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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신문과 방송 2016. 10 미디어 월드 와이드 UNITED KINGDOM BBC,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수신료 징수 방침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BBC의 수신료 징수 대상이 TV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대된다. 이번 변화로 그동안 TV 없이 온라인으로만 방송을 시청하던 이들도 한 해 24만 원에 달하는 수신료를 납부하게 됐다. 그에 따른 징수 방식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수신료 납부 회피를 단속하기 위해 도입될 만한 방식들이 언론에 거론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1일 영국 일간지들은 일제히 공영방송인 BBC가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해 온 스트리밍 서비스도 앞으로는 TV 수신료를 내야만 이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학생이나 젊은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그동안은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모바일 기기 등을 전 세계적으로 TV 시청 방식이 바뀌고 있다. BBC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체되는 매체 환경 변화에 따라 수신료 납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복제 및 무단사용 금지> BBC 온라인 서비스도 시청료 대상

BBC,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수신료 징수 방침116.125.124.10/kpf/no550/pdf/18.pdf104 신문과 방송 2016. 10 미디어 월드 와이드 UNITED KINGDOM BBC,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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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BBC,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수신료 징수 방침116.125.124.10/kpf/no550/pdf/18.pdf104 신문과 방송 2016. 10 미디어 월드 와이드 UNITED KINGDOM BBC,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104

신문과 방송 2016. 10

미디어 월드 와이드 UNITED KINGDOM

BBC,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수신료 징수 방침

김지현 /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BBC의 수신료 징수 대상이 TV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대된다. 이번 변화로 그동안

TV 없이 온라인으로만 방송을 시청하던 이들도

한 해 24만 원에 달하는 수신료를 납부하게

됐다. 그에 따른 징수 방식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수신료 납부 회피를 단속하기 위해 도입될 만한

방식들이 언론에 거론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1일 영국 일간지들은 일제히 공영방송인

BBC가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해 온 스트리밍

서비스도 앞으로는 TV 수신료를 내야만 이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학생이나 젊은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그동안은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모바일 기기 등을

전 세계적으로 TV 시청 방식이 바뀌고 있다. BBC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체되는 매체 환경 변화에 따라 수신료 납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복제 및 무단사용 금지>

BBC 온라인 서비스도 시청료 대상

Page 2: BBC,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수신료 징수 방침116.125.124.10/kpf/no550/pdf/18.pdf104 신문과 방송 2016. 10 미디어 월드 와이드 UNITED KINGDOM BBC, 온라인 스트리밍에도

이용해 무료로 BBC의 방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TV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불법행위로 고발된다.

이전까지 BBC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기준은 TV

수상기 소유 여부였다. BBC는 TV를 소유한

가구에 한정해서 연간 145.50파운드(약 24만

원)의 수신료를 징수해 왔다. 반면 BBC가 제작한

모든 TV 및 라디오, 온라인 콘텐츠를 주문형(On-

demand)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아이

플레이어(iPlayer)’의 이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액을 부과하지 않아 왔다. 그러자 TV가 없다고

신고한 뒤 ‘아이플레이어’만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제도적 ‘구멍’으로 인해 BBC의

수신료 수입이 감소하게 됐다.

결국 BBC는 칼을 빼 들었다. BBC는 지난해부터

영국 보수당 정부를 상대로 한 왕실칙허장 1 갱신

협상에서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해 2017회계연도

수신료 수입이 2011년에 예상한 것보다 약 1억

5,000만 파운드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재정 상황

악화가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TV

시청 방식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체되는

매체 환경 변화에 걸맞게 수신료 징수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해결책도 분명하게 제시했다.

스트리밍이든 TV든, BBC의 콘텐츠를 이용한다면

무조건 TV 수신료를 납부하도록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난 5월 정책 제안서인

<백서>를 통해 그에 화답했다.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도 TV 수신료 징수 대상에 포함

하는 것으로 지난 9월 1일을 기점으로 법이

완전히 개정됐다.2 BBC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아이플레이어’만 이용하는 경우에도 TV 수신료를

납부하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똑같이

수신료 회피 행위로 간주돼 1,000파운드에

달하는 과태료 및 단기 징역형에 이르는 형사

처분을 받게 된다.3 이와 관련해 BBC는 이례적

으로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도 예외가 될 수 없고

‘TV 수신료를 낸 부모의 집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

반드시 TV 수신료를 납부해야만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납부 방식을 자세히 설명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4

문제는 ‘아이플레이어’ 이용이 합법적으로 이뤄

지고 있는지 어떻게 조사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BBC는 전체 예산의 3%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다양한 방법으로 TV 수신료 납부와 관련한

부정행위를 조사해 법원에 고발해 왔다.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는 가구에 전화와 서면으로 시청료

납부를 독촉할 뿐 아니라, 조사관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TV 보유 여부를 조사했다. 하지만 휴대가

가능한 노트북이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경우

이러한 방식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힘들다.

대중의 관심이 규제 방식에 쏠리는 이유다.

