물(顯花植物)은 전체 식물의 90%인 352,000종이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 종을 포함하면 40만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식물 가운데 속씨

    식물(被子植物) 352,000종, 겉씨식물(裸子植物) 1,050종, 고사리류와 속새류

    15,000종 그리고 이끼류 22,750종이다. 이들 식물 중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

    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대략 22%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자라는 관속식물(管束植物)은 쌍떡잎식물(쌍자엽식물) 2,815종,

    외떡잎식물(단자엽식물) 842종, 겉씨식물(나자식물)과 고사리식물(양치류) 314

    종, 이끼류(선태류) 691종으로 총 4,662종의 식물이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

    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꽃피는 식물의 탄생

    지구가 생성된 것은 45억 년 전이지만, 지구상에 꽃이 피는 식물이 출현한

    것은 그보다 훨씬 후로 ‘공룡시대’라고 하는 약 1억 2천 5백만년 전인 백악

    기 초엽(1억 4천 6맥만년∼6천 5백만년 전)이라는 것이 최근의 연구에서 밝

    혀졌다.

    2011년 중국 요녕성 고대 호수의 화산재 퇴적물에서 꽃이 핀 식물을 발견

    하고, 그 이름을 미나리아제비과 Leefructus mirus(중국명: 優美李氏果)라고

    하여 2011년 3월 31일자 Nature지에 발표하였다(그림 1). 공룡시대 때에는

    벌(Bee)이 탄생되지 않았으므로 풍뎅이류 또는 나방류에 의해 수분(受粉)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을 하고 있을 뿐이다.

  •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3

    《그림 1. 최초의 꽃식물 및 복원된 그림》

    《그림 2. 3만년 전의 씨앗에서 발아시킨 뒤 자라서 꽃이 핀 ‘흰장구채’.화석화된 열매(상좌), 조직배양(상우), 생장 후 꽃이 핀 식물(하)》

    ∵ 30,000년 전 씨앗이 꽃이 피다

    2012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레비(Levy) 교수는 러시아 동북부 ‘콜리마강’

  • 4 재미있는 야생 동·식물 이야기

    《그림 3.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라플레시아’》

    영구 동토인 황토·얼음 퇴적물’에서 흰장구채(Silence stenophylla)의 화석

    열매를 발굴한 후 그 열매 속에 들어있는 씨앗을 조직배양이란 방법을 이용

    하여 발아시키는데 성공하였다(그림 2). 이 식물은 성장하여 하얀 꽃이 피었

    는데 지금까지 유적지에서 발굴된 씨앗을 이용하여 싹을 틔운 가장 오래된

    꽃임이 확인되었다.

    ∵ 세계에서 가장 큰 꽃

    1) 라플레시아(Rafflesia amoldii)

    네덜란드 출신 외과의사인 요셉 아놀드(Joseph Arnold)가 1818년 인도네

    시아의 열대림에서 발견한 희귀식물이며, 또한 멸종위기식물이다(그림 3). 꽃

    잎 5개, 꽃의 직경 1m 이상, 무게 10kg 이상인 대형식물로 몸체, 줄기, 잎,

    뿌리가 없고, 포도과 식물처럼 덩굴식물에 의지하여 양분을 흡수하여 자라는

    기생식물이다. 중앙부분은 항아리 모양이고, 그 안에 물이 6ℓ나 들어가며,

    썩는 냄새를 방출하여 곤충을 유인해서 꽃가루받이를 한다.

    2) 시체꽃(Arum titan, Amorphophallus titanum)

    1878년 이태리 식물학자인 오도아르도 베카리(Odoardo Beccari)가 인도네

  •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5

    《그림 4. 지구상에 겨우 100여 그루만 남아있는 희귀식물인 ‘시체꽃’》

    시아 스마트라에서 발견한 백합과 식물로 꽃의 높이 2.7~3m, 꽃의 무게 약

    80kg으로 세계적으로 100 그루만 남아있는 희귀식물이다(그림 4). 개화 때

    꽃의 온도가 37℃ 정도나 되므로 고기 썩는 심한 악취가 풍기는데, 이 냄새

    가 마치 시체가 썩는 냄새와 같다고 하여 ‘시체꽃’이라 부른다. 심한 악취는

    해충의 침입을 막기 위한 자신만의 전략인 셈이다.