이번 발표가 공식적으로 나오기 한 달 전,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국가회계감시국(NAO)의 보고서를

인용해 BBC가 향후 특수 장비를 탑재한 차량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차량은 전국을 이동하며 TV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은 가구에 한정,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트래픽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수신료 납부 회피의 ‘냄새를

맡을(Sniff Out)’ 계획”이라는 것이다.5 이 보도가

나간 후 일간지들은 수신료 수입 증대를 위해

BBC가 ‘빅브러더’가 되길 자처한다면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보수 성향의 데일리메일도

“BBC는 ‘스파이 차량’으로 국민을 감시”할 요량

이라며, 실제로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와이파이 이용 감시가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덧붙였다.6

‘스파이 차량’으로 국민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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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BBC는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을

감시할 계획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위법행위에 대한 감시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의논하지 않았으며, 사적인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데이터를 잡아낼 기술도 현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디언 보도가 지적한 것처럼 위법행위를

적발할 방법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제도적

변화부터 추진했다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7 가디언은 같은 기사에서 BBC는 공적

기관으로서 2000년에 도입된 수사권한규제법에

따라 테러 및 범죄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국민

본인의 동의 없이도 인터넷, 이메일, 통화 기록

등에 대한 조회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특수 차량을 이용한 감시가

이 법을 이용하면 충분히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규제 방식이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현재 BBC의 모든 방송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플랫폼 아이플레이어에 접속해

특정 프로그램의 제목을 클릭하면, ‘TV 수신료를

납부했는지’ 묻는 팝업창이 뜬다. 이용자가 ‘동의’

항목에 표시하면 추가 확인을 거치지 않고 즉시

콘텐츠 감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수신료 미납 여부를 판별하기

힘들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BBC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한 뒤 등록한 주소로 TV 수신료

납부 여부를 조회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장

편리하다고 지적한다.8

하지만 이 경우 유료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가입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문제가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공공방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BBC의 수신료 제도가 존속되고 있는데,

그 서비스에 가입하는 특정 인구만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가입제’로의 전환은 수신료제의 법적

텔레그래프는 BBC가 특수 장비를

탑재한 차량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차량은 TV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은

가구에 한정,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트래픽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수신료 납부 회피의

‘냄새를 맡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수신료를 내지 않는 위법행위를 적발할 방법이 아직은 없다”는

BBC 입장을 두고, 현지에선 쉽게 믿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는

여론 등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고 때를 기다리겠다는 BBC의

숨은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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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를 약화시킬 위험이 높다. BBC가 섣불리

회원 가입 방식을 논의하지 않는 이유다.

이와 별개로 이번 제도적 변화로 야기되는 다른

문제도 있다. 가디언 9월 3일자 기사에 따르면,

다른 방송사의 주문형 및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BBC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유료

방송업체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결정으로 TV 수신료 납부를 원하지 않는 해당

서비스의 고객들이 서비스 대상에서 BBC를

제외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럴 경우 BBC의 콘텐츠 영향력이 향후 디지털

방송 서비스에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아이플레이어 이용을 TV 수신료 징수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제도 변화가 공식

발표됐지만, 규제의 영역과 구체적 방식은

BBC가 미래의 수신료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신료에 대해서만큼은 어떠한 결정이든지

쉽게 내릴 수 없다는 것이 BBC의 딜레마다.

온라인 서비스에서 회원 가입을 유도할 경우

‘공적 서비스’에서 ‘가입제’로의 부분적 전환을

감수해야 하는, 결과적으로 BBC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서>를 통해 BBC는

영국 정부로부터 물가상승률에 맞게 2020년까지

수신료를 올려주겠다는, BBC 측에 유리한 약속도

받은 터라 현재로서는 무리수를 던질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아이플레이어’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수사권한규제법을 근거로

와이파이 트래픽 조사를 감행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BBC가 수입을 늘리려고 ‘빅브러더’를

자처한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1 BBC의 왕실칙허장은 BBC 방송의 법적 존립의 기반이 되는

문건으로 11년마다 갱신된다.

2 http://www.tvlicensing.co.uk/check-if-you-need-one/topics/bbc-iplayer-and-the-tv-licence

3 h t tp : / /www.bbc .co .uk/news/en te r t a i nmen t-

arts-37243332

4 http://www.tvlicensing.co.uk/check-if-you-need-one/for-your-home/students-aud1

5 http://www.telegraph.co.uk/news/2016/08/05/bbc-to-deploy-detection-vans-to-snoop-on-internet-

users/

6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3766119/Now-BBC-iPlayer-police-spy-net-use-punish-

people-watch-demand-programmes-without-TV-

licence.html

7 https://www.theguardian.com/media/shortcuts/2016/aug/08/how-will-the-bbc-detect-people-watching-

iplayer-without-a-licence

8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16/sep/03/who-is-allowed-to-watch-the-bbc-iplayer

9 http://www.yorkpress.co.uk/leisure/showbiz/14717933.Most_people_will__obey_the_law__as_BBC_iPlayer_lo

ophole_is_closed__says_TV_Licensing_authority/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현재까지 BBC가 “사람들

대부분이 이번 법적 변화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한다”고만 밝히며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그만큼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9 따라서 이번 문제와 관련된 BBC의

향후 대응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6월부터 모바일 IT 기기에도 KBS의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BBC의 딜레마