    ∵ 세계에서 가장 작은 꽃

    1) 월피아 개구리밥(Wolffia globosa)

    연못, 호소, 습지의 물위에 mat 모양으로 떠서 사는 식물(浮草)이며, 크기

    는 0.6∼1.2mm 정도로 아주 작고 잎, 줄기, 뿌리가 없다. 식물체에 고단백질

    이 40%나 들어있어 식용으로 이용된다(그림 5).

    《그림 5. 크기 1.0mm 내외의 ‘월피아 개구리밥’》

  • 6 재미있는 야생 동·식물 이야기

    《그림 6. 3,000년 만에 한번 씩 핀다는 상서로운 꽃 ‘우담바라’》

    2) 우담바라(優曇婆羅, Udambara, Youtan polou) 부처님을 의미하는 상상의 꽃으로 불교경전에 보면 “3,000년에 한 번씩 피

    는 꽃”이라고 한다. 우담바라(Udambara)는 산스크리트어의 “하늘에서 온 상

    서로운 꽃(Auspicious flower from heaven)”이라는 뜻이고, 꽃자루 길이는

    4.5mm, 꽃 크기는 1mm로 불상, 쇠 파이프, 철망, 나뭇가지와 잎 등에 생겨

    난다. 2007년 타이완의 한 농부가 집뜰 쇠파이프에서 최초로 발견하여 알려

    지게 된 후, 한국, 미국, 독일에서도 발견되었다. 실제로는 작은 식물이 아니

    라, ‘풀잠자리 알’이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그림 6).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이상한 꽃

    1) 강보애기난초(Swaddled babies)

    《그림 7. 아이보리 화이트 색을 하고 있는 ‘강보애기난초’》

  •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7

    아름다운 난초로 콜롬비아의 안데스산맥에 서식하는데, 그 기이한 모습의

    꽃은 ‘아이보리 화이트색(creamy-white)’으로 왁스를 바른 것과 같다. 꽃의

    내부구조는 복잡하지만, 외형으로 보면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 같아서 ‘강보애

    기난초’라 부르는 모양이다(그림 7). 줄기 기부에서 꽃대가 하나씩 나온다.

    2) 뜨거운 입술식물(Hot Lip Plant, Kissing Lip Plant)

    남미의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파나마의 열대림에 서식하는데,

    학명은 Psychotria elata이고, 별모양의 꽃은 포엽(Bract, 꽃이나 꽃봉오리를

    덮고 있는 소형의 잎)속에서 나온다(그림 8).

    《그림 8. 립스틱을 바른 것 같은 ‘뜨거운 입술식물’》

    《그림 9. ‘원숭이 난초’》

  • 8 재미있는 야생 동·식물 이야기

    3) 원숭이 난초(Monkey Orchid)

    중남미 에콰도르, 콜롬비아와 페루 남부지역의 해발 1,000∼2,000m의 열

    대 운무림(雲霧林)에 자라는 희귀난초로 학명은 Dracua simia이고, 마치 활짝

    웃는 원숭이 모양 같다고 하여 붙여진 난초의 일종. 쓴 웃음을 웃는 원숭이

    난초(Grinning Monkey Orchid)이다(그림 9).

    4) 벌거벗은 남자 난초(Naked Man Orchid)

    지중해 지역에 서식하므로 이태리 난초라고도 하며, 꽃은 벌거벗은 남자와

    같다. 꽃의 색은 밝은 핑크색과 흰색으로 조합되어 있으며, 뭉쳐 나 있다. 학

    명은 Orchis italica이다(그림 10).

    《그림 10. 벌거벗은 남자 난초》

    《그림 11. 꽃받침으로 둘러싸인 ‘순판’이 비둘기 모양》

  •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9

    5) 비둘기 난초(Dove Orchid/Holly Ghost Orchid)

    중남미 파나마, 트리니다드,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베네쥬엘라에 걸쳐 분

    포하는데, 꽃받침 속에 순판(脣瓣, labellum)이 마치 비둘기가 앉아있는 모양

    을 하고 있는 꽃이다. 학명은 Peristeria elata이다(그림 11).

    ∵ 세계에서 가장 이상하게 생긴 꽃

    1) 금어초(金魚草, Snapdragon, Antinrrhinum majus) 북아프리카와 남부 유럽이 원산지이며, 꽃 모양이 금붕어 입 모양으로 로

    마시대부터 재배되어 온 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식재되고 있다. 꽃이 피면

    화사하고 예쁘지만, 꽃들이 시들면 모양으로 변화되는 것이 신기하다

    (그림 12).

    《그림 12. 해골 모양 《그림 13. 날아가는 오리모양을 한 ‘오리난초’ 》 의 금어초 열매》

    2) 오리난초(Flying Duck Orchid, Caleana major)

    호주 동부 및 남부. 타스마니아에도 서식하는데,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형상이고, 특히 ‘오리의 입’을 닮은 것이 재미있다(그림 13).

    3) 앵무새 꽃(Parrot Flower)

    태국, 버마, 인도에 자생하는 꽃으로 학명은 Impatiens psittacina이다.

  • 10 재미있는 야생 동·식물 이야기

    1901년 영국 식물학자 후커(Dalton Hooker)가 발견하여 “나르는 앵무새

    (Flying Cockatoo)”라고 기록했다(그림 14).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봉선화과

    의 물봉선(Impatiens textori)과 노랑물봉선(I. noli-tangere)의 꽃도 이런 모

    양을 하고 있다.

    《그림 14. 물봉선과 비슷한 ‘앵무새 꽃’》 《그림 15. 식충식물인 ‘페니스 꽃’》

    4) 페니스 꽃(Penis Flower)

    2010년 10월 동남아 열대림에서 홀덴(Jeremy Holden)이 코끼리를 타고

    길고 험난한 여행을 하며 캄보디아의 카라다만 산(Caradaman Mountain)에

    서 처음 발견한 신종이다. Nepenthes holdenii Mey라는 새로운 이름의 학명

    을 붙였다. 이 식물은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얻는 것이 아니라, 포충낭(捕虫囊)을 이용하여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포집, 영양분을 얻는 식충식물(食虫植物)로서 길이는 30cm이다(그림 15). 그 지방 사람들은 큰 것을 어른 페니스

    (Adult penis), 작은 것을 아이 페니스(Child penis)라고 부른다고 한다.

    5) 발레리나 난초(Ballerina Orchid)

    호주의 고유식물로 아름다운 발레 포즈를 하고 있는 난초로 현재 300여

    개체만이 잔존하고 있으나, 토끼 및 캥거루의 피식으로 위협에 노출된 희귀

    한 난초이다(그림 16).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는 장미. 튤립, 달리아, 금낭화(Breeding

  •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생긴 꽃들 11

    《그림 16. 발레리나 난초》

    《그림 17. 풀루메리아》 《그림 18. 은방울꽃》

    heart), 벚꽃, 중남미와 하와이에서 자라는 풀루메리아(Plumeria, 그림 17),

    2011년 영국 왕세자 결혼식 때 신부 캐서린 미들턴이 부케로 사용했던 은방

    울꽃(Lily of valley, 그림 18) 등이 있으며, 백년 만에 한번 꽃이 핀 후 죽는

    식물로 대나무, 용설란, 볼리비아와 페루의 3,000m 이상의 고산에 서식하는

    안데스의 여왕(그림 19), 스리랑카의 국화인 탈리폿 야자(Talipot palm, 그림

    20) 등이 있다.

    《그림 19. 안데스의 여왕》

  • 12 재미있는 야생 동·식물 이야기

    《그림 20. 탈리폿 야자》

    ∵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꽃

    2014년 7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국립수목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

    녀 1,000명을 대상으로 야생화에 대한 의식 조사를 한 바 있다. 야생화하면

    떠오르는 꽃으로 민들레(15.7%), 할미꽃(8.2%), 진달래(6.1%), 개나리(5.6%),

    제비꽃(5.3%), 무궁화(5.2%), 철쭉(4.9%), 강아지풀(3.4%) 등 주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들이 상위를 차지하였다.

    구입하고 싶은 꽃으로 금낭화(29.6%), 할미꽃(20.4%), 붓꽃(17.5%), 원추

    리(15%), 은방울꽃(14%)이었으며, 소위 이상화(理想花)라고 생각되는 꽃은

    장미(41.1%), 프리지어(Freesia, 7.5%), 국화(5.7%), 백합(4.4%), 안개꽃(4.3

    %), 튤립(2.7%), 개나리(2.6%), 무궁화(2.2%), 목련(2.2%), 코스모스(2.1%),

    라벤더(Lavender, 2.0%) 순으로 도입종이 대부분이었다. 도입종의 꽃들만 좋

    아하지 말고, 이 땅에 자생하는 토종의 야생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그림 21).

    《그림 21.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꽃(좌로부터 금낭화, 함박꽃나무, 얼레지. 매발톱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